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 곽창호(포스코경영연구소 소장)
■ 토론 참여자=김주한(산업연구원 박사), 김세영(단국대 교수), 서정헌(Steel&Steel 대표)
□ 곽창호(포스코경영연구소 소장)
현재 포항경제는 위기에 빠져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잘하던 것을 꾸준히 밀고 나가야 한다. 포항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도 기존의 철강산업을 바탕으로 새로운 동력을 창출해야 한다고 본다.
패널토론에 앞서 주제발표를 진행한 박찬욱 연구원도 언급했듯 철강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철강산업의 생태계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요약할 수 있다.
김주한 박사철강업계·유관기관 협력체계 구축
타산업과 연결 개방적 사고도 필요
□ 김주한(산업연구원 박사)이번 토론은 철강산업의 발상지라 할 수 있는 포항이 처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매우 의미있는 토론이라 생각한다.
철강산업은 대내적으로 공급과잉, 과도한 경쟁 등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문제가 일시적인 문제라고 한다면 시간이 지나면 극복할 수 있겠지만 실상은 구조적인 문제인지라 쉽사리 극복하기 힘든 상황이다. 한때 철강경기가 번성할 때는 업체당 20~30%의 수익률을 올렸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수익률을 5%만 낸다면 괜찮은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포항은 포항제철소를 중심으로 한 산업생태계가 구축돼 있다. 총 생산의 50%가 제조업에서, 이중 70%가 1차금속에서 나오고 있다. 1차금속 산업의 경쟁력은 곧 포항의 경쟁력인 것이다.
세계 전반에서 경쟁이 심화되면서 제품은 다양화 되고 이에 맞춰 제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철강생태계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을 수 없다. 철강업계는 위기를 홀로 극복하려 하지 않고 유관기관과의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갖고 생태계가 활발히 순환될 수 있게 함께 노력해야 한다. 철강산업의 특성상 생태계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철강산업 자체의 주도세력이 철강업체이다 보니 그 자체의 경쟁력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철강업체도 자체 내에서의 문제해결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업체와의 연결고리를 찾는데 노력해야 한다. 도전적 창의성, 넓은 포용력, 개방된 사고가 필요하다.
김세영 교수산업·인문문화 가치융합 지속 투자
철강 대외 경쟁력 강화에 도움될 것
□ 김세영(단국대 교수)
우리나라는 저성장기에 접어들고 있고 세계경제는 융합혁명의 시기에 있다. 미국은 지난달 말부터 양적완화를 중단하고 금리도 곧 인상시키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일본은 80조엔(약 770조원)을 풀어 물가를 상승시키고 경제를 살리겠다고 한다. 중국도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며칠전에 한국과 중국이 FTA를 체결했다. FTA는 관세없이 자유무역을 하겠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경쟁이 매우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그럴수록 우리는 제품의 질적인 부분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살아남을 수 없다. 특히 저가의 중국 철강제품이 우리나라에 밀려들 것이고 그렇다면 높은 질로 경쟁을 해야하는 것이다.
포항의 수출의존도가 50%에 가까운 상황인데 이는 세계경제변화에 매우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피츠버그, 디트로이트 같은 예를 많이 들었지만 포스코도 살고 포항도 사는 길은 가치융합이다. 가치융합이란 인문문화와 산업문화를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자는 것이다. 포스코와 포항시가 지원해 인문문화에 투자를 해 가치융합이 된다면 인문문화에서 오는 상상력과 창의력이 철강산업의 질적인 경쟁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선진국들이 왜 인문문화 수준이 개발도상국보다 높은 이유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높은 수준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문문화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지속적으로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서정헌 대표한국 철강산업 빠른 속도로 후퇴 중
지자체·기업·노조 대책委 만들어야
□ 서정헌(Steel&Steel 대표)
현재 우리나라 철강산업의 여러가지 상황으로 봐서는 포항은 더 이상 철강산업에 의존해서는 안된다. 철강산업이 지역사회를 지탱할 만한 힘을 지니고 있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철강산업의 현실은 지역사회를 걱정할 만큼 좋은 상황이 아니다. 벼랑 끝에 놓여있다. 한국철강산업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후퇴하고 있다. 이는 경제악화의 영향보다는 치열한 경쟁으로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철강산업이 사양화되면 지역사회의 노사문제, 환경문제 등 복합적인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사전에 미리 준비하고 정부가 강력하게 개입하지 않으면 나중에 엄청난 비용을 들여 처리해야 하는 거대한 산업인 것이다. 미국의 경우 산업이 후퇴할 때 수입규제를 강력히 한다. 현재 우리는 경제위기에 빠져있다. 하루라도 빨리 미래의 철강산업 후퇴에 대비해야 한다.
그나마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괜찮은 편이다. 그러나 나머지 기업들은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이다. 앞으로 3~4년, 길어도 4~5년 안에 철강산업 사양화의 모든 징후가 가시적으로 보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포항지역사회가 사라져야 하는가. 사양화를 대비해 지역사회가 정면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있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무너지고 외국에 매각될 경우 이를 어떻게 처리하고 대비할 지 고민이 필요하다. 노조, 지자체, 기업이 주축이 돼 철강산업 사양화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