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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등록일 2018-10-10 20:47 게재일 2018-10-1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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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준<BR>포스텍 정보통신연구소 연구부교수
▲ 김경준 포스텍 정보통신연구소 연구부교수

기업 관계자들과 필자를 포함해 지역 연구원들 몇몇이 함께 신규 사업 기획을 한 적이 있다. 먼저 대략적인 기술분야나 참여 의사를 묻고, 참여자들에게 회의 전 전화나 메일로 회의 관련 주제들에 대해 상호 의견을 교환한다. 이후 기술 내용 발표와 제안 내용에 대한 토론과 아이디어를 추가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몇 번의 비슷한 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과제안을 도출하는 지루한 과정이 반복된다. 아무튼,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지루해지기 마련이고, 누군가는 대화 주제를 일상적인 일 혹은 흥미있는 이야기로 회의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이런 대화에는 지역 혹은 산업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여러 정보들을 듣게 되고 어떤 경우에는 황당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잡답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또 가끔은 우리가 처해 있는 민낯을 마주할 때도 있다.

기획 회의에 참여했던 기업의 관계자 중 한 분이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4차산업혁명이 우리와 같은 중소영세 기업이 안고 있는 구인난이나 제품의 생산단가를 낮추는데 분명히 도움이 될 것같다. 하지만 자동화를 넘어서 스마트공장 기술은 4차산업혁명의 많은 요소 기술들 간 기술 융합이 필요하고, 절차나 일들을 자동화 무인화하기 위해서는 로봇이나 AI등의 기술을 설비에 적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설비를 고도화하거나 새로 교체해야 하는데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어려운 일이다. 무엇보다 영세기업이나 중소기업들이 설비를 고도화하거나 구형 설비들을 교체했을 때 거기에 걸맞는 일감이 지속적으로 확보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영세기업일수록 신기술 도입보다는 일감확보, 인력난 해소, 생산단가를 낮추고, 적기 납기에 더 많은 신경을 쓴다. 4차산업혁명을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중소기업에서는 자동화, 스마트화는 인력난 해소로 생각하고 있다.

그렇지만 인력난과 인건비 걱정을 하면서도 중소영세 기업들이 특정 작업에 사람을 쓰는 이유는 설비보다 사람의 활용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를 듣다보면 4차산업혁명의 우려스러운 일들이 기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기도 하다.

과거 지나왔던 산업혁명의 시기마다 사람들이 기계로 대체되어 왔다. 기계로 대체된 직군에 포함되었던 인력들은 살아갈 방법 때문에 고민했을 것이다. 일부는 재교육을 통해 재취업할 수 있지만, 재교육도 되지 않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하는가? 과거 우리가 고민하던 일들이 다시 제현되지는 않는지 걱정이 된다. 그렇다고 4차산업혁명의 대세를 거스를 수도 없다. 4차산업혁명의 큰 트렌드는 개인화된 맞춤형 생산이 가능한 기술의 개발과 이에 수반하는 정책이나 사회의 패러다임의 변화라 할 수 있다. 근대화 시기의 패러다임은 비주류의 역량과 지식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제도권에 포함시켜 국가적 역량을 최대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거대 제국으로 성장했다고 본다. 역사를 보는 시각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근대화 시기에 비주류의 지식이나 새로운 시각들을 제도권으로 수용하지 못하고 국가의 권력을 오히려 학정과 탄압으로 주류의 권력을 오히려 강화하는데 사용했다.

4차산업혁명을 위해 여러가지 법안이 발의되어 있지만, 현장에 적용되기는 아직 요원한 것 같다. 여러 개의 단말기에 동일한 전화번호를 사용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해야 한다.

지역 산업차원의 전문화된 인력을 양성하자는 말은 공허한 메아리로 들린다. 수도권, 대기업으로 취업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학생들이 지역 산업과 기관의 연구원 및 인력으로 잘 안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런 작은 규제들을 풀어나갈 때 그리고 지원 환경이 만들어질 때 비제도권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숨어있는 잠룡(潛龍)들이 나타날 것 같다. 어쩌면 잠룡들 중 하나가 4차산업혁명의 파고를 넘어갈 수 있는 방주가 되어 줄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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