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성덕대왕신종 등대···비천상도 똑같이 재현 매일 낮 12시·오후 6시에는 종소리도 들을 수 있어 2025년 1월 선정
포항에 사는 사람의 특권이라면 언제든 바다를 옆에 끼고 해파랑길 따라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는 것. 달리며 보는 바다 풍경은 언제 봐도 탄성을 부른다. 윤슬로 가득한 아침 바다, 서해안과는 다른 은은한 핑크색의 노을 지는 해변, 날씨에 따라 변하는 바다 빛깔을 음미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항구마다 우뚝 솟은 등대를 보는 맛도 남다르다. 그중에 이달의 등대로 뽑힌 등대만 찾아보아도 며칠은 걸린다.
이달의 등대는 해양수산부가 역사적·조형적 가치가 있는 등대를 매월 선정해 소개하는 제도다. 2019년 1월부터 매월 이달의 등대를 선정해 국민에게 널리 알렸다. 해양관광 신규 수요 창출을 위해 전국의 특색 있는 등대를 선정한다. 오늘 소개할 곳은 2023년 MBC에서 방영된 드라마 ‘꼭두의 계절’ 촬영지이자 2025년 1월 이달의 등대로 선정된 경상북도 경주시 감포읍 오류리 358-4번지 척사항 북방파제에 있는 성덕대왕신종 등대다.
척사항 등대는 멀리서 봐도 눈에 뜨이는 빨간색이다. 등탑 높이 10m의 콘크리트 구조물로 빨간색 불빛이 5초 간격으로 반짝이며, 감포 일대를 지나는 선박의 안전 길잡이 역할을 한다. 경주 동해안 최대의 항구인 감포항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척사 어촌마을이 있다. 항구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오류 해변의 백사장이 마치 비단을 펼쳐 자로 잰 것과 같다 하여 ‘척사(尺沙 )’라 불린다. 캠핑장이 있는 오류 해변과 사진 명소인 송대말 등대 사이에 자리하여 아직은 덜 알려져 조용하다.
작은 항구인 척사 방파제 끝에 경주만의 특색을 살린 이색적인 등대가 보였다. 성덕대왕신종 종각의 형태를 본떠 만든 등대가 눈길을 끌었다. 지난 2019년 낡은 철제 간이 등대를 철거하고 새로 설치한 등대이다. 붉은색 등대 기둥은 종을 매다는 종각 역할을 하고 종각 안에 아담한 성덕대왕신종 조형물이 걸렸다. 가까이에서 살피면 비천상도 똑같이 재현되었다. 빨간 계단을 밟으며 올라 비천상을 어루만지며 등대를 한 바퀴 돌았다. 종 사이로 멀리 한옥 등대 송대말 등대가 보였다. 바다를 배경으로 신라시대의 귀한 보물 성덕대왕신종을 보는 경험은 신선했다.
매일 낮 12시 정각과 오후 6시에는 40초간 울리는 종소리도 들을 수 있다. 이 종소리에는 어민들의 안전과 풍어를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있어 더 뜻깊다.(경주국립박물관에 가면 매시 정각, 20분, 40분에 녹음된 소리를 들려준다.) 가까이에 있는 송대말 등대와 감은사지 삼층석탑을 음각 기법으로 형상화한 감포항 등대까지 함께 둘러보시기를 추천한다.
이달의 등대로 뽑힌 특이한 모양의 등대 중에 야구 관련된 것이 있다. 이곳에서 일출이 유명하다. 부산 기장군 칠암항(칠암리) 일대에 있는 야구공·배트 모양의 등대를 배경으로 해돋이를 찍은 사진이 많이 SNS에 올라온다. 야구등대와 인근 갈매기등대 사이로 해가 떠오르는 구도가 자주 사진 촬영지로도 인기가 높다. 또 근처에 서암항 젖병등대도 가볼 만하다. 2009년에 부산이 저출산 도시로 선정되면서 출산 장려를 기원하는 의미로 만들어졌다. 등대를 잘 보면 겉면에 아기들이 손도장 찍은 걸 장식했다. 크기도 모양도 앙증맞게 생겼다. 그 맞은 편은 닭벼슬등대다. 청렴을 다짐하는 청렴실천 다짐길을 만들면서 다짐길 끝에 등대가 위치하고 이 등대는 계단을 통해 등대 위까지 걸어 올라갈 수 있다.
기장 대변항의 월드컵기념등대는 공인구인 피버노바를 품고 있다. 대변외항남 방파제동단등대는 마징가Z 모양, 대변외항남 방파제서단등대는 태권V등대 모습이다. 해파랑길을 따라 포항의 등대박물관을 보고, 영덕으로 가서 대게발로 감싼 창포말등대를 보는 것도 추천한다.
/김순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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