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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 맞아야 잘한다?

등록일 2021-03-18 19:53 게재일 2021-03-1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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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최근 한 TV 방송은 최근 스포츠계 학교폭력 사태를 조명했다. 프로 야구, 그리고 축구 선수들의 과거 학교폭력 사태를 다루었다.

현재 매우 유명한 프로야구의 두 선수는 후배들에게 전기 파리채에 손을 넣도록 시켜 아파하는 걸 웃으면서 바라보았다는 충격적 이야기가 나온다. 또한 누구나 아는 축구계의 스타 선수가 초등학교 시절 후배들에게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을 시켰다는 뉴스가 귀와 눈을 의심케 할 정도로 보도되었다.

위의 두 개의 리포트는 당사자들은 그런 일이 없다고 강력 부인하고 있지만, 이 방송은 승자 독식의 체육계 문화가 바뀌어야 하고 지금 학교폭력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또한 학교폭력 피해자 부모의 인터뷰를 인용하며, 성적을 내기 위해선 폭행조차 넘어가고 있는 이 체육계의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고 보도했다. 참으로 충격적이면서도 참담한 마음이다.

오래전부터 중고교 체육에서 경기에서 패배한 선수가 경기장을 나가 코치한테 맞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 주니어 스포츠의 체벌과 욕설은 오랜 관습이 되어 있었다

얼마 전 이로 인해 철인 3종 경기에서 어린 선수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한다. 선배들의 욕설을 매일 들어야 했고 코치, 팀 닥터라는 사람들에게 수없이 얻어 맞으면서 훈련을 하면서 여러 차례 관련 단체에 하소연을 했지만 무산되었고,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 사건들은 과거와는 다르게 선배선수들의 폭력 상황을 보여준다. 결국 선수들은 코치에게 맞고 선배에게 맞고 선수생활을 해나간다. 이 배경에는 “맞아야 성적이 난다”와 “우리도 맞고 커왔다”는 잘못된 관습이 도사리고 있다.

실제로 10대 선수들은 자기 제어 능력이 부족한 나이이기 때문에 일단 체벌을 가하면 통제가 가능하고 훈련의 효과가 잠시 올라가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코치들은 “맞아야 성적이 난다”라고 한다.

물론, 이 주장도 결코 받아들일 수 없지만 그런데 동료선수 또는 선배선수의 폭력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코치에게 맞은 선수는 일단 맞지 않기 위해 열심히 할 것이다. 그리고 코치 감독의 눈치를 보고 행동하고 시합에 나가서 일단 이기기 위해 애쓸 것이다. 지면 맞으니까….

한 선수는 “맞지 않기 위해 연습하다 보니 이렇게 수동적인 로봇 같은 선수가 되었다”고 술회하기도 했다.

그러나 동료 또는 선배에게 맞는 선수는 분한 마음과 좌절로 경기력과 상관없이 심신을 망쳐갈 것이다.

코치에 맞아서 성장한 선수는 운동을 하는 기계로 전락한다. 창의적인 게임 운영을 하기도 힘들다. 동료나 선배에 맞으면서 성장한 선수는 기가 죽은 선수가 되고 분노로 가득찬 왜곡된 성격을 형성한다. 이는 결국 그의 인생 전체를 망치기도 한다. ‘학교폭력’, 정말 이제는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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