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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플린

“그보다 더 추하고, 더욱 사악하며, 더욱 더러운 괴물이 있다. 비록 몸짓은 크지 않고, 큰 소리도 내지 않지만, 그는 한 번의 하품으로 세상을 삼켜버릴 수 있다. 그 괴물의 이름은 권태다.” 샤를 보들레르가 ‘악의 꽃’의 서시 ‘독자에게’ 마지막 부분에 남긴 구절이다. 위 구절은 근대 문학사 전체를 관통하는 선언으로 평가받는다. 탐욕과 살인, 위선과 음란보다 더 위험한 것이 ‘권태’라는 그의 진단은 처음에는 과장처럼 들린다. 그러나 오늘날의 현실을 돌아보면 보들레르의 통찰이야말로 현대인의 정신세계를 가장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쇼펜하우어는 “인간의 삶은 욕망과 권태 사이에서 흔들리는 진자와 같다”라고 했다. 욕망을 충족하면 만족할 것 같지만, 곧바로 권태라는 괴물이 기다리고 있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괴롭고, 원하는 것을 얻으면 심심해지는 것이 우리네 삶이다. 보들레르의 권태는 쇼펜하우어의 무료함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다. 단순한 무료함도, 심심함도 아니다. 존재의 중심이 텅 비어 있는 상태이다. 살아있지만 왜 살아있는지 모르는 상태, 목표는 있으나 의미를 상실한 상태, 군중 속에 근본적으로 고독한 상태를 의미한다. 쇼펜하우어의 권태보다 훨씬 음울하고 병적인 정서인 셈이다. 보들레르의 권태는 우울, 무력감, 공허함이 뒤섞인 감정, ‘스플린(Spleen)’이다. 이유 없는 우울, 존재의 피로, 세계에 대한 혐오, 자기 자신에 대한 권태, 죽음에 대한 은밀한 동경이 스플린이다. 보들레르는 파리의 군중 속을 걸으며 현대인의 영혼을 보았다. 사람은 넘쳐 나지만 고독하다. 쾌락은 넘쳐 나지만 공허하다. 문명은 진보하지만, 삶은 의미를 잃어 간다, 이때 영혼을 짓누르는 검은 안개가 바로 스플린이다. 그의 시구는 이렇게 시작한다. “하늘이, 무거운 뚜껑처럼, 신음하는 정신 위에 내려앉을 때···.” 영혼 위에 납덩이가 올려진 상태이다. 스플린은 권태가 앓는 병이다. 지금 우리는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시대를 살고 있다. 손바닥 위 스마트폰 하나로 전 세계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으며, 평균 수명은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과거 왕족조차 누리지 못했던 물질적 편리함을 일상적으로 누리고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다, 우울, 불안 속에서 자살률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 하며, 끊임없이 무료함과 공허함을 호소한다. 풍요 속에서 왜 불행한가? 보들레르는 ‘여행’에서, 인간이 끊임없이 새로운 장소를 찾아 떠나는 이유를 묻는다. 인간은 늘 어딘가 다른 곳에 행복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 새로운 도시, 새로운 사람, 새로운 직업, 새로운 권력, 새로운 부를 찾아 떠난다. 그러나 그 여행의 끝에서 발견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하지만. 권태 역시 함께 따라온다. 어느 곳에 가더라도 항상 따라오는 존재가 권태다. 삶은 권태라는 지옥 여행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권태가 없으면, 재미가 있겠는가. ‘권태라는 악’ 속에 서 피어나는 꽃이 우리네 인생이다. 권태가 없으면, 우리의 삶도 피지 않는다. 권태 속에서 자신의 한계를 발견하고, 그 한계 속에서 의미를 창조한다. “내 삶의 정원으로 오라/ 아름다운 꽃과 맛난 술이 넘쳐 나는 나의 정원으로./그러나 그대 권태가 오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으랴” /공봉학 변호사

2026-06-08

우리도 다 알아요

올 초파일. 어머니 기일이어서 고향에 가는 길이다. 오늘은 두 손자도 함께 간다. 우리 부부는 맏이 차에 맏손자와 함께 탔다. 맏손자는 올해 초등학교 3학년이다. 중간 휴게소에서 둘째네와 만나기로 하고 출발했다. 차가 고속도로에 들어서서 첫 터널을 지나자 오월의 푸르른 신록이 생기를 뿜어내며 길손들을 반긴다. 초록 생기에 저절로 힐링이 된다. 차가 기계 부근을 달린다. 고속도로를 향해 병풍같이 둘러선 산이 지난가을엔 타지 않는 불이 활활 타는 듯했었다. 이젠, 회갈색을 띠면서 불이 조금 사그라지는 느낌이다. 힐링에 금이 간다. 저 많은 소나무가 늘 푸름을 빼앗기고 죽어, 선 채로 삭아 물질로 되돌아가고 있다. 도대체 재선충(材線蟲)이란 놈은 왜 소나무류만 골라서 죽이는 팔자로 태어난 걸까. 터널 하나를 더 지났다. 이곳 산은 아직 별 흠 없이 푸르다. 다행이다. 요즈음의 관심사인 ‘고유가 피해지원금’ 이야기가 나왔다. 아내가 맏이에게 지원금 받았느냐고 묻자, 받았다고 답했다. 어떤 것에 쓰는 게 좋겠는지 등 세 사람의 이야기가 오갔다. 나는 자연스레 나랏빚 걱정을 했다. 가만히 듣고 있던 큰손자가 말했다. “그 돈, 우리가 갚아야 하잖아요!” “어? 응. 근데, 네가 어떻게 그걸 알아?” 뒤통수를 쿵 맞은 것처럼 충격을 받으며, 얼떨결에 내가 손자에게 되물은 말이다. 속으로, 부모나 선생님에게서 들었으려니 생각하며 대답을 기다렸다. “우리도 다 알아요···.”하고 대답하는 뉘앙스에서 친구들과 사귀면서 알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갓 철드는 초등생들까지도 정부가 주는 공짜 돈이, 후세대가 갚아야 할 빚이라는 사실을 안다고 생각하니 소름 돋았다. 더 묻지 않고 놀란 가슴을 부여잡았다. 둘째네와 만나기로 한 휴게소로 차가 들어섰다. ‘기본소득’이란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외국 말처럼 이질감이 들었었다. 조금 전 보았던 재선충 감염에 죽어가는 소나무 같다는 마음도 스쳤다. 대기업 기능직 사원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하여 줄곧, 주경야독으로 살아온 내가 왜 그런 생각들이 났을까. 블루칼라였던 사람은 오히려 반겨야 할 일일 텐데, 거부감 같은 다른 느낌은 우리 세대가 살아낸 체험과 맞지 않았기 때문이었으리라. 기본소득은 결국, 모든 이에게 나라가 일정한 돈을 계속 준다는 뜻이다. ‘민생지원금’도 ‘고유가 지원금’도 기본소득의 하나이므로, 국가가 국민을 먹여 살리는 체제의 정책과 같다. 전문가나 학자들의 기본소득에 대한 여러 주장을 웹에서 찾아보았다. 상식선에서 다루어도 될 걸 이리저리 어렵게 말하고 있었다. 누구든 수입이 있어야만 지출할 수 있다. 나라도 같다. 나라가 국민을 먹여 살린다면 누가 일하고 세금을 낼까. 누구나 드는 의문이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는 인간 본성에 기반한다고 본다. 나라 배급에 매달린 사회가 전체주의다. 만일, 정치인들이 장기집권 의도로 구상한 ‘기본소득제’라면 이는 사람 본성에 반한다. 초등학생들도 빚이라고 아는 ‘기본소득 정책’은 국민 공론에 부쳐 재고되어야 마땅하다. /강길수 수필가

2026-06-08

이달의 등대

포항에 사는 사람의 특권이라면 언제든 바다를 옆에 끼고 해파랑길 따라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는 것. 달리며 보는 바다 풍경은 언제 봐도 탄성을 부른다. 윤슬로 가득한 아침 바다, 서해안과는 다른 은은한 핑크색의 노을 지는 해변, 날씨에 따라 변하는 바다 빛깔을 음미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항구마다 우뚝 솟은 등대를 보는 맛도 남다르다. 그중에 이달의 등대로 뽑힌 등대만 찾아보아도 며칠은 걸린다. 이달의 등대는 해양수산부가 역사적·조형적 가치가 있는 등대를 매월 선정해 소개하는 제도다. 2019년 1월부터 매월 이달의 등대를 선정해 국민에게 널리 알렸다. 해양관광 신규 수요 창출을 위해 전국의 특색 있는 등대를 선정한다. 오늘 소개할 곳은 2023년 MBC에서 방영된 드라마 ‘꼭두의 계절’ 촬영지이자 2025년 1월 이달의 등대로 선정된 경상북도 경주시 감포읍 오류리 358-4번지 척사항 북방파제에 있는 성덕대왕신종 등대다. 척사항 등대는 멀리서 봐도 눈에 뜨이는 빨간색이다. 등탑 높이 10m의 콘크리트 구조물로 빨간색 불빛이 5초 간격으로 반짝이며, 감포 일대를 지나는 선박의 안전 길잡이 역할을 한다. 경주 동해안 최대의 항구인 감포항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척사 어촌마을이 있다. 항구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오류 해변의 백사장이 마치 비단을 펼쳐 자로 잰 것과 같다 하여 ‘척사(尺沙 )’라 불린다. 캠핑장이 있는 오류 해변과 사진 명소인 송대말 등대 사이에 자리하여 아직은 덜 알려져 조용하다. 작은 항구인 척사 방파제 끝에 경주만의 특색을 살린 이색적인 등대가 보였다. 성덕대왕신종 종각의 형태를 본떠 만든 등대가 눈길을 끌었다. 지난 2019년 낡은 철제 간이 등대를 철거하고 새로 설치한 등대이다. 붉은색 등대 기둥은 종을 매다는 종각 역할을 하고 종각 안에 아담한 성덕대왕신종 조형물이 걸렸다. 가까이에서 살피면 비천상도 똑같이 재현되었다. 빨간 계단을 밟으며 올라 비천상을 어루만지며 등대를 한 바퀴 돌았다. 종 사이로 멀리 한옥 등대 송대말 등대가 보였다. 바다를 배경으로 신라시대의 귀한 보물 성덕대왕신종을 보는 경험은 신선했다. 매일 낮 12시 정각과 오후 6시에는 40초간 울리는 종소리도 들을 수 있다. 이 종소리에는 어민들의 안전과 풍어를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있어 더 뜻깊다.(경주국립박물관에 가면 매시 정각, 20분, 40분에 녹음된 소리를 들려준다.) 가까이에 있는 송대말 등대와 감은사지 삼층석탑을 음각 기법으로 형상화한 감포항 등대까지 함께 둘러보시기를 추천한다. 이달의 등대로 뽑힌 특이한 모양의 등대 중에 야구 관련된 것이 있다. 이곳에서 일출이 유명하다. 부산 기장군 칠암항(칠암리) 일대에 있는 야구공·배트 모양의 등대를 배경으로 해돋이를 찍은 사진이 많이 SNS에 올라온다. 야구등대와 인근 갈매기등대 사이로 해가 떠오르는 구도가 자주 사진 촬영지로도 인기가 높다. 또 근처에 서암항 젖병등대도 가볼 만하다. 2009년에 부산이 저출산 도시로 선정되면서 출산 장려를 기원하는 의미로 만들어졌다. 등대를 잘 보면 겉면에 아기들이 손도장 찍은 걸 장식했다. 크기도 모양도 앙증맞게 생겼다. 그 맞은 편은 닭벼슬등대다. 청렴을 다짐하는 청렴실천 다짐길을 만들면서 다짐길 끝에 등대가 위치하고 이 등대는 계단을 통해 등대 위까지 걸어 올라갈 수 있다. 기장 대변항의 월드컵기념등대는 공인구인 피버노바를 품고 있다. 대변외항남 방파제동단등대는 마징가Z 모양, 대변외항남 방파제서단등대는 태권V등대 모습이다. 해파랑길을 따라 포항의 등대박물관을 보고, 영덕으로 가서 대게발로 감싼 창포말등대를 보는 것도 추천한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6-06-08

인생 오후의 행복을 묻다···함께 늙어가는 행복, 봉화의 세 부부 이야기

고령화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많은 사람이 묻는다. “70세 이후의 삶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평균수명이 80세를 훌쩍 넘긴 지금, 은퇴 이후의 삶은 단순한 여생이 아니라 또 하나의 긴 인생이다. 그러나 현실 속 노년은 결코 녹록지 않다. 노인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고독과 경제적 부담, 그리고 건강 문제다. 특히 도시의 아파트 생활 속에서 인간관계가 단절되면 정신적 고립감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귀농·귀촌과 전원생활은 새로운 노후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물론 불편함도 존재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함께할 사람과 공동체가 있다는 점이다. 결국 행복한 노후의 핵심은 돈이나 건강만이 아니라 사람과 관계 속에 있다는 사실을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경북 봉화에는 행복한 노후의 한 모델을 보여주는 세 부부가 있다. 봉화에서 인생의 오후를 함께 보내고 있는 권씨 부부, 정씨 부부, 유씨 부부는 각각 20년, 15년 전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봉화에 정착했다. 이제 이들의 나이는 모두 70대에 접어들었다. 세 부부는 서로 15~20km 정도 떨어진 곳에 살고 있다.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만나 하루를 함께 보낸다. 점심을 먹고, 산책을 하고, 저녁 식사까지 나누며 이야기를 이어온 만남이 벌써 10년이 넘었다. 그들의 일상은 평범함 속에 행복의 비결이 숨어 있다. 각자 작은 텃밭을 가꾸며 농사를 짓고, 힘든 일이 생기면 서로 도와준다. 농번기에는 일손을 보태고, 생활 속 어려움이 있을 때는 경험을 나누며 해결책을 찾는다. 서울에서 내려와 낯선 시골에 정착하는 일은 외롭고 쓸쓸할 수 있었지만, 이들은 함께 나누고 공유하는 관계를 통해 어려움을 이겨냈다. 성격과 개성은 다르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살아온 시간이 어느덧 10여 년을 넘어섰다. 생일이나 특별한 날은 반드시 함께 챙긴다. 생일을 맞은 사람이 식사 자리를 마련하면 모두 모여 축하를 나누고, 칠순과 같은 특별한 날에는 장거리 여행을 떠난다. 평소에도 근교 여행이나 걷기 여행을 함께하며 새로운 즐거움을 찾는다. 이들이 누리는 삶은 도시에서는 쉽게 얻기 힘든 여유와 공동체의 따뜻함이 있다. 전원생활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경제적 부담이 적다는 점이다. 시골에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생활이 가능하며, 작은 텃밭에서 채소를 가꾸며 생활비를 절약할 수 있다. 건강을 위해서도 큰 도움이 된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텃밭을 가꾸며 몸을 움직이는 적당한 노동은 삶에 활력을 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함께하는 사람들이다. 노후의 가장 큰 적은 질병보다도 고독이라는 말이 있다. 봉화의 세 부부는 서로의 친구이자 이웃이며 가족 같은 존재가 되었다. 행복한 노후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은 거창한 재산이 아니라 함께 웃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 서로의 안부를 묻고 기쁨과 어려움을 나눌 수 있는 관계라는 사실이다. 70세 이후 행복한 삶의 조건은 의외로 단순할지 모른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 움직이고, 경제적으로 무리하지 않으며, 무엇보다 함께할 사람을 곁에 두는 것이다. 봉화에서 살아가는 세 부부의 모습은 초고령사회가 찾아야 할 노후의 한 모델이 되고 있다. “행복한 노후는 어디에 사느냐보다 누구와 함께 살아가느냐에 달려 있다.” /류중천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6-06-08

삼의정에 되살아난 규방의 물결

초여름의 녹음이 짙어가던 5월 31일, 내방가사문학회(회장 권숙희)는 경북 경산에 자리한 초계정씨 옥곡파 문중의 유서 깊은 공간 삼의정(三宜亭)을 찾아 뜻깊은 내방가사 발표회를 열었다. 감룡문을 지나 삼의정에 들어서는 순간, 정자에 걸린 ‘삼의정’ 현판은 마치 과거와 현재를 잇는 시간의 문처럼 다가왔으며, 그 안에는 조선시대 선비 문화와 여성 문학의 숨결이 조용히 살아 숨 쉬고 있었다. 급속한 산업화와 디지털 문명의 흐름 속에서 사라져가는 전통 기록문화의 가치를 되새긴다는 점에서, 이날 행사는 내방가사 낭독을 넘어 우리 정신문화의 뿌리를 되돌아보는 귀중한 자리였다. 식전 행사로 펼쳐진 오카리나와 에어로폰 연주는 행사의 품격을 한층 높였다. 이어 정원엽 경산근대문화유산보존회장은 경산의 근대문화유산과 내방가사의 역사적 가치에 대해 심도 있는 해설을 들려주었다. 그는 내방가사가 단순한 규방 문학이 아니라 여성들의 삶과 감정, 시대정신이 담긴 생활 기록문학임을 강조하였다. 또한 조선 후기와 근대에 이르기까지 여성들이 한글을 통해 자신들의 세계를 기록하고 전승해왔다는 사실은, 우리 기록문화사에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하였다. 특히 이날 소개된 ‘습례국(習禮局)’ 체험은 참석자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이정선 이사의 설명 아래 진행된 AI 활용 체험학습은 전통문화와 첨단기술의 새로운 만남이라는 점에서 더욱 뜻 깊었다. 습례국은 20세기 초 유학자 탁와(卓窩) 정기연 선생이 고안한 한글 놀이판으로, 제사상 차리는 법과 유교 예절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만든 생활 교육 자료이다. 본행사는 권숙희 회장의 작품 풀이 및 해설이 있었다. 초계정씨 경산 옥곡파 문중이 소장한 가사집은 ‘효행가’, ‘백발가’, ‘노부인가’, ‘노부인답가’ 네 편 모두 작자 미상으로 경주 최씨, 최이현의 뛰어난 필체로 필사한 작품이다. 경산지역 방언이 많은 게 특징이며 2022년 11월 세계기록문화유산아시아태평양지역 목록에 등재된 작품이다. 그는 1918년 16세에 정도만(鄭道萬)과 혼인하였으며 유작으로는 세계기록문화유산 아태목록에 등재된 내방가사 ‘사향가’, ‘효행가’ 외 서신 목록을 남겼다. 이차환은 1956년 정장열과 결혼하여 유작으로는 세계기록문화유산 아태목록에 등재된 ‘일여가’를 남겼다. ‘사향가’, ‘효행가’, ‘일여가’ 원본은 국립한글박물관에 보존되어 있다. 낭독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 세월 속에 묻혀 있던 여성들의 목소리를 오늘의 공간으로 다시 불러내는 생생한 문화 계승의 현장이었다. 이날 회원들은 각 작품을 나누어 맡아 정성스럽게 낭독을 이어갔다. 가사 중 ‘효행가’는 최옥분·곽남숙·안자숙 회원이, ‘백발가’는 김복숙·심수영 회원이 낭독했다. 이어 ‘노부인가’는 이순오·조애숙 회원, ‘노부인 답가’는 유정자·오인경·김윤숙 회원이 맡았으며, ‘사향가’ 중 ‘사향곡’은 권영숙·이윤지·권숙희 회원이 깊이를 더했다. 또한 ‘계여사’는 최순자·김영옥·허순남 회원, ‘규희가’는 김경옥·이선화·김영이 회원이 각각 맡아 무대를 가득 채웠다. 삼의정 정원에 세워진 탁와 정기연 선생의 시비 또한 이날 행사의 의미를 더욱 깊게 하였다. ‘문안의사중근살이등박문(聞安義士重根殺伊藤博文)’은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 소식을 듣고 지은 한시로, 나라를 잃어가던 시대 지식인의 비분강개와 민족정신을 담고 있다. 문화와 문학은 단지 아름다운 언어의 향연이 아니라, 시대의 정의를 지키고 민족의 혼을 이어가는 정신의 기록임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이어 일행은 성암칠절비와 우경제를 둘러본 뒤 삼성현역사문화공원과 제석사를 찾아 경산이 배출한 원효, 설총, 일연의 정신세계를 되새겼다. 이는 단순한 답사를 넘어 우리 역사와 사상의 뿌리를 체험하는 의미 있는 여정이었다. 문화유산은 오래되었다고 해서 저절로 보존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기억하고 지키는 권숙희 회장을 중심으로 한 내방가사문학회의 활동은 매우 뜻깊다. 이들의 노력은 단순한 문학 활동을 넘어, 사라져가는 여성 기록문화를 되살리고 우리 민족의 정신적 유산을 후대에 전하는 문화적 사명이라 할 수 있다. 문화는 후세에 전하려는 사람들의 헌신이 있을 때 비로소 살아 있는 유산이 된다. /김윤숙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6-06-08

포항세명기독병원, 고령층 고관절 수술 증가…106세 환자도 보행 회복

포항세명기독병원에서 고관절 골절 수술을 받은 106세와 90세 환자가 보행 능력을 회복했다. 병원에 따르면 106세인 여성 A씨는 지난해 2월 화장실을 가던 중 넘어져 우측 대퇴부 전자간 골절 진단을 받았다. 당시 105세의 초고령이었지만 수술 전까지 비교적 안정적으로 보행했고 전신 상태도 양호해 정형성형병원 하지관절센터 장성원 부장이 내과 협진을 거쳐 수술적 치료를 결정했다. A씨는 척추마취 하에 관혈적 정복술 및 내고정술을 받은 뒤 재활치료와 보행 훈련을 거쳐 현재도 수술 전처럼 안정적으로 보행하고 있다. 90세 여성 환자도 고관절 골절 수술 후 보행 능력을 회복했다. 이 환자는 올해 1월 노인정에서 넘어져 우측 대퇴부 전자간 골절 진단을 받았으며, 하지관절센터 강번중 부장이 내과 협진을 거쳐 수술을 시행했다. 이후 회복 치료와 재활치료를 거쳐 현재도 수술 전처럼 안정적으로 걷고 있다. 고령층 고관절 골절 수술도 증가하고 있다. 포항세명기독병원의 만 65세 이상 고관절 골절 수술 건수는 2023년 369건, 2024년 385건, 2025년 427건으로 3년 연속 증가했다. 2023년과 비교하면 2025년 수술 건수는 15.7% 늘었다. 장성원 하지관절센터 부장은 “고령 환자의 수술 여부는 나이뿐 아니라 전신 상태와 골절 전 활동 능력, 회복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개인의 상태에 맞는 적절한 치료와 회복 관리가 이뤄진다면 초고령 환자도 일상 복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26-06-08

포항 남구청소년문화의집, 호국보훈의 달 맞아 ‘호·소·문’ 참가자 모집

포항시청소년재단 남구청소년문화의집은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소방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6월 동행 프로그램 ‘호·소·문’ 참가자를 모집한다. 남구청소년문화의집은 오는 20일 청소년운영위원회 ‘빛솔’과 함께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호·소·문’은 ’호(국보훈의 달)·소(방관에게 감사하는)·문(화 만들기)’의 의미를 담고 있다. 프로그램은 영화 ‘소방관’ 관람을 시작으로 소방·안전교육과 안전 골든벨, 소방관에게 감사 편지 쓰기와 카네이션 만들기 등으로 진행된다. 참가 청소년들이 작성한 감사 편지와 카네이션은 청소년운영위원회 대표 청소년들이 지역 소방서에 전달할 예정이다. 남구청소년문화의집은 매월 셋째 주 토요일 청소년과 지역민이 함께하는 ‘동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청소년운영위원회 ‘빛솔’이 기획부터 홍보, 운영까지 참여하고 있다. 박시현 관장은 “청소년들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헌신하는 소방관의 역할과 가치를 이해하고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청소년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김보규기자 kbogyu84@kbmaeil.com

2026-06-08

코스피 7400선까지 추락…반도체 쇼크에 시총 1000조원 증발

지난 5일 ‘검은 금요일’에 이어 8일 ‘블랙 먼데이’까지 겹치며 국내 증시가 급락했다.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와 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동시에 부각되면서 코스피는 7400선까지 밀렸고 시가총액은 3거래일 만에 1083조원이 증발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76.18포인트(8.29%) 하락한 7484.41에 마감했다. 장중 7442.73까지 떨어지며 지난 2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 대비 16% 이상 하락했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7215조원에서 6132조원으로 감소했다. 장 초반에는 올해 세 번째, 역대 아홉 번째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고 코스닥시장도 올해 두 번째 서킷브레이커가 가동됐다. 급락 배경은 글로벌 반도체주 조정이다. 미국 브로드컴 실적 발표 이후 반도체 업황이 정점을 통과했다는 ‘피크아웃’ 우려가 확산되면서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10.26% 폭락했다. 여기에 미국의 5월 비농업 고용지표가 예상치를 크게 웃돌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부각됐다. 시장에서는 금리 상승이 AI 인프라 투자 둔화와 반도체 수요 감소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아시아 증시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일본 닛케이225지수와 대만 가권지수는 각각 3.85%, 3.48% 하락했다. 외국인은 8일까지 21거래일 연속 순매도로 총 69조4000억원을 순매도했다. 환율 급등도 외국인 자금 이탈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증권가는 이번 급락을 추세 전환보다 단기 조정으로 보고 있다. 오는 10~11일 발표되는 미국 CPI와 PPI 결과가 향후 시장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김진홍기자 kjh25@kbmaeil.com

2026-06-08

느림의 미학 담은 글과 사진…“한 걸음 사이의 온기 잃지 말아야”

SNS를 통해 시적(詩的)인 산문과 따뜻한 문체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에세이스트 최영실 작가가 두 번째 신작 ‘산책’을 펴냈다. 이번 신간은 목적지를 정하지 않은 채 걷는 길 위의 시간과 일상 속 머무름에서 발견한 사유(思惟)를 글과 사진으로 담아낸 사진 산문집이다. 이 책은 단순히 길을 걷는 행위를 기록한 책이 아니다. 작가는 발길이 닿는 곳마다 마주한 자연과 사람, 계절의 풍경을 섬세한 시선으로 포착하며 삶과 사랑,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풀어낸다. 특히 직접 촬영한 사진과 산문이 어우러져 독자들에게 잔잔한 울림을 전한다. 작가는 “마음이 가장 고요할 때 주변의 모든 자연과 생명이 깨어 있음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며 “존재를 긍정하며 걸었던 소요의 시간을 통해 삶과 사랑을 사색했다”고 말한다. 그에게 여행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연민과 자연에 대한 경의를 품고 세상 속으로 스며드는 또 다른 형태의 산책인 것이다. 책에 실린 사진들은 작가가 뷰파인더를 통해 포착한 찰나의 순간들이다. 평범한 일상의 풍경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그의 시선은 독자들에게 잠시 멈춰 서서 주변을 바라볼 여유를 권한다. 작가는 책에서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존재 가치에 대해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는 “인공지능이 0과 1 사이를 광속으로 가로지를 때, 인간은 여전히 한 걸음과 다음 걸음 사이에 머무르는 온기를 감각할 수 있는 존재로서의 품격을 가진다”고 말한다. 이어 “각자의 속도를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속도와 효율이 우선되는 시대에 인간만이 지닌 감각과 여유의 가치를 강조한다. 최영실 작가는 에세이스트이자 칼럼니스트로 문화예술 칼럼 ‘최영실의 소소살롱’과 여행 에세이 ‘훌훌훨훨’을 연재하며 활발한 집필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6-06-08

일본 압도한 한국의 재활용률

지난해 여름. 오사카와 교토를 여행했을 때다. 자정 가까운 시간. 밤 산책을 나갔다. 그리고는 깜짝 놀랐다. 약간의 과장을 더하자면 고양이만한 쥐를 오사카 시내 한복판에서 본 것.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 시커멓고 커다란 쥐가 떼를 이뤄 거리에 아무렇게나 방치된 쓰레기더미 속을 헤집고 다녔다. 여자들은 놀라서 비명을 질렀고, 중국인 관광객은 휴대폰을 들어 그 장면을 찍고 있었다. ‘일본’이라 하면 떠오르던 청결하고 질서정연한 이미지가 도심에 출몰한 쥐떼 탓에 깨졌다. 쓰레기 분리수거와 거리 청소 면에서는 일본이 한국에 뒤떨어진다는 생각을 한 밤이었다. 6월 8일 몇몇 언론에 일본과 한국의 생활폐기물 발생량과 쓰레기 재활용률을 비교하는 기사가 실렸다. 이를 흥미롭게 읽었다. 최근 국립환경과학원이 일본 국립환경연구소와 공동으로 발간한 ‘한일 폐기물 통계자료집’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한국이 2200여만 톤, 일본은 3900여만 톤이었다. 일본의 한국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쓰레기 재활용률에선 한국이 일본을 압도했다. 한국 생활폐기물 재활용률은 약 70%, 일본은 20%대로 조사됐다. 생활 속 폐기물은 적고, 재활용률은 높으니 한국의 거리가 지난 시절보다 깨끗해진 것일까? 한국과 일본이 다를 것 없다. 수백만 명이 생활하는 거대 도시. 일반 쓰레기와 먹다 남긴 음식물을 섞어서 버리면 쥐와 해충이 생긴다는 건 아이도 아는 상식이다. 일찌감치 음식물 분리수거를 실시한 동시에 이를 어기지 않고 잘 지키는 한국인의 진일보한 준법의식이 거리에서 쥐를 사라지게 만든 것 같다. 칭찬 받아도 좋을 일이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6-06-08

추경호, 당선 후 첫 정치 행보는 박근혜 예방…"박 전 대통령 적극적 역할에 감사"

국민의힘 추경호 대구시장 당선인이 8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예방하며 지방선거 승리 이후 첫 정치 행보에 나섰다. 추 당선인은 이날 오후 3시 50분쯤 대구 달성군 박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 약 50분 동안 대화를 나눴다. 면담 직후 취재진과 만난 추 당선인은 “선거 기간 칠성시장과 서문시장 등 두 차례 현장을 함께 다니며 저에 대한 지원을 해주셨다”며 “그동안 많은 성원을 보내주신 데 대해 감사의 말씀을 드렸다”고 밝혔다. 추 당선인은 이날 박 전 대통령이 “시민들이 보수의 심장인 대구를 지켜주셨다, (추 당선인이) 최고의 경제 전문가인 만큼 시민들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해달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은 “큰 사업도 중요하지만 기업과 시민들의 애로사항을 세심하게 챙기고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경제 분야 경험을 잘 살려 성과를 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탄핵 이후 가장 적극적인 정치 행보를 보였다. 그는 지난달 칠성시장과 서문시장 지원 유세를 비롯해 전국 주요 격전지를 돌며 국민의힘 후보 지원에 나섰다. 특히 대구에서는 박 전 대통령을 보기 위해 시장 상인들과 시민들이 몰리며 높은 관심을 끌었고, 보수층 결집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거 기간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박 전 대통령의 지원 유세가 보수 지지층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데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추 당선인이 당선 직후 가장 먼저 박 전 대통령을 찾은 것도 이러한 정치적 의미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추 당선인은 전직 대통령 예우 확대와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는 “오늘 그런 문제를 논의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전직 대통령은 국가적으로 소중한 자산”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직 대통령은 외교와 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국익에 기여할 수 있는 훌륭한 경륜을 가진 지도자들”이라며 “상위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예우와 지원을 할 수 있다면 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제기된 선거관리 시스템 논란과 관련해서는 “박 전 대통령께서 선거 시스템과 선관위 개혁 필요성에 대한 말씀을 주셨다”면서도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6-06-08

“아들아 소고기 사 와라” 음성 문자에…서울 아들이 진짜 사 들고 와 ‘환호’

“나는 포항 사는 예순다섯 살 노인이야. 서울 사는 아들한테 보낼 다정한 안부 문자 하나만 써줘” 지난 1일 오후 포항시 남구의 한 강의실. 수강생이 스마트폰 화면에 설치된 생성형 AI 앱을 켜고 위와 같은 메시지를 입력하자 약 3초 만에 문장들이 화면 가득 나타났다. ‘사랑하는 아들아, 밥은 잘 챙겨 먹고 다니니…’ 작성된 문구를 확인한 어르신들은 “이대로 바로 보내도 되겠다”며 호응했다. 이날 열린 강좌는 6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생성형 AI와 대화하기’ 수업이다. 정원 15명 구성에 대기자가 있을 만큼 관심이 높다. 수업은 포털 검색과 생성형 AI의 차이점을 익히고 실생활 활용법을 실습하는 위주로 진행됐다. 수업은 두 서비스의 차이를 비교하며 시작됐다. “내일 날씨에 맞는 옷차림을 알려달라”는 질문에 무수한 블로그 링크를 나열하는 기존 검색창과 달리 생성형 AI는 기온에 맞춰 “외투를 챙기라”고 직관적으로 답변했다. 특히 어르신들은 ‘건강 및 생활 정보’ 영역에서 유용함을 체감했다. 수강생 김재범 씨(65)는 “종합병원에 가면 환자가 밀려 의사들이 내 증상에 대해 간단히만 말해줄 뿐, 정작 궁금한 것을 상세히 물어보기 어렵다”며 “반면 구글 제미나이(Gemini) 같은 AI에게 증상을 구체적으로 물어보니 더 세밀하게 설명해줘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수강생들은 작은 글씨 때문에 읽기 힘들었던 약 봉투나 복잡한 안내문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해 AI에게 분석을 요청하기도 했다. AI는 핵심 복용법과 주요 내용만 명확하게 요약해 설명했다. 강의를 진행한 변한샘 인공지능융합교육협회 대표는 어르신들에게 구체적인 대화법을 강조했다. 변 대표는 “질문을 처음부터 완벽하게 하려고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며 “가볍게 질문을 시작한 뒤 대화를 이어가며 원하는 대답을 유도하는 방식인 ‘스텝 바이 스텝’을 쓰면 된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실제 생활과 연결된 일화도 발생했다. 수강생 조모 씨는 음성 인식 기능을 활용해 “아들아 오늘 소고기 좀 사 와라”라는 문장을 작성해 서울에 있는 아들에게 전송했다. 메시지를 받은 아들이 당일 고향 집으로 진짜 소고기를 주문해 보내왔고 조 씨가 수업 중에 이 사실을 공유하면서 강의실에 한바탕 웃음이 돌기도 했다. 이외에도 아침 스트레칭 방법을 안내받은 뒤 관련 유튜브 영상으로 즉시 연결해 시청하거나 이미지 생성 기능을 활용해 시각적 답변으로 받아보는 과정까지 자연스럽게 진행됐다. 수강생 이춘희 씨는 “나이 든 사람들에게 AI는 처음엔 생소할 수 있지만, 체계적으로 배워보니 젊은 세대의 문화를 이해하고 사회적 격차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변한샘 대표는 시니어 대상 AI 교육의 의미에 대해 “인터넷 검색은 원하는 답변을 얻기 위해 사용자가 다시 정보를 찾아 헤매야 하므로 시니어분들이 어려움을 겪는다”며 “반면 생성형 AI는 질문에 맞는 답변을 즉시 도출해 주기 때문에 시니어 계층의 디지털 격차를 줄이는 데 매우 효과적이며 실생활에서 가장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6-06-08

윤권근 대구시의원 “승소 미수금 1억5000만원…소송채권 관리체계 전면 개편해야”

대구시와 산하기관이 민사소송에서 승소하고도 받아내지 못한 소송비용이 1억5000만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나 소송채권 관리체계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구시의회 윤권근 의원(달서구5)은 서면 시정질문을 통해 대구시 본청과 산하기관의 부실한 소송 미수금 관리 실태를 비판하며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윤 의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3~2025년) 대구시와 산하기관이 민사소송 수행 과정에서 지출한 소송비용은 약 8억2000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승소 후 법원이 인정한 소송비용 채권 가운데 회수하지 못한 ‘승소 미수금’은 1억5000만원을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기관별 미수금 규모는 대구시 본청이 4270만원, 공기업이 2060만원, 출자·출연기관이 8920만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출자·출연기관은 승소 확정금액의 절반 이상을 회수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윤 의원은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2021년 공공기관의 승소 후 소송비용 미회수 행위를 소극행정이자 부패행위로 규정하고 개선을 권고했지만, 대구시의 사후관리는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는 미수금 발생 사유를 ‘재산 없음’이나 ‘납부 태만’ 등으로 단순 기재하는 데 그치고 있으며, 원인 유형별 분석과 체계적인 후속 조치는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대구시 본청과 산하기관별로 소송 수행 주체가 분산돼 있어 채권 관리와 회수 절차가 제각각 운영되고 있다”며 “이 같은 파편화된 구조가 행정의 통일성을 떨어뜨리고 관리 사각지대와 집행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대구시 총괄 부서가 모든 기관의 회수 현황을 통합 관리하는 데이터 기반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고, 산하 공공기관에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채권 회수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6-06-08

포항 호미반도 15만 평에 피기 시작한 하얀 메밀꽃…이달 말 절정 될 듯

포항 바닷가에 위치한 15만 평 규모의 호미곶 경관농업단지에 초여름 관광객들을 맞이할 하얀 메밀꽃이 피기 시작했다. 지난 주말부터 개화된 메밀꽃은 이달 중하순경 절정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7월 초까지는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 호미곶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드넓게 펼쳐지는 하얀 메밀꽃밭은 자연이 빚어낸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며 초여름 방문객들을 위한 사진 촬영 명소로도 인기를 끌 전망이다. 호미반도 경관농업단지는 포항시가 지난 2018년부터 매년 조성해 오고 있다. 매년 약 50㏊(15만 평) 이상의 면적에 유채꽃과 유색 보리, 메밀꽃, 해바라기 등 다양한 경관작물을 식재하며 관광객들에게 사계절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곳의 특징은 계절별로 다른 경관작물을 연이어 심는 ‘교차 재배’ 방식이다. 봄철 노란 유채꽃 수확이 끝난 부지에 메밀을 파종해 초여름 경관을 조성하고 7월 초 메밀꽃이 지고 난 후에는 해당 부지에 다시 해바라기를 식재해 여름철 다채로운 꽃 경관을 이어가는 구조다. 이처럼 계절마다 변화하는 꽃밭을 통해 지역의 아름다운 농촌 풍경을 유지하고 방문객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은 지역 관광 활성화 시책 차원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유채꽃에 이어 메밀꽃이 개화하면서 호미반도 경관농업단지가 지역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며 “앞으로도 해바라기 등 다양한 경관작물을 활용해 관광객들에게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호미반도 메밀꽃밭은 누구나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포항시는 방문객들이 꽃밭을 관람할 때 농작물 보호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반드시 지정된 관람로를 이용해 줄 것을 당부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6-06-08

1000명 한자리 모인다…포항시, 12일 ‘시민의 날·단오절 민속축제’ 개최

포항시는 오는 12일 남구 만인당 옆 잔디구장에서 시민 화합을 위한 ‘2026 포항시민의 날 기념식 및 제30회 포항 단오절 민속축제’를 개최한다고 8일 밝혔다. ‘위대한 시민과 하나되어 행복한 미래를 여는 포항’을 슬로건으로 내건 이번 행사에는 시민 10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포항시민의 날은 1962년 6월 12일 포항항 개항을 기념해 지정됐다. 1부 시민의 날 기념식은 포항지역 연합 고고장구팀의 개막공연을 시작으로 29개 읍·면·동의 만장기 입장, 시민헌장 낭독, 축하 영상 상영, 특별상 시상 및 행복도시 포항 도약 퍼포먼스 순으로 진행된다. 기념식 직후에는 행사장 대형 전광판을 통해 2026 북중미 월드컵 대한민국 대표팀 경기를 중계한다. 시는 무더운 날씨를 고려해 대규모 응원전 대신 행사장 내 체험부스와 휴게공간에서 경기를 자율적으로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포항 슈팅스타 치어리더팀의 응원과 초청가수 전유진의 공연도 병행된다. 이어지는 2부 단오절 민속축제에서는 민요 메들리 병창 공연, 한복맵시자랑대회, 노래자랑대회 등이 펼쳐진다. 박재관 포항시 자치행정국장은 “전통문화 계승과 더불어 시민들이 월드컵 경기를 함께 즐기며 화합하는 축제의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6-06-08

대구시, 4910억 원 규모 제1회 추경 편성…고유가 부담 완화·민생안정 집중

대구시가 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 위기 대응과 민생안정 지원을 위해 4910억 원 규모의 2026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 시의회에 제출했다. 이번 추경안은 정부 추가경정예산과 연계한 ‘원포인트 추경’으로, 정부로부터 추가 교부된 국고보조금 3163억 원과 보통교부세 1449억 원 등을 재원으로 마련됐다. 총예산 규모는 12조 1988억 원으로, 기정예산 대비 4.2% 증가했다. 대구시는 이번 추경에서 고유가 부담 완화를 위해 4241억 원을 편성했다. 이 가운데 고유가·고물가로 어려움을 겪는 시민 지원과 지역 소비 활성화를 위한 고유가 피해지원금에 3503억 원이 반영됐다. 지원금은 기초생활수급자 60만 원, 차상위계층 50만 원, 소득 하위 70% 시민에게 15만 원이 지급되며, 서구·남구·군위군 주민은 20만 원을 지원받는다. 대중교통 이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K-패스 환급 지원에도 183억 원이 추가 편성됐다. 출퇴근 시차 시간대 환급률을 30%포인트 상향하고, 정액형 상품인 ‘모두의 카드’의 환급 기준금액을 50% 낮춰 4월부터 9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한다. 운수업계 지원도 강화된다. 화물차와 택시, 버스업계의 유류비 부담 완화를 위해 유가보조금 423억 원을 증액했으며,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전기자동차 구매지원 사업비 40억 원을 추가 편성했다. 이에 따라 전기차 지원 물량은 기존 3542대에서 5239대로 1697대 늘어난다. 민생안정을 위한 예산도 362억 원 규모로 반영됐다.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 확대에 67억 원, 일상돌봄서비스 확대에 5억3000만 원이 투입된다. 청년 지원 분야에서는 청년미래센터 설치·운영 4억8000만 원, 사회연대경제 청년 일경험 시범사업 21억4000만 원, 지역혁신 창업 활성화 지원 35억 원 등이 편성됐다. 지역·산업 맞춤형 일자리 지원사업인 ‘버팀이음프로젝트’에도 20억 원이 배정됐다. 재난·안전 대응력 강화를 위한 예산은 307억 원 규모다. 다목적 산불진화차 확충과 산불감시카메라 설치에 각각 7억5000만 원과 7억 원을 편성했으며, 폭염 저감시설 설치와 예방물품 지원 등 폭염대책비로 19억4000만 원을 반영했다. 이와 함께 지하시설물 데이터베이스(DB) 정확도 개선, 신암빗물펌프장 수배전반 교체, 대구오페라하우스 리모델링 등 공공시설 안전 개선 사업도 추진한다.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 행정부시장은 “이번 추경예산안은 정부 추경과 연계해 중동전쟁으로 어려움을 겪는 시민과 지역경제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며 “고유가 피해지원금과 대중교통비 환급 확대 등을 통해 시민 생활 안정과 지역경제 회복을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은 오는 9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제325회 대구광역시의회 임시회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6-06-08

iM뱅크, ‘2026 코리아 오픈 마라톤’ 성료…수도권 브랜드 입지 강화

iM뱅크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공원 일대에서 개최한 ‘2026 iM뱅크 코리아 오픈 마라톤’을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시중은행 전환 3년 차를 맞은 iM뱅크는 수도권 내 브랜드 인지도 제고와 고객 접점 확대를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 대회에는 박현준 선수를 비롯해 약 4,500명의 러너가 참가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행사장은 iM뱅크의 브랜드 색상인 민트 컬러를 활용한 다양한 구조물로 꾸며졌다. 스타트·피니시 라인을 비롯해 이벤트 부스와 메인 무대, 코스 곳곳에 민트색 구조물을 배치해 브랜드 정체성을 강조했으며, 포토부스와 에너지 음료 코너 등 체험형 프로그램도 운영해 참가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대회에 앞서 한국 여자 마라톤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권은주 감독이 참가자들과 함께 스트레칭을 진행하며 안전한 레이스를 독려했다. 또한 코스 전 구간에 안전요원과 구급차를 배치해 참가자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했다. 이번 마라톤은 여의도공원과 한강변을 따라 하프코스와 10㎞, 5㎞ 코스로 나뉘어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iM뱅크 로고가 새겨진 배번을 착용하고 서강대교와 월드컵대교, 국회의사당 일대를 달리며 자연스럽게 브랜드 홍보 효과를 높였다. 참가자들에게는 경량 러닝 하네스를 비롯한 다양한 기념품이 제공됐으며, 완주자 전원에게 수여된 완주 메달은 iM뱅크 CI를 활용한 디자인으로 제작돼 2030 러닝 마니아들의 관심을 끌었다. 한 참가자는 “2.5㎞마다 급수대가 적절하게 설치돼 러닝에 큰 도움이 됐고, 결승선 부근 살수차 운영 등 참가자를 배려한 세심한 준비가 인상적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강정훈 iM뱅크 은행장은 “이번 ‘2026 iM뱅크 코리아 오픈 마라톤’은 기록 경쟁을 넘어 고객들과 함께 호흡하며 성장하는 은행이 되겠다는 의지를 담은 행사”라며 “앞으로도 전국 고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를 지속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6-06-08

한국도로공사, 김천서 AI 코딩교육 재능기부

한국도로공사는 최근 ‘스마트동행’ IT 재능기부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김천 율곡중학교 학생 25명을 대상으로 AI 코딩교육을 진행했다. 이번 교육은 한국도로공사 직원들이 직접 강사로 참여해 IT 전문 역량을 지역 청소년들과 공유하고 지역사회 상생을 실천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수업은 AI에게 원하는 기능을 설명하면 AI가 코드를 생성하는 ‘바이브코딩(Vibe Coding)’ 방식으로 진행됐다. 학생들은 이를 활용해 ‘나만의 비행기 슈팅 게임’을 직접 제작하며 코딩과 AI 기술을 체험했다. 교육에는 한국도로공사 통행료정산센터 직원들이 참여했다. 통행료정산센터는 고속도로 통행료정보시스템의 개발과 유지관리를 담당하는 IT 전문 인력들로 구성돼 있다. 율곡중학교 교사 A씨는 “학생들이 어렵게만 느끼던 코딩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됐고, IT 분야 진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도로공사는 하반기에는 고령자 등 디지털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SNS 활용, 배달앱 이용, 모바일 뱅킹 등 실생활 중심의 디지털 활용 교육도 추진할 계획이다. 한국도로공사 통행료정산센터 관계자는 “공사의 IT 역량을 지역 청소년들과 나눌 수 있어 뜻깊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디지털 교육 재능기부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지역사회와 상생을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6-06-08

단원 김홍도가 찰방 지낸 조선의 플랫폼···안동 안기역, 전시로 부활한다

조선시대 안동을 중심으로 사람과 물자, 정보가 교차하던 교통의 요충지 ‘안기역(安奇驛)’이 수백 년의 시간을 건너뛰어 전시로 다시 태어난다. 지금은 사라진 옛 역참의 흔적과 그 길 위를 치열하게 살아갔던 사람들의 일상을 생생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다. 한국국학진흥원 유교문화박물관은 오는 9월 27일까지 4층 기획전시실Ⅱ에서 ‘안기역1485: 옛 안동으로 가는 플랫폼’ 기획전을 개최한다. 조선시대 국가 운영의 기본 법전인 ‘경국대전’이 완성된 1485년, 나라를 하나로 연결하는 역참제도 역시 체계적으로 정비됐다. 당시 서울과 경북 북부 지역을 잇는 핵심 교통망이었던 ‘안기도(安奇道)’의 중심에 바로 안기역이 있었다. 안기역은 오늘날의 기차역과는 다르지만 관원들에게 말과 숙식을 제공하고 공문서와 물자를 전달하던 조선시대의 주요 플랫폼이었다. 이번 전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안기역을 통해 조선시대 안동의 길과 역, 그리고 이를 움직였던 사람들의 삶을 조명한다. 조선시대 전국 40여 개소에 달했던 거점역인 ‘찰방역(察訪驛)’ 중 하나였던 안기역은 무려 11개의 속역을 관할하는 대형 역이었다. 이곳의 업무를 총괄하던 종6품 관직 ‘찰방’의 임기는 30개월이었다. 역대 찰방들의 명단이 담긴 ‘안기역지’를 보면 화려한 인물들이 눈에 띈다. 퇴계 이황의 아들 이준, 의병장 배용길, 서애 류성룡의 손자 류원지 등 영남의 명망 높은 인물들이 이곳을 거쳐 갔다. 특히 후대에는 천재 화가 단원 김홍도를 비롯한 화원과 의관 등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이 부임해 발자취를 남겼다. 이 인연을 바탕으로 현재 안동 시내와 운안동을 잇는 도로에는 ‘단원로’라는 이름이 붙었고, 옛 안기역 터 인근에는 ‘단원 김홍도 공원’이 조성돼 있다. 과거 안동에는 창락역 소속의 안교역(풍산)·옹천역(북후)·선안역(도산)과 안기역 소속의 운산역(일직)·금소역(임하)·송제역(길안) 등 6개의 속역이 존재했다. 현재 이 길과 역들은 대부분 사라져 흔적을 찾기 어렵지만, 일부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큰길이 지나는 교통의 요지로 기능하고 있으며 여행자들의 숙소였던 ‘원(院)’의 흔적은 지명과 유적지로 남아있다. 이번 전시의 백미는 기록을 통한 복원이다. 유교문화박물관은 ‘안기역지’의 기록을 바탕으로 지금은 사라진 안기역의 도면을 복원하는 시도를 감행했다. 관람객들은 옛 기록과 복원된 그림을 비교해 보며 당시 안기역의 웅장한 규모와 내부 구조를 생생하게 짐작해 볼 수 있다. 김유경 한국국학진흥원 유교문화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조선시대 안동과 타 지역을 연결하던 중요한 교통 거점인 안기역은 일상과 행정, 문화가 한데 교차하던 공간이었다. 이번 전시가 기록 속에 묻혀 있던 옛길을 오늘의 발걸음으로 다시 걸으며, 조선시대 안동의 역동적인 모습을 새롭게 만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6-08

아직도 TK에서는 ‘김부겸 효과’ 화제…대권도전할까?

6.3 지방선거 당시 지지자들에게 소감을 밝히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연합뉴스 지난 2022년 정계 은퇴를 선언한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TK지역 지인들의 거듭된 요청으로 대구시장 선거에 도전했지만, 당선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45%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하며 국민의힘 일색이던 대구 정치 지형을 바꾼 ‘김부겸 효과’는 선거가 끝난지 1주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대구시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김 전 총리는 이번선거에서 TK 행정통합 재추진과 신공항 조기 건설 등 지역 현안을 내세우며 민심을 파고들었고, 선거 기간 내내 추경호 국민의힘 당선인과 접전을 벌였다. 이번 선거는 김 전 총리가 대구에서 치른 다섯 번째 선거이기도 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김부겸 전 총리는 비록 낙선했지만 대구를 많이 흔들어 놓았기에 대권에 대한 욕망이 있다면 한번 시도해 볼 가능성은 있다”고 했다. 대구시민들 사이에서도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김 전 총리가 차기 ‘잠룡 클래스’에 올랐다고 평가하는 사람이 많다. 이번 선거의 결과만 본다면 TK 지역의 보수세는 여전히 견고하다.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를 비롯해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압승했다. 하지만 개표내용을 자세히 분석해보면 과거와는 다른 TK 지역 민심을 읽을 수 있다. ‘김부겸 효과’로 인한 민주당 지지세 확산이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대구 9개 구·군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모두 패했으나 광역의원 비례대표 2명과 기초의원 48명을 당선시켰다.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광역의원 비례대표 1명, 기초의원 28명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뚜렷한 약진이다. 대구 기초의회 전체 131석 가운데 민주당과 무소속이 40% 안팎을 차지한 것이다. 대구 동구청장 선거에서는 민주당 신효철 후보가 개표 중반까지 국민의힘 후보를 바짝 추격하며 접전을 벌였다. 수성구청장 선거에 출마한 박정권 후보 역시 막판까지 피말리는 승부전을 펼쳤다. 달서구와 북구에서도 민주당 후보들이 초반 우세를 보이거나 박빙 양상을 형성하며 국민의힘 선거캠프를 긴장시켰다. 경북에서도 이변에 가까운 장면이 연출됐다. 포항시장 선거에서는 민주당 박희정 후보가 개표 초반 선두를 달리며 관심을 모았다. 이재명 대통령의 고향인 안동시장 선거에서도 이삼걸 후보가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민주당은 TK지역 상당수 선거구에서 30% 중후반 득표율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일부 후보는 40%가 넘는 득표율도 기록했다. 지난 지방선거와 비교하면 당 지지 기반이 엄청 확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지방선거에서 TK지역 민주당 후보들이 기록한 지지율은 대부분 20%대 였다. 김 전 총리는 지난 4일 선거대책본부 해단식에서 “국민의힘도 시민들의 마음이 이렇게 흔들릴 수 있구나, 잘못하면 큰일 나겠다며 깜짝 놀랐을 것”이라면서 “진영 대결이 불길처럼 번지는데도 민주당 후보들의 호소에 귀 기울여 준 대구시민들이 늘어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었다.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보인 경쟁력에 놀라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유권자들이 과거처럼 보수 정당을 무조건 지지하는 경향에서 벗어나 누가 지역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을 한 후 지지자를 결정하는 모습이 일반화 되는 것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특히 당내에서도 대구시장 선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유세지원 등 보수결집을 위한 다양한 캠페인이 없었다면 선거에서 자칫 질 수 있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대구 정치권 한 관계자는 “TK지역 선거에서 과거에는 정당이 당락의 최대 변수였지만 이제는 후보 경력과 정책, 지역 현안에 대한 해법이 주요평가 요인이 되고 있다”면서 “이번 선거는 TK정치가 일당 독주 체제에서 경쟁 체제로 변화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선거로 기억될 것이다. 이게 모두 김부겸 효과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6-06-08

추경호 “TK신공항·행정통합 흔들림 없이 추진”…대구 현안 해법 찾기 본격화

추경호 대구시장 당선인이 대구·경북(TK)신공항 건설과 행정통합을 민선 9기 핵심 과제로 제시하며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추 당선인은 8일 동대구로 대구콘텐츠비즈니스센터 가온홀에서열린 대구시장직 인수위원회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TK신공항은 국가 책임 사업으로 추진돼야 하며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한 사업”이라며 “오늘부터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현재까지 진행된 상황을 충분히 검토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TK신공항 사업은 사업비 조달과 후적지 개발 방식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대구 최대 현안이다. 추 당선인은 국가 주도 추진 원칙을 재확인하며 향후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국비지원 확보에 나서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TK 행정통합에 대해서도 강한 추진 의지를 밝혔다. 그는 “행정통합은 대구·경북의 발전과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제다. 중단 없이 계속 추진될 것”이라면서 “이철우 경북도지사와도 적절한 시기에 만나 통합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민선 8기에서 추진된 공공기관 통폐합에 대해서는 “선거 과정에서 조직 개편과 공공기관 통폐합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며 “대구시로부터 구체적인 보고를 받은 뒤 관련 기관과 시민사회 의견을 수렴해 정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도시철도 4호선 건설 방식 변경 문제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후보 시절 공약한 AGT 방식의 모노레일 전환과 관련해 “노선 통과 지역 주민들의 반발과 기존 도시철도 체계와의 연계성, 사업 지연 우려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전문가와 시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최적의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민선 9기 시정의 최우선 과제로는 민생경제 회복을 꼽았다. 추 당선인은 “현재 대구 경제와 서민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으며 민생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년 일자리 문제에 대해서는 “청년들이 대구를 떠나지 않으려면 양질의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며 “기업 유치와 창업 지원, 정주 여건 개선, 문화·여가 환경 확충 등을 종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추 당선인은 당선 이후 첫 공식 정치 일정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예방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도 받았다. 그는 “선거 과정에서 성원을 보내준 데 대한 감사 인사를 드리기 위한 자리”라며 “전직 대통령인 만큼 직접 찾아뵙고 감사의 뜻을 전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사법리스크 논란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추 당선인은 “선거 당시 상대 후보측으로부터 특별히 공격을 받은 부분은 없었다”면서도 “지금까지 말씀드린 대로 법과 원칙에 따라 필요한 부분을 당당하게 소명하고 이겨내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출범한 인수위원회는 곽대훈 전 국회의원을 위원장으로 선임하고 소규모 실무형 조직으로 운영된다. 추 당선인은 “현장 중심, 소통 중심의 인수위원회를 운영하며 시민사회와 경제계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6-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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