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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과 믿음

등록일 2023-08-27 18:24 게재일 2023-08-2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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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희 작가
유영희 작가

지난 24일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온 오염처리수를 방류하기 시작했다. 이미 2021년에 방류를 결정했고, 올해 1월에 구체적인 방류시기를 예고한 터라 그 동안 이 문제로 찬반양론이 분분했는데, 방류가 시작되고 나니 인터넷이 더 뜨거워졌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오염수가 쌓이게 된 것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일과 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의 냉각 시스템이 파괴되어 원자로 노심이 과열되면서 시설 내 용수가 고농도 방사성 물질로 오염되었다. 이 원자로 연료봉을 식히기 위해 냉각수를 투입하고 있어서 원전에서 매일 오염수가 생성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올림픽 수영장을 500개 넘게 채울 수 있는 양이 1000여 개 탱크에 저장되어 있는데 한계에 다다라 2021년에 방류를 결정하고 이번에 첫 방류를 시작했다. 하루 약 460톤씩 17일간 7,800톤을 방류하고, 내년 3월까지 같은 방식으로 세 번 더 방류한다고 한다. 현재 저장된 오염수를 모두 방류하는 데 30년을 잡고 있다.

문제는 이 오염처리수에 삼중수소라는 방사능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국제 기준에 맞게 희석시켰다고는 하지만, 이 위험물질에 대한 불안이 해소되지는 않는 실정이라 많은 시민이 반대하고 있다. 내 지인들은 대부분 반대 의견이라 반대에 기울다가도 문제가 없다는 의견에 반박할 거리가 마땅치 않다. 반대하는 입장의 논거는, 일본이 한국과 가까우니까 위험하지 않겠느냐거나 막연히 안전하지 않다고만 할 뿐인데, 문제가 없다는 주장에는 논거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삼중 수소가 자연에도 있다는 사실, 방류기준이 리터당 1만 베크렐(삼중수소 등 핵물질의 방사능 측정 단위)인데, 현재 방류하는 물의 삼중 수소 농도는 그보다 6배 낮은 1500베크렐이라는 사실, 해류의 흐름으로 보면, 방류된 물이 한국으로 바로 오는 것이 아니고 태평양을 건너 미국과 캐나다 쪽으로 갔다가 한국 근해에 오는 데는 3년 이상 걸린다는 사실, 이런 사실을 알게 되니 방류를 반대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후쿠시마 원전이 지진과 해일로 ALPS처리 되지 않은 방사능 물질이 많이 방류되었는데, 그 후 10여 년간 태평양의 방사능 물질 농도와 수산물을 조사 결과 위험한 변화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 정도라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이 사실을 다 알아도 불안이 다 해소되지 않는다.

가장 근원적인 불안의 실체는 원자력에 대한 불안이다. 그러나 원자력을 반대하는 것과 방류를 반대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지금 국면에서 시급히 해결할 과제는 일본과 한국 정부에 대한 비호감과 불신이다. 믿음에는 사실뿐 아니라 감정도 포함되어 있다. 좋아하는 사람이 말하면 믿고 싶고, 미워하는 사람이 말하면 믿어지지 않는다. 지금은 정부가 여러 실책으로 비호감을 쌓아온 것이 무엇보다 큰 문제다. 국민의 오염처리수 불안을 해소하는 지름길은 국민을 위해 정부가 책임감 있고 믿음직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그날이 꼭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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