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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태 비대위원장에게서 우리 당의 희망을 봤다”

국민의힘 원로들이 11일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회동하고 당 혁신 및 쇄신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김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이 지금 혁신하지 못하면 과거의 유산으로 박제될 것”이라고 강조했고, 원로들은 “비록 정치 경력은 짧지만 젊고 매력적인 김용태 비대위원장에게서 우리 당의 희망을 봤다”고 화답했다. 이날 오후 여의도 한 식당에서 열린 국민의힘 상임고문단 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물론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존립까지 걸린 절체절명의 기로에 서있다”며 “87년 체제 이후 3권을 쥔 절대권력의 출현을 막아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사법부는 바람이 불기도 전에 먼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 나라의 법치가 모래성처럼 흔들리고 있다”면서 “국민들은 우리 당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특히 기존 틀에 머무르는 것은 미래를 기약하기조차 어렵다는 게 분명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원로들을 향해서는, “당의 체질을 바꾸고 국민들 속으로 깊이 들어가겠다”면서 “경륜과 혜안으로 거친 격랑을 헤쳐나갈 길을 제시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상임고문단 회장인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무엇보다도 당이 수구적 모습을 탈피하고 새롭고 젊은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점을 모두가 깨달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정 회장은 “친박(박근혜)과 친이(이명박) 간 다툼에 이어 친윤과 반윤이 극한적 갈등을 벌이는 동안 국민들의 마음이 차갑게 식어갔다”며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고 했는데 보수정당인 우리가 분열의 길로 들어섰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우리가 유일하게 이기는 길은 중도확장이었다”며 “하지만 헌법 정신을 망각한 계엄과 탄핵에 대한 어정쩡한 태도로 패배했고 이는 우리가 불러온 것”이라고 했다. 정 회장은 최근 김 비대위원장이 제안한 개혁안에 대해서는 “당무감사를 통한 대선 후보 교체 진상규명은 좀 다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국민적 관심은 얻을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로 태어나지 않으면 당의 미래는 없다고 생각한다. 반성은 뼈를 깎듯이 해야 하고 쇄신은 살가죽을 벗기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의 독선과 독주를 막을 제대로 된 야당 역할을 해야 한다"며 “그것이 우리 당에게 표를 준 41% 국민의 명령”이라고 강조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06-11

“개헌논의보다 국정 안정 우선”

우원식 국회의장이 개헌 논의보다 국정 안정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우 의장은 11일 국회 사랑재에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열고 “인수위 없이 정부를 구성하고, 국정 운영의 안정을 찾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어려운 점들이 발생할 수 있다”며 “개헌을 논의하려면 국정이 안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개헌에는 국민의 기본적 권리, 지방 분권, 권력구조 개편 등을 다 담아내야 하므로 이에 집중해서 충분히 논의해야 하는 만큼 지금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개헌 논의는 각 정당과 시민사회, 정부가 논의를 거쳐서 그 시기를 잘 조절해 가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재명 대통령도 후보 시절 공약으로 제시한 말을 종합하면 개헌 의지가 분명하기 때문에 그걸 토대로 만들어 가야 한다. 국회의장으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가 시급히 처리해야 할 현안으로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꼽았다. 우 의장은 “민생과 경제, 외교·통상 등 대내외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국민 삶을 안정시켜야 한다”며 “당장 시급한 추경편성을 위해 적극적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고 했다. 국회 윤리위원회가 설치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국회의장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그는 “새로운 원내대표가 선출되면 가장 우선적 과제로 이 문제를 다루겠다”며 “(윤리특위 구성은) 여야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했던 부분이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생각하고, 강하게 합의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과 관련, 재판부가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한 헌법 84조를 적용해 재판이 사실상 중지된 데 대한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다만 그는 “입법조사처를 통해 헌법학계 의견을 확인하니 (소추의 개념에 현재 진행 중인 형사) 재판까지 포함하는 게 다수의 의견이라는 대답을 받았다”고 했다. 우 의장은 국민의힘이 대선 후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여당이 반발하는 데 대해선 “여야 협의에 맡겨 놓자”고 답변했고, 교섭단체 요건의 경우 “완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06-11

‘김용태 패싱’ 권성동 돌연 의총 취소… 내분 ‘점입가경’

6·3 대선 참패 이후 일주일이 지났지만 국민의힘이 뚜렷한 수습 방안을 내놓지 못한 채 혼란만 거듭하고 있다. 11일 당의 양축을 맡고 있는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마저도 당 혁신 방안과 향후 지도 체제 구성을 논의할 의원총회 개최 여부를 두고 입장차를 보이며 갈등을 드러냈다. 일각에선 당 해체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이 자중지란 속에 스스로 무너지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날 권성동 원내대표는 오후 1시 20분께 의원들에게 2시로 예정돼 있던 의원총회 취소 공지를 발송했다. 그는 의총 취소 사유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 재판 연기 관련 공세에 당의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의총이 계속 진행되면 당내 갈등과 분열의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고려했다”고 부연했다. 이날 의원총회 취소는 김 위원장과의 논의 없이 원내 지도부가 내린 결정이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의원총회는 원내대표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거나 재적 의원 10분의 1 이상의 요구 또는 최고위원회의 요청이 있을 경우 소집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총의 취소 여부는 원내 지도부에서 결정할 수 있고 모든 의원과 상의해서 결정할 수는 없는 만큼 그렇게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는 16일 신임 원내대표단을 선출할 예정인데 현재 논의 중인 안건들은 의결로서 단기간에 끝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에 퇴임하는 원내 지도부보다는 신임 지도부가 논의를 이어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 위원장은 즉각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사전 협의도 없이 의총이 취소됐다는 문자를 받았다. 의총에서조차 개혁안 논의를 막는 현재의 당 상황이 참으로 안타깝다”고 반발하면서 “전당대회 개최 시기 및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등 개혁 과제별 의총 개최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날 의총 취소가 결정되기 전 김 위원장은 의원총회에 앞서 당의 분열을 막고 보수 재건의 방향을 제시하겠다며 의원들에게 호소문을 배포했다. 탄핵 반대가 곧 계엄 찬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해당 당론을 철회함으로써 ‘탄핵의 강’을 넘고 보수 재건의 출발점으로 삼자는 내용이 핵심이다. 그는 호소문을 통해 “국민의힘이 총의를 모아 탄핵의 강을 넘어선다면 우리가 치르게 될 전당대회는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이재명 정권에 대한 강력한 대안으로서 보수가 재건되는 시작이 될 것”이라며 “이러한 취지에서 선배동료 의원님들께 탄핵의 강을 건너 당의 진정한 통합을 이루고자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에 동의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호소에도 당내 갈등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의원총회 취소 과정에서 드러난 지도부 간 불협화음 역시 국민의힘이 내부 통합에 심각한 난항을 겪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일각에서는 원내 지도부가 당내에서 논란이 되는 개혁 과제를 적극적으로 다루지 않고 회피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오는 16일 신임 원내대표 선출을 계기로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개혁 방향을 둘러싼 시각차가 해소되지 않는 한 내홍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06-11

국힘 ‘신임 원내대표’에 송언석 출마 가닥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가 11일 예정된 의원총회를 돌연 취소하면서 차기 지도부 구성 문제는 자연스럽게 신임 원내대표에게 넘어가는 모양새다. 이에 당 안팎의 관심도 자연스레 차기 원내대표에게 쏠리고 있다. 다만 원내대표 선거가 닷새 앞으로 다가왔으나 아직 출마 의사를 밝힌 의원이 없는 실정이다. 자천타천으로 다수 의원들이 하마평에 오르는 가운데 대구·경북(TK)에서는 3선 송언석(김천) 의원이 고심 끝에 출마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획재정부 제2차관 출신인 송 의원은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 등을 역임하며 예산 및 재정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바 있다. 경제 분야에 정통한 데다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낸 이력으로 여당과의 협상에서도 실력을 드러낼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김상훈(대구 서) 의원은 원내대표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 송 의원이 출마하고 김 의원 등이 원내대표에 나서지 않기로 함에 따라 TK지역 의원들 간의 교통정리도 자연스레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최다선인 6선의 조경태 의원도 “자신의 쓰임새가 있으면 출마를 고려해볼 수 있다”며 원내대표 선거 출마 의지를 시사했다. 조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원내대표 경선 출마 의사를 묻는 질문에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제대로 된 상황 인식이 될 수 있도록 읍소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당이 변화하고 발전하는 데 쓰임새가 있으면 한번 고려해볼 수는 있다”고 답했다. 친한계에서는 수도권 3선의 김성원 의원도 주목받고 있다. 그는 지난 12·3 비상계엄령 해제 요구안에 찬성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에도 참여한 이력이 있어, 민주당이 주도하는 ‘내란 프레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인물로 평가받는다. 일각에서는 김 의원이 상대 진영의 공세에 덜 취약한 인물로, 향후 원내대표 경쟁 구도에서 중도 확장성과 방어력을 갖춘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06-11

경주박물관 100년, 제국의 전리품에서 민족의 자존으로

■총독도 놀라게 한 경주, 민심 경주 사람들의 저항에 총독부는 당혹했다. 문화정치를 내세우던 사이토 마코토 총독조차 민심의 폭발 앞에 흔들렸다. 경북지사는 “경주 주민이 유물이 경주고적보존회에 보관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문장을 보고서에 실어 총독부에 올렸다. ‘지방민의 의향을 고려해 보관을 결정하겠다’는 모호한 회신이 도착했다. 경주 사람들은 다시 움직였다. 이번에는 진정위원이 경성으로 올라가 총독과 정무총감을 직접 면회했다. 결국 총독부는 금관의 경주 보존을 약속했다. 경주의 저항은 단순한 금관의 보존이 아니라, 역사적 정체성과 자존의 수호였다. 경주 시민의 피땀어린 모금으로 지은 ‘금관고’ 마침내 경성으로 갔던 금관 다시 돌아와 안치 금관 존치 운동 민족의 뿌리 확인시키는 계기 광복 이후 ‘국립박물관 경주분관’ 우리 품으로 1975년 7월 ‘국립경주박물관’ 인왕동 시대 열어 명칭도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경주박물관’ 변경 올 10월말~11월초‘2025 APEC 정상회의’ 열려 국립경주박물관 또 한 번 세계의 중심으로 우뚝 ■시민의 모금으로 지은 금관고 ‘금관은 경주에 있어야 한다’는 경주 사람들의 외침에, 일제는 ‘보관할 곳이 없다’는 이유를 댔다. 하지만 경주 사람들은 곧장 대답했다. ‘우리가 돈을 내겠다.’ 금관고 설립을 위한 모금운동이 시작되었다. 금관고는 경주 시민이 피와 땀으로 지은 기념비였다. 일본이 설계하고 자재를 공급했을지언정, 경주 사람들의 뜻으로 세워진 저항의 건축이었다. 1923년, 마침내 금관고가 세워졌다. 조사와 기록을 위해 경성으로 갔던 금관이 다시 경주로 돌아와 안치되었다. 금관고는 침탈의 시대에 솟아오른 민중의 반격이었다. ‘우리는 위대한 왕조의 후예다’라는 의식이 비로소 구체적인 형태를 얻은 순간이었다. 금관 존치 운동은 경주 사람들의 의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이후 동아일보가 나섰다. 금관의 발굴과 의미를 적극적으로 알렸다. 영화사들은 신라의 유물과 예술을 주제로 영사대를 조직했고, 사진과 설명이 담긴 강연이 전국을 돌았다. ‘조선의 문화’가 사람들의 가슴속에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전국 각지의 학교들이 움직였다. 수학여행 1순위로 경주를 정했다. 학생들의 끊임없는 발길이 석굴암과 불국사, 금관과 마주했고, 민족의 뿌리를 확인 시켰다. 경주는 ‘우리는 누구인가’를 물어온 눈부신 질문이자, 위대한 민족의 후예들이라는 각성을 불러일으켰다. ■조선총독부박물관 경주분관 1923년 5월까지 금관고를 찾은 관람객은 약 2만3천여 명이었다. 금관고가 주요 관광지로 자리를 잡자, 일제는 확장에 나섰다. 1926년 6월 30일, 진열관 처마 밑엔 일장기가 펄럭였고, 검은 글씨로 음각된 새 현판이 정문 위에 걸렸다. ‘조선총독부박물관 경주분관’. 명칭만 바뀌었을 뿐, 야욕은 그대로였다. 진열관의 유리는 윤이 나도록 닦였고, 전시장은 군더더기 없이 정리된 모습으로 손님을 기다렸다. 제복의 순사들이 절도 있게 어깨를 펴고 서 있었고, 마당엔 초대 인사들의 자리가 미리 정돈되어 있었다. 총독부 고관들, 경북의 관료들, 고적보존회의 인물들이 삼삼오오 천막 아래 모였다. 그날 경주의 하늘 아래, 신라의 기억은 일장기 그림자 속에 숨죽이고 있었다. 그리고 한 남자가 그 자리의 주인이 되었다. 모로가 히데오(諸鹿央雄, 제록앙웅). 조선총독부박물관 경주분관 초대 분장 대리가 되었다. 그의 발밑에는 조용한 약탈의 자국이 겹겹이 밟혀 있었다. 그는 1908년 조선으로 건너와 1910년부터 경주에서 사실상 도굴을 통해 유물을 수집했다. 필자가 쓴 ‘『경주의 재발견』 2편 「신라 금관(상)」’ 편에서도 언급했듯, 1921년 금관총 발굴에 직접 관여했으며, 도굴한 유물을 팔거나 고관들에게 선물하며 경주의 문화 권력자가 되었다. 결국 만행이 드러나 1933년 5월, 유물을 도굴·판매한 혐의로 구속되었다. ‘박물관’ 개관과 함께 고적지 정비와 경주역 확장도 이어졌다. 경주의 문명화는 급속히 진행되었다. 불국사와 석굴암, 대릉원 일대는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어느새 경주는 ‘조선 최고의 고적 관광도시’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는 문화유산의 힘이자, 기억이 머무는 장소가 가진 흡입력이었다. ■두 얼굴의 도시, 생계와 상처가 교차한 박물관 경주 사람들은 박물관 앞에서 복잡한 감정에 싸였다. 금빛 관이 유리 진열장 안에서 찬란히 빛날 때, 어떤 이는 조상의 영광이 되살아나는 듯 감격했고, 또 어떤 이는 무덤을 파헤쳐 세운 전시장이 야만처럼 느껴졌다. 손에 돈을 쥐고 조상의 유물을 바라보는 일은 낯설고 서글펐다. 그 유물은 원래 대가 없이 마음속에 품고 있던 것들이었으니까. 진열장 앞에서 사진을 찍는 웃는 모습은 경외와 이질감이 동시에 일으켰다. 경주의 삶은 확연히 달라졌다. 진열장 주변에 골동품 가게가 생기고, 여관과 식당이 문을 열었다. 조상의 흔적이 남긴 길 위에서 삶을 도모해야 했다. 신라의 유산은 경제가 되었고, 민족의 자긍심은 상품 속에 녹아들었다. 박물관은 제국이 만든 공간이었지만, 동시에 민족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장소이기도 했다. 일제는 신라 유적, 조상의 유물을 제국의 전리품처럼 전시하며, 찬란함을 조선 지배의 정당성으로 포장했다.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표면 아래에는 조선을 문명화시켰다는 왜곡된 역사 의식을 퍼뜨리려는 제국의 속셈과 야욕이 숨겨져 있었다. 경주가 ‘민족 관광도시’로 불린 건 바로 이런 두 얼굴 때문이었다. 한 손에는 생계, 다른 한 손에는 상처와 긍지가 들려 있었다. ■광복 이후, 경주박물관의 재탄생 광복의 함성이 전국을 뒤덮던 1945년 10월 7일, ‘국립박물관 경주분관’이 문을 열었다. 최순봉 관장과 직원들은 일본인들에게서 박물관 건물과 유물을 인수했다. 그해 겨울, 미군정의 협조 아래 부산과 대구에서 문화유산 회수 작업이 이뤄졌다. 사라졌던 유물들이 하나둘 경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이듬해부터 경주박물관은 국립박물관 체계의 일원으로 활동을 이어갔다. 호우총과 은령총 발굴에 참여하며 고고학 발굴 조사를 진행했다. 발굴의 역할은 단지 유물을 찾는 일에 그치지 않았다. 과거를 되찾는 행위였고, 우리 손으로 역사를 쓰는 첫 줄이었다. 그러나 박물관은 위태로웠다. 경주문화원 자리에 세워졌던 옛 건물들은 대부분 한옥을 개조한 것이어서 화재에 취약했다. 유물은 늘어나고, 전시 공간은 턱없이 좁았다. 1950년대 중반, 연간 5만 명의 관람객이 몰려들며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유물을 보호하고 새로운 유물을 선보이기 위한 변화가 절실해졌다. 1961년, 온고각 뒤편에 2층 규모의 신관이 세워졌다. 경주박물관의 첫 확장이자, 자생적 발전의 신호탄이었다. 신관은 점점 복잡해지는 유물 보존과 전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첫걸음이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금방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1960년대 중반, 도시 개발과 도로 확장이 이어지면서 경주 각지에서 유적 발굴과 함께 유물이 쏟아졌다. 유물의 숫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동부동의 박물관은 모든 것을 수용하기엔 너무 협소했다. 박물관은 더 넓고 안전한 공간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1966년, 박일훈 관장은 박물관 신축 계획을 세웠다. 여러 부처에 청원서를 보냈다. 1967년 4월, 대통령 지시각서 11호로 경주박물관 신축이 공식 결정되었다. 그해 가을, 새로운 터전을 위한 부지 조사도 시작되었다. 수많은 후보지를 검토한 끝에, 월성 남쪽 인왕동 들판이 새 부지로 정해졌다. 1968년 10월 4일, 첫 삽이 인왕동 땅을 갈랐다. 단지 건축의 시작이 아니었다. 경주의 역사와 문화를 새로이 담을 그릇을 만드는 일이었다. ■국립경주박물관, 인왕동 시대를 열다 인왕동 들녘에 신라의 심장을 다시 세우는 박물관을 지어야 했다. 단지 유물을 담는 그릇이 아니라, 신라의 정신을 품은 공간이어야 했다. 건축가 이희태는 고뇌 끝에 설계도를 그렸다. 이희태는 해답을 탑에서 찾았다. 불국사의 불탑을 허투루 보지 않았다. 지붕은 신라의 기와를 본떴고, 근정전 초석의 곡선이 바닥에 깔렸다. 뒤뜰에는 모조된 석가탑과 다보탑이 상징처럼 섰다. 원본에 쓰인 돌을 찾아 경주 외동의 화강암과 울주의 응회암을 가져왔다. 돌에 생명을 불어넣은 이는 당대를 대표하는 석공 김부관이었다. 공사는 6년 넘게 이어졌다. 마침내 1975년 7월 2일, 국립경주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한 달 뒤,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경주박물관’으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인왕동 시대의 문이 활짝 열리며, 경주는 세계의 중심임을 알렸다. 1982년 7월 19일, 제2 별관인 월지관이 문을 열었다. 안압지에서 발굴된 통일신라의 삶과 예술이 들어섰다. 2년에 걸친 발굴은 3만 점이 넘는 유물을 쏟아냈고, 그 유물을 품는 새로운 집이 월지관이 된 셈이었다. 2002년 5월엔 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신라의 불교미술, 그 정갈하고 깊은 흐름을 담은 공간이 지금의 ‘신라미술관’이다. 돌과 흙에서 피어난 신라의 미학이 이곳에서 다시 숨 쉬기 시작했다. 국립경주박물관은 더는 과거의 창고가 아니다. 역사가 현재와 마주하는 살아 있는 무대가 되고 있다. 2025년 10월 말에서 11월 초, 국립경주박물관은 또 한 번 세계의 중심이 된다. 2005년 부산 회담 이후 20년 만에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가 경주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국가 정상급 인사들이 모이는 역사적 회담의 무대를 준비하기 위해 경주박물관은 뜨거운 공사가 진행되는 중이다. <<하> 편에는 경주박물관 고려상감청자전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2025-06-11

李 대통령 ‘주가조작 원스트라이크 아웃’ 도입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해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11일 취임 후 첫 경제 현장 행보로 한국거래소를 찾아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행위 엄벌 의지를 천명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대한민국 주식시장에서 장난치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첫 날로 삼겠다”며 “(주식시장을) 이제는 다 바꿔야 한다. 시장의 불투명성을 해소하고, 최소한 완화하는 게 제일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가짜 정보로 주가를 올리고 이득을 취하는 통정매매를 지적하며 “이것부터 막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최소한 이재명 정부 들어서는 불법을 저질러 돈을 벌 수 없고 불법을 저질러서 돈을 벌면 몇 배로 돈을 물어내야 된다. 엄청난 형벌을 받게 되며 두 번째로 (그런 거래는) 불가능하다고 하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야 한다”며 “그 점은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법률 위반 요소가 있으면 제재하고 만약 제도적으로 지금까지 방치되고 있는 일들은 제도 개선을 해서라도 못 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대한민국 주식시장이 불법 부정거래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다고 믿어지는 상황을 완전히 역전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또 불공정거래 근절을 담당하는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의 역할과 책임이 매우 막중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신종 수법에 대응해 불공정거래를 조속히 적발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고, 신속한 조사를 위해 조직 인원을 확충하는 걸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여러 개선책을 적극 추진하겠다”며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질서를 확립해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주가지수 5000시대를 활짝 열어가자”며 주식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국민들이 주식 투자를 통해 중간 배당도 받고 생활비도 벌 수 있게, 부동산에 버금가는 대체 투자 수단으로 만들면 기업의 자본 조달도 쉬울 것이고 대한민국 경제 전체가 선순환될 것“이라며 ”그 핵심 축에 증권시장이 있다”고 강조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06-11

대구 달서구, 외국인 전용 OTA 관광상품 첫 출시

대구 달서구가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맞춤형 개별 관광상품을 개발해 운영 중이다. OTA(Online Travel Agency)를 통해 판매하는 ‘웰컴 달서! 외국인 OTA 상품 개발 사업’이 그 주인공이다. 이번 사업은 대구시 최초로 외국인 전용 OTA 기반 관광상품으로 기획돼, 대구 관광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달서구는 지역의 대표적인 생태·문화 관광자원을 기반으로, 외국인 관광객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고자 이번 사업을 추진했다. 봄 시즌에는 월광수변공원과 수밭골 웰빙음식거리, 가을에는 대명유수지와 서남신시장 등 지역 명소를 중심으로 계절별 테마 관광 콘텐츠를 구성했다. 자연 경관과 전통시장, 한국 음식 체험이 어우러진 ‘식도락 생태여행’ 콘셉트로 외국인의 흥미를 유도하고 있다. 또한, 관광상품에는 영남권 최대 테마파크 이월드와 83타워 입장권이 포함돼 있어, 달서구 내에서 대구의 주요 관광지를 한 번에 체험할 수 있는 가성비 높은 구성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OTA 플랫폼을 통한 예약 시스템으로 편의성을 높였으며, 콘텐츠와 안내는 영어·중국어 등 다국어로 제공돼 외국인 접근성 또한 강화했다. 특히 이 상품은 부산에서 출발해 대구를 경유하는 자유 승·하차 구조로 운영돼, 부산 입국자 또는 경유 외국인 관광객까지 유입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에 따라, 외국인 관광객은 당일 대구를 여행한 후 부산으로 돌아가거나, 대구에 체류하며 지역 관광을 이어갈 수 있는 유연한 동선 구성이 가능해졌다. 달서구는 올해 총 40회 운영, 400명 참여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지난 4월 29일 첫 운영 이후 현재까지 63명의 예약을 완료했다. 이태훈 달서구청장은 “달서구는 대구에서 관광객 수 1위와 2위를 동시에 기록한 지역으로, 이번 외국인 전용 OTA 상품은 국제 관광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실질적 발판”이라며 “앞으로도 에코전망대 건립 등 생태녹색관광 인프라 확충과 함께 다양한 국제관광 유치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06-11

대구시, 지역과 대학 상생발전 전략 정책연구과제 착수보고회 개최

대구시는 11일 동인청사에서 ‘지역과 대학의 상생발전전략 수립 정책연구 착수보고회’를 개최했다. 이번 정책연구는 인구구조 및 산업구조 급변에 따른 지역과 대학의 공동 위기를 경쟁력 있는 대학 육성으로, 능력 있는 인재양성과 우수한 인재의 지역 정주를 통해 지역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함께 도모하고자 추진하게 됐다. 착수보고회는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 행정부시장 주재로 진행됐고, 지역 10개 대학(경북대, 계명대, 대구교대, 계명문화대, 대구공업대, 대구과학대, 대구보건대, 수성대, 영남이공대, 영진전문대)의 부총장 등이 참석해 정책연구과제 수행기관인 대구정책연구원의 연구과제 발표 후, 지역과 대학이 내용을 함께 공유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주요 과업으로는 △지역과 지역대학의 위기와 배경 △지속 가능한 대학과 지역을 위한 요건과 연구사례 △지역-대학 간 협력사업 및 역할 △지역-대학 간 상생발전전략 및 실천과제 도출 등의 내용으로 구성됐다. 이번 연구는 약 6개월간 진행되며, 중간보고회와 최종보고회를 거쳐 상생발전 목표와 비전 체계 수립, 구체적인 실행 전략을 도출할 계획이다.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 행정부시장은 “지역 혁신 성장의 핵심은 지역 인재를 스스로 키우고 활용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지역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인력을 대학 자체 혁신을 통해 공급함으로써 산업-대학 간 혁신인재 수요공급 체계가 구축·마련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06-11

대구시 ‘소부장 미래혁신기반구축사업’ 최종 선정

대구시가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하는 ‘2025년 소부장 미래혁신기반구축사업’ 공모에 최종 선정됐다. 이번 공모 선정으로 국비 100억 원을 포함한 총 사업비 143억 원 규모의 ‘AI 융합 무금형 디지털 제조 기반 미래모빌리티 부품 DX 혁신지원 기반구축’ 과제를 본격 추진한다. 이번 사업은 금형 없이도 복잡하고 정밀한 부품을 신속하게 생산하는 무금형 디지털 제조 기술에 인공지능(AI) 설계 및 공정 최적화 기술을 결합해 고부가가치 미래형 모빌리티 부품을 생산하는 새로운 제조 생태계 구축이 핵심이다. 대구시는 경북대학교 첨단정보통신융합산업기술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대경본부), 한국섬유기계융합연구원과 컨소시엄을 구성했고, 성서산업단지 내 기구축 공간을 활용해 기업 지원 공간을 조성, 다점 무금형 성형 장비 등 4종의 핵심 장비를 신규로 도입해 경북대 첨단정보통신융합산업기술원이 보유한 제조 인프라와 통합하여 일괄지원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또 지역 내 중소·중견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인공지능(AI) 기반 설계·해석, 시제품 제작 및 공정 개선, 고정밀 형상 검사 및 품질 검증, 전문 기술교육 및 확산 프로그램 등을 포함한 전 주기 기술서비스를 체계적으로 제공해 제조현장의 디지털 전환을 본격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을 통해 지역 기업들은 금형 없이도 부품을 설계·제작할 수 있게 되며 인공지능(AI) 기반 기술 도입으로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고, 고부가가치 부품의 상용화 및 기술 자립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대구시는 ‘AI기반 공정혁신 시뮬레이션 센터 구축·운영’을 통해 디지털 제조 혁신 기반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다. 이번 사업 선정으로 대구시는 한층 더 강력한 추진력을 확보하게 됐다. 최운백 대구시 미래혁신성장실장은 “이번 공모 선정은 대구시가 미래모빌리티 부품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인공지능(AI) 기반 제조혁신 생태계를 조성해 온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며 “무금형 디지털 제조 기술을 통해 지역 기업들이 빠르게 변화하는 미래모빌리티 시장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대구가 디지털 제조와 모빌리티 기술이 융합된 국가 주도형 산업거점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06-11

달성군, 서울국제관광전서 ‘최우수 콘텐츠상’ 수상 영예

대구 달성군이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40회 서울국제관광전에서 ‘최우수 콘텐츠상’을 수상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국제관광박람회에서 콘텐츠의 기획력과 현장 운영 능력을 인정받은 성과다. 올해 40주년을 맞은 서울국제관광전은 45개국, 300여 개 기관이 참가한 가운데 총 500여 개 부스가 운영됐다. 국내외 관광홍보관은 물론 전통문화체험관, 월드푸드마켓존, 관광산업 컨퍼런스 등이 열려 관광산업의 글로벌 협력과 정보 교류의 장이 마련됐다. 달성군은 ‘캠핑장’을 테마로 꾸민 홍보부스를 통해 △화석박물관 △도동유교문화관 △비슬산 참꽃문화제 △달성 100대 피아노 △여행 인센티브 지원사업 △달성투어버스 등 지역 대표 관광 콘텐츠를 소개해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특히 ‘파크골프의 메카’를 지향하는 달성군은 파크골프 체험 이벤트를 마련, 현장 관람객의 큰 호응을 얻으며 이색적인 체험형 관광 홍보로 차별화를 이뤘다. 더불어 B2B 트래블마트에도 참가해 국내외 여행업계와의 네트워킹을 통해 실질적인 관광 마케팅 성과도 거뒀다. 최재훈 군수는 “달성군의 관광자원을 널리 알릴 뜻깊은 기회였다”며 “앞으로도 차별화된 콘텐츠를 지속 개발해 국내외 관광지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최상진기자 csj9662@kbmaeil.com

2025-06-11

iM뱅크, 광주은행과 ‘2025 달빛동맹 교류행사’ 실시

iM뱅크가 광주은행과 함께 담양군 일대를 찾아 ‘2025 달빛동맹 교류행사’를 진행했다. 지난 9일 진행된 행사에는 황병우 iM뱅크 은행장, 고병일 광주은행 은행장을 비롯해 각 사에서 25명씩 총 50여명의 직원이 참여했으며 한과 만들기 체험 및 기부, 전남 명소 방문을 통한 상호 교류 등의 시간으로 진행됐다. iM뱅크와 광주은행의 ‘달빛동맹’은 달구벌(대구)과 빛고을(광주)의 ‘달빛동맹’이 대구와 광주의 지자체 동맹에 그치지 않고 예술, 교육, 금융권 등 민간 차원으로 확대한 사례 중 하나로 지난 2015년부터 실시됐다. 양사는 ‘달빛동맹 강화를 위한 교류협력’을 체결한 이후 정기적으로 영호남 지역을 오가며 사회공헌 활동, 지역 명소 방문을 통한 양 지역 관광 활성화 등에 일조하고 있다. 지난해 대구 반월당을 찾은 것에 이어 올해 전남 담양을 찾은 참가자들은 명인 한과 만들기 체험을 진행하고, 완성품을 담양 지역 취약계층에 전달했다. 이어 2003년 조성된 대나무숲인 죽녹원을 방문해 해설사의 설명과 함께 담소를 나누며 화합의 시간을 가졌다. 황병우 은행장은 “올해 달빛동맹 교류는 10주년을 맞아 더욱 뜻 깊으며, 매년 지역 교류를 통한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ESG 경영실천 방안과 노하우를 공유해 각 지역의 사회적 책임을 논의하고 확대해왔다”며 “화합의 상징이 된 ‘달빛동맹’을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지역간 화합 도모에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06-11

영진전문대, 2026학년도 학과 정원 조정 및 개편 단행

영진전문대학교가 미래 산업 수요에 대응하고, 교육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2026학년도 학사구조 개편에 나서, 일부 학과 및 전공의 입학정원을 조정했다. 이번 정원 조정은 디지털 신기술,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보안 등 변화하는 신산업 분야 핵심 인력 양성을 강화하고, 사회실무 분야의 다양한 교육 수요에 맞춰 일부 전공을 폐지하거나 통합하는 방식으로 추진됐다. 컴퓨터정보계열(3년제)기존 세분화됐던 학과(전공) 중 AI소프트웨어과를 제외한 게임메타버스과, IT클라우드보안과, 일본IT과를 통합해 △AI게임메타버스과 △AI글로벌IT과로 개편하고, 계열 정원을 기존 181명에서 122명으로 조정했다. 또 기존 ‘IT온라인창업과’를 포함해 △AI컴퓨터보안과 △글로벌네트워크과 △글로벌OA과 등 4개 학과(전공)로 구성된 새로운 AI컴퓨터보안계열과 경영회계융합계열 ‘스포츠경영과’ 를 신설했다 반도체전자계열 ‘미래자동차전자과’의 명칭을 ‘미래모빌리티과’로 변경하고, 호텔항공관광과는 기존 3개 전공을 △호텔항공 △글로벌관광 2개 전공으로 통합했다. 이번 개편으로 영진전문대의 2026학년도 전체 입학정원은 기존 2414명에서 36명이 늘어난 2450명으로 확대됐다. 학교 측은 “이번 정원 조정과 학과 개편은 인공지능 등 디지털 산업혁명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학생들의 진로 다양화에 부응하기 위한 사회 실무 중심 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교육의 유연성과 현장 적합성을 높여 학생들의 진로 설계를 더욱 효과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06-11

경일대, 美 조지아주 초·중·고 교사 초청 연수 성료

경일대학교가 지난 3일부터 8일까지 ‘2025년 미국 오번대학교 글로벌 교육연구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미국 조지아주 초·중·고 교사를 초청해 한국의 교육과 문화를 이해하고 체험하는 글로벌 연수 프로그램을 개최했다. 연수단은 로이리커스 쿡 어번대학교 대외협력 부총장과 제니퍼 오덤 루이스 교장(메터 초등학교)을 포함해 조지아주 초중고 교사 등 17명으로 구성됐으며 경산과 경주, 안동, 대구, 서울 등 각지에서 교육 연수와 문화 체험을 진행했다. 이번 연수는 미국에 진출한 아진산업과 현대자동차 등 한국 기업들의 현지 공장 설립에 따른 조치로, 조지아 지역 교사들이 현지 한국 학생들과 원활히 소통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됐다. 아진산업이 프로그램을 후원하고, 경일대가 교육 연수의 실무를 맡아 진행했다. 지난 3일 연수단은 경일대를 방문, 환영식에 참석한 후 교육 전문가 초청 특강을 수강했다. 이어 경일대 캠퍼스와 아진산업 본사 및 공장 투어를 통해 한국의 교육 및 산업 현장을 직접 체험했다. 5일에는 경산 지역의 우수 학교인 삼성현초교와 경산과학고 등을 방문해 수업 현장을 둘러보고 한국과 미국의 교육시스템을 비교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어 대구 시티투어와 함께 근대 문화유산을 둘러보며 사회문화 전반에 대한 이해를 높였으며, 경주와 안동 등 전통 도시 탐방을 통해 한국 문화에 대한 시각을 넓히는 기회도 가졌다. 이번 프로그램은 단순한 문화 체험을 넘어 경일대와 미국 오번대학교 및 조지아 지역 교육기관 간의 장기적인 교류와 협력을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중점을 뒀다. 또 현지 교육과정에 한국 문화 반영 및 교류 프로그램 확대 등 구체적인 협력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류지헌 경일대 국제처장은 “이번 연수를 통해 조지아주 교육 관계자들이 한국 문화와 교육 시스템을 충분히 이해하고, 앞으로 조지아 현지 학교에서 한국 학생들과의 소통과 이해에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06-11

포항공대, 인간 뇌 유사 작동 3D 뇌 모델 개발

포항공과대학교는 조동우 기계공학과 교수, 장진아 기계공학과 · IT융합공학과 · 생명과학과 · 융합대학원 교수, 배미현 박사, 김정주 박사 연구팀이 실제 사람의 뇌와 유사하게 작동하는 3D 뇌 모델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11일 밝혔다. 최근 일상적인 음주 습관조차 뇌세포 손상과 관련 있다는 연구들이 나오면서 인간의 뇌 반응을 실험실에서 정밀하게 재현할 수 있는 ‘인공 뇌 모델’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사용된 평면적인 세포 배양 방식이나 줄기세포 기반 오가노이드(organoid, 소형 장기 모사체)는 실제 뇌처럼 복잡한 구조와 기능을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이 개발한 ‘BENN(Bioengineered Neural Network)’은 마치 3D 프린터로 집을 짓듯 뇌의 구조를 층층이 쌓아 올려 만든 새로운 인공 뇌 모델로 실제 뇌처럼 ‘회백질’과 ‘백질’이라는 두 구역으로 나누어 구조를 구현한 것이 핵심이다. 회백질은 신경세포의 본체가 모여있고 백질은 신경세포의 축삭들이 정렬되어 위치하는 정보 고속도로와 같은 영역이다. BENN 모델을 활용해 알코올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한 결과 사회적 음주 수준인 0.03%의 에탄올 농도를 뇌 모델에 3주간 매일 적용했을 때 회백질 영역에서는 알츠하이머와 관련된 단백질(아밀로이드-베타, 타우 단백질)이 증가했고 백질 영역에서는 신경섬유가 휘거나 부풀어 오르는 변형이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조동우 교수는 “이전 모델로는 관찰하기 어려웠던 신경 연결 상태나 전기 신호 반응까지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게 됐다”라며 “전임상 단계에서 질환을 조기에 확인하고 치료 효과를 정확히 예측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제조 및 소재 분야 국제 학술지인 ‘International Journal of Extreme Manufacturing’에 게재됐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06-11

정성화·한동석·김상현 원장 기초·첨단·바이오硏 이끈다

경북대학교가 글로컬대학30 사업의 핵심과제로 제시했던 3대 융합연구원(기초학문·첨단기술· 바이오)의 원장을 임명했다. 이번에 임명된 융합연구원 원장은 정성화(64·화학과 교수) 기초학문융합연구원장, 한동석(59·전자공학부 교수) 첨단기술융합연구원장, 김상현(52·의학과 교수) 바이오융합연구원장이다. 세 명의 원장 모두 세계적으로 우수한 석학으로, 개방형 공모제를 통한 공정한 경쟁과 심사를 거쳐 임명됐다. 경북대는 올해 초 연구중심 대전환을 위한 핵심 조직으로 3대 융합연구원을 총장 직속기구로 신설했으며, 이번 원장 임명을 계기로 글로컬대학30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각 원장은 연구유닛 구성을 통한 연구플랫폼 구축, 연구 몰입형 환경 조성, 연구중심대학 전환 및 지역산업 성장과 지역혁신 등 3대 융합연구원의 목표 달성을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된다. 경북대는 지난해 글로컬대학30 사업에 최종 선정돼 △연구중심 대전환 △글로벌 아카데믹 모빌리티 증대 △연구중심형 교육혁신 △청년 연구자 타운 조성 △지역상생 오픈교육 등 5개의 추진과제와 세부과제들을 추진 중이다. 정성화 기초학문융합연구원장은 기후변화 및 환경오염 방지와 관련된 연구를 선도적으로 수행하고 있으며, 관련 연구는 하루 평균 10회 이상 인용되고 있다. 또 세계 학술 데이터 분석 플랫폼인 스칼라 GPS(ScholarGPS)가 발표한 ‘세계 최우수 랭킹학자(Highly Ranked Scholar)’에 3년 연속 이름을 올리고, 글로벌 정보분석 기업 클래리베이트가 발표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Highly Cited Researcher, HCR)’에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 연속 선정됐다. 한동석 첨단기술융합연구원장은 정보통신연구진흥원(현 ITTP) 디지털TV/방송사업단 단장으로 재임하는 등 관련 분야에서 선도적인 연구자로 알려진 우수 석학이다. 한 원장은 현재 한국연구재단 중점연구소인 경북대 ICT·자동차융합연구센터장으로 재직하며 산업통상자원부 국책과제, 삼성디스플레이 기업과제를 수행하고, 2024년에는 자율주행 기술 발전에 대한 공로로 대구시장 표창을 수상하는 등 활발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상현 바이오융합연구원장은 한국인 최초 미국 보건복지부 국가독성프로그램 project officer, 한국연구재단 신약단장(PM), 한일약리학회 및 아시아태평양 약리학회(APFP) 회장, 제4차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 기획위원장을 역임했다. 3대 융합연구원 원장들은 학사조직과 독립된 자율적 조직 운영 권한을 부여받아 다학제 연구유닛 구성 및 도전적 연구주제 발굴을 통한 융합연구 체제 구축과 대학 연구력 제고, 지역과의 연계를 통한 지역산업의 성장과 혁신, 정부출연연구소와의 학연협력플랫폼 구축 등 글로컬대학30 사업 추진의 핵심적․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전망이다. 향후 3대 융합연구원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기술 관련 수익 및 실제 창업 성과 등을 통해 혁신적이고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할 방침이다. 허영우 경북대 총장은 “세계적 석학 수준의 연구원장을 임명하고 독립적인 연구원 운영을 통해 기존 연구소와는 다른 대학의 대표 연구소로 브랜드화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3대 융합연구원을 통해 경북대가 연구중심대학 전환의 혁신을 이루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06-11

10골 터뜨린 손흥민·1397분 뛴 황인범 ‘공헌’

한국 축구가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눈부신 역사를 쓴 과정엔 가장 많은 골을 터뜨린 '캡틴' 손흥민(토트넘)의 활약과 가장 많은 시간 그라운드를 누빈 황인범(페예노르트)의 헌신이 있었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은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10차전에서 쿠웨이트를 4-0으로 대파하며 월드컵 본선을 향한 여정을 마쳤다. 이미 지난 6일 이라크와의 9차전 원정 경기 승리로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 지은 홍명보호는 안방에서 쿠웨이트를 상대로 골 잔치를 벌이며 자축했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이번 예선에서 한국 대표팀 중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는 대표팀 주장 손흥민이다. 손흥민은 2차 예선에서 7골, 3차 예선에서 3골을 합해 총 10골을 터뜨렸다. 특히 그는 지난해 11월 팔레스타인전에서 A매치 51호 골을 기록하면서 황선홍 현 대전하나시티즌 감독을 제치고 남자 A매치 최다 득점 단독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손흥민 다음으로는 이강인(파리 생제르맹)과 이재성(마인츠)이 2·3차 예선을 통틀어 나란히 5골을 넣었고, 오현규(헹크)와 황희찬(울버햄프턴)이 4골씩 보탰다. 배준호(스토크시티), 오세훈(마치다젤비아), 주민규(대전)가 2골씩 터뜨렸다. 대표팀의 '중원 사령관' 황인범은 가장 많은 시간 뛰며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앞장섰다. 황인범은 2·3차 예선에서 1천397분을 뛰었다. 그는 한국이 치른 예선 16경기 중 부상으로 뛰지 못한 지난 3월 월드컵 3차 예선 오만과의 7차전을 제외한 15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황인범 다음으로는 조현우(울산·1천297분), 이강인(1천235분), 이재성(1천185분), 손흥민(1천165분), 설영우(즈베즈다·1천138분)가 뒤를 이었다. 3차 예선만 따지면 조현우(905분), 설영우(902분), 황인범(855분), 이강인(797분), 이재성(784분) 순이었다. 손흥민은 부상으로 3경기를 결장한 탓에 585분을 소화했다. 한편 11회 연속 본선 진출 대업을 이루기까지 총 63명의 선수가 2·3차 예선에 소집돼 힘을 보탰다. /연합뉴스

2025-06-11

마을의 과거와 미래를 품고 살아갈 생명의 상징

지속 가능한 지구 시스템에서 나무는 지구를 지키는 초병으로써 최전선에 서 있다. 지구에 나무가 없다고 상상해 보면, 지구는 의미 없는 먼지에 불과할 것이다. 생명체가 이 지구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것도 나무 덕분이다. 나무는 생명체가 필요로 하는 물과 공기, 흙을 정화해 건강한 삶을 가능케 한다. 또한 온도와 습도, 바람 등 미기후를 조절하고, 토양 유실과 홍수를 예방하여 지구를 안전하게 지켜준다. 나무는 인간이 태어나기 이전부터 존재해 왔고, 앞으로도 영원히 살아갈 것이다. 생명체를 품고 키우며 지구를 부양하고 보살피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이며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에게는 신과 같은 존재이다. 650살·높이 20m·둘레 6m 노거수 1982년 천연기념물 제318호로 지정 고려 공민왕 때 전쟁에 나간 효자의 “나무를 자식처럼 가꿔 달라”는 전설 오늘날 마을 공동체 정신으로 이어져 우리 조상들은 오래전부터 나무를 사랑하고 보호해 온 민족이다.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이 깃든 숲을 ‘당산 숲’ 또는 ‘마을 숲’이라 불렀고, 그 숲의 나무를 ‘신령이 깃든 당산목’, ‘성황나무’, ‘신지핌나무’라 하여 신성시하였다. 이러한 나무는 액운이나 잡귀의 침입을 막는 마을의 신목으로 여겨졌으며, 훼손은 신체 훼손과 동일시될 만큼 금기시되었다. 이 가운데 역사적·문화적·학술적으로 가치 있는 당산목, 정자목, 풍치목 등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법적으로 보호받고 있다. 이러한 법적 보호는 일제강점기인 1933년 제정된 ‘조선 보물, 고적, 명승, 천연기념물 보존령’ 제6호에서 비롯되었고, 해방 이후 1962년 ‘문화재보호법’이 제정되면서 더욱 강화되었다. 현재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노거수는 국가유산청에서 관리하며, 산림청은 100년 이상 된 노목, 거목, 희귀목 등을 보호수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1972년에는 전국의 노거수를 일제 조사하여 요건에 부합하는 나무를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보호 대상으로 삼았다. 보호수로 관리되던 나무 중 민속문화적 가치가 인정되어 천연기념물로 승격된 나무가 있다. 바로 경북 경주시 안강읍 육통리 1428번지의 회화나무 노거수이다. 이 나무는 “나무를 자식처럼 가꾸어 달라”는 유언이 전해지는 전설의 당산나무다. 나이는 약 650살, 높이는 20m, 둘레는 6m에 이르는 노거수이다. 1982년 11월 4일 천연기념물 제318호로 지정되었다. 안내판에는 나이가 400살로 기록되어 있으나, 전설에 따르면 고려 공민왕 시대(재위 1351~1374)에 심어졌다고 한다. 그의 마지막 재임 연도로 계산하더라도 650년이 된다. 전설을 뒷받침하듯, 마을 중심부에 노거수가 자리 잡고 있다. 회화나무 노거수는 나이만큼이나 몸은 노쇠하여 큰 원줄기는 속이 비어 있었다. 주민들은 외과수술과 짐승이나 새, 곤충들이 드나들지 못하도록 촘촘한 방충망 설치와 나무 주변 아스팔트 도로에 유공을 뚫고 지팡이도 선물하였다. 마을 제사를 지내는 당산목임을 표시하는 바윗돌 제단과 금줄이 쳐져 그 위엄만은 아직도 건재하게 살아있었다. 육통리 회화나무 앞에 서면, 마치 한 세기의 숨결이 바람을 타고 흘러오는 듯하다. 속이 비고 몸이 휘어진 나무는 늙은 신령처럼 말없이 마을을 지키고 있다. 생명이란 얼마나 질긴 것인가. 줄기 속 공동은 상처지만, 그 틈으로 햇살이 스며들고, 가지는 여전히 하늘을 향해 뻗었다. 공존이란 이름 아래, 나무도 사람도 서로의 시간을 감싸 안는다. 생명은 혼자가 아니다. 나무는 말없이 이 마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품고 있다. 회화나무에는 예부터 내려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전설이라고 하지만, 마을의 한 역사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고려 공민왕 때에 부모님께 지극정성으로 효도하는 김영동이란 젊은 청년이 마을에 살고 있었다. 당시 북으로부터 홍건적이 침입하고 남으로부터 왜적이 침입하여 양민을 학살하고 노략질을 일삼는 바람에 백성들은 편안할 날이 없었다. 19세의 젊은 나이로 나라와 백성을 구하기 위해 전쟁터에 나갈 것을 결심하고 회화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그리고 부모님께 하직 인사를 하며 ‘소자가 돌아오지 못하더라도 나무를 자식으로 알고 잘 가꾸어 달라’라고 하였다. 그는 왜구와 싸우다가 전사하자 부모는 그 슬픔을 이겨내려고 아들의 소원대로 회화나무를 보호하고 잘 가꾸었다.” 육통리 마을에서는 전쟁터에서 잃은 귀한 아들처럼, 부모의 마음으로 오늘날에도 정월 보름날 마을에서 가장 정결한 사람을 제주로 뽑아 제사를 지내고 있다. “나무를 심고 귀한 자식처럼 보살피고 가꾸어 달라고 유언한다.” 이보다 더한 노거수 사랑이 있겠는가 싶다. 우리 조상들의 나무 사랑과 지혜는 이 고사와 전설을 통해 더욱 빛난다. 국가유산청이 시행하는 2022년 자연유산 보존에 앞장선 마을 대표에게 수여하는 ‘당산나무 할아버지’ 상을 육통리 김상동 이장이 받았다고 마을 주민 한 분이 귀띔해 주었다. 육통리 천연기념물 회화나무는 단순한 노거수를 넘어, 수백 년간 마을 사람들의 정성과 믿음을 품고 자라온 살아 있는 역사이자 문화유산이다. 고려 시대 청년의 효심과 나라 사랑에서 비롯된 전설은 오늘날까지도 마을 제사와 공동체 정신으로 이어지며, 나무를 자식처럼 보살피고 가꾸어 온 조상들의 지혜와 자연에 대한 깊은 존중을 보여준다. 국가유산청이 ‘당산나무 할아버지’ 상을 수여한 것도 이러한 공동체의 노력을 인정한 것이며, 회화나무는 앞으로도 마을을 품고 또 다른 백 년을 살아갈 생명의 상징으로 남을 것이다. 필자의 시 ‘회화나무 앞에서’ 바람은 묻는다 그대는 몇 해를 살아왔느냐고 줄기 깊숙이 숨은 옛 전설이 잎사귀마다 흔들린다 전쟁터에 나선 아들의 유언처럼 나무는 자식이 되고 부모는 나무와 함께 세월을 견뎠다 속이 텅 빈 몸 지팡이 몇 개에 의지하며 그늘을 나눠주는 노거수 마을의 기둥은 쓰러지지 않는다 신령이 깃든 나무 아래 주민의 기원이 피어난다 또 다른 백 년을, 육통리 마을을 품고. /글·사진=장은재 작가

2025-06-11

섬유개발원-창원대 ‘우주항공 첨단소재’ 개발

한국섬유개발연구원과 국립창원대는 지난 5일 우주항공 분야 첨단섬유소재 공동 연구와 기술 발전 촉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산업부 ‘산업용 섬유 얼라이언스’ 출범과 과기부의 12대 국가전략기술 고도화 등 정부의 핵심 정책과도 부합한다. 세부적으로 우주항공 및 방산 분야에서 요구하는 첨단섬유소재의 기술 자립화와 새로운 적용 분야 확대 및 전문 인력 양성 체계 구축에 중점을 두고 있다. 주요 내용은 △우주·항공 분야 첨단소재 공동 연구, △기술 교류를 위한 협력,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인적·물적·시설 지원 등이다. 특히, 우주·항공분야 적용 소재의 국산화, 차세대 첨단소재(스텔스·우주방사선 차폐 등) 및 인공위성 핵심부품 등의 공동 개발, 우주항공청의 신사업 발굴과 연계한 공동 연구 추진 등을 긴밀하게 협력할 계획이다. 김성만 한국섬유개발연구원장은 “우주항공분야의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하고 있어 핵심 부품소재의 국산화를 위한 첨단 섬유기술의 고도화가 중요한 시점이다”며 “국립창원대와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국가전략기술을 선도하고,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핵심소재 개발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은 미래모빌리티, 로봇, ABB, 바이오 등 미래 신산업과 섬유소재 기술의 융합을 선도하는 전문생산기술연구소이다. 국립창원대는 올해 3월 사천시 산업단지 복합문화센터에 우주항공캠퍼스를 개교했으며, 지역의 우주항공 산업 기반과 연계해 전문 인재 양성을 하고 있다.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2025-06-11

대구·대구상의, ESG 경영컨설팅 킥오프 회의

대구시와 대구상공회의소는 ‘2025년 대구지역 ESG 경영 지원사업’ 컨설팅 참여기업 8개사와 함께 킥오프 회의를 지난 9일 개최했다. ESG 경영은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경영 패러다임으로, 최근 투자자와 소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또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장기적인 성장에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대구상의와 대구시는 지역 기업들이 ESG 경영을 선제적으로 대응 할 수 있도록 2022년부터 업체별 맞춤형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 컨설팅은 기업의 ESG 역량에 맞춰 입문 단계와 성장단계로 구분해 실시한다. 입문단계에는 ㈜동신금속, 고광산업㈜ 2개사가, 성장단계에는 삼보모터스㈜, 농업회사법인㈜영풍, ㈜세원정공, ㈜티에이치엔, 와이제이링크㈜, 삼우기업㈜ 6개사로 총 8개사가 참여한다. 회의에 참여한 A사 관계자는 “ESG 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이번 컨설팅을 통해 ESG 경영을 체계적으로 도입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상길 대구상의 상근부회장은 “이번 컨설팅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대비하는데 중요한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대구시와 지속적인 소통과 협력을 통해 ESG 경영이 우리 지역에 확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06-11

대구·경북중기청, 기술 창업 중심지 도약 뒷받침

대구·경북지방중소벤처기업청이 10일 김천 호텔로제니아에서 ‘대구·경북 초격차 스타트업 커넥팅 데이’를 개최하고, ‘유관기관 거버넌스’를 공식 출범했다. 이번 행사는 대구·경북 지역의 유망 딥테크 창업기업을 발굴하고, 대기업·중견기업 및 투자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차세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을 지원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는 정기환 대경중기청장을 비롯해 한국엔젤투자협회, 대구·경북 창조경제혁신센터, 대구대학교 창업지원단 등 지역 창업지원기관과 초격차 스타트업 등 7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에서는 유관기관 간 업무협약을 통해 초격차 기업 발굴, 공동 프로그램 운영, 투자 연계 등 전 주기 협력체계를 구축하기로 뜻을 모았다. 또한, 2025년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선정된 지역 기업 5개사를 대상으로 현판 수여식이 진행됐으며, 이들은 향후 기술사업화, 스케일업, R&D 자금지원 등을 통해 본격 성장궤도에 진입할 예정이다. 현판식 이후에는 초격차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수요기업과 스타트업 간 1:1 밋업 프로그램과, 투자 IR 데모데이도 함께 진행됐다. LG사이언스파크, DB손해보험 등 대·중견기업과의 밋업을 통해 실질적인 협업과제(PoC) 발굴이 이루어졌으며, KDB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등 9개 투자기관이 참여한 IR을 통해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 가능성을 높였다. 정기환 대경중기청장은 “초격차 스타트업은 산업의 미래를 이끌 핵심 주체”라며 “지역 유관기관과 함께 발굴부터 투자까지 전주기 지원체계를 강화하여 대구·경북이 기술창업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06-11

대형마트 휴무, 법정공휴일 강제 법안 추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법정 공휴일로 고정하는 법안이 추진되면서 유통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국회 소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개정안은 지방자치단체의 자율 결정권을 폐지하고, 월 2회의 의무휴업일을 ‘법정 공휴일’로 고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개정안이 통과되면 일요일이나 특정 공휴일에 강제로 문을 닫아야 한다. 대구시는 2023년 2월 전국 특·광역시 최초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을 시행했다. 대구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은 전국으로 확산돼 이마트는 점포 155곳 가운데 63곳이, 롯데마트는 111개 점포 중 39곳이 평일 휴업을 하고 있다. 의무휴업일 변경이 이뤄진 2023년 2월부터 7월까지 대구지역 신용카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 기간 지역 전통시장과 음식점은 각각 전년 대비 32.3%, 25.1% 매출 증대를 기록했다. 휴업일 평일 전환에 대한 소비자 긍정 답변도 87.5%에 달하는 등 제도 정착이 완료된 상황이여서 법안 통과시 사회적 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해당 법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형 마트 관계자는 “공휴일 매출이 평일 대비 2배가량 많은데 공휴일 의무 휴업이 도입되면 이커머스의 공세 속에 고전하고 있는 마트들은 사실상 문을 닫게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마트 노동자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대형마트 종사자는 “최근 대형마트들이 문을 닫고 철수하는 사례가 대구에서도 일어나고 상황에서 휴무일을 강제한다면 마트의 매출은 하락할 것이고, 이는 곧 종사자들의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노동자를 위한 법안이 노동자를 옥죄는 경우를 많이 봤다. 시대 상황을 보고 그에 맞는 현명한 법안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시민 이은아(39)씨는 “주말에 대형 마트가 문을 닫는다고 해서 전통시장으로 가는 일은 없을 것 같다”며 “오히려 온라인 쇼핑몰을 더 많이 이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대형 마트 공휴일 의무 휴업은 민주당이 지난 3월 발표한 20대 민생 의제에는 포함됐으나,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약집에 대형 마트 공휴일 의무 휴업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지 않았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06-11

“전략적 차별화 통해 글로벌 플랫폼 도약”

“질적 성장과 전략적 차별화 통해 글로벌 MICE 플랫폼으로 도약하겠습니다.” 신임 전춘우 엑스코 대표이사 사장의 포부다. 전 사장은 지역 전시산업을 대표하는 기관으로서 엑스코의 발전을 위해 조직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전 사장은 “엑스코는 공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지닌 복합 조직”이라며 “이러한 특성을 고려할 때, 현재의 조직 구조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조직 내 소통과 유연한 변화 대응 능력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특히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문 인력 양성, 디지털 전환(Digital Customer eXperience, DCX) 기반의 현장 중심 경영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ESG 중심의 지속 가능 경영체제로의 빠른 전환도 핵심 과제로 내다 봤다. 내부적으로는 수평적이고 공정한 조직문화를 정착시켜 임직원 개개인의 역량과 성과가 인정받는 환경을 만드는 것 역시 목표로 잡았다. 동시에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중시하는 건강한 조직문화를 실현해 모두가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전 사장은 “엑스코가 현재까지 연간 120여 회의 전시회와 1800건 이상의 컨벤션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지역 대표 MICE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해 왔다”면서 “ ‘질적 성장’과 ‘전략적 차별화’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전시·컨벤션 허브로 거듭나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친환경과 디지털 전환을 결합한 스마트 전시장으로의 전환을 추진할 것”이라며 “지속 가능한 전시문화를 위해 글로벌 친환경 기준을 도입하고, 디지털 기반의 편의성과 안전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지역 산업과 연계한 특화 전시회를 집중 육성 할 것이라고도 했다. 전 사장은 “미래혁신기술, 그린에너지, 소방·안전·의료 등 대구·경북의 주력 산업을 중심으로 전시회를 대형화·전문화해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하겠다”며 “전시회와 수출상담회를 연계한 비즈니스 플랫폼 기능도 강화해 지역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엑스코는 글로벌 MICE 허브로 도약하기 위한 대형 프로젝트들을 준비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대구·경북 신공항 개항에 발맞춰 국제 바이어와 해외 유망 기업이 참여하는 글로벌 전시회 유치에 주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전 사장은 “미래 차, 바이오헬스, 에너지 산업과 같은 미래 전략산업 중심의 전시회를 대형화하고, 이를 통해 지역 산업과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국제기구 및 해외 유수 전시 주최자들과 협력해, 엑스코만의 독창적이고 전문화된 콘텐츠를 지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대구 시민에게 포부도 밝혔다. 전춘우 대표이사 사장은 “엑스코는 단순한 전시장이 아니다. 지역 경제와 산업을 견인하고, 수출 확대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핵심 플랫폼”이라며 “앞으로 엑스코가 시민의 자부심이 되는 공간, 청년들에게 꿈과 기회를 주는 플랫폼, 그리고 지역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동반자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지역사회와의 상생,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다양한 공헌 활동도 적극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엑스코는 새로운 30년을 준비하는 글로벌 MICE 중심지로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도전해 나갈 것이며,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06-11

6월 대구·경북 분양시장전망지수 큰 폭 상승

6월 대구·경북 지역 아파트분양전망지수가 크게 상승하며 분양시장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금리 인하의 여파가 소비자의 발걸음을 움직이고 있다. 11일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6월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전국 평균 1.3포인트(p) 상승한 94.6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은 2.5p (107.1→104.6) 하락 전망됐으며, 비수도권은 2.2p(90.3→92.5)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대구는 11.2p(78.3→89.5), 경북 15.4p(84.6→100.0)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 비수도권에서 전망지수가 상승한 것은 대선 이후 차기 정권에서 지방 미분양아파트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영향을 준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 대구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모습을 보이며 현 상황을 반증하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 물량 역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 대구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163만 원을 기록했다. 이는 2월 평균 매매가(1155만 원) 이후 2달 연속 상승세를 보이는 수치다. 미분양 아파트 물량의 경우 같은 달 대구 미분양 아파트는 9065가구로, 지난해 동월(9667가구) 대비 약 600가구가 감소했다. 이러한 상황은 금리 흐름에 따른 현상이라는 분석이 많다.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5%로 인하하면서 장기간 침체돼 있던 부동산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어서다. 실제 지난달 2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기존 2.75%에서 2.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는 경기 둔화와 소비 위축에 대응하기 위한 결정으로,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 사이 네 번째, 올해 들어서는 지난 2월에 이어 두 번째 인하다. 금융권에서는 연말 또는 내년 초까지 기준금리가 2.25% 수준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구 등 지방에서도 매수 심리가 점차 회복세로 돌아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한, 미분양 물량이 누적됐던 일부 외곽 지역에서도 매수 문의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거래량 회복이 예상되며, 중장기적으로는 주요 입지에 위치한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 안정 및 반등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는 “기준금리 인하는 지방 광역시 부동산 시장에도 직접적인 긍정 효과를 미칠 수 있다”며 “특히 크게 위축됐던 대구, 부산, 광주 등의 광역시 부동산 시장은 저금리 기조 속에서 실수요자 유입이 늘고, 지역별 회복세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06-11

국가 AI 인프라의 미래… ‘경북과 포항’을 중심지로

초거대 AI 시대를 앞두고 포항과 경북이 국가 전략 인프라의 중심지로 도약하기 위한 본격적인 논의가 국회에서 시작됐다. 국민의힘 김정재 국회의원(포항 북)과 이상휘 국회의원(포항 남·울릉)이 공동 주최한 ‘국가 AI 인프라의 미래, 경북과 포항의 전략적 가능성’ 정책토론회가 11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경상북도·포항시·경북연구원이 공동 주관했고 초거대 AI 시대를 대비해 에너지·데이터·인재가 결합된 지역 기반 AI 연산 인프라 구축 방안을 논의하고자 마련됐다. 행사에는 산·학·연 전문가 및 중앙·지방정부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기조 발제는 차인혁 경상북도지사 미래 전략 특별고문이 맡아 ‘글로벌 경쟁의 거대 변화와 한국형 AI 컴퓨팅 거점의 전략적 상상’을 주제로, 고성능 연산 인프라 확보의 국제 경쟁 상황과 함께 포항의 전력·지리·데이터 인프라 장점을 소개했다. 이어 진행된 종합토론에는 KT, 한동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네이버 클라우드 등 전문가들이 참여해, 지방 기반의 AI 컴퓨팅센터 유치 필요성과 실행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펼쳤다. 전문가들은 특히 원전 기반의 청정 전력망, 방사광가속기 등 대규모 과학 데이터 생산 인프라, 태평양 해저 광케이블 연계 글로벌 네트워크 등 포항이 가진 조건이 AI 컴퓨팅센터 설립에 매우 유리하다는 점에 주목하며, 수도권 편중을 극복할 지방 중심 국가전략 인프라 모델로서 포항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김정재 의원은 “AI는 전 산업의 전략 인프라이며, 포항은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복합 조건을 갖춘 도시”라며, “국가 AI 인프라 전략이 실질적 실행력을 갖추려면, 전력·부지·인재 등의 조건을 갖춘 포항을 거점으로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휘 의원은 “AI는 국방·외교·경제를 포괄하는 전략 기술이며, 포항은 AI 시대를 돌파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전략 카드”라고 강조하며 “수도권과의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고 포항 중심의 지역 주도 AI 균형발전을 실현할 수 있도록 입법적·재정적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06-11

소나무 향 따라 맨발로 걷는 북천수

포항 북송리 북천수(北川藪)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곳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숲 중 3번째로 긴 숲이다. 조선 철종 때 조성된 북천수는 오래된 지명의 향기를 지닌다. 북천의 숲이라는 뜻으로 곡강천의 다른 이름인 북천에서 유래했다. 예로부터 주민들은 북천의 물길을 따라 논과 밭을 일구었다. 가물어도 북천수가 마르지 않으니 생명의 젖줄이라 불렀다. 그 세월을 말하듯 지금도 그 옆길을 걷다 보면 시간이 잠시 숨결을 고르는 듯하다. 신발을 벗고 맨발로 그 길에 들어선다. 소나무가 드리운 그늘 아래여서 햇살도 새소리도 부드럽다. 북천수 산책로는 잔돌과 흙이 동시에 밟혀 나 같은 맨발 걷기 초보자에게는 발걸음을 떼기가 조심스럽다. 그러나 맨발로 걷는 경험은 눈이 아닌 발로 세상을 다시 읽어내는 일이 아닌가. 흙의 온도, 잔돌의 감촉, 마른 솔잎의 간지러움까지, 나는 시각으로 세상을 보지 않고 발바닥이 전달하는 감각으로 주변을 인식하기 위해 노력해 본다. 세상과 나 사이에 있던 어지러운 고민들이 조금씩 무너지는 것 같다. 문득 김훈 소설가의 ‘자전거 여행’ 책 속 문장이 떠오른다. “나는 걷는다. 걷는 것은 곧 생각하는 것이다.” 걸음을 옮기며 시공간을 통과하는 행위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유의 흐름에 빠지게 된다는 의미인 것 같다. 작가의 표현처럼 나는 북천수 솔숲 길을 맨발로 걷는 동안 그 어느 때보다 생각을 많이 한다. 나는 왜 늘 빠르게 걸었을까. 무엇을 향해 그리 바삐 살아왔던 걸까. 내 이마에 땀 한 줄기 흐르고, 저녁노을이 멀리 보이는 산등성이에 스며들기 시작할 즈음, 나는 한동안 생활하면서 천천히, 여유롭게, 걷는 법을 잊고 지냈던 일상을 회상한다. 북천수를 거닐 때처럼 느리게 걸어야 바람의 결을 느낄 수 있고, 나무 향을 맡을 수 있으며, 풍경의 표정을 제대로 읽을 수 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바람에 솔향이 섞여온다. 곧게 뻗은 소나무 숲은 바람을 타고 진한 송진 냄새를 풀어낸다. 그동안 잊고 살았던 시간, 마음속 깊이 잠들었던 유년시절 고향의 뒷산 소나무 숲에서 친구들과 뛰어놀았던 기억의 편린이 불쑥 되살아나 잠시 그리움에 젖어든다. 솔방울을 던지다가 다람쥐나 청설모를 만나면 그 뒤를 쫓아 내달리던 추억이 생각나서 웃어본다. 소나무 우듬지 사이로 새가 날고 있다. 이름을 모르는 작은 새가 나뭇가지에서 나뭇가지로 옮겨 다니며 노래한다. 어떤 날은 곤충이 지나가며 흔적을 남기는 것을 보고, 또 어떤 날은 반려견이 가족과 발자국을 흙 위에 찍고 지나가는 것을 본다. 이 숲길은 사람만의 길이 아니다. 새와 곤충, 동물이 함께 다니는 생명의 오솔길이다. 산책로 중간쯤에는 오래된 정자가 있다. 사람들이 앉거나 누워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는 편안한 자리다. 나도 그곳에서 고요히 눈을 감는다. 그러면 햇살이 내 무릎 위에 가만히 내려앉고 나뭇잎 그림자가 내 등에 업힌다. 포근하다. 그 순간부터 정자는 나에게 단순한 쉼터가 아니라, 마음이 한 뼘 자라는 공간이 된다. 때마침 북천수 소나무가 노래를 들려준다. 솔바람과 새와 더불어 나지막이 부르는 노랫소리가 마치 시간이 흐르는 소리 같다. 어릴 적 외할머니가 우물가에서 빨래를 할 때였다. 맑은 물소리와 한데 어우러져 하얀 비누 거품이 떠내려가던 그 장면처럼, 북천수도 지금 그렇게 시간을 씻어 내며 흐르고 있는 듯하다. 나는 다시 걷는다. 맨발로 조심조심 한 발자국씩 내딛는다. 발바닥이 말해주는 촉감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이며, 소나무 향기를 따라 천천히 움직인다. 발끝으로 세상을 느끼고, 차분한 숨결로 시간을 받아들인다. 그 단순한 행위가 지금 내 마음을 맑게 비운다. 내가 걷는 북천수 길이 곧 생각의 자리이자 삶의 중심이 되는 것 같다. 나의 두 눈 가득 맺히는 북천수 길이 정겹다. 앞으로도 마음이 흐트러질 때마다 소나무 향기를 따라 맨발로 걸으리라. 북천수에서의 저녁, 붉은 노을이 숲에 번지면 새들이 날아든다. 그 풍경을 눈에 담으니, 소나무 숲에서 위로받은 나의 하루가 조금은 더 단단해진 느낌이다. /정미영 수필가

2025-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