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근 국회의원 (국민의힘, 구미갑)
최근 구미~군위 고속도로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에 선정됐다. 1970년 경부고속도로 개통 이후 54년 만에 구미시를 동서로 관통하는 고속도로가 생기는 것이다. 추정사업비 1조4965억원으로 대구경북신공항과 함께 경북 발전의 시대를 열기 위한 필수 사업이다.
대규모 도로·철도·항만 등 사업의 당락을 결정짓는 예비타당성조사는 재정투자의 효율성을 높이고, 우선순위와 사업효과 등을 사전에 검증한다는 취지로 운용되는 제도로 1999년 시작되어 25년을 맞았다. 불필요한 사업을 방지한다는 효과도 있지만, 경제성 논리에 치우쳐 지역균형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2019년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구분하고, 경제성 비중을 낮추고 정책성과 지역균형발전 항목 비중을 높이는 개편을 시행 한 바 있다. 효과는 어땠을까? 올해 국책연구원인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분석결과에 따르면, 오히려 비수도권보다 수도권에 유리하게, 낙후지역보다 발전지역에 더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수도권의 사업이어도 경제성 비중이 여전히 최대 45% 차지할 수 있고, 평가위원마다 그 비중을 30~45% 범위 내에서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몇 가지 사업들의 예타조사결과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똑같은 사업을 두고서도 평가위원마다 경제성을 30%, 35%, 40%, 45% 제각각 매기고 있다. 지역마다 형평성, 공정성 문제까지 생길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혹자는 경제성이 가장 중요한 기준인 것이 맞지 않냐고 지적할 수 있다. 경제성 논리 위주의 예타는 정책적 시각을 더 멀리, 넓게 보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 2022년 11월 예타를 통과한 중부내륙철도 문경~김천 단선전철사업의 예를 보자. 당초 예타 조사 진행 도중 경제성이 나오질 않아 위기를 맞았었다. 국토부는 조사 도중 김천~동대구 간 연결이 포함된 사업계획변경을 제출했고, 이를 통해 타당성을 확보해냈다.
국토부는 현재 기본계획 용역 등 절차를 진행 중에 있고, 서울 수서와 구미, 대구를 연결(편도 7회)하는 편성안이 사업에 포함됐다. 올 12월 개통하는 대구권 광역철도와 신공항 배후도시의 이점 등 KTX-이음 김천역, 구미역 정차 효과 시너지는 상상 그 이상이 될 것이다.
당초 사업대로 중부내륙철도 노선만 놓고서 경제성 위주 심사로만 끝났다면, 이 사업은 예타의 벽에 막혀 지금도 걸음을 떼지 못하고 있었을 것이다. 비용 대비 편익(B/C)가 0.11이었으나, 지금은 연간 500만명이 이용하는 KTX 강릉선, B/C가 0.39에 그쳤지만 지금 역사 증축까지 하고 있는 호남고속철도 등 경제성 논리만으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사업들이 있다.
예타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2019년 개편 시행 5년을 맞아 효과와 한계를 살펴보고, 추가로 개선해야 할 점들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 특히 경제성 논리로 인한 지역 차별과 격차 문제, 수치·계량화로 인해 지역 특성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는 점, 평가위원에게 과도하게 부여된 재량 등은 개선이 시급하다. 국회에서도 공론화에 적극 앞장서겠다.
2024-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