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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텍, Again 2010!

등록일 2021-05-20 18:18 게재일 2021-05-2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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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EAIE 참석차 프랑스 낭트에 도착한 건 14일 저녁이었다. 호텔에 도착해 이멜을 열어보니 The Times 에서 이메일 한통이 와 있었다. 내 눈을 의심했다. 28위! 한국시간 오전 2시이다. 총장님에게 이메일을 쓰고 나서 기다릴 수가 없었다. 다이얼을 돌려 깨워드렸다. 총장님의 목소리도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포항에서 낭트에서 한숨도 못자는 밤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지난 2년간의 시간들이 흥분속에 흘러간다…. 엠바고(Embargo·보도통제)를 지켜야 하는 24시간은 24년만큼 길었다. 랭킹이 무언가? 무엇이길래 이렇게 학교를 흥분시키고 한국 전체를 들끊게 하는가? Give up or Give in(포기하지 않으면 전력투구 하라).

왜 포스텍은 일류대학으로 시작되었나? 연구를 잘해서? 교수가 일류라서? 실험기자재가 좋아서? 돈이 많아서? 불행하게도 이건 정답이 아니다. 포스텍이 일류가 된 건 김호길 총장이 280점 이하는 뽑지 않겠다는 호언 때문이었다.

능력을 평가하는 건 개인이건 단체건 어려운 일이다. 평가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준뿐만 아니라 각 기준의 비중 또한 중요하다. 포스텍의 능력을 최대로 평가 받기 위해 우리가 뛰어다닌 거리는 얼마일까? 아마도 먼 훗날 회고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말한다면 자화자찬일 뿐일 것이다. 그러나 피곤으로 부르튼 입술을 씹으면서 오늘 저녁 TV 뉴스를 들여다 볼 평가위 스태프와 POSMIT 연구원의 노고를 잊을 수 없다.

포스텍의 역량은 정당하게 평가 받아야 한다. 기준의 잘못으로 그리고 기준의 비중의 편중으로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 세계 28위 달성은 우선은 연구를 잘하신 교수님들의 몫이다. 그러나 실력이 올바르게 평가되도록 환경을 조성한 우리의 전략적인 노력도 돋보인다. 오늘 이메일로 수고했다고 메시지를 보내주신 교수님들께 감사드린다. 그 메시지와 영광을 포스텍 모든 구성원과 나누고 싶다. 그리고 묵묵히 지금 잠을 청하고 있을 그 평가위에서 수고한 스태프, 연구원들에게 그동안 수고했으니 오늘은 푹 잠들라고 다독여 주고 싶다.

정확히 11년 전, 2010년 가을에 프랑스 낭트에서 쓴 글을 읽으며 포스텍의 현재 세계 랭킹을 생각해 보았다.

몇일 후 6월 초에 세계적 대학 랭킹 기관 QS가 월드 랭킹을 발표한다. 지금으로서는 포스텍의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다. 작년에는 77위였다. 한국 내 위치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물론 랭킹이 대학을 평가하는 절대 잣대는 아니다. 그러나 경쟁대학들과의 경쟁에서 랭킹에서 밀리면 다른 강점들이 평가 절하 되는 문제가 있다. 서울대, 카이스트, 연고대 등에 비하여 또 MIT 스탠포드 등에 비하여 현저히 역사가 짧은 포스텍은 일단 랭킹에서 이들을 압도하거나 챌린지 할 수 있어야 한다.

포스텍은 ‘3년 내에 세계 30위’라는 목표를 세우고 ‘AGAIN 2010!’을 외쳐야 한다. 재단, 대학, 교수, 직원, 동문 모두 혼연일체가 되어 이 목표를 달성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포스텍은 한국의 1위 대학으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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