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필자는 프랑스 낭트에서 국제회의에 참가하고 있었다.
저녁때 호텔방에서 이메일을 열어보니 영국의 유명한 평가기관 THE라는 곳에서 온 이메일이었다. 그 이메일을 읽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시간을 보았다. 한국시간 새벽 4시. 그래도 좋다. 당시 백성기 총장께 전화를 했다. 한국은 취침 시간이었다. 한국 최초로 세계 30위 내에 한국대학이 진입하는 순간이었다. 이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는 압도적으로 카이스트, 서울대를 제치고 1등으로 랭크되었다.
1994년부터 시작된 중앙일보 랭킹에서 포스텍이 국내 1위를 종종 차지하곤 했지만 국제랭킹에서 국내 1위를 한 것도 처음이었다. 전화를 잡은 두 사람의 목소리는 떨고 있었고 다음날 아침 신문에는 “포스텍 세계 28위”기사가 도배를 하고 있었다. 지금도 28위의 자존심은 여전히 포스텍의 그리고 한국대학의 자존심으로 남아있다.
이번주에 THE와 함께 유명한 QS 랭킹 기관이 월드 랭킹을 발표하였다. 포스텍은 100위안에 들긴 했지만(77위) 서울대, 카이스트, 고려대에 이어 4위에 랭크되었다. THE 월드랭킹에서는 작년 146위로 서울대, 카이스트 성균관대에 이어 역시 4위로 랭크되었다. 현재 포스텍은 주요 6개 대학(포스텍, 카이스트, 서울대, 연대, 고대, 성균관대) 중에서 학계평판도(AR)가 최하위이다. QS 기준으로 서울대의 98점, 카이스트 87점에 비하여 포스텍은 43점이다. 만일 포스텍의 AR이 카이스트 만큼만 되어도 바로 국내 1위로 랭크 되는 상황이다.
연구력은 국내 1위인 포스텍이 대학 랭킹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건 AR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AR은 대학을 평가하는데 중요한 요소임을 부정할 수 없다.
대학의 서열은 연구력의 서열이 아니며 선호도의 서열이기 때문이다.
포스텍은 AR을 카이스트 만큼 끌어올려 대학평가를 논문피인용 경쟁으로 끌어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 포스텍은 AR 향상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노력은 방법론이 맞아야 한다. 올바른 방법으로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리더로서 가치를 가지려면 랭킹도 리더가 되어야 한다. 랭킹이 낮은 상태에서 외치는 구호는 공허한 구호일뿐이다.
세계 30위권에 들어가고 국내 1위로 복귀하는 것은 포스텍의 절체절명의 과제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대학으로 거듭나야 한다. 포스텍의 위상은 더이상 떨어져서는 안 된다. 대학의 위상이 높아야 좋은 학생,·대학원생, 좋은 교수를 지속적으로 유치할 수 있다.
이 지역 그리고 한국의 자랑과 자부심인 포스텍은 이제 물러날 수 없는 벼랑에 와있다. 배수진을 치고 파부침주(破釜沈舟)의 각오로 이제 한국을 대표하는 대학으로 세계대학 랭킹을 회복해야 한다. 불과 같은 욕망을 불살라야 한다. 그건 대한민국을 위해서도 포스텍이 사명감을 가지고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