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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취항 준비 ‘섬에어’, 직원 공개 채용…2026년 상반기 사천·울산 노선 운항 앞둬

울릉도와 흑산도, 백령도 등 섬 지역 취항을 준비 중인 지역항공 모빌리티(Regional Air Mobility) 항공사 섬에어(대표 최용덕)가 2026년 상반기 사천·울산 노선 취항을 앞두고 직원 공개채용에 나섰다. 섬에어는 오는 10월 12일까지 공식 홈페이지(www.sumair.kr)를 통해 운항관리사, 정비사, 객실승무원 등 7개 분야 인력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이번 채용 규모는 두 자릿수로 신규 도입 예정인 ATR 72-600 신조기 운항 준비를 위한 인력 보강 차원이다. 모집 부문은 △운항통제·운항관리 △객실승무직(사무장 포함) △정비기획 △정비자재 △품질보증 △정비기술 △운항정비 등이다. 섬에어는 안전 운항 체계 강화를 위해 각 분야 3~5년 이상 경력을 가진 지원자를 우대하며, 특히 객실승무원의 경우 간호사·응급구조사·군 특수부대·소방공무원 등 응급대응 경험이 있는 인력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강승우 섬에어 인사팀장은 “섬에어는 도시와 섬을 잇고, 동서 지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길을 열어 대형항공사(FSC)와 저비용항공사(LCC)를 보완하는 지역항공 모빌리티 항공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도전적인 인재들이 함께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채용 절차는 △서류전형 △면접전형 △신체검사 순으로 진행되며, 최종 합격자는 오는 11월 입사할 예정이다. 자세한 자격 요건과 전형 일정은 섬에어 공식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2022년 11월 설립된 섬에어는 ‘도시와 섬을 연결하는 특별한 여정’을 목표로 김포-사천, 김포-울산 노선을 시작으로 울릉도, 흑산도, 백령도, 대마도 등 국내외 취항지를 순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김두한기자 kimdh@kbmaeil.com

2025-10-02

경산시, 숲속 야영장 조성으로 산림휴양공간 제공

시민들이 즐겨 찾을 숲속 공간이 부족한 경산시가 2026년까지 특색 있는 숲속 야영장 조성으로 시민들에게 산림휴양 공간을 제공하며 삶의 질 향상과 지역균형개발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시는 남산면 연하리 산 32번지 일원 30ha(개발 면적 2만 5314㎡)에 도비 31억 3천만 원과 시비 53억 9천만 원 등 85억 2천만 원으로 트레일러 6면과 글램핑 4동, 데크형 9개, 골재 24면 등 43면의 야영장과 개별사이트 주차 34면 포함 84면의 주차장 등을 갖춘 숨 편한 힐링 숲(숲속 야영장) 조성하고 진입도로 1km를 8m 이상으로 확장한다. 또 취사와 샤워를 할 수 있는 캠핑센터와 화장실, 관리사무소, 380m의 맨발 탐방로, 1520㎡의 잔디광장도 조성한다. 지난해 실시설계용역과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용역을 마무리한 경산시의 숲속 야영장은 지난해 말 공사 착공에 들어갔으나 진입도로 보상으로 현재는 공사가 중지되어 있다. 시는 올해 말까지 진입도로 확장공사 토지와 지장물 보상을 마무리하고 2026년 11월까지 숲속 야영장 조성사업을, 2027년 3월까지 진입도로 확장공사를 준공해 4월에는 시민들과 캠퍼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숲속 야영장이 조성되면 인근의 반곡지와 삼성현역사문화공원, 경산동의한방촌, 경산에코토피아 등 관광자원과의 연계로 관광 인프라 구축에 지역 경기 활성화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지역의 부존자원을 활용하는 시군 창의 사업으로 용성면 송림리 485번지 일원 구 송림초등학교 부지를 국비 7억 원 등 10억 원의 예산으로 2023년 개발한 ‘송림 힐링 캠프장’은 코로나와 운영관리자 구성의 문제로 아직 운영에 나서지 못해 캠퍼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송림 힐링 캠프장은 데크 9개소와 파쇄석을 이용한 7개소 등 16개소의 야영공간, 주차장과 샤워실, 휴게실에 지난해 10월 CCTV가 설치되어 야영장이 활성화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심한식기자 shs1127@kbmaeil.com

2025-10-02

울릉독도지킴이 ‘한국이월드’…독도사랑운동본부와 ‘1025 독도 강치 홍보 프로젝트’ MOU 체결

오는 25일 독도의 날을 앞두고 (사)독도사랑운동본부(총재 노상섭)가 한국이월드(대표이사 박혜경)와 ‘독도 강치 홍보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1일 열린 협약식은 독도사랑운동본부 사무국에서 진행됐다. 이번 협약은 우리 고유 영토 울릉독도와, 과거 독도의 주인이었던 ‘독도강치(바다사자)’를 국민들에게 알리고 그 가치를 확산하기 위한 것이다. 양 기관은 ▲독도강치 캐릭터 인형 확대 출시 ▲독도사랑운동본부 공식 후원기업 가입 ▲‘한국이’ 인형 판매 수익금 기부 ▲독도 홍보 사업 등을 공동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한국이월드가 제작한 독도강치 인형 ‘한국이’는 국민들이 일상에서 독도를 기억하고 독도사랑을 표현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한국이월드는 이번 협약을 시작으로 △제3기 독도어린이의용수비대 지원 △독도자선골프대회 후원 △‘1025 DOKDO 댄싱 글로벌 챌린지’ 프로젝트 참여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독도사랑운동본부는 울릉도 독도 관련 전문성을 바탕으로 자료 제공, 교육 프로그램 운영, 마케팅 지원을 맡아 협력에 나선다. 조종철 독도사랑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이번 협약은 독도의 생태와 역사를 쉽고 재미있게 알릴 수 있는 뜻깊은 계기”라며 “사라진 독도 강치의 아픔을 전하고, 미래 세대가 독도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두한기자 kimdh@kbmaeil.com

2025-10-02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프렌치 오리지널 투어 경주 공연

프랑스 뮤지컬의 대표작 ‘노트르담 드 파리’ 프렌치 오리지널 내한 공연이 11월 27일부터 30일까지 경주예술의전당 화랑홀에서 열린다. 총 5회 공연으로 진행되는 이번 무대는 2005년 한국 초연 이후 20주년을 맞아 경주를 찾는다.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장편소설 ‘노트르담의 꼽추’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가수이자 작곡가인 리카르도 코치안테의 음악과 아름다운 시적 표현으로 시대를 앞서간 극작가 뤽 플라몽동의 가사가 조화를 이룬다. 15세기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신분이 다른 세 남자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다. 추한 외모의 종지기 콰지모도, 대주교 프롤로, 근위대장 페뷔스는 모두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에게 강렬한 욕망과 애정을 품는다. 이들의 얽히고설킨 관계는 당시 사회의 갈등, 부조리한 형벌 제도, 인간의 내면적 고뇌를 날카롭게 드러내며 시대를 초월한 메시지를 전한다. ‘성스루’(sung-through) 형식으로 모든 대사가 노래로 전달되며, ‘대성당의 시대’, ‘아름답다’,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 등 명곡들이 프랑스어 원어로 선사된다. 또한 100kg 이상의 대형 종과 움직이는 세트, 현대무용과 아크로바틱이 결합된 독창적 안무로 시각적 웅장함을 더한다. 1998년 프랑스 파리 초연 이후 전 세계 30여 개국, 1500만 관객을 모은 세계적으로 오랫동안 사랑받는 작품으로, 이번 공연은 오리지널 팀의 내한으로 원작의 감동을 재현한다. 경주시와 한국수력원자력이 주최하고 경주문화재단이 주관하는 ‘2025 한수원 프리미어’ 마지막 시리즈로 기획된 이번 공연은 고품격 프리미엄 대형공연 프로그램으로, 티켓 가격은 VIP석 19만원부터 B석 7만원까지이며, 경주시민은 50% 할인된 가격으로 관람할 수 있다. 예매는 경주문화재단 홈페이지와 티켓링크에서 가능하며 공연 관련 자세한 정보는 경주문화재단 홈페이지(www.garts.kr) 또는 문의 전화(1588-4925)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02

울릉군 보건의료원 응급실 봉직의사 보강…울릉도 응급환자 위한 양질의 의료체계 구축

울릉군보건의료원(원장 김영헌)이 응급의학과 전문 봉직의사(일반의사)를 채용하며 도서 지역 의료 공백 해소에 한 걸음을 내디뎠다. 의료원은 1일부터 박단 전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을 응급의학과 봉직의사로 채용해 본격 근무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로써 울릉군보건의료원 응급실은 봉직의사 1명과 공중보건의사에 의존하던 체계에서 벗어나, 보다 안정적이고 전문적인 진료가 가능해졌다. 박단 씨는 세브란스병원에서 응급의학과 전공의로 2년차 수련을 받던 중 2023년 대전협 회장에 선출돼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침에 강경 대응을 주도한 인물이다. 그러나 의정 갈등 장기화 속에 비판을 받으며 지난 6월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세브란스 응급의학과 전공의 재지원에 불합격했지만, 김영헌 원장과의 교감을 계기로 울릉군 근무를 결심했다. 그는 지난 1일 자신의 SNS에 “피폐와 방황을 갈무리하고 끝내 바다 건너 동쪽 끝에 닿았다”며 “울릉군 보건의료원 응급실에서 근무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이곳에서 다시 나아갈 길을 살피겠다”며 명절에도 병원에 남아 지역민 곁을 지킬 뜻을 밝혔다. 응급실 진료 공백이 줄어들어 군민의 생명과 안전을 더욱 철저히 지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야간과 주말 등 의료 취약 시간대에도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져, 응급환자 진료의 질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울릉군보건의료원은 이번 봉직의사 채용으로 내과(가정의학과), 정형외과, 소아청소년과, 마취통증의학과, 안과, 응급의학과 2명과 원장 등 8명의 봉직의사를 확보하게 돼 명실상부 섬 지역 종합병원으로 발전했다. 이 같은 결과는 열악한 울릉도 의료인력 해결을 위해 노력한 남한권 울릉군수, 의사와의 교감을 통해 의료진 유치를 위해 힘쓴 김영헌 보건의료원장의 노력으로 결실을 맺었다. 김영헌 원장은 “낙도에서 봉직할 의사를 찾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응급실이 보강된 것은 천군만마를 얻은 것과 같다”며 “군민의 건강권 확보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두한기자 kimdh@kbmaeil.com

2025-10-02

대구시, 추석 맞아 취약계층 지원 및 보건복지 상황반 운영

대구시가 2023년 추석을 맞아 취약계층 지원을 강화하고 시민 불편 해소를 위해 3일부터 9일까지 7일간 ‘보건복지 상황반’을 운영한다. 시는 저소득층, 독거노인, 노숙인 등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공공·민간 자원을 연계한 지원책을 마련했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협력해 취약계층 1만 4000여 명에게 13억 4500만 원 규모의 위문금 및 위문품을 전달한다. iM사회공헌재단은 900명에게 9000만 원 상당의 온누리상품권을, 한국부동산원은 전국 사회복지시설 201개소에 백미 1억 9000만 원 상당을 지원한다. 대구사회복지협의회와 한국가스공사는 온누리상품권, 생필품, 장학금 등 3억 원 규모의 지원을 추진한다. 연휴 기간 독거노인 3만여 명에 대한 안부 확인과 2700여 명의 거동 불편 노인 대상 식사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며, 경로무료급식소 8곳과 노숙인 지원센터에서 급식 및 도시락을 지원한다. 고독사 위험 가구에는 24시간 모니터링과 긴급출동 체계를 유지한다. 시민 불편 해소를 위해 133명으로 구성된 4개 분야(취약계층, 의료·방역, 식중독 대응, 성묘) 보건복지 상황반도 가동한다.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 등 간부 공무원들은 의료·복지시설을 방문해 종사자들을 격려할 예정이다. 김태운 대구시 보건복지국장은 “어려운 이웃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관심을 부탁드린다”며 “촘촘한 복지안전망으로 시민 모두가 안전하고 따뜻한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10-02

대구지역 상장법인 시가총액 3분기 연속 증가⋯22조 8000억 원 기록

대구지역 상장법인의 시가총액이 2025년 3분기 말 기준 22조 7893억 원으로 집계되며 전분기 대비 12.4%(2조 5079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4년 4분기 이후 3분기 연속 상승세를 이어간 결과다. 1일 대구상공회의소 대구지역 상장법인 56개사(코스피 22개사, 코스닥 34개사)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17조 8315억 원으로 전분기 대비 14.8%(2조 3022억 원) 증가했으며, 코스닥 상장사는 4조 9579억 원으로 4.3%(2057억원) 늘었다. 시가총액 1위는 전분기 대비 36.3% 증가한 ㈜이수페타시스(5조 2148억 원)가 차지했으며, 2위는 한국가스공사(3조 8921억 원), 3위는 ㈜엘앤에프(2조 4817억 원)로 나타났다. 상위 10개사의 시가총액은 18조 1299억 원으로 전체의 79.6%를 점유했으며, 전분기 대비 16.8% 증가했다. 시가총액 증가폭이 가장 큰 기업은 ㈜이수페타시스(1조 3948억 원↑)였으며, 이어 ㈜엘앤에프(9079억 원↑), ㈜에스앤에스텍(1984억 원↑) 순으로 집계됐다. 이상길 대구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지역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과 실적 개선이 시장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으며 시가총액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유망기업의 상장 지원과 투자 기반 확대를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분석은 지난 9월 30일 종가 기준으로 진행됐으며, 대구지역 상장사의 성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10-02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 국제인도법 모의재판 8번째 정상

한동대학교 국제법률대학원이 국제인도법 분야에서 다시 한번 국내 최강임을 입증했다.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 학생들은 지난 27일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열린 제17회 대한적십자사 국제인도법(IHL) 모의법정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하며 통산 8번째 우승을 기록했다. 이번 대회 우승팀은 1학년 전민찬·이동현·류성훈 학생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최우수팀상과 최우수 기초서면상(검사 측)을 수상했으며 전민찬 학생은 최우수 변론가상까지 거머쥐어 주요 부문을 석권했다. 김정우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 교수(미 육군 법률고문 출신)의 지도를 받은 이번 팀은 치밀한 준비 끝에 완벽한 성과를 냈다. 김 교수는 “학생들이 복잡한 사안을 국제법 원칙에 맞게 정밀하게 적용한 점이 인상적이었다”며 “연습 과정에서 심사위원 역할을 자처하며 조언을 아끼지 않은 선배들의 도움이 컸다”고 평가했다. 특히 지난해 최우수 변론가상 수상자인 2학년 전예람 학생이 멘토로 참여해 후배들의 준비를 도왔다. 전 학생은 “후배들이 자신감을 쌓고 국제인도법에 대한 이해를 깊게 다져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큰 보람을 느꼈다”고 전했다. 최우수 변론가상을 수상한 전민찬 학생은 “학교를 대표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어 영광”이라며 “집중적인 변론 훈련과 교수님·선배들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은 국내 무대뿐 아니라 국제 무대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졸업생들이 미국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 글로벌 법률 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교육과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10-01

글로컬대학30 최종 발표···대구경북, 양대 사학 탈락 ‘쓴맛’

교육부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글로컬대학30’ 사업 결과에서 대구·경북 지역을 대표하는 양대 사학인 영남대와 계명대가 끝내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반면, 부산에서는 동아대와 경성대가 나란히 선정됐다. 올해는 사업 3차년도이자 마지막 지정으로 새로 선정된 대학은 9곳(7개 모델)에 불과하다. 대구·경북에서는 지난 5월 계명대와 금오공대가 예비지정을 받으며 기대를 모았지만 최종 관문인 본 지정에는 실패했다. 지역에서만 무려 13개 대학이 도전장을 냈으나 결과는 전원 탈락이었다. 현재까지 글로컬대학으로 지정된 대구경북 지역 대학은 경북대·대구보건대(대구), 국립경북대·대구한의대·포항공과대·한동대(경북) 등 6곳이다. 지역 교육계는 이미 결과를 예견한 듯했다. “대구경북은 기선정 대학이 많아 올해 추가 지정은 어렵다”는 말이 선정 발표 전부터 돌았던 것. 실제 결과 역시 소문과 다르지 않았다. 한 교육 관계자는 “교육부가 대학 제안서를 통해 역량을 면밀히 평가하기보다 지역 안배 논리에 무게를 실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영남대와 계명대는 그간 여러 방식으로 도전했지만 번번이 좌절했다. 영남대는 2023년 1차 선정 당시 영남이공대와 연합해 도전했으나 탈락했고 지난해에는 금오공대와 손잡았지만 역시 고배를 마셨다. 올해는 아예 지원조차 하지 않았다. 계명대 역시 첫해 계명문화대와 함께 나섰다가 탈락한 뒤 지난해 다시 도전했지만 실패했고 올해는 단독 지원으로 전략을 바꿨지만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지역 대학들은 같은 재단 소속 대학끼리 연합하면 불리하다는 분석에 따라 파트너를 바꿔 도전했지만 정작 타 지역에서는 원광대·원광보건대, 조선대·조선간호대 등 같은 재단이 동시에 선정됐다. 이러한 이유로 “지역별로 다른 기준이 적용된 것 아니냐”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지역의 한 대학 관계자는 “지정 기준이 일관되지 않아 혼란이 크다”며 “학교마다 공들여 전략을 바꿨지만 결과적으로는 지역 균형이라는 외부 논리에 묻혔다”고 말했다. 올해 최종 지정 규모가 줄어든 점도 문제로 꼽힌다. 2023년과 2024년에는 각각 10개 모델이 선정됐지만 올해는 7개에 그쳤다. 애초 ‘글로컬대학30’이라는 이름처럼 3년간 총 30개교를 뽑겠다던 계획은 흐트러졌다. 대학가에서는 “정부 스스로 약속한 로드맵이 무너졌다”는 불만도 나온다. 현재 교육부는 이의신청 절차를 운영 중이지만, 실제 목소리를 낼 대학은 거의 없는 분위기다. 한 교육 관계자는 “정부 지원 사업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우려해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10-01

AI 시대, 더욱 빛나는 인간 중심 유망 직종⋯대구보건대 언어치료학과

글로컬대학 대구보건대학교 언어치료학과는 2003년 개설 이래 21년간 언어재활 분야 전문 인력을 양성해왔다. 지금까지 1300여 명 이상의 졸업생이 임상현장에 진출했으며, 전문성과 실무역량을 갖춘 인재로서 지역사회와 국가에 기여해왔다. 학과는 임상 중심 교수진, 특화된 실습 환경, 높은 국가고시 합격률과 취업률로 전문대학 중 언어재활사 양성의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언어재활사는 영유아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보건의료 전문가다. 병원, 복지관, 특수교육지원센터, 가족센터 등 다양한 기관에서 활동하며, 최근에는 고령화와 발달장애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대구보건대 언어치료학과는 이러한 흐름에 맞춰 ‘시니어 의사소통재활’, ‘난독재활치료’ 등 실질적 현장 적용이 가능한 전공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교육에 반영하고 있다. 학과의 가장 큰 강점은 전국 전문대 가운데 유일하게 운영하는 성인 언어치료 실습실이다. 2024년에는 한국언어재활사협회로부터 임상실습 우수기관으로 공식 인증을 받았으며, 실습은 대학 본관 6층 언어치료센터에서 진행된다. 이곳은 MDVP, Nasometer, Aerophone II 등 첨단 음성 진단 장비를 갖춘 교육 공간으로, 학생들은 교수진의 밀착 지도를 통해 실전과 같은 진단·치료 전 과정을 수행한다. 실습실에는 원웨이 미러와 녹화 시스템이 설치돼 있어 학생들이 동료들의 치료 장면을 분석하고 피드백을 공유하는 등 임상 역량을 체계적으로 높여간다. 또 언어치료센터는 학내 실습 공간을 넘어 지역 주민을 위한 무료 언어치료 봉사기관으로도 운영된다. 지금까지 치료를 받은 환자 수는 1100여 명에 이르며, 24개월 영유아부터 고령층까지 연령과 장애 영역을 초월한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해왔다. 학생들은 전공 심화형 비교과 프로그램인 ‘SLP-Master’, ‘Pre-Master’를 통해 전공 지식과 실전 감각을 동시에 키운다. 전공 골든벨, 현장직무수행도 평가, 취업박람회, 동문선배 직무상담 등 다양한 경합 및 체험 활동도 마련돼 있으며, 졸업 후를 대비한 자격 취득 스터디와 멘토링도 활발히 운영된다. 2023년부터는 재직 언어재활사를 위한 임상역량 강화 특강도 정례화되어, 학과는 교육과 실무를 아우르는 ‘지속 성장형 교육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가고시 성과도 돋보인다. 최근 5년간 언어재활사 국가시험에서 전국 평균을 상회하는 합격률을 기록했으며, 취업률도 전문학사과정 평균 77.7%, 학사과정은 95.97%에 이른다. 졸업 후 진로는 다양하다. 대학병원과 지역 전문병원은 물론, 언어치료 센터, 특수학교, 발달센터,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에서 활약할 수 있으며,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2017년 개설)을 거쳐 대학원 진학도 마련돼 있다. 실제로 일본 구마모토보건과학대하교 대학원 진학자에게는 언어재활 특전이 제공되며, 졸업생 중에는 국내외 대학 교수로 활동 중인 이들도 있다. 05학번 주영실 교수는 일본 메시로대학교에서, 07학번 김시현 교수는 건양대학교에서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언어치료학과의 특별한 면모는 형제·자매가 함께 입학하거나, 기존 전공에서 진로를 바꿔 재입학한 학력 유턴 학생의 비율이 높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언어재활사가 흔히 알려진 직업은 아니지만, 학과에 입학한 후 안정성과 전문성을 체감한 학생들이 지인이나 가족에게 추천하는 경우가 많아 긍정적인 입소문이 이어지고 있다. 대구보건대 언어치료학과 황하정 학과장은 “우리의 삶은 언어로 시작해 언어로 이어지고, 언어재활사는 단순한 치료자가 아니라 사람의 삶을 변화시키는 동반자”라며 “학생들이 따뜻한 마음과 전문성을 겸비한 언어재활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도하겠다”고 밝혔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10-01

송이 값 ‘금값’⋯“치솟는 가격에 물량도 없어”

송이버섯 가격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본격적인 송이버섯 출하 시기를 맞았지만 가파른 가격 오름세로 ‘금값 송이’라는 말이 나온다. 1일 대구 중구의 한 송이버섯 전문점. 매장 한쪽에는 수입산 송이버섯이 1㎏ 특등급은 30만 원, 보통등급은 17만 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지난해 같은 시기 특등급은 25만 원, 보통등급은 15만 원 수준이었다. 1년 새 특등급은 5만 원, 보통등급은 2만 원 오른 셈이다. 가게 주인은 “작년보다 가격이 더 뛰었다. 국산 송이버섯 출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긴 했으나 물량 자체가 없다. 수입산 마저도 이미 예약이 마감된 상황이다”며 “9월 초만 해도 보통등급이 13만 원 선이었는데, 추석을 앞두고 보통 2~3만 원 오르던 가격이 올해는 4~5만 원이나 뛰었다”고 말했다. 임산물유통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경북 영덕군에서 생산된 송이 1㎏당 입찰 전 산지 평균가격은 특등급 42만 원, 상등급 23만 원, 보통등급 20만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특등급은 40%, 상등급은 15%, 보통등급은 33.3% 오른 것이다. 유통비용 등이 반영된 소비자 판매가격도 특등급 48만 원, 상등급 28만 원, 보통등급 22만 원으로, 각각 전년보다 20%, 12%, 10%씩 뛰었다. 가격 급등의 배경에는 공급 감소가 있다. 국내 주요 산지는 경북 안동 길안, 청송, 청도, 울진, 강원 양양 등인데 지난 봄 경북 지역의 대형 산불로 산림이 크게 훼손되면서 생산량이 급감했다. 또 송이는 비가 내린 뒤 쌀쌀한 바람이 불어야 돋아나는데 올해는 9월까지 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며 생육 환경이 늦게 조성됐다. 한 산지 관계자는 “불이 난 자리는 송이가 아예 나지 않는다. 날씨까지 덥다 보니 올해 물량은 평년보다 현저히 적다”고 말했다. 수입산 가격도 덩달아 뛰고 있다. 중국 현지에서 한국 내 공급 부족을 파악하고 가격을 올리기 때문이다. 중국 내 송이버섯 소비 물량도 늘어난 영향도 있다. 한 시민은 “예전에는 어떻게든 송이버섯을 구매해 가족들과 함께 먹었지만, 요즘은 송이버섯을 구매하기가 부담스럽다. 수입산 가격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글·사진/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10-01

포항시개발자문위원연합회, 김정재 의원 출당 및 사퇴 촉구

포항시개발자문위원연합회는 1일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고 김정재 국회의원에 대한 출당 및 사퇴를 강력히 촉구했다. 연합회는 이날 집회에서 “김정재 의원은 ‘3~5억’ 망언으로 포항시민의 명예를 훼손했으며, 영일만 횡단대교 사업 또한 노선 확정조차 못한 채 정치적 홍보만 하다가 예산을 불용처리로 날려버렸다”고 비판했다. 또 “21대 국회 시절 청하면 경노당에서의 노인비하 발언, 최근 통일교 관련 논란까지 이어지며 포항 정치를 연일 욕되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김 의원의 태도에 분노를 드러냈다. 연합회 관계자들은 “그동안 시민을 무시하며 단 한 차례도 책임 있는 사과를 하지 않았다”며 “이런 인물이 어떻게 포항을 대표할 수 있는가”라고 성토했다. 또 영일만대교 예산 불용 사태를 “포항 발전을 저해한 심각한 정치적 외면”으로 규정하며 즉각적인 사업 정상화를 촉구했다. 아울러 지역 어르신을 모욕한 노인비하 발언과 통일교 논란 역시 철저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진일 회장은 “오늘 집회는 특정 정파와 무관하다. 오직 포항의 자존심과 지역 미래를 지키기 위한 시민의 외침”이라며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보수의 심장 포항에서 국민의힘 당원들과 함께 대규모 탈당운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포항시개발자문위원연합회는 이날 현장에서 국민의힘 장동혁 당대표에게 김정재 의원 출당 요구서를 직접 전달했다. 앞서 지난달 24일에도 중앙당 사무처에 당대표 면담요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10-01

드라마 따라 포항으로… 감성여행 가볼까

역대급으로 긴 추석 연휴에 국민 10명 중 4명이 여행을 계획(한국교통연구원 조사)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런데도 막상 어디로 떠날지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 최근 인기를 누린 드라마를 따라가 보면 어떨까. 첫사랑의 설렘이 남은 해변, 싱글맘의 눈물이 스며든 계단, 판타지의 저주가 깃든 전망대 모두 포항을 배경 삼아 만들어낸 드라마 속 명장면이다. 포항의 매력은 단순한 풍경을 넘어선다. 삼국유사의 전설이 살아 있는 해안, 일제강점기의 흔적을 간직한 골목, 그리고 철과 빛이 공존하는 현대적 야경이 한데 어우러진다. 바다와 숲, 시장과 철길, 도시와 항만이 교차하는 포항은 그 자체가 거대한 오픈세트다. 배우들이 걸었던 길을 따라가면 스크린 속 장면이 여행자의 발자국 위에서 다시 살아나고, TV에서만 봤던 동해의 푸른 결이 코끝과 피부로 스며든다. 이번 연휴, 드라마 제목을 손에 쥐고 길을 나서보자. 삼정해수욕장의 잔잔한 파도, 청하공진시장의 노란 불빛,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의 붉은 기와, 송도송림테마거리의 솔향, 장길리 복합낚시공원의 은빛 잔교, 이가리 닻 전망대의 일출, 철길숲의 초록 터널, 포항운하의 반짝이는 수면···. 카메라가 담았던 모든 장면이 여행자의 두 발과 시선으로 완성된다. ◇ 동백꽃 필 무렵 –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 싱글맘 동백(공효진)은 세상의 편견과 맞서 아이를 키우며 순박한 경찰 황용식(강하늘)의 사랑을 받는다. 동백꽃 필 무렵은 작은 마을의 상처와 연대, 치유를 촘촘히 그린 작품이다. 그들의 사랑과 아픔을 감싸 안았던 무대가 바로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다. 1920~30년대 일본식 목조 건물이 약 500m 구간에 80여 채나 남아 있으며 붉은 기와와 낡은 나무 문살, 좁은 골목길이 시간의 결을 그대로 품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 직접 자재를 들여와 지었다는 ‘하시모토의 집’은 현재 ‘구룡포근대역사관’으로 운영돼 당시 생활의 흔적을 다다미와 부츠단, 란마를 통해 생생히 보여준다. 골목 초입에는 모형 우체통과 옛 심상소학교를 재현한 전시가 있어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상상하게 한다. 드라마 속 동백과 용식이 사랑을 확인하던 계단은 지금도 연인들이 차례를 기다리며 앉아 사진을 남기는 포토존이다. 언덕 끝자락에 앉아 바다를 내려다보면 짭조름한 바람이 역사와 현재를 함께 데려온다. ◇ 갯마을 차차차 – 청하공진시장 도시 치과의사 윤혜진(신민아)은 바닷가 마을에서 만능 이웃 홍두식(김선호)을 만나 ‘함께 사는 기술’을 배워간다. 극 중 ‘공진시장’의 실제 무대는 포항시 북구 청하시장이다. 드라마 방영 이후 시장은 ‘청하공진시장’이라는 간판을 달고 여행객을 맞는다. 1·6일마다 열리는 오일장에는 활어와 해산물이 넘치고 연탄불 위에서 고등어가 지글지글 익어가는 냄새가 골목을 채운다. 해가 기울면 시장 천장에 매단 전구가 하나둘 켜져 노란빛의 긴 통로가 된다. 식당 한편에서는 따뜻한 국물 한 숟갈을 들이키면 순간 드라마가 말한 ‘동네의 온기’가 체온으로 스며든다. 시장 입구의 카페 세트장과 골목 끝 슈퍼마켓은 지금도 팬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명소다. ◇ 나의 완벽한 비서 – 송도송림테마거리 일 ‘만’ 잘하는 헤드헌팅 회사 CEO 강지윤(한지민), 일 ‘도’ 완벽한 비서 유은호(이준혁). 업무와 감정의 경계에서 서로에게 스며드는 두 사람의 로맨스는 송도송림테마거리의 숲길 위에서 완성됐다. 이곳은 포항시가 ‘그린웨이 프로젝트’로 조성한 보행 중심의 숲길로 해변을 따라 솔개천·바닥분수·벽천이 이어지고 스틸아트와 트릭아트가 곳곳에 배치돼 낮에는 햇살이 반짝이며, 밤에는 조명이 솔숲을 은은히 물들인다. 황혼 무렵 벤치에 앉으면 솔향 사이로 포스코 야경이 별처럼 스며들고 계절마다 열리는 거리예술제와 버스킹은 숲 전체를 무대로 변신시킨다. ◇ 런온 –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육상선수 기선겸(임시완)과 영화 번역가 오미주(신세경)가 서로의 언어로 달려가는 청춘 로맨스 런온. 이들의 감정선이 동해의 수평선과 만나는 장면은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에서 촬영됐다. 삼국유사에 전해지는 전설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이 공원은 해와 달의 조형물, 출렁이는 억새밭, 일월대 전망대가 어우러진다. 입구의 벽화 거리에선 연오랑과 세오녀의 여정이 펼쳐지고, 전시관 ‘귀비고’에서는 VR과 영상 체험을 통해 설화를 생생히 만날 수 있다. 산책로를 따라가면 바다 위로 튀어나온 일월대 전망대가 동해를 한눈에 담아내며 해질 무렵이면 바다가 금빛에서 보랏빛으로, 다시 진청색으로 변하는 장관이 펼쳐진다. ◇ 이 연애는 불가항력 – 이가리 닻 전망대 저주로 얽힌 두 남녀 장신유(로운)와 이홍조(조보아)가 운명에 맞서는 판타지 로맨스. 긴장과 설렘이 교차하는 결정적 장면은 이가리 닻 전망대가 만들어낸 공간 덕에 더 선명해졌다. 푸른 해송 숲 사이를 지나 바다로 길게 뻗은 스틸 데크는 위에서 보면 ‘닻’ 모양이 선명하다. 높이 약 10m, 길이 약 102m의 전망대 끝은 독도를 향하고 있으며 발아래 투명 데크를 통해 치솟는 포말을 내려다볼 수 있다. 새벽이면 닻 끝에서 태양이 솟아오르듯 일출이 열리고 난간을 타고 울리는 파도 소리와 해풍의 금속 차가움이 극의 ‘필연’을 촉각으로 전한다. ◇ 모래에도 꽃이 핀다 – 장길리 복합낚시공원 20년째 떡잎인 씨름 신동 김백두(장동윤)와 골목대장 출신 오유경(이주명)의 재회와 성장담. 주저하던 청춘이 다시 걷기 시작하는 장면이 바로 장길리 복합낚시공원에서 탄생했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바다 위로 약 170m 뻗은 보릿돌교. 데크 틈새로 파도가 들고나며 염분이 미세한 안개로 흩어지고 해가 지면 해상 펜션의 불빛이 물결 위 별처럼 깜박인다. 보릿돌은 과거 미역이 풍성했던 바위로 알려져 마을의 ‘식탁’을 지켜온 기억을 품는다. 난간에 손을 얹으면 금속의 촉감이 파도의 리듬을 손바닥으로 전하고 금속 그림자와 물결이 겹쳐 은빛 물무늬를 만든다. ◇ 마이유스 – 삼정해수욕장 남들보다 늦게 평범한 삶을 시작한 선우해(송중기), 뜻하지 않게 그 평온을 흔들어야 하는 성제연(천우희). 첫사랑의 기억과 후회, 화해를 다루는 감성 로맨스 마이유스의 무대는 구룡포 남쪽 삼정해수욕장이다. 만곡형의 포근한 포켓 비치, 곱고 잘 드는 모래, 완만한 경사 덕에 파도의 호흡이 낮다. 해수면이 얕아지는 구간이 길어 해질녘 얇은 물막 위에 노을이 거울처럼 반사된다. 마을 고깃배가 돌아오는 이른 저녁이면 하늘과 바다의 색이 서서히 뒤섞이고 해변 뒤편 작은 포구와 횟집이 노을빛을 받아 붉게 달아오른다. 카메라가 없어도 영화 같은 장면이 연출된다. ◇ 여행을 대신해 드립니다 – 철길숲 한때 도시의 대동맥이었던 옛 철도선로가 지금은 시민의 허파 같은 숲길로 환생했다. 아이돌 출신 리포터가 의뢰인의 사연을 안고 길을 대신 걸어주는 ‘여행을 대신해 드립니다’의 따뜻한 정서와 맞닿는 공간이 바로 포항 철길숲이다. 4.3km의 선형 공원으로 실개천·분수·인공폭포가 걷기의 리듬을 만들어 준다. 왕벚나무·느티나무·메타세쿼이아 등 수천 그루가 그늘을 드리우고 밤이면 은은한 조명이 길 전체를 터널처럼 밝힌다. 초여름이면 수국이 만발해 색색의 꽃길이 이어지고, 가을이면 단풍이 레일 위로 내려앉아 “기차는 없지만 여행은 계속된다”는 감상을 선사한다. ◇ 여행 동선 팁 추석 연휴에 포항을 찾는 이들을 위한 여행 동선을 한눈에 정리해 본다. 먼저 북부 코스는 청하공진시장에서 싱싱한 해산물의 활기를 느낀 뒤 푸른 해송 숲 사이로 길게 뻗은 스틸 데크를 걸으며 동해 일출을 맞이할 수 있는 이가리 닻 전망대로 이어진다. 이어 도심 코스에서는 옛 철도선로를 숲길로 재탄생시킨 철길숲을 천천히 거닐고 해변을 따라 조성된 송도송림테마거리에서 스틸 아트와 야간 조명을 즐기며 포스코 야경까지 한눈에 담는다. 마지막으로 남부 코스는 1920~30년대 일본식 목조 건물이 남아 있는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에서 과거의 시간을 거슬러 보고 부드러운 모래와 잔잔한 파도로 ‘포켓 비치’의 매력을 품은 삼정해수욕장에서 여유로운 산책으로 마무리한다. 일출과 일몰 명소도 빼놓을 수 없다. 해가 바다 수평선 위로 솟는 장관을 보려면 이가리 닻 전망대, 석양이 금빛과 보랏빛으로 물드는 황혼을 담고 싶다면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일월대가 제격이다. 다만 해안 데크와 전망대는 강풍이나 결빙 시 출입이 제한될 수 있으니 방문 당일 포항시 관광 안내를 통해 최신 정보를 확인하고 안전을 챙기면 더욱 알찬 추석 여행이 될 것이다. 포항은 단순히 드라마의 배경이 아니다. 전설·근대·현대가 켜켜이 겹쳐 하나의 서사를 이룬다. 구룡포의 오래된 목조 가옥에서 우리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연대의 시간을, 청하공진시장에서 함께 사는 기술을, 송도송림테마거리에서 일상 속 로맨스를, 장길리 끝에서 다시 걷기 시작하는 청춘을, 철길숲에서 기차 없이도 계속되는 여행을 배운다. 그리고 이가리 닻 전망대에서 일출을 맞으며 이번엔 우리가 주인공인 장면을 한 컷 더 찍는다. 카메라는 꺼져도 이야기는 계속된다. 이번 추석, 포항에서 화면 밖의 장면을 완성해보자.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10-01

‘與 종교단체 동원 의혹’ 김경 서울시의원 고발

국민의힘은 1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경 서울시의원과 의원실 직원을 청탁금지법·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는 국민의힘 진종오 의원이 제기한 ‘종교단체 신도 3000명 경선 동원’ 의혹에 따른 조치다. 진종오 의원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민주당 소속 서울시의원이 특정 종교단체 신도 3000명을 민주당에 입당시켜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특정 후보(김민석 국무총리)에게 투표하도록 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진 의원은 “제보자가 시의원에게 명단 용도를 묻자 ‘김민석 총리를 밀어달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고 밝혔다. 진 의원은 “민주당 측은 악의적 조작이라며 의혹을 부인했으나, 저는 제보자와 접촉 사실이 없다. 이 사안은 김 총리의 사전 선거운동 의혹으로 확대될 수 있다”면서 “김 총리는 의혹에 대해 직접 해명하고 조사에 임해야 하며, 사실이라면 사퇴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특검법 발의도 검토 중이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김경 시의원은 사건 일부일 뿐, 본질은 김 총리의 선거 개입 의혹”이라며 “특검법 추진 여부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경 시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의혹 제기는 조작됐다”며 “당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민주당을 탈당했으며,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10-01

임미애 “선거제 개혁, 제도 정비 넘어 지역 생존 문제”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비례)이 1일 “지난 20년 넘게 지방선거제도가 큰 변화 없이 유지되며 일당 독점 구조가 고착화됐다”며 “지방의 인구 감소와 자치의 위기를 고려할 때 선거제 개혁은 단순한 제도 정비를 넘어 지역의 생존 문제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날 임 의원은 국회입법조사처, 한국선거학회, 광역·기초의회 선거제 개혁 시범사업 확대추진단과 공동으로 국회 의원회관 제5간담회실에서 ‘주민대표성과 지방정치 다양성 확대를 위한 지방선거제도 개혁 토론회’를 열어 이 같이 말했다. 이현우 서강대 교수가 좌장을 맡은 토론회에서는 김준우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와 김범준 단국대 김범수 교수가 주제발표를 했다. 김형철 성공회대 교수, 이정진 국회입법조사처 정치의회팀장, 한강욱 고려대 교수, 곽관용 서울시 정무수석, 오영준 대구 북구의회 의원이 패널로 참여했다. 광역·기초의회 선거제 개혁 시범사업 확대 추진단은 지난 7월 국회에서 발족했으며, 국회의원 18명과 광역·기초의원, 시민단체 활동가 등 총 60여 명으로 구성됐다. 지방정치의 다양성과 대표성 강화를 위한 선거제도 개편을 목표로 삼고 있는 추진단은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선거제도 개선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방선거제도 개선과제를 2025년 중점연구과제로 선정했다. 현재 지방선거제도는 일당지배 현상과 양당구도 고착화, 무투표 당선인의 증가, 낮은 비례성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번 토론회도 지방선거 운영 실태를 점검하고 바람직한 제도 개선 방향과 입법 과제를 모색하는 자리였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10-01

국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정조준 ‘맹공’

국민의힘이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을 정조준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 실장이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에서 제1부속실장으로 보직을 옮긴 것이 국정감사 출석을 피하기 위한 ‘꼼수 인사’라고 지적하며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거듭 촉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1일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현장을 찾은 뒤 기자들과 만나 “김현지에 대해서는 많은 의혹과 논란이 있다”며 “대통령실 예산 운영과 행정 운영에 대해 총무비서관이 나와서 답하면 될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김현지를 국회에, 국민 앞에 세우면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오히려 (대통령실에) 되묻고 싶다”며 “결국 김현지에 대해 제기되는 그 많은 의혹이 진실임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손수조 미디어대변인도 여권이 김 실장 방어에 총력전을 펴고 있는 것이 수상하다면서 ‘국정감사’가 아닌 수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손 대변인은 이날 YTN라디오 ‘더 인터뷰’에서 김 실장의 인사이동에 대해 “국감을 코앞에 두고 단행한 인사여서 뒷이야기가 굉장히 궁금하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대법원장 뭐라고’ 했는데 그 말을 빌리자면 ‘김현지가 뭐라고 그렇게 감싸고 도냐’고 묻고 싶다”면서 “총무비서관 김현지를 국감에 안 나오도록 부속실장 김현지로 순식간에 둔갑시키는 등 마치 광고 카피처럼 여권이 ‘현지야 사랑해’를 외치는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손 대변인은 “(과거 파일을 없애라는 지시의) 녹취록 주인공이 김현지라는 것을 이번에 새삼 알게 됐다”며 “이는 증거 인멸을 교사한 아주 심각한 사안이기 때문에 국감에 안 나오는 것을 넘어서 수사를 받아야 될 사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 대통령 최측근임에도 김 부속실장 경력, 학력, 나이에 대해 아무것도 나온 것이 없다”며 “그래서 지금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김현지 방지법’ 대표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현지 방지법’은 공직자 윤리법 개정안으로 고위 공무원의 경우 신원을 의무 공개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처럼 김 실장의 국회 출석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 본인이 국회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논란이 지속되면서 정치권에서도 김 실장의 국감 출석 가능성에 대해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날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실장이 ‘나가고 싶다’고 했다”고 말했고, 한정애 정책위의장도 “야당이 이번 국감 목표로 부속실장 출석을 삼는다면 당사자가 나가겠다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10-01

여야, 위철환 ‘친소 관계•정치 중립성’ 공방

여야는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위철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재명 대통령과의 친소 관계와 정치적 중립성을 두고 격돌했다. 위 후보자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캠프 공명선거본부 공동본부장과 민주당 윤리심판원장을 지낸 경력도 도마에 올랐다. 국민의힘 고동진 의원은 “선관위원은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에 관여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다”며 “대통령과 사시 동기라는 것은 문제 삼고 싶지 않다. 하지만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 본부장을 맡았고, 2023년부터 올해 7월까지 민주당 윤리심판원장을 지냈다”고 지적했다. 고 의원은 “대한변호사협회장 시절 권순일 전 대법관, 이화영 대북송금 사건의 김영태 변호사, 통합진보당 법률지원단장이었던 김승수 변호사 등을 추천한 바 있다”며 “정치적 편향성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추궁했다. 같은 당 서범수 의원은 “이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가 아니라면 지명됐겠느냐. 대통령의 밥 친구다”라며 “선관위 홈페이지에는 정치활동 금지와 중립성 유지가 명시돼 있다. 자격이 있는지 대답해 보라”고 압박했다. 이성권 의원도 “정치 활동으로 특정 정당과 후보를 도운 것은 인정한다. 다른 기관도 아닌 하필 선관위냐”며 “드루킹 사건을 옹호했던 인사도 선관위에 있다. 8명 중 5명이 특정 정당과 연루돼 있는데 후보자까지 들어가면 선관위가 특정 정당 산하기관이 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에 위 후보자는 “염려를 잘 알아듣고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겠다”고 답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위 후보자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방어했다. 윤건영 의원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선관위원 사례를 나열한 뒤 “법조계에 있는 분을 지명하다 보니 정당에서 직·간접적으로 활동하신 분들이 되는 것 같다”고 옹호했다. 민주당 모경종 의원은 “민주당 윤리심판원 이력을 갖고 비판을 하는 것 같은데 민주당원으로 가입하신 적 있느냐”며 “윤리심판원에서 법조인 역량을 활용한 것이지 민주당원으로서 당성을 가지고 일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물었다. 위 후보자는 “(당원으로) 가입한 적도 없고, 활동한 바도 없다”며 “윤리심판원은 법률가 9명의 합의제로 당과 전혀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징계 심판을 하는 곳이다. 지방 징계위원회에서 올라온 것을 재심도 해서 공정하게 독립적으로 중립적으로 하려고 외부 위원을 모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민주당 김성회 의원은 극우 성향 유튜버 전한길씨 등의 부정선거 주장을 언급하며 “제도적 불신으로 투표 자체가 국민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게 되면 민주주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이라며 “부정선거 주장에 대해 강하게 대처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청문회 질의 중에 민주당 박정현 의원은 국민의힘 김정재(포항북) 의원이 지난해 총선 당시 이철규 공천관리위원에게 단수 공천을 청탁했다는 취지의 통화 녹취를 담은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의 보도를 재생했다.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녹취는 여야 합의 하에 틀게 돼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는 등 서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10-01

물안개·가을꽃 물드는 고즈넉한 풍경속으로

가을은 한국의 사계절 중 가장 짧지만 가장 깊은 계절이다. 여름의 열기를 식히는 바람이 불고, 나뭇잎은 붉고 노랗게 물들며, 하늘은 높고 푸르다. 이 계절에 가장 잘 어울리는 여행지는 단연 경북이다. 산과 강, 고택과 서원이 어우러진 경북은 가을이 되면 그 진가를 발휘한다. 특히 추석 연휴는 가족과 함께 자연을 만끽하기에 더없이 좋은 시기다. 하지만 유명 관광지는 인파로 북적이기 마련이다. 경주 불국사, 안동 하회마을, 청송 주왕산 등은 이미 많은 이들이 찾는 명소다. 이번 특집에서는 사람들에게 덜 알려졌지만, 경치와 분위기, 체험 요소까지 두루 갖춘 경북의 숨은 명소 10곳을 소개한다. 조용한 가을 여행을 원하는 이들에게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1. 청송 주산지-물안개와 단풍이 어우러진 신비의 호수 청송군 주왕산면에 위치한 주산지는 조선시대 인공적으로 조성된 저수지다. 하지만 그 풍경은 자연 그대로의 신비로움을 간직하고 있다. 새벽이면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호수에 비친 왕버들나무는 마치 동양화 속 풍경처럼 고요하다.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는 10월 초에는 붉은빛과 안개가 어우러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주산지는 관광객이 몰리는 시간대를 피해 이른 아침에 방문하면 고요한 자연과 마주할 수 있다. 사진 애호가들에게는 특히 인기 있는 장소이며, 삼각대를 세우고 해가 떠오르는 순간을 기다리는 이들의 모습도 흔하다. 주산지의 가을은 말없이 깊고, 그 고요함이 여행자의 마음을 정화시킨다. 2. 고령 다산 은행나무숲-황금빛 산책로의 낭만 고령군 다산면 낙동강변에 위치한 은행나무숲은 수령 100년 이상의 은행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는 장관을 연출한다. 가을 햇살 아래 황금빛으로 물든 나뭇잎 사이를 걷다 보면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1km 이상 이어지는 산책로는 강변 벤치와 어우러져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에 제격이다. 입장료 없이 자유롭게 산책할 수 있으며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도 부담 없는 힐링 공간이다. 특히 해질 무렵 강 너머로 떨어지는 햇살이 은행잎 사이로 스며들면 그 풍경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답다. 3. 문경 봉천사 개미취 꽃밭-연보라빛 가을의 정원 문경시 가은읍에 자리한 봉천사는 가을이면 개미취 꽃으로 뒤덮인다. 1만여㎡(3000여평) 규모의 꽃밭은 연보라빛 물결이 일렁이며, 절 주변을 수채화처럼 물들인다. 이곳에서는 차와 묵이 제공되는 힐링 공간도 마련돼 있어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선 명상과 휴식의 장소로 손꼽힌다. 개미취는 국화과 식물로 가을에 피는 연보라빛 꽃이 특징이다. 봉천사에서는 이 꽃을 중심으로 사찰과 자연이 어우러진 정원을 조성해 방문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꽃 사이를 걷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절의 종소리가 들려오면 그 고요함은 더욱 깊어진다. 4. 영주 죽계구곡-선비의 길을 따라 걷는 단풍 트레킹 영주시 풍기읍에 위치한 죽계구곡은 조선 시대 선비들이 사색하던 계곡길이다. ‘구곡’이란 이름처럼 9개의 굽이 마다 고유한 이름과 풍경을 지닌다. 약 6.6km의 트레킹 코스로 단풍과 청량한 물소리를 즐기며 걷기 좋다. 죽계구곡은 단순한 자연 경관을 넘어선 철학적 공간이다. 선비들은 이곳을 걸으며 자연 속에서 도를 닦고 삶의 의미를 되새겼다. 가을이면 붉게 물든 단풍과 계곡의 맑은 물이 어우러져 깊은 정서를 자아낸다. 붐비지 않는 한적한 길에서 가을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5. 칠곡 가산수피아-가을꽃이 피어나는 테마정원 칠곡군 가산면에 위치한 가산수피아는 핑크뮬리, 구절초, 댑싸리 등 다양한 가을꽃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테마정원이다. 산책로가 잘 정비돼 있어 가족 나들이나 커플 여행에 적합하며 꽃과 함께 사진을 찍기에도 좋은 장소다. 가산수피아는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공간이다. 곳곳에 설치된 조형물과 포토존은 방문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며, 꽃 사이를 걷는 길은 마치 동화 속 정원처럼 느껴진다. 10월 초에는 꽃들이 절정을 이루어 화려한 색채의 향연을 즐길 수 있다. 6. 경주 운곡서원-은행나무 아래 고즈넉한 서원의 풍경 경주시 강동면에 자리한 운곡서원은 400년 된 은행나무가 서원 앞을 지키고 있다. 단풍철이 되면 노란 은행잎이 서원 마당을 뒤덮으며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관광객이 많지 않아 조용한 산책과 사색의 시간을 보내기에 좋다. 운곡서원은 조선 중기의 유학자 김굉필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서원으로 그 역사적 가치도 크다. 서원 내부에는 퇴계 이황의 정신을 기리는 공간도 있어 전통과 철학을 함께 느낄 수 있다. 가을의 서원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시간과 사색이 흐르는 공간이다. 7.울진 금강송 숲길-걷는 길이 곧 힐링이 되는 곳 울진군 북면에 위치한 금강송 숲길은 국내 최대의 천연 금강송 군락지다. 금강송은 곧게 뻗은 기품 있는 자태로 조선 궁궐의 목재로 쓰였던 나무로 그 숲을 걷는다는 건 역사와 생명의 흐름 속을 걷는 일이다. 가을이면 금강송 사이로 단풍이 물들고, 숲길은 붉은빛과 초록빛이 어우러진 오묘한 색채로 변신한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 발끝에 닿는 낙엽의 감촉, 그리고 피톤치드 가득한 공기는 도시에서 잊고 지낸 감각을 되살려준다. 금강송 숲길은 총 13km에 달하는 탐방로이다. ‘금강송 생태탐방로’는 자연 그대로의 숲을 보존한 구간으로 인위적인 시설 없이 오롯이 숲과 마주할 수 있는 길이다. 가족 단위 방문객은 평탄한 숲길을 따라 가볍게 산책할 수 있고, 트레킹을 즐기는 이들은 깊은 숲속으로 들어가 금강송의 숨결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다. 8. 영덕 창포말등대공원-바다와 등대가 어우러진 산책 코스 경북 영덕군 창포리에 위치한 창포말등대공원은 동해의 푸른 바다와 하얀 등대가 어우러진 조용한 산책 명소다. 이곳은 관광지의 화려함보다는 바다와 하늘, 바람이 만들어내는 자연의 조화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가을철에는 높고 맑은 하늘과 선선한 바닷바람이 어우러져 걷기 좋은 날씨가 이어진다. 창포말등대는 영덕 블루로드의 일부이다.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와 연결돼 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길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공원 내에는 등대를 중심으로 작은 광장과 벤치, 전망대가 있어 바다를 바라보며 쉬어가기 좋다. 해질 무렵에는 붉게 물든 하늘과 등대가 어우러져 낭만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걷는 길은 도시의 소음을 잊게 하고 바다의 너른 품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9. 청도 운문사 은행나무길-이틀만 공개되는 황금빛 절경 청도군 운문면에 위치한 운문사는 신라 시대에 창건된 유서 깊은 사찰이다. 이곳의 은행나무길은 단풍철에 단 이틀만 일반에 공개되며, 그 희소성 덕분에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수령 300년이 넘는 은행나무들이 절 입구를 따라 늘어서 있다. 노란 은행잎이 바닥을 덮는 풍경은 마치 황금빛 융단을 깔아놓은 듯하다. 운문사는 비구니(여성 승려)들이 수행하는 사찰로도 유명하다.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은행나무 아래를 걷다 보면 자연과 수행의 기운이 어우러져 마음이 차분해진다. 단풍과 은행잎이 어우러진 절경은 짧은 가을을 더욱 깊고 진하게 만들어준다. 10.안동 물길공원-낙동강과 가을빛이 흐르는 도심 속 쉼터 안동시 성곡동에 위치한 물길공원은 낙동강변을 따라 조성된 도심 속 자연공원이다. 이름 그대로 ‘물길’을 따라 걷는 산책로가 중심이며, 강변의 풍경과 계절의 색이 어우러져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힐링 공간이다. 가을에는 은행나무와 단풍나무가 노랗고 붉게 물들며, 강물에 비친 색채가 또 하나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공원 곳곳에는 유교문화권의 상징물과 조형물이 설치돼 걷는 동안 안동의 정신적 뿌리를 자연스럽게 체험할 수 있다. 강변 데크와 전망대, 쉼터가 잘 정비돼 가족 단위 방문객이나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적합하다. 해가 지는 시간에 물길공원을 걷다 보면 낙동강 너머로 붉게 물든 하늘과 강물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도심에서 멀지 않으면서도 자연의 고요함을 느낄 수 있어 추석 연휴에 잠시 일상을 벗어나기 좋은 장소다. 안동댐과 월영교, 유교랜드 등 인근 명소와 연계해 하루 코스로 즐기기에도 알맞다. 이번 추석 연휴에는 경북의 숨은 명소에서 자연과 전통, 체험과 감성을 모두 담아보자. 붐비지 않는 조용한 공간에서 진짜 가을을 만날 수 있다. 단풍 아래서 걷고, 은행잎 사이에서 사색하며, 물안개 속에서 가을을 느껴보는 여행. 그 길 끝에서 당신은 아마도 잊고 있던 계절의 감성을 다시 발견하게 될 것이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10-01

다양한 전시·공연·체험 ‘문화와 재미’로 채워진 도심 곳곳

대구시는 추석 연휴 기간 시민들과 대구를 찾는 방문객들이 즐길 수 있는 전시, 공연, 체험 프로그램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도심 곳곳에서 운영한다. 우선, ‘The Pulse of Life – 생명의 울림’을 주제로 30여 개국 200여 작가의 700여 점을 선보이는 국내 최대 규모의 국제사진전시회인 대구사진비엔날레를 추석 당일을 제외한 연휴 기간 내내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감상할 수 있다. 대구 사진비엔날레 30여 개국 작품 700여 점 선보여 토요시민콘서트•대구예술제•청년버스킹 공연 풍성 ‘호러 축제’와 함께 진행되는 국제힐링공연예술제 근대역사관•방짜유기박물관 등 체험 프로그램 마련 이월드, 귀성길 승차권 등 인증•가족 특가 할인 진행 4일 가스공사 페가수스 vs 삼성 썬더스 프로농구 도심 속 독서 휴식 공간 ‘신천문화마당’•‘신천 시네마’ 고산도서관 이융남 교수 특별 강연 ‘공룡학자의 삶’ 수성아트피아 ‘이은결의 더 일루션-마스터피스’ 상영 수성못 수상무대서 국제오페라축제 ‘프린지 콘서트’ 이번 전시는 인간 중심의 시각을 넘어 모든 존재가 서로 연결되고 공존하는 ‘공생세(Symbiocene)’의 개념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이 선보인다. 참여 작가들은 생명을 변화·연결·공명하는 힘으로 재해석하며, 관람객에게 지구와 공동체 속에서의 위치와 역할을 다시 성찰할 기회를 제공한다. 대구미술관은 지역 출신이자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인 이강소 화백의 회고전 ‘곡수지유(曲水之遊)’를 통해 지역의 문화 자긍심을 한층 더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대구간송미술관은 광복 80주년 기념 기획전 ‘삼청도도(三淸滔滔)-매·죽·난, 멈추지 않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 민족의 정신적, 문화적 힘을 담은 작품을 소개해 많은 관람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공연으로는 토요시민콘서트(신천 수변무대), 판타지아대구페스타 가을 축제인 2025 대구예술제(코오롱 야외음악당)와 청년버스킹(동성로 일원) 등 다양한 볼거리가 시민들이 즐겨 찾는 야외 도심 무대에서 열린다. ‘토요시민콘서트’는 시립교향악단, 합창단, 국악단, 무용단, 극단, 소년소녀합창단 등 6개 시립예술단이 참여하는 정기 야외 공연이다. 오는 8일까지 대구 코오롱야외음악당에서 열리는 ‘2025 대구예술제’와 ‘2025 청소년무대예술페스티벌’에는 대구예총 9개 회원협회와 3개 특별회원 단체, 대구예술문화대학 원우들이 참여한다. 특히 대구·광주 달빛동맹 예술교류와 대구·베트남 다낭 국제 예술교류 등을 더해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가을밤 색다른 공연을 즐기고 싶다면, 2025 대구국제힐링공연예술제를 찾으면 된다. 비수도권 유일 공연 거리인 대명공연거리와 도심 곳곳의 공연장에서 다양한 연극을 접할 수 있어 공연문화도시 대구의 진수를 느낄 좋은 기회다. 호러 축제와 함께 진행되는 이번 예술제는 12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과 대구 내 소극장에서 열린다. ‘다시, 공연에 빠지다’라는 슬로건 아래, 해외 및 수도권 작품부터 지역 극단의 우수 레퍼토리까지 다채로운 무대가 마련된다. 특별초청작 2개, 지역 극단 공식 초청작 6개, 해외 초청작(튀르키예·영국) 2개, 자유 참가작 2개로 총 12개 작품이 관객들 앞에 선다. 추석맞이 체험 프로그램과 이벤트도 다채롭게 준비돼 있다. 대구시립박물관인 대구근대역사관과 대구방짜유기박물관, 대구향토역사관은 추석 당일(6일)을 제외한 연휴 기간(3~9일)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다채로운 문화행사를 연다. 경상감영공원에 있는 대구근대역사관은 ‘2025 대구근대역사관에서 보내는 즐거운 한가위 연휴’라는 주제로 체험행사를 진행한다. 3일부터 5일까지 우리나라 전통 장신구인 노리개를 만들며 전통 문양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마련한다. 하루에 50명의 어린이가 참여할 수 있다. 7~9일은 하루 100명씩 한글 책갈피 꾸미기를 하며 한글날의 의미를 느껴보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또 2층 기획전시실에서는 근대 대구 섬유 역사를 새롭게 조명하는 ‘대구 도심 공장 굴뚝, 기계 소리’ 특별기획전이 열리고, 1층 ‘대구 근대여행 길잡이방’에서 진행 중인 ‘100년 전 여류 비행사 권기옥·박경원, 대구와의 특별한 인연’ 전시와 ‘명예의 전당’ 앞에서 진행 중인 기증유물 작은전시 ‘박물관으로 온 두 책 –대구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와 파리만국박람회’도 관람할 수 있다. 팔공산국립공원에 위치한 대구방짜유기박물관은 ‘팔공산 달빛에 물든 풍요로운 한가위’라는 주제로, ‘보름달과 토끼’ 스티커 붙이기와 회오리 나무 팽이 놀이를 박물관 로비에서 펼친다. 연휴 기간 매일 선착순 90명을 대상으로 한다. 기획전시실에서는 현재 성황리에 진행 중인 국가 무형유산 이봉주-이형근- 이지호, 3대로 이어지는 방짜유기장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3대로 피어나는 방짜유기의 생명력’ 특별기획전을 관람할 수 있으며 유리 벽 전시실에서는 고지도와 옛 그림에 보이는 팔공산 역사 문화를 살펴보는 ‘옛 지도 속의 국립공원 팔공산’ 작은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올해 개관 28주년을 맞이한 달성공원 대구향토역사관은 △향토역사관 생일 축하 메시지 쓰기(1~9일) △한가위 행운의 룰렛(1~3일) △전통의 멋, 갓과 호랑이 그림 알기(5~8일) 등의 체험을 준비했다. 2일에는 건국대 김해경 교수를 초청해 근대 공원으로 다시 태어난 달성공원에 대한 특강을 개최한다. 상설전시실에서는 대구달성(달성공원) 변천을 소개한 ‘대구 역사의 중심, 대구달성(달성공원) 몇 장면’ 작은 전시를 관람할 수 있으며 경상감영 유적에서 출토된 조선시대 기와·도자기 편을 직접 만져보며 체험하는 ‘대구야, 고고(GoGo)유물과 놀자’도 진행된다. 지역 대표 유원지인 이월드는 귀성길 버스, 기차 등 이용 승차권 인증 할인과 가족 특가 할인을 진행하고,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은 스탬프투어 앱을 통해 대구 주요 관광지 스탬프 인증 시 추첨을 통해 치킨, 커피 쿠폰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스포츠에 관심이 많다면 4일 대구체육관에서 열리는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대구)와 삼성 썬더스(서울)의 프로농구 경기 관람을 추천한다. 여름철 도심 속 휴식처였던 신천 물놀이장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가을철 꽃 정원으로 꾸며졌던 ‘가족풀’은 도심 속 독서와 휴식 공간인 ‘신천 문화마당’으로 탈바꿈했고, 야간 조명이 돋보였던 ‘유수풀 포토존’은 대구시 마스코트 ‘도달쑤’를 활용한 ‘대형 벌룬 포토존’으로 새롭게 변신했다. 또 지난해 영화관람 장소로 큰 인기를 끌었던 ‘파도풀’은 형형색색 우산이 물결치는 그늘 쉼터와 함께 ‘신천 시네마’로 시민들을 맞이한다. ‘신천 문화마당’은 잔디 매트, 1인용 소파, 파라솔, 그리고 아동도서 200여 권을 비치해, 도심 속 자연에서 누구나 편안하게 책을 읽으며 쉴 수 있는 ‘북 쉼터’를 조성됐으며, 놀이공간 내 풋살 골대, 농구 골대, 놀이 블록을 마련해 가족과 어린이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참여광장’도 마련돼 있다. 영화관람 공간과 우산 그늘이 물결치는 쉼터를 겸한 ‘신천 시네마’를 선보인다. 매주 토요일 총 6회에 걸쳐, 12m×5m 크기의 대형 스크린과 음향 시설을 통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야외 영화관’을 제공한다. 야외 영화관은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운영한다. 연휴기간 상영작은 4일 ‘지금만나러갑니다’, 11일 ‘극한직업’ 등이다. 이 밖에도 수성구에 있는 고산도서관에서는 우리나라 최초 공룡 박사로 알려진 이융남 교수의 특별 강연 ‘공룡학자의 삶’이 열려 어린이와 학부모에게 유익한 시간을 선사한다. 또 수성아트피아에서는 세계적인 마술가 이은결의 ‘더 일루션-마스터피스’ 공연 실황 영상 상영, 애니메이션 ‘마녀 배달부 키키’ 상영, 극단 솥귀의 창작 연극 ‘화몽’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연휴 기간(7~9일) 야외광장에서는 윷놀이, 제기차기 등 전통 놀이 체험도 가능하다. 5일 수성못 수상무대에서는 제22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프린지 콘서트’가 열리고, 10일 울루루문화광장에서는 ‘또 다른 시작’을 주제로 한 야간 상설 공연이 펼쳐진다. 대구시는 추석 당일을 제외하고 대구시티투어를 정상 운영하고, 관광안내소 4개소(대구공항, 동대구역, 동성로, 이월드)는 연휴 기간 내내 정상 운영하여 지역 관광명소를 찾는 방문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또 연휴 기간(2~12일) 귀성객과 방문객들의 주차 편의를 위해 공영주차장을 전면 무료 개방한다. 무료로 개방되는 공영주차장은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 직영주차장(61개소, 8128면)과 민간 위탁주차장(34개소, 1401면)으로, 총 95개소, 9529면이다. 공영주차장 95개소 중 59개소는 2일부터 12일까지 11일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민간 위탁주차장 중 33개소는 3일부터 8일까지 6일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시청 동인청사 부설주차장의 경우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개방되며, 서대구역 남편주차장과 동대구 맞이주차장의 경우 6일 추석 당일만 개방된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10-01

석회암 지대에 형성된 국내 유일의 카르스트 습지

하천 주변도 아니고 산 정상에 람사르가 지정한 습지가 있다고? 눈이 휘둥그레지며 놀란 표정으로 반문한 대붕 아우와 함께 직접 그 현장을 답사하기 위해 문경 돌리네 습지로 향했다. 돌리네 습지가 위치한 도리실 마을은 문경시 산북면 우곡리 읍실 마을에서 산 정상으로 1.2km 더 올라가야 했다. 우곡리 읍실 마을만 해도 그렇다. 대승사로 가는 도로를 벗어나 산자락을 부여잡고 굽이 돌고 돌면서 산을 올라야만 도착할 수 있었다. 옛날 같으면 전쟁이 일어나도 모를 깊은 산골에 숨은 마을이었다. 산속 마을답게 마을 어귀에는 수백 년 넘은 느티나무 노거수가 군집을 이루어 살아가고 있었다. 나무줄기 둘레만도 5m나 되는 느티나무 노거수에서 마을의 힘찬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노거수는 마을의 상징물이며 수호신으로 마을의 품격을 높여주었다. 도리실 마을은 이제 태고의 습지로 돌아가 전설로 남고 음실 마을이 돌리네 습지의 주인이 되었다. 돌리네 습지 2017년 람사르 습지 지정 희귀식물과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며 지질학·생태학적으로 가치 인정받아 한때 과수원과 논밭으로 쓰이던 땅 이제는 생명의 숨결을 품은 보고로 습지와 사람, 두 세계 나란히 걸으며 자연과 인간 공존하는 삶의 길 일깨워 돌리네 습지는 석회암 지대에 형성된 국내 유일의 카르스트 습지로서, 2017년 람사르 습지로 지정되었다. 돌리네라는 독특한 지형 속에 희귀식물과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며, 지질학적, 생태학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람사르 지정은 습지가 지닌 생물다양성과 수문학적 기능을 국제적으로 공유하고 후세에 전승해야 할 자산으로 보존할 의무를 부여한 것이다. 또한 지역 주민들에게는 지속 가능한 이용을 통해 생태관광과 교육 자원으로 발전시킬 기회를 열어 주어, 자연 보전과 지역 사회의 공존이라는 중요한 가치를 담고 있었다. 문경 돌리네 습지는 한때 과수원과 논밭으로 쓰이던 땅이 이제는 생명의 숨결을 품은 보고가 되었다. 농약이 사라진 자리에 풀꽃이 돌아오고, 새와 곤충이 다시 날아들어 자연성이 회복되자 마을은 활기가 넘쳤다. 주민들은 습지를 중심으로 생태관광과 환경교육에 나서며 새로운 소득을 얻었고, 마을은 행정의 지원 속에 주거와 생활 인프라가 정비되어 삶의 질도 한층 빛을 더했다. 습지와 사람, 두 세계가 나란히 걸으며 서로를 살리는 윈윈의 길이 열린 것이다. 습지의 생태적 가치를 인식하지 못한 지난 시절, 습지를 메워 주택, 산업단지, 공용지로 사용하여 가뭄과 홍수가 빈번하였고 생물다양성 감소 등 안타까운 일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석회암 지대가 품은 습지는 빗물을 저장해 맑은 물을 선물하고, 홍수와 가뭄을 완화하며 천연의 방패가 되어 주었다. 멸종위기 생물이 깃들고 희귀식물이 자라는 곳, 그 풍경은 자연의 장면을 넘어 인간의 삶을 지탱하는 생태계의 어머니와도 같다. 또한 고요히 잠든 습지는 사람들의 마음을 씻어 내고, 역사와 시간이 새겨진 풍경은 마음의 쉼터가 되어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삶의 길을 일깨워 주었다. 습지 숲은 물과 숲이 만난 신비로운 세계이다. 물에 잠긴 뿌리와 습지에 기대어 자라는 나무들, 그 사이를 누비는 새와 양서류, 곤충들이 어울려 만들어내는 다양성은 생태계의 든든한 기둥이 된다. 그 풍요로운 생명력은 인간에게 식량과 의약품, 맑은 공기와 물을 내어주며, 동시에 영감과 문화, 정신적 위안을 건네준다. 돌리네 습지는 그렇게 다양성과 조화 속에서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길을 보여주는 살아 있는 서사시이다. 돌리네 습지는 굴봉산 정상부에 아늑히 자리한 산지형 습지다. 이곳은 육상 초원 습지 생태계가 공존하는 드문 공간으로, 좁은 면적에도 꼬리진달래, 낙지다리, 쥐방울덩굴, 들통발 같은 희귀 식물이 피어나고, 삵과 수달, 담비가 숲을 누비며, 새매와 붉은배새매, 원앙, 수리부엉이, 소쩍새, 황조롱이 같은 멸종위기 조류가 살아왔다. 처음 조사에서는 산림청이 지정한 위기 식물 3종을 비롯해 731종의 야생생물이 확인되었으나, 주민들의 보호와 보전의 손길이 더해지면서 지금은 200여 종이 늘어난 932종의 생명이 해발 290미터 바닥 위에서 어우러진다. 돌리네 습지는 그렇게 작은 그릇에 큰 생명을 담아낸, 풍요로운 생태의 무대가 되었다. 돌리네 습지가 품은 마을의 옛 지명들은 세월을 넘어 살아 있는 이야기로 전설이 되어가고 있다. 동그랗게 돈 모양에서 비롯된 돌실(도리실) 마을, 제사를 지내던 제궁골, 참새가 지저귀던 참새골, 그리고 천 년 된 팽나무의 이름을 남긴 팽나모리까지 이름마다 마을 사람들의 삶과 신앙이 깃들어 있다. 옥황상제의 병을 낫게 했다는 전설의 옥녀샘, 나뭇가지가 동서로 갈라져 나무꾼들의 쉼터가 된 동서나무, 습지를 넘어가는 돌재 고개, 바다라 불린 서긋바다와 가파른 암벽 서긋이마, 성황나무가 있던 서낭굿재 또한 기억 속 풍경으로 남아 있다. 옹기를 굽던 정골, 참나무가 빽빽하던 참나무배기, 소의 입을 닮은 우구지골과 소의 뿔에 비유된 각골에 이르기까지 그 옛날 사람들의 눈과 마음이 빚어낸 이름들은 삶의 흔적이자 전설처럼 지금도 습지와 마을에 숨 쉬고 있다. 그 옛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던 김한웅 문화해설가의 목소리에는 세월을 꿰뚫는 향수가 배어 있었다. 과수원이던 땅, 아이들의 놀이터였던 습지, 겨울이면 얼음판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던 추억 등 모두가 생생한 삶의 무대였다. 버드나무 껍질로 키와 소쿠리를 엮고, 메기와 붕어를 잡아 시장에 내다 팔던 시절, 습지는 마을의 생명줄이자 보물창고였다. 장마철 두 달 동안 잠긴 물 때문에, 농사는 대마와 담배밭으로 변하고 그로 인해 물동이를 등에 지고 또 머리에 이고는 힘든 비탈길 논밭을 오르내렸다. 그뿐만 아니다. 황토에 발이 빠져 오르내리던 고단한 삶은 이제 이 땅의 기억이 되었다. 세월이 흘러 70가구의 마을은 23가구만 남아 노년의 주민들이 조용히 지켜가지만, 주말이면 수백 명이 이곳을 찾아오고 서울에서 먼 길을 달려오는 발걸음도 있다. 식당 하나 없는 불편함조차 오히려 순박한 정취로 어우러지고, 무료로 열려 있는 습지는 여전히 마을과 사람을 품으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 살아 있는 이야기의 무대가 되고 있다. 머루와 다래, 으름과 오미자가 얽히고설켜 만든 300미터의 초록 터널은 한 걸음마다 향긋한 내음을 흘려내며 우리를 맞았다. 그 길 끝에 모습을 드러낸 돌리네 습지는 산 정상에 숨어 있는 또 하나의 세계, 마치 하늘이 내려앉은 신천지 같았다. 연못 위에 걸린 구름은 물결에 흔들리며 빛을 쏟아냈고, 그 곁을 산책하는 우리는 잠시나마 신선이 된 듯 가벼웠다. 전망대에서 대붕 아우와 나란히 사진을 찍으며, 전설로만 남은 도리실 마을의 고단한 삶을 떠올렸다. 그것은 슬픔이 아니라 추억이 되어, 우리 마음속에 한 장의 그림처럼 새겨졌다. 전동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 다시 지나던 덩굴 터널 속에서 차를 세우고 주워 먹은 다래 한 줌은 달콤하고 향긋했다. 아우가 “이 맛은 잊을 수 없겠다”라며 웃었을 때, 돌리네 습지는 이미 우리의 기억 속에 영원히 머무는 풍경이 되었다. /글·사진=장은재 작가 람사르 습지 지정 협약의 주요 내용은… 정식 명칭 : 습지에 관한 특별히 중요한 국제협약 채택 : 1971년 2월 2일, 이란 람사르에서 채택 목적 : 세계적으로 중요한 습지를 보전하고, 지속 가능한 이용을 촉진 행정 기구 : 스위스 글란(Gland) 소재 IUCN 사무국 주요 내용 : 습지는 철새 이동 등으로 국제 협력이 필수, 공동 연구, 정보 교류, 공동 관리 돌리네 습지 지정일 : 2017년 6월 15일 (환경부 고시 제2017-117호) 위치 : 경상북도 문경시 산북면 우곡리 굴봉산 정상부. 지정 면적 : 49만 4434㎡

2025-10-01

‘쓰레기 하나 잘못 버렸다고 20만 원 과태료?’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을 앞두고 영양군의 쓰레기 분리수거 단속이 소상공인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예고 없는 현장 단속에서 과태료 부과가 곧바로 이어지면서, 지도와 계도보다 처벌이 앞선다며 주민들의 불만이 거세다. 지난 30일 저녁 7시쯤. 영양읍내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A씨는 군 단속반의 황당한 요구를 받았다. 단속반이 분리배출이 제대로 되지 않은 쓰레기를 들고 와 “가게에서 배출한 것이 맞느냐”고 묻더니, 맞다고 하자 곧바로 종이를 내밀며 서명을 요구했다. A씨가 싸인을 하자 돌아온 것은 다름 아닌 과태료 20만 원 부과 통보였다. 단속반은 “한 달 안에 납부하면 20% 감면된다. 내일 환경과에서 연락이 갈 것”이라고 말한 뒤, 문제의 쓰레기를 점포 앞에 던져 놓고 떠났다. A씨는 억울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어디가 잘못된 건지, 어떤 기준을 위반했는지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했다”며 “지도와 계도 없이 곧바로 과태료를 내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더구나 그는 청년창업대출을 받아 간신히 가게를 연 지 두 달째로, 대출금 상환조차 빠듯한 상황이다. “고향에서 창업해 살아보려 했는데, 이런 식의 단속을 겪으니 의지가 꺾인다”며 허탈해 했다. 영양군은 ‘폐기물관리법’과 군 조례에 따라 분리배출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지자체는 일반 가정의 혼합 배출 시 10만 원, 업소의 경우 20만 원 이상의 과태료를 적용하고 있다. 반복 위반일 경우 가중되기도 한다. 그러나 법령상 과태료 부과는 ‘계도와 시정 기회’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절차 없이 곧바로 처벌로 이어지는 단속 방식은 논란의 소지가 크다. 계도가 우선인 다른 지자체들의 단속 사례를 살펴보면 △서울 서초구 1차 위반 시 ‘경고 스티커’와 안내문 부착, 재발 시 과태료 부과 △부산 해운대구 주민 대상 분리배출 교육 캠페인 병행, 업소는 1회 적발 시 ‘교육 이수’ 후 재발 시 과태료 △경기 고양시 분리배출 지도 전담반 운영, 계도 2회 이상 후에도 재발하면 과태료 부과 등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이처럼 다수 지자체들이 ‘교육·계도 후 재발 시 과태료’ 단계적 방식을 택해 주민 불만을 최소화하고 있다. 지역 환경단체 관계자는 “분리배출 문화가 제대로 자리잡으려면 교육과 안내, 첫 위반자에 대한 계도 조치가 우선”이라며 “과태료 중심의 단속은 행정에 대한 불신만 키운다”고 지적했다. 추석을 앞두고 이런 단속은 민심을 더 위축시키는 일이라며 지역민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한식전문식당 B씨는 “분리수거를 잘 지켜야 한다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려주고 다시는 반복하지 않도록 지도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며 “무작정 과태료만 내라 하니, 군 행정이 협력보다는 압박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영양군 관계자는 “분리배출은 모든 주민과 업소가 지켜야 할 기본 의무로, 쓰레기 혼합배출은 환경오염을 유발하고 처리 비용을 높여 결국 군민 세금 부담으로 이어진다”며 “과태료 부과는 불가피한 행정조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일부 주민들이 과태료 부과 과정에서 불편을 겪었다는 지적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있다”며 “앞으로 단속 시 위반 사유를 더 명확히 설명하고 계도와 안내를 강화해 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장유수기자 jang7775@kbmaeil.com

2025-10-01

탁주의 공급구역 제한이 풀리면서 날개를 달아

동해명주의 역사는 1955년 도구양조장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양조장은 읍면동 단위로 대개 하나씩 있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1970년대 양조장 대단위화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지역 단위로 양조장이 통합되었다. 포항의 경우 12개 동이 합쳐져 합동 양조장이 탄생했다. 이 시기 양조장 주인은 지역에서 대표적인 부자로 통했다. 1970년대만 해도 포항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막걸리 소비 도시였다. 당시 신문기사를 보면, 전국 1인당 막걸리 소비량이 38리터였는데, 포항은 105ℓ나 되었다. 그리고 서울에 비하면 10배 가까이 되었다. 아래 『매일경제』 기사를 보자. 1970년대 손꼽히는 막걸리 소비도시로 전국 1인당 소비량 38ℓ, 포항은 105ℓ나 70년 역사 이어온 ‘동해양주’가 산 증인 1992년 지역 최초 100% 쌀막걸리 출시 2000년 들어 ‘포항의 제1 양조장’ 급성장 양수길 대표 전국 최초 합동 양조장 제쳐 포항TP•포스텍 공동 개발 ‘영일만 친구’ 과메기와 함께 포항시 공동브랜드 등극 포항 쌀 최다 사용, 업계 1위 기업에 올라 2011년 양조공장 현대화… 새 도약 전기 발효탱크 술 온도 관리 자동화시스템 전환 양조 품질•생산 효율성 동시에 향상 계기 국세청에 의하면 1970년 한 해 동안 막걸리의 국내 총소비량은 122만 6800㎘로, 맥주 소비량보다 13배 이상을 앞지르고 있다. 막걸리의 1인당 평균 소비량은 38.6ℓ로, 서울은 이보다 훨씬 적은 11.5ℓ로 나타났다. 막걸리의 소비량은 지역에 따라 큰 격차를 보인다. 각 도별로 보면 경북이 52.9ℓ로 가장 높고 제주도가 7.3ℓ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지역별로 막걸리를 가장 많이 마신 지역은 경북 김천시로 1인당 106ℓ를 마셨고, 다음이 경북 포항으로 105ℓ를 마셨다. 가장 적게 마신 경북 안동은 3.2ℓ를 마셨다. - 「막걸리 소비 여전히 수위 맥주보다 13배 많은 22만 ㎘」, 『매일경제』 1971년 5월 3일자. 양민호 대표는 70년 역사의 동해명주 자체가 산증인이 아니겠냐고 자부했다. “포항은 복합적인 도시잖아요. 농업과 어업 그리고 공업까지 고루 갖춰진 데가 많지 않은데, 거기에 해병대도 있고요. 전국적으로 양조장이 존속되는 지역이 많지 않은 현실에서, 70년 역사의 동해양주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포항은 양조 도시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1992년 포항 최초로 100% 쌀막걸리 출시 포항에서 가장 오래된 동해명주의 역사는 바로 지역 양조사가 된다. 동해명주에서 가장 오래된 막걸리는 밀막걸리다. 1965년 양곡관리법이 시행되면서 쌀로 술을 빚는 것이 금지되자 밀가루로 막걸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쌀막걸리가 우세한 지금은 밀막걸리를 포기한 양조장이 많지만, 동해명주는 꾸준히 전통을 지켜왔다. 다른 점이 있다면 밀 누룩이 아닌 쌀누룩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지금이야 쌀이든 밀이든 원하는 대로 고르면 되지만, 선호하는 막걸리를 고를 수 있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막걸리의 재료 선택은 정부의 방침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 1966년 막걸리 제조에 쌀이 금지된 뒤, 1977년 대풍이 들어 일시적으로 허용되었지만 가격이 비싸고 맛이 싱거워 반응이 좋지 않았다. 당시 신문에서는 서민층에 각광을 받으며 되살아난 막걸리의 인기가 갈수록 떨어진다는 뉴스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포항세무서가 집계한 주세 징수 실적에서 나타난 쌀막걸리 출고량은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쌀막걸리가 처음 선을 보였던 1977년 12월엔 210만 리터가 출고돼 이에 부과된 주세가 1228만 원이었던 것이 지난 1월엔 162만 ℓ에 주세가 1009만 원으로 크게 줄었고, 지난달에는 117만 ℓ에 주세가 731만 원밖에 안 돼, 두 달 만에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쌀막걸리에 대한 외면은 소비성향이 높은 도시보다 농촌이 더욱 심하다. 포항주조협회에 따르면 밀가루와 옥수수 가루로 술을 빚었을 때는, 농민들이 쌀 한 되를 가지고 막걸리 3~4되를 바꾸어 마실 수 있었으나 요즘은 맛도 떨어진 데다 2~3되밖에 바꿀 수 없어 거의 소주를 즐겨 마신다는 것이다. - 「전국실태-포항」, 『동아일보』 1978년 3월 25일자. 1979년 다시 쌀이 부족해지면서 쌀막걸리 제조가 중단되었고, 1990년이 되어서야 다시 허용되었다. 당시 동해양조장은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했다. 1991년에 낡은 목조 양조장을 철거하고 시멘트 건물로 공장을 신축했다. 이듬해 포항 최초로 100% 쌀막걸리를 출시하며 쌀막걸리 시장에 신속하게 진입했다. 연구와 개발을 이어온 덕분에 규제가 풀리자마자 출시했고, 불티나게 팔렸다. 특히 내연산 보경사 앞 식당 거리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합동 양조장을 이긴 전국 최초의 개인 양조장 2대 양수길 대표는 양조장을 ‘도구’에서 ‘동해’로 이름을 바꾸고 면 단위를 대표하는 양조장으로 키웠다. 그랬던 양조장이 2000년 들어 포항 제1의 양조장으로 급성장한다. 정부의 ‘막걸리 공급구역 제한 해제’ 덕분이다. 막걸리의 공급구역을 제한하던 시기에는 다른 양조장과 경쟁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낙후된 주류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목적으로, 막걸리의 공급구역 제한제도가 폐지되었다. 양조장의 선택에 따라 전국 어디든 막걸리를 유통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전국의 양조장이 경쟁하게 되는 상황이 되자 많은 양조장이 문을 닫았지만, 동해명주는 오히려 이 시기에 급격한 성장을 이루었다. 양민호 대표는 “구역제에 막혀 판로가 답답하던 시장이 뚫리기 시작하니 날개를 단 셈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양조장 구역제 시절에 포항에서 5위 남짓한 양조장이 자율화되자 2위에 오르더니 합동 양조장을 제치기에 이르렀다. 양 대표는 “합동 양조장을 이긴 전국 최초의 개인 양조장”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동해명주의 성장은 도전과 연구의 결과였다. 포항테크노파크와 포항공대의 공동 연구로 개발한 ‘영일만 친구’가 그것이다. 가수 최백호가 부른 노래를 막걸리 이름으로 붙인 것으로, 막걸리와 우뭇가사리의 조합이 눈길을 끌었다. 포항 과메기가 전국 브랜드가 되고 겨울 술안주로 각광받으며 포항시 공동 브랜드가 되었다. 100퍼센트 포항 쌀로 만들었다는 점도 주목을 끌었다. 이로써 동해명주는 전국에서 포항 쌀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업으로 등극했고, 포항 시장에서 업계 1위로 올랐다. ‘영일만 친구’는 여전히 동해명주의 효자 품목으로 “전국의 민관 협업으로 만들어진 막걸리 중 가장 성공적이고 오래 지속된 막걸리”로 평가받는다. 발효실과 숙성실을 원격으로 관리 ‘영일만 친구’의 선전은 그즈음 불어닥친 막걸리 열풍과도 맞아떨어졌다. 2008년부터 막걸리는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당시 금융 위기로 저렴한 술이 소비되는 풍조, 웰빙 열풍, 문화 전반의 복고풍 영향, 일본에서의 막걸리 인기 등 복합 요인이 작용했다. 동해명주는 2011년에 또 한 번 도약의 전기를 마련했다. 양조 공장의 확장과 현대화를 목적으로 2층 규모의 공장 건물을 신축했다. 2층에는 원료 처리실과 발효실이 있고, 1층은 제성실과 병입실, 창고가 자리한다. 이때 발효 탱크의 술 온도 관리를 자동화 시스템으로 바꾸었다. 발효조의 온도 센서 패널을 디지털로 바꾸고, 원격 시스템을 연동해 온도를 제어했다. 막걸리 양조 작업이 고되어 일손을 구할 수 없게 되자 고안한 방안이다. 외부에서도 휴대전화로 발효실과 숙성실을 원격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통해 작업 관리의 부담을 줄인 것은 물론, 양조 품질과 생산 효율성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글 : 배은정(소설가) / 사 진 : 김 훈(작가)

2025-10-01

‘저수지의 개들’

자신의 발바닥과 뼈다귀를 핥다 지쳐 개들이 저수지로 온다 세상의 가뭄이라, 바닥이다 보라, 잡풀들과 억새들은 그런대로 잘 산다 그들의 생애가 푸르고 찬란하다 개들은 없는 밑천마저 탕진한 주제에 국물도 없다고 빈정거리며 드러눕는다 그 몰골로 먼 산을 본다 부끄러워 짖는다 모자라고 덜떨어진 존재들이라고 상대를 탓하며 파리채로도 사용 못 할 혓바닥으로 변명의 웅변을 가열차게 구사한다 치부를 가리는 데는 그만한 것이 없다고, 국밥 먹여 동원한 졸개들만 듣고 있다 밤이 되면 좀비가 되어 온갖 양념을 상상하며 빠는 손가락 내용 없는 아름다움에 도취된 결핍의, 그 편향의 마약을 끊어야 할 시간 제발 반역이랄 것도 없는 껍데기 혁명에 몰두할 일이 아니라 쪼그려 앉아 새싹이 돋는 법을 관찰하는 것이 차라리 도약의 자세이다. ….. ‘발푸르기스의 밤’은 마녀와 악령들이 산에 모여 춤을 추고 악마와 교류한다는 전설에서 유래한 축제, ‘저수지의 개들’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제목이다. 왜 이런 생각을 했는지 나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마냥 모를까? 다만 역량을 비축하여 훗날을 도모하면 된다는 말을 하고 싶다. 그냥 짖을 일이 아니다. 시대정신은 대의(代議)라는 말로 치환된다. 이기는 것이 장땡이다. 승리자에게 모든 것을, 그것이 현실이다. 개는 사람을 물지만 사람이 개를 물 수는 없다. 누가 개이고 사람인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연금술사와 변검(變臉)의 나날이다. 사랑할 날들이 많지 않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5-10-01

배웅하는 길

몇 년 만에 온 지인의 문자다. 잘 지낸다는 것도 잘 지내느냐는 말도 아닌 단체에게 보낸 부고장이다. 나는 시아버지상이라는 글자를 다시 보았다. 그녀의 남편 얼굴도 모르는데 그 남편의 아버지라니. 나는 휴대폰을 닫으며 아버지의 그날을 떠올렸다. 코로나로 사람들이 문밖출입을 꺼려하던 때였다. 설 명절을 앞두고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를 배웅할 친구는 남아있지 않았다. 설령 있었다 해도 소식을 전하기에는 너무 늦은 나이였다. 부고장을 보낼 친척들과 형제들의 지인들은 많았지만, 그들이 코로나를 핑계 삼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아버지의 소식을 궁금해 할 몇몇 친척들에게만 연락했다. 그날, 아이들에게는 설 명절을 앞당긴 것 같았다. 외사촌 이종사촌들이 한 자리에 다 모였다. 오랜만에 만난 그들은 둘러앉아 할아버지 할머니와 지냈던 날들을 되새김질 했다. 맞아 맞아 그때 그랬어. 사진으로 남은 어린 시절 이야기가 웃음소리와 함께 퍼졌다. 나는 슬퍼하는 사람도 없고, 조문객도 없는 장례식장이 낯설었다. 오든 안 오든, 부고장이라도 다 보낼걸. 그동안 이리저리 낸 부조금이 얼만데. 이십 여 년 전 여름, 엄마의 장례식장은 앉을 자리가 없었다. 복도에는 꽃들이 줄을 서고, 조문객은 남편의 업무와 연관된 거래처부터 친구들까지 연줄에 연이 걸리듯 했다. 우리는 손님 맞이 하느라 엄마의 영정사진 한번 제대로 바라볼 틈이 없었다. 그들이 돌아가고 나면 여기저기 빈자리를 찾아 쓰러지곤 했다. 봉분 앞에 서고서야 비로소 엄마를 보냈다는 현실이 다가왔다. 그땐 그랬는데. 시간이 지나자 연락하지 않아도 올 사람은 먼 길을 마다하고 찾아왔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막상 얼굴을 보니 반갑고 고마웠다. 아버지를 배웅하는 일이 그들에게는 코로나보다 더 먼저인 것처럼 보였다. 형제들은 찾아온 조문객들과 마주 앉아 이야기하고, 나는 그들을 온 마음으로 눈에 담았다. 저녁 늦은 시간, 뒷정리를 하는데 젊은 여자가 들어왔다. 낯선 얼굴이었다. 마지막까지 남은 친구와 밀린 이야기를 하던 남동생이 그녀를 보자 당황해 했다. 어떻게 알고 왔느냐고 묻더니 다짜고짜 하는 말이 “너, 우리 아버지 한 번도 뵌 적 없잖아”라고 한다. 얼굴도 모르면서 왜 왔느냐고 다그치듯 해서, 나는 얼른 그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무슨 말을 그렇게 하느냐고 하자, 동생은 거기서 여기가 어디라고 했다. 듣는 내가 무안해 얼른 올케를 불렀다. 나는 쓰레기를 정리하며 그들이 앉아 있는 모습을 흘낏 보았다. 내 뒤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커졌다. 깜짝 놀라 상갓집이라는 사실을 잊었냐고 주의를 주었다. 맥주잔을 소리 없이 부딪친 아이들은 자주 만나려면 모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둥, 아직은 어린 막냇동생의 휴대폰에 게임머니를 보내주는 선심을 쓰고 있었다. 남동생 내외가 그녀를 배웅하고 들어왔다. 나는 동생의 등을 치며, 무슨 말을 그렇게 하느냐고 야단쳤다. 너는 얼굴 아는 사람만 문상하느냐고 물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렇다는 말에 어이가 없었다. 조문이라는 게 돌아가시는 분을 배웅하는 것도 있지만, 상주를 위문하는 것도 있지 않느냐고 되받아쳤다. 동생이 되물었다. 오랜 노환으로 돌아가셨는데 위문 받아야 할 만큼 우리가 슬플까? 갑작스런 사고도 아닌, 그렇다고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나이도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잘 아는 사람은 부고장이 안 와도 기꺼이 찾아가 마지막 길 잘 가시라고 인사한다는 말에 할 말을 잊었다. 옆에 섰던 올케가 변명하듯이 거들었다. 제자인 그녀가 이 늦은 시간에 진주에서 경주까지 혼자 운전해 와서 놀랐을 거라고 했다. 동생은 자리를 피해 슬며시 조카들 얘기 속에 끼어들었다. 마른세수를 한 나는 아버지의 영정사진을 한참 바라보았다. 동생의 말처럼 나는 위문을 받아야 할 만큼 슬플까. 고개가 저어졌다. 언젠가부터 이제 편안하게 가시길 기도하지 않았던가. 영정사진 속의 아버지는 손자 손녀들의 옛 이야기에 같이 웃지 않았을까. 곡은 제 설움에 한다는데, 형제 누구도 아버지 앞에서 곡을 하는 이가 없었다. 그것이 우리가 아버지를 편히 해드릴 수 있는 가장 큰 배웅일지도 모른다. /윤명희 수필가

2025-10-01

‘제23회 평보백일장’ 개최

포항대학교 설립자 고(故) 평보 하태환 선생의 숭고한 정신을 계승하고 빛나는 업적을 기념하는 ‘제23회 포항대학교 평보백일장’이 오는 25일 오후 1시 30분 포항대학교 평보관 1층 세미나실에서 열린다. 포항대학교는 6·25전쟁으로 폐허가 된 조국의 부강과 지역발전을 교육을 통해 구현하기 위해 포항지역의 최초 사학인 포항대학과 동지학원을 설립한 고 하태환 선생의 정신을 이어받고 지역문학의 활성화와 문학적 소양을 끌어올리기 위해 매년 백일장을 개최해오고 있다. 포항대학교가 주최하고 한국문인협회 포항지부(지부장 손창기)가 주관하는 ‘포항대학교 평보백일장’은 지난 2001년 처음 개최된 이후 올해 23회째 이르며 지역 문학인구의 저변확대와 글쓰기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또 대학의 지역문화 선도 및 문학발전에 기여를 목적으로 입선자 대학입학 특별전형 확대 및 우선 선발 등 지역 밀착형 대학 이미지 제고에 한몫을 하고 있다. 포항대학교 평보백일장은 전국 초·중·고등학생, 대학·일반인을 대상으로 시와 산문 부문으로 나눠 실시되며 제목은 대회 당일 현장에서 발표한다. 다만 대학부는 포항대학 재학생에 한하며 타 대학 참가학생은 일반부에 포함된다. 시상은 대상(평보상) 1명에게 상금 100만원이 수여되며 특별상 고등부 1명에게 상금 100만원과 포항대학교 총장상이 수여된다. 부문별 장원과 우수상, 장려상 작품을 선정해 상장과 상금을 시상한다. 입상자는 11월 3일 포항대학교 홈페이지(http://www.pohang.ac.kr)와 포항문인협회(http://cafe.daum.net/pohangliterature) 카페를 통해 발표된다. 시상식 일정은 추후 별도 공지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