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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두 공항을 한 개의 공항처럼!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대구국제공항을 대체할 대구·경북 통합신공항(민간 공항+K2 공군기지) 이전지가 공동 후보지인 경북 의성군 비안면, 군위군 소보면 일대로 결정됐다. 대구시와 국토교통부 등은 2028년 개항을 목표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에 나선다고 한다.기본계획수립용역을 통해서 개략적 내용이 수립되면 이를 토대로 통합신공항의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되고, 건설사업도 본격적으로 추진된다고 하며, 2024년 착공을 거쳐 2028년 통합신공항을 개항한다는 계획이다.그러나 부산상공회의소는 최근 울산상공회의소, 경상남도상공회의소협의회와 공동으로 국토부의 김해공항 확장안 취소와 유일한 대안인 가덕신공항 건설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이번 공동성명 발표는 부·울·경 경제계가 지난 7월 22일 부·울·경 신공항의 조속한 건설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음에도 여전히 검증결과 발표가 늦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무총리실의 김해공항 확장안 적정성 검증 발표와 함께 신공항 대체 입지로 가덕도가 선정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경북이나 포항의 입장에서 보면 영남권의 신공항 추진이 지역민들에 큰 기쁨과 희망인 것은 틀림없다.그러나 이 조그만 국토와 영남권에 부산권·대구권 2개의 공항이 필요한가 하는 건 그리 쉽지 않은 판단이다.부산·대구 지역이 상호 자기 지역에 공항유치를 위한 노력을 넘어서서 상호비방하는 현수막들을 보면서 참담한 생각이다 두 공항을 만들어도 하나의 공항 개념으로 묶을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다. KTX 고속철이 탄생한 후 서울과 포항, 대구간 항공 노선들이 없어지다시피 한 경험을 우리는 가지고 있다.비록 2개의 공항이 탄생하지만 하나의 국제공항 개념으로 가는 것이 영남지방 발전을 위해 훨씬 좋아 보인다.우선 공항명에 경북, 경남, 대구, 부산 등의 이름을 쓰지 말고 영남의 개념의 이름을 쓰면 어떨까 한다. 공항 이름에서 외국인들이 하나의 공항으로 생각하게 유도하는 게 좋다. 예를 들어, KB(경남, 부산) Airport, KK(경북, 경남) Airport 이름도 좋다. 또는 시애틀-타코마, 달라스-포트워스처럼 두 개의 도시를 묶는 트윈시티 이름을 써 대구·부산 공항으로 불러도 좋다.그리고 각각의 공항을 제1터미널, 제2터미널 등의 이름으로 부르자. 작명부터 하나의 공항 개념으로 묶어 영남권을 커버하는 것이 인천공항과 같이 국제적 지위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두 공항 사이에 최신 논스톱 고속철을 건설하여 항공권 소지자는 출발·도착 전후 24시간 내에 무료 승차를 허락하고 두 공항이 다소 거리가 있지만 사용자에게는 하나의 공항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보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이는 영남권을 국제적 중요 명소로 유도하고 영남권이 세계적인 지위를 획득하는 지역으로 발돋움 하는 지름길이 되리라 확신한다. 두 개의 공항을 하나의 공항으로 묶어 영남권 지역 발전에 불을 지피자. 두 개의 공항을 하나의 공항처럼!

2020-09-10

국민의 힘?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당명이 또 바뀐다. 또 생뚱맞은 낯선 이름 하나가 들린다. 수십년간을 겪었던 경험이다. 최근 미래통합당은 새 당명 ‘국민의힘’과 정강·정책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한다. 한나라당, 새누리당, 신학국당, 미래통합당, 그리고 국민의 힘. 외우기가 힘들 정도로 당명이 바뀐다.그건 여당도 마찬가지. 민주당, 민주통합당, 통합민주당, 새천년민주당, 평화민주당, 새정치 민주연합, 더불어 민주당. 아마 정부수립 후 만들어진 정당 이름은 100개는 족히 넘을 듯하다.당명이 바뀐다고 사람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정책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국회에서의 정책의 토론이 아닌 구태의연한 욱박지르기 모욕주기는 여전한데, 당명이 바뀐다고 국민의 지지를 받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큰 잘못이다. 국민의 힘이라면 지금까지 국민의 힘은 안중에도 없다가 이제 알게 된다는 것인가? 지금까지 국민의 힘이 아니라 정치인들의 힘에 의존하여 오다가 이제 뒤늦게 국민의 힘을 이용하고 싶어서일까? 정당 이름을 바꾸는 것이 정말 중요할까? 그 보다는 정당조직문화와 운영방식을 개선하고 정치를 잘 할 수 있는 틀을 개선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지 않을까? 이름을 바꾼다고 내용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한국에서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정당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인 개개인의 이익을 위해 정당이 존재한다는 비판이 이해가 된다. 미국, 영국 등 정당의회주의 선진국가들에 비하여 한국에서는 정당들의 이름이 수없이 만들어지고 사라지고 정치인들은 그런 정당들을 오고가는 이합집산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보다 개인의 이익이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정당은 개개인 정치인의 이익을 대변하는 집단일 뿐이다. 미국에는 2개의 주요 정당인 민주당과 공화당이 200년 가까이 미국 전통을 지켜왔다. 두 정당은 다양한 계층의 미국인으로부터 지지를 얻어 광범위한 정치적 견해를 수렴하고 있다.미국에서 정당의 뿌리는 확고히 자리잡고 있다. 의원이건 국민이건 미국에서 소속정당을 바꾸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건 유럽의회 정치의 상징 영국이나 의원내각제인 일본도 마찬가지이다.계산에 의해 이리 저리 정당을 옮기는 정치인들이 정치를 잘한 경우는 별로 없다. 정당 이름을 바꿔 크게 정치가 나아진 경우도 없다.정당 이름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치인들의 진정 국민을 위한 자세이다. 이제 정치인들은 순간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그리고 당선을 위해 정당을 만들고 해산하고 그리고 정당을 이리 저리 옮기는 이기적인 행동을 멈추어야 한다. 정당이름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치인들의 성실하게 국민을 섬기고 법을 지키며 국가를 위하는 진정하고 올바른 자세이다. 이미지가 나빠진다고 이름을 바꿀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정하여 반성하고, 그리고 새로 태어나는 자세가 필요하다.국민의 힘이라는 엉뚱한 또 하나의 정당이름을 보면서 국민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필자같은 시니어들은 정당들 이름 외우기도 이제 벅차다. 요즘 시니어 인구의 비율이 증가한다고 하는데 시니어들이 외우기도 힘든 정당 이름 제발 그만 바꾸자.

2020-09-03

포항과 서울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최근 포항의 의대 유치 운동으로 ‘포항과 서울’의 도시 인프라와 미래지향적 관점을 생각해 보는 것도 흥미롭다. 포항에 의과대학을 세우는 일이 뜨겁게 떠오르고 있다. 경북 지역은 전국 평균 의사 수가 서울의 반 정도의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한다. 인간의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의료 서비스라는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도 된다.그런 반면, 포스텍은 과학기술 인용 논문 수 등으로 국내 최강이다. 한국의 고교생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대학중 하나이다. 과학기술 연구의 가장 중요한 국내 유일의 방사광 가속기도 포항에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의료연구의 많은 부분이 가속기에 의존하고 있다. 도시 기반 인프라는 부족한데 최첨단의 연구시설과 교육기관이 있는 것이 포항의 실정이다.필자가 90년대 썼던 칼럼들을 한번 들추어 보았다. 90년대 언론들은 포스텍과 서울공대를 비교하는 보도를 쏟아내었는데, 사실상 두 대학과 두 도시를 비교하는 것은 그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인구는 20배, 그리고 정치 경제 사회 모든 인프라 면에서 앞서는 서울이었다. 그러나 포항은 서울에 도전장을 던졌다. 그것은 성경에 나오는 다윗과 골리앗 간의 싸움처럼 보였다. 포스텍이 “지역에 있으나 한국을 대표하는 대학”이었고 포스텍은 다윗이 들고 있는 물맷돌의 역할을 했다. 사실상 포항의 도전은 지역의 세계화라는 선진국형 개념 정착을 위한 것이고 이것은 결국 한국 전체를 위한다는 점에서 골리앗인 서울에게도 도움이 된다. 그러기에 포항의 도전은 엄격히 말하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보다 훨씬 더 명분이 강한 도전장이다. 다윗의 물맷돌이 힘을 발휘하여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성경에 따르면 하나님에 대한 강한 믿음이었다고 한다.포항의 한 개 대학이 서울대라는 골리앗에 도전한 것처럼 포항은 서울에 도전하기 위한 강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 믿음을 뒷받침하는 것이 바로 인프라의 확충과 경쟁력이다.포항의 발전은 한국 지역 균형발전의 시금석이 돼 왔다. 포스코의 등장으로 산업화 분산, 포스텍으로 엘리트 대학의 지역 분산 등을 실천하였다. 이제 의과대학 신설과 의료 기반의 확충으로 의료서비스의 포항 인프라를 강화해야 한다. 필요한 모든 인프라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의료 인프라일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필자는 포항에 도서관겸 조그만 방을 하나 가지고 있다. 그런데 “너는 언제까지 경상도에 살래?” 친구들이 웃으면서 묻는다. 그들의 눈에는 퇴임 후에도 경상도에 드나들고 있는 필자가 신기하게 보이는 모양이다.세계화의 전제 하에서 각 지역은 각 지역에 대한 강한 긍지를 가지고 지역별 특성을 강조하고, 자부심을 가지는 삶이 중요하다. 그리고 각 지역은 세계로 약진해야 한다. 더 이상 지방은 지방이 아니다. 한국을 구성하는 여러 개의 핵 중에 하나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포항의 서울에 대한 도전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 진행형을 뒷받침하는 것은 도시 인프라이고 그리고 의대의 신설은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

2020-08-27

반일 친일로 다툴 때인가?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광복회장이라는 김원웅씨가 지난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승만은 친일파와 결탁했다” “안익태는 민족반역자”이므로 그가 작곡한 애국가를 부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일부 여당의원들이 추진 중인 친일인사 파묘법도 주장하고 있다. 이어 연단에 올라온 원희룡 제주 지사는 미리 준비했던 경축사 원고를 접고 우리 국민 대다수와 제주도민들이 결코 동의할 수 없는 매우 치우친 역사관이 들어가 있는 이야기를 기념사라고 광복회 제주지부장에게 대독하게 만든 이 처사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말하고 제주도지사로서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사실상 김일성 공산군대가 대한민국을 공산화 시키려고 왔을 때 목숨 걸고 나라를 지켰던 군인과 국민들이 있고 그 분들 중에는 일본 군대에 복무했던 분들도 있기에 나라를 잃은 국민에게서 무슨 죄를 묻겠는가는 것이 원 지사의 주장이다.필자는 원 지사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싶다. 자기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앞장서서 친일을 했다면 그건 비난 받아야 하지만 나라를 잃은 백성이 일본의 폭압속에서 강제로 일어난 일을 친일이라는 프레임으로 매도해서는 안 된다. 예술인, 군인, 지식인들은 일본의 폭압 속에서 특히 그것을 감내해야 했고 어쩔 수 없는 협력도 있을 수 있었다. 그건 그들이 원해서 한 건 결코 아니다. 그러나 그들이 후에 국가를 위해 행한 공을 생각하여 그 공이 충분히 칭송 받을 만하다면 그것으로서 존경 받아야 한다.한국전쟁에서 나라를 지킨 그 공을 우리가 보면서 역사 앞에서 공과 과를 겸허하게 우리가 바라보아야 하며, 대한민국을 만든 데에는 많은 분들의 공이 있었고, 과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광복회장 그 자신은 어떤가라는 비판도 있다. 정치 입문은 자신이 ‘친일’이라고 비판하는 민주공화당에서 이뤄졌고 사무처 공채에 지원해 당료로 근무하면서 정치권에 들어섰고 이후 전두환, 노태우 정권 시절 당료로 근무하면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고 한다. 그 후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출사표를 던져 17대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진보진영으로 넘어갔고 진보진영의 프레임대로 행동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이를 두고 재향군인회는 16일 성명에서 김 회장을 향해 “자기 이익에 따라 정당을 바꾸는 철새정치인”이라고 비난했는데 김 회장은 “나는 생계형”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생계형이라면 자기가 비판하는 친일 인사들도 다 마찬가지이다. 그 비판이 맞는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생계형을 훨씬 넘는 생명형의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나온 것들이다. 지금 친일 반일로 다시 분할되어 싸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친일을 청산하자고 하지만 그 기준은 그저 마음대로 그들이 정한 잣대일 뿐이다. 생계형이라면서 과거의 철새행태를 옹호하면서 생명형이었던 애국지사들을 매도할 수 있을까?광복 75주년을 맞은 이때에 이편저편 나누어서 하나만이 옳고 나머지는 모두 단죄되어야 한다는 시각으로 우리 역사를 조각내고 우리 국민을 다시 편가르기 하는 그런 시각이 맞는 것인가? 여권이 지지도 하락을 만회하기 위해 친일 프레임을 꺼내 든 것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2020-08-20

인강에 지쳐가는 캠퍼스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많은 이들이 오랜 해외생활을 끝내고 돌아와서 당황하는 건 이해하기 난해한 신조어의 등장일 것이다.필자도 예외가 아니었다. 대학시절 서클(circle)이라고 부르던 말은 동아리라고 바뀌었고 커트라인(cut line)이라고 부르던 말도 입결이라는 이해하기 힘든 엉뚱한 단어로 바뀌어져 있었다. 인강이라는 말도 신조어다. 인터넷 강의를 줄여 쓴 말인데 “인강의 1타 강사”라는 국적 불명의 말도 쓰인다. 인터넷 강의를 최고로 잘하는 강사라는 말이다.캠퍼스가 인강에 지쳐가고 있다.코로나19 때문에 대학가에는 초유의 인강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교과목 강의는 물론 졸업식, 입학식도 각종 세미나나 교내 집단 행사 등이 모두 인강으로 대치되고 있다. 이웃 일본의 경우 학생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고 한다. 주요 대학들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이번 가을 학기에도 온라인강의를 진행하기로 결정하면서 학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학교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신입생들이나 지역출신 학생이나 유학생들은 고향이나 본국으로 돌아가 온라인 강의를 듣겠다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대학들이 골치를 앓고 있다는 것이다.한국이나 일본 모두 최근 트위터에선 ‘대학생의 일상도 중요하다’는 해시태그를 단 글들이 확산되고 있고, ‘가을학기도 온라인으로 결정됐다. ‘벌써부터 지친다’ ‘온라인 수업은 대면과 질이 다른데도 학비는 왜 똑같은가?’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일본의 경우 정부는 대학들에 온라인 수업과 대면수업의 병행을 촉구하고 있지만, 대다수 대학은 여전히 학생들의 캠퍼스 생활보다 감염 확산 방지가 우선이라며 대면수업에 소극적이다.한국은 제한적으로 교수들의 대면 수업을 허용하지만 조건이 까다롭다. 교수들의 대처 방안도 다소 신경질적으로 되어가고 있다. 학생들이 오가는 활기찬 모습이 캠퍼스의 모습이건만 지금 캠퍼스는 학생이 보이지 않는 썰렁한 캠퍼스로 변했다. 학생, 교수, 직원 모두 지쳐가고 있다. 불안장애 같은 정신적 질환도 암암리에 앓고 있다.코로나19로 빚어진 캠퍼스 대참사로 인하여 캠퍼스는 삭막해져 가고 있다. 일부 교수들은 불필요한 회의나 출장이 크게 줄어 연구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교수와 학생, 교수와 교수간의 대화도 사라지고 침묵이 감도는 것이 캠퍼스의 현실이다.아마 캠퍼스는 더 삭막해 질 것이고 지쳐갈 것이다.평생을 살면서 마스크를 6개월 이상 써야 하는 상황을 당해 본 적이 없는 데 지금 우리는 인류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고 있다.모두들 지쳐 가지만 캠퍼스는 그 정도가 더 심한 듯하다. 인강이 언제 끝날 것인가? 아무도 예측을 못하는 가운데 러시아에서는 백신이 개발되어 출시 되었다고 한다.신규 감염자 제로의 시간이 언제 올 것인가? 꽃이 피었던 캠퍼스는 이제 녹음이 푸르고 싱그럽다. 언제 학생들과 교수들이 캠퍼스로 돌아올지 기약은 없고 이제 곧 캠퍼스에는 낙옆이 쌓일 것이다.지쳐가는 캠퍼스는 언제 활기를 찾을 수 있을까?

2020-08-13

정치와 과학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최근 검찰이 카이스트 총장을 불기소하기로 결정하였다는 소식을 접하고 착잡한 심정이 다가왔다.필자와 고교, 대학, 대학원에서 함께 공부하였던 그를 너무도 잘 알기에 그가 어떤 법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하였기에 이번 결과는 예측된 것이었다. 과학계에서 오래 연구에 매진하고 과학계에 공헌한 각종 연구소의 소장이나 원장들, 그리고 일부 과기대 총장들이 이번 정부 들어 여러 명 사임하는 모습을 보면서 왜 과학계가 정치에 휘둘려야 하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정권교체에 따른 ‘기관장 찍어내기’ 논란은 사실상 진보, 보수 정부를 가리지 않고 오랫동안 자행되어온 아주 나쁜 관행이다. 백보 양보하여 정치, 안보, 경제 계통의 연구소의 수장들은 정권이 바뀌면 갈릴 수 있다고 하여도, 과학계는 절대 그래서는 안 된다.과학은 100년 앞을 내다보는 장기적 관점에서 연구해야 하며 국가의 미래와 먹거리가 과학의 발전에 의해 좌우되는데, 정권이 바뀌면 기관장 자리를 ‘전리품’처럼 여기는 풍토가 만연해왔다. 정치권 낙하산 인사나 정치권에 줄을 댄 과기계 인사가 점령군처럼 과기계의 수장으로 부임해 오는 것이 역대 정권마다 반복돼왔다. 따라서 기존의 수장들을 사임시키기 위해 무리한 감사를 통해 흠집을 잡아내려는 과정이 전통처럼 자리잡았다.이번 경우도 과기부는 무리한 감사를 통해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에 있는 로렌스버클리연구소(LBNL) 장비 사용을 위해 진행한 용역 계약이 국가계약법 위반이라고 주장했으나, KAIST 이사회는 신성철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 안건을 유보시켜 과기부의 주장을 유보시켰다. 이에 반발한 LBNL은 “연구비의 집행에 문제가 없다”는 서한을 보내왔고,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도 이를 보도했다. 또한 800여 명의 국내외 과학기술계 인사들은 과기부의 처사에 이의를 제기하고, 신중한 절차와 충분한 소명의 기회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확대해 나갔었다. 당시 LBNL은 이번 사태의 중심에 선 것에 당황해 하고 있다. 다만 세계적 연구기관으로서 예산의 집행에 아무런 하자가 없고 어떠한 의혹도 없다는 발표를 했다. 한국의 많은 대학들이 LBNL과 연구협력을 하고 있고, 미국의 여러 대학, 연구기관들과 연구 협약을 맺고 있다. LBNL은 한국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이후 한국대학들의 LBNL과의 협력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세계적 연구기관에 한국정부가 창피를 당한 모양새이고 결국 한국과학계의 심각한 피해를 가져왔다. 과학자, 연구자를 소중하게 여기고 보호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 세계 역사를 보면 과학자를 소중히 여기는 국가가 선진국이 되었고 발전의 선봉에 서 있었다. 이제 한국정부는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새 정부가 들어서면 전 정권의 과학계의 수장들을 몰아내고 무리한 감사를 통해 사임케 하는 나쁜 전통은 이제 더 있어서는 안 된다. 이 정부는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는 모토를 내세웠다.이 모토가 제발 과학계에 대하여는 지켜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2020-08-06

포항과 의과대학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얼마전 백내장 수술을 하면서 만난 의사가 너무 인상적이었다.의대생들은 대학과 상관없이 모두 똑똑하다는 소문대로 갓 의대를 졸업했지만 너무 총명하고 친절하여 수술 전후 너무 믿음직스러웠다.그런 경험은 또 있다. 몇 해 전 아들아이가 미국유학 중 갑자기 급성 맹장염으로 수술을 하고 이후 장협착으로 재수술을 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의사들의 민첩성과 총명성은 신뢰를 주기에 충분했다. 너무도 믿음이 가는 의사들이었다. 미국도 의대생들의 수준이 아주 높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한국에서도 의대생의 실력은 대학을 막론하고 최상위권 대학의 실력과 맞먹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포항에 의과대학을 세우는 일이 다시 뜨겁게 떠오르고 있다. 경북지역은 전국 평균 의사 수가 서울의 50%, 대구의 70% 정도 수준에 그치고 있어서 포항에 의대를 설립하는 일은 시급한 것이고 포스텍이 설립된 30여 년 전부터 여러 차례 논의되었던 문제이다.경북지역 의대는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가 유일할 뿐이다. 경북 인구 1천 명당 의사 수는 2017년 기준 1.34명으로 거의 전국 최하위라고 한다. 물론, 상급종합병원도 전무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경북 코로나19 중증환자는 전국 병원을 방랑자처럼 떠돌아야 했다.경북지역에 의과대학 신설이 간절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최근 포항의 김병욱 국회의원은 국회 교육위원회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방사광가속기 등 우수한 연구 인프라를 예로 들며 “포항이 연구중심 의대 설립 최적지”임을 강조했다.신종플루가 유행할 때 타미플루 백신을 개발한 곳이 방사광가속기를 보유한 스탠퍼드대학이다. 필자가 경험한 스탠퍼드의 방사광 가속기는 특히 메디컬 분야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 또한, 코로나바이러스 구조 보고·논문의 70∼80%가 방사광가속기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고 한다.바이오메디컬 분야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방사광가속기가 있는 포항에 의대를 설립하는 것이 매우 시기 적절해 보인다. 또한 포항에는 포스텍을 비롯해 생명공학연구센터, 나노융합기술원 등 10여 개 이상의 연구소가 운영 중이고 최근 국내 굴지의 제약사가 스마트헬스케어 인프라 구축 대규모 투자 협약을 맺었다. 이는 포항이 왜 신설 의대의 적절한 장소 인지를 보여준다. 포스텍은 의대 유치를 하는 경우 상급종합병원 설립에 나설 의지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포항은 대학, 연구소, 기업 등과 연계한 연구중심의과대학 설립이 지금 당장도 가능하다.포스텍은 정부가 할당한 정원을 모두 사용하고 있지 않다면 정원을 채우는 정도 또는 약간의 확대로 충분히 의대 설립이 가능하다. 포항에 의대 설립은 포스텍 만의 문제가 아니라 위에 언급하였듯이 포스텍, 포항시, 포항 지역사회의 시급한 과제이다. 그리고 경북 전체지역, 아니 나아가서는 한국 전체 의료부족을 해결하는 결정적 계기를 만들어 줄 것이다.포항의 발전은 한국 지역 균형발전의 시금석이 되어 왔다. 포스코의 등장으로 산업화 분산, 포스텍으로 엘리트 대학의 지역 분산 등을 실천하였다.이제 의과대학 신설로 의료서비스의 지역 균형발전을 꾀할 때이다.

2020-07-30

코로나가 바꾼 풍경들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자가격리를 끝냈다. 해외를 다녀온 후 의무적으로 해야 할 14일간의 자가격리가 드디어 끝나 밖에 나와 오랜만에 햇빛을 볼 수가 있었다. 자가격리 생활이 형무소보다 못하다고들 한다. 운동도 할 수 없고 밖에 나갈 수 없는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4중으로 감시하고 보고 해야 한다. 스마트폰앱 일일 보고, 위치추적, 전화, 불시방문 등 숨쉬기 힘들 정도로 꼼짝을 못했다.출국 시 보았던 인천공항의 풍경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차를 댈 수 없을 정도로 붐비던 인천공항의 주차장은 거의 차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텅 비어 있다. 수 천명의 탑승객이 붐비던 공항출국대도 사람 몇 명이 왔다 갔다 할 정도다. 지난 30여 년 수없이 많은 해외출장을 다녀왔지만 이런 풍경은 처음 본다. 대학은 교무회의를 온라인으로 하기 시작했다. 수업도 온라인이나 동영상으로 진행되어 캠퍼스는 텅 비어 있다. 학생이 없는 캠퍼스 모습도 처음 보는 풍경이다.각종 학회나 회의도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필자가 오랫동안 주최해온 포럼도 금년 처음 온라인으로 진행하였다. 온라인으로 진행하니까 자가격리 중에도 참여가 가능했고 참가자 수도 늘었고 모두들 자기 사무실에서 참여하니까 참 편하다는 느낌도 받았다.아이러니컬하게 일부 교수들은 불필요한 회의나 출장이 크게 줄어 연구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진행되는 행사의 형식도 많이 간소해졌다. 대부분 리셉션이나 행사만찬이 없어지거나 대폭 축소되었다. 그래서 캠퍼스도 사라지고 대면 강의도 사라지고 대학의 운영과 모습이 바뀔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편리하긴 하지만 과연 캠퍼스가 사라지고 강의가 온라인으로만 진행되어도 대학은 여전히 즐거운 곳이고 친구를 사귀고 교수와 교류하는 그런 인생의 멋진 추억이 될 수 있을까 ?전에 비하여 캠퍼스의 추억들이 삭막해져 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졸업앨범도 사라지는 추세이고 졸업식 전에 스승에게 감사를 표하는 사은회도 없어지고 있다. 많은 대학 졸업식에는 대학원생만 자리에 앉고 학부 학생은 식장에 들어가지 않고 사진만 찍는 경우도 종종 있다. 강의가 온라인으로만 진행된다면 대학생활은 개인주의적 사고만 배양하고 스승 학생의 관계는 더 삭막해 질 것이다. 학회나 포럼도 온라인으로 진행되어 편하긴 하지만 같은 분야 교수들과 만나 나누는 대화와 리셉션 등에서 함께 누릴 수 있는 인간적인 대화의 시간이 없어졌다. 인류의 역사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질 것이라는 인류학자들의 예측도 있다고 한다.그러나 여전히 인간의 삶에서 물리적인 측면이 간과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선생님과 친구들의 얼굴이 함께 나오는 앨범, 캠퍼스에서 친구를 사귀고 함께 수업을 듣는 추억의 즐거움 같은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다. 학회, 포럼 등에 참가하여 동료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식사하는 그런 시간도 정말 소중한 것이다. 코로나가 가져온 삶의 변화가 인생을 삭막하게 만들지는 말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2020-07-23

장관 이름을 꼭 넣어야 했을까?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몇 년전 모 대학교의 국제화 자문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자문기간이 끝나 감사패를 받게 되었는데 감사패에는 일반적으로 수여자인 총장의 이름을 쓰게 되어 있다. 그런데 수여자 이름에는 총장 이름 대신 ‘oo대 교수단’이라고 쓰여져 있었다. 그 대학총장은 총장 전용 주차장도 없애고 사진을 찍을 때는 주인공을 가운데 세우는 겸허하면서도 구성원에 존경을 받는 분이었다.최근 경부고속도로 개통 50주년 명패석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포함된 사실 때문에 논란이 일고 있다.경북 김천에 위치한 경부고속도로 추풍령휴게소에 ‘경부고속도로 준공 50주년 기념비’가 지난달 30일 세워졌다. 1970년 준공된 경부고속도로의 50주년을 기념하는 기념비이다.그런데 그 기념비에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 명의로“본 고속도로는 5000년 우리 역사에 유례없는 대토목공사이며, 조국 근대화의 초석이 되고 국가발전과 국민생활의 질을 향상시켰을 뿐만 아니라 ‘하면 된다’는 자신감과 긍정적인 국민정신 고취에 크게 기여했다”는 문장이 새겨져 있다. 기념비엔 발주처였던 건설부 관계자와 시공 업체 직원 등 531명의 명단이 적혀 있다. 그리고 헌정인으로 국토교통부장관 김현미라고 쓰여져 있다.경부고속도로는 독일 아우토반(고속도로)을 보고 온 박정희 전 대통령 구상에서 시작됐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당시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당선 뒤인 1968년 착공, 1970년 개통을 이뤘다. 야당인 통합미래당과 보수권 국민들은 “왜 박 대통령의 이름이 없는가”라고 항의하고 기념비를 다시 세우라고 요구하고 있다. 도로공사는 또 준공기념비에 대통령 이름이 들어간 적이 없다고 하며, 김현미 국토부 장관 이름이 들어간 것은 국토부를 대표하는 장관이름을 쓴 것이라고 강변한다. 건설공사 참여자의 명단이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사실 기념비의 헌정인은 자연인 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지금 장관은 고속도로 건설에 아무런 공헌을 한 것이 없다. 헌정인은 당연히 ‘대한민국 국민’ 전체가 되어야 한다. 더구나 현 정부의 원천이 되는 당시 야당은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극렬하게 반대하며 ‘차도 없는 나라에 고속도로가 웬말이냐’, ‘고속도로 만들어봤자 돈 많은 자들이 놀러 다니기만 좋게 할 거’라고 비판 하면서 고속도로에 눕기도 했었다.어제 누군가가 기념비에 새겨진 ‘국토교통부 장관’ 글자를 훼손하여 다시 복구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고 한다. 왜 그렇게 이름을 알리지 못해 안달일까? 김 장관에게 앞서 에피소드에서 언급한 모 대학의 총장으로부터 배우라고 주문하고 싶다. 필자도 최근 이임하는 교수에게 재임기념패를 주면서 학장이름을 안쓰고 ‘교수일동’이라고 써넣었다. 이임하는 교수나 축하해주는 교수들이나 모두 흐뭇한 표정이었다. 국토부도 그 기념비에 ‘대한민국 국민 일동’이라고 썼다면 오히려 장관의 겸손함이 칭송을 받았을 것이다. 참으로 아쉬운 마음이다.

2020-07-16

맞아야 메달 딴다?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20여 년 전 중고교 테니스 대회를 관람한 적이 있다. 경기에서 패배한 선수가 경기장을 나가니까 코치가 그 선수를 데리고 구석진 곳을 갔다. 그리고 그 선수를 구타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시합에서 졌다는 것”이다. 그 선수는 표정 없이 일상 생활인듯 얻어 맞고 있었다. 과연 그 선수가 잘못한 게 무엇일까? 최선을 다해서 경기를 했는데 코치가 시키는 대로 안했다는 것이 이유일텐데, 코치가 시키는대로 다 할 수도 없거니와 그렇게 한다면 결국 로봇 같은 선수가 될 것이다.필자는 당시 “체벌과 욕설, 사라져야 한다”라는 칼럼을 쓰면서 한국 체육계에서 체벌과 욕설이 사라지길 바랐다. 그런데 최근 들려오는 소식은 절망적이다. 철인 3종경기에서 어린 선수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한다. 선배들의 욕설을 매일 들어야 했고 코치, 팀 닥터라는 사람들에게 수없이 얻어 맞으면서 훈련을 하면서 여러차례 관련단체에 하소연을 했지만 무산되었고,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한다.과거보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20년전이나 지금이나 기본적으로 “때려야 성적이 난다”, “맞아야 메달을 딴다”는 무식한 방식으로 인격을 모독하는 체육계의 훈련방식이 계속 되고 있다. 아직도 우리에겐 체벌과 욕설이 운동 선수에게 효과적이라는 믿음이 존재한다. 많이 나아지고 있지만 한국의 코치들은 여전히 초등학교 및 중고교 선수들을 때리거나 그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있다. 실제로 주니어 시절 좋은 성적을 내었던 선수들의 경우 많이 맞으면서 훈련한 것이 사실이다. 10대 선수들은 자기 제어 능력이 부족한 나이이기 때문에 일단 체벌을 가하면 통제가 가능하고 훈련의 효과가 잠시 올라가는 것도 사실이다.맞은 선수는 일단 맞지 않기 위해 열심히 할 것이다. 그리고 코치 감독의 눈치를 보고 행동하고 시합에 나가서 일단 이기기 위해 애쓸 것이다. 지면 맞으니까…. 한 선수는 “맞지 않기 위해 연습하다 보니 이렇게 수동적인 로봇 같은 선수가 되었다”고 술회한다.맞아서 성장한 선수는 운동을 하는 기계로 전락한다. 창의적인 게임 운영을 하기도 힘들다. 기가 죽은 선수는 창의력과 개성이 요구되는 운동종목에서 성장하기 힘들다. 세계 1위까지 올랐던 안드레 아가시라는 테니스 선수는 재학 시절에 공부 보다는 패션에 관심이 많고 장난꾸러기였다고 한다. 이런 아가시가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면 아마도 학교에서 엄청 두들겨 맞으면서 운동을 헀을 것이고 결국 창의력이 부족한 로봇형의 선수로 전락했을 것이라고 쉽게 짐작할 수 있다.선수는 맞닥뜨리는 수많은 상황에 대해 모두 예상하고 대처할 수는 없기에 어려서 ‘창의성’과 ‘문제해결능력’이 길러져야 한다. 그 능력은 욕설과 때리고 맞는 이런 환경에서 육성될 수 없다. 일부 단체로 한정하기 보다는 전반적으로 체육계는 환골탈퇴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고인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이제 체육계는 변해야 한다. 체육계의 변화만이 22세의 어린 나이로 세상을 등진 한 유망주에게 진정한 용서를 비는 길일 것이다.

2020-07-09

미국서 겪는 코로나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전세계는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 COVID-19로 난리법석이다.가족행사에 참석차 급히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그 넓은 주차장에 차가 거의 보이지 않고 공항은 완전히 유령공항처럼 변해있었다. 98% 승객이 사라졌다고 하며 일일 탑승객이 작년의 2%에 불과하다고 한다. 공항에서는 두 번이나 발열체크를 하고 철저한 방역을 했다. 항공사가 운영하는 라운지도 뷔페식사를 모두 없애고 간단한 음료수만 제공하고 있었다. 철저한 방역이 힘들지만 안심을 주기에 충분했다.미국 애틀랜타로 가는 비행기는 좌석의 1/3 정도인 100명 정도의 승객이 있었다. 항공기 안에서 되도록 떨어져 앉고 모든 탑승객과 승무원은 마스크를 써야 한다. 어떤 승객은 바이러스 검사원처럼 전신에 보호복을 입고 이중삼중의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그러나 애틀랜타 공항에 내리니까 상황이 바뀌었다. 기대와는 다르게 입국수속도 전과 같았고 특별한 발열체크도 없었다. 입국자의 자가 격리도 각자가 알아서 하는 시스템으로 보였다.이 두 나라의 코로나에 대처하는 시스템의 차이는 확연히 드러났다.결국, 미국은 오늘 일일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가 5만2천명을 넘어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한다. 미국의 누적 코로나 확진자 수는 이날 현재 250만을 넘었고 사망자는 12만이 넘었다. 최근 며칠 동안 미국의 일일 코로나 신규 확진자는 계속해서 4만명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한편 한국은 일일 확진자가 50명 안팎의 수준이고 총 확진자 1만2천여명, 사망자가 280명 수준이다. 미국 인구가 3억3천만, 한국인구 5천만으로 보고 크게 잡아도 미국이 7배 정도로 인구가 많다. 하지만 일일 확진자는 1천배, 총 확진자는 200배, 사망자는 400배 정도이다. 확진자 대비 사망률도 미국은 5%, 한국은 2% 정도이다.미국에 오니 사람들이 마스크를 잘 쓰지 않는 듯하다. 공항이나 호텔의 종업원들은 마스크를 쓰지만 일반인들은 마스크를 잘 쓰지 않는 모양새다.미국 제약회사 화이자가 백신 초기 실험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포스텍 성영철 교수가 이끄는 제약회사 제넥신은 터키 제약사와 백신 ‘GX-19’를 공동 개발하는 업무협약(MOU)을 맺고 현재 국내에서 GX-19의 임상 1상 시험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그러나 아직 치료제와 백신개발이 예측을 불허하는 상태에서 한국 미국 두 나라 시스템의 차이가 흥미롭다.아마도 총기를 자유화 하는 미국과 총기를 규제하는 한국의 차이일 수도 있다. 희생을 무릅쓰고도 개인의 자유를 더 중요시 하느냐 안하느냐의 문화적 철학적 차이일 지도 모른다.생각에 따라서는 미국과 한국을 비교해 보면 한국이 지금 이 코로나 상황에선 훨씬 더 선진국의 반열에 들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코로나 예방 말고 정치와 교육, 사회 이런 다른 분야에서도 우리가 미국을 앞서는 선진국이 될 수는 없을까?

2020-07-02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라는 영화가 있다.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무척 재미있는 영화 제목이었다.과거에는 사랑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사랑한다, 정도의 연애감정 아닐까 추측해 보지만 거꾸로 과거엔 아니었지만 지금은 맞다라는 여러 가지 형태의 사고가 판을 치고 있다.그런데 반대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라는 정치적 사회적 관점이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필자는 1965년 그 유명한 ‘무즙파동’중학입시의 피해자 중에 하나이다. 그 파동은 결국 중학교 입시 폐지에 이어 고교입시 폐지까지 이어졌다. 그때는 과도한 초등학생, 중학생들의 입시준비가 건강과 창의력을 해친다는 이유가 중교 입시페지 및 평준화가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90년대 들어와 각종 특목고, 과학고, 자율고 설치 등은 차별화된 교육이 엘리트를 길러내고 노벨상 같은 특출한 인재를 길러낼 수 있다는 발상에서 시작되었다. 평준화는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다는 생각이었다.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특목고, 자율고 등의 특성화 고교 폐지에 앞장서고 있다. 특성화 고교가 평등을 해치고 있다는 주장인데 수험생들 입장에서 보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의 전형이다. 언제는 엘리트를 기르는 차별화된 교육은 이렇게 여러 번의 부침을 거듭하며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를 반복했다.윤석열 검찰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내용의 발언이 여권에서 나오고 있다. 윤 총장은 살아 있는 정권의 비리도 과감히 파헤칠 멋지고 강직한 검사라는 주장과 검찰개혁에 방해가 되는 검사라는 주장이 맞선다.검사 윤석열은 2013년 국가정보원의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아 당시 정권의 정통성을 흔들어 지금 여권인 당시 야권의 지지를 한몸에 받았다. 그래서 대구 고검으로 좌천되기도 하였다. 당시 국정 감사 증인으로 나와서 윤석열은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라는 말로 당시 야권 즉 지금의 여권 인사들에게 “멋쟁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인물이다.문재인 대통령 집권 후 윤석열 검사는 검찰총장으로 임명되었다. 국정원 수사와 국정농단 특검 활약으로 보수진영에 깊은 아픔을 주어 진보진영의 찬사를 받던 인물이었기에 검찰총장 임명 당시 여권과 진보진영에서는 “정의로운 검찰 개혁을 이끌 적임자”라는 격한 찬사가 쏟아졌다. 그런데 지금 여당에서는 그토록 그들이 칭찬하던 윤 총장에 대한 교체 압박을 하고 있다.윤 총장을 향해 쏟아지던 여권의 찬사는 ‘검찰개혁 방해 정치검사’라는 비난으로 바뀌었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던 검사 윤석열은 하나도 변한 것이 없다. 그때도 권력에 굴하지 않았고 지금도 마찬가지이다.그런 그를 바라보는 여권 정치인들에게는 윤석열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는’것이다. “내 입맛에 맞으면 맞고 아니면 틀린다”이다. 이런 정치적 풍토에서는 법조계를 떠나고 싶다고 변호사를 그만두고 고향으로 낙향한 변호사 친구가 갑자기 보고 싶어진다.

2020-06-25

북한과 평화가 가능할까?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한 깡패 같은 친구가 힘이 없는 친구를 매일 괴롭힌다. 때리기도 하고 돈을 뺏기도 한다. 힘이 없는 친구는 평화를 위해 돈도 가져다주고 그 깡패 같은 친구가 때려도 참고 웃음을 지으면서 기다린다. 그러던 어느 날 힘없는 친구가 주머니에 짱돌을 쥐고 나타났다. 그리고 그 깡패를 공격했다. 난투극이 벌어지고 힘없는 친구는 크게 다쳤다. 그러나 놀라운 일은 그 다음날부터 그 깡패가 힘없는 친구를 괴롭히는 일이 끝났다. 필자가 중학교 시절 직접 목격한 사건이다.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시켰다. 세계사에 없는 일이 벌어졌다. 세계사에서 서로 합의하여 지은 건물을 전쟁이 아닌 상태에서 폭파시킨 예는 없다. 북한과 평화가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김대중 정부 때 이야기한 햇빛정책으로 가능할까?힘없는 친구가 했던 것처럼 소를 몰아가져다 주기도 하고 돈도 엄청 가져다주었다. 그럴 때마다 북은 평화를 함께 할 것처럼 웃음 지었다. 그러나 돈이 떨어지면 다시 돈을 달라고 하고 떼를 쓴다. 말을 안 들으면 욕을 하고 난리를 핀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갈취한 돈으로 무기를 만들고 핵을 개발한다.미국과 일본과 멀어지라고 “우리끼리”라는 감언이설로 남측을 속인다. 결국 북측이 원하는 건 핵을 개발하여 남측을 속국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남측을 미국과 일본과 멀어지게 해야 한다.남북 군사 합의 이후 북측이 말하는 것처럼 남측은 무엇을 배신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연락사무소가 폭파되었다. 풍선전단을 시비로 걸었지만 그건 사실상 폭파를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 풍선전단을 규제하겠다고 정부가 약속했지만 그 약속조차 비난받았다. 폭파 후 북은 비무장지대 초소 진출, 접경지역 군사훈련, 대남전단 살포를 예고했다. 남측에 남북관계 경색의 책임을 돌리며 대남비난도 이어갔다. 남측을 “비겁하고 나약하며 저열한” 상대로 매도하며 남북관계를 더는 논할 수 없고, 남북 간 접촉공간도 필요 없다고 덧붙였다.뒤늦게 정부도 대응한다. 응당한 대가를 치른다고 했지만 타이밍이 늦었다. 공산주의와의 평화는 강한 힘을 바탕으로 해야 하고 우군들인 우방들과의 강한 유대에서만 가능하다. 상대는 그걸 제일 싫어하기 때문에 우방과의 관계를 약화시키기 위해 늘 “우리끼리”라는 구호로 유혹한다. 그 유혹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대한민국의 대북 정책이 아니고 북의 대남, 대미 공작의 하청 용역이었다는 혹평들도 있다. 이제 하청업자 역할을 더이상 해서는 안 된다.이제는 강한 한미, 한일 공조를 통해 강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핵우산이든 자체 핵개발이든 강한 모습을 보여줄 때 평화가 유지 되는 것이다. 통일을 구걸하지 않을 때 통일의 기회는 더 가까이 올 수 있다. 북한과의 평화는 우리가 우방과 관계를 공고히 하고 강한 힘을 보여 줄 때에만 가능할 뿐이다.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2020-06-18

포스텍, 세계 30위권 대학으로 가야 한다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2010년 9월 필자는 프랑스 낭트에서 국제회의에 참가하고 있었다.저녁때 호텔방에서 이메일을 열어보니 영국의 유명한 평가기관 THE라는 곳에서 온 이메일이었다. 그 이메일을 읽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시간을 보았다. 한국시간 새벽 4시. 그래도 좋다. 당시 백성기 총장께 전화를 했다. 한국은 취침 시간이었다. 한국 최초로 세계 30위 내에 한국대학이 진입하는 순간이었다. 이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는 압도적으로 카이스트, 서울대를 제치고 1등으로 랭크되었다.1994년부터 시작된 중앙일보 랭킹에서 포스텍이 국내 1위를 종종 차지하곤 했지만 국제랭킹에서 국내 1위를 한 것도 처음이었다. 전화를 잡은 두 사람의 목소리는 떨고 있었고 다음날 아침 신문에는 “포스텍 세계 28위”기사가 도배를 하고 있었다. 지금도 28위의 자존심은 여전히 포스텍의 그리고 한국대학의 자존심으로 남아있다.이번주에 THE와 함께 유명한 QS 랭킹 기관이 월드 랭킹을 발표하였다. 포스텍은 100위안에 들긴 했지만(77위) 서울대, 카이스트, 고려대에 이어 4위에 랭크되었다. THE 월드랭킹에서는 작년 146위로 서울대, 카이스트 성균관대에 이어 역시 4위로 랭크되었다. 현재 포스텍은 주요 6개 대학(포스텍, 카이스트, 서울대, 연대, 고대, 성균관대) 중에서 학계평판도(AR)가 최하위이다. QS 기준으로 서울대의 98점, 카이스트 87점에 비하여 포스텍은 43점이다. 만일 포스텍의 AR이 카이스트 만큼만 되어도 바로 국내 1위로 랭크 되는 상황이다.연구력은 국내 1위인 포스텍이 대학 랭킹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건 AR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AR은 대학을 평가하는데 중요한 요소임을 부정할 수 없다.대학의 서열은 연구력의 서열이 아니며 선호도의 서열이기 때문이다.포스텍은 AR을 카이스트 만큼 끌어올려 대학평가를 논문피인용 경쟁으로 끌어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 포스텍은 AR 향상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노력은 방법론이 맞아야 한다. 올바른 방법으로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리더로서 가치를 가지려면 랭킹도 리더가 되어야 한다. 랭킹이 낮은 상태에서 외치는 구호는 공허한 구호일뿐이다.세계 30위권에 들어가고 국내 1위로 복귀하는 것은 포스텍의 절체절명의 과제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대학으로 거듭나야 한다. 포스텍의 위상은 더이상 떨어져서는 안 된다. 대학의 위상이 높아야 좋은 학생,·대학원생, 좋은 교수를 지속적으로 유치할 수 있다.이 지역 그리고 한국의 자랑과 자부심인 포스텍은 이제 물러날 수 없는 벼랑에 와있다. 배수진을 치고 파부침주(破釜沈舟)의 각오로 이제 한국을 대표하는 대학으로 세계대학 랭킹을 회복해야 한다. 불과 같은 욕망을 불살라야 한다. 그건 대한민국을 위해서도 포스텍이 사명감을 가지고 해야 할 일이다.

2020-06-11

보리밟기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봄의 문턱에 들어서면 어김없이 농촌에서는 보리밟기 행사가 열린다.겨울 추위로 들뜬 땅에 보리밟기를 함으로써 뿌리를 밀착시켜 주어 뿌리를 튼튼히 하고 많은 결실을 맺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겨울철의 대표적인 밭농사 작업 중 하나이다.보통 가족단위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정월에 펼쳐지는 다양한 가족 놀이와 함께 겨울철의 대표적인 가족행사로 보리밟기는 자리잡았다. 이웃들도 함께 어울려 때론 수십명이 어깨를 잡고 보리를 밟는 모습은 장관을 이루었다.지금은 보리농사의 축소로 보리밟기는 점점 사라져 가는 풍습이지만 가족 간의 협동과 사랑을 느끼는 대표적인 아름다운 농촌의 풍습이다.60∼70년대 미국으로 이민 가는 것이 이웃의 큰 부러움을 사던 시절 ‘보리밟기’라는 TV 드라마를 본 적이 있다. 미국 이민을 가기 위해 들뜬 엄마가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자신도 영어공부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서툰 발음으로 책을 들고 이방 저방 다니면서 영어공부를 하던 그 엄마의 모습은 자유분방한 나라 미국으로 이민 가는 것이 행복을 보장해준다는 흥분과 함께 코믹하게 투영되기도 했다. 그리고 드라마에서는 대반전이 일어난다. 드라마 말미에 보리밟기의 모습이 비추어 지면서 집의 대부격인 할아버지가 가족을 데리고 그 보리밟기 모습을 보여준다.그리고 말한다. “보리는 밟아주어야만 잘 자란다. 꼭 자유분방한 미국으로 이민을 가는 것만이 행복이 아니다”라는 교훈이 주어진다.40여 년이 지난 요즘도 그 드라마의 감동이 잔잔히 다가온다.금년 갑자기 들이닥친 코로나 바이러스로 지금 전국이 어지럽다. 벌써 금년도 상반기가 지났지만 바이러스는 고개를 숙일 기세가 아니다.필자가 주관하여 매년 개최하는 대학평가 관련 포럼도 금년에는 온라인으로 전환될 위기에 있다.대학가에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입학식 등 대부분의 행사가 취소되고, 각종 세미나나 교내 집단 행사 등이 모두 연기되거나 취소되고 있다. 강의도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다. 사실상 캠퍼스는 정지 되었다. 싱그러운 젊음이 넘쳐야할 캠퍼스에는 학생이 보이지 않고 활기가 없이 적막감만 감돈다.갑자기 보리밟기가 생각난다.보리는 밟아야 더 성장한다는데 이러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고통은 더 나은 내일을 위한 보리밟기와 같다고 생각해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위생관념은 더 철저해졌고 근검절약을 배우는 게 몸에 밴다. 다양한 온라인 상의 새로운 경제 모델이 생겨나고 있다. 대학은 온라인 강좌 등 강의 방식은 다양해지고 있다.긍정적 사고로 코로나19 사태가 지나고 나면 더 나은 사회 더 나은 경제를 꿈꿀 수 있지 않겠는가.우리는 지금 보리밟기를 경험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2020-06-04

현대와 삼성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70년대 현대건설이 중동시장을 개척할 때 현대그룹의 정주영 회장은 사원조회 때 단골로 하던 말이 있다.“사나이로 태어나서”라는 군대에서 많이 부르는 노래를 인용하여 “건설, 조선, 자동차 같은 중장대 산업에만 현대는 집중한다. 설탕, 모직 같은 경공업은 삼성에 맡긴다”는 식으로 어떻게 들으면 삼성을 낮게 보는 발언이었다.필자가 현대건설 사원 시절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던 정 회장의 모습이 생각난다. 사원들과 씨름을 할 정도로 소탈하고 전용 엘리베이터 없이 사원들과 어울렸다.반면 만난 적은 없지만 삼성 이병철 회장은 소탈한 느낌의 정 회장과 달리 깔끔한 귀족적 인상을 주었다. 삼성의 업종도 힘든 업종 보다는 쉽게 이익을 산출하는 소비자 밀착형 업종이 주를 이루었다. 그 당시에도 회장 전용 엘리베이터가 있다고 들었다.당시 경영학계에서는 두 그룹의 운영방식을 아주 대조적으로 평가했다.소위 ‘막 밀어대는 식’의 경영과 ‘치밀한 기획’이 수반되는 경영방식이 대조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두 그룹이 모두 성공적이긴 해도 운영방식은 달랐고 그 원인은 총수의 성격과 그리고 업종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라고 해석되었다. 실제로 현대 정 회장은 공장 후보부지를 헬리콥터를 타고 돌아본 후 장소를 헬리콥터 안에서 정했다는 후문도 있다. 반면 삼성의 이 회장은 이런 경우 치밀하고도 꼼꼼하게 손익계산서를 작성하였다고 한다.그런데 이런 세상이 바뀌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는 않았다.약 10년간의 미국생활을 마치고 90년대 초 귀국하여 보니 현대도 현대전자, 반도체 등에 투자하고 삼성은 중공업, 자동차를 만드는 상황이 되었다. 90년대 이후는 사반세기를 사업구분으로 분할되던 현대와 삼성의 역할은 사업분야로는 두 그룹을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두 그룹은 다방면에 진출했다.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업무용 차량으로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G90(사진)을 이용하는 모습이 포착되었다고 한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업무 차량으로 현대차를 쓰는 것은 삼성과 현대차의 협력을 강화하는 상징을 보여 준다고 평한다.이에 발맞추어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최근 차세대 전기 자동차(EV) 사업 협력을 위해 사상 처음으로 단독 비즈니스 미팅을 했다고 한다. 양 재계 3세대의 랑데부이다. 각 그룹의 두 총수가 비즈니스 목적으로 회동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향후 양사 간 협력이 크게 기대되는 대목이다.한국재계 1, 2위인 현대 삼성의 협력은 오랫동안의 바람이다. 사실상 일본, 미국에서도 그룹의 협력은 쉽지 않은 현실에서 두 그룹의 협력은 코로나 사태로 경제적 위기를 맡고 있는 한국의 상황에 시의적절하다.포카전이나 연고전처럼 현삼전을 매년 하면 어떨까? 뭐 그런 엉뚱한 생각도 들어간다.

2020-05-28

미래의 기대치를 높여야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포스텍 교수였다가 아주대 총장으로 가신 박형주 아주대 총장 칼럼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은 기억이 있다.현재까지 업적과 미래의 성공확률과를 비교하는 흥미로운 이야기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A와 B가 만원씩을 내고 동전 던지기 게임을 한다고 상상해 보라. 동전 앞면이 나오면 A가 1점을, 뒷면이 나오면 B가 1점을 얻는다. 총 7점을 먼저 획득하면 상금을 다 가지고 가는 게임이다. 운이 좋다면 내리 7번을 이기고 주어진 상금을 가지고 갈 수도 있다. 두 사람이 경쟁하면서 A가 5점을 얻었고 B가 3점을 얻었는데, 귀가할 시간이 돼서 게임을 중단하게 되면 복잡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상금을 어떻게 분배해야 할까? 회계학의 대가인 파치올리는 현재까지 얻은 점수대로 5대3의 비율로 분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연 이것이 공정한 배분일까? 지금까지의 업적을 중심으로 배분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그러나 과학자이며 수학자인 파스칼과 페르마는 서신 교환을 통해서 확률과 기댓값의 개념에 다다랐다. 그들의 돌파구는 과거가 아닌 미래를 보자는, 즉 ‘현 상태에서 중단 없이 게임을 계속한다면 어떻게 될까’였다. A가 이길 확률은 16분의 13이고 B가 이길 확률은 16분의 3이 된다. 이것은 지금까지 업적 중심인 5:3 이 아니다. 이게 기댓값의 개념이다. 이 경우는 기댓값이 업적보다 더 우월한 경우이지만 이 반대의 경우도 존재할 수 있다.이 에피소드의 교훈은 현재까지의 업적보다 더 중요한 건 미래의 기대치라는 사실이다.또 하나의 예가 있다. 전자업계의 신화 소니는 1950년대 초반 전자제품의 기반 기술이 진공관에서 트랜지스터로 이전하는 변곡점에서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워크맨과 콤팩트디스크(CD)로 이어지는 혁신을 주도하면서 아날로그 시대에 세계 음향가전 시장의 절대 지존으로 군림했다.그러나 소니의 성공신화는 디지털 혁명의 풍랑을 만나면서 좌초했다. 하드웨어의 시장 지배력을 소프트웨어 분야로 확장·결합시키려는 전략 방향은 타당했지만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융합시대의 주연 자리를 애플에 내주고 조연으로 전락했다.소니의 실패는 워크맨으로 대변되는 그들의 성공에 의존하여 미래의 성공확률에 눈을 돌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래의 기대치를 높이기 위한 준비와 자세가 부족했기 때문이다.대학의 수시모집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포스텍은 정시모집을 늘리라는 정부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수시모집을 고수하고 있다.대학의 수시모집은 정시모집이나 과거의 대학입시와는 달리 지금까지 보다는 미래의 잠재력을 보는 모집방법이다. 수시모집의 미래 가능성을 보는 창의력 중심의 선발 방식은 미래의 기대치를 높이려는 노력이다.아마도 정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지금까지 과거사 문제로 서로를 공격하고 헐뜯는 과거 지향적 보다는 미래의 기대치를 높이는 일에 정치인들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미래의 기대치를 높이는 일은 교육, 경제, 산업, 정치 어디에서나 우리가 지향해야 할 일들이다.

2020-05-21

반미와 미국유학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오래전 6·25 남침을 ‘통일전쟁’이라 부르고 미국의 참전을 맹비난하며 반미 활동과 친북 활동을 하던 서울의 모 대학 교수가 있었다. 그는 사상의 자유를 존중하라고 일인 시위를 하였고 보안법 철폐를 요구하기도 헀다. 사상의 자유가 전혀 없는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는 보안법인데 이를 철폐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참으로 모순된 행동으로 생각되었다. 미국을 특히 격렬히 비판했다.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 본인 자신도 미국에서 학위를 받은 것은 물론 두 아들을 모두 미국에 유학을 보내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게 하였다는 보도를 읽은 적이 있다.최근 한 시민단체가 일제 동원 위안부를 위한 기부금 남용에 관하여 논란을 빚고 있는 사건이 있다. 그런데 해당 시민 단체 대표도 미국의 국내 사드 배치를 반대하며 사사건건 반미를 하였고, 남편은 조총련 관련 단체로부터 돈을 받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 유죄판결을 받았던 인사이다. 그런데 그분도 딸은 비용이 많이 드는 미국 대학의 음대에 유학을 보냈다고 한다. 반미를 부르짖는 분이 어떻게 유학비용을 마련하여 미국으로 유학을 보낼 수 있는지 의아스럽지만 남편 국가 보상금으로 유학 비용을 대었다고만 하고 반미와 관련된 미국유학 동기에 대한 설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사실 북한유화정책을 추구하며 반일, 반미 정서가 강한 진보정당들의 지도자들도 그들 자신도 미국서 공부하고 자녀들도 미국 유학을 보내는 경우를 흔히 본다. 유학을 보내는 건 글로벌 교육화 시대에 잘못된 것은 없다. 포스텍도 프랑스, 미국, 독일 학부 교환학생이 들어와 있는 것은 흔한 풍경이고 대학원에서는 중국이나 베트남과 같은 외국인 학생들이 유학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학부든 대학원이든 거의 10%가 넘어서는 학생들이 외국인 학생들로 채워지고 있다.필자가 졸업한 일리노이 대학은 영어로 UIUC(U of Illinois at UC)라고 하는데 이를 U of India, U of China로 농담으로 부른다고 한다. 그 정도로 외국인 학생이 많고 이건 전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다. 이러한 시대에 미국으로 유학보낸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문제는 이러한 좌파성향의 인사들은 반미, 반일을 부르짖으며 지속적으로 우방을 폄하하고 있으면서 정작 자기 자녀들은 미국에 유학을 보낸다는 자기 모순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평등 교육을 외치는 전교조 교사들이 자녀들 미국 유학을 연구하다 미국 대학 전문가가 됐다는 얘기도 있다. 미국산 쇠고기, 미국과의 FTA 체결을 그토록 비판하던 그들이었다.물론 미국 유학을 보낸다고 하여 미국을 비판하지 말자는 건 아니다. 문제는 정당하지 못한 이유로 미국을 비판하면서 막상 자식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미국을 이용하는, 그러한 자세는 극단적 자기중심적. 자기이익주의적 사고 방식일 뿐이다. 사회운동가들의 내로남불이 아닌 합리적인 사고와 행동방식을 기대해 본다. 그러한 합리적 사고를 보여야 그들의 사회운동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2020-05-14

대학가 커닝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1970년대 정치적 데모가 매일 계속 되던 시절 학교 앞 광장에 수백명의 학생이 모였다. 그런데 한 학생이 일어나 “시험시간에 커닝하는 사람은 여기서 나가달라. 우리 자체가 부정 없이 순수해야만 정치권의 부정을 규탄할 수 있다”라고 외쳤다.필자가 직접 경험한 이야기이다. 그 시절 그 학생의 모습을 보면서 감동을 느꼈던 순간이 기억난다. 70년대는 대학가의 시험 커닝이 만연하던 시절이다. 정치적인 부정과 독재에 항거하면서도 그 자신은 커닝으로 시험을 치르는 모순된 대학생들의 모습이었다. 그 후 50년이 흘렀어도 여전히 대학가의 커닝은 지속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커닝(Cunning)은 원래 “교활하다”는 뜻인데 일본식 영어로 시험부정을 일컫는 말로 한국에서는 통용된다. 미국식 영어는 치팅(Cheating) 이고 커닝이라고 하면 미국인은 알아듣지 못한다. 28년 포스텍 재임 기간 중 시험 커닝이 없는 깨끗한 캠퍼스를 경험했다. 포스텍은 미국 스탠퍼드대학처럼 어너코드(Honor Code·시험치기전 양심선언)가 있어 커닝없는 시험을 치루고 있다. 전체적으로 대학가 커닝은 과거에 비해 줄어들고 있는 추세인건 확실해 보인다.그런데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온라인 교육으로 시험 커닝 문제가 다시 대학가 이슈로 부상했다. 온라인 시험인 점을 이용해 부정행위를 저지르려는 학생들이 생기자 학교와 교수는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교수들은 시험을 앞두고 학생들에게 커닝자제를 촉구하는 이메일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 학생들이 대리 시험을 모의한다는 제보를 받고 제자들에 대한 신뢰가 깨지면서 일어난 일이다. 시험만은 감독을 할 수 있도록 강의실에 모여서 치루겠다는 교수들도 많다. 정당하게 시험보는 양심적 학생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일부 교수는 부정행위를 방지하고자 ‘스피드퀴즈’ 형식을 도입하기도 한다. 온라인 시험에서 빨리 문제를 풀어 답안지를 제출할수록 가산점을 주기로 하는 것이다.자신이 공부한 만큼 정당한 평가를 받고 또 그 평가 결과를 토대로 더욱 열심히 공부하도록 하는 것이 시험의 올바른 목적일 것이다. 그러나 학점이 취업, 진학 등에 영향을 주는 상황에서 커닝에 대한 유혹은 계속 될 것이다. 커닝은 불법행위이다. 해서는 안 될 행위이다. 젊은이들은 “공정한 사회”를 늘 주장한다. 그런데 커닝은 공평한 평가를 방해하는 것이며 공정한 사회를 그르치는 것이다.“제도는 사람을 유혹한다”는 말도 있다. 따라서 교수들은 공정한 평가가 유도될 수 있는 방법으로 학생들이 커닝에 대한 유혹을 받지 않도록 하고 학생들은 그들이 말하는 “공정한 사회”를 위해 커닝과 같은 부정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건 자명하다.사상 유례없는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속에서도 공정한 사회의 꿈은 커닝없는 캠퍼스에서 시작 되어야 한다.

2020-05-07

삭막해지는 캠퍼스의 추억들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캠퍼스의 추억들이 삭막해져 가고 있다. 돌이켜보면 학창시절의 추억들은 졸업앨범에 새겨져 있다. 사진이 귀하던 시절 졸업앨범이 유일한 추억이었고 앨범을 뒤져가면서 친구들 얼굴, 선생님들 얼굴을 떠올리는 게 큰 즐거움이었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교사 10명 가운데 7명이 학생 졸업앨범에 자신의 사진이 실리는데 불안감을 느낀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교사들은 졸업앨범에 들어간 사진이 범죄나 학부모들의 평가에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졸업앨범에 교사 사진이 들어가는 것에 부정적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졸업앨범 사진 탓에 피해를 본 경우를 접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40% 가량이 “직접 피해를 경험했거나 다른 교사가 피해를 본 사례를 들었다”고 답했다고 한다.졸업앨범을 안 만드는 학교도 늘어가고 앨범을 사지 않는 학생은 과반이 넘는다는 통계도 있다. 물론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기가 너무 쉬워 학창시절 사진이 차고 넘치니까 앨범에 대한 필요성이 떨어지는 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삭막해지는 학창시절의 추억의 일환이라고 생각이 들어가고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풍속도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졸업식 전에 하는 사은회도 없어지고 있다. 40여 년 전 필자가 대학 다니던 시절 사은회는 제자와 은사 간의 큰 잔치와 같은 것이었다. 여학생들은 한복을 입고, 남학생들도 양복으로 정장을 하고, 교수님들에게 큰절을 하는 행사였다. 졸업생들도 교정을 떠나는 아쉬움과 스승에 대한 감사를 표시하고 떠나는 제자를 축하하고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그런 자리였다.스승과 제자 사이가 예전만 하지 못하고 또 사은회의 참석률이 떨어지면서 지금은 사은회가 없어진 대학도 꽤 있다고 들었다. 졸업식도 마찬가지이다.많은 국내의 대학 졸업식에는 대학원생만 자리에 앉고 학부 학생은 식장에 들어가지 않고 사진만 찍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졸업식에 와서 사진만 찍는다면 졸업에 대한 감회와 기억이 남아있을까. 서구의 대학에서 졸업식은 엄숙하면서도 온 가족이 참석해 화기애애하게 치러진다. 모든 졸업생을 단상으로 불러 학위를 수여하고, 식이 길어져도 자리를 이탈하는 졸업생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몇 년 전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이 시작했던 졸업식 길거리 퍼레이드는 정말 감동적이었다. 졸업식에 모두 참가하여 그 타운의 가족들과 함께하는 모습이 정말 멋있고 정겨웠다. 그러나 그 행사도 코로나19 탓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 실시되지 않았다고 한다. 선생님과 친구들의 얼굴이 함께 나오는 앨범의 전통도 지켜지고 사은회의 아름다운 모습도 지켜지고, 졸업식도 좀 더 화기애애하면서도 모두 참가하는 그런 잔치로 치러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디지털 시대이지만 캠퍼스의 추억의 모습들이 잘 보존되었으면 한다. 스승과 제자의 아름다운 관계가 아날로그 시대의 전통이 지켜지면서 삶의 큰 보람으로 함께 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2020-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