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을 마친 모든 이들의 관심사는 ‘어디서 살 것 인가?’이다. 많은 포스텍 교수들은 정년퇴임을 하고 서울로 올라갔다. 아무래도 편한 도시 생활이 좋기도 하고 자녀들이 직장을 갖고 있는 곳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는 가운데에도 포항이나 경주, 대구 등 영남 쪽의 조용한 곳을 찾아 퇴임 후 남은 생을 즐기며 보내려는 분들도 종종 있다. 필자도 포스텍을 떠나 디지스트가 있는 대구 현풍에서 살다가 다시 아주대가 있는 수원에서 지내고 있다. 물론 주말에는 포항, 대구 등 영남권으로 자주 내려와 지낸다.
포항이나 현풍, 그리고 영남권에는 서울에서 볼 수 없는 전원적인 환경이 있고 맑은 공기와 여유 있는 길이 있어서 좋다. 완전 은퇴 후에는 이곳에서 살고 싶다. 그런데 문제는 의료 시설이다. 전국이 문화적으로 평준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전히 의료시설이 비평준화 되고 있는 게 문제다. 포항이나 현풍의 공통점은 대학병원과 같은 대형병원이 없다는 점이다.
최근 지역의 대학별로 의과대학 설립의 욕구가 어느 때보다 뜨겁다. 대학별 특성을 살려서 지역 내 성격이 다른 복수의 의대를 유치하려는 시도도 눈에 띈다.
포항에는 포스텍의 특성을 살려 연구중심 의과대학, 안동에는 안동대에 공공의료와 백신연구개발에 특성화된 국립 의대를 유치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경북 북부지역에 공공보건의료 인프라를 강화하기 위한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치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권역별로 국립대학 내 의과대학(공공보건의료대학)을 설치하고 국가는 학생에게 수업료·교재비·기숙사비 등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요즈음 포스텍은 오래전부터 염원이었던 의과대학을 세우려는 욕망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경북지역은 전국 평균 의사 수가 서울의 50% 정도 수준에 그치고 있어서 포항에 의대를 설립하는 일은 시급한 것이고 포스텍이 설립된 30여 년 전부터 여러 차례 논의되었던 문제이다. 경북 인구 1천명 당 의사 수는 2017년 기준 1.34명으로 거의 전국 최하위라고 한다. 물론, 상급종합병원도 전무한 실정이다.
경북뿐만 아니다. 여러 지역에서 지역 대학과 지자체들이 의대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의대 유치 논의가 코로나19 사태로 공공의료 확대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다시 수면 위로 빠르게 떠오르는 모양새다. 대학 간 경쟁을 넘어 전문대와 일반대 연합전선으로 확대되는 등 다각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
이제 전국 지역의 평준화를 통해 수도권 인구집중을 분산시켜야 한다. 인구분산에 가장 중요한 인프라 중에 하나가 의료 시설이다. 그런 측면에서 지역균형을 위한 의과대학 설립과 대학병원 등이 지역마다 좀더 많아져야 한다. 특히 역량 있는 대학들에게는 과감하게 문호를 개방하여야 한다.
전향적인 정부의 사고가 절실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