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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담론(談論)

등록일 2018-10-11 20:45 게재일 2018-10-1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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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형<BR>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하늘이 열린 달이어서 그런지 전국에 많은 축제가 열리고 있다. 포항 호미바다예술제, 영천 한약축제, 안동 탈춤페스티벌, 경주 신라문화제, 울진 금강송이축제 등 경북도 지역의 특징을 담은 다양한 축제 이야기로 떠들썩하다.

축제는 곧 이야기이다. 사람들이 축제를 찾는 이유는 지역의 이야기 전승(傳承)에 동참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나아가 특색있는 지역 이야기를 통해 개인과 가족, 그리고 나라의 이야기가 풍성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지역 축제가 소중한 이유는 바로 지역 축제들이 지역의 이야기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지역 이야기는 곧 그 지역의 문화이다. 이야기가 많은 지역은 문화도 풍성하다. 지역 문화가 풍성한 나라는 그 나라의 문화도 풍성할 수밖에 없다. 문화는 지역은 물론 나라의 정신 에너지이며, 이 에너지야말로 나라 융성(隆盛)의 원동력이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 우리나라는 사회 많은 분야가 방전(放電) 상태이다. 정치, 경제, 교육 등 나라를 움직여야 할 핵심 분야들이 움직임을 멈춰버렸다. 그 이유는 바로 이야기를 모두 빼앗겨 버렸기 때문이다. 그럼 뭐가 이들의 이야기를 빼앗아 갔을까? 바로 북쪽과 미국 이야기다. 정치 시소가 무너진 이후로 이 나라의 모든 것들이 북쪽으로 쏠려버렸다. 이 나라에는 이제 북쪽 이야기를 빼면 이야기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쪽 이야기 말고 유일하게 회자되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세금 이야기다. 정부는 이 나라를 살릴 명분이라며 세금을 막무가내로 거두고 있다. 칼 마르크스의 “종교는 민중의 아편”이라는 문구를 잠시 차용해 지금 정부를 표현하면 다음과 같은 표현이 가능하다. “세금은 분명 지금 정부의 아편이다.” “세수 60조 더 걷혀, 정부 곳간 넘쳐나는데”와 같은 뉴스가 양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계속 세금 타령만 하고 있다. 국민의 주머니를 훔쳐 도대체 이 나라 정부에서 이루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하는 국민들이 늘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대통령은 물론 청와대 사람들이 귀담아 들어야하는데, 그들은 세금과 북쪽에 중독되어 국민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가다가는 대한민국 판 “벌거숭이 대통령” 이야기가 곧 나오지 않을까도 싶다. 그렇게 안 되길 간절히 바라지만 정말 “글쎄요?”다.

지금 정부가 만들고 있는 이야기를 보자. 적폐청산,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남북 정상회담, 고교 무상교육! 이 이야기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세금이다. 이들은 세금 없이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다. 물론 다 좋은 이야기다. 그런데 문제는 세금이다. 만약 국민들이 주머니를 닫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아니 더 이상 국민의 주머니에 아무것도 없으면 그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말이다. 정말 이대로 가다간 “불어나는 공공기관 부채도 ‘나랏빚’, 재정건전성 괜찮나”라는 기사의 우려가 현실이 될 날만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그 때도 청와대는 지금처럼 북쪽에만 올인할지 두고 볼 일이다.

필자는 혹시나 분위기 반전으로 교육계에는 의미있는 이야기가 있나 찾아보았다. 혹 독자 여러분은 최근에 학생들과 이야기를 해 본 적이 있으신지? 만약 있으시다면 어떤 이야기를 나누셨는지 떠올려 보시라! 안타깝게도 필자는 시험에 대한 이야기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그 어떤 곳보다 다양한 이야기들이 생산되어야 할 곳이 학교이다. 다양한 이야기들은 학생들에게 행복을 준다. 그 행복은 학생들에게 상상력이라는 큰 힘을 주고, 그 힘은 곧 문화 창조로 연결된다. 그런데 그래야 할 학교가 더 이상 살아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야기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학교 폭력, 학교 밖 청소년 등 죽은 이야기들뿐이다.

축제의 달 10월, 우리는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스스로 행복 넘치는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할지 그 방법을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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