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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수행평가의 달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무소유의 달, 하루 종일 얼어붙는 날, 태양이 북쪽으로 다시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휴식을 취하기 위해 남쪽 집으로 여행을 떠나는 달! 열거한 달의 공통점을 아시겠는지? 이들은 인디언들이 12월을 부르는 말이다. 이런 말들을 볼 때마다 필자는 인디언의 삶이 부러워 그들의 꿈을 꾼다. 경제, 교육 등 어느 것 하나 온전한 것이 없는 상태에서 북쪽 예찬론자, 북쪽 대변인이 되어가는 이 나라 정부의 작태(作態)를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는 답답한 지금은 더 자주 꿈에서 인디언들이 보인다. 우리는 언제 그들의 삶을 배울지?12월을 부르는 우리말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찾아보다 금방 포기했다. 왜냐하면 너무 인위적이고 생소(生疏)한 말들에 말(言) 멀미가 심하게 났기 때문이다. 12월을 맞이하는 자세는 저마다 다르다. 그런데 12월을 대하는 반응은 비슷하다. 그 반응은 “벌써”라는 단어 안에 함축되어 있다. 정말 벌써다. 2018년도 이제 마지막 장을 남기고 있다. 그 모습이 마치 마지막 잎새 같다. 그 잎새를 보는 사람들의 마음엔 환호와 열정 대신 아쉬움, 서운함이 가득할 뿐이다.올해도 열심히 산 모든 이들에게 이해인 수녀님의 ‘12월의 엽서’라는 시를 선물하고 싶다. “또 한 해가 가버린다고/한탄하며 우울해 하기보다는/아직 남아 있는 시간들을/고마워하는 마음을/지니게 해 주십시오 // (중략) 진정 오늘밖에 없는 것처럼/시간을 아껴 쓰고/모든 것을 용서하면/그것 자체가 행복일 텐데/이런 행복까지도 미루고 사는/저의 어리석음을 용서하십시오 (후략)”정말 시인의 언어처럼 “아직 남아 있는 시간들을 고마워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진정 오늘밖에 없는 것처럼” 12월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아쉬움이 커서인지 시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었다. 그런데 읽을 때마다 마음에 걸리는 행이 있었다. 그것은 “이런 행복까지 미루고 사는”이라는 부분이었다. 이 부분은 올해 고등학생이 된 제자를 생각나게 했다. “지난 주 수행평가 4개 쳤고, 이번 주 수행평가 6개 있어요. 그리고 그 다음 주는 기말고사에요. 정말 매일 매일이 시험이에요. 이럴 거면 수행평가를 왜 보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기말고사로만 끝냈으면 좋겠어요. 왜 해야 되는지도 모르는 수행평가 잔뜩 내줘서 공부할 시간 다 빼앗아 놓고 저희보고 공부하래요. 국어 수행평가에서 1점이 감점되어서 왜 감점되었는지 여쭈어 보니 글 주제가 다른 아이들도 많이 한 거라서 감점시키셨대요. 선생님, 이게 무슨 시험이요. 선생님께 예시답안을 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다가…!”아이의 흐느끼는 목소리는 12월 칼바람만큼이나 차가웠다. 필자는 제자들과 통화할 때면 늘 죄인이 된다. 아이들이 묻는 말에 만족할만한 답을 해준 적이 단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늘 생각하게 만든다.과연 우리 교육의 목표는 무엇인지? 무엇을, 또 누구를 위한 교육인지? 평가의 의미는 무엇인지? 가장 기본적인 이 질문들에 누가 답 좀 해 줬으면 좋겠다.우리는 지금이라도 수행평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수행평가의 취지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한다. 하지만 교육현실에서 자행되고 있는 수행평가는 당초 취지를 잃어버리고 오로지 평가를 위한 평가로 전락해버렸다. 그리고 무엇보다 문제는 수행평가가 너무 교사 주관적인 평가가 되었다는 것이다. 문항 자체도 그렇지만, 가장 객관적이어야 할 채점이 전적으로 교사 주관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채점 기준이라는 것이 있지만 그 또한 교사의 주관에 의해 만들어진 것들이다. 많은 학교에서 수행평가는 지필평가보다 반영비율이 더 높다. 그렇기 때문에 더 공정하게, 또 객관적으로 관리돼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아이들은 말한다, 학교의 12월은 “수행평가의 달”이라고. 필자는 갑자기 궁금해졌다, 논술형 수행평가에 대한 담당 과목 교사의 예시 답안이!

2018-12-05

10대 전략기술 최적화 적용

▲ 김경준 포스텍정보통신연구소 부교수매년 연말이면 국내 IT(정보통신)관련 기업, 학회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저명한 IT관련 기관들에서 다음해를 주도할 10대 전략 기술을 발표한다. 기관별로 선정 발표하는 전략 기술들을 살펴보면 기관별 특성이나 이해관계가 반영된 부분이 있다. 그 중 3~4개 정도는 겹치는 부분이 있다. 표현하는 용어에 조금씩 차이도 있다. 필자는 호기심에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예측 발표한 기관별 10대 전략 기술들을 살펴봤다. 국내에서 맹목적으로 기술을 따라간 경우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된 경우도 간혹 있었다. 쉽지 않겠지만 산업군별로 지역별로 이러한 예측 기술이나 필요 기술들을 정의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올해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제조업체의 영업 이익률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고 한다. 대기업을 포함한 상위 업체의 수익성은 개선됐으나 하위 기업은 오히려 더 악화가 되었다. 기업 재무상태가 상위 25%의 제조업의 영업 이익률은 8.3%로 성장한 반면 하위 25% 제조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 이익률은 20132%로 오히려 감소했다. 다양한 정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국내 제조업 내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지역의 중소기업을 방문해보면 상황이 더욱더 악화가 된 것같다. 4차산업혁명을 선도하거나 핵심 기술들이 지역 중소기업에 적용되기는 힘들 것같고, 어떤 경우 전혀 상관이 없어도 보인다.필자는 기업 지원이나 기술개발을 위해 신기술을 적용을 하거나 기술을 선별할 때 최신 전략 트렌드 기술에 매몰될 필요가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한다. 예를 들어 2012년 가트너 10대 전략 기술들을 보면 미디어태블릿 이후 모바일 중심 애플리케이션과 인터페이스, 상황인식과 소셜이 결합된 사용자 경험, 사물인터넷, 앱스토어와 마켓플레이스, 차세대 분석, 빅데이터, 인메모리 컴퓨팅, 저전력서버, 클라우드 컴퓨팅이다. 필자의 경험으로 2012년 선정 전략 기술들을 지역의 중소기업에 적용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 이후에 발표한 기술들도 별반 차이는 없어 보인다. 지역 중소기업의 제조업 상황은 앞서 나열한 기술을 최적화하여 적용하고 이 기술을 바탕으로 기업의 성장을 이끌어 가는 것도 좋은 방안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얼마전 필자를 포함해서 기업하는 사람, 연구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 대학에서 일하는 지인이 함께 모였다. 대화의 주제는 주로 지역 관련 이야기들이었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로 대화의 주제가 바뀌었다. 블록체인의 기술적인 정의, 기술을 적용했을 때의 장점 등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블록체인이 적용될 수 있는 현실적인 수용처, 통신기술, 사용자 관점에서 장점, 금융기관과 관련된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대체할 만한 장점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 기업하는 입장에서 블록체인을 보면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시장과 전문 기술 인력의 확보가 어렵고, 기술의 수요처를 찾기는 더 어렵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는 지역의 중소기업이 안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지역제조업의 기술이나 생산 설비의 수준은 자동화가 어려운 부분이 많고 그래서 주요 공정에서 여전히 사람이 일을 하고 있다. 자동화의 장점을 알지만 자동화 이후 투입 비용 대비 일의 연속성이 발생하는지에 대해 확신하기 어려워 자금 투입이 망설여진단다. 중소기업은 과제 기획을 위해 인력 투입이나 비용을 투입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그래서 정부 과제 기획이나 기술 개발 시 벤처, 중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을 구별해서 기술을 적용해 보면 어떨까? 영세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기술의 적용 수준을 낮출 필요가 있고, 목표를 생산 공정 향상의 정도와 비용 감소로 잡아야 할 것같다. 또 정부 과제 기획이나 기술 개발 시 벤처, 중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을 구별하고 기술 중복에 대한 문제를 예외로 할 방안이 필요할 것 같다.

2018-12-04

포항의 ‘삶의 질’을 높이는 성장을 바라며

▲ 김진홍한국은행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최근 인천에서 ‘미래의 웰빙’을 주제로 제6차 ‘통계·지식·정책에 관한 OECD세계포럼’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스티글리츠(Joseph E. Stiglitz) 컬럼비아대 교수, 피투시(Jean-Paul Fitoussi) 파리경제대 교수, 듀란(Martine Durand) OECD통계데이터국장 3명이 공동의장을 맡은 ‘경제성과와 사회발전 측정에 관한 고위전문가그룹(HLEG)’이 작성한 보고서 2개가 발표됐다. 하나는 ‘GDP를 넘어: 경제·사회적 성과에 중요한 사항 측정’, 또 하나는 ‘더 나은 측정을 위해: GDP를 넘어 계량적 웰빙 측정의 연구 촉진’이다. 두 보고서의 요지는 전 세계 정책입안자들이 ‘성장’이라는 단순한 측정지표(GDP)를 참고하여 입안하는 정책결과가 반드시 인간의 ‘행복’이나 ‘웰빙’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앙헬 구리아(Angel Gurria) OECD사무총장은 기조연설에서 “사람들의 생활과 바람을 진실로 파악 가능한 보다 좋은 척도에 의해서만 보다 좋은 생활을 위한 보다 좋은 정책을 입안, 실시할 수 있다. 자신들 연구에 가장 실용적이라 생각되는 진실이 아니라, 사람들의 생활의 진실을 입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GDP는 경제사회 건전성의 중심적 척도로 과도하게 강조돼왔다. 경제위기 이전에는 이것이 잠재된 위기에 대해 정책당국의 눈을 멀게 했고, 위기 이후에는 잘못된 정책선택을 유도했다”면서 “생활에서 중요한 것, 예를 들면 불평등, 사람들의 건강과 상태, 능력에 관해 어떻게 느끼는지, 혹은 환경의 지속가능성 등에 눈을 돌리지 않으면 우리들은 사람들과 사회, 그리고 지구를 위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한 ‘GDP는 틀렸다’의 공동저자인 피투시 교수는 “GDP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중심 질문은 무엇을 위해 그리고 누구를 위해 성장할 것인가”라고 지적하였다.이번 세계포럼과 보고서는 앞으로 전 세계 지도자나 정치가, 그리고 정책입안자들이 성장지표에만 의존하지 않고 ‘삶의 질’향상, 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면서도 지속가능한 성장, 행복과 신뢰, 기회불평등과 격차 해소 등 다양한 정책의 파급경로까지 고려할 수 있는 광범위한 측정지표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 즉 ‘포섭적(包攝的) 성장’이라는 정책방향을 채택하게 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포항경제는 2000년대 들어선 이후 다양한 여건변화와 구조적 요인으로 최근까지 성장지표(GRDP)상으로는 퇴보(마이너스성장)를 수차례나 경험했다. 더구나 지난해에는 포항지진까지 겪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포항경제에 대한 성장지표가 마이너스를 보였다고 해서 포항지역민의 ‘삶의 질’, ‘행복’까지 낮아졌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다만 이번 포럼을 통해 우리가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지는 분명해졌다. 단순히 포항의 경제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보다는 지역민의 ‘삶의 질’이 향상되고, 지역 내 기회의 불균형, 불평등과 격차가 해소될 수 있는 종합적인 정책이 더욱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전문가만이 아니라 지역 내 문화계, 학계, 기업인 그리고 시민까지 모두 관심을 가지고 포항시의 다양한 정책입안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의사를 피력하고 정책집행과정에 지속적인 관심을 두는 동반자적 입장에 있는 공동체임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설령 이와 같은 정책결정의 결과로 성장지표가 마이너스를 나타낸다고 하더라도 포항경제의 ‘포섭적 성장’은 달성하고 있을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포항 지역민들의 ‘미래의 웰빙’,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결정에도 많은 측정지표가 필요해질 것이다. 앞으로 한국은행이 다양한 통계작성을 요청하더라도 지역 각계가 적극 동참해 주기를 기원한다.

2018-12-03

수업 나눔 축제와 청소년 창업 교육

▲ 이주형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지난 주 금요일과 토요일 경주에서는 ‘수업 나눔 축제’가 열렸다. 교사교육연구동아리를 비롯해 교과연구회까지 교사들의 각종 교육연구 활동 성과물들을 한 자리에 모은 교육 축제였다. ‘선생님을 아이들 곁으로-수업을 나누다! 미래를 배우다! 행복을 채우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축제는 규모도 규모지만, 축제에 참가한 선생님들의 열정만큼은 최고였다.‘선생님을 아이들 곁으로’ 라는 표어는 필자에겐 마치 큰 숙제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지금 우리 교육이 처한 현실을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분명 선생님과 아이들은 함께 가야한다. 그런데 지금 교육 현장을 보면 이 둘의 거리가 너무 멀다. 이를 좁히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교육 현장에서의 거리감은 오히려 더 멀어지고 있다.그런데 이들의 거리를 좁히는 방법은 멀리 있지 않다. 그 방법은 이번 주제에 모두 포함되어 있다. 그것은 바로 수업이다. 교사의 일방적인, 또 평가를 전제한 수업에서 벗어나 교사와 학생이 수업 내용을 나누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이해가 필수이다. 먼저 교사가 학생들과 우리 사회가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정확히 알아야한다. 그래야만 학생들의 눈과 귀와 마음을 교사 쪽으로 향하게 할 수 있다. 필자는 그것이 바로 ‘미래(未來)’라고 생각한다.그래서 ‘미래를 배운다!’라는 주제는 이번 축제에서 신의 한 수였다. 학생들은 물론 사회는 학교에 미래 교육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 교육은 학교시설, 수업내용, 수업방법 등 거의 모든 것들이 과거에 머물러 있다. 많은 노력으로 일부는 현재까지는 왔다고는 하나 미래까지는 아직 너무 멀다. 이번 축제에 참가한 모든 학교와 교사 연구회의 공통점은 학생과 사회의 요구를 담아낼 수 있는 미래 가치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었다.만약 교사와 학생들 사이에서 미래에 대한 진정한 상호 나눔이 이루어진다면 학교는 지금처럼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면 당연히 행복이 학생과 교사 마음에 가득할 것이다. 이들의 행복이야말로 사회의 행복이며, 교육이 행복한 나라는 나라도 행복하다.필자는 이 나라가 행복으로 가득할 수 있는 희망을 이번 축제를 주관한 경북교육청은 물론, 저마다 행복 교육을 위해 연구하는 선생님들의 열정을 통해 확인했다. 필자는 희망 교육의 불씨는 꺼졌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축제를 통해 그 불씨를 다시 보았다. 이제 우리가 해야하는 것은 그 불씨를 희망의 횃불로 살리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수업 나눔 축제의 주제와 취지에 대해 함께 공감하고, 그 공감을 진정한 소통을 위한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이번 축제에 필자가 속한 산자연중학교 교사연구회도 참가했다. 주제는 ‘청소년 창업 교육이 답이다’ 였다. 이 주제로 부스를 찾은 많은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창업이라는 말에 처음에는 의아해하시던 선생님들도 창업 정신, 즉 기업가 정신 교육이라는 말을 들으시고는 공감을 해주시고, 당신 학교와 수업에도 꼭 적용해 보시겠다고 하였다.“청소년들에게 창업과 관련한 다양한 교육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이런 경험이 쌓이고 쌓이면 우리 학생들이 청년이 되고, 성인이 되었을 때 창업을 좀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일선 학교에서는 창의적 문제해결력, 도전정신, 봉사정신, 나눔·이해·배려로 대표되는 기업가 정신 교육을 활발히 해야 합니다.”그런데 안타깝게도 필자의 이 말에 “평가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진도 나가기 바쁜데 공연한 바람 넣지 마세요!” 등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선생님들도 계셨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런 분들이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수업 나눔 축제가 살린 행복 교육의 불씨가 우리 교육과 사회를 더 희망차고 행복하게 만들기를 기원한다.

2018-11-28

4차 산업혁명 이전에 데이터부터 갖추자

▲ 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미국에서는 사물인터넷(IoT), 일본에서는 소사이어티 5.0 등으로 불리는 독일에서 시작된 인더스트리 4.0이 우리나라까지 파도처럼 밀려와 4차 산업혁명이라는 홍수를 일으키고 있다. 전국 각 지자체들도 모두 주요 정책이나 미래전략에 ‘4차’라는 글자를 넣지 않으면 다른 지역보다 낙후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끼는 듯하다. 포항시도 지난해에 이미 대응전략을 마련한 바 있어 든든한 마음이다. 이처럼 각 국가와 기업들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과연 무엇일까?모두가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보는 곳은 다들 제각각이다. 인공지능과같은 소프트웨어, 사물인터넷을 적용할 수 있는 주요 전자기기 개발, 무선통신속도 개선, 향후 산업과 사회생활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통섭적인 직관 등 모두 동시에 충족해야할 정도로 중요한 과제인 것만은 틀림없다. 하지만 이 또한 일개 도구 내지는 외형적인 측정지표에 불과하다. 우리는 가장 중요하고 기초적인 문제를 간과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것은 바로 ‘21세기의 석유’라고 불리는 데이터다.우리가 인공지능을 사용하건 사물인터넷을 사용하건 그것을 수단으로 올바른 의사결정을 이루려면 선행적인 재료인 기초데이터가 있어야만 한다. 마치 석유로 자동차를 굴리듯이 데이터가 있어야만 그것을 원료로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수 있다. 독일이 인더스트리4.0에 대비하는 전략을 각 부문별로 살펴보면 대부분 데이터가 있다는 전제 하에 데이터분석가를 양성하고 데이터를 이용한 올바른 의사결정메커니즘을 개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데이터는 지금도 전 세계에서 초단위로 생산돼 늘어나고 있다. 미국 대형 IT업체인 시스코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세계적인 데이터 유통량은 엄청난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전 세계 데이터유통량(IP트래픽)은 1984년 매월 17GB(기가바이트)에서 2017년에는 DVD 304억장 분량에 상당하는 122EB(엑사바이트) 즉 1천217억GB까지 증가했다. 2021년에는 2017년 수준의 2.3배인 278EB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데이터가 80% 정도는 소비자부문에서 생성된 것이라는 점이다. 즉, 4차 산업혁명에 이용되는 데이터 대부분이 가정이나 대학, 인터넷카페 등에서 소비자들 자신이 만들어 낸 것이다. 나머지 20% 정도만이 기업이나 정부기관인 비즈니스부문에서 만들어졌다. 세계데이터시장에서 정보데이터를 확장시키는 것은 대부분 유튜브를 통한 비디오데이터가 앞장서겠지만 행정기관이나 기업집단 내부 네트워크에 존재하는 데이터보다는 개인들이 사용하는 모바일, 인터넷을 통한 블로그 등을 통해 생산되는 소비기반 데이터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결국 우리가 두려워하는 4차 산업혁명을 우리 손으로 직접 주도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그런데 포항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데이터라 부르는 정보 대부분이 지방정부인 포항시나 기업 측에서 생성 발신하는 비즈니스데이터다. 시민들도 인터넷이나 모바일 등을 통한 정보발신 내지는 정보생성을 하고는 있겠지만 인터넷 등을 통해 접할 수 있는 정보 생산량 자체가 다른 지역에 비해 크게 낮은 것은 분명하다. 굳이 세계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국내에서조차 데이터는 넘쳐나는데도 인터넷 등을 통해 포항이라는 도시를 검색하여 필요한 정보를 찾기는 무척이나 어렵다. 누구라도 포항에 오기 전에 어디에서 먹고, 자고, 보는 것이 좋은지. 어디에서 가장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어떠한 관광 코스를 잡으면 여유 있게 귀가할 수 있을지. 포기하지 않고 손쉽게 오픈된 정보 즉 데이터만으로 포항방문 계획을 짤 수 있도록 포항시민이 생산한 데이터가 넘쳐나길 기원한다. 어쩌면 바로 그때부터 포항에서 진정한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2018-11-26

한국전쟁과 종군화가단

▲ 김태곤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우리 민족 최대의 비극이었던 6·25전쟁이 정전 65년만에 휴전이 아닌 종전을 선언하기 위한 노력들이 나라 안팎에서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북한 공산군의 불법남침으로 시작된 한국전쟁은 남·북한 민간인과 유엔군, 중공군 등 600만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던 참혹한 전쟁으로 끝이 났다. 3년간 진행됐던 전쟁에서 인적 피해뿐만 아니라 남·북경제와 사회 전반적인 산업의 커다란 손실을 초래했던 결과를 낳았으며 세계 전쟁사에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1945년 해방을 맞으며 36년간 지속됐던 식민정책을 종결시키고 국제정국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참여해 제2의 건국을 위해 노력했던 국민들은 참혹한 전쟁으로 인해 아직까지 남북 이산의 아픔에 놓여 있는 게 현실이다. 남북의 이념적 갈등에서 시작된 한국전쟁 전장에서 목숨을 걸고 전투에 참여했던 군인들만큼이나 예술계 또한 종군화가와 종군작가, 예술단 등 여러 단체와 무대의 결성을 통해 전쟁 승리를 위한 노력을 함께 펼쳤다. 하지만 한국미술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종군화가들과 미술대에 대한 정확한 자료수집과 연구가 아직까지 진행되지 못해 많은 아쉬움을 안겨주고 있다.해방공간에서 새로운 선진문화의 적극적인 수용을 펼쳤던 예술인들은 백척간두에 놓인 조국을 위해 자신의 희생과 위협을 무릅쓰고 구국정신에 입각한 종군과 선전활동을 이어 나갔다. 이들의 종군 활동은 국방부 산하 ‘종군 화가단’과 ‘미술대’, ‘문총 구국대’의 구분없이 고귀한 희생으로 이어졌으며, 당시 제작된 수많은 그림들은 전쟁의 실상을 고스란히 화폭에 담아내고 있다.현재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진행 중인 ‘김우조, 백태호, 그리고 격동기의 예술가’ 전시는 1950년대 대구를 중심으로 펼쳐졌던 종군화가들의 종군활동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고 있다. 한국전쟁 중 대구는 한시적이었지만 임시수도와 피난지로서 우리나라의 주요 작가들이 삶을 영위했던 터전이었으며, 대한민국 문화예술의 중심지였다. 미술을 비롯해 문학과 음악 등 모든 분야에서 활발한 문예활동이 이루어졌으며, 이러한 움직임은 오늘의 날 대구 문화를 지탱시키는 토양이 되었다.박봉수, 백락종, 정점식, 전선택, 김우조, 백태호, 서석규, 이경희, 추연근, 정준용, 박광호를 비롯한 대구화가들의 종군 활동과 윤중식, 박성환, 박한석, 한묵, 박고석, 최영림, 장리석, 이중섭, 한묵, 정규, 이수억, 이상범 등 월남화가들의 작품 활동은 서동진, 박명조, 주경, 서병기, 배명학 등 지역 중견화가들과의 교류로 이어졌다. 급변하는 전시상황에서도 예술이 갖는 진정한 가치와 창작의 목적에 부합하는 활동으로 이어졌다.생계를 위해 창작활동은 잠시 접어두고, 노점상과 도자기공장 노동자 등 다양한 일자리로 굶주린 배를 채우면서도 한결같은 창작에 대한 열정은 종군 화가단 활동으로 대신할 수 있었다. 결국 그들의 활동은 생계와 종군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고 본다. 치열한 전투가 이루어지는 전장에서 총 대신 펜과 붓으로 전투장면을 고스란히 화폭에 담은 화가에서부터 선무활동을 통해 국민들의 심리적 안정을 꾀하기 위한 문예활동을 담당했던 구국대까지 온몸으로 전쟁의 참상을 겪으며 제작된 작품들은 분명 1950년대 한국시각미술을 대표하는 도상들이다. 이러한 작품들에 대한 연구와 조사는 작가별 작품화풍 연구에서 벗어나 더 이상 망실되거나 훼손되지 않고 고스란히 보존해야 하는 가치가 있는 작품들이기에 그 의미는 더욱 크다고 판단된다. 이제 한국전쟁이 발발 한지도 70주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 특별전을 계기로 그동안 망각 속에 잊혀져 있던 종군화가들의 자료수집과 연구가 보다 체계적으로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며 유가족들의 관련 증언과 자료발굴도 함께 진행되었으면 한다.

2018-11-22

지금부터라도

▲ 이주형 시인 산자연중학교·교사“선생님, 다시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제자의 전화였다. 제자는 올해 자신이 원하는 대학을 가기 위해 재수(再修)를 하였다. “아직 점수도 안 나왔는데 좀 더 천천히 기다려 보자!” “가채점을 했는데 생각지도 않은 탐구영역에서 몇 개 틀렸어요. 정말 탐구 능력은 자신 있었는데, 한 개만 더 맞췄으면 됐는데. 한 문제 때문에 또다시….”무슨 말을, 어떻게 해줘야 할지 필자 또한 답답하기는 매한가지였다. 대학보다는 학과를 생각하고 지원해보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학생의 상심한 마음을 더 다치게 하는 것같아 꾹 참았다. 모든 과목에서 1등급을 맞아야하는 학생들, 그들에게 학과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필자는 너무 잘 안다. 오로지 그 대학만을 위해 12년에 1년 더, 아니 그보다 몇 년을 더 준비한 대한민국의 수많은 수험생들, 그들에게 과연 이 나라의 대학은 어떤 희망을 줄 수 있을까?청년 실업이 최고라고 하지만, 우리의 예비 청년들은 자신의 특성보다는 점수에 따라 실업 사관 대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수능이 끝난 지난 주 언론들은 논술 고사를 치르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수험생들의 모습을 머리기사로 내보냈다. 서울의 모 대학에서 논술고사를 치르고 나오는 학생들이 도로를 가득 메우고 물밀듯이 밀려나오는 모습은 마치 부정한 사회를 바로 세우기 위해 구호를 외치며 거리로 몰려나오던 대학생들의 모습 같았다.당장 지금에서야 합격을 위해 앞만 보고 달리고 있지만, 필자는 저 많은 청춘들이 대학 입학 후 겪게 될 혼란을 생각하니 마음이 더 아팠다. 대학 입학을 위해 모든 힘을 다 빼앗긴 우리의 청춘들! 과연 그들에게 공부를 더 할 기력이 남아 있기나 할까? 상아탑이 무너진 현시점에서 과연 우리는 예비 대학생들에게 어떤 캠퍼스의 꿈을 그리라고 말할 수 있을까?“저도 알아요, 대학 별 거 없다는 거. 그리고 선생님의 말씀처럼 잘 해요. 공무원 시험 준비할 거라는 걸요. 그래도 선생님 한 번 가보고 싶어요. 그런데 선생님 너무 힘들어요.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부터 또 새롭게 시작할 겁니다. 선생님 1년만 더 기다려 주세요. 죄송합니다.” 탐구영역 한 문제 때문에 삼수(三修)를 생각한다는 제자의 마지막 말이었다.교육청에서는 “학년말 내실있는 학사운영 실시”라는 공문을 이 맘 때 학교로 뿌린다. 주 내용은 “다양한 자기개발 프로그램 운영을 통한 학사운영 내실화”이다. 그리고 다음과같이 세부 프로그램까지 제시하고 있다. “축제, 꿈끼대회, 동아리 등의 창의적 체험활동 프로그램 운영”, “졸업학년도 학생 대상 전환기 진로교육, 독서교육 등”, “학교 특색에 맞게 자율적인 꿈끼탐색 주간 운영” 말이야 다 맞는 말이지만 과연 지금의 교육현실에서 가능할까. 학교 정기고사 공부도 학원에서 하는데, 수능까지 끝난 판에 학교 수업이 귀에 들어올까.대한민국의 11월 말과 12월 학교의 모습이 어떤지는 이 나라에서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은 다 안다. 1학년과 2학년은 기말고사 준비를 위해 자습을 하고, 수능과 마지막 기말고사를 끝낸 고등학교와 중학교 3학년 교실에서는 교사의 수업대신 영화소리만 가득하다는 것을! 이미 학교에 대한 신뢰를 깨질 대로 깨진 학생들에게 유종의 미를 말하기에는 너무 늦었다.이럴 바에야 지금부터라도 1·2학년과 3학년의 학사 일정을 달리하는 학사 이원화 제도를 운영하면 어떨까?책임도 지지 못할 학생들을 괜히 학교에 모아놓고 학교에 대한 불신만 높이지 말고 말이다. 만약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지금부터라도 청소년 창업교육을 해보면 어떨까? 그런데 학년말 학사업무로 바쁜 교사들이, 아니 자기 퇴근 시간밖에 모르는 교사들이 과연 창업교육을? 정말 답이 없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학교교육을 포기하면 어떨까?

2018-11-21

행복의 조건

▲ 김경준 포스텍정보통신연구소 부교수사람은 경험을 통해서 배우게 되고 세상이나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것 같다. 인생 중반에 접어든 필자가 아직 살아보지 않은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막연한 감이 든다. 또 인생을 살아 보지 않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도, 깊게 들여다 볼 수 있는 통찰력도 갖지를 못했다. 이제까지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면서 “만약 그 때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혹은 “내가 생각을 좀 더 깊이하고, 부모님이나 형, 누나들에게 상의를 하고 결정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할 때가 있다. 그 때 지금보다 어리고 경험도 부족했지만 어릴 적 나는 고민으로 갈등도 하고 나름 노력도 했다. 어떤 때는 외면하고 돌아가기도 했었고 도망가기도 했다. 그렇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계속 성장했고 힘든 시간 속에서도 행복했던 경험과 시간은 많았다. 하버드대 연구팀이 1930년대 하버드에 입학한 268명을 대상으로 인간의 행복에 관련된 연구를 수행했다. 이 연구의 결과물이 행복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린 것이라기보다는 행복하게 인생을 산 사람들과 불행하게 인생을 산 사람들의 다양한 예를 추적 조사하고 행복한 삶을 산 사람들 사이의 공통분모를 찾는 연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필자의 개인 생각을 덧붙이라고 하면 미국과 문화적인 배경이나 생활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7가지 요소(불행을 대하는 방어 기재, 적당한 교육, 안정된 결혼 생활, 금연, 금주, 운동, 체중)들 중에서 요소별 가중치는 좀 다를 것 같다. 이 연구에 포함된 사람들이 베이비붐 세대 이전의 사람들이고 산업의 성장기에 전성기를 보냈던 사람들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현재 한국의 젊은 세대와는 좀 이질감이 든다.현재 대학 졸업자나 지역 연구 기관에서 막 연구를 시작한 연구자들을 보면 안정적인 직업이 인생에서 큰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현실을 보면 정규직, 비정규직, 무기계약직 등등 해서 다양한 직업의 형태가 있고 그에 따라 경제적인 풍요가 상당 부분 달라진다.하버드의 연구에서 50대에 7가지 요소 중 몇 개를 갖추었는가가 행복한 삶을 사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이야기를 통해 느낀 점은 직업이 행복의 모든 요소를 결정하지는 않지만 특히 젊은이들에게 직업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기반 요소라고 생각한다.인생에 대한 기대치나 만족도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것인지 말하기 어렵다. 개인적인 바람 혹은 목표에 따라 행복에 대한 느낌은 달라진다. 연구 테마를 찾고 연구를 시작하는 것에도 적용이 되는 것같다. 직장의 관점에서 연구 시간을 보면 공식적으로 근무해야 하는 시간 이외에 연구자 개인이 투자하는 시간이 많다.연구를 위해 자료를 찾거나 논문을 찾을 때면 필자와 비슷한 연구를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에 놀라고 현상이나 문제에 대한 통찰력을 가지고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 제시와 분석하는 능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할 때가 많다. 연구에 들인 노력, 시간, 열정을 생각할 때면 경외감마저 든다. 이런 열정을 보이는 건 개인이 가져야할 마음이지 강요할 수 없는 문제이다. 오늘 대학 졸업자들이나 막 직장 생활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힘든 고비를 넘기고 성공을 이뤘으니 너도 할 수 있고 너도 오늘의 힘든 부분을 참으면 내일의 성공이 기다리고 있을거야라고 하는 것은 다양한 근무 형태가 존재하는 오늘의 직장의 현실과 맞지 않는 것같다. 다양한 가정, 학교, 사회에서 우리는 영웅이 되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영웅을 기대한다. 영웅이라는 유명세가 행복을 결정짓는 요소가 아닌데도 말이다.

2018-11-20

구도심 상가에 빈 점포가 늘어나는 진짜 이유

▲ 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최근 포항에서 빈 점포, 휴·폐업 간판이 늘어나는 것을 볼 때마다 가슴이 갑갑하다는 사람들이 많다. 이에 따라 조만간 구도심상권 지역을 중심으로 재생사업 등이 본격화된다는 소식에 기대하는 마음도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다. 하지만 도시 경관을 정비하고 개선한다고 해서 지금 시내 곳곳에 늘어나고 있는 휴·폐업 현상이 모두 깔끔하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빈 점포가 늘어나는 이유를 보다 근본적인 시각으로 생각해 볼 때다. 과연 지역 주력산업인 철강업 경기가 지속적인 부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현상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현재 포항 시내에 나타나고 있는 휴폐업 점포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다. 의류잡화 등을 다루는 도소매업종, 특별한 맛 집도 아니고 단체손님을 받지도 못하는 작은 음식점, 우후죽순처럼 하루아침에 생겨났다 사라지는 주요 통신사대리점 등이 주인공들이다. 조금 지난 자료이기는 하나 2012년 10월 KB경영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자(개인사업자)의 개업 이후 평균생존기간은 전 업종 평균 3.4년, 그중 50대 창업자는 3.0년에 불과하였다. 또한 개업 후 7년 미만 기간 내 휴·폐업률을 업종별로 살펴보면 주점유흥서비스업 81.2%, 정보통신업 77.8%, 음식점 73.3%, 의류및잡화업 74.0%, 숙박업 61.4%, 식품및종합소매업 64.5%순으로 무척 높다. 지금 포항에서 나타나는 휴폐업자 속출이라는 현상에 대한 해답이 바로 여기에 있다.그렇다면 그동안 포항에서는 과연 어떠한 창업이 있었는지 알아보자. 2004년 이후 지난해 말까지 14년간 포항시에서 자영업자를 포함한 신설법인 즉 신규 창업한 업체 수는 무려 5천485개에 이른다. 이 기간을 전기(2004~2010년)와 후기(2011~2017년)로 나누어 보면 전기는 연평균 320개, 후기는 463개로 나타나 2010년 이후 더욱 활발한 창업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창업은 꿈이다. 지역에서 이처럼 새로운 꿈을 키우는 기업(起業)이나 창업이 늘어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모든 창업이 창업자 자신에게나 해당 지역에 바람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만은 아니다. 창업 업종별 비중, 창업 당시 자본금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볼 때 새로운 고용을 창출할 정도로 대규모 자본을 투자한 사업체보다는 자본금 1억원 미만 소규모 자본으로 식구들 밥값이나 벌겠다는 소박한 마음가짐으로 출발한 생계형, 노후보장형 성격이 짙은 창업이 대부분이어서 내용과 질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더구나 같은 기간 중 소자본 생계형 창업비중은 전기 53.2%에서 후기에는 68.9%로 크게 늘었다. 특히 후기인 2011년 이후 7년간은 창업 업종 가운데 출판정보통신업은 87.8%, 도소매업은 83.1%, 음식숙박업은 77.8%가 소자본 생계형 창업이었다.이러한 현상은 현재 포항이 안고 있는 지역적 특수성에 기인하였을 가능성이 크다. 과거 포항이 급성장할 당시 전국에서 유입되었던 청년산업인력들이 2010년부터 10년간 본격적인 은퇴를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항에서 평생을 바쳐 철강산업에 몸을 담았던 은퇴자들이 너도나도 창업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인생 제2막에서 사장님 소리를 들으며 자유롭게 출퇴근하는 생활은 로망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이 모르는 분야, 다른 일손을 빌려야만 하는 분야 그것도 소자본 창업이라면 실패확률이 높다는 것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직장에서 승승장구해 대단한 영업실적을 거둔 관리자였다고 자부하는 사람일수록 위험하다. 어쩌면 그 실적들은 자기 능력이 아닌 지역 대기업, 직함 등에서 나오는 후광효과 때문이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창업은 좋다. 그러나 서두르지는 말자.

2018-11-19

청소년 창업 교육부터

▲ 이주형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자연은 모든 것을 비우고 있다. 비움으로써 더 크게 채운다는 자연 성장의 비밀을 자연은 온몸으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비움의 이면에 담긴 더 큰 가치를 살신성인을 통해 말하고 있다. 자연이 보여주고, 말하고 싶은 가치는 바로 인정(認定)함이다. 자연은 절대 같음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기만이 옳다고도 하지 않는다. 인정은 곧 조화로움을 낳고, 그 조화로움 속에서 자연은 매년 더 발전한다. 하지만 비움을 모르는 인간들은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다름을 인정하지 않기에 자기 것만 강요한다. 그러기에 자연과는 달리 퇴화(退化)한다. 인간의 퇴화 속도는 자연의 발전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 인간들이 펼치는 막가파식 행동에 자연의 인내(忍耐)도 한계에 달한 것같다.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자연 재앙은 분명 자연이 보내는 엄중한 경고임에 틀림없다. 그 경고를 인간의 문자로 해석하면 인류 멸망이다.“아빠, 또 지진이야? 무서워. 우리 이사 가면 안 돼?” 아직도 필자의 아이는 조그마한 진동이나 소리가 나도 몸을 움츠리며 한동안 두려움에 떤다. 건망증이 심한 사람들은 벌써 지진에 대한 기억을 지웠는지 모르겠다. 그것이 결코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트라우마(Trauma)를 이겨낸 용기는 대단하다.우리는 다양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산다. 청소년들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것은 바로 시험 트라우마이다. 시험 중 가장 큰 시험이 바로 이번 주에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우리 학생들이 정말 지진, 입시한파 같은 자연 재앙은 물론이고, 그 어떤 불안·걱정도 없이 정말 자신이 노력한 것 이상의 성적을 거두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자연이 믿는 유일한 인류는 학생뿐이다. 자연은 그 믿음으로 학생들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것이다. 학생들에게 비움, 인정, 조화, 그리고 발전의 기운을 가진 자연의 기를 한가득 전한다.그리고 이것만은 꼭 기억해 것을 부탁한다. 수능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또 하나 말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그것은 절대 수능 점수에 맞춰 자신의 관심과는 전혀 관련 없는 학과는 가지 말라는 것이다. 어느 기업가가 말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라고!넓은 세상에서 의미있는 일을 하려면 진로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야한다. 기존에 있는 직업군에서도 좋은 일자리들이 많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누가 더 열린 생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새로운 일들이 만들어진다. 이것이 바로 창직이요, 창업이다.창업도 진로의 한 분야이다. 대학 졸업 시즌에 취업이 안 되어 억지로 하는 창업이 아니라 청소년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창업쪽으로 진로를 개척한다면, 분명 청년 실업이라는 늪에는 빠지지 않을 것이다. 지금 이 나라의 어려운 경제를 살릴 사람은 청소년뿐이다.정부와 교육부(청)에 부탁드릴 말씀이 있다. 청년 창업도 중요하지만, 청소년 시절부터 창업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자유학기(년)제, 진로 교과 등이 있다고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이는 학교 교육 현장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말이다. 필자가 속한 연구회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교사 중 창업 교육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다고, 또 직접 창업 교육을 해보겠다고 응답한 교사는 단 5%도 안되었다. 이는 청소년 창업 교육에 앞서 교사들에 대한 창업 교육 연수가 먼저임을 말해준다.자연은 벌써 내년 준비에 들어갔다. 준비 기간이 길수록 시행착오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청년이 될 청소년들에게도 미리 창업 교육을 해야만 이들이 청년이 되었을 때 창업은 결코 낯설지 않을 것이다. 비록 많이 늦었지만 청소년 창업 교육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 한다.

2018-11-14

스마트 코리아, ‘ 지금 나만 불편한가?’

▲ 곽지영 포스텍 산학협력교수·산업경영공학과지난 주말 북경에서 큰 행사가 있어 중국에 다녀왔다. 북경공항이 처음이라 그런지 모든 게 낯설었다. 비행기 좌석이 맨 뒤쪽이라 제일 늦게 내린 탓에 밖에서 대기 중인 일행들을 기다리게 할까 마음이 급했다. 인파 사이를 두리번거리며 입국 수속 방향 표시를 따라 잰걸음으로 나가려는데 공항 보안 요원이 제지했다. 손으로 가리킨 쪽을 보니 자동화 기계 앞에 와글와글 모인 사람들이 그제야 보였다. 중국에 입국하는 외국인들에게 지문을 채취하는 ‘스마트’ 기계였다.내가 선 줄은 유독 오래 걸렸고, 이리 저리 줄을 바꿔 봐도 허사였다. 겨우 내 차례가 되었지만 지문인식 성능이 좋지 않아 실패를 반복했다. 헤매는 사람들을 돕던 안내요원이 기계 위에 올린 내 손을 아플 정도로 눌러봤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내 여권을 기계에서 꺼내 돌려주며 ‘No problem’이라며 그냥 가라고 했다. 결국 지문채취는 굳이 기계 앞에서 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방문객을 우왕좌왕하게 하는 불필요한 스마트 서비스라니…. 공항 입국장에서의 부정적 경험은 그 나라에서의 부정적 첫 인상이 되어 방문기간 내내 같이 간 일행들과의 대화 소재로 도마 위에 오르곤 했다.우리가 참석한 행사는 인류의 난개발이 자초할 처참한 미래에 관해 반성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도시, 대학, 기업이 뜻을 모아야 한다는 것을 일깨우는 의미있는 자리였다. 귀국길 내 머릿속은 그곳에서 얻은 묵직한 생각거리들과 몇 년 어치는 족히 될 법한 숙제들로 복잡해졌다.돌아온 인천공항에는 밤늦은 시간에도 사람이 많았다. 자동출입국심사 장치가 대거 도입된 덕에 입국 수속은 불과 몇 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공항 서비스를 자랑하지…. 역시, 스마트 코리아!’ 내심 뿌듯한 느낌으로 공항을 나섰다.한산한 입국장과 달리 공항버스 승강장은 의외로 붐볐다. 검색해 둔 공항버스 시간에 맞추기 위해 무거운 짐을 끌고 인파 사이를 이리 저리 피해가며 뛰었다. 십여개의 정류장을 지나 목적지행 버스를 출발 5분 전에 간신히 찾았다. 태워달라는 나의 요청에 표를 먼저 끊어오라는 기사님의 반응이 돌아왔다. 갑자기 난감해졌다. 돌아보니 밤늦은 시간이라 버스표 판매 부스는 모두 닫혀 있었고 자동발매기 앞에는 길게 줄이 늘어서 있었다. 그 줄 속에 서서 조금 전 내가 타려던 그 버스가 나를 남겨두고 떠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앞에 줄서 있던 사람들이 왜 그렇게 오래 걸렸는지는 내 차례가 되고 나서야 알았다. 표를 사기 위해서는 우선 내 목적지 주변의 정류장 이름을 가나다순 목록에서 직접 찾아야 했다. 기억나는 목적지 주변 정류장 이름을 여럿 시도해 봤지만, 모두 이미 막차가 끊겼거나 좌석이 매진된 상태였다. 너무 오래 헤매고 있으려니 내 뒤에서 대기하는 분들께 눈치가 보였다. 다음 사람에게 먼저 하시라고 잠시 양보했다. 그 사이에 스마트폰으로 내 목적지 주변 정류소 이름을 몇 개 더 확인한 후 다시 시도했다. 다행히 근처로 가는 막차 표 한 장을 겨우 얻었다. 정류장까지 마중 오기로 한 동생과 통화한 후 짐을 맡기고 차에 오르고 보니 추워진 밤공기에도 등에 땀이 흠뻑 나 있었다.달리는 버스 창밖 가로등 불빛처럼 많은 생각이 몰려왔다. 13년 동안 수도권에서 지낸 내가 헤맬 정도면 우리나라를 처음 찾은 외국인들은 어땠을지? 난감한 대중교통 체계 때문에 그들의 한국 방문 첫 인상이 망쳐진 것은 아닐지? 어쩌면 그것이 한국에서의 경험이라며 아직도 그들의 대화 속 도마 위에 오르고 있지는 않을지? ‘스마트 코리아’가 놓친 그 작은 디테일들, 그 때문에 누군가의 소중한 여행 경험이 망쳐졌을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지금 나만 불편한가?’ 요즘 유행하는 드라마 명대사가 절로 읊조려졌다.

2018-11-13

또 하나의 포항선언을

▲ 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지난 주 포항지역 정치행정과 산업경제가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나갈지를 가늠할 두 개의 중요한 ‘선언’이 있었다.먼저 5일 포항지역 경제와 산업에 큰 영향력을 지닌 포스코 최정우 회장이 취임 100일을 맞이하여 발표한 100대 개혁과제다. 그룹 내 부문 간 비효율 통폐합 등 향후 10년 정도를 시계로 자체적인 달성목표 등과 더불어 주요 사업장이 소재한 지역 및 기업 등과 교류 협력을 강화한다는 의지가 담긴 내용이었다. 각 과제들 모두 동일한 비중을 가진 것은 아니겠지만 전체적으로 소소하지만 꼭 필요한 과제들이 적잖이 담겨 있어 ‘거창한 공표형’ 이 아닌 ‘필요한 실무형’ 과제라는 느낌이다. 무엇보다도 지역 대표기업이 지역사회와 연대하고 교류를 확대하겠다는 ‘포스코선언’은 지역경제에 긍정적인 신호다.또한 11월 7일부터 3일간 포항에서 제1차 한러지방협력포럼이 개최되었다. 대통령을 비롯해 중앙정부는 물론 전국 광역지자체장 등이 함께한 국제행사였다. 포항시가 이와 같은 대규모 행사를 무리없이 치르는 과정에서 앞으로 포항 발전에 기여할만한 성과도 많이 거두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양국 지방간 협력과 우호증진 등을 비롯한 공동번영 의지를 담은 ‘포항선언’은 미래를 위한 사전 포석의 일환이라 볼 수도 있다. 동해안에 위치한 기초자치단체 중 하나인 포항이라는 정체성이 비록 국가적인 행사에서 나온 것이기는 하나 환동해경제권의 거점도시라는 지정학적 중요성과 대러시아 국제협력을 책임질 일선 도시임을 다시 한 번 대내외적으로 확인시켰다는 상징이기도 하다.‘포항선언’과 ‘포스코선언’은 얼핏 보면 정치행정의 ‘방향성과 목표’ 그리고 한 기업의 ‘꿈과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당장 포항시 지역경제나 시민생활과는 별로 관계가 없다고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양자에 대해 포항의 경제주체들은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될 압박감을 느껴야만 한다. 포항시가 국제무대, 조금 좁혀 환동해경제권 그중에서도 영일만항을 중심으로 직접적인 교류를 하고 있는 일본 서안지역, 중국의 동북3성지역, 러시아 극동연방관구중 블라디보스톡자유항 등 몇 개 지역으로 국한하더라도 앞으로 대외교류가 활성화될수록 포항지역민을 둘러싼 생활경제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어쩌면 금발의 러시아선원들이 중앙상가의 가게에서 손짓발짓으로 쇼핑하고 루블화를 내밀지도 모른다. 영일대 해수욕장에 생전 처음 바다를 보는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시끄럽게 떠들며 다니는 것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기보다는 중국어로 호객행위를 하는 식당이 생겨날지도 모른다. 또한 지역에서 생산물량과 매출이 안정되어 평온하게 기업을 운영하는 중소기업 사장에게는 어느 날 불쑥 포스코 직원이 찾아올 수도 있다. 현재 경영방식을 조금만 변경하면 더욱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며 도와주겠다는 제안을 받은 기업 사장은 당신들이나 잘 하라며 불쾌하게 거절할 수도, 반대로 적극적으로 협력을 받아 새롭게 도약하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포항시가 ‘포항선언’을 계기로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위해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거나 지역기업, 사회, 대학과 연계 협력하여 새로운 기업 가치를 창조하겠다는 ‘포스코선언’이 성공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포항지역 구성원 모두가 자발적으로 동참해야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정치행정이 나섰고 지역기업도 나섰다. 그러한 의미에서 가게 간판에 러시아어나 중국어를 병기하는 소상공인이 나타나고 포스코가 내민 손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기업, 시민단체 등 지역 내 경제주체 각자 나름의 의지를 보이는 ‘또 하나의 포항선언’이 뒤따르기를 기대한다.

2018-11-12

한국 문화·예술의 위대한 힘

▲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한국 대중음악의 새로운 역사를 써가고 있는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이 한국 문화예술 발전의 공적을 인정받아 역대 최연소 수상자로 화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얼마전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에 참석한 7명의 멤버들은 한류와 한글을 전 세계로 확산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훈장을 받았기에 그 가치가 더욱 빛난다. 이를 통해 우리문화의 진정한 가치와 우수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21세기는 문화·예술의 힘이 세계를 이끌어 나가는 시대로 바뀌었다. 선진국들의 주요 정책에 문화가 빠진다면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결정적 원인이 될 정도로 현대사회에서 문화·예술이 차지하는 능력과 비중은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세계적 기업들이 제품 품질경쟁에서 기업의 인지도와 이미지 향상을 위해 문화·예술을 적절히 이용하고 적극 후원하는 이유도 모두 이런 관점에서 비롯되고 있다.세계 석학들은 미래사회에서 문화의 논리가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역사발전 단계분석에서 현대사회와 기업의 방향을 과학의 진보나 정보화에서 이제는 문화예술의 힘에서 구현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각국은 문화산업, 문화축제, 예술단체 육성, 도시환경미화 등의 다양한 문화정책을 세우고 있으며, 국가와 기업의 방향을 과학의 진보나 정보에서 이제는 문화예술의 힘에서 구하고 있다는 것을 역설했다.파리를 비롯해 로마와 런던, 아테네, 베이징 등으로 매년 수많은 관광객들이 모여드는 이유는 과연 무엇인가? 그곳에는 하나같이 세계적인 문화유산들이 즐비해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를 문화국가로 만든 나폴레옹의 과감한 정책실현과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와 같은 세계적인 예술가가 탄생할 수 있도록 끝임없는 지원을 한 피렌체 메디치가문 등의 희생들이 궁극적으로 오늘의 세계적인 문화유산을 가진 관광국가로 만든 셈이다. 이들 국가들이 얻는 관광수입은 그 어떤 수입원보다 경쟁력이 월등하다고 본다. 요즘말로 ‘가성비 높은 재원(財源)’인 셈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관광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문화·예술의 가치가 새삼 부럽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관광산업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나라에는 세계를 감동시키는 문화·예술자본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단지 이러한 자원을 문화관광과 연계시킬 수 있는 콘텐츠가 절대적으로 부족할 따름이다. 가수 샤이나 방탄소년단 등 K-POP 외에 우리나라 예술분야에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예술인들이 엄청나게 많다. 유구한 전통문화 유산과 세계의 현대미술과 음악을 주도하는 예술의 발원지인 우리의 K-ART 역시 문화·예술자본을 이용해 우리나라의 관광산업을 주도할 수 있는 재원으로 전혀 손색이 없을 것같다.그러기 위해서는 지역미술 활성화를 통해 우리나라가 처해 있는 지역 미술문화의 한계점을 극복하고 개선해 나가기 위한 지속적인 정책수립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문화·예술 진흥을 위한 창작활동 지원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문화·예술의 질적인 향상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체계적인 정책의 실현이 함께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앞으로 이처럼 자그마한 노력들이 쌓여 간다면 결국 유럽 국가들의 세계적인 문화유산 이상의 훌륭한 예술품과 문화관광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토양이 될 것이다.일종의 나비효과라고 말할 수 있다.지역예술의 자율적이고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이 결국은 문화관광 산업개발의 자그마한 날갯짓이 되어 한국을 한류문화·예술의 중심지로 거듭 태어나는 바람을 일으킬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중문화와 함께 순수문화·예술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새로운 K-ART의 부흥기를 만들고 세계 유수의 관광지로 발전해 나가기 위한 노력이 완결되기를 기대해 본다.

2018-11-08

대통령의 국정 연설만큼 슬픈 입시 자화상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새로움을 위해 아무리 아름다운 단풍도 미련없이 훌훌 털어내는 자연을 보면서 필자도 절망적인 생각들을 다 걷어내고 희망적인 이야기만 하려고 다짐했다. 그런데 11월 첫날, 그 다짐이 바로 무너져 버렸다. 필자의 희망을 날려버린 것은 바로 대통령 국정연설이다. “‘포용국가’ 첫걸음, 국민 한 명도 차별없는 나라로”라는 인터넷 기사를 보고 필자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클릭했다. 클릭하는 순간 필자의 희망은 재생 불능이 되어버렸다. 출처를 보니 1%대 시청률을 기록한 방송사였다. 신(新)용비어천가라도 부를 기세로 대통령 국정 연설에 대한 아유(阿諛) 기사를 토해내고 있었다. 이미 객관과 공정을 상실한 죽은 언론이지만 너무한다 싶었다.그래도 내심 “국민 한 명도 차별 없는 나라”가 꼭 되길 속으로 간절히 기원했다. 하지만 절대 그렇게 될 수 없음을 너무 잘 알기에 허탈함만 더 커졌다. 허탈함을 조금이라도 달래보려고 대통령 국정 연설문 전문을 찾아 읽었는데, 정말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너무 이상적인 내용들이 목에 걸려 도저히 연속해서 읽어 나갈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필자의 읽기를 막아 세운 첫 번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아동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교사의 처우개선으로 더 좋은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하겠습니다.” 과연 대통령이 생각하는 좋은 교육이 무엇인지 대통령께 묻고 싶었다.그리고 얼마 전 지인과 나눈 대화 내용이 떠올랐다. 지인은 고3 자녀를 둔 학부모였다. 지인의 아이는 학교에서 소위 전교 랭킹에 드는 실력을 가진 아이였다. 필자는 그 아이의 진학이 매우 궁금했다. 그런데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필자는 우리 교육의 암울함만 다시 확인했다.“학교에서는 서울에 있는 S대를 가라고 하는데 애가 싫답니다. 그냥 취업하기 편하고, 그나마 취업에 덜 스트레스 받고, 또 안정적인 직업인 초등학교 교사가 되겠답니다. 그래서 교대 쓰기로 했습니다.” “아니 학교에서 선두권인 아이인데 그래도 우리나라 발전을 위해 뭔가 좀 더 생산적이고, 도전적인 일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지원해야 되지 않나요. 만약 처음부터 교편에 뜻을 뒀다면 모르겠지만, 안정적인 직업을 위해 교대에 간다는 건 아이에게도, 또 우리 사회를 위해서도 너무 아깝지 않나요.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라고 아이에게 말해 보세요.”이 말에 지인은 한숨부터 쉬었다. 그리고 필자를 안타깝게 쳐다보았다. “이 선생 말이야 충분히 이해하지만, 나도 괜히 어렵게 사는 것보다 선생이나 하면서 편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요즘 S대 간 아이들도 많은 수가 휴학하거나, 자퇴하고 교대 간다고 하잖아요. 사실 우리 애보다 성적이 좋은 선배도 이번에 서울에 있는 대학교를 자퇴하고 교대에 갔어요.” 필자는 “선생이나 하면서”라는 지인의 말을 오래 곱씹었다. 그렇게 잠시 동안의 침묵이 흘렀다.침묵을 깬 건 지인이었다. “그래도 우리가 대학교 갈 때는 최소한 이러지는 않았는데 안타깝습니다. 이 선생 혹시 기억납니까? 우리 중학교 후배 중에서 전국 1등, 2등 하던 후배 말입니다. 그 후배는 그 때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서울에 있는 물리학과를 갔지요. 정말 요즘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제가 이 말을 아이에게 했다가 괜한 원망만 들었습니다.”교육 현장의 사정이 이런데,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혁신적 창업은 혁신 성장의 기본입니다. (중략) 청년 창업의 꿈을 키우겠습니다.” 과연 대통령의 말 한 마디로 청년들은 창업의 꿈을 꿀 수 있을까. 청소년 때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창업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는 청소년들인데, 청년이 되었다고 바로 창업할 수 있을까? 더 암울한 것은 중·고등학교에서 창업 교육을 해야 할 교사들 중 상당수가 지인의 아이처럼 그렇게 교사가 되었다는 것이다.

2018-11-07

단풍과 법구경

▲ 김현욱 시인상강(霜降)이다. 뜻 그대로 서리가 내리는 절기다. 음력으로는 9월 15일, 양력으로 10월 23일이다. 낮에는 가을의 쾌청한 하늘이 더할 나위없지만 밤에는 기온이 매우 낮아진다. 수증기가 엉겨서 서리가 내리고, 더 추워지면 첫 얼음이 얼기도 한다. 단풍이 절정이 이르는 시기다. 농사력으로는 상강 무렵에 추수가 마무리된다. 바야흐로 겨울맞이를 시작할 때다.딸에게 ‘잎에는 왜 단풍이 들까요?’(다섯수레)를 읽어주었다. 절기상 상강 무렵에 읽어주면 안성맞춤이다. 초록색이던 잎이 왜 빨갛게 노랗게 물들어 가는 지 선명한 나뭇잎 그림을 통해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나무는 8월부터 겨울 준비를 시작한다고 한다. 햇빛의 양이 줄어들면 나뭇잎이 만들어 내던 엽록소의 양도 줄어든다. 엽록소에 덮여 있던 노랑, 주홍 색소들이 나타나기도 하고, 나뭇잎에 남아있던 당분이 빨강이나 갈색, 자주색으로 바뀌면서 사람들이 보기에 아름다운 단풍이 드는 것처럼 보인다. 알다시피, 일교차가 클수록 더 아름다운 단풍이 만들어 진다.사람의 눈에 단풍은 아름다운 자연 현상이지만, 나무의 입장에서, 나뭇잎의 입장에서 단풍이란 혹독한 이별이고 긴긴 기다림이고 서로가 오직, 외로운 길에 들어섰다는 증표일 뿐이다. 초록으로 무성하던 여름을 지나 서리 내리는 가을이 오면 나뭇잎은 아름답게 물들었다가 낙엽이 되었다가 부스러기가 되고 산산조각이 난다. 산산조각 난 몸이 나무의 뿌리로 모여들어 겨우내 이불과 거름이 되는 자연의 숭고한 이치를 떠올릴 때마다 나같은 범부는 그저 침묵할 뿐이다.“룸비니에서 사온 흙으로 만든 부처님이/ 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목은 목대로 발가락은 발가락대로/ 산산조각이 나/ 얼른 허리를 굽히고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순간접착제를 꺼내 붙였다/ 그 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불쌍한 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 주시면서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가 있지”정호승 시인의 ‘산산조각’이라는 시다.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불쌍한 내 머리’에서 스스로를 돌아본다. 좀 깨져도 다쳐도 넘어져도 부서져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심지어 산산조각나도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다고 시인은 말한다. 단풍이 낙엽이 이불이 되고 거름이 되어 이듬해 초록빛 새 잎을 세상에 내놓는 것처럼.법정 스님은 평소 자신의 서가에 꽂힌 구도의 서책 중에 ‘법구경’과 ‘수타니파타’를 즐겨 보셨다고 한다. 특히 ‘법구경’을 꺼내 볼 때마다 거울에 자신을 비쳐 보듯 새로운 가르침을 얻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법구경’은 불교 초기에 여러 가지 형태로 전해 내려온 시를 모아 엮은 일종의 불교 잠언 시집이다. 독립된 시로 되어 있지만, 때로는 두 편 또는 여러 편의 시가 한데 묶여 있다. 법구경의 원래 이름은 ‘담마파다’, 곧 ‘진리의 말씀’이다. 아무데나 펼쳐진 대로 한 편 한 편 마음의 바다에 비춰보면서 차분히 읽어간다면, ‘법구경’은 맑은 거울이 되어 그 속에서 현재의 자기 얼굴을 들여다보게 될 것이라고 법정 스님을 말씀하셨다.‘법구경’을 읽다가 마음이 머무는 곳, 현재의 나 자신을 비춰주는 곳을 몇 군데 옮겨본다. “그는 나를 욕하고 상처 입혔다. 나를 이기고 내 것을 빼앗았다. 이러한 생각을 품지 않으면 마침내 미움이 가라앉으리라. 이 세상에서 원한은 원한에 의해서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원한을 버릴 때에만 사라지나니 이것은 변치 않을 영원한 진리다.”“여기 두 길이 있으니 하나는 이익을 추구하는 길이요 하나는 대자유에 이르는 길이다. 부처의 제자인 수행자들은 이 이치를 깨달아 남의 존경을 기뻐하지 말라. 오직 외로운 길 가기에 전념하라.”

2018-11-06

인재과잉시대, 인성이 실력이다

▲ 박창원 수필가2019학년도 대입수능시험일이 다가오고 있다. 수험생들은 이 날을 위해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 간 자신의 실력을 연마해 왔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단 1점이라도 더 받아 좋은 대학에, 원하는 학과에 입학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하지만 주변에서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을 못해 방황하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우리는 ‘대학을 가면 뭣하나’ 하는 탄식을 하게 된다. 내가 아는 분의 아들은 서울의 한 유명대학 경영학과를 나온, 흔히 말하는 ‘실력도 있고, 스펙도 빵빵한 젊은이’이다. 하지만 졸업하던 해 지원서를 낸 곳마다 최종면접에서 번번이 떨어져 부모 속을 태웠다고 하는데, 도대체 이 친구한테 뭐가 모자라 취업에 실패했지, 하는 궁금증을 가지게 된다. 그러면서 지금 이 사회가 요구하는 ‘실력’이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1960∼1980년대의 고도 성장기에는 경제성장을 뒷받침할 많은 인재가 필요했다. 대학졸업장만 있으면 어디든 일자리가 있었고, 직업훈련소에서 소정을 교육을 받고 자격증만 따면 취업이 가능했다. 하지만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대학진학률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한 2000년대 이후 국가경제가 저성장 늪에 빠지면서 인재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고 말았다. 이때부터 우리는 청년실업 문제에 부닥쳤다. 요즘 기업은 예사로 ‘100 대 1’이 넘는 경쟁 속에서 인재를 고른다. 고도성장기에는 출신학교를 보고, 성적이나 추천서를 보고 사람을 채용했고, 2000년대에는 스펙을 보고 채용했지만, 2010년대 들어와서는 인성을 보고 사람을 뽑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면접시험도 아예 ‘인성 면접’이라 부르고 있다. 학점보다, 스펙보다 인간성을 개인의 경쟁력으로 보는 경향이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인성 좋은 사람이 조직 속에서 잘 적응하고, 협조적이며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가정에서 인성교육으로 크게 성공한 사례가 있다. 미국에서 6남매 모두를 하버드대와 예일대 박사로 키워 미국사회로부터 주목을 받는 전혜성 박사 얘기다. 그녀의 가정은 미국 교육부로부터 ‘가정교육 연구대상’이 되었다.여섯 자녀를 기르면서 그녀는 늘 엘리트보다는 사람이 되라고 가르쳐 왔다. 재주를 갖춘 존재보다는 인격적 존재가 되라는 뜻이다. 공부를 잘 하는 자녀들에게 “재주가 덕을 앞서면 안 된다(才不勝德)”는 말로써 교만의 위험을 일깨워 주었고, “한 사람의 위대함은 그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었는가로 평가된다”는 가르침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이끌었다. 그녀의 여섯 자녀들이 세계 유수의 대학을 나왔기 때문에 훌륭한 게 아니다. 훌륭한 인격체로 자라 미국 사회에서 존경받는 인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그러면 어떻게 해야 좋은 인성을 기를 수 있는가? 훌륭한 인성을 갖추는 데 비결은 없다. 인성은 하루아침에, 1~2년 만에 길러지는 게 아니지 않은가.그러니 어릴 때부터 좋은 습관을 기르도록 노력하는 게 정답이다. 인성은 남과 더불어 일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인내, 정직, 배려, 친절, 소통, 봉사…. 이러한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21세기가 요구하는 훌륭한 인격자요, 좋은 인성의 소유자이다. 이런 사람은 궁극적으로 지식이나 재주가 많은 사람보다 앞서게 되고, 조직을 발전시킬 것이며, 사회의 존경을 받게 될 것이다.우리는 지금 일정한 수준의 지식과 스펙만 있으면 사람을 채용하던 고성장기의 인재부족시대가 아닌 저성장기의 인재과잉시대에 와 있다. 인재과잉시대는 지식보다, 스펙보다 인성이 더 중요하다. 지식이나 스펙은 언제나 채울 수 있지만 인성은 어렸을 때부터 닦아야 한다. 인성이 실력이다.

2018-11-06

포항을 투자 유망시장으로

▲ 김진홍 한국은행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새로운 지역에 신규로 투자하거나 자사의 제품을 수출하기를 원하는 어떠한 기업이나 사업체라도 이에 앞서 시장조사라는 과정을 반드시 수행할 필요가 있다. 이는 그 시장에 대한 규명이 명확할수록 성공하기까지의 기회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 대한 조사방법론은 매우 다양하지만, 시장 자체는 크게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정착시장, 유망시장, 제약시장, 그리고 개척시장이다. 대체로 규제가 비교적 심하지 않고 이미 진출해 인지도가 높아 앞으로 더욱 사업을 다각화할 수 있는 정착시장, 향후 성장발전함에 따른 판로 확대 등이 기대되고 진입도 수월한 유망시장, 진입규제가 심해 규제철폐를 위한 노력과 더불어 진입장벽의 틈새를 찾아야하는 제약시장도 있다. 마지막으로 개척시장은 현 단계에서는 소득수준이나 규제 등 종합적인 판단은 좋지 않으나 장래 가능성이 커 문화 활동 등을 포함한 총체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장이다.일례로 불과 2년 전, 우리나라의 식품외식산업에 대해 일본이 분석한 시장보고서에서는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한국인의 미각과 기호상의 특징으로는 밥과 면이 주식이며 고추를 이용한 요리가 많고, 대체로 예전부터 먹어왔던 익숙한 음식메뉴를 고르는 경향이 있어 신메뉴의 경우 충분한 홍보가 필요하다. 외식이 늘고 있고 유통소매시장이 성숙기여서 소매판매가 저성장중이지만 유일하게 편의점은 전년대비 약 8%의 고성장을 보이고 있다. 소형개인점포보다는 대형유통업체를 선호하며, 단신세대 증가, 고령화 진전 등으로 홈쇼핑, 모바일쇼핑 등 통신판매가 전년대비 11%의 고성장을 보이는데 온라인시장과 유통소매업태가 전문화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한편 유통마진은 일본주(사케)의 경우 도매업자가 판매가의 20% 정도, 백화점은 25~35% 정도로 높은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놀라울 정도로 일본은 우리가 평소 인지하지 못했던 취향까지 철저한 시장조사를 기반으로 일본어간판을 달고 있는 초밥, 돈가스, 라면 등 전문음식점을 전진기지로 삼아 일본산 식재료를 수출하며 우리나라 전역의 식품외식산업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그렇다면 과연 그동안 신성장동력의 확충을 목표로 기업의 신규공장 건설, 사업소 이전 등 투자유치에 심혈을 기울여 온 포항에 대해, 대규모의 자본투자나 사업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사업자들은 포항이라는 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아마도 커피체인점사업자라면 수년 전까지는 포항을 유망시장으로 지금쯤은 정착시장으로 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호텔사업자, 대형유통업체, 스크린경마사업자, 터미널운영사업자 등 쉽게 진출하지 못하고 있는 투자가들까지도 여전히 포항이 유망시장이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는 의문이다.포항은 돈만 좀 있으면 매우 살기 좋은 도시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이것은 외지에서 포항으로 이전해 살아본 주민들이 주거시장으로서의 포항을 판단한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기업이나 투자가에게도 기업하기 좋은 도시, 투자하면 성공할 수 있는 도시라고 적극 권유할 수 있을까? 그 대답은 곤란하다. 아마도 기업가나 투자가의 입장에서 포항을 시장으로 보고 자가진단을 내린 적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참고할 만한 정보가 없는 것은 아니다. 포항진출에 실패한 투자사례의 공통분모는 딱 하나다. 시민, 단체, 업계 등 이해관계자들의 민원이 그것이다. 민원이 없는 사업이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불씨가 커져 사태가 악화된 이후 수습에 나서는 것은 사전예방보다 기회비용이 매우 많이 든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주요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행정, 시민, 단체 등 이해관계자들이 사전에 의견을 조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앞으로 포항이 투자 기피시장이 아닌 투자 유망시장으로 분류될 수 있을 것이다.

2018-11-05

평가의 무게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선생님, 너무 힘들어요. 요즘 저는 시험 치는 기계 같아요. 중간고사가 끝나기 무섭게 거의 매주가 서술형 평가에요. 정말 거의 매주 매시간 대부분의 과목들에서 서술형 평가를 보는데 그게 수행평가래요. 이럴 거면 정말 수행평가 없애고, 시험만 봤으면 좋겠어요. 뭔가 조사를 해 오라는데 그것을 또 외워서 시험지에 그대로 옮겨 쓰는 게 서술형 평가래요. 수업시간이 아니라 시험 시간이에요. 그래놓고는 선생님들은 모의고사는 또 잘 치래요.” 올해 고등학생이 된 졸업생과의 통화 내용이다.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늘 웃으며 즐겁게 중학교 생활을 하던 학생이었다. 학생의 푸념은 한 시간 이상 계속 되었다. 그동안 쌓였던 감정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끝에는 울먹이기까지 했다. 국어 서술형 평가가 고전 가사(歌辭) 작품을 외워서 쓰는 거라는 아이의 말을 듣고 필자는 어떤 말도 해주지 못했다. 그리고 누구를, 또 무엇을 위한 평가인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서술형 평가! 올해 초 일선 학교에서는 평가 비율이 갑자기 바뀌었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지필평가 안에 서술형 평가를 반드시 20% 이상 포함시켜 시험을 시행하라고 했다. 그런데 올해 초에 서술형 평가를 수행평가에 포함시켜 실시하라는 방침이 갑자기 하달되었다. 그래서 학기 초에 많은 학교에서는 평가 영역, 방법, 반영 비율 등을 바꾸느라 큰 혼돈이 있었다. 그렇게 부랴부랴 만들어 놓은 서술형 평가는 또 학생들을 시험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대한민국 공교육이 재기불능(再起不能) 상태가 된 것은 바로 평가 때문이다. 획일적인 평가, 결과중심의 평가, 줄 세우기 평가, 창의성을 말살시키기는 평가 등 학교는 물론 우리사회에서 시행되고 있는 평가 중 어느 것 하나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평가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평가의 역기능을 막기 위해 나온 것이 수행평가(遂行評價, Performance Assessment)이다. 학업성적관리 시행 지침에는 다음과 같은 수행평가에 대한 정의가 나온다. ‘교과담당교사가 학습자들의 학습과제 수행 과정 및 결과를 직접 관찰하고, 그 결과를 전문적으로 판단하는 평가 방법’ 의미만 보면 이보다 이상적인 평가는 있을 수 없다. 문제는 교육 현실이다. 이 나라 모든 교육활동은 대학 입시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말로는 이 나라 대학 입시 선발 기준은 학생들의 특성과 적성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이미지 관리용 멘트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도 없다. 아니다.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바로 정치에 빌붙어 교육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이다. 이상적인 정책들로 우리 학생들은 물론 이 나라 교육을 망치고 있는 정치 교육자들이 있는 한 우리 교육은 단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자유학기(년)제, 수행평가 등으로 학생과 학부모를 현혹하지 말고, “이 나라 교육은 죽었다”라고 좀 솔직히 말 할 수 없는지 그들에게 묻고 싶다, 지난 주 필자는 내년 산자연중학교 신입생 선발을 위한 면접을 보았다.전국에서 자녀의 행복을 위해 영천까지 찾아주신 학부모님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말이 면담이지 실상은 이 나라 교육에 대한 학부모님의 비판을 듣는 자리다. 더 이상 우리 아이들이 입시 위주의 평가에 짓눌려 꿈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어느 부모님께서 쓰신 글을 소개한다.“제가 생각하는 진정한 교육은 ‘사람을 살리는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식을 채워 넣고 평가하는데 목적을 두지 않고, 자신이 가진 재능과 성품을 잘 계발하고 잠재된 끼와 소질을 잘 찾아내어 살리며 살아가고, 자신의 소중함을 깨닫고 아울러 타인과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도록 이끄는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면담을 마치면서 필자는 또 엄청난 숙제를 받았다.

2018-11-01

詩와 가락이 흐르는 향교에서

▲ 강성태서예가만산홍엽으로 가을날이 익어가는 시월의 어느 저녁, 산들바람 결에 시 읊는 소리 잔잔하게 들리는 인근의 향교를 찾았다.고색창연한 전통건축 구조의 명륜당 대청에 앉으니 굿거리장단을 방불케 하는 난타공연에 어깨가 저절로 들썩이고, 낭랑한 목청으로 읊조리는 시 구절에 가슴이 젖어 들기도 하며, 대금 가락을 타고 끊어질 듯 이어지는 시조창이 가을밤의 운치를 더하고 있었다.이러한 일련의 공연은 (사)한국예절녹색교육원에서 주관하는 향교서원 문화재 활용사업의 일환으로 연일향교에서 열린 ‘시(詩)가 있는 야(夜)한 향교’의 연중 프로그램 중 일부다. 문화재청 공모 향교서원 문화재 활용사업은 향교, 서원 문화재에 의미와 가치를 인문정신 함양, 교육, 공연, 체험, 관광자원 등으로 창출하기 위한 문화재 향유 프로그램이다.한국예절녹색교육원은 시 낭송 프로그램 외에도 청소년 성년식, 충효예절학당, 여군자의 풍류, 전통혼례 등을 테마로 시민들과 학생들이 동참하여 우리의 전통 예속(禮俗)과 선비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이러한 일들은 향교의 현대적인 계승사업이랄까, 조선시대의 공립 교육기관으로 강학(講學)과 제향(祭享)의 기능을 담당했던 향교가 문화재 활용사업을 통해 시민들을 품으며 예의범절 교육과 고유풍습을 전수하고 풍류를 즐기는 어울림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으니 한결 고무적인 일로 여겨진다.현란한 도심과 번잡한 일상의 한 켠에서 마실 나가듯이 편하고 부담없이 향교에 모여들어, 시와 창(唱)을 음미하고 옛 가락과 장단에 녹아 들어 짧게나마 문화생활을 누린다는 것은 얼마나 넉넉한 일일까? 낡고 옛 것이라 해서 방치하고 외면할 것이 아니라, 애써 다듬고 찾아 현대적인 요소를 접목하고 가치를 부여한다면 그 멋과 맛이 한층 깊고 새로워지지 않을까?물론 향교나 서원같은 소중한 문화재를 원형 그대로 보존하는 측면도 중요하겠지만, 먼지 쌓이고 굳게 닫힌 동재(東齋)나 서재(西齋)의 사랑방에서 다담을 나누고 대청에서 시회(詩會)를 열며 창과 곡조를 타는 일은, 향교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 일이다. 향사(享祀)를 지내기 위해 1년에 1~2번 정도 향교의 문을 열던 것을, 이 같은 문화재 활용사업으로 인해 사람이 자주 왕래하고 소통하며, 시와 예악(禮樂)을 공유하고 곳곳에 스며들게 함으로써 향교는 비로소 긴 잠을 털고 현시대와 함께 호흡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듯 옛 것을 알고 살펴 전통과 현대를 조화시켜 새로움을 찾는 지혜야말로 보다 밝은 내일을 준비하는 문화시민의 사려깊은 안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비단 향교서원 뿐만 아니라 지역 문화재 활용사업은 고택, 사찰, 선열의 발자취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추진되고 있다. 2019년 문화재청의 경북지역 문화재 활용사업은 생생문화재사업, 문화재 야행(夜行), 전통 산사 문화재 활용사업 등 총 37곳이 최근 선정됐다. 선조들의 얼과 자취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유무형의 문화재와 연계한 이러한 사업은 우리의 고유한 풍습과 문화를 바탕으로 현재의 다변화된 생활양식을 수용하는 퓨전전통문화를 창출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여겨진다. 그것은 곧 우리의 뿌리를 굳건히 지키면서 전통문화의 글로벌화를 지향하는 시도이자 자긍심을 키워주는 일이기 때문이다.지난 봄부터 현재까지 네 차례 ‘시가 있는 야한 향교’를 찾았었는데, 매번 참석할 때마다 느낌과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난타공연을 시작으로 여는 시를 비롯, 새내기 시, 잇는 시, 닫는 시를 낭송하고 나면 시조창과 대금 연주로 공연이 마무리되지만, 이 날은 청중들의 요청으로 대금 연주에 맞춰 동요 몇 곡을 합창하며 깊어가는 가을밤의 흥취를 정겹게 누릴 수 있었다. 청아하게 피어나는 시의 향기 속에 잿빛 기와지붕 위로 기웃대던 달마저 설레는지 가던 길을 멈추고 더욱 환하게 웃음짓는 듯했다.

2018-10-30

과메기여, 안심하지 마라!

▲ 김진홍한국은행 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아무리 혁신적인 제품을 세계 최초로 내어 놓은 위업을 달성했던 기업이라 할지라도 업계 1위라는 자만과 안이함으로 그 시대의 경제사회구조와 소비자 트렌드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역사 속으로 사라진 사례는 적지 않다. 이는 단지 세계시장의 변화속도가 너무 빨랐다는 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다. 그 보다는 변화의 초기에 이를 감지하고 새로운 기술개발과 디자인, 신선한 마케팅 등 다양한 방법으로 무장한 기업들이 불시에 나타나 이들을 순식간에 도태시켰기 때문일 것이다.우리 가정의 식탁에서도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대가족시대에서 자녀 1인 가족으로, 다시 인구사회의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독거하는 어르신이나 청년 1인세대의 시대로. 이러한 변화에 농민들은 재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예전에는 한 가마니 단위로 판매되다가 어느새 운반이 용이한 40㎏짜리 포대가 나타나더니 이제는 20㎏, 10㎏, 심지어는 동그란 통에 담은 1㎏짜리 포장까지 다양해졌다. 심지어 흰쌀에 잡곡까지 아예 섞어놓기까지 한다. 모든 세대 구성원수와 각자의 식생활에 맞춘 상품 포트폴리오가 완벽하게 갖춰져 있는 것이다.포항에도 자랑할 만한 농수산물이 적지 않다. 포항의 시금치, 부추와 같은 농산물과 더불어 포항물회를 탄생시킨 가자미, 관혼상제에 빠지지 않는 문어도 유명하다. 특히 과메기는 전국적인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업계 1위라고 자부할 만하다. 시금치, 부추와 같은 농산물의 경우 생산물 그대로라는 한계가 있어 전국적인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 가자미와 문어도 수량의 다과는 있을 수 있겠지만 바다가 있는 곳이면 모두 잡힌다. 때문에 비록 단순한 공정을 거치기는 하지만 과메기 발상지라는 상징성과 더불어 구룡포과메기라는 지역상표권까지 갖추게 된 포항의 과메기는 지역 특산물의 대장으로 손색이 없다. 하지만 포항의 과메기가 명품과메기로서 앞으로도 시장을 선도하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이미 다른 지역에서도 과메기시장에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항 과메기여, 안심하지 말자.앞으로도 포항 과메기가 시장을 주도해 나가려면 시대적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더욱 혁신적이고 신선한 마케팅을 개발해 나가야만 한다.첫째, 대부분의 과메기들은 아직까지는 한 두름 단위로만 포장 판매되고 있다. 단체행사가 아니라면 요즈음 2~3인의 가정에서 20마리 단위는 많은 양이다. 결국 포장을 뜯고 다 먹으려면 몇 번이고 냉장고에 들락거릴 수밖에 없다. 이는 소비자가 부주의할 경우 식중독의 위험도 있을 뿐더러 두 세끼 이어서 먹는 바람에 아예 질려버려 다시 사고 싶은 의욕마저 감퇴시킬 우려가 있다. 하물며 1인 생활하는 세대에서 술 한 잔하고 싶어 안주거리를 찾더라도 한 두름의 과메기를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둘째, 청어과메기와 꽁치과메기의 다양화는 좋은 현상이지만 이제 와서 원조논쟁보다는 각 과메기의 특성에 맞는 효율적인 음식배합에 대한 아이디어의 제공에 힘써야 한다. 셋째, 주부 등 소비자의 입장에서 마리 단위로 묶여 있는 과메기를 일일이 가위나 칼로 잘라서 먹는 불편함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제조할 때 통과메기와 반쪽으로 가른 과메기임을 판매단계에서 구분해 주는 것은 물론 아예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바로 먹기만 할 수 있는 서비스 마인드 넘치는 상품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연중 맛볼 수 있도록 캔 과메기와 같은 신제품도 개발할 필요가 있다. 포항 과메기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이와 같은 노력들을 지속한다면 앞으로도 포항이 과메기시장을 주도해 나가고 최근 추진 중인 세계시장으로의 진출도 성공 가능성을 높이게 될 것이다.

2018-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