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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게의 성장과 탈피

▲ 김경준 포스텍 정보통신연구소 연구부교수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포항을 비롯한 인근 항구, 시장은 손님들로 넘쳐난다. 별미 중 하나가 대게가 아닐까 싶다. 서해안에서는 4~6월, 8~12월에 걸쳐 꽃게가 잡히고, 동해에는 12월부터 시작해서 다음해 5월까지 대게 철이란다. 상인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실제 대게는 4~5월에 살도 더 차고, 맛도 더 뛰어나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게의 종류는 5천여 종이 있고, 국내는 200여 종의 게가 분포하고 있다. 서식지는 강, 습지, 갯벌, 깊은 바다 할 것없이 다양한 장소에서 서식하고 있다.문화에 따라 게에게 부여하는 의미는 사뭇 다른 것 같다. 게를 감싸고 있는 딱딱한 껍질을 갑각(甲殼)이라고 한다. 갑자는 최상이나 일등을 뜻하기도 하기 때문에 장원급제를 바라는 마음에서 선비들이 문인화의 소재로 게를 많이 그렸다. 하지만 옛날 농부들에게는 논이나 밭고랑에 구멍을 내서 농사를 망치는 주범으로 취급을 했고, 어민들에게는 그물을 찢어서 고기잡이를 망치는 주범으로 골칫거리였다. 그렇지만 오늘날에 와서는 게를 비싼 식재료로 고급 요리로 생각을 한다.아이들이 있는 집이면 한 번쯤 소라게라는 것을 키워본 경험이 있을 것같다. 정식 명칭은 집게이지만 학명은 절지동물문 갑각아문 연갑강 십각목 집게하목 집게과 동물로 게에서 분화한 동물은 아니고 게 비슷한 갑각류이다. 소라게는 몸 전체가 딱딱한 외골격을 가지지는 않고 소라에 몸을 쉽게 집어넣기 위해서 배부터 꼬리까지는 딱딱한 껍질에 싸여 있지 않다. 소라게는 비슷한 갑각류들 중에서 생존율이 높다고 한다. 딱딱한 외피와 소라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천적을 피하기 위해 말미잘을 소라 껍질 위에 붙여 천적의 눈을 피하는 위장술로 이용한다. 소라게는 성체가 된 이후로 상시 소라를 뒤집어쓰고 다닌다.기네스북에 등재가 된 갑각류 중에 바닷가재는 길이가 1m, 무게 20kg으로 성장한 것이 있고, 보통은 40년 정도 산다고 한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최고 수명은 200살 정도까지 산다는 이야기도 있다. 대부분의 갑각류가 탈피 중 10~20% 정도가 폐사한다. 갑각류는 나이가 들수록 껍질이 단단해지고 무거워져 탈피하는 게 점점 힘들어진다. 이러한 이유로 실제 바닷가재가 40~50년 산다는 것도 매우 드문 일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갑각류는 성장과정에서 계속 탈피를 반복한다. 종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 년에 몇 번씩 하는 종도 있다. 탈피의 힘든 과정은 게의 혼자 힘으로 이겨내야 한다.사람도 여러 번의 성장통을 겪는다. 직장과 관련된 큰 성장통을 꼽으라면 첫 입사와 정년퇴직이 아닐까 싶다. 정년퇴직자나 정년퇴직이 임박한 사람들에 대한 활용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을 해봐야 한다.특히 사회초년생들이 대부분 그렇겠지만 연구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자기 몸에 맞는 환경을 찾기 힘들어 한다. 소라게가 탈피를 오롯이 혼자 이겨내듯이 연구원 혼자 이겨 내도록 둘 문제는 아닌 것같다.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이동의 통로는 막혀 있다.최근 정부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 희망을 주기도 하지만 여전히 차별과 고용 불안정에 노출되어 있어 보호받을 곳이 없는 채로 살아가고 있다. 새롭고 도전적인 분야에 찾기보다는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직장을 찾는다. 용기 없다고 비난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런 고용구조는 새로운 산업의 성장 기회를 막고 학력 인플레이션, 출산율 감소, 동종 교배에 의해 부가 편중되는 등 사회 문제를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지역의 고급 인력들이 해외로 그리고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방안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4차산업혁명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지만,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한 혁신인지 생각해 볼 문제다. 인재를 지역에 정착시키기 위한 방안을 우리가 함께 생각해 봐야 한다.

2018-10-25

앞서가는 서울시교육청, 하지만 경북은?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학교 밖 청소년에게 월 20만원 수당 주겠다.”(서울시교육청) “안 해도 되는 것을 왜 굳이 하고자 합니까?”(경북교육청 관계자의 말) 독자 여러분께서는 어떤 느낌이 드시는지?전자는 지난 주 교육계 뉴스 중 단연 으뜸이었던 뉴스 제목이다. 비록 상반된 반응이 나오는 서울시교육청의 계획이지만, 그래도 없는 조례까지 만들어서라도 뭔가를 하려는 모습이 마냥 부럽기만 하다. 더군다나 지원 대상이 학교밖 청소년이라는 말에 부러움은 하늘을 찌를 뿐이다. 그런데 경북교육청은 어떤가? 변화 불가, 아니 변화 거부가 맞은 말일 수 있겠다.지역이 달라서인지, 아니면 문화가 달라서인지, 그것도 아니면 정말 보수 피(血)와 진보 피(血)가 따로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달라도 너무 다르다. 편견일 수 있지만 수도권 지자체들은 뭔가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때론 그것이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킬 때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새로운 이야기들은 조직을 정체되지 않게 한다는 것이다.정체된 물은 썩기 마련이다. 이 자연의 원리는 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의 조직에서는 이 원리가 더 엄격히 적용된다. 움직임이 없는 사회는 곧 죽은 사회다. 죽은 사회에서 변화나 성장같은 발전적인 것을 바라는 것은 모순이다. 모순은 또 다른 모순을 낳는데, 그것은 자기 합리화, 아집, 고착, 퇴행 등으로 나타난다. 경상북도 교육청처럼!며칠 전 학생이 전학을 갔다. 학생이 전학을 가면 그 학생의 활동이 기록된 서류들을 온라인으로 보낸다. 그러면 상대 학교에서 서류 내용을 보고 수정해야 할 부분이 있으면 수정을 요청한다. 양교 간에 서류에 대한 확인이 끝나면 전학은 마무리된다.그런데 이번에 전학 서류를 정리하면서 필자는 교직 사회의 퇴행(退行)에 대해 확실히 보았다. 물론 서류를 오류없이 완벽하게 해서 보내는 것이 맞다.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요령’이라는 책자도 있다. 사실 필자는 형식화의 극치인 이 기재요령이라는 책자를 볼 때마다 마음이 답답하다. 왜냐하면 요령을 안내하기보다는 하나의 고정틀을 만들기 때문이다. 학교생활기록부를 작성하는 모든 교사들은 이 틀에서 조금이라 벗어나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펄쩍 뛴다.이번 또한 마찬가지였다. 몇 년 전 생활기록부 내용에 온점이 하나 빠졌다고 수정 대장까지 작성해서 보내달라는 말에 필자는 헛웃음밖에 나지 않았다.세상의 변화를 선도하기 위해 가장 유연해야 할 곳이 학교와 교육청(부)이다. 그런데 기재요령이 전부인양 생각하는 교사들이 있는 학교와 그것을 강요하는 교육청은 유연함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도 멀다. 분명 한 때는 학교가 사회 변화를 주도했다. 하지만 지금 학교는 사회 변화를 가로막는 주범이 되어버렸다. 가장 창조적인 방법으로, 가장 창조적인 학생을 길러내야 할 학교가 창조와는 완전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으니 우리 사회가 어떻게 될지 걱정이다.“경북 교육, 대한민국 교육의 표준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경북교육청의 슬로건이다. 경북 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경북교육청이 대한민국 교육에 다시 힘을 불어넣을 수 있는 교육의 표준을 제시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래서 경북 각지에 경북의 앞선 교육을 받기 위해 전국에서 온 학생들로 넘쳤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변해야 한다. 없는 것도 만들어 내야한다. 무사안일주의에 빠져서는 절대 표준을 제시할 수 없다.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 학생이 찾아오는 지자체가 아닌 학생이 떠나는 지자체가 될 것이다. 이미 많은 학생이 떠났지만 말이다. 이번에도 필자는 희망적인 이야기보다 “안 해도 되는 것을 왜 굳이 하고자 합니까?”라는 말을 너무도 당연하게 하는 경북교육청 어느 직원의 말을 전할 수밖에 없다. 정녕 경북 교육과 변화는 거리가 먼 것일까?

2018-10-24

포항발 신북방경협의 한 꼭지

▲ 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이제 10여 일 정도만 지나면 포항에서 기초지방자치단체로서는 보기 드물게 여러 측면에서 의의가 큰 국제행사를 맞이하게 된다. 제1차 한러지방협력 포럼이 그것이다. 경상북도가 주최하고 포항시가 주관하는 이 행사는 지방이라는 이름이 붙어있지만 한국과 러시아 양국 지방정부가 참가하는 국제포럼인만큼 사실상 양국의 중앙정부에서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국가적 행사나 마찬가지다. 달리 말하자면 포항시가 과도한 기대와 꿈에 부푸는 것을 경계해야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몇 해 전 러시아가 WTO(세계무역기구)에 가입했을 때 앞으로 한러간 수출입물량 등을 중심으로 영일만항의 물동량 확보는 무리없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그동안 영일만항의 물동량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는 물론 포항의 철강경기가 부진의 늪에 빠진데다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의 하락과 동반한 러시아경제의 부진 등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였기 때문이다.이번에도 포항시가 포럼을 계기로 유연탄 등 원자재를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철강자재를 수출하는 그림을 가장 쉽게 그릴 수 있겠지만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톡이라는 기존의 시장과는 다소 성격이 다른 새로운 밸류체인을 생성할 기회를 가지게 된만큼 철강에만 몰두하여 러시아와의 경협이나 교류에만 주목한다면 그야말로 최고의 기회를 스스로 버리는 하책 중의 하책이라 하겠다.러시아는 세계 수산물공급시장의 큰 손 중 하나다. 대구, 명태는 물론 연어, 킹크랩 등 고품질의 자연산 수산물의 대표적인 공급기지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북도가 자랑해왔던 안동간고등어가 국산 고등어에만 집착하는 동안 다른 지역에서는 저가의 기름진 노르웨이산 수입고등어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아 간고등어를 대량 생산하여 홈쇼핑 등을 통해 전 국민의 식탁을 점령해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포항도 과거 청어과메기에서 바다 상황변화에 맞추어 꽁치과메기로 변화하는데 성공하였듯이 블라디보스톡과 국가적인 뒷받침을 받으면서 전략적인 제휴도 가능한 자리가 마련된 만큼 러시아산 동태, 대구, 연어는 물론 킹크랩에 이르는 지역의 새로운 수산물 브랜드를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영일만항에는 냉동냉장컨테이너의 전용설비가 이미 갖추어져 있으므로 러시아산 수산물의 수입루트를 개척하여 배후단지의 미분양 부지 등에 이들 수산물을 가공하는 설비를 적극 조성하고 포항에는 없던 영일만명란젓, 영일만대구포, 영일만황태포, 영일만표 연어캔 등 다양한 수산가공식품을 제조하는 한편 신선한 러시아산 킹크랩까지 맛볼 수 있는 시푸드전문식당까지 갖춘 영일만수산식품가공단지의 활성화를 추진하는 것도 지역경제의 새로운 활력이 될 것이다. 영일만수산식품가공단지에서 생산된 고부가가치의 수산물들을 국내시장 유통은 물론 동남아시아, 러시아, 북한, 동북3성 등 영일만항의 기존 항로를 기반으로 세계시장으로 진출시키는 사업을 추진할 때 이왕이면 어획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어민, 지역의 청년실업자 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우선 확충시킨다면 다양한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번 포럼에서 개설되는 기업세션, 전문가세션, 청년세션 등에 지역 각계가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한국과 러시아 또는 포항과 블라디보스톡 양자가 모두 이득이라는 공통분모의 한 꼭지를 포항에서 먼저 적극적으로 제시해야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제2차 포럼이, 그리고 굳이 포항에서 다시 개최해야 하겠다는 당위성이 참가자 사이에서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2018-10-23

우리 교육의 도그마는?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바다보다 더 깊고 푸른 10월의 하늘! 나비, 잠자리, 낙엽 등 온갖 생명체들이 정적(政敵)없는 가을 하늘을 마음껏 유영한다. 그 모습은 흡사 한 폭의 그림이며, 자유 그 자체이다. 그들의 자유로움은 필자에겐 눈이 시릴 정도로 파란 10월의 하늘만큼 부러운 대상이다. 자유에 대한 동경은 인간의 근원적인 로망이지만, 결실의 계절을 맞아 자연의 자유로움이 더 부럽다.학교에도 결실의 시간이 도래했다. 고입과 대입! 모두가 원하는 곳에서 자신이 하고싶은 공부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입시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겉으로야 성적보다는 학생들의 특성과 소질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입시용 겉치레 인사밖에 되지 않는다.우리나라 선발 입시의 절대 기준은 점수이다. 그 다음이 적성인 것 같지만 그 다음 또한 점수다. 모든 것이 점수로 시작해서 점수로 끝나는 것이 이 나라 교육이다. 이것은 태아도 아는 사실인데도 불구하고, 교육청이나 교육부, 그리고 교육 운동가라고 하는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점수보다 학생이 먼저라고 거짓말을 한다.최근 필자의 머릿속은 온통 한 학생과 나눈 이야기뿐이다. 그 이야기 때문에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요즘이다. “선생님, 이 고등학교 꼭 가고 싶어요.” “드디어 가고 싶은 고등학교가 생겼구나. 축하한다.” “네, 꼭 가고 싶어요.” “그런데, ……!” “왜요?” “점수가 힘들 것 같다.” “안 돼요. 저 무조건 갈 거예요. 꿈을 찾으라고 하셨잖아요. 이제 제 꿈을 찾았단 말이에요. 점수보다는 우리들의 가능성을 봐 준다고 하셨잖아요?” “미안하다, 선생님이 방법을 찾아는 보겠지만, 많이 힘들 것같다.” “어른들은 다 거짓말쟁이에요. 언제는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하라고 해 놓고서는 뭔가를 하려고 하면 이 핑계 저 핑계만 대고, 정말 나빠요.”“성과보다는 과정을, 다그침보다는 기다림을,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교육”을 하겠다고 한 사람들부터라도 이 학생이 이해할 수 있는 답을 줬으면 좋겠다. 꼭 이 사람들이 아니더라도 정말 어느 누구라도 제발 이 나라의 교육은 점수가 아닌 사람이 먼저라는 이야기를 우리 학생들에게 자신있게 해줬으면 좋겠다. 그런데 필자는 절대 그렇게 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필자 또한 점수로 학생들을 서열화시키는 입시 공화국의 교사이기 때문에.도그마(dogma)라는 말을 들었을 때 필자는 바로 교육이라는 이름을 붙여 “교육의 도그마”를 생각했다.도그마라는 단어는 독단이라는 부정적인 뜻도 있지만, 명제, 규칙, 핵심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여기서 후자의 뜻을 취하여 우리나라의 교육적 도그마를 생각해보았다. 역시 답은 입시였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우리나라 교육은 “서열화된 점수에 의한 입시”로밖에 정의가 안 된다. 소위 말하는 진보교육감이 있는 몇몇 교육청에서 학생들의 인권 등으로 교육의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하지만, 오히려 교육의 본질만 흐리고 있다.입시 교육을 받은 젊은이 중에는 “태풍이 부럽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라디오에 나온 사연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영덕을 포함하여 많은 지역에 엄청 난 피해를 준 콩레이가 한반도에 상륙 직전에 라디오에 이런 사연이 나왔다. “태풍이 아무런 피해없이 지나가길 바랍니다. 그런데 저는 태풍이 너무 부럽습니다. 왜냐하면 태풍은 진로라도 정해져 있으니까요.”태풍의 진로를 부러워하는 사람을 양산하는 것이 이 나라 교육일진데 과연 교육부는 물론 각 시도 교육청은 언제까지 학생 행복 타령을 할 것인지? 힘들게 입시의 강을 건너고 있는 우리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다음의 질문에 대한 답을 꼭 찾아야 할 것이다.과연 우리는 무엇을 위해 교육을 하는가? 또 어떤 교육을 하고 있는가? 정말 우리 교육의 도그마, 즉 핵심은 무엇인가?

2018-10-18

한국국제아트페어와 K-아트

▲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이달 초순 아시아 최대 규모의 아트마켓인 ‘KIAF 2018’(Korea International Art Fair)이 서울에서 개최됐다. 한국화랑협회 주최로 마련된 이번 KIAF는 올해로 17년째 진행되고 있으며 매년 100여 개가 넘는 세계 유명 화랑들이 참여해 세계미술의 흐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필자는 큐레이터라는 직업상, 행사장에서 관람을 하다 보면 일반인들이 아트페어와 비엔날레에 대한 성격과 차이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자주 확인하게 된다.아트마켓, 즉 미술시장을 뜻하는 아트페어(Art Fair)는 보통 여러 개의 화랑들이 한 장소에 모여 작품을 판매하는 행사를 일컫는 말이다. 아트페어는 미술품을 팔고 사는 시장이기 때문에 작품성 위주의 비엔날레와는 성격이 좀 다르다. 때때로 작가 개인이 참여하는 형식도 있지만 시장의 정상적인 기능을 활성화하고 화랑간의 정보교환과 작품 판매촉진, 시장 확대를 위해 주로 미술품 중개를 담당하는 화랑들이 연합해 개최한다. 국제 미술계의 흐름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세계 3대 아트페어로는 스위스의 바젤, 미국의 시카고, 프랑스의 피악을 꼽을 수 있으며, 독일의 쾰른과 미국 샌프란시스코, 독일 베를린, 홍콩 바젤 등도 유명하다.반면 격년제로 열리는 전람회 및 그 밖의 미술 행사 등을 가리키는 비엔날레(biennale)는 ‘격년제’란 뜻의 이탈리아어에서 따온 것으로 ‘격년 잔치’, ‘격년 미술 잔치’라고도 한다. 여기서는 아트페어처럼 미술품을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20세기 이후 미술교류가 국제적으로 활발해짐에 따라 각지에서 대규모 국제 미술전시회를 기획해 국제적인 미술경향을 서로 공유하고, 화가들과 미술애호가, 평론가들이 새로운 미술흐름을 찾아나가는 행사로 마련된다. 세계 3대 비엔날레로는 이탈리아의 베니스, 브라질 상파울루, 미국 휘트니가 있다. 특히 베니스 비엔날레는 1895년에 시작된 최고(最古)의 국제미술전이며 규모도 세계 최대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95년부터 광주 비엔날레를 시작으로 부산비엔날레, 대구사진비엔날레 등을 개최하고 있다.이번 한국국제아트페어에는 한국과 일본, 프랑스, 미국 등 14개국 174곳 갤러리가 참여해 회화, 조각, 미디어, 설치미술 등 3천여 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특히 데이비드 즈워너와 페이스 갤러리(미국), 페로탱 갤러리(프랑스), 이노우에 갤러리(일본) 등 세계 최정상급 화랑들이 처음으로 참여해 한국국제아트페어의 명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었다. 세계적인 화가 피카소, 마르크 샤갈, 호안 미로, 앤디 워홀, 데미언 허스트, 프랭크 스텔라, 페르난도 보테로, 로버트 라우센버그 등을 비롯해 백남준, 김흥수, 이우환, 김창렬, 박서보 등 한국화가들까지 가세한 이번 행사는 한자리에서 세계미술관 투어를 하듯 가성비 높은 체험효과를 안겨 주었다. 이번 행사는 한국 미술계뿐 아니라 아시아를 중심으로 전 세계 주요 컬렉터와 미술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미술축제라는 효과와 함께 K-팝의 한류 열풍에 이어 K-아트(ART)의 새로운 반향을 일으키기 위한 화가들과 미술관계자들의 숨은 노력이 담겨져 있다. 미술을 단순히 화가들의 창작활동과 전람회로 한정짓기보다는 미술을 통한 문화관광산업과 연계시켜 나가려는 다양한 노력들이 이러한 대규모 행사를 통해 모색되어진다면 경제적 효과는 더욱 배가될 것이다. 이제는 세계 미술계가 한국미술을 바라보는 인식도 많이 좋아지고 있다. 1910년대 서양미술이 한국에 처음 소개된 이후 다양한 화가들과 사조들이 한국 현대미술을 이끌어가고 있다. 이러한 한국미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미술품 구입 등도 중요하겠지만 미술전람회가 개최되는 미술관과 갤러리 방문기회를 확대해 생활 속에서 미술을 늘 함께하고 즐기는 문화가 먼저 만들어져야 하겠다.

2018-10-17

포항 토속민요의 재조명

▲ 박창원수필가근래 포항의 민요가 재조명을 받고 있다. 올 가을에 두 차례에 걸쳐 포항의 토속민요를 재현하는 공연이 있고, 한 차례의 심포지엄도 예정되어 있다.지난 14일 흥해허수아비축제 행사의 하나로 곡강천 특설무대에서 펼쳐진 ‘허수아비! 흥해 풍요에 답하다’라는 창작국악소리극에 흥해농요가 무대에 올랐다. 전날(13일)에는 흥해복지문화회관에서 흥해농요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민요경창대회가 열렸다. 18일에는 얼마 전 결성된 포항흥해농요보존회 주최로 흥해농요의 보존과 전승을 위한 학술심포지엄이 열린다. 이런 행사를 주관하는 흥해농요보존회 박현미 회장은 흥해읍사무소에서 주민들에게, 흥해중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민요를 지도하는 흥해농요의 파수꾼이다.오는 26일에는 예심국악연구소에서 주최하는 ‘포항토속민요가 석곡을 만나다’라는 제목의 국악뮤지컬이 포항중앙아트홀에서 열린다.이 행사에는 포항이 낳은 위대한 유의(儒醫) 석곡 이규준 이야기를 뮤지컬로 꾸민 것인데, 삽입 음악으로 포항의 토속민요가 들어간다. 이 공연의 연출자인 예심국악연구소 장임순 대표는 아무도 지역의 토속민요에 관심을 갖지 않던 2014년을 시작으로 매년 포항의 토속민요를 무대에 올리고 있다. 또 자신이 운영하는 연구소 회원들에게, 포항문화원에서 지역민들에게 포항의 민요를 지도하는 포항토속민요 전승의 선구자이다.민요는 비전문적인 사람들이 생활상의 필요에 의해 부르는 구비전승이다. 여기에는 한 지역에 터를 잡고 살아온 사람들의 생활 감정이 깊숙이 배어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전승하는 사람들의 의식이 잘 반영되어 있기도 하다. 따라서 포항의 민요는 포항지역에 뿌리를 박고 살아온 사람들의 생활상과 의식이 그대로 녹아 있는 소중한 무형문화유산이다.역사가 오래고, 평야지역, 해안지역, 산간지역 등 다양한 지역적 특성을 갖춘 포항은 예로부터 많은 민요가 전승돼 왔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진행된 급속한 산업화와 농업의 기계화 과정 속에서 민요의 전승 기반은 급속히 해체되었고, 지금은 어딜 가도 현장에서 소리를 들을 수 없다. 민요의 마지막 전승세대도 이미 고인이 되었거나 고령이어서 소리를 할 수 없는 상태이다. 1980년대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전국을 샅샅이 뒤지며 민요를 채록할 때 불행하게도 포항은 빠졌다.1990년을 전후한 시기에 필자는 소형 녹음기를 들고 이 마을, 저 마을로 노인들을 찾아다니면서 포항의 민요를 채록했다. 그 때 채록한 자료로 책자와 음반(CD)을 내기도 하고, 몇 편의 논문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자료집을 하나 내기 위해, 카세트테이프에 담긴 음원으로 음반을 만들기 위해 행정기관의 문을 두드렸지만 알아주지 않아 애태운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역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는 일념으로 작업을 했고, 연구도 했다. 채록을 한 지 20~3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그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이 생겼고, 이를 보존·전승해 보자고 자진해서 나선 국악인도 여럿 있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고, 그 당시에 악조건 속에서도 보람 있는 일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때 채록해 둔 자료가 있기에 지금 이를 보존하고 전승하려는 시도를 해볼 수 있으리라.이렇게 포항의 토속민요를 재조명하고, 이를 보존·전승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고 있는 것은 지역의 문화 창달을 위해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방탄소년단(BTS)의 댄스곡이 한류를 타고 세계를 사로잡고 있는 마당에 웬 토속민요 타령이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신식음악이 유행하면 할수록 전통음악을 지키고 육성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어떤 분야의 예술이든 고전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음악도 전통에 바탕을 둔 것일수록 더 가치가 있다.

2018-10-16

지역경제의 새로운 국내화 전략

▲ 김진홍한국은행 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최근 남북관계가 그 어느 때 보다도 우호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미·중간 무역전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와 같은 경제문제에 어느 일방이 압도적으로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원인 중 하나는 서플라이체인이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180억 달러에 이르는 자동차부품을 수입하고 있다. 미국 완성차제조업체의 중국산 자동차부품 수입의존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미국 자동차회사의 중국산 부품사용 비중은 브레이크시스템 부품의 경우 31%, 주요 부품의 금속프레스금형은 50%가 넘는다고 한다. 결국 무역전쟁의 최후수단으로 중국 측이 미국으로 공급되는 자동차부품의 수출을 차일피일 통관과정에서 미루게 될 경우 효율적인 부품재고관리를 위해 저스트인타임(JIT)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 미국의 완성차제조업체에 미치는 생산차질에 따른 피해규모는 어마어마하게 증폭될 수도 있다. 중국이 지닌 최고의 무기는 결국 서플라이체인인 셈이다.이와 같이 고도의 서플라이체인을 갖추고 있는 기업이나 지역의 경우에는 위기상황이 발생할 경우 수많은 이해 관계자들이 힘을 보태기 마련이다. 일례로 과거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의 여파로 많은 자동차회사들의 공장에 피해가 발생하였을 당시 닛산, 도요타 등 많은 완성차업체들은 자사의 공장복구에 우선하여 조그마한 자동차용 베어링을 제조하는 중소기업의 피해복구지원에 적극 나섰다. 물론 그 중소기업이 유일무이하다 할 정도의 기술력을 갖춘 공급자 우선이 적용될 정도의 경쟁력이 있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하지만 그와 같은 최고의 기술력을 갖추지 않더라도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 한국GM의 군산공장 사태가 발생하였을 때도 호남지역은 물론 영남지역에도 수많은 2차 3차 협력사들이 포진하여 있어 영호남을 불문하고 전국적인 관심을 모으고 이의 해결을 위해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경우도 있었다.그런데 포항의 경우에는 의외로 사정이 다른 모습이다. 지난해 포항지진이 발생하였을 때 물론 철강공단지역의 지진피해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였지만, 굳이 포항이 아니더라도 단순한 철강자재의 수급은 광양이나 당진에서도 조달이 가능하다는 점도 있어 국내 전체적인 영향은 그리 크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포항이 소재의 공급기지라는 점을 제외한다면 철강을 소재로 하는 다양한 갈래의 완성제품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서플라이체인에서 단순가공을 제외한 반제품, 부품 등이 생산되고 국내 전역으로 연결되는 서플라이체인이 형성되어 있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앞으로 포항경제가 그야말로 지속가능한 성장이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세계시장만 바라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우선적으로는 지역 내에서 어떠한 조그마한 최종제품이라도 자체적으로 생산해낼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하겠지만 지역이 갖고 있는 수많은 장점들을 활용해 국내 다른 지역에 소재한 대학, 기업 등과의 협력네트워크를 더욱 강화해 나가야할 것이다. 지역의 우수한 RD기관은 타 지역과의 공동연구개발, 지역 철강업체들은 다른 지역의 철강수요기업은 물론 비제조업체와의 공동협업 등에 적극 나서 연결고리를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아울러 지역에서 신제품을 개발하거나 생산하는데 필요한 업체가 다른 지역에 소재한다면 그 기업의 제2공장이라도 유치하거나 합작공장의 설립도 필요하다.이와 같은 새로운 국내화 전략이 성공적으로 추진된다면 향후 국내외의 다양한 위기상황이 발생하였을 때 포항지역경제가 지닌 다양한 서플라이체인, 네트워크들이 큰 완충작용을 발휘하게 되고 포항경제의 지속가능성도 확보될 수 있을 것이다.

2018-10-15

학교 담론(談論)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하늘이 열린 달이어서 그런지 전국에 많은 축제가 열리고 있다. 포항 호미바다예술제, 영천 한약축제, 안동 탈춤페스티벌, 경주 신라문화제, 울진 금강송이축제 등 경북도 지역의 특징을 담은 다양한 축제 이야기로 떠들썩하다.축제는 곧 이야기이다. 사람들이 축제를 찾는 이유는 지역의 이야기 전승(傳承)에 동참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나아가 특색있는 지역 이야기를 통해 개인과 가족, 그리고 나라의 이야기가 풍성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이다.지역 축제가 소중한 이유는 바로 지역 축제들이 지역의 이야기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지역 이야기는 곧 그 지역의 문화이다. 이야기가 많은 지역은 문화도 풍성하다. 지역 문화가 풍성한 나라는 그 나라의 문화도 풍성할 수밖에 없다. 문화는 지역은 물론 나라의 정신 에너지이며, 이 에너지야말로 나라 융성(隆盛)의 원동력이다.그런데 현 정부 들어 우리나라는 사회 많은 분야가 방전(放電) 상태이다. 정치, 경제, 교육 등 나라를 움직여야 할 핵심 분야들이 움직임을 멈춰버렸다. 그 이유는 바로 이야기를 모두 빼앗겨 버렸기 때문이다. 그럼 뭐가 이들의 이야기를 빼앗아 갔을까? 바로 북쪽과 미국 이야기다. 정치 시소가 무너진 이후로 이 나라의 모든 것들이 북쪽으로 쏠려버렸다. 이 나라에는 이제 북쪽 이야기를 빼면 이야기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북쪽 이야기 말고 유일하게 회자되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세금 이야기다. 정부는 이 나라를 살릴 명분이라며 세금을 막무가내로 거두고 있다. 칼 마르크스의 “종교는 민중의 아편”이라는 문구를 잠시 차용해 지금 정부를 표현하면 다음과 같은 표현이 가능하다. “세금은 분명 지금 정부의 아편이다.” “세수 60조 더 걷혀, 정부 곳간 넘쳐나는데”와 같은 뉴스가 양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계속 세금 타령만 하고 있다. 국민의 주머니를 훔쳐 도대체 이 나라 정부에서 이루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하는 국민들이 늘고 있다.이런 이야기를 대통령은 물론 청와대 사람들이 귀담아 들어야하는데, 그들은 세금과 북쪽에 중독되어 국민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가다가는 대한민국 판 “벌거숭이 대통령” 이야기가 곧 나오지 않을까도 싶다. 그렇게 안 되길 간절히 바라지만 정말 “글쎄요?”다.지금 정부가 만들고 있는 이야기를 보자. 적폐청산,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남북 정상회담, 고교 무상교육! 이 이야기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세금이다. 이들은 세금 없이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다. 물론 다 좋은 이야기다. 그런데 문제는 세금이다. 만약 국민들이 주머니를 닫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아니 더 이상 국민의 주머니에 아무것도 없으면 그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말이다. 정말 이대로 가다간 “불어나는 공공기관 부채도 ‘나랏빚’, 재정건전성 괜찮나”라는 기사의 우려가 현실이 될 날만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그 때도 청와대는 지금처럼 북쪽에만 올인할지 두고 볼 일이다.필자는 혹시나 분위기 반전으로 교육계에는 의미있는 이야기가 있나 찾아보았다. 혹 독자 여러분은 최근에 학생들과 이야기를 해 본 적이 있으신지? 만약 있으시다면 어떤 이야기를 나누셨는지 떠올려 보시라! 안타깝게도 필자는 시험에 대한 이야기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그 어떤 곳보다 다양한 이야기들이 생산되어야 할 곳이 학교이다. 다양한 이야기들은 학생들에게 행복을 준다. 그 행복은 학생들에게 상상력이라는 큰 힘을 주고, 그 힘은 곧 문화 창조로 연결된다. 그런데 그래야 할 학교가 더 이상 살아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야기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학교 폭력, 학교 밖 청소년 등 죽은 이야기들뿐이다.축제의 달 10월, 우리는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스스로 행복 넘치는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할지 그 방법을 생각해봐야 한다.

2018-10-11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 김경준 포스텍 정보통신연구소 연구부교수기업 관계자들과 필자를 포함해 지역 연구원들 몇몇이 함께 신규 사업 기획을 한 적이 있다. 먼저 대략적인 기술분야나 참여 의사를 묻고, 참여자들에게 회의 전 전화나 메일로 회의 관련 주제들에 대해 상호 의견을 교환한다. 이후 기술 내용 발표와 제안 내용에 대한 토론과 아이디어를 추가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몇 번의 비슷한 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과제안을 도출하는 지루한 과정이 반복된다. 아무튼,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지루해지기 마련이고, 누군가는 대화 주제를 일상적인 일 혹은 흥미있는 이야기로 회의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이런 대화에는 지역 혹은 산업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여러 정보들을 듣게 되고 어떤 경우에는 황당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잡답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또 가끔은 우리가 처해 있는 민낯을 마주할 때도 있다. 기획 회의에 참여했던 기업의 관계자 중 한 분이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4차산업혁명이 우리와 같은 중소영세 기업이 안고 있는 구인난이나 제품의 생산단가를 낮추는데 분명히 도움이 될 것같다. 하지만 자동화를 넘어서 스마트공장 기술은 4차산업혁명의 많은 요소 기술들 간 기술 융합이 필요하고, 절차나 일들을 자동화 무인화하기 위해서는 로봇이나 AI등의 기술을 설비에 적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설비를 고도화하거나 새로 교체해야 하는데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어려운 일이다. 무엇보다 영세기업이나 중소기업들이 설비를 고도화하거나 구형 설비들을 교체했을 때 거기에 걸맞는 일감이 지속적으로 확보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영세기업일수록 신기술 도입보다는 일감확보, 인력난 해소, 생산단가를 낮추고, 적기 납기에 더 많은 신경을 쓴다. 4차산업혁명을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중소기업에서는 자동화, 스마트화는 인력난 해소로 생각하고 있다.그렇지만 인력난과 인건비 걱정을 하면서도 중소영세 기업들이 특정 작업에 사람을 쓰는 이유는 설비보다 사람의 활용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를 듣다보면 4차산업혁명의 우려스러운 일들이 기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기도 하다.과거 지나왔던 산업혁명의 시기마다 사람들이 기계로 대체되어 왔다. 기계로 대체된 직군에 포함되었던 인력들은 살아갈 방법 때문에 고민했을 것이다. 일부는 재교육을 통해 재취업할 수 있지만, 재교육도 되지 않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하는가? 과거 우리가 고민하던 일들이 다시 제현되지는 않는지 걱정이 된다. 그렇다고 4차산업혁명의 대세를 거스를 수도 없다. 4차산업혁명의 큰 트렌드는 개인화된 맞춤형 생산이 가능한 기술의 개발과 이에 수반하는 정책이나 사회의 패러다임의 변화라 할 수 있다. 근대화 시기의 패러다임은 비주류의 역량과 지식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제도권에 포함시켜 국가적 역량을 최대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거대 제국으로 성장했다고 본다. 역사를 보는 시각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근대화 시기에 비주류의 지식이나 새로운 시각들을 제도권으로 수용하지 못하고 국가의 권력을 오히려 학정과 탄압으로 주류의 권력을 오히려 강화하는데 사용했다.4차산업혁명을 위해 여러가지 법안이 발의되어 있지만, 현장에 적용되기는 아직 요원한 것 같다. 여러 개의 단말기에 동일한 전화번호를 사용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해야 한다.지역 산업차원의 전문화된 인력을 양성하자는 말은 공허한 메아리로 들린다. 수도권, 대기업으로 취업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학생들이 지역 산업과 기관의 연구원 및 인력으로 잘 안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런 작은 규제들을 풀어나갈 때 그리고 지원 환경이 만들어질 때 비제도권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숨어있는 잠룡(潛龍)들이 나타날 것 같다. 어쩌면 잠룡들 중 하나가 4차산업혁명의 파고를 넘어갈 수 있는 방주가 되어 줄수도 있을 것이다.

2018-10-10

안내문이 대자보가 될 때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감당할 수 없이 치솟는 물가 상승으로 인하여 부득이하게 가격을 인상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재료로 정성을 가득 담아 음식하는 ○○식당이 되겠습니다. 많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10월 1일부터!” (※ 참고로 이 가게는 서민 밥상 가게로 순부두, 된장찌개 등을 파는 가게이며, 음식 값은 인상 전에는 7천원이었는데, 인상 후에는 8천원이 될 예정임!)명절 연휴 끝 무렵 들른 어느 식당 메뉴판에 붙은 안내문이다. 식당 사장님의 고뇌가 너무 절절히 느껴져 마음이 아팠다. 평소 가게 음식을 보고 오히려 손님들이 가격을 인상하라고 부탁할 정도의 가게였지만, 사장님은 손님들이 맛있게 드시고 힘내서 더 열심히 일하면 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며 끝까지 가격을 올리지 않았던 가게였다. 그래서 1천원을 올려야만 하는 그 마음이 오죽했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더 아렸다.사장님은 계산대 앞에 직접 계셨다. 그리고 계산하는 손님들에게 “물가가 정말 무섭습니다. 저희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온 가족이 일을 하고 있고, 또 웬만한 식자재는 집에서 만든 재료들을 쓰는데도 불구하고 정말 어쩔 수 없어 인상하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가격인상 이유를 일일이 설명하였다. 손님들은 진심으로 괜찮다며 그동안 자신들을 생각해준 사장님의 마음을 알기에 오히려 더 미안하다고 했다. 물론 필자도 사장님에게 가격 인상 이유를 들었으며, 그리고 다른 손님들과 똑같이 염치불구하고 그동안 너무 저렴한 가격으로 먹어 죄송하다고, 또 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 사장님은 문 밖까지 배웅하면서 우리나라 경제가 빨리 나아졌으면 좋겠다는 하소연과 함께 거듭 미안하다는 말을 하였다.과연 청와대와 정부는 이런 서민 사회의 모습을 알기나 할까? 답은 뻔하다, 청와대고 정부고 모든 정신이 북쪽에 쏠려있어 자영업자는 물론 이 나라 서민들의 눈물을 보지 못함이 분명하다. 한쪽 귀는 북쪽, 또 한쪽 귀는 미국에 빼앗겨 버린 그들에게 국민의 신음소리가 들릴 리 만무하다. 그러니 그들은 곧 나아질 것이니 잔말 말고 기다리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정말 이들이 양치기, 그것도 아주 악질적인 양치기와 다를 바가 뭐가 있을까?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 나라 앞날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젠 국민들이 염증을 느낄 정도로 지긋지긋해진 적폐 청산, 사법 농단과 같은 과거 파헤치기식의 관심 분산용 수사는 제발 그만두고 오로지 국민 행복과 나라 발전을 위해 힘써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또 모순과 아이러니의 땅인 북쪽에는 그만큼 간절하게 손을 내밀면서 왜 우리 남쪽 사람들에게는 화해와 용서의 손을 못 내미는지 의아해 하고 있다. 그 의아함이 계속될수록 이 나라는 불신 공화국이 되고, 불신의 끝은 공도동망(共倒同亡)이라는 것을 정치하는 사람들이 모를 리 없을 텐데 권력의 덫은 이 나라 정치인들의 판단력을 완전히 흐려 놓았다.그 흐려진 판단력 때문에 오늘도 자영업자를 비롯한 많은 서민들은 살기 위한 또 다른 “안내문”을 만들고 있다. 그 안내문이 대자보(大字報)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비록 자영업자가 붙인 것은 아니지만 “문재인 대통령님 제발 반성하세요!”라는 대자보가 서울 모대학교에 붙은 것을 보면 자영업자의 삶이 걸린 대자보도 거리거리에 붙을 날도 멀지 않았다. 그 순간 청와대와 정부는 지난 정부의 끝판을 똑똑히 기억해야 할 것이다.필자도 이참에 안내문을 붙이고 싶다. “두발 완전 자유화, 교복 완전 자유화만이 중고등학교 학생을 위한 일이 아닙니다. 더 이상 이야기가 죽은 학교에 이상한 괴담을 만들지 말아주십시오. 그 괴담에 학교의 혼돈은 더 심화될 것입니다. 그 시간에 우리 학생들이 더 신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이야기꺼리를 더 만들어 주십시오”

2018-10-04

차와 도로가 스마트해져야 하는 열두 가지 이유

▲ 곽지영포스텍산학협력교수“미쳤다. 차한테 미안하지도 않아?” 추석을 며칠 앞둔 어느 날, 업무 차 포항, 서울, 고양, 성남, 무주, 그리고 포항을 한 바퀴 도느라 이틀 새 혼자 950km를 운전했다는 내 말을 들은 친구들의 반응이었다.대중교통을 이용하려니 거쳐야 할 목적지가 너무 많고 목적지 사이 연결 교통편이 마땅치 않은 데다 약속시간 간격도 빠듯해서, 그냥 직접 운전하기로 했다. 평소에도 운전하기를 좋아하니 차를 갖고 떠나는 전국 일주 여행이다 생각하고 한번 즐겨 보기로 한 것이다.역시 녹록치 않은 여정이었다. 그런데 정작 운전 그 자체가 그리 힘든 것은 아니었다. 상황별로 나타나는 부정적 감정 반응이 문제였다.바둑알같이 도로를 가득 메운 차량들 속에 가로 세로 줄 맞춰 갇혀 한참을 서 있으려니 혹여 약속시간을 못 맞출까 ‘①조급증’이 났다. 스마트 폰과 차량용 네비게이션(Navigation)에 나란히 길안내 경쟁을 시켜 두고 궁리해봤지만, 내가 선택한 길이 결국 더 막힐 때의 뒤늦은 ‘②후회’와 ‘③좌절감’이 힘들었다. 마음이라도 느긋하게 갖자며 애써 평정심을 찾고 있는 내 눈앞에 얌체 운전자의 끼어들기 신공은 ‘④분노’를 유발했다. 고속도로 정체 구간을 겨우 지나니 염치없는 ‘⑤졸음’이 자꾸 기웃거렸고, 두 개의 길안내 음성과 대화해 가며 ‘⑥지루함’을 이겨야 했다. 시간 맞춰 겨우 도착한 목적지 주변에선 또 주차할 곳을 찾느라 ‘⑦진땀’이 났다.공사나 사고 등으로 예상 못한 정체 구간이 갑자기 나타나면 ‘⑧놀람’과 ‘⑨답답함’이, 처음 가보는 낯선 길에선 ‘⑩걱정’이 번갈아 찾아왔다. 무주는 자주 가본 곳이었지만 계절이 바뀌어 비수기가 되니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자정이 다되어 접어든 리조트로 가는 산길은 가로등도, 함께 달리는 다른 차도 거의 없어 위험해 보여 ‘⑪불안’했고, 전조등을 상향으로 켜고 달리다 앞에서 차가 나타나면 ‘⑫허둥지둥’ 서둘러 제자리로 돌려야 했다.이틀간의 긴 여정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온 날 오후 수업의 주제가 공교롭게도 스마트 카(Smart Car)였다. 자동으로 차선을 유지해 주는 Lane Keeping Assistance, 무인 자동 주차, 고속도로 주행 지원, 각도와 밝기가 자동 조절되는 지능형 전조등, 노변 장애물 감지 및 전방 공사 구간 안내 등 여러 기업들이 실험하고 있는 지능화된 운전자 지원 기능의 사례들을 이틀간 내가 겪은 열두 가지 경험에 빗대어 소개하였다. 덕분에 내 한마디 한마디에 더 마음이 가득 실린 생생한 강의를 할 수 있게 되어, 이틀간의 내 고생길이 그나마 쓸모가 있었다는 생각에 위안이 되었다.어린 조카가 요즘 만화 영화 ‘꼬마 버스 타요’에 푹 빠져 있어서 추석 연휴 내내 같이 보게 되었다. 버스, 견인차, 구급차를 닮은 캐릭터들이 등장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울고 웃는 이야기에, 사실 조카보다 내가 더 매료되어 본 것같다. 문제가 생기면 차들이 서로 소통하며 해결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차들이 힘을 합쳐 위기에 빠진 사람들을 구한다. 혹시 어느 캐릭터가 미숙한 행동을 하거나 뭔가 잘못을 저지른 경우에는 즉시 사과하고 반성하면서 학습하고 성장한다. 스마트 카의 궁극의 모습인 자율 주행 차는 사회적 논란 속에서 소규모 실험만 진행되고 있는데, 사고가 날 때마다 난관에 부딪힌다. 때문에 자율 주행 차는 아직 세상에 널리 통용되기에는 요원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무엇보다 사회적 공감대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공감과 수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바람직한 스마트 카의 모델이 있다면 바로 타요와 그 친구들이 아닐까?스마트 카가 주인의 감정을 먼저 살피고 화난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운전자 감정 제어 지원’ 기능까지 탑재하게 된다면 만화 속 같은 따뜻하고 바람직한 세상도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2018-10-02

지역축제의 성공조건

▲ 김진홍한국은행 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포항시는 최근 포항지진의 영향으로 침체된 지역 분위기를 쇄신하고 발길이 끊어진 국내외 방문관광객들을 새로이 유치하기 위해 과감한 할인행사와 다양한 이벤트들을 마련하고 있다. 포항의 경우 지역 축제나 이벤트들에 대한 기획력과 아이디어는 매우 뛰어난 편이다.현재는 전국 어디에나 축제들이 있지만 포항에서는 1999년 전국 최초의 ‘지능로봇경진대회’, 2004년 포항불빛축제, 2007년 칠포 국제재즈페스티벌 등 당시의 기초지자체로는 매우 혁신적인 이벤트들이 시작되었다. 더구나 이들 행사들이 모두 지역 대학, 지역 기업, 지역 유지 등의 주도로 시도된 것이어서 그 의의 또한 작지 않았다.하지만 포항은 물론 전국 어느 지자체든 기발한 아이디어로 이벤트가 기획되어 ‘최초’ 또는 ‘가장 오래된’이라는 표제를 가진다고 해서 그 행사의 지속적인 성공을 담보하지는 못한다. 당장 불꽃축제와 재즈축제만 하더라도 부산과 경기도가 더욱 유명하다. 부산은 광안대교라는 랜드 마크와 국제영화제라는 대형이벤트를 바탕으로, 또 경기도 가평의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은 서울이라는 엄청난 배후도시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접근성은 차치하더라도 인근 숙박시설, 음식점, 카페, 공연장 등이 행사의 성공을 지지하고 있다. 결국 지역 축제의 성공여부는 가장 근본적인 볼거리, 먹거리 등 축제 자체의 기획보다는 비축제적 요소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그동안 전국의 지자체들이 모두 지역축제에 관심을 높여온 것은 지역을 알리고 이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 지역의 축제나 이벤트가 경제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처음 축제를 개최하며 얻은 경제효과가 매년 행사를 통해 지역경제의 성장에 기여한다는 보장은 없다.왜냐하면 경제적 성장은 물량의 증대가 동반되어야하기 때문이다. 가령 행사를 기획한 첫해에 100명의 방문객이 찾아와 그 지역에서 1인당 10원의 부가가치가 발생하였다고 가정한다면 축제가 없었던 지난해에 비해 1천원의 부가가치가 그 지역에 발생하여 지역경제 성장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게 된다.하지만 2년차에도 동일한 축제에 100명이 방문하여 1인당 10원의 부가가치가 동일하게 발생하면 지난해에 비해 물량적인 증가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경제성장의 효과는 ‘제로(0)’에 가깝다. 물가가 상승하여 명목적인 경제규모를 키울지는 몰라도 물량적인 변화가 없는 한 실질적인 성장효과는 나타나지 않게 되는 셈이다.따라서 지역에서 매년 축제나 이벤트를 기획하면서 지역경제에 플러스의 경제효과를 지속적으로 거두기 위해서는 지난해보다 절대적인 방문객의 수치를 늘리거나, 방문객이 지갑을 여는 횟수를 전년보다 많아지도록 유도해야만 한다.포항의 경우를 예로 든다면 대구나 부산, 울산과 같은 인근 도시에서 당일치기로 포항을 방문하던 관광방문객들이 도저히 하루만에는 보거나, 먹거나, 즐길 수 없어 하루나 이틀을 포항에서 숙박할 수밖에 없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해야할 것이며, 매년 방문하는 방문객들이 ‘포항 물회’만 먹을 수는 없을 것이므로 새로운 먹거리도 갖추어야만 한다.그러나 보다 기본적이고도 선제적으로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가 있다. 포항에 다녀와서 매우 좋았던 추억을 기반으로 재방문하게 되는 ‘친포항파’방문객들을 만들기 위한 서비스, 친절, 봉사의 분위기가 넘쳐나는 포항의 분위기 조성이다. 최소한 행사기간 동안만이라도 방문객들이 처음으로 접하는 포항의 얼굴인 택시와 시내버스가 과속이나 난폭운전을 하지 않고, 음식숙박업소에서는 손님들이 목소리를 높이기 전에 먼저 필요한 것이 없는지를 물어보는 서비스 이전의 기본적인 것부터 이루어졌으면 한다. 지역축제의 준비는 이것부터다.

2018-10-01

보름달도 외면한 나라, 교육

▲ 이주형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인디언 모호크족은 9월을 “아주 기분 좋은 달”이라고 했다. 그 이유를 인터넷에 물었지만 결과를 찾지 못했다. 말은 마음에서 온다고 할 때 필자는 모호크족이 너무도 부러웠다. 말이란 것이 생명을 얻기 위해서는 그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오랜 지지를 얻어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모호크족의 9월 모습이 어떤지 필자는 너무 궁금하다.그럼 우리나라 사람들은 9월을 어떻게 부를까? 검색창에서는 ‘열매달’을 이야기해주었다. 혹시나 더 있을까 해서 찾아보았지만 시간 낭비였다. 우리나라 사람을 두고 예부터 ‘풍유와 멋’을 즐기는 민족이라고 했는데, 그것은 옛 말이다.지금도 ‘풍유와 멋’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을까? 풍유와 멋이 죽은 사회를 살다보니 지금 사회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한 사회로 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현 정부는 ‘저녁이 있는 삶’을 말하고 있다. 그런데 그것은 국민을 자신들의 추종세력으로 만들기 위한 달콤한 유혹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국민들 중에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숯불 위에 고기만 올리면 그것이 최고의 여가 문화라고 보고 배운 우리에게 과연 ‘저녁이 있는 삶’이란 무엇일까?최근 들어 전통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이 그 의미를 상실해 가고 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명절이다. 추석 또한 마찬가지다. 추석에 대한 느낌은 한 해 한 해 다르다. 명절의 가장 큰 의미는 가족이다.그런데 인구절벽 시대에 가족 간의 정(情)도 절벽 앞에 서 있거나, 일부는 이미 절벽 아래로 추락했다. 그러니 추석도 예전같을 리가 없다. 이러다가 우리의 추석을 비롯한 명절들도 영원히 사라지지나 않을지?예전을 생각해보면 추석이 있는 우리의 9월도 분명 “아주 기분 좋은 달”이었다. 아무리 힘이 들어도 생각만 해도 힘이 되는 고향이 있었고, 그 고향에서 에너지를 보충받을 수 있었기에 사람들은 추석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래서 명절 날 고향에 가는 일은 당연한 일이었다.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고향에 대한 그리움도 추억도 없는 사람들에게 추석은 어쩌면 거추장스러운 날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람들은 고향 대신 외국 여행을 위해 공항으로 몰리고 있다.명절 연휴 기간 중 외국으로 가는 우리나라 여행객 숫자는 매년 그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언론들은 명절 귀성길의 도로 정체 대신 북새통을 이루는 공항의 모습을 당연하다는 듯이 내보내고 있다.출국을 위한 긴 줄에는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가족 단위의 여행객도 많다. 명절의 바뀐 풍속도에 대해 뭐라고 이야기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변화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변화 속에서도 그 정신만은 변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당연(當然)이 흔들리는 순간 사회는 혼돈(混沌)에 빠질 수밖에 없음을 우리는 꼭 알아야 한다. 하지만 사회 여러 분야에서 당연이 몹시 흔들리고 있다.대표적인 것이 북쪽과의 관계이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그것에 대해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당연이 몹시 흔들리는 곳 중 또 다른 곳이 교육계이다. 정치 낙하산 교육부 장관은 교육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신 고교 무상 교육과 같은 정치 이데올로기를 말하기 바쁘다. 의미 없는 일인지는 알지만 정치 이념에 사로잡혀 있는 교육 관계자들에게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전한다.“교육부는 정말 모르는 것 같아요. 자유학기제 등 뭔가를 한다고 야단이지만 학부모들은 제발 학교에서 아무것도 안 해주기를 바라고 있어요. 빨리 끝내주면 애들이 집에서 좀 더 쉬었다가 학원에 가면 되는데, 왜 굳이 이상한 제도를 만들어 아이들을 학교에 잡아 두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최대한 빨리 끝내주면 정말 고마울 텐데 말이에요.”한가위 큰 보름달도 외면하고 있는 이 나라 미래가 너무도 어둡다.

2018-09-27

몽골에서 온 편지 2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한국의 교육 시스템 중에서 궁금하신 게 있으십니까?” 교육지원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지원청 담당자가 몽골 교사 연수단에게 물었다. 어떤 질문이 나올 지 궁금해하던 찰나에 묻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몽골 에르덴산트 학교장이 질문을 하였다. “한국에서는 교사 평가를 어떻게 합니까?” 짧고 굵은 질문이었다. 지원청 담당자가 몹시 당황하는 모습을 보면서 필자는 정말 우리나라 교육시스템에서 교사 평가는 어떻게 이루고 있는지 생각해보았다. 그런데 뭔가 구체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교원능력개발평가’가 있지만, 과연?그래서였을까? 답 대신 되묻는 질문이 나왔다. “몽골에서는 교사 평가를 어떻게 합니까?” 우리가 답을 못한 질문에 대해 몽골 교사 연수단은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바로 답을 했다. “몽골에서는 교사 자격시험이 두 번 있습니다. 일단 첫 시험으로 교사들을 선발합니다. 그래서 그 분들이 일선 학교에서 근무를 하십니다. 그리고 5년 후에 종합 시험을 다시 봅니다. 그 시험을 통과해야지만 비로소 영구적인 교사가 될 수 있습니다.” 배석한 교육지원청 관계자들은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부러움 가득한 반응이 흘러 나왔다. “우리는 한 번 교사가 되면 자기가 나가지 않는한 영원히 교사를 할 수 있습니다.”필자는 ‘장롱 면허증’이라는 말이 갑자기 떠올랐다. 한 번 따놓으면 쓰든 쓰지 않든, 심지어 그 자격증이 있는지조차도 모르는 그런 자격증 중 하나가 교원 자격증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했다. 그리고 만약 우리나라에 몽골의 교사 임용 및 평가 제도를 도입한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다가 금방 포기했다. 왜냐하면 서울시 교육청이 시도하려고 했다가 엄청난 후폭풍에 시달린 ‘수습교사제도’에 대한 교육계의 집단 반발을 필자는 똑똑히 기억하기 때문이다.그런데 필자는 예전부터 지금의 교사 임용 및 평가 방법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학생들에게는 봉사를 이야기하면서 자신은 한 번도 봉사를 해 본 적이 없는 교사들이 수두룩한 것이 지금의 교육 현장이다. 또 학생들에는 나눔, 배려 등 인성요소들을 강조하면서 자신들은 철저하게 개인주의와 집단 이기주의에 빠져있는 것 또한 지금의 교사집단이다.아무튼 몽골의 교사 평가에 대해 다들 놀라고 있을 때 몽골 연수단에서 새로운 질문을 했다. “한국은 학생 평가를 어떻게 합니까?” 교사 평가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한 것에 대한 만회(挽回)의 기회라도 잡은 듯이 교육지원청 담당자는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빠르게 답을 하였다.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한국에서는 서술형 평가를 봅니다.” 서술형 평가라는 말에 몽골 교사 연수단은 몹시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예전에는 5지선다로만 학생들을 평가했다면 지금은 다양한 평가 방법이 있습니다. 수행평가라는 과정 평가도 있고, 또 논술형 서술 평가를 통해 학생들의 종합적인 발전 정도를 평가합니다.”“채점 기준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그게 정말 가능합니까?” “세부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그것에 따라 채점을 하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합니다.” “교사들의 능력이 됩니까?” “……!”잠시 동안의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짧은 침묵 동안 필자는 생각했다. 과연 교사들의 능력이 될까? 시를 한 번도 써 본적이 없는 국어 교사가 수행평가 과제로 시 쓰기를 낸다면 과연 그 평가는 제대로 이루어질까? 교사 능력에 대한 교육청 담당자의 답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그렇게 교육지원청 방문을 필두로 몽골 교사 연수단은 2박 3일의 짧은 연수를 마치고 몽골로 갔다. 그리고 이 번 주 편지가 왔다. 감사했다고, 많은 것을 배웠다고. 그들이 떠난 지금 필자의 머리에는 세 가지 선명한 질문이 새겨져 있다.교사 평가는? 학생 평가는? 교사의 능력은?

2018-09-20

우리 아이 첫 그림일기

▲ 김현욱 시인올해 1학년이 된 아이들은 여름방학을 앞둔 7월 초순부터 그림일기 쓰는 법을 배우게 된다. 2015 개정 교육과정 기준으로 1학년 1학기 국어 나 교과서 9단원이 바로 ‘그림일기를 써요’이다. 10차시에 걸쳐 하루동안 일어난 일을 발표해보고 또래 친구들이 쓴 그림일기를 읽어보고 그림일기 쓰는 방법을 배운다. 주로 아이들이 겪은 일을 그림일기로 쓰게 하는데 차례는 이렇다. 하루동안 겪은 일 떠올리기, 기억에 남는 일 고르기, 날짜와 요일, 날씨 쓰기, 그림을 그리고 내용 쓰기, 마지막으로 쓴 것을 다시 읽고 다듬기이다. 그림일기를 쓰면 좋은 점이 많다고 가르친다. 중요한 일을 잘 기억할 수 있고,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림일기를 통해 생각이나 느낌을 오래 간직할 수도 있고, 일어난 일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도 있다고 말이다. ‘생각이나 느낌을 오래 간직’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1학년 아이들이 제대로 알리 없겠지만, 그림일기는 우리 아이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친구 중의 하나이다. 책(그림책)이 첫 번째 친구라면 그림일기는 두 번째 친구이다. 책과 그림일기라는 두 친구와 친하게 지내는 아이라면 크게 걱정할 것이 없다.‘그림일기’의 저자 한젬마,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은 “아이를 창의적인 인재로 키우는 데 그림 그리기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다”고 말한다.고 이오덕 선생님은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에서 “글쓰기 교육보다 더 나은 인간 교육이 또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하셨다. 그림 그리기와 글쓰기는 모두 ‘관찰’로부터 시작한다. 모든 창의성은 관찰로부터 출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림그리기와 글쓰기가 융합된 그림일기는 우리 아이의 인성을 가꾸고 창의성을 키우는데 가장 중요한 공부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그림일기를 어떻게 시작하고 이어나가느냐에 부모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학교마다 선생님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A4 그림일기 공책에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그림일기를 쓰게 한다. 한쪽에는 날짜와 날씨, 그림을 그리고 다른 쪽은 글을 쓰는 면이다. 연필, 색연필 등이 주로 사용된다. 8절 스케치북을 그림일기 공책으로 활용하는 선생님도 보았다. 아이들이 자기 생각과 느낌을 더 자유롭고 개성있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필기도구의 종류를 넓히는 것도 그림일기에 흥미를 느끼는 데 도움이 된다. 무얼 쓸지 몰라 어려워하는 아이가 있다면 대화를 통해 쓸 거리를 몇 개의 낱말로 정리해준다. 뮤지컬이나 영화, 전시회, 맛집에 다녀왔다면 티켓이나 팸플릿, 영수증 등을 알맞게 오려 붙여도 좋다. 동시를 한 편 옮겨 적어도 좋고, 독서감상문을 써도 된다.피곤하거나 아픈 날은 한 줄만 써도 된다. 꼭 저녁이나 밤이 아니라 오전, 오후에 써도 된다. 그림을 먼저 그리든, 글을 먼저 쓰든, 짧게 쓰든 길게 쓰든, 그림을 정성껏 그리든 대충 그리든, 가능한한 아이의 의사를 존중해줘야 한다. 단, 부모와 선생님은 그림일기 쓰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 네가 쓰고 그린 그림일기 공책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것을 시시때때로 알려주고 보여줘야 한다. 선생님처럼 부모도 그림일기 공책에 가끔 댓글을 써주면 좋다.세상에서 가장 힘센 말을 꼽으라면 ‘꾸준히’를 들겠다. 날마다, 조금씩, 꾸준히, 그림일기를 채워나가는 꾸준함은 우리 아이의 기초 공부 체력이 된다. 그래서 우리 아이 첫 그림일기는 중요하다. 재미와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부모와 선생님이 도와주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한 권, 두 권, 세 권, 자신의 그림일기 공책을 채워나갈 때마다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꾸준히 책 읽어주기를 실천해보면 말처럼 쉽지 않다. 우리 아이가 꾸준히 그림일기를 쓸 수 있도록 관심을 갖는 일은 더욱 어렵다. 하긴 자식 농사에 쉬운 일이 어디 있을까.

2018-09-19

대구·경북 예술아카이브는 미래의 경쟁력

▲ 김태곤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21세기는 문화의 다양성과 보편성이 존중되는 시대이며, 개개인의 상상력이 콘텐츠가 되는 시대이다. 사소하지만 소중한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 문화콘텐츠의 중심에 자리를 잡기 시작한 건 근대화 이후 문화가 서민의 삶에 가까이 다가오면서이다. 스토리텔링이란 스토리(story)가 다양한 매체(telling)와 개인의 상상력과 결합되어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며 표현되는 문화콘텐츠를 말한다. 그중에서도 예술가의 상상 속에서 가능했던 일들이 현실 속에 구현되고, 지금까지 생각하지도 못했던 창의력과 세련된 감각들이 아름답게 표출되어질 때 우리는 이를 통해 감동을 느끼게 된다. 그 결과가 예술품이 될 수도 있고, 아름다운 예술가의 삶이 될 수도 있다. 인류의 보편적이고 진솔한 이야기들이 하나의 과정을 거치면서, 인종과 지역을 구분할 수 있는 독창성을 얻게 된다.대구·경북은 국내 어느 지역보다 풍요로운 역사와 수준높은 인적자원을 갖고 있다. 4세기부터 7세기까지 삼국시대의 중심이 되었던 경주와 조선시대 유학의 성지였던 안동, 근대화의 새로운 변화 속에서 신문화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였던 대구 등은 한반도의 중심에서 다채로운 역사를 소재로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문화콘텐츠의 보고이다. “과거가 햇볕을 쬐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젖으면 신화가 된다.”는 말처럼 우리 지역은 역사콘텐츠를 통해 문화 이상의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다고 본다. 잃어버리거나 미처 발굴하지 못했던 역사의 흔적을 되찾아 진정한 문화콘텐츠로 계발하고 창조경제 시대를 맞아,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의 핵심동력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아직까지 지역에는 수많은 예술가들의 자료들이 산재해 있으며, 그를 체계적으로 조사하거나 연구하는 기관이나 연구소가 전무한 상태이다. 일제 강점기를 중심으로 근대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전통서화와 서양미술이 혼재되던 시기 대구·경북이 갖는 역사적 가치는 한국 근·현대미술사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으며 소홀히 다룰 수 없는 문화콘텐츠의 단초가 된다. 주요 자료의 발굴과 수집, 복원을 통해 보존 연구하면 역사가 되지만 자료의 망실은 결국 신화가 되어 옛 이야기로 전락해 버리고 만다. 그런 의미에서 예술 아카이브사업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아카이브(archive)란 좁은 의미로는 특정한 정보와 자료를 수집하여 보관하는 곳, 즉 ‘기록보관소’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단순한 수집 기능을 넘어서서 체계적인 연구를 겸한 발굴과 복원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수동적으로 원로 예술인들과 유족들에 의한 기증운동에 의존하기보다는 역사적으로 가치있는 자료들을 찾아내고 수집하는 활동이 겸해진다면, 궁극적으로 지역의 문화콘텐츠는 더욱 견고해질 것이다.이를 토대로 스토리텔링을 만들기 위한 활용방안이 구체화되어야 한다. 제일 먼저 수집된 자료들은 대구예술사를 연구하는 기초자료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개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다음은 이들 자료를 교육 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엄선된 연구를 통해 교과서 집필자에게 제공하고 교과서에 수록토록 한다. 마지막으로 타 지역에 대구 등을 알릴 수 있는 홍보자료 활용과 방송콘텐츠 제공 등을 통해 대구·경북예술이 갖는 진정한 역사성을 고착시키려는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과거의 역사를 통해 오늘날 창조경제의 기틀을 마련하고, 과거의 기록을 통해 미래 관광산업의 토양을 만들어가는 근대 예술 아카이브 사업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을 맞고 있다. 역사라는 기록으로 만들어진 문화콘텐츠는 진정한 대구·경북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2018-09-18

일상민주주의의, 확산되어야 한다

▲ 박창원 수필가우리나라는 민주국가다. 1990년대 민주정부가 들어서면서 적어도 정치적 민주주의는 완성됐다고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미투 운동이나 갑질 논란은 우리 사회에서 아직 일상 속의 민주주의는 뒤처져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민주주의의 핵심 이념은 평등이다. 미투 운동이나 갑질 논란 속 ‘을’의 반란은 평등에 대한 욕구에서 비롯된다. 남성과 여성, 강자와 약자 관계에서 불평등을 해소해 달라는 요구이다.얼마 전 여성가족부에서 발표한 제3차 건강가정기본계획(2016~2020)은 남성과 여성의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다시 말해 일상민주주의를 실현하려는 정부 차원의 계획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계획의 요지는 이렇다. 우선 빨래, 청소, 음식 준비 등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하는 ‘가계생산 위성계정’을 개발하기로 했다.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파악해 양성평등한 가족관계 형성을 돕겠다는 취지다.가족 내 성차별적인 호칭 문제도 개선한단다. 2016년 국립국어원 조사에 따르면 남편의 동생을 ‘도련님’이나 ‘아가씨’로 높여 부르는 데 반해, 아내의 동생은 ‘처남’, ‘처제’로 부르는 것에 대해 응답자의 65%가 개선돼야 한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부계에 ‘친할 친(親)’자를 붙여 친가라고 부르고, 모계를 ‘바깥 외(外)’자를 써서 외가라고 부르는 것이나, ‘시어머니, 시아버지’와 ‘장인, 장모’도 개선돼야 할 호칭으로 꼽힌다.아울러 자녀의 성과 본을 결정하는 시점을 혼인신고 때에서 자녀출생 때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한부모 가정이나 미혼모 가정에서 친부가 자녀의 존재를 알게 되더라도 아동의 성을 기존대로 유지하되, 아동의 의사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개선할 방침이라고 한다. 한부모 가정이나 미혼모부 가정의 아동들이 차별을 받지 않도록 출생신고서에 ‘혼인 중·혼인 외 출생자’를 구분해 표기하는 방식도 개선한다. 주민등록표에 ‘계부·계모·배우자의 자녀’ 등의 표시도 삭제하는 등 다양한 가족 형태와 관련한 불합리한 법과 제도적인 차별 사항을 없앤다는 취지다.이번에 발표된 건강가정기본계획을 보면 ‘세상이 많이 바뀌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이 계획은 여성가족부에서 시대의 요구를 반영한, 진일보한 계획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다른 한편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에는 이것 말고도 남성과 여성 간 불평등 요소들이 많은데, 이것들은 왜 개선사항에 넣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대표적인 것이 장례문화이다. 장례식장에 가서 문상할 때를 떠올려 보자. 빈소에 들어가 먼저 고인을 향해 절을 하고, 일어나서는 오른쪽에 있는 상주와 맞절을 한다. 상주석에는 보통 고인의 아들과 사위가 자리해 있다. 그들에게 몇 마디 위로의 말을 전하고 일어서면 뒤쪽에 상복을 입은 여성들이 서 있다. 고인의 며느리이거나 딸이다. ‘이분들과도 절을 해야 하나’하는 생각이 잠시 들지만 또 엎드려 절을 하기가 뭣해 선 채로 목례만 하고 물러서는데, 왠지 어색하다. 같은 자식인데, 여성들은 상주 예우를 못 받고 있는 셈이다. 남녀를 구분하지 말고 같이 세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관습이기에 누구도 고치려 들지 않는다.제례문화도 그렇다. 보통 제사는 남자들끼리만 지낸다. 여자들은 주방에서 제사 준비만 한다. 며칠 전부터 제수를 준비하느라 바빴고, 당일은 집에서 하루 종일 전 부치고 나물 무치고 한다고 애썼건만 정작 조상님을 만나고 음복을 하는 건 남자들이다. 여자들은 제사를 지내면 안 되는 걸까? 이처럼 민주사회에서 여자들은 후손 대접도 못 받는다.건강가정기본계획이 가족 내 구성원 간 평등이 실현되는 일상민주주의를 지향한다면 이런 문제를 도외시해서는 안 된다. 뿌리깊은 유교에 바탕을 둔 상례나 제례문화를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걸 놔두고 일상민주주의 운운한다면 어불성설이다. 이번 계획에 빠졌다면 다음 계획에 반드시 넣어 일상민주주의를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2018-09-17

몽골에서 온 편지 1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대통령한테서 연락 왔더나? 아니면 청와대에서는?” “뉴스도 안 보나. 청와대 사람들이 북쪽과 미국에 신경 쓰기 바쁜데 대안학교에 신경 쓸 시간이 있는 줄 아나.” 지난 주 필자의 글(문재인 대통령께 면담 요청)이 나가고 필자를 보는 사람들마다 한 마디씩 던졌다. 처음에는 기대감을 갖고 묻다가 필자의 표정을 보고는 금방 장난으로 변했다. 누구는 웃으며 말했다. “대통령의 말대로 내가 이 나라 주인인 국민인데, 다리 한 번 놔 줄까”라고!“예. 다리 놔 줄 수 있으면 좀 놔 주세요.” 필자의 의외의 반응에 말을 한 사람은 머쓱해했다.“교육부나 교육청에서는 대안교육 법은 대통령령으로 정한 것이기 때문에 자신들은 어쩌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대안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대통령밖에 없습니다.”필자의 간절함에 장난으로 말을 던진 사람의 표정이 바뀌었다. 그리고 진심어린 표정으로 다시 말했다. “국민을 생각하는 대통령이라고 하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봐라. 이번 북쪽 일만 끝나면 진짜로 연락 올 줄 아나. 나도 방법을 찾아볼 테니 힘내라.”이 말을 듣는 내내 뉴스에서는 대북 특사단 이야기가 주저리주저리 흘러나왔다. 언제부터인가 이 나라 뉴스는 북쪽 소식을 전하는 대북 방송 매체가 되어버렸다. 그 편향된 방송에 필자는 오래전부터 신물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스스로 뉴스를 트는 어리석은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필자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뉴스 시청률이 말해주고 있다. 1%대 시청률이 말해 주듯이 이 나라 방송에서 이미 뉴스는 죽었다. 그 1%도 일기예보를 보기 위한 것이라고 하니 가장 객관적이고, 가장 신뢰를 받아야 할 뉴스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적폐청산, 과거 대통령 이야기 등 죽은 뉴스들은 소음에 불과하다.그런데 이 나라에서 죽은 것은 뉴스 뿐이 아니다. 경제도 죽었고, 정의는 더 오래전에 죽었고, 현대 공교육은 출생과 동시에 죽었다. 그 증거를 대라고 하면 필자는 댈 수가 없다. 왜냐하면 이 나라의 통계도 죽었으니까. 정치하는 사람들은 말한다. 곧 살아날 거라고. 그런데 여기에는 조건이 있다. 그것은 세금을 어마어마하게 퍼부었을 경우다. 이런 양치기 정치인들의 말을 시청률 1% 뉴스는 북쪽 소식으로 교묘하게 포장해서 내보낸다.필자는 지난 주 죽은 사회에서 오랜만에 살아 있음을 느꼈다. 필자에게 살아 있음을 선물한 주체는 저 멀리 몽골에서 온 교사들이었다. 이들 교사들은 산자연중학교의 초청으로 9월 6월부터 8일까지 2박 3일간 한국에 왔다. 공항에서 만난 몽골 교사들의 표정은 너무도 밝았다. 기대로 가득 찬 표정, 그 표정은 살아 있음 자체였다.이번에 방문한 몽골 에르덴산트 학교는 산자연중학교와 2016년부터 몽골에서 지구환경 살리기 프로젝트를 같이 하고 있는 학교이다. 처음 이들을 만났을 때를 필자는 생생히 기억한다. 그들은 왜 어린 한국 학생들이 머나먼 몽골까지 와서 몽골 사막화 방지를 위한 숲을 조성하는지 자신들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진지하게 물었다. 그 때 필자는 산자연중학교가 하고 있는 녹색 환경 교육에 대해 말해주었다. 필자의 말을 들은 몽골 선생님은 한국에 가서 한국 교육 시스템을 직접 보고 싶다고 하였고, 필자도 반드시 기회를 만들어 보겠다고 하였다. 한국 학생들의 나무 심는 모습에 매료된 그들은 한국 학생들보다 더 열심히 나무을 심었으며, 그들이 이번에 한국에 왔다.필자는 이들을 위해 초등학교 1곳, 중학교 2곳, 고등학교 1곳, 교육지원청 1곳에 이미 협조 공문을 보내놓았었다. 차에 타자마자 몽골 교사들은 외쳤다. “이 선생님, 빨리 갑시다”

2018-09-13

포항경제 생태계 조성

▲ 김진홍한국은행 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정치, 경제, 문화 등 어느 분야를 불문하고 자율적인 분열과 경쟁을 통해 성장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그 분야의 생태계가 조성되어 있어야만 가능하다. 일례로 동해안의 바다에서 최고의 어장이라 불리는 해역의 특징은 바닷가나 연안지역의 바닥에라도 우리가 어초라 부르는 제멋대로 생긴 바위들이 밀집해 있다는 점이다. 이는 바닷물이 어초와 부딪쳐 포말을 일으키면서 플랑크톤을 다수 생성시키기 때문이다. 풍부한 플랑크톤 덕에 그것을 먹고 자라는 치어, 잡어들이 많아지고 또 이들을 먹고 자라는 어종들과 그 어종들을 먹고 포식하는 중형, 대형의 물고기들이 모여들면서 어민들이 좋아하는 최고의 어장으로 불리는 바다 생태계가 조성되는 것이다.경제분야도 마찬가지다. 경제 생태계를 크게 구분하자면 생산공급과 소비유통의 두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경제 생태계에서 최하위 플랑크톤으로는 ‘소상공인’ 즉, 생산공급면에서는 ‘소공인’, 소비유통 부문에서는 ‘소상인’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이 활성화될수록 해당 부문에서는 경쟁과 분열, 통폐합 등을 거치면서 확대재생산되는 성장과 발전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포항경제가 어려워진 표면적 이유는 그동안 포항경제의 성장동력이었던 철강산업이 자동차, 조선 등과 같은 전방산업의 부진과 더불어 인위적인 외부충격인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에 따른 공급절벽 때문임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철강 생태계가 지역 내에 형성되지 못한 것도 한 원인이다. 비록 자동차, 조선과 같은 대규모의 철강소재를 소비하는 최종재의 생산공정이 지역에 존재하지 않더라도 최소한의 철강 소재를 사용하는 주방용기, 자전거, 건축용 실내마감재, 문구용품, 손톱깎이 등 다양한 생활용품 분야의 최종재 생산공정에 필요한 플랑크톤은 필요한데 그조차도 포항에는 없다는 점이다.포항경제가 외부충격에 흔들리지 않고 자체적으로 완충작용이 가능한 철강 산업생태계를 가지기 위해서는 먼저 지역의 철강소재를 기반으로 다양한 완성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생산 공급측면에서의 플랑크톤이 풍부해져야 한다.지역 내 철공소, 공업사와 같은 이름으로 존재하는 플랑크톤인 이른바 ‘소공인’들이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호, 육성시켜야만 한다. 사실상 지금과 같은 포항경제의 철강 생태계는 매우 기형적이다.상위의 포스코, 중위의 철강공단까지는 존재하지만 하위에서 다양한 제품프로세스를 다루면서 야금야금 철강소재를 갉아 먹으면서 과거 세운상가와 같이 설계도만 있으면 미사일, 탱크 등 무엇이든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기술력과 잠재력을 지닌 ‘소공인’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철공소와 같은 ‘소공인’들이 살아남기 힘든 것은 아주 하위단계에서 필요한 철소재의 제조공정에 필요한 단계별 중소기업들을 포항이 빠짐없이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손톱깎이나 냄비와 같은 아주 단순한 제품을 제작하더라도 설계, 주물, 금형, 사출, 압축, 열처리, 도장, 포장 등 다양한 공정이 요구되지만 아쉽게도 포항 지역 내에서 설계부터 최종단계까지의 공정을 이을 수 있는 기업들이 중간중간 끊어져 있는 것이다.결국, 포항경제가 철강을 기반으로 앞으로도 지속 성장해나가기 위해서는 포항에서 철강소재를 사용해 어떠한 물품이건 최종제품을 생산해낼 수 있는 공정프로세스를 연결시키는 철공소, 공업사 등 ‘소공인’들을 제도적 지원이라는 인공어초를 투입하여 다른 지역에서 유치하거나, 자체적으로 보호 육성할 수밖에 없다.이와 동시에 이들 ‘소공인’들의 제품공급을 책임지고 유통 소비시켜야할 대칭의 플랑크톤인 ‘소상인’도 마찬가지다. 이것이 바로 포항이 ‘소상공인’을 중시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다.

2018-09-12

양성평등 내실화를 위해

▲ 박은미경북여성정책개발원 정책개발실장성별영향평가 제도는 2004년부터 시행되었으며, 성인지(性認知) 교육, 성인지 예산제도, 성인지 통계와 함께 성주류화 전략의 대표적인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1995년 유엔 제4차 ‘북경세계여성대회’를 통해 성별영향평가 제도를 각국에서 도입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2011년‘성별영향분석평가법’이 독립적으로 제정되고, 2012년부터 평가 대상이 사업뿐만 아니라 법령 및 계획으로까지 확대되면서 성별영향평가 과제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였다. 즉 성별영향평가(Gender Impact Analysis and Assessment)란 법령·계획·사업 등 정부의 주요 정책을 수립·시행하는 과정에서 여성과 남성의 특성과 사회·경제적 격차 등의 요인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평가 함으로써 정부 정책이 성평등의 실현에 기여하도록 하는 제도임을 의미한다. 먼저, 사업에 대한 성별영향평가 항목은 크게 정책 환경의 성별특성과 성평등을 위한 조치사항 두 가지로 분류된다. 정책 환경의 성별특성에는 성별에 따른 사회문화적, 경제적, 신체적 차이가 있는지 살펴본다. 또한, 사업 수혜자 성비가 사업 대상자와 비교해 형평한 지와 성별 요구도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예산 배분에 있어서 성별 특성을 반영하였는지를 분석한다. 이를 바탕으로 법령 개선 방안, 예산 개선 방안, 사업내용 및 수행방식 개선방안을 도출한다.한편, 법령에 대한 성별영향평가는 성별 구분 및 성별 고정관념, 성별특성반영, 성별균형참여 세 가지로 분류된다. 성별 구분 및 성별 고정관념조항에 있어 성별 구분은 남녀를 명시적으로 구분하여 합리적인 이유없이 한쪽 성에게 불리한 영향이 발생될 것이 예측되는지 또는 직접적 언급이 아니더라도 한쪽 성에게 불리한 영향이 발생될 것으로 예측되는지를 점검한다. 성별 고정관념은 법령에 사용된 용어가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을 포함하고 있는지 그리고 해당 법령에 성역할 고정관념이 있는지를 점검하고, 성별 특성 반영 조항에는 자격·요건 조항이 성별로 다른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분석한다.성별균형참여는 양성평등기본법 제 21조에 의거, 정책과정에 남녀가 균형있게 참여하는지를 분석한다. 즉 위원자격 요건이 성별로 균형을 이룰 수는 있는지, 위원회에 여성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규정이 있는지를 점검하여 필요한 경우 개선안을 제시한다. 이와 같은 분석 기준에 근거하여 경북지역 또한 사업과 법령을 포함한 과제 수는 2012년 이후 급격한 양적 증대를 보였지만, 정책개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실효성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때문에 첫째, 성별영향평가 내실화를 위한 정책개선 성과 도출이 필요하다. 성별영향평가 정책개선안을 도출하기 위한 컨설팅 강화 등 체계적인 관리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성별영향평가와 성인지 예산제도의 연계는 필수적이므로 성인지 예산에 대한 컨설팅 활성화가 필요하며, 성인지 예산 및 결산서 작성을 위한 매뉴얼 작성 등의 예산을 지원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셋째, 성별영향평가 결과 도출된 정책개선안이 실제로 추진되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지속적인 이행점검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즉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양성평등한 정책개선이 실행되어야 할 것이다.특히 성별영향평가 모니터링을 통해 정책개선 사항에 대한 환류 강화방안도 함께 검토 되어야 할 것이다. 현장감있는 모니터링 지표를 마련하여 정책개선 사항에 대한 시민참여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남성과 함께 하는 양성평등 문화 확산이 추진되어야 한다. 제2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의 비전은 ‘여성과 남성이 함께 만드는 평등하고 지속가능한 민주사회’로 성숙한 남녀평등 의식 함양, 여성의 고용과 사회참여 평등, 일과 생활의 균형, 여성 안전과 건강 증진 등을 4대 목표로 삼았다. 이처럼 양성평등 실현은 남성들의 인식과 행동의 변화와 함께 적극적 참여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18-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