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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의 새로운 국내화 전략

등록일 2018-10-15 20:51 게재일 2018-10-1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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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홍한국은행 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
▲ 김진홍한국은행 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

최근 남북관계가 그 어느 때 보다도 우호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미·중간 무역전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와 같은 경제문제에 어느 일방이 압도적으로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원인 중 하나는 서플라이체인이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180억 달러에 이르는 자동차부품을 수입하고 있다. 미국 완성차제조업체의 중국산 자동차부품 수입의존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미국 자동차회사의 중국산 부품사용 비중은 브레이크시스템 부품의 경우 31%, 주요 부품의 금속프레스금형은 50%가 넘는다고 한다. 결국 무역전쟁의 최후수단으로 중국 측이 미국으로 공급되는 자동차부품의 수출을 차일피일 통관과정에서 미루게 될 경우 효율적인 부품재고관리를 위해 저스트인타임(JIT)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 미국의 완성차제조업체에 미치는 생산차질에 따른 피해규모는 어마어마하게 증폭될 수도 있다. 중국이 지닌 최고의 무기는 결국 서플라이체인인 셈이다.

이와 같이 고도의 서플라이체인을 갖추고 있는 기업이나 지역의 경우에는 위기상황이 발생할 경우 수많은 이해 관계자들이 힘을 보태기 마련이다. 일례로 과거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의 여파로 많은 자동차회사들의 공장에 피해가 발생하였을 당시 닛산, 도요타 등 많은 완성차업체들은 자사의 공장복구에 우선하여 조그마한 자동차용 베어링을 제조하는 중소기업의 피해복구지원에 적극 나섰다. 물론 그 중소기업이 유일무이하다 할 정도의 기술력을 갖춘 공급자 우선이 적용될 정도의 경쟁력이 있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하지만 그와 같은 최고의 기술력을 갖추지 않더라도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 한국GM의 군산공장 사태가 발생하였을 때도 호남지역은 물론 영남지역에도 수많은 2차 3차 협력사들이 포진하여 있어 영호남을 불문하고 전국적인 관심을 모으고 이의 해결을 위해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포항의 경우에는 의외로 사정이 다른 모습이다. 지난해 포항지진이 발생하였을 때 물론 철강공단지역의 지진피해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였지만, 굳이 포항이 아니더라도 단순한 철강자재의 수급은 광양이나 당진에서도 조달이 가능하다는 점도 있어 국내 전체적인 영향은 그리 크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포항이 소재의 공급기지라는 점을 제외한다면 철강을 소재로 하는 다양한 갈래의 완성제품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서플라이체인에서 단순가공을 제외한 반제품, 부품 등이 생산되고 국내 전역으로 연결되는 서플라이체인이 형성되어 있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앞으로 포항경제가 그야말로 지속가능한 성장이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세계시장만 바라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우선적으로는 지역 내에서 어떠한 조그마한 최종제품이라도 자체적으로 생산해낼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하겠지만 지역이 갖고 있는 수많은 장점들을 활용해 국내 다른 지역에 소재한 대학, 기업 등과의 협력네트워크를 더욱 강화해 나가야할 것이다. 지역의 우수한 R&D기관은 타 지역과의 공동연구개발, 지역 철강업체들은 다른 지역의 철강수요기업은 물론 비제조업체와의 공동협업 등에 적극 나서 연결고리를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아울러 지역에서 신제품을 개발하거나 생산하는데 필요한 업체가 다른 지역에 소재한다면 그 기업의 제2공장이라도 유치하거나 합작공장의 설립도 필요하다.

이와 같은 새로운 국내화 전략이 성공적으로 추진된다면 향후 국내외의 다양한 위기상황이 발생하였을 때 포항지역경제가 지닌 다양한 서플라이체인, 네트워크들이 큰 완충작용을 발휘하게 되고 포항경제의 지속가능성도 확보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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