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서 졸업식, 입학식이 사라졌다.
30년이 넘는 교직 생활 중 졸업식, 입학식이 없는 해는 처음 겪는 것 같다. 사스, 메르스, IMF 등 시련 속에서도 대학이 졸업식, 입학식을 취소한 적은 없었다. 물론 시기가 다르긴 하지만 대학의 모든 행사가 취소 되는 건 전무후무한 일이다.
졸업식은 영어로 Commencement라고 하여 “다시 시작한다”는 뜻이 있다. 그동안 배운 공부를 마무리하고 축하를 받으며 새로 시작하기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 중에 하나이다. 졸업식에서 유명 인사들이 강연하는 것도 그런 이유 중에 하나이다.
요즘엔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기가 너무 수월하여 졸업앨범을 잘 안 만든다는 이야기도 들리지만 나중에 졸업앨범을 뒤지면서 학창시절을 회고하는 건 아주 값진 인생의 추억이다.
입학식도 부푼 꿈을 안고 새로이 추가된다는 라틴어 matricula에서 나왔다고 한다. 이제 새로운 대학생으로 추가된 자신의 모습을 축하하는 뜻이다. 캠퍼스의 새내기들의 모습은 입학식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이 두 개의 가장 중요한 행사가 금년엔 한국의 대학가에서 사라졌다.
꽃집들이 울상이다. 평소대로라면 2월은 초·중·고·대학교의 입학식과 졸업식이 잇달아 꽃을 파는 업계가 가장 바쁠 시기지만 올해에는 90% 매출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업계는 최대 절반까지 가격을 내렸는데도 잘 팔리지 않아 손해가 막심하다고 한다.
대학들의 2월 사람이 모이는 행사는 모두 취소되고 있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는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감염 확진 자가 1만 명을 넘어서고 있고 한국에서도 확진 자가 23명, 이들이 접촉한 잠재적 감염자는 1천명이 넘는다고 한다.
마스크는 동이 났고, 마스크 제작 벤처기업을 하는 동료 교수는 아이러니컬하게도 대박을 터뜨리고 있는 상황을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중국에서 수십억의 돈을 들고 와서 마스크를 사려고 줄을 선다고 한다. 교무회의에 들어가 보니 총장 이하 모든 학처장들이 마스크를 쓰고 회의에 임하고 있다. 마치 서로가 전염이 안 되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 낯설고 어색하다.
개강도 연기하는 대학이 많아졌다.
중국 유학생 수만 명이 다시 한국으로 입국하는 2월말을 늦추어 보겠다는 정부 당국의 권고 때문이다.
캠퍼스마다 중국을 다녀온 유학생들을 조사하여 격리 조치하고 있다. 아예 한국으로 들어오지 못해 유학을 포기하는 중국 학생들도 늘고 있다.
외국유학생, 특히 중국유학생이 중요한 자원인 많은 대학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강의가 시작되어도 중국학생들 회피현상이라든가 교수들이나 학생들의 강의 거부 현상도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전파속도가 2002년의 사스, 2012년의 메르스 보다 빠를 코로나 바이러스가 얼마나 국내에 퍼질지 아무도 장담 못한다.
대학을 강타한 코로나 바이러스. 행사가 취소된 대학은 썰렁하다.
빨리 이 사태가 지나가고 생기 넘치는 대학가의 모습을 다시 기대해 보지만 언제가 될지 막연한 시간이 흐르고 있다. 봄은 오고 있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