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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한국, 유연한 이민정책 강화… 외국인 근로자 이탈 막아야

미국 사회학자 홀리필드(James F. Hollifield)는 “국가의 기능은 18세기까지는 군대국가(Garrison State), 18~19세기는 무역국가, 20∼21세기는 이민국가(Migration State)로 변해왔다”고 주장한다.그의 말을 입증하듯 1990∼2000년대부터 OECD 회원국들을 중심으로 1·2차 산업의 노동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이민자 유치정책이 활발히 이뤄지기 시작했다.한국은 이민국가 후발주자다.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2010년대 후반이 돼서야 정부 차원에서 외국인들을 국내로 유치하기 시작한 것.하지만 비슷한 문제를 일찍 경험한 서구권 국가들은 냉전시기부터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펼쳐왔다. 그중 이민 정책이 가장 큰 효과를 본 국가는 호주다. 백호주의가 막을 내린 1970년대부터 호주는 인종을 가리지 않고 이민자를 대거 유입해 다문화 국가로 발돋움 했다.1990년대 중후반엔 ‘노동력 확보’와 ‘인구 증가’에 사활을 걸고 또 한 번 이민정책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이른바 호주의 2단계 이민정책(two-step migration policy)의 도입이다.‘2단계 이민정책’이란 초기에 임시비자로 입국한 외국인들이 일자리를 찾아 호주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게 되면, 그들의 임시비자를 영주권으로 전환시킴으로써 자연스럽게 호주 국민으로 흡수하는 제도. 이에 따라 지난 20여 년 동안 호주로 임시이민자 수가 급격하게 증가했고, 이는 자연스레 호주의 인구증가와 산업분야의 다양화로 이어졌다.임시이민의 증가는 호주에서만 발견되는 현상은 아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캐나다, 영국, 프랑스 등 OECD 국가들도 낮은 출산율, 고령화, 노동력 부족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숙련된 이민자들을 유치하는 방식으로 ‘2단계 이민정책’을 시작했다.이처럼 대부분의 이민 국가들은 현재 임시이민과 영주이민의 연계성을 상황에 따라 강화 혹은, 차단하는 방식의 ‘유연한 이민정책’을 운영 중이다. ‘유연한 이민정책’이 세계적인 흐름인데 반해 한국은 아직 ‘경직된 이민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법무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250여만 명 중 72%(188만 명)가 한국에 6개월 이상 거주하고 있는 장기체류 외국인이다. 이에 반해 한국에서 영주권을 발급받은 외국인은 18만5천여 명에 불과해 그 비율이 채 10%가 되지 않는다. 글 싣는 순서1. 청년층 대신하는 외국인 근로자들2. 호주, 이민국가로의 변신3. 외국인 근로자 통한 시드니의 도심 재생4. 시드니가 ‘워킹 홀리데이’ 성지된 이유5. 노동력 수혈 시급한 대구·경북의 과제□ 현재 한국의 이민정책으론 인구 증가 기대하기 힘들어최근 극심해진 인구 문제 탓에 이민정책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정부는 2027년까지 이민청 설립을 추진하고 있고, 중앙정부와 지자체들이 앞 다퉈 외국인 근로자 유치에 힘을 쏟고 있는 게 부정할 수 없는 현실.하지만 최근까지 논의된 국내 이민정책들은 모두 앞서 살펴본 호주와 타 OECD 회원국들에 비하면 단순하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이는 ‘이민문제’를 단순히 ‘노동력’ 측면에서만 생각하는 탓이다.호주와 미국 등이 ‘기회의 땅’으로 불리면서 많은 이민자를 유치했던 비결은 그들로 하여금 성공적인 정착 즉, 영주이민과 경제적 안정을 제공할 수 있는 관련 제도를 갖췄기 때문이다.한국은 그렇지 못했다. 애써 유치한 외국인들도 도망가는 형국이다. 경북도가 실시한 ‘2024년 상반기 농업분야 계절근로자 수요조사’ 결과 9061명의 인력 수요가 나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법무부 배정인원 5614명 보다 1.6배 많은 것으로, 같은 해 실제로 배정된 7432명을 크게 웃도는 수치.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동시에 귀국하는 외국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이탈은 2018년 100명, 2021년 316명, 2022년 1151명을 기록해 해마다 증가하고 추세다. 경북에서만 지난 2022년 100여 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이탈했다.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경북도는 올해부터 계절근로자의 가족도 함께 체류지에 머물도록 거주 공간을 마련해준다. 특히 포항시와 예천군은 지역 내 이주한 결혼이민자의 가족을 대상으로 계절근로자 입국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여기서 ‘계절근로자’란 단기간 일손이 필요한 농·어업 및 제조업 분야에 외국인을 합법 고용토록 해 국내로 들어오는 한시적이고 소모적인 외국인 노동자를 지칭한다. 이들에게 주어지는 한국 체류기간은 길어야 8개월이다.호주 등 OECD 국가들은 워킹홀리데이 등을 통해 임시이민자들에게 최소 1년에서 최대 3년의 체류 기간을 제공하고 있는데 비하면 매우 짧은 시간이다. 또 계절근로자로 들어온 외국인들이 성과를 인정받거나, 일정한 교육 기회를 제공받아 한국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는 제도도 아직 전무한 실정.앞서 살펴봤듯 호주를 비롯한 서구권 국가들이 임시이민자들이 영주이민자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제도적으로 제공하고 있는데 비해 한국은 임시이민자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제공해줄 제도적 방안이 거의 없다.중앙정부와 지자체들의 바람대로 이민자를 유입해 인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호주의 사례처럼 임시이민자들에게 안정적인 정착을 보장해주는 제도를 마련하는 게 시급해 보인다. “호주 정착 20년, 언어만 통한다면 인종차별·차별대우 없어요”호주 교민 백우진씨 인터뷰백우진씨는 20여 년 전에 호주로 이민을 가서 안정적인 정착을 이룬 한국인이다. 시드니를 거쳐 현재는 멜버른에 살고 있다. 그를 만나 호주 이민제도와 노동 관련 정책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정착 초기 어려움은 없었는지.△호주생활 초반에 겪었던 언어로 인한 어려움 외에도 집을 구하거나, 거주지를 정하는 게 쉽지 않았다. 지금은 호주 생활에 아주 만족하고 있다.- 호주 이민자로서의 생활은 어떤가?△호주가 다양한 출신의 이민자들로 구성돼 있다 보니, 인종차별은 정부 차원에서 아주 엄정하게 대처하고, 다문화정책이 잘 정비돼 있다. 때문에 스스로가 이민자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모두 호주 사회에 잘 융화되는 것 같다. 직장에서도 내·외국인을 다르게 대하는 분위기가 전혀 없다. 모두가 같은 혜택과 권리를 보장받는 분위기다. 또 이민자들이 워낙 많다보니 이민자를 특별하게 생각하지도 않는 사회 분위기다. 영어만 할 수 있다면, 호주에 사는 외국인이 아니라 타국 출신의 호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다.-많은 이민자들이 호주에 몰리는 이유가 뭐라 생각하는지.△앞서 말했듯 언어 문제만 없다면 타국 출신이라고 받는 차별대우가 없다. 영어라는 언어가 다양한 출신의 호주인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기에 호주 사회 구성원이 되기 위해선 영어가 필수다. 호주는 기회의 대륙이다. 취업비자를 받고, 합법적인 직장을 갖게 되면 외국인이라고 차별 받지 않는다.-“한국 노동자와 호주 노동자는 다르다”는 이야기가 있다.△호주의 환경은 ‘노동자 친화적’이다. 일한 만큼 벌고 그만큼 쉰다. 산별노조가 철저히 지켜지고 있다. 또 연방정부에서 마련한 임금 가이드라인이 잘 준수되기에 일하는 만큼 소득이 발생하고, 열심히 일하면 경제적 안정을 누릴 수 있다. 또 근무시간이 철저히 지켜진다. 퇴근 이후 업무적 연락을 금지하는 ‘연락 단절’의 자유도 있다. 휴가도 1년 근무 시 4∼6주의 유급휴가가 주어지고, 그해에 사용하지 못한 휴가는 누적된다. 10년을 근속할 경우 17주의 유급휴가가 주어진다. 직업에 귀천도 없다. 소위 말하는 ‘블루컬러’ 직종이건 ‘화이트컬러’ 직종이건 직업이 그 사람을 정의하지 않고, 일은 생계를 위한 수단일 뿐이다. 한국도 최근 적극적으로 이민 관문을 개방하고 있는데, 외국인 노동자를 유치하기 위해선 전반적인 사회 풍토가 바뀌어야 한다. 한국이 노동자들이 살기 좋은 나라가 돼야 외국인이 한국에 일하러 오지 않겠나?-호주의 이민정책을 직접 체험했다. 향후 한국의 이민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까?△한국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살다온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 그중 가장 안타까웠던 사연은 거제도의 공장에서 15년간 제조업에 종사한 후 한국에서 살기를 희망했지만 영주권을 받을 수 없어 호주로 온 경우였다. 노동비자를 영주권으로 전환하는 제도가 없다는 건 아직 한국의 이민제도가 미숙하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한국이 다문화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선 이런 문제의 해결이 필수다. 호주는 이민자들이 자신의 국가에서 쌓은 경력도 인정해준다. 그렇기에 많은 기술자들이 호주로 들어오고 있다. 이 점이 호주와 한국의 가장 큰 차이다. 한국도 단기간 필요한 노무자만을 유입시킬 게 아니라, 외국에서 키운 숙련된 기술자를 유치하는 방향으로 이민정책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끝 /구경모기자 gk0906@kbmaeil.com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7-30

관광·취업 연계 ‘워킹홀리데이’ 대박… 연간 수십만명 호주로

20세기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된 호주의 이민정책은 크게 세 번에 걸쳐 진화해 오늘에 이르렀다.그 첫 단계는 영국계를 중심으로 이뤄졌던 이민이 호주 정부의 ‘비영국계 유럽인 수용’ 정책으로 이민 대상이 다양화된 것이다.호주는 1945년 2차 세계대전 직후부터 영국인을 주축으로 하되, 동유럽과 남유럽 출신자들 또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백인 유럽인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백호주의 이민정책 기조가 폐지된 시기는 1970년대 초반.두 번째로 호주 이민정책의 대전환이 이뤄진 때는 1970년대 중반부터 후반까지다. 이 시기 호주엔 아시아인을 비롯한 비유럽인의 유입이 본격화됐고, 현재는 그 기조를 잇는 호주 이민정책의 기본 틀이 확립됐다.호주의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필요한 노동력의 충원을 위해 ‘기술이민자들’의 이주가 본격적으로 추진된 것도 이 즈음이다. 기술이민자들은 입국 이전부터 호주 정부로부터 영주를 보장받았고, 가족 재결합 즉, 가족의 초청 또한 허용됐다.이 시기엔 기술이민자와 그들의 가족이 영구거주를 목적으로 호주에 입국하고 정착하는 것이 이민자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도움이 된다는 호주 정부의 판단이 있었다. 이 때문에 영주권을 취득한 이민자의 가족 동반이 본격화된 시기인 1980년대엔 동반 가족의 수가 기술이민자보다 두 배 이상으로 많기도 했다.평균적으로 기술이민자 한 명당 아내와 자녀 등 2명의 가족을 동반했고, 이들로 인해 다양한 연령대의 호주 인구가 동시에 증가하는 모습도 보였다. 기술이민자 중심의 호주 이민체계가 다시 한 번 크게 변화하기 시작한 시기는 1990년대 중반부터다. 글 싣는 순서1. 청년층 대신하는 외국인 근로자들2. 호주, 이민국가로의 변신3. 외국인 근로자 통한 시드니 도심 재생4. 시드니가 ‘워킹 홀리데이’ 성지된 이유5. 노동력 수혈 시급한 대구·경북의 과제△한시적 이민자 대거 유입…호주 이민 정책의 세 번째 대전환1990년대 중반 호주의 이민 정책은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기존 기술 중심의 영주이민자 유입 규모도 일정 수준을 유지하면서, 단기간 체류를 조건으로 하는 한시적 이민자 수도 크게 확대하기 시작한 것.그때까지 호주에 단기간 체류하는 ‘한시적 이민자’ 대부분은 유학생들이 차지했다. 존 하워드 보수당 연합정부가 집권을 시작한 1997년부터 호주 정부는 워킹홀리데이를 비롯한 임시 비자 발급을 대폭 늘인다.이때부터 워킹홀리데이 등 임시 비자(유학, 워킹홀리데이, 457 기술이민) 발급이 본격화되면서 체류유형 또한 다양해졌다. 이런 형태의 비자가 가족 동반 및 인도주의적 비자 발급 수보다 많아졌고 그 차이는 점점 커졌다.동시에 전체 이민자 수도 이때 대폭 증가했다. 1990년대 후반 10만 명 이하를 유지하던 영주이민자 규모가 2016-2017년에 20만 명 규모로 두 배 이상 증가했고, 한시적 이민자의 수는 같은 시기에 20만 명에서 60만 명을 넘어서 3배 넘게 늘어났다.한국은 호주와 1995년 3월에 협정을 체결했다. 이후 한국인은 별다른 준비 없이 장기체류가 가능하게 됐고, 한때는 한국인 워킹홀리데이 출국자의 80%가 호주로 향했다.△‘취업·관광’, ‘워킹홀리데이’이처럼 최근 들어 호주 정부는 영주이민 유입 규모를 줄이는 대신 한시적 이민자 유입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이민정책 노선을 변경했다. 이를 바탕으로 노동시장의 인력 부족 문제를 유연하게 해결하는가 하면, 관광산업을 비롯한 전반적인 산업게의 경기 활성화 효과도 보고 있다.1990년대 중반부터 실시된 한시적 이민 제도 중 가장 유명한 정책이 바로 ‘워킹홀리데이(Working-Holiday)’ 즉 ‘관광 취업’ 비자다.‘워킹홀리데이’를 통해 호주에 입국하기 위해서는 우선 12개월까지 체류할 수 있는 비자(subclass 417)를 발급받아야 한다. 비자 신청을 위해서는 만18∼35세여야 하며 35세가 되는 해에도 비자를 신청할 수 있다.유효한 여권을 소지하고 온라인으로 호주 내무부에서 운영하는 이미어카운트(ImmiAccount)를 통해 개인 정보, 여권 사본, 부모 성명을 표시한 출생증명서 등의 서류를 제출하면 비자를 받는 게 가능하다.워킹홀리데이 비자 신청비용은 510호주 달러(약 45만 원)로 5000호주 달러(약 444만 원) 상당의 저축액이 있어야 한다.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증빙서류도 필요하다. 대부분의 경우 3주 안에 비자 발급이 완료되고, 12개월 내에 호주에 입국해야 한다.워킹홀리데이 비자로 호주에 입국한 날부터 최대 12개월까지 머무를 수 있으며 해당 기간 내에 원하는 만큼 출국과 재입국이 가능하다. 호주에 더 머물고 싶다면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총 3번까지 갱신할 수 있다.다만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다시 받기 위해서는 첫 번째 발급받은 비자 기간 내 호주 정부에서 지정한 일자리(Specified work)에서 3개월 간 근무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이 있다. ‘지정 일자리’는 농작물 경작, 나무 재배, 광업, 건설 등이 있으며 필수 충족 근무 기간은 총 3개월 또는 88일이다.세컨드 워킹홀리데이 비자도 이미어카운트를 통해 온라인으로 간단하게 신청할 수 있다. 신분증 사본과 510호주 달러를 지불하고 지정 일자리에서 3개월 근무했다는 증빙 서류를 함께 제출하면 된다. 2019년 7월부터는 지정 일자리에서 6개월간 일한 경우 호주에서 3년까지 체류 기간을 연장할 수 있게 됐다.서드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연장하기 위해서는 워킹홀리데이 비자 소지 이력과 체류 2년차에 지정 일자리에서 6개월 동안 일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로 살기 좋은 대표적인 곳으로는 시드니를 꼽는다.시드니는 오페라 하우스, 시드니 타워 등이 어우러진 화려한 도심과 전망이 수려한 ‘본다이 비치’와 같은 천혜의 자연경관이 어우러진 관광도시다. 또 대도시의 이점을 살려 워홀러들이 다양한 직군에 지원할 수 있다. 시드니는 말 그대로 노동과 관광(Working-Holiday)에 최적화된 곳으로 손꼽힌다.이 같은 이유 때문에 많은 워홀러들이 시드니를 비롯한 호주의 대도시에서 일하기를 희망하지만, 앞에서 보았듯 호주 정부는 장기체류 워홀러들에게는 거주 가능 지역을 제한하고 있다. △호주 정부, 이민제도 연계성 강화… 이민자 증가 요인현재 호주 정부는 한시적 이민자 중 영주비자 승인요건을 갖춘 입국자에게는 ‘영주권’을 부여하고 있다. 그 결과 최근 호주에서 신규 영주권을 취득한 사람 중엔 먼저 호주에 입국해 다양한 임시체류 과정을 거친 사람들의 비중이 차츰 늘어나고 있다.하지만 워홀러와 유학생이 영주권을 취득하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다.오랜 시간이 소요됨은 물론 수시로 바뀌는 이민 정책도 불안 요소 중 하나다.실제로 2000년대 초반에 유학생들의 영주 기술이민 제도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은 후 유학생들의 기술이민 비자신청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하지만, 유학생이 영주 기술비자를 취득하고 직종을 변경하는 일이 잦았던 탓에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 간 불균형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호주는 영주 기술이민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개정한다.불안정한 체류 환경 속에서도 한시적 이민자들은 호주 사회에 저렴하고 유연한 노동력을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관광산업의 소비자로서 해당 산업의 이윤 창출과 내국인 고용 유발에도 상당한 기여를 했다.이런 사정을 감안한 호주 정부는 한시적 이민자들을 수용하는 한편, 영주와 한시적 이민제도 사이의 연계성을 강화했다.제한적으로 호주에 체류하고 있는 이민자에게 특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영주권 신청 자격을 부여하고, 실질적으로 그들 중 상당수에게 영주권을 발급함으로써 한시적 이민은 영주이민으로 향하는 일종의 통과 과정이 됐다.관련 학계는 호주의 영주-한시적 이민 연계 제도화로 영주를 희망하는 한시적 이민자 수가 급증했다고 분석한다. 이러한 이민제도 연계는 호주 정부가 원했던 이민자 증대 효과를 보고 있지만, 동시에 ‘한시적 이민자들의 불안정한 사회적 지위’가 문제로 대두되기도 한다.자신의 생계와 체류조건이 불안정한데도, 영주이민을 목표로 호주에 머물고 있는 한시적 이민자들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서부시드니 대학교 산티 로버트슨(Shanthi Robertson) 교수는 지난 2016년 한시적 이민자들의 대표 부류인 ‘워홀러’들과의 면담을 통해 워킹홀리데이로 호주에 들어온 상당수가 취업을 통한 영주이민을 희망하고 있다는 점을 파악했다. 그녀는 또 “워홀러들은 숙련과 비숙련, 한시적 체류와 영주 사이에서 모호함을 겪기에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이 매우 불안정하다”고 지적했다.이처럼 노동자, 학생, 관광객의 경계에서 한시적 이민자라는 불안정한 지위를 부여 받으면서도 수많은 외국인들은 호주로 향하고 있다. 지난해엔 50만 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호주로 입국했다.외국인들이 호주 시민으로 호주에 정착해 살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만든 동력은 어디에서 왔을까?지방소멸의 위기를 극복할 대안으로 ‘이민 개방’을 내세우며 올 7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이민정책위원회를 출범한데 이어, 외국인 근로자 유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경북도가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할 대목이다./구경모기자 gk0906@kbmaeil.com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7-23

내국인 떠난 시드니 도심 빈자리, 외국인 근로자들이 채워

시드니는 호주의 문화·금융·관광의 중심지다. 또한, 호주를 상징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대표적 이민국가인 호주답게 시드니는 여러 민족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호주 통계청(ABS)이 2021년 발표한 인구조사에 따르면 시드니에 거주하고 있는 485만 명 중 40.5%(194만 명)가 이민자다. 이는 호주 전체평균인 29.1%를 훨씬 상회하는 수치.호주 전역을 살펴보면 이민자 비율 상위 10개 지역 중 5개(오번(Aurburn), 페어필드(Fairfield), 파라마타(Parramatta), 스트라스필드-버우드애쉬필드(Strathfield-Burwood-Ashfield), 캔터베리(Canterbury)가 시드니 권역에 속해 있다.특히 오번은 이민자 비율이 60%로 호주에서 태어난 사람들보다 이민자가 더 많이 산다 글 싣는 순서1. 청년층 대신하는 외국인 근로자들2. 호주, 이민국가로의 변신3. 외국인 근로자 통한 시드니 도심 재생4. 시드니가 ‘워킹 홀리데이’ 성지된 이유5. 노동력 수혈 시급한 대구·경북의 과제시드니 시민들의 민족 구성은 △영국계 (21.8%) △호주인 (20.4%) △중국계 (11.6%) △아일랜드계 (7.2%) △스코틀랜드계 (5.6%) △인도계 (4.9%) △이탈리아계 (4.3%) △레바논계 (3.5%) △필리핀계 (2.7%) △그리스계 (2.6%) △베트남계 (2.5%) △한국계 (1.4%)의 순이다.여기서 주목할 점은 호주 국적을 가진 시드니 시민 중 자기 자신의 뿌리가 ‘호주인’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20%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1970년대 중반부터 청년인구가 대거 유출되고 있는 점은 시드니와 대구·경북이 유사하다.시드니는 40여 년 전부터 중앙정부의 이민정책을 바탕으로 인구유출 문제에 비교적 유연하게 대처해왔다. 실제로 시드니는 호주에서 인구유출이 가장 극심한 지역임에도 도시로 유입되는 해외노동자들 덕에 해마다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민족·인종적 정체성을 그대로 유지한 채 ‘시드니’라는 공간에서 다양한 민족이 하나의 공동체로 공존하는 모습은 인구유출 문제 해결을 위해 다문화사회로 나아가고 있는 대구·경북에게 좋은 선례가 될 수 있을 듯하다.물론, 최근 서구권을 중심으로 자국민들과 섞이지 못하는 외국인들에 의한 사건과 사고들이 빈발하는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지역소멸과 인구감소 시대를 맞이한 지금 ‘다문화’라는 의제는 포기할 수 없는 미래형 정책 전망이 아닐까?지방도시를 중심으로 외국인 밀집지역이 증가하고, 그들이 내국인이 떠난 자리를 채워주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은 이미 다문화시대를 맞이했다고 보는 게 맞다.이미 다문화사회로 진입한 지금, 대구·경북과 비슷한 문제를 겪었던 시드니 다문화사회의 형성 과정과 현황을 되짚어 본다.△ 시드니, 경제 중심지에서 다문화 중심지로시드니는 호주대륙에 외국인 정착이 시작된 이래 뉴사우스웨일스의 주도(主都)로 꾸준히 정치·경제적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다른 국가들이 그랬듯 시드니도 처음부터 다문화 사회를 이룬 건 아니다. 1700년대 대륙 개척 이후 줄곧 백인들의 땅이었던 호주에 1851년 골드러시가 시작되면서 시드니를 비롯한 대도시에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대거 유입되기 시작했다.이 기간 중국계 이주민 인구는 급증해 이후 시드니, 멜버른과 같은 대도시의 상업, 무역업 등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아시아계 이민자들의 영향력이 커지자 불안감을 느낀 호주인들은 경기불황의 원인으로 이들을 지목하는 등 이민자들에 배타적인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이민자들에 대한 불만은 호주 전역으로 확산됐고, 급기야 1861년에는 3000명 규모의 유럽, 북미, 호주의 금광 광부들이 합심해 중국인 광부들을 공격하기에 이른다. 이 여파로 1861년부터 중국계 이민자는 지속적으로 감소했다.호주 사람들은 이후에도 이민자들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고, 급기야 호주 연방정부는 1901년 백호주의 정책을 발표한다.당시 국회의원이던 에드먼드 바튼의 발언으로 당시 호주 사회가 이민자들을 어떻게 바라봤는지 짐작할 수 있다.그는 “열등하고 부적절한 아시아 사람들이 호주에 도착해 백인 호주 사람의 미래를 위협한다”며 총리가 된 후 1901년 백호주의 정책의 일환으로 이민제한법을 통과시킨다.호주의 ‘반아시아 정서’가 바뀌기 시작한 건 1900년대 후반의 일이다. 그때 호주는 아시아의 일원으로서 정체성을 정립하기 시작했고, 1973년 백호주의 정책을 폐지하는 한편, 연이어 다문화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에 들어서며 시드니를 비롯한 대도시들의 산업구조가 급격하게 변화한다. 필요노동력을 외국인으로 충원해야했던 호주 정부는 본격적으로 이민자 유치를 위한 정책을 펼친다. △바다를 건너온 ‘이민자들의 관문’ 시드니호주가 이민자들을 대거 포용하기 시작하면서 시드니는 다문화사회 구성을 위한 이민자들의 ‘관문도시’로 역할하게 된다.‘관문도시’란 한 도시가 개인의 사회적 이동, 혹은 이주에 있어 중간지 역할을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시드니는 ‘호주의 경제 1번지’로 많은 일자리가 있다. 또한 대도시 특유의 주거 생활 인프라를 바탕으로 이민자들에게 다른 지역보다 나은 교육 환경과 생활 환경 을 제공한다. 이는 이민자들이 이주 초기 시드니에 정착하게 되는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그간 시드니는 정부의 다문화 정책을 바탕으로 많은 이민자들을 끌어들이는 동시에 그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왔다.이를 통해 이주 초기 이민자들이 호주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고, 시드니에서 축적한 경제적·사회적 자본을 바탕으로 호주의 다른 지역으로도 이동할 수 있게 해주는 배경을 제공했다. 시드니는 2016년 발표된 글로벌네트워크연결성(GNC) 조사에 의하면 호주에서 가장 많은 이민자들이 유입되는 동시에 가장 많은 인구가 유출되는 도시다. ‘인구 이동의 관문’이라는 이야기.△자국민들은 떠나는 시드니, 이민자가 채워2000년대 중반 400만 명가량이던 시드니 인구는 2021년 485만 명으로 늘었다. 시드니 광역권 인구까지 합치면 523만 명에 달한다.흥미로운 건 지난 40년간의 자료를 살펴보면, 시드니를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주한 이들의 숫자 역시 호주의 다른 주요 도시들보다 높다는 것. 이는 매년 호주로 유입되는 이민자들 중 다수가 시드니를 정착지로 선호하며, 첫 직장이나 유학생활의 출발지로 삼지만, 거기서 살다가 도시를 떠나는 이들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호주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1971년부터 2016년까지 45년간 시드니에서 호주 전역으로 유출된 인구는 71만6832명이다.시드니 거주 인구의 출생지 비율을 보면 1976년 25%에도 미치지 못했던 해외 출생자(이민자) 비율이 지난 2021년 인구조사에선 40%를 넘어섰다. 이처럼 시드니는 호주 내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유출됐음에도 해외 이민자 유입을 통해 지속적으로 인구가 늘어왔다. 이는 도시의 성장과도 무관하지 않다.내국인들이 떠난 자리를 외국인들이 채워주고 있는 시드니의 사례는 떠나가는 내국인으로 인해 침체 위기에 처한 도시가 다시 활성화되는 ‘도시재생’의 긍정적 사례가 아닐지.지속적으로 청년 인구가 외부로 나갔고 있음에도, 2023년 시드니는 ‘포화 상태’를 선언하고 도시로 들어오는 이민자들을 제한했다. 이는 ‘인구 증가’라는 측면에서 해외노동자 유입이 얼마나 큰 효과를 발생시키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아닐까 싶다./구경모기자 gk0906@kbmaeil.com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7-16

이민정책 성공 정착으로 경제 규모 ‘세계 8위’ 넘보다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조7600억 달러로 세계 14위. 호주는 1조7900억 달러로 세계 13위를 기록해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비슷한 경제 규모를 가진 두 나라지만 양 국가의 향후 경제 전망은 판이하다. 미국 워싱턴대 의과대학 산하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는 2100년 한국의 경제규모는 세계 20위로 추락하는 반면, 호주는 세계 8위로 올라설 것으로 예측했다.이 같은 전망이 나온 배경에는 ‘인구’가 중요하게 작용했다. 한국의 인구는 지난해 5174만 명에서 2100년 2678만 명으로 줄어들지만, 호주 인구는 같은 기간 2573만 명에서 4235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본 것.2023년 기준 호주의 출산율은 1.7명으로 인구 유지를 위한 출산율 2.0명을 밑돈다. 그럼에도 호주 인구 그래프는 매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무엇 때문일까?1970년대 후반부터 선진국들의 인구감소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와중에도 호주가 인구 성장 측면에서 선전하고 있는 이유는 오랜 기간 적극적으로 펼쳐온 이민정책 덕분이다. 글 싣는 순서1. 청년층 대신하는 외국인 근로자들2. 호주, 이민국가로의 변신3. 외국인 근로자 통한 시드니의 도심 재생4. 시드니가 ‘워킹 홀리데이’ 성지된 이유5. 노동력 수혈 시급한 대구·경북의 과제 □ 이민자 핍박한 호주의 백호주의(白濠主義)오늘날 호주는 미국, 캐나다 등과 함께 대표적인 다민족·다문화 신대륙 이민국가로 알려져 있지만, 처음부터 적극적 이민정책을 펼친 건 아니었다.호주에 유럽인들이 본격적으로 정착하기 시작한건 1783년부터다. 당시 영국의 죄수 736명과 관리들을 태운 배 13척이 호주로 건너왔다. 미국이 그랬던 것처럼 소수의 인원이 원주민들의 저항을 받으며 서쪽으로 개척지를 넓혀나갔다. 이후 1816년 영국 정부가 ‘자유 이주자(Free Settlers)’의 호주 입국을 허가했다.1800년대 중반까지 40만 명 정도에 불과하던 호주의 인구는 1851년 ‘골드러시’를 계기로 급속히 팽창해 세계 제1차대전 무렵에는 500만 명에 이르게 된다.호주 대륙은 풍화와 침식이 활발하게 일어나 금광이 지하 깊숙이 묻혀 있지 않다. 대량의 금맥이 대륙 곳곳 지표면에 드러나 있고, 대륙 남부의 따뜻한 기후는 포도주 생산과 농장 운영에 적합했다. 그런 이유로 영국, 미국, 중국, 남태평양 등지에서 이민자가 급증했다.이민자들이 늘어난 만큼 사회적 혼란도 심화됐다. 이민자의 폭동이 종종 발생했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행정시스템은 튼튼하지 않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호주 대륙은 엄연한 영국 영토였지만, 본토와의 거리가 너무나 멀었기 때문. 특히 영국이 호주 식민지에 데려온 청나라 출신 중국인 계약 노동자(쿨리) 4만 명 중 여성은 12명에 불과해 심각한 성비 불균형을 드러냈다. 이로 인해 수많은 사회문제를 야기되기도 했다.1851년 호주에서 거대한 규모의 금광이 발견되자 이른바 ‘골드러시’가 일어났고, 이 과정에서 중국인(당시 청나라) 노동자들이 대규모로 호주에 유입됐는데 이들은 자국민 중심으로 모였다. 중국인 이민자들이 마을로 밀려들면서 기존의 영국계 중심 호주사회와 충돌하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인 이민자들이 저임금 노동에 종사해 우리들 임금까지 낮추고 있으니 이민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이 같은 아시아인 노동자 유입에 대한 호주 백인들의 반발은 결국 호주 독립으로 이어진다. 물론 호주 자치령의 성립 배경에는 다양한 요소가 있지만, 분명한 건 이민 노동자들에 대한 호주인의 반발도 그 중 하나였다는 것은 분명하다.1901년 사실상의 독립을 선언한 호주 자치령은 ‘백인들의 호주를 추구해야 한다’는 백호주의(白濠主義) 정책을 시행해 사실상 아시아인들의 이민을 제한하게 된다. 신대륙 이민국가로 출발한 호주가 역설적이게도 한시적이지만 제한적 이민 정책을 펼친 셈이다. □ 출산율 저하, 인구 위기에 백호주의 탈피한 호주, 다민족 이민국가로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호주였지만, 194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영국과 호주는 한 나라라는 인식이 강했다.이러한 호주인들의 정체성에 금이 가기 시작한 건 20세기 초중반, 세계 1차대전과 1930년대의 대공황, 그리고 2차대전 등을 겪으면서다.특히 2차대전에서 호주 본토인 다윈이 일본군에게 폭격을 당하면서 호주인들은 “적은 인구 탓에 이웃 국가의 위협에 유효하게 대처하지 못한다”는 불안감이 커졌다.이 시기부터 호주는 유럽 각지에서 이민 초청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등 적극적 이민 정책을 추진하게 된다. 1970년대 유럽 국가들과 갈등을 빚던 호주는 아시아·태평양 국가의 일원으로 정체성을 새롭게 정립한다. 1970년 2.86명을 기록했던 호주의 출산율은 꾸준히 하락해 1978년에는 1.95명까지 떨어지게 된다. 인구대체수준 출산율인 2명을 밑돌자 호주사회에선 위기의식이 높아졌고, 아시아계 이민을 적극 받아들이는 쪽으로 정책을 전환하기에 이른다.이런 과정을 거쳐 호주의 백호주의는 막을 내린다. 호주통계청에 따르면 호주 인구는 1970년 약 1200만 명에서 2022년 2627만 명으로 증가했다. 이 중 820만 명이 이민자다. 전체 인구의 30.7%에 달한다. 이는 ‘인종의 용광로’라 불리는 미국(15.3%)의 2배가 넘는 수치다. □ 적극적 이민 정책 펼치는 호주… 인구증가로 경제 규모도 확장앞서 살펴봤듯 이민국가로 태동한 호주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중후반까지 한시적으로나마 제한적 이민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고령화와 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 문제에 직면한 후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추진하게 됐다.현재 호주의 이민정책은 기술, 투자, 가족 부문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눠져 있다.투자이민은 만55세 미만의 외국인이 150만 호주달러(약 14억 원)이상을 호주 국채에 투자하고, 225만 호주달러 이상의 개인 재산 증빙, 학력, 영어점수 등의 기타 조건을 충족하면 영주권을 부여하는 제도.기술이민은 전체 이민의 50%를 차지한다. 가장 흔한 이민 방법이다. 영어 점수, 학력, 전문기술 등에 따라 점수가 부여되는 식으로 운영된다. 호주 정부는 그간 주로 기술이민을 통해 노동인구를 늘려왔지만, “비도시지역을 중심으로 인력 공백을 메우기엔 그것만으로 모자란다”는 목소리가 계속 제기돼 왔다.이에 따라 최근 ‘SSRM 이민프로그램’이 호주 내에서 주목받고 있다.‘SSRM 이민프로그램’은 비도시지역의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 기존 청년층의 이탈로 인한 노동력 부족과 도심공동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이민자들을 비도시 지역에 3년간 머물게 하는 제도다. 도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의 인구 증가와 지속적 노동력 제공 등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호주의 전체 이민자 중 SSRM 이민자의 비중은 지난 1997년 2.3%에서 2005년에 20.9%까지 증가했고, 이로 인해 1991∼2001년(10년간) 비도시지역의 이민자 비중 또한 증가(13.7 →16.1%)했다. 또 비도시지역의 신규 이민자들의 평균연령이 32세로 상당히 젊고 이중 79%가 가족과 함께, 28%는 자녀를 동반해 이주함으로써 인구정책 측면에서도 큰 성과를 달성했다. 특히 이들의 고용률이 98%로 집계되고, 지역에서 지속적 체류율 역시 90%에 육박하는 등 인구 증가 효과만이 아니라, 지방소멸 현상을 막는데도 힘을 보태고 있다.여기에 더해 지난해 호주 정부는 외국인 노동자 유치를 위해 임시 숙련노동(TSS) 비자로 입국하는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을 30% 인상해 연 7만 달러로 정했다. 복잡한 비자 획득 절차도 단순화했다. 그 결과 지난해 6월 기준 한 해 동안만 50만 명의 이민자가 호주로 유입됐다.여타 선진국들은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호주는 그간 추진해온 적극적 이민정책을 발판 삼아 경제규모를 키우는 한편, 인구 문제에도 비교적 유연하게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영국경제연구소(CEBR)는 호주의 경제규모가 현재 세계 13위에서 2027년엔 11위로 두 계단 올라설 것으로 예상했다.CEBR은 호주가 그동안은 자원을 바탕으로 성장해왔지만, 가장 인기 높은 이민자 국가 중 하나가 되면서 앞으로는 인구증가가 호주 경제력 순위 상승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 전망했다./구경모기자 gk0906@kbmaeil.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7-09

늙어가는 대구·경북, 외국인 근로자와 공존 ‘선택 아닌 필수’

대구·경북은 전국에서 청년인구 유출이 가장 극심한 지역이다. 어느 것 할 것 없이 전 산업 분야에 걸쳐 노동인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출산율·인구 감소와 함께 청년층 외부 유출이란 두 가지 악재가 겹친 경북은 나날이 줄어드는 내국인 노동인구를 대신하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가속화되는 세계화 추세 속에서 국내 거주 외국인 수는 계속 증가해왔고, 지난해 기준 국내 거주 외국인 숫자는 한국 전체 인구의 4.87%를 넘어섰다. 학계에선 사회구성원 중 외국인 비율이 5%를 넘어서면 그 나라를 ‘다문화 사회’로 분류한다. 최근 국내 거주 외국인의 증가 추이를 볼 때 한국은 다문화 사회로의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미국과 캐나다 등의 선례를 살펴보면 다문화 사회로의 진입 과정에서 많은 혼란이 예상되지만, 우리에게 외국인 근로자와의 공존은 이제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게 됐다. 수많은 이민국가가 존재하지만 한국과 비슷하게 ‘노동력’에 초점을 맞춰 이민 정책을 실현해온 호주의 선례는 우리 사회가 참고할 수 있는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을 듯하다. 이에 호주의 이민자 현황과 정책이 우리에게 어떻게 반면교사 되고 벤치마킹될 수 있을지 점검하고, 대구·경북의 외국인 근로자 유입 실태와 미래 전망을 짚어보는 기사를 5회에 걸쳐 연재하고자 한다. 글 싣는 순서1. 청년층 대신하는 외국인 근로자들2. 호주, 이민국가로의 변신3. 외국인 근로자 통한 시드니의 도심 재생4. 시드니가 ‘워킹 홀리데이’ 성지된 이유5. 노동력 수혈 시급한 대구·경북의 과제□ 대구·경북 “일할 사람이 없다”대구·경북은 전국에서 가장 빨리 지역소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지역의 저출산과 고령화 추세는 타 지역과 유사한 수치를 보이지만, 부양비 부담이 큰 고령인구의 비율 증가 속도와 청년인구 유출로 인한 노동인구 감소만을 놓고 보자면 대구와 경북은 한국 전체에서도 위험 수위로 손꼽힌다.지난 2022년 한국고용정보원이 실시한 ‘노년 부양비’(만15~64세 100명 대비 고령인구 수) 집계에서 상위 10개 지자체 중 7곳이 대구·경북(의성, 군위, 청송, 영양, 봉화, 영덕, 청도)에 속한 지방자치단체인 것으로 드러났다.이처럼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청년인구 역외 유출로 인해 지역의 중소기업과 농가들은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경북도에 따르면 지난 2018년을 기준으로 8559개였던 경북의 빈 일자리가 2023년에는 1만1599개로 늘었다. 급속하고 가파른 속도의 그래프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대구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시의 설명에 의하면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6337개의 일자리가 비어있는 상태다.□ 청년층을 대신하는 외국인 근로자지역의 노동 인구 감소세가 심화되자 경북도는 비어있는 일자리를 메우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선택했다. 내국인 청년들이 대구·경북을 떠나고 있는데 반해 외국인 청년 노동인구의 유입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경북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은 총 10만4564명으로 전년 대비 6367명 증가했다. 주목할 점은 이중 20∼30대가 5만5477명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 현재 경북에서는 외국인 근로자 2만474명이 5627개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다. 대구시까지 더하면 3만 명이 넘는 외국인이 현재 대구와 경북 지역에서 노동자로 근무하고 있다.특히 경주시는 전체 근로자 중 약 18%(4439명)가 외국인일 정도로 이제는 외국인 근로자가 지역경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실제로 경주의 식당 주인들은 “외국인 종업원이 없으면 가게 운영을 그만둬야 할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한다.이처럼 외국인 근로자들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E9(비전문취업 비자)을 통해 경북으로 들어오는 외국인 수가 크게 증가한 것은 데이터로도 드러난다.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3월 경북의 E9 외국인 근로자는 1만6737명으로 지난 2022년 3월의 1만243명 보다 63.4% 늘어났다.외국인 근로자 수가 많아질수록 이들의 경제활동 반경도 자연스럽게 넓어지기 마련. 초기에는 제조업과 농어촌 단순 노무를 중심으로 유입되던 외국인 근로자들을 최근엔 서비스업을 비롯해 건설 현장에서도 쉽게 만나볼 수 있게 됐다.특히 파종·수확기 등 집중적으로 일손이 필요한 농업과 어업 분야에 외국인을 고용하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가 큰 호응을 받으며, 이들 계절근로자의 수 도 매년 늘어나는 상황이다.법무부가 운영 중인 이 프로그램의 경북 배정 인원은 2022년 2577명에서 올해는 8873명으로 3년 만에 3배 이상 대폭 증가했다.포항시의 경우 지난 2017년부터 수산 분야에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를 도입, 과메기 제조·생산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포항에서 과메기 건조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어업 인구가 많이 줄어든 만큼 이제는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과메기 생산이 불가능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호소했다. □ “외국인 근로자 모십니다”몇 해 전부터 중앙정부를 중심으로 인구소멸 극복을 위해 이민관리청 설립을 추진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이민정책이 추진되고 있다.이런 상황이니 한국 지자체 대부분이 너나 할 것 없이 이민·외국인 정책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게 부정하기 힘든 현실이다.어렵게 말할 것 없이 향후 한국의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된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선 당장 부족한 인력을 충당할 수 있는 외국인 근로자와 이민자 유치가 절실한 탓이다.경북도는 올해 지방시대정책국에 외국인공동체과를 신설해 이민·외국인 근로자 관련 정책 수립과 시행에 고심 중이다. 또한 경북도는 지난 4월엔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이민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도는 향후 이민자 유치와 유학, 취·창업, 정착까지 이민자를 위한 모든 과정을 일괄적으로 원 스톱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역 참여형 비자 제도인 광역비자(R비자) 도입과 우수 인재 패스트트랙 확대, 경북 인재유치센터 설치, 이주민의 취업 지원을 위한 외국인 전용 ‘K드림 워크넷’ 시스템 등을 구축하고 있다.이처럼 중앙정부와 지자체들이 외국인 인력 확보를 위해 속력을 내고 있지만, 아직까지 지역 중소기업들이 원하는 만큼의 숫자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대구와 경북의 중소기업들은 “20만 명 정도의 외국인 근로자가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올해 고용허가제로 국내에 들어올 외국인 노동자는 16만5000여 명. 3만 명 이상이 모자라다는 이야기가 된다. 거기에 외국인 근로자들의 수도권 쏠림 현상도 갈수록 심화되는 모양새다. 통계청의 ‘2023년 이민자체류실태 및 고용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경북권의 외국인 취업자 수는 6천700명으로 전국 총 인원인 92만3000명의 6.7%p에 불과하다. 반면, 서울 등 수도권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취업자 수는 53만9000명으로 전체의 58.3%를 차지하고 있다.□ 지자체가 주도하는 이민 정책은…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효율적인 외국인 근로자 유치·이민 확대 정책을 위해 지자체가 주도권을 쥐고 실정에 맞는 현실적 정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이에 귀 기울인 경북도는 최근 2030년까지 외국인 10만 명을 추가로 정착시키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외국인 근로자 유치에 동분서주하고 있다현재 도는 기존의 외국인 정책에 더해 해외 현지에서 한국어와 관련 기술을 교육해 인재를 만들고, 이들을 국내에 유입시킴으로써 경북에서 바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취업 지원체계도 마련할 예정이다. 이에 더해 경북도에서 필요한 외국인 인력을 중앙에 건의하면 정부가 비자를 발급해 주는 형태의 ‘지역 기반형 외국인 광역비자’ 추진에도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지금으로선 중앙정부가 비자의 설계부터 발급까지 모든 과정을 담당하고 있어 외국인의 수도권 집중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외국인 근로자 도입을 통해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인구 감소에 대응하는 외국인 이민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비등하고 있다.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열린 ‘지방소멸 위기-실천적 방향과 대안’ 세미나에서 경북도는 광역비자 제도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외국인 정책 방향은 1세대 1노동자에서 2세대 핵가족 정주형 정책으로 나아가야 하며, 지역이 필요한 외국인 인력과 우수 인재를 주도적으로 선정하고 유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최근엔 경북도뿐만 아니라 전라남도에서도 지자체가 주도권을 쥐고 외국인 근로자 이민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김영록 전남지사는 지난 4월 시도지사협의회 임시총회에 참석, “광역지자체가 비자 권한을 가지고 지역에 필요한 외국 인력을 주도적으로 유치하는 광역비자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에 대해 경북도 관계자는 “현재 위기 상황인 인구 감소 극복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이민자를 통해 지역의 활로를 찾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구경모기자 gk0906@kbmaeil.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