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희 작가
지난 토요일 동네 도서관에서는 9월 독서의 달을 맞아 김애란 작가를 초대해서 ‘소설, 삶을 담은 그릇’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애란 작가의 말 중에, 소설이란 한숨 같은 소리를 말로 바꾸고 그 이야기에 지위를 주는 것이라는 말이 크게 기억에 남는다. 약한 사람, 소외된 사람에 대한 존중과 대접이 담겨 있다고 이해했기 때문이다. 이런 작가와의 대화는 독서를 자극하고 삶의 의미와 관계 맺음에 대한 통찰을 갖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독서율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이런 책 문화 프로그램은 단비 같은 역할을 한다.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 독서율이 꼴찌다. 19세 이상 성인 중 1년에 책을 한 권도 안 읽는 사람이 절반이 넘는다.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EBS에서는 8월말부터 9월말까지 5주에 걸쳐 ‘책맹인류’를 10부작으로 방송하고 있다. ‘책맹인류’란, 문자는 해독했으나 긴 책을 읽지 못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지난 수요일 방송된 ‘책맹인류’ 3부 ‘우리는 왜 읽지 않는가’에서는 세계적으로 독서율이 낮아지는 이유를 분석하고 일본이나 핀란드에서 독서율을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여러 사례를 들어 소개하고 있다. 이날 방송에서는 주로 개인이나 민간 차원의 노력을 소개했는데, 후속 방송에서는 미국, 영국,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호주, 일본. 많은 나라들이 국가 정책 차원에서 ‘읽기 능력’ 향상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소개할 예정이다.그런데 우리 정부는 독서율을 높이는 데 별로 관심이 없나 보다. 정부는, 올해 약 60억 원이던 ‘국민독서문화증진 지원’을 전액 삭감했을 뿐 아니라, 아예 예산 코드 1433-308을 없앴다. 결국 내년 독서 관련 예산은 ‘독서대전’, ‘지역독서대전’, ‘책읽는도시협회지원’ 등 일부 사업들을 위한 10억 원가량뿐이다. 체육기금을 활용하는 ‘책 읽어주는 문화 봉사단’ 예산 2억 원을 합해도 12억 원이라, 올해 독서 진흥 예산 약 114억 원에 비하면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지역서점 활성화 예산이 사라져서 작은 서점에서 진행하던 작가와의 대화나 문학 행사를 내년에는 하지 못하고, 영유아를 위한 북스타트, 청소년 독서를 위한 전국청소년독서토론한마당, 성인을 위한 독서동아리 지원, 장병을 위한 병영독서 활성화 지원도 모두 할 수 없게 되었다.이 중에서 병영 독서는 2년 간 참여한 적이 있어서 그런지 더 관심이 간다. 구독자 100만이 넘는 북튜버 김송은 어려서는 책을 읽지 않다가 군대에 가서야 지인 추천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렇게 군대에서도 독서는 청년들에게 꿈을 꾸게 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는데, 내년에는 전면 폐지되었으니 안타깝다.다행히 오늘 도서관 행사는 자치단체 예산이라 내년에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크고 작은 책 문화 행사가 많아지면 독서율이 올라가고 독서율이 올라가면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줄 알게 된다. 정부는 내년 독서 예산안을 재고하기 바란다.
2023-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