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에서 ‘미래의 웰빙’을 주제로 제6차 ‘통계·지식·정책에 관한 OECD세계포럼’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스티글리츠(Joseph E. Stiglitz) 컬럼비아대 교수, 피투시(Jean-Paul Fitoussi) 파리경제대 교수, 듀란(Martine Durand) OECD통계데이터국장 3명이 공동의장을 맡은 ‘경제성과와 사회발전 측정에 관한 고위전문가그룹(HLEG)’이 작성한 보고서 2개가 발표됐다. 하나는 ‘GDP를 넘어: 경제·사회적 성과에 중요한 사항 측정’, 또 하나는 ‘더 나은 측정을 위해: GDP를 넘어 계량적 웰빙 측정의 연구 촉진’이다. 두 보고서의 요지는 전 세계 정책입안자들이 ‘성장’이라는 단순한 측정지표(GDP)를 참고하여 입안하는 정책결과가 반드시 인간의 ‘행복’이나 ‘웰빙’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앙헬 구리아(Angel Gurria) OECD사무총장은 기조연설에서 “사람들의 생활과 바람을 진실로 파악 가능한 보다 좋은 척도에 의해서만 보다 좋은 생활을 위한 보다 좋은 정책을 입안, 실시할 수 있다. 자신들 연구에 가장 실용적이라 생각되는 진실이 아니라, 사람들의 생활의 진실을 입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GDP는 경제사회 건전성의 중심적 척도로 과도하게 강조돼왔다. 경제위기 이전에는 이것이 잠재된 위기에 대해 정책당국의 눈을 멀게 했고, 위기 이후에는 잘못된 정책선택을 유도했다”면서 “생활에서 중요한 것, 예를 들면 불평등, 사람들의 건강과 상태, 능력에 관해 어떻게 느끼는지, 혹은 환경의 지속가능성 등에 눈을 돌리지 않으면 우리들은 사람들과 사회, 그리고 지구를 위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한 ‘GDP는 틀렸다’의 공동저자인 피투시 교수는 “GDP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중심 질문은 무엇을 위해 그리고 누구를 위해 성장할 것인가”라고 지적하였다.
이번 세계포럼과 보고서는 앞으로 전 세계 지도자나 정치가, 그리고 정책입안자들이 성장지표에만 의존하지 않고 ‘삶의 질’향상, 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면서도 지속가능한 성장, 행복과 신뢰, 기회불평등과 격차 해소 등 다양한 정책의 파급경로까지 고려할 수 있는 광범위한 측정지표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 즉 ‘포섭적(包攝的) 성장’이라는 정책방향을 채택하게 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포항경제는 2000년대 들어선 이후 다양한 여건변화와 구조적 요인으로 최근까지 성장지표(GRDP)상으로는 퇴보(마이너스성장)를 수차례나 경험했다. 더구나 지난해에는 포항지진까지 겪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포항경제에 대한 성장지표가 마이너스를 보였다고 해서 포항지역민의 ‘삶의 질’, ‘행복’까지 낮아졌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다만 이번 포럼을 통해 우리가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지는 분명해졌다. 단순히 포항의 경제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보다는 지역민의 ‘삶의 질’이 향상되고, 지역 내 기회의 불균형, 불평등과 격차가 해소될 수 있는 종합적인 정책이 더욱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전문가만이 아니라 지역 내 문화계, 학계, 기업인 그리고 시민까지 모두 관심을 가지고 포항시의 다양한 정책입안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의사를 피력하고 정책집행과정에 지속적인 관심을 두는 동반자적 입장에 있는 공동체임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설령 이와 같은 정책결정의 결과로 성장지표가 마이너스를 나타낸다고 하더라도 포항경제의 ‘포섭적 성장’은 달성하고 있을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포항 지역민들의 ‘미래의 웰빙’,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결정에도 많은 측정지표가 필요해질 것이다. 앞으로 한국은행이 다양한 통계작성을 요청하더라도 지역 각계가 적극 동참해 주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