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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이 정쟁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등록일 2024-12-19 18:33 게재일 2024-12-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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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석 국회의원
최은석 국회의원

지난 10일, 민주당이 2025년 예산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단독 처리했다. 정부가 짠 예산안 677조4000억원에서 4조1000억원을 감액한 673조3000억원 규모이다. 야당 단독으로 예산안이 처리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여야가 그동안 나라 살림인 예산안을 단독으로 처리하지 않은 것은 국민의 삶과 직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재명의 민주당은 이런 국회 관례를 깨고 예산을 정쟁 수단으로 전락시켜 버렸다.

2025년 예산은 그 처리 절차와 내용적 측면에서 허점 투성이라 너무 걱정이 앞선다. 먼저, 민주당의 감액 예산은 절차적으로 중대한 하자를 지닌다. 매년 유지되던 예산 협상 절차가 올해는 완전히 무시되었다. 정부와 여당은 협상에 성실히 임했음에도, 민주당은 돌연 단독 처리하며 협상의 기회를 차단했다.

11월 말까지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듯하더니 하루 만에 태도를 바꿨으며, 대통령실 관련 예산 7000억원을 추가 삭감하겠다며 정부와 여당을 압박했다. 본회의 직전까지 정부와 여당은 수정안을 제시하며 설득했지만, 민주당은 이를 끝내 거부했다. 밤낮없이 ‘예산 등 조정소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던 필자로서는 허탈함을 감출 수 없었다.

내용적으로도 민생 경제와 국민 안전을 심각하게 저해할 우려가 크다. 예비비가 4조8000억원에서 2조4000억원으로 삭감되었다. 이는 2011년 수준으로 후퇴한 것으로,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긴급히 사용되는 재원의 본래 목적을 고려할 때 심각한 문제가 우려된다.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예비비 축소는 민생과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무책임한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이재명 대표 수사에 대한 보복성 예산 삭감 또한 문제다. 마약범죄, 보이스피싱, 딥페이크 성범죄 등 민생 침해 범죄 대응을 위한 검찰의 특수활동비가 전액 삭감되었다. 이는 범죄 대응 역량을 약화시켜 국민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R&D 투자에도 심각한 차질이 예상된다. ‘글로벌’이 들어간 R&D 사업을 마구잡이로 삭감하다 보니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키울 중요한 기회마저 모조리 박탈시켰다. 이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데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민주당은 ‘이번 예산안 삭감은 민생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강변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청년도약계좌, 대학생 근로장학금, 청년정책 통합플랫폼 같은 사업들이 삭감됐으며, 저소득 아동 자산형성과 같은 경제 양극화 해소를 위한 사업도 삭감됐다. 아이 돌봄 지원 수당도 삭감됐고, 제대군인 사회복귀 지원 사업비도 삭감해 버렸다.

단언컨대, 이번 감액 예산안은 경제 위기와 민생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민생과 경제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은 뒤로 한 채, 정부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감액안을 강행함으로써 국회를 사실상 ‘기능 부전’ 상태로 몰아넣었다. 후안무치(厚顔無恥)한 민주당은 정부 예산안을 무시하고 사상 초유의 야당 단독 감액 예산안을 처리해놓고,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자 추경으로 예산을 늘리자고 한다.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민주당은 나라를 어렵게 하고 국민을 불안케 하는 입법과 예산 독주를 멈추고, 정부 여당과 함께하는 협치를 복원할 때 비로소 국민 앞에 바로 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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