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강에서 숨진 대학생 한 명이 화제가 되고 있다. 한강에서 친구와 놀다가 물속에서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 씨의 아버지는 슬프고 억울하고 후회가 되는 심정을 자신의 블로그에 매일 올리고 있다. 더구나 경찰 조사가 미진해 한 달 새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하면서 손 씨 아버지의 억장은 무너져 내리고 있다.
사망의 원인도 모르는 채 외동아들을 화장하여 한 줌의 재로 끌어안을 때 그 아버지의 심정을 과연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해할 수 있을까?
그는 자기 심정을 블로그에 올리며 이미 떠나간 아이는 돌아오지 않지만, 그 원인이라도 알아야 편히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흐느끼고 있다. 최근에 올린 글이 특히 가슴을 두드린다.
“왜? 라는 질문이 매시간 끊이질 않는다. 이사 오지 말 걸, 밤에 내보내지 말 걸, 원래 다니던 학교를 그냥 다니게 할 걸, 밤에 한 번만 더 연락해 볼 걸 하는 무한의 후회가 우리 부부를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라는 포스팅은 읽는 사람들에게 눈물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손 씨는 카이스트에 입학해 다니다 중앙대 의대에 진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이스트-의대 라인의 똑똑한 아들을 잃은 그 아버지의 슬픔과 후회를 충분히 짐작할 만하다.
그런데 손 씨 아버지의 기사 댓글을 보면 응원과 위로의 글도 있지만 이러한 후회에 대하여 질타하는 글들도 있다. 무슨 카이스트를 계속 다니지 않은 것까지 후회하느냐 그만 놓아주라 너무 집착한다는 댓글들이다.
필자는 손 씨 아버지의 심정을 100% 함께 하고 있다. 손 씨 아버지의 블로그를 읽으면서 문득 18년 전 태풍 매미로 떠난 딸아이를 생각하면서 당시 일기장을 뒤져 보았다.
“하늘을 보고 원망도 해보고 땅을 보고 통곡도 해보았지만 넌 곁에 없구나. 네가 하늘나라에 가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지만 그리고 언젠가 널 곧 보리라고 생각하지만. 대학을 다른 곳으로 보내 줄 걸. 대학 졸업 후 유학을 바로 보내 줄 걸. 아빠가 출장 가지 않고 같이 시간을 보낼 걸. 그런 후회가 끝없이 흐르는구나. 아빠의 머릿속에는 “if….” 라는 가정이 매일같이 떠오르는구나. 어릴 때 항상 껴안고 옛날이야기를 해주어야만 잠들었던 네가 이제 보듬어 줄 수 없는 먼 길을 떠났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아. 뼈를 녹이는 아픔과 살을 도려내는 고통으로 오늘도 지새운다. 딸아, 오늘도 잘 자고 내일 또 만나자. 사랑해. 정말로 사랑해. 지금도 그리고 영원히…. 아빠가.”
눈물의 일기장을 다시 보면서 손 씨 아버지의 심정이 어떻게 이렇게 똑같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 아마도 같은 경험의 모든 아버지의 심정은 같을 것이다. 손 씨 아버지의 후회는 그것이 무엇일지라도 떠나간 사랑에 대한 절절한 아픔이다. 그 후회는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부모의 절박한 심정이고 고통의 표현이다. 그것이 승화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손 씨 아버지의 후회가 무엇일지라도 우리 모두는 그걸 들어주고, 안아주고 보듬어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