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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공부

등록일 2023-08-20 16:40 게재일 2023-08-2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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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희 작가
유영희 작가

경제적 여유도 많아지고 수명도 늘어나면서 평생 학습 시대가 되어 가고 있다. 자연스럽게 퇴직 후에도 계속 배움을 이어가는 사람들도 많다. 어쩌면 배움에 대한 갈망은 나이를 들면서 오히려 더 커지는 것 같다. 그렇게 배움을 찾아다니다 보니, 무엇을 배워야 할까? 배움의 목적은 무엇일까? 하는 의문도 꼬리를 잇는다. 그런 의문에 화답이라도 하듯 공부의 목적과 방법에 대한 책이 많고, 이와 관련된 영상도 많다.

공부는 이렇게 하는 거라고 조언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공부의 목적을 자아 찾기에 두고 있다. 어떤 이는 공부가 자아를 찾아 떠나는 설레는 여행이라 하기도 하고,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상상력을 발휘하라고도 한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자아란 내 마음속, 또는 나의 뇌 어딘가에 자리 잡고 앉아 발견을 기다리는 나의 본질일까, 그 본질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실체일까, 진정한 자아와 거짓 자아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모든 상상력은 허용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꼬리를 물고 나온다. ‘자아’의 의미가 사람마다 다르고 막연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아라는 추상적 개념보다는 감정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는 방법이 더 실질적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맹자는 그 옛날에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은 사단이라고 하면서 다른 사람의 불행을 차마 보지 못하는 마음이나 부끄러워할 줄 아는 마음,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마음, 사양하는 마음 같은 네 가지 도덕적인 감정을 들어 성선설을 주장했을 것이다. 이렇듯이 감정은 인간에 본질이 있다는 가정에서 인간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다.

그런데 리사 펠드먼 배럿의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서 감정에 대해 새로운 견해가 나온다. 배럿에 의하면, 감정은 인간이 가진 보편적인 속성이 아니라 뇌의 신경망이 구성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같은 인간을 놓고도, 순자는 맹자와는 다르게 인간의 감정이 이기적이라면서 성악설을 주장하는 것이다. 배럿이 본질주의에서 벗어나자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감정을 인간이 타고난 본질이라고 한다면 모든 문화권,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인식되어야 하는데 현실을 보면 그렇지 않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본질주의에 사로잡혀서 자기의 생각과 다른 집단을 배척하고 무력 충돌도 마다하지 않는다.

자아 역시 본질로서의 실재가 아니라 자신의 개념으로 구성한 실재이다. 그러고 보면, 자신이 설계한 자아를 발견하고 향유하는 것은 자아의 확장일 뿐이다. 자아가 확장되어 비대해지면 다른 사람과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서로 자신의 견해가 옳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진짜 공부란, ‘자아’가 사회적으로 구성된 ‘개념’이구나 하는 인식을 향해 가는 여정이어야 할 것이다. ‘나’는 내가 구성한 개념일 뿐이고, 그런 ‘나’가 인식하고 느끼는 것 역시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이라는 깨달음만으로도 우리의 마음은 완고함에서 벗어나 다른 존재와 대화하고 협력하게 된다. 청소년 시절에는 어려울 수도 있으나, 이런 공부는, 나이 들수록 절박하게 해야 하는 진짜 공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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