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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과잉시대, 인성이 실력이다

등록일 2018-11-06 20:49 게재일 2018-11-0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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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창원수필가
▲ 박창원 수필가

2019학년도 대입수능시험일이 다가오고 있다. 수험생들은 이 날을 위해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 간 자신의 실력을 연마해 왔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단 1점이라도 더 받아 좋은 대학에, 원하는 학과에 입학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하지만 주변에서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을 못해 방황하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우리는 ‘대학을 가면 뭣하나’ 하는 탄식을 하게 된다. 내가 아는 분의 아들은 서울의 한 유명대학 경영학과를 나온, 흔히 말하는 ‘실력도 있고, 스펙도 빵빵한 젊은이’이다. 하지만 졸업하던 해 지원서를 낸 곳마다 최종면접에서 번번이 떨어져 부모 속을 태웠다고 하는데, 도대체 이 친구한테 뭐가 모자라 취업에 실패했지, 하는 궁금증을 가지게 된다. 그러면서 지금 이 사회가 요구하는 ‘실력’이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1960∼1980년대의 고도 성장기에는 경제성장을 뒷받침할 많은 인재가 필요했다. 대학졸업장만 있으면 어디든 일자리가 있었고, 직업훈련소에서 소정을 교육을 받고 자격증만 따면 취업이 가능했다. 하지만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대학진학률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한 2000년대 이후 국가경제가 저성장 늪에 빠지면서 인재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고 말았다. 이때부터 우리는 청년실업 문제에 부닥쳤다. 요즘 기업은 예사로 ‘100 대 1’이 넘는 경쟁 속에서 인재를 고른다. 고도성장기에는 출신학교를 보고, 성적이나 추천서를 보고 사람을 채용했고, 2000년대에는 스펙을 보고 채용했지만, 2010년대 들어와서는 인성을 보고 사람을 뽑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면접시험도 아예 ‘인성 면접’이라 부르고 있다. 학점보다, 스펙보다 인간성을 개인의 경쟁력으로 보는 경향이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인성 좋은 사람이 조직 속에서 잘 적응하고, 협조적이며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인성교육으로 크게 성공한 사례가 있다. 미국에서 6남매 모두를 하버드대와 예일대 박사로 키워 미국사회로부터 주목을 받는 전혜성 박사 얘기다. 그녀의 가정은 미국 교육부로부터 ‘가정교육 연구대상’이 되었다.

여섯 자녀를 기르면서 그녀는 늘 엘리트보다는 사람이 되라고 가르쳐 왔다. 재주를 갖춘 존재보다는 인격적 존재가 되라는 뜻이다. 공부를 잘 하는 자녀들에게 “재주가 덕을 앞서면 안 된다(才不勝德)”는 말로써 교만의 위험을 일깨워 주었고, “한 사람의 위대함은 그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었는가로 평가된다”는 가르침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이끌었다. 그녀의 여섯 자녀들이 세계 유수의 대학을 나왔기 때문에 훌륭한 게 아니다. 훌륭한 인격체로 자라 미국 사회에서 존경받는 인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좋은 인성을 기를 수 있는가? 훌륭한 인성을 갖추는 데 비결은 없다. 인성은 하루아침에, 1~2년 만에 길러지는 게 아니지 않은가.

그러니 어릴 때부터 좋은 습관을 기르도록 노력하는 게 정답이다. 인성은 남과 더불어 일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인내, 정직, 배려, 친절, 소통, 봉사…. 이러한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21세기가 요구하는 훌륭한 인격자요, 좋은 인성의 소유자이다. 이런 사람은 궁극적으로 지식이나 재주가 많은 사람보다 앞서게 되고, 조직을 발전시킬 것이며, 사회의 존경을 받게 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 일정한 수준의 지식과 스펙만 있으면 사람을 채용하던 고성장기의 인재부족시대가 아닌 저성장기의 인재과잉시대에 와 있다. 인재과잉시대는 지식보다, 스펙보다 인성이 더 중요하다. 지식이나 스펙은 언제나 채울 수 있지만 인성은 어렸을 때부터 닦아야 한다. 인성이 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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