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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베이비 박스

우정구 논설위원 베이비 박스는 키울 수 없는 어린 아기를 두고 가는 장소를 이르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선 베이비 박스가 정부와 상관없이 민간에 의해서만 자체 운영되고 있다.서울의 한 교회 목사가 2009년 처음 만든 것이 시초다. 이 목사는 한 대학병원 의사의 부탁으로 부모가 병원에 버려두고 잠적한 장애아를 거둔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베이비 박스는 원치 않는 아이를 가졌거나 양육이 불가능한 산모가 최후로 선택할 수 있는 보루로 알려진 장소다. 우리나라서는 지난 14년 동안 베이비 박스에 들어온 아이가 무려 2천220명에 이른다고 한다.베이비 박스의 원조는 유럽이다. 중세시대에는 꽤 많았다고 전한다. 공식기록으로는 1198년 교황 이노첸시오 3세가 이탈리아 전역에 베이비 박스를 시행한 기록이 있다. 당시 영아살해 사건이 자주 발생해 원치 않는 아이를 대신 처리하는 방안으로 고안한 것이라고 한다. 독일과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지서는 지금까지 베이비 박스가 유지된다.베이비 박스 운영을 두고 옳다, 그렇지 않다는 찬반 논란이 지금도 이어져 오고 있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버려질 아이의 생명을 살리는 생명박스”라는 주장과 “영아 유기를 조장한다”는 반론이 반복 제기되는 것이다.최근 감사원이 미출생 신고 아동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이면서 신생아 유기사건 등이 드러나자 버려진 아이를 받아온 베이비 박스에 대한 우리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베이비 박스에 두고 간 아이가 법률적 유기로 해석되면서 관련 친모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고 한다.경위야 어쨌던 정부를 대신해 신생아의 생명을 지켜온 베이비 박스의 역할이 컸음을 부인할 수는 없는 일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7-04

총선 9개월전…여당은 혁신안해도 되나

심충택 논설위원 내년 4·10총선이 9개월 정도 남았다. 여야가 한창 외연확장을 위해 혁신안을 내놓거나 인재를 발탁할 시기다. 그런데 의외로 집권당이 조용하다. 민심을 흔들만한 이슈를 능동적으로 내놓지 못하고 민주당을 공격하는데만 당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을 내조하는데 만족하는 것 같다. 상대적으로 민주당은 역동적이다. ‘김은경(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혁신위’가 중심이 돼 중도유권자의 마음을 끌만한 쇄신안도 내놓고 있다.민주당 혁신위는 조만간 ‘꼼수 탈당’ 방지책을 핵심으로 한 2호 쇄신안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각종 비위 의혹이 터졌을 때 당 차원에서 징계도 받기 전에 탈당한 뒤 슬그머니 복당하는 행위를 제도적으로 막겠다는 것이다.최근 돈봉투 의혹과 코인(가상화폐) 투자에 연루된 의원들이 조사를 받기 전에 자진 탈당하면서 꼬리 자르기를 한다는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하다. 민주당 혁신위는 지난달에는 1호 쇄신안으로 ‘의원 전원의 불체포특권 포기’를 내걸어 주목을 받았었다. 당내 반발이 심해 무산될 가능성이 크지만, 민주당이 총선에 대비해 외연확장을 서두르는 역동성은 충분히 감지된다.국민의힘은 김기현 대표 체제 이후 아직 유권자를 감동시킬만한 쇄신책 하나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김은경 혁신위’에 대해서는 “혁신위원장 할아버지가 온다고 한들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라며 평가절하하고 있다.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에 뒤지는 여당이 할 소리는 아닌 것 같다. 내년 총선이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짙다고 하지만, 당 지도부는 ‘청년에게 인기없는 정당, 특정지역 정당’이라는 한계를 주도적으로 극복해야 한다.여당 지도부는 최근 하태경 의원이 TV 대담프로에 출연해 이준석 측근인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을 과감하게 포용해야 한다는 말을 흘려들어선 안 된다. 내년 총선의 승패는 수도권과 2030 청년세대가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2030유권자 수는 1천400만명이다. 이들은 대부분 이데올로기에 얽매이지 않는다. 이들에게 한표라도 더 얻으려면 알량한 기득권을 모두 버리고, 정책과 공천에서 깜짝 놀랄만한 쇄신안을 내놓아야 한다. ‘천아용인’은 지난번 당 지도부 경선 때는 모두 탈락했지만, 수도권과 2030세대 지지를 견인할 역량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일각에선 여당이 내년 총선에서 170석을 얻을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는 모양이다. 윤석열 정부 국정운영에 대한 자신감에서 나온 판세분석인 것 같은데,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다. 이런 식으로 자만하면 순식간에 훅 날아갈 수 있다.최근 윤 대통령에 대한 20대 지지율은 30% 안팎이다. 절반 이상이 비토세력이다. 30대 지지율도 20대와 비슷하다.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민심과 2030세대를 우호세력으로 확보하지 못하면, 민주당에 절대 이길 수 없다. 지금처럼 무력한 집권당 신세를 벗어나려면, 당내에서 ‘민주당 혁신위’ 같은 젊은 쇄신그룹이 활발하게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

2023-07-04

7월이 되면 생각나는 이육사 詩 ‘청포도’

“내 고장 7월은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먼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하늘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내가 바라던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먹으면두 손을 함뿍 적셔도 좋으련,아이야 우리집 식탁엔 은쟁반에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이육사(李陸史) ‘청포도’해마다 7월이 오면 잊히지 않고 떠오르는 시가 하나 있습니다.이육사가 이 시를 지은 것은 1930년대, 그의 나이 30대 초반 무렵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내 고장’이라 일컫는 곳이 그가 태어나 16세까지 자랐던 고향인 경북 ‘안동’인지, 아니면 형무소에서 나와 친척 형 집에 잠시 머물렀던 ‘포항’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시에 나오는 ‘하늘빛 푸른 바다’와 ‘흰 돛단배’로 미루어 경북 포항이 아니었을까 짐작이 됩니다. 안동에서는 바다를 볼 수 없기 때문이지요.다른 시들에 비해 시 ‘청포도’가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은 이 시가 지닌 독특한 시각적 효과 때문이기도 합니다.마을에 전해오는 오랜 전설처럼, 푸른 포도가 주저리주저리 열린 바닷가 언덕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하늘과 맞닿은 먼 곳에 수평선이 길게 펼쳐져 있고, 그 수평선을 넘어 흰 돛단배 하나가 바람을 안고 곱게 밀려옵니다.그 배에는 시인이 그토록 애타게 기다려 왔던 손님이 타고 있을 것이고, 청포를 입고 고달픈 몸을 이끌며 그가 찾아오면 시인은 그와 함께 식탁의 은쟁반에 놓인 청포도를 두 손이 함뿍 젖도록 따먹을 꿈을 꿉니다.이 시가 지닌 시각적인 효과를 더욱 아름답게 돋보이게 하는 것은 ‘푸른색’과 ‘흰색’의 조화입니다.‘청포도’, ‘하늘’, ‘푸른 바다’, ‘청포(靑袍)’가 나타내는 푸른색과, ‘흰 돛단배’, ‘은쟁반’, ‘하이얀 모시 수건’이 상징하는 흰색의 대비는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던 시를 읽는 이들에게 한 폭의 수채화처럼 맑고 아름다운 ‘순수(純粹)’를 안겨 줍니다.이 시만으로 이육사를 오직 순수한 서정(抒情)을 추구하는 낭만파 시인으로만 여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실제로 그는 ‘낭만’과는 거리가 먼 열렬한 행동파 독립운동가였습니다. 그는 ‘의열단(義烈團)’의 열혈 단원이었습니다. 일본 제국주의에 가장 적극적이고 치열하게 맞섰던 독립운동 단체의 행동대원이었지요.이육사가 39년의 짧은 생애 동안 17번이나 감옥을 출입한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이육사’라는 이름이, 1927년 대구은행 폭파사건에 연루되어 대구형무소에서 복역할 때, 수인번호 ‘264’에서 따온 것이라는 사실은 비교적 많은 이들이 알고 있지요. 독립운동을 하는 동안에도 그의 생활은 아무런 외부의 지원 없이 궁핍하기 짝이 없었습니다.“형제가 서로 의지하여 밤낮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으나, 보잘 것 없어서 아침에는 끼니거리가 없고, 저녁에는 잠잘 곳이 마땅치 않으니 한탄스럽기 짝이 없을 뿐입니다.” 대구에서 동생과 살며 신문기자로 일할 때 친구에게 쓴 편지 내용입니다.독립운동을 위해 1943년 베이징에 건너갔던 이육사는 그 해 돌아가신 어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귀국했다가 동대문경찰서 형사에게 체포되지요. 피체(被逮) 후 중국 베이징 형무소로 이감되어 대나무로 살점을 도려내는 등의 참혹한 고문을 받다, 결국 1944년 1월 16일 39세를 일기로 그곳에서 순국(殉國)하고 맙니다.죽는 날까지 이육사가 꿈꾸었던 것은 오직 하나, 조국의 독립이었고, 이에 대한 열정은 그의 시들에 ‘기다림’의 표현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시 ‘청포도’의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올 손님’이라든지, ‘광야(曠野)’의 ‘백마 타고 올 초인(超人)’은 그가 그토록 오랜 세월동안 애타게 기다려 온 독립된 조국을 상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에 덧붙여, 다른 시 ‘꽃’에도 조국의 독립에 대한 기다림이 절절한 비원(悲願)으로 잘 나타나 있지요.“북쪽 툰드라에도 찬 새벽은눈 속 깊이 꽃망아리가 옴작거려제비떼 까맣게 날아오길 기다리나니마침내 저버리지 못한 약속이여.”이토록 애달프게 기다리던 조국의 독립을 못 본채 먼 이역 땅에서 외롭게 숨져간 이육사의 유해는 1960년 그의 고향 안동에 이장되어 비로소 독립된 조국에서의 안식을 얻게 됩니다.많은 이들은 이육사를 낭만적인 시인으로서만 기억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표작인 ‘청포도’가 지닌 아름다운 서정성 때문에 말이지요. 그러나 ‘시인’으로서의 역할은 그의 전 생애의 일부분에 불과합니다.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7월을 맞으며, 일제에 맞서 처절하게 싸웠던 독립운동가로서의 이육사에 대해 많은 분들이 보다 깊은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의 생애를 짧게나마 되짚어 보았습니다. /경북매일 애독자

2023-07-03

사람값이 제일 싼 나라

홍덕구 포스텍 소통과공론연구소 연구원 때 이른 폭염이 찾아온 지난 19일, 경기도 하남시의 외국계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일하던 30대 노동자가 사망했다. 주차장에는 변변한 냉방장치가 없었고, 건물 5층에 마련된 휴게실이 있었지만 5층까지 이동하려면 3시간마다 주어지는 15분의 휴식시간이 거의 끝나버리기 때문에 주차장 근무자들은 그 휴게실을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 주차장은 벽면이 뚫려 있는 구조다. 근무자들은 햇볕과 열기에 그대로 노출된 주차장 구석에서 휴식을 취할 수밖에 없다.사망한 30대 노동자의 업무는 쇼핑카트를 회수해 매장 입구 쪽으로 옮기는 일이었다. 매장은 항상 손님들로 붐볐고, 쇼핑카트는 한 시간에도 200여 개씩 쏟아져 나왔다. 그는 섭씨 33℃에 달하는 폭염 속에서 철제 카트 수십 개씩을 밀고 다니며 하루 4만3천 보, 약 26km를 움직였다. 해당 대형마트 체인은 양질의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포털사이트에서 해당 대형마트 이름에 ‘추천템’을 더해서 검색하면 수많은 제품들이 검색된다. 공산품, 식품 등 상품의 종류도 다양하다.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유통구조를 혁신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다고 한다. 소비자에게는 더없이 좋은 일이다. 그런데 이 마트가 저렴하게 판매하는 상품에는 사람, 즉 서비스도 포함되어 있다. 행복하게 쇼핑을 마치고 나온 사람들에게 마트 직원이 카트를 정리해 주는 서비스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주차장 근무자들에게는 제대로 된 냉방장치도, 휴게실로 이동해서 휴식할 충분한 시간도 주어지지 않았다.‘사용한 카트를 제자리에 돌려놓자’라는 공중도덕 차원의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가 어떤 상품을 아주 저렴하게 구입했다면, 그 상품의 생산-유통-판매 과정 중 어딘가에서 ‘마른 수건에서도 물을 짜내는’ 원가 절감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리고 가장 쉬운 원가 절감 방법은 기술혁신이나 생산성 향상이 아니라 인건비 절감이다. 이 사실을 사회구성원 모두가 통감하지 못하는 이상 이와 같은 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저출산과 고령화, 인구절벽 문제로 국가 소멸이 우려된다고들 한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에 불과했다. 평균적으로 한 명의 여성이 0.78명의 자녀를 낳는다는 뜻이다. 결혼을 선택하지 않는 사람의 비율을 뜻하는 ‘비혼율’도 매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특히 소득분위가 낮은(임금소득이 낮은) 계층일수록 비혼율이 더 높게 조사된다. 무엇이 한국 사회를 이렇게 만들었을까?양질의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드는 것이 중요한 원인이 된다. 지금 한국은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양질의 일자리는 감소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자동화·무인화로 대표되는 산업구조의 변화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성장도 결국 사람을 위한 일이다. 로봇과 AI 기술이 생산성을 극적으로 향상시키고 인건비를 제로에 가깝게 만든다 하더라도, 그렇게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를 이용할 사람이 없다면 아무 소용없는 일이다. 더 큰 이윤을 위해 아무렇지 않게 사람값을 ‘후려치는’ 풍토를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는 이상, 한국 사회에 미래는 없다.

2023-07-03

몸이 쓴 말은 다르다

김규인 수필가 요즈음 대중 매체에서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의 자질을 시비하는 기사가 자주 뜬다. “2019년 심석희 선수 미투와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으로 체육계가 떠들썩했을 때도 장미란 차관은 침묵했다” 어느 국회의원의 말이다. 별로 꼬집을 게 없어서 별걸 다 트집을 잡는다는 생각이 든다.“내가 1등을 하고 싶으니까, 상대의 노력을 무시하고 실패하기를 바라는 모습이 너무 부끄러웠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했던 장미란 교수의 말이다. 인생의 황금기를 무거운 역기를 들고 힘겨운 싸움을 했던 선수의 너무 솔직한 표현이다. 누구인들 왜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았을까.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조국에 메달을 선물하고, 이후 세계역도선수권 대회를 3연패하고,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 2012년 마지막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기까지 긴 시간을 세계 역도의 정상으로 자신을 관리했다. 오랜 시간 정상을 유지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닦으며 몸을 만들어야 가능한 일이다. 늦잠을 자며 쉬고 싶은 날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일어나 역기를 드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다. 남들이 기록을 위해 금지 약물 복용의 유혹에 빠질 때도 역기를 드는 것은 그가 진정으로 역도를 사랑했기 때문이 아닐까.학업도 게을리하지 않고 성신여대 석사, 용인대 체육학 박사에 이어 미국 켄트주립대에서 스포츠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여기서 더 나아가 장미란재단을 설립하여 비인기 종목 선수와 스포츠 꿈나무를 후원하였다. 그의 따뜻한 마음은 사회 배려 계층을 위해서도 손을 내밀었다.오랜 시간 체육계에 몸을 담아 내부의 일을 누구보다 잘 알며 온갖 어려움에도 자기 일은 소리 없이 하는 사람, 마음은 낮은 데로 향하고 사회의 약자에게 따스한 손을 내밀 수 있는 사람,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눌 줄 알고 묵묵히 자신을 닦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 사람이 차관의 적임자가 아닐까.일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다. 일이 있을 때마다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사람은 정치인들이다. 말로는 국민을 위한다고 하며 실제는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단체의 이득만을 쫓는 무리가 요즈음 정치인들의 행태가 아닌가. 공직자라면 말보다는 몸이 먼저 국민들의 아픈 곳을 어루만지고 찾을 줄 알아야 하지 않는가.우리나라도 오른 물가에 살림을 걱정하고, 높은 보증금으로 전세를 사는 사람들은 떨어진 집값에 맡긴 전세금을 걱정한다. 집값을 잡아보겠다고 책상에서 쏟아낸 고집스러운 정책의 결과가 너무나 혹독하다. 너무나 쉽게 헐어버린 곳간을 채우느라 정부는 허리띠를 졸라매느라 정작 돈이 필요할 때 돈을 쓰지 못한다. 입이 앞선 공직자의 폐해가 너무 쓰라리다.“자신이 주어진 곳에서 열심히 일상을 사는 것이 애국하는 일이다.” 러시아와 전쟁하는 우크라이나의 한 아주머니의 말이다. 힘든 전쟁의 시간을 겪으며 몸이 하는 말이다. 언제나 입보다 몸이 써낸 한마디는 무게가 다르다. 그들의 삶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몸으로 말하는 차관의 발탁을 환영한다. 우리에게는 정직하고 몸이 앞서는 공직자가 필요하다.

2023-07-03

열린 마당, 안동 하회별신굿탈놀이

안동 하회마을에 가면 특별한 가면극이 있다. 하회별신굿탈놀이라 칭하는 이 공연은 본래 마을 수호신을 위한 제의이자 마을 사람끼리의 화합을 기원하던 행사로 대략 10년에 1회쯤 열리는 가면극이었다고 한다. 주로 원시종교 가면극은 대략적인 극의 형태만 정해져 있을 뿐 세세한 각본은 정해져 있지 않고, 광대들이 신의 계시를 통해 당시 사회의 이슈를 다루며 즉흥연기로 하던 공연이다. 그래서 관객과의 소통과 공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회별신굿탈놀이도 음력 12월 29일부터 정월 보름까지만 치러졌으며, 탈광대들이 장기간 합숙하며, 몸을 정갈히 하였고, 신내림에 의해서만 연행되었다. 대략적인 마당 순서와 내용만 정해져 있을 뿐 세세한 각본은 없었다. 이후 보존회를 통해 복원되면서 무형문화재로서 극본이 마련되었지만 본래 가면극의 기능인 관객과의 소통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연희자가 공연에 무엇을 담고 무엇을 표현하는가에 따라, 관객이 어떤 장면에 호응하는가에 따라 하회별신굿탈놀이는 시대에 발맞추어 열린 공연을 지금도 이어간다.하회별신굿탈놀이는 고려 중엽(12세기)부터 800년을 이어 현재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1928년에 열린 별신굿을 끝으로 전승이 단절되었다가 남아있는 채록본을 바탕으로 복원하였다. 1964년 하회탈 국보 121호로 지정, 1973년 하회가면극연구회 창립, 1978년 연행 유경험자 이창희 발굴 등 복원에 힘써오다 1980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1997년 상설 공연 시작, 2010년 하회마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2022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인정받았다. 현재 하회별신굿탈놀이는 보존해야 할 무형 문화유산이자 하회마을의 대표 관광상품이며 동시대성으로 소통과 화합을 유도하는 공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풍물놀이를 시작으로 무동을 탄 각시탈이 마당을 한 바퀴 돌면서 시선을 끈다. 마을에 전해지는 설화에 따르면 이 각시는 마을의 수호신이다. “하회마을의 허도령이 신의 계시를 받아 금줄을 치고 탈막 안에서 탈을 깎았다. 백일 기한으로 깎는데 마지막 날에도 허도령이 나오지 않자 그를 사모하던 김씨 처녀(17세)가 탈막을 몰래 엿보았다. 마지막 탈인 이매탈을 깎고 있던 허도령이 탈의 턱을 완성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피를 토하고 죽었다. 이에 김씨 처녀도 번민하다 죽음에 이른다. 처녀가 죽은 뒤 당방울이 날아와 떨어졌는데 그 자리에 서낭당을 세워 서낭신으로 모시고 해마다 당제를 올렸다. 몇 해에 한 번씩 초례와 신방 행사를 치러 서낭신을 위로하고, 탈춤을 추었다.” 하회마을은 고려 중엽 허씨가 자리를 잡고 안씨가 들어왔으며 조선시대에는 류씨가 기득권을 획득한 마을로 알려져 있다. 탈 제작자 허도령이 마을에 처음 안착한 허씨와 성이 같다는 것이 설화의 신빙성을 더한다.다음 주지마당에서는 주지 한 쌍이 마당을 정화하고 풍요와 다산을 비는 춤을 춘다. 주지는 들짐승·날짐승·어류의 습성을 모두 가진 상상의 동물이다. 백정마당은 백정이 소를 죽여 소 생식기를 관객에서 파는 장면이 주를 이룬다. 하회별신굿탈놀이에서는 남자배역은 몽두리춤이라 하여 동작이 크고 땅을 내리찍는 듯이 추고, 여자배역은 오금춤이라 하여 무릎이 서로 맞닿듯이 춘다. 백정은 몽두리춤을 추어 캐릭터의 성격을 잘 드러내었다. 중마당에서는 부네를 유혹하는 파계승과 이를 비판하는 초랭이와 이매가 등장한다. 이 마당은 본래 무언극이었으나 현재는 유언극으로 변화하였다. 부네는 작은 첩의 역할로서 분칠한 얼굴, 붉은 입술, 요염한 표정이 특징이다. 각시탈과 함께 턱이 분리되지 않아 가부장 사회에서 말을 쉽게 하지 못했던 상황을 짐작하게 한다. 이와 반대로 기득권층인 파계승·양반·선비는 턱이 분리되어 있다. 하인 초랭이탈 역시 턱이 붙어있는데, “입은 삐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해야 한다”는 말처럼 삐뚤어진 입을 가지고 있다. 초랭이와 이매를 통해 기득권층에 대한 비판적 정서와 바보의 역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때 이매의 넋두리는 별도의 마당은 아니지만 관객을 마당에 초대하는 장면의 호응이 높아 하나의 마당으로 분리해도 좋을 정도로 시간이 늘어났다. 양반선비마당은 양반이 일방적으로 선비에게 지는 형식으로 진행되며, 백정의 소 생식기를 서로 갖겠다고 싸우다 할미에게 일침을 당하면서 마무리된다. 공연자끼리 말다툼이 많아 지루하여 축소된 부분이 있으며, 과거 공연 때보다 갈등의 전개가 빠르게 진행된다. 공연은 다시 풍물 소리가 들리며 모든 공연자가 어우러져 춤을 춘다. 마지막으로 혼례와 신방마당은 서낭신을 위로하는 마당으로 아무도 보지 못하게 비밀스럽게 진행된다고 한다.하회별신굿탈놀이는 지금도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과거에는 액운을 막고, 기득권층에 대한 비판을 공연에 담았다면 지금은 관객과의 호응과 공감으로 화합을 이루는 것이 주가 되었다.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변화하는 동시대성을 지닌 예술이자 800년을 이어온 전통가면극인 하회별신굿탈놀이는 지금도 열린 공연으로써 우리 곁을 함께하는 문화유산이다.◇ 최정화 스토리텔러 약력 ·2020 고양시 관광스토리텔링 대상 ·2020 낙동강 어울림스토리텔링 대상 등 수상/최정화 스토리텔러

2023-07-03

과연 글쓰기는 우리에게 무엇이었을까

빌렘 플루세르. 미디어 학자인 빌렘 플루세르(Vilem Flusser)는 “글쓰기에 미래는 있는가” 하고 질문했던 적이 있다. 물론 플루세르는 이 글쓰기를 책이라는 미디어와 더 관련시켜 논의하고 있긴 하지만, 글쓰기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감각적 이미지의 저장장치와 전송속도의 발전으로 인해 어떤 인간의 감각과 다른 인간의 감각 사이를 연결하는 추상적인 형태의 글쓰기는 사실 그 매개로서의 역할을 잃어가고 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아무리 부정하고 싶어도 카페나 대중교통 안에서 글쓰기가 아닌 영상으로 사유를 배운 유튜브-네이티브들이 모두 제각기 스마트폰을 쥐고 영상에 열광하고 있는 것을 보면, 순간 다가올 미래에 대해 덜컥 겁이 나기도 한다. 바야흐로 우리는 지금 책의 시대를 빠져나가고 있으며, 글쓰기의 미래 역시 그리 낙관할 수만은 없다.새로운 미디어의 발달은 글쓰기가 갖는 매개의 불투명한 영역을 삭제하여 모든 인간이 다른 인간의 직접 경험에 구체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자유를 부여한다. 작은 스마트폰의 화면을 통해서라면, 우리가 글쓰기로 어떻게 해도 다가가기 어려웠던 타인의 생각이나 감정, 감각, 그리고 일상에 직접 접속할 수 있다. 그러니 메타적이고 추상적인 문자와 그 연결로서 글쓰기라는 논리를 통한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소통은 이제는 더 이상 아무런 입지를 갖기 어렵다. 조만간 우리는 글쓰기가 전혀 중요하지 않은 시대로 접어들게 될 지도 모른다. 물론, 어떤 대상이 갖고 있는 권위가 땅에 떨어진 뒤에야, 우리는 그것이 담고 있는 의미를 직시할 수 있다. 그러니, 우리가 책과 글쓰기가 가진 의미에 대해 논의해야 하는 시기는 어쩌면 바로 지금일지도 모른다. 과연 우리에게 글쓰기는 무엇이었을까.한때 글쓰기는 인간이 가진 사유의 형태와 색깔, 그리고 그 깊이를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었다. 좀 더 어려운 말로 해본다면, 피와 살을 가진 구체적인 감각을 영위하는 인간에게 메타적 인지와 사유를 가능하게 해주는 유일한 수단이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렇게 추상적 개념의 문자화와 그 연쇄로서 글쓰기는 인간의 사고를 확장시켜주는 매개로서의 의미를 갖는 것이었다. 문자와 글쓰기에는 아무런 감각적 이미지도 존재하지 않지만, 그것은 인간이 가진 감각과 감정, 사유를 불러일으키는 회로를 작동시킨다. 여전히 대학에서 신입생에게 앞으로의 대학 강의를 듣기 위한 도구로서 독서와 글쓰기를 가르치는 것은 아마 글쓰기가 가진 그 의미와 가치에 대한 기대에서 비롯된 것이리라.어쩌면 글쓰기가 갖고 있는 불편함이란 바로 글쓰기가 갖는 가치에 해당한다. 눈을 가린 채, 그것이 상상력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한다고 강변하는 것이나 다름 없는 것이다. 구체의 것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으니 답답하기 짝이 없지만, 그를 통해 사유의 힘과 상상력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되는 것이라니, 그것에 가치를 둘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감각과 감정과 사유를 기록할 또 다른 미디어적 혁명이 일어나게 된다면, 그토록 불편한 글쓰기가 인간의 능력을 평가하는 척도가 될 수 있을까.물론, 우리 인간이 글쓰기를 완전히 포기하는 날은 그리 쉽게 오지 않을 것이다. 읽기와 쓰기는 불편하지만 인간다운 행위이다. 소설가 이태준과 시인 박목월이 제각기 시대에 썼던 ‘문장강화’를 열어본다. 문자에 대한 충만한 신뢰가 그 속에는 들어 있다. 글쓰기가 주는 아름다움도 들어 있다. 글쓰기는 분명 물성을 가진 존재이면서, 인간의 사유를 확장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글쓰기가 저물어가는 시대에 여전히 읽고 쓰는 존재들이 어딘가에 있다./홍익대 교수 송민호

2023-07-03

‘하수도 분류식화’

남광현 대구정책연구원 연구본부장 지난 2022년 8월에는 중부지역에 집중호우가 내려 9명이 사망하고, 7명이 실종되었으며, 총 328세대 441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침수로 반지하에 갇힌 일가족 3명 전원이 사망하였다. 서초구 서초동의 맨홀에 50대 전후의 남매가 빠져 모두 숨진 채로 발견되는 안타까운 사고가 이어졌다. 9월에는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인해 14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을 입었다.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의 냉천이 범람해 옆 아파트를 덮쳐 지하 주차장에서 주민 9명이 고립되어 7명이 사망했으며, 포항제철은 창사 54년 만에 처음으로 쇳물 생산 중단으로 2조원 이상의 손해를 입었다.2023년 6월 23일 현재 기상청의 3개월(7~9월) 장기 전망자료를 보면 강수량은 평년보다 낮을 확률은 20% 이하이고 평년보다 높을 확률은 30~40%로 올해도 예년보다 많은 강수량을 예보하고 있다. 특히 8월에는 발달한 저기압과 대기 불안정 때문에 국지적으로 많은 비가 내릴 때가 있다고 예보했다. 올해도 작년의 집중호우가 재현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처럼 매년 반복되는 집중호우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는 도시화 지역이 비도시화 지역에 비해 훨씬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도시화 지역에 집중호우로 인해 높아지는 침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 많은 전문가들은 하수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수는 사람의 생활이나 경제활동으로 인하여 오염된 물(오수)과 하수도로 유입되는 빗물(우수)·지하수를 말한다. 그리고 하수도는 하수와 분뇨를 유출 또는 처리하기 위하여 설치되는 하수관로와 하수처리시설 및 하수저류시설 등의 총체를 말한다. 하수도는 평상시에는 하수를 수집하여 하수처리장으로 이송하여 오염 물질을 제거하고 정화한다. 집중호우 시에는 급격히 늘어난 빗물로 인한 침수피해를 예방하는 기능을 추가로 담당한다.하수도의 하수관로는 ‘합류식’과 ‘분류식’으로 나뉘는데, ‘합류식’은 오수와 하수도로 유입되는 빗물·지하수가 함께 흐르도록 하며, ‘분류식’은 이들이 각각 구분되어 흐르도록 한다. 하수처리시설에서 오수만 처리할 수 있어 처리용량을 최소화할 수 있고, 강우 때 급격히 증가하는 빗물을 대용량 저류시설과 연계하여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 신설지역에는 대부분 ‘분류식’으로 설치된다. 2020년 12월 기준 ‘하수도통계(환경부)’를 보면, 전국의 ‘분류식화율’은 74.2%인데, 대구시는 43.9%로 서울시(11.9%) 다음으로 낮다. 세종시와 울산시가 각각 94.5%와 100%인 것에 비하면 너무나 대조적이다.포항시의 ‘분류식화율’은 51.5%로 전국 대비 매우 낮았는데. 작년 태풍 힌남노의 집중호우로 일부 지역이 일시에 물에 잠긴 것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작년 12월 환경부는 침수 피해와 수질 악화 우려가 큰 지역에 지정하는 ‘하수도정비중점관리지역’으로 포항지역을 대거 포함하여 ‘분류식 하수관로’와 저류시설을 설치할 것이다. 올해 집중호우는 어디로 올지 모르니 대구와 경북 취약지역 ‘하수도 분류식화’에 보다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2023-07-03

대구어린이회관의 재탄생

홍석봉 대구지사장 대구어린이회관이 40년 만에 옛 껍질을 벗고 새 모습을 선보였다. 2년 간 리모델링을 마치고 ‘대구어린이세상’으로 이름을 바꿔달았다.어린이회관은 1983년 대구 수성구 황금동 14만7천㎡ 넓이에 건립된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어린이 시설이다. 특별한 놀이시설 등이 없던 시절 어린이들이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단골로 찾던 곳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시설 노후화와 빈약한 전시콘텐츠 등으로 이용률이 뚝 떨어졌다.게임 및 놀이동산 등 다양한 오락 콘텐츠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백화점에만 가도 갖가지 수중생물이 헤엄치는 아쿠아리움에서 황홀한 경험을 할 수 있고 놀이동산에서 탈 것들을 맘껏 즐길 수 있다. 옛 어린이회관은 이미 시대흐름에 뒤처진 유물과 박제가 된 셈이다.대구시는 2021년부터 시비 345억원을 들여 어린이회관을 리모델링했다. 전시 위주의 기존 시설을 체험형 가족 놀이·여가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꿈누리관은 포토존, 섬유놀이터, 영유아를 위한 놀이공간과 자연 테마의 체험공간, 교육공간으로 조성했다. 꾀꼬리극장은 설비와 객석을 전면교체하고 북카페를 추가, 복합휴식 공간으로 만들었다. 야외에는 자연 지형을 활용한 숲속 놀이터와 바닥분수 등 각종 체험형 놀이시설을 설치해 온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했다.어린이세상은 지난달 27일 공개됐다. 유사시설 등 운영 경험이 많은 계명문화대가 운영기관에 선정됐다. 어린이세상을 어린이들의 꿈과 상상력을 맘껏 펼치는 의미 있는 장소로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가족들과 함께 여가를 보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되면 더욱 좋을 터이다. 시설과 콘텐츠 등을 계속 업그레이드해 소중한 도심 속 어린이 전용 공간이 되길 바란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7-03

한국 정치에서 대화가 사라졌다

김진국 고문 ‘정치는 살아 있는 생물’이라고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특히 그 말을 자주 했다. 신호등처럼 빨간불은 정지, 파란불은 통행이라는 식으로 분명하게 규정하는 게 쉽다. 특히나 착한 사람, ‘범생’일수록 가타부타를 분명히 해주는 게 선택을 편하게 한다.법은 분명하게 규정돼 있다. 그렇지만 들여다보면 사안마다 사연이 다르고, 복잡하다. 같은 법으로 같은 죄를 심판하는 재판 결과가 모두 다르다. 좁은 골목길에 마주 달리는 자동차가 서로 자기주장만 하면 모두 손해를 본다. 이해가 부딪칠 때 어떻게든 꼬인 매듭을 풀어낼 사람이 필요하다. 그게 정치다.그래서 정치권 농담 가운데 하나로 ‘여자를 남자로 만드는 것 빼고는 다 할 수 있는 게 정치’라고 한다. 국제정치에서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다’라고 한다. 어물쩍 적응력이 뛰어난 사람을 ‘정치적’이라고 하기도 한다. 대개는 부정적인 의미다. 그렇지만, 정치인은 욕을 먹더라도 국민을 위해서라면 능소능대(能小能大)해야 한다.공자는 군자불기(君子不器·논어 위정편)라고 말했다. 특정 재능에 얽매인 한정된 용도를 벗어나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틀에 얽매이지 말고, 실용적이고, 창의적으로 백성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요즘 우리 정치는 어떤가. 거꾸로 행진하고 있다. 뻔히 아는 것도 청개구리 심보로 정적(政敵)과는 반대로 간다. 정치인이 청개구리처럼 움직이니 진영에 갇힌 지지 세력은 눈을 감고 뒤따라 돌진한다. 과거 당쟁이 심하던 시절을 빼닮았다. 한쪽이 생선을 홀수로 올리면, 다른 쪽은 짝수로 올리고, 한쪽이 생선 머리를 오른쪽으로 놓으면 다른 쪽은 왼쪽으로 놓았다. 정치인이야 오기 싸움인지 몰라도 그걸 음양으로 풀어 해설까지 붙여놓으니, 그 진영에 있는 백성은 금과옥조로 여긴다. 그걸 지키지 못하면 조상 모독이요, 대죄라고 여긴다.민주주의의 핵심은 대화와 타협이다. 그중에서도 대화다. 타협이건 대결이건, 대화를 해야 정치가 시작된다. 그런데 우리 정치에서 대화가 사라진 지 오래다. 일방적으로 내지르는 말만있지, 대화는 없다. 대화가 아닌 일방적인 말은 독이다. 서로 상처를 내고, 죽이는 무기다. 타협과 합의는커녕 적의만 쌓고, 골만 깊게 한다.정치가 사라진 책임을 어느 한쪽에만 묻기는 어렵다. 굳이 따지자면 힘이 있는 쪽, 권력을 쥔 쪽 책임이 더 무거울 수밖에 없다. 국민을 통합하고, 국정을 원활하게 풀어갈 책임을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았다.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당선된 지 310일째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는 420일째다. 대통령 선거를 한 지도 벌써 478일이 지났다. 그런데 행사장에서 마주친 것을 제외하면 두 사람이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두 사람만 만나는 것은 물론 여러 사람이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도 없었다.검사나 판사는 사건 당사자를 따로 만나는 게 금기다. 만나는 것만으로도 청탁 의심을 받게 된다. 그러나 정치는 다르다. 정치는 재판처럼 선과 악, 이기고 지는 것을 반드시 가릴 필요가 없다. 상생, 윈-윈이 최선이다. 더군다나 정치는 정치고, 재판은 재판이다. 외국 정부와 국제소송이 걸려 있다고 정상회담이나 외교부 장관 회담을 피하지 않는다.대통령과 야당 대표만 안 만나는 게 아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대표도 말로만 서로 만나자고 떠든다. 그래 놓고는 이 구실, 저 핑계로 만나지 않고 있다. 우선 만나야 조건이고, 주제고, 이야기를 풀어가지, 만나기도 전에 무슨 핑계와 비난만 그리 많은가. 그러고 무슨 대화를 하나.야당도 비난할 자격이 없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귀국하자 이재명 대표와 만나는 문제로 신경전이다. 같은 당에서 전·현 대표 사이에 먼저 만나자고 나서기가 그렇게 어렵나. 대통령 후보 경선한 지는 630일이 지났다. 골은 더 깊어졌다. 한번 경쟁하면 영원한 원수가 되는 건가.정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되는 게 없다. 무능한 탓이다. 민주주의는 착한제도다. 그렇지만 운영은 영악해야 한다. 정치인이 때를 묻히더라도 착한 결과를 만들어야 국민이 편안하다.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3-07-02

대학생들의 글쓰기

김규종 경북대 교수 6월 30일까지 학생들의 성적을 처리해야 했기로 지난 며칠 답안지를 붙들고 씨름했다. 채점할 때마다 절감하지만, 요즘 대학생들의 글 쓰는 능력은 날이 갈수록 떨어진다. 어떤 경우에는 아, 이 정도까지 떨어질 수 있나, 하는 자괴감(自愧感)이 찾아오는 수도 있다. 대학생들이 쓴 답안지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오류가 곳곳에서 나를 급습한다.2023년 1학기 채점 답안지 가운데서 나를 웃기고 울렸던 몇몇 구절을 소개한다. 지난 학기 강의 제목은 ‘동서 고전의 만남’이었고, 강의 내용은 세계 4대 문명과 초원 문명에서 시작하여 야스퍼스의 ‘축의 시대’를 지나 육상제국과 해양제국, 유라시아와 한반도, 사마천의 ‘사기’와 김부식의 ‘삼국사기’, 일본의 ‘일본서기’를 살펴보고, 공자의 ‘논어’와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한문 원본을 학생들에게 한 문장씩 쓰도록 하는 것이었다.인상적인 대목은 우즈베키스탄이나 베트남에서 온 유학생들에겐 한문 쓰기가 상당히 어렵지만, 한국이나 중국 학생들도 ‘논어’와 ‘도덕경’ 한문이 어렵게 다가간다는 것이다. 그것은 한국에서 고전 공부를 등한시한다는 자명한 결과와 이런 교육은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결론과 만난다. 최소한의 한자와 한문 교육이 필요한 본보기를 들겠다.답안지 원문과 수정된 문구를 보이겠다. “정책을 체택했다 - 정책을 채택했다”, “항일전쟁 발생이 발생하고 - 항일전쟁이 일어나고”, “중국을 부요케 한다면 - 중국을 부유하게 한다면”, “논-공업 경제정책 - 농공업 경제정책”, “학점을 매게로 - 학점을 매개로”, “모택동의 소련과 다른 중국식 공산주의를 대두하며 혁명 시작 - 소련과 다른 중국식 사회주의를 내세우며 모택동은 혁명을 시작했다”, “폐쇠적인 정책 - 폐쇄적인 정책”, “중국은 흰백묘, 하얀 쥐라도 상관없이 잡는다 - 등소평은 흑묘백묘론을 내세워 하얀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고 주장했다”이런 답안지를 채점하는 일은 고문에 가깝다. 대체 중고등학교에서 무엇을 배우고 생각하며 글을 쓰게 했는지, 중고교 교사들에게 묻고 싶다. 아니, 학원의 일타 강사들에게 물어봐야 하나?! 이런 엉터리 말고도 우리말조차 제대로 못 쓰는 답지도 흔하다.“집권이 끊나고 - 집권이 끝나고”, “사사로운 일에 얽메이지 말고 - 사사로운 일에 얽매이지 말고”, “모안영도 포함이었으며 - 모안영도 포함되었으며”, “내새우고 있다 - 내세우고 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를 잘 잡는 것이 낫다 -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 “메뚜기 때 - 메뚜기 떼”, “안좋은 되풀이만 발생했다 - 좋지 않은 일만 되풀이되었다”거점 국립대학교인 경북대 학생들의 글쓰기 수준이 이 정도라면, 다른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은 거론할 필요도 없지 않을까?! 2023년 대한민국의 대학은 위기에 봉착해 있다. 대학의 필요성을 다시 물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지식 유튜브와 케이무크(KMOOC) 같은 열린 인터넷 강의가 수두룩하다. 결혼과 취직을 위한 대졸자 양성이 대학의 존립 근거인가, 묻는다.

2023-07-02

경주 미탄사(味呑寺)

우정구 논설위원 미탄사는 이름부터 독특하다. 절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맛 미(味)자와 삼킬 탄(呑)자가 들어 있어서다. 절 이름과 관련한 사연이 분명 있을 진데 연유는 알 수 없다.미탄사는 신라시대 절로 전해져 오고 있으나 정확한 위치나 건립연대, 조성 경위 등은 알려져있지 않았다. 고려시대 지은 삼국유사에 최치원의 옛집인 독서당을 설명하면서 미탄사라는 절에 대한 언급이 있는 것이 유일한 단서다. 삼국유사 신라시조 혁거세왕조편에 “최치원은 본피부 사람이나 지금 황룡사 남쪽에 있는 미탄사 남쪽 옛터가 최치원의 집이다”라고 기술하고 있는 것이다.이 기술을 근거로 1980년 국립경주박물관이 미탄사지로 추정되는 경주시 구황동 일대에 대한 유물발굴 조사에 들어갔다. 첫 발굴조사에서 기와편과 토기편, 석재 등의 유물을 출토했으나 토층의 교란이 심해 사찰 영역을 확인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파괴된 탑재를 모아 삼층탑을 복원한 것은 미탄사의 존재를 알리는 시초가 됐다.이후 2013년과 2014년 두 차례 발굴조사에서 미탄이라 적힌 기와가 발견되면서 이곳이 미탄사지임이 밝혀졌다. 2017년 이곳 삼층석탑은 보물로 지정됐다. 8세기 후반 만들어진 탑으로 신라왕경내 현존하는 유일한 탑으로서 사료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특히 왕경내 귀족층이 죽은 이의 명복을 비는 사찰로 추정돼 통일신라시대 왕경사찰 연구의 학술적 의미가 크다고 한다.삼국유사 기록만으로 존재하는 미탄사는 아직 풀어야 할 수수께끼가 많은 절이다. 지난 주말 미탄사의 규모와 건물배치 방식 등이 확인된 것을 계기로 문화재청이 미탄사 발굴조사 현장을 공개했다.전설속 미탄사의 숨은 역사가 더 풀어지길 기대해 본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7-02

누가 미괄식을 쓰는가

유영희 작가 칼럼을 쓰기 시작한 지 4년이 되어 가건만, 칼럼의 첫 번째 독자인 딸에게 아직도 핵심 문장이 맨 끝에 찔끔 나온다고 지적받는다. 어떤 때는 의식의 흐름대로 가다가, 어떤 때는 남의 말만 중언부언 인용하다가 정작 하고 싶은 말은 맨 끝 한 문장일 때도 있다. 미괄식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능숙하지 못하면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두괄식과 미괄식은 초등학교 때부터 배우는 국어 지식이다. 두괄식은 논점이나 중요한 내용을 앞에서 분명하게 밝히고, 미괄식은 핵심을 맨 뒤에 두거나 숨어 있다는 것, 두괄식은 직설적이고 간결한 반면, 미괄식은 간접적이고 복잡하다는 것, 두괄식은 정보 전달에 효과적이고 미괄식은 소설이나 시나리오 같은 장르에 적당하다는 것과 같은 사전적인 지식은 알고 있어도 글을 쓸 때는 제멋대로 흘러버린다.왜 이런 습관이 생겼는지 돌아보면, 논문 쓰던 버릇이 너무 깊게 남아있기 때문인 것 같다. 학술 논문은 미괄식이라 앞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다가 마지막에 결론을 낸다. 그래서인지 학회에 가보면, 많은 교수가 발표 시간을 넘겨서 결국 결론을 서두르거나 말하지 못하고 끝낸다. 힘 있는 사람의 글이 길기 쉬운데, SNS조차도 문화 권력자들의 글은 길고 핵심은 맨 끝에 나온다.그러나 이런 미괄식 전달방식은 디지털이라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뉴스 미디어 기업 ‘악시오스’ 창업자 짐 벤더하이 등 세 사람이 같이 쓴, ‘스마트 브레비티’를 보면, 현대인이 인터넷에서 콘텐츠 하나를 읽는 데 평균 26초 걸리고, 클릭한 것이 마음에 드는지 결정하는 데는 0.017초 걸린다고 한다. 이들은 현대인들의 이런 읽기 습관을 고려하여, 독자가 200 단어만 읽는다면 200 단어가 그들이 읽어본 중 가장 강력하고 유용한 단어가 될 수 있게 전달하자고 한다. 이 책의 예시문을 보면 평소 우리가 얼마나 알아듣기 힘들 정도로 장황하게 말하고 쓰는지 반성하게 된다.유튜브라는 매체 역시 환경 변화의 중요한 요소이다. 2022년 10월 ‘모바일인덱스’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81%인 4천183만 명이 유튜브 앱을 사용하며, 매월 32.9시간을 시청한다고 한다. 2019년 통계에 의하면, 1분에 400시간 분량의 영상이 올라온다고 하니, 시청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핵심을 짧고 간결하게 표현해야 한다. 고급 지식 콘텐츠라도 제한된 시간 안에서 짧고 굵게 보여주는 유튜버는 구독자가 많다.나는 힘도 없고 문화 권력자도 아닌데 미숙한 미괄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 미괄식 습관을 고치려고 일부러 신문 기사의 맨 앞에 나오는 리드 쓰기 연습을 여러 번 해보았다. 역량이 부족한지 여전히 부족해서 갈 길이 멀다. 힘이 없는 사람은 두려워서 미괄식을 쓰고, 힘이 있는 사람은 힘을 과시하기 위해 미괄식을 쓴다. 이제 미괄식은 소설가에게 넘기고, 정보 전달에는 계급장 떼고 두괄식을 활용하여 짧고 간결하게 표현하자. 인기 있는 교장 선생님은 훈화가 짧았다.

2023-07-02

스마트제철소로 향한 길

정상철포스코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프랑스의 철학자 데카르트의 철학적인 자기탐구의 시작점을 나타낸다. 이는 자신의 존재와 인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하고 인간의 인식 능력과 사고의 한계를 탐구하고 확실한 진리에 도달하기 위해 의심과 분석을 통해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삶은 생각이다’라고 말하는 것도 인간의 의식과 인식이 삶의 핵심이라는 의미를 나타내며, 생각을 통해 자신과 세계를 이해하고 해석하며 경험과 지식을 통해 성장하고 발전한다. 기업 혁신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직원 변화관리 교육 때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단어는 ‘혁신은 생각이다’라고 말한다. 공장생산관리를 하는 직책간부나 일반 직원들도 자기 생각이 멈추면 개선도 멈추고 회사도 멈추는 것이다.지구촌의 인류문명이나 존재하는 모든 것은 인간의 생각산물이다. 생각하지 않는 삶과 인류문화는 없는 것이다. 삼성은 2000년 프랑크푸르트 선언에서 ‘마누라 빼고 다 바꾸라’라는 모토 아래 미래의 먹거리 반도체에 올인하면서 오늘날 일류기업이 되었고, 반대로 백 년의 부귀영화를 누렸던 미국 피츠버그시에 있는 베들렘제철소는 자만과 미래를 향한 도전적 생각을 버리면서 2001년 6월 기업 멈춤을 초래했다. 결국 생각이 있는 기업이 미래의 꿈을 설정하게 되고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도전을 하는 것이다. 필자가 컨설팅 하고 있는 P사는 ‘스마트제철소’ 비전을 그려 놓고 4단계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다. 1단계는 설비강건화다. 2006년부터 거대 장치산업의 특성을 감안, 생산과 품질의 70% 영향을 주는 설비강건화에 초점을 맞춰 혁신활동을 추진해 왔다. 2단계는 설비고도화이다. 2017년 설비고도화를 기점으로 기가 스틸 같은 고급강 생산체제를 구축하였고 지금은 초고급강 생산에 도전하고 있다. 3단계는 자동화이다. 현대 과학기술문명이 보여주듯이 자동차, 가전제품, 홈오토메이션 등 사회 전반적으로 사람의 수작업 개입없이 편리한 세상으로 가고 있다. 기업에서도 독일의 지멘스는 공장 자동화하여 운전자 없이도 불량도 없는 생산체제를 구축하여 인류의 삶은 또 한단계 향상되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4단계는 지능화이다. Big Data, 머신러닝, AI 적용 등 생산 라인에도 사람과 같이 생각을 넣어 자율학습과 자동생산제어체제로 만들어 가고 있다. 최근에 P사는 3단계로 로봇자동화팀이 구성되고 제철소 생산라인 시작과 마무리 공정까지 수작업을 자동화로 변신시켜 나가고 있고 주 생산라인은 최첨단 과학기술이 종합 적용되고 실현한만큼 세계 철강시장의 경쟁력에서 앞서 나가는 모습이 될 것이다.미래는 인간의 생각 산물이다. 고대와 근대, 현대는 그 시절 사람들의 생각에 의해 창조적 문화가 완성되었고 인류의 미래도 현대 사람들의 생각을 현실화 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P사의 스마트 제철소도 직원 생각의 결과물이 될 것이고 Top과 임원, 중간관리자, 일반 직원에 이르기까지 생각이 이어지면 미래 경쟁력과 지속가능한 기업도 가능한 것이다. 개인과 기업의 미래는 생각 수준만큼 변화하고 발전한다.

2023-07-02

상주, 새 100년 위한 도전 이어간다

강영석 상주시장 끊임없는 도전은 혁신과 발전의 핵심이다. 지금 상주시는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 아닌, 어려움과 불확실성을 마주할지도 모를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먼저 상주문화를 한 단계 더 도약할 상주 시립도서관 건립이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도서관은 우리의 지식과 인지력을 넓히며 영감과 창의성을 자극하는 곳이다.현재 만화의 위상은 어린이들의 문화로 치부되었던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졌다. 전국 대학에 작년에만 20개 이상의 웹툰 관련학과가 신설되었을 만큼 폭발적인 관심 콘텐츠로 급부상 중이다. 또한 국내 웹툰이나 영화, 드라마, 게임으로 확장돼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거듭하며 새로운 K-한류 콘텐츠 산업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해 상주시 두드림 복합 시립 도서관은 K-웹툰과 만화의 저변 확대를 위한 경북 최초의 만화 특화 도서관으로 건립되고 있다. 지난 2022년 3월 건립공사의 첫 삽을 떴으며, 올해 8월을 준공 목표로 하고 있다. 정식 개관은 12월로 예상한다.상주시는 특화 주제를 공공도서관과 접목해 새로운 콘텐츠를 아우르며 시민들의 창작 역량을 강화할 방침이다. 지역 축제에도 만화특화 도서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관광객 유치 증대와 시민 참여도를 높여 상주시의 이미지 제고와 지역 경제 활성화도 함께 도모할 계획이다.상주시는 차세대 먹거리 이차전지 클러스터 육성에 총력을 쏟고 있다. 전기차가 급부상하면서 이차전지는 앞으로 없어서는 안 될 핵심 부품으로 그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이에 발맞춰 상주시는 이차전지 핵심연구와 재활용, 생산연구단지 조성까지 이어지는 이차전지 클러스터 구축에 박차를 가하며 차세대 첨단산업도시로 향해가고 있다.이차전지 실리콘 음극재 제조기업인 SK머티리얼즈그룹포틴이 입주한 청리일반산업단지와 연계 발전이 가능한 상주시 공성면 용안리와 평천리 일원에 약 200만㎡의 규모로 이차전지 관련 산업 전용 산업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이차전지 소재·부품·장비 관련 제조기업을 한 곳에 집적시키고 산·학·연·관이 협력하여 이차전지 산업이 상주에 뿌리내릴 수 있는 산업생태계를 완성하는 것이 이차전지 클러스터 구축사업의 핵심이다.이를 위해 지난 2월 SK에코플랜트와 ‘상주 이차전지 클러스터 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현재 이차전지 클러스터 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 중에 있다.이뿐만 아니라, 청리일반산업단지와 이차전지 클러스터를 연계한 이차전지 클러스터 특화단지 추진 계획을 수립하고,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시행하는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공모에도 도전장을 냈다.시민들의 염원인 통합신청사 건립은 상주시 100년 발전의 초석이 될 것이다. 지난 5월 11일, 새로운 100년 발전의 터전이 될 통합신청사 이전 예정지를 낙양동 구)잠사곤충사업장 일대로 최종 확정했다. 지난 2001년 통합청사 건립의 필요성이 제기된 이후 23년 만이다.상주시는 통합신청사 건립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 시행에 착수하여 통합신청사 건립 및 현 청사 활용 방안에 대한 밑그림을 그릴 예정이다.현 청사가 이전하더라도 현 청사 부지에 대해서는 제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에 따른 유치를 적극 추진하여 상주인구를 확보하고 도심을 새롭게 디자인해 유동 인구를 유입시켜 주변 상권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또한 기업 유치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방안을 강구할 것이다. 현 청사 부지에 도시계획 변경을 통해 대단위 아파트 건립도 검토 중이다.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수립 용역 결과가 나오면 시민 의견 등을 종합해 현 청사 부지 활용을 위한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신청사 후보지에서 제외된 두 지역 또한 상주시 발전의 중요한 거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상주시 통합신청사 이전은 상주시민의 숙원사업이었던 만큼 통합신청사는 상주의 새로운 100년 미래를 여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업무공간뿐만 아니라 시민이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을 충분히 확보해 ‘시민의 청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2023-07-02

햄버거와 젓가락

사료와 음식의 차이는무엇일까.먹이는 것과 먹는 것 혹은만들어져 있는 것과 자신이 만드는 것.사람은제 입맛에 맞춰 음식을 만들어 먹지만가축은싫든 좋든 이미 배합된 재료의 음식만을먹어야 한다.김치와 두부와 멸치와 장조림과….한 상 가득 차려놓고이것저것 골라 자신이 만들어 먹는 음식.그러나 나는 지금햄과 치즈와 토막난 토마토와 빵과 방부제가 일률적으로 배합된아메리카의 사료를 먹고 있다.재료를 넣고 뺄 수도,젓가락을 댈 수도,마음대로 선택할 수도 없이맨손으로 한 입 덥썩 물어야 하는 저음식의 독재.자본의 길들이기.자유는 아득한 기억의 입맛으로만남아 있을 뿐이다.-오세영, ‘햄버거를 먹으며’(정효구, 시 읽는 기쁨, 문지사)‘인간은 그가 무엇을 먹는가가 결정한다’ 는 독일의 격언이 있다. 학자이자 시인인 오세영의 오래된 시 한 편을 감상해 보자. 이 작품은 시인의 ‘아메리카 시편(1997)’에 수록된 많은 작품 중 단연 독특한 시편이다. 작품의 미학적 수준을 따지자면 더 나은 작품이 있겠지만 미국 주도의 현대 자본주의 문명사회가 지닌 모순을 예리하게 들춰내고 있기에 한 음식을 통해 인간에 대한 흥미로운 질문을 불러내 봄 직하다.오세영 시인은 1990년대 중반, 미국의 서부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버클리 캠퍼스 동아시아학과에서 한국문학을 강의한 경험이 있다. 그 무렵의 체험이 이 시를 쓰게 했다. 그렇다면 ‘사료와 음식의 차이는 무엇일까.’ 시인은 첫 행부터 대뜸 충격적인 질문을 한다. 우리는 사료는 가축의 먹이이고 음식은 사람의 먹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료는 단순한 먹이이고 음식은 먹이 이상의 문화적 존재라고 하면 어떨까.시인이 이와 같은 저돌적인 질문을 던진 후, 스스로 음식과 사료의 차이점에 대해 말한 다음 행으로 눈길을 옮겨보자. “사람은 // 제 입맛에 맞춰 음식을 만들어 먹지만 // 가축은 싫든 좋든 이미 배합된 재료의 음식만을 // 먹어야 한다.” 라고 사람과 가축을, 음식과 사료를 대비시킨다. 그러면서 그는 사람과 음식을, 가축과 사료를 서로 짝지어 놓고 있다. 이러한 대비 구조 속에는 사람이 음식을 먹는 것이 능동적이고 주체적이며 창의적이고 개성적인 행위라면, 가축이 사료를 먹는 것은 수동적이고 획일적이고 몰취향적인 행위라고 말하고 싶은 속뜻이 들어 있다. 이희정 시인 시인은 여기서 한 행 더 나아가 한국의 밥상과 미국의 햄버거 덩이를 대비시키고 있다. “재료를 넣고 뺄 수도,// 젓가락을 댈 수도, // 마음대로 선택할 수도 없이// 맨손으로 한 입 덥썩 물어야 하는 저// 음식의 독재,” 시인은 스스로 “아메리카의 사료”라고 부른 햄버거 덩이 앞에서 젓가락의 문화적 행위가 그리웠던 것, 자신의 문화적 욕구가 무참히 부서지는 심정에 빠졌던 것으로 짐작된다.하지만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이 햄버거를 사랑한다. 아니, 어쩌면 햄버거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햄버거를 사랑하는 것처럼 길들어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햄버거가 아니더라도 시인 오세영의 방식을 빌리자면 젓가락은 “아득한 기억”의 한 장면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햄버거는 현대 자본주의 문명사회의 본질을 알려주는 하나의 상징체다. 미국인이 지닌 총기만큼이나 위력적이다. 여기서 앞선 장정일의 ‘햄버거에 대한 명상’을 떠올리며 그 이면을 읽는 방식으로 오세영 시인이 언급한 ‘젓가락’에 주목해 본다.젓가락은 하나가 아닌 한 벌로 쓸 수 있는 도구다. 흥미롭게도 중국 뱃사람들이 빠른 항해를 바라는 마음으로 젓가락을 콰이즈라고 불렀을 때, 그들은 아마 ‘콰이(快乐)’라는 말이 ‘르(子)’와 합쳐져서 ‘행복’을 의미하는 ‘콰이르’가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마치 어머니가 차려낸 밥상에 얹힌 마르지 않는 찬들의 촉촉한 정성처럼 젓가락은 하나가 아닌 한 벌로 이루는 공손하고 상서롭게 존재하는 문화적 도구임을.

2023-07-02

QS 월드랭킹 거부한 한국대학들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모든 경쟁에는 랭킹이 있다. 대학도 예외는 아니다. 세계 대학 랭킹(대학 월드랭킹)이라는 것이 있고 이 랭킹을 매기는 기관은 수십 개가 있다.대학간 상호간 자매결연할 때, 국내외 학생들이 입학할 때, 유능한 교수를 스카우트 할 때, 세계 대학 랭킹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경우가 종종 있다.그래서 대학들은 랭킹에 초미에 관심을 두고 있다. 정도는 다르지만 미국이나 외국대학들도 마찬가지이다.그러나 그중에서 한국내 대학 랭킹은 1994년에 시작된 모 언론사 랭킹이 그리고 세계 월드랭킹은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THE(Times Higher Education)와 QS (Ququacquarelli Symonds)가 가장 잘 알려져 있다.특히 QS는 한국의 유수 언론과 독점계약을 맺고 있어 특히 한국내 영향력이 크다. 그런데 최근 한국의 52개 대학이 연합해 QS랭킹을 거부 한다는 선언을 하였다. 여기에는 포스텍, 카이스트, 서울대, 연고대 등 한국의 주요 대학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포항 지역의 초일류대학 포스텍도 여기에 가담하였다. 그것은 심각한 방법론의 문제로 포스텍도 큰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URFK(한국대학랭킹포럼)은 다음과 같은 성명서를 52개 대학의 동의를 얻어 발표 하고자 합니다. 런던에 위치한 주요 대학평가기관의 하나인 QS에서 발표 예정(6월 27일)인 세계 대학 랭킹에서 중대한 평가방법의 결함이 발견되어 한국대학들은 그 수정을 촉구하고 발표의 연기와 방법론의 수정을 요구해 왔습니다. QS가 국내 언론사를 통해 이 랭킹을 연기나 수정 없이 그대로 발표한다면 한국대학들은 평가를 거부한다는 선언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QS에 보낸 성명서와 관련 자료들을 첨부합니다. 현재 한국의 주요대학 모두 참여하고 있으며 52개 대학이 참여하였습니다.(리스트 첨부) 한국대학들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언론사의 협조를 바라겠습니다”이 소식은 국내 주요 언론사 하나가 보도했으며, 그간 QS 월드랭킹에 의한 한국대학의 고충도 소개되었다. 외신들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아직 외신에 소개는 되지 않았지만 외신들의 문의가 속속 오고 있다.사실 최근 미국에서도 대학평가에 중대한 결함이 있어서 대학평가를 거부한다는 하버드 대학 등 주요 대학들의 발표가 있었다.그동안 미국은 1984년 시작된 유에스뉴스 월드리포트(US News World Report)에 그해 미국내 종합대학의 랭킹과 전공별 랭킹이 발표 되었다. 특히 로스쿨, 의대, MBA(경영대학원) 순위는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여 졸업생의 첫 직장 봉급에 영향을 줄 정도였다.여기게 미국의 초일류대학들이 반기를 든 것이다. 이것도 역시 방법론에 심각한 하자가 있다는 이유에서 였다.지난달 27일 QS 랭킹은 그대로 발표되었고, 그 랭킹은 그대로 모 일간지에 인용되었다. 그건 QS와 한국대학간의 치열한 논쟁이 있었지만, 그 일간지는 QS의 논지만 전달하고 한국대학의 반론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랭킹이 떨어지니까 한국대학들이 반발하는 것은 아니였다. 랭킹이 올라간 대학도 이번 성명서에 참여했다. 데이터를 입력했으면 방법론을 인정한 것 아닌가라는 QS 주장도 QS는 데이터를 입력하든 안하든 랭킹을 내기 때문데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고 대학들이 할 수 없이 입력을 하는 거라고 답할 수 있다.가장 문제가 된 것은 IRN(International Research Network·국제연구 네트워크)이라는 지표였다. IRN은 Margalef index를 생물학에 쓰이는 공식을 가져온건데 현상을 관찰하는 index를 연구와 같이 능동적으로 늘려 나가야 하는 척도에 사용한 건 매우 잘못한 것이다. 공식이 맞지도 않는다. IRN의 논리적 결함은 수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으며 여러 번 이것이 토의되었다.QS는 IRN의 논리적 결함을 수정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러한 논리적 결함을 그 언론사가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여과 없이 홍보하고 있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대학들의 데이터 제출 근거는 평가 방법론이 합리적이고 결과가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가정을 하였으나 그렇지 못했다.예를 들어 IRN 스코어는 공식의 결정적 결함으로 합리적이지 않았다.대학 랭킹은 ‘Nobody likes it, but, everybody checks it(아무도 좋아하지 않으나 모든 이가 체크한다)’이라는 말이 있다.그런 랭킹에서 방법론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데 QS는 알량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버티고 있고 국내 독점 신문사는 그것을 여과 없이 보도하고 있다.QS 자존심을 지켜 주는 것이 한국대학의 발전과 한국대학의 자존심을 지켜 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일까?

2023-07-02

민주당, 무엇을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더불어민주당의 혁신은 가능할 것인가. 민주당은 지난달 중순 한국 갤럽여론 조사에서 지지율 29%로 국민의힘 당 45%에 16%나 뒤졌다. 당 지지율은 수시로 변동되겠지만 여당에 이처럼 뒤지는 것은 6년 2개월 만의 처음 있는 일이다.내년 4월 총선을 8개월 앞둔 시점에서 민주당의 내외의 위기감은 증대되고 있다. 민주당은 당 혁신위원회(위원장 김은경)를 출범시켜 당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민주당은 당 위기를 잘 극복하고 비전 있는 민주정당으로 다시 태어날 것인가. 현재 상황과 같은 내홍만 겪다가 총선에서도 패하고 좌초될 것인가. 민주당의 개혁방향과 과제를 구조적으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먼저 민주당은 지난 대선이나 지방 선거의 패인부터 철저히 분석하여야 한다. 선거의 패인은 소위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권이 집권 초반 80%대의 지지율에 안주하다 국정의 동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민주당 정권은 초반부터 국정 농단 세력의 척결에만 치중하다 당 개혁과 방향과 당의 자정능력까지 상실해 버렸다. 문재인 정권은 촛불 혁명시의 강력한 개혁 요구를 외면하고 진보적 담론마저 수용치 못하고 보수 기득권에 안주하는 정당으로 변질되었다. 과거 반독재 민주화 시절의 민주적 결기와 도덕성마저 찾아볼 수 없었다. 민주당 출신 서울, 부산, 충남 광역 단체장 3명의 성추문은 민주당의 위상을 더욱 추락시켰다. 문 대통령은 정권 말기 조국 법무장관과 윤석열 총장의 갈등마저 수습하지 못했다. 역설적으로 문 대통령과 조국 법무장관 사법개혁의 수장들이 윤석열 정부 수립의 최대 공신이 된 셈이다. 당시 민주당 당 지도부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보수 기득권화된 민주당의 개혁은 당의 도덕성 회복을 우선과제로 해야 한다. 민주당은 집권 후 진보의 비판의식은 사라지고 보수 기득권 정당이 되고 말았다.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민주당을 진보적 정당으로 평가하지 않았다. 170여 석의 압도적 다수당인 민주당은 정치 개혁은 외면하고 진영정치, 대결 정치로 치닫게 되었다. 민주당은 내로남불의 정치, 패거리 정치, 선전 선동 정치의 구태만 보여 주었다. 물론 한국의 진영 정치의 대결구도에는 국힘당에도 책임이 크다.이재명 대표의 등장 이후에도 민주당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노웅래 의원의 현금 다발 사건, 김남국 의원의 가상화폐 투기, 송영길 전 대표의 돈 봉투 사건은 민주당의 도덕성 위기를 보여주었다. 물론 이 사건은 재판에서 흑백이 가려질 것이지만 민주당이 사안마다 야당 탄압이라는 프레임으로 대응해서는 더욱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도덕성과 정체성 회복이 당 개혁의 출발점이 될 수밖에 없다.민주당 혁신위원회는 뼈를 깎는 당 혁신을 약속하고 있다. 당 개혁을 위한 당면과제는 산적해 있다. 민주당은 내년 총선후보 공천을 위한 엄격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민주당 혁신위가 1호 안건으로 제안한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의 포기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집권 여당의 100여 명 의원이 이미 이를 선언해 버렸다. 민주당이 미적거릴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당 혁신위는 국민적 지탄 대상인 국회의원의 광범한 특권 포기 선언까지 해야 할 것이다.꾸준히 증대된 의원세비와 활동비, 임기를 못 채워도 평생 수령하는 국회의원 연금, 9명에 이르는 보좌진, 이밖에도 의원들에게 주어지는 특권은 줄여야 한다. 식물 국회의 폐기와 무노동 무임금 원칙도 차제에 세워야 한다.국회에 계류되었지만 아직도 확정하지 못한 선거법 개정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이러한 민주당의 혁신안이 가시화될 때 민주당의 이미지와 위상은 달라질 것이다.민주당 혁신위가 이러한 과제를 바람직한 혁신안으로 확정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당 혁신안 자체가 비명과 친명간의 갈등의 소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는 다소 무리한 혁신안까지 수용할 때 중도층과 MZ세대의 지지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민주 정당은 당내의 주류와 비주류, 강경과 온건, 진보와 보수파 공존 대립할 수 있다. 지난 대선 시 이재명 대표의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대표가 귀국하여 정치 활동 재개하였다. 다시 민주당내의 계파 갈등의 소지가 높아지고 있다.이재명 당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는 조건 없이 만나 당 혁신 방향과 범주에 솔직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개딸’들의 경거망동한 행동은 자제되어야 한다. 친명과 비명의 솔직한 대화와 관용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당 혁신위는 양측이 수용할 수 있는 당 혁신의 실천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혁신위의 결정마저 민주당이 수용하지 못한다면 당의 혼란은 더욱 가속화되고 내년 총선의 결과는 기대할 수도 없을 것이다.

2023-07-02

괴담 정치

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 국방부와 환경부는 지난 21일 성주 사드기지 환경영향평가서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국방부와 한국전자파협회의 실측자료를 관계전문기관과 전문가들이 종합 검토한 결과 측정 최댓값이 인체보호기준의 0.189%에 불과해 인체와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아직도 일부 불신하는 사람들이 없지는 않지만, 이로써 2017년부터 논란이 되었던 사드전자파 괴담은 일단락이 되었다.사드(THAAD)는 높은 고도로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방어체계이다. 날로 위협을 더해가는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대비한 것이다. 북한이 좋아하지 않는 건 당연하지만 중국이 나서서 협박하고 위해를 가하는 것은 명백히 내정간섭이고 국권침해다.더구나 국내의 좌파 정치인들과 단체들이 온갖 괴담을 퍼뜨리며 반대 선동을 한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사드기지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인체와 농작물에 치명적인 해를 끼친다는 괴담을 퍼뜨리는 것은 그것을 믿어서가 아니라, 북한과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과 자유우파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삼으려는 전략이었다.괴담이 얼마나 정치적 파괴력을 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 것이 광우병 괴담이었다. 1993년 12월에 타결된 우루과이라운드 농산물협상에서 한국은 쇠고기시장 완전 개방을 2001년부터 실시하기로 합의하였다. 이에 따라 2001년부터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기 시작하였는데, 2003년 12월 24일 미국에서 최초로 광우병이 발생함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 등의 수입이 금지되었다. 그 후 우여곡절을 거친 뒤 소고기 수입이 재개되는 과정에서 광우병에 대한 온갖 괴담이 난무하고 오해와 불신과 불안감이 증폭되어갔다. 오죽하면 여자 연예인 하나는 미국쇠고기를 먹느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먹겠다는 말까지 했을까.근자에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괴담이 난무하고 있다. 온갖 사법적 리스크로 곤경에 처한 야당의 대표와 국회의원들이 사활을 건 자구책으로 오염수 괴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직 방류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생선 값이 하락하고 횟집의 매상이 줄어드는 등 수산업 종사자들이 상당한 타격을 입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오염수를 방류한다고 해도 해류를 따라 태평양을 돌면서 희석되어 우리나라 근해에는 거의 영향이 없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견해다.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검증하는 국제적 방류규정에 적합한 것이라면 우리가 반대한다고 강제로 막을 수도 없는 일이다.우리 정부가 할 일은 일본이 오염수처리를 엄정하게 이행하도록 촉구하고 IAEA의 모니터링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일이다.괴담을 퍼뜨려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면 정치적 선전선동이 잘 먹혀든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괴담에 부화뇌동하는 민심을 몰아서 대세를 장악하는 것이 최상의 프로파간다전략인 것이다. 나라와 국민의 사정은 아랑곳없이 오로지 난국을 모면하고 대세를 뒤집어 보겠다는 일념으로 괴담을 퍼뜨리는 자들에게는 무관심이 가장 좋은 응징이다. 미국산 소고기와 성주 참외처럼 우리 해산물도 마음 놓고 먹어주는 게 괴담 정치를 방지하는데 일조를 하는 일이다.

2023-06-29

비정한 모정(母情)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지난주 끔찍한 뉴스가 나의 가슴과 뇌리를 때렸다.‘수원 냉장고 영아살해’ 사건이다. 4~5년 전 갓 태어난 두 자녀를 바로 살해하고 시신을 비닐봉지에 넣어 자기 집 냉장고에 유기한 후 여태껏 숨겨 온 30대 엄마, 그 비정한 모정에 치가 떨린다. 그녀는 엄마였을까? 아니 악마임이 분명하다. 남의 자식도 아닌 자기가 낳은 아기를 살해한다는 생각을 어떻게 하였을까….이런 사건의 희미한 기억이 있어 찾아보니 여러 개 있다.그중 17년 전 ‘서래마을 영아 살해사건’의 판박이라는 것을 알았다. 우리나라에 와 살던 40대 프랑스인 부부가 연년생으로 태어난 아기를 냉장고 속에 보관했다가 발견되었는데 ‘임신거부증’이라는 정신적 미약이 참작되어 8년형을 받았었다.또 부산 수영구 34세 엄마는 두 딸을 죽게 한 후 동거남 집 냉장고에 넣어두었었고, 여수의 43세 여인도 쌍둥이 남매 중 남자아기를 살해 보관했으며 군산에서는 19세 미혼모가 같은 짓을 했고, 울산에서는 쓰레기통에 영아 시신을 버린 10대가 자수했다. 이렇듯 영아 유기는 매월 10건 이상, 살해는 매월 1건 정도 일어나고 있다.출산 후 신생아 살해를 저지르는 부모는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고 주로 미혼모이며 키울 경제적 형편이 안된다는 것이다. 출산 연구조사를 보면 산모가 20세 이전이 30세 이후보다 영아살해 위험이 5배 정도로 많다는 것을 보면 산모의 양육투자율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아살해는 원시사회부터 오랜 역사를 가진 보편적 현상이며 정신병이나 범죄가 아닌 불가피한 생존 적응적 전략이라는 관점도 있다. 피임과 낙태가 불가했던 시절에는 출생 후 즉시 살해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제 낙태 폐지와 피임, 임신 중단 등 유산을 유도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비용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이같은 가슴 아픈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보건복지부는 지난 4월 2015~2022년간 출생미신고 2천123건을 찾아내어 다음달 7일까지 ‘유령 아동’실태를 밝힌다고 한다. 출생신고와 병원 출산이 보편화 되기 전에는 이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웠겠지만 이제는 가정방문을 통하여 철저히 조사하여 아동매매·유기뿐만 아니라 장기 미등교 아동의 실태도 밝혀야 할 것이다.4월 출생아는 42개월째 자연 감소하여 역대 최저인 1만8천484명으로 작년에 비해 12.7% 감소했고 아동학대는 연 3만 건 이상이라고 하니 어린이가 건강하게 살아갈 유토피아는 먼 곳일까?그리스 신화 속 여인 메데이아는 남편의 외도에 아이들 모두를 살해하는 악녀이기에, 아이 아버지로부터 생활비 지원이 끊기면 자식을 포기하는 현상을 ‘메데이아 효과’라고 한다.위대한 아가페 사랑, 그 모성애는 좋은 환경에서 출산했을 때만 피어오르는 것인가. 우리 모두 올바른 인간성을 함양하고 국가는 다양한 가족지원 프로그램으로 영유아 살해·유기라는 사회적 병리 현상을 사라지게 해야 한다.

2023-06-29

홍준표 대구시장의 1년

홍석봉 대구지사장 홍준표 대구시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았다. 대구시는 홍 시장 취임 후 질풍노도를 겪었다. 각종 시정 발전 아이디어를 내고 거침없이 밀어붙였다. 여러 차례 조직개편을 하는 등 쉼없이 채찍질했다. 대구가 민선단체장 30년 동안 이만큼 역동적인 때가 있었나 싶을 정도다.대구시민들도 이런 홍준표 대구시장을 긍정적으로 본다. 취임 1주년 여론조사 결과 시민의 절반 이상이 시정 운영 전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시민의 절반은 대구시의 미래가 더 발전할 것이라고 기대를 품고 있다.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던 날(27일) 홍 시장은 K-2 공항 후적지를 상상력을 실현하는 미래생산도시로 만들겠다며 대구 미래 50년 청사진을 펼쳐 보였다. 금호강을 끌어들여 물길을 만들고, 대형 인공호수를 조성한다고 했다. 수변에 팔공산의 동봉과 서봉을 형상화한 100층 높이의 초고층 랜드마크 계획도 밝혔다. 두바이와 싱가포르를 뛰어넘는 상상의 도시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50년 앞을 내다본 원대한 도시계획은 대구시민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홍 시장은 ‘대구국제마라톤대회 권위 격상 추진’, ‘전국 최초 어르신 버스 무임승차 도입’ 등 참신한 정책을 여럿 내놓았다. 대형마트 주말 휴일 폐지 등 민생 방안도 과감하게 시행했다. 지역 숙원인 ‘대구·경북신공항특별법 통과’에도 정치력을 발휘했다. 당 대표 및 대선후보 관록이 힘이 됐다.반면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독고다이식 행정은 곳곳에서 적잖은 파열음을 냈다. 대구 퀴어축제가 대표적이다. 행정대집행과 집회 보장 논란 속에 대구시와 경찰이 충돌했다. 전례 없는 일이다. 경찰은 홍 시장의 선거법위반 고발 사건으로 대구시청을 압수수색했다. 뒤이어 대구시의 보조금 자료 제출을 요구하며 홍 시장의 속을 뒤집어놓았다. 홍 시장은 대구경찰청장의 책임을 묻겠다며 벼르고 있다. 양측의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일을 바로잡으려다가 탈이 났다.행정안전부와도 고위직 간부 교육 파견을 두고 마찰을 빚었다. 대구시와 경북도도 예전의 화기애애한 모습은 찾기 힘들다. 홍 시장은 상공회의소와도 한동안 담을 쌓고 지냈다. 시정에 비판적인 몇몇 언론과도 각을 세운다. 곳곳에서 삐걱댔다.달성군 가창면의 수성구 편입 추진은 대구시의회 상임위에서 부결됐다. 주민설명회도 갖지 않는 등 행정절차와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이 원인이다. 홍 시장의 일방통행이 초래한 불상사라는 지적이 나왔다.홍준표 시장은 권력 눈치를 보고 비위를 맞추며 고개 숙이는 행태엔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가치관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불편한 것은 마음속에 담아두지 않는다. 때문에 적도 많이 만든다. 홍 시장의 거침없는 질주는 진행형이다.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기질과 추진력에 모두가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그의 독단과 아집을 걱정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홍준표의 대구시정 운영 경험이 자양분이 돼 나래를 펼 수 있기를 바라는 지지자들도 많다. 조금만 머리 숙여 주면 좋을 터인데…. 그게 안 된다.

2023-06-29

개문냉방 영업 줄어들까

우정구 논설위원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의 최적 실내온도는 얼마가 적정할까?일반적으로 26도를 기준점으로 삼고 있다. 정부가 공공기관이나 일반가정에 권장하는 온도도 26도 이상이다. 전문가들은 보통 실내온도가 바깥온도보다 5∼6도 정도만 낮아도 충분히 시원하다고 말하고 있다. 에어컨의 전략 소비도 18도일 때가 가장 심하고, 26도 이상이면 20% 정도, 28도 때는 50% 정도 에너지가 절약된다고 한다.올여름은 무더위가 예고된 가운데 전기료도 많이 올라 에어컨 가동에 따라 전기료 폭탄이 우려된다. 특히 본격 더위가 오면서 개문냉방 영업하는 업소들이 늘고 있어 정부가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개문냉방 영업을 자제해 줄 것을 홍보하고 있다.한국에너지공단이 실제 시뮬레이션 해본 결과, 개문냉방할 경우 문을 닫고 냉방할 때보다 66%의 전력 소비가 느는 것으로 확인했다. 요금은 33%가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단이 전국 26개 주요 상권지역 업소를 대상으로 개문냉방 영업실태를 조사해 보니 전체 5천298개 가운데 12%가 개문냉방 영업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 동성로 등지는 26%가 개문냉방 영업을 하고 있어 전국 평균보다 높게 나타났다. 업종별로 신발업종이 개문냉방이 가장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업소들은 전기료보다 손님받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이다. 문을 닫으면 손님들이 그냥 지나가버리나 문을 열어 놓으면 구경하는 손님이라도 들어오기 때문에 개문냉방의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고 한다.올여름 개문냉방은 지난 겨울 난방비 폭탄처럼 어느날 갑자기 냉방비 폭탄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에너지 절약을 생활화하는 습관이 필요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6-29

두 살 젊어졌다

홍석봉 대구지사장 ‘만 나이 통일법’이 28일부터 시행됐다. 만 나이 통일법은 각 법령과 계약, 공문서 등에 표시된 나이를 만 나이로만 평가하는 것이다. 우리네 나이 계산법이 여러 가지로 달라 일상생활에서의 혼선은 물론 법률적, 행정적 분쟁의 소지가 적지 않았다. 이를 해소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이 이 법이다. 만 나이는 태어난 해를 0살로 보고 정확하게 1년이 지날 때마다 한살씩 더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세는 나이’, ‘만 나이’, ‘연 나이’ 등 3가지가 혼용돼 왔다. 만 나이 통일법의 시행에 따라 복잡한 나이 계산 방식으로 인한 우리 사회의 혼란이 더이상 없기를 기대한다.하지만 만 나이 적용에는 예외가 있다. 다소간의 혼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법제처가 취업과 학업, 병역 등 국민 편의상 불가피한 경우는 예외적으로 만 나이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취학연령, 주류·담배 구매, 병역 의무, 공무원 시험 응시 등이 제시됐다. 이 같은 예외의 적용은 자칫 현장에서 혼선을 초래할 여지가 없지 않다. 당국의 용의주도한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만 18세 이상 선거권, 노령 연금 수급 시점, 근로자 정년, 만 65세 이상 경로 우대 등 기존 만 나이 기준의 정책과 제도는 현행대로 유지된다. 이는 모두 만 나이를 기준 삼아 제정됐기 때문에 그대로 적용돼도 별 문제는 없을 것이다.그래도 정부는 혹여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이 없도록 해야 한다. 관련 법령과 규정의 허점은 없는지 면밀히 살펴야 할 것이다. 만 나이 통일법이 정착될 때까지 대국민 홍보 등 만반의 대비책을 강구하길 바란다. 오랜 전통이 하루아침에 바뀌면 혼란은 불가피하다. 두 살이 젊어진다니…, 아직 실감나지는 않는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6-28

뜨거운 여름, 당신의 내일

장규열 전 한동대 교수 여름이 시작되었다. 장마를 지나 땡볕이 쏟아질 터이다. 서서히 기온이 오르며 계절이 다가오듯이, 스물스물 정치가 올라온다. 선거판이 시동을 걸어 정치가 언론지면을 물들이고 있다. 주장과 막말이 춤을 춘다. 오가는 말들에 주목하며 심사가 오르내리는 착한 국민들. 그 말들에 진심과 성실, 공감과 배려가 실렸으면 좋겠다.눈을 씻고 보아도 자신들의 입장만 고집하고 옹호할 뿐이다. 국민들의 어려운 처지와 답답한 일상은 그들의 심중에 존재하지 않는다. 내년 총선에 제 아무리 심대한 정치적 의미를 건다고 해도 보통 사람들의 삶과 죽음보다 소중한 게 있을까. 정치가 춤추지만 국민은 힘이 든다.때가 되어 치르는 형식적인 선거보다는 진정으로 세상이 나아지는 그 한 판을 기대한다, 총선이 그런 축제를 몰고 올 것인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하는 꼴을 보면 패거리다툼과 표싸움이 되고 말 게 아닌가 걱정이 앞선다.세상 모습이 최선이 아닌 것쯤이야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당신은 뭘 어떻게 바꾸겠다는 것인지, 누구에게도 들은 바가 없다. 현란한 언변과 시원한 말솜씨로도 그들의 ‘생각없음’을 감추지 못한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힘든 다리를 거뜬히 건너온 국민의 눈에는 그들의 허망한 철학과 공허한 비전이 뻔히 보인다.언제까지 기다릴 터인가. 언제쯤이면 정치가 진정으로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며 말하고 행동하게 될까. 그런 날은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보통 사람들이 해야할 터이다. 동화작가 롤달(Roald Dahl)은 ‘세상을 바꿀 힘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고 하였다.특별한 정치인이나 엄청난 지도자가 가진 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있다는 게 아닌가. 선거를 주목하며 걸으면서 당신의 목소리가 들려야 한다. 여론조사에 참여하고 후보자에게 생각을 적극적으로 건네야 한다. 직접 온라인과 SNS로 참견해야 한다. 당신의 생각이 들리도록 선거의 모든 과정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선거에 참여하지 않으면 덜 떨어진 사람을 당신의 대표로 선출하게 된다’고 플라톤(Platon)이 던진 말은 투표만을 두고 한 말이 아니다. 이제 막 운을 뗀 총선의 과정에 당신의 소신과 의견이 반영되어야 한다. 정치인들이 당신을 대변해 주기를 기다리는 일은 기대난망이다. 희벌건 욕망으로 가득한 직업정치인일 뿐이다.링컨(Abraham Lincoln) 대통령도 ‘선거는 보통 사람의 것이다’라고 선언하였다. 선거를 통하여 무엇인가 이루는 사람은 정치인이 아니라 ‘시민’이어야 한다는 깨우침이 아닌가. 세상을 바꾸는 힘을 남에게 양보할 일인가.국민의 일상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은 없다. 한여름을 꿰뚫으며 내일을 생각하는 당신과 우리가 세상을 바꿀 것이다. 여름이 뜨겁게 달구어질 까닭은 대한민국의 내일을 치열하게 고민하는 당신을 기대함이 아닐까.총선은 내년이지만, 당신은 이미 세상을 바꾸고 있다. 도대체 누구에게 우리의 내일을 맡길 것인가. 나라와 국민을 이고지고 미래로 나아갈 운명은 당신과 나의 어깨에 걸려있다.

2023-06-28

뜨거운 여자가 좋다

배문경수필가 42도의 자스민 탕에 몸을 담근다.처음에는 앗! 뜨거워하다가도 어느 사이 뜨거운 물은 심신을 가둔 빗장을 벗겨 자유롭게 몸을 덥힌다. 사지를 쭉 뻗고 머리를 탕의 턱 위에 대고 눈을 감는다. 전신으로 열기가 번져나가며 온몸이 나른하고 편안해진다.코로나로 인해 자주 목욕탕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목욕은 어쩌다 가게 되는 드문 일이 되었다. 더러 쥐가 났고 목덜미가 뻐근할 때가 많았다. 무리한 날은 온몸이 아팠다. 지인이 사정을 알고 “목욕하면 좋겠다.”는 문자를 보냈고 그것은 빛처럼 환하게 답이 되었다.평소 냉한 편인 내겐 한겨울에 만나도 손이 따뜻한 친구가 있다. 태생이 열이 많다는 친구를 늘 부러워한다. 간혹 몸살이 났거나 감기기운이 있다고 해도 잠시였다. 늘 건강하게 생활한다. 몸이 따뜻해서 인지 마음도 훈훈하다.코로나시기에 학교 방과 후 수업을 하려고 등록을 한 상태에서 예상 밖의 일이 생긴 지인이 있다. 체온계에는 계속 37.2도가 뜨고 있었다. 하루 이틀 체크하다가 학교에서 도저히 수업진행을 할 수 없다는 결단을 내렸다고 한다. 누구는 아파서 그런 것이 아니라 평소 체온이라고 얘기하라고 했지만 이미 속이 상한 지인은 그 일을 포기하고 말았다. 뜨거운 여자가 속상하게 된 일이다.‘낮은 체온’은 만병의 근원이랄 수 있다.‘체온 1도가 떨어지면 면역력은 무려 30%가 저하되고 체온1도가 올라가면 면역력은 5배 높아진다’는 이시하라 유미의 책에 실린 내용이다. 고로 몸이 따뜻하면 병이 낫는다는 말이 된다. 암과 당뇨, 고혈압, 알레르기, 비만과 우울증을 이기는 체온 면역 요법이 있다.소식(小食) 또한 체온을 올리는데 도움이 되고 따뜻한 성질의 음식을 섭취하고 차가운 음식을 자제한다. 반신욕과 족욕, 온몸을 탕에 담근 채 그 열기를 가늠해 보며 지인을 만나 조곤조곤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재미다. 예전에는 상대의 등을 서로 밀어주는 것이 친밀감의 표시이기도 했다. 이제는 목욕탕에서 잘 볼 수 없는 풍경이 되었지만.머리에 타올을 터번처럼 감은 여배우가 욕조에 앉아 와인을 들고 있는 모습은 온 세계여성들이 열광하던 장면이다. 신혼여행지에서 욕조에 양난의 꽃잎을 물위에 띄우고 와인을 마시는 모습을 연출한 사람들의 사진이 연예계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인증 샷으로 SNS에 올리곤 한다. 때론 요염하고 때론 매력적이며 도발적이다.서양의 중세인들도 목욕을 했다.공중목욕탕이 있었고 십자군 전쟁이 끝난 뒤에 고국으로 돌아온 전사들은 튀르키예식 목욕을 전파하여 발전시켰다. 공중목욕탕에는 한증탕이 따로 설치되어 있었으며 씻기 전에 먼저 몸에 증기를 쐬었고, 나무로 만든 욕조에 몸을 담갔다. 공중목욕탕은 혼탕이었는데 남자와 여자는 벌거벗은 몸에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았다고 쥘 이슐레가 저술했다.우리나라 최초의 목욕은 신라시조 박혁거세가 담쟁이덩굴로 덮힌 우물가에서 태어나 동천(東川)에서 목욕 후 광채를 발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죄수에게 마음을 깨끗이 하라는 ‘목욕벌’을 내렸다고도 한다. 목욕재계(沐浴齋戒)는 제사나 기원하는 일에 앞서서 부정을 타지 않도록 몸을 깨끗이 씻고 몸가짐을 다듬는 일이다. ‘고려도경’에 고려인은 하루에 서너 차례 목욕을 했고 개성의 큰 강에서는 남녀가 혼욕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이처럼 목욕의 역사와 나의 오늘은 연결되어 있었던 모양이다.월(月)목욕을 하기 시작했다. 새벽에 일어나 목욕탕에 가는 일은 즐겁다. 큰 탕은 김이 오르고 있고 아무도 밟지 않은 미지의 땅처럼 깨끗한 탕에 몸을 누인다. 여왕이 부럽지 않은 호사며 즐거움이다. 온몸이 나른하며 관절 하나하나가 부드러워지고 피부는 촉촉하다.1도가 높아진 몸으로 햇살을 받으며 하루를 출발한다. 마음도 덩달아 날아오른다.

2023-06-28

정미일주

육십갑자 중 마흔네 번째는 정미(丁未)다. 천간(天干)의 정화(丁火)는 아름답게 불꽃이 타는 모닥불이며 촛불이다. 지지(地支)의 미토(未土)는 뜨겁고 메마른 땅이다. 동물로는 양(羊)이다.정미일주의 정(丁)은 한자로 보면 씩씩한 장정(壯丁)의 의미다. 성할 정(丁), 즉 왕성함과 강성함을 내포하며 정수리라는 뜻이다. 고고할 정(丁), 그리고 바로 잡거나 고친다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미(未)는 나무에 어린가지가 뻗은 모양이며, 기본적으로 부드럽고 온화하지만 유쾌하고 명랑하다. 단아하고 우아하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이 많은 편이다. 예의와 격식을 갖추어 행동하려는 속성이 있다.물상으로는 모래사막의 건조한 땅. 정오를 지나 태양의 열기가 정점을 이르는 형상이다. 저돌적이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투쟁심이 있어 어려움이 있어도 굴하지 않고 칠전팔기의 각오로 값진 결과물을 얻어내는 기질이 있다. 하지만 본인의 노력만큼 결과가 따라주지 않아 항상 고민과 갈등이 수반된다.또한 매력적이며 끼를 발산하려고 하며, 말도 조리 있게 잘하며 총명하다. 자기 스스로를 규율하고 질서를 지키려고 하며, 올바르게 행동해야 한다는 생각에 집착하여 스스로 결단하지 못하는 단점도 있다. 그래서 속을 내보이는 경우가 드물어서 아주 친하지 않는 이상 속마음을 내보이지 않는다.정미일주는 한여름의 뜨거운 아스팔트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모습이다. 자존심이 강하고 주관이 뚜렷하다. 팍팍한 현실에서 역경을 참아내는 인내와 버티는 힘이 장점이다. 불굴의 정신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보면 된다.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가 말한 초인이다.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는 인간의 삶을 세 가지로 나누었다. 첫째는 낙타의 삶이다. 낙타는 타인에게 순응하는 삶을 산다. 무거운 짐을 지고 고된 사막을 걷는다. 등에 맨 짐은 자신의 것이 아님에도 왜 그 짐을 지는지도 모른 채 말이다. 평생을 주어진 역할에 맞게 순응하는 삶을 사는 것이 낙타의 삶이며, 대부분 사람들의 삶이다.두 번째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분명히 알고, 자신의 의지에 따라 행동하는 사자의 삶이다. 하지만 항상 긴장과 불안 속에 있기에 진정한 자유로운 삶이라고 할 수 없다. 욕망을 성취하기 위해 투쟁하는 삶이기 때문이다.마지막으로 어린아이 같은 삶이다. 천진난만하며 호기심이 충만하고 두려움이 없다. 사소한 갈등이나 슬픈 과거에 대해 금방 잊고 새로운 것을 시작한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매일매일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발전 가능성이 있는 삶이며 놀이다.정미일주의 여성은 꾸미는 것을 좋아하고 도도하며 매력적이다. 먹는 것을 좋아하고 가정살림을 잘하는 편이다. 남자로 인한 문제 또는 손실이 있을 수 있으니 이성문제에 주의해야 한다. 몸이 약할 수 있으니 건강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남성은 외모가 좋은 분이 많다. 성미가 급한 편이며, 적극적인 성격으로 이성을 유혹하는데 뛰어나다. 직업변동이 많은 편이다. 추진력이나 실력이 좋아 이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인기가 많다. 다정다감한 모습이나, 상대방을 배려하는 모습이 부족한 것은 흠이다.정미일주의 미토(未土)는 양기에서 음기로 넘겨주는 중간 역할을 한다. 아직 미완성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까닭에 음력 6월은 과일이 성장하여 완벽한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 여물지 않고 맛이 들지 않아 아직 햇빛이 더 필요한 단계다. 겉으로는 강하게 보일지라도 사실은 고독한 편이다. 혼자만의 아픔이나 슬픔을 곱씹는 성격으로, 어둡고 우울함과 온화하고 배려가 공존한다.미(未)는 동물로 양(羊)이다. 사주에 양이 있는 분은 본인이 완벽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완성되었다고 하지만 실상은 아직 미완이다. 그래도 인내심이 강하기 때문에 잘 헤쳐 나간다. 이러한 특성으로 한 곳에 집중하는 장인정신을 가진 인물이 많다. 자신만의 능력과 기술로 독립적으로 살아가길 원하는 성향이다. 나이보다 정신적으로 성숙한 면이 있다.양(羊)은 무리를 지어 생활한다. 동화에서 보면 순한 이미지로 나온다. 예민한 성격으로 무리에서 이탈하면 곤경에 처해진다. 양 중에는 천연기념물 산양이 있는데, 높은 산악지대에서 살아간다. 생활하는 환경에 따라 살아가는 방식이 다른 것이다. 김정한(1908∼1996)의 소설 ‘축생도’는 무리에서 이탈한 상황이 본질적인 문제와 마주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류대창명리연구자 농촌에서 힘들게 사는 분통이가 산후조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바람에 젖 붓는 병에 걸려 목숨이 경각에 달하게 된다. 몇몇 병원을 전전한다. 치료비가 나올 것 같지 않은 가난한 농사꾼 부부의 몰골 때문에 번번이 문전박대를 당한다. 할 수 없이 가축병원을 찾게 된다. 결국은 수의사한테 응급수술을 받고 간신히 목숨은 건진다. 그러나 수의사는 이 일로 보건의료법에 걸려 처벌을 받는다.동물의 질병만 다루는 수의사가 감히 사람의 병을 고치는 의사 행위를 했다는 게 죄목이다. 분통이네가 병원 문을 두드렸을 때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의사들이 당국에 신고했던 것이다. 그것은 마치 뱁새가 황새 노릇을 했기 때문이다. 수의사는 고통 받는 사람을 차마 외면할 수 없기 때문에 조건 없이 의사 역할을 한 것이다. 우리는 수의사를 단죄할 수 있을까?오로지 권력의 야욕으로 황새처럼 날려거나, 향락의 허영으로 황새처럼 걸으려는 뱁새들이 있다. 뱁새가 감히 황새를 넘보는 것은 그저 분수를 지키지 못한 실족 정도가 아니라, 범죄에 해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축생도에서처럼 가랑이가 찢어질 위험을 감내해야 하는 뱁새들을 우리는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아야 한다.옛말에 ‘고갈지어 상유이말(51C5渴之魚 相濡以沫)’이라 했다. 물이 마른 곳에 들어 있는 고기들이 침을 내어 서로를 적셔 준다는 뜻이다.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다. 예전에는 개천에서 용이 난다고 했다. 그래도 기회가 균등하게 있었기에 가능한 이야기다. 지금은 누구나 용이 될 수 없는 상황이다. 태어난 환경과 장소가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2023-06-28

화병과 갱년기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불면, 얼굴로 열이 오르는 상열감, 가슴답답과 두근거림, 소화불량 등의 증상으로 오시는 분들이 많다. 대부분 여성에게 나타나는 증상인데 스트레스가 많다고 오거나 갱년기라고 본인이 판단하고 내원한다. 증상은 동일하지만 어떨 때는 화병 어떨 때는 갱년기라고 한다. 이 두 질환은 증상이 비슷하고 여성에게 온다는 점에 비슷하다.화병은 한국여성에게 나타나는 일종의 정신과 질환으로 양방에 가면 우울증 관련 진단이나 공황장애등 증상에 따라 다양한 정신과 진단을 받아 온다. 대부분 원인은 지속적인 스트레스와 그걸 오래동안 풀지 못해서이다. 남편 혹은 시어머니에게 받는 스트레스가 대부분이고 일부 자식에게 스트레스를 받아 화병으로 오는 일도 있다. 너무 오래 참아서 생긴 병이라 본인은 화병인지 인지를 못하고 갱년기가 왔나 하고 오는 경우도 많다. 갱년기는 증상이 화병과 거의 비슷하다. 즉 갱년기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이 증상이 심하고 또 오래간다. 스트레스를 크게 받지 않고 삶을 지내온 분들은 갱년기도 편하게 지나간다.화병과 갱년기를 피하려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는 나 혼자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가족들이 같이 동참해야 한다. 우리는 가족이 아닌 타인에게서 상처를 받고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생각하지만 화병과 갱년기의 대부분 원인은 가족에게 받는 상처와 스트레스이다. 같이 살다 보니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고 하는 막말과 무시 그리고 그로 인한 무기력감과 포기가 이 증상을 만든다. 어릴 때는 가족에게서 벗어나기 쉽지 않고 결혼을 하면 이혼을 하기 전까지 상대방에게서 상처와 스트레스를 끊임없이 받아야 한다. 이 스트레스는 내가 가족을 버리거나 이혼을 하거나 분가를 하지 않는 이상은 해결할 수가 없기 때문에 가족들이 동참해서 해결해야 한다. 화병과 갱년기가 심한 사람은 누구 때문에 어떤 말 때문에 힘들다고 이야기를 하고 그 대상은 경청하고 앞으로는 그런 행동과 말을 하지 않아야 한다. 스트레스가 극심한 사람은 유방 갑상선 자궁쪽에 문제가 생길 확률이 높다.대부분은 이와 같은 해결책을 알지도 못하고 안다고 해도 상대방이 따라주지 않기 때문에 가정에선 해결을 못하고 한의원에 내원한다. 이는 한약으로 치료를 해야 하는 병으로 가슴의 열을 내리고 풀어주는 황련 치자 시호 같은 약에다가 속이 막혀 있으면 속을 뚫어 주는 약재 배가 차면 배를 따뜻하게 하는 약을 보조로 사용하여 치료를 한다. 속의 열을 내리고 풀어 주면 상열감이 줄어들고 상열감이 줄어들면 잠을 잘 자게 된다. 잠을 잘 자게 되면 치료의 반은 됐다고 보면 된다. 상황에 따라 약을 3개월 전후 심한 경우는 6개월 전후로 먹으면 큰 문제 없이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받으면 다시 증상이 올라오는데 한번 치료를 하고 난 이후는 일년에 한 두번 보약 먹듯이 약을 먹어주면 된다.그러나 이도 근본적인 치료는 아니니 스트레스 받는 사랑하는 나의 가족을 위해 내가 느끼고 이해하고 반성하고 뉘우치고 변해야 한다. 이것이 가장 큰 치료고 치료의 시발점이다.

2023-06-28

아주 작은 자원봉사

이정옥위덕대 명예교수 난 몹시 게으르다. 집안일을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룬다. 집안일 중 밥하고 반찬하는 것-난 이 두가지 일을 창조적인 일이라고 한다.-이외에 빨래며, 설거지와 같은 소위 가사재생산적 일은 정말 하기 싫고, 해도 표시 안나니 더욱 하기를 미룬다. 생전 내 집에 다니러오신 친정엄마는 걸레를 들고 방바닥을 닦으며 혀를 끌끌 차신다. 넌 어려서도 따라 다니며 치워 줘야했어. 어찌 그렇게나 뒷손이 없는지, 시집가서도 그 버릇 못 고쳤으니 쯧쯧…. 아이들이 어렸을 때, 남자아이 둘이 어지르는 건 더욱 만만찮았다. 미루다미루다 어찌할 수 없는 지경이 되면 청소하는 생색을 내면서 툴툴거렸다. 남자 셋이 어지르고 여자인 나 혼자 치우다니 힘들다 힘들어. 곁에서 큰아들이 슬쩍슬쩍 장난감을 치우면서 한 마디 거든다. 엄마, 셋이 어지르는 게 아니라 넷이 어지르잖아요….아이들이 학교 다니고, 내가 직장 다니고부터는 내내 가사도우미의 도움을 받았다. 아들들이 커서 대학으로, 군대로 가면서 남편과 둘만 있게 되자 집안일이 간소해졌고, 도우미 없이 그럭저럭 꾸려 나왔다. 아침마다 쓸고 닦고, 매끼 먹자마자 설거지를 하는 바지런함이 늙어서야 돌아온 건 아니었다. 잔소리라곤 전혀 없는 남편 덕분에-그렇다고 도와주지도 않지만- 그저 대충 치워가면서 사는 중이었다.그러다가 최근 난 갑자기 부지런을 떨고 있다. 목요일 아침, 아니 수요일 저녁부터 집안일로 부산하다. 왜냐하면 목요일 오전 약 1시간 동안 자원봉사를 하러 가기 때문이다. 자원봉사 한답시고 내 집꼴을 제대로 건사 안한다면 위선이라 싶어 깨끗하게 해야 할 것 같았다. 덕분에 우리집은 모처럼 반짝거리기 시작했다.은퇴 후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가 자원봉사였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재능기부 정도는 했으나 시간이 생기면 반드시 하고자 결심했던 터였다. 자원봉사자 모집공고는 없나, 구청소식지를 살펴보고 길에 걸린 현수막을 살펴보던 중에 지산종합사회복지관 공고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봉사 거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따뜻한 밑반찬을 전달해 줄 차량배달 봉사자 모집” 딱 이거다 싶었다. 매주 목요일 오전 11시 이후, 10가구 정도에 반찬 배달하는 일이었다. 약 1시간 정도 소요되는 매우 가벼운 일이었다. 곧바로 담당사회복지사에게 연락하고 목요일 만나 동행하며 길을 익혔고, 주소지를 쓴 종이도 받았다. 그렇게 시작한 지 벌써 7주째다. 첫 주엔 골목을 찾느라 헤매고, 네비게이션을 봐도 뱅글뱅글 도는 길을 진땀깨나 흘렸다. 시간대가 택배차량과 겹치는 골목엔 멀찌감치 차를 세워두고 뜀박질을 해서 배달하곤 했다. 대부분 남자어르신이 혼자 사시는 집이었다. 10집 중 한두 집은 어르신이 계시지 않아 문 앞에 반찬꾸러미를 걸어 두고 사진을 찍어 두어 착오가 없게 했다. 처음엔 겸연쩍은 듯 반찬 꾸러미를 그냥 받던 어르신들이 서너 주가 지나자 인사를 건네주신다. 더운데 수고가 많습니다. 길 찾기 힘드시죠? 길가 담벼락에 난 쪽문으로 만나는 한 어르신은 꾸러미를 건네 드리면 파란색 이온음료캔을 챙겨주신다. 점심 전에 꼭 따뜻한 국과 반찬으로 식사하시라 싶어 부지런히 배달하는 중이다.

2023-06-28

불청객은 누구인가

2023년 ‘서울국제도서전(SIBF)’이 강남 코엑스에서 진행되었다. 6월 14일부터 5일간 진행된 행사는 아랍에미리트의 토후국 샤르자를 주빈국으로 하여 ‘비인간(非人間, nonhuman)’이라는 주제 하에 이루어졌다. 전시장 규모가 작년에 비해 축소된 것을 감안하자면 상당히 의미 있는 성과라 할 수 있다. 더불어, 도서출판시장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는 세간의 평가를 고려하자면 성공적인 국제도서전 개최는 나름 의미 있는 성과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출판계에 종사하고 있는 입장에서 보자면, 이번 SIBF은 여러모로 씁쓸함이 많은 행사였다. 일단 홍보 대사 위촉에서부터 좀 의아한 구석이 있었는데, 국제도서전이라는 명함이 무색하게 모든 홍보 대사가 소설가로 채워졌다는 점이다. SIBF에서 다루는 도서의 종수에 걸맞게 다양한 분야의 홍보대사가 위촉되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여기까진 그나마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다. 어쨌거나 위촉된 홍보 대사들이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라는 측면에서는 충분히 동의할 수 있는 인선이었기 때문이다.가장 문제적이었던 것은 홍보 대사 가운데 한 명인 오정희였다.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오정희가 SIBF의 홍보대사로 선정된 것이다. 당연히 위촉 사실이 알려진 때부터 각계각층의 문제제기가 있었으나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는 침묵했다. 심지어 협회의 정책팀장이었던 홍태림 미술평론가에 따르면, 내부 차원에서 오정희의 홍보대사 해촉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박근혜 정부 시절 작성된 블랙리스트가 특정 분야의 인사들을 정치적 목적에 따라 정책을 통해 소외시키고 배제시키기 위해 작성된 것이라는 점을 떠올리자면, 이와 같은 리스트의 선정에 관여한 것은 국가 주도의 구조적 폭력에 가담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즉, 오정희라는 소설가는 단순히 국가 정책의 협의에 참여한 예술가인 것이 아니라, 국가가 자행하는 폭력의 실행자였던 셈이다. 그런 그를 SIBF의 홍보대사로 위촉한 것은 사실상 면죄부를 부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더불어 이러한 위촉 과정에 문체부의 개입 여부가 의심되는 상황인지라, 해당 논란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때문에 지난 14일 SIBF의 개막식에 앞서 코엑스 동문에서는 각계각층의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모여 대한출판문화협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진행되었다. 송경동 시인을 필두로 하여 모인 이들은 블랙리스트의 실행자인 오정희 소설가가 국제도서전의 홍보대사로 위촉되는 것은 “국가 주도 폭력을 실행한” 이에게 “일종의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며 반성을 촉구했다. 그 후 이들은 행사장 내부로 이동했다.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각계의 문화예술가들로 구성된 이들이었지만, 코엑스 내부 진입에서부터 경호원들에 의해 제지를 받아 자신들이 작가임을 해명해야 했다. 행사장에 가까워질수록 경호원들의 제지는 거세졌고, 결국 이들은 들고 있던 종이 피켓(“부패한 문학권력 앞에서 우리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적힌)마저 보이지 않도록 말아들어야만 했다. 이들은 국제도서전에서 독자만큼이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작가들이지만, 행사의 주최측에서 보기엔 불청객이나 다름없었던 모양이다. 임지훈 2020년 문화일보,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된 문학평론가. 한양대 국문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그리고 이 처참한 사태는 개막식 장소에 가까워져 더욱 처참한 몰골로 마무리되고 말았다. 개막식장 앞에서 진입을 저지당한 이들은 경호원들에 의해 강제로 연행되었다. 수십여 명의 작가들의 팔 다리를 여러 명의 경호원들이 강제로 붙잡아 프레스룸으로 밀어 넣었다. 연행하는 주체가 누구인지, 작가들은 왜 연행되어야 하는지 어떠한 설명도 없이 이루어진 마구잡이식 연행이었다. 이들은 거듭 대한출판문화협회의 윤철호 회장과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외쳤으나, 주최측은 이들을 서둘러 해산시키곤 개막식을 시작했을 뿐이었다.나중에 밝혀진 사실로는 영부인 김건희 여사가 서울국제도서전에 방문하여 대통령 경호법 때문에 연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나중에서야 밝혀진 사실에 불과하다. 더욱 당혹스러운 사실은 김건희 여사의 방문으로 인해 심지어 각 신문사의 문학 기자들마저 출입이 제한되었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이들은 문학 기자들임에도 불구하고 개막식 장소에 김 여사가 갈 때까지 들어갈 수 없었고, 사진조차 제대로 촬영할 수 없었다. ‘그들’에게 작가들과 기자들은 불청객에 불과했던 걸까? 과연 불청객은 대체 누구인걸까? 이것이 정부의 문학에 대한 태도라고 생각된다면 너무 과한 생각인걸까?

2023-06-27

말살할 것인가, 공생할 것인가

애니메이션 ‘트라이건’을 보면 이런 대사가 나온다. “자신을 정복자라고 자신하는 어리석은 인류는 멸망하는 게 나아” 섬뜩하게 느껴질 수 있는 말이지만, 찬찬히 생각하면 어쩐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지구의 많은 것은 인간과 대립하고, 나아가는 발자국마다 세상을 망치고 있다는 혐의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인류는 끊임없이 발전되어 왔다. 거기에는 생존을 향한 특유의 집념과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는 욕망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더 좋은 차, 더 좋은 집, 더 아름다운 것. 손에 넣고 싶은 것이 많을수록 필연적으로 무언가를 파괴하는 수밖에 없다. 울창한 나무 대신 빽빽한 아파트가, 숲에 서식하는 동물 대신 명품 가방이. 여행을 위해 올라탄 비행기에선 어마어마한 양의 탄소가 배출되고 멋들어진 기념일 식사 한 끼에 과도한 양의 쓰레기가 생성된다.불과 몇 세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자연을 정복하겠다던 투지를 불태우던 인간은 이제 인간을 넘어선 인간을 만들겠다는 포부까지 내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지구의 다른 생명체들은 이토록 이기적인 인간과 공생하고 싶어 할까? 아니면 그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인간 존재를 말살하고 싶을까? 그러한 상상력에서부터 애니메이션은 출발한다.‘트라이건’의 세계관은 이러하다. 지구는 더 이상 인류가 살 수 없는 환경이 되었다. 남은 인류는 새로운 행성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불의의 사고로 우주선은 폭발하여 어떤 별에 추락하게 되고 생존한 사람들로 인해 새로운 문명이 만들어지게 된다. 황폐한 별에서 인간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새로운 테크놀로지인 생태 동력 에너지였다. 이 에너지에 자아가 생겨나면서 본격적인 사건이 시작된다.에너지는 인간 형제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들은 동시에 태어나고 함께 자랐지만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형은 에너지들이 인간에게 학대당하고 있다고 하면서 인간을 말살하고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만들자고 주장한다. 동생은 에너지는 인간이 없이는 살기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인간과 공생하여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자고 말한다.형제는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 인간과 공생하기를 선택한 동생은 어떤 자를 죽일지 말지 선택할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형은 동생을 “입만 산 몽상가”로 치부하며 그런 순간에도 우리들의 동포가 죽어가고 있다고 말한다.‘트라이건’ 세계관에서의 인간은 놀라우리만치 잔인하다. 처음엔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에너지를 얻는 데 급급했으나 점점 더 많은 것을 원한다. 그 때문에 얼마나 많은 생명이 끔찍한 고통을 받는가에 관해선 생각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러니 다른 생명체의 입장에선 ‘우리가 고통받은 만큼 너희들도 느껴보라’는 논리가 이상하지만은 않다. 어떤 면에선 이들의 인류를 말살하겠다는 계획이 타당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이렇듯 많은 영화나 만화에서 인간을 어떠한 바이러스처럼 다루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멀쩡한 지구에 갑자기 나타난 병균 취급을 하는 것이다. 인간이 모두 사라진다면 지구는 건강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정말 그렇다. 이상 기후, 전쟁, 학살, 상상도 못 한 범죄, 세상의 온갖 나쁜 일은 인간이 저지르고 있는 것만 같다. 그렇게 보자면 인간 존재는 무자비하고 어리석은 파괴자처럼 여겨진다. 문은강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로 주목받은 소설가. 201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가로 등단했다. 애니메이션을 떠나 현실에서, 인간 아닌 존재들이 이런 질문을 한다면 어떨까. “우리는 지구를 망친 인간과 함께 살 수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기회를 주고 싶다. 우리가 너희를 말살해야 하는가? 우리는 너희와 공생할 수 있는가?” 그때 우리는 어떤 대답을 내어놓아야 할까. 우리는 그들을 설득해야 한다.우리는 파괴하는 인간뿐만 아니라 살리려는 인간도 본다. 누군가가 손짓 한 번으로 수백만 명을 죽이는 폭탄을 터트릴 때, 누군가는 전쟁의 한복판에서 우는 아이를 구하려 뛰어든다. 누군가가 죄책감 없이 동물을 유기할 때, 누군가는 열악한 보호소에 기꺼이 발을 디디고 한 마리라도 더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망치는 것도 인간이고, 살리는 것도 인간이다. 우리는 어떤 부류의 인간이 되기를 택해야 하는가. 이런 질문에 관해선 답은 완벽하게 정해져 있다. 우리 안의 선함을 믿고 행동할 때, 공생하는 세계를 꿈꿀 수 있을 것이다. ‘트라이건’의 어떤 인간이 외쳤듯이. “함께 살아가는 거야. 아니, 함께 살아줘.”

2023-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