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오피니언

김정은 유고?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김정은이 또 안 보인다.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공개 활동은 지난 11일 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한 것이 마지막으로 거의 2주째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다. 과거에도 그가 안보인 적은 가끔씩 있었고 유고설이 있었지만 유유히 다시 나타나기도 했다. 김정일 시절에도 있었던 폐쇄된 북한의 특유한 쇼맨십 정치의 일환이었다.그런데 이번은 좀 느낌이 다르다. 김정은이 태양절(김일성 생일·4월 15일) 기념식에 나타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다. 김정은 통치기간 8년간 단 한 번도 거르지 않았고 북한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행사가 태양절이다. 할아버지 김일성의 이미지를 닮기 위해 온 힘을 기울여 온 김 위원장의 설명되지 않은 불참은 아주 이례적인 것이다.또한 국내외에서 위중설이 제기되고 김여정 후계설까지 나오고 있지만 북한 정부 당국과 매체들에서는 반박성명이나 공식 활동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보통 이 정도에서는 반박성명이나 공식 활동 사진이 떠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북한 매체는 최근 태양절 기념 축전을 보내온 시리아 대통령에게 김정은이 답전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답전을 보냈다는 단신일뿐 김정은의 모습은 어디서든 찾아볼 수 없다.미국의 일부 매체들이 ‘김정은의 건강 이상설’ 보도를 흘리고 있다. 이번에 국회의원이 된 태구민 전 북한 런던공사나 국내 탈북단체들도 이번 상황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CNN은 김 위원장이 수술 후 심각한 위험에 빠진 상태라는 정보를 미국 정보기관이 주시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미국이 김정은의 유고에 대비한 광범위한 ‘비상계획(contingency plan)’을 갖고 있다고 미국 폭스뉴스가 보도했다. 김정은 사망 시 수백만 명의 기아가 발생하고 주민들이 대거 중국으로 탈북하는 등 인도주의적 위기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은 이 과정에서 중국이 북한에 개입해 상황을 관리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비상계획을 수립했다고 폭스뉴스는 전했다.미 외교안보 당국은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을 비롯해 피살된 형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까지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후계구도와 관련한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북한이 스탈린 사후 소련처럼 집단 지도체제를 구축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후계자가 나서든, 집단체제가 되든 비상사태가 초래될 것은 확실해 보인다. 중요한 건 김정은 유고 여부와 상관없이 북한상황에 대한 우리 정부의 비상계획은 항상 존재하는가 하는 것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북한과의 평화를 강조하며 휴전선 무장해제 등 해빙무드에 힘을 기울여 왔지만 한미 양국의 전력강화에 의한 철저한 비상사태에 대한 준비와 김정은 유고에 대한 전략적인 준비가 되어 왔는지 의문이다.비정상적인 정권은 언제든 급변 사태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많은 공산정권이 무너졌고 후세인, 카다피 등 독재정권도 결국 무너졌다. 그렇기에 이러한 공산독재 정권의 급변사태에 대비하여 우리는 빈틈없는 준비를 해야 한다. 그 시간은 멀지 않아 보인다.

2020-04-23

민심이 천심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163 : 84.이번에 치러진 21대 총선의 지역구 선거 결과이다. 미래통합당이 더블 스코어로 참패했다.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참패이다. 미래한국당의 비례 의석을 합하더라도 100석을 겨우 넘기는 수준이다. 개헌선은 막았다 해도 받아든 성적표는 참혹하고 비참할 정도이다. 보수는 왜 이렇게 몰락하고 있는가?1987년 민주화 이후 치른 전국 단위 선거에서 주요 정당이 네 번 연속 패배한 경우는 없었다. 그만큼 민심은 한쪽으로 힘이 연속적으로 몰리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그동안의 전통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총선·대선·지방선거에 이어 다시 보수는 패했다.민심이 천심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것이 민심일까? 이번 선거는 그동안의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 실패로 인한 경기침체, 탈원전, 조국 사태, 울산 선거 공작 사건 등 정권의 행태는 선거로 심판을 받기에 충분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이러한 실정 등이 묻힌 것도 어느 정도는 예상했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여당의 180석 예상과 20년 장기집권 시나리오가 적중하는 신호탄일까? 그렇다면 민심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이번 통합당의 패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공천 파동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야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당선된 후보가 4명이나 된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대권에 초점이 맞추어진 공천이라는 비판도 들었다. 공천 파동은 개인적 손익 계산에 따른 공천이었다는 인상을 국민들은 깊이 받았을 것이다.혹자는 지금 활동세대인 30∼40대가 성장했던 80∼90년대에 교육이 전교조에 의해 젊은이들을 진보 클릭으로 세뇌했다는 주장도 한다. 어려서 교육은 사상을 좌우한다. 충분히 개연성이 있는 주장이다. 지난 3년 문재인 정부의 모든 국정 어젠다가 선거에 이기기 위한 것에 초점이 맞추어 있었다는 주장도 있다. 막판엔 유권자 지갑에 현금 주는 환심정책까지 나왔다. 선거 승리라는 목표에만 집중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런 전략은 성공했다.현 정권으로선 어떻게 국정을 챙기는 게 선거에 유리하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을 것이다. 어설픈 우파와의 타협이 더 손해라고 느꼈을 수도 있다. 재집권이 지상 과제인 상황에서 이런 기조로 내달리면 대선 승리를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확신할 것이다.사실상 이대로는 2년 뒤 대선에서도 보수와 통합당의 미래는 예측하기 힘들다. 국가의 모든 구석구석이 진보 세력 한 곳으로 장악하게 되면 국민에게서 수권능력을 인정받게 되는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전략이 성공해 왔기 때문이다. 보수 그리고 통합당이 걸어야 할 길은 정말 험하고 멀다. 한국은 이제 남북 분단에 이어 동서로 분할되었다. 이번 선거에서 동서 분할은 더 뚜렷해졌다. 이 나라는 지금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그리고 진정한 민심은 어디에 있는 것 일까? 선거가 끝나고 맑은 햇빛이 익어가는 봄의 하늘을 환하게 비추고 있지만, 우리 마음은 그리 맑고 환한 것 같지만은 않은 것 같다.

2020-04-16

연동형 비례대표제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이제 총선이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사상 유례없이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사상초유의 온라인 강의와 온라인 개학을 초래한 코로나19의 공격 속에 선거가 치루어진다. 이번 선거의 투표용지는 길이가 50cm가 되고 비례대표 참여 정당수가 35개나 된다고 한다. 등록정당 수 51개로 개국이래 최대의 정당이 난립하고 있다고 한다.35개 정당을 나열해야 하는 투표지는 너무 길어서 전자개표를 못하고 모두 수작업 개표를 하는 상황이다. 2002년에 전자개표기가 처음 도입되었다고 하니 과거 투표용지를 테이블 위에 쏟아부어 놓고 개표원들이 일일이 수개표로 진행하던 모습이 기억된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는 모양이다과거 수개표 시절 부정선거가 있었고 그렇기에 우려를 하는 국민들도 다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자투표도 사실상 부정선거에서 자유롭지는 못하기에 공정하고 양심적인 선거가 그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도대체 이런 혼란을 야기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란 무엇인가? 대다수의 국민들이 확실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왜 도입하여 이런 혼란을 자초하는지 한번 짚어 볼만하다.연동형 비례대표제란 정당을 지지하는 소수 국민들의 표도 국회의원 수에 반영하려는 선거법이다. 정당투표가 의석수를 결정하는 제도이다.가령 총국회의원수 300, 지역구가 200석 비례대표가 100석이라고 가정하고, A당이 지역구 155석 득표율이 50%, B당이 40석, 득표율이 30%, C당이 5석, 득표율이 20%라고 가정해 보았을때,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득표율로 총 의석수가 결정되어, A당은 150석, B당은 90석, C당은 60석의 의석을 차지하는 게 원칙이라는 논리이다.따라서 B당은 부족한 50명을 비례로 채우고 C당은 55명을 비례로 가져간다는 논리이다. A당은 이미 155석으로 비례대표를 가져 가지 못하고 총 국회의원수는 305명이 된다. 탄력적 총 국회의원수가 된다.연동형비례대표제의 장점은 국회의석수와 정당투표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사표가 적게 난다는 것이다. 또한 대체적으로 하나의 정당이 과반을 넘기기가 힘들어 여러 당이 참가한 연정이 필수적이 되어 군소정당의 뜻도 많이 반영된다.그러나 가장 큰 단점으로 초과의석문제와 정당별 최소한의 득표율 조건이 높지 않으면, 군소정당의 난립으로 정국운영이 힘들어진다는 점일 것이다.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또한 거대당을 돕는 어용정당들을 창당시키고 수십개의 정당들이 난립하는 정국 혼란을 초래하는 치명적인 단점을 안고 있다.이번 총선을 통해 나타난 문제점을 분석하여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전면 재검토 되어야 할 것이다. 좋은 뜻도 지지를 받아야 하고 방법론도 또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무슨 제도든 만들때는 국민들이 이해하기 쉽고 논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고 부작용을 최소화 해야 한다.

2020-04-09

집중과 분산, 가속기는 어디로?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집중과 분산’은 각종 분야에서 관심이 되고 있는 명제이다.데이터들은 한곳에 집중해 모여 있으면 관리는 쉬우나 보안에 문제가 생기고 분산하면 관리가 어려워지고 집중에서 오는 시너지 효과에 문제가 생긴다. 지역 발전의 의미에서는 분산은 균형발전, 집중은 효율적인 발전을 통한 전체의 경제력 향상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최근 정부가 발표한 차세대 방사광 가속기 유치를 두고 ‘집중과 분산’의 명제가 다시 등장하는 느낌이다.경북 포항, 전남 나주, 강원 춘천, 충북 오송 등 여러 지자체와 도시가 사업비만 1조원 규모인 방사광 유치사업에 뛰어들었다고 한다.차세대 가속기는 얼마나 가치가 있는 것인가?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은 방사광가속기를 유치할 경우 7조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지역 부가가치, 그리고 10만명이 넘는 고용 창출 효과가 있다고 예측했다고 한다.정확한 예측은 쉽지 않겠지만 엄청난 지역발전과 경제발전의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요즘 코로나 전염병으로 세계가 들썩거릴 때 가속기는 신약이나 백신 개발에 적극적 역할을 할 수 있다. 가속기는 단순한 단백질 구조분석 등을 넘어 정밀 나노 소자 분석 등 바이오·헬스·반도체 등 첨단분야에서 활용도가 다양하다. 특히 바이러스 규명에 효율적으로 쓰인다고 한다.분산의 이슈는 호남권에서 뜨겁다. 호남권 시도지사들이 모여 “방사광가속기를 호남에 구축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들은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 호남 구축’을 비롯한 3개 항의 호남권 핵심현안에 대한 대정부 공동건의문을 발표했다.특히 전남 나주는 2022년 개교 예정인 한전공대가 있어서 포항 포스텍의 3·4 세대 가속기와 대비될 수 있는 한전공대와 방사광가속기가 연계를 원하고 있다.그러나 ‘집중’에 대한 열망도 뜨겁다.3세대 및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운영하고 있는 포항시가 가속기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포항시는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포항 유치를 위해 지난해 포스텍 내 기존 3·4세대 방사광가속기 인근 부지에 10만㎡ 규모의 가속기 건립 예정지를 선정하고 본격적으로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해당 부지에 대한 측량과 지반 조사 등을 완료하고, 타당성 연구 용역과 함께 전문가 세미나 개최 등 유치 활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현실이다.포항 포스텍에는 3·4 세대 두 개의 가속기가 있다. 그런데 3세대 가속기는 성능 부족과 시설 포화의 문제가, 4세대 가속기는 가용 용량 한계로 신규 가속기 구축이 필요하다는 논리이다.집중의 이점을 내세우는 포항시는 3·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운영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차세대 가속기 건설과 운영을 훨씬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건립비용도 훨씬 절감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집중과 분산. 양측의 논리가 모두 의미를 갖고 있다. 좀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경제적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집중과 분산’의 논리가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토의되고 선택됐으면 한다. 절대 정치적 논리나 포퓰리즘에 의해 선택되어서는 안 된다.

2020-04-02

가을 학기제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코로나19로 각급 학교들의 개학이 한 달 이상 연기되고 있다. 지금쯤이면 벚꽃이 피는 캠퍼스에 새내기들의 재잘거림이 가득하고 물오르는 젊은이들의 싱그러움이 솟아오를 그런 모습이건만 캠퍼스는 고요하고 적막하기 그지 없다.언제 개학이 될지 모를 상황에서 ‘9월 학기제’ 논의가 불을 지폈다. 어차피 개학이 늦어질 바에는 아예 9월에 학기를 시작하자는 주장이다.코로나 바이러스로 개학이 세 차례나 계속 연기되는 상황에서 이 기회에 차라리 한국도 1학기 자체를 천재지변으로 없어진 것으로 하고 2020년 9월 1일부터 2020년도 학사일정을 시작하자는 논리가 나오고 있다.학기란 한 학년을 나눈 기간이며, 학기의 수에 따라 2학기제, 3학기제, 4학기제 등으로 구분된다. 4학기제는 정말 낯선 제도인데 필자는 첫 유학지인 미국 스탠포드대학에서 4학기제를 경험한 적이 있다. 학기제를 그렇게 잘게 자르면 짧은 기간 한 과목을 소화하면서 훨씬 학습 진도가 빠르고 더 열심히 공부하는 순효과가 있어 보였다.학년도를 시작하는 달이나 계절에 따라서 학기제라 표현하기도 한다.예를 들어 9월에 신학기를 시작하면 9월 신학기제(또는 가을학기제)라고 하는 식이다. OECD 회원국 중 북반구에서 봄학기제를 채택하는 국가는 한국과 일본 뿐이다. 북한까지 포함한다면 북반구의 봄학기제는 세 나라뿐이고 대부분의 유럽국가와 미국은 9월 가을 학기제이다.국가별로 학기제가 어떻게 정해져 있느냐에 따라 한 나라 전체의 교육 행정이 결정되기도 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돌이켜 보면, 일제시대 일본식 4월 봄학기제가 정착되었고, 해방이 되면서 미군정에 따라 9월 가을학기제로 바뀌었다가 정부 수립 이후 교육법을 제정하면서 1950년부터 다시 일본식 4월 신학기제로 돌아갔다. 사실상 주소체계, 행정 사법 고시 등 많은 제도가 일본식을 따랐기 때문에 일본식 제도라는 비판도 있었다.이후 5·16 군사정권이 4월이던 신학기를 3월로 변경하여 1962년부터 현행 3월 봄학기제가 확립되었다. 겨울인 1, 2월에 방학을 하여 학교 난방비를 줄이기 위한 것이 큰 이유 중에 하나였다고 한다.2011년 7월 고등교육법이 개정되면서 대학이 학칙으로 가을학기제 학년도를 적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가을 학기제를 채택한 학교는 거의 없다. 이는 대학입시 등 여러 제도가 아직 봄학기제에 맞추어 있기 때문이다.봄학기제는 한국교육의 국제화 관점에서는 매우 불리한 제도이다. 한국 학생이 외국 학교로 전학하거나 진학하면 한 학년을 건너뛰거나 한 학기를 더 다녀야 한다. 외국 학생이 한국에 와도 마찬가지다.대학에선 학년도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학기제 변경 논란은 계속될 듯하다.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개학 시기 논의와 연계해 ‘9월 학기제 시행’을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는 현 정부의 기조로 볼 때 가을학기제는 다시 물 건너간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간다.

2020-03-26

공천 파동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우리말에 “식은죽 먹기, 누워서 떡먹기, 땅짚고 헤엄치기”의 공통점은 “쉽다”라는 의미이다. 한국에서 영남지역에서 보수당이, 호남지역에서 진보당이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양상도 비슷하다. 이렇다 보니 이 지역에서의 공천 파동은 매년 국회의원 선거 때마다 반복된다. 그 당에 공천만 되면 당선이 보장되기에 공천위원회는 그 지역민들의 여론과는 상관없이 자기들 입맛에 맞는 사람을 공천한다. 지역민의 뜻과는 상관없이 누구를 공천해도 당선된다는 오만에서 비롯되는 것이다.4·15 총선을 한 달여 남긴 지금. 공천으로 인한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공공성이 있는 공천이 아니라 개인적인 이해관계에 의한 “사천”이라는 말도 나오고, 막나가는 공천이라는 “막천”이라는 말도 나온다. 국회의원 선거에 뛰어든 후보들은 그들 정치생명의 사활을 걸고 있고, 여전히 공정한 공천의 길은 멀고 험하다.야당의 상황은 심각하다. 얼마 전엔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었던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사퇴했다. 친문 논란이 일었던 김미균 후보의 전략공천 철회에 책임을 진다는 이유였지만, 황교안 대표가 공개적으로 공천 번복 등을 요구하며 빚어진 갈등이 시발점이었다. 홍준표,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의 공천탈락으로 시끄럽다. 홍 전 지사는 당대표와 대통령후보를 역임하였기에 공천에서 탈락하는 순간 퇴로가 차단 당한 상황이다. 퇴로가 없기에 그는 “대구에서 대구 시민들의 시민 공천으로 홍준표의 당부를 묻고, 불꽃선거로 압승해 다시 당으로 돌아가 2022년 정권 탈환의 선봉장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장으로 거론되던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귀순한 태영호 공사를 비판한 것도 화제다. 태 공사의 강남 공천은 매우 획기적이고 신선한 공천임에도 탈북자라는 이유로 반대하는 분들에 동조하는 발언이었기에 파장이 크다. 그는 북한을 잘 알기에 국회에서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다.여당도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인 문석균 숭문당 대표가 무소속으로 경기 의정부갑 출마를 선언했다. 문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4·15 총선 무소속 출마를 공식화 하였다.여당에 많은 공헌을 한 문희상 의장의 입장에서는 다만 그 공헌뿐만 아니라 실제로 지역민들의 여론조사에서 앞선 그였기에 경선에라도 참가하도록 배려를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이해찬 여당 대표는 공천 못 받아 탈당 후 무소속 출마하면 영구 제명한다고 엄포를 놓고 있고 야당도 비슷한 주장이 나오고 있다.도대체 이런 논리가 어디 있을까? 공천에 배제되어 무소속으로 당선된다는 것은 공천이 잘못되었고 지역민들의 뜻에 반하는 공천이었다고 오히려 공천위나 당이 무소속 당선자에게 사과를 해야 할 것 아닌가? 공천에 사천, 막천은 배제 되어야 한다. 지역민의 뜻에 맞는 그런 사람을 공천해야 한다. 당의 입맛에 맞는 사람이 아닌 진정 지역민들에 환영받는 사람이 공천 되어야 한다.

2020-03-19

아부와 조롱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중국 시진핑 주석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고 했다고 한다. 아주 유명한 격언을 인용했다. 한국이 중국인 입국금지를 하지 않고 도와주려고 한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이다. 그리고 몇일 후 완전히 역전현상이 일어났다. 한국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니까 중국의 일부 지역이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고 14일 격리기간을 요구하고, 한국인을 기피한다고 한다. 오히려 중국이“정치 외교 논리보다 국민의 안전이 중요하다”라고 했으니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탄식이 나온다.상황초기 한국의 의료진들이 중국에서 오는 여행객에 대한 입국금지 내지는 입국컨트롤을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정부는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또 시진핑의 방한계획에 차질이 올까봐 전전긍긍하며 골든타임을 놓쳤다.그런 결과 급속도로 한국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하고 오히려 중국은 상항이 가라앉고 있다. 그리고 중국은 한국을 조롱하기 시작했다. 마스크를 보내 준다고 조롱기 섞인 제의도 한다. 이런 현상은 북한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국민들의 눈에 이 정부는 북한에 대해 비굴할 정도로 아부를 하고 있다. 그들이 무슨 말을 해도 아무 대꾸도 못한다. 온갖 욕을 듣고도 그저 김정은 친서 하나에 감동을 받는다. 미국과 북한의 협상이 겉도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북한의 공공연한 한국 원망과 비난에 길들여지고 있다. 결국 아부하여 돌아온 건 조롱과 멸시뿐이다.적지 않은 국민들은 과학적 합리적 사고를 무시한 채 정치적 논리로 정책을 펼치는 현 정부의 정책에 절망한다.탈원전이 대표적이다. 대통령이 보았다는 한 편의 영화, 상상력으로 그려진 허구의 픽션으로 과학자들의 줄기찬 주장에도 불구하고 탈원전을 추진했다. 선거공약을 지키겠다는 정치적 논리와 북한과의 관계가 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북한은 무력을 강화하는데 우리만의 일방적 화해 조치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과학자들은 알지 못한다.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한심한 착각과 중국 비위를 맞추면 평화가 올꺼라는 대중국 굴종외교 등 모두가 합리적이고 과학적이 아니다. 한미 한일 동맹에 금이 가고, 중국에 냉대 받고, 북한에 모욕당하면서 국격이 땅에 떨어졌다. 그리고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여전히 전문가들 과학자들은 정부의 정치적 논리에 밀렸다. 의사협회·감염학회 등이 ‘중국인 차단’을 줄기차게 주장했지만 정부는 끝내 거부했다. 오히려 중국이 우리 입국을 거부하고 조롱하는 사태까지 왔다.‘아부와 조롱’, 이건 붙어 다니는 단어이다. 아부는 당장은 상대가 고마워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아부를 듣는 상대는 당신을 무시하고 조롱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아부하지 않고 정치적 논리에 흔들리지 않고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정책을 당당히 펼 때에 오히려 상대는 당신을 존중하고 조롱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왜 우리 정부만 이런 간단한 논리를 모르는 것일까?

2020-03-12

온라인(On-line) 강의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코로나19 때문에 대학가에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졸업식, 입학식이 연기되거나 취소되고, 각종 세미나나 교내 집단 행사 등이 모두 취소되고 있다. 개강도 연기되고 개강이 된다 해도 당분간 온라인 강의로 대치한다고 한다. 사실상 캠퍼스가 마비되고 있는 느낌이다.3월이 오면 신입생 새내기들의 활기찬 모습이 캠퍼스를 가득 메우고 개나리 진달래가 피어나는 그런 향기로운 캠퍼스는 학생이 보이지 않는 썰렁한 캠퍼스로 변했다. 강의는 진행되어야 하기에 강의를 온라인 강의로 당분간 실시하는 대학이 대부분이다.새삼 온라인 강의를 위해 녹화를 하느라 교수들이 바빠졌다. 학교의 온 시설을 다 활용해도 모든 수업을 감당하기 쉽지 않다. 새로 장비를 도입하느라 동분서주하는 대학들의 모습도 보인다. 코로나19로 빚어진 캠퍼스 대참사로 인하여 새삼 온라인 강의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온라인 공개 수업은 원격교육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1920년대 미국에서 가장 유행했던 기술은 라디오였는데, 이 시기에 대학들은 발빠르게 자체 방송국을 설치하고, 1922년 뉴욕대학교가 처음으로 라디오 방송국을 운영하였다.지금 한국에서 중요한 교육기관인 방송통신대학의 시초인 셈이다. 1940년대에는 동영상 촬영 기술이 새롭게 등장하여 몇몇 대학들은 강좌를 동영상으로 방송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학들은 1980년대가 되어서야 강좌를 폐쇄회로 방식으로 원격으로 방송하기 시작했다. 필자가 유학시절 스탠퍼드대학은 인근 실리콘밸리를 대상으로 원격 강좌를 실시하였다.온라인 공개 수업의 등장은 2010년에야 나타난다. 온라인 공개 수업(MOOC)이라는 용어도 이때 등장했다. 2011년 가을 스탠퍼드대학은 온라인으로 세 강좌를 열었고, 각 강좌는 약 10만명이 수강하는 기염을 토했다. 뉴욕타임스는 2012년 ‘올해의 온라인 공개 수업’이라는 제목을 통해 온라인 공개 수업을 교육계의 가장 혁명적인 사건으로 꼽았다. 이 즈음 국내에도 MOOC에 대한 붐이 불기 시작했다 정부는 K-MOOC 를 독려하였고 여러 대학이 참여했다.대학들이 발빠르게 움직였다. 대표적으로 아주대 경영대학원은 온라인은 물론 모바일에서까지 MOOC식 강의를 수강할 수 있도록 하였다. 최근 포스텍은 국내 대학 최초로 코로나19로 개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학을 위해 MOOC를 국내외 모든 대학에 공유한다고 한다.흥미로운 질문은 “물리적 캠퍼스는 결국 사라질수 있을까?” 이다.아마도 답은 노(NO)일 것이다. 인간의 삶은 기본적으로 물리적인 삶에 기초한다. 서로 마주보고 말하고 답하고 또 서로 부딪히는 물리적인 삶은 사이버 시대에도 포기할수 없는 기본적인 삶의 기초이다.그런 측면에서 대학의 강의들이 온라인 강의로 많이 전환된다하여도 여전히 캠퍼스의 의미는 강하게 남을 것이다.

2020-03-05

포카전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각국의 대학들은 라이벌 전이 있다. 해외에서도 명문 대학끼리 대항전은 두 대학에 신바람을 넣어주는 활력소이다.영국의 명문대학 옥스퍼드와 캠브리지 대학의 조정경기 대항전은 옥스브리지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스탠퍼드와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의 빅게임이라는 미식축구 경기, 또 일본의 와세다와 게이오 대학의 소케이센은 사력을 다해 이기려는 두 대학 동문들의 치열한 자존심 싸움이다.한국에도 연세대-고려대의 연고전의 역사는 일제시대부터 시작하여 지금과 같은 형태는 1965년 시작되었다고 한다. 엄청 유명한 라이벌 전이다.연고전이냐 고연전이냐로 명칭싸움도 치열하다. 서로 번갈아 부르기로 했지만 연고전이란 명칭이 고연전보다 더 많이 쓰이기에 고려대에서는 음운학적 분석까지 해 보았다고 한다.2002년 시작된 포스텍-카이스트는 포카전, 카포전으로 불리운다.한국을 대표하는 이공계 대학의 친선경기로 이제 20주년이 다가온다. 또한 서울에 있지 않은 두 명문대라는 것이 흥미를 끈다.연고전이 주로 체육종목에 치우친데 반하여 포카전은 축구 농구 야구 등 스포츠 종목과 해킹, 게임, AI, 과학퀴즈 등 이공계 특성화 대학의 특징을 띄는 종목이 포함되어 있다. 두 대학의 체력과 함께 두뇌경쟁이라는 것도 흥미롭다. 그동안 포카전의 승부는 KKPKKPP0PPKKKKPPKP 라고 한다. 0는 2009년 신종플루 사태로 한번 쉰 것이고 17번 시행되었고 현재 전적은 8(포):9(카) 라고 한다. 거의 대등한 결과이지만 카이스트가 학생숫자의 규모상 포스텍의 거의 3배 가까이 된다고 볼 때 포스텍이 선전하고 있는 양상이다. 그런데 한 대학이 계속 이기다가 다른 대학으로 넘어가면 한참동안 지는 패턴이 흥미롭다. 우승의 연속성에는 어떤 패턴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다가 내린 결론은 당시 대학 구성원의 사기와 대학 분위기와 관련이 있다고 보여진다. 그러한 분위기가 단합이나 훈련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고 이것은 단순히 더 잘한다 못한다의 차원을 넘어선 문제로 보여진다.2002년 시작된 포카전은 초반 카이스트의 일방적 독주였다. 여기에 제동을 걸고 포스텍이 2007∼2011년 연승으로 우승기를 영구 보관한 역사가 기억이 난다. 보직을 맡아 백성기 5대 총장과 함께 하던 시절이다. 당시는 한국대학이 달성한 세계 최고랭킹인 세계 28위(2010)를 포스텍이 달성하던 시절이기도 하다.결국 이러한 분위기 조성이 포카전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한다면, 대학의 랭킹과 위상이 무시할 수 없이 구성원들 모두에게 영향을 주는 힘이 있다고 보여진다. 그러한 점에서 금년 포스텍의 승리가 주목을 끈다.대학의 랭킹과 위상이 구성원들의 사기를 올리고 졸업한 졸업생에게도 계속 프라이드로 작동하고 “스스로를 믿는 자부심이 생산성 향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로젠탈 효과’에 의해 생산성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본다면 대학의 위상을 높이려는 노력은 모든 대학이 크게 관심을 갖고 끊임없이 추구할 일이다.학생, 교수, 졸업생 등 구성원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는 일은 대학의 중요한 사명 중에 하나이다.

2020-02-27

송해공원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90세가 넘어서 현역으로 활약하는 분들은 그리 많지는 않다. 전국을 돌며 강연하는 김형석 교수가 있지만 송해라고 하는 연예인도 있다. 원래 코미디언으로 시작해 방송사회자, 가수도 겸할만큼 다재다능하다. 94세에도 ‘전국노래자랑’이라는 40년 가까운 최장수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다. 그가 금년초 감기 몸살 증세로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워낙 고령이라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했지만 2주만에 건강을 회복하고 퇴원했고 곧 방송에 복귀한다는 소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전국노래자랑’이 개최되지 않는 상태에서 복귀가 늦어지고 있다고 한다.송해는 오래전 교통사고로 아들을 떠나보냈다. 그는 이날 방송에서 “하나밖에 없던 아들을 잃어버렸다. 교통방송을 할 땐데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어버리고 나니까 내가 누구한테 안전운전을 하자는 게 공허하게 느껴졌다”고 힘들었던 마음을 토로한 적이 있다. 자식을 잃으면 부모가 건강을 잃는 경우가 많다. 송해가 자식을 잃고도 건강을 유지하면서 방송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그의 건강의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BMW를 타고 다닌다고 늘 조크를 한다. 자전거(B), 지하철(M), 걷는 것(W)을 건강의 최고로 꼽았지만 아마도 그의 아낌없는 베품도 그의 건강에 일조하고 있을 것이다.그 하나가 송해공원이다. 송씨의 고향인 대구시 달성군 옥연지 일대에 조성되고 있는 송해공원은 외지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송해공원은 송해의 이름을 따서 조성한 공원이다. 송해는 대구 달성공원에서 통신병으로 근무할 때 기세리에서 출생한 석옥이와 결혼하였다. 실향민인 송해는 수시로 옥연지를 찾아 실향의 아픔을 달랬다고 한다. 처가인 기세리를 제2의 고향으로 여겨 1983년 옥연지가 보이는 산기슭에 본인의 묘자리를 마련하였다. 달성군은 이러한 인연으로 옥연지 일대에 조성하는 공원에 ‘송해공원’이라는 명칭을 붙이게 되었다고 한다.송해공원은 4대강 살리기의 일환으로 추진되어 온 옥연지의 둑 높이기 사업과 연계한 수변 개발을 통해 주민들의 휴식 및 여가 공간을 제공하고 매력적인 도시 경관을 창출하기 위한 의미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송해공원은 옥연저수지 일대에 걸쳐 조성되었으며 송해 둘레길, 데크로드, 전망쉼터 출렁다리, 대형 물레방아, 송해 백세교와 백세정으로 이름 붙여진 수중다리와 정자 등이 설치되어 있다. 둘레길은 옥연지를 한 바퀴 돌아오는 3.5㎞ 코스로 1시간 이상 소요된다. 둘레길 서편에는 1㎞ 구간의 숲길 데크로드와 옥연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여러 곳에 설치되어 있다. ‘백세교’는 S자형태의 태극문양을 형상화한 교량으로 한국적 정서와 장수하는 송해를 상징하고 있다.필자는 자주 송해공원을 걷는다. 송해공원을 걸으면서 느끼는 건 성공을 사회에 환원한 한 사람의 마음이다. 많은 이들이 재산을 모으고 그것을 자식에게 넘겨주는데에만 관심을 가질 때, 남을 위해 베푼 마음의 송해공원.그의 그 마음이 힘든 인생의 과정을 겪으면서도 90세가 넘은 오늘까지 건강하게 활동하는 근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송해 공원에서 베푸는 삶의 힘과 아름다움을 느낀다.

2020-02-20

아직도 담배를 피우시나요?

지난주 고교, 대학을 함께 다닌 친한 친구가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폐암. 부인은 40년간 흡연을 말렸는데 말을 듣지 않고 전자담배까지 피웠다고 오열한다. 사실 지난 2년간 3명의 친구들이 흡연으로 인한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주 유명한 학계의 선도적 역할을 했던 친구들이다.아직도 담배를 피우시나요? 이런 질문을 흡연자 모두에게 던지고 싶다. 캠퍼스에서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을 보면 나의 친구들의 죽음을 알리고 흡연을 말린다. 공손한 학생도 있지만 “무슨 참견이냐”는 식으로 쳐다보는 학생들도 있다. 그들이 나중에 가족들이 오열하고 슬퍼하는 모습을 상상한다면 지금 당장 금연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게 정말 슬프다.담배는 담배값에 쏟는 비용도 문제이지만 일산화탄소와 타르 니코틴과 수십여 가지의 해로운 화학물질로 인하여 몸이 망가진다. 일산화탄소는 만성저산소증을 일으켜 심장 조임을 느끼거나 걷거나 뛸 때 쉽게 호흡이 힘들어지게 된다. 결국 폐는 서서히 망가진다.때로는 증상없이 합병증을 일으켜 사망하기도 한다. 담배를 피면 300가지 이상의 화학물질이 있고 그 중 수십 가지가 발암 물질이라고 한다. 폐암으로 사망한 사람들의 폐를 보면 정말 보기 힘들 정도로 처참하다. 니코틴과 타르는 폐암·간암 등을 일으키는 원인이다. 되도록 일찍 끊어야 한다. 나중에 끊으려고 하면 금단현상 등 끊기가 정말 힘들어진다. 한마디로 흡연자는 돈을 주고 병을 사고 있는 것이다.또 환경적으로 길거리에서 쉽게 담배꽁초를 볼 수 있다. 하루에 버려지는 담배꽁초가 평균 한국의 인구수와 같은 5천만 개피 정도라고 한다. 때로 직접흡연보다 간접흡연이 더 안좋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친구 중 한 명은 담배를 안피는데도 최근 폐암 수술을 받았다. 왜 그런가 했더니 과거 대학원 시절 담배를 엄청 피는 연구실에서 거의 10년 가까이 있으며 간접 흡연의 고통을 겪었다고 한다.아파트 복도나 베란다에서 흡연시 아파트 전체가 간접흡연의 피해를 알게 모르게 겪을 수 있다. 특히 어린아이들은 간접흡연을 하게 되면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경우에 따라서는 나중에 폐암에 취약한 신체를 형성할 수 있다. 임산부가 간접흡연에 시달리면 기형아를 낳을 수도 있다고 한다.간접흡연은 사실상 직접 담배를 피는 것과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해롭다. 수많은 간접 흡연의 기회에 우리는 시달리고 있다. 거리에서 사무실에서 아파트에서. 흡연자들은 간접 흡연자들에겐 사실상 ‘살인자’에 가깝다.아직도 친구 부인과 가족들의 오열이 귀에 쟁쟁하다. 그들이 무슨 죄가 있는가? 친구의 흡연을 수십년 간 말렸지만 그는 듣지 않았다. 오직 자신이 니코틴에서 느껴지는 쾌감만을 즐겼고 가족의 고통을 생각하지 않았다.주변의 흡연자들은 자신의 일시적 쾌감을 위해 가족과 친지 그리고 친구들에게 엄청남 고통을 주고 있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그래도 아직 담배를 피우시겠습니까?

2020-02-13

대학을 강타한 중국발 바이러스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대학가에서 졸업식, 입학식이 사라졌다.30년이 넘는 교직 생활 중 졸업식, 입학식이 없는 해는 처음 겪는 것 같다. 사스, 메르스, IMF 등 시련 속에서도 대학이 졸업식, 입학식을 취소한 적은 없었다. 물론 시기가 다르긴 하지만 대학의 모든 행사가 취소 되는 건 전무후무한 일이다.졸업식은 영어로 Commencement라고 하여 “다시 시작한다”는 뜻이 있다. 그동안 배운 공부를 마무리하고 축하를 받으며 새로 시작하기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 중에 하나이다. 졸업식에서 유명 인사들이 강연하는 것도 그런 이유 중에 하나이다.요즘엔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기가 너무 수월하여 졸업앨범을 잘 안 만든다는 이야기도 들리지만 나중에 졸업앨범을 뒤지면서 학창시절을 회고하는 건 아주 값진 인생의 추억이다.입학식도 부푼 꿈을 안고 새로이 추가된다는 라틴어 matricula에서 나왔다고 한다. 이제 새로운 대학생으로 추가된 자신의 모습을 축하하는 뜻이다. 캠퍼스의 새내기들의 모습은 입학식에서부터 시작된다.그런데 이 두 개의 가장 중요한 행사가 금년엔 한국의 대학가에서 사라졌다.꽃집들이 울상이다. 평소대로라면 2월은 초·중·고·대학교의 입학식과 졸업식이 잇달아 꽃을 파는 업계가 가장 바쁠 시기지만 올해에는 90% 매출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업계는 최대 절반까지 가격을 내렸는데도 잘 팔리지 않아 손해가 막심하다고 한다.대학들의 2월 사람이 모이는 행사는 모두 취소되고 있다.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는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감염 확진 자가 1만 명을 넘어서고 있고 한국에서도 확진 자가 23명, 이들이 접촉한 잠재적 감염자는 1천명이 넘는다고 한다.마스크는 동이 났고, 마스크 제작 벤처기업을 하는 동료 교수는 아이러니컬하게도 대박을 터뜨리고 있는 상황을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중국에서 수십억의 돈을 들고 와서 마스크를 사려고 줄을 선다고 한다. 교무회의에 들어가 보니 총장 이하 모든 학처장들이 마스크를 쓰고 회의에 임하고 있다. 마치 서로가 전염이 안 되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 낯설고 어색하다.개강도 연기하는 대학이 많아졌다.중국 유학생 수만 명이 다시 한국으로 입국하는 2월말을 늦추어 보겠다는 정부 당국의 권고 때문이다.캠퍼스마다 중국을 다녀온 유학생들을 조사하여 격리 조치하고 있다. 아예 한국으로 들어오지 못해 유학을 포기하는 중국 학생들도 늘고 있다.외국유학생, 특히 중국유학생이 중요한 자원인 많은 대학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강의가 시작되어도 중국학생들 회피현상이라든가 교수들이나 학생들의 강의 거부 현상도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전파속도가 2002년의 사스, 2012년의 메르스 보다 빠를 코로나 바이러스가 얼마나 국내에 퍼질지 아무도 장담 못한다.대학을 강타한 코로나 바이러스. 행사가 취소된 대학은 썰렁하다.빨리 이 사태가 지나가고 생기 넘치는 대학가의 모습을 다시 기대해 보지만 언제가 될지 막연한 시간이 흐르고 있다. 봄은 오고 있건만.

2020-02-06

중국발 코로나 바이러스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한국이 미군 지프차를 해체하여 차를 만들기 시작한 게 50년대이다. 그리고 1960년대 한국에서 차를 생산한 새나라 자동차가 있었다. 그러나 전적으로 일본의 기술과 부품에 의존한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채 외환사정의 풍랑을 겪으며 몇 년을 못 버티고 생산라인이 가동을 멈추고 말았다. 그리고 그 후 등장한 것이 신진자동차의 ‘코로나’택시였다.일본 도요타자동차와 기술제휴로 1966년 5월 처음 나온 코로나는 우리나라 도로사정에 알맞게 만들어져 나오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었고 70년대 중반 현대 ‘포니’가 나오기까지 10년 가까이 한국의 도로를 지배했다.코로나는 라틴어로 ‘왕관’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의미로 보면 참 좋은 단어이다. 그런데 그 왕관인 코로나 때문에 지금 전 세계가 난리가 났다. 정부가 중국을 옹호하기 위해 우한폐렴을 ‘코로나 바이러스’로 불러달라고 요청을 한다고 해서 세간의 여론이 분분하다. 동기야 어쨌든 50년 전 인기였던 ‘코로나’라는 단어가 다시 우리 곁으로 왔다.이번엔 아주 악성으로 다가왔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는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감염 확진자가 수천 명에 이른다고 한다.전파속도가 2002년의 사스, 2012년의 메르스 보다 빠르다고 한다. 그런데 코로나 사스 메르스 모두 중간숙주가 박쥐라고 한다. 메르스는 중동이 발원지라고 하나. 사스는 중국 광동성에서 발생하였기에 이번 중국 우한의 코로나까지 세 개 중 두 개가 중국발 바이러스이었다.사진에서 보는 중국 음식점 메뉴는 가히 충격적이다. 중국은 박쥐는 물론 일반 쥐까지 각종 설치류를 날것으로도 먹는 지독한 미개한 음식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도저히 음식이 될 수 없는 것들이 인간 몸속에서 변이를 일으켜 폐렴같은 것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형성되고 이것이 접촉, 호흡기 등으로 급속히 전파되는 것이다.혹자는 중국이 미국을 뛰어넘어 세계 1위의 국가가 될 것이라고들 말한다. 그런데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것들은 장차 세계 1위의 국가의 모습이 전혀 아니다. 물리적으로 1위가 될 수는 있어도 문화적으로 도덕적으로 1위가 될 수 없다면 중국은 영원한 후진국일 뿐이다. “도대체 중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멀리 6·25시절 통일을 방해한 것도 중국 때문이다. 북한이 저리 날뛰면서 핵실험을 하면서 한국을 깔보는 것도 모두 중국 때문일 것이다. 겉으로는 핵실험에 반대하고 유엔의 제재 결의에 찬성하는 척하지만 제재에 적극적이지 않고 개별국가 제재에는 반대하는 등 그 속내를 알 수가 없다.매캐한 황사와 미세먼지를 발생하는 것도 중국의 근원일 경우가 많다.이제 바이러스 전파로 중국 때문에 난리이다. 그것이 중국의 미개한 음식문화에서 발생하였기에 당하는 한국은 더욱 억울하다. 제발 중국이 정신 차렸으면 한다. 북한의 핵문제에서도, 환경관리에서도 음식문화에서도 이제 큰 나라의 정도를 찾았으면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은 영원한 미개국일 뿐이다.

2020-01-30

상식이 통하는 나라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요즘 많은 이들이 여야로 나뉘어 “한번도 경험 못한 나라”를 경험하고 있다고들 말한다.여당 지지자들은 과거 보수정권의 독재적 통치와 비교하여 대통령을 자유롭게 비판하는 현재의 상황을 한번도 경험못한 나라의 한 축으로 여긴다. 반면 야당 지지자들은 장관 임명의 일방적인 결정과 검찰의 수사팀 교체, 원전해체, 자사고 폐쇄 등 일방적인 독재가 더 심하다고 주장한다.얼마 전 한국의 특성화 과학기술대학교 중에 하나인 유니스트 졸업식에만 대통령이 참석한다는 소식을 듣고 과학기술계는 매우 놀란 적이 있다.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의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야당은 선거개입이라고 하고 여당은 일상적 대통령의 선택적 통치의 일환이라고 한다. 속단하긴 어렵지만 수사는 공정히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은 여야가 모두 같은 생각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수사하는 검찰의 모습은 국민의 성원을 받기에 충분했다. 사실상 정의를 추구하는 정부는 그러한 정의로운 수사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수사가 진행되기 힘들 정도로 최근 검찰의 수사팀이 급속히 해체되고 있는 모습이 상식과는 배치되지만 과거 검찰이 검사출신 범법자에 대한 관용으로 국민들로부터 검찰의 불신을 불러온 것도 사실이다. 검찰개혁도 기본적으로 필요한 정책일 수 있다. 그러나 검찰개혁을 찬성하는 국민들도 수사팀 해체는 찬성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검찰 개혁 등 권력기관 개혁은 권력의 견제와 정치적 독립성 보장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방향으로 슬기롭게 전개되어야 한다. 검찰도 일부 제식구 감싸기라는 상식적이지 않은 수사에서 벗어나 정의로운 검찰의 모습을 보이는 반성이 필요하다.교육자로서 현재의 이념 편향적 교육의 기조도 문제이다. 대부분의 학부모와 국민들이 이념편향 교육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고, 자사고·특목고 등의 폐쇄로 상징되는 획일적 사회주의적 교육정책 방향은 전교조 이념교육을 오히려 강화하고 자유민주주의적 원칙에 반하고 있다. 일부 자사고, 특목고들이 입시위주의 교육을 시켜온 것도 일부 사실이라면 그러한 점만 수정하도록 하고 차별화된 영재교육이나 특성화 교육은 계속 되어야 한다.외교 국방도 현재의 상황은 위중하다. 우리가 외쳐대던 한반도 운전자·중재자 외교는 북한의 조롱으로 되돌아 왔고, 대한민국의 대외적 외교적 입지는 크게 약화되고 있다는 평이다. 북한 핵 위협은 오히려 심화되고 있으며 한국은 북한에 철저히 무시당하고 있는데도 한국의 북한에 대한 짝사랑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 우리의 외교 버팀목인 한·미·일 삼각동맹을 강화하여 중국과 북한에 의연히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선거전략, 자기당 이익만을 정치적 목적의 통치가 아닌 상식이 통하는 사회, 국가가 그립다. 답답한 마음이다. 여야로 나뉘어 서로 나름대로 해석하며 “한번도 경험 못한 나라”라고 자화자찬과 비판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은 “상식이 통하는 한번도 경험 못한 나라”를 진정 원하고 있다.

2020-01-16

스와니 강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머나먼 저곳 스와니 강물 그리워라”로 시작하는 ‘스와니 강’은 우리에게도 애창곡으로 불리는 미국 노래이다. 스와니강은 미국의 역사깊은 강의 이름이다. 이번 겨울방학동안 가족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살고 있는 미국 동부 지역을 차를 몰고 다니고 있다. 그러던 중 그 유서깊은 스와니 강을 우연히 만났다.워싱턴에서 조지아주 애틀란타 그리고 현대자동차 공장이 있는 알라바마주 몽고메리를 거쳐 차를 몰고 플로리다주로 들어서는데 “역사적인 강, 스와니강입니다”라는 팻말을 고속도로에서 보게 되었다.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차를 모는 기분은 상쾌했다. 스와니강의 자태는 노래만큼 고요하고 정겨웠다.스와니강은 미국 조지아 주 남동부 늪지대에서 발원하는 강인데 원래 이름은 ‘산후아니’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초창기 원주민 인디언들의 말로 “갈대가 우거진 강”이라는 뜻의 구아사카에스키라고 불렀는데, 이후에‘작은 성 요한’이라는 뜻의 ‘산후아니(San Juanee)’라는 이름으로 불리다가 이것이 흑인들에 의해 와전되어, 지금의 ‘스와니’가 되었다고 한다.미국의 작곡가 스티븐 포스터가 1851년에 작곡한 노래로 원래 제목은 ‘고향 사람들’이었다. “멀리 스와니강을 따라 내려가면 그리운 고향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애수가 깃든 망향의 노래인데, 포스터는 이 노래의 가사를 즉석에서 거의 완성하였으나 강 이름을 정하지 못하였다고 한다.포스터는 그의 형과 함께 미국 지도를 펼쳐 놓고 적절한 강을 살펴보다가 플로리다주의 스와니강을 찾아냈고, 포스터는 2음절에 맞추기 위하여 ‘Suwannee’를 ‘Swannee’로 줄여 가사에 사용하였다고 전해진다. 이 노래는 발표 후 큰 인기를 끌었으며, 1935년에는 플로리다주의 주가가 되었다고 한다.머나먼 저곳 스와니 강물 그리워라. 이 노래를 부르면 어릴적 옛고향에서 복숭아밭에서 복숭아를 따먹으며 뛰놀던 생각도 나지만 또 주위의 이산가족의 아픔도 생각난다. 날 사랑하는 부모형제 이몸을 기다려. 그들의 부모형제는 떨어져 있고 만나지 못한다. 그리고 하나둘 이 세상을 떠나고 있다. 언제나 나에게 고향을 찾아 가볼까.150년 전 흑인들의 마음을 그린 이 가사는 아마도 지금 많은 한국의 이산가족들의 마음이리라. 남북 이산 가족상봉은 정권에 따라 희비가 갈려왔다. 그러나 지금은 남북이 경직상태로 또 언제 이들이 부모형제를 만날지 기약이 없다.상봉가족의 문제가 정치적 쇼가 아닌 진정한 상봉이 되려면 현재의 남북접근 방식으로는 안된다. 현 정부의 접근 방식으로는 북한의 오만만 키워주고 남북의 문제는 한국의 치욕적인 상황속에 점점 안개속으로 멀어져 가고 있다.북한은 한국을 무시하고 점점 오만해 져 가고 있다. 그래서, 이산가족 이들의 스와니강은 점점 멀어져 간다.전 세계 단 하나의 분단국가, 한국.스와니강의 노래는 오늘도 이산국가 한국에서 구슬프게 흐른다. “머나먼 저곳 스와니 강물 그리워라”

2020-01-09

새해아침, 그 기대와 우려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2020년 쌍20년의 해가 떠올랐다. 쌍10년, 쌍20년, 쌍30년은 결국 거의 1천년에 한번 오는 독특한 숫자이다. 숫자로 보면 큰 행운이 올 것같은 새해 아침이다.필자는 미국으로 이민온 가족들 연례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세계의 수도 워싱턴에서 쌍십년의 새해 아침을 맞았다. 그런데 연말 연시에 국내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우울한 소식뿐이다. 북한이 미국과의 대립을 선언하면서 한국정부를 왕따시켰다고 한다. 공수처법이 야당의 퇴장 속에 통과되면서 정국도 소용돌이에 들어가고 기업들은 정치권의 눈치를 보면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정치안보는 끝없는 대립적 논쟁으로 차치하고라도 경제가 큰 문제이다. 2019년에는 일본의 수출규제 및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국내 기업에도 정말 힘든 한해였다. 기업들의 수난의 한해이기도 했다. 사실 워싱턴에서 바라본 미국의 한국기업의 진출은 눈부시다. 현대, 기아 자동차를 필두로 삼성, LG의 미주 시장 진출은 이제 한국 제품은 더이상 싸구려 제품이 아니라 품격이 있는 제품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월마트 같은 주요 체인점의 가전제품은 한국제품의 특별 코너가 있다.한국기업들의 공장도 점점 확산되고 있다. 알라바마 헌츠빌의 LG, 몽고메리의 현대차, 조지아 웨스트포인트의 기아차, 그리고 텍사스 달라스나 사우스캐롤라이나 뉴베리의 삼성전자 등은 수많은 관련 부품업체 공장들도 많이 진출해 있다. 사실 미국 내에서 자동차 뿐만이 아니다. 가전제품이나 스마트폰 IT 제품 시장에서 한국제품의 비중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과거 일본이나 미국제품에 밀렸던 가전제품시장에서 한국 가전제품의 약진은 실로 매우 놀라운 것이다. 이제 미국 동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70년부터 봇물을 이루었던 한국의 코리언 드림은 이제 코리언 프라이드로 바뀌고 있다.그런데 그런 코리언 프라이드를 엮어나가는 현대차나 삼성전자의 국내 현실은 밝지 못하다. 현대차는 노조에 시달리고 삼성은 정부가 바뀔 때마다 각종 조사에 시달린다. 정치권의 입맛을 맞추어야 하고 또 정권이 바뀌면 그로 인해 곤욕을 치른다. 이러한 기업들의 매출의 반 이상이 해외에서 일어난다면 이들이 갈 길은 정말 암담해진다.현대차 뿐만 아니라 현대중공업은 4년 연속 임단협 연내 타결에 실패했다고 한다. 재계 1위 삼성그룹의 이재용 부회장은 2020년에도 사법처리에 대해 고심이 깊다. 제발 괴롭히지 말라라는 말도 나온다. 물론 재벌기업들의 운영방식을 무조건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의 국제적 위상과 국가에 공헌하는 정도를 볼 때 그들에 대한 정치권의 정의적 판단과 탄력적인 정책이 아쉽게 느껴진다.현대의 국가의 힘은 면적이나 인구숫자에 상관없이 얼마나 세계로 뻗어나가는가 하는 세계적인 경제력의 힘으로 결정된다. 각국은 각국을 먹여살리는 브랜드 기업을 위해 뛰고 있다. 새해에는 한국의 프라이드인 그런 대기업들이 정치권으로부터 고통을 당하지 않고 의연히 세계경영을 할 수 있는 그런 한 해가 되길 기대해 본다.

2020-01-02

엉터리 여론조사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젊은이의 거리 홍익대 앞에서 여론조사를 한다고 하자. 어떤 스타일의 옷을 좋아하느냐고 묻고 다수가 진바지를 좋아한다고 하면 우리 국민들은 진바지를 좋아한다고 여론조사 결론을 내리면 될까? 조사대상 표본의 오류이다. 65세 시니어 운전자의 교통사고가 증가한다는 보도를 종종 접한다. 시니어의 절대 숫자가 늘고 있다면 당연히 시니어의 교통사고가 느는건 인구 고령화 시대에 당연한 것 아닌가? 한걸음 나아가 전체 교통사고에 시니어 운전자의 비율이 매년 높아진다고 대서특필하는 언론도 있다. 인구 중 65세 시니어 비율이 늘고 있고 그 늘어가는 비율과 시니어 운전자의 비율이 함께 고려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분석의 오류가 있다.질문 방식도 문제가 있다. 최근 한 기관의 여론조사는 공수처 찬성이 반대보다 더 많다라고 발표했다. ‘고위 공직자 범죄를 수사하는 공수처 설치 법안’의 찬반을 물은 결과다. ‘고위 공직자 범죄’를 수사한다는데 반대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인사권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공수처를 만드는 건 권력 강화책에 불과하다는 야당의 반론이 질문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조사방식의 오류이다.표본의 오류, 분석의 오류, 조사방식의 오류가 ‘엉터리 여론조사’를 이끌고 있다. 정치적 이해집단들은 아전인수의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여 자기네가 우세하다고 여론을 오도한다.특히 정치적인 여론조사는 샘플의 문제가 더욱 심각하여 엉터리 여론 조사를 부추긴다. 가령 1만명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자. 그 중 1천명과 통화가 되었고 100명이 답을 했다고 하자. 그래서 51명이 여당의 후보나 여당을 지지하고 49명이 야당의 후보나 야당을 지지했다면 여당후보와 여당이 더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것인가? 오차 범위라는 부칙을 단다고 해도 여전히 여론을 오도할 개연성이 충분하다.위의 전화 여론조사가 신빙성을 가지려면 다음 두가지의 통계분석이 따라야 한다. 첫째 전화를 잘 받는 사람과 잘 안받는 사람의 성향분석, 둘째 전화응답을 거부하는 사람과 거부하지 않는 사람의 성향분석이 필요한 것이다.완전 무작위라는 것이 있다. 시뮬레이션이라는 모의분석 예측에서 가장 중요한 가정이다. 위의 예에서 전화를 안받는 사람들과 응답을 거부한 사람들의 집단이 완전무작위에서 발생한 것이라면 여론조사의 결과는 신뢰를 갖는다. 그러나 무작위가 아니라면 여론조사는 오도되는 것이다. 더구나 정치적인 조사에는 ‘역선택’논란도 있다. 야당 후보 중 누가 제일 좋은가라고 물으면 여당 지지자들은 야당후보를 약화시키기 가장 약한 후보를 지지 한다고 역선택 거짓말을 하게 된다. 이러한 다양한 오류로 인한 엉터리 여론조사는 이제 손을 볼 때가 된 것 같다.여론조사는 민주사회에서 필요한 하나의 정보이기도 하다. 그러나 각종 오류로 점철된 여론 조사가 횡행한다면 그것도 공정성을 중요시하는 민주사회에 역행하는 것이다. 이제 엉터리 여론조사는 끝을 내자.

2019-12-26

흐르는 물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고 한다. 학문의 흐름은 흐르는 물처럼 변화무쌍하다. 특히 정보분야는 그 정도가 속도나 양상에 있어서 타 분야를 앞서고 있다. 포스텍이 내년 3월 개원을 앞둔 인공지능(AI)전문대학원의 첫 입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AI전문대학원 내 석사과정·박사과정·석박사 통합과정 등 3개 과정 전체 합격률이 18.5%였다고 17일 밝혔다. 이 가운데 석박사 통합과정의 경우 합격률은 9%에 불과했다고 한다.경영정보시스템(MIS)은 필자가 학위공부를 하던 30여년 전에는 의사결정시스템이 크게 유행하여 인기를 끌었다. 그래서 필자도 그 분야로 학위를 받았다. 당시 인공지능(AI)은 아주 초보적 단계였고 상상의 세계에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AI 주요 분야를 알지 않고는 MIS를 논할 수 없을 정도로 AI가 크게 부상하고 있다.포스텍은 AI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역량은 물론 관련 분야 교육 경험이 풍부한 교원들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입시에서는 AI 분야에 대한 선풍적인 사회적 관심을 반영하듯 국내 유수대학은 물론 해외 대학 출신자까지 지원을 해와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하고 실제로 해외대학에서 지원한 학생 중 1명밖에 선발을 못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였다고 한다.필자는 금년 봄부터 수원에 있는 아주대학교에서 대학원 강의를 하고 있다. 주변에 있는 삼성 등 유수기업에서 많은 학생들이 대학원 강의를 듣고 있는데 AI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아주대는 최근 지역사회 청소년을 대상으로 AI 인재양성을 위해 수원시와 업무협약을 맺고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한다.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인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와 체험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청소년 인공지능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사용되는 언어가 인공지능 프로그래밍으로 각광을 받는 파이선(Python)이다. 파이선으로 기계학습 기초·응용 3D프린팅 디자인 체험 등의 교육을 제공한다고 한다.포스텍 AI 대학원 설립과 아주대의 AI 청소년 아카데미에서 사용될 주요 언어가 파이선이 될 전망이다. 필자가 70년대 대학을 다닐 때는 과학은 포트란(Fortran), 상업용으로는 코볼(Cobol)이 대세였고 그걸 배우느라 동분서주하였다. 그런데 80년대 미국유학을 가서는 파스칼(Pascal)이란 언어를 배워야 했다. 모든 과목이 파스칼로 진행되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느라 고생하던 생각이 난다. MIS의 트렌드가 변하고 프로그래밍 언어가 변하듯 이렇게 학문도 변하고 그걸 따라잡지 못하면 뒤처진다.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고 한다. 학문도 흐르고 학자도 흘러야 한다.그런데 왜 우리 정치만은 흐르는 물을 따르잡지 못하는 것일까? 고집과 대립으로 얼룩지고 고함과 비아냥으로 가득찬 청문회와 정치판도는 여전하다. 아전인수의 정치 판도는 흐르지 않는 물이다. 흐르지 않는 물은 썩게 마련이다. 우리 정치도 흐르는 물이 되어야 한다.

2019-12-19

김우중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1998년 봄날 서울의 한 호텔에서 김대중 정부 청와대 경제수석과 김우중은 마주 앉았다. 이 자리에서 김우중은 정부에 협조를 요청했다. 경제수석의 답은 “이제 시장경제 중심으로 하니 안됩니다”였다. 그러자 김우중은 그러면 시장경제 하는데 청와대 경제수석이고 비서관이고 필요없겠네”라고 반발했다. 그걸로 김우중의 운명은 나락의 길로 걸었다.초겨울의 한파속에 대우그룹의 신화를 쓴 김우중 회장이 세상을 떠났다. 그가 대우그룹의 전성시절 힘을 기울여 세웠던 아주대학교의 병원에서 오랜 투병을 하다가 홀연히 떠났다. 그의 빈소에는 정계, 재계의 많은 인사들이 찾았다. 한국 경제의 큰 축이었던 대우를 이끌었던 김우중의 떠남은 그렇게 무게감 있게 다가왔다.한국경제발전의 아이콘인 그는 떠났다. 그는 1989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책을 썼다. 그 책의 말처럼 그는 세계방방곡곡을 누비면서 한국을 알렸다. 대우는 한국 산업의 세계경영의 첨병이었다. 김 회장은 바둑 실력이 꽤 좋은데도 가끔씩 너무 호방한 수를 두다가 망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는 꿈과 포부가 너무 큰 나머지 현실적인 수를 고려하지 못한다는 점이 그의 일생의 행보와 맥을 같이 하는 듯하다.1936년 대구 출생인 김우중 회장은 경기고와 연세대 상대를 졸업한 후 만 30세인 1967년 대우실업을 창업했다. 1981년 대우그룹 회장에 오른 이후 세계경영을 기치로 내걸고 그룹을 확장해 1999년 그룹 해체 직전까지 자산 규모 기준으로 현대에 이어 국내 2위로 일군 대표적인 1세대 기업인이다.그러나 1998년 IMF 이후 정치적 상황과 맞물리면서 대우는 해체되었다.그가 한국발전에 끼친 경제적인 공헌은 후세의 평가에 맡기기로 하자. 그가 무엇을 잘했고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후세에 맡기자.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가 ‘세계경영’이라는 개념을 우리에게 심어준 것이다. 세계 어디를 가도 대우의 그림자가 있고 아직도 남아 있다. 그리고 그가 세계경영과 함께 1977년 그의 사재를 털어 인수하여 키운 아주대는 그의 교육의 세계경영의 일환이었다. 아주대는 공과대를 필두로 한국 사학의 한 축으로 한국 고등교육에 공헌해 왔다. 무엇보다 그의 교육에 대한 투자에는 아무도 토를 달지 못할 것이다.‘아덴만의 영웅’으로 알려진 아주대 이국종 교수는 대한민국의 복합중증외상치료를 이끌고 있다. 학생들이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도전하고 이를 통해 인생과 진로에 대한 자신감을 얻도록 하는 아주대의 파란학기제는 새로운 시도로 교육부의 인정을 받으며 큰 주목을 끌고 있다. 포스코의 박태준 회장이 포스텍을 세워 국가 과학기술 발전에 크게 이바지 하였다면 대우의 김우중 회장은 아주대를 세워 국가와 사회에 공헌하였다. 먼훗날 두 회장은 기업인에 앞서 한국의 교육현장을 이끈 위인으로 기억될지도 모른다.김우중 회장의 명복을 빈다.

2019-12-12

마지막 달력 한 장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달력을 떼어내고 마지막 달력 한 장만 남았다. 한해가 간다. 금년 2019년도 이제 마지막 한달. 매년 보내는 이맘때면 보내는 한 해이지만 금년 한 해는 무엇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매년 말이면 “희망과 혼돈의 한 해가 간다”라고 했지만 금년엔 “혼돈의 한해가 간다”라고 해야하지 않을까?금년은 “조국에서 시작하여 조국으로 끝났다”고 할 정도로 조국 사태는 심각했고 그 후유증은 계속되고 있다. 법정공방은 오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매주 말 열린 태극기 집회와 촛불집회 등으로 국가가 두 동강이 난 느낌은 여전하다. 보수파와 진보파로 불리는 여론층은 서로 매질을 하면서 국가가 분열되는 모습을 보였다. 혹자는 해방 직후 둘로 갈라졌던 시절을 떠올리며 한국전쟁의 공포를 느끼기도 한다. 정부가 그토록 약속했던 평화는 이제 더 멀어지는 느낌이다.내로남불이란 단어가 유난히도 많이 언급되었던 한해이다. 내가 하면 되고 남이 하면 안 된다는 논리는 정치인들이 상황이 바뀔 때마다 카멜레온처럼 변신하는 모습. 그 모습이 2019년엔 유난히 느껴졌다.북한과의 평화국면도 사라지고 대결국면이 다시 시작되는 분위기다. 미국과 북한은 무력을 언급했고, 또한 군사긴장완화 계획으로 비무장지대내 GP(감시초소) 시범철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비무장화 등 진행되던 계획도 이젠 수포로 돌아가는 분위기다.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 착공식을 하고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우선 정상화, 서해경제공동특구·동해관광공동특구 조성 협의 등 화려한 약속도 물거품이다. 도대체 지구상 최고의 일당 독재국가와 평화 협상을 무장해제를 하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깍두기처럼 처해진 한국의 입장은 동정심마저 생길 정도이다.한일 관계도 최악의 길을 걷고 있다. 65년 한일협정 이후 최대의 위기가 한일간에 형성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우리가 가장 동맹관계가 견고해야할 국가들이다. 경제 상황은 말이 아니다. 집값과 땅값은 사상 최대로 오르고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경제상황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극단적 선택이 많았던 한해이다. 정치적 이유로 또 생활고로 많은 사람이 떠났다.한전공대 설립과 특목고 폐지로 대변되는 “대통령 공약과 한마디”는 무리한 정책임을 알면서도 강행되고 있다. 최근 터진 청와대의 선거개입 건은 결말을 예측하기 힘들 정도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우리 국가, 우리 사회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것일까? 쿼바디스 코리아 (Quo Vadis Korea·한국이여 어디로 가는가)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다.2020년은 총선거의 해이다. 선거를 통해 민심이 잘 반영되고 새로운 시작이 되었으면 하는 심정이다. 필자가 좋아하는 말 중에 “Tough times never last, but, tough people do ”이라는 말이 있다. 미국의 유명한 로벗 쉴러 목사가 말한 이 말은 “힘든 시간은 오래 가지 않는다. 그러나 힘든 시간을 견딘자는 오래간다”이다. 이 교훈이 우리의 경우이길 빌어본다.

2019-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