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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아름다운 노메달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도쿄 올림픽이 끝났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노관중으로 치루어진 도쿄 올림픽에서 아주 아름다운 풍경을 보게 되었다.한국은 금년에 메달 수로 10위안에 들지 못하면서 최근 올림픽 성적으로는 저조한 기록을 세웠다고 한다.그러하지만 아름다운 노메달에 대한 찬사들이 많아서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우선 여자 배구다. 여자 배구는 선수 모두 혼신의 투혼을 발휘하여 4강에 들었으나 메달을 따지는 못했다.4강까지 가는 길에 숙적인 일본, 터키를 이기면서 아주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메달을 못딴 것에 대해서 팬들은 원망하지 않고 공항에 도착한 선수들을 따듯하게 환영해 주었고 주장인 김연경 선수는 갈채를 받았다. 최선을 다한 그들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게 보였기 때문이다. 높이뛰기 최상혁 선수도 한국 신기록을 세우면서도 4위에 머물어 노메달이었지만 긍정적인 마인드로 항상 웃는 모습으로 경기에 임하는 모습이 팬들에게 많은 감명을 주었다.남자 다이빙의 우하람을 또 빼놓을 수가 없다. 한국 신기록을 세우면서 선전했던 그는 비록 4위에 그쳤지만 멋진 모습이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수영의 자유형 황선우 선수 역시 아름다운 노메달이다. 비록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한국 신기록, 아시아 신기록을 세우면서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거의 반세기만에 결승에 진출하는 쾌거를 보였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무명의 한국 선수가 츨전하여 선전하는 모습에 깜짝 놀라는 모습들이 보였다.올림픽 하면 우리는 항상 금메달 중심으로만 관심을 가져왔다.그러나 진정 메달의 색깔을 뛰어넘어서 선수 한 사람 한 사람이 얼마나 노력하고 정성을 쏟는지의 그 과정을 귀하게 보는 게 더 아름답다고 본다. 럭비는 12등, 꼴찌를 하였지만 첫 출전에서 많은 이들의 격려와 찬사를 받았다.이제 우리 국민도 성숙한 올림픽 문화를 배워야 한다. 일등지상주의를 벗어나서 그 노력의 과정이 아름답게 평가될 수 있는 그런 사회로 되어야 한다.메달을 따지 못하고 상위권에 들지 못하는 선수들이나 팀들을 비난하는 것이 습관화 되어왔다. 그러나 가장 문제의 본질은 메달을 따지 못하였어도 그들이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하였었는가, 그 모습들이 얼마나 아름다운가에 대한 평가가 본질이라고 본다.비록 메달을 땄어도 아름답지 않을 수가 있고 메달을 따지 못하였어도 아름다울 수가 있는 것이다. 야구 등 일부 선수들에 대한 악플이 있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선수들에 대한 박수갈채는 이번 올림픽의 특징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현상이 우리 사회 전체로 번져나갔으면 한다.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박수를 쳐주고, 물론 결과도 중요하겠지만 그 과정이 중요한 것인 만큼 이에 대한 칭찬, 격려, 이러한 것들이 사회를 건전하고 아름답게 가꾸어 갈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맥락에서 선거를 앞두고 여야 후보들이 네거티브 선전을 중단하겠다고 한 것은 매우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서로간에 정책으로 승부하고 서로간에 선의의 경쟁을 통해서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길 바래본다. 팬데믹 속에서 치뤄진 도쿄 올림픽은 노메달의 아름다움이 빛난 올림픽으로 큰 의미로 남았다.

2021-08-12

교육부와 대학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교육부와 대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교육부가 대학 운영의 고삐를 쥐고 있어서 더욱 그렇다.대학들은 교육부의 감사를 받아보면 그걸 실감한다고들 한다. 교수와 직원들을 시간을 정하지 않고 무작정 대기하라고 한다던가 감사 자체가 상하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한다. 재정지원 또는 각종 프로젝트 지원을 받아야 하는 대학은 이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대학 교무회의에 참석하면 대학에서 가장 골치 아픈 논의가 어떤 학과의 정원을 줄여서 어떤 학과의 정원을 늘리느냐 하는 것이다. 이런 논의는 아마도 한국대학에서만 빚어지고 있는 기현상일 것이다.얼마 전 교육부가 대학입학정원 감축을 대학 자율에 맡긴다는 다소 듣기에 생소한 정책 발표를 한 적도 있다. 그런데 이를 잘 살펴보면, 평소 구조조정의 전가의 보도를 휘둘러 대던 교육부가 구조조정을 하는 속도보다 인구 감소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에 공연히 고생만 하고 문제해결을 못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그동안 교육계에서는 “교육부가 없는 것이 최선의 정책이다”라는 자조적인 말이 있어왔다. 교육부가 대학지원을 무기로 입학정원에서부터 대학 구조조정까지 여러 가지로 대학을 규제하여 왔기 때문이다.한국은 고교 졸업자의 70~80%가 대학에 가는 국가이며 이 비율은 OECD 국가 중 1위이다. 대학은 국가 경쟁력의 지표라는 점에서 교육부의 정책은 그만큼 중요하다.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메달 순위는 10위 이내를 장담하고 있다. 한국의 경제력도 10위권에 접근한다. 그러나 QS, THE 등 세계대학평가 기관들의 발표를 보면 한국 대학의 경쟁력은 세계 30위권에 들은 대학이 하나도 없다. 포스텍이 2010년 세계 28위를 단 한 번 마크했었지만 이후 한국을 대표하는 대학들은 30위권 이하로 내려가 있다.교육부 규제는 대학의 창의와 혁신을 지원하는 것이 가장 큰 바탕이 되어야 한다. 명시적으로 규정된 것만 허용하는 ‘포지티브 규제’보다는 최소한의 사항만 금지하는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 교육부가 정한 것 이외에는 대학이 무엇이든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교육부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혼동하고 있다. 상황이 좋을 때는 대학을 규제하지 않는 것이 교육부가 할 일이고 상황이 안 좋을 때는 대학을 도와주는 것이 교육부가 할 일이다. 지금 상황은 그 반대이다. 대학을 규제하는 힘을 과시하기 위해 교육부가 평시에도 대학지원을 무기로 대학을 규제하고 있다가 위기 상황에서 대학은 고통을 대학자율에 맡기고 있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교육부 폐지가 최선이다라는 말이 안나오려면 교육부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좀 더 잘 구분해야 하고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으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

2021-07-22

이상한 사회적 거리두기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지난주 끝난 세계적인 테니스 메이저 대회 윔블던 대회에서 수만명의 관중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관람하는 모습이 TV에 비추어졌다. 마스크를 쓰고도 관람 인원을 제한하고 있는 한국에서 TV를 보는 테니스 팬들에겐 대단히 충격적인 장면이었다.전에는 듣지도 못했던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말이 작년 봄 시작된 코로나 사태와 함께 이제는 일상의 단어로 자리잡기 시작했다.이 생소한 단어는 영어의 소셜 디스턴싱(Social Distancing)을 번역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정의한 유행성 감염을 막기 위해 사람과 사람 간의 거리를 두자는 캠페인이다.우리 정부가 내놓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화제가 되고 있다.특히 세부 지침에 포함된 ‘그룹운동 음악속도 제한’은 세계적으로 큰 논란을 낳고 있다. 지침에 따르면 스피닝, 에어로빅, 줌바 등 그룹운동을 할 때 음악 속도를 120bpm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고 한다. 또한 피트니스센터는 러닝머신을 이용할 때 속도를 6km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속도를 제한하는 이유는 고강도·유산소 운동을 하면 침방울 발생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뉴욕타임즈(NYT)는 스포츠 음악 분야의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하여 음악속도 제한 규정은 근거가 없는 규제라고 보도했다.NYT는 러닝머신 속도를 시속 6㎞ 이하로 유지하도록 한 규정에 대해서는 러닝머신 속도는 제한하면서 사이클 등 다른 운동 기구에는 제약을 두지 않는 것이 의문이라고 했다.택시 탑승도 사적 모임으로 규정해 오후 6시 이후 탑승 인원을 2명으로 제하고 식당도 2인 이하로 제한 것도 과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만원버스나 지하철, 기차에서도 다수 인원이 이동하는데 택시만 규제하는 것은 불공평하고 과학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이 같은 방역수칙에 대해 정치권의 야권은 ‘탁상공론’이라고 비판하고 있다.지금까지 거리두기 지침으로 영업에 타격을 입어온 자영업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편의점, PC방, 음식점, 카페 등 자영업체들은 “확진자가 늘어날 때마다 정부는 자영업자들의 희생만을 강요해왔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싱가포르에서는 이제 확진자 카운트를 안하겠다고 발표했다. 영국은 윔블던 경기에 마스크 없는 많은 관람객들을 허용하면서 규제를 풀고 코로나와 공생하겠다고 선언했다. 코로나 음성판정을 받은 입국객에 대하여 자가 격리를 푸는 국가도 증가하고 있다.어떤 정책이 맞는 것인지 속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개인의 자유를 과학적으로 확실히 증명되지 않는 방법을 통해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인간의 행복은 질병에 걸리지 않는 것도 필요하지만 자유로운 삶에 대한 욕구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정부의 코로나 대응 대책에 운영의 묘를 기대해본다.

2021-07-15

올림픽 보이콧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올림픽 보이콧이 정치가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항하여 올림픽을 보이콧 하자는 주장이다. 올림픽 보이콧 역사는 19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것에 항의하기 위하여 소련의 수도인 모스크바에서 열린 1980년 하계 올림픽에 미국, 캐나다, 서독, 한국, 일본을 포함한 서방 진영 수십 개의 나라가 불참을 했다. 미국이 불참하면서 서방국가들이 이를 따랐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198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하계 올림픽에는 소련, 동독, 알바니아 등 동구권 15개국이 올림픽을 보이콧 하였다. 정치에 의해 스포츠가 희생되고 올림픽 정신이 훼손된 사건이다.최근 들어 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앞다투어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기한 도쿄올림픽 조직위 조치에 대항해 올림픽 보이콧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분개감은 이해하지만 또다시 정치를 스포츠와 연결시키겠다는 의도는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더 크다. 독도를 자기 영토로 주장하는 일본은 비난 받아 마땅하다. 억울한 심정은 지난 수십 년간 계속되어 왔다. 그런 심정이라면 일본과 수교도 끊고 무역도 중지해야 할 것이다. 그 정도로 억울한 심정이다.그러나 불철주야 올림픽의 메달을 향해 질주한 선수들은 어떨까? 개인 자격 참가는 허용하자고 하지만,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대만 역사상 첫 금메달리스트가 된 태권도 선수가 대만국기를 가슴에 달지 못하고 시상대에서 쏟아낸 그의 눈물은 잊을 수 없다. 올림픽 메달은 선수에게도 국가에도 영광의 순간이 된다.2018년 2월 9일 평창올림픽에서 도핑문제로 러시아는 국가 단위 참가가 허용되지 않아 선수들이 개인적으로 참가했다. 이들이 메달을 딸 때마다 시상대에는 오륜기가 게양됐고, 금메달을 따더라도 올림픽 찬가가 연주됐다. 메달을 따고도 국기가 올라가지 않고 국가가 울려 퍼지지 않는 그들의 착잡한 모습은 지금도 투영된다.해방 이후 70여 년간 계속된 일본의 독도에 대한 생떼는 독도를 분쟁 지역으로 만들어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어 지지를 끌어내려는 속셈이다. 이에 동정적인 국가나 개인들도 세계에 존재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독도를 문제 삼아 스포츠 행사를 보이콧 한 적은 없다. 그것은 독도문제의 진위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정치와 스포츠를 연결시킨다는 비난을 받을 공산이 더욱 크기 때문이다. 오히려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생떼를 쓴다고 반대로 생각할 사람들도 많아질 것이다.올림픽 보이콧 주장은 그 심정은 이해되지만 현실적이지 않다. 일본의 독도 소유권 주장에 대한 규탄은 일회성이 아니다. 그들의 부당한 주장을 지속적으로 여러 방안으로 규탄해야 한다.이제 올림픽이 불과 2주 앞으로 다가왔다. 구슬땀을 흘리며 고생한 한국선수단의 노력이 이제 빛을 발할 시간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선수들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2021-07-08

안타까운 교수촌의 꿈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20년 전 포스텍에는 교수촌을 건립한다는 취지의 안내문이 돌았다.대부분 환경 선진국 미국 등에서 학위를 한 교수들의 머릿속에는 산기슭에 그림처럼 자리 잡은 별장 같은 집들의 꿈이 익어갔다. 그리고 전체 교수의 반에 가까운 100여 명의 교수들이 관심을 표명했다.포스텍 설립 초기부터 전 세계에서 인재를 끌어 모으겠다는 박태준 회장의 우수 교수 유치와 포스텍 교수들에 대한 배려의 일환이었다.교수들은 포스코 관련 한 개인의 초곡지구 소유의 땅을 아주 저렴하게 분양 받았다. 당시 분양 받지 못한 교수들의 부러움을 사면서 멋진 ‘포스텍 교수촌’의 꿈은 그렇게 무럭무럭 익어갔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오늘 아직 ‘꿈의 교수촌’은 건립되지 않고 있다. 최근 교수촌 아파트 건립 문제로 교수들도 포함된 사업시행자 측과 분양받은 포스텍 교수들 간의 갈등이 악화되고 있다.사업 시행사가 바뀌면서 기존에 약속됐던 교수들에게 땅을 양도하는 조건으로 제시된 아파트 무상공급 조건이 배제 되었고 상황이 혼잡해졌다.교수들은 시행사가 땅을 현물투자로 받으면서 주주인 포스텍 교수들을 외면한 채 소수 주주들만 총회를 가지고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땅을 담보로 고액의 돈을 빌렸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주주 교수들의 반발은 거센 상황이다.사업 시행사 측은 교수들에게 인감 등을 통해 업무 전권을 위임받았고, 개인들에게 아파트 무상 공급하는 것은 주택청약법에 따라 불법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이런 가운데 교수 주주들이 사업 시행사를 대상으로 낸 고소건이 검찰에 1년여째 계류되고 있어 진전이 안 되고 있다는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로 갈라선 교수들 간의 갈등도 바라보는 동료 교수들과 포스텍 구성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포스텍은 설립 초기부터 세계적인 대학 건립의 꿈을 안고 모인 교수들의 단합된 힘으로 끌어온 대학이다. 그러한 교수들을 믿고 학생들도 모여들었고 그리고 한국을 이끄는 대학으로 성장해 왔다.지금 포스텍은 한국을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과학기술 특화 대학이며 국제 평가기관에 의해 세계 30위권으로 평가된 유일한 한국의 대학이다. 특히 서울이 아닌 지역에 사립대가 설립되어 전국에 이름을 날리는 명문대로 성장해 왔고 해외에서 그 명성을 떨치는 지역의 자랑이자 한국의 자랑인 대학이다.지금 설립자 박 회장과 초대 김호길 총장의 꿈은 고통을 받고 있다.‘멋진 교수촌의 꿈’이 이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도 교수들끼리 다투는 모습은 35년 전 포스텍을 포항에 만들었던 그 두 분들의 뜻은 아니다.지금 교수들은 모두 한보씩 양보하여 문제를 해결하려는 화합을 보여야 한다. ‘꿈의 교수촌’은 ‘꿈의 포스텍’과 함께 세계적인 명소가 되어야 한다. 당사자 교수들의 문제 해결을 위한 진정한 화합을 기대해 본다.

2021-07-01

지역균형과 의과대학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정년을 마친 모든 이들의 관심사는 ‘어디서 살 것 인가?’이다. 많은 포스텍 교수들은 정년퇴임을 하고 서울로 올라갔다. 아무래도 편한 도시 생활이 좋기도 하고 자녀들이 직장을 갖고 있는 곳이기도 하기 때문이다.그러는 가운데에도 포항이나 경주, 대구 등 영남 쪽의 조용한 곳을 찾아 퇴임 후 남은 생을 즐기며 보내려는 분들도 종종 있다. 필자도 포스텍을 떠나 디지스트가 있는 대구 현풍에서 살다가 다시 아주대가 있는 수원에서 지내고 있다. 물론 주말에는 포항, 대구 등 영남권으로 자주 내려와 지낸다.포항이나 현풍, 그리고 영남권에는 서울에서 볼 수 없는 전원적인 환경이 있고 맑은 공기와 여유 있는 길이 있어서 좋다. 완전 은퇴 후에는 이곳에서 살고 싶다. 그런데 문제는 의료 시설이다. 전국이 문화적으로 평준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전히 의료시설이 비평준화 되고 있는 게 문제다. 포항이나 현풍의 공통점은 대학병원과 같은 대형병원이 없다는 점이다.최근 지역의 대학별로 의과대학 설립의 욕구가 어느 때보다 뜨겁다. 대학별 특성을 살려서 지역 내 성격이 다른 복수의 의대를 유치하려는 시도도 눈에 띈다.포항에는 포스텍의 특성을 살려 연구중심 의과대학, 안동에는 안동대에 공공의료와 백신연구개발에 특성화된 국립 의대를 유치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경북 북부지역에 공공보건의료 인프라를 강화하기 위한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치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권역별로 국립대학 내 의과대학(공공보건의료대학)을 설치하고 국가는 학생에게 수업료·교재비·기숙사비 등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요즈음 포스텍은 오래전부터 염원이었던 의과대학을 세우려는 욕망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경북지역은 전국 평균 의사 수가 서울의 50% 정도 수준에 그치고 있어서 포항에 의대를 설립하는 일은 시급한 것이고 포스텍이 설립된 30여 년 전부터 여러 차례 논의되었던 문제이다. 경북 인구 1천명 당 의사 수는 2017년 기준 1.34명으로 거의 전국 최하위라고 한다. 물론, 상급종합병원도 전무한 실정이다.경북뿐만 아니다. 여러 지역에서 지역 대학과 지자체들이 의대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의대 유치 논의가 코로나19 사태로 공공의료 확대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다시 수면 위로 빠르게 떠오르는 모양새다. 대학 간 경쟁을 넘어 전문대와 일반대 연합전선으로 확대되는 등 다각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이제 전국 지역의 평준화를 통해 수도권 인구집중을 분산시켜야 한다. 인구분산에 가장 중요한 인프라 중에 하나가 의료 시설이다. 그런 측면에서 지역균형을 위한 의과대학 설립과 대학병원 등이 지역마다 좀더 많아져야 한다. 특히 역량 있는 대학들에게는 과감하게 문호를 개방하여야 한다.전향적인 정부의 사고가 절실할 때이다.

2021-06-24

이주일씨의 눈물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부산 한 소형아파트 담배 전투 중’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 작성자는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찍은 협조문을 올렸다. 입주자라고 밝힌 이는 “환풍구를 타고 화장실로 담배 냄새가 너무 많이 나고 있다”고 항의하면서 앞으로는 화장실에서 흡연하지 말아달라”고 적었다. 이 협조문 밑에는 반박글이 붙었다. “베란다 욕실은 어디까지나 개인공간이다. 좀 더 고가의 아파트로 이사를 가시라”층간소음과 더불어 아파트에서도 흡연문제로 인한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스크린 골프를 하러 갔다가 각 방에서 나는 담배냄새로 곤욕을 치룬 적이 있다. 주인 말로는 흡연할 곳을 만들어 놓아도 소용없다고 한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는데 건강을 망치는 흡연을 하면서 운동을 하는 아이러니가 일어난다.왜 담배를 피우는가. 필자는 지난 2년간 3명의 친구들을 폐암으로 잃었다. 모두 흡연으로 인한 사망이다. 유명한 학계의 선도적 역할을 했던 친구들이었지만 모두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가족들이 오열하고 슬퍼하는 모습을 본다면 그 친구들도 일찍 담배를 끊었어야 한다. 흡연자는 돈을 주고 사망을 재촉하고 있는 것이다.‘울고 싶어라’로 히트를 친 이남이 씨도 폐암으로 숨지면서 흡연을 후회하면서 울고 싶었을 것이다. 유명한 코미디언 이주일 씨가 폐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금연캠페인에 앞장섰던 모습이 기억난다. TV에 나와서 제발 담배를 끊어달라고 호소했지만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이주일은 생전 금연광고에 자주 출연하며 금연 캠페인을 펼치는데 앞장섰다. 2002년 월드컵 당시는 휠체어를 타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담배는 일산화탄소와 타르 니코틴과 수십여 가지의 해로운 화학물질로 인하여 몸을 공격한다. 만성저산소증을 일으켜 심장 조임을 느끼거나 걷거나 뛸 때 쉽게 호흡이 힘들어지게 된다. 결국 폐는 서서히 망가져 간다. 폐만 망가지는 게 아니라 대부분의 암이나 각종 질병에는 흡연이 영향을 미쳐 악화 시킨다.어떤 친구는 담배를 안우피는 데도 최근 폐암 수술을 받았다. 과거 대학원 시절 담배를 엄청 피는 연구실에서 거의 10년 가까이 있으며 간접 흡연의 고통을 겪었고 결국 본인은 담배를 안피우는데도 폐암에 걸린 것이다.간접흡연은 사실상 직접 담배를 피우는 것과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해롭다. 수많은 간접 흡연의 기회에 우리는 시달리고 있다. 거리에서 사무실에서 아파트에서. 흡연자들은 간접 흡연자들에겐 사실상 ‘살인자’에 가깝다.아직도 장례식장에서 가족들의 오열이 귀에 쟁쟁하다. 그들이 무슨 죄가 있는가? 가족들은 흡연을 수십년 간 말렸을 것이다. 니코틴에서 느껴지는 쾌감만을 즐기기 위해 자신의 건강과 가족의 고통을 멀리한 흡연자들은 이제 담배를 끊어야 한다.TV에서 눈물을 흘렸던 이주일 씨의 눈물을 기억하자. 담배 당장 끊어야 한다. 나 자신을 위해 그리고 가족을 위해.

2021-06-17

과기부 부총리 부활 돼야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이제 새로운 정부 탄생이 1년도 남지 않았다. 한국에서 새 정부가 시작되면 관례처럼 해오는 일이 있다. 정부 부처 이름 바꾸기와 부처 만들기 와 없애기다. 상공부, 동력자원부, 체육부 등도 만들어졌다가 없어졌다. 과학기술부는 과학자들이 외우기도 힘들 정도로 이름이 바뀌어 갔다. 교육과학기술부라고 과학을 교육부에 붙인 기괴한 상황도 있었고 과기부 부총리를 만든 시절도 있었고 미래창조과학부라는 희한한 이름도 탄생했었다.새 대통령이 탄생할 때마다 부처이름이 바뀌니까 이제 어떤 부처가 무슨 일을 하는지 조차 혼동될 때가 많다.200년 역사의 미국은 행정부처의 이름, 가령, 국무부, 국방부, 교육부 등의 이름이 거의 바뀌지 않고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미국이 정부부처 이름을 안 바꿔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이 점은 대부분의 서구의 선진국가들도 마찬가지이다.그간 수없는 부처명 변경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안 바뀌는 것들도 있다. 정부부처의 이름은 수시로 바꾸지만, 운영방식은 구태의연하다. 관료주의, 권위주의, 그리고 지나친 자율침해 등은 여전하기 때문이다.오래 지난 정부 때 교육부와 과학부를 합친 교육과학부가 융합효과를 목표로 했다지만, 한 지붕 밑에서 두 개 부처가 따로 공전하는 이름만의 융합부였다. 특히 과학부와 융합됐다는 교육부의 경직성은 많은 대학들의 불만을 사왔고, 융합명칭을 가지기 이전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필자는 과기부 부총리 직이 부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술 중심의 융복합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과학기술을 빼놓고 미래를 생각할 수는 없다. 기술 변화를 예측하고 이를 실현할 연구 성과가 정착될 수 있는 사회구조가 필요하다. 국정 운영에서 과학기술이 중요하게 고려돼야 하고 우대되어야 한다. 과학기술 없이는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힘들다.반도체·자동차·조선 등 전통 주력 산업 외에도 첨단 소프트웨어·바이오·환경 기술 등에서 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체계적인 정책구조가 필요하다.과학기술 전략을 제시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 기능이 청와대를 중심으로 정부의 최정점에 있어야 한다. 전 국가적으로 과기분야의 두뇌를 총 집결하고 이를 실현하는 국가적 접근이 절대 필요하다. 이는 과기부 부총리직 부활만이 이를 가능케 할 수 있다. 무슨 화려한 이름도 필요도 없다. 그냥 부활로 족하다.과기부 부총리를 정점으로 과기 정책을 총괄하고 통합적인 국가 전략을 수립·추진할 수 있다. 또한 각종 출연연, 과기대, 과기 특성화 대학 등을 연계하여 창조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산업계를 연결하는 산학연계 제도를 과기 부총리가 직접 진두지휘해야 한다.과기부 부총리 제도 부활이 절대 필요하다. 그리고 이제 부처 이름을 바꾸고 하는 일은 그만하자. 그냥 과기부 그리고 과기부 부총리로 충분하다.부처 이름보다 일이 중요하고 내용이 중요하다.

2021-06-10

벌거벗었다고 말할 수 없을까?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유명한 안데르센의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의 이야기가 자꾸 생각나는 요즘이다. 사기꾼들이 궁궐 앞에서 “우리는 바보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신비한 옷감을 짭니다”라고 외친다. 사기꾼들은 베틀을 놓고 옷 짜는 시늉만 하다가 드디어 옷을 만들었다고 하면서 임금 앞에서 옷을 입어보라고 했다.임금의 눈에는 옷이 보이지 않았지만 바보가 되긴 싫었다. 눈치를 보는 신하들은 보이지 않는 옷을 두고 온갖 아양을 떨었다. 의기양양한 임금님은 벌거벗은 채로 거리를 활보했다. 감히 한마디 할 수 없는 분위기에서 한 어린아이가 외쳤다. “벌거벗은 임금님이다!”최근 착공식이 열린 한전공대가 대표적으로 이런 경우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호남 표를 의식해서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것을 대통령이 된 후 밀어붙인 경우인데 주변의 누구도 바른말을 하는 사람이 없이 진행되고 있다.취학 인구 감소가 본격화하면서 5년 내 전국 대학의 4분의 1이 문을 닫아야 할 상황에서 정부가 재정적으로 어려운 공기업을 이용하여 대학을 새로 짓겠다고 하는 것인데 이미 전국 주요 대학에 에너지 관련 학과가 있고, 이공계 특성화 대학이 여러 개 있는데, 또다른 특성화 대학을 만든다는 것은 신중히 검토해야 하고 주변에서 바른말을 했어야 했다. 한전공대의 필요성이 절실하다면 좀더 신중하게 공청회 등을 거치고 학계의 의견을 수렴했어야 하고 시간을 두고 진행해도 되는데 졸속 진행되는 것은 정치논리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대통령의 공약이나 말 한마디가 헌법이고 법률이 될 수 없다. 그것은 과거 왕권시대나 독재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일들이다. 최근 대통령의 한마디에 정책들이 수시로 바뀌고 있고 무리하게 일들이 추진되고 있는데,“벌거 벗었다”고 용기있게 말하는 관료는 전무한 상태이다. 정부 정책은 합리적이고 공정해야 한다. 그리고 연속성이 있어야 한다. 국민에 대한 배임 행위가 있어서는 안 된다.국민을 진정 위하고 국민의 의견이 수렴되고 국민을 안심시키는 그런 안정된 국가의 모습을 찾아야 한다. 그저 정치인들의 인기전술에 그리고 대통령의 공약과 말 한마디에 좌지우지 되는 현 내치 형태는 정말로 걱정스럽다.그런데 왜 권력에 아부하지 않고 바른말 하는 그런 용기있는 ‘벌거벗은 임금님’의 어린아이 같은 사람들이 없는 것일까?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합리적 사고에 의한 사회, 경제, 정치상황을 판단하여 직언을 할 수 있는 양심있는 관료가 절실히 요구된다.포스텍 명예교수들이 한전공대를 한번 방문하는 기회를 가지는 게 좋겠다.그리고 이제 시작된 한전공대에 직언을 해주어야 한다. 포스텍은 정치적인 전략으로 세워진 학교가 아니다. 서울 아닌 지역에 진정 세계적인 연구 중심대학을 만든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지어진 학교이다. 이 경험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벌거벗었다”라고 우린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옷을 입혀주어야 한다.

2021-06-03

손정민 씨 아버지의 후회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최근 한강에서 숨진 대학생 한 명이 화제가 되고 있다. 한강에서 친구와 놀다가 물속에서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 씨의 아버지는 슬프고 억울하고 후회가 되는 심정을 자신의 블로그에 매일 올리고 있다. 더구나 경찰 조사가 미진해 한 달 새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하면서 손 씨 아버지의 억장은 무너져 내리고 있다.사망의 원인도 모르는 채 외동아들을 화장하여 한 줌의 재로 끌어안을 때 그 아버지의 심정을 과연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해할 수 있을까?그는 자기 심정을 블로그에 올리며 이미 떠나간 아이는 돌아오지 않지만, 그 원인이라도 알아야 편히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흐느끼고 있다. 최근에 올린 글이 특히 가슴을 두드린다.“왜? 라는 질문이 매시간 끊이질 않는다. 이사 오지 말 걸, 밤에 내보내지 말 걸, 원래 다니던 학교를 그냥 다니게 할 걸, 밤에 한 번만 더 연락해 볼 걸 하는 무한의 후회가 우리 부부를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라는 포스팅은 읽는 사람들에게 눈물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손 씨는 카이스트에 입학해 다니다 중앙대 의대에 진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이스트-의대 라인의 똑똑한 아들을 잃은 그 아버지의 슬픔과 후회를 충분히 짐작할 만하다.그런데 손 씨 아버지의 기사 댓글을 보면 응원과 위로의 글도 있지만 이러한 후회에 대하여 질타하는 글들도 있다. 무슨 카이스트를 계속 다니지 않은 것까지 후회하느냐 그만 놓아주라 너무 집착한다는 댓글들이다.필자는 손 씨 아버지의 심정을 100% 함께 하고 있다. 손 씨 아버지의 블로그를 읽으면서 문득 18년 전 태풍 매미로 떠난 딸아이를 생각하면서 당시 일기장을 뒤져 보았다.“하늘을 보고 원망도 해보고 땅을 보고 통곡도 해보았지만 넌 곁에 없구나. 네가 하늘나라에 가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지만 그리고 언젠가 널 곧 보리라고 생각하지만. 대학을 다른 곳으로 보내 줄 걸. 대학 졸업 후 유학을 바로 보내 줄 걸. 아빠가 출장 가지 않고 같이 시간을 보낼 걸. 그런 후회가 끝없이 흐르는구나. 아빠의 머릿속에는 “if….” 라는 가정이 매일같이 떠오르는구나. 어릴 때 항상 껴안고 옛날이야기를 해주어야만 잠들었던 네가 이제 보듬어 줄 수 없는 먼 길을 떠났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아. 뼈를 녹이는 아픔과 살을 도려내는 고통으로 오늘도 지새운다. 딸아, 오늘도 잘 자고 내일 또 만나자. 사랑해. 정말로 사랑해. 지금도 그리고 영원히…. 아빠가.”눈물의 일기장을 다시 보면서 손 씨 아버지의 심정이 어떻게 이렇게 똑같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 아마도 같은 경험의 모든 아버지의 심정은 같을 것이다. 손 씨 아버지의 후회는 그것이 무엇일지라도 떠나간 사랑에 대한 절절한 아픔이다. 그 후회는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부모의 절박한 심정이고 고통의 표현이다. 그것이 승화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손 씨 아버지의 후회가 무엇일지라도 우리 모두는 그걸 들어주고, 안아주고 보듬어 주어야 한다.

2021-05-27

포스텍, Again 2010!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EAIE 참석차 프랑스 낭트에 도착한 건 14일 저녁이었다. 호텔에 도착해 이멜을 열어보니 The Times 에서 이메일 한통이 와 있었다. 내 눈을 의심했다. 28위! 한국시간 오전 2시이다. 총장님에게 이메일을 쓰고 나서 기다릴 수가 없었다. 다이얼을 돌려 깨워드렸다. 총장님의 목소리도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포항에서 낭트에서 한숨도 못자는 밤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지난 2년간의 시간들이 흥분속에 흘러간다…. 엠바고(Embargo·보도통제)를 지켜야 하는 24시간은 24년만큼 길었다. 랭킹이 무언가? 무엇이길래 이렇게 학교를 흥분시키고 한국 전체를 들끊게 하는가? Give up or Give in(포기하지 않으면 전력투구 하라).왜 포스텍은 일류대학으로 시작되었나? 연구를 잘해서? 교수가 일류라서? 실험기자재가 좋아서? 돈이 많아서? 불행하게도 이건 정답이 아니다. 포스텍이 일류가 된 건 김호길 총장이 280점 이하는 뽑지 않겠다는 호언 때문이었다.능력을 평가하는 건 개인이건 단체건 어려운 일이다. 평가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준뿐만 아니라 각 기준의 비중 또한 중요하다. 포스텍의 능력을 최대로 평가 받기 위해 우리가 뛰어다닌 거리는 얼마일까? 아마도 먼 훗날 회고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말한다면 자화자찬일 뿐일 것이다. 그러나 피곤으로 부르튼 입술을 씹으면서 오늘 저녁 TV 뉴스를 들여다 볼 평가위 스태프와 POSMIT 연구원의 노고를 잊을 수 없다.포스텍의 역량은 정당하게 평가 받아야 한다. 기준의 잘못으로 그리고 기준의 비중의 편중으로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 세계 28위 달성은 우선은 연구를 잘하신 교수님들의 몫이다. 그러나 실력이 올바르게 평가되도록 환경을 조성한 우리의 전략적인 노력도 돋보인다. 오늘 이메일로 수고했다고 메시지를 보내주신 교수님들께 감사드린다. 그 메시지와 영광을 포스텍 모든 구성원과 나누고 싶다. 그리고 묵묵히 지금 잠을 청하고 있을 그 평가위에서 수고한 스태프, 연구원들에게 그동안 수고했으니 오늘은 푹 잠들라고 다독여 주고 싶다.정확히 11년 전, 2010년 가을에 프랑스 낭트에서 쓴 글을 읽으며 포스텍의 현재 세계 랭킹을 생각해 보았다.몇일 후 6월 초에 세계적 대학 랭킹 기관 QS가 월드 랭킹을 발표한다. 지금으로서는 포스텍의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다. 작년에는 77위였다. 한국 내 위치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물론 랭킹이 대학을 평가하는 절대 잣대는 아니다. 그러나 경쟁대학들과의 경쟁에서 랭킹에서 밀리면 다른 강점들이 평가 절하 되는 문제가 있다. 서울대, 카이스트, 연고대 등에 비하여 또 MIT 스탠포드 등에 비하여 현저히 역사가 짧은 포스텍은 일단 랭킹에서 이들을 압도하거나 챌린지 할 수 있어야 한다.포스텍은 ‘3년 내에 세계 30위’라는 목표를 세우고 ‘AGAIN 2010!’을 외쳐야 한다. 재단, 대학, 교수, 직원, 동문 모두 혼연일체가 되어 이 목표를 달성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포스텍은 한국의 1위 대학으로 거듭나야 한다.

2021-05-20

자격부터 갖추라고 말해야…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희망을 버리지 않는 것은 중요할 수 있다.문재인 대통령이 4·27 선언 3주년을 맞아 “북한과 다시 대화할 시간”이라고 했다. 회견을 할 때마다 “평화를 위한 협의를 하자. 다시 시작하자”라고 외친다. 문제는 그들이 대화를 할 자격이 되는가 하는 것이다. 정부는 북한이 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어떤 욕을 퍼부어도 웃는 낯으로 “우리 잘 사귀어 봅시다”라고 말한다.북한이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 한반도 평화와 궁극적 통일로 가는 길이라 믿고 있다. 표현의 자유도,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도 북한이 싫어하니 거론하지 말자고 한다.한 깡패 같은 친구가 힘이 없는 친구를 매일 괴롭힌다. 때리기도 하고 돈을 뺏기도 한다. 힘이 없는 친구는 평화를 위해 돈도 가져다주고 그 깡패 같은 친구가 때려도 참고 웃음을 지으면서 기다린다. 평화가 오길 기다려 본다. 그러나 평화는 오지 않고 괴롭힘은 계속된다.북한과 평화가 가능할까? 우리는 서독이 동독을 대한 태도에서 배워야 한다. 30년 전 서독의 통일 접근법은 달랐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자 동독 정권은 서독에 화폐와 경제 통합을 위한 지원을 요구했다. 당시 서독 총리 헬무트 콜은 이를 거절했다.동독 정권의 정통성 결여를 지적하면서 “민주화부터 먼저 하라”고 압박했다. 동독 독재자들 눈치를 보지 않았다고 한다. 통일은 동·서독 양쪽 주민의 동의를 받아 민주적으로 추진해야 하는데, 동독 독재 정권은 주민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콜은 이듬해 3월 자유 총선으로 동독에 들어선 민주 정권을 파트너 삼아 그해 10월 통일을 완성했다.우리의 대화 상대는 북한 독재 정권이 아니다. 그들은 국민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 그들이 먼저 민주화가 되어야 한다. 국민을 재판 없이 고사포로 쏴 죽이는 정권은 정통성이 없는 것이다. 그들에게 평화를 외쳐 보아야 돌아오는 건 폭력과 조롱뿐이다. 그들과 헛된 협상에 매달릴 게 아니라 북한에 민주적 정권이 들어서도록 지원해야 한다.그렇기 때문에 대북전단 살포 금지 같은 협정은 하지 말아야 한다. 북한은 전단을 남한에 보내도 아무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기에 전단 살포 금지에 매달리는 것이다.협력은 평화의 필수 요소다. 그러나 협력은 열린 사회 간의 상호 신뢰에 기반을 둔 것이어야 한다. 상호가 민주화된 정권기반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국민의 대표성을 확보해야 한다.어느 날 힘없는 친구가 주머니에 짱돌을 쥐고 나타났다. 그리고 그 깡패를 공격했다. 난투극이 벌어지고 힘없는 친구는 크게 다쳤다. 그러나 놀라운 일은 그 다음날부터 그 깡패가 힘없는 친구를 괴롭히는 일이 끝났다. 그리고 그 깡패는 얌전해 졌다. 그리고 평화가 찾아왔다.북한에게 ‘평화’를 외치기 전에 우리는 스스로 강한 힘을 갖추고 그들에게 “자격을 갖추라”고 외쳐야 한다.

2021-05-13

대중 외교, 베트남에서 배워라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2017년 취임 후 문재인 대통령의 첫 중국 방문은 최악의 외교 실패의 참사였다. 차관보급 인사의 공항 영접부터 세끼 연속 문 대통령 혼자 밥을 먹어야 하는 ‘혼밥’에다 팔을 툭툭 치며 인사를 하는 중국 외교부장의 외교 결례, 그리고 중국 경호원들의 한국 기자 폭행까지 최악의 굴욕적인 외교 모습이었다.그리고 작년 초 중국발 코로나 사태가 터졌다. 중국 시진핑 주석이 문 대통령에게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고 추켜세웠다. 한국이 중국인 입국금지를 하지 않고 도와주려고 한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이다. 정부는 “국민의 안전보다 정치외교가 더 중요하다”는 식으로 이 문제를 다루었다.그러나 곧 역전현상이 일어났다. 한국에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니까 중국의 일부 지역이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고 14일 격리기간을 요구하고 한국인을 기피 하였다. 오히려 중국이 “정치 외교 논리보다 국민의 안전이 중요하다”라고 했으니 한국으로서는 참기 힘든 굴욕적인 순간이었다.상황 초기 한국의 의료진들이 중국에서 오는 여행객에 대한 입국금지 내지는 입국제한을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정부는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또 시진핑의 방한 계획에 차질이 올까 봐 전전긍긍하며 골든타임을 놓쳤다.그리고 돌아온 건 중국의 한국 조롱이었다. 마스크를 보내준다고 조롱기 섞인 제의도 한다. 대중 굴욕외교의 문제는 북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의 대중, 대북 외교는 한마디로 ‘비굴’그 자체이다.그들이 무슨 말을 해도 아무 대꾸도 못한다. 온갖 욕을 듣고도 그저 묵묵히 참는 굴욕적인 모습이다. 북한과도 마찬가지이다. 미국과 북한의 협상이 겉도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북한의 공공연한 한국 원망과 비난에 길들여지고 있다. 북한의 한국 비난과 욕설은 그 도를 넘고 있는데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한국의 대중, 대북 아부에 대하여 돌아오는 건 조롱과 멸시뿐이다.이런 가운데 베트남의 대중 외교가 우리에게 시사점을 주고 있다. 남중국해섬 영유권 등으로 중국과 미국을 비롯한 아세안 국가들의 이해가 충돌하고 있다. 베트남은 지도에 남중국해가 아니라 자기 나라 기준으로 이름을 정해 동해로 표기한다.베트남은 중국의 윽박지르기 영토 주장을 또박또박 거르지 않고 논리적으로 반박해왔다. 중국이 거대 군함을 출동시키면 베트남도 당당히 군함을 내보내어 맞섰다. 이런 당당한 베트남을 중국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고 있다.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한심한 착각과 중국 비위를 맞추면 평화가 올 거라는 대중국 굴종외교 등으로 한미 한일 동맹에 금이 가고, 중국에 냉대 받고, 북한에 모욕당하고 있다.이제 베트남식 ‘당당한 외교’를 배워야 한다. 우리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도록 중국에게도 할 말은 하고 북한에게도 강한 메시지를 주어야 한다. 그러한 외교의 힘은 한·미·일의 돈독한 동맹에서 나올 수 있다. 한국 정부의 ‘당당한 외교’를 보고 싶다.

2021-05-06

윤여정 신드롬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아시다시피, 저는 한국에서 왔습니다. 제 이름은 윤여정입니다. 수많은 이들이 제 이름을 ‘어영’ 혹은 ‘유정’이라고 부르는데요. 제 이름은 ‘여정’입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용서하겠습니다.”배우 윤여정으로 온 나라가 흥분에 휩싸였다. 전세계가 놀라고 있다. 한국인 최초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오스카상을 받았다. 영화 ‘미나리’를 통해 오스카 조연상을 받은 것이다. 연기상으로는 한국인 최초이고 아시아인으로는 두 번째라고 한다.지난해 2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적과 같이 작품상, 감독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했을 당시도 연기상에서 한국인이 수상하리라고는 기대하지 못했고 더구나 2년 연속 한국영화 또는 영화인이 아카데미 시상대에 오르리라고는 기대하지 못했다.올해 나이 일흔 넷의 배우 윤여정이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믿기 힘든 순간을 한국영화 102년 역사에 남긴 것이다.‘미나리’를 연출한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이 절대적인 기회를 준 사람이긴 하지만 윤여정 개인의 노력이 돋보인다. 전세계에의 각종 영화상에서 무려 42개의 트로피를 받으면서 정점의 오스카상으로 마무리 한 것이다.본격적인 소감에 앞선 윤여정 특유의 농담에 시상식 장내에 웃음이 번졌다. 이미 앞서 열린 영국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 수상 소감 당시 “‘고상한 척(snobbish)’ 하는 걸로 유명한 영국인들”이란 뼈 있는 농담으로 화제가 됐던 윤여정이었고 이날도 브래드 핏 제작자에게 “드디어 만났네요. 영화 찍을 때 있었나요?”라고 하면서 재치있고 유창한 영어 솜씨로 때때로 던지는 유머도 전세계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지금 열광하고 있는 윤여정 신드롬은 여러가지 시사점을 던져 주고 있다.첫째, 자기 분야에 혼신을 다하는 사람은 결국 인정받는다는 전문성이다. 먹고 살기 위해 열심히 했다고 하지만 윤여정은 자기가 맡은 분야에서 정말 열심이었다. 중간에 10여년의 미국생활의 공백기를 딛고 귀국해 다시 차근차근 연기의 전문성을 쌓아 나갔다.둘째, 국제성이다. 한국어로 인터뷰하라는 요청도 있지만 국제어가 된 영어로 BBC, CNN 등 전 세계 매스컴에 자신을 알리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어로 농담까지 겯들이는 모습은 그녀의 국제성이 앞으로 그녀의 국제성으로 높여 줄 것이다.셋째, 남을 배려하는 겸손한 이미지이다. 자신은 “최고”가 아니라 “최중”이 되자고 외치며 같이 경쟁한 후보들을 일일이 칭찬하고 자신에게는 조금 행운이 따랐을 뿐이라고 말했다.윤여정 신드롬은 우리 사회가 노력을 통한 전문성, 그리고 국제적 감각으로 무슨 일이든 이루어 낼 수 있다는 절대적 자신감을 심어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윤여정의 초기 데뷔 시절 어딘가 부족한 듯한 연기를 보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녀가 이렇게 성장하기까지 걸어온 길에 경의를 표한다. 그건 우리 모두가 배워야할 길이다.윤여정 신드롬을 마냥 즐기고 싶다.

2021-04-29

맞을 것인가 안 맞을 것인가?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정부의 ‘11월 집단면역’ 목표 달성이 이루어질 지 걱정이다. 러시아산 백신의 도입 가능성에 대해 검토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상당 물량의 코로나19 백신까지 확보했다고 정부가 밝혔지만 국내 백신 수급난이 해소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백신 수급도 문제이지만, 백신에 대한 가시지 않는 불신도 문제이다.장모님이 요양하고 계시는 요양원에서 전화가 왔다. 백신을 맞히실 것인가라는 질문이었다. 연세가 금년 91세이신데 가족회의가 열렸다. 과연 코로나에 걸릴 확률이 얼마냐 그리고 백신을 맞아 부작용에 의해 위험에 처할 확률이 얼마냐는 토론이 벌어졌다.친구가 SNS 단톡방에 “맞을 것인가 안맞을 것인가?”라고 백신 접종에 대한 고민을 올렸다. 이제 시니어의 나이가 된 친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정부는 백신과 백신 접종 후 사망과는 관계가 없다는 발표를 하고 있지만, 그 발표를 전적으로 믿는 친구들도 많지 않은 것 같다.유럽의약품청(EMA)이 얀센(존슨앤드존슨)의 코로나19 백신과 ‘특이 혈전증’간의 관련 가능성을 인정함에 따라 국내 접종계획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앞서 EMA가 아스트라제네카(AZ)사의 백신과 희귀 혈전증간 연관성을 인정하자 이 백신의 접종 대상을 만 30세 이상으로 제한한 바 있다.정부는 미국 보건당국의 검토 결과까지 충분히 검토한 뒤 전문가 자문과 예방접종전문위원회 논의를 거쳐 접종대상 등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이런 와중에 이스라엘은 통제를 풀고 마스크를 벗었다는 뉴스도 들려온다. 국민들의 집단 면역이 완성되었다는 주장이다.집단 면역은 감염이나 예방접종을 통해 집단의 상당 부분이 전염병에 대한 면역을 가진 상태가 되어 전염병으로부터 간접적인 보호를 받는 상태를 말한다. 집단 내의 다수가 면역을 가지고 있으면 전염병의 전파가 느려지거나 멈추게 된다는 논리이다. 보통 구성원의 60% 이상이 항체를 보유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 수치도 들쑥날쑥이다. 90% 는 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백신에 대한 지나친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고 확률게임에서 보듯이 각자의 공포지수의 문제일 뿐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확률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는 매일을 확률게임을 하고 있다. 교통사고, 낙상사고 등 낮은 확률이라도 사고는 항상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한편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확률이 100%이다.백신 접종에 대한 지나친 공포를 가질 필요는 없다고는 하지만 백신 접종의 부작용으로 보이는 뉴스가 계속 되는 한 확률의 의미는 반감 될 것 같다.의사도 안맞는데 왜 우리가 맞냐라는 극단론 속에 불가리아 같은 나라는 백신 접종의 우선순위를 폐지했다고 한다.셰익스피어의 ‘햄릿’하면 떠오르는 것은‘죽느냐 사느냐 이것이 문제로다’라는 명 대사이다. “맞을 것인가 안맞을 것인가?” 참으로 어려운 질문이다. 좀 더 정부가, 의료계가 국민을 안심시켜 주었으면 한다.

2021-04-22

동국대 경주캠퍼스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동국대 경주캠퍼스가 ‘경주’라는 지역명을 딴 이름을 더이상 쓰지 않기로 하고 미래 발전과 경쟁력 향상을 위해 캠퍼스 명칭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최근 캠퍼스에서 지역명을 빼거나 교명을 바꾸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경희대는 수원캠퍼스를 ‘국제 캠퍼스’로, 건국대는 충주캠퍼스의 이름을 ‘GLOCAL(글로컬) 캠퍼스’로, 연세대도 원주 캠퍼스를 ‘미래 캠퍼스’로 바꾸어 부르고 있다. 부산권의 영산대도 캠퍼스를 와이즈유(Y’sU)라는 닉네임으로 부르고 있다.이러한 교명 변경은 학교 위상을 올리는 효과가 있고, 신입생의 질이 상승되는 효과도 있다.교명 변경으로 경쟁력에서 큰 성공을 거둔 대학은 서울과기대와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이다.서울과기대는 원래 서울산업대였는데 교명을 서울과기대(Seoul National University of Science Technology)로 바꾼 이후 국제무대에서 인지도가 상승하고 학교 위상이 올라갔다. SNU로 시작되는 영문명이 국제적 인지도를 높인 것이다.한양대 에리카 캠퍼스는 더 절묘한 명칭 전략으로 성공한 케이스이다. 에리카(ERICA)는 진달랫과의 상록 소관목을 가르키는 이름이다. 잎은 좁고, 꽃은 겨울에서 봄에 걸쳐 피는데 연분홍색이거나 흰색으로 피어난다.한양대는 2009년 안산캠퍼스를 과감하게 ERICA(에리카) 캠퍼스로 바꿔 부르고 있다. ERICA는 ‘Education Research Industry Cluster Ansan’의 줄임말로 산학협력을 바탕으로 한 이 캠퍼스의 성장 전략을 나타낸 것이다.꽃 이름 에리카와 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영문 두음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상징적으로 다가온다.에리카 캠퍼스는 이런 효과로 국내 랭킹에서만 10위 이상 상승했다.동국대 경주캠퍼스가 기왕 교명 변경을 추진한다면 에리카 캠퍼스 이름을 벤치마킹한다면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이번 교명 변경이 최근 논란이 된 경주캠퍼스의 수도권 이전을 위한 사전 준비작업으로 보는 시각도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재학생 대상 설문조사에서 캠퍼스 이전에 대한 지지도는 9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러나 경주 지역민들은 당연히 캠퍼스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 경북, 경주의 토양으로 자라난 대학이 수도권으로 간다는 건 지역민 정서에 맞지 않는 건 당연할 것이다.한국은 카이스트, 포스텍 같이 특성화 공대를 제외하고는 톱10 대학에 들어가는 지역대학이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미국이나 일본은 수도권이 아닌 대학들이 톱10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한국도 지역에 있으면서도 유명한 대학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그런 측면에서 동국대 경주캠퍼스의 교명 변경은 의미가 있게 느껴지면서도 캠퍼스 이전은 장단점을 잘 분석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2021-04-15

포스텍, 위기를 기회로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포스텍이 재정난을 겪어 국립대 전환을 논의하고 있다는 보도는 교수, 직원, 재학생 뿐만 아니라 동문, 학부모, 명예교수 및 포항시민들, 포스텍을 아끼는 국민들 모두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사회에서 가볍게 논의된 사항이고 포스텍 총장의 해명성 메시지가 발표되었지만 여전히 이 보도의 충격은 가시지 않고 있다.어떤 포스텍 재학생이 SNS에 올린 글에서 국립대 전환은 “포스텍의 카이스트 하위호환”이라는 말이 나온다. 포스텍의 카이스트와의 치열한 라이벌 관계에서 나온 단어이기에 충격적이다. 87년 개교한 포스텍의 기세는 서울대, 카이스트가 문제가 아니라 세계와 경쟁한다는 기개와 자부심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포스텍은 국내 1위라는 자부심이 확고했다.1994년 한국 최초로 중앙일보 국내대학 랭킹이 발표되었고 포스텍 1위, 카이스트 2위, 서울대 3위가 신문지상에 대서 특필 되었다. 이 당시 입시처 자료에 의하면 동시합격자의 선택에 있어서 포스텍과 카이스트는 50:50의 호각세를 보였다.2004년 영국의 QS-THE가 합동으로 세계랭킹을 발표하기 시작했고 세계랭킹의 표준모델이 되었다. 2007년 포스텍에 국제화위원회(UGC)가 발족되어 대학 랭킹에 절대 요소인 국제화에 대한 박차를 가했고 2010년 3월 포스텍은 영어공용화 캠퍼스 선언을 했다. 연이어 포스텍 경쟁력위원회(UEMC)가 발족되어 국제화와 국제평가를 통한 포스텍의 경쟁력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야심찬 계획이 진행 되었다.2010년 QS, THE가 분리되어 첫 랭킹을 발표했을 때 THE에 의해 포스텍은 세계 28위(카이스트 79위, 서울대 109위)로 단연 국내 1위로 발표되었다. 한국대학이 이룩한 최고의 랭킹이며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당시 포스텍은 국내 1위로 평가되면서 설립 50년이하 대학에서는 세계 1위라는 금자탑을 세웠다.상황은 이후 변화했다. 본부의 분위기가 “평가가 왜 중요한가? 연구만 잘하면 된다. 미국대학들은 그런데 신경 안쓴다”로 바뀌면서, 상황은 변했다. 포스텍은 연구력과 평판도에서 하락하면서 세계랭킹에서 국내 1위 자리를 지키지 못했고 50년이하 세계대학 1위의 자리도 지킬 수 없었다.카이스트-포스텍의 균형이 깨지기 시작했다. 대학의 경쟁은 스피드(연구)만을 측정하는 스피드 스케이팅이 아니며 종합예술을 다루는 피겨스케이팅과 같은 것이다.이제 포항과 한국의 자존심 포스텍도 “응답하라 ! 2010”를 외칠 때가 되었다. 대학, 동문, 명예교수들을 어우르는 공동체를 만들고 연합 위원회를 만들어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 지혜를 모아야 한다.세계 랭킹에서 이룬 최고 랭킹은 서울대 36위, 카이스트 39위이지만 포스텍은 28위이다. 여전히 포스텍은 세계랭킹에서 한국 최고의 기록을 갖고 있다. 포스텍은 이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2021-04-08

공대 여학생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얼마 전 서울시장 선거에 나가기 위해 국회의원 직을 사퇴한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은 1971년 서울공대에 입학한 3명의 여학생 중 한 명이었다.공대에 여학생이 입학하는 것이 큰 화제가 되고 신문에 기사화 되던 시절이다. 공대 캠퍼스에 여학생이 걸어가면 남학생들이 한참을 쳐다보곤 하였다. 여자 교수도 없던 시절이니까 공대 건물에 여자 화장실이 없어도 별로 이상하지 않던 시절이다.1946년 개교한 서울대의 공대생은 30년이 지난 1970년 중반까지 졸업한 여학생은 50명이 되지 않아 연 1∼2명 정도가 고작이었다.1973년 첫 입학생을 모집한 카이스트 대학원에도 여학생은 한해 2∼3명 정도였다. 그것도 생명공학 같은 특정 전공에 집중되어 있었다. 여학생 비율은 1%가 안되던 시절이다.1989년 필자가 포스텍에 부임했을 때 여학생의 비율이 10% 가까운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보다 2년 앞서 포스텍 첫 입학생의 수석합격자도 여학생이었다.한국 전체로도 공대 여학생의 비율은 계속 꾸준히 증가하여 2000년 10%를 넘어서고 최근 통계에 의하면 여자 공대생이 20%를 넘었다고 한다. 재학생 기준이니까 신입생의 여학생 비율은 지금 25%에 육박한다고 한다.여자 공대생이 증가한 주요 계기는 1996년 이화여대가 여대로는 처음으로 공대를 신설한 것도 한몫을 했다. 한국의 대표적 여자대학인 이대가 공대를 만들리라고는 상상도 안가던 시절이었다. 그후 숙명여대 등도 공대를 만들었고 포스텍 교수님이 공대학장으로 임명 되기도 했다.최근 들어 대학 졸업자 중 인문계열 및 예체능계열 취업난에 따른 여파로 여학생들이 취업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공학계열, 사회계열 입학이 대체로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작년 대학 졸업자의 계열별 취업률’을 보면 의약계열이 80% 정도로 가장 높았고, 공학계열 70% 정도로 2위라고 한다. 사회계열, 인문계열, 교육계열 보다 높다고 한다.여성의 사회진출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현상과 취업률이 좋은 공대의 상황이 여성을 공대로 끌어들이고 있다.사실 여학생 비율의 폭발적 증가는 법학 쪽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사법시험 합격자나 법학전문대 여성 비율도 거의 50%에 육박할 정도이다.70∼80년대까지는 법대에 다니는 여학생을 신기하게 쳐다보던 시절이고 여자대학 법대는 인문사회 계열에 비하여 인기가 떨어지던 시절이다.이제 사회 모든 분야에서 여성의 활약은 눈부시다.미국의 명문공대 MIT는 여학생 비율이 40%라고 한다. 이제 캠퍼스에 넘치는 공대 여학생은 선진화의 상징이고 여성의 사회진출의 상징이다.오늘도 공대 여학생은 코로나로 실험 등 일부만 대면 수업이 진행되는 캠퍼스 사이에서 싱그러운 젊음을 뽐내고 있다.

2021-04-01

코로나로 일어난 변화들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마스크가 일상화 된 모습이 이젠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진다. 겨울 독감에도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마스크를 종종 잊고 나가 애를 태우던 시대에서 이제는 마스크를 안 쓰면 무언가 불편하게 느껴 외출을 못하는 이상한 시대로 바뀌었다. 줌(Zoom)이라는 온라인 미팅 프로그램이 세계의 각종 학회나 회의의 황제로 군림하고 있다.요즘 대부분의 미팅이 줌으로 진행되고 대학에서의 강의나 세미나도 줌으로 하고 있다. 각종 행사의 형식도 많이 간소해졌다. 리셉션이나 행사만찬이 없어지거나 대폭 축소되었다. 악수도 생략되고 주먹으로 인사하고 식당에 가면 띄어 앉는 게 일상이다.대학은 교무회의를 온라인으로 하기 시작했다. 수업도 온라인이나 동영상으로 진행되어 캠퍼스는 텅 비어 있다. 학생이 없는 캠퍼스 모습도 처음 보는 풍경이다.접촉이라는 컨택트(Contact)가 아닌 비접촉이라는 언택트(Untact)라는 신조어를 부상시키며 비대면·비접촉 소비 등 새로운 비즈니스 방식도 생겨났다. 쇼핑시장은 온라인 쇼핑으로 대폭 바뀌면서 택배업체와 배달업체들이 호황을 맞고 있다. 학원, 취미강습 등을 다니지 못하면서 화상통신을 이용한 원격교육, 온라인 요가, 요리강습 등이 강세를 보이면서 아예 온라인으로 체험을 하는 환경이 집집마다 구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여행 산업도 크게 위축 되었다. 필자도 대학에서 대외협력 일을 맡으면서 거의 매달 나가던 해외 출장을 공적인 일로는 작년에 한번도 해외 출장을 가지 않았다. 온라인으로 국제회의가 실시되기도 하지만, 또한 귀국 후 자가격리라는 기간이 너무 일상을 힘들게 하기 때문이다. 해외 가족 결혼 때문에 출국 시 보았던 인천공항의 풍경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차를 댈 수 없을 정도로 붐비던 인천공항의 주차장은 거의 차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텅 비어 있다. 수천명의 탑승객이 붐비던 공항 출국대도 사람 몇 명이 왔다 갔다 할 정도다.문제는 언택트 시대에서 인간의 본성이 어떻게 변할까 하는 점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그래서 SNS 같은 온라인 소셜미디어가 더 활성화 될 전망이다. 그래도 성이 차지는 않을 것이고 우울감은 심화될 수 있다.코로나 블루가 걱정이다. 상호단절된 상황 속에서 우울감을 증폭시키면서 코로나 피로감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지가 걱정이다. 백신접종이 전세계적으로 시작되었다. 백신을 통해 코로나가 종식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지만 이제 인간은 독감처럼 코로나와 함께 생존해야 한다는 예측도 있다.BC, AD는 예수 이전과 이후로 나누는 연대 계산 방식이다. BC는 예수 탄생 이전이라는 의미이지만 아마도 미래에는 코로나 이전이라는 의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농담만은 아닐 것이다. C가 예수가 아니라 코로나가 될것이라는 것이다. 정말 우리는 지금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속에 살고 있다. 이 변화의 끝이 어디가 될 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2021-03-25

학교폭력 - 맞아야 잘한다?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최근 한 TV 방송은 최근 스포츠계 학교폭력 사태를 조명했다. 프로 야구, 그리고 축구 선수들의 과거 학교폭력 사태를 다루었다.현재 매우 유명한 프로야구의 두 선수는 후배들에게 전기 파리채에 손을 넣도록 시켜 아파하는 걸 웃으면서 바라보았다는 충격적 이야기가 나온다. 또한 누구나 아는 축구계의 스타 선수가 초등학교 시절 후배들에게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을 시켰다는 뉴스가 귀와 눈을 의심케 할 정도로 보도되었다.위의 두 개의 리포트는 당사자들은 그런 일이 없다고 강력 부인하고 있지만, 이 방송은 승자 독식의 체육계 문화가 바뀌어야 하고 지금 학교폭력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또한 학교폭력 피해자 부모의 인터뷰를 인용하며, 성적을 내기 위해선 폭행조차 넘어가고 있는 이 체육계의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고 보도했다. 참으로 충격적이면서도 참담한 마음이다.오래전부터 중고교 체육에서 경기에서 패배한 선수가 경기장을 나가 코치한테 맞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 주니어 스포츠의 체벌과 욕설은 오랜 관습이 되어 있었다얼마 전 이로 인해 철인 3종 경기에서 어린 선수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한다. 선배들의 욕설을 매일 들어야 했고 코치, 팀 닥터라는 사람들에게 수없이 얻어 맞으면서 훈련을 하면서 여러 차례 관련 단체에 하소연을 했지만 무산되었고,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한다.그런데 이번 사건들은 과거와는 다르게 선배선수들의 폭력 상황을 보여준다. 결국 선수들은 코치에게 맞고 선배에게 맞고 선수생활을 해나간다. 이 배경에는 “맞아야 성적이 난다”와 “우리도 맞고 커왔다”는 잘못된 관습이 도사리고 있다.실제로 10대 선수들은 자기 제어 능력이 부족한 나이이기 때문에 일단 체벌을 가하면 통제가 가능하고 훈련의 효과가 잠시 올라가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코치들은 “맞아야 성적이 난다”라고 한다.물론, 이 주장도 결코 받아들일 수 없지만 그런데 동료선수 또는 선배선수의 폭력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코치에게 맞은 선수는 일단 맞지 않기 위해 열심히 할 것이다. 그리고 코치 감독의 눈치를 보고 행동하고 시합에 나가서 일단 이기기 위해 애쓸 것이다. 지면 맞으니까….한 선수는 “맞지 않기 위해 연습하다 보니 이렇게 수동적인 로봇 같은 선수가 되었다”고 술회하기도 했다.그러나 동료 또는 선배에게 맞는 선수는 분한 마음과 좌절로 경기력과 상관없이 심신을 망쳐갈 것이다.코치에 맞아서 성장한 선수는 운동을 하는 기계로 전락한다. 창의적인 게임 운영을 하기도 힘들다. 동료나 선배에 맞으면서 성장한 선수는 기가 죽은 선수가 되고 분노로 가득찬 왜곡된 성격을 형성한다. 이는 결국 그의 인생 전체를 망치기도 한다. ‘학교폭력’, 정말 이제는 멈춰야 한다.

2021-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