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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미래는 이재명인가, 조국인가

등록일 2024-03-31 20:06 게재일 2024-04-0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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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고문
김진국 고문

22대 총선 최대 변수는 조국이다. 그의 출마로 전체 판세가 국민의힘에서 민주당으로 기울었다. 국민의힘이 상승할 때도 잘해서라기보다 민주당이 스스로 무너진 탓이다. 이재명 대표가 비명계를 숙청하고, 친명계를 심으려 무리했다.

민주당 주류였던 호남계와 친노, 친문들이 치명상을 입었다.

이 대표는 민주당 주류가 아니었다. 꼬리가 몸통을 집어 먹으려니 소음이 났다. ‘비명횡사’와 함께 민주당 지지율도 추락했다. 충성도만 보고 자객들을 뽑았다. 검증에 소홀했다. 문제 후보가 속출했다. 서울 강북을에서 줄줄이 낙마한 정봉주·조수진 후보가 대표적이다. 민주당이 계속 점수를 잃었지만, 국민의힘이 제1당이 되는 게 그리 쉽지는 않은 상황이었다. 과반은 최대 목표로나 삼을 만했다. 그런데 보수 진영은 압승할 것이라며 긴장을 늦췄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주 호주대사로 보냈다. 굳이 선거를 앞두고 서두른 이유를 알 수 없다. 황상무 대통령 시민사회수석 말이 발등을 찍었다. 평생 언론사에 몸담았던 사람이다. 오만이라는 말 외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이 무렵 조국혁신당이 출범했다. ‘비명횡사’로 등산이나 가려던 비명계 야당 지지자들이 투표장으로 발길을 돌리게 했다. 이재명 대표에게 실망해도, 투표할 이유를 찾았다. 조국혁신당은 비례대표 후보만 냈다. 조국혁신당을 찍으러 투표장에 나가면, 지역구 후보는 민주당 후보를 찍게 된다. 국민의힘 후보를 찍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면 지금 여론조사에서 예측하는 것보다 국민의힘이 더 어려운 형편이라고 봐야 한다.

야권 내부에도 새로운 긴장이 생겼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3월 셋째 주 33%이던 민주당 지지율이 넷째 주 29%로 떨어졌다. 반면 조국혁신당은 8%에서 12%로 올랐다. ‘비례대표의원 투표 의향’은 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과 조국혁신당이 22%로 같았다. 조국혁신당이 앞서는 조사도 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조국 대표는 창당 직후 민주당을 찾아가 이 대표에게 깍듯하게 인사했다. 이 대표는 현재 20명으로 돼 있는 교섭단체 기준을 낮춰주겠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조국혁신당이 상승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역구, 비례, ‘몰빵’을 외친다. 박지원 후보가 조국혁신당 명예당원 하겠다고 덕담했다가 경고받았다. 소셜네트워크에는 조국 대표를 비난하는 댓글들이 달린다. 이번 선거의 최대 승자가 조국이라는 말이 나온다, 자연스럽게 차기 대선 경쟁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민주당에서 대통령 후보가 되려면 호남 지지가 절대조건이다. 광주 경선 전에는 노무현 대통령 후보를 예상하는 사람이 적었다. 이인재 전 의원이 오랫동안 ‘황태자’로 행세했다. 그러나 광주의 선택으로 순식간에 뒤집혔다.

호남 유권자들은 다른 지역보다 전략적이고, 집단적이다. 감정과 투표를 절제할 줄 안다. 김대중 대통령 이후 호남 출신 후보가 대통령이 되기 어렵다고 인정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39만 표 차이로 겨우 이겼다. 이때 이인재 후보가 492만여 표를 가져갔다. 김종필 자민련 총재와 손을 잡아 충청지역의 지원도 받았다. 김대중 대통령이 그 정도이니, 다시 호남 출신 대통령 만들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영남 출신인 노무현 전 대통령을 후계자로 찾아냈다.

비호남 출신 후보를 지원할 때 조건이 있다. 호남을 배려해달라는 것이다. 민주당 정부마다 호남 인물과 기업이 호조를 보였다. 쉽지는 않다. 노무현 정부 때도 친노와 호남 세력이 주도권을 다퉜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 앙금으로 호남 표를 얻는데 고생했다. 안철수 의원에게 밀리기도 했다.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을 친명 일색으로 만들었다. 그 과정에 호남 세력도 많이 밀어냈다. 이낙연·임종석·박용진…. 과거 야당 총재들도 비주류에 조금의 공간은 나눠줬다. 이번에는 주류를 바꿨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세력을 모두 밀어내고 안방을 차지했다. 조국 대표도 공천을 안 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조 대표가 당을 따로 만들어 돌아왔다. 특히 호남에서 조국혁신당 지지율이 높다. 선거 이후가 궁금해진다.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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