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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APEC 평가’···“역대급 성공” vs “알맹이 없다”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결과를 둘러싼 여야의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민주당은 실리를 챙겼다며 극찬했지만, 국민의힘은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 외교”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역대급 성공’이라며 후한 평가를 내놨다. 장기화하는 한미 관세협상, 고조되는 미중 갈등 등 어느 때보다도 불확실성이 커지던 상황에서 ‘정상외교 슈퍼위크’를 맞이한 이 대통령이 양자·다자외교 모두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지형 속에서도 큰 성과를 냈다고 평가하고 있다. 정청래 대표는 3일 SNS를 통해 “미국과 관세협상, 중국과 관계 복원으로 실리와 실용,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A 학점 외교’”라고 극찬했다. 이 대통령을 향해서도 “내란 이후 민주주의의 놀라운 회복력에 더해 국격과 국익을 드높인 시간이었다”며 감사를 전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한미 관세협상과 한중 정상회담 결과를 싸잡아 깎아내렸다. 특히, 지난 2일 한중 정상회담을 두고 한한령 철회나 서해 불법 구조물 철거 같은 대중 현안들이 쏙 빠진 알맹이 없는 회담이었다고 혹평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한미정상회담 당시 ‘중국 잠수함 추적’을 거론한 이 대통령 실언이 원인이라고 날을 세웠다. 여야 평가가 극명히 나뉘는 가운데 APEC은 끝났지만, 전선은 국회로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는 조만간 미국과 관세협상 결과에 따른 ‘대미투자특별법’을 국회에 제출한다. 민주당은 조속한 입법을 통해 이번 관세 협상 성과를 뒷받침하겠다는 계획이다. 국회 심의를 통해 관련 절차를 투명하게 진행하겠다면서, 국민의힘을 향해 초당적인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줄곧 세부적인 협상 결과 공개가 먼저라는 입장이다. 아직 합의문도 제대로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별도 6000억 달러 투자를 언급하는 등 한미 양국 간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만큼 정확한 내용을 따져봐야겠다는 것이다. 당장 이번 협상으로 결정된 3500억 달러만 봐도 국민 1인당 950만 원씩 부담해야 하는 규모라며 국회 비준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11-03

‘재판중지법’ 접은 민주 “대통령실과 조율한 것”

더불어민주당이 현직 대통령의 재판을 중지하는 이른바 ‘재판중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당 지도부는 외교 성과 홍보 등에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으나, 대통령실과의 조율 및 ‘위인설법(특정인을 위해 법안을 따로 만듦)’ 논란 등 대내외적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3일 취재진과 만나 “민주당은 정청래 대표 등 당 지도부의 간담회를 통해 국정안정법(재판중지법)을 추진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박 수석대변인은 ‘미루는 게 아니라 아예 안 한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또, 취재진이 ‘대통령실의 관련 요청이 있었느냐’고 묻자 “당 지도부를 통해 (대통령실과) 논의했고, 대통령실과 조율을 거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국민의힘이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5대 재판을 개시하라고 군불을 때니 민주당이 끓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이제 사법개혁 공론화에 집중해야 할 시간으로 이른바 ‘재판중지법’에 대한 논의도 불가피한 현실적 문제가 됐다”고 밝힌 바 있다. APEC 정상회의를 마친 후 정부의 외교 성과를 뒷받침해야 할 시기에 재판중지법 논란이 정치권의 화두가 되는 것은 정부와 여당에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통령실도 “해당 법안이 불필요하다는 게 대통령실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강유정 대변인은 민주당이 재판중지법을 처리하지 않기로 한 것에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러면서 “그 입장에 대해선 바뀐 바가 없다”고 부연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11-03

‘계엄해제 표결 방해’ 혐의 추경호 ‘구속영장’ 청구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을 수사 중인 특별검사팀이 3일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에 대해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지영 특검보는 “혐의의 중대성과 증거인멸 우려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다만 구속영장에는 일각에서 거론된 직권남용 혐의는 포함되지 않았다. 특검은 추 전 원내대표가 작년 비상계엄 선포 직후 윤석열 전 대통령 측 요청을 받고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해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그는 비상 의원총회 장소를 국회에서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가 다시 국회로, 이후 또다시 당사로 변경했다. 이로 인해 다수의 국민의힘 의원이 표결에 참여하지 못했고,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안은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90명이 불참한 채 재석 190명, 찬성 190명으로 가결됐다. 특검은 이 같은 장소 변경이 의도적 지연전술이었는지, 청와대 및 국무총리실 등 당시 정부 측과의 교감이 있었는지를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다. 특검은 특히 추 전 원내대표가 국회로 이동하던 중 윤석열 전 대통령, 홍철호 전 정무수석,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통화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특검은 이 통화에서 당의 대응 방향이나 표결 방해 방안이 논의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는 “계엄 선포 사실을 사전에 몰랐으며, 윤 전 대통령과 표결 방해를 논의한 적도 없다”며 “만약 대통령과 공모했다면 계속 당사에 머물렀을 것이지 왜 다시 국회로 이동했겠느냐”고 반박했다. 의총 장소 변경에 대해서도 “당시 최고위원회의가 당사에서 열리기로 해 일정이 엇박자가 났고, 국회 출입이 통제되면서 불가피하게 변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검은 지난 9월 추 전 원내대표 자택과 국회 의원실을 압수수색한 뒤, 국민의힘 의원과 당직자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했다. 이어 지난달 30일에는 추 전 원내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장시간 조사를 벌였다. 이번 영장 청구는 내란특검팀이 불체포특권을 가진 현직 국회의원에 대해 처음으로 신병 확보에 나선 사례다. 특검 전체로는 지난 8월 김건희 특검이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 이어 두 번째다. 현직 의원의 구속 여부는 국회의 표결을 거쳐야 한다. 법원이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보내면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 출석, 출석의원 과반 찬성으로 가결될 때만 영장실질심사가 열린다. 부결되면 법원은 영장을 기각하게 된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11-03

3인 이상 동행 실속형 여행 트렌드 확산

글로벌 호텔 검색 플랫폼 호텔스컴바인과 여행 검색 엔진 카약이 2025년 1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한국인 여행객의 검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고물가 영향으로 ‘함께 비용을 분담하는 실속형 여행’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텔스컴바인은 2025년 4분기 여행 트렌드 발표에서 3인 이상 항공권 검색량이 전년 동기 대비 77% 급증했으며, 2인 검색량도 37%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숙박비·식비 등 현지 경비를 분담해 1인당 비용을 절감하려는 전략적 여행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1인 항공권 검색량은 11% 감소하며, ‘친구·가족과 함께 떠나는 여행’이 핵심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일본이 항공권 검색량 1위(2위 베트남 대비 2.7배)를 기록하며 해외여행 시장을 주도했다. 주요 도시별로는 도쿄(평균 45만 원), 오사카(29만 원), 후쿠오카(39만 원) 순으로 검색량이 높았으며, 엔저와 접근성(인천-후쿠오카 1시간 30분)이 인기 요인으로 작용했다. 오사카는 교토·나라 등 인근 관광지와의 연계로 ‘가성비 일본 여행’의 관문 역할을 했다. 베트남은 항공권 검색량 2위(평균 30만 원)를 기록하며 일본의 대안으로 부상했다. 현지 물가와 교통비가 저렴해 ‘가성비 해변 휴양’ 수요가 집중됐으며, 다낭은 30만 원대 가격으로 해변 리조트와 호이안 고도시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대표 목적지로 꼽혔다. 호텔스컴바인 관계자는 “고물가로 인해 장거리 여행보다 근거리·저비용 여행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동행자와의 비용 분담이 여행 계획의 주요 고려 사항으로 부상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는 2025년 1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한국인 여행객의 항공권 검색 데이터를 기반으로 진행됐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5-11-03

9일까지 ‘제25회 마산가고파국화축제’

경남 지역 가을철 대표 꽃축제인 ‘제25회 마산가고파국화축제’가 1일 창원에서 개막했다. ‘국화에 이끌려 가을을 만나다’를 주제로 9일까지 3·15해양누리공원(제1축제장)과 합포수변공원(제2축제장)에서 진행된다. 이번 축제는 두 개의 축제장에서 각기 다른 콘셉트로 운영된다. 제1축제장에서는 ‘여행의 시작(Voyage)’을 테마로 대형 비행기, 탑승구 등 공항 모티브의 레트로 감성 국화 조형물을 선보인다. 제2축제장에서는 지역 청년 크리에이터들과 협업한 뉴트로 감성 포차가 낮 12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되며, 마산 앞바다를 배경으로 한 먹거리와 공연도 즐길 수 있다. 개막식은 1일 오후 7시 3·15해양누리공원에서 열렸으며, 700대의 드론을 활용한 라이트쇼와 축하공연이 펼쳐졌다. 축제 기간 중에는 △국화 인디뮤직페스타(2일 오후 2시) △멀티미디어 불꽃쇼(5일 오후 8시) △국화 댄스&치어리딩 페스티벌(8일 오후 4시)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이어진다. 특히, 올해 축제는 운영 시간을 기존보다 1시간 연장해 오후 10시까지 진행된다. 장금용 창원시장 권한대행은 “국화향 가득한 축제장에서 시민과 관광객이 가을의 낭만과 여유를 즐기길 바란다”며 “창원의 대표 가을 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행사별 세부 일정은 축제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5-11-03

가야산 오토캠핑장 등 15곳 ‘2025 우수 공공야영장’ 선정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우수한 공공야영장을 알리고 지속가능한 캠핑문화 확산을 위해 ‘2025년 우수 공공야영장’ 15개소를 선정해 31일 발표했다. 우수 공공야영장 15개소는 전국 14개 시도와 공공기관 등으로부터 △가족(어린이)친화 △친환경 △교통약자배려 △반려동물 친화 등 4개 분야에 적합한 공공야영장을 추천받아 분야별 특화된 인프라 조성, 콘텐츠 운영 여부와 안전 등에 대한 전문가 심사를 통해 최종 선정됐다. 가족(어린이)친화 야영장은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춘 곳으로 총 11개소가 선정됐다. 가야산오토캠핑장(경북)은 자동차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며 ‘초막골생태공원 느티나무야영장(경기 군포)’은 도심 속에서 맹꽁이 생태체험과 다랭이논 농사 등 다채로운 체험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경사 지형인 캠핑장 내 장애인과 고령자의 이동 편의를 위해 전동카트를 상시 운영하고 있어 교통약자배려 분야에도 동시에 이름을 올렸다. ‘한려해상국립공원 덕신야영장(경남 남해)’은 폐교된 초등학교를 추억교실, 업사이클링 놀이터, 태양광 주차장 등으로 꾸미고 자연 지형을 최대한 보존한 곳으로, 가족(어린이)친화와 친환경 분야에 함께 선정됐다. 교통약자배려 분야에서는 장애인을 위한 무장애 카라반이 설치되어 카라반 출입구까지 경사로가 잘 갖춰져 있는 ‘내장산 내장호야영장(전북 정읍)’이 선정됐다. 공용 화장실과 샤워실 등 캠핑장 내 모든 편의시설을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반려동물 친화 분야에서는 캠핑장 전 구역에서 반려동물과 함께할 수 있으며, 넓은 산책로가 조성되어 소형견뿐만 아니라 대형견도 자연과 어울릴 수 있는 ‘강천섬캠핑장(경기 여주)’이 선정됐다. 해당 캠핑장에서는 반려견과 교감할 수 있는 힐링 프로그램 등도 운영한다. 차혁진 한국관광공사 레저관광팀장은 “이번에 선정된 우수 공공야영장을 통해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캠핑 문화를 전파할 것”이라며, “공사는 고캠핑(gocamping.or.kr) 누리집과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해 우수 공공야영장을 지속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5-11-03

“국내 평균 기온 1.7도 상승… 성수기 계절지도 변화”

기온이 1도가 올라가면 관광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자연 관광지는 기온 변화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였는데, 2022~2024년 6월 기준, 기온 1도 상승을 가정할 때 방문객 9.6%가 감소한 것으로 분석되어 초여름 무더위가 방문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한 조건으로 휴양 관광지는 10월 기준 13.5%가 증가하여 상위권에 오르며 상대적으로 ‘따뜻한’ 가을을 즐기고자 하는 수요가 많았다. 반면, 문화ㆍ기타 관광지는 기온 변화에 상대적으로 둔감한 것으로 확인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최근 7년간 이루어진 기후변화가 관광수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지난 29일 발표했다. 이번 분석은 기후변화가 관광산업에 끼치는 영향을 확인하여 이를 관광정책 설계 시 반영하고 지속가능한 관광콘텐츠를 발굴하고자 기획했다. 공사는 기후 데이터와 이동통신 기반 관광데이터를 결합해 관광지 유형별 방문객 수 변화를 2018~2021년과 2022~2024년으로 나누어 분석했다. 자연, 휴양, 역사, 문화, 레포츠 등 관광지 유형을 구분하고, 기온이 1도 상승할 때 나타나는 방문객 수 변화추이를 살펴봤다. 기온변화는 특히 전통적 성수기를 바꾸었다. 5월은 대표적 봄성수기로 인식되었으나, 최근 3~4월이 새로운 성수기로 부상했다. 지역별 편차가 존재하지만, 전국 벚꽃 개화 시기는 2018년 대비 2024년에 평균 3일가량 앞당겨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은 자연, 휴양 관광지 수요 증가의 중심이 8월로 이동하며 한여름 집중 현상이 강화됐다. 가을은 유일하게 기온 상승의 긍정적 효과가 지속되는 계절로 확인되어 10월부터 11월까지 모든 관광지 유형에서 안정적인 성수기로 자리매김했다. 스키장의 개장 시기가 늦춰지고 적설량 부족으로 운영 시즌이 단축되어 겨울은 기온 상승 시 대부분의 관광지에서 방문객이 감소하면서 겨울 성수기가 사라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지은 한국관광공사 관광컨설팅팀장은 “2018년 이후 국내 평균기온이 1.7도 상승하면서 관광 성수기의 계절 지도가 변화하고 있다”라며, “기후변화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관광산업의 구조와 전략을 바꾸는 핵심 변수인만큼 이번 분석이 관광정책 수립과 관광상품 기획 등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5-11-03

붉은 벽돌로 만나는 대구의 근대 역사, 브릭로드를 걷다

점토 벽돌이라고도 불리는 적벽돌이 한국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일제강점기 전후다. 초창기 선교사들은 한옥을 대신해 적벽돌로 된 서양식 교회나 성당을 짓기 시작했는데 대표적인 건축물이 지난 1892년 세워진 명동성당이다. 그 이후 적벽돌은 일반에 전해져 고급 건축 재료로 사용됐고 오늘날 브릭로드를 잇는 근대 건축물들이 그렇게 하나둘 대구 골목길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대구의 진짜 역사를 보고 싶다면 브릭로드를 걸어보라. 평양 벽돌과 금강산 나무로 지었다고 전해지는 ‘화교협회 건물’ 역사적인 ‘선교사 주택’·국내 세번째 서양식 성당 ‘계산성당’ 등 일제강점기·개항기 건축물이 남긴 근대문화의 흔적 고스란히 도심 곳곳 붉은 벽돌 건축물에서 살아있는 역사 체험 해보길… △역사적 건축물 선교사 주택과 화교협회 브릭 로드의 출발점인 화교협회는 1929년 붉은 벽돌로 지은 2층 서양식 주택으로, 국가등록문화재 제252호다. 대구 지역 부호였던 서병국이 당시 대구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중국 건축가 모문금에게 설계와 시공을 맡겨 건립했다. 벽돌은 평양에서 구워 오고 나무는 금강산에서 가져온 것이라는 설이 있다. 화교협회 바로 앞 건물은 화교소학교인데, 마치 차이나타운에 온 듯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화교협회는 장방형의 평면구조로 중복도를 둔 좌우대칭의 건물이다. 대부호의 주택이라서인지 당시 벽돌은 평양에서 구워 오고, 나무는 금강산에서 가져온 것이라는 설이 있다. 한때 방첩대(HID) 건물이었고, 지금은 대구화교협회 사무실로 쓰인다. 브릭 로드에서 만날 수 있는 인상적인 건물은 계명대 동산의료원 경내에 있는 미국인 선교사 주택 세 채다. 1910년께 선교사들이 설계한 이 주택들은 대구 지역에 처음으로 서양식 주거 양식과 생활상을 소개했던 몇 안 남은 근대건축 유산이다. 이 가운데 스윗즈 주택은 마르타 스윗즈 여사를 비롯해 계성학교 5대 교장인 헨더슨, 계명대학장을 지낸 켐벨 등의 선교사들이 살았던 집이다. 서양식 주택에 한국식 서까래와 한식기와를 이은 박공지붕이 인상적이다. 건물의 전체적인 형태와 내부 구조가 지을 당시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어 대구의 초기 서양식 건물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스윗즈 주택 북쪽 정원에는 대구 최초의 서양 사과나무 자손목이 자라고 있다. 1899년 동산병원 초대 원장 존슨 선교사가 미국에서 3개 품종의 사과나무 72그루를 들여와 사택 뜰에 심어 키웠으며, 이 중 미주리 품종만 자라 동산의료원 주변으로 보급한 것이 ‘대구 사과나무’의 효시로 알려졌다. 챔니스 주택 건물 양식은 당시 미국의 캘리포니아주 남부에서 유행한 방갈로풍으로 꾸며져 있다. 대구의 개신교 선교사와 당시의 건축 상황을 한눈에 파악하게 하는 중요한 건물이다. 지금은 1900년대 전후의 동서양 의료기기 등이 소장된 의료박물관으로 꾸며져 근대의학의 발전과정을 엿볼 수 있다. 선교사 주택 중 가장 남쪽에 있는 블레어 주택은 붉은 벽돌로 된 굴뚝이 있고 건물 내부엔 나무로 된 마룻바닥이 있다. 1900년대 미국의 방갈로풍에 가까운 주거 건물로 현재는 조선시대의 서당과 1960~1970년대의 초등학교 교실 등을 재현해 놓은 교육·역사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 국내에서 세번째로 세워진 서양식 성당 계산성당 브릭 로드의 또 다른 축은 계산성당을 비롯한 천주교 유적지다. 계산성당은 서울 명동성당과 평양 관후리성당에 이어 국내에서 세 번째로 세워진 서양식 성당이다. 고딕 양식의 외관과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알록달록한 빛이 매혹적이면서도 성스럽게 느껴진다. 1899년 로베르 신부에 의해 한옥으로 처음 지어졌지만 1901년 화재로 전소되자 이듬해 프랑스 프와넬 신부에 의해 다시 설계돼 지금의 건물이 됐다. 당시 명동성당을 지은 중국인 건축기술자 강의관 등이 이곳에서 다시 붉은 벽돌을 쌓아올렸다. 1911년 대구교구가 설정돼 주교좌성당이 되면서 종탑을 2배로 높이는 등 증축을 시작, 1918년 12월 현재의 모습으로 완공됐다. 계산성당은 위에서 내려다보면 십자가 모양이고, 고딕양식의 우뚝 솟은 쌍탑이 특징이다. 100여년의 역사를 인정받아 사적 290호로 지정됐다. 성당 내부에 한복 입은 사람들이 스테인드글라스에 새겨져 있는데, 조선시대 천주교 박해 때 순교한 우리나라 성인들이다. 빨간 머플러를 한 성인은 최초 순교자인 김대건 신부다. 계산성당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 등 유명인사들이 결혼식을 올렸고, 1984년 5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방문했다. 대구본당 초대 주임 로베르 신부는 1899년 지은 십자형 기와집 성당이 화재로 소실되자 1903년 11월 두 개의 종탑을 갖춘 고딕 양식 벽돌 건물로 다시 지었다. 명동성당처럼 고딕 양식이 가미된 로마네스크 양식인데 명동성당 설계자와 인부들이 세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1984년 5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이곳을 방문한 것은 이런 역사성 때문이다. 대구 지역 3·1만세운동의 산실이었던 계성중학교계산성당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성유스티노 신학교가 있다. 1914년 10월 1일 개교한 대구대교구 최초의 신학교로, 현 대구가톨릭대의 출발점이 된 건물이다. 드망즈 주교가 신학교 설립을 위해 세계 각지에 원조를 구했을 때 중국 상하이에 사는 익명의 신자가 유스티노 성인을 주보성인으로 모시는 조건으로 거액을 희사해 성인의 이름을 따서 ‘성유스티노 신학교’가 되었다. 1945년 일제 탄압으로 폐교되기까지 67명의 사제를 배출했다. 1991년부터는 대구관구 대신학원이 이곳으로 옮겨와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신학교는 금녀의 공간이다. 성유스티노 신학교는 지금까지 100년 넘는 역사 중에서 유일하게 단 한 명에게만 출입을 허용했는데 그 주인공이 배우 하지원이다. 2004년 영화 ‘신부수업’ 촬영차 기숙사를 찾았다고 한다. 이후 영화 ‘박쥐’, 드라마 ‘각시탈’의 배경이 되면서 일반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신학교 주변은 천주교 대구대교구청과 성모당, 샬트르성바오로 수녀원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100년 전통의 ‘가톨릭 타운’으로 조성돼 있다. 천주교 신자들에게는 순례지이자 기도처로, 비신자에게는 영화 촬영지이자 단풍 명소로 각인돼 있다. △ 프랑스 루르드 동굴 본떠 만든 성모당 이채 프랑스 루르드 동굴을 본떠서 세운 성모당신학교 내에는 성모당이 있다. 성모당은 사경을 헤매는 병자도 낫게 한다는 ‘기적의 샘물’로 유명한 프랑스 루르드 동굴을 본떠서 세운 곳으로, 전국적으로 유명한 천주교 성지다. 단순 모방이 아니라 루르드 성모굴의 크기와 바위의 세부적인 면까지 거의 흡사하게 지었다고 한다. 대구 천주교회 초대교구장이었던 드망즈 주교가 건축했으며, 1917년 7월 착공해 1918년 8월 15일 완공했다. 성모당은 교구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있으며, 앞쪽에 넓은 마당이 있고 북향으로 세운 붉은 벽돌 구조의 건축물이다. 성모당 외관은 화강암 기초 위에 흑색 벽돌로 각 모서리의 버팀벽과 수평띠를 이루고 있다. 나머지 벽면은 붉은 벽돌로 쌓았는데 각 부의 비례 구성이 아름답고 벽돌 짜임이 정교하다. 브릭로드에서 빠져 있지만 관덕정 순교기념관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대구의 근대 건축물이다. 관덕정(觀德亭)은 조선 시대 무과를 치르던 관청이자 처형장으로도 쓰인 곳이다. 이곳에서 성인 이윤일 등 천주교인들 뿐만 아니라 동학농민운동을 주도한 동학(천도교) 창시자 최제우가 처형되기도 했다. 최제우 순도비는 길 건너 현대백화점 앞에 서 있다. 관덕정 인근 불교 사찰 보현사도 역사적으로 중요한 장소다. 동화사의 포교당으로 세워진 보현사는 1919년 3월 30일 덕상정(남문 밖) 시장 만세 운동이 일어나기 전 서울에서 유학하던 대학생들이 내려와 학승들과 만세 운동을 결의했던 곳이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5-11-03

포항 전통 설화 현대적 재해석

포항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스페이스298에서 꿈틀로사회적협동조합 주최로 특별기획전시 ‘명불허 어전(어촌의 전설)’이 개최된다. 오는 6일부터 20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포항 지역의 대표 설화인 연오랑세오녀 이야기를 비롯해 동해안의 전설과 문화를 현대 예술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선보이며, 지역 고유의 서사와 문화적 소통을 모색한다. 기획을 총괄한 이진희 꿈틀로작가연합회 회장은 “전설은 과거의 유산이 아닌 현재의 삶 속에 스며드는 생명력”이라며 “전통 설화를 시각예술과 문학으로 재탄생시켜 지역민의 이야기를 새로운 시선으로 조명하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총 30여 점의 작품은 시각예술과 문학 분야의 협업으로 완성됐으며, 고대부터 전해온 연오랑세오녀 설화가 현대 지역문화와 어떻게 교감하는지 탐구하는 장으로 기대를 모은다. 시각예술 부문에는 권미분·조영미(도예), 최수정·손정원·김미숙(회화), 금보경·윤정운·노영이(공예), 배정선(플라워 아트), 이귀정(포슬린아트), 임형순(도자회화) 등 11명의 작가가 참여해 도예, 공예, 회화, 압화, 플라워 디자인 등 다채로운 매체로 동해안의 자연과 전설, 민담을 풀어냈다. 특히 바다의 파도 소리를 모티브로 한 설치 작품과 설화의 서사를 결합한 실험적 작업이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권미분 도예가의 ‘등대와 해녀’는 거친 파도 속에서도 삶을 이어가는 해녀들의 강인함을 등대에 투영했다. 조형토와 불의 조화로 빚어진 이 작품은 바다와 인간의 상호작용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이귀정 포슬린아티스트의 ‘바다의 약속’은 흩어짐과 만남의 순환을 공작새 이미지로 상징화하며, 파도와 석양의 빛을 도자기에 담아내며 귀향의 서정을 전달한다. 배정선 플로리스트의 ‘머물러 있는 시간’은 세오녀의 베짜기를 압화 기법으로 재해석해 시간의 반복성과 기억의 축적을 시각화했다. 조영미 도예가의 ‘바다 사막화’는 기후 위기로 변모한 해양 생태계를 도예로 구현하며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묻는다. 문학 부문에서는 허용호(만화), 최미경(시), 김강·김도일(소설), 박형철(동화) 등 5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이들은 경북 어촌의 전설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창조한 시와 소설, 동화 작품을 통해 전설 속 인물과 장소에 깃든 감성적 서사를 선사할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전통과 현대의 접점을 모색하는 창의적 시도로서, 지역 주민과 방문객 모두에게 포항의 문화적 뿌리를 체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진희 꿈틀로사회적협동조합 대표는 “예술을 매개로 지역 고유의 이야기를 공유하며 문화적 공감대를 넓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꿈틀로사회적협동조합은 지난 2020년 공익법인으로 출범한 조직이다. 조합은 포항시 북구 중앙로 298번길 14-4 일대 문화예술창작지구에서 활동하는 꿈틀로작가연합회 소속 예술가 31명으로 구성됐다. 조합원들은 개별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마케팅, 기업 및 공공기관 판매 등을 공동으로 추진하며 효과적인 유통 환경 조성에 기여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1-03

포항 역사·문화 한눈에···첫 연구 자료 목록 발간

포항문화원(원장 박승대)이 최근 포항의 역사·문화·사회적 가치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포항 연구자료 목록’을 발간해 학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자료집은 포항을 주제로 한 국내외 연구 성과를 종합적으로 분류하고 정리한 첫 시도로서, 지역문화 연구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자료는 포항문화원 산하 포항문화연구소 연구위원들과 향토사학자들을 위한 연구 사료 아카이브 구축의 일환으로 진행한 결과물이다. 총 37쪽에 불과한 이 소형 책자에는 포항 관련 번역서(46권), 연구논문(280편), 저서(128권), 지지 사료(22건)의 상세 정보(간행 연도, 발행처, 저자 등)를 수록했으며, 포항의 문집 목록과 고지도 목록 등 총 164개 자료를 포함해 다양한 분야의 연구목록을 집대성했다. 지역학(포항학)에 대한 연구자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연구를 수행할 때마다 개별적으로 자료를 찾아 도서관을 오가며 사료 목록을 수집하고 연구하는데 많은 사회적 비용이 든다는 점을 고려한 포항문화원의 기획물로서 향토사학자들에게 귀중한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기존 포항 관련 연구는 역사, 문학, 민속, 지리 등 분야에서 개별적으로 진행되었으나, 종합적 조망이 가능한 자료는 부족했다. 포항문화원은 수년간의 조사와 검증을 거쳐 역서, 논문, 저서, 지지(地誌), 사료 등 200여 편의 연구물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논문은 시대별 흐름과 학문적 발전을 한눈에 파악하도록 선사시대~고려 시대, 조선 시대, 일제강점기, 대한민국 시대로 구분했으며, 부록에는 문집과 고지도 목록을 추가해 지역 연구의 폭을 넓혔다. 특히 연구논문은 선사시대~고려 시대 89건, 조선 시대 83건, 일제강점기 16건,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역사·문학·종교·민속·미술·경제·식품 등 다양한 분야 92건으로 분류됐다. 이를 통해 연구자들은 자료 탐색 시간을 단축하고 중복 연구를 방지하며 새로운 시각의 연구를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포항문화원은 지난 7월 개최된 ‘문화원 발전 포럼’에서 이 자료집을 참석자들에게 배포하며 지역 연구자들과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등 이 자료집은 단순한 목록을 넘어 포항학(浦項學)의 기초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박승대 원장은 ‘드리는 말씀’에서 “포항은 산업과 자연,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정체성이 희미해졌고 포항에 관심 있는 연구자들의 성과가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며 “이번 목록집은 포항의 문화적 뿌리를 기록하고 공유하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급히 준비한 탓에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지속적인 보완을 통해 실용적인 자료집으로 발전시키겠다”면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1-03

국립경국대, 다문화 청소년 대상 진로·직업체험 교육 운영

4차 산업과 식문화 체험이 결합된 이색 진로 교육이 지역 다문화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꿈을 심어줬다. 국립경국대학교는 지난 10월 18일과 11월 1일 이틀 동안 의성과 안동 지역의 다문화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로·직업체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대학의 전공과 연계한 실습형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진로를 설계하고 전공의 의미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오전에는 ‘4차 산업 시대의 직업 세계’를 주제로 로봇공학과 자율주행 체험 수업이 진행됐다. 학생들은 직접 로봇을 조립하고 주행 프로그램을 구동하며 기술직업의 원리를 배웠다. 오후에는 식품영양학전공에서 마련한 전공 설명과 조리 실습이 이어져, 조리과학과 영양학의 실제를 체험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국립대학육성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돼 참가 학생 전원에게 교육비가 전액 지원됐다. 국립경국대는 참가자의 이동 편의를 위해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점심식사와 수료증도 제공했다. 이재경 국립경국대 다문화교육센터장은 “다문화 가정 학생들이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미래를 스스로 설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지역 청소년을 위한 전공 체험과 맞춤형 진로 교육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도훈기자 ldh@kbmaeil.com

2025-11-03

‘제6회 박동준상 패션•미술부문 수상자 전’ 개최

(사)박동준기념사업회(이사장 윤순영)는 ‘2025 박동준상 패션·미술부문 수상자 전’을 오는 7일부터 12월 12일까지 대구 갤러리 분도에서 연다. 이번 전시에서는 올해 수상자인 이슬기 설치미술가와 김재우·김민 디자이너의 대표 작품을 집중 조명한다. 이슬기 작가는 전통과 현대를 미술적 언어로 잇는 작업으로, 김재우와 김민 디자이너는 각각 지속가능성과 문화적 융합을 주제로 한 패션 작품으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박동준상은 패션과 미술, 문학을 결합해 새로운 디자인 영역을 개척한 고(故) 박동준 선생을 기리기 위해 2020년 제정된 상으로, 패션과 미술 부문으로 나뉘어 시상된다. 올해는 두 부문에서 혁신적인 작품들이 선정됐다. 이슬기(53) 작가는 개인전 ‘니니’를 통해 대표 시리즈 ‘이불프로젝트: U’, ‘현판프로젝트’, ‘모시 단청’의 신작을 공개한다. 전시 제목 ‘니니’는 대구 사투리로 ‘너’를 뜻하며, 프랑스어로 ‘아니’를 의미해 지역성과 글로벌 감각의 조화를 상징한다. ‘이불프로젝트: U’는 통영 누비장인과 협업해 이불 위에 한국 속담을 추상적 그래픽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전통 공예와 현대적 조형미가 결합됐다. ‘현판프로젝트’는 조선 시대 현판에서 영감을 받아 무의미한 의성어를 픽토그램으로 재탄생시킨 작업이다. ‘모시 단청’은 격자 구조를 단청 색상으로 변주해 전통적 그리드를 현대적 설치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이슬기는 파리에서 활동하며 멕시코, 한국 등 다양한 지역의 장인과 협업해 왔으며, 공예와 언어, 사회적 맥락을 연결하는 독창적 접근으로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패션 부문 공동 수상자인 김재우(J WOO)와 김민(SEAEL, 센추리클로)은 각자의 철학을 담은 컬렉션을 선보인다. 김재우(47)는 2011년 컨템포러리 여성복 브랜드 제이우(J WOO)를 설립해 뉴욕, 파리, 상하이 등에서 글로벌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2025 F/W 컬렉션 ‘Be nature’를 공개한다. ‘자연과의 연결’을 주제로 유기적 실루엣과 내추럴한 컬러를 활용해 환경 메시지를 전달하며, 미니멀리즘과 고급 소재를 브랜드 정체성으로 삼았다. 김민(38)은 센추리클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2024년 신규 브랜드 SEAEL을 론칭했다. 뉴욕패션위크 등에서 ‘현재의 순간’을 강조하는 디자인으로 이름을 알렸으며, 이번 전시에서는 SEAEL의 시그니처 디자인을 선보인다. 바다와 하늘을 모티브로 문화적 융합을 표현하며, 지속 가능한 패션을 추구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1-03

안동병원, 지역 유일 ‘2주기 EMR 인증’ 획득

안동의료재단 안동병원이 3일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의료정보원이 주관하는 ‘2주기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 인증’을 획득했다. 안동지역 의료기관 가운데 유일한 성과로, 환자 안전과 진료정보 관리체계의 신뢰도를 동시에 입증했다.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 인증제는 병원의 전산 시스템이 환자 안전과 진료 연속성을 충분히 보장하는지를 평가하는 국가 제도다. 특히 올해부터 시행된 2주기 인증은 기능성뿐 아니라 의료정보의 상호운용성과 보안성 기준이 대폭 강화됐다. 이를 통해 병원 간 진료정보 교류가 원활해지고, 중복검사 감소와 ‘실손24’, ‘건강정보 고속도로’ 같은 환자 중심 의료데이터 활용 기반이 확대된다. 안동병원은 300병상 이상 중대형 종합병원에 해당하는 ‘유형 3’ 인증을 획득했다. 표준화된 진료기록 관리와 환자정보 보호, 진료정보 교류 역량 등이 국가 기준에 부합한다는 점에서 공인받은 셈이다. 이번 성과는 최근 획득한 4주기 의료기관 인증과 APEC 정상회의 공식 협력병원 지정에 이어, 안동병원이 의료서비스 품질과 안전관리 체계를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로 평가된다. 강신홍 안동병원 이사장은 “연이은 국가 인증과 국제행사 협력병원 지정은 안동병원이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신뢰받는 병원임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디지털 혁신과 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경북 북부권 의료 허브로서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25-11-03

APEC 이후 경주는 어떻게 달라질까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 2일 경주 APEC 정상회의가 끝난 후 본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APEC 정상회의는 지방도 세계를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외교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감이 가는 말이다. 물론 APEC 정상회의는 정부 차원에서 준비됐지만, 핵심 인프라와 교통·숙박·관광 서비스는 경북도와 경주시 주도로 이뤄졌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이번 APEC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치름으로써 국제행사 개최에 대한 자신감을 가짐과 동시에, 세계로 향하는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있듯이, APEC 기간 동안 경북도와 경주시는 1000개의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매일 현장점검을 했고, 9월부터는 이철우 지사가 경주 현장에 머물며 숙박, 교통, 관광 등 모든 서비스 분야를 직접 챙겼다. APEC 21개국 정상들과 고위급 인사들이 경주를 ‘가장 한국적인 도시’라고 평가할 정도로 경주의 매력에 빠진 것은 경북도와 경주시의 이러한 세심한 준비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외신들도 APEC 정상회의 기간 내내 경주의 문화적 위상을 조명하는 데 집중했다. 경북도는 이번 정상회의 기간에 구글과의 업무협약 후속 논의, 지멘스 헬시니어스와의 210억 원 규모 투자 MOU 후속 조치 협의, 몽골과의 탄소배출권 협약, 캐나다 퀘벡주와의 AI 협력 등 실질적인 성과도 거뒀다. 경북도는 정상회의가 끝나자마자 경주를 세계 10대 문화관광도시로 육성하기 위한 ‘포스트 APEC’ 사업에 들어갔다. 눈에 띄는 아이템은 ‘세계 경주포럼’이다. 다보스포럼이 ‘세계 경제 발전’을 상징하듯이, 경주포럼을 ‘글로벌 문화정책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이밖에 ‘글로벌 CEO 서밋’ 상설화, 모노레일과 자율주행자 등이 도입된 보문단지 대개조 사업 등도 구상하고 있다. 경주를 ‘한반도의 미래도시’로 거듭나게 하겠다는 것이다. 경북도의 이러한 전략이 잘 추진돼서 경주시가 ‘세계 외교와 관광의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25-11-03

억울한 일, 억울한 사람

만해 한용운 쓰신 작품 가운데 장편소설 ‘박명’이 있다. 조선일보에 1938년 5월 18일부터 1939년 3월 12일까지 연재했다. ‘박명’이라 함은 팔자가 기구하다, 복이 적다, 요절할 운명이다 같은 뜻을 갖는다. 이광수 소설 ‘재생’의 주인공 이름과 이 소설 주인공 이름이 같다. 순영이다. 저 강원도 인제 가평 사람이다. 어려서 어머니 여의고 계모 슬하에서 고생하며 큰다. 은인을 만난 줄 알았더니 서울 사람 송 씨는 기생도 아니 만들고 인천 색주가에 순영을 팔아넘긴다. 옛날식 주인공이어서 순영은 아름답고 지순한 여성이다. 색주가라 해도 함부로 처신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사이에 순영은 ‘꽃샘’에 걸렸다고들 한다. 이름하여 매독이다. 손바닥에 엿이 묻었다고들 한다. 손님의 지갑에서 돈을 훔쳐낸다는 것이다. 이 둘이면 벌써 순영은 사람 행세를 할 수 없다. 이 인천 색주가는 세상의 축도다. 세상은 사람들 모여 사는 곳이다. 옛날 어렸을 적에는 이 사람들이 모두 같은 마음을 가진 줄로만 알았다. 이것을 가리켜 ‘내 맘 같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가며 그렇지 않은 줄 알게 되니, 이것을 가리켜 ‘내 맘 같지 않다’고 한다. 세상에는 이 내 맘 같지 않은 사람들, 일들이 많다. 세상은 또 서로 돕고 수긍하며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살아보면 그렇지 않은 일이 많다. 그래서 너나없이 좋은 세상 만들자는 염원을 갖지만 정작 그것이 내 일이 되고 보면 어떻게든 자기 이익과 목숨을 위해 사생결단이라도 낸다. 살아야 하기에, 더 낫게 살려고, 편을 짓고 일을 도모하다 못해 없는 일까지 지어내는 일도 많다. 옛날부터 소설에 그렇게 억울한 사람들이 그렇게 많아도 현실의 일로 깨닫지 못하고 내 일 아니라 생각을 했건만 리얼리즘을 믿으면서도 정작 소설이 현실을 가리키고 있음을 깨닫지 못했었다. 여럿이 작당을 해서 있는 일을 없다 하고 없는 일을 있다 하는 일이 그렇게도 많다. 자신들이 옳다고 여겨서 그러기도 하지만 옳지 않은 줄 알고 느끼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일을 벌인다. 그런 때에야말로 그네들의 수법은 교묘하거나 그악스럽고 악착스럽게 된다. 소설에서 순영은 억울하게도 누명을 쓴 것이었다. 새로 들어온 순영의 생김새며 마음씀이 먼저 있던 이들의 시샘을 산 것이었다. 말은 지어내기도 쉽고, 여러 사람이 다 그렇다 하면 꼼짝없이 몰리고 마는 일이 벌어진 것이었다. 삼인성호(三人成虎)라 함이 딱 그럴 것이다. 순영은 끝내 억울함을 안고 차라리 죽어버리려 한다. 하지만 작가는 순영을 살려 그 억울함은 풀지만 또 다른 시련에 휘말리도록 한다. 어째서 만해는 이렇듯 순영으로 하여금 박명(薄命)한 삶을 살게 한 것일까? 먼 이후의 일들도 미리 짚어본 것일까? 여러 사람이 한 사람의 일을 놓고 한쪽으로 몰아간다. 그런 ‘흉책’은 분명 한 사람의 머리에서 나올 수 없을 것 같다. 일제강점기에도 살았다. 더 무서운 일들도 있었겠다. 그렇게 위안을 삼으려 해도 세상이 지금 끔찍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래도 버팅키고 살아가야 하겠다. 우리 모두. /방민호 서울대 교수·국문과

2025-11-03

iM뱅크 45조 지원···지역경제 활력소 되길

정부의 생산적 금융대전환 정책에 맞춰 iM뱅크가 향후 5년간 총 45조 원을 들여 중소·혁신기업 및 지역전략산업 육성 등에 집중 투자한다고 밝혔다. 총 투자액 중 38조5000억 원은 중소·혁신기업과 전략산업에, 6조5000억원은 금융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포용금융에 투입할 계획이라 한다. 특히 대구시와 경북도가 중점 추진 중인 미래모빌리티, 로봇, 헬스케어, 반도체, ABB 등 5대 신산업과 이차전지, 소부장, 에너지, 바이오 등 전략산업 분야에 집중지원하겠다고 했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대전환 정책은 부동산 등 비생산적 영역으로 흐르는 금융자금을 첨단·혁신기업 등 생산적 영역으로 흐름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국내 금융기관이 생산적 금융대전환에 대거 동참하게 되면 국가산업을 활력화시키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측면에서 생산적 금융대전환 정책의 방향은 매우 바람직하다. 금융당국이 지난 9월 생산적 금융대전환을 발표하면서 지방우대 금융정책을 펴기로 한 것은 눈길이 가는 대목이다. 현재 40%인 정책금융의 지방공급 비중을 2028년까지 45%로 높이고, 지방공급액도 120조 원까지 늘리겠다는 것이 요지다. 비수도권의 인구나 GRDP 비중에 비해 금융지원 비중이 수도권에 비해 현저히 낮은 지방에 대한 배려다. 정부 정책대로 진행이 된다면 지역균형발전 촉진과 기업의 지방 이전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iM뱅크의 생산적 금융지원에 지역이 특별히 기대를 거는 것은 iM뱅크가 전국은행으로 승격은 했지만 본점이 대구에 있고 지역을 배경으로 성장한 금융기관이란 점이다. 그동안 iM뱅크는 지역기업에 대한 밀착 지원으로 지역경제와 기업 성장에 크게 이바지했다. 이번 금융 지원도 지역경제계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적어도 장래가 유망한 기업이 자금이 없어 기업을 이끌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금융 서비스도 시대에 맞게 더 세련되고 치밀해져야 한다. iM금융 황병우 회장의 말대로 이번 지원이 지역과 산업이 함께 성장하는 기폭제가 되길 바란다.

2025-11-03

앵무살수

‘칼 끝에 피를 묻힌 자 장강의 하류를 건너지 마라’ 한국 무협만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찬사를 받는 김성진 작가의 무협만화 ‘앵무살수’의 첫 문장이다. 만화에서 등장하는 젊은 주인공의 직업은 장강 하류의 뱃사공이다. 그런데 이 주인공에게는 평범한 노 젓기 일 이외에 다른 일이 하나 더 있다. 중원에서 온갖 패악질을 다 저지르고 어디론가 숨어드는 중범죄자를 단죄하는 일이다. 법망을 피해 살아가는 이들을 색출하여 직접 형을 집행하는 만화 속 이야기다. 도주하는 범죄자를 태운 나룻배가 포구를 출발하는 장면으로 만화는 시작된다. 나룻배가 장강의 중간에 도착할 때, 앵무새 한 마리가 날아든다. 사뿐히 주인공의 어깨 위에 앉는다. 쪽지를 입에 문 앵무의 깃털이 장강의 물결에 빛난다. 누군가 내린 명령과 금액이 적힌 쪽지를 주인공이 펼친다. 사형! 그리고 엽전 열 닷 냥. 배가 멈추고, 칼이 춤을 춘다. 칼끝에 묻은 피를 유유히 흐르는 장강의 물결에 씻고, 검의 고수는 뱃머리를 돌린다. 이날의 나룻배는 장강의 저편으로 갈 일이 없다. 작년 6월경 포항문화재단 초청으로 육거리 꿈틀로 청포도 다방에서 ‘앵무살수’를 패러디하여 ‘제2회 인문학 강좌’를 한 적이 있다. 10년 넘게 침촌인문학당 사띠스쿨 원장을 하면서 나름 터득한 사유 여행의 한 꼭지로 열어보았다. ‘낭만자객', ‘지성의 몰락’, ‘붓다의 칼, 예수의 창’, ‘생각 죽이기’, '저 세상에 관심을 두지 마라’ 순서로 다섯 강좌를 성황리에 마쳤다. 주제는 ‘관념 죽이기’였다. 제1회는 칼릴지브란 선생의 예언자를 중심으로 ‘사랑의 타작마당’이라는 주제로 하였었다. 사랑의 개념을 타작하여 껍질을 벗겨보자는 것도 결국은 관념(개념, 생각, 편견 등) 죽이기였다. 두 번에 걸친 강좌는 겉만 달랐지 속은 같았다. 만화 ‘앵무살수’ 속 장강 하류 나룻터 풍경을 관념 죽이기의 소재로 써보았다. 예언자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관념의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을 단죄의 칼부림에 비유하여 보았다. 주인공이 사는 조그만 집, 나루터, 나룻배, 악당, 칼, 앵무새, 주인공, 처형, 그리고 칼 씻음. 이 모두를 우리가 가지고 있는 관념, 개념, 생각들의 환·망·공·상을 제거하는 것과 연결하여 강의하였다. 우리가 극복하여야 할 관념이 만화 속 악당들과 같은 존재라면, 무엇으로 극복할 것인가. 키에르케고르는 ‘죽음에 이르는 병’에서 ‘관념 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인간의 가장 큰 불행이다’라고 짚었다. 관념이란, 때론 삶의 에너지로, 때론 죽음의 에너지로 쓰이는 검의 양날이다. 우리는 생각 때문에 살고, 생각 때문에 죽는다. 악당이란 탈을 쓴 관념이 가끔 우리를 괴롭힐 때, 어떻게 처리하여야 하는가. 어떤 기술을 쓸 건지, 어떤 무기를 휘두를 쓸 건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취미활동, 운동, 예술 감상. 지인과 잡담 정도의 무기로 족할까. 만화 속 주인공은 검술의 최고수였다. 만화 속 주인공만큼 고수는 아니지만, 나에게는 ‘명상’이라는 무기가 있다. 나름 든든한···. 우리는 알고 있다. 삶 속에는 건강, 돈, 명예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그 무언가가 있음을. /공봉학 변호사

2025-11-03

타지 않는 불

온 산에 타지 않는 불이 타고 있다. 고향 가는 길, 포항-대구 고속도로 기계면 지역을 지날 때 만난 산의 모습이다. 남쪽으로 병풍처럼 둘러선 산이 온통 안 타는 불길로 검붉다. 타지 않는 불이라면 주위에 옮겨붙지나 말아야지, 날이 갈수록 소리소문없이 더 빠르게 온 산으로 번져 간다. 삶에 어이없는 일이 많지만, 조상 대대로 귀히 여기던 소나무들이 속절없이 당하고 있으니 대체 무슨 까닭일까. 수십 년은 자랐을 저 커다란 낙락장송들이 아주 작은 미생물의 감염에 맥도 못 추고, 저렇게 많이 타지 않고도 말라 죽어간다. 바로 소나무 재선충(材線蟲· Bursaphelenchus xylophilus)이 벌인 검붉은 날벼락이다. 날벼락 현장을 억지로 보는 내 가슴이 찌릿찌릿 저리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재선충은 크기 1mm 내외의 실 같은 선충으로서 솔수염하늘소나 북방수염하늘소 같은 매개충의 몸 안에 산다. 매개충이 소나무 새순을 갉아 먹을 때 충의 상처를 통하여 나무에 침입한다. 무단 침입한 재선충은 빠르게 증식하며 수분과 영양분의 통로를 막아 소나무를 죽인다. 온전한 치료 약이 없어 감염되면 소나무는 100% 고사(枯死)하고 만다. 지독한 소나무 에이즈다. 소나무 재선충에 감염되는 소나무류는 소나무, 해송, 잣나무, 섬잣나무다. 최근의 산림청 자료에 따르면, 1988년 부산광역시 동래구 금정산에서 소나무재선충병이 최초 발생했다. 아마 수입 목재에 숙주나 충이 붙어 들어 왔으리라. 2025년 5월 기준, 우리나라 소나무 재선충병 피해 현황은 전국 154개 시·군·구에서 149만 그루가 감염되었다. 전국적인 엄청난 피해다. 출퇴근 때 지나다니는 S 초등학교 후문 쪽 녹지에는 25그루의 소나무가 있다. 그중 올 10월 28일 현재 소나무 에이즈로 말라죽은 것은 7그루, 28%다. 인터넷 지도 로드뷰로 이 녹지를 보면, 24년 11월에는 단 1그루(4%)만 재선충에 감염되었었다. 1년 만에 6그루, 24%가 더 감염된 것이다. 이곳의 소나무 재선충감염변화를 피해 통계 자료로 쓰기는 어려워도, 감염속도의 심각성에 경종을 울리는 한 사례가 분명하다. 이 시점에서 가장 먼저 대처해야 할 문제는 ‘고사목의 처리’라고 생각한다. 기후변화로 ‘방제’는 너무 어렵게 보이기 때문이다. 고사목처리의 가장 좋은 방법은 목재, 에너지원 등 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온실가스 측면에서도 소나무가 살아있을 때는 대기 중의 탄산가스를 흡수하지만, 고사하여 썩어가면서 흡수했던 가스를 내놓을 테니까 그렇다. 해마다 극심해지는 산불의 확산에 기폭제 역할을 하는 게 소나무 송진이라는 주장이 많다. 우리도 이젠, 일본처럼 재선충의 전면적 방제보다 꼭 보존해야 할 소나무와 숲을 선별하여 관리하는 선택과 집중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나아가 재선충 방제와 오염 소나무의 반출금지에 초점이 맞추어진 ‘소나무재선충병 방제특별법’도, 불가피한 ‘기후변화 현실과 미래를 아우르는 법’으로 바꾸는 지혜를 발휘할 때다. 온 산에 번지는 타지 않는 불을 없애기 위하여···. /강길수 수필가

2025-11-03

국민의힘 지도부, 경북 산불 피해지역 현장방문…이재민 위로

국민의힘 장동혁 당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3일 오후 경북 산불 피해지역인 안동시 일직면 일대를 현장 방문하고 이재민 지원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장 대표는 이날 임시조립주택에서 생활하는 이재민들을 만나 “날씨가 추워지고 있는데, 여기 와서 임시조립주택에서 생활하시는 모습을 보니까 (마음이) 너무도 무겁다”며 위로를 전했다. 그는 “평생을 살아온 삶의 터전이 한순간의 화마에 불타버린 그 황망한 심정을 저희들이 어떻게 다 헤아릴 수 있겠는가”라며 “저희들이 끝까지 잘 지원될 수 있도록 국민의힘에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9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산불 특별법을 언급하며 “특별법 통과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하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장 대표는 산불과 같은 재난은 기후문제로 인해 전국 어디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면 “이번 계기를 통해 산불 예방이나 어려움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하는 데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송언석 원내대표도 “당시 국회에서 필리버스터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산불 특별법은 합의에 의해서 무조건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고 저희는 그렇게 판단했다” 며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요청과 국회의장, 야당과의 논의를 거쳐 법이 통과됐다고 설명했다. 송 원내대표는 임시 주거시설에 대해서는 “그동안에 있었던 다른 지역에 대한 지원보다는 괜찮다고 한다”면서도 “실제로 생활하시는 주민들 입장에서는 아마 불편함과 미흡함이 굉장히 크게 느껴지실 것이다. 저희들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시하고 도하고 같이 힘 모아서 우리 국민의힘에서 여러분들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그렇게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송 원내대표는 이재민들에게 “추운 겨울이 다가오는데 건강 관리 잘하시고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힘을 합쳐서 함께 이 위기를, 난국을 이겨낸다는 마음으로 함께해 주시면 고맙겠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행정안전부 김민재 차관도 안동을 찾아 산불 피해 복구에 참여 중인 지역청년공동체 활동 현장을 살피고 봉사활동을 펼쳤다. 김 차관은 이날 안동시 길안면 피해지역을 방문해 지역청년공동체 활성화 사업에 참여 중인 청년들로부터 활동 현황과 복구 진행상황을 청취하고, 피해 농가 복구 작업에도 함께 참여했다. 김 차관은 현장에서 “청년들의 손길이 지역사회 회복의 씨앗이 되고 있다”며 “청년공동체 활동을 통해 산불피해지역이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11-03

“유식불교 세상에 펼치며 중생제도에 매진”

대한불교 유식종 포항 원법사(주지 해운 스님)는 지난 2일 경내 약사전 광장에서 ‘제2창종 선포 및 창건 25주년 개산재’를 봉행하고, 제21회 장학증서 수여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회주 운보 큰스님, 주지 해운 스님을 비롯해 이강덕 포항시장, 김일만 포항시의회 의장, 김정재 국회의원 등 정관계 인사와 불자 15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진행된 개산재는 신도들의 육법공양, 삼귀의례, 발원문 봉독으로 시작해, 제2창종 선포식, 유식종 로고 론칭, 내빈 축사 순으로 이어졌다. 주지 해운스님은 “유식불교의 핵심 교의인 ‘일체유식(내 앞의 모든 현상은 오직 마음에 있다)’을 바탕으로 화합과 치유의 도량으로 도약하겠다”며 “유식불교 사상을 세상에 힘차게 펼치며 중생제도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유식종 종정 운보 큰스님은 법어를 통해 “내 앞에 일어나는 모든 현상은 오직 마음에 있으며, 이는 곧 공(空)이자 무아(無我)임을 깨달아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진정한 수행"이라며 “바른 마음으로 정진해 세상을 밝히는 불자가 되라”고 설파했다. 이어진 장학증서 수여식에서는 초등학생 3명, 중학생 5명, 고등학생 15명, 대학생 31명 등 총 54명의 장학생에게 4000만 원의 장학금이 전달됐다. 대상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가운데 학업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로, 대학생 100만 원, 고등학생 50만 원, 중학생 30만 원, 초등학생 20만 원씩 지급됐다. 원법사장학회는 2008년 설립 이래 현재까지 총 747명에게 4억4600만 원을 지원했으며, 현재 회원 수는 680명에 달한다. 해운 스님은 “장학금은 단순한 금전적 지원을 넘어 학생들의 희망을 키우는 씨앗”이라며 “원법사장학회가 미래 불자 육성의 산실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대학생 장학생은 “사회에 기여하는 인재로 성장해 후원자 분들께 보답하겠다”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특히 신도회가 직접 제조한 전통한과 판매 수익금 5000만 원을 전액 장학금으로 기부해 참석자들의 열띤 박수를 받았다. 원법사는 종조 원측대사의 ‘일체유식’ 사상을 계승하며, 지난 9월 종단 명칭을 ‘사단법인 대한불교 서명종’에서 ‘사단법인 대한불교 유식종’으로 변경한 바 있다. 이번 행사는 불교계 내 화합과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모범 사례로 주목받으며, 지역사회와 미래 세대 지원에 앞장서는 원법사의 전통을 재확인시킴으로써 지역사회의 귀감이 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1-03

시로 되살아난 민족의 숨결, 이육사 정신의 오늘 2025년

광복 80주년을 맞아 ‘오늘 내 여기서 너를 불러 보노라’라는 주제로 열린 시 낭송회가 최근 대구 이육사기념관에서 성대히 개최됐다. 이 행사는 일제 강점기에도 변절의 흔적 없이 시와 영혼으로 항거한 이육사, 이상화, 심훈, 윤동주, 한용운, 현진건 여섯 시인의 정신을 기리는 자리였다. 단순히 시를 읊는 것을 넘어, 민족의 혼 속에 깃든 자주와 희망의 언어를 되살리는 역사적 의미를 담아냈다. 특히 경동초등학교 김태윤 군이 이육사의 ‘꽃’을 낭송하던 순간, 세대를 넘어 이어져 내려오는 문학의 불씨가 찬린히 빛났다. 뜨거운 함성과 따뜻한 눈빛은 그 자체로 민족정신이 계승되는 모습을 상징했다. 이육사 기념관은 시인의 유품과 투옥 당시의 기록을 전시하는 공간을 넘어, 혼을 담은 교육이 이루어지는 민족의 교실이다. 한 시대의 고통과 의지를 후대가 체험을 통해 언어로 되새기고, 그 뜻을 새롭게 발견하는 자리다. 일찍이 대구에서 항일 문학과 독립운동을 주도한 이육사의 발자취는, 이 도시가 지닌 정신적 가치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글로벌시낭송협회 박영선 회장과 11명의 낭송가는 낭송을 통해 한글 문학의 품격을 높이는 데 헌신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는 각 시인과 작품의 정신을 담은 낭송이 이어져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박영선 회장은 이육사의 ‘절정’을, 손병갑씨는 이육사의 ‘광야’를 낭송하며 시대의 아픔을 되새겼다. 안현정씨는 이상화의 ‘역천’을, 손진경씨는 심훈의 ‘그날이 오면’을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전하며 감동을 선사했다. 이연희씨는 윤동주의 대표작 ‘서시’와 ‘별 헤는 밤’을 차분히 낭송해 깊은 울림을 남겼고, 경동초등학교 김태윤군은 이육사의 ‘꽃’을 통해 세대를 초월한 문학의 힘을 증명해 보였다. 송외숙씨는 이상화의 ‘비 갠 아침’을, 서교현씨는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을 생생하게 재현하며 현장감을 더했다. 마지막으로 이은숙씨는 이육사의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를 낭송해 행사의 대미를 장식했다. 시가 다시 입말이 되고, 그 입말이 사람의 마음을 깨우는 일, 그것이야말로 민족교육의 가장 깊은 형태라 할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물질의 풍요 속에서 정신의 근원을 자주 놓친다. 그러나 시는 여전히 인간의 근본을 지키는 언어이며, 민족의 혼과 기억을 품은 그릇이다. 이육사 기념관의 낭송회는 이를 증명한 하나의 장엄한 증언이었다. 시의 힘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리고 그 힘은 단순한 예술이 아니라, 나라를 살리고 세대를 묶는 가장 순결한 유대다. 광복 80주년의 의미는 그날처럼 시로 되살아나는 민족의 숨결 속에서 더욱 깊어진다. 남산동 주민 김모 씨는 “이육사 정신을 담은 낭송회가 이육사 80주년 기념 행사에서 열렸는데, 이를 참관한 후 깔끔하고 품격 있는 진행에 큰 감명을 받았다. 저 또한 용기를 내어 낭송을 배워보고 싶다”고 말했다. 박영선 회장은 뛰어난 지도력과 진솔한 성격으로 알려진 박식가다. 한글의 아름다운 시를 널리 알리며, 낭송을 통해 후학을 양성하는 데 정성을 쏟고 있다. 현재 영남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매주 금요일 오후 2시에 낭송 지도를 진행하고 있다. /김윤숙 시민기자

2025-11-03

행정 주도 빈집 철거 사업은 한계···'거버넌스형' 빈집 관리 모델 필요

도시형과 농촌형이 공존하는 복합도시 포항에서는 행정이 주도하는 철거형 사업보다는 소유주·시민·공공이 함께 관리하는 거버넌스형 빈집 관리 모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한수경 건축공간연구원 부연구위원은 3일 열린 ‘포항시 빈집 정비 및 관리방안 대토론회’에서 도시형과 농촌형 빈집이 공존하는 복합도시인 포항은 획일적 정비보다 지역 맞춤형 관리체계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노후 공동주택 빈집 수는 포항이 3556호로 전국 3위 수준이다. 단독주택뿐 아니라 노후 공동주택의 공실도 빠르게 늘고 있다. 한 부연구위원은 “단기적 철거보다는 주기적 실태 파악을 통한 중장기 관리·활용 계획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주선 충남대 건축학과 교수는 “포항만의 방식으로 동네를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전시의 ‘테미예술창작센터’ 사례를 소개한 윤 교수는 “빈집을 철거 대상이 아닌 공유와 휴식의 오픈스페이스로 전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멋진 건물보다 살기 좋은 동네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장민영 건축공간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방 중소도시는 인구감소 때문에 도심이 구멍 나듯 비어가는 ‘스폰지화 도시’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대규모 재개발보다 생활권 단위의 소규모 정비·집수리·골목환경 개선사업이 실질적 대안”이라고 밝혔다. 낡은 단독주택이나 빌라를 현대적으로 정비하는 중앙정부의 ‘뉴:빌리지 사업’과 빈집 관리 체계를 마련하고 소유자의 자발적 빈집 정비와 활용을 유도하는 ‘범정부 빈집관리계획’을 포항형 모델로 접목해야 한다고 주장한 장 연구위원은 “사업의 속도보다 주민이 체감하는 변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고, 포항형 소규모 정비사업과 집수리형 재생 모델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패널토론에서는 법·제도 개선과 주민참여, 지역건축가 육성 방안이 논의됐다. 한 시민은 “철거보다 리모델링, 관리보다 활용이 필요하다”며 “빈집을 문화·돌봄 공간으로 쓰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포항시는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도시형과 농촌형을 구분한 지역맞춤형 빈집관리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2021년 빈집정비계획 고시 이후 2022년에는 농어촌 빈집정비계획을 확정했고, 올해는 20억 원 규모의 정비사업을 추진 중이다. 내년에는 활용 중심의 정비사업으로 확대해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빈집 관리 모델을 구축할 방침이다. 포항시 건축디자인과 관계자는 “빈집 문제는 도시 미관이 아니라 생활안전과 지역 활력의 문제”라며 “포항은 지진 복구 경험을 가진 도시인 만큼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삶의 재생형 도시정책’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11-03

AI·전략산업 연계 ‘경북형 글로컬대학’ 공모

경북도는 3일 지역대학의 혁신역량을 높이고 지역사회 및 산업계와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경북형 글로컬대학’ 사업 공모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새 정부의 국정과제와 경북도 7대 전략산업 방향을 연계해 지역대학을 미래산업 대응형 교육기관으로 육성하기 위한 전략적 시도이다. 경북형 글로컬대학 사업은 지역 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RISE)의 핵심 단위과제인 ‘100년 대학 육성(K-IVY)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획됐으며, 정부의 글로컬대학30 사업이 조기 종료됨에 따라 그 시행 시기가 앞당겨졌다. 이번 공모는 총 2개 분야 3개 트랙으로 구성되며, △인공지능(AI) 중심 글로컬대학 1개소 △경북 전략산업 글로컬대학 2개소를 선정할 계획이다. 선정된 대학은 2026년부터 2029년까지 4년간 매년 50억 원씩, 최대 총 200억 원의 재정지원을 받게 된다. 단, 정부의 글로컬대학30 사업에 이미 선정된 대학은 본 사업에 신청할 수 없다. 공모 접수는 12월 5일 오후 5시까지 진행되며, 예비평가를 통해 트랙별로 3배수의 대학을 선정한 뒤, 본 평가에서 각 트랙별 1개 대학(연합 포함)을 최종 선정한다. 이후 경북RISE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경북도는 이번 사업을 통해 대학이 보유한 특화 역량을 중심으로 인공지능 기술과 지역 전략산업 간의 연계를 강화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교육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다. 특히 선정된 대학은 지역 산업계 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 및 연구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지역인재를 양성하고 지역산업 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구조를 마련하게 된다. 이상수 경북도 지방시대정책국장은 “지역에서 배운 청년들이 지역에 취업하고 정착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경북형 글로컬대학 사업을 추진한다”며 “이번 사업을 통해 미래산업에 대응할 수 있는 대학교육의 혁신을 끌어내고, 경북을 대표하는 교육·산업 융합 모델을 완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11-03

국회 예산정국 돌입… 경북 12조·대구 4조 국비 확보 ‘총력’

국회가 이재명 정부 첫 예산안 심사에 착수하면서 현안이 산적한 대구·경북(TK)이 국비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국회는 각 상임위별 국정감사 일정이 대부분 일단락되면서 5일부터 사실상 예산 심사 체제로 전환된다. 국회 예산결산특위는 5일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6~7일 예산안 및 기금운영계획안에 대한 종합정책질의, 10~11일 경제부처별 심사, 12~13일 비경제부처별 심사를 진행한다.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은 다음달 2일까지다. 상임위별로는 국방위원회 5일, 법제사법위원회 6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7일 전체회의 일정을 잡았다. 예결위는 각 상임위 예비심사 결과를 바탕으로 종합심사에 들어간다. 오는 17일부터는 예산소위가 가동돼 예산의 증·감 여부를 논의하고, 이후 예결위 전체회의 의결을 거쳐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이 최종 확정된다. 정부는 올해보다 8% 증가한 728조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했다. 민주당은 이번 예산안을 “경제 회복과 미래 성장의 마중물”로 평가하며, 이재명 정부의 정책 방향을 최대한 뒷받침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선심성 예산을 대폭 삭감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역사랑상품권, 국민성장펀드 등 이른바 ‘이재명표 사업’을 집중 검증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장동혁 대표는 본격적인 예산심사를 앞두고 3일부터 TK지역을 시작으로 민심 청취에 들어갔다. 장 대표는 이날 경북도청에서 열린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하는 것을 시작으로 부산·울산·경남(4일), 충청(5일), 광주(6일) 등으로 이어지는 릴레이 지역 일정을 소화한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 대표가 직접 지역 현안을 챙긴다는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은 이날 국민의힘과의 정책협의회에서 내년도 국비 확보 목표액(경북 12조3000억 원, 대구 4조3600억원) 달성을 위해 정부 예산안에 미반영됐거나 추가 지원이 필요한 국비 증액을 요청했다. 이날 협의회에는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 김도읍 정책위의장, 정희용 사무총장, 구자근 경북도당 위원장, 이인선 대구시당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포스트 APEC 사업을 비롯해 신공항, 영일만항, 산불 피해 복구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지원을 당부했고,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은 “TK신공항과 취수원 이전에 대한 정부·여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 줄 것"을 건의했다. 대구시는 이날 협의회에서 △TK신공항 건설의 안정적 추진을 위한 금융비용 국비 보조 및 범정부 TF 구성 △취수원 이전 문제 해결 △국립근대미술관·국립뮤지컬콤플렉스·(가칭)국립대구독립역사관 건립 △AI로봇 수도 조성 △제조AI데이터 밸류체인 구축 △미래모빌리티 및 헬스케어 신산업 육성 △디지털트윈 3D프린팅 의료공동제조소 실증 △미래모빌리티 AI 소프트웨어 검증 시스템 구축 등에 대한 국비 확보를 요청했다. 경북도는 △포스트 APEC 사업 및 글로벌 이니셔티브 전략 △산불 피해지역의 혁신적 재창조 △신공항·영일만항 2포트 프로젝트 △AI·반도체·모빌리티 등 5대 미래전략산업 △문화·관광·농업·해양수산 대전환 △주요 SOC 사업 등을 건의했다. /김락현·피현진기자

2025-11-03

영천 영화교 내년 확장 공사, 상습정체 해소

영천 영화교 상습 정체구간이 해소된다. 이 사업은 2026년 하반기 착공해 5개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사업을 완료할 계획다. 영천시는 동서가구삼거리에서 신망정메디컬사거리까지 이어지는 도시계획도로 확장사업이 ‘2026년 경상북도 낙후지역발전 기본계획’에 최종 반영됐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사업 반영으로 도비 100억을 확보한 영천시는 재정 부담 완화와 함께 사업 추진속도에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해당 도로는 교통 혼잡이 극심해 시민들의 출퇴근과 물류 이동에 불편을 초래해 온 주요 간선도로다. 확장 대상 도로는 총사업비 300억원(공사비 200억원, 설계·보상비 100억원)이 투입된다. 이번 사업은 단순 도로 확장을 넘어 종합 도시 인프라 개선사업으로 추진된다. 보행 환경 개선, 우수 배수 체계 정비, 도시 경관 정비 등이 병행되며, 지역 간 연결성과 물류 효율성 제고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 주민들은 도로 확장으로 출퇴근 시간 단축, 안전한 보행 환경 확보, 차량 혼잡 완화 등 생활 편의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망정동 거주하는 고민지씨는 “출퇴근 시간마다 정체를 피하기 위해 우회도로를 이용하는 불편이 컸는데, 도로 확장으로 일상생활이 편리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최기문 영천시장은 “확보된 도비를 시민 교통편의 증진과 생활 인프라 개선에 책임 있게 사용하겠다” 며 “앞으로도 체감형 SOC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업은 영천시의 지역 균형발전 전략과 맞물려 시민 삶의 질 향상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규남기자 nam8319@kbmaeil.com

2025-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