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오피니언

벚꽃 피는 순서와 지역대학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대구의 모 대학 총장이 대학의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지만, 최근 대학 내부 게시판에 올라온 입시 실패에 대한 총장 책임을 묻는 글 아래에 “이번 학기가 끝나기 전 새로운 집행부가 출범할 것이라는 사실만 약속드린다”는 댓글을 달았다고 한다. 사실상 총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올해 대입에서 정원을 못 채운 지방대가 속출하면서 ‘대학이 벚꽃 피는 순서대로 문닫는다’는 말이 나돌곤 있지만, 이제는 총장 사퇴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 대학 신입생 충원율은 80%라고 한다.이 대학 뿐만 아니라 인근 대구권 4년제 대학의 정원 미달 상황은 심각하다. 추가모집이 모두 진행됐지만 100% 최종 등록률로 이어진 곳은 한 곳도 없다.전통의 지역 명문교인 K, Y 대학들도 100% 등록에 못미쳤다고 한다.반면 포항의 한동대, 포스텍은 100% 등록률을 보였다. 포스텍은 전국적인 명성의 프레미어 대학이므로 가능하였지만 한동대의 100% 충원은 다른 지역대학들이 벤치마킹할 부분이 있다. 글로벌 역량강화와 선택과 집중으로 성공한 예라고 본다.1960∼70년대 시절 신생아는 연 100만명에 가까웠고 초등학교는 한반에 100명 가까운 콩나물 교실이었다. 2부제, 3부제 수업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초등학교 교실은 한반에 20∼30명 수준이고 폐교되는 학교도 종종 있다.우리나라 주민등록인구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출생아가 사망자보다 적은 ‘인구 데드 크로스(Dead Cross)’ 현상이 당초 예상보다 9년이나 앞당겨 금년에 시작되었다고 한다.한국은 지난해 출생아가 역대 최저치인 27만여 명으로 30만명 선이 무너졌다고 발표했다. 금년의 대학정원은 49만명, 지원자는 42만명이었다. 27만명 시대가 오면 대학의 거의 반은 문을 닫아야 한다.사실상 대학 폐교의 문제는 ‘벚꽃 피는 순서’라는 말에서부터 나온다. 이는 지역대학을 폄하하고 서울로 향하는 국민 전체의 인식에서부터 나온다.일부 대학의 폐교는 어쩔 수 없다 하여도 지역대학에 대한 차별적 인식이 줄어든다면 현 대학정원 미달의 문제는 상당부분 해결 가능하다. 재수, 반수를 통해서 인서울 대학으로 가려는 분위기도 큰 몫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미국의 많은 우수한 대학들이 대도시가 아닌 소도시에 있는 경우가 많다. 사실상 주요 명문 주립대학들은 주의 수도가 아닌 작은 마을에 있다. 이것은 교육선진국이라는 유럽이나 일본도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마찬가지이다.미국과 같이 한국도 서울 지역 가리지 않고 대학이 교육과 연구의 질로 승부하는 그런 상황이 되어야 한다.서울·지방 이분법은 이 사회에서 반드시 사라져야 할 악습이다.‘벚꽃피는 순서’라는 말이 사라질 때 한국의 대학충원율 문제도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2021-03-11

자원투자의 개가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포스코가 3년 전 인수한 아르헨티나 리튬 호수가 리튬 가격 급등으로 대박을 터뜨렸다는 소식이다.2018년 3천100억 원에 인수한 호수에 매장된 리튬을 생산해 현 시세를 적용해 판매시 누적 매출액이 35조원에 달하며, 이는 중국 탄산리튬 현물 가격이 올해 급등한 덕분이라고 한다.세계적으로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고 있어 전기차 배터리의 필수 소재인 리튬 가격은 계속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포스코는 지난해 말 호수의 리튬 매장량이 인수 당시 추산한 220만t보다 6배 늘어난 1천350만t임을 확인했고 이는 전기차 약 3억7천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한다.자원외교에서 가장 미래세대 전략적 측면에서 큰 성과를 이뤘다고 생각하는 리튬 확보 정책이다. 이명박 정부는 자원외교로 포스코와 함께 남미 에콰도르의 소금호수 산을 구매하며 2천억 원을 지출하였고, 이는 당시에는 여론이 좋지 않았고, 기업비리, 세금 낭비라는 주장이었지만, 결국 포스코가 산 소금호수는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2011년도부터 자원외교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그에 대해 준비하고 자원외교를 펼쳐 자원을 확보한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엇갈린 평가에도 불구하고 먼 앞을 내다본 혜안이라고 본다.최근 미·중의 무역전쟁이 가속화 되면서 자원외교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미국 국방부가 자국 내 희토류 처리 가공시설 건설 사업에 300억원 넘는 대규모 재정을 투입한다고 한다. 처리 가공시설 완공 시, 미국의 희토류 생산량은 전세계 수요의 25%를 책임질 것으로 나타났다.향후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군사 장비와 자동차, 반도체, 스마트폰 등 첨단기술 부품의 핵심 재료인 희토류 최대 생산국인 중국의 수출 제한에 대비해 자급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미국의 정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자원 확보에 필요한 외교정책, 기술, 자금지원 등과 함께 인재양성도 중요해 보인다.여러 가지 다양한 공학분야 중에서도 묵묵히 ‘에너지자원 공학’을 공부하는 공학도들이 있다. 이들이 일선에서 향후 자원 확보를 위해 뛰고 있는 인재들이다.필자는 대학에서 산업경영공학 이전에 에너지자원공학을 공부한 경험이 있다. 사우디, 인도네시아 등 세계전역을 돌면서 자원 확보를 위해 애쓰는 엔지니어 동문들을 보면서 묵묵히 일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고 있다. 사실상 자원이 없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생활에 필수품인 전기공급, 자동차도 도로를 달릴 수 없고, 공장 등이 가동될 수가 없는 것이다. 필수품이 된 핸드폰도 만들 수 없다.포스코 자원투자의 개가를 보면서 에너지자원 기술에 대한 학문적 뒷받침과 인재양성, 연구투자, 기술투자들이 절실하고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자원은 유한한 것이다. 미래는 자원전쟁과 자원외교의 장이 될 것이다.

2021-03-04

신성철 카이스트 총장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는 포스텍(포항공대)과 함께 한국을 끌어가는 특성화 과학기술 대학의 쌍두마차이다. 한국사회에서 이 두 대학은 세계의 무대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대학이다.신성철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총장이 오는 22일 은퇴식을 갖는다고 한다. 1975년 카이스트 석사과정으로 입학하여 거의 반세기 가깝게 카이스트와 함께한 신 총장은 지난 16일 카이스트 창립 50주년 기념식을 온라인으로 성대하게 거행하였다.카이스트는 1971년 대학원으로만 창설되어 첫 입학생을 1973년 선발하였고 신 총장은 필자와 함께 입학한 3기 입학생이 된다. 필자와 함께 학생회 활동도 같이 하였던 신 총장은 카이스트 졸업 후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하여 카이스트 교수로 부임하게 된다.그동안 한국인 최초로 ‘아시아 자성연합회(AUMS·Asian Union of Magnetics Societies)’가 주관하는 AUMS상을 수상하는 등 탁월한 연구업적과 함께 카이스트 부총장을 거쳤고 6년간 디지스트(대구경북과학기술원) 총장, 그리고 4년간 카이스트 총장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은퇴하게 되는 것이다.그의 업적은 수없이 많지만 대덕클럽을 창설하여 과학자들의 대화와 교류의 광장을 만든 것과 논문에 구애 받지 않고 10∼20년간 연구에만 몰두하는 Singularity(집중연구)교수의 아이디어를 낸 것은 혁신적으로 꼽힌다.그는 50주년 기념식 후 거행된 심포지엄에서 “다음 50년 동안 KAIST는 ‘10-10-10 드림’을 달성하고자 합니다. 노벨상이나 필즈상을 받을 만한 학문적으로 업적을 쌓은 교수 10명을 배출하고 100억 달러(10조원) 규모의 기업가치를 지닌 스타트업(데카콘) 10개를 육성하고 케냐를 비롯해 전 세계에 KAIST를 10개 설립할 것입니다”라고 선언했다. 장엄한 선언이다.이날 기념식과 심포지엄에는 미국의 MIT, 일본의 동경공대, 중국의 칭화대, 스위스 ETH 등 초 일류대학의 총장들이 참여하고 축하 메시지를 보내 카이스트의 세계적 위상을 실감하게 하였다.이러한 축하 무드 속에서도 필자는 과학에 정치가 관여된 지난날을 돌이켜 보게 된다. 회상하기도 싫지만 이런 한국 과학계의 엄청난 공헌을 한 신 총장은 정권이 바뀐 후 과기부의 무리한 감사를 통해 괴롭힘을 당했고 결국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것을 법원이 판결했다. 사실상 그동안 12개의 과학계 수장들이 특별한 이유도 없이 정권이 바뀌면서 바뀌었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전 정권의 과학계의 수장들을 몰아내고 무리한 감사를 통해 사임케 하는 나쁜 전통은 이제 더 있어서는 안 된다.신성철 총장의 은퇴를 축하하고 한국과학계를 위해 계속 일해주시길 부탁드리며 한국 과학계도 이제 정치로부터 자유로운 그런 장이 되길 기대해 본다. 과학계는 절대 정치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2021-02-18

지역 대학의 위기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금년 개교 35년을 맞는 포항의 포스텍도 “수도권에 세웠으면 더 좋지 않았는가?”라는 논의가 있은 적이 있다.그러나 설립 당시 박태준 설립이사장이나 김호길 초대 총장 모두 “수도권이 아닌 곳에서도 초일류 대학을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 주길 원했다.동국대 이사회가 최근 경주캠퍼스 이전을 거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주 지역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위기상황을 인식하고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수도권 등 캠퍼스 이전을 포함한 장기적 발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고 한다. 또한 학생들은 자체 투표에서 대다수 학생들이 이전을 희망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경주 시민들은 캠퍼스 이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주시는 동국대 경주캠퍼스의 이전에 반대하며 일체의 논의를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대학 측은 캠퍼스 생존을 위한 이전 계획을 장기적 관점에서 이전을 고려할 필요가 있겠지만, 지금은 대학 경쟁력을 높여 경주와 함께 지속 발전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지역대학(필자는 개인적으로 ‘지방대학’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은 지역의 사랑을 받으며 전국으로 또는 세계로 뻗어나가야 한다. 미국의 명문대학 스탠퍼드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를 세운 것은 지역을 사랑한 명문대학의 노력이고 또한 그 실리콘밸리는 그 지역의 자존심이 되었다. 미국에서는 대학 이름을 언급하면 그 타운이나 지역과 연관 시킨다. 카네기멜론과 피츠버그, 보스턴과 하버드와 MIT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세계적인 대학이지만 그 지역 발전에 큰 공헌을 했다.1994년 포스텍이 최고경영자과정(PAMTIP)을 만들 때 반대가 꽤 심했다. 연구중심대학이 그러한 대중적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코드가 맞느냐는 논쟁이었다. 그러나 세계적 공과대학 MIT는 최고경영자 과정을 여러 개 가지고 있다. 그러한 과정들이 오히려 지역을 사랑하고 공헌하는 대학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디지스트(대구경북과기원)가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대학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졸업 퍼레이드를 개최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학이 위치한 대구 달성군 중고교 졸업생들과 재학생, 교직원, 지역주민 등이 참여한 가운데 교수, 졸업생이 한 줄로 걸어가는 모습은 지역과 함께하는 대학을 실천하는 모습으로 전국적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아주대가 수원과 화성에 퍼져 있는 기업들과 산학협력을 밀접히 하고 있는 것도 좋은 예이다. 수원도 지역에 위치한 전국적 대학이라는 인식을 심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듯하다.한국에서 지역에 위치한 대학들이 지역과 함께 호흡하면서 지역의 사랑 속에 전국으로 세계로 도약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에 대한 강한 자부심이 서울로 몰리는 대학 인구를 지역으로 분산하고 각 지역의 대학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각개약진을 하는 토대가 될 것이다.

2021-02-04

바이든에 거는 기대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조 바이든이 미국의 제46대 대통령으로 취임하였다.상원의원 36년, 부통령 8년을 지낸 화려한 경력의 직업 정치인이지만 오랜 인생의 역경을 극복하고 대통령 선거에 세 번째 도전 끝에 초강대국 미국의 대통령 자리에 오르며 바이든 시대의 개막을 알린 것이다.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불복, 의사당 난입에 이어 사상 유례없는 트럼프의 2번의 하원에서의 탄핵 등으로 인해 어수선한 취임식이었다.더구나 미국의 오랜 전통인 전임 대통령의 취임식 참석이 없는 적개심이 남아있는 이상한 취임식이 되었다.지금 트럼프 정책에서 허덕였던 각 국가와 한국도 바이든에 거는 기대가 크다. 각국은 자국 손익계산을 위해 계산기를 두드리기 바쁘다.노선과 정책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 있는 바이든은 전임 행정부와 철저히 단절하며 미국 안팎의 새 질서 구축에 나설 것으로 보여 국제사회에도 상당한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이미 수십 개의 트럼프 정책을 뒤집는 행정 명령(Executive Order)에 서명했다고 한다. 트럼프의 몽니로 탈퇴하였던 각종 세계 기구에도 복귀하고 있다.바이든은 기본적으로 경제를 재건하고 환경을 보호하면서 동맹과의 협력을 통해 자유주의의 가치와 미국의 리더십을 재건하겠다는 깃발을 내걸었다.중국과의 관계는 여전히 안개 속이다.패권주의가 깔린 미국에서 의회와 안보 관련 기관의 대중국 매파의 세력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중국과의 무역으로 입은 상처에 대한 분노와 더불어 북한 문제로 동북아 정세는 여전히 안개 속에 중국과의 대립을 정리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세계는 미국이 유럽을 비롯한 동맹국과의 긴장을 완화하고, 협력을 통하여 중국을 합리적으로 견제하면서 세계무역 질서를 복원하기를 기대하고 있다.바이든 대통령에게는 미국판 ‘인동초’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바이든은 변호사 출신으로 만 29세의 나이로 상대와 1% p 차, 극적인 대역전극을 펼치면서 단숨에 정계의 주목을 받았다. 최연소 상원의원, 탄탄대로가 펼쳐지는 듯 보였으나, 큰 교통사고로 부인과 딸을 잃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아들마저 잃었다. 그런 그가 내리 6선에 성공하고, 대통령에 세 번 도전 끝에 성공한다.우리는 바이든이 보여준 이러한 인동초 같은 불굴의 정신으로 미국, 세계를 안정시키고 한국에 밝은 미래를 가져오길 기대해 본다.우리는 그의 한국 정책에 특히 주목한다. 자국 위주의 경제정책에서 세계 경제를 함께하는 정책, 외국기업을 아우르는 정책, 글로벌 경영의 토대를 세울 것을 기대해 본다.주한미군의 안정된 주둔과 대북 정책에서 힘을 기반으로 하는 정책에서 한국의 현 정부를 설득할 것도 기대해 본다. 대중국 정책도 강한 힘으로 중국을 다스리면서도 세계평화라는 관점에서 유연성을 호소해 본다. 한국 정부는 대북한 굴욕외교에서 벗어나 바이든 정부와 호흡을 같이하며 품격있는 외교, 국방 정책을 조율해야 할 것이다. 바이든에 기대한다.

2021-01-28

합동군사훈련을 북한과 협의?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우방과의 군사훈련을 적과 상의한다?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미 연합훈련 중단 문제를 “필요하면 남북 군사공동위를 통해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했다고 한다. 군 통수권자가 적의 위협에 대한 방어 훈련을 적과 협의하겠다고 한 것이다.김정은은 강한 군사력을 선언하고 군 퍼레이드를 심야에 열고 핵추진 잠수함, 극초음속 무기 개발도 공언하며 무력에 기반한 통일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핵이 없고 미군과의 연합 훈련 강화만이 북의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상황에서 미국 아닌 북한과 ‘훈련 협의’를 하겠다고 하니 기가 막힌 일이다.‘싱가포르 쇼’로 각종 연합훈령이 전부 폐지됐다. 김정은 트럼프 쇼는 비핵화를 위해서라고 했는데 그러나 북핵은 오히려 그후 대폭 증강됐다.북한이 돌연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시켰다. 세계사에 없는 일이 벌어졌다. 세계사에서 서로 합의하여 지은 건물을 전쟁이 아닌 상태에서 폭파시킨 예는 없다. 그래도 우리는 항의 한마디 못하고 북한의 눈치만 본다. 바보 같은 짝사랑 제의가 계속되고 있다.과거에도 남북단일팀 구성, 올림픽 분산개최, 대북지원 민간단체 방북 등 아무런 답이 없는 북한을 위한 짝사랑 손짓은 계속 되었지만 지금도 금강산 관광, 개성단지 재개, 남북 경협 등 메아리 없는 손짓을 계속하고 있다. 이제 심지어 한미군사훈련을 북한과 상의하는 지경까지 왔다. 올 때까지 왔다는 생각이 든다.왜 우리는 짝사랑을 하는가? 상대는 트집만 잡고 있는데도 계속되는 짝사랑은 국민의 자존심만 상하게 하고 있다. 북한은 주한미군을 철수하고 북한의 미사일, 핵실험을 허용하고 우리가 백기를 들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통일은 절대 구걸로 오지 않는다. 북한과의 평화는 우리가 우방과 관계를 공고히 하고 강한 힘을 보여 줄 때에만 가능할 뿐이다.2007년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 당시 ‘문재인 비서실장 주도로 북한에 물어보고 기권으로 결정했다’는 논란이 지난 대선에서 불거졌다.이제 한미 훈련마저 북과 사전 협의할 수 있다는 문 대통령의 말을 듣고 보니 인권 표결을 북에 물어보고 정했다는 소식이 믿어진다.한 깡패 같은 친구가 힘이 없는 친구를 매일 괴롭힌다. 힘이 없는 친구는 평화를 위해 돈도 가져다주고 그 깡패 같은 친구가 때려도 참고 웃음을 지으면서 기다린다. 그러던 어느날 힘없는 친구가 주머니에 짱돌을 쥐고 나타났다. 그리고 그 깡패를 공격했다. 난투극이 벌어지고 힘없는 친구는 크게 다쳤다. 그러나 놀라운 일은 그 다음날부터 그 깡패가 힘없는 친구를 괴롭히는 일이 끝났다.구걸이나 양보가 아니라 강한 힘으로 대응해야만 깡패의 행패를 종결시킬 수 있다. 우리가 북한에 지금 보여주어야 할 모습이다. 강한 힘을 바탕으로 하는 이스라엘의 교훈으로부터 우리는 배워야 한다.

2021-01-21

코로나 백신과 확률 게임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코로나 백신!미국을 시발점으로 전 세계에서 코로나 백신접종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걱정스러운 뉴스가 들린다. 백신접종을 시작한 미국에서 50대 남성 의사가 화이자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백신을 맞고 16일 만에 사망해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한국도 곧 백신접종을 시작한다고 하는데 공포가 아닐 수 없다.뉴욕타임스는 플로리다주의 산부인과 의사 그레고리 마이클 교수가 지난해 12월 화이자 백신을 맞고 2주 만인 지난 1월 3일 뇌출혈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그의 부인은 “남편은 기저 질환이 없었고 건강하고 활동적인 사람이었다”며 “이전에는 다른 약물이나 백신에 반응을 보인 적 없으며, 코로나가 유행하기 시작한 초기부터 마스크를 쓰며 가족과 환자들을 보호했다”고 전했다. 화이자는 성명을 내고 백신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그러나 백신에 대한 공포는 가시지 않고 있다. 미국인들의 50% 가까이 백신접종을 거부한다는 보도도 있고 흑인, 라틴계 등 유색인종일 경우 더 불신이 심한 상황이라고 한다.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공포에 이어 백신 공포가 잇고 있다.필자의 친구들도 백신을 맞겠다는 숫자가 반정도 밖에 안되니 백신에 대한 불신은 도를 넘는 듯 하다.여기서 확률과 공포감의 관계를 설명하는 확률게임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확률게임의 대표적인 예는 항공기 사고에 대한 공포감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항공기 추락사고에 대한 공포 때문에 항공기를 타지 못하는 고공공포증 환자는 꽤 많다.항공사고의 경우 확률은 작지만 사고가 났을 경우 거의 전원이 사망하므로 공포가 훨씬 크다. 사고의 확률은 적지만 사람이 느끼는 공포는 매우 큰 것이다. 현재 백신에 대한 공포도 비슷한 양상을 띄고 있다. 확률은 낮아도 치명적일 수 있다는 공포가 있는 것이다. 코로나에 효과적으로 대처한 대만과 같은 정부에 비하여 한국 정부가 초기 코로나 대응 실패가 백신에 대한 불신에 한몫하고 있다.그러나 국민들도 지나친 백신에 대한 지나친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확률게임에서 보듯이 각자의 공포지수의 문제일 뿐이다.우리는 매일을 확률게임을 하고 있다. 교통사고, 낙상사고 등 낮은 확률이라도 사고는 항상 있을 수 있고 그것이 치명적일 수도 있지만 우리가 그것을 과도하게 걱정하지 않고 살듯이 백신접종의 문제도 그렇게 공포를 가질 필요는 없을 것 같다.화이자는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을 적극적으로 조사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백신 접종과 사망 간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임상시험과 실제 백신 접종 과정에서 이번 사례와 관련된 안정성 문제는 없었다”고 했다. 백신접종에 대한 지나친 공포를 가질 필요는 없다. 이번 코로나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2021-01-14

2021년은 어둠의 끝으로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2021년은 어수선하게 시작되었다.트럼프 지지자들이 미국 의회를 난입하여 상·하원 합동 회의가 중단되었다고 한다. 또 한 어린 입양아가 양부모의 학대로 사망했다는 뉴스로 분노에 찬 소리가 들린다.21년 전 새천년의 역사를 시작했고 이제 3번째 10년(Decade)을 맞이하는데 어둠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2020년은 사용하지 않아서 나이를 한 살 안 먹어도 된다는 조크도 들릴 정도로 2020년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힘들고 우울한 한해를 보냈다. 학생들이 친구를 만나지 못하고 온라인으로 공부를 해야 하고 많은 회의들이 취소되거나 온라인으로 전환 되었다. 친구나 친척을 만나는 일도 취소되고 여행도 거의 하지 않아 해외로 나가는 공항의 주차장은 텅 비었다고 한다.민주주의의 최고봉이라는 미국에서조차 부정선거 시비가 끊이지 않고 의회난입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 사태가 마무리 된다고 해도 민주주의의 상징 미국의 명예는 많이 추락했다.시민들의 공분을 일으킨 ‘정인이 사건’(양천 아동학대 사건)에서 전문가들은 입양부모의 적격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사후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민간 입양기관의 책임을 지적했다. 세 차례의 신고에도 신속 대응하지 못한 경찰의 무능도 도마 위에 올랐다. 입양 프로세스 매뉴얼을 고치고 사후관리를 강화한다고 북새통을 떨지만 여전히 문제가 개선될 지는 불투명하다.전 대통령 둘을 교도소에 보낸 한국의 보복정치는 끝을 모르고 있다. 전 대통령을 교도소로 보내는 전통은 한국이 정치 후진국임을 증명하는 단적인 예가 된다. 전 대통령이 현 정부의 자문역을 하는 아름다운 선진국의 전통을 왜 우리는 배우지 못하는가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코로나로 가뜩이나 힘든 대학들 특히 사립대들은 더욱 어렵다. 필자가 있는 대학이나 자문을 하는 대학들 모두 사립대이다. 재정난은 한국의 사립대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이지만 코로나 사태로 더욱 힘들다.미국처럼 정원 자율화, 등록금 자율화까지는 못가더라도 대학에 자율성을 주어 운영토록 해야 하는데, 현재는 ‘자율형 사립고’도 폐지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니 대학의 자율화가 언제 오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자율형 사립대’ 제도를 도입해 일부에 대해서라도 규제를 풀면 어떨까라는 주장에 필자는 동의해 본다. 코로나로 힘들었던 2020년을 보내고 2021년은 어둠의 끝이 보여야 하고 그 어둠을 탈출하는 것이 2021년이 안고 있는 과제이다. 전세계의 확진자 숫자는 줄지 않고 사망자의 숫자는 늘어만 가지만 백신접종이 전 세계적으로 시작되었다.2021년은 코로나가 사라지고 새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그런 어둠의 끝이 오길 기대해 본다. 필자가 좋아하는 말 “Tough times never last, but, tough people do ”(어려운 시간은 오래 가지 않는다. 그러나 그 어려움을 견딘 사람들은 오래 간다) 라는 유명한 로버트 쉴러 박사의 말로 희망을 가져 본다.

2021-01-07

친절과 정보화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90년대 초 이야기이다. 일본 출장에서 돌아온 8월 하순 김포공항의 오후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나는 간단한 짐검사를 마치고 대합실로 걸어나왔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공항 실내에서 웅성거리는 한국사람들의 한국말은 내게 달콤하게 들려왔다.여기서 다시 포항에 가는 비행기는 3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고 후덥지근한 몸을 잠시 물에 담그고 여행의 피로를 풀고 싶었다. 긴 줄에서 오랜 기다림 끝에 택시를 탔다. “어디 가시죠?” 괜히 화난듯한 모습의 기사 아저씨가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근처 아무 곳에서 목욕을 하고 싶은데요…. 아, 화곡동 까지 갑시다”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내리시죠. 그렇게 가까운 곳은 안갑니다” “네??” 그 다음은 말할 것 없이 대화는 거칠게 진행되었다. 그리고 나는 화곡동 네거리 한복판에 내던져졌다.사우나 간판이 보였지만 내 머릿속에는 불과 2시간 전의 일본 큐슈 오이타 공항의 택시기사가 환히 웃으며 다가왔다. “하이, 하이, 도모 아리가또 고자이 마쓰다(네, 네,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던 모습, 손님을 제일로 여기며 항상 친절히 대하던 그 모습, 정복을 입고 넥타이를 매고 있던 그 깔끔한 모습이….실제로는 내가 들렀던 관공서, 기업, 가게의 모든 장소가 그렇게 친절헀다. 당시 여행은 학회에서 논문을 발표하는 게 아니라 일본의 구석구석을 살피는 방송국의 현지 프로그램을 위한 여행이었다. 그 당시 사회 구석구석을 보고 경비행기를 타고 공중 취재도 하면서 느낀 건 “우리는 아직 멀었구나”였다. 우리는 우리가 친절한 민족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마도 제한된 친구, 가족 간 또는 이해가 얽혀 있는 사람 간에는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택시기사도 그렇지만, 길에서 부딪혀도 “미안하다”는 말도 안하는 낯선 사람들….친절과 정보화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별로 관계도 없고 비교도 안되는 두 개의 단어이다. 사실 한국은 정보화가 웬만한 선진국보다 낫다고 하는데 진정한 정보화는 공평성이 보장되는 공개(Openness)와 약속을 지키는 준수(Observance)를 기반으로 한다.결국 친절은 공개와 준수의 산물이다. 한국인들은 아는 사람들끼리는 서로 식사값을 지불하려고 하지만 뒤따라 들어오는 모르는 사람에게 문을 잡고 서있는 예의는 부족하다. 택시운전사가 친절해야 하는 것은 서비스 제공자와 서비스를 받는 자의 약속이다.모르는 사람에게는 불친절한 건 형평성의 공개 원칙과 부합하지 않고 택시운전사가 친절하지 않은 것은 준수가 지켜지지 않는 것이다. 니가타의 한 호텔을 떠나던 날 일주일간을 주말도 없이 우리를 안내하던 현의 한 직원이 안녕의 표현으로 굽혔던 그 허리를 잊을 수 없다. 그 굽힌 허리를 바라보며 우리는 그 책임감으로 가득찬, 정돈된, 깨끗한 질서있는 사회에 놀랐던 기억이다. 대부분의 물질적 기반과 문화가 선진화 되고 있지만 친절만은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2020-12-17

달달 외우는 인재들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태정태세 문단세….” “웃어서 세우세….”어려서 이런 말들을 달달 외던 생각이 난다. 누구나 눈을 감고 초중등 학교 시절 외우던 말들이다. 이조시대 왕들의 순서를 외웠고, 영어의 will, shall 용법을 외우던 시절이다. 어떻게 쓰이는 지도 모르고 무조건 외웠 다.대부분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달달 외우는 것을 잘하던 아이들이다.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생각하지 말고 외워!”우리나라 초등학교 4학년생과 중학교 2학년생의 수학·과학 성취도는 세계 최상위권이지만, 해당 과목에 대한 흥미도는 꼴찌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교육성취도평가협회(IEA)는 58개국 초중등 학생 50여만명이 참여한 ‘수학·과학 성취도 추이 변화 국제 비교 연구’결과를 발표했다.우리나라 초등학교 4학년생의 성취도는 수학 3위, 과학 2위를 기록했다. 이 평가를 처음으로 실시한 1995년부터 우리나라 초등학생의 성취도는 수학 2~3위, 과학 1~2위로 최상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우리나라 중학생의 성취도도 그동안 수학 1~3위, 과학 3~5위로 우수한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문제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수학·과학에 대한 자신감이나 흥미도가 밑바닥 수준이라는 점이다. 특히 중학 2년의 경우 수학·과학에 대한 흥미도가 조사 대상 국가 중 가장 낮았다고 한다.“미국 수재들은 생각하는 방식이 달라. 경쟁하기가 힘들어. 우리 교육방식의 문제야.” 몇 년 전 서울대에서 포스텍으로 자리를 옮긴 한 수재 과학자가 한 이야기이다. 그가 던진 독백과 같은 이 한마디가 내내 뇌리를 때린다.그가 해준 카이스트 총장이었던 미국 국적의 러플린 이야기도 흥미롭다.러플린은 벨 연구소에서 일했는데 괴짜이고 주변 사람과 어울리지 못해 쫓겨났다고 한다. 그래서 학교로 돌아와 스탠퍼드 교수가 되었는데 벨 연구소에서 연구한 연구업적을 근거로 48세인 1998년 노벨상을 수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노벨상 수상 후 벨 연구소의 해당 연구실은 러플린을 몰아낸 걸 크게 후회하였고, 노벨상 수상자를 몰아낸 연구실로 낙인찍혔다는 이야기다. 그는 러플린이 괴짜 연구자라고 하면서 한국에서 성장했으면 학교를 다니다가 쫓겨났을지도 모른다고 말헀다.또, 현 서울대 총장의 일화도 흥미롭다. 그는 초등학교 그리고 그 명문 중고교를 내내 수석으로 다니면서 전국 대학 입학고사 수석, 대학 수석졸업을 했던 수재이다. .그러나 그는 스탠퍼드 유학시절 “태어나서 유학까지 수석이었으나, 논문을 쓰려니 수석을 못하겠어”라고 술회하여 주변 친구들을 안타깝게 하였다. “난 한국의 암기식 교육의 피해자”라고 말하며, 그의 눈가에는 가벼운 이슬이 맺혔다고 한다.오늘도 대학입시를 위한 교육방송의 유튜브의 입시 강의가 요란하다. 수억대 연봉의 스타 강사들이 수두룩하다고 한다. 그들은 “외우자, 문제 형식을 알고 해법을 외우자”라고 오늘도 외친다. 도대체, 우리는 언제 노벨상을 탈 수 있을 것인가?

2020-12-10

코로나 수능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입시의 추억은 추위와의 싸움이다.50여 년 전 어느 추운 겨울날 새벽에 일어나 아버지와 함께 택시를 타고 고교 입시장으로 가던 기억이 생생하다. 또 대학입시 보던 날은 단체로 버스를 타고 갔지만 버스에서 내리기가 힘들 정도로 추운 겨울이었다. 대학 1년 선배들이 격려차 버스에 올랐지만 추위에 떠는 모습이었다.입시는 왜 꼭 추운 날 치루어지는 걸까? 그건 봄 학기제와 관계가 있다. 좀 더 따뜻한 날 치를 수 없을까? 그래서 9월 학기제가 이런 저런 이유로 더 좋게 느껴진다. 한국 등 아주 소수 국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국가가 가을학기제를 채택하고 있다고 한다.더구나 금년엔 처음으로 1년간 기세가 꺽일 줄 모르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공격 속에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루어졌다. 수능 지원자는 50만 명이 안되어 역대 최소 숫자라고 한다. 이중 거의 1/3 이 재수생이라고 하니 그것도 걱정이다.코로나19 확진자, 자가격리자도 응시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하기에 실제 시험실 장소는 전년의 1.5배로 늘었다고 한다.수험생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미리 배정된 시험장으로 가 발열 체크를 받고 일반 시험실로 입실했고 37.5℃ 이상의 열이 있거나 기침 등 의심 증상을 보이는 수험생은 2차 체크에서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 경우 별도 시험실에서 시험을 보았다고 한다.정부는 수능 출제 방향 브리핑에서 “학교 교육을 통해 학습된 능력 측정을 위해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에 맞춰 문제를 냈다”며 “핵심적이고 기본적인 내용 중심으로 출제함으로써 고교 교육의 정상화에 도움이 되도록 했다”고 밝혔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작년과는 다른 입시제도가 발표되었다.정부는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내년 4월까지 수능위주전형 40% 확대를 추진한다”고 말했다. 지난 해 교육부가 발표한 2022학년도 대입부터 서울 주요대학 16곳의 수능 위주 정시 선발 비중을 4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내용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한때 수시를 늘리라고 난리를 치다가 몇 년 전부터는 정시를 늘리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한국에는 농담 같은 진실이 있다.“한국에서 길을 걸어가는 사람 중 아무나 두 사람을 골라서 “대학을 들어갈 때 어떤 시험을 치르고 어떤 과정을 겪었나?”라고 물으면 똑같은 과정을 겪어 대학을 들어간 두 사람은 한국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반대로 미국에서 똑같은 질문을 한다면 아마도 질문하는 사람을 이상하다고 쳐다볼 지 모른다. 그들은 입시정책이 거의 바뀌지 않으며 대부분 대학 자율에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입시제도나 대학 선발 방식은 자주 바꿔야 할 제도가 아니다. 이리저리 매년 뜯어고쳐봐야 끊임없이 고쳐야 할 뿐이다. 올해는 코로나로 괴로운 수험생, 학부모들에게 편한 마음을 주도록 하자. 그냥 편하게 해주자. 그게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이미 늦은 일이긴 해도 내년을 위해서라도….

2020-12-03

가덕도 선심정치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가덕도는 부산광역시 강서구 천가동에 속한 작은 섬이다. 울릉도의 1/3의 넓이라고 한다. 예로부터 섬에서 더덕이 많이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갑자기 가덕도가 실시간 검색어 1위로 떠오르고 있다. 조그만 섬 가덕도.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것인가?선심정치는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그저 표가 생긴다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게 정치인들의 모습이다. 그들에게는 국가 발전보다 표를 모으는 게 더 중요하다.지난 20년간 정치권의 민감한 이슈였던 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전 정부에서 밀양, 가덕도, 김해 확장의 3파전에서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이 났었다. 2016년 ADPi(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 타당성 평가 당시 김해신공항 안이 1위, 밀양이 2위, 가덕도가 3위였다.경제성 등 평가에서 꼴찌를 했던 가덕도가 왜 갑자기 대안으로 떠오른 것일까? 그건 당연히 내년도에 있을 부산시장 보궐선거용이라는 건 누가 봐도 확연해 보인다. 그들에게는 가덕도는 그저 표일 뿐이다. 여당이 이런 실정인데도 야당인 국민의 힘도 선심정치 쫓기는 마찬가지이다.현재 국민의 힘은 ‘가덕도 특별법’을 밀어부치려는 부산 출신 의원과 이를 반대하는 대구 출신 의원들의 의견이 분열되면서 당론이 분열되고 있다. 당론에 철학도 없고 그저 표가 중요한 건 여당이나 야당이나 마찬가지이다.과거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선거철 토목공약”이라고 강력한 비판적 입장을 냈던 여러 정치인들이 “생각이 바뀌었다”라며 입장을 내며 가덕도 신공항 찬성으로 돌아섰다. 그저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이다. 그저 표를 얻을 수 있다면 무슨 말이든 할 수 있고 어떤 신념이든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선심정치는 정치권의 단골 메뉴이다. 선심정치는 금년 봄 선거에서도 큰 이슈였다. 여당이건 야당이건 재난지원금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전략과 이를 통한 선심정치를 하겠다는 생각은 똑같았다. 재난 지원금이 어떻게 힘들어하는 국민을 돕느냐 하는 것보다는 어떻게 배분해야 표를 얻을 수 있느냐에만 집중했다.드디어 야당인 국민의힘이 김해신공항 확장안 백지화에 따른 출구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무조건 반대하기엔 부산권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가덕도 신공항을 무조건 반대하는 대신 대구 통합공항 이전과 함께 타당성을 검토해보자는 신중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한다. 국민의힘이 가덕도 신공항을 무조건 불가에서 검토 쪽으로 변화하는 분위기로 흐르자 부산·경남지역에서 당 지지율이 상승하는 현상을 보였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나라가 네꺼냐”는 구호가 태극기 부대의 단골 메뉴였다면 아마도 지금 우리가 표만 쫓는 정치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이것일 것이다.나라가 정치인들의 것인가? 나라가 진정 그들의 표를 얻는 도구일 뿐인가. 왜 소신 있는 철학과 발언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말만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이라고 국민을 생각하는 척만 하지 말고 진정 국민의 편에 서서 국가의 이익만을 위해서 당당히 소신을 펼치는 그러한 선량을 보는 것은 한낮 꿈일까?

2020-11-25

낙엽을 밟으며….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늘 걸어다니던 캠퍼스 길이 사라졌다. 수북히 쌓인 낙엽으로 사라진 길 사이로 빨강색, 노랑색으로 물들은 낙엽을 밟으며 걷는다. 느려진 발걸음 속도는 낙엽과 묘한 조화를 이룬다. 그린색의 녹음을 놓으면서 변한 낙엽의 색깔은 여전히 멋있다. 마무리가 한창인 나무들의 속삭임이 들려온다. 자연도 사람도 마무리가 좋아야 한다.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바이든이 승리한 가운데 트럼프 현 대통령이 부정선거를 주장하면서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있다. 필자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지만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미국이 부정선거로 대통령이 결정될 정도로 타락했다고 믿고 싶지는 않다.오바마 전 대통령의 언론 인터뷰가 주목을 끈다. 그 언론 인터뷰는 트럼프에게 오바마가 개표 다음 날 새벽 3시에 전화를 걸어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는 것으로 시작된다. 4년 전 전체 투표에서는 지고도 미국만의 독특한 제도인 주별 선거인단 선거에서 어렵게 이긴 그리고 그러한 주별 선거인단 선거도 주요 주에서 불과 1% 마진으로 이겨 선거인단을 가져간 트럼프에게 흔쾌히 축하 전화를 했다는 내용이다. 오바마는 그 인터뷰에서 “President is a temporary occupant and public servant”( 대통령은 임시직이며 공직 봉사자 일뿐이다) 라고 말한다. 시간이 되면 직을 물려주는 게 당연하며 그것을 자기 것이라는 욕심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사실 한국 정치의 불행한 역사는 이 오바마의 대통령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지키지 않은데서 시작 되었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지금 정치는 큰 위기에 처해있다. 사실이 중요하지 않은 온라인 상의 잘못된 정보 확산이 국민의 분열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이런 정치적 분열로 국민의 분열이 심각할 정도이다.‘진실의 쇠퇴’(Truth decay) 라는 책도 나왔지만, 진실의 쇠퇴가 한국이나 미국의 분열을 극대화한 원인이라고 봤다. “사실을 무시하고 모든 것을 조롱거리로 여기는 ‘진실의 쇠퇴’가 분열에 엄청난 기여를 했다”면서 그러면서 분열을 치료하기 위해선 ‘사실’부터 바로세워야 한다. 사실과 의견 사이의 경계가 흔들려 의견을 믿게 하려고 사실을 조작하고, 사실의 출처에 대하여도 믿지 않고, 오직 자기 주장을 뒷받침하는 출처만 믿으려고 하는 그런 현상이 만연되고 있다.오바마의 부인 미셸 오바마는 4년 전 트럼프의 모함에 엄청 억울했으나, 미국 민주주의 상징인 평화적인 정권 이양 작업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밝히면서 “우리의 민주주의는 그 누구의 자존심보다도 훨씬 크다”고 했다. 바로 “민주주의가 개인의 이기심과 자존심 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우린 깨달아야 한다.‘낙화(落花)’라는 시에서 작가 이형기는 “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라고 했다.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점을 우리는 이 시에서 배워야 한다.

2020-11-19

인동초 바이든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추운 겨울을 버티고 산과 들에서 피어나기 시작하면 이젠 봄이 막 끝나고 여름이 시작됨을 알리는 꽃이 있다.이름 그대로 인동초(忍冬草)! 인동초는 기나긴 겨울을 버티고 햇살 바른 양지의 돌담에 기대어 한 겨울에도 상록의 이파리를 간직하고 있다가 봄이 되면 개나리 진달래에게 선두권을 양보하고 서서히 피어올라 진한 봄을 알린다고 한다. 끈질김과 양보의 미덕을 가지고 있다는 인동초는 폐질환에 좋다고 알려져 한방에서 약초로도 널리 쓰이고 있다. 인동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표적 별명이기도 했다.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고 대통령에 당선 되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2021년 초 임기기 시작되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지난주 끝났다. 아직 현직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불복을 선언하고 있지만 결과가 바뀔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 이번 미국 대통령 당선자 민주당 바이든 후보에게 미국판 ‘인동초’라는 별명이 붙고 있다. 1942년생 바이든은 변호사 출신으로 만 29세의 나이로 1972년 미 델라웨어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도전했다. 당시 닉슨 대통령의 전폭적 지지를 받던 공화당 거물 케일럽 보그스 현직 의원을 상대로 1% 포인트 차, 극적인 대역전극을 펼치면서 단숨에 정계의 주목을 받았다.최연소 상원의원, 탄탄대로가 펼쳐지는 듯 보였다. 그러나 기쁨은 한 달도 채 가지 않았다. 큰 교통사로고 부인과 딸을 잃었고 두 아들도 중상을 입었다. 그는 병간호를 위해 상원의원 취임도 포기하려고 헀지만, 주변의 만류로 병실에서 상원의원 취임 선서를 했다고 전한다. 그리고 그는 내리 6선에 성공한다. 그리고 바이든은 대통령에 도전한다.1988년 첫 대선 도전에 나섰다가 연설문 표절 의혹으로 중도 하차했고, 지난 2008년 대선 때는 오바마·힐러리 ‘2파전’ 속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런 바이든 후보에게 희망은 아들들이었다. 특히 큰 아들에 대한 기대가 컸다고 한다. 실제로 장남 보 바이든은 이라크 전쟁에 참가해 훈장을 받았고, 정치에 입문해 지난 2006년 델라웨어주 법무장관을 역임하기도 했다.그는 장남이 자신이 못이룬 대통령의 꿈을 대신 이뤄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러나 그 장남은 2015년 뇌종양으로 46세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부인, 딸, 아들을 계속 잃은 바이든의 마음이 얼마나 힘들지 자식을 먼저 보냈던 필자 자신은 너무도 잘 이해한다. 그 힘든 시간을 견딘다는 것은 거의 극한의 정신적 고통과 싸워 이겨 내야 한다. 그는 그러나 버텨냈다. 올해 경선에서도 초반에는 거듭된 참패로 조기 사퇴론에 시달렸지만, ‘슈퍼 화요일’에서 대승을 거두는 역전 드라마로 결국 경선 승리를 굳혔다. 뉴욕타임스는 “첫 주요 공직을 맡은 후 대선후보가 되기까지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후보는 없었다”면서 “정치적 인내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민주당과 공화당, 진보와 보수, 그리고 바이든과 트럼프, 정당이나 인물에 대한 호불호는 각자의 판단이지만 바이든이 보여준 인동초 같은 불굴의 정신은 우리 모두가 배워야 할 정신 아닐까?

2020-11-12

이명박 씨?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한 TV 언론사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호칭을 “이명박 씨”로 부르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법원 17년형 확정 판결을 계기로 ‘이명박 씨’라고 호칭하겠다는 방송을 내보내면서 이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정권이 바뀐 뒤에 전직 대통령이 과거의 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해서 ‘~씨’라고 부르는게 맞는 것일까?야당 정치인들은 “해당 언론사는 앞으로 범죄혐의가 유죄확정된 수많은 분들 뿐만 아니라 물리적인 사유로 법원의 재판을 받지 않은 분들도 호칭의 일관성을 유지하시길 기대한다”고 격한 감정을 토로했다. 이미 유죄 판결을 받은 여권 인사들에 대해서는 왜 ‘~씨’라고 부르지 않았느냐는 반박이다. 여권인사 안희정, 한명숙 이런 분들도 씨를 붙여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주장이다.박근혜 전 대통령의 호칭을 ‘박근혜 씨’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적도 있다. 탄핵으로 전직 대통령 예우를 상실한 만큼 ‘전 대통령’으로 불리는 것이 부당하다는 것이다. 탄핵당한 대통령은 경호 및 경비 지원 외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어떠한 예우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호칭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 법조계에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문제라고 보고 있다. “호칭에 예우를 담아서 쓰는 경우라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한 때 대통령으로 재직한 전 대통령으로 부르는 것은 문제가 없다”며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가타부타 말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대통령 퇴임 이후에도 대통령으로 불러 주는 것은 좋은 관습이다. 대학총장이나 장관은 퇴임 후에도 아무개 총장, 아무개 장관으로 부르는 관습이 있다. 학교교장, 교수나 의사들도 퇴임 이후에도 교장, 교수, 닥터로 불러주고 변호사들도 마찬가지이다. 시장, 군수들도 퇴임 후도 그렇게 불러준다. 이는 사회와 국가에 공헌하고 봉사한 분들에 대한 예의 차원의 호칭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전직에 대한 예우 차원이기도 하다. 대통령의 경우는 특히 예우차원에서 아무개 대통령이라 부르는 게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에서는 보편화 되어 있다.심지어 미국은 전임 대통령에 대하여 한국처럼 전 대통령(former president)이라고 하지 않고 전임 대통령도 프레지던트 카터(President Carter), 프레지던트 레이건(President Reagan) 이런 식으로 “전임”자를 제외하고 바로 “대통령”으로 부르는 게 일반적인 관행이다. 워터게이트로 물러난 닉슨도 프레지던트 닉슨(President Nixon)으로 불러준다.판단은 각자의 몫이지만 대통령이 통치행위에서 일어난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하여 사법적 판단은 정치적 판단일 수도 있기에 여전히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 부르는 호칭이 더 적절하다고 본다. 이명박 대통령을 이명박 씨라고 부르는 건 너무 정치적이라고 본다. 좀더 우리는 아량을 갖는 여유가 필요하다. 그리고 정치적인 판단보다 사회적인 관습이 더 앞서야 하지 않을까?

2020-11-05

이건희 그리고 삼성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Samsung is proud of being a part of Boston” (삼성은 보스턴 가족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미국 보스턴공항 내 천장에 플래카드에 쓰여있는 문구이다. 하버드, MIT 대학이 있는 세계 학문의 중심이고 미국 개척의 시발점인 도시 보스턴시에 삼성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는 것은 한국민에게 큰 자부심을 심어준다.삼성의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3남 이건희 회장이 세상을 떠났다. 선대를 이어 1987년 회장에 취임한 이건희 회장은 “삼성을 세계적인 초일류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고 호언하였다.그리고 그 약속은 지켜졌다. 한국의 삼성을 세계 초일류기업 삼성으로 성장시킨 변화의 중심에는 항상 단호한 승부사인 이건희 회장의 강한 의욕이 있었다. 이 회장이 취임한 1987년 10조원이 채 못되던 삼성그룹의 매출은 30여 년 후 400조에 가까운 40배 성장을 보이면서 한국정부의 총 수입보다 많아졌다.삼성이 IT 산업의 모태인 반도체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아무도 삼성이 지금과 같은 위치에 오르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일본 기업들도 한국은 할 수 없다라고 평가했다.그러나 이건희는 외쳤다. “언제까지 일본의 기술 속국으로 남을 수는 없으며, 기술 식민지에서 벗어나는 일에 삼성이 나서야 한다”고 했다. 1986년 1메가 D램을 생산하면서 반도체 산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이후 1992년 세계 최초로 64M D램 반도체 개발에 성공했다. 삼성 반도체가 메모리 강국 일본을 처음으로 추월하며 세계 1위로 올라서는 순간이었다.이에 고취된 이 회장은 품질에 눈을 돌리며 90년대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유명한 선언과 함께 역사적인 신경영 선언을 내놓기에 이른다.그는 “일류가 아니면 생산하지 않는다”는 신념을 지키며 품질에 문제가 있는 휴대폰 애니콜 500억어치를 불태우는 강수를 둔 끝에 애니콜은 1995년 8월 전 세계 휴대폰 시장 1위인 모토로라를 제치고, 51.5%의 점유율로 국내 정상에 올라섰다. 당시 대한민국은 모토로라가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유일한 나라가 됐다.80년대 미국 대학 경영대학원 교수들은 소니만을 칭찬하고 삼성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으로 생산했던 삼성은 눈물을 삼켜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삼성전자 TV라든가 특히 삼성 스마트폰 이런 것들이 미국 가전제품 상가의 전시대 맨 앞에 전시되어 있다.“우리의 목표는 초일류이며, 방향은 하나로, 눈은 세계로, 그리고 꿈은 미래에 두고 힘차게 앞으로 나아갑시다”이건희가 생전에 남긴 이 한 마디는 이제 삼성의 또다른 도약의 깃발을 품고 있다. 삼성은 온갖 고난 속에서도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을 전세계에 한국을 알렸다. 일부 국민의 삼성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하여도 삼성이 한국민들에게 자긍심을 갖게해 주고 한국을 세계화 시킨 그 성과는 아무리 칭찬해도 지나치지 않아야 한다.

2020-10-29

‘역시나’로 끝난 노벨상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매년 가을이면 “혹시나”하다가 “역시나”로 끝나는 행사가 있다. 노벨상 수상식이 그것이다. 미국, 영국들이 수백개를 받았고 일본도 수십개를 받은 노벨상을 한국은 평화상이라는 정치적인 상 한 개를 받은 것 이외에는 단 한 개도 받지 못하고 있다.어떤 기자는 만년 하위 팀 야구팬들이 ‘가을잔치’ 포스트시즌을 바라보는 심정이라고 표현했다. 매년 가을 노벨상 발표를 지켜보는 기분이 딱 그렇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매년 “혹시나”의 신드롬은 계속된다.몇 년 전에는 한국의 시인 한 명이 매년 “혹시나”하다가 “역시나”로 끝난 적이 있는데 금년에는 과학분야에서 “혹시나”로 몸살을 앓았다. 노벨상 수상이 유력한 우수 연구자를 선정, 발표하는 학술정보분석기업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가 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석좌교수를 화학상 후보로 점찍었기 때문이다. 현 교수 연구실은 기자들로 붐비고, 심지어 기자들은 현 교수의 고향집에까지 몰려갔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에도 결국 “역시나”로 끝났다.노벨상을 수상한 국가들을 살펴보면 우리가 거론할 수 있는 대부분의 선진국, 중진국들은 거의 다 포함돼 있고 심지어 우리보다 뒤진다는 인도, 파키스탄 등 동양의 여러 나라들이 노벨상을 수상했지만 한국만 유일하게 빠져있는 상태이다. 이제 “역시나”를 멈출 수 있을까? “해법이 없으면 해법을 만들어서 답을 구하면 된다”는 창의적인 학습을 통해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해법을 스스로 만드는 창의성을 발휘하는 그들에 비해 한국에서 수재라고 불리는 우리나라 학생들은 창의성에서 확실히 뒤지고 있다.과연 초·중·고등학교에서 창의적으로 길러지지 않은 학생들을, 대학이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해 노벨상을 받게 할 수 있을까.또 다른 문제가 있다. 과학계는 숱한 외풍에 시달린다. 정부가 갈리면 시작되는 과학계 압박과 사임 압박 열풍. 2년 전 정부는 국가연구비를 횡령하고 채용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며 KAIST 총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과학계에선 ‘정치적 숙청’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결국 무혐의 처분으로 일단락됐지만 정부의 반성은 안보인다.카이스트 총장이 이러한 압력을 받은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초등학교 동창이라는 단순한 이유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전 정부산하에서 임명된 수십명의 연구원 수장들을 아무 이유도 없이 몰아냈다. 스스로 안나가면 감사라는 명목으로 들들 볶아서 내보내는 건 정부가 갈릴 때면 일어나는 정기 행사이다.창의력이 부족한 교육 그리고 정치에 휘둘리는 과학계 이 두가지 만으로도 노벨상이 안나오는 이유는 설명된다. 이제 “역시나”로 끝나지 않으려면 교육의 방식과 과학계의 풍토를 개선해야 한다. 제발 부탁한다. 정치논리로 과학계를 흔들지 말라. 교육 개혁은 다소 시간이 걸릴지 몰라도 과학계를 흔드는 일은 즉시 멈출 수 있지 않는가.

2020-10-22

BTS와 항미원조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한국 전쟁 70주년을 맞아 우리는 양국이 함께 겪은 고난의 역사와 수많은 희생을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얼마전 미국 비영리단체 코리아 소사이어티의 ‘밴플리트상’을 받은 방탄소년단(BTS)이 전한 수상 소감이다.밴플리트상은 한국 전쟁 당시 미국 제8군 사령관으로 참전했던 제임스 밴 플리트(James A. Van Fleet) 장군을 기리며 1992년 제정한 상으로 한·미 관계에 기여한 사람에게 수여 한다.BTS의 수상소감은 그간 한미가 함께 걸어온 길을 생각할 때 매우 당연하고 멋진 소감이었다. 그런데 이 발언으로 BTS는 중국인으로부터 예상치 못한 뭇매를 맞고 있다. 중국 누리꾼은 “중국에서 나가라”, “BTS 좋아하면 매국노” 등의 글을 올리며 팬클럽에서 탈퇴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인이 BTS의 수상 소감에 대한 트집은 그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항미원조(抗美援朝)”라는 그들의 한국전쟁에 대한 시각 때문이다.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중국은 북한의 한국에 대한 불법침략으로 수백만의 희생자를 낸 한국전쟁의 결과를 “미국에 항거하고 북한을 지켜 냈다”고 미화하고 있는 것이다.중국은 사실상 한국전쟁 중 한반도가 통일이 될 수도 있는 기회를 막은 국가이다. 압록강까지 진군한 한미연합군이 통일을 목전에 두었을 때 인해전술의 중국군의 한반도 진입으로 한국 통일의 절호의 기회는 좌절됐고 그리고 그후 70년 가까이 분단 한국은 고통을 받아왔다. 그러나 중국은 ‘항미원조전쟁’이라고 그들이 부르는 한국전쟁 7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관련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방영하며 당시 참전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내부 결집을 꾀하고 있다.중국이 미국과 전방위 갈등을 벌이는 가운데 한국전쟁을 대대적으로 기념하는 것은 국내적으로 애국주의를 강조해 내부결집을 꾀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홍콩 민주화 활동가 조슈아 웡이 한국 BTS에 대한 중국 누리꾼들의 생트집을 비판하면서 중국의 민족주의 고조에 우려를 표했다. 웡은 중국 누리꾼들의 불합리한 공격 속에 BTS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중국의 한국에 대한 태도는 정말 가관이다. 북한의 로켓으로 위장한 미사일 발사나 대륙간 탄도탄 발사에 대해서는 아주 관대하고 의례적인 성명서만 내는 중국이 한국의 자체 방어를 위한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문제에 관해서는 민감한 반응과 함께 도를 넘는 협박성 발언과 제재를 한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중국은 힌반도의 분단을 즐기고 있다. 결코 북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북한은 그들에겐 지역적으로 완충작용(buffer)을 해주는 고마운 국가이다.항미원조를 부르짖고 있는 중국에게 우리는 과연 무엇을 기대할 것인가?확고한 미국 및 우방과의 결속을 유지하면서 중국과 북한에 의연한 자세를 견지하는 일본의 대외정책을 우리는 배워야 한다. 그러한 강한 힘만이 우리를 지켜낼 수 있다. 굴욕적인 미소로 평화를 구걸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그럴수록 돌아오는 건 무시와 조롱일 뿐이다.

2020-10-15

GM 사장의 일갈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최근 “한국에는 유능한 인재들이 아무도 오려 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한국GM 사장이 되면 곧바로 전과자가 된다”는 사실이 글로벌GM에도 알려져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노조와 정부규제로 일하기 힘들고 이를 타개하는 과정에서 전과자가 된다는 것이다.귀족노조로 변질한 일부 노동조합들로 인해 기업들 특히 해외에서 들어온 기업들의 고충이 심하다. 적자인 회사가 그들의 인상 요구를 들어주면서 기업 이익을 유지하려면 결국 납품업체에 대한 비용 절감으로 충당된다. 그리고 이는 곧바로 그 업체의 노동자의 급여에 타격으로 이어진다. 귀족 노조들이 그보다 더 열악한 노동자들의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자본가에 항의한다면서 그 주체가 귀족노조로 대체된 우리 노동시장의 모습이다.정부규제도 마찬가지로 기업들을 어렵게 만든다. 국가 신인도와 한국 홍보에 공헌한 기업들이 각종 규제와 사법부의 압박으로 힘든 상황이다.최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여야 대표를 만나 ‘공정경제 3법’추진에 대한 재계의 우려를 전한 지 하루 만에 정부가 또 다른 기업 규제인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확대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집단소송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피해자에 대한 효율적 구제수단이 아니라 기업에 대한 ‘합법적 협박’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나온다”며 “기업을 옥죄는 법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진보정권의 집권으로 한국을 대표하였던 기업들에 대한 냉소와 옥죄기는 심화될 전망이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둘러싼 2개 재판이 겹치게 되면서 삼성이 냉가슴을 앓고 있다고 한다. 초격차를 앞세워 투자 확대에 나섰지만 계속되는 오너리스크로 성장 동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특히 경쟁사들이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위기 속의 기회’를 모색하며 투자에 속도를 높이고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삼성은 경영 시계 제로 상태에 빠질 위기에 처하게 돼 재계 안팎에서도 우려하는 모습이다.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2016년 이후 지금까지 검찰에 10차례 소환돼 조사를 받았고, 구속영장 실질심사만 3번 받았다. 특검 기소에 따른 재판은 80차례 열렸고, 이중 이 부회장이 직접 출석한 재판은 총 70여 차례에 달했다. 요즘 기업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사업을 접고 싶다”고 넋두리를 한다. 기업을 키워놓고 보니 온갖 규제와 제재, 조사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기업인들은 “공장을 증설하기로 해도 한국에서는 아니다”라고 한다. 반기업 정서와 일부 극단적인 노조, 여기에 동조하는 정치권과 정부의 제재에 기업들의 고통이 깊어가고 있는 것이다. 카허 카젬 사장은 최근 회사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올해 노조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또다시 빚어진다면, 한국 사업을 정말 그만둘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그는 출국금지를 당했다. 이제 한국은 기업이 떠나고 싶은 나라가 되어 가고 있다.

2020-09-24

선심 정치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선심정치는 정치권의 단골 메뉴이다. 전 국민에게 통신비 2만원을 주자는 정치권의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인구 5천만이면 총 비용은 1조원이다.1조원을 이렇게 쓰는 게 최선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간다. 선심정치는 금년 봄 선거에서도 큰 이슈였다.당시 야당이 모든 대학생과 대학원생에게 1인당 100만원의 ‘특별재난장학금’을 주자고 제안했을 때 명분은 코로나19 위기로 국민 모두가 고통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생이라고 예외는 아니라는 것이었다. 뜻은 좋아 보였다. 그러나 여당은 야당이 젊은 층의 지지를 받기 위한 선심정치를 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야당이 젊은 층 지지에 목말라했기 때문이다.그러나 그런 여당도 마찬가지였다. 당정이 긴급재난지원금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총선 전에 성사되어야 한다는 내부 전략을 만들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다. 당초 재난지원금을 일부 저소득층 가구에 지급하겠다고 해놓고 여당이 전 국민 지급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은 선거를 앞둔 포퓰리즘이란 강한 비판을 받았었다. 결국, 여당이건 야당이건 재난지원금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전략과 이를 통한 선심정치를 하겠다는 생각은 똑같다 할 것이다.전 국민에게 통신비 2만원 정책도 흐트러진 민심과 추락하는 여당 지지율을 생각한 것으로 오해될 수 있다. 이 보다는 먼저 과연 그러한 정책이 다른 정책보다 우선하는가 하는 것을 생각해 봐야 한다. 통신비 2만원이 개인에게 클 수도 있고 작을 수도 있겠지만 1조원을 투입해야 할 현재 당면한 문제들이 너무 많다.필자는 30대 후반 포스텍 기숙사 사감으로 있던 시절 기숙사에서 학생이 큰 부상을 당한 일이 있어 들추어 업고 병원을 전전한 일이 있다. 결국 대구까지 가서 수술을 받았지만 당시 지역 간의 의료시설의 차이를 느꼈다.정년 퇴임 후 대구 현풍으로 오게 되었는데 대구까지가 가까운 거리는 아니기에 의료시설이 여전히 문제가 된다는 걸 느꼈다. 대구의 종합대 병원까지 가는 길은 결코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다. 이제는 수원으로 와있는데 좀 더 편한 것을 느끼지만 여전히 서울의 대형병원을 선호하는 생각들을 가진 사람들도 많았다.오늘날 의료는 의사뿐만이 아니라 첨단 진료, 치료 시설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지역의 환자가 지역 중심도시로 그리고 다시 서울로 빠져나간다. 이제는 환자가 부족해서 지역 병원을 제대로 운영할 수가 없다는 불평도 나온다. 이러한 문제는 첨단 시설 투자가 대도시부터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던 데에서 비롯됐다.그렇다면 지금 1조원을 지역의 의료시설 강화에 투자하면 어떨까? 지역 의료시설도 좋아지고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의대정원 확대 등의 이슈를 둘러싼 갈등도 완화할 수 있지 않을까?의료시설의 확대와 강화는 의대정원 확대를 위한 전제조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20-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