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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꿈을 챙기는 달(윤진석 ㈜건우테크 대표이사)

윤진석 ㈜건우테크 대표이사 한해 달력을 펼쳐놓고 보면 2월처럼 아픈 손가락도 없지 싶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섣달의 요란하고 거룩한 뜻에 내몰려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기죽어 있는 11월이 있기는 해도 2월보다는 그래도 낫다. 새해를 맞아 활기차게 출발한다는 허울 좋은 정월의 수다에 얼굴 한번 세상에 내밀지 못하고 스스로 뒤로 물러나 옹색하게 쭈그리고 앉아 있는 모습은 안쓰럽기 그지없다. 더구나 2월은 다른 달보다 하루 이틀이 짧아 겉으로는 왠지 왜소하여 막내 같은 아련함이 있다. 아이한테는 배부름을 느끼게 해 줄 수는 있지만 2월이란 작은 체구로 견뎌내야 하니 바라보기에도 애처롭다. 흔히 11월이 안쓰러우면 ‘아직도 할 일이 남아 있는 달’이라며 체면치레해 주고 달랜다. 그러면 11월을 하찮게 여기던 사람도 다시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막 달을 위해 온갖 애를 쓴다. 그러나 2월은 그것마저 마땅한 게 없다. 대개의 사람은 1월의 큰 다짐으로 대단한 결심을 세우지만 그것도 잠시뿐, 다가오는 2월을 그냥저냥 보내면 된다고 자기 스스로 위로한다. 그러니 언제나 2월은 있는 듯 없는 듯 그 존재감이 허약해 아무리 돌이켜봐도 2월만큼 아픈 손가락은 없지 싶다. 한 해를 시작한다는 대단한 각오로 뽑아든 칼은 뭐라도 자를 기세이지만, 대다수 사람은 그 칼마저 녹슬게 하기 일쑤다. 막연하게 남이 장에 가니 나도 간다는 식으로 새해를 맞는 경우가 허다하니 이번에도 2월은 달라질 게 없다. 커다란 꿈을 가졌으면 그것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이 따라야 한다. 그 계획을 챙겨야 하는 달이 2월이다. 그래야 한 해의 희망이 영글게 된다. 이제 2월에 ‘꿈을 챙기는 달’이라고 머리띠라도 매어줄까. 새해의 대단한 각오를 구체적이고 치밀하게 챙겨서 한 해의 삶을 값지게 만드는 충전의 달이라고 내걸면 확실히 의미 있는 길을 가게 되지 않을까. 이른 봄 조급하게 피는 꽃들은 열매를 맺지 못한다. 모든 식물은 순서의 순리에 따라 성장의 길을 가게 된다. 새순이 돋고, 잎이 피고, 그 다음에 열매를 위한 꽃이 되어야 벌 나비도 찾아오고 수정도 가능하다. 마음이 조급해 잎이 돋아나기도 전에 꽃부터 피운 것이 열매를 갖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준비되지 않은 조급함은 어긋남을 초래한다. 충분하고 치밀한 준비로 순리대로 삶을 운영해야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지구의 온난화 때문인지는 몰라도 양지바른 화단의 한 켠에 민들레와 할미꽃이 피었다. 시기로 보면 아직 추위도 가시지 않은 2월인데, 며칠의 따스함이 그를 유혹한 모양이다. 충분한 준비도 없이 욕심부려 뛰쳐나오다 보니 몰골이 약하기만하다. 제대로 성숙하여 피웠더라면 나름 튼실한 열매를 맺는 꽃들인데 한 열흘 자태를 뽐내다가 그만 고개를 숙이고 말라간다. 두 꽃 모두 씨앗에 깃털을 달고 바람 타고 떠돌아다니는 처지라 아픔만 더한다. 분명 2월은 저 나름의 변명과 명분이 있다. 강렬한 1월의 꿈을 충실히 준비시키는 달이 필요하다. 세상은 큰 꿈만을 기억해 주고 그를 응원하지만, ‘꿈을 챙기는 달’의 숨은 공헌이 있어야 완성된다. 세상을 가늠하기 어려운 때에는 작은 것의 존재에 의미를 주는 게 현명하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에 귀를 주는 것도 탁월한 선택이다. 영원히 서러웠을 2월. 다른 달들이 꼬맹이라 들볶아도 좌절하지 않는 그의 모습이 문득 대견하다. 날짜를 늘려 달라고 투덜대거나 축원을 하지 않는다. 그의 대견함에 박수를 보내며 그의 위치와 슬기를 가슴에 새기는 참이다. 아무리 아픈 손가락이라 하지만 그는 오늘도 내게 삶의 슬기를 가르쳐 주고 있다. 꿈을 챙기는 달이여. ◇윤진석 프로필 △㈜건우테크 대표이사 △(사)중소기업융합경남연합회장 △청송 진보초등학교 총동창회 수석부회장

2025-02-14

안전한 봄을 위한 해빙기 준비

최원익 칠곡소방서장. 입춘(立春)은 겨울의 끝자락에서 봄을 맞이하는 시기로 기온은 여전히 낮고 차가운 바람이 불고 있지만, 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유난히도 추워 끝날 것 같지 않던 이번 겨울, 어느덧 입춘이 지나고 서서히 봄이 찾아오고 있다. 해빙기는 겨울과 봄의 중간 시기로, 겨우내 한파로 인한 동결과 융해 현상이 반복되면서 지반이 약해져 건축물 등이 붕괴를 일으키고 얼었던 물이 녹으면서 각종 안전사고의 위험이 높아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즉, 새로운 생명이 싹트는 시기임과 동시에 각종 재난에 대비해야 하는 분주한 시기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미리 점검하고 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선 땅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기 때문에 지반이 약해지므로 건축물이나 옹벽 등이 균열이나 지반침하로 기울어져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 또 해빙기에는 빙판이 얼어 있는 곳과 녹은 곳이 혼재해 있어, 사람들이 미끄러져 넘어지는 사고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는 신발을 착용하고, 눈이나 얼음이 녹은 길에서는 주의 깊게 걷는 것이 중요하다. 등산을 계획 할 때도 바위 능선이나 계곡 등은 피하고, 평소보다 등산 코스를 짧게 하는 것이 좋으며 보온성이 좋은 옷을 입고 등산해야 안전한 산행이 될 수 있다. 해빙기 얼음은 강이나 호수의 가운데로 갈수록 얇아지고, 아래쪽에서부터 녹기 때문에 겉으로 보아서는 두께를 가늠하기 어렵다. 강이나 하천의 얼음 위로 걷다가 갑자기 얼음이 깨져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얼음 위에서 놀거나 다가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도처춘풍(到處春風), 이르는 곳마다 봄바람이라는 뜻으로 가는 곳마다 기쁜 일이 있다는 고사성어다. 봄철 해빙기 주변을 다시 한번 더 꼼꼼히 둘러보고 각종 안전저해요소를 사전에 제거하여 위험이 도사리는 해빙기가 아닌 모두가 따뜻하고 행복한 ‘도처춘풍의 봄’을 맞이하였으면 한다.

2025-02-11

지역사회 안전망을 강화하는 장치, 주택용 소방시설

심학수 포항북부소방서장 주택용 소방시설은 화재 발생 시 초기 진압과 대피를 돕는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말한다. 이는 화재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각 가정에 필수로 설치해야 한다. 최근 경북 지역에서는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로 인한 화재 예방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2023년 5월 경상북도의 한 농촌 주택에서 단독경보형 감지기가 새벽 시간대 화재를 감지해 거주자들이 경보음을 듣고 신속히 대피했다. 이로 인해 인명 피해는 없었으며 초기 진화로 재산 피해도 최소화했다. 같은 해 김천시의 한 주택에서도 단독경보형 감지기의 경보음으로 이웃 주민이 화재를 발견하여 초기 진화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 2024 소방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경북 지역의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율은 2020년 52.7%에서 2023년 68.9%로 크게 상승했다. 같은 기간 화재 발생 건수는 약 7.3% 감소했으며, 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전국적으로 15% 줄어들었다. 주택에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설치한 가정은 설치하지 않은 가정보다 화재 사망률이 현저히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용 소방시설은 설치가 간편하고 구매가 쉽다. 주요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다양한 가격대의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판매하고 있다. 일부 온라인몰에서는 ‘선물하기’ 기능도 제공하는 곳이 있다. 이를 활용하면 가족이나 지인에게 직접 안전을 선물할 수 있다. 단독경보형 감지기의 경우 구획된 실마다(거실, 부엌 등) 설치하고, 소화기는 세대별, 층별 1개 이상 설치해야 한다. 주택용 소방시설 보급의 확산은 화재 예방과 피해 최소화에 효과적인 대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화재로 인한 인명 피해를 줄이고 재산 피해를 예방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화재 예방은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 주택용 소방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개별 가정의 안전을 지키는 동시에 지역사회 전체의 안전망을 강화하는 중요한 방법이다. 안전은 우리에게 주는 가장 소중한 선물이기에 이번 겨울이 끝나기 전 주택용 소방시설이 없다면 설치하자. 또한 주변 소중한 사람들에게 안전을 선물하며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길 바란다.

2025-02-02

긴 설 연휴 가스안전으로 시작

장재원 한국가스안전공사 경북동부지사장 한국가스안전공사 경북동부지사는 설 연휴 기간 난방, 음식 조리 등 가스사용량이 증가함에 따라, 가스사고예방을 위해 국민 모두 쉽고 간단하게 지킬 수 있는 안전 수칙을 안내한다. 최근 5년간 가스사고는 409건 발생, 연평균 사고감소율 8.7% 가스사고는 지속적 감소 추세로 발생하고 있으며, 통계를 살펴보면 LP가스 48.4% 이동식부탄연소기(캔) 18.6%, 도시가스 20.8%, 고압가스 12.2% 차지하고 있다. 원인별로 사용자취급부주의 116건, 시설미비 89건 등 전체사고의 50.2%를 차지하고 있다. 사용처별로는 주택 141건 식품 접객업소 68건으로 전체사고의 51.1%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아직도 LP가스 사고가 여전히 높게 나타나고 있어 사용에 항상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가스버너 및 부탄 캔 사용 시 사용자는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먼저, 부탄 캔 사용 시 부탄 캔과 열원을 가까이 두면 안 된다. 최근 인덕션이나 난로 위에 휴대용 가스레인지를 올려놓고 사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잘못된 사용으로 과열된 부탄 캔이 파열할 수 있다. 또, 휴대용 가스버너의 불판 받침대보다 크기가 큰 과대 불판 조리 기구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불판에서의 복사열 때문에 내부에 장착된 부탄 캔의 내부압력이 상승하면서 파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휴대용 연소기(가스버너 등)를 보관할 때에도 주의해야 한다. 부탄 캔과 휴대용 연소기는 사용 직후 분리하는 것이 좋다. 사용 직후의 잔열에 의해 가스레인지 내부에 장착된 부탄 캔의 내부압력이 상승하여 파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휴대용 가스버너를 이중으로 적재해 보관하면 부탄 캔의 내부압력 상승으로 인해 파열 위험이 커지고, 나란히 놓고 사용하면 부탄 캔이 가열되어 폭발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이중 적재 및 병렬 사용은 금물이다. 이와 더불어 오랜 기간 집을 비우기 전 가스레인지 꼭지와 중간밸브, 주밸브(LP가스는 용기밸브)를 잠가야 안전하고, 연휴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는 제일 먼저 창문을 열어 집안을 환기하고, 혹시라도 가스 누출이 의심되면 관할 도시가스 사나 LPG 판매점 등에 연락해 안전점검을 받고 나서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또한, 연휴를 맞아 캠핑을 계획한다면 텐트 내 가스버너, 가스난로 등 가스용품은 사용하지 않아야 하고, 특히 가스난로는 일산화탄소 중독사고의 위험이 있으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특히 가스 사용량이 급증하는 연휴 기간에 가스시설 이상 유무를 반드시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가족들과 안전한 연휴를 보내고자 반드시 가스안전 수칙을 지켜주기를 당부한다.

2025-01-23

대한민국의 길을 묻다…자유, 정체성, 그리고 우리의 선택

김소현 의원 대한민국은 지금 역사적 전환점에 서 있다. 정치적 갈등과 사회적 분열이 깊어지는 가운데, 우리는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가치를 재점검하고 미래를 위한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을 맞이했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가치는 어떻게 지켜져야 하는가”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두 가지를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첫째, 자유민주주의의 가치, 둘째,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역사적 기반이다. □ 자유민주주의 : 대한민국의 핵심 토대 대한민국은 1948년 건국 과정에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국가 이념에 두고, 시장경제를 통해 경제적 번영을 이룬 국가이다. 법치주의 토대 아래,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자유민주주의의 철학적 기반은 대한민국이 전쟁의 폐허를 딛고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원동력이다. 반면 대한민국 건국의 정당성을 부정하거나,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과소평가하며 이를 대체하려는 좌파적 담론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흔들고, 나아가 국가의 지속가능성까지도 위협하고 있다. 좌파진영은 대중영합주의라 일컫는 감성정치와 집단 선동으로 진보적 이미지를 구축하며 대중적 지지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의 전략은 단순히 정책을 넘어 정체성과 가치를 둘러싼 담론 자체를 지배하려는 데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우파진영은 자유민주주의의 이론적 기반을 충분히 강화하지 못했고 국민과 소통하는 데 실패했다. 우파진영 지도자들의 무거운 책임감과 깊은 숙고(熟考)가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 자유주의 체제를 지키는 우파의 책임 정당정치가 부실하면 절차적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도 흔들리게 된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정당정치는 대중의 신뢰를 상실한 상태이며, 우파정당은 분골쇄신(粉骨碎身)하여 자유주의의 이론적 토대 강화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담론을 적극적으로 형성해야 한다. 첫째, 철학적 기초의 강화, 둘째, 법치주의와 절차적 민주주의의 수호, 셋째, 대중과의 소통을 통한 미래지향적 비전 제시. 우파진영은 법치주의와 절차적 민주주의가 대한민국을 구성하는 핵심요소임을 강조하고, 대한민국의 성장과 번영을 가능하게 한 철학적 기초임을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또한 자유주의의 철학적 깊이를 대중과 소통하는 언어로 번역하는 것이 우파진영의 또 다른 과제이다. 좌파진영은 간결하고 매력적인 구호 그리고 시민들의 일상적 삶과 연결짓는 담론으로 대중적 공감을 이끌어 냈다. 반면 우파는 이론적으로 자유주의를 옹호하는 데 그쳤고, 결국 보수정당정치의 사상과 철학의 빈곤함을 드러나게 했다. 이는 단지 우파진영의 사명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가를 지키는 길이기에 좌파의 도전에 맞서서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재확립하고 미래를 이끌어갈 유일한 선택임을 설득하고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역사적 기반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단순히 정치적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국민이 공유하는 가치체계이고 국가를 지탱하는 정신적 기반이다. 자유와 책임이라는 가치가 법치주의와 절차적 민주주의 속에서 균형을 이루고, 시장경제를 통해 국민이 더 나은 삶을 추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 이것이 대한민국이 선택한 길이며, 우리가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큰 유산이다. 따라서 자유민주주의는 대한민국의 본질이며, 이 체제를 지키는 것이 곧 대한민국의 생존과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 정치적 지도자나 제도만으로는 국가를 지킬 수 없다. 이 나라의 가장 강력한 방패이자 원동력인 깨어있는 국민만이 자유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다. /김소현 경주시의원

2025-01-20

“모두의 작은 손길이 모여 큰 희망을 만들어 가길”

참으로 다사다난한 한 해였습니다. 힘든 12월의 끝자락에서 올 한 해를 돌아봅니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가 더욱 건강하고 행복한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저는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 회장으로서 우리 사회의 가장 어려운 이웃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매일 같이 느끼고 있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어려운 때에 그러한 마음을 담는 대한적십자사의 적십자회비 모금 캠페인에 동참해 주실 것을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전후 시골에서 태어난 저는 우리나라가 참 힘들었던 시절을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강냉이죽을 원조 받아 기근을 면하던 나라가 이제 가난한 나라에 원조를 하는 세게 유일한 나라 세계 10대 부국이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기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러한 기적에도 불구하고 적십자 일을 맡기 전까지 우리 사회에 늘 한 가지 걱정을 갖고 있었습니다. 나라는 남북으로 갈라져 있고 정치적으로 지역적으로. 계층적으로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는 분열과 개인주의로 차라리 못 살던 그때의 앞집, 옆집 정을 나누던 희망과 공동체 의식이 살아 있던 그 시절이 생각나곤 했습니다. 참 많은 사람들이 헌재의 상황을 포함해서 늘 나라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분열되어 무한 경쟁으로 다투는 그 이면에 팽배한 자기 이익과 개인주의가 우리 모두를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적십자와 함께하며 이런 문제 속에서도 우리 사회가 버텨나가는 힘을 발견하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삭막한 겨울 들판의 메마른 풀숲 속에서도 파릇파릇 새싹이 숨어 새봄을 준비하는 것처럼 곳곳에 십시일반 자기 돈을 내어 봉사회를 결성하고 “언니야, 동생아” 하며 서로를 응원하며 소외된 이웃 재난의 헌장을 찾는 적십자 봉사원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회장을 맡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영주에 산불이 크게 났습니다. 4월의 이른 새벽은 추웠는데 잔뜩 긴장한 마음으로 도착한 재난의 현장에는 밤새 산불 진화 작업을 마치고 교대하기 위해 내려오는 땀범벅이 된 소방관들, 상황을 파악하고 대책을 의논하는 소방과 경찰 본부, 도와 시의 관계자들로 북적이는 긴박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그와는 달리 한편에서는 노란 조끼를 입은 수십 명의 봉사자들이 식당을 차리고 무럭무럭 김이 나는 음식을 분주히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고생했지요~ 많이 잡수세요!” 만연의 미소를 띠며 척척 일해내는 봉사원들을 보며 ‘여긴 전쟁이 나도 힐링이 되겠구나’ 하는 큰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후 수해로 뒤범벅이 된 현장과 화재로 만신창이가 된 재난의 현장 곳곳에 나타나 구슬땀을 흘리는 봉사원들을 만나며 ‘이들이 없었다면 과연 누가 이 상황을 수습할 것일까? 인력을 구한들 손발이 맞지도 않거니와 봉사의 마음으로 나선 사람과 같기나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해의 현장에서 내 집안일같이 땀 흘리는 이들을 만나며 우리 사회안전망을 지키는 이들, 적십자의 중요성을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사회를 지키는 것은 남의 일이 아니고 우리 모두가 주인이 된 십시일반의 정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어렵던 시절 우리 조상들은 ‘우리 동포를 구제할 자는 우리 동포 뿐이외다. 조석에 쌀 한술을 더시면 한 사람 동포의 생명을 구할 것이요, 두 술을 더시면 두 사람 동포의 생명을 구할 것이외다’라는 적십자 청연서, 호소문을 돌리며 쌀 한술 모으기를 하던 그 정신이 더더욱 절실한 오늘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대한적십자는 국가가 정한 재난구호 주무 기관으로서 세계에서도 모범적인 적십자인도주의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모두가 어려운 이때 나의 마음과 형편이 허락하시는 대로 우리 사회를 우리 손으로 지키자는 십시일반의 마음으로 적십자회비 납부에 동참해 주실 것을 겸손한 마음으로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노란 조끼의 봉사원들과 여러분의 따뜻한 손길이 우리 사회를 지키고 구하리라 생각합니다. 모두의 작은 손길이 모여 큰 희망을 만들어 가길 바라며 도민 여러분들의 많은 동참을 부탁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2024-12-30

동해선 개통, 경북 동해안 주민들의 첫 철도 시대를 열다

이동기 코레일 강원본부장 2025년 1월 1일, 경북 동해안 주민들에게는 역사적인 순간이 찾아온다. 포항에서 삼척을 잇는 동해선이 드디어 개통돼 경북 동해안 지역은 처음으로 철도를 통한 교통망에 편입된다. 이번 동해선 개통은 기존에 철도의 혜택을 누릴 수 없었던 주민들에게 교통 혁신과 경제 활성화의 새로운 장을 열어줄 것이다. 그동안 경북 동해안 주민들은 이동과 물류에서 도로 교통에 의존해 왔다. 이는 지역 주민들에게 시간과 비용의 부담을 안기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동해선이 개통되면 경북 동해안에서 포항, 강원도, 더 나아가 수도권으로의 이동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되게 된다. 특히, 동해선은 한적했던 경북 동해안에 활력을 불어넣고, 지역 주민들이 더 쉽고 빠르게 외부와 연결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한다. 동해선의 개통은 경북 동해안의 경제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철도망이 연결되면서 물류 비용 절감은 물론, 기업들의 지역 투자 매력도가 높아질 것이다. 이는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더 많은 일자리와 기회를 창출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철도는 단순히 교통수단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경북 동해안 주민들의 삶의 질도 높여준다. 보다 빠르고 안전한 이동이 가능해지며, 교육과 의료, 문화 시설에 대한 접근성이 크게 개선된다. 특히, 수도권과 주요 도시로의 이동이 편리해지면서 경북 동해안 지역 주민들은 폭넓은 생활권을 누릴 수 있다. 또한, 동해선은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지역 발전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역할한다. 철도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 미래 세대에게 깨끗한 자연을 물려줄 수 있는 교통수단이다. 경북 동해안 주민들은 이번 철도 개통을 통해 환경과 경제의 균형 발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번 동해선 개통은 철도 교통의 사각지대였던 경북 동해안 지역에 새로운 희망과 변화를 가져다줄 것이다. 철도의 첫 시작을 함께 맞이하며, 지역 주민들의 더 나은 삶과 지역의 발전을 위해 강원본부는 끊임없이 노력할 계획이다. 이번 동해선이 경북 동해안 주민들에게 새로운 기회와 편리함을 선사하고 동해안 주민함께 그 미래를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2024-12-25

임금체불 없는 세상을 꿈꾸며

김진하 포항고용노동지청장 여러 언론기관에서 보도된 것처럼 2023년 체불근로자 수는 약 27만명, 임금체불 발생액은 약 1조8000억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올해 상반기 체불근로자 수는 15만여 명, 임금체불액은 1조400억여 원으로 상반기 기준 최대 수준을 기록하였다. 임금체불이 근로자 개인에게 주는 금전적 손실 외에 가족에게 주는 심각한 경제적·심리적 영향 등 부작용을 잘 알고 있기에 지역 고용노동정책을 집행하는 기관의 책임자로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임금체불은 경기부진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고 있으므로 상대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은 업종 중심으로 체불사건 접수가 늘고 금액이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 지청에 2022년 접수된 신고사건이 5188건에서 2023년 5730건으로 10.4% 증가한 것과 건설업과 제조업의 신고사건 비중이 51.5%를 차지한 사실은 경기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고 특히 건설업과 제조업의 경기가 더 좋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는 방증이기도 하다. 지난 9월 23일 ‘상습 임금체불을 뿌리뽑기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개정된 근로기준법(시행일 2025년 10월 23일)은 상습 임금체불 사업주에 대한 경제적 제재 및 실효성 강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포함, 상습 체불 사업주의 도덕적 해이에 강력히 대처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개정된 근로기준법은 △상습 임금체불 사업주에 대한 신용제재, 정부지원 등 제한, 공공입찰 시 불이익 등 경제적 제재 강화 △현재 퇴직자에게만 적용되는 미지급 임금 지연이자(100분의 20)의 재직 근로자 적용 △2회 이상 형사처벌을 받은 명단공개 사업주가 다시 임금을 체불하는 경우 반의사불벌죄(근로자가 원하면 사업주를 형사처벌하지 않음) 미적용 △명단공개 사업주가 체불임금을 미청산한 채 해외로 도피할 수 없도록 법무부장관에게 출국금지 요청가능 △상습 체불 등으로 손해를 입은 근로자가 법원에 손해배상(3배 이내의 금액)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등 상습적인 체불 근절에 대한 정부와 국회의 의지를 반영하고 있고, 필자도 경영자협회 및 사업주 단체를 대상으로 개정 근로기준법에 대한 지도 및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 우리 지청은 사업주 등 인식개선을 통한 임금체불 예방, 발생한 체불임금의 신속 청산을 위한 집행 메커니즘 강화 등 임금체불 근절에 행정역량을 집중했다. 먼저 사업주 등 인식개선을 위해 신고사건 비중이 가장 높은 건설업, 제조업 등에 감독역량 집중, 노사단체 간담회, 상시 근로자 30인 미만 영세 사업장·특성화고 재학생·외국인 근로자 대상 맞춤형 노동법 교육 등을 실시했고, 상습·악의적 체불 사업주에 대한 체포·구속영장 등 강제수사 원칙 견지, 기관장의 고액·집단 체불 사업장 현장지도 등 임금체불 예방 및 청산 노력을 한층 강화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임금체불 지도해결율이 2023년 42.8% 대비 올해 12월 둘째 주 기준 61.8%로 높아진 것은 업무추진 방향성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우리지청은 내년에도 사업주 등 인식 개선을 통한 임금체불 예방과 발생한 체불임금의 신속한 청산을 위해 꿋꿋이 노력할 것이다. 무엇보다 사업주분들이 임금체불이 근로자 및 지역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충분히 인지하고 임금체불 없는 건강한 일터 만들기에 최선의 노력을 해주시길 당부드린다.

2024-12-22

‘이성을 잃은 권력’의 비극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정치학 한밤중에 느닷없이 선포된 비상계엄은 ‘이성을 잃은 권력’의 자폭이었다. 기회 있을 때마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역설한 바로 그 대통령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짓밟았다. 정치적 실패와 각종 의혹을 돌파하기 위한 전술이었겠지만, 어리석은 오판으로 자기무덤을 팠다. 제왕적 권력이 이성을 잃으면 자신은 물론, 국가적 불행을 초래한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범죄자 집단의 소굴”로 규정하고 의원들을 체포하려 했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으로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것이나 다름없다. ‘자해공갈소동’을 지켜보아야 했던 국민들의 심경은 참담했다. 국무회의에서 장관들의 반대와 우려도 무시하고 밀어붙였다니 기가 막힌다. 오죽하면 여당대표까지 나서서 계엄을 막겠다고 국회로 뛰어갔겠는가.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됨으로써 사실상 정치생명이 끝난 대통령은 자업자득(自業自得)이지만, 그로 인한 정치적 혼란이 문제다. 야당은 이재명의 사법리스크를 돌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판단하여 여당에 대한 정치공세를 강화하는 한편, 헌법재판소의 최종판결에 대비하여 집권을 위한 정치적 환경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면 수세에 몰린 여당은 이재명의 2심 및 대법원 판결이 조속히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을 뿐, 대통령의 직무정지에 따른 대행체제에서 국정을 효율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처럼 여야는 서로 다른 정치셈법으로 탄핵정국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하지만, 국민이 동의하지 않는 한 그 어떠한 술수도 성공할 수 없다. 특히 본의 아니게 죄인이 되어버린 여당은 정치적 위기일수록 꼼수를 버리고 정도(正道)를 가야 민심을 얻고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 향후 여당의 운명은 민심을 따르느냐 아니면 탄핵이 소추된 대통령을 따르느냐에 달려 있다. 비상계엄으로 내란혐의를 받아 수사선상에 있는 대통령과 결별하지 않는다면 분노한 민심이 용서하겠는가. 어려운 때일수록 ‘생즉사(生卽死)’이고 ‘사즉생(死卽生)’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럼에도 벼랑 끝에 서 있는 여당이 반성은커녕 친윤과 친한,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싸우고 있으니 어이가 없다. 대권은 이미 물 건너갔으니 당권이나 차지하고 금배지나 한 번 더 달아보겠다는 속셈인가. 성난 민심을 겸허히 받들 생각은 하지 않고 권력에 줄서서 잔머리 굴리면 보수는 궤멸이다. 대통령이 이성을 잃고 비상계엄을 획책하는 동안 아무것도 모른 체 권력만 쫓아다닌 허수아비들이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다투는 꼴이 참으로 한심하다. 박근혜의 탄핵사가 증명하고 있듯이 ‘분당(分黨)은 공멸’이라는 사실을 벌써 잊었다는 말인가. 물론 정치공세의 고삐를 쥔 야당의 책임도 매우 무겁다. 여야 간 극한의 정쟁이 오늘의 비극을 초래했다는 사실은 야당도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민주주의에서 ‘여당의 불행이 야당의 행복’이 될 수는 없으며, 윤석열에 대한 분노가 이재명에 대한 면죄부를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집행권력의 독선이 ‘비상계엄이라는 괴물’을 낳았듯이, 입법권력의 힘자랑이 탄핵정국에서도 계속되면 ‘무정부상태라는 괴물’을 낳게 될 것이다. 책임 있는 야당이라면 국가위기를 정략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되며 민생 안정에 협력해야 한다. 권력은 마약처럼 중독성이 강하고 위험한 괴물이다. 괴물이 된 권력과 싸우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괴물이 된다. 정치인이 권력정치에서 괴물이 되지 않으려면 ‘자신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일상화되어야 한다.

2024-12-15

경북·대구 행정통합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을까

권기창안동시장 경북도청 이전은, 구미와 포항을 중심으로 한 양극적 발전 축의 한계를 극복하고 균형, 발전 새로움이 조화되는 경북의 신성장거점도시를 만들어 도청신도시를 중심으로 새로운 발전 축을 형성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또한 정부 주요기관이 세종시로 남하하고, 도청이 안동으로 북상해 한반도 허리 경제권의 황금벨트를 구축, 환태평양시대로 나간다는 비전이었다. 그러나 도청을 옮긴 지 10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다시 경북도는 균형발전을 위해 대구와 행정통합을 한다고 서두르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경상북도와 대구시의 주장처럼 행정통합이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을까. 지방소멸과 저출산은 현재 우리나라의 최대 화두이다. 경북도와 대구시는 행정통합을 통해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해, 수도권 1극 체재에 대응하는 균형발전을 이루겠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거주하는 국가비상사태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의료 등의 시스템을 지방으로 분산시켜야 한다. 저출산은 통합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취업, 주거, 돌봄 등의 복합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지방에 살아도 수도권에 사는 것보다 삶의 질이 좋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하는 것이다. 이철우 지사는 대구를 뉴욕처럼 경제 수도로, 경북을 워싱턴처럼 행정 수도로 만들겠다고 한다. 무엇보다 행정 수도가 되려면 통합 청사의 소재지를 현재의 경북도청이 있는 안동으로 명시해야 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모든 유관기관의 이전이 담보되어야 한다. 또한 성공적인 행정수도가 되기 위해서는 문화, 교육, 의료 등의 인프라 조성과 함께 철도, 도로 등의 교통망 확충으로 주민의 편의성을 도모할 수 있는 정주 여건이 보장돼야 한다. 경북과 대구가 행정통합을 한다고 하니, 각 광역지지체가 통합하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방자치법을 개정해 지방분권과 재정분권을 선제적으로 제시하고, 선입법 후 통합의 절차로 진행돼야 한다. 이렇게 해야 요구하는 특별법안이 중앙정부와 국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우를 범하지 않게 된다. 실질적인 특례 없이 통합하면 빈껍데기만 남는 꼴이 될 수 있다. 중앙집권적 국가 운영의 한계로 지방정부의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위기 대응 능력이 갈수록 약해진다. 지역의 정체성과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획일적인 국가 중심의 공공서비스로는 지역민의 욕구를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의 대대적인 권한이양과 재정자립 조치가 선행돼야 하는 이유다. 지방분권 강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의 사무(권한)이양 확대이다. 특별 행정기관과 국가하천 준설 등 각종 개발계획과 인허가권은 반드시 이양돼야 한다. 경북도는 ‘경북의 힘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고자 한다. 대구는 경북에서 1981년 분리되었다. 대구 중심의 통합이 아닌, 경북 중심의 통합이 되어야 마땅하다. 수도권 1극 체재 대응하기 위해 행정통합이 필요하다면, 대구·경북 행정통합 또한 대구 쏠림으로 대구 1극 체재가 생겨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경북의 정체성은 잃지 않으면서 균형발전이라는 목적을 이룰 수 있다. 정말 행정통합이 신의 한 수라면 경북을 중심으로, 22개 시·군이 다 함께 잘살 수 있는 발전전략을 세워 경북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야 한다. “천천히 서둘러라.” ‘천천히’는, 어떤 일을 할 때 깊고, 넓게 사고하여 멀리 내다보라는 것이다. ‘서둘러라’는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것으로 철저한 준비와 실행력이 뒷받침되었을 때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천천히 서두르기, 결코 쉽지 않다. 명확한 방향을 설정하고 체계적인 전략을 수립해 목표를 향해 속도감 있게 매진하는 것, 이것이 “천천히 서둘러라”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이다. 치열하고 꼼꼼하게 준비하면서, 결정적 순간에 온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자세와 지혜가 경북을 희망으로 만들어가는 힘이 될 것이다.

2024-12-11

한밤중 계엄의 좌절, 국가 혁신 계기로

이상규전 국립국어원장 간밤 윤석열 대통령의 독단적 계엄선포라는 초유의 사태를 지켜보는 한 시민의 마음은 착잡하기 이를 데 없다. 충동적인 계엄발의와 계엄군의 움직임은 말 그대로 오합지졸이었다. 이러다가 국가전란과 같은 비상사태가 발생한다면 국가 시스템이나 군사적 대응이 온전히 작동이나 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 현대사에 지울 수 없을 검은 역사 흔적을 남긴 안타까운 순간이다. 전혀 준비되지 않은 비상계엄이라는 한밤중의 도박은 왜 강행되었을까? 대통령의 심경이 이해될 만큼 현재 정국 상황이 엄중하다는 반증이다. 미래의 민주화 목표와 전망을 잃어버린 거대 야당의 밀어붙이기식 정쟁과 여기에 맞선 집권 여당은 집권 이후 단 한 차례도 정치적 협치나 협상의 아량을 허용하지 않았다. 오로지 권력 투쟁으로 일관해 온 협상 정치 실종의 2년 반은 황량한 시간이었다. 국가 미래발전 전략은 포기한 채 오로지 정권 쟁탈과 방어를 위한 투쟁만 가속화하면서 거대 야당의 당대표는 급기야 촛불을 들고 길거리에 나서서 시민들을 선동했다. 그는 엄연한 범법 피의자이자 실형을 받은 범죄자이다. 대통령도 가족 문제와 최근의 명태균 사건에 연루, 국회 특검의 압박을 받아 왔다. 이 극한의 예각 대치상황에서 여야는 투쟁국면에서 벗어날 어떤 여유도 계기도 서로 찾지 못했다. 아니 근본적으로 찾을 수 없었던 딜레마였기도 하다. 그동안 윤 정부의 운영자율권을 철저하게 저지해 온 거대야당의 압박과 선동을 이겨내지 못한 임계점에 도달한 행동적 표현이 간밤의 비상계엄령이었다. 스스로 피를 토하는 심정이라고 표현했듯이 결국 거대 대한민국호의 선장인 윤석열 대통령이 제일 먼저 차가운 겨울 밤바다로 뛰어내린 형국이었다. 솔직히 소위 민주화 운동 세력이 주축을 이룬 거대 야당에게는 미래 이념적 비전이나 목표가 없었다. 그들은 비전도 목표 의식도 없이 정치 투쟁에만 몰두했다. 경색된 조직과 퇴화된 주사종속의 이념적 정책에 매몰된 듯한 정치노선 또한 윤 정부에 보낸 큰 위협이었다. 현재 핵무장으로 조직적 군사체계를 완비한 북의 현실 상황을 고려한다면 민주당은 정치권력 장악을 위해 호전적이고 비타협적인 정쟁으로만 치달을 수 없지 않은가.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실패를 규탄하면서 강압적 축출로 현재의 문제를 마무리하려고 해서는 결코 안 된다. 첫째, 이 사건을 이 나라가 당면한 정치 개혁의 신호탄이 되도록 수습의 길을 찾아 여야 모두 썩은 정치권 세력을 도려내는 새로운 민주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둘째, 장기간에 걸친 고금리와 고물가에 시달린 서민 경제의 회복과 대기업 경영의 심각한 어려움을 해소하고 문을 닫는 중소기업의 회생을 위한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셋째, 나라의 국방과 치안의 문제는 국민의 생명과 연결된 문제이다. 과감한 방위체계 구축을 위한 획기적인 방안을 여야합의로 이루어내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거취 문제는 법리적 절차에 근거한 처리를 최우선으로 해야지 다시 촛불 들고 선동하여 사회치안을 마비시키는 국면 전개는 절대 안 된다.

2024-12-04

“비트코인은 사기”라던 트럼프, 왜 달라졌을까

트럼프 美 대통령 당선인으로부터 촉발된 비트코인 랠리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비트코인 관련 뉴스가 공중파로 전해지는 모습이 더이상 낯설지 않다. 바야흐로 비트코인이 주류 경제의 한 복판에 들어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초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되면서 비트코인의 제도권 진입이 가시화됐다. 하지만 해외 금융기관들은 오래 전부터 비트코인 거래를 하고 있었다. 해외 은행들은 선물사를 통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유동성 공급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었고 나라별로 비트코인 선물 ETF를 상장한 곳도 있었다. 여전히 비트코인 ETF 상장에 인색한 국내 금융 환경과 비교하면 전혀 딴판이었다. 본래 비트코인은 주식시장의 흐름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자산 헷징의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경제 위기나 국제정세 불안 등으로 시장이 불안정할 때마다 대체 자산으로서 가격이 뛰었다. 지금과는 정반대의 낯선 풍경이었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팬데믹 기간을 거치면서 비트코인과 주식시장은 커플링되기 시작했다. 블랙록과 같은 금융 자본들이 본격적으로 비트코인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도 이 즈음이다. 일찍이 미국의 금융기관들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시장을 새로운 먹거리로 점 찍은 듯 하다. 그리고 이번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막대한 베팅을 한 것으로 보인다. 내년 출범할 트럼프 2기 행정부도 이 같은 요구에 부합하는 행보를 보일 것이다. 1기 때의 모습과는 180도 달라진 양상이다. 비트코인은 사기이고 일론 머스크를 ‘멍청이’라고 묘사했던 트럼프의 발언이 아직도 생생한데 말이다. 미국의 거대 기관들이 비트코인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뭘까. 여러가지 해석이 있을 수 있겠지만 단순화 하자면 돈이 될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왜 그럴까. 비트코인이 기존 금융시장과 다른 가장 큰 차이점은 24시간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기존 현물 및 선물시장이 국가별로 하루에 정해진 시간 동안만 거래할 수 있는 반면 비트코인은 국경이 없고 유일하게 시간 제한이 없는 시장이다. 기관들이 마다할 이유가 없고 그들에게 비트코인만큼 먹음직스러운 상품도 없을 것이다. 한 가지 걸림돌은 미국 정부의 규제였다. 자산운용사들은 수년 동안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을 요청했지만 번번히 거절당했다. 하지만 끈질긴 항소 끝에 법원이 자산운용사의 손을 들어주면서 상황이 바꼈다. 세계 최대 규모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을 필두로 11개사의 비트코인 현물 ETF가 일괄 승인됐다. 업계에서는 블랙록이 오랫 동안 치밀하게 상장 준비를 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블랙록은 이제 비트코인 파생상품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올해 3월 자산토큰화 펀드 ‘비들’(BUIDL)을 출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비들’의 공식 명칭은 ‘블랙록 USD 기관 디지털 유동성 펀드’다. 자산토큰화란 한 마디로 다양한 실물자산을 담보로 토큰을 발행하는 것을 말한다. 부동산, 금, 은, 석유, 희토류 등과 같은 현실세계의 자산을 토큰으로 발행, 유통하는 사업을 지원하는 게 토큰화펀드다. 소위 RWA(Real World Asset)로 불리는 토큰을 육성, 지원하는 프로젝트인 셈이다. 목적은 간단하다. 전통적으로 선물시장에서 다뤄지고 있는 수많은 실물자산들을 토큰화 해서 24시간 거래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토큰화된 자산들은 인터넷이 연결된 곳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거래할 수 있게 된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토큰화된 자산은 실물자산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에 유리하다. 즉 실물 기반 리스크 관리와 레버리지 수익을 동시에 꾀할 수 있는 현실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다. 앞으로 금융기관들은 비트코인을 넘어 전통 자산들마저 토큰화된 형태로 거래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펼칠 것이다. 시장을 예측하기란 어렵지만 한 가지는 확실해 보인다. 금융거래에 있어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토큰화된 자산 시장과 24시간 무한경쟁의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다.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을 비트코인 1위 보유국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한 속내 역시 다르지 않다. 트럼프 당선인의 공언이 먼 나라 얘기만은 아닐 것이다. 몇 년 사이 그가 달라진 이유를 곱씹어 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가상자산을 둘러싼 규제 불확실성 속에서 시장도 기업도 투자자도 하루하루 지쳐가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국제 환경에 대처할 수 있는 총체적 대안 마련이 시급한 때다. /최진승 가상화폐 전문가 - (현)두코미디어 전략기획 이사 전 씨엘모빌리티 전략기획부 책임

2024-11-21

TK행정통합은 메가시티 첫 단추

윤재호 경북상공회의소 회장 지난 10월 21일 경북도지사, 대구시장, 행안부 장관, 지방시대위원장은 ‘대구경북 통합을 위한 공동 합의문’에 서명하고 대구경북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출범하기 위한 본격적인 첫 단추를 끼웠다. 그것은 진정한 지방시대의 실현이다. 본 회의소에서는 청년이 모이고 기업투자가 끊이지 않는 메가시티 실현을 항상 꿈꿔왔다. 지방에 입주한 기업에 대한 법인세·상속세는 물론, 지방에서 근무하는 근로자에 대한 근로소득세를 깎아달라고 중앙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하였으며, 그렇지 않고는 지방이 살아나기 힘들다고 주장해 왔다. 경북상공회의소는 물론, 경남, 전북, 전남상공회의소 등 비수도권상공회의소 모두가 지방이 살아남기 위한 방안을 절실히 요청하고 있다. 내년도 비수도권상공회의소협의회 발대식을 준비하고 있는 시점에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시동을 거는 것은 참으로 반길만한 일이다. 우리 대구경북은 영토 면에서나 핵심기반시설 면에서나 대한민국 경제성장을 주도한 섬유와 전자, 철강 등 핵심 산업을 보유하고 있어 그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각자도생 식의 힘이 분산되는 정책으로 동력을 잃어가는 동안 수도권은 사람과 기업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했다. 수도권이 GTX로 더 촘촘하게 연결되는 동안 우리나라 산업을 견인한 구미국가산단에는 KTX조차 서지 않는 것이 현실이 되고 말았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대구경북은 태초에 한 몸으로 시작한 만큼, 행정통합으로 힘을 합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며, 지방 실정에 맞도록 많은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하고, 특례를 만들어줘야 한다. 파격적인 개발·투자·재정특례를 통해 풍부한 산업용지 확보는 물론 신속한 개발사업 추진을 가능하게 하고, 규제프리존·첨단 신산업 예타 면제, 조세감면, 보조금 집중 지원 등을 통해 매력적인 투자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첨단산업간 융·복합을 확산하고 산학연계를 확대해야 한다. 또 TK신공항·달빛철도는 물론, 올 연말 대구권광역철도가 개통하면 교통편의성과 기업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인데 행정통합으로 이러한 시너지를 극대화해야 한다. 대구권광역철도가 개통하면 구미-대구 간 출퇴근 편의성 증대를 통해 구미산단 인력난 해소는 물론, 금오산·낙동강을 활용한 관광인프라 확대와 푸드페스티벌·라면축제 등 구미 대표 축제를 통해 외부 관광객 유입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대구경북 경제1번지 구미는 반도체, 방산, 이차전지 등 신산업을 필두로 재도약의 기로에 서있으며, 이를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통해 언덕을 오르는 리어카를 밀어주어야 한다. 상공회의소 차원에서도 경북과 경남, 전북과 전남이 힘을 합쳐 지방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어젠다를 공동으로 채택하고 지속적으로 한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아무쪼록 필자는 대구경북시도민에게 단 10원이라도 득이 된다면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적극 지지할 것이며, 지자체와 정치권, 정부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순조로운 행정통합을 이루어 ‘진정한 지방시대’를 앞당길 수 있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2024-11-17

트럼프 is back!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미국 47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개표 초반부터 경합 주에서 트럼프가 선전하며 일찌감치 당선을 확정지었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단순히 호기심 때문이 아니라, 그만큼 미국 대통령이 누구인가에 따라서 우리나라에 주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8년 전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을 때와 비교해 보면, 당시에는 트럼프라는 정치 신인이 어떤 정책을 어떻게 결정할 것이며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예측하기에 어려워 많은 이들을 혼란에 빠지게 하였지만, 이번에는 지난 2017~2021년 간의 임기를 통해 차기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예상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가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게 될 분야는 바로 국방 분야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가 미국우선주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리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에도 주한미군 방위비 협상 등과 같은 부분에서 우리의 경제적, 군사적 부담이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에도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파행을 거듭하다가 결국 바이든 행정부에 이르러서야 타결되었던 경험이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10월 4일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을 타결하여 2026년부터 2030년까지 분담금 규모를 확정하였으나, 이에 대해 트럼프 후보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을 재협상할 수도 있다는 발언을 하기도 하였다. 실제로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이 개시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으나 우리의 가장 가까운 우방국으로 반세기 이상 역할을 해 온 미국에서 대통령이 먼저 이러한 자세를 취하는 것은 우리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서 일각에서는 독자 핵무기 개발 등 급진적인 주장을 하는 목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여전히 북한의 핵 위협이 존재하는 상황 가운데, 한미상호방위조약으로 우리와 군사적으로 가장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미국이 우리나라 국방에 점차 발을 빼려는 모양새를 취하면, 우리나라도 그에 상응하는 행동을 취하거나 실제로 핵무기를 개발하지는 않더라도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자세를 취해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핵무기가 국제사회에서 갖고 있는 상징성을 고려하지 않은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다. 핵무기는 그 자체로 살상력이나 파괴력으로 인류에게 큰 위협이 되기 때문에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더 이상 핵무기를 보유하거나 확대하지 말자는 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하여 핵에너지의 평화로운 사용에 합의하고 이행 중이다. 핵무기 개발을 주장하는 것은 북한 등과 같이 국제적 왕따를 자처하는 것으로 국가 안보의 선택지에 넣을 수 없는 것이라고 하겠다. 그렇다면 우리는 단순히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그만일까?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이고, 만일 우리가 그에 응하지 않는다면 여러 가지 형태로 경제적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트럼프는 후보 시절 외국에 일괄적으로 관세 10~20%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반도체, 자동차 등에서 對美 무역흑자를 거두고 있는 입장에서는 미국의 이러한 조치가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측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서는 미국의 관세 정책을 실제로 실행할 경우 우리나라의 총수출액이 최대 448억 달러(약 61조 7000억 원)가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 대한 직접적 관세 부과에 따른 감소액이기도 하지만, 다른 국가로의 중간재 수출이 감소하는 효과도 고려한 데에 따른 예상이다. 김준협 RISTI 미래전략연구소 책임연구원 무역 분야뿐 아니라 트럼프 당선 이후 금리, 환율, 주가 등 금융 시장에 미칠 파급력에 대한 전망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관세를 인상함과 동시에 국내적으로는 감세 정책을 본격화하고 불법 이민자 추방 등을 실행하게 되면 임금 상승 및 물가 상승이 촉발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지난 9월 연방준비제도에서는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를 낮추는 ‘빅컷’을 단행하며 기준금리 인하 기조로 접어들고 있어,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질 수도 있는 상황에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한미동맹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있어 미국 대선 결과가 더욱 크게 와닿을 수 있겠지만, 우리와는 멀리 떨어져 있는 유럽 국가들에게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주는 의미가 크다. 트럼프 1기 시절 유럽에 방문하며 나토(NATO)에게 안보 무임승차에 대해 비난하며 나토 탈퇴까지 언급한 적이 있었다. 나토의 안보 우산 속에 있는 유럽 국가에게는 이러한 움직임에 큰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전 세계가 최소한 4년 동안은 각자도생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예전 우리 부모님 세대가 겪었던 ‘보릿고개’가 국가 차원에서 안보·경제 등의 분야에 찾아온 것이라고도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부디 지혜롭게, 그리고 우리나라가 국가 차원에서 큰 손해를 입지 않는 앞으로의 4년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2024-11-06

융합예술, ‘제6의섬’을 둘러보고

김일광 동화작가 포항문화재단은 지난달 25일부터 2024 포항융합예술주간 ‘제6의섬 ’을 개최하고 있다. ‘제6의섬’은 포항시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다섯 섬과 호수 셋을 역사적, 지리적 바탕으로 융합예술을 선보이는 기획으로 내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나는 5도 중 하나인 상도동에서 태어나 송도에서 살고 있다. 그야말로 평생을 5도의 햇살과 바람을 입고 산 셈이다. 어쩌면 나 자신이 융합 예술의 한 요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모습으로 연출되는 현장을 찾았다. 가까이 있는 송도 바다를 먼저 찾았다. 평화의 여상과 다이빙대는 설치된 연한으로 따진다면 포항의 상징물로 대접 받기 충분하다. 그러나 추억의 장치쯤으로 치부되어 왔다. 그런데 이번에 포항해상공원과 함께 시선에서 밀려나 있던 평화의 여상과 워터폴리를 무대 안으로 끌어들인 것은 참으로 신선한 발상이었다. 송도 평화의 여상에 연출된 ‘Song도포tal’ 빛과 소리로 공간을 꾸몄다. 송도 바다 위에 거대한 달을 만들어 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밖에서 바라보았을 때 가운데 설치된 빛의 공간으로 토끼가 등장할 것만 같았다. 안으로 들어가서 편안한 자리에 앉아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음악에 몸을 맡겨도 좋지만 혼자만의 상상에 빠져 들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30분 이상을 그렇게 앉아 있었다. 비가 내린다면 어떤 느낌일까. 수평선에서 달이 떠오르면 또 어떨까. 춤추는 포스코의 야경이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오기도 하였다. 마침 선배 두 분과 일부러 동빈문화창고까지 걸어갔다. 시간이 고인 옛 골목이 기지개를 켰다. 9섹션으로 구성된 작품들은 당혹스러울 정도로 기대 이상이었다. ‘르 썽띠넬 2024’ 막을 걷고 들어갔을 때 자글자글 로봇이 돌아다니며 만들어내는 소리에 압도되었다. 무대에 나타나는 우리 삶과 관련된 낱말들, 신발을 벗고 들어가서 로봇과 맞서보라는 안내에는 차마 따를 수가 없었다. 상호작용이 가능한 로봇과 아직은 융합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메탈 레이브’ 형산강 오염도가 주는 소리는 신기함을 넘어 안타까움이었다. 형산강의 신음으로 들렸기 때문이었다. 망둥어, 어린숭어와 어우러지던 생명의 강이었다. 신음 같은 그 소리를 오래 듣고 있을 수 없었다. ‘우는 쇠; ’떠는 쇠‘도 진동이 주는 새삼스러움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였다. ‘미상의 푸른 돌멩이’ 슬래그의 예술적 변신과정을 볼 수 있었다. 우리는 흔히 쇠똥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탐색과 기술의 과정을 거쳐서 예술이라는 장르로 연결되었다. 문득 이 과정이 낯설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조상들은 그림을 그리거나 염료를 식물과 광물에서 구해 왔다. 그렇게 본다면 기술과 예술의 융합이 갑자기 만들어 진 게 아니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철이 오늘날까지 인류와 함께 하는 것은 다른 금속과 융합이 용이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기술이 예술을 재해석하고, 인간 삶에 들어와 미학을 새롭게 구축할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가지게 했다. 사람들은 저마다 삶이 있고, 또 미래를 꿈꾸며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포항과 시민들은 어떤 삶을 또 미래를 꿈꾸며 살아갈까? 예술을 품은 기술, 기술로 재해석해 보는 예술, 융합예술이 실현되는 포항 제6의 섬, 꿈꾸는 포항이 자랑스럽다.

2024-11-04

불조심 강조의 달, 우리 삶의 안전 ‘방화벽’

심학수 포항북부소방서장 선선한 바람이 불고 나들이하기 좋은 청명한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11월은 불조심 강조의 달이다. 특히 11월부터 2월까지는 전체 화재 발생의 약 40%가 집중되는 기간으로, 화재 예방의 중요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기다. 11월은 난방 기기 사용이 늘어나고 공기가 건조 해지면서 화재 발생 위험이 커진다. 이에 우리 삶의 안전 방화벽을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몇 가지 화재 예방 수칙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 난방 기기 취급 및 사용에 주의하자. 일교차가 크고 쌀쌀해진 날씨로 인해 난방 기기나 전열기구 사용이 늘고 있으며 특히 주거시설에서의 부주의가 주 화재 원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기 난방용품은 반드시 KC인증 제품을 사용하고 주변 가연물 적치 금지, 사용하지 않을 시 전원플러그 분리, 오래된 전선 및 멀티탭 교체 등을 통해 안전하게 사용하자. 두 번째, 공동주택 화재 예방 안전 수칙을 숙지하자. 공동주택 화재는 발생 시 다수의 인명 피해가 우려되므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주방 화재 등 공동주택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화재 예방과 더불어 피난, 대피에 대한 사전 대응 태세도 무척 중요하다. 세대별로 주택용소방시설인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설치하고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하며 아파트 복도나 계단에는 물건을 쌓아두지 않고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 전기자동차 등 충전시설 화재 예방 안전 수칙을 준수하자. 전기자동차의 보급이 늘면서 관련 화재도 증가하고 있어 전기차 화재 예방 수칙을 정확히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충전 중 차량에 이상이 있는 경우 즉시 충전을 중단하고 점검받아야 하며, 충전 장소는 환기가 잘되는 곳에서 지정된 충전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주행 중 차량에서 연기나 이상한 냄새가 발생하는 경우 즉시 차량을 안전한 곳에 정차시키고 119에 신고하자. 또한, 전기차 전용 소화기를 꼭 비치하여 긴급 상황에 대비하자. 화재는 한순간의 부주의로도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작은 부주의가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음을 기억하고 각종 화재 예방에 주의를 기울여 우리 삶의 터전에 안전 방화벽을 튼튼하게 세울 수 있기를 바란다.

2024-10-31

한강의 정신 승리, 한국어 글쓰기의 성취

소설가 한강이 올해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라는 발표는 순식간에 전 세계 뉴스 1면에 도배되다시피 했다. 한글날 바로 다음날에 얻은 기쁜 소식이었다. 한강은 2016년 5월 소설 ‘채식주의자(The Vegetarian)’로 영국의 맨부커상을 수상하였을 때부터 작가로서의 뛰어난 기량을 전 세계에 알렸다. 이후 다양한 세계적인 문학상을 휩쓸더니 결국 노벨문학상에 도달했다. 한국어 글쓰기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깊다. 한국어는 영미권의 언어에 비해 어휘수와 문법적 논리가 부족하다는 비관적인 생각을 완전 히 벗어던지는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세계적 작가가 나오기 어렵다는 자조를 뛰어넘을 수 있게 되었다. 현대의 젊은 작가들의 글쓰기에 쏟는 공력만큼이나 번역 능력과 그리고 우리나라 문화예술의 역량과 성숙도가 함께 버무려져 얻은 기쁜 결과다. 한강 작가의 개인적 글쓰기의 역량과 사유 세계의 깊이와 폭이 자랑스러울 뿐 아니라 그의 작품이 전 세계의 다양한 언어로 번역, 보급되리라는 생각을 하면 더욱 가슴 벅차다. 이는 한강 작가의 정신적 승리인 동시에 한국어와 한글 글쓰기의 위대한 성취이다. 영국이 산업혁명으로, 프랑스가 정치혁명으로, 독일이 정신혁명으로, 미국이 지식정보혁명으로 인류의 삶을 한 단계 추동했다면 이제 21세기는 대한민국의 문화 역량이 세계를 이끈다. 그런 취지로 2007년 국립국어원장으로 일할 때 한국어와 한글을 전세계에 보급하고 문화상호주의적 소통을 목표로 ‘세종학당’을 설립했다. 제국주의 국가들이 약소국가의 언어를 포식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상호간의 문화와 언어를 존중하는 탈제국주의적 언어문화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이상규전 국립국어원장·경북대 명예교수 채 100년도 안된 기간에 민주화와 경제선진을 일군 대한민국이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대한민국의 소설가 한강-공교롭게도 음이 같다-이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기적을 이뤄 한류의 최정점을 찍었다. 전세계인들이 한강의 작품을 읽고 한강과 대한민국의 한국어와 한글 글쓰기를 명료하게 가슴에 새기는 것을 상상해 보라. 이는 해외에서 원자로나 대형 토목공사 수주로 가져오는 경제적 확장력에 비할 바가 아니다. 한강의 위대한 작가 정신이 인류 삶에 크게 기여하기를 기대하면서 연이어 한국의 시인과 작가들이 그 대열을 이어줄 것을 바란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대한민국의 문학 작품이 전세계 인류의 읽을거리가 되고 세계인에게 따뜻하되 강한 영향력을 미친다는 것은 정말 가슴 설레는 일이다. 한국어와 한국문화가 인류 보편성과 세계성을 지님을 입증한 가치있는 성과다. 노벨문학상의 한강은 위대하다. 그런 한강을 낳고 가진 한국은 더욱 자랑스럽고 위대하다.

2024-10-13

‘독도, 그리다’ (가제) ‘우리의 땅, 우리의 마음’

최홍배 국립한국해양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독도를 둘러싼 한일 간의 마찰은 오래된 현안이다. 한편에서는 “이 작은 섬의 지위를 지우려 한다”고 말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더욱 뚜렷하게 그리려 한다”고 반박한다. 이 소모적 논쟁을 어떻게 끝낼 것인가? 전 국민이 함께하는 ‘독도 그리기‘ 캠페인이다..  특히 1900년 대한제국의 칙령 제41호에 기반 한 ’독도 칙령의 날’ 지정은 이 캠페인의 핵심 요소이다. 역사적으로 1900년 칙령(勅令) 41호는 독도를 명확히 우리 영토로 선언했다. 일본이 1905년 시마네현에 독도를 불법적으로 영토 편입한 것에 대한 명확한 반박이다.  ‘독도 그리기’ 캠페인은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독도가 한국의 고유영토임을 강조하며, 세계에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한다. 고종황제가 1900년 10월 25일 칙령 41호를 재가한 이날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 민족의 역사를 기리고, 일본의 잘못된 주장에 단호히 맞서는 행동이다. 이는 단순히 한 시대의 기념을 넘어서 한국의 독립과 주권을 상징하는 날로, 국민에게 독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우고 국제적으로도 한국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독도 그리기와 기념일’로 이 문제가 종국적으로 해결되는가? 아니다. 그럼에도 “왜 쓸데없이 긁어 부스럼을 일으키는 일”을 자초하는가? 일본의 국제 분쟁 화 술책에 빌미를 주는 하책이다.  따라서 ‘조용하면서 강력한 외교가 최선’이다. 북한 러시아에 맞서 한일 간에 안보협력을 해야 한다. 거시적 차원에서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발상이라며 기념일 지정에 반대가 예상된다.  그렇다면 ‘독도 그리기’는 포기해야 하는가? 아니다. 독도가 한일 간의 정치 외교적 다툼을 넘어 자라나는 차세대들에 대한 교육 논쟁으로 비화한 지도 이미 오래되었다.  일본 문부성이 자국 청소년들에게 교과서를 통해 ‘독도는 일본 고유영토’라는 교육을 포기한다면 우리도 ‘독도 그리기’ 캠페인을 그만둘 수 있다. 이 캠페인을 통해 내부적으로 국민적 단합과 자긍심을 고취시킨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 독도의 중요성을 교육함으로써 장기적인 인식 개선을 도모한다. 국제 사회에서 ‘독도 그리기’ 캠페인은 독도에 대한 일본의 역사적 왜곡과 영토 주장에 대한 명확한 반박으로 기능 하다.  그 이유는 첫째, 1900년 독도 칙령의 역사를 직접 거명함으로써, 2005년 일본 시마네현이 조례로 제정한 소위 ‘다케시마(독도)의 날’보다 100여 년 이상 훨씬 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음을 알리는 직접적인 효과가 있다.  둘째, 1904년 러일전쟁 승리를 위한 한반도 침탈의 첫 희생물인 독도를 새로운 국제해양질서에 따른 일본의 해양국익을 위해 국제 영토분쟁 화를 도모하는 부당성을 알리는 효과가 있다.  우리가 국제적 지지를 얻으려면 국제회의와 외교 무대에서 독도에 관한 한국의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히고, 역사적 근거와 국제법을 기반으로 한 주장을 펼쳐야 한다.  ‘독도그리기’ 캠페인과 기념일 지정은 한국의 역사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국내외적으로 독도에 대한 정당한 주장을 강화하는 전략적 도구로 작용할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은 국제적인 무대에서 더욱 강력하고 설득력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역사적 진실에 중도는 없다. 일본의 신임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 체제에서 독도를 둘러싼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되기를 바란다.  /최홍배 국립한국해양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2024-10-01

포항에 살고 싶지만, 포항을 떠날 수밖에 없는 그녀들

김은주 포항시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 “포항이 너무 좋아서 포항에 살고 싶은데 일자리가 없어요” 얼마 전 포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수도권에 직장을 구해서 떠난 여성 청년이 한 이야기다. 비단 그녀에게만 해당하는 건 아니다. 주변에 포항이 좋아서 포항에 살고 싶은데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서 수도권으로 일자리를 찾아가는 여성 청년들이 제법 있다. 포항에 일자리가 있다면 포항에서 결혼도 하고 살겠다는 그녀들의 바람은 좀처럼 이뤄지기 쉽지 않아 보인다. 포항은 전통적으로 철강 산업 위주로 남성형 일자리 형태를 띠고 있다. 그렇다면 남성 청년들의 유출은 없을까? “의원님! 포항에 좋은 여성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남성 청년들이 포항을 떠나지 않습니다. 남성 신입 사원이 입사해도 맞벌이 부부 경우 여성 일자리가 부족하니 신입 사원의 퇴사가 잦습니다.”라는 포항의 한 대기업 간부의 말도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지자체마다 인구 문제는 당면 과제 중 하나다. 문제는 포항의 경우 인구소멸 위험 지역에 진입했다는 점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인구 측정값인 ‘소멸위험지수’ 산출 방식이다. 이 지수는 20~39세 여성 인구수를 65세 이상 인구수로 나누어 산출한다. 그런 점에서 포항이 소멸 위험 지역에 진입한 것은 여성 청년의 유출이 심각하며 유입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필자는 포항시의회 시정 질문에서 ‘여성 청년 일자리 대책’과 관련해 포항시장에 질의했고 최근 포항시에서 ‘포항시 여성 청년 일자리 활성화를 위한 연구’ 용역을 실시했다. 이번 용역을 수행한 한동대 연구진은 “20~39세 여성 청년 인구 증감은 지역 소멸의 바로미터인 만큼 포항시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여성 청년을 강조하는 것이 여성에게만 좋은 일자리를 만들자는 역차별이 아니라 남성 청년에게도 적용되는 공식이다. 포항에 여성 청년 인구가 증가하는 것이 곧 저출생과 인구감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 키워드이기 때문이다. 지역의 여성 청년들의 경우 포항에 좋은 일자리가 있다면 수도권과 비교해 정주 여건이 좋아서 포항에서 살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전공과 연관된 일자리를 찾지 못하거나, 보수적인 지역 정서와 안정적인 여성 일자리 부족 등으로 비싼 집값을 걱정하면서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이주를 하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 포항시에서는 민간 기업과 함께 지역특화 산업과 연계한 여성 청년 맞춤형 일자리 창출과 함께 여성 창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기술과 지역 산업을 연계한 일자리 창출을 통해 여성 청년 인구의 유출을 막고, 여성 청년이 포항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굳이 여성 청년 일자리보다는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라거나 ‘왜 여성 청년 일자리를 증가해야 하나요?’라는 원점으로 돌리는 젠더 감수성이 결여된 정책 접근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이제 포항시에서는 “포항이 좋아서 포항에 살고 싶지만, 포항을 떠날 수밖에 없는” 그녀들의 간절한 목소리를 귀담아들을 수 있길 바란다.

2024-09-19

K2군공항 이전사업, 정부가 나서라!

이재혁 (사)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 현재 경제 상황과 고금리의 영향으로 인한 부동산시장 침체 등으로 K2군공항이전사업의 사업시행자인 대구시가 사업대행자(SPC 사업자)를 선정하는데 한계가 분명해 보인다. 그러므로 사업방식을 정부가 재정사업으로 전환하거나, 최근 경북도 이철우 도지사가 제안한 신공항 주변 SOC사업 연계, 지자체의 SPC 출자 등을 정부가 적극 검토해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 K2군공항 이전사업의 종전부지 지자체인 대구시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 제8조에 따라 사업시행자가 되며, 이전사업을 대행할 사업대행자(SPC 사업자)를 지정할 수 있다. 작년 연말까지 사업대행자를 지정하기로 계획했지만, 지난 11일 홍준표 대구시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SPC 사업자방식은 이자만 14조 8000억원이 들고 적자가 8조원이라는 이유로 정부의 자금을 장기저리로 빌려 대구시가 단독으로 추진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SPC 사업자 선정이 어려운 현 상황을 솔직히 밝히고 정부(국방부, 국토부)와 관련 지자체들과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하지만, 대구시는 용역 결과라고 밝히며 사업비 및 이자 과다발생, 적자 등의 이유로 사업대행자를 선정하지 않고 대구시가 단독으로 이전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구시는 경북도가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는 발언이나, 의성군의 요구들은 뗏법으로 사업을 방해하고 향후 토지 수용할 때 드러눕고 가스통으로 방해한다는 식의 발언과 태도는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을 일으킬 뿐 사업 진행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군위군이 여객터미널을 요구했듯, 의성군도 화물터미널을 요구할 권리가 있으며, 여객터미널과 화물터미널의 입지를 의성군과 군위군의 접경지역에 각각 배치했으면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의 공동 합의 정신에도 부합돼 현재와 같은 갈등과 논쟁은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점은 간과하고 현재의 이전지역이 무산되면 차순위 후보지인 군위군 우보면으로 변경 가능하다는 대구시의 주장은 특별법상이나 군공항이전과정에서 대구경북녹색연합이 국방부와 수많은 협의 과정에서 파악한 내용과는 너무나 다른 주장이다. 공항 이전 부지는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이전부지 선정위원회’에서 선정되며, 종전부지 지자체인 대구광역시가 이전 부지에 대해 건의는 가능하지만 임의로 변경하거나 선정하는 권한은 없다. 국방부는 군공항이전부지 선정을 위해 예비이전후보지, 이전후보지, 주민투표, 지자체의 유치신청, 이전부지선정위원회의 심의 후 선정 단계를 거쳤으며, 현재의 이전후보지가 무산된다면 처음부터 다시 단계별로 진행하거나 군공항 이전사업이 장기표류 할 것이다. 이러한 부분은 군위군이 주민투표 이후 승복하지 않고 각종 요구조건을 내놓았을 때도 이미 검토된 내용이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 제23조와 동법 시행령 제14조에는 민간자본유치사업 지원에 관한 내용에 민간 개발자의 개발사업 촉진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은 지원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그러므로 SPC 사업자에 대한 신공항 주변 SOC사업등에 혜택을 주는 방안도 적극 검토가 필요하다. 사업시행자도 종전부지지자체인 대구시 단독으로 추진이 힘들다면 경상북도와 의성군, 군위군이 ‘지자체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사업에 출자하는 방식도 현시점에서는 좋은 대안 될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정부는 국가안보가 걸린 K2군공항 이전사업과 국가 발전과 지역발전의 미래가 걸린 대구 공항 이전사업을 책임 있는 자세로 최선을 다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며, 대구시도 협치의 자세로 대구·경북의 미래를 위해 나아가길 바란다.

2024-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