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다시피, 저는 한국에서 왔습니다. 제 이름은 윤여정입니다. 수많은 이들이 제 이름을 ‘어영’ 혹은 ‘유정’이라고 부르는데요. 제 이름은 ‘여정’입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용서하겠습니다.”
배우 윤여정으로 온 나라가 흥분에 휩싸였다. 전세계가 놀라고 있다. 한국인 최초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오스카상을 받았다. 영화 ‘미나리’를 통해 오스카 조연상을 받은 것이다. 연기상으로는 한국인 최초이고 아시아인으로는 두 번째라고 한다.
지난해 2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적과 같이 작품상, 감독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했을 당시도 연기상에서 한국인이 수상하리라고는 기대하지 못했고 더구나 2년 연속 한국영화 또는 영화인이 아카데미 시상대에 오르리라고는 기대하지 못했다.
올해 나이 일흔 넷의 배우 윤여정이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믿기 힘든 순간을 한국영화 102년 역사에 남긴 것이다.
‘미나리’를 연출한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이 절대적인 기회를 준 사람이긴 하지만 윤여정 개인의 노력이 돋보인다. 전세계에의 각종 영화상에서 무려 42개의 트로피를 받으면서 정점의 오스카상으로 마무리 한 것이다.
본격적인 소감에 앞선 윤여정 특유의 농담에 시상식 장내에 웃음이 번졌다. 이미 앞서 열린 영국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 수상 소감 당시 “‘고상한 척(snobbish)’ 하는 걸로 유명한 영국인들”이란 뼈 있는 농담으로 화제가 됐던 윤여정이었고 이날도 브래드 핏 제작자에게 “드디어 만났네요. 영화 찍을 때 있었나요?”라고 하면서 재치있고 유창한 영어 솜씨로 때때로 던지는 유머도 전세계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지금 열광하고 있는 윤여정 신드롬은 여러가지 시사점을 던져 주고 있다.
첫째, 자기 분야에 혼신을 다하는 사람은 결국 인정받는다는 전문성이다. 먹고 살기 위해 열심히 했다고 하지만 윤여정은 자기가 맡은 분야에서 정말 열심이었다. 중간에 10여년의 미국생활의 공백기를 딛고 귀국해 다시 차근차근 연기의 전문성을 쌓아 나갔다.
둘째, 국제성이다. 한국어로 인터뷰하라는 요청도 있지만 국제어가 된 영어로 BBC, CNN 등 전 세계 매스컴에 자신을 알리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어로 농담까지 겯들이는 모습은 그녀의 국제성이 앞으로 그녀의 국제성으로 높여 줄 것이다.
셋째, 남을 배려하는 겸손한 이미지이다. 자신은 “최고”가 아니라 “최중”이 되자고 외치며 같이 경쟁한 후보들을 일일이 칭찬하고 자신에게는 조금 행운이 따랐을 뿐이라고 말했다.
윤여정 신드롬은 우리 사회가 노력을 통한 전문성, 그리고 국제적 감각으로 무슨 일이든 이루어 낼 수 있다는 절대적 자신감을 심어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윤여정의 초기 데뷔 시절 어딘가 부족한 듯한 연기를 보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녀가 이렇게 성장하기까지 걸어온 길에 경의를 표한다. 그건 우리 모두가 배워야할 길이다.
윤여정 신드롬을 마냥 즐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