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포스텍에는 교수촌을 건립한다는 취지의 안내문이 돌았다.
대부분 환경 선진국 미국 등에서 학위를 한 교수들의 머릿속에는 산기슭에 그림처럼 자리 잡은 별장 같은 집들의 꿈이 익어갔다. 그리고 전체 교수의 반에 가까운 100여 명의 교수들이 관심을 표명했다.
포스텍 설립 초기부터 전 세계에서 인재를 끌어 모으겠다는 박태준 회장의 우수 교수 유치와 포스텍 교수들에 대한 배려의 일환이었다.
교수들은 포스코 관련 한 개인의 초곡지구 소유의 땅을 아주 저렴하게 분양 받았다. 당시 분양 받지 못한 교수들의 부러움을 사면서 멋진 ‘포스텍 교수촌’의 꿈은 그렇게 무럭무럭 익어갔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오늘 아직 ‘꿈의 교수촌’은 건립되지 않고 있다. 최근 교수촌 아파트 건립 문제로 교수들도 포함된 사업시행자 측과 분양받은 포스텍 교수들 간의 갈등이 악화되고 있다.
사업 시행사가 바뀌면서 기존에 약속됐던 교수들에게 땅을 양도하는 조건으로 제시된 아파트 무상공급 조건이 배제 되었고 상황이 혼잡해졌다.
교수들은 시행사가 땅을 현물투자로 받으면서 주주인 포스텍 교수들을 외면한 채 소수 주주들만 총회를 가지고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땅을 담보로 고액의 돈을 빌렸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주주 교수들의 반발은 거센 상황이다.
사업 시행사 측은 교수들에게 인감 등을 통해 업무 전권을 위임받았고, 개인들에게 아파트 무상 공급하는 것은 주택청약법에 따라 불법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교수 주주들이 사업 시행사를 대상으로 낸 고소건이 검찰에 1년여째 계류되고 있어 진전이 안 되고 있다는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로 갈라선 교수들 간의 갈등도 바라보는 동료 교수들과 포스텍 구성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포스텍은 설립 초기부터 세계적인 대학 건립의 꿈을 안고 모인 교수들의 단합된 힘으로 끌어온 대학이다. 그러한 교수들을 믿고 학생들도 모여들었고 그리고 한국을 이끄는 대학으로 성장해 왔다.
지금 포스텍은 한국을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과학기술 특화 대학이며 국제 평가기관에 의해 세계 30위권으로 평가된 유일한 한국의 대학이다. 특히 서울이 아닌 지역에 사립대가 설립되어 전국에 이름을 날리는 명문대로 성장해 왔고 해외에서 그 명성을 떨치는 지역의 자랑이자 한국의 자랑인 대학이다.
지금 설립자 박 회장과 초대 김호길 총장의 꿈은 고통을 받고 있다.‘멋진 교수촌의 꿈’이 이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도 교수들끼리 다투는 모습은 35년 전 포스텍을 포항에 만들었던 그 두 분들의 뜻은 아니다.
지금 교수들은 모두 한보씩 양보하여 문제를 해결하려는 화합을 보여야 한다. ‘꿈의 교수촌’은 ‘꿈의 포스텍’과 함께 세계적인 명소가 되어야 한다. 당사자 교수들의 문제 해결을 위한 진정한 화합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