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아연채굴 광산 작업자들 <br/>구조 예상 지점인 수직 170m<br/>지름 76㎜ 크기 시추에 성공<br/>천공기 높낮이 바꾸면서 탐지<br/>약품 등 생존물품 추가로 투입<br/>음향탐지기로 동시 확인 나서
“박○○씨, 박○○씨, 우리는 구조대입니다. 불빛이 보이면 천천히 여기로 와서 소리를 좀 질러주세요.”
3일 봉화군 아연 채굴 광산 매몰 사고로 두 명의 작업자가 고립된 지 9일째 되는 날이다. 이날 오전 9시쯤 매몰된 인부를 구조하기 위한 시추작업 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의 간절한 외침이 지름 76㎜ 작은 관을 통해 지하 170m 깊이까지 흘러 들어갔다.
구조대의 간절한 외침은 30분째 이어졌지만, 작업자들의 생존 신호는 끝내 전해지지 않았다. 오직 살아 있기를 바라며 이를 지켜보던 가족들은 애끓는 마음을 숨기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굴렀다.
봉화 광산 매몰 사고 작업자 구조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구조 당국은 이날 오전 작업자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땅속 170m 아래 ‘구조 예상 지점’으로 지름 76㎜의 구멍을 뚫는데 성공했고, 이어 이곳을 통해 내시경 장비를 내려보내 본격 수색에 들어갔다.
구조 당국은 연결된 구멍을 통해 “저희는 여러분을 구조하러 온 구조대입니다. 제 목소리가 들리거나 불빛이 보이면 불빛이 보이는 데로 천천히 오셔서 소리를 좀 질러 보세요”라고 외쳤다. 이어 “목소리가 안 나오면 돌을 들고 두드려 주세요. 천천히 이동해 주세요. 기다리겠습니다”라는 말도 큰소리로 반복했다.
또 “두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미음을 내려보낼 겁니다. 천천히 드시고 힘내십시오. 5분 뒤에 야광등을 넣어드릴 겁니다”라고 말했다.
구조대는 이와함께 기초약품(식염포도당, 종합진통제, 해열제, 간이보온덮개) 등 생존 물품을 추가로 투입했다.
구조당국은 이날 시추기(천공기) 9대 중 2대가 노동자들이 고립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공간에 도달했지만 생존여부 파악에는 실패했다. 제1 수직갱도 지하 170m 지점에는 작업자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구조 당국은 땅속에서 소리가 안 들릴 수가 있기에 천공기의 높낮이와 위치를 바꿔가며 반응을 탐지하고 있다.
구조당국 관계자는 “내시경으로 갱도 안을 확인한 결과 충분한 공간과 벽면에 물이 흐르고 있었다”며 “다만 수직 170m 지점까지 내려간 상황이라서 (시추지점을 기준으로) 회전 방향만 살펴보는 정도다. 넓은 지역까지 관측은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내시경 화질은 괜찮은데, 내시경이 움직일 수 있는 활동 범위가 좁아서 작업자들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음향 탐지기를 넣어서 동시에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조당국은 오후 브리핑에서 “현재 천공기 10대가 배치됐으며 2대는 갱도에 도달해 생존 여부를 확인중이고 5대는 시추중이며, 3대는 준비중이다”고 설명했다.
봉화소방서는 이날 오후 3시 기준 폐갱도인 제2 수직갱도에서 구조 작업에 필수적인 광차 운행을 위한 265m 중 245m에 진입했고, 구조대원 복구작업은 보류중에 있으나 요청시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고는 지난달 26일 오후 6시쯤 봉화군 재산면 갈산리 한 아연채굴 광산의 제1수갱(수직갱도) 지하 46m 지점에서 갑자기 밀려 들어온 펄(진흙 토사물)이 갱도 아래로 쏟아지며 발생했다.
이 펄은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폐갱도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고로 노동자 2명을 스스로 탈출했고, 3명은 업체 측에 의해 구조됐다. 제1수갱 지하 190m 지점에서 작업 중이던 A씨(62)와 B씨(56)는 현재까지 고립된 상태다.
봉화/박종화기자 pjh4500@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