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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구멍 뚫린 소재산업 정책

일본이 스마트폰 및 TV에 사용되는 반도체 등의 제조 과정에 필요한 3개 품목의 소재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고 밝히자 정부와 제조업계의 구멍뚫린 소재산업 정책에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가 한국 수출을 규제하는 세 품목은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 등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기판 제작 때 쓰는 감광제인 리지스트, 반도체 세정에 사용하는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이들 품목의 한국 수출 절차를 간소화하는 우대 조치를 취해왔으나 한국을 우대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오는 4일부터 수출규제를 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일본이 수출규제에 나선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리지스트는 세계 전체 생산량의 90%, 에칭가스는 약 70%를 일본이 점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 이들 소재를 공급받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을 우려가 있다.일본 정부는 한국대법원이 작년 10월 30일 징용 피해자들이 배치됐던 일본제철(구 신일철주금)을 시작으로 위자료 지급을 명령하는 판결을 잇달아 내리자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을 근거로 국제법 위반 상태가 됐다며 한국 정부에 이를 시정하라고 요구해왔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사법부 판결에 개입하지 않고, 피해자 중심의 해법을 모색한다는 기조를 유지하며 본격적인 대응을 피해왔고, 일본 측은 청구권협정에 규정된 분쟁처리 절차를 밟는 것으로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끝에 이같은 수출규제에 나선 것이다.우리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조치에 대해 “WTO 협정 위반”이라며 WTO에 제소하는 등 국제법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일본측은 들은 척도 않은 채 수출규제를 강행할 태세다. 어쨌든 한일관계가 최악의 사태로 치닫게 된데는 우리 정부의 안일한 외교·경제정책 탓도 크다는 지적이다. 우선 일본이 한국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강경하게 반발하고 있는데도 분쟁처리절차 진행에 소극적이었던 것이 일본정부의 화를 돋우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아야 하는’ 사태로 번진 것이다. 더구나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의 한국 수출 규제 조치가 이미 지난 5월 결정된 최종안에 따른 수순이라는 일본 언론의 보도를 감안하면 이런 사태로 번질 것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정부의 정보력 부재도 매우 걱정스럽다.무엇보다 우리 기업들이 첨단 소재부품과 장비들을 주로 일본에서 수입해 수출상품을 만드는 걸 뻔히 아는 정부가 수입선 다변화에는 신경도 쓰지 않다가 한일관계 악화로 역풍을 맞은 뒤에야 대책마련에 허둥대는 모습은 참으로 한심스럽다. 이제라도 정부와 업계가 힘을 모아 수입선 다변화는 물론이고 기술개발을 통한 국산화를 통해 일본에 대한 수입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이처럼 한일관계가 제대로 풀리지 않는 데는 일본의 솔직하지 못한 역사인식에도 이유가 있지만 일본에 의존적인 우리 경제현실에도 원인이 있지 않은가 싶다. 경제적 현실에서 ‘갑’인 일본이 ‘을’인 한국을 존대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2019-07-02

반쪽 국회정상화 걱정스럽다

84일만이다. 국회가 다시 문을 열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여야 3당이 지난 달 28일 ‘원포인트 본회의’에 합의하며 정상화됐다고 하지만 지금부터 벌어질 정쟁이 더 걱정이다. 파행국회의 주역이었던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합의문을 발표하며 “날치기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한 걸음을 디뎠다”며 “아직 모든 의원이나 국민께 동의를 받을 정도로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우리 당은 일단 상임위원회에 전면 복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집권여당인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도 “완전한 것은 아니지만 완전한 국회 정상화로 나아갈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라며 “원포인트 합의지만 더 큰 합의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로 받아들여 달라”고 말했다. 우선 국회를 보이콧했던 한국당이나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 파행국회를 석달 가까운 기간 끌어온 데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나 유감 표명 조차 없었던 것은 염치 없는 태도라는 지적이 많다. 여야가 국민은 안중에 없이 당리당략에만 골몰했다는 비판이다. 또 여야 3당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활동기한 연장과 위원장 교체, 위원 정수 증원 등 정치 현안은 합의했지만 추가경정예산안과 민생 법안 처리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향후 교섭단체 대표연설과 추경 심사를 위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구성 등 주요 의사일정도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기존 합의안은 1~3일에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8~10일 대정부질문 이후 11일과 17일, 18일에는 추경안과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갖기로 했다.민주당과 한국당이 맡기로 한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위원장을 놓고도 의견이 엇갈린다. 민주당 내에서는 정개특위 위원장을 맡아 민주평화당, 정의당과 공조를 유지하며 공직선거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과 민주당 지지자를 고려할 때 사법개혁을 완수하는 사개특위 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또 한국당 몫인 예결위원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추경 처리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 한국당 내에선 예결위원장 자리를 놓고 경선을 할 것이라는 관측과 내부 정리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이 교차하고 있다.여당의 패스트트랙에 동조했던 민주평화당과 정의당도 여야 3당의 원포인트 국회 정상화 합의에 강한 불만을 표명했다. 평화당은 윤리특위를 연장하지 않은 데 대해 “5·18 망언 의원들의 징계를 포기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강하게 비판했고, 정개특위 위원장인 정의당 심상정 의원도 “위원장 교체 합의 전 선거제 개혁을 어떻게 완수할 것인지 사전 협의를 했어야 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상태라면 추경도 청문회도 여야간 의견이 엇갈려 실질적인 국회 정상화가 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 그저 여야 모두 국회에 들어가서 싸우겠다는 걸 선포한 것 외에는 무엇이 다를까. 이제라도 국회가 나라 살림살이를 걱정하고 국민들이 잘 살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연구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2019-07-01

엑스코 2전시장, 마이스산업 중심도시 동력 삼아야

대구시의 숙원사업인 엑스코 제2전시장이 2일 드디어 착공식을 가졌다. 2001년 지방 최초로 전시컨벤션센터를 탄생시킨 대구시가 18년 만에 글로벌 규모의 전시가 가능한 제2전시장을 착공한 것. 이번 전시장이 완공되는 2021년이면 대구도 통상 대형국제행사 유치에 필요한 3만 여㎡의 전시 면적을 확보하게 된다. 대구 엑스코는 1995년 대구종합무역센터로 출발해 우여곡절 끝에 대구 전시산업의 중심지로 성장했다. 2011년 5월 부족한 전시공간을 한차례 확장했으나 전시컨벤션 산업을 고도로 성장시키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었다. 알다시피 전시컨벤션 산업은 21세기 고부가가치산업으로 불린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세계 각 도시들이 전시 산업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우리나라도 2008년 전시산업발전법을 제정해 전시산업 육성과 발전에 힘을 쏟고 있다. 2017년 기준 전시면적 2천㎥ 이상 시설을 운영하는 국내 사업자는 모두 14개다. 이곳에서 진행된 총 행사건수는 1천849회로 총 매출액이 약 3조6천327억 원에 달한다. 서울의 코엑스, 고양 킨텍스, 대구 엑스코, 부산 벡스코 등이 대표적 전시장이다. 국제적 대형규모 전시장에 비해선 우리나라의 전시장이 아직 미약한 수준에 머문 점이 없지 않다. 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 tour), 컨벤션(Convention), 전시회(Exhibition)의 머리글자를 따서 마이스(MICE) 산업으로 불리는 전시산업은 각종 전시회와 박람회 등을 망라한 새로운 서비스 산업이다. 마이스 산업관련 방문객은 규모도 크고 1인당 소비도 일반관광보다 월등히 높다. 관광수익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 효과도 크다. 참가자가 각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계층이라 도시 홍보와 마케팅에도 도움을 준다.이번에 대구시가 건립하는 엑스코 제2전시장은 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4만471㎥ 규모로 총사업비가 2천694억 원이 투입된다. 그동안 글로벌 행사를 유치하기에는 부족했던 공간을 최소한 규모지만 확보했다. 대구엑스코 제2전시장 공사가 완공되는 2021년에 열리는 세계가스총회의 성공적 개최는 물론 제2전시장의 완공을 기회로 대구지역 전시컨벤션 산업이 획기적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 확실히 구축되도록 하여야 한다.지방도시 최초로 전시컨벤션센터를 만들어 낸 저력으로 대구가 전시컨벤션산업의 중심도시가 되도록 대구시와 지역경제계 모두가 힘을 쏟아야 한다. 2027년 개통 예정인 대구 엑스코선으로 인해 대구 엑스코는 접근성을 한층 높여 명실상부한 컨벤션센터로서 면모도 이룩하게 된다. 대구 엑스코 제2전시장 확장은 대구 경제의 새로운 활로를 여는 중요한 키포인트가 된다. 지역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힘이 될 것이 분명하다. 불과 2년 후에 있을 일이다. 대구의 전시산업 도약을 위한 준비에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2019-07-01

본격 장마 철저한 대비로 피해예방 나서야

예년보다 일 주일 가량 늦은 올 장마가 본격 시작됐다. 기상청은 지난 주말 전국에 뿌린 장맛비는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다가 이 달 6일께 다시 북상해 비를 내릴 것이라 한다. 올해 장마는 7월 말까지 한반도 위아래로 오가며 비를 뿌리는 짧고 굵은 장마가 될 것이라 한다. 올해도 철저한 장마 준비로 피해 예방에 나서야 할 때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매년 장마철이 되면 장마에 대비한 각종 정책들을 발표하고 있으나 자연재해에 맞서기에는 역부족인 경우가 많다. 작년에도 장마에 이어 3차례 태풍이 한반도를 덮치면서 6명의 사망자와 실종자, 1천억 원이 넘는 재산상 피해를 냈다. 경북에서는 지난해 10월 6일 태풍 콩레이가 영덕군에 상륙하면서 큰 피해를 안겼다. 383㎜의 집중 호우로 1명이 숨지고 주택 1천15채가 물에 잠겼다. 집이 파손되고 도로 등 공공시설과 어선, 농경지와 농작물 피해도 상당했다.8개월의 시간이 흘렀지만 당시 피해에 대한 복구는 아직도 진행 중에 있다. 산사태가 난 인근 7번 국도변은 아직도 제대로 공사가 이뤄지지 않아 주민들이 많은 불편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또 물폭탄의 시발점으로 주목된 강구역 인근의 하천복구 공사도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장마가 시작하자 지난해 악몽이 되풀이 될까 주민들이 벌써 불안해하고 있다.장마철에는 홍수와 산사태, 침수, 붕괴, 낙석사고 등 다양한 사고들이 일어난다. 언제 어디서 예고 없는 재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걱정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신재생 에너지 정책의 추진으로 전국 산림 곳곳에 태양광 발전시설이 들어서면서 산사태 등의 위험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지난해 8월 청도에서는 집중호우로 태양광 시설로 인한 산사태가 발생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 한 적이 있다.경북도는 면적이 넓고 가축과 어장, 농작물 재배지역도 비교적 많아 피해가 나면 그 정도가 대개 크게 나타난다. 사전 예방 활동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우리의 경험으로 보면 각종 재난사고는 천재(天災)라기 보다 인재(人災)일 경우가 훨씬 많다. 사전의 철저한 준비가 있으면 피해를 확 줄일 수 있는 데도 소홀히 해서 불행을 겪는 일이 실제 많이 일어난다.장마와 태풍 등 자연재해는 사람의 힘으로 완전히 제어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빈틈없는 준비와 재난 대응 시스템의 올바른 작동으로 피해를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 지난해 태풍 콩레이로 피해를 입은 영덕군이 아직까지 수마에 대비하지 못한 것은 인재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점에서 걱정이다. 장마는 자연재난뿐 아니라 여름철 각종 질병도 유발한다. 위생관리도 신경써야 할 분야다. 행정기관을 비롯 민간단체나 개인도 장마에 대비해 집안 구석구석을 살펴보는 등 사고 예방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2019-06-30

‘김해신공항 재검증’ 불똥… TK 자중지란 추태 안돼

그동안 꾸준히 추진돼오던 부산·울산·경남(부울경)의 가덕도 신공항 추진 모의가 구체화하고 있는 시점에 대구·경북(TK)의 정치권이 유치한 ‘네 탓 공방’에 접어들었다는 소식이다. 자유한국당 지역정치인들이 가덕도 신공항 음모를 비판하자, 더불어민주당이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책임을 물고 늘어지는 형국이다. 지역민들의 정서를 이해한다면 정치권이 이렇게 자중지란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지난 20일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과 오거돈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만나 영남권 신공항으로 확정된 김해신공항에 대한 검증을 총리실에서 진행한다는 내용의 합의문을 발표했다. 이는 꾸준히 대두되던 ‘설’이 실행단계에 접어든 형국이다. 정부의 김해신공항 재검증은 부산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읽힌다. 난처한 처지에 빠진 국토부의 악역을 총리실이 떠맡았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의 편법이다.주지하다시피 동남권 신공항 문제를 놓고 장기간 반목과 갈등을 거듭하던 영남권 5개 시도지사는 2014년 10월과 2015년 1월 두 차례 모임을 가져 “외국 전문기관의 용역을 통한 정부 용역결과를 수용한다”는 약속을 했다. 그리하여 그 결과를 수용한 것이 김해신공항 안이다. 정부는 이후 후속 조치로 김해신공항 확장 기본계획 수립 등 후속 절차를 밟고 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었다고 국책사업을 홀라당 뒤집으려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자유한국당 김광림(안동) 최고위원은 지난달 27일 부울경 단체장들이 가덕도 신공항을 재추진하는 것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동남권 신공항으로 지역간 편 가르기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최고위원은 “대통령과 청와대는 지금 선거에서 ‘한 표’ 더 얻으려고 정부정책의 신뢰성을 모조리 무너뜨리고 있다”고 신랄하게 꼬집었다.반면, 민주당 남칠우 대구시당위원장 등 당직자들은 차담회에서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를 겨냥해 “올해 1월 이 지사와 권 시장이 K-2·대구공항 통합이전이 우선 추진되면 부산의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허용하겠다고 한 것이 PK와 국토부, 총리실의 김해신공항 재검증 사태를 야기했다”고 비난했다. 영남권이 합의·결정한 김해신공항 건설이 이러한 발언으로 말미암아 결국 국무총리실 재검증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정파적 목적으로 ‘가덕도 신공항’ 모의를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삼척동자도 다 아는 판에 TK지역 정치인들의 더러운 상호총질은 명분도 의미도 없다. 진영논리의 포로가 되어 지역의 이익을 외면하는 정치인 군상들의 천박한 양식이 경이롭기만 하다. 작금의 자중지란은 TK 정치의 몰락을 상징할 따름이다.

2019-06-30

출생률 역대 최저… 정부 대책 효용성 재검토를

출생률이 한없이 추락하고 있다. 지난 4월 출생아 수가 또다시 역대 최저 수준을 찍으면서 최소 기록을 37개월째 이어갔다. 정부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저출산 예산으로 모두 153조 원을 쏟아부었다. 맞춤형 보육, 교육개혁, 신혼부부 주거 지원, 청년고용 활성화, 난임 지원 등 다양한 시책을 펼쳤다. 지방정부들도 갖가지 아이디어를 동원해 상황개선을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정부의 대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통계청의 ‘2019년 4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해 4월 출생아 수는 1년 전 같은 달보다 1천700명(6.1%) 줄어든 2만6천100명으로 집계됐다. 인구 1천 명당 출생아 수를 뜻하는 ‘조출생률’은 6.2명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연간 출생아 수는 1971년 102명에서 지난해 32만 명대로 급감했고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0명대를 기록하고 있다.올 4월 출생아 수에서 사망자 수를 뺀 인구 자연증가분은 2천200명이었다. 혼인 건수는 2만 건으로 1년 전보다 600건(2.9%) 감소했다. 이 수치들은 1981년 집계 시작 이후 이후 4월 기준 최저치다. 혼인은 전년 동월과 비교했을 때 작년 11월 이후 6개월 연속 줄었다. 반면 4월 이혼은 9천500건으로 1년 전보다 800건(9.2%) 증가했다. 이혼은 4월 기준으로 2014년(9천576건) 이후 가장 많았다.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로 꼽히는 일본은 1970년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지 24년이 지난 1994년 고령사회로 진입했고, 11년 만인 2005년 초고령사회로 들어섰다. 일본의 고령화 속도 기록을 우리나라가 초고속으로 뛰어넘었다. 유엔 인구추계와 비교했을 때 2065년에는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5개 중 생산연령인구 비중이 가장 낮고, 고령인구 비중은 가장 높은 나라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작금의 출생아 감소와 고령화 추세는 국가의 존폐를 가름할 치명적인 변수다. 공동체의 존속을 위협하는 심각한 적신호 앞에서 ‘국가비상사태’라도 선포해야 한다는 걱정은 결코 엄살이 아니다. 왜 안 낳으려고 하는지부터 정확하게 짚어내고 처방해야 한다. 단순 지원이 아닌 근본대책 마련에 더 힘써야 한다. 빈부격차 해소, 지나친 ‘경쟁’ 문화 개선 등 행복지수를 높이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 ‘행복은 재산순, 출세순, 성적순’이라는 현실 인식이 살아있는 한 백약이 무효일 수밖에 없다. 생각을 바꾸라고 강요할 것이 아니라, 생각이 저절로 달라지도록 나라를 바꿔야 한다. 지금 우리는 고속열차를 타고 낭떠러지로 향하고 있다.

2019-06-27

불법촬영 범죄 발본색원해야

불법촬영이란 당사자와 합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카메라 등으로 상대방을 촬영하거나 촬영한 내용을 배포하는 행위다. 최근 스마트폰 등 첨단장비가 개발되면서 불법촬영하는 내용이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날로 저질화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어느 때보다 강력한 단속이 요망되는 시점이라 하겠다.과거에는 당사자 몰래 찍은 사진물을 ‘몰카’나 ‘도촬’ 등으로 불렀다. 그러나 범죄의 심각성이 드러나면서 몰카 등은 사안을 희석할 가벼운 용어라는 비판과 함께 명칭도 불법 촬영으로 바뀌었다. 알다시피 새로운 수법의 디지털 성범죄의 증가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불법 촬영 범죄가 2.5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성범죄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도 날로 커지고 있다. 불법촬영 장소도 대중없다. 역이나 대합실, 노상, 화장실, 아파트 주택 등 장소 불문하고 우리의 주변에서 발생하고 있어 몰카 공포증을 호소하는 사람도 날로 늘고 있다.대구시가 버스터미널 주변의 디지털 성범죄 소탕에 나선다고 한다. 대구시는 지난 5월 렌즈 탐지기와 주파수 탐지기 등을 구입, 시군구에 무상으로 양여하고 관할 내 터미널 사업자가 상시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한다. 또 관리 감독도 강화해 버스터미널 주변에서 발생하는 디지털 성범죄를 집중 단속해 시민들이 안심하고 화장실 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나간다는 방침이다.불법촬영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것처럼 불법촬영의 문제는 대구시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 문제다. 연예인들이 얽힌 가수 정준영의 불법촬영 범죄가 알려지면서 불법촬영을 우려하는 사람이 특별히 많아진 요즘이다. 여성들의 경우 80%가 일상에서 불법촬영으로 인한 사생활 노출을 걱정한다고 했다. 일부 여성들은 스스로가 자구책으로 몰카로 의심되는 구멍에 붙일 스티커나 실리콘, 얼굴 가리기 마스크 등을 인터넷에서 구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한다.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세태다. 반면에 불법촬영 범죄의 수법은 날로 다양화돼 이런 자구책에도 불안감이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당국의 강력한 대책과 처벌이 병행돼야 할 이유가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다.불법촬영 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다수 국민은 “처벌이 약하다”는 지적을 한다. 한국여성변호사회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카메라를 이용 촬영한 죄의 1심 양형의 경우 벌금형이 72%다. 집행유예 15%며, 징역형이 선고된 경우는 5.3%에 불과했다. 불법촬영 범죄가 다른 범죄보다 재범률이 높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좀 더 강력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은 당연하다.불법촬영은 당사자의 성적 수치심을 물론 정신적으로 말 할 수없는 상처를 주게 된다. 음주운전 사고에 대한 가중처벌처럼 디지털 범죄에 대해서도 강력한 법적 처벌이 있어야 한다. 일벌백계를 통해 우리사회의 독버섯처럼 사라지지 않는 불법촬영 범죄를 발본색원해 내야 한다.

2019-06-27

도둑 날인으로 교과서 수정?… 이 나라 ‘정상’ 아니다

문재인 정부 첫 교육부 수장인 김상곤 장관 시절 공무원들이 초등학교 6학년 국정 사회 교과서 내용을 집필자 동의 없이 무단으로 수정하고 관련 서류를 위조한 전대미문의 사건이 밝혀졌다. 이들은 2018학년도 초등학교 6학년 1학기 사회 교과서 내용 중 ‘대한민국 수립’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변경하는 등 주요 내용 219곳을 바꾸면서 집필 책임자의 인장을 도둑 날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무래도 이 나라는 지금 정상궤도를 크게 벗어난 게 분명하다. 대전지검은 교육부 교과서정책과장 A씨와 교육연구사 B씨 등 담당 공무원 2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사문서위조교사, 위조사문서행사교사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집필자 패싱’ 교과서 논란은 지난해 3월 초등학교 6학년 1학기 사회 교과서 집필 책임자인 박용조 진주교대 교수가 내용을 폭로하면서 처음 불거졌다. 당시 국회에 출석한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교과서 수정·보완은 적법하다”면서 “출판사와 집필자들의 문제”라고 발뺌을 했었다.문제는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된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죄악시하던 ‘김상곤 교육부’가 유례를 찾기 힘든 범죄적 수법으로 교과서 내용을 정권 코드에 맞춰서 마구잡이로 고쳤다는 사실이다. ‘김상곤 교육부’는 전 정부의 교과서 국정화를 ‘적폐·국정 농단’으로 규정짓고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등 고위직을 포함해 모두 17명(청와대 5명, 교육부 8명, 민간인 4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었다.검찰의 ‘국정교과서 불법 수정’ 사건 공소장에는 교육부가 지난해 교과서 수정의 최초 기획부터 여론 조작, ‘집필자 패싱(건너뛰기)’, 협의록 위조 등 전 과정에 불법 개입한 정황이 뚜렷이 드러나 있다. 그럼에도 검찰은 교육부 교과서정책과장과 교육연구사 등 담당 공무원 2명과 출판사 관계자 1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데 그쳐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새마을 운동’이나 ‘한강의 기적’ 같은 표현을 포함해 집필자도 모르게 수백 곳이나 삭제·수정한 이 교과서는 전국 6천64개 초등학교, 총 43만3천721명의 학생들이 교재로 쓰고 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심각한 범죄적 행태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징계를 하기는커녕 당사자 중 한 명을‘영전’으로 여기는 해외 파견까지 보낸 사실이다. 끊임없이 교과서를 왜곡하는 일본의 만행을 놓고 날마다 해마다 치를 떠는 게 이 나라 국민 아니던가.교육부 일개 과장이 아무도 모르게 이런 짓을 저질렀다는 변명은 소도 웃을 거짓말이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줄줄이 이어지는 오만한 권력의 일탈 앞에 국민들은 억장이 무너진다.

2019-06-26

김해 신공항 재검토가 가덕도 신공항 아님 밝혀야

1천300만 영남권 신공항으로 확정된 김해 신공항을 총리실에서 다시 검토키로 합의한 국토부와 부울경(부산시·울산시·경남도) 합의에 대해 지역의 반발 여론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윤종진 경북도 행정부지사는 25일 국무총리실을 방문해 지난 20일 부울경 시도지사와 국토부가 김해 신공항 재검증을 총리실에서 논의하기로 합의한 것에 대해 공식 항의했다. 같은 날 대구시의회 통합신공항 건설특별위원회도 성명을 냈다. 의회는 성명에서 “특정지역 정치권의 일방적 요구에 따라 결정한 김해 신공항 재검토를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이날 총리실에 낸 건의서에서 △김해 신공항 재검토의 필요성과 이유 △재검증 절차를 거친다면 검증시기, 방법, 절차 등을 영남권 5개 시도와 합의 △김해 신공항 재검증이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아님을 밝힐 것 △재검증이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도록 할 것 등을 요구했다고 한다. 대구경북으로서는 합당하고 당연한 요구들이다.김해공항을 확장키로 한 김해 신공항은 영남권 전체 주민을 위한 국책사업이기 때문이다. 공항건설로 발생할 수혜가 부울경만 가지는 것이 아니라 대구경북민도 함께 누려야 할 몫이라는 것이다. 대구경북 500만여 주민들의 뜻이 반영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정부는 지난 2016년 6월, 영남권 신공항의 대안으로 기존 김해공항 확장을 최종 결정했다. 영남권 신공항 입지를 둘러싸고 가덕도와 밀양으로 나눠져 갈등을 거듭해 왔던 문제를 정부의 중재로 최종 마무리했던 것이다. 영남권 5개 시도지사는 2014년 10월과 2015년 1월 두 차례 모임을 가져 “외국 전문기관의 용역을 통한 정부 용역결과를 수용한다”는 약속을 하고 그 결과를 수용한 것이 김해 신공항안이다. 정부는 이후 후속 조치로 김해 신공항 확장 사업에 대한 기본계획 수립 등 후속 절차를 지금도 밟고 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국책사업을 뒤집을 수는 없다. 정부에 대한 대국민적 신뢰가 무너진다. 다음에 정권이 바뀌면 또다시 바뀔 수 있다면 이건 국책사업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김해 신공항 재검토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전초단계며 가덕도 신공항으로 결론을 내놓고 일을 진행시키고 있다”는 말도 한다. 실제로 일부 정치인들의 경박한 언동으로 이런 의심을 받기도 해 지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대구시와 경북도가 건의서를 통해 밝힌 질의에 대해 총리실은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것만이 영남권 전체 주민들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다. 국책사업을 두고 정치적 음모가 개입된다면 결과는 불행해질 수 밖에 없다. 국무총리실의 원칙적이고 합법적 판단이 더 큰 논란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김해 신공항 재검증이 가덕도 신공항건설이 아님을 명확히 해야 한다.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 막는 일은 없어야 한다.

2019-06-26

‘北 목선’ 의혹 증폭… 진실 밝히고 근본대책 내놔야

지난 15일 발생한 북한 목선 삼척항 접안 사건에 대한 의혹이 점점 더 심각한 쪽으로 흘러가면서 ‘안보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해양판 ‘노크 귀순’ 사태로 일컬어지는 이번 사건은 자그마한 목선 한 척에 동해안 군경 경비망이 뻥 뚫린 사실 말고도 축소 왜곡발표 의혹, 청와대의 조작 지휘설, 비상식적인 사후처리 등 의혹들이 확산일로로 치닫고 있다. 정부는 하루빨리 진실을 전면 고백하고 재발방지방안 등 근본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북한 목선의 삼척항 입항 사건에 항의하기 위해 해군 1함대를 찾은 자유한국당이 문전박대를 당했다. 한국당 ‘북한선박 입항 은폐·조작 진상조사위원회’는 24일 오전 북한 선박을 확인하고 해군의 설명을 듣기 위해 강원도 동해 해군 1함대사령부를 찾았으나 부대 안에 들어가지 못했다. 조사위의 도착에 맞춰 부대 정문에 나온 해군 관계자가 ‘상부의 불허’를 근거로 막아섰다.북한 목선 삼척항 접안 사건은 우선 우리 군경의 ‘해상경계작전 실패’라는 근원적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탈북’한 목선은 출발지인 함북 경성 집삼 포구에서 800㎞, 군사분계선에서 삼척항까지 130㎞나 되는 거리를 3박 4일간 항해했다. 이를 제대로 식별하지 못했다는 것은 변명을 허락하지 않는다.목선을 타고 온 4명의 행태 또한 수상하기 그지없다. CCTV 화면에 등장하는 그들의 행색이나 행동은 28마력짜리 엔진 하나가 달린 소형 목선을 타고 함경북도에서 출항해 망망대해에서 며칠 동안이나 파도에 시달리다가 가까스로 항구로 들어온 사람들의 모습이 아니었다는 것이 목격자들의 증언이다.삼척항의 북한 선박 사진을 보면 출동한 경찰도 북한 주민들과 한가로이 대화하고 있다. 게다가 2명이 돌아가겠다고 하자 국정원이 즉시 보내 주었다고 한다. 자유 왕래가 아니고서야 북에서 넘어온 사람들을 이렇게 처리한 전례가 있나. 북으로 돌아간 두 사람에 대해서는 무엇 때문에 조사가 그렇게 초특급으로 이뤄졌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국방부 기자실에서 진행된 ‘북한 목선’ 관련 거짓말 백브리핑(익명 브리핑)에 청와대 행정관이 몰래 참석했다는 사실은 또 무엇을 말하는 이상한 장면인가.이번 사태를 놓고 ‘조작된 국방게이트’라는 자유한국당이 주장을 단순한 정치공세로 치부하기에는 수상한 대목이 너무 많다. 정부가 감추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사건의 정확한 실체는 무엇인지 전말을 남김없이 밝히는 것이 순서다.재발방지책을 포함한 완벽한 대책을 세워 극심한 안보 불안의 늪에 빠진 민심을 가라앉혀야 한다.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이 험악한 풍문들의 살벌한 뒤끝을 도대체 어찌 감당하려고 이렇게 막무가내인가.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

2019-06-25

대구·경북 신남방 시장 공동 개척, 시의적절하다

경북도와 대구시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대구경북 자카르타 사무소를 개소하는 등 신남방지역 진출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중앙정부의 수도권 중심 개발정책으로 날로 피폐해지고 있는 지역경제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한 자구책의 일환이다. 이철우 경북지사와 이승호 대구경제부시장 등은 2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사무소 개소식에 직접 참가하고 본격적인 신남방시장 개척에 나섰다.신남방 정책은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포럼에서 공식 천명한 정책이다.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수준을 높여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4개 강국과 같은 수준의 협력관계를 유지 강화한다는 정책이다. 특히 중국 중심의 교역에서 벗어나 시장을 다변화하는 한반도의 경제 영역을 확장한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 그 중 베트남은 중국, 미국, 일본에 이어 한국의 네 번째 교역국이다. 신남방 정책의 핵심 국가라 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는 인구 2억7천만 명을 가진 아세안 10개국의 중심국가로 베트남 다음으로 많은 2천 개의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는 나라다. 향후 중국시장을 대체할 후보시장으로 적당하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다.경북과 대구는 일찍 상생 협력을 선언하고 비록 행정적 영역은 다르더라도 공동의 노력으로 공동의 이익을 만들기로 했다. 우선 경제와 관광분야가 상호 힘을 합치기에 가장 적합한 분야로 보고 광역단체장 교차근무와 인적교류 등을 통해 상호협력 체제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이번 자카르타 사무소 개소도 이런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지금 대구와 경북의 경제 사정이 녹록지가 않다. 국내적으로는 수도권에 집중된 경제정책으로 지방이 소외를 당하고 지방의 실물경제도 좋지가 않은 상태에 놓여 있다. 새로운 돌파구가 절실한 시점이다. 이런 측면에서 경북과 대구의 아세안지역 시장 공동공략은 매우 바람직하면서도 시기가 적절한 사업이다. 지난달 권영진 대구시장과 윤종진 경북도행정부지사의 베트남 방문이 있었다. 호찌민 현지에서 열린 대구경북의 공동 관광마케팅 활동은 침체에 있는 지역관광업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했다. 경북과 대구는 한 뿌리의 문화를 가진 지역이다. 경북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관광자원과 문화재를 가진 곳이다. 대구와 연계한 관광산업은 시너지를 내기에 충분하다. 관광뿐 아니라 산업적 측면에서도 시너지가 예상되는 관계에 있다.이철우 도지사 일행은 베트남에서 아세안시장 개척의 시동을 걸었다. 때마침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중국 수출이 급격히 줄고 있는 마당이다. 이번 해외시장 공동 개척이 지역산업의 새로운 활로 개척과 시장 다변화에 기여하는 전기가 됐으면 한다. 특히 자카르타 현지 사무소가 경북과 대구의 수출 전진기지로서 역할을 십분 발휘해 우리지역에 신바람을 일으키길 기대한다.

2019-06-25

6·25 예순아홉 돌… ‘안보 불감증’을 걱정한다

인류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비극적 6·25 전쟁 발발 예순아홉 돌을 맞는다. 남북, 북미 회담으로 연결된 극적 변화 붐을 타고 ‘평화’에 대한 갈망은 더욱 깊어진 반면, 실질적인 안보위기는 전혀 해소되지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정말 심각한 문제는 우리 국민들의 정신적 무장해제 현상이다. 이렇게 무심히 해체돼선 안 된다. ‘평화’가 목전에 다다를 때도 우리는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한없이 깊어지고 있는 ‘안보 불감증’이 걱정이다. 북한 소형 목선이 삼척항에 들어왔던 15일 오전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박한기 합참의장 등이 참석한 대책회의가 합동참모본부 지하벙커에서 열렸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그런데도 국방부와 합참은 이틀 후인 17일 백그라운드(익명) 브리핑에서 북한 소형 목선의 발견 장소에 대해 삼척항 방파제 부두가 아닌 ‘삼척항 인근’이라고 밝혔다. 또 북한 소형 목선이 실제 엔진을 가동해 항구로 진입했는데도 “표류해서 발견하기 힘들었다”고 거짓말을 했다. 청와대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를 놓고 정치적 파장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두 명의 북한 어민 중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북한으로 돌려보낸 두 명에 대해서도 설왕설래가 나온다. 그들이 정말 귀순한 두 명의 탈북을 방조한 민간인이었다면 북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게 분명하다. 북한 비핵화의 가치를 몰라서가 아니다. 아직 아무것도 바뀐 게 없는데, 북한 비위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우리 군마저 비굴하고 비겁한 행태를 보태기 시작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중대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온 국민의 생존이 걸린 안보는 추호도 양보할 수 없는 중대 영역이다. 안보는 리허설이 있을 수 없다. 한번 깨지면 다 깨지는 엄중한 게임이다. 국군통수권자가 군인들 앞에서 강조해야 할 말은 ‘최강의 국방력’이지 ‘평화의 가치’가 아니다. 로마의 전략가 베게티우스가 한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고 한 말은 영원한 금언이다.현 정권은 군 복무 기간을 21개월에서 19개월로 단축하고 위수지역 확대, 병사 근무시간 외 핸드폰 사용 허용 등 파격적인 군사 정책을 펼쳐왔다. 교과서에는 ‘자유’라는 단어를 빼고 ‘민주주의’라고만 쓰게 해 ‘사회민주주의’를 포괄했다. 25년 전엔 북한의 ‘서울 불바다’ 발언에 우리 국민이 쌀과 라면을 사재기하느라 법석을 떨었다. 기껏 ‘말 폭탄’ 하나에 벌벌 떨던 같은 국민이 지금은 ‘완성된 핵’들을 머리에 이고도 무덤덤하다. 아빠에게 “6·25 전쟁은 북침 아닌가요?”라고 묻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는데, 이를 어째야 하나. 지금 이 나라의 백성들은 끓는 물 안에서 천천히 죽어가는 딱한 개구리(boiling frog) 신세인지도 모른다.

2019-06-24

통합신공항, 가덕도신공항 병행 추진 수단돼선 안 돼

미적대던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사업이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이르면 군공항과 민간공항을 동시에 이전할 신공항 이전지가 11월 중이면 결정된다는 소식이다. 대구시와 경북도도 이에 맞춰 후속사업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구시는 이전 후적지(K-2) 개발을 위해 도시계획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종전부지 개발 청사진을 만들기로 했다. 경북도도 새로이 들어설 신공항 배후도시에 대한 본격적인 조성 계획을 검토하기 시작했다.대구시와 국방부 등이 밝힌 향후 통합신공항 추진 일정은 다음과 같다. 이달 중으로 권영진 대구시장과 정경두 국방부장관 등이 참석하는 이전부지 선정위원회가 열리고 종전부지 활용방안 등을 심의 확정한다. 7월에는 경북도와 이전후보지 지방자치단체와 본격적 지원계획을 협의하고 이전부지 선정 절차와 기준도 마련한다. 8∼9월에는 주민공청회와 주민투표 등이 있으며 11월 최종 이전지를 선정한다는 것이다.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에 그동안 대체로 유보적 입장을 보였던 정부가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 다만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 사업이 본격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김해신공항 재검토 문제가 총리실로 넘어간 것은 우리를 찜찜하게 하는 대목이다. 부산과 울산, 경남도가 추진하는 부산 가덕도신공항 건설은 김해신공항의 백지화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에 재검증은 필수다. 다시 말해 김해신공항 재검증은 부산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는 뜻이다.지난 2월 문재인 대통령의 부산 방문 때 발언만으로도 의심이 가기가 충분하다. 문 대통령은 “김해공항 확장에 대해 영남권 5개 단체장의 생각이 다르다면 부득이 검증 논의를 총리실로 격상해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당시 부산 언론들은 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대한 강력한 지원 메시지라 풀이했다.국토부와 부·울·경이 최근 밝힌 김해신공항 재검증 합의는 이 같은 배경과 무관치 않다. 거꾸로 말하면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기초작업이 시작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전지 선정이나 K-2부지 가치 선정에 까다롭던 국방부가 갑자기 태도를 수그린 것도 모두 이런데서 이유를 찾아 볼 수 있다. 알다시피 가덕도신공항은 국가 제2관문공항으로 그려져 있다. 군부대에 딸린 대구경북 통합신공항과는 비교가 안 된다. 종전 부지를 팔아서 사업을 해야 하는 기부대양여 방식의 통합신공항과 개념 자체가 다르다. 통합신공항의 기능에 미칠 악영향은 상상하고도 남는다.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사업을 추진하면서 우리가 반드시 경계해야 할 대목이 바로 이 부분이다. 김해신공항 문제가 부·울·경의 환심을 사야하는 정치적 이유 때문에 정부가 원칙을 던져버렸다. 여기에 대구경북 통합신공항마저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만다면 대구경북민의 자존심은 갈가리 찢어지고 말 것이다.

2019-06-24

‘노는 국회’ 근본대책은 여야 ‘협치’뿐이다

국회가 76일 만에 문을 열고도 여야 갈등으로 ‘개점휴업’ 상태를 보이면서 ‘노는 국회’에 대한 견제대책을 놓고 설왕설래가 깊어지고 있다. 특히 여권(與圈)을 중심으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니, ‘회기 임금제’니 다양한 방안들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무조건 등원’을 강권하고 있는 집권 여당의 행태나 ‘몽니 정치’에 중독된 야당의 습성을 근본적으로 개혁하기 위해서는 여야 ‘협치’ 말고 다른 묘책은 없다. ‘양보와 타협’이라는 정치 본연의 미덕이 절실하다. ‘선(先) 국회 정상화, 후(後) 경제토론회’를 주장하는 민주당 입장과, ‘경제토론회 우선 개최 및 패스트트랙 사과·철회’를 내건 한국당 입장의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모양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이 북한어선 입항 문제를 따질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돌발 변수도 생겼다. 민주당은 이 문제 역시 국회 정상화 후 관련 상임위에서 충분히 다룰 수 있어 국정조사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여야 정치권의 ‘갈등 생산성’은 가히 괄목할만한 세계 최고 수준이고, ‘놀고먹기’ 기술 또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말꼬리 잡고 늘어지고, 상대방 약점 물어뜯는 능력을 정치력이라고 여기는 정치꾼들이 판을 치고 있다. 틈날 때마다 한목소리를 내며 한국당을 협공하고 있는 민주·바른미래·평화·정의당 등 여야 4당이 이번에는 황교안 대표의 ‘아들 스펙 발언 논란’을 놓고 자극적인 용어들을 동원해 맹공을 퍼붓고 있다.더불어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황교안 대표는 청년들에게 염장을 지른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도 “‘무스펙 취업성공’이라는 자식 자랑은 KT 특혜채용 의혹을 자인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한국당은 ‘정치적 공세를 위해 황 대표 발언의 진의를 왜곡하는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황 대표도 전날 밤 페이스북 글에 이어 거듭 해명에 나서는 등 논란 확산 차단에 나섰다.어쨌거나 좀처럼 정상적인 정치를 생산해내지 못하고 사사건건 쩨쩨한 시비와 말다툼만 지속하는 국회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위험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게 사실이다. 안타까운 것은 여당과 범진보 2중대 정치인들이 내놓고 있는 ‘국회의원 소환제’, ‘회기 임금제’ 따위의 입법 으름장들은 제1야당 자유한국당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음이 자명하다. 정말 국회를 정상화하고 나랏일을 생산적으로 하려는 의지라곤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는다. 자유한국당을 파트너로 존중하려는 마음 자체가 아예 희박해 보인다. 이래서는 안 된다. 숱하게 약속했던 ‘협치’ 정신을 통 크게 실천해야 한다. 나만 옳고, 너는 무조건 그르다는 옹졸한 정치야말로 참 나쁜 정치다.

2019-06-23

대구경북 뺀 김해 신공항 재검증 안 된다

영남권 신공항 문제가 결국 부산·울산·경남의 뜻대로 갈 모양이다.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4년 전 정부가 공신력 있는 기관을 통해 검증하고 어렵게 결정했던 국책사업이 일부 광역단체장의 반발에 굴복하고 만 셈이 됐다. 이미 종료된 국책사업이 해당 부처보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총리실에서 검증하는 나쁜 선례도 남기게 됐다.20일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과 오거돈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만나 영남권 신공항으로 확정된 김해 신공항에 대한 검증을 총리실에서 진행한다는 내용의 합의문을 발표했다.문재인 정부가 들면서 부울경 단체장 중심으로 밀어붙인 김해 신공항 재검증 문제는 해당부처인 국토부의 반대를 넘어서면서 이제 정치적 힘에 의해 좌우되는 모양새를 취하게 된 것이다. 국민이 보기에 정부 정책에 대한 믿음이 이 정도인가 싶은 생각을 들게 했다. 정권이 바뀌면 결정된 국가 정책도 정치력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 깡그리 무너진 꼴이 됐다.문제는 김해 신공항은 2016년 당시 영남권 5개 시도지사가 합의한 내용인데도 대구·경북단체장의 털끝만 한 동의도 없었다는 점이다. 당시 5개 단체장은 국제적 공신력을 가진 기관의 연구결과를 신뢰하고 그 결과를 존중하기로 약속한 사안이다. 재론의 여지가 없다. 김해 신공항은 영남권 관문공항으로 추진하는 우리나라 제2의 국제공항 역할을 하게 된다. 부산, 울산, 경남도민뿐 아니라 대구, 경북도민들도 수혜자이다. 그들의 동의도 당연히 있어야 할 사안이다.부산, 울산, 경남도가 대구·경북을 빼고 국토부와 합의한 것은 영남권 관문공항의 건설 취지를 망각한 일이며 절차조차 맞지가 않다. 대구경북민들이 반발하고 성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자유한국당 TK발전협의회가 대정부 투쟁을 선언했고, 여당인 민주당 대구시당도 반대 목소리를 냈다. 특히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내년 총선을 겨냥한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는 것 아니냐 하는 점이다. 부울경의 주장을 수용하면서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에 대한 의도적 갈라치기 전략으로 민심을 이간하겠다는 것이라면 더 한심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문 정부 들어 대구경북은 인재 등용과 예산 배정에서 많은 소외감을 느껴왔다. 실제로 각종 장차관급 인사에 대구경북 출신은 눈곱 만한 배려도 없었다. 지역민이 받은 정부에 대한 실망감은 매우 크다 할 것이다. TK패싱으로 통하는 현 정부의 대구경북에 대한 시각이 김해 신공항 재검증으로 또다시 이어진 것이라면 대구경북민 결코 용납할 수가 없다.이번 합의에 대해 청와대와 총리실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김해 신공항 검증이 가덕도 신공항 현실화와 연결된다면 그 후폭풍 역시 만만치 않음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대구경북이 빠진 김해 신공항 합의문은 온 국민을 갈등국면으로 몰아세울 뿐 국가적으로 도움될 일이 하나도 없다. 바로 철회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2019-06-23

확대되는 ‘주 52시간 근무’, 특단 조치로 혼란 막아야

오는 7월 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제의 적용 범위가 확대되면서 그동안 예외 적용을 받았던 버스업계 등이 본격 시행을 앞두고 긴장 상태에 빠졌다고 한다. 특례 제외업종에 포함돼 1년 동안 계도기간을 거쳤다고 하지만 부작용에 대한 당국의 뾰족한 대응책이 없는 가운데 법 적용기간을 맞아야 해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다음 달부터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을 받아야 하는 특례 제외업종은 버스업과 금융, 교육서비스 등 21개 업종이나 된다. 지난달 파업을 결의했던 버스업계는 주 52시간 근무제 본격 시행에 대비, 버스기사 모집에 나섰지만 대체로 인력수급이 원활치 않다는 반응이다. 일부 회사는 인력을 채용했으나 짧은 시간에 기사를 모집해야 하는 탓에 초보기사들이 대거 뽑혀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기사 채용으로 인건비 부담이 늘고, 재정이 취약한 지방의 버스회사 가운데 일부는 벌써부터 노선 감축 등을 궁여지책으로 꺼내들고 있다고 한다. 잘못하다간 서민만 덤터기를 쓸지 모를 것 같다는 얘기다.작년 7월부터 시작한 주 52시간 근무제는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먼저 실시했다. 강행 규정이므로 노사가 합의를 해도 주 52시간을 초과할 수가 없다. 이를 어기면 사업주는 형사처벌을 받는다.휴일 근로시간을 줄여 근로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근로시간 단축이 추가 인력에 대한 수요로 이어져 장기적 관점에서는 일자리 창출의 효과를 기대한다는 게 정부의 정책 의도다.그러나 1년간 시행하면서 많은 부작용이 드러났다. 근로자는 임금이 되레 줄어들고 사업주는 새로운 인력 채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우려해 채용을 기피하는 등으로 정부 의도와는 사뭇 다른 현상들이 나타난 것이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과 최저임금 인상 정책 등과 함께 문 정부를 대표하는 정책이다. 그러나 이런 대표 정책이 성과를 내기는커녕 정부 출범 2년이 되도록 경제난이 지속되면서 정책에 대한 비판도 거세게 일고 있다. 지난 4월 경제계 원로들도 문 대통령에게 정부 정책의 보완을 요청하기도 했던 일이다. 지난달 빚어진 전국적 버스 대란의 위기도 근본 원인은 버스업계의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있었다. 벼랑 끝에 몰렸던 버스업계가 찾은 돌파구는 결국 요금 인상이었다. 요금 인상으로 버스업계의 임금을 보전해주고, 기사 채용을 위한 재원으로 충당하라는 것이다.정부가 의지로 추진한 정책의 부작용을 국민이 고스란히 안게 된 꼴이라 할 수 있다. 이번에 확대되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또다시 해당업종의 발목을 잡아 경제를 어렵게 하면 그것 역시 국민의 부담으로 남게 된다. 정부 정책 의도와는 달리 현장에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정책을 보완, 조정하는 유연성이 발휘돼야 한다.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없으면 시장은 더 혼란스럽고 수혜자가 되어야 할 저임금 근로자의 삶의 질이 오히려 더 추락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2019-06-20

북한 어선에 동해안 뚫려…‘축소·변명’이 더 문제

북한 어선 한 척이 아무런 제지나 검문도 받지 않고 삼척항까지 들어와 정박한 일을 놓고 후폭풍이 거세다. 동력선인 문제의 어선이 동해를 넘어 삼척항에 들어와 정박할 동안 군은 물론 경계병들조차 전혀 몰랐다니 한심한 노릇이다. 국가 해상경계의 허점이 고스란히 나타난 것이라는 걱정과 함께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말 심각한 문제는 이 사태에 대해 군 당국이 처음부터 축소와 변명을 시도했다는 점이다. 북한 어선과 선원 4명은 지난 15일 오전 6시50분쯤 산책 나온 주민에게 발견됐다. “어디서 왔느냐”는 물음에 이들은 “북한에서 왔다”고 답했다. 한 북한선원은 “서울의 이모와 통화하고 싶다”며 휴대전화를 빌려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 같은 과정 때문에 해상판 ‘노크 귀순’이라는 말이 나온다. 옷차림은 달랐지만 이들은 모두 민간인으로 확인됐다. 선원 중 송환 의사를 밝힌 2명은 판문점을 통해 되돌아갔다.군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북한 선박은 지난 9일 함경북도에서 출항해 10일 동해 NLL 북방에서 조업 중이던 북한 어선군에 합류했다가 12일 오후 9시쯤 NLL을 넘었다. 울릉도 동방 해상을 거쳐 14일 오후 9시쯤에는 삼척항 동쪽에서 엔진을 끈 상태로 날이 밝기를 기다려 15일 해가 뜬 이후 출발해 오전 6시20분쯤 삼척항 방파제 부두 끝부분에 접안했다.북한 어선이 먼 바다에서 엔진을 끄고 대기하는 순간, 군의 해안감시 레이더에 미세하게 포착됐다. 감시 요원들은 이 표적을 부표나 파도로 인한 반사파로 인식했다. 해양수산청과 해경의 폐쇄회로(CC)TV에도 해당 선박 모습이 찍혔지만, 조업을 마친 남측 어선으로 여겼다. 결과적으로 군과 해경은 57시간이 넘는 동안 이 선박의 동태를 식별하지 못했다.군은 지난 17일 브리핑에서 이 선박이 나중에 28마력 엔진으로 움직였던 사실을 숨겼다. 노후 장비 등 작전환경 등을 고려했을 때 보완해야 할 점은 있지만 “해상·해안 경계작전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정경두 국방부장관의 ‘책임을 묻겠다’는 발언이 나온 후 발표내용을 바꿨고 수뇌부가 야전 지휘관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망망대해를 넘어온 자그마한 목선 하나를 놓친 일을 놓고 지나치게 타박을 하는 것은 온당치 못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군사대치 국면이 완전히 해소된 상태가 아닌 형편에서 일어난 이 경계실패 문제를 하찮게 여길 일은 결코 아니다. 사태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과 재발 방지를 위한 섬세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특히 군 당국이 처음부터 대수롭지 않은 일로 축소하고 변명을 의도했다는 점은 꼼꼼하게 다시 들여다볼 대목이다. 군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으면 다 잃는다.

2019-06-20

적자 폭증 韓電에 선심성 ‘전기료 할인’ 덤터기까지

민관합동 전기요금누진제 태스크포스(민관합동TF)가 기존 3단계 누진제를 유지하되 여름철 누진 구간만 확대하는 방식의 가정용 전기요금 부과 방식 최종 권고안을 채택했다. 정부의 최종 인가가 이루어지면 7∼8월에는 모두 1천629만 가구가 월평균 1만 원 정도의 할인 혜택을 받게 된다고 한다. ‘탈원전’ 충격으로 한전의 적자 폭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판에 내년 총선을 의식해 또다시 감행되는 선심 정책을 어떻게 견뎌낼 것인지 걱정이 커지고 있다. 민관합동TF의 권고안은 7∼8월에 1구간의 전력사용량 상한은 200㎾h에서 300㎾h, 2구간은 400㎾h에서 450㎾h로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전기료 할인 효과는 2018년 사용량을 기준으로 최대 2천800억 원가량으로 추산된다. ‘탈원전’ 충격으로 인해 경영 안정성이 위태로워진 한전의 영업적자는 올 1분기에만 6천299억 원, 연간으로는 2조4천억 원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치가 나와 있다. 탈원전 정책이 추진되기 전인 2017년 4조9천532억 원 이익과 비교하면 7조 원 이상의 이익이 증발한 셈이다.한전의 누적적자는 3월 말 현재 7조1천380억 원이나 불어난 121조2천943억 원에 이르렀다. 이번 누진제 개편으로 부채가 더 빠르게 쌓여갈 것은 불문가지다. 한전의 적자는 결국 국민이 감당해야 하는 빚이다. 한전은 민관합동TF가 정한 전기료 최종 개편안이 한전의 재무 구조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이를 이사회가 의결할 경우 배임에 해당되는지를 로펌에 의뢰했다. 회사에 손해를 미치는 누진제 개편안을 의결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자 법리적 돌파구를 찾아 나선 것이다.한전 경영진에 대한 책임추궁과 주주들의 반발이 부를 후폭풍부터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죽하면 한전의 처지에서 정치적 압력에 의한 ‘눈물의 인하’라는 말까지 나올까. 한 푼이라도 아쉬운 서민들의 입장에서 단돈 1만 원이라도 전기료가 낮아지는 것이 나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여름철마다 전기료를 깎아주는 선심 정책은 대증처방 마약과도 같은 것이다. 경제 원리에도 안 맞고 지속이 가능하지도 않은 정책이라는 지적이다.한전의 적자누적은 상당 부분 탈원전에서 비롯된다. 2015년까지 85%를 넘나들던 원전 가동률은 지난해 65.9%까지 떨어졌다. 올 1분기 75.8%까지 끌어올렸지만, 탈원전에 따라 ‘값싼’ 원전 발전 비중은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섣부르고 어리석은 국가 에너지 정책 전환에서 비롯된 갖가지 부작용을 보고도 정부·여당은 이를 무시하고 ‘직진’만을 외치는 형국이다. 이번 결정이 ‘탈원전’이 불러올 요금 폭탄을 감추려는 꼼수라면 더욱 큰일이다. ‘탈원전’ 정책 수술 말고 다른 해법은 없다는 전문가들의 견해에 이제라도 귀를 기울이는 것이 옳을 것이다.

2019-06-19

음주운전, 이젠 뿌리 뽑을 때다

이달 25일부터 제2의 윤창호법으로 불리는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되면서 음주운전에 대한 단속과 처벌이 강화된다. 음주운전 단속기준이 혈중 알코올 농도 0.05%에서 0.03%로 강화된다. 면허취소 혈중 알코올 농도 역시 0.1%에서 0.08%로 더 엄격해진다. 음주운전 적발 시 처벌도 강화된다. 현재 음주운전 3회 이상 적발 시 징역 1∼3년 또는 벌금 500만∼1천만 원에 처하던 것을 음주운전 2회 이상 적발 시 징역 2∼5년 또는 벌금 1천만∼2천만 원으로 강화되는 것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개인차는 있으나 성인 남성이 소주 한잔을 마시고 한 시간 후 혈중 알코올 농도를 재면 0.03%를 넘는다고 한다. 이달 25일부터는 술 한잔만 마셔도 음주운전에 적발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음주운전은 아예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특히 과음을 한 다음 날에도 단속 시에 수치가 나올 수가 있어 경찰은 대중교통 이용을 권장하고 있다.우리나라는 그동안 음주운전에 대해 비교적 관대했다.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기준도 선진국에 비해 약했으며 음주문화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도 전통적으로 관용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발생한 군 전역을 앞둔 윤창호군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사망한 이후 국민적 여론이 크게 악화됐다.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음주운전자는 타인의 생명과 가정의 행복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확대한 주요 전기로 작용한 것이다.그렇지만 여전히 음주운전에 대한 잠재적 유발 요인들이 남아 있어 왔던 것도 사실이다. 윤창호법 시행으로 한동안 숙지던 음주운전 사고가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고개를 들기도 했던 것이 그런 사례다. 특히 음주운전자의 재범률이 높게 나와 음주운전 근절을 위한 사회적 인식 변화가 더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많이 나왔다. 이번에 개정된 도로교통법은 이런 사회적 인식 변화를 일깨우는데 한몫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음주운전 단속 및 처벌기준이 선진국 수준만큼 가까이 따라간 것이 이런 기대감을 갖게 한다. 가까운 일본도 0.03% 이상이 음주단속의 기준이다. 일본은 음주운전 당사자는 물론 동승자, 술을 제공한 사람까지 처벌하는 것은 우리와는 조금 다르다.경북경찰청은 25일 시행되는 개정 도로교통법을 앞두고 음주단속 및 홍보 활동에 나선다. 경찰은 야간 및 심야 시간대와 주간단속도 병행, 계도 활동에 나선다. 제2 윤창호법 시행에 대한 일반의 홍보가 많이 부족하다. 본격적 단속 강화에 앞서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를 주기 위한 대대적 홍보가 먼저 있어야 한다. 이번 도로교통법 개정은 한국의 음주문화를 개선시키는데 큰 분기점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사전홍보가 더 필요하다. 무엇보다 운전자 스스로가 깨닫는 만큼 효과가 큰 것은 없다. 운전자는 음주운전은 살인행위와 같고,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는 생각으로 스스로 자제하는 노력을 하여야 한다.

2019-06-19

외지 건설사와 지역업체 상생은 지역경제 살리는 길

지역의 대형 공공 공사와 대단지 아파트 신축공사, 재개발 및 재건축 정비사업 등에 수도권 메이저급 건설사들이 직접 참여하는 일들이 잦다. 이들 업체들의 하도급 주는 형태가 자사 연고지 업체이거나 협력업체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래서 지역에서 발주되는 공사라 하더라도 지역업체가 수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다. 전국 지자체가 대형 건설업체의 지역 하도급 비율을 높이고, 가능하면 지역 업체에게 공사를 많이 주도록 권장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지역에서 발생한 이익이 역외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고 지역의 중소건설업체를 보호 육성하기 위한 조치다. 대구시가 (주)포스코 건설, 대우산업개발 등 외지 대형건설업체 관계자와 지역전문건설업계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동반 성장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매년 되풀이되는 지역업체와의 하도급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특히 대구지역은 수년간 주택분양 경기가 호조를 보이면서 지역의 재개발 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활발했다. 상당수 현장은 외지건설업체들이 직접 시공을 맡고 있어 지역전문건설업체에 대한 하도급 지원이 절실한 형편이다. 대구시는 지난해 지역건설업계 지원을 위해 단체장이 권장하는 지역업체 하도급 비율을 70%로 상향한 바 있다. 영세한 지역업체의 경영 여건을 개선하고 기술력을 쌓는 기회를 주고자 함이다. 지역 중소건설업체에 대한 지원은 건설공사가 가져다주는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부산광역시는 유망중소전문건설사의 성장을 지원하는 ‘스케일 업’(Scale up)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스케일 업’ 사업은 지역전문건설업체 가운데 분야별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유망 중소기업을 선발해 대기업 협력업체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또 부산시는 2016년부터는 하도급 업무 전담팀을 구성해 매년 대형업체를 찾아가 지역업체를 홍보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덕분에 부산지역 전문건설업체의 대기업 건설업체의 협력업체 등록이 많이 늘어났다고 한다.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는 대형 마트가 골목상권을 잠식하는 것과 같이 시장에서 힘의 균형을 깰 때가 많다. 지방자치단체가 개입해 균형을 잡아주지 않으면 빈익빈 부익부가 커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대형 건설사에 대한 상생 협력 요청은 중소기업 보호측면에서 당연한 일이다. 그들의 원만한 상생관계의 발전을 위해 대구시 등 행정기관은 외지 대형건설업체들의 애로나 문제점을 찾아 해결하는 노력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대구지역은 올해도 재개발 및 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많이 진행되고 있다. 정비사업을 통한 자금의 흐름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대기업 등 외지업체들이 주택분양시장을 통해 지역의 자금을 빼가버리면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경제는 더 어려워 질 것이 뻔하다. 대구시의 상생 협조에 외지업체의 관심이 절대 필요하다.

2019-06-18

‘정치력’ 빵점짜리 정치권을 개탄하는 민심

사사건건 대립과 갈등만 양산해내는 여야 정치권을 바라보는 민심이 폭발 직전으로 치닫고 있다. 파탄이 나고 있는 민생은 안중에도 없이 이 나라 정치인들은 주야장천 권력다툼에만 골몰하는 양상이다. 국회법의 패스트트랙 상정으로 극한대결을 지속해온 국회가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당만의 임시국회 개회를 결정하면서 또다시 정면충돌과 파행의 먹구름을 불러모으고 있다. 도대체 국민을 어디까지 얼마나 더 분열시켜야 허망한 적개심들을 내려놓을 참인가.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6월 국회 소집절차에 들어갔다. 제1야당인 한국당을 따돌리고 ‘반쪽 국회’를 열어 정부가 제출한 6조7천억 원 규모의 추경예산안과 각종 민생·개혁법안 처리를 감행하겠다는 시도인 것이다. 여야가 상대의 굴복만 강요하면서 보낸 세월이 길었다. 한국당에 ‘무조건 등원하라’고 몰아붙이는 민주당이나 ‘패스트트랙 철회’를 요구하며 버티는 한국당이나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그러나 굳이 경중을 따지자면 더불어민주당에 더 큰 책임이 있다. 아니, 청와대가 가장 문제인지도 모른다. 한국당이 등원 조건으로 새롭게 제시한 ‘경제청문회’ 개최 요구는 이제 등원하겠다는 사인이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걷어차 버렸다. 물론 한국당이 처음에 이름을 ‘경제실정청문회’라고 붙인 것은 전략적 미스다. 아예 ‘실정’이라고 딱지 붙여놓고 청문회를 하자면 필경 ‘항복 요구’로 받아들일 것이라는 점을 왜 간과했는지 참 모를 일이다. 그런데 지난 17일 대통령 직속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주최 토론회에 청와대 관계자와 여당 정치인, 진보 성향 학자들이 모여 현실과 동떨어진 자화자찬을 쏟아냈다니 기가 막힌다. 모든 경제지표와 통계를 무시한 그들만의 ‘곡학아세’ 놀이에 공감할 국민이란 과연 몇이나 될까. 달나라에 가서 따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고야 이럴 수는 없는 노릇이다.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중앙지검장을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로 파격 지명한 일이 자유한국당에게 새로운 압박요인으로 작동할 낌새다. 국회에 등원하지 않으면 윤 지명자가 편안한 청문회를 거쳐 무혈입성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검찰총장 임명은 국회 동의가 필요한 건 아니라지만, 청문회 검증을 포기하는 것 또한 야당으로서의 직무유기다. 정치권은 지금부터라도 정치력 회복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문희상 국회의장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도 나라를 위해서 지금 결코 잘하고 있는 게 아니다. 부디 이 한심한 ‘똥 볼 경기’ 좀 그만하고 대화와 타협의 묘미를 살려서 이 나라 정치를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건져내길 바란다. 제발, 발상의 전환이 불러올 기적 같은 변화를 적극적으로 상상해주길 신신당부한다.

2019-06-18

졸속 ‘탈원전 대안사업’ 곳곳서 파열음…원점 재검토를

‘탈(脫)원전’ 기조를 바탕으로 정부와 지자체가 확대 보급을 추진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사업, 태양광 발전 등 ‘탈원전 대안사업’이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지역 주민들과 정부의 갈등, 환경파괴 등이 수년간 이어지는 와중에서도 묘안이 도출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설익은 ‘탈원전’ 정책은 그 자체뿐만 아니라, 대안사업까지 부실이 드러나 졸속결정의 후폭풍을 겪고 있다. ‘탈원전’은 원점에서 재검토되고 에너지 정책은 대폭 보완돼야 할 것이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했던 각종 신재생에너지사업은 전국 곳곳에서 말썽을 빚고 있다. 쓰레기 매립장 포화문제를 해결하고 전기도 생산할 수 있다며 전국 지자체가 앞다퉈 도입했던 생활폐자원에너지화시설(이하 SRF시설)은 포항과 광주 등지에서 집단민원에 발목이 잡혔다.포항시가 지난 2016년 착공에 들어가 지난 2월 18일부터 상업운전에 돌입한 남부 호동 SRF 시설은 지난 3월부터 5월 말까지 약 3개월 동안 하루 349t의 쓰레기를 처리했으며, 고형연료는 하루 274t을 연소해 256MWh(10.66MW/시간)의 전기를 생산했다. 그러나 시설 가동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발전시설 인근 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 등을 구성해 집단행동을 벌이고 있다.지난 3월 영덕군 지품면 주민들은 지역에 들어설 예정인 바이오매스 화력발전소 건립을 둘러싸고 주민들이 반대 집회를 여는 등 실력행사에 나섰다. 영양군에서는 제2풍력발전사업을 두고 주민들이 찬·반으로 나뉘어 지역의 분열상만 연출하고 있다. 포항신재생에너지(주)가 올해 포항시 북구 흥해읍 용한리에 건설하려고 했던 바이오매스 목재팰릿 발전소도 환경단체와 발전소 인근 주민들이 극렬하게 반대하면서 장래를 기약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한때 ‘황금알 낳는 거위’로 통했던 태양광 발전 역시 복잡한 규제와 정부부처 사이에 손발이 맞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6일 환경부는 “육상 태양광발전 사업이 상대적으로 땅값이 저렴한 산지에 집중돼 산림·경관 훼손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백두대간, 보호생물종 서식지를 비롯해 경사도 15도 이상인 지역에 발전소를 짓지 못하도록 태양광발전소 입지 규제를 오히려 강화했다.태양광 에너지 사업에 정부보조금이 지원되면서 보조금만 떼어먹는 먹튀나 비리 소식도 심심찮다. 과장·과대광고로 인한 피해에다가 설치만 하고 무용지물이 되어 버리는 사례마저 적지 않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친환경’ 방향으로 가는 것은 맞다. 그러나 대안도 제대로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성급한 정책을 쓰는 것은 누가 보아도 바보짓에 불과하다. 섣부른 ‘탈원전’ 정책의 연장 선상에서 펼쳐지는 에너지 정책의 시행착오와 혼선은 날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원점을 다시 들여다보고 재설계를 모색할 때다.

2019-06-17

가덕도 신공항, TK 정치권 대응에 주목한다

자유한국당 소속 대구경북(TK) 정치인들이 지난 주말 대구에서 만나 부·울·경의 가덕도신공항 건설 움직임을 적극 저지키로 의견을 모았다. 이날 만남에는 한국당 TK발전협의회 회장인 주호영 의원과 곽대훈 대구시당위원장, 장석춘 경북도당위원장, 국회국토교통위원회 김상훈 의원, 김석기 의원과 권영진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참석해 비공개리에 회의를 진행했다고 한다.이날 모임을 주도한 주 의원은 기자와 만나 가덕도 신공항과 관련해 “5개 광역단체가 어렵게 결정한 사안을 번복 시도하는 것은 국력의 낭비고 관문공항 건설을 지연시켜 영남권 전체에 피해를 주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민주당 부산경남 의원들이 총선전략으로 공항문제를 거론하고 있어 더이상 묵과 할 수 없는 상황에 도달했다”며 “TK의원들이 단합해 단호하게 대처할 것”을 밝혔다.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대해 그동안 다소 느슨한 태도를 보였던 TK정치권이 강경 대응 움직임으로 돌아선 것은 퍽 다행한 일이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애초부터 관문공항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판정을 받은 사안으로 재론 자체가 부적절하다. 그런데도 부산경남 광역단체장 중심으로 가덕도 신공항 문제를 끄집어 낸 것은 지역 이기주의에 근거한 정치적 공세로 밖에 볼 수 없다.가덕도 신공항은 지난 2016년 남부권 신공항 사업의 정부 용역을 맡았던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조사 결과에서도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곳이다. 입지적으로 불리하고 경제성, 접근성, 안전성 등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이미 5개 광역단체장이 이 부분에 대해 합의까지 마친 사안이어서 PK정치권이 다시 거론한 자체가 넌센스다. 정치적 압력으로 5개 광역단체장이 결정한 사안을 번복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만일 뿐이다. 1천300만 명의 영남권에 두 개 관문 공항이 존립할 이유가 없다. 특히 군공항 이전에 따라 함께 이전할 통합대구신공항은 가덕도 신공항이 용인된다면 동네공항 수준으로 전락할 것이 뻔하다. 김해신공항 결정은 남부권 주민 공통의 이익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란 점에 함께 그 결정을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대구경북 발전협의회는 주말임에도 긴급 회동, 이 문제를 집중 논의 한 것은 부산경남지역의 가덕도 신공항 추진 움직임이 심상찮음을 감지한 탓이다. TK 정치권은 국토부와 총리실 입장을 확인하고 이번 주 내 대구경북 국회의원 전원회의를 소집해 대응책을 강구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부산경남이 내년 총선을 겨냥한 정치적 의도가 깔린 전략이란 점에서 지역 정치권의 대응이 어떨지 주목된다. 가덕도 신공항은 논리적으로나 합리성에서 국민적 지지를 많이 잃고 있다. 지역 정치권이 본격 대응에 나섰으니 정부가 균형 잡힌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정치권의 단호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지역 정치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2019-06-17

포항 철강, 원스톱 생태계 구축으로 활로 찾을 때다

한은 포항본부와 포항시, 국회철강포럼 그리고 본지가 함께 마련한 한국은행 창립 제69주년 기념 ‘지역경제 세미나’에서 철강도시 포항의 활로를 넓히기 위해서는 소재에서 완제품에 이르는 원스톱 생태계 조성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철강도시 포항지역의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근본적 치유책으로 이 같은 대안이 지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해법을 찾자는 노력에는 부족했다. 이제부터라도 더 강도 높게 해법을 찾아보자는 것이 이번 세미나의 결론이라 본다.본지는 올 신년 초 특별기획에서 ‘포항 철강 생태계 재구축’이란 주제로 연재를 한바 있다. 연재물에서는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한축을 담당했던 철강산업의 중심도시 포항에서 철강소재를 기초로 한 완제품이 하나 없는 현실을 꼬집었다. 철강도시라 하지만 ‘메이드인 포항’(Made in Pohang)은 포항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이 말은 철강산업은 우리나라 생태계 전체를 놓고 볼 때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포항으로 국한해 보면 기초소재와 중간재만 오랫동안 생산한 도시에 머물러 왔다는 것이며 완제품 생산을 위한 생태계는 아예 형성조차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다.한국은행 하대성 포항본부장은 이 문제에 대해 “포항에서 생산된 철강소재가 울산, 경남 등 다른지역으로 공급돼 완제품을 생산하는 구조로 고착돼 있다”며 “다른지역 경제여건 변화에 따라 포항경제가 크게 영향을 받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주제 발표에 나선 한은 박진혁 과장은 포항에서 생산시도가 가능한 사례로 압력솥, 프라이팬 등 주방용 금속제품과 한-러 경제협력 등을 염두에 둔 쇄빙선과 포항-울릉간 운행할 위그선 제작 등을 손꼽기도 했다.이제부터라도 철강도시 포항이 완제품 생산도시로 변모하기 위한 준비에 서둘러 나서야 한다. 경북도는 연초 경북 제1의 도시 포항시 산업의 절반을 넘는 철강산업의 구조를 고도화하기 위해 신소재산업 육성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경북도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 포항의 산업구조를 혁신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또 포항시도 블루밸리공단과 영일만산업단지 등에 조선, 자동차 등 철강관련 기업을 유치하는데 전력을 쏟아야 할 것이다.지금 글로벌 경제 위기와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철강산업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대기업은 해외시장으로 사업장을 넓히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으나 중소기업들은 별다른 대책없이 경기회복만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세미나는 철강을 중심으로 형성된 포항경제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것이다. 이미 잘 알려진 해법들이 다시한번 제시 됐다. 이제라도 실천하겠다는 의지에 모두가 방점을 찍어야 한다. 경북도와 포항시 그리고 지역의 경제단체들이 머리를 맞대 위기를 맞고 있는 포항경제가 새롭게 도약할 길을 찾는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지금 바로 시작에 나서야 한다.

2019-06-16

친박 핵심 흔들… 보수정치 걸림돌 돼선 안 된다

한동안 탈당설이 나돌던 자유한국당 홍문종 의원이 결국 한국당을 뛰쳐나가 대한애국당 품에 안겼다. 15일 한국당 탈당과 애국당 입당을 공식 선언한 홍 의원은 조원진 의원과 함께 애국당의 공동대표로 추대됐다. 이 같은 행보가 이른바 ‘박근혜 신당’의 출범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현 정권의 끈질긴 압박과 당내 역학 구도 변화에 흔들리는 친박 세력이 그러나 아직은 허약하기 짝이 없는 보수정치의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정치권이 서서히 내년 총선을 겨냥한 새로운 구도로 변화돼가면서 정치적 미래와 관련된 기류에 갈수록 민감해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황교안 대표를 중심으로 문재인 정권의 실정 비판 흐름을 타고 느린 속도일망정 입지를 회복해가는 중이다. 이런 와중에 한국당 내 친박 핵심들이 중심을 잃고 흔들리는 것은 무시해도 될 만한 상황일 수가 없다. 그동안 살 차게 외면하던 민심이 자유한국당을 향해 상당폭 움직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이런 시점에 홍문종 의원이 결국 탈당해 애국당으로 가면서 던진 악담들이 예사롭지 않다. 그는 서울역 태극기집회에 달려나가 “한국당의 원래 주인이 누군가”라며 “바로 여러분들이 보수 우파의 원래 주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당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며 “태극기를 사랑하는 여러분과 함께 한국당을 깨우쳐줘야 한다”고 했다.황교안 한국당 대표를 향해서도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홍 의원은 “현충일 추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원봉’ 얘기를 했을 때 왜 자리를 박차고 뛰어나오지 못했나”라며 “청와대에서 연평해전 유족들을 모아놓고 김정은 사진을 돌릴 때 황 대표는 왜 돌진하지 못했나”고 힐난했다. ‘박근혜 신당’ 창당 가능성을 언급한 대목은 주목거리다. 물론, 대개의 정치전문가들은 그 개연성을 낮게 보고 있긴 하다.오늘날 우리 국민들은 아직 박근혜 정권의 몰락 그 이면에 도사린 친박 정치인들의 오만방자와 소아병적인 패거리 정치를 잊지 않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비극적인 탄핵과 새 정부의 헛발질 정치로 인한 민생고통에 대한 원망 연장 선상에서 그들의 어리석음이 떠올려지곤 한다. 물론 박근혜 정권 몰락을 몰고 온 촛불 정국 형성 과정에서 운동권 진보세력의 음모와 포퓰리즘 선동의 역학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아무리 그렇다 해도 당시에 집권세력의 핵심이었던 친박(그 중에도 특히 ‘진박’이라고 불렸던 사람들)보다도 센 권력을 가진 세력이 없었다는 차원에서 비극의 책임으로부터 아직은 자유로울 수 없다. 임기가 보장되는 제도 덕분에 권력을 향유할 따름인 그들이 이제 근근이 회복 기류를 만들어낸 보수정치의 앞길에 지뢰로 작동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다. 친박의 권력유지욕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가로막아서는 곤란하다는 게 진짜 민심인 것이다.

2019-06-16

경북도 내년 국비 초비상…작년 전철 밟지 말아야

경북도의 내년도 국비 확보에 또다시 비상이 걸렸다. 당초 경북도가 신청한 금액의 겨우 절반 수준만 부처별로 반영된 것으로 파악돼 경북도 관계자들도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문재인 정부 들어 TK지역에 대한 예산 홀대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또다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마저 고조되고 있다고 한다. 이 상태로 가면 경북도의 내년도 국비예산은 올해 수준에 겨우 머물 전망이다. 지난해 경북도는 국비지원금으로 5조4천억 원을 신청해 3조1천억 원이 반영돼 2조1천억 원이나 삭감됐다. 올해는 내년도 국비 예산으로 5조7천억 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파악된 부처별 반영액은 3조 1천억 원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최소 목표인 3조8천억 원보다도 7천억 원이 줄었다.문제는 앞으로 얼마나 증액이 가능한지 여부다. 지금으로 보아서는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도내 숙원사업이 미뤄지고 도민들의 실망도 그만큼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경북도는 기획재정부의 국비 최종 확정시한인 8월 말까지 신규사업 발굴과 차질 없는 연속사업 추진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분위기는 대체로 암울하다. 이철우 경북지사도 부처별로 정확한 반영금액을 확인하고 골든타임에 많은 국비가 포함되도록 부처별 방문, 국회의원과의 협력 등을 강력히 주문했다고 한다. 어쨌거나 도는 내년도 국비 확보를 위해 다시 발걸음을 재촉해야 할 형편이다. 부처 방문은 물론 지역 국회의원들을 동원해 최대한 예산을 끌어올려야 한다. 특히 지역 국회의원의 역할이 크다. 지역 의원들은 앞장서서 지역에 예산이 확보될 수 있도록 합심 노력해야 한다. 주민들은 지역 국회의원들이 내년도 예산 확보에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지켜보고 그들의 노력을 평가의 잣대로 삼아도 좋다.경북도는 지금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처지에 있다. 전반적인 경기 침체와 더불어 경북 경제의 축을 이루는 포항과 구미의 경제 사정도 마뜩잖은 편이다. 내년도 국비 예산마저 줄어든다면 지역경제를 살려갈 수 있는 불씨가 사라질지 모른다. 경북도는 이제 국비를 어떻게 증액하고 어느 분야에 집중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집중과 선택을 통해 국비 지원의 효과성을 찾아야 한다. 지난해와 같은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지진 후유증을 겪고 있는 포항지역에 대한 특별사업비나 포항∼영덕 고속도로 건설 등 시급하고 오랜 숙원사업부터 해법을 찾는 노력을 하여야 할 것이다. 정부 당국도 내년도 예산은 공정하게 배정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난해 타 지역의 예산이 늘어난데 반해 대구경북은 삭감이라는 불이익을 받았다. 홀대라는 비판이 그저 나온 게 아니다. 2016년 경북도는 7조 3천억 원을 건의해 5조 5천억 원의 예산이 반영된 바 있다. 지금과 비교해보면 격세지감이 있다. 이유야 어쨌든 정부 차원의 형평성 있는 예산 반영이 꼭 있어야 한다.

2019-06-13

정부·여당, ‘협치’ 의지 아예 접은 건가

정치권에 대한 청와대의 잇따른 어깃장이 장난이 아니다. 강기정 정무수석비서관이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 해산 청구 청원에 대해 11일 “4월 총선까지 기다리기 답답하다는 것”이라고 답해 야당을 한껏 자극했다. 이어서 12일엔 강 수석 바로 아래에 있는 복기왕 정무비서관이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 청원 답변에서 정치권을 공개 압박했다. 정부·여당의 작금 행태는 ‘협치’라는 개념을 아예 망각한 듯한 양상이다. 집권세력이 꿈꾸는 정치가 ‘파멸’과 ‘혼돈’이 아니라면 도무지 이럴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복 비서관은 국민청원 답변 형식으로 “국회가 일을 하지 않아도, 어떤 중대한 상황이 벌어져도 국민은 국회의원을 견제할 방법이 없다”며 “대통령도,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도 소환할 수 있는데 유독 국회의원에 대해서만 소환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것은 누가 봐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회 공전 상황을 지적하며 ‘일하지 않는 국회’는 파면 대상이라고 청원에 동조한 셈이다.전날 강기정 정무수석이 청원 답변에 나서 한국당 등 정당 해산 청구 청원에 대해 “국민의 준엄한 평가가 내려졌다”고 비판한 데 이은 복 비서관의 공격은 청와대의 정무 기능이 완전히 마비됐음을 보여주는 씁쓸한 장면이다. 오죽하면 현 정권에 우호적인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까지 “국회정상화를 위해 여야간 다리 노릇을 해야 할 정무수석이 타는 불에 휘발유를 뿌렸다”고 혀를 찼을까.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3일 “정치 전면에 대통령부터 시작해서 청와대가 전면에 서서 국회를 농락하고 야당을 조롱하는 하지하책(下之下策·낮은 것 중에 낮은 계책)을 쓰면서 실질적인 물밑 대화나 우리를 설득하려는 노력은 전혀 하고 있지 않다”고 개탄했다.의견이 맞지 않는 세력들이 서로 양보와 타협을 통해서 새로운 미래를 구축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 가치는 대단히 높다. 굳이 양보와 타협을 하지 않고 갈등을 증폭시키는 행위는 워낙 자신만만하여 전쟁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판단할 때 감행하는 일탈이다. 정부와 여당의 행태를 보면 지금 이렇게 전쟁 모드로 가는 것이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고 계산하고 있음이 확실하다. 그게 아니라면, 일부 비평가들의 견해처럼 경제실책이 워낙 심각하다보니 국민관심을 돌리기 위해 장난을 치고 있을 개연성도 없지 않다.문제는 혼란 속에 천덕꾸러기가 된 민생은 엉망이 돼가고 있다는 현실이다. ‘대통령과 여당은 국정운영에 무한책임을 지고 있다’는 말이 어느새 골동품 신세가 됐던가. 반대자들도 끌어안으며 ‘협치’하겠다던 그 화려한 다짐들 모두 어디 갔나. 지도자들의 언행이 참으로 무책임하다.

2019-06-13

‘대프리카’ 대구를 쿨산업의 중심도시로

폭염의 도시 대구에서 폭염관련 신기술과 제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박람회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열려 관심이 간다. 행정안전부와 대구시, 경북도는 다음달 11일부터 13일까지 엑스코에서 ‘제1회 대한민국 국제쿨산업전’을 개최한다고 한다. 쿨산업은 폭염과 미세먼지 등 자연재해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산업을 말한다.대구는 폭염일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도시다. 대구의 더위를 묘사한 신조어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가 전국적으로 알려지면서 대구는 이젠 폭염도시로서 이미지를 많이 굳혔다. 매년 7월 대구 두류공원에서 개최되는 치맥 페스티벌은 폭염도시 대구의 이미지를 잘 활용한 대표적 여름행사다. 국내외적으로 때를 맞춰 수많은 인파가 몰려드는 등 여름축제로서 비교적 성공한 행사라 할 수 있다.2016년 대구시는 매년 되풀이 되는 폭염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전국 처음으로 대구에서 ‘국제폭염 대응포럼’을 개최한 바 있다. 국내외 기상 전문가와 관련 산업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해 폭염과 건강, 관련 산업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벌였다.이번에 열리는 국제쿨산업전은 이 보다 진일보해 폭염을 산업과 연관해 대구가 폭염과 관련한 산업의 중심지가 되도록 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대구는 전국에서 폭염일수가 가장 많은 도시다. 가장 더운 곳으로 인식된 도시다. 이를 역발상해 대구를 폭염과 관련한 쿨산업의 중심지가 되고자 하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생각이라 할 수 있다.세계는 기후의 온난화로 이젠 여름철 폭염은 상수(常數)가 됐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최근 전 세계에 나타난 기록적인 더위는 “장기적 지구 온난화와 관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젠 여름철이면 폭염을 피할 수 없다는 기상학계의 전망이다. 이에 맞서 개최한 쿨산업 박람회는 업계의 호응을 잘 얻는다면 장기적으로 성과가 기대되는 산업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대구는 기후적으로 이미 이미지와 입지를 확고히 해두고 있어 산업환경 조성에 힘을 쏟아 준다면 쿨산업의 중심지가 되기에 매우 유리하다.폭염은 잘못 관리하면 엄청난 피해를 안겨줄 수 있다. 인명피해뿐 아니라 가축 등 산업적 피해도 적지 않아 앞으로 쿨산업이 맡아야 할 일이 많다. 1994년 우리나라는 폭염으로 3천3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2003년 유럽은 폭염으로 8개 국가에서 7만 명이 숨졌다. 숨진 사람 대부분이 혼자서 집에 거주하는 노인들이었다고 한다. 의학계 조사에 따르면 더위와 사망자 증가율과는 상관관계가 깊은 것으로 분석됐다. 폭염에 선도적으로 대응한다는 것은 재해에 대응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수 있다는 뜻이다. 대구에서 처음 열리는 제1회 대한민국 쿨산업전을 계기로 대구를 중심으로 기후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산업이 우뚝 일어나길 기대한다.

2019-06-12

‘4대강 보’ 향한 경박한 적개심부터 해체해야

이명박 정권 때 건설한 4대강 보(湺)의 성급한 철거방침에 대한 논란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철거대상인 세종보가 있는 세종시를 지역구로 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철거를 반대하는 지역의 의견을 감안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4대강 보를 철거하면 끝까지 그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념에 경도된 인사들의 ‘4대강 보’를 향한 근거 없고 경박한 적대의식부터 하루빨리 청산돼야 한다.자유한국당은 11일 국회에서 ‘4대강 보 파괴 저지 대토론회’를 열어 정부의 보 해체 작업은 ‘전 정부 치적 지우기’횡포라고 비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황교안 대표는 “문재인 정권은 자신들의 이념과 정치적 목적에 맞춰 멀쩡한 4대강 보를 적폐로 몰고 없애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황 대표는 “독일 라인강에 86개, 영국 템스강에 45개, 프랑스 센강에 34개의 보가 설치돼 있다”며 “이 정권이 끝끝내 4대강 보를 파괴한다면 그 이후 벌어질 재난적 상황에 대해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강력히 경고했다.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7일 조명래 환경부 장관 등 4개 정부 부처 장관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세종보 해체에 대해 “‘시간을 두고 판단할 필요가 있지 않으냐’는 지역 의견을 감안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는 지난 2월 미심쩍은 연구발표를 근거로 금강의 세종보·공주보, 영산강의 죽산보 해체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해당 지역의 주민들은 정부의 해체 추진을 줄기차게 반대하고 있다.하지만 환경단체들의 앵무새 고집은 여전하다. 4대강재자연화 시민위원회를 비롯한 15개 사회환경 단체들은 4대강 전역에서 퍼포먼스 등을 벌이며 4대강의 보의 완전한 해체를 주장했다. 이들은 “중장비로 파헤쳐진 강의 생태계는 완전히 망가졌고, 물길이 막힌 강은 더 이상 강이 아니다”라는 교조적인 선동논리를 되풀이했다.4대강 보는 이명박 정권 시절 논란 속에 실행된 국책 사안이다. 거의 1조 원의 국가 예산이 투입돼 건설됐다. 그런 국가시설을 불과 몇 년 만에 또 2천억여 원을 투입해 허물겠다는 것은 아무리 봐도 경솔하다. 민주당 소속인 이춘희 세종시장이 “성급하게 세종보 해체 여부를 결정하기보다 해체에 따른 득실을 신중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은 그나마 이성적인 접근이다. 성급한 파괴로 입게 될 국가적 손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4대강 보는 시간을 두고 좀 더 관찰하고 대안을 찾는 것이 정답이다. 이념의 노예가 돼버린 외눈박이 세력들의 성마른 판단과 4대강 보에 대한 터무니없는 적개심부터 먼저 해체하고 난 뒤 냉정하게 판단하는 게 훨씬 더 지혜로운 길일 것이다.

2019-06-12

농촌까지 스며든 보이스 피싱, 특단 대책 있어야

보이스 피싱(전화금융사기)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2006년 우리나라에 처음 등장한 전화를 이용한 금융사기 사건이 불과 10여년 만에 그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경찰의 단속도 사실상 한계에 도달했다. 보이스 피싱 자체가 개인을 상대로 은밀하게 전화를 통한 사기라는 점에서 단속이 쉽지 않다.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서민에게 저금리 금융대출을 알선해 준다는 보이스 피싱의 유혹은 물리치기가 간단치가 않은 일이다.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 피싱 피해액이 4천440억 원으로 나타나 전년보다 무려 82%가 폭증했다. 피해자 수도 4만8천743 명으로 하루 134명이 12억2천만 원의 사기를 당한 걸로 밝혀졌다.최근에 와서는 범죄 대상이 농촌지역까지 확산되고 있어 당국의 특단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피해는 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대구와 경북을 직접 방문한 것도 기존의 방식으로는 금융사기를 막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자치단체의 협조를 구하기 위한 것이다. 윤 원장은 “보이스 피싱의 범죄수법이 날로 교묘해지고 범죄단체가 조직화돼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예방 활동을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농촌의 비율이 높은 경북지방의 보이스 피싱 피해 실적을 살펴보면 보이스 피싱 범죄가 이젠 도시와 농촌 할 것 없이 무차별적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최근 3년 사이 경북지역의 피해 건수만 4천485건, 금액으로는 412억6천만 원에 달한다. 주로 금융기관을 사칭하며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주겠다며 돈을 가로채는 수법이었다고 한다. 경북지방에서 최근 3년 사이 일어난 사건을 통계화한 것이지만 범죄가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걱정이다. 보이스 피싱 범죄는 피해를 입고 나면 금전적 손실도 크지만 가정 파탄이라는 2차적 피해까지 발생해 범정부적 차원의 대책이 반드시 있어야 할 문제이다. 또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려 우리 사회 안전망을 위협하는 악성 범죄로 규정하고 엄벌에 처하는 선례도 남겨야 한다. 당국이 조금만 방치하면 이 범죄는 빈틈을 이용, 무차별적으로 확산 할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정부가 빚을 탕감해주는 것보다 이를 막는 것이 더 절박한 일이 될지도 모른다.그런데도 이런 피해 정도에 비해 범인 검거는 매우 부진하다. 오히려 범죄가 고도로 지능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전화 가로채기’와 앱과 같은 악성 프로그램을 활용한 새로운 범죄까지 등장한다고 한다. 보이스 피싱 누적 피해액이 1조5천억 원에 달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제 당국의 특단 대책만이 보이스 피싱을 줄일 수 있는 단계에 왔다. 보이스 피싱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마음으로 범죄 퇴치에 나서야 한다. 스마트폰이 일상화된 지금, 많은 국민이 보이스 피싱에 걸려들 것을 불안해하고 있다. 당국의 믿음직한 대책만이 이를 해소할 수 있다.

2019-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