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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기본소득 봉화군민 추진운동본부 출범

농어촌기본소득 실현을 위한 봉화군민의 열망이 한데 모였다. 농어촌기본소득 봉화군민 추진운동본부는 지난달 30일 오후 5시 봉화군청 대강당에서 창립대회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출범식에는 농민단체와 사회단체, 지역주민 등 약 200명이 참석해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의 필요성을 공유했다. 추진운동본부는 농촌 인구 감소와 고령화, 농업소득 불안정 등으로 심화되는 농촌 위기 속에서, 농어촌기본소득이 공동체 회복과 지속 가능한 지역사회의 새로운 대안임을 강조한다. 이번 창립대회는 봉화군이 시범사업 지역으로 자리매김하고, 더 나아가 전국적 확산을 위한 거점 역할을 하겠다는 군민들의 의지를 모으는 자리다. 이날 행사는 시장문화사업단의 공연으로 막을 열며, 개회식에서는 국민의례와 내빈 소개, 개회사를 시작으로 창립선언문 낭독, 지역 인사 및 단체 대표의 축사가 이어졌다. 이재욱 농어촌기본소득 전국연합 상임대표의 기조연설에 이어 주제 발표에서는 농어촌기본소득의 의미와 추진 전략이 소개되고, 결의문 채택과 구호 제창으로 군민들의 결집된 의지를 보였다. 도기열 공동대표(봉화군 이장협의회 회장)는 “농어촌 기본소득은 우리의 절대적인 권리이자 땀 흘러가는 농민을 위한 최소한 보장이라”며 “우리 모두 더 이상 소외받지 않고 농어촌 기본 소득으로 농촌도 살리고 지역도 살리고 우리의 삶의 질을 높여 가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서 박현국 봉화군수는 격려사를 통해 “농어촌기본소득은 불안정한 농업소득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농민과 고령화로 활력을 잃어가는 지역사회에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이라며 “봉화군의 행정을 다해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이 봉화가 선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고 했다. 이번 출범을 계기로 봉화군은 농어촌기본소득 논의를 선도하며, 군민 참여와 연대를 바탕으로 정책 실현의 기반을 다질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군민 스스로가 제도의 주체가 돼 지역사회의 활력을 되살리고, 더 큰 연대와 통합을 이루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종화기자 pjh4500@kbmaeil.com

2025-10-01

중국, ‘K비자’ 신설···미국 이탈 고급 인재 유치 노린다

중국이 해외의 전문 기술 인력을 자국으로 유치하기 위한 새로운 외국인 비자 제도를 도입한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IT·공학 분야 외국인 취업비자(H-1B) 발급을 대폭 제한한 가운데, 중국의 ‘K비자’가 미국에서 밀려나는 글로벌 인재의 새로운 ‘도피처(safe haven)’로 부상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10월 1일 ‘K비자’ 시행···스폰서 없이 입국·취업 가능 주요 외신들은 중국 정부가 10월 1일부터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 전공 외국인 인재를 대상으로 한 신규 ‘K비자’ 제도를 시행한다고 전했다. K비자 소지자는 특정 기업의 채용 제안(오퍼)을 받지 않아도 중국에 입국해 거주 및 취업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H-1B 비자 신청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연간 수수료를 기존보다 크게 올려 10만 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H-1B 비자 취득을 희망하던 글로벌 인재들 사이에서 ‘대체 진입로’로서 K비자가 주목받고 있다. 미 아이오와주 출신 이민 전문 변호사 매트 메디시 씨는 “미국이 입국 장벽을 높이는 반면, 중국은 낮추는 상징적 조치”라며 “K비자는 타이밍상 매우 전략적인 제도”라고 평가했다. H-1B 비자는 매년 8만5000명으로 발급이 제한되며, 추첨제까지 시행되고 있어 경쟁률이 높다. 특히 스폰서(고용주)를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점이 주요 진입 장벽으로 꼽힌다. △ 언어·정책 불확실성은 ‘리스크’ 다만 K비자에도 한계가 있다. 중국 정부가 연령·학력·경력 등 세부 요건을 명확히 하지 않았고, 금전적 인센티브나 취업지원, 영주권 부여, 가족 동반 비자 등 구체적 절차도 불투명하다. 중국은 외국인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사례가 극히 드문 편이다. 또한 언어 장벽도 만만치 않다. 중국 주요 IT기업은 대부분 표준어(만다린)로 운영돼, 중국어가 능숙하지 않은 외국인의 취업 기회는 제한적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인도와 중국 간의 정치적 긴장 관계를 고려할 때, 인도인 신청자에게는 문턱이 높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편 인도는 H-1B 비자 최대 수혜국으로, 지난해 전체 발급자 중 71%를 차지했다. 인도인 STEM 인재들이 미국 대신 중국으로 향할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으나, 언어·문화·정책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변수로 남아 있다. △ 중국, ‘해외 화교’ 중심 인재귀환 이어 글로벌 확장 모색 중국은 지금까지 해외에 거주하는 중국 출신 과학자와 화교 인재 유치에 집중해 왔다. 주택 구매 보조금, 최대 500만위안(약 9억8345만원) 계약 보너스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미국 내 STEM 인재의 본국 복귀를 촉진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인재 유치로 시선을 확장하려면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중국 내 체류 외국인은 약 1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반면 미국의 이민자 수는 5100만 명으로 인구의 15%를 차지한다. 지오폴리티컬 전략가 마이클 페러 씨는 “중국이 전 세계 기술 인재 중 극히 일부만 유치하더라도 첨단기술 분야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K비자는 상징적이지만,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의미 있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2025-10-01

‘국정자원 화재’ 정부 전산시스템 장애 6일째···복구율 10%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하 국정자원) 화재로 정부 전산시스템이 멈춰선 지 1일 엿새째를 맞았지만, 복구율은 10%대에 머물러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기준 공무원 약 130명, 전산시스템 운영 및 유지관리 인력 570여명을 투입해 복구작업을 폈다. 복구 작업은 업무 영향도나 사용자 수, 파급도 등이 높은 1·2등급 시스템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1등급 시스템 복구율은 전날 50%를 넘어섰다. 그러나 전체 647개 중 3분의 2가량 해당하는 3·4등급 시스템 복구는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어 전체 복구율도 큰 상승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그나마 ‘정부24’와 무인민원발급기 등 민원서비스가 일부 정상화되며 큰 혼란 상황은 벌어지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화재가 발생한 국정자원 5층 7-1 전산실 안에 있던 시스템 96개가 전소돼 재가동할 수 없는 만큼 대구센터의 민관협력 클라우드를 활용해 서비스 정상화를 추진한다. 이들 시스템이 정상화되기까지는 4주 가량 걸릴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 김민재 중대본 제1차장(행안부 차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일부 시스템의 경우 다수 기관과 정보 연계 등으로 예상된 시간보다 조금 더 걸릴 수 있다는 점도 말씀드린다”며 “장애를 신속히 복구하고, 상황이 안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박형남기자

2025-10-01

‘탕’ ‘찜’으로도 먹어봐요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가 아니고,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도 아니다. 하지만, 개복치를 한 번 맛본 사람들은 거듭해서 찾게 된다. 여타의 생선들이 구이, 조림, 찜, 어탕 등으로 만들어지듯 개복치 역시 그렇다.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개복치 묵’을 만들기 위해선 먼저 커다란 냄비가 필요하다. 여기에 물을 붓고 껍질을 벗긴 개복치를 삶아낸 후 차가운 물에 넣어 식힌다. 그러면 도토리묵이나 창포묵처럼 부들부들하고 쫄깃한 식감으로 굳어진다. 거의 무미(無味)에 가까운 개복치 묵엔 새콤달콤한 초장을 찍어 먹는 게 어울린다. 낯설고 독특한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사람이라면 개복치의 머리나 뼈를 찜으로 만들어 먹는 걸 권한다. 의외로 연하고 부드러운 식감에 매료될 것이 분명하다. 지역에 따라선 드물게 ‘개복치 맑은탕’을 판매하는 식당도 있다. 복어 맑은탕이나 아귀 맑은탕을 만들 때와 마찬가지로 파와 마늘, 멸치와 후추, 다시마 등으로 국물을 내고, 여기에 개복치를 넣어 끓여낸다. 무, 콩나물, 미나리를 넣어 깔끔한 맛을 더한다면 전날 과음한 모주꾼의 속풀이에도 그저 그만이다. 개복치 껍질은 질기다. 그러나, 그 질긴 식감을 좋아하는 이들도 없지 않다. ‘개복치 껍질무침’은 그래서 만들어진 또 하나의 개복치 요리다. 양념장과 여러 채소를 더해 무쳐 먹으면 좋다. 때로는 ‘개복치 회’를 찾는 미식가들이 있는데, 이건 단단한 개복치의 살을 오징어 숙회처럼 익혀서 먹는 게 일반적이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5-09-30

이게 ‘물고기 내장’을 구운 거라고?

아래 기사는 본지 홍성식 기자가 한국기자협회 인터넷 홈페이지에 연재하고 있는 ‘역사와 스토리가 있는 영남 음식’을 일부 수정·보완한 것이다…/편집자 주 지나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물어댔으면 저런 궁여지책을 찾아냈을까? ‘이 물고기의 이름은 개복치입니다’. 경상북도 포항 죽도시장을 걷다보면 만나게 되는 붉은 글씨의 푯말이다. 1톤 트럭에 겨우 1~2마리만을 실을 수 있는 거대한 회색빛 물고기가 모로 누운 것도 장관이지만, 막부시대 사무라이가 사용한 일본도보다 더 큰 칼로 개복치를 해체하는 모습은 어디서도 쉽게 보기 힘든 흥미로운 구경거리다. 장터를 찾은 관광객들이 궁금해 하고, 신기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 한국·일본·대만 등지서만 식용 가능 껍질 삶아 굳혀 만든 ‘묵’ 형태가 일반적 대창구이·수육으로도 색다르게 즐겨 원조 포항에서도 귀한 음식으로 대접 자, 그럼 개복치는 어떤 물고기일까? 기자는 생물학자가 아니기에 백과사전의 설명을 짤막하게 요약한다. 다음과 같다. ‘학명은 몰라몰라(Mola mola). 길이는 2~4m, 무게가 평균 1톤에 이르는 물고기다. 최대 2000kg까지 나가는 경우도 있다. 몸은 타원형으로 옆으로 납작하다. 눈, 입, 아가미구멍이 작다. 움직임이 거의 없으며, 피부는 두껍고 무두질한 가죽 형태다. 온대성 어류로 바다 중층에서 활동하지만, 맑고 파도가 없는 날엔 수면 위로 등지느러미를 보이며 헤엄치기도 한다. 무리를 짓지 않는 것도 특성이다. 주된 먹이는 해파리 따위. 몸길이가 60cm 이상이 되면 수컷은 주둥이가 튀어나오고, 암컷은 수직형이 된다. 수명은 약 20년. 살은 희고 연하며 맛은 담백하다’. 우선 ‘몰라몰라’란 학명이 재밌다. 라틴어로는 맷돌을 의미한단다. 매일매일 “저 물고기 이름이 뭐예요?” “우와 크다. 저건 무슨 생선인가요?”라고 묻는 구경꾼들에게 시달리는 개복치 해체 전문가가 들려주고 싶은 대답도 실상은 “몰라몰라~ 나도 몰라~”가 아닐지. 같은 말을 하루에 10번, 100번 반복한다는 건 고역이 분명하니까. 지구 위에서 개복치를 먹는 나라는 한국, 일본, 대만 정도가 거의 전부다. 유럽은 아예 ‘식용금지’ 딱지를 붙였다. 먹기 위해 사고파는 건 불법이라고 한다. 개복치는 여러 가지 요리로 만들어질 수 있는 식재료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껍질을 삶아 흐물흐물해진 걸 굳혀 만든 ‘묵’ 형태의 개복치 요리만을 먹어봤을 터. 그걸 맛본 이들 중 열에 아홉은 입을 모아 말한다. “도토리묵처럼 씁쓸하지만 깊은 맛이 나는 것도 아니고, 메밀묵처럼 혀에 감기는 감칠맛도 없네. 쇠 젓가락으로 잘 잡히지도 않는, 아무 맛도 안 나는 이걸 왜 먹지?” 기자 역시 그랬다. 1990년대 후반 청년시절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개복치 묵’을 처음 먹었을 땐 “이게 뭐지? 보드카도 아닌 게 무향무취군.” 이런 혼잣말을 한 후 초장을 듬뿍 묻혀 소주와 함께 어거지로 삼켰던 기억이 있다. 맛이 없었다는 이야기. 그런데, 반전이 찾아왔다. 2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뒤에야. 2015년 서울에서 포항으로 집을 옮겼다. 포항은 다양한 형태로 개복치를 조리하는 도시다. ‘개복치 묵’은 상갓집과 결혼 피로연장에 곧잘 등장하는 인기 메뉴. 자꾸 먹다보니 밋밋한 그것이 혀끝으로 미세하게 전달하는 ‘독특한 맛’을 시나브로 알게 됐다. 그리고 하나 더. 우거(寓居) 지척에 늙은 어머니와 50대 아들이 운영하는 식당이 하나 있다. 거기선 ‘개복치 대창구이’와 ‘개복치 수육’을 판다. 개복치를 상식(常食)하다시피 하는 포항에서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 음식점이다. 기자는 음식 먹는 것에 터부가 거의 없다. 그래서다. 소, 돼지, 양, 닭은 물론 개의 내장도 먹어봤다. 그럼에도 ‘개복치 내장’의 식감과 향은 필설로는 형용하기 힘든 ‘특별함’이 담겨있다. 요즘 애들이 하는 말로 “안 먹어봤으면 말을 하지마세요”다. 그게 살인지, 껍질 아래 피하지방인지, 내장의 일부인지는 알 수 없으나 ‘개복치 수육’ 또한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려운 ‘신묘한’ 맛이다. 이렇게 쓰고 나면 “그걸 파는 식당이 어디죠?”라고 묻는 이들이 없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쉬운 대로 사진은 보여줄 수 있으나 포항 개복치 요리점 옥호를 알려주진 않겠다. 왜냐? 앞으로도 혼자만 다니고 싶으니까. 북적거리는 식당 앞에서 줄을 서기엔 너무 나이를 먹었으니. 아, 궁여지책으로 이렇게 답하면 되겠다. “몰라~몰라.” 앞서도 말했지만, 몰라몰라는 개복치의 학명이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5-09-30

당정 ‘형법상 배임죄 폐지안’ 추진

불어민주당과 정부는 30일 형법상 배임죄를 폐지하고 민사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배임죄 폐지는 ‘이재명 구하기’ 꼼수”라고 지적했다. 당정은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제형벌 민사책임 합리화 TF회의에서 배임죄가 기업 경영 판단을 어렵게 하고, 요건이 추상적이며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지적을 반영해 형법에서 해당 조항을 삭제하기로 했다. 대신 민사상 손해배상 제도를 강화해 피해자 구제를 실질화할 방침이며 징벌적 배상제 도입, 증거개시 제도 확대, 집단소송제 적용 범위 확대 등을 논의 중이다. 증거개시 제도는 소송 당사자가 보유한 자료를 법원에 강제 제출하도록 해 피해자의 입증 부담을 줄이는 제도다. 집단소송제는 다수 피해자가 발생한 사건에서 일부 승소 판결이 다른 피해자에게도 효력을 미치도록 하는 제도로, 현재는 증권 분야에만 한정돼 있다. 국민의힘은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배임죄로 기소돼서 재판이 중단된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극구 형법상 배임죄를 폐지하겠다는 것은 ‘이재명 구하기’를 위한 꼼수”라고 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현재 대장동(사건)으로 재판받는 이 대통령에 대해 면소 판결을 받게 해주려는 조치로밖에 볼 수 없다”며 “선의에 의해 신중히 기업의 이익을 위해 판단했다면 지금도 배임죄는 처벌하지 않는다.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배임죄를 건드리려 하는데 결국은 이재명 구하기 목적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법상 배임죄에 대해선 “상법상 특별배임죄 폐지도 기업에 손해를 끼친 불법 행위를 한 기업가를 면책해주는 법이지 (민주당이 말하는 것처럼)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위해 폐지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면서 “배임죄를 폐지하면 회사를 경영하는 기업가와 오너(사주)들이 방만한 결정을 할 가능성이 있다. 기업가의 도덕적 해이로 기업과 근로자, 소액 투자자들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주장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09-30

與 법사위, 대법원 상대 현장 국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30일 전체회의에서 오는 13일과 15일 대법원을 상대로 국정감사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루짜리 국감 일정을 이틀로 늘리고 이 가운데 15일엔 대법원을 직접 찾아 현장검증을 실시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대법원을 압박하는 듯한 국감 계획에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이 재개되면 대통령 자리에서 쫓겨날까 봐 대법원을 흔드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며 반대했지만, 민주당과 친여 성향 야당 의원들이 ‘2025년도 국정감사계획서 변경의 건’에 전원 찬성해 가결됐다. 지난달 24일 법사위는 79개 기관을 대상으로 13∼31일 국정감사를 진행하는 계획서를 채택한 바 있다. 당시 대법원에 대한 감사는 10월 13일 하루 국회에서 열기로 정해졌다. 민주당은 이날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를 하겠다고 했으나 조 대법원장을 비롯한 주요 증인들이 줄줄이 불출석한다고 밝히자 국정감사와 현장 검증을 하겠다고 바꾼 것이다. 앞서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이 한덕수 전 총리 등과 이른바 ‘4인 회동’을 했다며 이를 확인하기 위해 이날 긴급 청문회를 열겠다고 했었다. 민주당이 합의 없이 국감 일정과 장소를 바꾸자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은 “갑자기 대법원에 가서 국정감사를 하는 일정이 추가됐다. 지난번 국감계획서 의결 시에는 모두 국회에서 하고 현장에 가지 않는 이유까지 상세히 설명했었다”고 따지면서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국감을 하루 더 하고, 현장에 가겠다는 것은 국감을 대법원 압박 수단으로 사용한 것 아니냐”고 질책했다. 반면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조희대 일정을 (대법원 측에) 요구했더니 5월 1일 파기환송 한 것도 일정에 안 넣어서 (보내) 왔다. 이런 가짜 일정을 보냈다는 것에 대해 현장에 나가서 철저하게 감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09-30

범여권 ‘김정재 때리기’ 징계안 제출… 공세 확대

국민의힘 김정재(포항북) 의원이 최근 ‘호남 산불 망언’과 공천 관련 통화 녹취록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가운데 범여권이 김 의원에 대한 징계안 제출과 함께 의혹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며 공세를 확대하고 있다. 조국혁신당 신장식 원내수석부대표는 30일 국회 본관 의안과를 찾아 ‘국회법 25조 품위유지의 의무·제146조 모욕 등 발언의 금지 조항’을 위반했다며 김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제출했다. 신 원내수석부대표는 징계안에서 “김 의원은 지난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경북·경남·울산 초대형 산불 피해 구제 및 지원 특별법안’에 대한 표결 절차를 진행하는 도중 ‘호남에선 불 안 나나’라는 중대한 망언을 했다”고 밝히면서 “국가적 재난을 정쟁의 도구로 삼아 사회 통합에 어긋나는 지역 비하 발언을 함으로써 산불 피해로 고통받는 지역 주민과 언급된 해당 지역 주민 모두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고 말했다. 신 원내수석부대표는 “김 의원은 지난해 12월 27일 본회의에서 ‘국무총리(한덕수) 탄핵소추안’에 대한 표결 절차를 진행하는 도중 신장식 의원을 향해 ‘신장식, 재수 없는 새끼’라는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며 “동료 위원에 대한 모욕적 발언을 하고도 자신의 언동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라고도 했다. 앞서 김 의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발언 당사자임을 인정하며 “산불은 영호남을 가리지 않고 날 수 있기에 찬성표를 던져달라는 의미였다”고 해명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연이어 김 의원을 향한 공세를 이어갔다. 이날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김 의원이 ‘호남 산불 망언’에 이어 ‘돈으로 국회의원직을 사려 했다는 공천 매수’ 의혹의 중심에 섰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김 의원의 공천 야합 및 청탁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이는 국민의 신뢰를 배신하고 정당민주주의를 뿌리부터 뒤흔드는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위”라고 규정하면서, 김 의원을 향해 “망언에 대해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제기된 모든 의혹에 대해 즉각 수사에 응하라"고 촉구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09-30

한·일 공통 사회문제 해결방안 함께 모색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30일 부산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이 공통으로 겪는 고질적 사회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함께 모색하기로 했다. 양 정상은 회담을 마친 뒤 ‘한일 공통 사회문제 대응과 관련된 당국 간 협의체 운용 방안’이라는 공동발표문에 저출산·고령화, 국토균형성장, 농업, 방재, 자살대책을 포함한 한일 공통 사회문제를 함께 논의하고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기 위해 각 분야에 관한 한일 당국 간 협의를 지속해 실시하기로 했다. 구체적 협의는 사안별로 양국 정부의 관계부처가 주도하며 각자의 정책 경험과 성공 사례 등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얻은 시사점을 각자의 정책목표에 기여하도록 할 계획이다. 두 정상은 “한일 양 정부는 양국 외교당국 간 양자 협의 기회를 활용해 협의체 전반을 총괄하기 위한 협의를 정기적으로 진행한다”며 “당국 간 협의체를 통해 각 분야에서 양국 관계자 간 의사소통 기회를 확대하고 한일 간 공통 사회문제에 관한 다층적인 연계와 협력 강화를 위해 대응한다”고 했다. 양 정상은 이 대통령 취임 후 세 차례 정상회담을 여는 등 양국 간 셔틀외교가 복원·정착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은 회담 모두 발언에서 “오늘 정상회담은 한국과 일본만 할 수 있는, 그야말로 셔틀 외교의 진수”라며 “제구 취임 100일 만에 무려 이시바 총리를 세 번씩이나 뵈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서울에서 전용 기차를 타고 (부산에) 내려왔는데, 아마도 총리님이 일본에서 부산으로 날아온 게 거의 시간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짧을 것”이라며 “물리적으로 가까운 거리만큼 정서적으로, 경제적으로, 사회문화적으로, 안보상으로 정말 가까워지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셔틀 외교를 정착시켜 정말 시도 때도 없이 함께 오가며 공동 발전을 기약하면 좋겠다”고 했다. 이시바 총리는 “여기(부산)는 맑은 날에 쓰시마가 보일 정도로 가까운 곳”이라며 “비행기를 타고 2시간밖에 안 걸리고 아마도 제 고향에선 1시간밖에 안 걸릴 것”이라고 했다. 이시바 총리는 “양국이 엄중한 환경 속에서 공동의 이익을 찾아내 협력을 추진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나”며 “당일치기도 할 수 있는, 이렇게 가까운 위치에 있기에 한국과 일본이 다른 어떤 나라보다 긴밀히 공조하고 왕래하고 교류하면서 매번 만날 때마다 셔틀 외교의 성과를 낼 수 있게 앞으로 노력해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시바 총리는 10월 4일 일본 집권 자민당의 새 총재가 선출되고, 국회에서 신임 총리가 결정되면 물러난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09-30

한미·한중·미중 ‘경주 정상회담’ 성사될까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10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경주에서 열리는 가운데 한미·한중·미중 정상회담이 경주에서 개최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30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한미는 APEC 정상회의 때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양자 회담을 경주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서울에 체류하지 않고 경주에서 머물 것으로 보여 한중 장상회담과 미중 정상회담 역시 경주에서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중국 측은 서울신라호텔에 APEC 정상회의 기간 대관을 문의했지만, 지난주 관련 일정을 취소하겠다고 호텔 측에 연락해 시 주석은 경주에만 체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정상의 국빈 방문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정부는 “이번 APEC 계기에 국빈 형식 방한을 최대 2건까지 소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외교 당국은 행사를 다소 약식으로 소화하더라도 경주에서 국빈 방문을 진행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이 아직 구체화하지 않은 것은 변수다. 상황에 따라서 한미·미중 정상회담 장소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미국 측은 경주 외에 서울에도 숙소를 구해 놓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미중 정상회담이 개최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시 주석 방한 일정에 대해 “중국 측과 협의 중”이라며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지만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는 지금 단계에서 정말 정해진 바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미중 정상회담 일정과 장소가 정해진 뒤 한미·한중 정상회담도 관련 사항이 확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APEC 정상회의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며 “돌다리도 두드려보는 자세로 철저하게 준비, 또 대비해달라”고 주문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09-30

수도권 일극체제 벗고 ‘5극 3특’으로 균형발전

현 수도권 일극체제가 5극(수도권, 충청권, 대구·경북권, 호남권, 동남권(부·울·경)·3특(강원·전북·제주 특별자치도) 체제로 바뀐다. 권역별 성장 거점을 육성하고 자치 권한을 강화해 지방 소멸을 막고 국가 균형 발전을 이루는 게 목적이다. 우선 대구 등 4개 권역의 지역특화산업을 인공지능(AI)과 연계해 AX(인공지능 대전환) 연구·실증 거점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는 30일 세종 지방시대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정부 출범 후 첫 본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5극 3특 국가균형발전성장 추진전략 설계도’를 의결했다. 국가 균형 성장 설계도는 △경제권(성장과 집중) △생활권(연결과 확산) △행정·재정 기반 구축 등 3대 분야 11개 전략과제, 144개 세부과제로 구성됐다. 정부는 국가산업전략과 지역여건을 고려해 권역별 메가시티를 조성,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계획이다. 대구 등 지역의 기존 주력산업을 인공지능(AI)과 연계해 권역별 메가시티로 조성하고, 시범 국가산업단지에 AX(AI 전환) 스마트제조플랫폼을 구축한다. AI 인력 양성을 위한 AI 특화 계약학과를 신설하고 5극3특별 연구인력 혁신센터를 확대할 계획이다. 수도권에 쏠린 의료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권역별 공공의료체계를 구축한다. 지역의대와 지방의료원을 신설해 기반을 조성하고 지역의사제·공공의료사관학교를 도입해 인재를 길러내기로 했다. 농어촌 등 의료 취약지에 대해선 비대면 진료와 원격협진체계를 추진한다. 5극3특 권역별 전략산업과 연계한 지역 거점대학 체계를 구축해, 지역산업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는 한편 지역 투자도 늘린다. 정부가 주도하는 국민성장펀드(5년간 150조원)와 벤처투자시장(연간 40조원)의 비수도권 투자비중을 40% 수준까지 상향하기로 했다. 투자 대상은 AI 등 미래전략산업과 에너지인프라, 관련 기술·벤처기업 등이 될 전망이다.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은 “지방시대위는 5극3특 국가균형성장정책 실행을 위한 컨트롤타워로 각 부처의 칸막이, 시·도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과제 이행 지원을 위해 지역성장과제 중 우선 추진이 필요한 사업을 먼저 선정하고 관계부처·재정당국과의 협의를 통해 예산 반영을 적극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09-30

국학진흥원, 몽골도서관 직원 초청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정종섭)은 지난달 22일부터 26일까지 몽골국립도서관(관장 이친호라로 바얄쿠) 직원 10명을 초청해 기록유산 보존 및 관리 역량 강화를 위한 직무연수를 진행했다. 경북 안동시 도산면에 소재한 이 기관은 국내 최대 국학자료 소장기관이다. 이번 연수는 지난 5월 양 기관이 몽골 현지에서 체결한 업무협약에 따른 후속 조치로, 기록유산의 공동 발굴·보존·활용을 목표로 추진됐다. 양 기관의 협약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및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록유산 등 총 67만여 점의 기록유산을 보유한 한국국학진흥원과 몽골국립도서관이 상호 경험을 공유해 글로벌 보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이번 연수에는 몽골국립도서관장을 비롯한 기록 수집·등록·디지털화 담당자들이 참여해 한국의 선진적 보존 기술을 학습했다. 연수 프로그램은 △한국국학진흥원 수장시설 참관 △전통 문화유산 현장 답사 △양국 실무자 간 집담회 등으로 구성됐다. 참가자들은 수장고 내 RFID(무선주파수인식) 시스템과 첨단 방재 설비 등 현대적 관리 기술에 큰 관심을 보였으며, 유교문화박물관과 ‘보이는 수장고’ 운영 방식을 통해 유물 접근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한 사례에 주목했다. 또한 도산서원, 하회마을, 광산김씨 ‘군자마을’ 등을 방문해 조선 시대 교육 및 생활 문화의 흔적을 체험했다. 특히 군자마을에서는 가장 오래된 음식 조리서인 ‘수운잡방’의 저자 김유와 그 후손 김령의 유적을 탐방한 뒤, 인근 체험관에서 해당 조리서에 기록된 전통 음식을 직접 맛보는 시간을 가졌다. ‘수운잡방’은 현재 유네스코 아·태지역 기록유산 국내 후보로 확정된 상태로, 양 기관의 협력 사업이 국제적 가치를 인정받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실무자 집담회에서는 기록유산의 디지털화 방안이 핵심 주제로 다뤄졌다. 몽골 측 참석자들은 한국국학진흥원의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 사례를 경청하며 자국 소장 자료의 전산화 방향성을 모색했다. 이친호라로 바얄쿠 몽골국립도서관장은 “이번 연수가 우리 도서관의 기록유산 보존 및 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데 큰 자극과 도움이 되었다"며 “특히 장판각을 보니 우리도 불교 관련 목판 전용 수장시설을 세워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또한 "앞으로 한국국학진흥원의 협력과 지원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국학진흥원 박경환 수석연구위원은 “국내외 기록유산 관리 기관과의 네트워크 확장을 통해 한국의 보존 역량을 세계에 알릴 것”이라며 “몽골과의 협력이 첫 단추를 꿰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30

문무학 대구 대표 원로 시조시인 열한 번째 시조집 ‘세종의 처방전’ 출간

대구 지역을 대표하는 원로 시조시인 문무학이 열한 번째 시조집 ‘세종의 처방전’(책만드는집 펴냄)을 발간했다. 이번 시조집은 2009년 첫 시집 ‘낱말’을 시작으로 한글의 구조적 아름다움을 탐구해온 ‘한글 연작’의 연장선에 놓인다. 특히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정신을 계승해 한글 자모의 초성·중성·종성 68개 소리를 시적 화두로 삼아, 현대어가 직면한 언어적 혼란과 소통의 문제를 날카롭게 성찰한다. 수록작 ‘세종의 처방전 -첫소리 ㄲ’에서는 “깔끔 깨끗/ 한글에 쌍기역 많은 것은/ 기역 한 번 써서는 모자라기 때문”이라며 축약과 생략이 만연한 세태를 은유적으로 비판하고, ‘-가운뎃소리 ㅏ’에서는 “아/는 여는 소리/ 닫힌 것들 열어준다/ 아침이 하루 열고/ 아지랑이 봄을 열 듯/ 사람의 아름다움은/ 고운 말로 열린다”고 노래하며, 모음 ‘ㅏ’의 개방성과 소통의 역할을 강조한다. 또한 ‘-끝소리 ㄶ’에서는 “겹받침 ㄶ은/ 끊을 것 뚝 끊어내고/ 많아야 할 것은/ 떠받쳐 많게 하니”라며 받침의 기능적 역할을 시적 사유로 확장한다. 전 작품은 단수로 종결되며, 부록으로 ‘처방 외전 12첩’을 수록해 시적 배경이 된 이론적 근거와 시인의 약력을 덧붙였다. 문학평론가 박진임은 “문무학의 시조는 옥타비오 파스가 경고한 언어 훼손의 문제를 치유하려는 문학적 처방전이자, 전통과 현대를 잇는 가교로서의 시조가 지닌 사명을 오롯이 구현한 작품”이라 평하며 “대들보 같은 전통을 견고히 지키면서도 회벽을 새로이 칠하는 목수의 마음으로 현대 시조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30

진종오 “민주당 소속 서울시의원 내년 지선에 종교단체 활용 시도”

국민의힘 진종오 의원은 30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울시의원이 특정 종교단체를 활용해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진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의원실 직원이 ‘종교 신도 3000명 명단을 확보하고, 그들을 권리당원으로 만들기 위해 6개월 동안 당비를 대납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다. 해당 녹취록에는 “당원 가입하는 것은 문제가 아닌데 나중에 돈이 문제가 되지 않나”, “그것은 개인적으로 나가는 거니까 전혀 문제 될 게 없다”, “근데 돈이 1800만 원이에요. 1000원씩만 하면”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진 의원은 “1800만 원이라는 당비를 직원 개인이 대납할 수 있나? 그 돈의 출처가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 의원은 또 해당 녹취에 내년 지방선거 경선을 거론하며 ‘김민석으로 가시죠’ 하는 내용이 나온다며 김 총리가 연루됐다면 당장 조사받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다만, 녹취에 등장하는 ‘신도 3000명’에 대해서는 “영향력 있는 종교단체”라고만 밝혔고, 당비 대납이 실제로 벌어졌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진 의원은 “민주당은 그동안 국민의힘을 향해 특정 종교 개입을 맹비난해왔다. 국민의힘이 종교단체 신도를 활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심각한 민주주의의 훼손이고 국민의힘을 위헌정당이라고 했다”며 “민주당은 이번 녹취가 사실이라면 특검이든 그 무엇이 되었든 당당히 조사받으라. 김 총리가 이와 연루돼 있다면 당장 사퇴하시고 조사에 임하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해당 의혹에 대해 윤리감찰단 조사를 즉각 지시했다. 민주당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정 대표가 당 윤리감찰단과 서울시당에 철저한 조사를 하고 위법 사항이 있을 경우 징계 조치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09-30

도쿄 한복판에서 맞이한 8.15

8.15 광복절은 뜻 깊은 날입니다. 특히 광복 80주년과 한일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이하는 2025년은 더욱 특별할 수밖에 없는데요. 그런 2025년의 광복절을 저는 도쿄 한복판에서 맞이했습니다. 8월 15일만 되면 늘 동아시아를 뜨겁게 달구는 야스쿠니 신사에 가보기로 했는데요. 야스쿠니 신사는 천황을 위해 목숨을 바친 자들을 합사(合祀)해 기리는 곳입니다. 매년 8월 15일이면, 야스쿠니 신사에서는 전몰자들의 영령을 추모하는 의식이 진행되고, 여러 단체들의 집회나 행사가 펼쳐지는데요. 야스쿠니 신사는 A급 전범 합사 문제, 일본 총리 및 고위 정치인들의 참배 문제, 전쟁 박물관 ‘유슈칸’의 역사 인식 문제, 2만 명이 넘는 조선인 희생자들의 합사 문제 등으로 동아시아 역사 갈등의 상징과도 같은 공간입니다. 게이오선을 타고 시부야역에 간 저는 수많은 인파로 유명한 스크램블 횡단보도 옆에 자리한 신문 가판대에서 일본의 5대 일간지를 모두 샀습니다. 종전 80주년과 한일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이하는 일본의 여론을 알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요미우리신문’은 ‘80년 기억 계승의 무게’라는 제목으로, 8월 15일 일본에서 열리는 여러 행사를 건조한 목소리로 전달하고 있었습니다. ‘아사히 신문’은 ‘80년 마음에 새기는 부전(不戰, 전쟁을 하지 않음)’이라는 제목으로 8월 15일의 행사를 알리면서도, 8월 15일을 “사망자를 추모하고 부전(不戰)에 대한 맹세를 새롭게 하는 날”이라고 규정했습니다. ‘마이니치 신문’은 ‘미래에 전하는 종전 80년’이라는 제목 아래 자국 이기주의가 심해지는 세계정세와 기억의 계승이 어려워지고 있는 일본의 현실을 우려하면서도, 전쟁의 기억을 미래에 계속 전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는 만주국 신경에서 패전을 맞이한 일본인의 비극을 그린 기야마 케이헤이(木山捷平)의 소설 ’대륙의 오솔길(大陸の細道)‘만을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산케이신문‘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는데요 논설위원장 사카키바라 사토시(榊原智)가 쓴 사설은 한국인인 제가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들로 가득했습니다. ‘일본단죄로부터 결별하고 싶다. 야스쿠니신사 참배로 위령(慰靈)과 표창(表彰)을’이라는 중간제목이 달린 이 사설에는 “전례 없는 대전을 이어간, 전사자를 위로하고 표창하고 싶다. 그것이 후손으로서의 임무”라는 말도 있었고, 아베 신조 이후 중단된 총리나 각료의 야스쿠니 참배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구단시타역 1번 출구로 나섰을 때는 10시 30분이었는데요. 수많은 사람들로 길을 걷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나중에 숙소에 돌아와 거기서 받은 유이물을 살펴보니 종교단체 홍보물, 중국내 위구르족의 참상을 알리는 유인물, 법륜공(法輪功) 선전물, 중국 공산당 비판 유인물, 일본 국기와 국가의 유래와 의미를 알리는 유인물, 현행 헌법의 무효화와 ‘대일본제국 헌법의 복원·개정’을 주장하는 유인물 등이었습니다. 인파 속을 헤치며 야스쿠니 신사로 들어갔습니다. 간혹 헌법개정을 반대하는 푯말이나 가슴에 ‘No Hate, No War’라고 쓰인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도 보였지만, 군복을 입거나 욱일승천기를 든 사람들이 훨씬 많이 보였습니다. 야스쿠니 신사는 크게 제1 도리이, 동상, 제 2도리이, 신문, 배전, 본전, 그리고 산문 오른쪽의 유슈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검은색 제1 도리이는 높이가 약 46m로 신사의 첫인상을 위압적으로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높이 3.3m의 동상은 일본 최초의 서양식 동상으로서, 야스쿠니 신사의 전신이었던 초혼사를 처음 발의한 인물이자 ‘일본 육군의 아버지’라 불리는 오무라 마수지로를 조각한 것입니다. 1934년 대만에서 가져온 회나무로 만든 산문과 이어지는 배전을 지나자, 약 246만 명이 합사된 본전이 나타났습니다. 복잡한 마음을 안고 길 건너편 쇼와관으로 향했습니다. 쇼와관은 일본의 근현대사를 조명하는 역사박물관으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인들의 생활에 초점을 맞춘 전시로 유명합니다. 이 날 쇼와관에서는 ‘사회를 비추다 움직이다–포스터에 나타난 국책선전의 모습’ 특별기획전이 열리고 있었는데요, 이 기획전의 전시물은 2차 대전 당시의 포스터로 전쟁을 독려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쇼와관을 나와 도쿄국립근대미술관에 갔습니다. 이곳에서는 ‘쇼와 100년’과 ‘종전 80주년’을 맞이하여, ‘기록을 열다 기억을 쌓다’ 특별 전시가 열렸습니다. 이번 전시는 193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의 일본 근대미술을 통해 전쟁 기록과 기억의 관계를 되짚어 보는 기획이었습니다. 전쟁 기록화를 포함한 미술관 소장품과 외부 기관에서 대여한 작품 등 총 280점의 회화, 포스터, 잡지, 영상 등을 전시했는데요. 미술이 시대를 기록하는 도구로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리고 그 기록이 어떻게 후대의 기억으로 재구성되는지를 탐구하고 있었습니다. 어둠이 내린 길을 걸어 숙소로 돌아가는 제 머리는 80년 전 끝난 전쟁의 기억으로 가득했는데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전쟁이란 결코 과거 완료형이 아니라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계속 되는 현재 진행형이었습니다. 어쩌면 인간 세상의 디폴트(기본값)는 평화가 아니라 전쟁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는데요. 인류가 ‘나(우리)’만을 존귀하고 위대하며 소중하다고 여기는 한, 전장에서의 허무한 죽음마저도 미화하여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한, 전쟁은 결코 멈추지도 사라지지도 않으리라는 슬픈 예감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하루였습니다. /이경재(숭실대 교수)

2025-09-30

물레방아

호수공원을 거닐다 보면 잔잔한 물 위에 유유히 떠 있는 연꽃들 사이로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물레방아가 눈에 들어온다. 철썩이며 물을 퍼 올리는 소리도 없고, 강가처럼 세찬 물살도 없지만 호수공원의 물레방아는 고요한 물결 속에서 천천히, 그러나 쉼 없이 돌아가고 있다. 나들이 나온 사람들은 그저 하나의 풍경으로 지나치지만 그 안에는 묵묵히, 자기 일을 감당해내는 단단한 내공이 깃들어 있다. 물레방아는 한낱 장식물처럼 보일지 몰라도 여전히 그 본래의 쓰임을 잊지 않는다. 물이 주는 힘을 받아 톱니바퀴가 맞물리며 돌아가는 순간, 나는 시간의 무게를 느낀다. 곡식을 빻아내던 지난날의 소임은 사라졌어도 그 반복의 움직임은 여전히 우리 삶과 겹쳐진다. 나의 하루 또한 다르지 않다. 같은 일, 같은 동작, 같은 장소, 같은 일과가 이어지지만 그 속에서 삶이 빚어지고 세월이 완성된다. 물레방아의 바퀴가 돌고 도는 동안 계절도 바뀌고 사람들의 얼굴도 변해간다. 한 번 돌 때마다 똑같아 보이지만 물은 언제나 새 물이고 풍경은 조금씩 달라져 있다. 나의 하루도 같은 자리를 지키는 듯해도 매일의 햇살과 바람이 다르고 그 안에서 우리는 조금씩 늙고 조금씩 익어간다. 반복은 단순한 되풀이가 아니라 하루하루를 채워내는 원의 결이다. 물레방아는 자신의 자리에서 이탈하지 않고 그 사실을 조용히 들려준다. 반복의 무늬가 모여 삶의 무게를 지탱한다는 사실을 물레방아는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물레방아는 호수의 물결을 거스르지 않는다. 다만 흘러오는 물을 받아내어 제 몸을 돌리고 그 힘으로 자신의 역할을 다할 뿐이다. 불평하지 않고 억지로 앞서려 하지 않는다. 어쩌면 그것이 물레방아의 가장 큰 지혜일지 모른다. 우리 삶 또한 그러하다. 바꿀 수 없는 환경을 원망하기보다 그 안에서 자기 길을 걸어갈 때 삶은 비로소 단단해진다. 가을이 성큼 다가온 길목에서 물레방아를 바라보고 있자니 세상의 성급한 발걸음과는 달리 한결같은 그 움직임이 내 마음을 붙들어 놓는다. 성취와 잘하고 싶은 욕심만을 좇느라 쉼 없이 달리던 나의 질주가 잠시 멈춰 서고, 호수 위를 스치는 바람처럼 고요한 평온이 찾아온다. 삶은 반드시 직선으로 뻗어야만 빛나는 것이 아니다. 돌고 도는 원 안에서 고요히 제 몫을 감당하는 것 또한 존귀한 삶의 얼굴임을 가르쳐준다. 호수공원의 물레방아는 혼자가 아니다. 햇빛이 닿아야 반짝이고 물이 흘러야 움직이며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어울려야 하나의 풍경이 된다. 초록빛 연잎들이 바람에 일렁이며 물결을 만들고 그 사이사이 연꽃들이 고운 무늬를 더했다. 연못의 심장처럼 연밭과 어울려 반짝이며 톱니바퀴는 연밭과 어울려 하나의 풍경을 완성했다. 지나가는 바람과 새소리마저 그 풍경의 일부가 되었다. 결코 혼자 존재하지 않았다. 우리는 흔히 스스로 고립되었다고 느끼지만 사실은 수많은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가족과 친구, 스쳐 지나가는 이웃의 따뜻한 인사 하나까지도 우리의 하루를 지탱해준다. 물레방아가 연밭과 햇빛, 바람, 웃음소리에 기대어 서 있듯 우리의 존재도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간다. 그렇기에 자연도 삶도 풍경이 되고 의미가 되어 아름다움을 완성한다. 하루가 여백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나는 불평을 조금 줄여 보리라 다독여 본다. 세상은 늘 돌고 도는 물살 같아도 그 물살을 받아내는 물레방아처럼 묵묵히 나아가고 싶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구멍 난 삶의 일부가 채워지고 단단히 이어지기를 소망한다. 물레방아 앞에 서서 셔터를 누르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운동을 나오신 어르신들도 소풍을 나온 아이들도 주위를 돌며 포즈를 잡고 있다. 사람들의 발걸음과 이야기 소리가 어우러져 풍경은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우리도 각자의 자리에서 제 몫을 다할 때 사람과 자연은 저절로 모여들고 의미도, 아름다움도 찾아온다는 둥글둥글한 삶의 법칙을 문득 깨닫는다. /김경아 작가

2025-09-30

호명읍 출신 ㈜경한코리아 이상연 회장, 추석 맞아 고향에 따뜻한 나눔 실천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을 맞아 고향을 향한 깊은 애정과 이웃 사랑을 몸소 실천하는 귀감이 되어주는 인물이 있어 지역사회에 훈훈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호명읍 출신으로 ㈜경한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이상연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30일 이상연 회장은 호명읍행정복지센터를 통해 총 2100만 원 상당의 쌀, 라면, 초코파이 등 다양한 생필품을 기탁했다. 이 물품들은 관내 경로당과 예천군가족센터를 통해 어려운 이웃과 소외계층에게 전달될 예정으로 이번 추석이 더욱 따뜻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기탁은 단순한 물질적 지원을 넘어 고향 주민들에 대한 변함없는 관심과 사랑이 담긴 진심 어린 나눔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상연 회장은 매년 명절마다 고향을 잊지 않고 꾸준히 기부를 이어오고 있으며,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나눔 활동을 통해 진정한 ‘고향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이 회장은 평소에도 불우이웃돕기, 장학금 지원, 사회복지시설 후원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지역 발전에 이바지해왔다. 특히, 청소년들에게는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장학금 지원으로 미래 인재 육성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상연 회장은 “추석을 맞아 조금이라도 어려운 분들이 따뜻한 마음으로 명절을 보내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준비했다”며, “앞으로도 고향 예천이 더 따뜻하고 살기 좋은 지역이 되도록 작은 힘이나마 계속 보태겠다”고 전했다. 예천군가족센터 관계자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에게 이번 기부는 단순한 물품을 넘어 큰 위로와 용기가 된다”며 “이상연 회장님의 꾸준한 나눔이 지역 사회에 귀감이 되고 있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처럼 잊지 않고 고향을 생각하며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이상연 회장의 진심 어린 기부는 지역 주민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있으며, ‘함께 사는 사회’, ‘더불어 행복한 예천’을 만드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 /정안진기자 ajjung@kbmaeil.com

2025-09-30

10월 포항은 문화·예술의 향연으로 ‘넘실’

포항 전역이, 추석 연휴를 포함한 10월 한 달간, 다채로운 문화 예술 프로그램으로 가득한 축제의 현장으로 탈바꿈한다. 포항문화재단(대표이사 이상모)은 10월 ‘문화의 달’을 맞아 포항 전역에서 전시, 공연, 축제, 체험 등 20여 개의 다채로운 문화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시민들에게 풍요로운 일상을 선사한다고 30일 밝혔다. 먼저 추석 연휴 기간에 맞춰 시민과 귀성객, 관광객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특별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8일에는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신라마을에서 국악 힐링콘서트 ‘한가위, 소리로 물들다’가 열리며, 이어서 9일에는 오페라 ‘사랑의 묘약’, 12일에는 ‘일요향악:가무백희’가 진행돼 추석 연휴의 문화적 즐거움을 더한다. 인디플러스 포항에서는 3일부터 4일까지 이틀 간 독립예술영화 특별전 ‘풍요로운 영화 한 상’이 열려 국내외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10월 11~12일에 열리는 ‘일월문화제’는 전통놀이, 공연, 마켓, 강연이 어우러진 대동 문화의 장으로 꾸며진다. 25일부터 11월 9일까지 영일대해수욕장과 동빈문화창고1969 일대에서는 포항 대표 예술축제인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이 개최된다. 10월 문화의 달 대미는 29일 영일대해수욕장 해변에서 열리는 불꽃 및 드론 쇼다. APEC 정상회의를 기념해 1000대의 드론과 화려한 불꽃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밤하늘을 연출할 예정이며, 이어서 11월 1일 송도해수욕장에서는 오후 7시부터 한국 전통 불꽃놀이인 낙화놀이가 화려하게 펼쳐진다. 문화예술팩토리에서는 무형유산과 현대예술의 접점을 탐구한 ‘K-헤리티지 아트전:이음의 변주’가 11월 7일까지 열리며, 동빈문화창고1969에서는 철강도시 포항의 정체성을 기술 기반 예술로 재해석한 ‘숨 쉬는 기계’ 전시가 10월 18일까지 진행된다.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귀비고에서는 정다운·사공숙 작가의 ‘달’을 주제로 풀어낸 스토리 전시 ‘달을 그리다’가 펼쳐진다. 또한 구룡포생활문화센터에서는 ‘구룡포와 바다’를 주제로 지역 학생들과 아라예술촌 입주 작가 3인이 협업한 ‘2025 공공미술 프로젝트전’이 11월 1일까지 개최돼 시민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10월 26일 연오랑세오녀테마파크에서는 해양문화와 일월신화를 주제로 한 ‘2025 포항국제음악제’ 프린지 공연이 펼쳐지며, 본 공연은 11월 7일부터 13일까지 경상북도교육청문화원 대공연장, 포항시청 대잠홀, 효자아트홀 등 포항시 전역에서 열린다.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해 마련된 환경 뮤지컬 ‘마고마나또라’도 준비됐다. 고래의 여정을 통해 생명과 자연보호 메시지를 전하는 이 공연은 10월 18일 포항시청 대잠홀에서 펼쳐진다.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귀비고에서는 10월 4일부터 8일까지 전통 창작 체험 ‘내 손안에 물들다’가 운영된다. 4~9일에는 신라마을과 구룡포생활문화센터에서 윷놀이와 제기차기 등 전통 민속놀이 체험이 진행된다. 또한 9일에는 귀비고 신라마을에서 ‘고택뮤직페스타-신라마을에서 펼쳐지는 오페라 사랑의 묘약’이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가족 소통형 인문교육 ‘2025 가가호호 – 영화 하브루타’는 영화 ‘빌리 엘리어트’ 감상 후 토론하는 방식으로 11일, 17일, 25일 중앙아트홀에서 열린다. 꿈틀로에서는 예술체험 마켓 ‘298놀장 10월’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이외에도 구룡포 피어라운지에서는 10월 한 달간 ‘모리 스케치 체험’과 추석 연휴 특별 프로그램 ‘즉석 사진 인화 이벤트’(10월 7~9일)가 운영된다. 이상모 포항문화재단 대표이사는 “10월 한 달간 도심 전역이 하나의 거대한 문화공간으로 전환된다”라며 “다양한 장르와 세대를 아우르는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문화를 즐기고 재충전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30

1985년부터 줄서서 먹던 곳···포항 토박이 식당으로 어엿한 중년

학창 시절, 친구와 만나려면 장소는 무조건 경북서림이었다. ‘시내서 보자’라고 말하는 그 시내는 포항우체국을 중심으로, 밑으로 역전까지였고 위로는 육거리까지를 말했다. 늘 사람들의 발길로 붐비는 곳이었고, 시민극장을 비롯한 영화관이 밤식빵에 밤처럼 중간중간 박혀있었다. 지금은 카페라고 하지만 그때는 다방과 구분 지어 커피숍이라고 불렀다. 투투쓰리, 르네상스, 핑크펄 같이 이름만 들어도 아련해지는 추억의 장소가 즐비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스멀스멀 자취를 감추더니 지금은 포항 토박이 몇몇 형님 누님만 살아남았을 뿐이다. 1969년에 태어났다는 시민제과점과 만두 맛집 명승원, 운동회마다 단체로 배달시켜 먹던 초원통닭의 삼계탕은 건물주가 직접 운영하는 시내의 터줏대감이다. 그중에 1985년부터 사람들을 줄 세우게 만들었던 조방낙지를 오랜만에 찾아갔다. 조방낙지의 조방은 ‘조선방직주식회사’의 약자라고 한다. 낙지전골이 부산 범일동의 그 회사 앞에서 탄생했다는 설이 있다. 예전에는 줄 서서 먹던 곳이라고, 주인장이 볶아주면서 옛날에는 상견례를 이곳에서 하기도 했다고 자랑했다. 40년 동안이나 포항의 토박이 식당으로서 어엿한 중년이 되었다. 공자가 마흔 살부터 세상일에 미혹되지 않았다고 불혹이라 했다. 낙지볶음이 끓고 있는데 지인의 문자가 와서 답장으로 조방낙지라고 사진을 보냈더니, 와우! 아직 사라지지 않고 그 자리에 있어 주어 반갑다고 했다. 이처럼 포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이라면 추억이 한두 방울 묻어 있는 식당이다. 가게 안에 들어서면 벽에 걸린 누런 차림표 위에 그 옛날 간판을 흑백 사진으로 남겨놨다. 메뉴를 알려주는 글씨도 궁서체로 아주 진지하다. 볶음과 전골 두 가지뿐이다. 2인분 주문하면서 새우도 맛보고 싶다고 했더니, 반반 섞어 가능하다고 했다. 먼저 기본 반찬이 차려졌다. 할아버지 밥상에 놓였을 것 같은 종지보다 조금 큰 모양의 반찬 그릇에 오뎅볶음, 감자샐러드, 미역줄기볶음, 젓갈, 무말랭이 김치, 김치, 특히 대접에 담긴 물김치가 시원해서 매운 낙지볶음 한술에 곁들여 속을 달래라는 뜻인 듯했다. 다시마에 비빈 밥을 싸서 쿰쿰한 젓갈에 찍어 먹는 게 별미였다. 우동과 당면 중에 선택하라고 해서 우리는 당면을 사리로 넣었더니 간이 잘 배 입에 착 감겼다. 밥은 기본으로 대접에 나와서 비벼 먹는 거라고 말하지 않아도 알아들었다. 맛이 예전 그대로인지 단맛이 덜했다. 최근 집 주변 유명 체인의 음식은 간이 달고 짜다. 포항을 떠나 서울에 오래 살아온 친구들이 고향에 내려와 함께 식사할 때면 무심코 경상도 음식은 맛이 없다, 짜고 맵기만 할 뿐 맛집이라고 해서 찾아가면 실망할 뿐이라고 자주 말한다. 그럴 때마다 평생 경상도를 떠나본 적 없는 나로서는 언짢다. 그 말은 내가 이탈리아 여행 가서 현지 음식이 내 입에 맞지 않아 못 먹었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말이다. 세월이란 양념이 친구들 입맛을 변화시킨 것이 분명하다. 전골을 국자로 떠서 비벼 먹었다. 조방낙지는 달지 않아 반가웠다. 시대에 맞춰 맛이 바뀌었다면 오히려 서운할 뻔했다. 밑반찬도 골고루 먹으며 가끔 물김치 한 모금으로 소화제를 대신했다. 식당에 손님들은 이전부터 찾아온 단골로 보인다. 기둥에 포장하면 가격이 2000원 저렴하다. 이것도 매력적이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둑해졌다. 썰렁하던 중앙상가에 조명이 들어와 그나마 아늑했다. 실개천에 물도 졸졸 흘렀다. 시내를 살리려고 행사를 하고, 벼룩시장도 열린다. 조방낙지보다 한 골목 위에 공영주차타워도 있어 주차도 수월하다. 사라지기는 쉬워도 되살아나긴 어려운 추억이 시내에 있다. 포항시 북구 중앙상가 6길 10, 전화 (054)242-1467.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9-30

조재구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장 “지방이 국가성장의 핵심축 돼야”

대한민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조재구 대표회장이 “지방이 더 이상 보조적 존재가 아닌, 국가성장의 핵심축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30일 세종시에서 열린 ‘제22차 지방시대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한 조 대표의장은 지역 균형 ‘5극 3특 국가균형성장 추진전략 설계도’ 안건 심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조 대표회장은 “균형성장은 단순한 지역 지원을 넘어 지방이 자율성과 책임을 갖고 주도하는 구조로 추진돼야 한다”며 “‘5극 3특’전략이 실효성 있게 작동하기 위해 계획수립 단계부터 기초지방정부의 실질적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5극 3특’ 전략은 전국을 5개 권역(수도권, 충청권, 동남권, 대경권, 호남권)과 3개 특화권역(제주, 강원, 전북특별자치도)으로 구분해 지역별 자생적 성장과 특성화를 유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 대표회장은 “지방시대위원회와 지속해 소통하며, 지방 주도의 균형성장 실현을 위한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이어갈 예정”고 밝혔다. 한편, 이날 회의는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회의로 지방시대위원회가 대한민국의 새로운 균형성장 모델로 제시한 ‘5극 3특’ 국정과제의 구체적 실행방안의 심의를 위해 열렸다. 지방시대위원회는 이번 안건 심의와 실행계획을 확정하고, 관계 부처 및 지자체와의 협의를 통해 본격적인 추진에 나설 계획이다.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2025-09-30

사진가 강병두가 들려주는 ‘활 이야기’

‘활쏘기’는 우리나라 국가무형문화재이다. 씨름, 택견도 이에 해당한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활쏘기’에 대한 기록은 삼국시대부터 있었고 조선시대 선비들의 문집, 당대 풍속화에서도 다양하게 찾아볼 수 있으며, 특히 무예사를 연구하는 데 있어 학술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활쏘기’는 ‘국궁’으로도 불리는데 말 그대로 ‘우리나라의 활’ 또는 ‘그 활을 쏘는 기술’을 일컫는다. 바른 자세로 정신을 집중해 과녁에 활을 쏘는 이 고요하고도 비범한 스포츠는, 전국 약 400개의 활터에서 오늘도 습사(활쏘기 연습)에 열중하고 있는 이들에 의해 그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 안동시 상아동에 자리한 안동시 궁도장 ‘영락정’에 아침 안개를 뚫고 가 ‘자만이 없기를 바라며 남의 허물을 보지 않기를 기원’하며 하루를 여는 사람이 있다. 그리그 그 경험을 담아 에세이집 ‘사진가 강병두의 활 이야기’를 펴낸 이가 있으니, 바로 사진가 강병두 씨다. 대구 출신 강병두 씨는 오래전 안동에 정착해 안동의 문화를 사진으로 담아내는 작품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그런 그가 국궁을 시작했을 때 그저 잠깐의 취미생활이겠거니 여긴 사람도 더러 있었다. 그러나 어느덧 명궁의 칭호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되는 5단의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 이제 강병두는 사진가이자 영락정 접장으로 불린다. 접장이란 다섯 개의 화살을 과녁에 명중시키는 ‘몰기’ 과정을 통과한 사수를 일컫는다. 입문 전에 그는, 국궁은 한량이나 어르신들 혹은 돈 많은 사람들의 유흥거리겠거니 생각한 적도 있다. 마음속으론 한번 도전해 보고 싶었으나 그런 편견이 있던 차에 친구의 권유로 시작하게 됐다. 의외로 젊은 사람도 많고 심신이 건강해지는 운동에는 국궁만 한 게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2018년 입문해 코로나 시기를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경험을 틈틈이 기록한 것을 책으로 내놨다. “무형의 자아를 찾아가는 분야라 사실 늘 재미있지는 않아요. 하지만 모든 운동이 그러하듯 고통이 따르고 고비를 넘어 새로운 방법을 찾다 보면 어느덧 변화된 자신을 만나게 되잖아요. 그걸 인지할 때 기쁨과 즐거움, 책임감을 동시에 느끼게 되더라구요.” 1부 ‘화살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2부 ‘활을 배운다, 인생을 배운다’, 3부 ‘과녘은 항상 그 자리에 있다’로 구성해 활쏘기에 임하는 자세와 철학 등을 담아냈다. 평소 그의 모습처럼 솔직하고 직관적으로 구성한 활쏘기 입문서, 활쏘기 에세이집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중 요즘 가장 화제인 드라마 ‘은중과 상연’에는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시간을 채집하는 것’이라는 대사가 나온다. 그는 시간을 채집하고 찰나를 채집해 사진과 활쏘기라는 결과물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활도 사진도 실은 목표를 향해 집요하게 응시하는 일이다. 그 응시를 멈추지 않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만의 행보가 기대된다. /백소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9-30

다시 만난 한국 근현대미술, 4인의 거장들

중간고사를 마친 아이와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4인의 거장들’ 전시를 다시 보기로 했다. 예매된 표가 두 장이 남아 있기도 했고 시험을 마친 아이의 오후 시간이 괜찮기도 해서였다. 지난 7월 더위를 피해 관람한 후, 두 번째 만남이다. 미술관으로 들어서니 전시를 막 시작했을 때의 북적거림이 없어서 좋았다. 차분한 관람이 되겠다 싶었다. 입구에선 마침 도슨트의 전시 해설이 시작되고 있었다. 굳이 도슨트의 설명을 듣지 않아도 됐지만 도슨트 앞에는 서너 명의 관람객들만 서 있는지라 조용한 미술관 분위기에 잔잔한 설명을 들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와 그 앞에 반짝이는 눈빛을 보탰다. 작품을 전시한 이유와 화가들의 이름 터널을 지나니 작은 방처럼 꾸민 눕는 소파 위에선 4인의 거장들에 대한 소개가 영상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먼저 돌아가신 분들부터 차례로 작품이 전시되었는데 가장 먼저 만나는 화가는 이중섭이다. 가족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많이 표현한 화가는 독특하게 은지화를 남겼다. 지금은 은지화 600여 점 중 반이 사라지고 그중 3점은 뉴욕 현대미술관 모마(MOMA)에 전시되어 있다. 은지화가 모마에 전시될 때 화가가 돌아가셨다 하니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이중섭의 가족에 대한 애틋한 편지화를 지나니 넓은 공간의 박수근이 기다리고 있다. 서민의 삶을 그린 화가. 박수근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화가라고 도슨트가 소개한다. 화강암의 재질이 먼저 떠오르는 박수근의 그림에는 세 가지가 없다. 사람의 얼굴 표정이 없고 배경이 없고 젊은 남성이 없다. 화가는 탁본과 프로타주 기법을 즐겨 썼고 석불과 석탑에서도 영감을 얻고자 경주도 많이 방문했다고 적혀있다. 소설가 박완서의 ‘나목’의 표지로 쓰인 ‘수하(樹下)’도 볼 수 있었다. 김환기의 작품은 저작권 문제가 있어 사진 촬영 불가다. 그래서인지 관리자들도 민감하게 관람객을 살피는 듯했다. 작품들은 ‘환기 블루’라는 이름처럼 파란색 벽면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 파란색은 화가의 고향인 신안 앞바다의 색이라 하니 서양에서 파란색을 우울과 연상시키는 것과 대조적이었다. 파란색이 좋다는 아이도 서양에서 우울과 연결했다는 게 별로라고 말한다. 이제 파란색이라면 김환기의 파란색이 먼저 떠오를 것 같다. 몇 년 전, 홍콩의 경매에서 우리나라 미술품 최고가인 132억 원에 ‘우주’가 낙찰된 것부터 상위 10개의 작품 중 9개가 김환기의 작품이다. 그리고 부인인 김향안, 달항아리, 점화로 이야기는 이어졌다. 마지막은 장욱진의 작품을 보았다. 장욱진의 작품을 만나는 건 처음이라 더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화가를 생각하면 나무와 새가 먼저 떠오르는데 부인과의 다정한 모습을 사진으로 전시된 걸 보니 순수한 아이의 동심 같은 표정을 하고 있다. 작품의 크기는 그리 크지 않다. 여기에도 천진난만한 동심이 들어있는 건가 생각해 본다. 아이 같은 따뜻한 그림이지만 아이가 그린 것 같지는 않은 화가의 그림 속에 단순함이 느껴졌다. 아이와 다시 둘러본 4인의 거장들의 작품을 보며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음에도 다르게 표현한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마음에 한 번 더 새긴 시간이었다. 경주예술의 전당 알천미술관에서 열리는 ‘4인의 거장들’ 전시는 10월 12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긴 추석 연휴에 뭘 할지 정하지 않았다면 ‘4인의 거장들’을 만나보는 건 어떨까. 아직 관람전이라면 어서 만나기를 바라고 두 번째 관람이어도 좋다.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9-30

경주APEC D-30···세계가 지켜본다

10월 31일 개막하는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역대 가장 완벽한 APEC’을 목표로 ‘1000개의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손님맞이 준비에 전 행정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APEC에는 한국과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 태평양 연안의 21개국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경주 APEC에서는 각 정상 간 회담이 수시로 열리겠지만,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회담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에도 “시 주석과 한국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 만나기로 합의했다”는 글을 SNS에 올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도 다시 거론된다. 지난 주말 정부 고위 관계자가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언급한 데 이어, 최근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중국을 급히 방문하면서 북미 정상이 APEC을 계기로 깜짝 재회할 수 있다는 전망이 유력하게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9년 6월 일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전격적으로 한국을 방문, 판문점에서 김 위원장을 만난 전례가 있다. 경주 APEC의 부대행사로 열리는 ‘CEO 서밋’에 누가 참석할지도 주목된다. 재계에 따르면 최근까지 1000여 명의 글로벌 ‘빅샷’(거물)들이 참석 결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 인공지능(AI) 붐을 이끄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 팀 쿡 애플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CEO의 참석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기 APEC 의장국인 중국의 에디 우 알리바바 CEO, 추 쇼우즈 틱톡 CEO도 방한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세계 주요국 정상과 경제계 거물들이 한자리에 모임으로써 경주 APEC은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행사가 됐다. 그런 만큼 경주로서는 ‘신라천년의 고도(古都)’를 전 세계에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셈이다. 경주 홍보의 중심지가 될 국립경주박물관 내 목조 건물도 곧 완공된다. 이 목조건물은 당초 정상들의 만찬장으로 낙점됐다가 조리 시설과 화장실이 없어 ‘CEO와 정상 간 투자 협의 장소’로 변경됐다. 이곳에서는 ‘에밀레종’으로 불리는 성덕대왕신종을 비롯해 신라금관 등 신라 천년의 유물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정상급 인사들이 경주박물관을 관람할 경우, 직접 해설을 맡기로 한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지난주 기자들과 만나 “개인적으로 경주 APEC 정상회의 참석자들이 경주박물관에서 금관을 보고 성덕대왕 종소리도 듣고 불국사도 보고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APEC 정상의 배우자들은 불국사 등 경주 문화재 관람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지만, 정상들의 관광지 관람 일정은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주박물관 중정에 들어설 목조건물이 APEC 기간 중 핵심적인 외교 행사 무대로 활용돼 경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신비로운 도시로 널리 알려지길 기대한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2025-09-30

경북도, 산불 피해마을 ‘재창조’ 시작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지난달 29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산불 피해지역 ‘혁신적 재창조’ 구상안을 밝혔다. 국회 특별법 제정으로 제도적 기반이 갖추어진 만큼 이재민들이 하루빨리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모든 행정역량을 모으겠다는 내용이다.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 3월 의성·안동·영덕·영양·청송 5개 시군의 산불피해 구제를 위해 1조8310억원의 복구지원비가 확보됐다. 역대 최대 규모다. 추석명절을 앞둔 지금까지 4213억원이 생계비, 주거지원비로 지급됐고, 2430가구에는 2525동의 임시주택을 제공했다. 국민 기부금도 744억원이 모아져 유가족 위로금과 구호소 현장지원, 임시주택 건립에 사용됐다. 현재 산불피해 복구작업은 지난 5월 출범한 산불피해재창조본부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마을주택재창조사업단, 농업과수개선사업단, 산림재난혁신단으로 구성된 본부(본부장 행정부지사)는 마을·농업·산림 부문의 산불피해 복구와 재창조 사업을 전담하고 있다. 경북도가 발표한 복구사업 중 눈길이 가는 부분은 화재로 잿더미가 된 24개 마을의 혁신적 재창조사업이다. 현재 용역이 진행 중이며, 민간투자 유치를 통해 마을 전체를 관광지화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예를 들어 영덕 노물리·석리와 청송 달기약수터의 경우 민간투자를 유치해 마을 전체를 관광지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공동영농모델, 산림경영특구, 스마트 과원 혁신밸리 등의 사업대상지도 조만간 확정해서 영농기반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다는 계획이다. 안동시에는 산림휴양복합단지, 의성군에는 대단위 스마트과원, 청송군에는 산림미래혁신센터, 영양군에는 산채스마트팜 혁신단지, 영덕군에는 송이스마트밸리가 주요사업으로 검토되고 있다. 산불피해지역을 ‘돈 되는 산’으로 변화시키려는 이철우 도지사의 산림정책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이재민을 비롯한 경북도민들의 기대도 크다. 경북도와 일선 시·군 공직자들은 산불피해가 재창조사업을 통해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쏟아주길 바란다.

2025-09-30

중국 관광객 무비자 입국, 서울 편중 벗어나야

지난달 29일부터 중국인 단체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입국이 허용되면서 중국인 관광객의 입국 러시가 이뤄지고 있다. 허용 첫날인 인천항에는 대형 크루즈선을 탄 중국인 관광객 수천 명이 한국 땅을 밟았다. 정부는 중국 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입국 시행으로 100만명 이상 추가 방문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면세점, 편의점, 백화점 등 유통업계는 매출 증가를 기대하고 총력 준비에 나서고 있다. 관광업계도 중국인 관광객의 무비자 입국 허용을 계기로 관광산업의 활성화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대구시와 경북도 등 전국 지자체들도 중국인 관광객 무비자 입국을 기회로 관광객 유치에 총력 경주하는 모습이다. 관광객 유치를 통해 어려운 지역경제에 활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대구시는 자매도시인 청두 등 중국 현지 여행업계 관계자를 대상으로 대구시 축제, 동성로 관광특구 소개 등 홍보 설명회를 가졌다. 경북도는 중국 현지 방송을 활용해 경주 세계문화유산과 안동 하회마을 등 주요 관광지를 소개하고, 미식과 체험관광을 담은 프로그램도 제작해 내보내고 있다. 특히 경주 APEC 개최를 계기로 경주를 글로벌 관광지화 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입국이 허용된 첫날 대구공항을 통해 들어온 중국인 관광객도 평소보다 늘어났다고 한다. 아직은 지켜봐야겠지만 무비자 허용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 유치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중국인 관광객은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중국인 관광객이 찾는 지역은 서울과 제주도 등으로 매우 제한적이다. 이번 무비자 허용으로 수도권이 아닌 지방으로 중국의 단체관광객이 얼마나 찾아올지는 미지수다. 정부의 무비자 허용은 지역 균형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 등에 목적을 두고 있다. 그러나 서울 등 일부 지역만 혜택이 돌아간다면 무비자 정책의 효과는 반감될 수 밖에 없다. 정부는 관광 혁신 전략의 하나로 서울 중심이 아닌 전국이 함께 성장하는 글로벌 관광대국을 목표로 삼는다고 했다. 이에 걸맞게 관광객 지방분산을 위한 정책이 서둘러 나와야 할 것이다.

2025-09-30

명절의 꽃 秋夕

추석은 가을의 저녁이라는 말로 가을이 저문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농경사회인 우리나라에서 곡식 수확이 완료되는 시점을 의미한다. 한해 농사를 수확하기 직전으로 물심양면에서 가장 풍족을 느끼는 시기다. 음력 1월 1일 설날과 음력 5월 5일 단오날 그리고 추석을 우리나라 3대 명절로 손꼽는다. 조선 후기 학자 김매순이 한양의 세시풍속을 기록한 ‘열양세시기’를 보면 추석에 대한 당시 관념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 있다. “민간에서는 이 날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아무리 가난한 벽촌의 집안에서도 모두 쌀로 술을 빚고 닭을 잡아 찬도 만들고 또 온갖 과일을 풍성하게 차려 놓는다”고 했다. 그래서 말하기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 같기만 바란다”고 써 있다. 어느 명절이든 기쁘지 않을 날이 있겠냐 만은 추석은 명절 중에 꽃이라 할만하다. 이름도 추석, 한가위, 중추절, 중추가절 등으로 다양하게 불린다. 특히 갓 생산한 재료들로 음식을 만드니 그 맛이 특별하다. 햅쌀로 빚은 밥과 송편은 유난히 윤기가 흐르고 맛이 좋다. 민속놀이를 하더라도 선선한 날씨 덕에 마음도 한층 여유롭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우리 속담은 추석처럼 풍요롭고 즐거운 상태가 일년 내내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표현이다. 추석은 그야말로 풍요와 행복의 상징이다. 명절을 지키는 전통 풍속이 예전만 못하나 그래도 명절에는 부모 형제가 있는 고향으로 온 가족이 모여 명절의 기쁨을 나눈다. 경제가 좋거나 나쁘거나 상관없이 가족과의 만남만으로 행복함을 느끼는 것이 바로 명절의 의미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가정마다 웃음 꽃이 함빡 피었으면 좋겠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9-30

사고 역량과 삶

전문가들에 의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평생 잠재력을 겨우 10퍼센트만 쓴다고 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평범한 사람도 발전의 여지가 많다는 뜻이다. 수십만 평의 가능성의 땅이 있으면서도 500평 정도만 경작하는 셈인 것이다. 인생은 끝없는 물결 위를 항해하는 여정과 같다. 그 속에서 사고 역량은 우리의 나침반이다. 생각하는 힘이 깊을수록, 삶의 파도는 더 이상 두려움이 아니라 배움이 된다. 사고 역량은 빠른 판단을 내리는 기술이 아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넓히고,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는 마음을 키우는 과정이다. 잠시 멈춰 본질을 묻고, 작은 사실에서 큰 의미를 찾아내는 순간, 우리의 삶은 깊이를 더한다. 사고 역량은 머리 좋은 것보다 지속적으로 단련하고 습관화할 때 생기는 힘이다. 사고 역량의 조건은 첫째, 비판적 사고이다.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의문을 던지고 검증하는 힘이다. 임진왜란 당시 열악한 자원 속에서도 승리를 이어간 것은 상황을 냉정히 분석하는 비판적 사고와 즉시 행동으로 전환하는 실천적 사고의 덕분이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습니다” 라는 그의 말은 절망 속에서도 사고 역량이 만들어낸 희망의 선언이었다. 둘째, 창의적 사고이다. 기존 틀을 넘어서 새로운 연결과 해법을 만들어내는 힘이다. 스티브 잡스는 기술자가 아니라 인문학과 기술을 연결하는 종합적 사고로 애플의 혁신을 만들었다. 픽사 애니메이션, 애플 디자인 철학은 모두 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사고로 풀어낸 결과였다. 셋째, 성찰적 사고이다. 자신과 타인의 관점, 결정의 본질을 돌아보는 힘이다. 남아공에서 27년간의 감옥 생활 끝에 대통령이 된 만델라는 분노 대신 성찰과 화해의 사고를 선택했다. “원수와 손을 잡지않는다면 미래는 없다”는 그의 사고는 단순한 정치 전략이 아니라, 국가를 통합으로 이끈 삶의 철학이었다. 넷째, 종합적 사고이다. 단편적인 정보를 엮어 큰 그림을 보는 힘이다. 서로 다른 관점이나 지식을 융합해 균형 잡힌 결론을 내리는 능력을 말한다. 가령, 암 환자 치료에서 외과, 내과, 방사선과, 심리학자, 영양사가 협력해 환자 맞춤형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는 것이다. 다섯째, 실천적 사고이다. 생각을 행동으로 옮겨 구체적인 성과를 연결하는 힘이다. 도요타는 생산 기술을 넘어서 문제를 끝까지 묻는 5Why 사고 습관을 실천하며 품질 혁신을 이뤄냈다. 이는 경영학적으로도 사고 역량이 성과로 직결된 대표적인 사례이다. 삶의 아름다움은 생각의 본질을 돌아보는 깊이에서 비롯된다. 곱씹은 생각은 단순한 지식을 통찰로 바꾸고, 그 통찰은 하루하루의 선택을 빛나게 만든다. 생각하는 힘은 곧 살아가는 힘이고, 세상은 복잡하고 빠르게 변한다. 정보는 넘쳐나지만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연결함에 따라 삶의 방향은 달라진다. 분석적 사고로 현상을 나누어 보는 눈과 종합적 사고로 흩어진 조작을 하나로 묶는 힘이 함께할 때 우리는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 오늘 내가 내리는 생각과 행동의 한 걸음이 내일의 삶을 새롭게 열어준다. /정상철 미래혁신경영연구소 대표경〮영학 박사

2025-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