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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 대응이 곧 민생이다

등록일 2024-09-26 18:34 게재일 2024-09-2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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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연 국회의원(국민의힘·경산시)
조지연 국회의원(국민의힘·경산시)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기후 위기는 당장 체감하기 어려운 인류의 거시적인 과제나 담론처럼 여겨졌다. 지금은 농가에도, 시장 상인들에게도, 궁극적으로 민생 물가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현안이 되었다. 필자는 이번 추석 명절에 이를 확연히 체감했다. 장을 보기 위해 지역 전통시장을 찾았더니 평소와 달리 이번엔 예상보다 지갑이 빨리 가벼워졌다. 시금치 등 각종 채소 가격이 오른 것은 여러 요인들이 작용했겠지만, 기후 위기를 빼놓을 수 없다. 시장에서 만난 상인과 농민들은 이구동성으로 폭염으로 인한 농산물 생산 차질에 우려를 표했다.

지역구인 경산시는 복숭아, 자두, 포도, 대추 등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작황을 우려하는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졌다. 유난히 덥고 습했던 날씨 탓에 과일의 당도를 걱정하거나 심지어 겉은 멀쩡한데 열어보면 속이 덜 익었다고 했다. 더운 날씨에 과일의 겉만 익어버린 것이다. 이는 고스란히 서민의 생활 물가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세계 유수 연구기관들이 기후변화가 물가 안정을 위협하는 핵심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한국은행도 최근 월평균 기온이 1℃ 오르면 농산물가격과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각각 최대 0.44%P와 0.07%P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미 ‘기후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기후 위기는 우리나라와 같이 곡물자급률이 낮고 무역의존도가 높은 국가에는 식량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줄 수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최근 3개년(2021~

2023) 평균 곡물자급률은 19.5%로 나타났다. 모자라는 곡물은 수입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농축산물 무역수지 적자는 눈덩이처럼 커져 5년 전인 2017년에는 181억300만 달러 규모였으나 2022년에는 311억7800만 달러로 치솟았다. 현재 흐름이라면 농축산물로 인한 무역수지 적자는 향후 훨씬 더 커질 것이다. 세계 주요국들은 기후 위기에 따른 식량안보 대비책을 앞다투어 마련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6월부터 ‘식량안보보장법’ 시행에 들어갔다. 일본은 지난 5월 ‘식료·농업·농촌 기본법’을 개정해 ‘식량안보 확보’를 추가했고, 관련 평가지표도 새로 도입할 예정이다. 인도는 기후 영향으로 자국 곡물 생산의 어려움을 겪은 뒤 옥수수와 쌀, 밀 등 곡물 수출량을 대폭 줄였다.

이제 국회가 나서야 할 때다. 기후 위기가 민생과 직결된다는 것을 직시하고, 제도적 대책 마련에 앞장서야 한다. 정부도 기후 위기 문제에 대해 다각도로 접근하고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정부가 발간하는 환경백서에 기후 위기와 물가, 그리고 식량 안보 문제를 면밀히 다루어야 하며 ‘기후변화 상황지도’에도 기후 위기에 농수산업을 비롯한 산업계가 구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맞춤형 기후지도 체계’를 마련하는 것도 논의해 볼 만하다.

추석 민심이 안겨준 과제가 한아름인데 국회는 계속해서 정쟁에 발목 잡혀 있다. 이래서는 안 된다. 농민들과 상인들의 한숨에 담긴 기후 위기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실질적인 민생 대책 마련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첫 정기국회에 임하는 국회 환경노동위원으로서 필자에게 주어진 책무가 묵직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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