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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와 대학

등록일 2021-07-22 17:57 게재일 2021-07-2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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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교육부와 대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교육부가 대학 운영의 고삐를 쥐고 있어서 더욱 그렇다.

대학들은 교육부의 감사를 받아보면 그걸 실감한다고들 한다. 교수와 직원들을 시간을 정하지 않고 무작정 대기하라고 한다던가 감사 자체가 상하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한다. 재정지원 또는 각종 프로젝트 지원을 받아야 하는 대학은 이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대학 교무회의에 참석하면 대학에서 가장 골치 아픈 논의가 어떤 학과의 정원을 줄여서 어떤 학과의 정원을 늘리느냐 하는 것이다. 이런 논의는 아마도 한국대학에서만 빚어지고 있는 기현상일 것이다.

얼마 전 교육부가 대학입학정원 감축을 대학 자율에 맡긴다는 다소 듣기에 생소한 정책 발표를 한 적도 있다. 그런데 이를 잘 살펴보면, 평소 구조조정의 전가의 보도를 휘둘러 대던 교육부가 구조조정을 하는 속도보다 인구 감소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에 공연히 고생만 하고 문제해결을 못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그동안 교육계에서는 “교육부가 없는 것이 최선의 정책이다”라는 자조적인 말이 있어왔다. 교육부가 대학지원을 무기로 입학정원에서부터 대학 구조조정까지 여러 가지로 대학을 규제하여 왔기 때문이다.

한국은 고교 졸업자의 70~80%가 대학에 가는 국가이며 이 비율은 OECD 국가 중 1위이다. 대학은 국가 경쟁력의 지표라는 점에서 교육부의 정책은 그만큼 중요하다.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메달 순위는 10위 이내를 장담하고 있다. 한국의 경제력도 10위권에 접근한다. 그러나 QS, THE 등 세계대학평가 기관들의 발표를 보면 한국 대학의 경쟁력은 세계 30위권에 들은 대학이 하나도 없다. 포스텍이 2010년 세계 28위를 단 한 번 마크했었지만 이후 한국을 대표하는 대학들은 30위권 이하로 내려가 있다.

교육부 규제는 대학의 창의와 혁신을 지원하는 것이 가장 큰 바탕이 되어야 한다. 명시적으로 규정된 것만 허용하는 ‘포지티브 규제’보다는 최소한의 사항만 금지하는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 교육부가 정한 것 이외에는 대학이 무엇이든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육부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혼동하고 있다. 상황이 좋을 때는 대학을 규제하지 않는 것이 교육부가 할 일이고 상황이 안 좋을 때는 대학을 도와주는 것이 교육부가 할 일이다. 지금 상황은 그 반대이다. 대학을 규제하는 힘을 과시하기 위해 교육부가 평시에도 대학지원을 무기로 대학을 규제하고 있다가 위기 상황에서 대학은 고통을 대학자율에 맡기고 있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교육부 폐지가 최선이다라는 말이 안나오려면 교육부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좀 더 잘 구분해야 하고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으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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