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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나일 때 가장 강하다” 李 대통령, 민주당에 원팀 강조

이재명 대통령은 10일 더불어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지난 대선에서 증명했듯 우리는 하나일 때 가장 강하다”고 밝혔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6년 만에 열린 민주당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원팀’을 강조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경기 광주 곤지암리조트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지역위원장 워크숍에 대통령실 강훈식 비서실장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지역에서 정치를 시작했기에 잘 알고 있다”며 “지역위원회와 시도당이라는 뿌리가 튼튼한 정당이어야 국민 행복의 열매를 맺고, 민생 안정의 성과를 꽃피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70년 굴곡진 현대사의 한복판에서 민주당이 국민과 함께 일궈온 위대한 여정의 중심에 바로 여러분, 지역위원장 동지들이 있다”며 “무한한 열정으로 변화의 바람을 일으켜 온 동지들이 있었기에 민생을 수호하고 국민의 삶을 지키며, 평화의 새 시대를 열어젖힐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울러 내란의 어둠과 민주주의의 위기를 이겨내고 네 번째 민주 정부를 굳건히 세울 수 있었다”며 “더 나은 나라를 바라는 동지들의 절박한 마음과 실천이 있기에 이재명 정부는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성장과 발전을 이끌고 더 강하고 더 유능해질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같은 뜻을 품고 같은 곳을 향하는 동지들을 믿고 대통령의 책무를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강 실장도 대독을 마친 뒤 “민주당을 중심으로,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힘 있게 뭉쳐달라. 대통령실도 잘 뒷받침하겠다”며 ‘당정 일체’ 필요성을 역설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11-10

與 “친윤검사 항명”- 野 “외압, 끝은 탄핵”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을 두고 여야가 10일 정면으로 충돌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의 ‘수사 외압’과 ‘직권남용’을 주장하며 탄핵 가능성까지 언급했고, 더불어민주당은 검찰 내부의 반발을 ‘정치 검사들의 항명’으로 규정하며 강도 높은 진상 규명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은 항소 포기 결정이 이 대통령의 외압에 따른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충북 청주 충북도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장동 항소 포기를 “단군 이래 최악의 수사 외압이자 재판 외압”이라며 “명백한 집권 남용이자 탄핵 사유”라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뜬금없이 검찰의 항소를 강하게 비판한 것은 이번 항소 포기를 미리 지시한 것”이라며 “이재명의 아바타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번 ‘항소 포기 외압 작전’을 지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도 동의했으니 국정조사를 하자. 그리고 특검하자. 그 끝은 탄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대검찰청과 법무부 항의 방문을 추진할 방침이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의원총회에서 대부분 만장일치라고 할 정도로 ‘중차대한 사건이다’라는 점에 동의했다”면서 “국민의힘은 원내외를 통틀어 항소 포기 사태에 대해 좌시하지 않겠다고 결의를 모았다”고 강조했다. 송 원내대표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비롯해 항소 포기 외압과 관련된 전원이 사퇴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고, 이와 관련해 내일(11일) 의원님들이 함께 대검찰청과 법무부에 항의 방문할 예정”이라면서 “정확한 시각은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반면 민주당은 검찰의 항소 포기 결정이 당연한 수순이었음에도, 일부 검사들이 이에 반발하는 것은 항명이라고 비판했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검찰의 반발에 대해 “친윤(친윤석열) 정치 검사들의 쿠데타적 항명이 참으로 가관”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조작에 가까운 정치 기소를 해 놓고 허술한 논리와 증거가 법정에서 철저하게 무너졌는데도 부끄러운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 검찰의 저항, 이번에는 철저하게 분쇄할 것”이라며 대장동 사건뿐 아니라 대북 송금 사건 등을 포함해 “국정조사, 청문회, 특검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당신들이 어떤 행위를 했는지 밝혀보겠다”고 압박했다. 정청래 대표 역시 “기계적 항소를 자제한 건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검찰의 반발은 “유야무야 넘어갈 수 없다”며 “민주주의와 헌법 그리고 내란 청산에 대한 국민의 명령에 대한 항명이다”라고 했다. 정 대표는 당 차원에서 “절대 묵과할 수 없고 당에서는 단호한 조처를 하겠다”며 국정조사와 상설특검, 청문회 등을 적극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11-10

정성호 “항소 ‘신중히 판단하라’ 의견 전했다”

정성호 법무장관이 10일 검찰이 대장동 개발 비리 민간업자 사건에 대한 항소를 포기한 데 대해 “항소를 안 해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대검찰청에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해 신중히 판단해 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취재진에게 “핵심 피고인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에 대해 검찰은 징역 7년을 구형했지만 1심 재판부는 8년을 선고했다”면서 “구형보다 높은 형이 선고돼 항소하지 않아도 문제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법무부가 대검찰청에 지시하거나 지침을 제시했는지와 관련해선 “다양한 보고를 받지만, 지침을 준 바는 없다”며 “여러 가지를 고려해 합리적으로 판단하라는 정도의 의사 표현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통상적으로 중요 사건은 검찰을 통해 법무부 보고가 이뤄지는데, 선고 결과를 보고받은 뒤 처음에는 항소 여부를 신중히 알아서 판단하라고 얘기했다”며 “이후 두 번째로 대검 보고가 왔을 때 검찰 구형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게 있기 때문에 법리적으로 문제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정 장관은 항소 마감 기한이었던 지난 7일 대검이 항소해야 한다고 했을 때도 “‘종합적으로 잘 판단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당시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의견을 전달했느냐는 질문에는 “장관 취임 이래 노 대행과 직접 연락한 적이 없다”면서 “법무부 차관 및 국·과장 등이 당시 국회에 보고하러 왔을 때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전 법무부 장관)가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를 두고 ‘검찰이 자살했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과연 전직 장관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인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 재판과의 관련성을 묻는 질문에는 이 대통령 재판과 이 사건은 관계가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한편,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출근길에서 ‘법무부 장·차관으로부터 항소를 포기하라는 지시를 받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다음에 말씀드리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11-10

‘秋 체포동의안’ 13일 보고·27일 표결… 여야, 본회의 개최 합의

여야가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는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13일 본회의에 보고하고, 27일 표결하기로 했다. 민주당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10일 여야 원내대표·원내수석부대표 간 ‘2+2 회동’에서 이러한 내용의 13일·27일 본회의 개최 일정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내란특검은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추 전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무부는 지난 5일 체포동의요구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체포동의안은 국회에 제출된 뒤 처음 열리는 본회의에서 보고되고,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이 이뤄져야 한다. 만약 그 기간에 본회의가 열리지 않으면 다음 열리는 첫 번째 본회의에서 표결이 진행된다. 체포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이 출석하고 출석 의원 과반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13일 본회의에서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통과된 비쟁점 법안 54건을 처리한다. 민주당 주도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반도체특별법 제정안, 은행법·가맹사업법 개정안 등은 13일 본회의에는 올라가지 않는다. 27일 본회의까지 최대한 여야 합의를 끌어내자는 취지에서다. ‘반도체특별법’은 국가 지원을 확대해 국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내용이 핵심이며, ‘은행법’ 개정안은 법정 부담금을 가산금리 산정에서 제외해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가맹사업자 단체의 등록과 교섭권을 강화해 불공정 거래를 줄이도록 하는 법안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검찰의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 포기 관련 국정조사와 대정부 질문에는 동의하지 않기로 했다. 문 수석부대표는 “저쪽(국민의힘)에서 항소 자제에 대한 국정조사를 하자고 했는데 우리 당은 국정조사를 할 사안이 아니다(라는 입장)”라며 “현안 질의도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하면 될 문제지, 본회의에서 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법사위 긴급 현안질의는 11일 회의 때는 안 될 것 같고, 13일 예정된 전체회의에서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장은희 기자 jangeh@kbmaeil.com

2025-11-10

“지방공항 무분별 추진 제동” 대통령실 지난해 적자 지적

대통령실이 10일 지방공항의 적자상황을 지적하며, “지방공항이 지방정부의 책임성을 전제로 추진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비용분담 개선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구·경북(TK) 지역에서 추진 중인 울릉공항과 TK신공항 민간공항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안귀령 부대변인에 따르면 대통령실 강훈식 비서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무분별한 지방공항 추진에 제동을 걸었다”고 전했다. 강 비서실장은 “지방정부가 공항 개설로 인한 혜택을 누리지만 건설이나 운영 과정에서 책임은 부담하지 않는다”며 “지방공항이 지방정부의 책임성을 전제로 추진될 수 있도록 중앙과 지방정부 간 비용분담 개선방안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관계부처와 협의해 현재 운영 중인 지방공항의 수익성을 개선할 방안을 마련하라”고도 했다. 안 부대변인은 “지난해 인천공항을 제외한 전국 14개 지방공항 중 9개 공항이 적자를 기록했다”며 “공항은 건설부터 운영까지 국가가 전부 책임지기 때문에 적자는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될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TK신공항 등 대부분 사업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판단, 지방공항 신설은 사실상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이 지방공항 추진에 제동을 걸 경우 울릉공항과 TK신공항 민간공항이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TK지역의 재정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현재 TK신공항 민간공항 건설비는 전액 국비로 충당될 계획이었다. 이와 함께 정부가 울릉공항 운영 비용 분담을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를 두고 지역정가에서는 지방정부가 건설 비용까지 부담을 요구하는 것은 지방재정을 고려할 때 신공항을 짓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방 공항 신설을 아예 막자는 게 아니라 비용 분담과 책임 소재를 (중앙 정부와) 나눌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11-10

해방 무렵 오징어잡이 호황… 어업 전진 기지 저동항 ‘불야성’

저동은 울릉도의 어업 전진 기지다. 울릉도의 어선들은 저동항으로 입항하고 저동항에 정박한다. 그래서 저동은 울릉도에서도 가장 어촌다운 정취가 묻어나는 곳이다. 울릉도 어선들뿐만 아니라 동해안에서 조업하는 모든 선박들의 피난처이기도 하다. 저동항은 동해 어업전진기지로 만들어졌다. 1977부터 1980까지 93억원의 예산으로 완공됐는데 최대 어선 1000척까지 정박 가능한 대형 어항이다. 전성기 오징어배만 200척 넘어 2000년대 초반까지 연간 1만t 방파제 위에 우뚝 솟은 촛대바위 저동마을 지키는 수호신장 역할 사방 둘러 온통 절벽에 쌓인 죽도 지금은 1가구가 더덕 농사 지어 △ 모시가 많은 바닷가 마을 저동 저동의 상징은 촛대바위다. 방파제 위에 우뚝 솟은 촛대바위는 저동항의 어둠이란 어둠은 다 몰아내고 세상을 환히 밝힐 태세다. 촛대바위는 저동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장이기도 한 것이다. 저동의 본래 이름은 모시개. 모시 잎이 많아 모시개라 했는데 한자화 과정에서 모시 저(紵) 자를 써, 저동이 됐다. 개는 바닷가를 이르는 한글 말이니 저동은 모시가 많은 바닷가 마을이란 뜻이다. 저동은 모두 세 개의 작은 마을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큰 모시개, 중간 모시개, 작은 모시개다. 조선시대 말 울릉도 개척을 위해 탐사대장으로 들어왔던 이규원 검찰사의 울릉도 검찰일기에는 ‘대저포(大苧浦)’와 ‘소저포(小苧浦)’로 기록되어 있다. 울릉도에서는 1902년부터 본격적인 오징어잡이가 시작됐다. 1910년대가 오징어잡이의 최전성기였다. 그 무렵 일본인들이 울릉도로 대거 이주해왔다. 1930년대 들어서는 오징어가 사라져버렸다. 그때 일본인들도 대부분 울릉도를 떠났고 그 무렵부터는 고등어와 정어리가 많이 잡혔다. 울릉도에서 오징어가 다시 잡히기 시작한 것은 해방 이후부터다. 오징어잡이로 호황을 누리던 때는 ‘동네 개도 5천 원짜리를 물고 다녔다’고 할 정도로 번성했었다. 근래까지도 오징어잡이 철이면 불야성을 이루던 저동이 요즈음은 한산하기만 하다. 동해에 오징어 흉년이 든 까닭이다. 울릉도의 최대 산업기반이고 상징이기도 한 동해 오징어가 멸족되다 싶이 하면서 저동뿐만 아니라 울릉도 전체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 내수전에서 석포로 가는 아름다운 트레일길 올해도 울릉도 오징어는 흉어였다.. 오징어 배를 따서 말리는 풍경도 보기 어려웠다. 어민들뿐만 아니라 울릉도 주민들 대다수가 오징어 배 따는 일로 생계를 이어왔었다. 아쉽고도 안타까운 일이다. 울릉도는 한때 오징어잡이 어선만 200척을 넘겼고, 2000년대 초반까지는 연간 1만t을 기록했다. 하지만 2024년 말 기준 울릉도 어선은 129척인데 90% 이상이 오징어 채낚기어선이다 어획량이 급감하자 어민들은 올해만 30여 척이나 감척을 신청했다. 생업을 포기하다 싶이 한 것이다. 그런데 현재 감척 확정된 어선은 13척 뿐이라 한다. 오징어가 사라진 것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수온 변화, 동해 바다를 새까맣게 뒤덮은 중국어선들의 대량 남획, 하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대체 이 세계에 영원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저동 해안 도로를 따라 내수전까지 걸어간다. 길은 시멘트 차량 도로지만 내내 바다를 보며 걸을 수 있어서 지루하지 않다. 내수전에서 석포에 이르는 길은 울릉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트레일로 꼽힌다. 내수전은 옛날 울릉도 개척 당시 제주도 대정 출신의 김내수(金內水)라는 사람이 화전을 일구고 살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일제강점기인 1911년 조선총독부가 편찬한 조선지지자료(朝鮮地誌資料)에도 내수전이 표기되어 있다. 내수전은 예전에 닥나무가 많이 자생하여 ‘저전포’라고도 불렸다. 행정구역은 저동 3리다. △ 겨울꽃의 대명사 동백 선비들이 사랑한 꽃 11월인데 길가에는 벌써 동백꽃이 만개했다. 같은 위도상의 육지인 강원도 산간지역에는 동백이 살지 못하지만 울릉도는 해양성 기후라 겨울이 따뜻해 동백이 자생할 수 있다. 동백은 흔히 겨울꽃의 대명사로 꼽히지만 실상 개화 기간이 어느 꽃보다 길다. 늦가을부터 피기 시작해 상춘까지 물경 6개월 남짓 피고 지기를 거듭한다. 그래서 피는 시기에 따라 그 이름도 제각각이다. 봄에 피면 춘백, 가을에 피면 추백, 겨울에 피는 꽃이라야 비로소 동백이다. 동백은 옛날부터 매화와 함께 이 땅의 선비들에게도 한껏 사랑을 받아온 꽃이다. 이규보, 서거정, 기대승 같은 당대 최고의 문사들도 동백을 노래했다. 퇴계의 수제자였던 학봉 김성일(1538년~1593년)도 매화와 함께 동백을 고고함의 상징으로 꼽으며 지극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두 가지 동백나무 각자 다른 정 있나니/동백 춘백 그 풍도를 누가 능히 평하리오/사람들은 모두 봄철 늦게 핀 꽃 좋아하나/나는 홀로 눈 속에 핀 동백 너를 좋아하네” (학봉 김서일) 꽃에 미쳐 살았던 조선의 선비 유박(1730-1787)도 ‘화암수록(花菴隨錄)’에서 “치자와 동백은 청수(淸秀)한 꽃을 지니고 또 빛나고 윤택한 사시(四時)의 잎을 겸하였으니 화림(花林) 중에 뛰어나고 복을 갖춘 것이라” 평하며 동백이 도골선풍을 지녔다고 찬탄했다. 서양에서도 동백에 대한 사랑은 깊을 대로 깊었다. 파리 사교계의 여인 마르그리트 고티에는 한 달 내내 밤이면 동백꽃을 가슴에 꽂고 다녔다. 25일은 흰 동백, 나머지 5일은 붉은 동백. 그래서 그녀는 카멜리아의 여인(동백꽃 여인)으로 불렸다. 알렉상드르 뒤마 필스의 소설 ‘춘희’ 에 나오는 이야기다. 이제부터 동백은 내내 울릉도의 산야를 붉게 물들일 것이다. 저동2리 방파제 끝을 돌아서면 저동3리 마을 이정표가 서 있다. 내수전 마을이 시작되는 곳이다. 경계선 건너 우뚝 솟아있는 섬이 죽도다. 1가구가 더덕 농사를 지으면 살아간다. 예전에는 7-8가구가 살았었다. 감자, 고구마, 더덕 농사도 짓고 소도 기르며 살았었다. 죽도에서는 송아지 때 올라간 소가 산채로는 못 내려왔다고 한다. 작은 송아지는 밧줄에 매달아 올렸지만 온통 절벽이라 다 자란 큰 소는 밧줄에 매달 수도 없고 달리 내려보낼 방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축을 해서 고기가 돼서야 내려왔다. 죽도는 물이 귀해서 울릉도 본섬에서 물을 길어다 먹었다. 생활용수는 빗물을 받아서 사용했다. 죽도 사람들은 20여 가구가 살다가 지금은 폐촌이 된 내수전 길 아래 마을 와달리로 왕래하며 살았다. 물도 와달리에서 길어다 먹었다. 날마다 먹을 물을 구하려고 절벽을 타고 오르내리던 사람들의 심정을 우리가 만분의 일이라도 알 수 있을까. 지금은 사람들이 떠나고 농사도 덜 지으니 솔밭도 새로 생겼다. 죽도는 사방을 둘러 온통 절벽이다. 마을은 절벽 위에 들어서 있다. 절벽 위에 제법 너른 평지가 있어 농사도 짓고 집도 짓고 살아갈 수 있었다. 지금이야 계단이 만들어져 제법 쉽게 오르내릴 수 있지만 그 전에는 저 아득한 절벽을 어찌 오르내리며 살았을까 생각하니 그저 삶이 온통 아득해진다. 울릉도 본섬 또한 가파르기는 마찬가지이지만 울릉도 본토에서도 밭 한 뙈기 얻지 못해 처음 저 가파른 절벽을 기어올라 섬으로 들어간 사람들의 심정은 또 어떠했을까. 생각하니 그저 먹먹하다. /강제윤(시인, 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

2025-11-10

부산~서해 1200km ‘대한민국 최장 달리기 프로젝트’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오는 23일까지 대한민국 최장 거리 달리기 프로젝트 ‘코리아둘레트레일(KOREA DULLE TRAIL, KDT) 4500 레이스’를 진행 중이다. 이번 레이스에는 18명의 러너가 참가해 부산에서 시작해 서해까지 총 1,200km를 달리는 대장정에 도전했다. 레이스는 코리아둘레길의 해파랑길 1코스(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출발해 서해랑길 83코스에서 마무리된다. 6명씩 구성된 3개 팀이 GPS 스마트워치를 ‘바통’으로 활용해 구간별 레이스를 펼친다. ‘왼쪽길’팀은 해파랑길 300km를 완주했고 ‘단단’팀은 남파랑길 400km(무박 3일, 14~16일), ‘팀 허곽청신’은 서해랑길 500km(20~23일)를 각각 완주할 예정이다. 참가자들은 풀 마라톤 및 국내외 트레일 대회 입상 경험이 있는 장거리 러너들로 구성됐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7월 참가자를 모집한 후 9~10월 동안 코스 교육, 체력 테스트 등을 진행하며 철저히 준비했다. 이번 레이스의 전 과정은 한국관광공사 유튜브 채널 ‘한국관광N’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 이상민 국민관광본부장 직무대리는 “KDT 4500 레이스가 코리아둘레길을 걷기뿐 아니라 러닝까지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코리아둘레길을 활용한 다양한 관광 콘텐츠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코리아둘레길은 해파랑길(동해안), 남파랑길(남해안), 서해랑길(서해안)으로 이어지는 총 3,000km의 장거리 트레일로, 자연경관과 문화유산을 체험할 수 있는 대표적인 관광자원이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5-11-10

한국관광 100선 스탬프투어 최다 방문자 인증 이벤트

한국관광공사는 16일까지 ‘2025년 한국관광 100선 스탬프투어 최다 방문자 인증 이벤트’를 연다. ‘한국관광 100선’은 대한민국 대표 관광명소 100곳으로, 공사가 격년에 한 번 선정해 국내여행 버킷리스트를 제시하고 있다. 올해 5월에는 한국관광 100선 스탬프여권을 제작하고 관광명소 각각의 특징을 부각한 스탬프를 비치해 여행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번 이벤트는 ‘한국관광 100선’에서 스탬프로 자신만의 여행 기록을 담은 국민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참가자는 대한민국 구석구석 누리집 내 이벤트 페이지에서 본인의 스탬프 기록과 개인정보를 입력하면 된다. 스탬프 최다 인증자에게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차순위자에게는 공사 사장상을 수여한다. 부상으로는 국민관광상품권 각 100만 원, 50만 원이 지급되며 16일까지 접수하면 된다. 최종 결과는 12월 1일에 대한민국 구석구석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허소영 한국관광공사 국민관광마케팅팀장은 “한국관광 100선을 사랑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이번 이벤트를 마련했다“라며, ”전국이 예쁘게 물든 11월에 한국관광 100선 명소와 함께 즐기시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5-11-10

프리다 칼로와 쿠사마 야오이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에는 멕시코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프리다 칼로 미술관이 있습니다. 일자눈썹의 강렬한 눈빛을 가진 프리다 칼로는 고통의 세월을 이겨 낸 여성입니다. 단지 인생을 살다 보니 힘들었다는 것이 아니라 끔찍한 운명을 예술에 대한 의지로 극복해 낸 초인입니다. 프리다 칼로는 여섯 살 때 소아마비에 걸렸습니다. 부모가 이 병원 저 병원 데리고 다니며 고치려고 했지만 끝내 한쪽 다리가 불구가 되었습니다. 다리를 질질끌고 다니는 그녀를 아이들은 ‘나무다리’라며 놀렸습니다. 유일하게 마음을 나누던 언니도 가출해 버렸습니다. 그녀가 18세가 되던 해에 그녀의 삶을 난도질한 교통사고가 났습니다. 그녀가 탄 버스가 전차의 옆구리를 받았는데 이 사고로 척추 세 군데와 갈비뼈가 부러졌고 대퇴골 경부가 끊어졌습니다. 두 다리는 완전히 으스러졌습니다. 왼쪽 다리는 열한 군데가 골절됐고 오른쪽은탈구되었습니다. 왼쪽 어깨가 빠지고 골반이 세 동강났습니다. 버스를 지지하고 있던 철제 막대기는 그녀의 왼쪽 어깨를 찌르고 배를 관통해 자궁으로 빠져 나왔습니다. 그녀가 엄청난 사고에도 살아났다는 것이 기적이 었습니다. 보통 사람 같으면 삶의 작은 끈조차 내려놓았을 텐데 그녀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침대에서 누워 사는 동안 운명처럼 그녀에게 그림이 찾아왔습니다. 오른손을 제외한 신체의 그 어느 곳도 자유롭지 않았지만 그녀는 붓을들어 그림을 그렸습니다. “나는 죽지 않았어요. 게다가 살아야 할 이유가 생겼어요. 그림이 그 이유에요” 어머니는 그녀를 위해 닫집을 만들었습니다. 모든 문을 닫고 그녀가 누워서 하늘이 보이는 곳에 거울을 달았습니다. 자신의 모습을 똑바로 응시하면서 자화상을 그렸고 자신의 고통을 화폭에 풀어놓으면서 삶의 위로를 받았습니다. 강렬한 그녀의 그림은 조금씩 화단에서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녀의 그림만 강렬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녀의 삶 또한 강렬했습니다. 러시아 사회주의혁명이 일어나자 공산당원이 되었고 당시 유명했던 디에고 리베라를 만나 결혼을 했습니다. 하지만 결혼 생활도 그렇게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여러 번의 유산과 남편의 폭력과 외도 때문에 우울증을 앓을 정도였습니다. 나쁜 남자였던 디에고는 프라다 칼로의 막내 동생과 불륜을 벌였고 이로 인해 결국 이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피카소나 칸딘스키 같은 세계적인 거장이 격찬하는 세계적인 화가가 되었지만 그녀의 삶은 늘고통뿐이었습니다. 그녀의 마지막 작품은 핏빛 과즙이넘쳐 나는 수박입니다. 수박에는 비바 라 비다(vivalavida, 인생이여 영원하라)라고 쓰여 있습니다. 일본 중부 다카마쓰에 붙어 있는 나오시마는 예술의 섬입니다. 이 섬은 쓰레기 섬으로 전락하던 중 마을 사람들과 건축가, 예술가들이 의기투합하여 예술의 섬으로 재건한 곳입니다. 일본의 천재 건축가인 안도 다다오가 지상이 아닌 지하에 미술관을 만든 지중 미술관이 있습니다. 마을의 빈집들마다 설치 미술 작품들이 있어서 찾아가며 즐기는 맛이 대단합니다. 다양한 작품들이 있지만 나오시마를 상징하는 작품은 단연코 쿠사마 야오이의 호박입니다. 빨간색과 노란색의 호박은 강렬하면서도 이색적입니다. 쿠사마 야오이의 작품은 일본을 넘어 세계적으로 인정받습니다. 쿠사마 야오이도 프리다 칼로 만큼 고통스런 삶을 살았던 여인입니다. 어린 시절 성폭력을 당해 정신 병원을 전전하며 살았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무척이나 벅찼다고 고백하던 그녀를 구원한 것은 예술의 세계였습니다. 남들이 생각조차 못하는 그녀만의 감성은 경이로울 정도입니다. 프리다 칼로와 쿠사마 야오이는 평생 마주친 적이 없는 사람들이겠지만 의외로 두 사람이 일치하는 부분이있습니다. 빨간색 호박과 빨간색 수박. 프리다 칼로는 말했습니다. 수박 과즙처럼 우리의 삶은 피투성이 인생이지만 수박을 먹으면 과즙이 달콤한것처럼 우리의 삶도 그런 것 같다고. 삶의 위로가 필요하다면 두 사람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그 사람들처럼 치열하게 투쟁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런 고통 속에서도 삶의 희망을 찾으려 했던 절박한 마음을 이해해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우리의 삶은 엄청날 수도 있지만 대단하지 않을 수도있습니다. 엄청난 고통일 수도 있지만 달콤한 과즙이 숨어 있기에 살 만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오늘 문득 그녀들의 작품이 보고 싶습니다. 파란 문이 인상적이던 프리다 칼로 미술관도 다시 떠오릅니다. 쿠시마 야오이의 작품에 왜 눈물이 묻어 있는지 다시 느끼고 싶습니다. 인생은 영원하니까요.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5-11-10

튀르키예, 고대로의 시간여행

세상 모든 나라와 민족이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지만 튀르키예만큼 많은 이야기를 품은 나라는 별로 없을 것이다. 차를 타고 가다 흔히 만나는 고대 도시는 물론 해협과 강, 마치 모자를 쓴 것처럼 눈 덮인 산 아래 마을에도 숱한 이야기가 숨어 있다. 그것은 때로 역사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문명이 충돌했던 흔적이기도 하다. 지중해와 에게해 연안에서 숱하게 만나는 고대 도시에서는 로마 시대의 흔적을 발견한다. 세계를 지배했던 로마는 이탈리아 로마를 중심으로 한 서로마와 동로마인 콘스탄티노플(지금의 튀르키예 이스탄불)로 나뉘고 476년 서로마가 멸망한 이후에도 동로마는 1000년 동안이나 번영을 누렸다. 그래서 역사가들이 “튀르키예를 만나면 세상의 절반이 보인다”고 말했나 보다. 튀르키예의 남서부를 여행하면서 5개의 고대 도시와 2개의 바다(지중해, 에게해), 바다처럼 큰 강과 여러 개의 산을 만났다. 마주치는 풍경은 황홀했고 사람들의 눈빛은 따뜻했다. 가보지 못한 이들은 궁금해서 가고 싶어지고, 한 번 가면 또 가고 싶은 곳. 터키는 바로 그런 곳이다. 남서부여행은 휴양도시 안탈리아서 시작 기둥 5개만 남은 아폴론신전 全 유적 압도 최대 2만명 수용하는 원형극장 무대 위서 극장 끝까지 들리는 ‘소리의 마법’ 놀라워 로마 황제들이 ‘망중한’ 즐겼던 온천지대 석회층 웅덩이는 ‘계단식 다랑이논’ 닮아 △ 그리스 유적과 로마 유적이 혼재되어 있는 시데 튀르키예 남서부 여행은 일반적으로 튀르키예 최고의 휴양도시인 안탈리아에서 시작한다. 외국인 관광객이 연간 100만명이나 방문하는 안탈리아에는 고대국가 팜필리아의 수도였던 시데가 있다. B.C. 300년경에 번성한 시데에는 지금도 다양한 문명의 흔적이 남아 있다. 역사의 풍랑 속에 부침을 거듭한 시데는 건국 초기에는 그리스의 일부였다가 이집트의 영토로 편입됐다. B.C. 67년경에는 로마의 다스림을 받았다. 시데의 유적들이 그리스 유적 같기도 하고, 로마 유적 같기도 한 것은 이 때문이다. 시데에는 2300년 전 도시의 흔적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정교하고도 다양한 유적들이 남아 있다. 공중목욕탕 격인 하맘과 원형극장, 아고라, 아크로폴리스 등도 이채롭지만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유적은 아폴론 신전이다. 고대 유적들이 무너져 내린 잔해 사이로 기둥 5개만 덩그러니 남아 있지만 시데의 모든 유적을 압도하고도 남는다. 짙푸른 바닷가를 배경으로 하얗게 빛나는 기둥들은 저녁 무렵이면 황홀한 색깔로 채색된다. △ 원형극장이 완벽하게 보존된 아르펜도스 팜필리아의 또 다른 도시인 아르펜도스에는 원형극장이 완벽한 형태로 보존돼 있다. ‘명상록’의 저자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를 위해 만든 이 극장은 최대 2만명을 수용할 수 있다고 한다. 무대에서 작게 소곤거려도 극장 끝에 있는 관객까지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음향 효과가 뛰어나다. 무대에는 5개의 문이 있는데 그 아래로 작은 문들이 줄지어 있다. 검투사와 맹수들이 싸우는 날에는 이 문을 통해 맹수가 드나들었다. 오직 방패와 검에 의존해 생사를 걸고 맹수와 싸우는 검투사들은 문을 통과하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고대 도시는 육지에만 있지 않다. 토로스 산맥 지중해 변에 자리잡은 항구도시 케코바는 슬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찬란한 비잔틴 문명을 자랑했던 케코바는 대지진으로 물에 잠겨버렸다. 케코바의 별명이 ‘가라앉은 도시’가 된 것도 그 때문이다. 케코바에서 유람선을 타고 30분 정도 가면 수중 고대 도시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물결이 흔들릴 때마다 투명한 물 아래로 고대 도시의 영화가 일렁인다. 성벽이며 돌담, 계단 등이 수면에 흐릿하게 번진다. 바닷속 깊이 잠긴 마을은 묘한 감상을 불러일으킨다. 가장 이채로운 고대 도시는 안탈리아에서 북쪽으로 120㎞ 정도 떨어진 부르두르에 있는 고대 도시 사갈라소스다. 고대국가 피시디아의 수도였던 이곳은 해발 1700m의 아크다으 산 바로 아래에 있다. 1706년 프랑스인 탐험가 파울 루카스가 처음 발견한 사갈라소스에는 두 개의 아고라와 하맘, 시장터, 도서관, 제우스 신전 등이 흩어져 있다. 도시의 모습이 어찌나 생생한지 고대인들이 시장터나 원형극장에서 금방이라도 튀어 나올 것만 같다. 번성했을 당시 도시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요정의 도시’ ‘열정의 도시’ 등으로 불렸고 주변국 황제들이 탐을 냈다고 한다. 튀르키예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원형극장은 A.D. 518년에 지진으로 무대 부분이 완전히 내려앉았지만, 관중석은 비교적 멀쩡한 상태로 남아 있다. △ 세계자연유산 석회층 온천지대 파묵칼레 또 한 곳의 고대 도시는 석회층 온천지대인 파묵칼레 위에 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파묵칼레는 ‘목화의 성’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터키를 홍보하는 책자에 빠짐없이 나오는 파묵칼레는 마치 계단식 다랑이논처럼 생겼다. 소금의 벽을 겹겹이 쌓아 놓은 것 같은 하얀 석회층이 절벽 한 면을 빼곡히 채우고 있고 그 아래로 석회를 머금은 웅덩이들이 청아하게 빛난다. 이 석회층은 오랜 시간을 두고 관찰해야 한다. 아침에 푸르던 물빛이 햇살이 따가워지는 낮에는 흰색이 되고, 석양이 물들기 시작하면 붉은 색으로 변한다. 파묵칼레는 로마 황제들이 망중한을 즐겼던 곳이다. 클레오파트라가 방문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석회층 언덕에는 ‘히에라폴리스’라 불리는 고대 로마 유적지가 있다. 기원전 2세기 페르가몬 왕조의 터전이었다. 성스러운 도시라는 뜻을 가진 ‘히에라폴리스’는 한때 인구 8만명에 이르는 대도시였다. 튀르키예 남서부 여행지에서 장미향 가득한 도시 으스파르타를 빼놓을 수 없다. 1880년대만 해도 튀르키예에는 장미가 없었다고 한다. 장미를 보급한 사람은 ‘터키의 문익점’ 격인 이스마일 에펜디였다. 당시 장미 원예의 선진국이었던 불가리아는 장미 품종 중 최상급으로 치는 다마스크 로즈의 씨앗이 나라 밖으로 나가는 것을 엄격하게 금하고 있었다. 이스마일 에펜디는 불가리아 여행 도중 장미의 계곡에 화사하게 핀 다마스크 로즈를 터키에 들여오고 싶어서 지팡이 속에 씨앗을 몰래 숨겨 가져왔다 한다. 이 ‘튀르키예의 문익점’ 덕분에 으스파르타는 세계 1위 장미오일 생산지가 됐다. 전 세계 장미오일 공급량의 65%가 이곳에서 생산된다. 장미오일을 얻으려면 엄청난 양의 장미가 필요하다. 장미 100만송이의 무게가 약 4인데 이를 가공하면 겨우 1㎏ 정도의 장미오일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고급 향수, 화장품 등의 필수 원료로 쓰이는 장미오일은 향이 무려 10시간 이상 지속될 정도로 강렬하다. 으스파르타의 또 다른 명물은 튀르키예에서 네 번째로 큰 호수인 에이르디르다.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호수는 바다처럼 광활하다. 여의도 면적의 무려 61배나 되는 517㎢의 호수는 식수로 사용할 만큼 깨끗하다. 진한 코발트 빛의 이 거대한 호수는 계곡물이 모인 것이 아니라 순전히 지하에서 솟아났다고 하니 선뜻 믿어지지 않는다. 짙푸른 호수 물빛과 가늘고 긴 반도처럼 보이는 작은 섬 등 경관이 아름다워 사철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글, 사진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여행 정보 - 세계 4대 음식, 튀르키의 케밥 튀르키예를 이야기할 때 빼놓지 말아야 할 것이 바로 음식이다. 작게 썬 고기 조각을 구워 먹는 전통 요리인 케밥은 주로 양고기로 만들지만, 소고기나 닭고기로 만들기도 한다. 채소를 더해 조리하기도 한다. 케밥의 종류는 수 십 가지가 넘는데 그중 고기를 꼬챙이에 끼워 굽는 시시 케밥과 도네르 케밥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 고기가 메인인 케밥을 먹을 때는 주로 필라프(튀르키예식 볶음밥)를 곁들이며 샌드위치를 만들 듯 피데(밀가루 반죽을 납작하게 만들어 화덕에 구운 터키 빵)에 싸먹기도 한다. 인천에서 이스탄불까지는 비행기로 12시간이 걸린다. 튀르키예 남서부로 여행하려면 이스탄불에 내려 안탈리아로 가는 국내선으로 갈아타야 한다. 튀르키예는 한국보다 6시간 늦다. 전압은 220V로 별도의 변압기 없이 사용할 수 있다. 화폐는 튀르키예리라(TL)이며, 1TL은 약 33.99원이다.

2025-11-10

학이사, 광복 80주년 기념 전국 독후감 대회 ‘김태현·김규림’ 대상

도서출판 학이사와 (사)이상화기념사업회(회장 장두영)가 주최하고 대구 지역 기업들이 후원한 광복 80주년 기념 전국 독후감 대회의 수상자가 발표됐다. 지난 8월 15일부터 9월 30일까지 진행된 이번 대회는 기억하고, 읽고, 써내려가는 우리 역사라는 주제로 ‘조선인 강제동원 흔적을 찾아 떠난 오토바이 일본일주 6,107km: 길에서 역사를 만다다‘(우동윤, 학이사)를 읽고 쓴 독후감 대회. 100여 편이 응모한 이번 대회에서 일반부 대상(사랑모아통증의학과독서상)은 김태현(경기 화성)의 ‘바퀴 자국에 새겨진 침묵의 증언’이 선정됐다. 강제동원의 상처가 남겨진 공간을 ‘침묵하는 증언자’로 표현하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최우수상은 김선영(경기 오산), 우수상은 노은주(경남 남해) 박장흥(서울) 박재우(서울 관악구) 손인선(대구) 안창식(대구) 오해은(부산) 유현지(용인) 정재안(안양) 최윤형(동구) 한창현(광주) 씨 등 10명이 받는다. 고등부에서는 김규림(울산 남구)이 ‘잊힐 수 있는 역사는 없다’로 대상(정명희소아청소년과의원상)을 수상했고, 우희원(광주 북구)이 최우수상을 받았다. 우수상은 이혜민, 전유진 학생이 수상했다. 심사를 맡은 천영애 시인과 최승호 경산신문 대표는 심사평에서 “AI 의존도가 높은 응모작이 다수 있어, 사유 없는 글쓰기의 위험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특히 고등부에서는 다수의 응모작이 AI 활용으로 추정돼 수상작 선정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는 대구경북의 지역 기업인 사랑모아통증의학과의원과 정명희소아청소년과의원을 비롯해 경산신문 대구월드투어 어반커먼즈 (주)고려환경 (주)호성상사 피엘페이퍼 지트리아트컴퍼니 등 지역사회와 기업의 후원으로 진행됐다. 시상식은 12월 중에 있을 예정이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5-11-10

김건희와 가방

나라를 다스리는 통치권자의 곁에 있는 사람은 언제나 몸가짐을 조심해야 한다. 이른바 ‘친인척 비리’로 정권 자체가 흔들리거나 궤멸하는 경우를 우리는 어렵지 않게 봐왔다. 한국 현대사를 통틀어보자. 진보와 보수를 가릴 것도 없다. 대통령의 형이 국정에 개입한다는 의심을 받고, 아들이 인사와 이권을 좌우한다는 구설수에 오르고, 아내가 월권을 행사한다는 비판을 받기 시작하면 그 정권은 모래성처럼 허무하게 무너졌다. 예외는 없었다. 현재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는 둘 모두 감옥에 있다. 받고 있는 범죄 혐의가 적지 않고 관련된 재판이 수두룩하다. 향후 법원의 판결에 따라 둘 모두 오랜 시간 영어의 몸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불과 얼마 전까지 영부인이었던 김건희 씨의 이해하기 힘든 행태는 그 사례가 적지 않다. 그것들이 하나둘 드러날 때마다 국민들은 혀를 차며 놀란다. “받지 않았다”고 수차례 부정했던 명품가방이 실상은 통일교측에서 김건희 씨에게 넘어갔음이 최근 재판 과정에서 밝혀졌고, 그 이전엔 찾아간 방문객으로부터 또 다른 고가의 가방을 받는 장면이 동영상에 고스란히 담겨 망신을 당했다. 그뿐 아니다. 지난 주말엔 민중기 특검팀이 김건희 씨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프랑스 명품가방과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 부인이 보낸 감사편지가 발견됐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이쯤 되니 “비싼 가방 챙기려고 영부인 됐냐”는 푸념이 나오는 것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공자는 권력자 주변 사람들이 잊지 말아야하는 게 ‘삼가는 마음’이라 했다. 부끄러움을 모르고, 언행을 조심하지 않은 김건희 씨의 어제가 오늘의 치욕을 만들었다. 모두 자업자득. 누굴 탓하겠는가?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11-10

여야, 조세정책 입장 차···“법인세 정상화” VS “기업 무너져”

대한민국 조세 정책의 방향을 가를 국회 세법 개정안 심사를 앞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법인세율을 전 구간에 걸쳐 1%p씩 높여 재정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국민의힘은 기업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며 세금 인상에 단호히 반대하고 나섰다. 민주당 간사인 정태호 의원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세법개정안 토론회에서 세제 개편의 핵심은 “기존 윤석열 정부의 잘못된 재정정책을 정상화하는 것”이며 “그 첫 번째 과제가 바로 법인세 정상화”라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지난 정부 3년 동안 무분별한 감세 조치로 재정이 사실상 붕괴 상태에 빠졌다”며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해서는 조세 수입을 늘려야 함에도 오히려 감면만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과거 노무현·이명박 대통령 때 법인세를 인하했던 과거가 있지만, 연구 결과 법인세 인하는 투자로 연결되지 않고 최종적으로는 (이익이) 대기업, 대주주에게 귀착된다는 결론이 있었다”며, 지난 정부에서 일괄 인하된 법인세율을 원래대로 되돌려야 한다는 취지를 피력했다. 이에 반해 국민의힘 간사인 박수영 의원은 법인세 인상에 강력히 반대하며 세수 확보를 위해선 “세율 인상이 아니라 세원을 넓히고 정부 지출을 줄여야 한다”고 맞섰다. 박 의원은 “15% 관세, 25% 관세를 감내해야 하는 기업들에 세금을 더 올리면 우리 기업의 존재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여야는 배당소득 분리과세의 최고세율을 정부안인 35%보다 낮은 25%로 조정하는 방안에는 대체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박수영 의원은 “당정이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25%로 하는 방안에 의견을 모았으니, 이에 대해서는 합의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면서도 “우리 당 입장은 배당 성향에 대한 특별한 조건 없이 배당소득은 무조건 분리 과세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견을 드러냈다. 소수 야당에서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자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우리 기업의 낮은 배당 성향은 세율 때문이 아니라 소유와 지배의 괴리라는 구조적 원인에서 비롯된다”며 “배당 확대 효과는 불확실한데 향후 5년간 2조 원이 넘는 세수를 줄이면서까지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도입하는 게 타당한가”라고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발제를 통해 “정부안에 따르면 현재 업종별로 배당소득 분리과세 요건 충족 비율에 상당한 편차가 있고, 2026년도 귀속분부터 특례를 적용하는 것은 기업의 배당 결정을 왜곡할 우려가 있어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11-10

양준혁, 수산업 발전 교류화합대회 ‘특별상’ 수상

‘한반도 동쪽 땅끝’ 포항시 남구 구룡포 앞바다에서 방어 전문 양식 수산인으로 제2의 인생을 펼치는 양준혁씨(56)가 특별한 상을 받았다. 지난 7일 열린 ‘2025 수산업 발전 교류화합대회’에서 특별상을 수상했다. 그는 영어조합법인을 만들고 포항 구룡포에서 방어양식장을 직접 운영해 지역 해양수산업을 널리 알린 공로를 인정받았다. 양씨는 지역의 수산물 홍보 영상에 출연하거나 수산물 홍보·판매 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국민과 직접 소통하며 수산업의 매력을 소개했다. 수산물 판매 활성화와 소비 촉진을 이끈 것이다. 포항시 해양수산국 수산정책과 관계자는 “양준혁 선수의 활동을 통해 지역 수산업 전반에 미친 파급 효과가 엄청나다”라면서 “포항시 수산물 전체의 긍정적 이미지를 널리 알렸다”라고 말했다. 대구 토박이인 양씨는 포항 구룡포에 터를 잡아 방어 양식과 더불어 카페, 바다 낚시터를 운영하고 있으며,지난 5월에는 수협 조합원 가입도 했다. 2006년 양식장 인수 이후 고군분투한 끝에 방어 양식에 성공하면서 프로야구 '양신'에서 ‘방신’이 됐다. 몇 해 전 노량진수산시장에 출하한 방어가 1㎏당 3만8000원이라는 최고가를 기록했고, 이후에도 가격이 계속 오를 정도로 양씨의 방어가 최고라는 인정을 받았다. 지난 7월에는 경북도로부터 ‘2025 해양수산엑스포’ 홍보대사로 위촉돼 해양수산 산업 육성과 국민적 관심 높이기를 위한 활동도 했다. 그는 해양수산엑스포 홍보 영상 출연, 야구공 팬 사인회, 지역 수산물 홍보 및 판매 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2025-11-10

서비스업 고용 견조··· 제조·건설 감소 지속

10월 고용보험 가입자가 전년 동월 대비 19만7000명 증가하며 2개월 연속 19만명대 증가폭을 유지했다. 내수 회복세 속에 숙박·음식업, 보건복지업 등 서비스업 중심의 고용 확대가 이어진 반면, 제조업과 건설업은 업황 부담이 지속되며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29세 이하 청년층은 인구 감소와 업종 구조조정 여파가 겹치며 감소세가 계속되는 모습이다. 고용노동부가 10일 발표한 ‘10월 고용행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1568만7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3% 증가했다. 서비스업 가입자는 22만7000명 늘어난 반면 제조업은 1만4000명 줄어 5개월 연속 감소했다. 건설업 역시 1만7000명 감소하며 감소 흐름이 이어졌다. 서비스업 중에서는 보건복지업(+11만명) 증가 폭이 가장 컸다. 경기 회복과 소비 활동 확대로 숙박·음식업은 2만7000명 증가하며 증가 폭이 확대됐고, 사업서비스업(+2만3000명), 전문과학기술업(+2만1000명), 운수·창고업(+1만6000명) 등에서도 상승세가 나타났다. 반면 정보통신업(-7000명), 도소매업(-1000명) 은 감소가 이어졌으나 도소매업의 감소 폭은 완화됐다. 제조업은 자동차, 금속가공, 기계장비 등 주요 업종에서 감소폭 확대가 나타나며 총 1만4000명이 줄었다. 다만 의약품(+2600명), 의료정밀광학(+1000명) 등 일부 고부가 제조업 분야는 증가세를 유지했다. 제조업 감소에는 고용허가제 외국인 노동력 확대로 통계상 증가분이 일부 반영된 점도 있어, 내국인 제조업 고용 감소는 통계상 수치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60세 이상(+18만6000명) 과 30대(+8만명), 50대(+4만3000명) 이 증가한 반면, 29세 이하(-9만명) 와 40대(-2만2000명) 는 감소했다. 청년층 고용 감소는 제조업·정보통신·도소매 등 청년 유입이 많은 업종에서 감소가 이어진 영향으로 분석됐다. 한편, 지난달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는 7만5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만5000명(-16.2%) 감소했다. 추석 연휴에 따른 고용센터 근무일수 감소 영향이 컸으며, 업종별로는 건설업(-2700명), 도소매(-2500명), 제조업(-1400명) 등 전반에서 줄었다. 지급액은 1조492억 원으로 오히려 4.9% 증가했다. 고용24 신규 구인 건수는 14만2000명으로 3만4000명(-19.2%) 감소했으며, 구인배수(구인/구직)는 0.42로 전년 동월(0.49) 대비 하락했다. 포항지역의 한 경제전문가는 “10월 고용통계상 경주 APEC 정상회의 개최와 같은 대형 이벤트와 관련한 서비스업 등 업종에서 일시적인 고용이 늘어났을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며 “이후 11월 고용통계 등 결과도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2025-11-10

경북도청신도시 ‘혁신도시 수준’으로 육성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도청신도시(안동)가 혁신도시 수준의 재정·세제·제도적 특례를 확보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될 전망이다. 행정 중심 신도시로 조성된 이후 발전 동력이 정체돼왔던 경북도청신도시가 이번 입법을 계기로 정주 여건 개선과 인구 유입, 산업기반 확충을 본격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민의힘 김형동(안동·예천) 의원은 10일 ‘경북도청신도시 발전 4법’을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도청이전을 위한 도시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전부개정법률안(이하 도청이전특별법) △스마트도시 조성 및 산업진흥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스마트도시법)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지역균형특별법)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조세특례제한법)이다. 가장 핵심이 되는 ‘도청이전특별법’은 기존 혁신도시에만 부여되던 각종 특례를 도청이전 신도시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특별회계 설치를 통해 안정적인 예산 운용이 가능해지고, 연구기관·대학·종합병원·산업단지 등의 유치·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도 마련된다. 그동안 행정기관 이전 이후에도 상주인구가 늘지 않아 ‘반쪽 신도시’라는 평가를 받아온 도청신도시의 체질 개선을 위한 법안이다. ‘스마트도시법’은 도청이전신도시 개발사업을 ‘스마트도시 건설사업’에 포함시켜, 교통·에너지·안전·환경 등 도시 인프라 전반에 첨단 기술을 접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법이 제정되면 도청신도시는 단순한 행정도시를 넘어 미래형 도시로 진화할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주민 생활의 편의성 증대와 도시 경쟁력 강화가 기대된다. ‘지역균형특별법’은 경북도청신도시가 별도의 혁신도시로 지정될 수 있는 길을 연다. 현재 경북에서는 김천이 유일한 혁신도시로 지정돼 있어, 도청신도시가 추가 지정될 법적 근거가 없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경북도청신도시도 혁신도시로 지정돼 공공기관 이전과 산업 유치, 인프라 확충 등 실질적 발전정책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조세특례제한법’은 혁신도시 및 도청이전신도시에 입주하는 기업에 대해 법인세 감면 혜택을 부여한다. 투자규모와 고용인원에 따라 3년간 100%, 이후 2년간 50%의 감면이 적용된다. 기업 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경제활력 회복을 겨냥한 조치로, 신도시 내 상권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경우 도청신도시가 구미·포항권과 균형을 이루는 새로운 성장축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스마트도시 조성과 세제지원이 병행되면, 공공기관 이전뿐 아니라 민간투자 유치도 탄력을 받게 된다. 김형동 의원은 “경북도청신도시는 경북의 새로운 행정 중심지이자 미래 성장의 핵심 거점이지만, 현행 제도 아래에서는 발전에 한계가 명확한 상황”이라며 “이번 4법을 통해 도청신도시가 명실상부한 지역균형발전의 성공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11-10

경북도의회 이동업·이춘우 의원, ‘제5회 경북 산림환경대상’ 수상

경북도의회 이동업 의원(포항)과 이춘우 의원(영천)이 ‘제5회 경북 산림환경대상’에서 각각 입법부문과 정책부문 수상자로 선정되며 산림환경 분야에서의 탁월한 의정활동을 인정받았다. 이번 시상은 대한민국 산림환경대상위원회가 주최하고 산림환경포럼이 주관한 행사로, 산림환경 보전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헌신한 인물들을 격려하고자 마련됐다. 이동업 의원은 산림교육 활성화, 임업육성, 환경교육 진흥 등 다수의 조례 제·개정을 통해 산림환경 분야의 제도적 기반을 강화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특히 2025년 3월 경북 북부권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당시 피해 복구와 임업인 지원을 위한 예산 확보에 앞장섰으며, 재선충병 방제 현장을 직접 점검하는 등 현장 중심의 의정활동을 펼쳤다. 이 의원은 수상 소감에서 “산림은 단순한 경제자원이 아니라 도민의 삶의 질과 직결된 공익 자산”이라며 “지속가능한 산림환경 조성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춘우 의원(은 산림자원의 공익적 가치 확산과 산림복지 향상을 위한 정책 제안과 예산 확보에 기여한 점이 높이 평가됐다. 그는 산림휴양시설 확충, 산림치유 프로그램 도입, 산림복지서비스 확대 등 도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을 적극 추진해 왔다. 이 의원은 “산림은 도민 모두의 쉼터이자 미래세대를 위한 자산”이라며 “정책적 뒷받침을 통해 산림환경이 지역 발전의 핵심 자원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수상은 경북도의회가 산림환경 분야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되며, 향후 관련 정책과 입법 활동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11-10

‘포항 기후산업도시 전환, 정책연구 강화를”

경북도의회 이칠구 의원(포항)은 ‘경북도의회 제359회 제2차 정례회’ 기획경제위원회 경북연구원 행정사무감사에서 “기후산업 전환에 대응하는 정책연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지난 7일 열린 행정사무감사에서 “철강업 중심의 포항은 탄소배출 비중이 전국 최고 수준으로 국가 탄소중립 정책의 핵심 지역”이라며 “경북연구원이 포항을 중심으로 한 탄소감축·수소경제·에너지전환 연구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포항시는 지난 5월 국내 최초의 지역주도 국제포럼인 ‘세계녹색성장포럼(WGGF)’을 개최한 데 이어 2028년 예정된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3)’ 유치를 추진중이다. 이 의원은 “포항이 철강 중심 산업 구조를 벗어나 기후산업도시로 나아가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정책연구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포항시·포스텍·한동대 등 지역 연구기관과 협력해 ‘포항형 수소·탄소중립 산업전환 전략’을 조속히 수립하고, 경북연구원내에 ‘수소·탄소중립 산업전환 전담팀’을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또 정부의 탄소중립 기본계획과 수소경제 로드맵에 정책 방향을 함께 맞춰 지역 산업 여건에 맞는 ‘경북형 기후산업 실행모델’을 마련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COP33 유치를 지원할 글로벌 기후거버넌스 정책자문 체계를 구축해 포항이 국제 기후산업 네트워크의 중심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며 “경북연구원이 지역의 변화를 선제적으로 대응할 때 포항이 국가 산업전환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11-10

오만한 여당 vs 무능한 야당

‘가을은 성찰의 계절’인데 권력에 혈안이 된 정치인들은 성찰할 줄 모른다. 여당은 오만하여 폭주하고, 야당은 무능하여 헛발질이니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표류 중이다. 국민을 빙자하여 개인적·당파적 이익을 추구하는 정치인들의 정략적 술수가 갈수록 교활하다. 먼저 오만한 여당의 정치행태를 보라. 당 대표 정청래는 “대통령도 갈아치우는데 대법원장이 뭐라고?”라고 하면서 노골적으로 사법부를 겁박하며 삼권분립을 훼손하고 있다. 여당은 정치적 목적으로 대법원장 청문회를 강행하는가 하면, 국감을 핑계로 대법원장을 불러놓고 모욕했다. 이는 “선출권력(국회·정부)이 임명권력(법원)보다 서열이 높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잘못된 인식과 동일하며, 헌법을 자의적으로 해석·왜곡하는 선출권력의 오만이다. 게다가 사법개혁을 빙자한 입법폭주도 심각하다. 여당은 선거법 개정, 대법관증원, 법관평가제, 재판소원제 등을 야당의 반대와 위헌 우려에도 밀어붙이고 있다. 이른바 ‘이재명 면소법(免訴法)’이라고 비판받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법사위에서 이미 통과시켰고, 현재 14명인 대법관을 26명으로 증원하고 ‘법관평가제’를 도입하여 사법부를 장악하려한다. 대법원 확정판결 후에도 헌재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는 ‘재판소원제’는 ‘사실상의 재판 4심제’로서 위헌 소지가 있다. 그럼에도 장기집권과 대통령의 퇴임 후 재판에 유리한 환경조성에 혈안이다. 정책의 초점이 ‘국민의 삶’이 아니라 ‘정권의 안위’에 있으니 여당의 오만이 하늘을 찌른다. 한편 무능한 야당의 행태는 또 어떤가? 지난 3월 개신교 집회에서 “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다”고 강변한 장동혁이 당 대표가 되자 내란수괴 혐의로 수감 중인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한 것은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라”는 민심과 싸우려는 어리석음이다. 당내에서도 “부적절하고 무책임한 처사”(김재섭의원), “당을 나락으로 빠뜨린 행위”(정성국의원) 등의 비판이 거세다. 오죽하면 봉은사를 찾아간 당 대표에게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야당이 건강해져야 한다.”고 하면서 “정치는 계산이 동반돼는 것이니 현명하고 지혜롭게 계산을 잘하라”고 당부했겠는가? 당 대표의 판단력이 이처럼 한심한데 중진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당은 길을 잃고 헤매도 중진들은 제 살길 찾기에 바쁘다. 이들은 대부분 영남출신이니 변화에 둔감하고 기득권에 안주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이미 PK가 이탈 중이어서 멀지 않아 TK에 갇힐 가능성이 크다. 전한길 같은 극우세력에 휘둘리면 합리적 보수와 중도층이 돌아선다는 것을 왜 모르는가? 이런 판단력으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혁신을 통해 수권정당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면 미래는 없다. 이처럼 ‘여당은 오만’하고 ‘야당은 무능’하니 국민이 나설 수밖에 없다. 이 나라 주권자의 운명이요 책임이다. ‘진영의 편’이 아니라 ‘정의의 편’에 선 주권자의 ‘공정한 회초리’만이 나라를 바로 세울 수 있다.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정치학

2025-11-10

국회는 ‘K-스틸법’처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여야가 본격적인 예산전쟁을 앞두고 이달 중 열릴 본회의에서 ‘무쟁점 법안’ 처리에 나서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민주당은 오는 13일과 27일 본회의를 열어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 중 여야 합의가 이뤄진 무쟁점 법안을 우선 처리할 예정이며, 국민의힘도 이에 반대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다만 절대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기습적으로 본회의에 ‘쟁점법안’을 상정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무쟁점 법안은 여야 의원 106명이 공동발의한 ‘K-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철강기술 전환을 위한 특별법)이다. 이 법안은 현재 상임위에 계류돼 있다. ‘K-스틸법’은 철강산업을 국가 경제·안보의 핵심 기반으로 규정하고 기술 개발·투자를 지원하는 법안이다. 국내 철강산업은 지금 구조적 수요 부진, 중국산 저가 수입재 범람, 탄소중립 압력 등으로 전방위적 어려움에 처해 있다. 지난 6월부터는 미국이 50%의 품목별 관세를 부과한데다, 최대 수출국인 유럽연합(EU)마저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인상해 수출길이 사실상 막힌 상태다. 그런데도 정부 대응은 구조조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업계 지원에는 소극적이다. 이 때문에 지난주 국내 조강 생산의 93%를 차지하는 3대(포항, 광양, 당진) 철강도시 단체장들이 긴급 영상 회의를 갖고 범정부 차원의 지원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발표했다. 민주당 어기구(당진) 의원과 국민의힘 이상휘(포항남·울릉) 의원, 한국노총, 포스코그룹 노조연대, 전국금속노련도 지난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스틸법의 조속한 입법을 촉구했다. K-스틸법은 철강업계 위기극복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이 담겨있다.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녹색철강기술 개발과 투자에 대한 보조금 지원, 융자, 세금 감면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리고 정부가 요구하고 있는 철강산업 구조조정 내용도 들어 있어 관련 산업 체질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했다. 국회는 K-스틸법 처리의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

2025-11-10

AI가 임산물 선별·살균·포장···경상권역 임산물 물류터미널 내년 3월 가동

전국 최초로 도입한 로봇 기반 인공지능(AI) 자동화 시스템이 임산물의 선별·살균·포장 등 전 과정을 자동 처리한다. 청정 임산물의 신선도와 유통 효율성 향상을 위해 집하장과 저온·냉동 저장고, 자동선별시스템을 갖췄다. 10일 포항시 북구 흥해읍 대련리에 준공한 ‘경상권역 임산물 물류터미널’이다. 전북 무주군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건립된 임산물 물류터미널인데, 국비 30억 원, 도비 6억 원, 시비 14억 원 등 40억 원을 투입해 산림조합이 기부채납한 5000㎡ 부지에 연 면적 964㎡ 규모로 완공했다. 포항시는 내부 시설 보완과 왕복 2차로 도시계획도로와 진출입로 개설을 마무리한 뒤 내년 3월 임산물 물류터미널을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내년 10월 완공할 임산물 가공센터와 임산물 물류터미널도 연계할 계획이다. 임산물 가공센터를 통해서는 임산물의 짧은 유통기한 한계를 보완하고, 산딸기 퓌레·송이 슬라이스·포장 산나물 등 가공 상품을 개발해 부가가치를 높일 계획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물류터미널 준공으로 지역 임산물의 경쟁력을 높이고, 생산부터 소비까지의 흐름을 원활히 하는 유통 기반이 마련됐다”며 “향후 가공센터와 연계해 국내 유통망 확대와 해외 수출 기반 강화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5-11-10

지역 활성화 롤모델된 ‘구미 라면축제’

과거 전자산업 등 수출산업도시로 명성을 알렸던 구미가 라면 하나로 축제를 만들어 전국적 명성을 높여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7일부터 사흘간 구미역 일대에서 열린 구미라면 축제에는 전국에서 35만 명의 방문객이 다녀가는 대성황을 이뤘다. 작년 15만 명의 두 배가 넘는 인파가 찾아옴으로써 구미라면 축제는 시작 4년 만에 전국 최대 라면축제로 자리를 잡는 모양새다. 특히 일반인에게 친숙한 라면을 소재로 축제를 성공시켰고, 도시브랜드와 지역경제 활성화, 문화 등 3박자를 모두 잡는 축제로 발전해 지방 중소도시 축제의 롤모델이 됐다는 평가다. 전국에서 한해 1000개가 넘는 축제가 열리지만 인기없이 예산 소모적인 축제가 많은 우리 현실에 비춰볼 때, 구미라면 축제의 가치는 더 돋보인다 하겠다. 구미에는 국내 최대 농심공장이 위치해 라면을 축제 소재로 삼는 계기가 됐다. 국민 라면 신라면의 경우는 전국 생산량의 75%가 구미에서 이뤄진다. 구미라면 축제가 특별히 주목을 받는 것은 단순히 먹거리 축제를 넘어 지역산업과 지역문화 그리고 도시를 알리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라면 하나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오고 모두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축제의 본질을 잘 이끈 행사로 평가받는 것이다. 구미는 지난 3월 구미국가1산단이 국가 지정 문화선도산업단지로 선정됐다. 문화선도산단이란 오래된 산단을 리모델링해 청년과 근로자, 지역주민이 함께하는 문화와 산업이 어우러진 공간을 말한다. 라면축제의 성공이 구미를 산업도시 이미지에 더 보태 문화도시란 명성까지 안겼으면 한다. 내친김에 문화와 산업이 잘 어우러진 전국 최고의 산업문화도시로 발전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라면은 세계인이 선호하는 식품이다. 해외 관광객이 찾는 국제적인 라면축제로 발전시켜가는 전략도 준비해야 한다. 구미를 라면 메카로 부각하고, 해외 관광객이 성지순례하듯 라면 본고장을 찾게 된다면 인구 소멸 걱정도 안 해도 될 것이다. 구미라면 축제가 지속 가능한 축제로 발전하길 바란다.

2025-11-10

좋은 글 퍼 나르기는 이제 그만

책이나 유튜브에서 등장하는 여러 가지 말들이 있다. 예를 들면, ‘나이가 들어서 지켜야 할 3가지’. ‘만나면 안되는 유형의 사람들’, ‘부자들의 습관’, ‘고귀하게 보이는 사람들의 특징’. 등등. 대부분 그럴듯하다. 이런 글을 읽을 때마다, 비슷하면, ‘그래 맞아’ 하지만, 다르면, ‘뭐 꼭 그래야 하나’라고 슬쩍 기분이 나빠진다. 하지만, 나는 이런 말들을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 그냥 소음 정도로 생각한다. 삶이 한마디로 정의될 수도 없거니와, 생각 아닌 감정으로 그 글을 대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음 중, 나이 든 사람에 대한 대표적인 경구로,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라’를 한번 생각해 보자. 일단, ‘입을 닫아라’는 말의 뜻은, ‘나이 들어 말이 많으면 안 된다’라는 것일 테고, ‘말이 많으면 쓸데가 없다’는 속뜻이 있다. 게다가 나이 든 사람은, ‘나이를 권위로 내세우는 경향’까지 있다는 것까지 슬쩍 올려 두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말 많은 것 자체가 ‘그냥 꼰대 짓’이라는 게다. 그러면 반대로, 젊은 사람은 시종일관 떠들어도 되고, 쓸데없는 말을 해도 되고, 권위를 내세워도 된다는 것인가. ‘입 닫아라’라는 말은 철학적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존재 가치를 나이라는 단순한 숫자적 가치로 환원한 위험한 통념이다. 언어는 단순한 말이 아니라, 한 인간이 세상과 관계를 맺는 방식이며, 자신을 세계 속에 드러내는 형식이다. ‘인간은 언어 속에 존재한다’라는 하이데거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언어가 ‘존재의 집’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안다. 강요된 침묵은, 존재의 집에서의 추방이자, 인간 실격 선언이다. 여기에 대하여, ‘쓸데없는 말을 하지 말라는 뜻이겠지’라고 반박할지 모르겠지만, 쓸데없는 말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자제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지갑을 열어라’라는 말은 철학적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존재 가치를 돈이라는 단순한 경제적 가치로 환원한 위험한 통념이다. 이 말속에는, ‘노인이 존중을 받으려면 돈을 써야 한다’는 경직된 사고가 바탕에 깔려있다. 열 지갑이 없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막상 지갑이 있다고 치자. 무턱대고 지갑을 열어야만 하는 당위성은 누가 결정한 기준인가. 노인이 존중받으려면 돈을 써야 한다는 사고는, 세대 간의 관계를 ‘결제 거래’로 축소하고, 사랑, 경험, 지혜 같은 비가시적 가치를 제거한 위험한 사회적 언어이다. 하찮은 경구 하나 때문에 자신의 말이 무가치하게 여겨지는 사회에서 자발적 침묵을 학습하게 되어서는 안 된다. ‘모든 이에게 맞는 옷은 결국 누구에게도 맞지 않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단순한 라이프스타일에 관련된 조언들은 맥락 없이 윤리적 판단을 흐리게 할 수 있다. 좋은 글의 유통은, 사유의 과정은 생략되고 감정적 동조만 남는 소위 ‘생각 없는 공감’의 현장이다. 타인의 말은, 나의 말을 설명하는 수단 정도로 사용되어야 한다. 인용은 사유의 시작이 되어야지, 끝이 되어서는 안 된다. 카톡에서 좋은 글을 퍼 나르는 사람은, 펌글을 통해 은근히 자신은 좋은 사람이라 과시하는 속내가 있다. 내가 감동 받았다고 상대가 감동 받을 거란 착각은 금물. 예의에도 어긋날 수 있으니 퍼 나르기는 이제 그만. /공봉학 변호사

2025-11-10

진짜와 가짜

거짓이 진실을 압도하는 세상이다. 인터넷 모바일이 일상화된 우리나라 대다수 국민들은 범람하는 정보의 홍수에 휩쓸리고 있다. 온갖 잡동사니가 뒤섞여 있는 정보의 홍수에는 진짜보다 가짜가 더 많다. 진짜는 그저 사실일 뿐이지만, 가짜는 사람들을 현혹하기 위해 가급적 선정적이고 자극적으로 만들어진다. 가짜가 진짜보다 더 진짜 같고 더 좋아 보이는 까닭이다. 문제는 그렇게 생산·유포된 거짓 정보가 단순한 오해나 해프닝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넘쳐나는 각종 정보들의 진위를 검증할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터넷상에 떠도는 거짓 정보는 허위로 판명된 뒤에도 그것을 믿거나 반신반의하는 사람들이 과반수라 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한 번 믿은 정보는 잘 바꾸려 하지 않고, 오히려 믿고 싶은 사실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여 확증편향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이런 심리적 메커니즘이야말로 가짜뉴스가 작동·확산하는 근본적인 힘이다. 더 큰 문제는 다량의 거짓 정보가 상업적·정치적 목적에 의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정 개인이나 기업은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정치 세력은 여론을 왜곡해 자신들의 이익을 얻기 위해 가짜뉴스를 조직적으로 생산한다. 이렇게 조작된 정보는 사회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국민들 편을 갈라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든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핵심은 ‘진실에 대한 자유로운 판단’일진대, 그 판단의 기반이 오염된다면 체제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나라에서 선거나 정치적 의사결정이 ‘가짜뉴스’에 좌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SNS를 통한 여론조작, 인공지능을 이용한 딥페이크 영상 등은 이미 심각한 현실이 되었다. 갈수록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그럴수록 진실과 거짓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 즉 정보판별력과 비판적 사고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진실과 거짓을 스스로 가려내지 못하는 사회는 언제든 불의한 세력에 의해 조종당하고, 결국 파탄을 자초하게 된다. 정치권의 가짜뉴스는 단순한 거짓말이 아니다. 그것은 국민 상호 간의 신뢰를 파괴하고, 공동체의 도덕적 기반을 흔들며, 사회를 불안과 혐오로 몰아넣는 독소다. 진실이 설 자리를 잃으면, 공동체의 대화와 토론은 불가능해지고, 결국 극단과 분열만 남게 된다. 그러므로 현대 민주사회에서 언론과 교육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언론은 단순한 정보의 전달자가 아니라, 진실을 밝히고 거짓을 걸러내는 공적 필터의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교육도 단순한 지식전달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힘을 길러주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거짓에 현혹되지 않는 분별력을 갖출 때, 비로소 민주주의는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가짜’와의 싸움을 단순히 윤리적 차원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진실이 무너진 사회에서 밝은 미래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는 능력, 그것이 바로 민주시민의 기본 자질이고 건강한 사회를 유지하는 동력이다.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2025-11-10

포스코이앤씨, 하이엔드 인테리어 ‘아틀리에 에디션’ 출시··· 한국형 고급주거 새 기준 제시

포스코이앤씨가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 ‘오티에르(HAUTERRE)’에 적용할 인테리어 상품 ‘아틀리에 에디션(The Atelier Edition)’을 공식 출시했다. 국내 건설사가 유명 디자이너와 협업해 토탈 인테리어 패키지를 선보이는 것은 처음으로, 시장에서 하이엔드 주거의 가치 기준이 변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포스코이앤씨는 7일 서울 청담 레스파스 에트나에서 ‘아틀리에 에디션’ 런칭 행사를 열었다. 행사에는 업계 관계자, 인플루언서, 소비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번 상품은 세계적 디자이너 양태오 작가의 디자인 철학을 기반으로, 오티에르만을 위한 전용 마감재·가구·조명·스타일링 패키지로 구성됐다. 행사는 명상적 분위기의 핸드드럼 공연과 한국 공예를 재해석한 가구 전시, 관람객 참여형 프로그램 등 체험형 콘텐츠 중심으로 진행됐다. 이어진 프레젠테이션에서 양태오 작가는 “화려함보다 본질에 집중한 절제의 미학으로, 도시 속에서도 마음이 머무는 안식처를 만들고자 했다”며 “나무·석재 등 자연 소재의 질감을 조화시켜 ‘동양적 고요함’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아틀리에 에디션’은 생활 공간을 테마별로 구조화한 점이 특징이다. 거실은 갤러리형 리빙룸으로 설계해 예술 작품 감상이나 사유 공간으로 활용성을 높였다. 침실은 전통 사랑방을 모티브로 한 티룸형 휴식 공간으로, 욕실은 검은 천연석과 은은한 조명을 적용해 명상 공간으로 연출했다. 전통 창호의 선과 여백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디테일도 적용됐다. 체험 행사에 참석한 소비자들은 “고급 자재 중심의 기존 프리미엄 인테리어와 달리, 공간 전체가 작가의 철학이 녹아든 작품처럼 완성도를 갖췄다”며 “한국적 감성이 세련되게 표현돼 ‘집이 곧 나를 드러내는 공간’으로 느껴진다”고 평가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아틀리에 에디션’ 상표 출원과 함께 태오양 스튜디오와 공동 저작권 등록을 추진 중이다. 향후 오티에르 브랜드가 적용되는 분양 단지에 상품을 적용하고, 팝업 전시·실물 체험형 쇼룸도 운영할 계획이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아틀리에 에디션은 기술·소재·예술 감성이 결합된 하이엔드 주거의 새로운 제안”이라며 “오티에르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국형 고급주거 시장에서 차별화된 가치 표준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2025-11-10

슬로베니안 필하모닉 첫 내한 공연… 손민수 협연

대구콘서트하우스(관장 박창근)는 오는 19일 오후 7시 30분 그랜드홀에서 월드오케스트라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손민수 & 슬로베니안 필하모닉’ 공연을 개최한다. 이번 공연은 유럽 전통의 오케스트라 슬로베니안 필하모닉의 사상 첫 내한 무대이자, 세계적 피아니스트 손민수가 협연자로 나서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슬로베니안 필하모닉은 1701년 설립된 아카데미아 필하모니코룸을 모태로, 1947년부터 현재의 이름으로 활동 중인 유럽 최고(最古) 오케스트라 중 하나다. 324년간 카를로스 클라이버, 리카르도 무티, 샤를 뒤투아 등 거장들이 객원 지휘자로 참여했으며, 슬로베니아와 해외 연주자들의 조화로 유럽 클래식 음악계를 이끌어왔다. 이번 공연에서는 카키 솔롬니쉬빌리 수석 지휘자가 지휘봉을 잡는다. 1990년생 젊은 거장인 그는 샤를 뒤투아의 조수로 경력을 쌓았으며, 최근 슬로베니안 필하모닉과 긴밀한 협업으로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손민수는 섬세한 해석과 강렬한 테크닉으로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연주자다. 대구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2024년 솔라시안 유스 오케스트라 협연 등 지역 관객과의 인연을 지속해왔다. 2006년 캐나다 호넨스 국제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 우승을 차지한 뒤 북미·유럽·아시아 무대를 누비며 활약 중이며, 2023년 미국 뉴잉글랜드 음악원 교수로 임용되어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특히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자 임윤찬의 스승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교육자와 연주자로서의 경험을 대구 무대에 녹여내겠다”고 전했다. 공연은 슬로베니아 출신 작곡가 조르주 미체우즈의 오페라 ‘The Fairy Child’ 서곡으로 문을 연다. 동화적인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 곡은 섬세한 오케스트레이션이 돋보인다. 이어서 손민수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한다. 이 작품은 교향곡 1번의 실패 후 깊은 우울증을 겪었던 라흐마니노프가 의사 니콜라이 달의 도움으로 재기에 성공하며 완성한 곡으로, 희망과 사랑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브람스 ‘교향곡 1번’이 연주돼 웅장하고 치열한 브람스의 역작을 슬로베니안 필하모닉 특유의 깊이 있는 사운드로 감상할 수 있다. 공연 당일 오후 6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뮤직카페에서 작가 정은주가 진행하는 사전 해설 프로그램 ‘비포 더 콘서트’가 열린다. 지휘자, 협연자, 오케스트라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설을 통해 관객들의 감상 이해도를 높일 예정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1-10

몽환적 풍경 속으로… 임현오 초대전 ‘영원의 선상’

자연과 빛, 내면의 정서를 융합한 독특한 회화 세계를 펼치는 임현오 작가의 초대전 ‘영원의 선상’이 안동 송강미술관 별관 갤러리송강에서 오는 12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경북도와 안동시가 주최하고 송강미술관이 주관하는 지역 예술가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서, 매월 지역 작가를 선정해 창작 활동을 지원해 시민과 소통하는 장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공공 미술관이 부족한 안동에서 송강미술관은 예술가와 시민을 잇는 문화 허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임현오 작가의 작품 속 풍경은 단순한 재현이 아닌 심상의 풍경이다. 2011년부터 시작된 ‘자작나무 그늘-내 마음의 풍경’ 연작을 통해 몽환적이면서도 명상적인 분위기를 전달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자작나무 오브제를 활용한 부조회화 기법이 돋보인다. 작가는 생명이 다한 자작나무를 캔버스에 입체적으로 부착한 뒤, 다양한 질감으로 표면 처리하고 세밀한 드로잉을 더해 3차원적 부조 효과를 구현한다. 빛의 각도에 따라 변화하는 그림자의 대비는 작품에 다채로운 표정을 부여하며, 이는 삶의 긴장감과 정서를 극대화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임현오에게 자작나무는 단순한 소재가 아닌 생명력의 은유다. 그는 죽어가는 나무를 오브제로 활용해 메마른 생명에 대한 기억을 보존하고, 이를 통해 소생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하얀 껍질이 특징인 자작나무는 순결과 재생의 상징으로, 작가의 화면에서 빛과 그림자로 재해석되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특히 자작나무의 자웅동주(암수한그루) 특성은 성별 구분 없이 공존하는 생명의 순환을 상징한다. 작가는 “나무의 뿌리는 땅을, 줄기는 하늘을 향해 뻗으며 삶과 죽음, 현실과 초월의 경계를 넘나든다”고 말한다. 이처럼 그의 작품은 허구와 실재의 공존, 조각과 회화의 결합을 통해 독창적인 예술 언어를 구축해왔다. 임현오 작가는 국립안동대 미술학과와 계명대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으며, 개인전 13회 및 단체전 100여 회를 통해 활발히 활동 중이다. 김명자 송강미술관장은 “임현오 작가의 작품은 감성적 몰입을 이끌어내며, 일상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자연의 정서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1-10

운담 이복연 서예가 첫 개인전

71세의 현역 서예가 운담 이복연의 생애 첫 개인전 ‘운담 이복연 서예전’이 11일부터 16일까지 대구 대백프라자 갤러리 전관에서 열린다. 44년간 서예와 한문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예술적 정진을 거듭해 온 이복연 서예가는 이번 전시에서 ‘서예의 철학적 깊이와 미학적 확장성을 동시에 구현한 작품 세계’를 집약적으로 보여줄 예정이다. 그의 작품은 ‘전통 서체의 골격을 유지하면서도 점 하나 획 하나에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구예술대학교 서예과를 졸업하고 영남대학교 대학원에서 한문학을 수학한 이복연 작가는 전통 서법의 뿌리를 지키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융합한 독창적 작품으로 주목받아 왔다. 한국미술협회 경산지부장으로도 활동 중인 그는 “당나라 시인 왕지환의 ‘경상일층루(更上一層樓·더 높은 누각에 올라 멀리 보라)’ 정신을 화두로 삼아 예술적 경지를 끊임없이 개척해왔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에는 이 같은 철학을 담은 50여 점의 대표작을 선보인다. 특히 예서와 행초서를 주축으로 삼은 작품들은 유려한 필선과 대비의 미학을 통해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허물었다. “점 하나하나에 숨결을 불어넣고, 획의 유려함 속에 현대적 감각을 녹여낸다”는 그의 작업 방식은 서법적 틀을 넘어선 자유로운 예술 언어로 재탄생했다. 이복연 작가는 서예계에서 ‘성실과 겸손으로 제자를 길러내는 교육자’로도 이름을 알렸다. 그는 전통의 본질을 전수하면서도 현대적 해석을 접목하는 교육 철학을 실천해왔다. 대구예술대학교 최민렬 교수는 이복연 작가에 대해 “글자의 뜻을 넘어 점과 획의 생동감으로 서예의 본질을 구현하는 예술가”라며 “고(故) 백영일 교수의 제자로서 전·예·해·행·초서의 다채로운 필체를 섭렵했으며, 겸허한 자세가 작품에 고스란히 묻어난다”고 평했다. 실제로 그는 대한민국미술대전, 매일서예대전 등에서 초대작가 및 심사위원으로 활약하며 서단에서 확고한 위상을 다져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