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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포항선언을

등록일 2018-11-12 20:40 게재일 2018-11-1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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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홍한국은행 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
▲ 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

지난 주 포항지역 정치행정과 산업경제가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나갈지를 가늠할 두 개의 중요한 ‘선언’이 있었다.

먼저 5일 포항지역 경제와 산업에 큰 영향력을 지닌 포스코 최정우 회장이 취임 100일을 맞이하여 발표한 100대 개혁과제다. 그룹 내 부문 간 비효율 통폐합 등 향후 10년 정도를 시계로 자체적인 달성목표 등과 더불어 주요 사업장이 소재한 지역 및 기업 등과 교류 협력을 강화한다는 의지가 담긴 내용이었다. 각 과제들 모두 동일한 비중을 가진 것은 아니겠지만 전체적으로 소소하지만 꼭 필요한 과제들이 적잖이 담겨 있어 ‘거창한 공표형’ 이 아닌 ‘필요한 실무형’ 과제라는 느낌이다. 무엇보다도 지역 대표기업이 지역사회와 연대하고 교류를 확대하겠다는 ‘포스코선언’은 지역경제에 긍정적인 신호다.

또한 11월 7일부터 3일간 포항에서 제1차 한러지방협력포럼이 개최되었다. 대통령을 비롯해 중앙정부는 물론 전국 광역지자체장 등이 함께한 국제행사였다. 포항시가 이와 같은 대규모 행사를 무리없이 치르는 과정에서 앞으로 포항 발전에 기여할만한 성과도 많이 거두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양국 지방간 협력과 우호증진 등을 비롯한 공동번영 의지를 담은 ‘포항선언’은 미래를 위한 사전 포석의 일환이라 볼 수도 있다. 동해안에 위치한 기초자치단체 중 하나인 포항이라는 정체성이 비록 국가적인 행사에서 나온 것이기는 하나 환동해경제권의 거점도시라는 지정학적 중요성과 대러시아 국제협력을 책임질 일선 도시임을 다시 한 번 대내외적으로 확인시켰다는 상징이기도 하다.

‘포항선언’과 ‘포스코선언’은 얼핏 보면 정치행정의 ‘방향성과 목표’ 그리고 한 기업의 ‘꿈과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당장 포항시 지역경제나 시민생활과는 별로 관계가 없다고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양자에 대해 포항의 경제주체들은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될 압박감을 느껴야만 한다. 포항시가 국제무대, 조금 좁혀 환동해경제권 그중에서도 영일만항을 중심으로 직접적인 교류를 하고 있는 일본 서안지역, 중국의 동북3성지역, 러시아 극동연방관구중 블라디보스톡자유항 등 몇 개 지역으로 국한하더라도 앞으로 대외교류가 활성화될수록 포항지역민을 둘러싼 생활경제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어쩌면 금발의 러시아선원들이 중앙상가의 가게에서 손짓발짓으로 쇼핑하고 루블화를 내밀지도 모른다. 영일대 해수욕장에 생전 처음 바다를 보는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시끄럽게 떠들며 다니는 것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기보다는 중국어로 호객행위를 하는 식당이 생겨날지도 모른다. 또한 지역에서 생산물량과 매출이 안정되어 평온하게 기업을 운영하는 중소기업 사장에게는 어느 날 불쑥 포스코 직원이 찾아올 수도 있다. 현재 경영방식을 조금만 변경하면 더욱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며 도와주겠다는 제안을 받은 기업 사장은 당신들이나 잘 하라며 불쾌하게 거절할 수도, 반대로 적극적으로 협력을 받아 새롭게 도약하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포항시가 ‘포항선언’을 계기로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위해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거나 지역기업, 사회, 대학과 연계 협력하여 새로운 기업 가치를 창조하겠다는 ‘포스코선언’이 성공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포항지역 구성원 모두가 자발적으로 동참해야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정치행정이 나섰고 지역기업도 나섰다. 그러한 의미에서 가게 간판에 러시아어나 중국어를 병기하는 소상공인이 나타나고 포스코가 내민 손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기업, 시민단체 등 지역 내 경제주체 각자 나름의 의지를 보이는 ‘또 하나의 포항선언’이 뒤따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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