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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의 성장과 탈피

등록일 2018-10-25 20:35 게재일 2018-10-2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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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준포스텍 정보통신연구소 연구부교수
▲ 김경준 포스텍 정보통신연구소 연구부교수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포항을 비롯한 인근 항구, 시장은 손님들로 넘쳐난다. 별미 중 하나가 대게가 아닐까 싶다. 서해안에서는 4~6월, 8~12월에 걸쳐 꽃게가 잡히고, 동해에는 12월부터 시작해서 다음해 5월까지 대게 철이란다. 상인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실제 대게는 4~5월에 살도 더 차고, 맛도 더 뛰어나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게의 종류는 5천여 종이 있고, 국내는 200여 종의 게가 분포하고 있다. 서식지는 강, 습지, 갯벌, 깊은 바다 할 것없이 다양한 장소에서 서식하고 있다.

문화에 따라 게에게 부여하는 의미는 사뭇 다른 것 같다. 게를 감싸고 있는 딱딱한 껍질을 갑각(甲殼)이라고 한다. 갑자는 최상이나 일등을 뜻하기도 하기 때문에 장원급제를 바라는 마음에서 선비들이 문인화의 소재로 게를 많이 그렸다. 하지만 옛날 농부들에게는 논이나 밭고랑에 구멍을 내서 농사를 망치는 주범으로 취급을 했고, 어민들에게는 그물을 찢어서 고기잡이를 망치는 주범으로 골칫거리였다. 그렇지만 오늘날에 와서는 게를 비싼 식재료로 고급 요리로 생각을 한다.

아이들이 있는 집이면 한 번쯤 소라게라는 것을 키워본 경험이 있을 것같다. 정식 명칭은 집게이지만 학명은 절지동물문 갑각아문 연갑강 십각목 집게하목 집게과 동물로 게에서 분화한 동물은 아니고 게 비슷한 갑각류이다. 소라게는 몸 전체가 딱딱한 외골격을 가지지는 않고 소라에 몸을 쉽게 집어넣기 위해서 배부터 꼬리까지는 딱딱한 껍질에 싸여 있지 않다. 소라게는 비슷한 갑각류들 중에서 생존율이 높다고 한다. 딱딱한 외피와 소라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천적을 피하기 위해 말미잘을 소라 껍질 위에 붙여 천적의 눈을 피하는 위장술로 이용한다. 소라게는 성체가 된 이후로 상시 소라를 뒤집어쓰고 다닌다.

기네스북에 등재가 된 갑각류 중에 바닷가재는 길이가 1m, 무게 20kg으로 성장한 것이 있고, 보통은 40년 정도 산다고 한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최고 수명은 200살 정도까지 산다는 이야기도 있다. 대부분의 갑각류가 탈피 중 10~20% 정도가 폐사한다. 갑각류는 나이가 들수록 껍질이 단단해지고 무거워져 탈피하는 게 점점 힘들어진다. 이러한 이유로 실제 바닷가재가 40~50년 산다는 것도 매우 드문 일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갑각류는 성장과정에서 계속 탈피를 반복한다. 종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 년에 몇 번씩 하는 종도 있다. 탈피의 힘든 과정은 게의 혼자 힘으로 이겨내야 한다.

사람도 여러 번의 성장통을 겪는다. 직장과 관련된 큰 성장통을 꼽으라면 첫 입사와 정년퇴직이 아닐까 싶다. 정년퇴직자나 정년퇴직이 임박한 사람들에 대한 활용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을 해봐야 한다.

특히 사회초년생들이 대부분 그렇겠지만 연구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자기 몸에 맞는 환경을 찾기 힘들어 한다. 소라게가 탈피를 오롯이 혼자 이겨내듯이 연구원 혼자 이겨 내도록 둘 문제는 아닌 것같다.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이동의 통로는 막혀 있다.

최근 정부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 희망을 주기도 하지만 여전히 차별과 고용 불안정에 노출되어 있어 보호받을 곳이 없는 채로 살아가고 있다. 새롭고 도전적인 분야에 찾기보다는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직장을 찾는다. 용기 없다고 비난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런 고용구조는 새로운 산업의 성장 기회를 막고 학력 인플레이션, 출산율 감소, 동종 교배에 의해 부가 편중되는 등 사회 문제를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지역의 고급 인력들이 해외로 그리고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방안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4차산업혁명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지만,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한 혁신인지 생각해 볼 문제다. 인재를 지역에 정착시키기 위한 방안을 우리가 함께 생각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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