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오피니언

청소년이 안전한 디지털 환경

최근 여성가족부에서 발표한 제7차 청소년정책 기본계획은 현재의 청소년을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정의하고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란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하여 일상생활에서 디지털 기기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세대를 말한다. 디지털 기기에 능숙한 요즘 청소년이 가담하는 범죄는 사이버 공간에서 이뤄지고 새로운 수단과 방식을 사용하는 신종 범죄로 진화하고 있다. 이에 경찰은 디지털 범죄 근절을 위한 정책을 전방위적으로 펼치고 동시에 학교전담경찰관을 필두로 집중 예방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여기서는 청소년 디지털 범죄의 대표적인 유형을 분석하고, 이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최근 청소년 온라인 도박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했다. ‘온라인 도박 범죄자 세 명 중 한 명은 청소년’이라 할 만큼 온라인 도박은 이미 상당수의 청소년을 잠식하고 있다. 2024년 청소년 도박범죄 검거 인원은 564명으로 전년보다 230%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딥페이크(Deepfake) 범죄도 심각하다. 작년 딥페이크로 검거된 가해자의 약 80%가 청소년일 만큼 딥페이크에서 청소년이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으로 높다. 디지털 환경 속에서 청소년을 보호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성세대는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디지털 통제의 방식인 ‘게임 셧다운제’ 등을 도입했으나, 청소년의 자기 결정권 침해 및 부모명의 계정 가입 등 편법이 속출해 실효성 논란으로 결국 폐지됐다. 이는 청소년이 납득할 수 없는 일방적 통제로는 청소년을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현재 청소년을 보호하려면 가정, 학교, 경찰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가정에서는 자녀의 올바른 디지털 가치관 정립과 가정 내 온라인 환경을 정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대화와 관심을 통해 자녀의 디지털 사용을 지속적 모니터링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교에서는 정보기술 교육과 함께 디지털 윤리교육을 체계적으로 시행하고, 경찰에서는 청소년 대상 신종 디지털 범죄에 기민하게 대처하고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 또 예방과 재범방지 차원의 캠페인 및 사이버 범죄예방 교육을 정기적, 주기적, 반복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청소년의 디지털 범죄는 단순한 개인의 일탈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사회 전체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정책과제이다. 우리 사회가 청소년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고 안전한 디지털 환경을 조성할 때 건강한 미래 세대를 만들어 갈 수 있다. /대구 수성경찰서 여성청소년과 박지선 경감

2025-04-28

작은 소방설비가 만드는 큰 차이

봄은 흔히 생명의 계절이라 불린다. 하지만 소방의 입장에서는, 봄이 ‘화재의 계절’이 되기도 한다. 건조한 날씨, 환기와 야외활동 증가, 전열기기 사용량 증가로 인해 화재 발생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경상북도 소방본부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2~2024) 봄철(3~5월) 화재 건수는 연평균 1200건 내외로, 계절별 통계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원인은 부주의, 전기적 요인, 기계적 요인이 주를 이루며 이 가운데 ‘전기화재’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전기화재는 보이지 않는 불씨에서 시작된다. 눈에 띄지 않는 아크(Arc) 현상, 낡은 배선, 좁은 전기공간 등에서 발생하는 작은 불꽃이 순식간에 커다란 피해를 불러오기도 한다. 이런 화재를 막기 위해 등장한 것이 자동확산소화기, 소공간 소화용구, 아크차단기이다. 이 작은 설비들은 그 자체로는 조용하지만, 실제 화재 현장에서는 놀라운 역할을 해내고 있다. 자동확산소화기는 열을 감지해 자체적으로 소화약제를 분사하는 장비로, 사람이 상주하지 않는 보일러실이나 전기실 등에서 특히 효과적이다. 2023년 봄철, 청송군의 한 주택에서는 노후 전선에서 화염이 발생했으나 보일러실에 설치된 자동확산소화기가 즉시 작동해 불길을 초기 진압한 사례가 있다. 만약 이 장치가 없었다면, 건물 전체가 큰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좁고 밀폐된 공간에서는 일반 소화기가 물리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워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소공간 소화용구’이다. 패드형, 캔형, 로프형 등 다양한 형태로 제작되어 분전반이나 배전반 내부에 설치하면, 일정 온도가 되면 자동으로 작동해 화재를 진압한다. 문경시의 한 전통시장에서는 분전반 내부에서 발화된 불씨가 이 장비의 작동으로 즉시 차단되어 인접 점포로 확산하지 않았고, 화재 규모를 최소화한 사례가 있다. 아크차단기는 말 그대로 ‘전기불꽃’을 감지하고 차단하는 장치이다. 일반 누전차단기로는 감지할 수 없는 미세 아크 신호를 포착해, 전류를 차단함으로써 화재로 이어지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는다. 경북 도내에서는 최근 3년간 아크로 인한 화재가 연평균 약 160건에 달하며, 이는 전체 전기화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포항시 한 농가주택에서도 아크차단기가 설치되어 있던 덕분에 배선 불량으로 발생한 불꽃이 즉시 차단되어 피해를 막은 사례도 있었다. 이 장비들의 공통점은 ‘화재를 발생 전에 차단한다’는 점이다. 소방차가 달려오기 전에, 사람이 대응할 수 없는 그 짧은 순간에 작동함으로써 불길을 초기에 억제하는 것이다. 설비의 설치비용도 크지 않다. 자동확산소화기와 아크차단기, 소공간 소화용구 모두 일반 가정이나 소형 점포에서도 부담 없이 설치할 수 있는 가격대로, 설치 방법도 간단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막아낼 수 있는 피해의 규모이다. 수십만 원의 장비가 수억 원대의 재산과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선택이 아니라 예방의 필수조건이라 할 수 있다. 포항북부소방서에서는 현재 봄철 화재예방대책의 일환으로 이들 장비의 설치 확대를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으며, 지역 내 취약계층과 전통시장 등을 중심으로 설치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공간에 소방의 손길이 닿을 수는 없다. 결국에 최선이자 최고의 예방은 시민 한 분 한 분의 ‘관심’과 ‘실천’에 달려 있다. 지금 우리가 설치하는 작은 장비 하나가, 내 이웃의 삶을 지켜주고, 내 가족의 미래를 보호할 수 있다. 작은 불씨가 번지기도 전에 끌 수 있는 길은 분명 존재하며, 그것은 바로 우리 모두 ‘선제적 예방’에 동참하는 것이다. 봄이 주는 생명의 기운을 지키기 위해, 우리 모두 이 조용한 소방관 역할을 해주는 작은 소방설비들을 일상 속에 들여놓아 일상 속 안전을 지킬 수 있기를 소망한다.

2025-04-21

포항 장성동 미군반환공여구역, 언제까지 그대로 둘 것인가

미군기지 반환 이후 지역 발전과 주민 보상을 위해 제정된 ‘주한미군 공여구역주변지역 등 지원 특별법(이하 미군공여구역법)’이 시행된 지 18년이 지났다. 그러나 포항 장성동(약 12만평) 미군반환공여구역 개발은 수년째 지연되고 있다. 왜 이럴까. 이는 행정 절차의 지연만으로 설명할 수 없고, 구조적인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먼저, 미군이 사용하던 부지가 반환되면 곧바로 지자체가 개발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반환된 땅은 여전히 국방부가 소유하고 있고, 지자체가 이 땅을 사들여야만 개발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토지 매입비가 지나치게 높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고, 국방부와의 협의도 매우 더디게 진행된다. 행정 절차도 복잡해서, 실제로 개발이 시작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포항의 장성동 반환공여구역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곳은 1960년대 미군 저유소가 들어서면서 주민들이 오랜 기간 재산권을 침해당했고, 도시 발전에서도 소외되어 왔다. 미군이 떠난 뒤에도 국방부와 지자체의 협의가 지연되면서, 아직까지 개발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이 부지를 어린이테마공원, 상업시설, 주거단지 등으로 개발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답보 상태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는 데에는 중앙정부의 지원 부족도 한몫을 한다.‘미군공여구역법’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실제 토지 매입비는 일부만 지원될 뿐, 개발에 필요한 공사비나 조성비는 지자체가 부담토록 하고 있다.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지방정부로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해외에도 미군이 사용하다 떠난 곳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와의 차이점이라면 신속하게 후속 개발이 된다는 점이다. 독일이나 일본 오키나와가 그 단적인 예다. 두 나라는 정부 차원의 전담기구를 만들어 미군 반환공여구역 개발을 신속하게 추진했었다. 질질 끌고 있는 우리와 너무나 대비된다. 우리는 국방부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지연 사태가 빚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실시된 설문조사에서도 국방부가 개발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포항 시민들이 개발을 강하게 원하고 있는 장성동 구 미군저유소 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우선, 국방부가 소유한 반환공여지를 지자체에 무상으로 넘기거나, 아니면 반환 당시 가격으로도 매각할 수 있도록 특별법을 개정해야 한다. 또 중앙정부가 토지 매입비뿐 아니라 개발에 필요한 예산을 더 넉넉하게 지원해 주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체계적인 사업이 추진되도록 국방부가 아닌 행정안전부나 국무총리실 등에서 미군 반환공여구역 개발을 총괄하는 전담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 시스템으로 간다고 하더라도 지자체와 국방부 간의 협의 절차를 더 간소화해야 하며, 실무 협의체를 만들어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해 줘야 할 것이다. 과거 미군기지 등은 대부분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었던 만큼 반환공여구역이 지역 발전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는 각종 규제 완화 조치가 뒤따라야함은 당연지사다. 이는 2024년 12월‘한국지방행정학보’제21권 제3호에 필자가 게재한‘주한미군 반환공여구역 관련 현황 및 이슈 연구’에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다. 포항을 위해서도 장성동 미군반환공여구역 개발이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 이는 한 지역의 개발을 넘어, 오랜 기간 피해를 입은 주민들의 권리 회복과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중요한 과제이다. 정부와 지자체, 국방부가 적극적으로 협력해, 신속하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때가 됐다. 포항 시민들의 오랜 기다림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도록, 이제는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2025-04-17

철강·수요산업 균형 잡힌 정책 필요

서정헌 스틸앤스틸 회장 지나친 철강수입 규제로 수요산업의 역풍이 우려스럽다. 최근의 철강위기를 극복하는데 수입규제가 불가피하다는 생각에는 철강업계 모두가 공감하는 것 같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최근 우리나라 철강 수입규제 건수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철강수입을 규제하면 국내 철강가격이 올라가고 수요산업의 철강재 확보가 어려워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래서 수입규제를 반대하는 철강 수요업체들의 주장에도 공감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철강업계는 수입규제를 원하고 철강수요업계는 수입규제를 반대하는 상황에서 정부 산업정책은 어느 쪽 주장에 더 귀를 기울여야할까? 철강과 철강수요산업 사이에 우선순위를 정할 때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철강이 철강수요산업과 강한 산업간 상호의존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철강 수입규제는 단기적으로 철강 산업의 위기극복과 사양화 속도를 조절하는 아주 유용한 수단이다. 그러나 그것이 과하면 산업간 상호의존관계로 인해 철강수요산업은 역으로 수렁에 빠져들게 된다. 선택의 폭이 좁아지고 원가 인상 등으로 인해 경쟁력 약화라는 암초에 부닥치게 되는 것이다. 이는 결국 다시 철강산업의 후퇴로 이어진다. 이런 산업간 상호의존관계를 감안하면 지나치게 수요산업의 희생을 강요하는 철강수입규제는 장기적으로 철강 산업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양 측의 시장과 수요를 정확히 잘 판단, 시책을 집행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의 산업정책은 주로 대형 고로사의 입장을 많이 반영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철강 수입규제가 시작되면 철강사는 더 적극적으로 정부를 설득하여 수입규제를 연장하려고 노력한다. 반면에 중소 철강사나 유통 가공사는 자신의 주장을 산업정책에 반영하기가 쉽지 않다. 철강수요산업의 경우 위기의 징후가 장기적으로 분산되어 표출되기 때문에 정량화가 쉽지 않고, 철강소비자 단체의 조직력도 약해서 수입규제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산업정책에 반영되는데 한계가 있다. 철강산업과 철강수요산업 관계는 깊게 얽혀 있다. 처음에는 철강이 산업을 이끄나 자동차 조선 가전 등 철강 수요산업들이 어느 정도 성장하면 수요산업이 철강을 견인하게 된다. 당국도 산업구조 고도화를 위해 산업정책의 초점을 철강에서 철강수요산업으로 이동시켜 나간다. 산업정책의 큰 방향이 어느 정도 철강산업의 희생을 감내하더라도 수요산업을 통한 제조업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게 되는 것이다. 이때부터 철강은 주로 수요산업의 안정적인 생산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에 주력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산업구조는 철강산업에서 철강수요산업으로 더 확산, 성장하게 되고 또 하부로 파생되면서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관련 산업 구조다. 필자는 철강과 수요산업의 산업간 연관효과가 튼튼한 나라가 철강산업이 강한 나라라고 생각한다. 바람직한 산업간 관계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철강의 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길이기도하다. 수요산업이 후퇴하면 철강도 설 자리가 좁아진다. 그런 점에서 수요산업과의 상호의존관계를 고려하는 산업정책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당국은 철강과 수요산업의 바람직한 상호의존관계를 반드시 유념, 수입규제를 하더라도 철강 하공정이나 수요산업과의 공존, 산업 간의 균형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

2025-04-13

'포항여고 앞 잃어버린 다리를 다시 잇자'

안병국 포항시의원·도시공학박사 도심 하천을 자연형으로 복원하는‘학산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은 포항시가 중앙동 일원에 추진 중인 대규모 공공사업이다. 총 425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도심 속 생태환경을 회복하겠다는 이 사업은 환경과 도시경관, 시민 삶의 질 향상이라는 취지에서 환영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시민들이 예상치 못한 문제가 불거졌다. 포항여고 정문 앞 학산천 위에 놓여 있던 차량 통행용 교량이 철거되고, 차량이 통과할 수 없는 보행자 전용 목교로 변경된 것이다. 해당 교량은 포항여고와 포항여중 학생들의 통학로이자, 학산주공아파트와 단독주택가를 오가는 주민들의 생활도로로, 처음은 목교로 설계되지 않았다. 사업 초기에 수립된 계획과 설계도면에는 기존 차도교 유지 방안이 포함돼 있었고, 이에 따라 주민들도 동의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시민 누구에게도 설명되지 않은 채 계획이 바뀌었고, 공사 현장에서 철거와 변경이 이루어졌다. 문제는 이 변경 사실이 시의회는 물론, 해당 구역 주민들에게도 전혀 고지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행정이 지켜야 할 절차적 정당성과 주민 알 권리를 모두 무시한, 명백한 잘못이다. 주민들도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포항여고 앞 교량이 없을 경우 정문을 중심으로 통학 시간마다 차량이 몰리며 교통 혼잡이 심화될 게 훤하기 때문이다. 또 종전에는 학교로 바로 진입이 가능했으나 앞으로는 좁은 골목길을 돌아야 하고, 주변은 끊긴 생활 동선에다 늘어난 차량 정체로 시민 일상 속 불편으로 이어질 것이 명약관화한데 왜 이러냐는 것이다. 일각에선 무심하게 사라진 다리에 시민들은 정서적 상실감까지 호소하고 있다. 이 일에 대한 포항시의 입장은 시민들을 더욱 실망시킨다. 시에서는“회전교차로로 조성해보고, 불편하면 다시 차량용 다리를 놓겠다”고 밝히고 있다. 말하자면 불편을 확인한 뒤에 다시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행정은 시민 삶을 대상으로 실험할 수 없다. 예측 가능한 문제였다면 사전에 조율하고 방지하는 것이 행정의 책무다. 시민은 사업의 대상이자 주체다. 공공사업은 시민의 삶을 편하게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시민의 불편을 감수시키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 ‘좋은 취지’가 ‘좋은 결과’를 담보하지는 않는다. 절차의 투명성과 행정의 책임성 없이는 시민의 신뢰도 함께 무너질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포항시는 해당 사안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 첫째, 교량 변경이라는 중대한 계획 수정에 대해 시민과 시의회에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 둘째, 주민 의견을 반영해 차량 통행이 가능한 교량을 복원하는 안을 마련하고, 그에 따른 예산 확보와 공사 계획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학산천 복원사업의 본래 취지는 시민과 자연이 공존하는 도시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시민의 이동을 가로막고, 불편을 유발하며, 추억을 지우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행정은 시민과 함께 걷는 길을 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잃어버린 다리를 다시 잇는 용기다. 시민이 납득하고 참여할 수 있는 행정, 그것이 진짜 생태 복원의 출발점이다.

2025-03-31

日 난카이 트로프 거대지진 강 건너 불 아니다

김규한 이화여대 명예교수 전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 일본 열도는 환태평양 지진·화산대에 속해 지진과 화산 활동이 빈번하다. 역사적으로 메이오 지진(1496년), 게이조 지진(1605년), 보에이 지진(1662년), 안세이 난카이 지진(1854년), 간토 대지진(1923년), 난카이 지진(1944년) 등 90~150년 주기로 거대 지진이 발생해 큰 피해를 초래했다. 거대 지진은 해구형과 직하형 두 가지로 나뉘며, 최근 일본 정부는 난카이 트로프 지역에서 30년 내 해구형 거대지진 발생 확률을 80%로 상향 조정했다. 이로 인해 일본 전역에서 지진에 대한 공포와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왜 난카이 트로프 지역인가? 난카이 트로프 진원지는 시즈오카현 연안에서 미야자키현 연안까지 약 700km에 걸쳐 있는 깊은 바다의 해구 지역이다. 이곳은 필리핀 해판이 유라시아판 아래로 섭입하는 경계로, 판 구조 운동에 의해 지진이 자주 발생한다. 지진 전문가들은 이 난카이 트로프 지역에서 머지않아 규모 8~9급의 거대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이 지역이 과거 100년 주기로 다섯 차례나 거대 지진이 발생한 곳이며, 1940년 이후로는 장기간 큰 지진이 일어나지 않아 이른바 ‘거대 지진 공백’ 지역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백 기간 동안 지각에는 섭입 과정에서 축적된 지진 에너지가 상당량 존재하므로, 지진 발생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본은 지진 대책 분야에서 세계적인 선두주자로 꼽힌다. 에도시대부터 개울 속 메기의 이상한 행동을 지진 사전 징후로 인식해 왔다. 전국에 걸쳐 내진 설계가 적용된 건축물이 많아 지진 안전성이 높다. 또한, 활성 단층 조사, 지화학 모니터링, 지진계 및 GPS 관측 시스템 등 최신 과학 기술을 활용한 상시 지진 감시망을 완벽히 구축하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지진 발생 후 지진재해 저감시스템 구축과 대비훈련이다. NHK공영방송의 통상 지진, 쓰나미 재난방송과 얼마 전 지진재해 저감방안에 대한 NHK ‘미미요리 해설’ 방송이 가슴 깊이 와 닿는다. 그러면 한반도는 지진에 안전한가? 한반도는 판구조론적으로 지진이 빈발하는 판의 경계와는 떨어져 있다. 때문에 일본열도와는 달리 지진발생 빈도가 낮다. 그러나 신생대에 판내부에서 백두산, 제주도, 울릉도 등에서 대규모 화산폭발과 함께 지진이 일어난 기록이 있다. 삼국사기와 조선왕조실록에는 약 2400회의 지진 발생 기록이 남아 있으며, 최근에도 연평균 30회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2016년의 경주 지진과 2017년의 포항 지진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우리나라 건축물은 대부분 내진 설계가 부족해 직하 지진에 취약하며, 난카이 트로프 거대지진 발생 시 한반도 연안에도 쓰나미 위험이 존재한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쓰나미는 2만2325명의 인명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초래한 바 있다. 당시 일본에서 1700km 떨어진 칠레 해안에까지 2m 높이의 쓰나미가 발생하였다. 난카이 토로프 거대지진으로 인한 쓰나미라면 한반도 주변 해안과도 가깝다. 따라서 난카이 트로프 거대지진은 강 건너 불이 아니다.

2025-03-23

정전 예방, 주민 안전을 위한 한전의 노력

박경수 한국전력 경북본부장 한국전력공사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정전사고 예방과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아파트 노후 변압기 교체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변압기 설치 후 15년 이상 경과된 아파트를 대상으로 △아파트 노후도 △가격(저가 아파트 우대) △세대당 전력용량(소용량 우대) △전용면적(소형 평형 우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원 대상을 선정한다. 최근 여름철 폭염으로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정전사고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5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의 수전설비 고장 중 변압기와 저압 차단기 고장이 전체의 36%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한전은 2005년부터 해당 지원사업을 추진해 아파트 단지의 노후설비 교체를 지원했다. 지난해 연말 기준 경북본부 관할 아파트 중 15년이 지난 아파트는 총 246단지로 전체 아파트의 56.5%를 점유하고 있으며, 25년 이상된 아파트도 109단지에 이른다. 아파트 고객은 구내에 설치한 변압기 등의 수전설비를 아파트에서 소유·관리하고 있어, 한전에서 고장원인 파악과 정전 예방을 하기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파트 정전예방을 위해 올해 아파트 노후변압기를 교체할 경우 변압기 및 변압기부 저압차단기 자재가격의 최대 80%까지 지원할 예정이며, 특히 UVR(저전압 계전기) 위치변경시 공사비의 100%를 한전이 부담한다. 또한, 노후 변압기를 고효율 변압기로 교체할 경우 용량에 따라 최소 160만 원에서 590만 원까지 추가 지원을 제공한다. 이번 사업을 통해 아파트 노후 설비를 조기에 교체함으로써 정전 위험을 줄이고 입주민의 안전과 편의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박경수 한국전력 경북본부장

2025-03-12

불씨 하나가 숲을 삼키듯 부주의가 삶을 태운다

심학수 포항북부소방서장 봄은 따뜻한 햇살과 함께 찾아오지만, 그 따뜻함이 때론 위협이 되기도 한다. 건조한 공기와 강한 바람이 불길을 키우는 계절, 우리는 크고 작은 화재 소식에 긴장할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화목보일러와 아궁이로 인한 화재가 급증하면서 그 위험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불씨 하나가 집을 태우고, 나아가 산불로 번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올해 1~2월, 포항을 포함한 전국에서 화목보일러 화재가 전년 대비 840% 증가했다. 주택과 창고, 음식점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했고, 특히 오후부터 저녁 시간대에 가장 많이 발생했다. 부주의가 원인이 된 경우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는 점은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대목이다. 화목보일러 주변에 가연성 물질을 방치하거나, 연통 청소를 소홀히 하면 작은 불씨가 큰불이 되는 건 시간문제다. 특히 송진이 많은 나무나 비닐 같은 부적절한 연료를 사용하면 불길이 예측할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또한, 한꺼번에 많은 연료를 넣거나, 타고 남은 재 속 불씨가 바람에 날려 화재가 발생하는 사례도 많다. 이제는 더 이상 ‘설마 내 집에서 불이 나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화목보일러나 아궁이를 사용할 때는 기본적인 안전 수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가연물은 보일러에서 최소 2m 이상 떨어진 곳에 보관하고, 연료 투입구는 꼭 닫아야 한다. 연통은 3개월에 한 번씩 청소하고, 지정된 연료만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소화기를 가까운 곳에 비치하는 것도 기억하자. 포항북부소방서에서는 봄철 화재 예방을 위해 마을 단위 현장 지도를 강화하고 있다. 의용소방대와 함께 주택을 직접 방문해 안전 점검과 예방 지도를 하고, 마을 방송과 SNS 등을 활용해 화재 예방수칙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관심과 실천이다. 봄철 화재는 한순간의 부주의에서 시작된다. 작은 불씨를 가벼이 여기면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단순한 주택이 아니라, 가족의 안전이자 삶의 터전이다. 따뜻한 봄날을 맞이하는 지금, 우리 모두 화재 예방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때다.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찾아왔다. 불씨 하나가 숲을 삼키듯, 부주의가 순식간에 삶을 태울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경각심을 갖고 대비한다면, 올봄은 더 안전하고 평온할 것이다. 시민 여러분의 관심과 실천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화재 예방, 지금 바로 나부터 실천하자.

2025-03-10

국립경국대학교 출범 즈음하여-안병윤 경북도립대학교 총장

안병윤 경북도립대학교 총장 신학기 3월이면 예천에 자리 잡고 있는 경북도립대학교가 국립경국대학교로 새롭게 출범한다. 국가의 글로컬 30 정책에 따른 국립안동대학교와 통합을 추진한 결과이다. 2023년 3월에 통합논의가 시작되어 지난해 교육부로부터 통합 승인을 받아 만 2년 만에 이룬 성과이다. 이러한 성과는 그간 경북도립대학교의 혁신과 변화를 위한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다. 우리 대학을 비롯한 지방소재 대학은 저출생에 따른 학령인구의 감소와 수도권 집중에 따른 지방소멸의 여파로 대학 운영의 어려움이 가중되었을 뿐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의 급격한 사회변화에 맞춰 대학교육체제 전반의 변화와 개혁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직면해 왔다. 이에 따라 우리 경북도립대학교는 선제적 대응의 방안으로 정부의 ‘글로컬 대학 30 정책’에 따라 국립 안동대학교와 전국 최초 국·공립대학 통합을 통해 지방대학의 위기를 극복하고, 양 대학의 경쟁력을 제고하여 지역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해 양 대학의 통합을 추진하였으며, 2023년 11월 ‘글로컬대학 30’사업에 선정되었다. 이후 세부적인 통합 방안을 마련하여 새롭게 새출발하는 것이다. 국립경국대학교는 지역정책, 산업적 특성 및 수요를 반영한 캠퍼스별 특성화 분야를 도출해 안동캠퍼스는 인문·ICT, 그린바이오, 백신분야를 예천캠퍼스는 공공수요분야를 특성화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예천캠퍼스에는 공공수요인재대학과 행정경영대학원을 중심으로 지역주민을 위한 평생교육원, 지역이 필요로 하는 해외 인력에 대한 교육을 담당하는 경북글로벌 한글학교, 경북도 소속 연구기관 협업을 통해 지역의 발전 계획을 마련하고 추진하게 될 K-ER센터, 그리고 도서관 등을 공공부총장과 행정지원본부를 두고 운영하게 된다. 공공수요인재대학에는 동물생명공학과(기존 축산학과), 모빌리티디자인공학과(기존 자동차과), 응급구조학, 소방방재학과의 4개 학과가 지역의 공공수요에 기반하여 인재를 양성하게 될 것이다. 예천캠퍼스는 경북도립대 총장이 공공부총장을 맡아 책임 운영을 하여 어느 정도 자율성을 가지고 통합취지에 맞는 특성화를 추진한다. 경북도립대학교라는 명칭이 사라지는 것은 아쉽지만 경북도립대학교의 역사와 전통은 국립경국대학교 예천캠퍼스로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 그간 경북도립대학교는 농촌지역 교육양극화 해소를 위해 1997년 개교이래 약 1만여 명의 동문 들이 있다. 모두 자기의 자리에서 당당한 사회인으로 자랑스럽게 일하며 살아가고 있다. 경북도립대학교는 그간 저렴한 등록금과 풍부한 장학혜택을 통해 공교육을 실현하고, 또한 높은 취업률을 자랑하는 지역의 명문대학으로 자리해 왔다.  그간 경북도립대학교 예천, 안동, 영주 등 경북북부지역 중심의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하여 왔다고 자부한다. 지역사회발전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의 제공과 평생교육 실시, 대학시설의 개방 등을 통해 지역사회와 상호발전해 왔다.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대학, 주민들이 참여하는 평생교육 중심대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가 경국대학교에서도 지속하도록 지켜나가야 할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특히 예천의 발전을 견인하는 지역대학으로서의 새로운 역할도 만들어 가야만 한다. 이를 위해 지역의 다양한 아젠다를 창출하여 토론하고 논의하는 협력 거버넌스도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 또한, 대학이 가진 다양한 재능기부, 시설개방 등을 통해 지역사회에 더 많이 봉사하고 더 많이 소통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지역사회는 대학을 아껴주고 대학은 지역사회의 발전을 견인하는 새로운 지역대학의 성공모델을 만들어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제 큰 꿈을 가지고 통합 국립경국대학교가 첫 발걸음을 디디려 한다. 예천에서 태어나고 자란 예천 출신의 경북도립대 총장으로서 예천의 경북도립대학교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한 새로운 탄생이라는 것을 예천군민들께서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국립경국대학교는 경북도립대학교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 갈 것이며, 예천군민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말씀드린다. 한편으로 국립경국대학교가 새롭게 성장하기 위해 예천군민들의 아낌없는 성원과 사랑이 꼭 필요하니 많이 도와달라는 말씀도 함께 드린다. 경국대학교는 예천과 지역사회의 발전을 견인하는 그래서 예천군민과 함께하고 예천군민으로부터 사랑받는 대학교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안병윤 경북도립대학교 총장

2025-02-19

[칼럼] 꿈을 챙기는 달(윤진석 ㈜건우테크 대표이사)

윤진석 ㈜건우테크 대표이사 한해 달력을 펼쳐놓고 보면 2월처럼 아픈 손가락도 없지 싶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섣달의 요란하고 거룩한 뜻에 내몰려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기죽어 있는 11월이 있기는 해도 2월보다는 그래도 낫다. 새해를 맞아 활기차게 출발한다는 허울 좋은 정월의 수다에 얼굴 한번 세상에 내밀지 못하고 스스로 뒤로 물러나 옹색하게 쭈그리고 앉아 있는 모습은 안쓰럽기 그지없다. 더구나 2월은 다른 달보다 하루 이틀이 짧아 겉으로는 왠지 왜소하여 막내 같은 아련함이 있다. 아이한테는 배부름을 느끼게 해 줄 수는 있지만 2월이란 작은 체구로 견뎌내야 하니 바라보기에도 애처롭다. 흔히 11월이 안쓰러우면 ‘아직도 할 일이 남아 있는 달’이라며 체면치레해 주고 달랜다. 그러면 11월을 하찮게 여기던 사람도 다시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막 달을 위해 온갖 애를 쓴다. 그러나 2월은 그것마저 마땅한 게 없다. 대개의 사람은 1월의 큰 다짐으로 대단한 결심을 세우지만 그것도 잠시뿐, 다가오는 2월을 그냥저냥 보내면 된다고 자기 스스로 위로한다. 그러니 언제나 2월은 있는 듯 없는 듯 그 존재감이 허약해 아무리 돌이켜봐도 2월만큼 아픈 손가락은 없지 싶다. 한 해를 시작한다는 대단한 각오로 뽑아든 칼은 뭐라도 자를 기세이지만, 대다수 사람은 그 칼마저 녹슬게 하기 일쑤다. 막연하게 남이 장에 가니 나도 간다는 식으로 새해를 맞는 경우가 허다하니 이번에도 2월은 달라질 게 없다. 커다란 꿈을 가졌으면 그것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이 따라야 한다. 그 계획을 챙겨야 하는 달이 2월이다. 그래야 한 해의 희망이 영글게 된다. 이제 2월에 ‘꿈을 챙기는 달’이라고 머리띠라도 매어줄까. 새해의 대단한 각오를 구체적이고 치밀하게 챙겨서 한 해의 삶을 값지게 만드는 충전의 달이라고 내걸면 확실히 의미 있는 길을 가게 되지 않을까. 이른 봄 조급하게 피는 꽃들은 열매를 맺지 못한다. 모든 식물은 순서의 순리에 따라 성장의 길을 가게 된다. 새순이 돋고, 잎이 피고, 그 다음에 열매를 위한 꽃이 되어야 벌 나비도 찾아오고 수정도 가능하다. 마음이 조급해 잎이 돋아나기도 전에 꽃부터 피운 것이 열매를 갖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준비되지 않은 조급함은 어긋남을 초래한다. 충분하고 치밀한 준비로 순리대로 삶을 운영해야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지구의 온난화 때문인지는 몰라도 양지바른 화단의 한 켠에 민들레와 할미꽃이 피었다. 시기로 보면 아직 추위도 가시지 않은 2월인데, 며칠의 따스함이 그를 유혹한 모양이다. 충분한 준비도 없이 욕심부려 뛰쳐나오다 보니 몰골이 약하기만하다. 제대로 성숙하여 피웠더라면 나름 튼실한 열매를 맺는 꽃들인데 한 열흘 자태를 뽐내다가 그만 고개를 숙이고 말라간다. 두 꽃 모두 씨앗에 깃털을 달고 바람 타고 떠돌아다니는 처지라 아픔만 더한다. 분명 2월은 저 나름의 변명과 명분이 있다. 강렬한 1월의 꿈을 충실히 준비시키는 달이 필요하다. 세상은 큰 꿈만을 기억해 주고 그를 응원하지만, ‘꿈을 챙기는 달’의 숨은 공헌이 있어야 완성된다. 세상을 가늠하기 어려운 때에는 작은 것의 존재에 의미를 주는 게 현명하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에 귀를 주는 것도 탁월한 선택이다. 영원히 서러웠을 2월. 다른 달들이 꼬맹이라 들볶아도 좌절하지 않는 그의 모습이 문득 대견하다. 날짜를 늘려 달라고 투덜대거나 축원을 하지 않는다. 그의 대견함에 박수를 보내며 그의 위치와 슬기를 가슴에 새기는 참이다. 아무리 아픈 손가락이라 하지만 그는 오늘도 내게 삶의 슬기를 가르쳐 주고 있다. 꿈을 챙기는 달이여. ◇윤진석 프로필 △㈜건우테크 대표이사 △(사)중소기업융합경남연합회장 △청송 진보초등학교 총동창회 수석부회장

2025-02-14

안전한 봄을 위한 해빙기 준비

최원익 칠곡소방서장. 입춘(立春)은 겨울의 끝자락에서 봄을 맞이하는 시기로 기온은 여전히 낮고 차가운 바람이 불고 있지만, 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유난히도 추워 끝날 것 같지 않던 이번 겨울, 어느덧 입춘이 지나고 서서히 봄이 찾아오고 있다. 해빙기는 겨울과 봄의 중간 시기로, 겨우내 한파로 인한 동결과 융해 현상이 반복되면서 지반이 약해져 건축물 등이 붕괴를 일으키고 얼었던 물이 녹으면서 각종 안전사고의 위험이 높아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즉, 새로운 생명이 싹트는 시기임과 동시에 각종 재난에 대비해야 하는 분주한 시기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미리 점검하고 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선 땅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기 때문에 지반이 약해지므로 건축물이나 옹벽 등이 균열이나 지반침하로 기울어져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 또 해빙기에는 빙판이 얼어 있는 곳과 녹은 곳이 혼재해 있어, 사람들이 미끄러져 넘어지는 사고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는 신발을 착용하고, 눈이나 얼음이 녹은 길에서는 주의 깊게 걷는 것이 중요하다. 등산을 계획 할 때도 바위 능선이나 계곡 등은 피하고, 평소보다 등산 코스를 짧게 하는 것이 좋으며 보온성이 좋은 옷을 입고 등산해야 안전한 산행이 될 수 있다. 해빙기 얼음은 강이나 호수의 가운데로 갈수록 얇아지고, 아래쪽에서부터 녹기 때문에 겉으로 보아서는 두께를 가늠하기 어렵다. 강이나 하천의 얼음 위로 걷다가 갑자기 얼음이 깨져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얼음 위에서 놀거나 다가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도처춘풍(到處春風), 이르는 곳마다 봄바람이라는 뜻으로 가는 곳마다 기쁜 일이 있다는 고사성어다. 봄철 해빙기 주변을 다시 한번 더 꼼꼼히 둘러보고 각종 안전저해요소를 사전에 제거하여 위험이 도사리는 해빙기가 아닌 모두가 따뜻하고 행복한 ‘도처춘풍의 봄’을 맞이하였으면 한다.

2025-02-11

지역사회 안전망을 강화하는 장치, 주택용 소방시설

심학수 포항북부소방서장 주택용 소방시설은 화재 발생 시 초기 진압과 대피를 돕는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말한다. 이는 화재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각 가정에 필수로 설치해야 한다. 최근 경북 지역에서는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로 인한 화재 예방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2023년 5월 경상북도의 한 농촌 주택에서 단독경보형 감지기가 새벽 시간대 화재를 감지해 거주자들이 경보음을 듣고 신속히 대피했다. 이로 인해 인명 피해는 없었으며 초기 진화로 재산 피해도 최소화했다. 같은 해 김천시의 한 주택에서도 단독경보형 감지기의 경보음으로 이웃 주민이 화재를 발견하여 초기 진화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 2024 소방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경북 지역의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율은 2020년 52.7%에서 2023년 68.9%로 크게 상승했다. 같은 기간 화재 발생 건수는 약 7.3% 감소했으며, 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전국적으로 15% 줄어들었다. 주택에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설치한 가정은 설치하지 않은 가정보다 화재 사망률이 현저히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용 소방시설은 설치가 간편하고 구매가 쉽다. 주요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다양한 가격대의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판매하고 있다. 일부 온라인몰에서는 ‘선물하기’ 기능도 제공하는 곳이 있다. 이를 활용하면 가족이나 지인에게 직접 안전을 선물할 수 있다. 단독경보형 감지기의 경우 구획된 실마다(거실, 부엌 등) 설치하고, 소화기는 세대별, 층별 1개 이상 설치해야 한다. 주택용 소방시설 보급의 확산은 화재 예방과 피해 최소화에 효과적인 대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화재로 인한 인명 피해를 줄이고 재산 피해를 예방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화재 예방은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 주택용 소방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개별 가정의 안전을 지키는 동시에 지역사회 전체의 안전망을 강화하는 중요한 방법이다. 안전은 우리에게 주는 가장 소중한 선물이기에 이번 겨울이 끝나기 전 주택용 소방시설이 없다면 설치하자. 또한 주변 소중한 사람들에게 안전을 선물하며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길 바란다.

2025-02-02

긴 설 연휴 가스안전으로 시작

장재원 한국가스안전공사 경북동부지사장 한국가스안전공사 경북동부지사는 설 연휴 기간 난방, 음식 조리 등 가스사용량이 증가함에 따라, 가스사고예방을 위해 국민 모두 쉽고 간단하게 지킬 수 있는 안전 수칙을 안내한다. 최근 5년간 가스사고는 409건 발생, 연평균 사고감소율 8.7% 가스사고는 지속적 감소 추세로 발생하고 있으며, 통계를 살펴보면 LP가스 48.4% 이동식부탄연소기(캔) 18.6%, 도시가스 20.8%, 고압가스 12.2% 차지하고 있다. 원인별로 사용자취급부주의 116건, 시설미비 89건 등 전체사고의 50.2%를 차지하고 있다. 사용처별로는 주택 141건 식품 접객업소 68건으로 전체사고의 51.1%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아직도 LP가스 사고가 여전히 높게 나타나고 있어 사용에 항상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가스버너 및 부탄 캔 사용 시 사용자는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먼저, 부탄 캔 사용 시 부탄 캔과 열원을 가까이 두면 안 된다. 최근 인덕션이나 난로 위에 휴대용 가스레인지를 올려놓고 사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잘못된 사용으로 과열된 부탄 캔이 파열할 수 있다. 또, 휴대용 가스버너의 불판 받침대보다 크기가 큰 과대 불판 조리 기구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불판에서의 복사열 때문에 내부에 장착된 부탄 캔의 내부압력이 상승하면서 파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휴대용 연소기(가스버너 등)를 보관할 때에도 주의해야 한다. 부탄 캔과 휴대용 연소기는 사용 직후 분리하는 것이 좋다. 사용 직후의 잔열에 의해 가스레인지 내부에 장착된 부탄 캔의 내부압력이 상승하여 파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휴대용 가스버너를 이중으로 적재해 보관하면 부탄 캔의 내부압력 상승으로 인해 파열 위험이 커지고, 나란히 놓고 사용하면 부탄 캔이 가열되어 폭발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이중 적재 및 병렬 사용은 금물이다. 이와 더불어 오랜 기간 집을 비우기 전 가스레인지 꼭지와 중간밸브, 주밸브(LP가스는 용기밸브)를 잠가야 안전하고, 연휴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는 제일 먼저 창문을 열어 집안을 환기하고, 혹시라도 가스 누출이 의심되면 관할 도시가스 사나 LPG 판매점 등에 연락해 안전점검을 받고 나서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또한, 연휴를 맞아 캠핑을 계획한다면 텐트 내 가스버너, 가스난로 등 가스용품은 사용하지 않아야 하고, 특히 가스난로는 일산화탄소 중독사고의 위험이 있으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특히 가스 사용량이 급증하는 연휴 기간에 가스시설 이상 유무를 반드시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가족들과 안전한 연휴를 보내고자 반드시 가스안전 수칙을 지켜주기를 당부한다.

2025-01-23

대한민국의 길을 묻다…자유, 정체성, 그리고 우리의 선택

김소현 의원 대한민국은 지금 역사적 전환점에 서 있다. 정치적 갈등과 사회적 분열이 깊어지는 가운데, 우리는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가치를 재점검하고 미래를 위한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을 맞이했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가치는 어떻게 지켜져야 하는가”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두 가지를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첫째, 자유민주주의의 가치, 둘째,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역사적 기반이다. □ 자유민주주의 : 대한민국의 핵심 토대 대한민국은 1948년 건국 과정에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국가 이념에 두고, 시장경제를 통해 경제적 번영을 이룬 국가이다. 법치주의 토대 아래,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자유민주주의의 철학적 기반은 대한민국이 전쟁의 폐허를 딛고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원동력이다. 반면 대한민국 건국의 정당성을 부정하거나,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과소평가하며 이를 대체하려는 좌파적 담론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흔들고, 나아가 국가의 지속가능성까지도 위협하고 있다. 좌파진영은 대중영합주의라 일컫는 감성정치와 집단 선동으로 진보적 이미지를 구축하며 대중적 지지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의 전략은 단순히 정책을 넘어 정체성과 가치를 둘러싼 담론 자체를 지배하려는 데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우파진영은 자유민주주의의 이론적 기반을 충분히 강화하지 못했고 국민과 소통하는 데 실패했다. 우파진영 지도자들의 무거운 책임감과 깊은 숙고(熟考)가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 자유주의 체제를 지키는 우파의 책임 정당정치가 부실하면 절차적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도 흔들리게 된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정당정치는 대중의 신뢰를 상실한 상태이며, 우파정당은 분골쇄신(粉骨碎身)하여 자유주의의 이론적 토대 강화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담론을 적극적으로 형성해야 한다. 첫째, 철학적 기초의 강화, 둘째, 법치주의와 절차적 민주주의의 수호, 셋째, 대중과의 소통을 통한 미래지향적 비전 제시. 우파진영은 법치주의와 절차적 민주주의가 대한민국을 구성하는 핵심요소임을 강조하고, 대한민국의 성장과 번영을 가능하게 한 철학적 기초임을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또한 자유주의의 철학적 깊이를 대중과 소통하는 언어로 번역하는 것이 우파진영의 또 다른 과제이다. 좌파진영은 간결하고 매력적인 구호 그리고 시민들의 일상적 삶과 연결짓는 담론으로 대중적 공감을 이끌어 냈다. 반면 우파는 이론적으로 자유주의를 옹호하는 데 그쳤고, 결국 보수정당정치의 사상과 철학의 빈곤함을 드러나게 했다. 이는 단지 우파진영의 사명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가를 지키는 길이기에 좌파의 도전에 맞서서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재확립하고 미래를 이끌어갈 유일한 선택임을 설득하고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역사적 기반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단순히 정치적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국민이 공유하는 가치체계이고 국가를 지탱하는 정신적 기반이다. 자유와 책임이라는 가치가 법치주의와 절차적 민주주의 속에서 균형을 이루고, 시장경제를 통해 국민이 더 나은 삶을 추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 이것이 대한민국이 선택한 길이며, 우리가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큰 유산이다. 따라서 자유민주주의는 대한민국의 본질이며, 이 체제를 지키는 것이 곧 대한민국의 생존과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 정치적 지도자나 제도만으로는 국가를 지킬 수 없다. 이 나라의 가장 강력한 방패이자 원동력인 깨어있는 국민만이 자유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다. /김소현 경주시의원

2025-01-20

“모두의 작은 손길이 모여 큰 희망을 만들어 가길”

참으로 다사다난한 한 해였습니다. 힘든 12월의 끝자락에서 올 한 해를 돌아봅니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가 더욱 건강하고 행복한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저는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 회장으로서 우리 사회의 가장 어려운 이웃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매일 같이 느끼고 있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어려운 때에 그러한 마음을 담는 대한적십자사의 적십자회비 모금 캠페인에 동참해 주실 것을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전후 시골에서 태어난 저는 우리나라가 참 힘들었던 시절을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강냉이죽을 원조 받아 기근을 면하던 나라가 이제 가난한 나라에 원조를 하는 세게 유일한 나라 세계 10대 부국이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기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러한 기적에도 불구하고 적십자 일을 맡기 전까지 우리 사회에 늘 한 가지 걱정을 갖고 있었습니다. 나라는 남북으로 갈라져 있고 정치적으로 지역적으로. 계층적으로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는 분열과 개인주의로 차라리 못 살던 그때의 앞집, 옆집 정을 나누던 희망과 공동체 의식이 살아 있던 그 시절이 생각나곤 했습니다. 참 많은 사람들이 헌재의 상황을 포함해서 늘 나라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분열되어 무한 경쟁으로 다투는 그 이면에 팽배한 자기 이익과 개인주의가 우리 모두를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적십자와 함께하며 이런 문제 속에서도 우리 사회가 버텨나가는 힘을 발견하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삭막한 겨울 들판의 메마른 풀숲 속에서도 파릇파릇 새싹이 숨어 새봄을 준비하는 것처럼 곳곳에 십시일반 자기 돈을 내어 봉사회를 결성하고 “언니야, 동생아” 하며 서로를 응원하며 소외된 이웃 재난의 헌장을 찾는 적십자 봉사원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회장을 맡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영주에 산불이 크게 났습니다. 4월의 이른 새벽은 추웠는데 잔뜩 긴장한 마음으로 도착한 재난의 현장에는 밤새 산불 진화 작업을 마치고 교대하기 위해 내려오는 땀범벅이 된 소방관들, 상황을 파악하고 대책을 의논하는 소방과 경찰 본부, 도와 시의 관계자들로 북적이는 긴박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그와는 달리 한편에서는 노란 조끼를 입은 수십 명의 봉사자들이 식당을 차리고 무럭무럭 김이 나는 음식을 분주히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고생했지요~ 많이 잡수세요!” 만연의 미소를 띠며 척척 일해내는 봉사원들을 보며 ‘여긴 전쟁이 나도 힐링이 되겠구나’ 하는 큰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후 수해로 뒤범벅이 된 현장과 화재로 만신창이가 된 재난의 현장 곳곳에 나타나 구슬땀을 흘리는 봉사원들을 만나며 ‘이들이 없었다면 과연 누가 이 상황을 수습할 것일까? 인력을 구한들 손발이 맞지도 않거니와 봉사의 마음으로 나선 사람과 같기나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해의 현장에서 내 집안일같이 땀 흘리는 이들을 만나며 우리 사회안전망을 지키는 이들, 적십자의 중요성을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사회를 지키는 것은 남의 일이 아니고 우리 모두가 주인이 된 십시일반의 정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어렵던 시절 우리 조상들은 ‘우리 동포를 구제할 자는 우리 동포 뿐이외다. 조석에 쌀 한술을 더시면 한 사람 동포의 생명을 구할 것이요, 두 술을 더시면 두 사람 동포의 생명을 구할 것이외다’라는 적십자 청연서, 호소문을 돌리며 쌀 한술 모으기를 하던 그 정신이 더더욱 절실한 오늘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대한적십자는 국가가 정한 재난구호 주무 기관으로서 세계에서도 모범적인 적십자인도주의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모두가 어려운 이때 나의 마음과 형편이 허락하시는 대로 우리 사회를 우리 손으로 지키자는 십시일반의 마음으로 적십자회비 납부에 동참해 주실 것을 겸손한 마음으로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노란 조끼의 봉사원들과 여러분의 따뜻한 손길이 우리 사회를 지키고 구하리라 생각합니다. 모두의 작은 손길이 모여 큰 희망을 만들어 가길 바라며 도민 여러분들의 많은 동참을 부탁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2024-12-30

동해선 개통, 경북 동해안 주민들의 첫 철도 시대를 열다

이동기 코레일 강원본부장 2025년 1월 1일, 경북 동해안 주민들에게는 역사적인 순간이 찾아온다. 포항에서 삼척을 잇는 동해선이 드디어 개통돼 경북 동해안 지역은 처음으로 철도를 통한 교통망에 편입된다. 이번 동해선 개통은 기존에 철도의 혜택을 누릴 수 없었던 주민들에게 교통 혁신과 경제 활성화의 새로운 장을 열어줄 것이다. 그동안 경북 동해안 주민들은 이동과 물류에서 도로 교통에 의존해 왔다. 이는 지역 주민들에게 시간과 비용의 부담을 안기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동해선이 개통되면 경북 동해안에서 포항, 강원도, 더 나아가 수도권으로의 이동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되게 된다. 특히, 동해선은 한적했던 경북 동해안에 활력을 불어넣고, 지역 주민들이 더 쉽고 빠르게 외부와 연결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한다. 동해선의 개통은 경북 동해안의 경제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철도망이 연결되면서 물류 비용 절감은 물론, 기업들의 지역 투자 매력도가 높아질 것이다. 이는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더 많은 일자리와 기회를 창출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철도는 단순히 교통수단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경북 동해안 주민들의 삶의 질도 높여준다. 보다 빠르고 안전한 이동이 가능해지며, 교육과 의료, 문화 시설에 대한 접근성이 크게 개선된다. 특히, 수도권과 주요 도시로의 이동이 편리해지면서 경북 동해안 지역 주민들은 폭넓은 생활권을 누릴 수 있다. 또한, 동해선은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지역 발전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역할한다. 철도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 미래 세대에게 깨끗한 자연을 물려줄 수 있는 교통수단이다. 경북 동해안 주민들은 이번 철도 개통을 통해 환경과 경제의 균형 발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번 동해선 개통은 철도 교통의 사각지대였던 경북 동해안 지역에 새로운 희망과 변화를 가져다줄 것이다. 철도의 첫 시작을 함께 맞이하며, 지역 주민들의 더 나은 삶과 지역의 발전을 위해 강원본부는 끊임없이 노력할 계획이다. 이번 동해선이 경북 동해안 주민들에게 새로운 기회와 편리함을 선사하고 동해안 주민함께 그 미래를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2024-12-25

임금체불 없는 세상을 꿈꾸며

김진하 포항고용노동지청장 여러 언론기관에서 보도된 것처럼 2023년 체불근로자 수는 약 27만명, 임금체불 발생액은 약 1조8000억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올해 상반기 체불근로자 수는 15만여 명, 임금체불액은 1조400억여 원으로 상반기 기준 최대 수준을 기록하였다. 임금체불이 근로자 개인에게 주는 금전적 손실 외에 가족에게 주는 심각한 경제적·심리적 영향 등 부작용을 잘 알고 있기에 지역 고용노동정책을 집행하는 기관의 책임자로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임금체불은 경기부진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고 있으므로 상대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은 업종 중심으로 체불사건 접수가 늘고 금액이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 지청에 2022년 접수된 신고사건이 5188건에서 2023년 5730건으로 10.4% 증가한 것과 건설업과 제조업의 신고사건 비중이 51.5%를 차지한 사실은 경기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고 특히 건설업과 제조업의 경기가 더 좋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는 방증이기도 하다. 지난 9월 23일 ‘상습 임금체불을 뿌리뽑기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개정된 근로기준법(시행일 2025년 10월 23일)은 상습 임금체불 사업주에 대한 경제적 제재 및 실효성 강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포함, 상습 체불 사업주의 도덕적 해이에 강력히 대처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개정된 근로기준법은 △상습 임금체불 사업주에 대한 신용제재, 정부지원 등 제한, 공공입찰 시 불이익 등 경제적 제재 강화 △현재 퇴직자에게만 적용되는 미지급 임금 지연이자(100분의 20)의 재직 근로자 적용 △2회 이상 형사처벌을 받은 명단공개 사업주가 다시 임금을 체불하는 경우 반의사불벌죄(근로자가 원하면 사업주를 형사처벌하지 않음) 미적용 △명단공개 사업주가 체불임금을 미청산한 채 해외로 도피할 수 없도록 법무부장관에게 출국금지 요청가능 △상습 체불 등으로 손해를 입은 근로자가 법원에 손해배상(3배 이내의 금액)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등 상습적인 체불 근절에 대한 정부와 국회의 의지를 반영하고 있고, 필자도 경영자협회 및 사업주 단체를 대상으로 개정 근로기준법에 대한 지도 및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 우리 지청은 사업주 등 인식개선을 통한 임금체불 예방, 발생한 체불임금의 신속 청산을 위한 집행 메커니즘 강화 등 임금체불 근절에 행정역량을 집중했다. 먼저 사업주 등 인식개선을 위해 신고사건 비중이 가장 높은 건설업, 제조업 등에 감독역량 집중, 노사단체 간담회, 상시 근로자 30인 미만 영세 사업장·특성화고 재학생·외국인 근로자 대상 맞춤형 노동법 교육 등을 실시했고, 상습·악의적 체불 사업주에 대한 체포·구속영장 등 강제수사 원칙 견지, 기관장의 고액·집단 체불 사업장 현장지도 등 임금체불 예방 및 청산 노력을 한층 강화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임금체불 지도해결율이 2023년 42.8% 대비 올해 12월 둘째 주 기준 61.8%로 높아진 것은 업무추진 방향성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우리지청은 내년에도 사업주 등 인식 개선을 통한 임금체불 예방과 발생한 체불임금의 신속한 청산을 위해 꿋꿋이 노력할 것이다. 무엇보다 사업주분들이 임금체불이 근로자 및 지역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충분히 인지하고 임금체불 없는 건강한 일터 만들기에 최선의 노력을 해주시길 당부드린다.

2024-12-22

‘이성을 잃은 권력’의 비극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정치학 한밤중에 느닷없이 선포된 비상계엄은 ‘이성을 잃은 권력’의 자폭이었다. 기회 있을 때마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역설한 바로 그 대통령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짓밟았다. 정치적 실패와 각종 의혹을 돌파하기 위한 전술이었겠지만, 어리석은 오판으로 자기무덤을 팠다. 제왕적 권력이 이성을 잃으면 자신은 물론, 국가적 불행을 초래한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범죄자 집단의 소굴”로 규정하고 의원들을 체포하려 했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으로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것이나 다름없다. ‘자해공갈소동’을 지켜보아야 했던 국민들의 심경은 참담했다. 국무회의에서 장관들의 반대와 우려도 무시하고 밀어붙였다니 기가 막힌다. 오죽하면 여당대표까지 나서서 계엄을 막겠다고 국회로 뛰어갔겠는가.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됨으로써 사실상 정치생명이 끝난 대통령은 자업자득(自業自得)이지만, 그로 인한 정치적 혼란이 문제다. 야당은 이재명의 사법리스크를 돌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판단하여 여당에 대한 정치공세를 강화하는 한편, 헌법재판소의 최종판결에 대비하여 집권을 위한 정치적 환경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면 수세에 몰린 여당은 이재명의 2심 및 대법원 판결이 조속히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을 뿐, 대통령의 직무정지에 따른 대행체제에서 국정을 효율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처럼 여야는 서로 다른 정치셈법으로 탄핵정국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하지만, 국민이 동의하지 않는 한 그 어떠한 술수도 성공할 수 없다. 특히 본의 아니게 죄인이 되어버린 여당은 정치적 위기일수록 꼼수를 버리고 정도(正道)를 가야 민심을 얻고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 향후 여당의 운명은 민심을 따르느냐 아니면 탄핵이 소추된 대통령을 따르느냐에 달려 있다. 비상계엄으로 내란혐의를 받아 수사선상에 있는 대통령과 결별하지 않는다면 분노한 민심이 용서하겠는가. 어려운 때일수록 ‘생즉사(生卽死)’이고 ‘사즉생(死卽生)’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럼에도 벼랑 끝에 서 있는 여당이 반성은커녕 친윤과 친한,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싸우고 있으니 어이가 없다. 대권은 이미 물 건너갔으니 당권이나 차지하고 금배지나 한 번 더 달아보겠다는 속셈인가. 성난 민심을 겸허히 받들 생각은 하지 않고 권력에 줄서서 잔머리 굴리면 보수는 궤멸이다. 대통령이 이성을 잃고 비상계엄을 획책하는 동안 아무것도 모른 체 권력만 쫓아다닌 허수아비들이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다투는 꼴이 참으로 한심하다. 박근혜의 탄핵사가 증명하고 있듯이 ‘분당(分黨)은 공멸’이라는 사실을 벌써 잊었다는 말인가. 물론 정치공세의 고삐를 쥔 야당의 책임도 매우 무겁다. 여야 간 극한의 정쟁이 오늘의 비극을 초래했다는 사실은 야당도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민주주의에서 ‘여당의 불행이 야당의 행복’이 될 수는 없으며, 윤석열에 대한 분노가 이재명에 대한 면죄부를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집행권력의 독선이 ‘비상계엄이라는 괴물’을 낳았듯이, 입법권력의 힘자랑이 탄핵정국에서도 계속되면 ‘무정부상태라는 괴물’을 낳게 될 것이다. 책임 있는 야당이라면 국가위기를 정략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되며 민생 안정에 협력해야 한다. 권력은 마약처럼 중독성이 강하고 위험한 괴물이다. 괴물이 된 권력과 싸우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괴물이 된다. 정치인이 권력정치에서 괴물이 되지 않으려면 ‘자신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일상화되어야 한다.

2024-12-15

경북·대구 행정통합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을까

권기창안동시장 경북도청 이전은, 구미와 포항을 중심으로 한 양극적 발전 축의 한계를 극복하고 균형, 발전 새로움이 조화되는 경북의 신성장거점도시를 만들어 도청신도시를 중심으로 새로운 발전 축을 형성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또한 정부 주요기관이 세종시로 남하하고, 도청이 안동으로 북상해 한반도 허리 경제권의 황금벨트를 구축, 환태평양시대로 나간다는 비전이었다. 그러나 도청을 옮긴 지 10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다시 경북도는 균형발전을 위해 대구와 행정통합을 한다고 서두르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경상북도와 대구시의 주장처럼 행정통합이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을까. 지방소멸과 저출산은 현재 우리나라의 최대 화두이다. 경북도와 대구시는 행정통합을 통해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해, 수도권 1극 체재에 대응하는 균형발전을 이루겠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거주하는 국가비상사태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의료 등의 시스템을 지방으로 분산시켜야 한다. 저출산은 통합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취업, 주거, 돌봄 등의 복합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지방에 살아도 수도권에 사는 것보다 삶의 질이 좋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하는 것이다. 이철우 지사는 대구를 뉴욕처럼 경제 수도로, 경북을 워싱턴처럼 행정 수도로 만들겠다고 한다. 무엇보다 행정 수도가 되려면 통합 청사의 소재지를 현재의 경북도청이 있는 안동으로 명시해야 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모든 유관기관의 이전이 담보되어야 한다. 또한 성공적인 행정수도가 되기 위해서는 문화, 교육, 의료 등의 인프라 조성과 함께 철도, 도로 등의 교통망 확충으로 주민의 편의성을 도모할 수 있는 정주 여건이 보장돼야 한다. 경북과 대구가 행정통합을 한다고 하니, 각 광역지지체가 통합하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방자치법을 개정해 지방분권과 재정분권을 선제적으로 제시하고, 선입법 후 통합의 절차로 진행돼야 한다. 이렇게 해야 요구하는 특별법안이 중앙정부와 국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우를 범하지 않게 된다. 실질적인 특례 없이 통합하면 빈껍데기만 남는 꼴이 될 수 있다. 중앙집권적 국가 운영의 한계로 지방정부의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위기 대응 능력이 갈수록 약해진다. 지역의 정체성과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획일적인 국가 중심의 공공서비스로는 지역민의 욕구를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의 대대적인 권한이양과 재정자립 조치가 선행돼야 하는 이유다. 지방분권 강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의 사무(권한)이양 확대이다. 특별 행정기관과 국가하천 준설 등 각종 개발계획과 인허가권은 반드시 이양돼야 한다. 경북도는 ‘경북의 힘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고자 한다. 대구는 경북에서 1981년 분리되었다. 대구 중심의 통합이 아닌, 경북 중심의 통합이 되어야 마땅하다. 수도권 1극 체재 대응하기 위해 행정통합이 필요하다면, 대구·경북 행정통합 또한 대구 쏠림으로 대구 1극 체재가 생겨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경북의 정체성은 잃지 않으면서 균형발전이라는 목적을 이룰 수 있다. 정말 행정통합이 신의 한 수라면 경북을 중심으로, 22개 시·군이 다 함께 잘살 수 있는 발전전략을 세워 경북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야 한다. “천천히 서둘러라.” ‘천천히’는, 어떤 일을 할 때 깊고, 넓게 사고하여 멀리 내다보라는 것이다. ‘서둘러라’는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것으로 철저한 준비와 실행력이 뒷받침되었을 때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천천히 서두르기, 결코 쉽지 않다. 명확한 방향을 설정하고 체계적인 전략을 수립해 목표를 향해 속도감 있게 매진하는 것, 이것이 “천천히 서둘러라”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이다. 치열하고 꼼꼼하게 준비하면서, 결정적 순간에 온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자세와 지혜가 경북을 희망으로 만들어가는 힘이 될 것이다.

2024-12-11

한밤중 계엄의 좌절, 국가 혁신 계기로

이상규전 국립국어원장 간밤 윤석열 대통령의 독단적 계엄선포라는 초유의 사태를 지켜보는 한 시민의 마음은 착잡하기 이를 데 없다. 충동적인 계엄발의와 계엄군의 움직임은 말 그대로 오합지졸이었다. 이러다가 국가전란과 같은 비상사태가 발생한다면 국가 시스템이나 군사적 대응이 온전히 작동이나 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 현대사에 지울 수 없을 검은 역사 흔적을 남긴 안타까운 순간이다. 전혀 준비되지 않은 비상계엄이라는 한밤중의 도박은 왜 강행되었을까? 대통령의 심경이 이해될 만큼 현재 정국 상황이 엄중하다는 반증이다. 미래의 민주화 목표와 전망을 잃어버린 거대 야당의 밀어붙이기식 정쟁과 여기에 맞선 집권 여당은 집권 이후 단 한 차례도 정치적 협치나 협상의 아량을 허용하지 않았다. 오로지 권력 투쟁으로 일관해 온 협상 정치 실종의 2년 반은 황량한 시간이었다. 국가 미래발전 전략은 포기한 채 오로지 정권 쟁탈과 방어를 위한 투쟁만 가속화하면서 거대 야당의 당대표는 급기야 촛불을 들고 길거리에 나서서 시민들을 선동했다. 그는 엄연한 범법 피의자이자 실형을 받은 범죄자이다. 대통령도 가족 문제와 최근의 명태균 사건에 연루, 국회 특검의 압박을 받아 왔다. 이 극한의 예각 대치상황에서 여야는 투쟁국면에서 벗어날 어떤 여유도 계기도 서로 찾지 못했다. 아니 근본적으로 찾을 수 없었던 딜레마였기도 하다. 그동안 윤 정부의 운영자율권을 철저하게 저지해 온 거대야당의 압박과 선동을 이겨내지 못한 임계점에 도달한 행동적 표현이 간밤의 비상계엄령이었다. 스스로 피를 토하는 심정이라고 표현했듯이 결국 거대 대한민국호의 선장인 윤석열 대통령이 제일 먼저 차가운 겨울 밤바다로 뛰어내린 형국이었다. 솔직히 소위 민주화 운동 세력이 주축을 이룬 거대 야당에게는 미래 이념적 비전이나 목표가 없었다. 그들은 비전도 목표 의식도 없이 정치 투쟁에만 몰두했다. 경색된 조직과 퇴화된 주사종속의 이념적 정책에 매몰된 듯한 정치노선 또한 윤 정부에 보낸 큰 위협이었다. 현재 핵무장으로 조직적 군사체계를 완비한 북의 현실 상황을 고려한다면 민주당은 정치권력 장악을 위해 호전적이고 비타협적인 정쟁으로만 치달을 수 없지 않은가.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실패를 규탄하면서 강압적 축출로 현재의 문제를 마무리하려고 해서는 결코 안 된다. 첫째, 이 사건을 이 나라가 당면한 정치 개혁의 신호탄이 되도록 수습의 길을 찾아 여야 모두 썩은 정치권 세력을 도려내는 새로운 민주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둘째, 장기간에 걸친 고금리와 고물가에 시달린 서민 경제의 회복과 대기업 경영의 심각한 어려움을 해소하고 문을 닫는 중소기업의 회생을 위한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셋째, 나라의 국방과 치안의 문제는 국민의 생명과 연결된 문제이다. 과감한 방위체계 구축을 위한 획기적인 방안을 여야합의로 이루어내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거취 문제는 법리적 절차에 근거한 처리를 최우선으로 해야지 다시 촛불 들고 선동하여 사회치안을 마비시키는 국면 전개는 절대 안 된다.

2024-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