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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남의 나라 일처럼 들리는 소득 3만 달러시대

한국의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GNI)이 3만 달러를 넘어섰다. 2006년 2만 달러 달성후 12년만이다. 국민소득 3만 달러는 선진국과 비선진국을 가르는 주요 기준이라 대내외적 관심이 많은 통계다. 인구 5천만 명 이상이면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는 나라는 미국, 독일, 일본,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에 이어 우리나라가 7번째다.1인당 GNI는 국민이 국내외서 벌어들인 총소득을 인구로 나눈 것으로 보통 나라의 국민생활 수준을 말하는 지표로 사용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GNI는 3만1천349 달러로 전년 2만9천745 달러보다 5.4%가 늘었다. 다른 선진국보다 3만 달러 달성까지 시간이 더 걸린 것은 금융위기 등으로 국내경제의 성장동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라 한다.어쨌거나 우리나라가 소득 3만 달러의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국민이 온몸으로 반갑게 받아들이기에는 현실의 문제가 아직 많이 산적해 있다. 다수의 국민도 소득 3만 달러 시대 개막을 반기기 전에 작금의 경제 문제부터 해결하라는 주문을 하고 있다.청년 실업 등 고용문제와 계층간 양극화, 지역 불균형의 문제 등 풀어야 할 숙제는 수두룩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중 소득 최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명목소득(2인 이상 가구)은 전년 대비 역대 최대인 17.7%가 감소했다. 반면에 최상위 20% 가구의 명목 소득은 통계작성 이후 가장 큰 폭인 10.4%나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우리 경제가 그동안 전체적으로 성장세는 이끌어 왔으나 구조적으로는 여전히 빈익빈부익부의 양상으로 갈라져 왔던 것이라 볼 수 있다. 속내로는 계층 간의 갈등 골이 더 커진 셈이라고 할 수도 있다.지역균형발전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특히 대구의 경우를 보면 소득 2만 달러 시대가 시작된 2006년 지역 총소득이 지금에 와서는 오히려 다른 도시와 비교할 때 격차가 더 벌어졌다. 상대적 박탈감이 커진 꼴이다. 2006~2017년 사이 대구의 1인당 지역총소득은 67.8%가 증가했으나 이는 7대 광역시 평균(69.3%)에 못 미쳤다. 서울과의 소득격차는 2006년 1천117만원에서 2017년에는 1천897만원으로 확대됐다.소득 3만 달러 시대는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진국과 같이 우리 국민의 삶이 더 좋아져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국민 스스로가 선진국 국민이 되었다는 자부심이 생길 때 소득 3만 달러 시대 개막도 의미가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경제는 최저임금을 중심으로 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두고 큰 논란에 빠져 있다. 맞다, 맞지 않다는 논란 속에 서민경제는 더 어려위지고 있다. 정부의 현명한 판단으로 작금의 경제 위기상황을 타개해야 한다. 우리 경제의 불평등한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올바른 경제처방이 있어야겠다.

2019-03-06

‘날아드는’ 미세먼지 폭탄, ‘기어 다니는’ 정부 대책

1급 발암 물질인 미세먼지가 연일 기승을 부리면서, 6일 전국 15개 시도에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다. 특히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던 강원 영동지역까지 사상 처음 포함됐다. 대구·경북지역도 숨통을 틀어막는 미세먼지가 하늘을 뒤덮었다. 급박한 재난 속에서 미세먼지 최대 발생국인 인접 중국을 설득해내지 못하는 등 정부의 무기력이 큰 문제다. 우려가 급격히 현실화하는 상황 앞에서 비상한 대응책 마련이 절박하다.미세먼지 저감 방안이 시급한 가운데, 경북지역은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제한 등의 단속이 내년 말에나 가능할 전망이어서 문제가 심각하다. 경북도는 지난달 22일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시행 후 처음으로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했다. 대기오염물질 다량배출사업장 43곳에 가동률 조정 등의 조처를 하고 비산먼지 발생 건설공사장 954곳에 공사시간 단축·조정을 권고했다. 23개 시·군에도 공공기관 차량 2부제 등을 요청했다.하지만, 비상저감조치 가운데 가장 효율이 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제한은 시행하지 못했다. 단속 시스템도 없고 관련 조례조차 미비 상태다. 도는 올해 상반기 중 관련 조례 제정, 9월까지 카메라 설치장소 선정 등 시스템 컨설팅을 완료할 방침인데, 절차가 차질없이 진행되더라도 5등급 차량 운행제한은 내년 말께나 가능할 전망이다.자유한국당 홍철호 국회의원이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초미세먼지로 인해 한 해 1만2천 명 가까이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질병은 ‘심질환 및 뇌졸중(58%)’이 가장 많았다. ‘급성하기도호흡기감염과 만성폐쇄성폐질환(각 18%)’, ‘폐암(6%)’ 등이 그 뒤를 따랐다. 초미세먼지와 미세먼지가 사망률을 높인다는 보고서는 국내외에 넘쳐난다.문재인 대통령은 5일 조명래 환경부 장관에게 어린이집·유치원·학교를 대상으로 대용량의 공기정화기 보급에 재정적 지원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서 미세먼지 대책을 최일선에 앞세우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정부 대책이라고는 미세먼지 경보 안전문자를 보내고 마스크를 권유하는 게 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초미세먼지와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국내 오염원의 50~60%를 차지하는 중국발 미세먼지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다. 우리가 직접 할 수 있는 게 없지만, 중국 정부에 강력한 저감 대책을 요구하는 등 외교력이 발휘돼야 한다. 이와 함께 자체 발생 현황을 철저하게 조사하여 정밀하게 차단해야 한다. 지난해 프랑스에서 출시된 SF영화 ‘인 더 더스트(In the dust)’에 나오는 ‘미세먼지로 인한 인류 멸망’의 재앙은 이미 영화 속 이야기만이 아니다.

2019-03-06

‘국회 정상화’가 뉴스가 되는 부끄러운 나라

자유한국당이 국회 복귀를 선언하면서 여야 간 교착 상태가 일단 해소됐다. 국회는 이르면 오는 7일 정상화될 예정이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여당이 손혜원 청문회 등 일련의 조건을 수용하지 않으면 국회 보이콧을 풀 수 없다’는 기존의 강경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조건 없는 국회 복귀 의사를 밝혔다.연중무휴로 일을 해도 숙제가 넘쳐날 국회가 노상 놀고 있다가 이따금 씩 ‘정상화’ 결정을 뉴스로 만드는 나라가 온전한 나라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여당은 야당의 정치공세를 차단할 요량으로 국회 문을 닫은 채 시간만 보내고, 야당은 여당의 무책임을 국민이 분노해주기를 기대하면서 마냥 태업이다. 권력 유지 또는 확대를 노리면서 문 닫고 노는 썩은 ‘법률공장’으로 인해 죽어나는 것은 국민뿐이다. 해묵은 이 과제를 놓고 여의도는 수십 년을 ‘딴 나라 섬’으로 둥둥 떠다닌다. 날마다 입으로 부르짖는 바와는 달리 정작 ‘그들만의 리그’ 안에는 ‘민생’이 없다.‘놀고먹는 국회’에 대해서 누가 더 책임이 있는가 하면 두말할 필요도 없이 ‘여당’이라고 말하는 것이 옳다. 고금동서를 막론하고 국정운영에 대한 여당의 책임은 무한하다.지금의 여당인 민주당이 야당 시절에 수도 없이 써먹던 말이기도 하다. 정권이 바뀌고, 공수(攻守) 교대가 되면 상대방이 했던 말을 앵무새처럼 되뇌는 정당 지도부들의 철면피에 민심은 골병이 든다. 민생을 놓고 매번 러시안룰렛 게임을 벌이는 정치인들의 양심은 도대체 어디에 붙어있나.홍영표 민주당·나경원 한국당, 그리고 김관영 바른미래당 등 3당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공공부문 채용비리 국정조사, 유치원법,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연장 등 임시국회 안건에 합의한 바 있다. 민주당은 환자 폭행 사례를 막기 위한 ‘임세원법’(정신건강증진법), 체육계 폭력 근절법, 공정거래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을 포함한 사법개혁 법안 등을 주요 안건으로 잡고 있다. 한국당은 주휴수당 조정, 최저임금 개선, 남북협력기금법 개정 등을 함께 벼르고 있다. 한국당은 현 정권의 4대 악정으로 경제·안보·정치·비리 등을 꼽으면서 3월 국회에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5일 밝혔다.국회는 열려 있어야 한다. 아니, 국회를 열지 않으면 안 되도록 하는 ‘상시 국회’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야당은 무리한 요구를 거듭하고, 여당은 야당을 핑계삼아 일을 안 하는 구조로는 국민 사이에 팽배한 ‘정치혐오’ 정서를 가라앉힐 수 없다. 걸핏하면 의사당을 뛰쳐나와 길거리에서 여론전을 펼쳐야 하는 야당과 ‘국회가 안 열려야 고관대작 노릇이 편한’ 여당 풍토로는 안 된다. 늘 열리던 국회가 안 열리는 해괴한 일이 대서특필되는 나라가 돼야 마땅하다.

2019-03-05

교통 사망사고 줄이기… 교통의식부터 바꿔야

지난해 경북도내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사망자 수가 전국에서 두 번째(418명)로 많았다고 한다. 경기도가 모두 654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함으로써 전국 최고 사망자 수를 기록했으나 인구 분포로 따져볼 때 사실상 경북이 전국 최고의 교통사고 사망률을 보인 것 아닌가 싶다.경북경찰청 관계자는 경북지방에서 교통사고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것에 대해 일반도로와 고속도로의 길이가 타 지역에 비해 월등히 길고 노인인구 비율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데 원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경북에서는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이 204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49%에 달했다고 했다.경찰청의 사고분석 내용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하지 않는다.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평가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천편일률적인 해석을 하기에는 좀 더 살펴볼 내용이 있다. 특히 지역마다 교통여건과 문화 수준의 차이를 빼놓고 설명하기가 곤란한 점이 있다는 뜻이다.교통사고 지수는 그 사회의 수준을 나타낸다고 했다. 그 사회가 교통문화를 사람 중심으로 얼마나 품격 있게 만들어 가느냐에 따라 교통사고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것으로 풀이되는 말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1976년 이후 42년 만에 3천명대로 떨어졌다. 가장 많은 교통사고 사망자를 기록한 1991년(1만3천429명)의 3분의 1수준이다. 과거보다 교통량이 늘어났음에도 교통사고 사망자가 줄어든 것은 교통정책의 변화, 도로관리 시스템 개선, 교육 등 교통 인프라와 교통문화 의식이 그만큼 선진화된 때문이라 할 수 있다.따라서 경북지방의 교통사고 사망자가 타 시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은 교통문화 의식의 부족에서 문제를 찾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시도별 교통문화지수에서 경북은 17개 시도 가운데 16위를 차지했다. 전국 평균 지수 75.3보다 낮은 73.4를 기록한 것이다. 지역별로는 상주시와 고령군, 청도군이 하위 10% 등급에 속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취약한 도로 구조나 교통시설의 현대화 등에 투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와 동시에 교통사고에 대한 안전의식을 길러주는 지속적인 홍보와 교육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그래야만 교통사고 감소효과도 커지는 것이다. 지난해 경북지역 교통사고 사망자 수도 전년보다는 줄어들었다. 교통당국의 지속적 노력의 결과라 생각한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타 지역은 이곳보다 더 많은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줄였다고 하면 우리지역에서의 분발과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경북도와 경북경찰청 등이 선진교통문화 정착을 위한 생명살리기 프로젝트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한다. 생명을 살린다는 각오로 교통사고 줄이기에 모두가 총력을 쏟아야겠다.

2019-03-05

노인범죄 막을 사회안전망 확대가 급하다

경북도내 노인범죄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경북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2015-2018년)사이 경북지역에서 발생한 65세 이상 4대 범죄(살인, 강도, 절도, 폭력)가 4천 건을 넘어섰고, 해마다 증가세에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절도와 같은 생활형 범죄의 발생이 크게 늘어나 노인층의 어려운 경제사정이 노인범죄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한다.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노인범죄가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급증하는 노인범죄는 우리 사회의 무관심과 사회 안전망 부족이 더 큰 원인이라 할 수 있다.우리나라의 노령화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은 2000년도에 노령화 사회(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7% 이상)로 진입했으며, 17년 만인 2017년도에 노령 사회(노인인구 비율 14%)로 들어섰다. 세계에서 노령화가 가장 빠르다는 일본보다도 7년이나 빠르게 노령사회로 들어 선 것이다. 지금의 추세라면 2026년에는 초고령 사회(노인인구 비율 20% 이상)로까지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우리의 노령사회에 대한 대책은 이젠 노인문제 이상의 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다. 경제적 문제와 건강과 복지, 가족이 없는 독거노인의 문제, 범죄에 이르기까지 우리사회가 포용해야 할 영역이 크게 넓어진 상황이다. 특히 경제적 빈곤의 문제는 노인의 생계는 물론 삶의 질까지 위협하는 중요한 요소로 정부 차원의 특별 대책이 있어야 할 문제다. 노인 범죄 증가 현상도 상당부분이 경제적 빈곤에서 비롯되며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국가차원의 대책이 급선무라 하겠다.우리나라 노인 빈곤율(48.6%)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다. OECD 평균 12.4%의 4배 수준에 달한다. 문재인 정부가 저소득층의 소득향상을 위한 정책을 펴고 있지만 문 정부 들어 하위계층의 소득은 되레 줄고 있다. 양극화 문제를 떠나 최하위 계층에 많이 분포된 노인층의 생계와 직결된 문제라는 점에서 대책이 시급하다. 법정 정년이 60세로 연장됐으나 우리 국민의 수명은 80세를 넘어선지 오래다. 은퇴 후 최소 10년이 훨씬 넘게 일자리가 있어야 적정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한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노인가구의 월 평균 소득의 경우 200만원 미만이 60% 정도에 달한다고 한다. 도시보다 농촌지방일수록 평균 소득이 더 낮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일자리 창출이 노령화 대책으로 가장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노인 일자리는 노인에게 돈벌이 이상의 만족감을 준다. 사회와의 연결망이 형성되는 데다 사회적 고립감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이제는 우리 사회의 안전망도 노인인구 증가에 맞춰 대폭 정비할 때가 됐다. 범죄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는 노인복지의 안전망 확대야말로 준비된 노령사회로 가는 지름길이다.

2019-03-04

유치원 대란, ‘정쟁’ 농단하는 정치권이 더 문제

유치원 정책을 둘러싼 정부와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갈등이 3월 개원 연기로 인한 소란으로 번져 시끄럽다. 4일 오전 교육당국은 서울 21곳을 비롯해 봄학기 개원 사보타주 결행 전국 사립유치원을 365곳으로 파악했다. 여야 정치권은 물론 일반 국민의 따가운 시선 탓인지 당초 1천500여 곳으로 주장되던 대란은 파장이 크게 줄었다. 이 문제는 아이들 교육문제를 놓고 하염없이 실랑이만 벌여온 정치권이 가장 먼저 비판받아 마땅하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교육청 감사자료를 분석해 불투명한 사립유치원 회계의 문제점을 침소봉대 폭로하면서 시작된 유치원 관련법 개혁 논쟁은 처음부터 논란거리를 안고 있었다. 거대 이익단체인 한유총이 그동안 보수 정권에 우호적이었다는 이유로 인해 진보정권에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고, 예산을 함부로 쓴 약점이 잡혀 곤경에 처했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나돌았다. 확인되지 않는 배경에 대한 유추야 어찌 됐건 간에 명분과 세상인심은 대체로 한유총 편이 아니다. 일부의 사례라고는 하나 유치원 예산을 지극히 사적인 용도로 쓴 사례들은 대중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포퓰리즘 방화에 능한 정치권의 파상공세까지 악착같이 파고들었다. 자유한국당은 아마도 정부 여당의 전선확대를 음모적 시각으로 읽는 것 같다.갈등의 주요 원인은 ‘국가회계프로그램 에듀파인’ 등을 의무화하는 교육부 시행령이다.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 처리 책임 공방도 있다. ‘슬로우트랙’이니, ‘패스트트랙’이니 일반 국민은 알아먹지도 못할 용어들을 주고받으며 연일 지지고 볶는다. 어린이에게 꿈을 심어줘야 할 유치원 안팎에서 학부모들까지 두 패로 나뉘어 팔뚝질이다.정부는 뭘 잘했다고,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는 한유총에 살기 찬 협박만 거듭하는가. 국민 세금으로 행세하는 사람들이 갈등을 조속히 해결해야 할 으뜸 의무를 저버리고 으르릉거리며 시간만 보내는 모습에 맥이 빠져 백성 노릇 하기도 벅찬 대한민국이다.영양가 없는 잡설 다 걷어치우고 하루빨리 마주 앉아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정부가 말 안 듣는다고 국민을 상대로 검·경 앞세워 협박해도 되는 건 아니다”라는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이 일갈이 귀에 쏙 들어온다. 유치원 사유재산과 지원금 회계를 일찍이 구분해주지 못한 정부의 책임은 막중하다. 유치원에 지급되는 지원금을 학부모에게 바우처 방식으로 직접 제공하는 방식이 어떠냐는 이 의원의 아이디어도 솔깃하다. 진정 딴마음이 없다면 왜 해법이 없으랴. 정치권이 나라 망칠 ‘네 탓’ 고질병만 씻어내도 세상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권력욕과 연결된 서툴고 음험한 저 욕심들만 내려놓는다면 길은 곧 보이지 싶다.

2019-03-04

출산 정책, 지방도시 소멸부터 막아야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세계 최초로 1명 대 밑으로 진입했다고 온통 나라 안이 시끄럽다. 국가차원에서 보면 최악의 저출산국이란 불명예를 안게 됐으니 부끄럽고 걱정이 앞서는 일이라 할 것이다. 과연 저출산으로 인한 각종 사회경제적 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풀어갈지도 심각한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우리나라의 저출산은 이제 심각하다는 표현으로 저출산의 문제를 한꺼번에 다 말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세계 유일의 합계출산율 1명 미만 국가가 된 우리의 처지에서 앞으로 국가가 이런 문제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해 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 대구와 경북에 사는 지방민의 입장에서는 국가적 저출산의 문제가 지방단위에 미치는 영향과 대책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 된다. 지방이 겪는 인구감소 문제는 수도권과는 또다른 차원에서 대처해야 할 문제가 많이 있기 때문이다.얼마 전 경북 상주시에서는 인구 10만 명이 무너지자 상주시 공무원이 상복차림으로 근무를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인구 10만 명 회복에 대한 각오의 표시로 보아야겠지만 지방이 겪는 인구감소의 절박함은 수도권과 비견할 수 없는 문제임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 0.98명은 우리나라 통계 작성 이후 최초이자 세계 최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평균 1.58명(2016년 기준)은 물론 초저출산율(1.3명)에도 못 미치는 세계 꼴찌 수준이다. 학자들이 말하는 인구유지를 위해 필요한 합계출산율 2.1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더군다나 우리의 저출산율은 하락속도와 혼인건수, 연령대 등 출산율과 관련한 모든 자료에서 최악의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 주고 있다.정부도 저출산과 관련한 대책으로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결과적으로 정부가 손에 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사실상 헛돈만 쓴 셈이다. 정부가 이제 ’출산장려’에서 ‘삶의 질 향상’으로 정책을 전환한 것도 이런 배경에 있는 것이다.통계청 자료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의 총인구 감소 시기가 정부 예측인 2028년보다 앞당겨진 2024년부터 시작할 것이라 한다. 서울이나 지방 할 것 없이 이때부터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특히 지방은 이미 소멸의 문제를 걱정해 왔던 마당이다. 1년이 가도 신생아가 한 명도 태어나지 않는 마을이 속출하고 마을의 노령화로 도시가 쇠퇴일로에 있는 곳이 수두룩하다.정부가 저출산 대책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하지만 얼마나 지방 현실에 맞는 대책이 나올지 궁금하다. 위기의 저출산 대책은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총력전을 펼쳐야 할 문제다. 지방소멸을 막지 못하는 저출산율 정책은 무의미할 뿐이다.

2019-03-03

북미회담 결렬…‘북한’을 다시 봐야 한다

하노이 북미회담이 결렬된 이후, 그 책임을 둘러싸고 양쪽이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다. 북미가 따로 하는 주장이야 그렇다 치고, 중요한 것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서에 접근하는 북한의 전략이 노출됐다는 측면에서 이번 회담 결렬은 시사하는 바가 강렬하다. 그들의 속내가 무엇인지, 우리가 소망에 눈이 어두워 잘못 기대한 대목은 없는지 새롭게 돌아봐야 할 때다. 무엇보다도 이제는 낭만적인 감상에서 깨어날 때가 됐다.이번 회담에서 합의를 막아선 것은 북한이 내놓은 ‘영변 핵시설 폐기’카드의 기만적인 성격 때문이다. 아마도 북한은 오랫동안 이미 노출된 영변 핵시설 이외에 극비시설들을 구축해왔던 모양이다. 영변을 내놓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게끔 준비를 해왔을 것이다. 그러나 세계 최고의 정보능력을 갖춘 미국이 이를 간파했을 것이고, 적어도 회담장에서 북한이 진정성을 담보하기를 원했을 가능성이 있다.영변에는 연간 약 7㎏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는 5㎿e 원자로와 2천 개의 원심분리기가 설치된 우라늄농축시설 등이 여전히 가동되고 있다. 북한 핵무력 고도화의 심장부다. 그러나 국제사회 일각에서는 영변 이외에 숨겨진 핵 시설을 줄기차게 거론해왔다. 평양 외곽의 강산과 평안북도 박천과 태천, 황해북도 평산 등에 핵 시설이 분포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곳부터 먼저 비핵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북한이 내놓은 반대급부 조건도 무리하다. 회담 결렬 직후 북한 외무상 리용호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 요구는 유엔 제재 결의 11건 가운데 2016∼2017년 채택된 5건, 그중에 민수(民需) 경제와 인민 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북한의 요구는 사실상 대북 제재의 99% 해제를 요구한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결과적으로 북한은 영변 핵시설의 고철 덩어리를 포기하는 대가로 국제사회 제재를 완전히 허물어뜨리려는 속셈이 아니었나 비판받고 있다. 상상하기조차 싫지만, 북한은 비밀 핵시설을 숨긴 채 대북제재를 모두 풀어내고 남한을 예속화하려는 그림을 그리고 있지 않은가 심히 의심스럽다. ‘전쟁 종식’ 갈망에 빠져 저들이 한 번도 말하지 않은 ‘북한 비핵화’라는 수식어에 터무니없이 취해 낭만적 ‘평화’감상에 젖어 살아온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북한에 대해서 할 말을 삼키고 사는 우리는 이미 저들의 묵시적 ‘핵 인질’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 ‘북한 비핵화’를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은 저들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효율적인 대응이다. 북한을 다시 봐야 한다. 하노이 북미협상 결렬 책임을 놓고 슬금슬금 깝치기 시작한 반미주의 외눈박이들의 행태가 걱정스럽다.

2019-03-03

‘황교안’호 한국당, 중도 민심 확보에 사활 걸어야

자유한국당이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당 대표로 선택했다. ‘황교안’호 출범이 갖는 가장 중요한 의미는 ‘안정 속에 변화’를 희구하는 당원들의 중론이 반영된 것으로 읽어야 옳을 것이다. 실패한 정치세력으로서 반성할 것은 철저히 반성하되 보수주의의 뿌리를 아주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결과적으로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한국당 새 지도부는 ‘중도 민심’을 얼마나 껴안을 수 있느냐에 따라서 사활이 갈리게 됐다. 한국당 전당대회는 시종일관 뜨거운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진작부터 황교안 후보의 강세가 이어졌지만, 일반 민심을 등에 업은 오세훈 후보의 추격전이 만만치 않았고, 이른바 ‘태극기 민심’을 바탕으로 하는 김진태 후보의 뒷심도 간단치 않았다. 세 후보의 주장은 명확하게 갈렸다.황 후보는 시종일관 ‘보수 대통합’에 방점을 찍고 문재인 정부를 제대로 견제하기 위해서는 범보수세력의 통합 추진을 역설해왔다. 오세훈 후보는 ‘중도 민심 확장’이 한국당 부활의 핵심요소라는 점을 강변해왔다. 특히 내년 4월 총선에서 이기려면 한국당이 수구화되거나 ‘도로친박당’으로 회귀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줄기차게 펴왔다. 김진태 후보의 메시지는 보다 강렬했다. 길거리에서 온몸으로 문재인 정권에 맞서온 자신의 이력을 앞세우며 총력투쟁에 나서는 선명 야당을 지향해야 한다고 외쳤다.민주주의를 하는 나라에서 정당의 선거는 기본적으로 성향에 따라 나뉘고 뭉친 당원들의 생각이 반영되는 것이 맞다. 그러나 그 당원들이 편협한 가치관에 함몰되어 ‘그들만의 리그’로 치달을 경우, 그 해악은 나라에는 물론이거니와 소속정당에도 위기를 불러올 결정적인 패착이 될 공산이 커진다. 이번 한국당 전당대회는 안타까운 마음에 극적인 변화를 원하는 민심에 대해서 오히려 상당 부분 당원들의 견제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황교안 새 대표의 기본 이미지는‘안정감’이다. 법률전문가로서 대법관에 국무총리까지 역임한 그의 이력이 말해 주듯이 가볍지 않다는 점이 최대의 장점이다. 존재감을 상실한 제1야당이 중심을 잡고 나아가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덕목일 것이다. 그러나 2위를 차지한 오세훈 후보의 ‘중도지지 확장’이라는 사명 또한 절대적인 과제다.어쩌면 한국당의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이 목표 달성에 사활을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 아울러 당내에 여전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실패를 가슴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완강하다는 점 또한 결코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을 어떻게 다독거려 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깊을 수밖에 없다.새로 선출된 황교안 대표가 당내에서부터 어떤 ‘통합의 리더십’을 스스로 보여줄 것인지 궁금하고 또 궁금하다.

2019-02-27

도시철도 무임승차 손실, 정부가 대책 세워야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등 전국 6개 광역자치단체가 법정 무임승차로 발생하는 손실에 대해 중앙정부의 보전책을 요구하고 나섰다고 한다. 이들은 전국 도시철도 운영 지자체협의회 개최를 통해 2020년 정부예산 확보, 국비보존 근거인 도시철도법 개정안 통과 등을 공동으로 요구키로 했다.도시철도를 운영하고 있는 광역자치단체의 적자 폭이 날로 커진데 따른 지자체의 공동대응 전략이라고 평가하기 이전에 한시바삐 이 문제는 근원적 해결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매년 같은 문제로 논란을 벌이는 것은 불필요한 행정력만 소비할 뿐이기 때문이다.1984년부터 실시해온 도시철도 법정 무임승차는 고령화와 도시철도의 광역화, 정부의 보훈정책 강화 등으로 매년 법정 무임승차 대상이 늘어나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을 크게 압박하고 있다. 대구의 경우를 보면 2017년 기준으로 대구도시철도의 법정 무임승차 인원은 4천400만 명으로 전년보다 10%가 증가했으며, 2013년과 비교하면 인원수로 1천400만 명(46.6%)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당기 순손실도 2013년 331억 원에서 2016년 448억 원, 2017년에는 547억 원으로 불어났다.전국 6개 광역자치단체의 2017년도 운영손실 규모는 5천925억 원에 이른다. 무임 승자 인원의 규모는 4억4천300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또 무임승차 인원의 증가로 전국도시철도 운영기관은 매년 9천억 원 정도의 적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도시철도 법정 무임승차는 노인복지 정책 차원의 제도로 사실상 생색은 정부가 내고 있는 정책이다. 전국 도시철도 운영 지자체협의회는 제도를 도입한 원인 제공자이자 수혜자인 정부가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을 보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설명이다.해마다 같은 이유로 되풀이되는 법정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을 두고도 정부는 운영기관이 지자체 소속이므로 손실도 지자체가 맡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노인인구 증가와 복지제도의 보편화 차원에서 보면 이 문제는 정부의 책임이 없는 것도 아니다. 정부도 예산 편성과 관련, 복지정책에 대한 입장 정리를 서둘러야 한다. 어정쩡한 태도를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최근 법원이 육체근로자의 노동 가동연령을 만 65 세로 인정하면서 이 문제는 새로운 변수를 맞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의 무임승차 연령의 기준이 상향 조정되는 것으로 여론화된다면 전체적인 밸런스 점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 차제에 제도의 개선도 모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지자체 몫이냐 정부 책임이냐를 따질게 아니라 합당한 내용을 근거로 법 개정 작업을 통해 지방정부의 재정난을 풀어주는 것이 정부의 제대로 된 역할이다.

2019-02-27

민주당의 ‘남 탓’ 고질병, 중증 수준 아닌가

집권 여당의 ‘남 탓’ 고질병이 중증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20대의 지지세 붕괴와 관련하여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교육 탓’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홍익표 수석대변인도 한 토론회에서 20대의 보수화를 거론하며 이전 정권의 ‘반공교육이 문제’라고 한 발언이 뒤늦게 논란이 되고 있다. 더욱이 사태수습을 놓고 당내 자중지란까지 일어나 한심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설훈 최고위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분들(20대)이 학교 교육을 받았을 때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이었다”며 “지금 20대를 놓고 보면 그런 교육(민주주의 교육)이 제대로 됐나 하는 의문은 있다”고 말했다. 20대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민주주의 교육을 못 받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것이다.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의 발언도 뒤늦게 논란이 됐다. 홍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5·18 망언과 극우 정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왜 20대가 가장 보수적이냐. 그 당시 학교 교육이라는 것이 거의 반공교육이었다”고 말했다. 한동안 잠잠한 듯하던 여당의 ‘이명박·박근혜 탓’ 프레임이 내부적으로 여전하다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노출된 셈이다.20대가 많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에는 설 의원과 홍 수석대변인의 발언을 놓고 “민주당은 잘 된 것은 자기 덕이고 잘못된 것은 모두 남 탓을 한다”며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정치전문가들은 “민주당이 내가 하는 일은 도덕적으로 옳지만 잘못된 것은 남 핑계를 대는 것이 체질화돼서 이런 발언이 나온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논란이 확산되자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머리 숙여 사죄한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발언 당사자 중 하나인 홍익표 대변인이 곧바로 “사과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공개 반발하는 등 혼란상을 드러내고 있다.온갖 부정적인 현상들을 매사 전 정권의 잘못으로 매도하고 있는 민주당의 ‘남 탓’ 습성은 참으로 끈질기다. 경제정책 실패를 ‘전 정부 경제 실정의 후과(後果)’로 돌리는 일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더니 이제는 자기 정당에 대한 지지율 변동마저 ‘전 정권 아래에서 교육을 잘못 받은’ 탓으로 돌리는 황당하고 쪼잔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대가 ‘반공교육을 받아서 문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는 논리의 그림자 뒤에 숨은 야릇한 확신은 모골을 송연하게 한다. 많은 이들이 20대가 촛불시위에 가장 많이 참여한 것도 ‘반공교육’ 탓인지를 되묻고 있다. 민주당은 집권 여당으로서 최소한의 자존심마저 팽개친 비겁한 인식의 틀을 하루빨리 깨부수고 겸양지덕을 회복하길 충고한다. “실언이 아니라 진심일 것”이라는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의 분석이 부디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2019-02-26

원해연 유치, 반도체 클러스터 再版되면 안 돼

3월로 예정된 원전해체연구소 입지 발표를 앞두고 경북도가 막바지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지역정치권을 중심으로 한 국회와 주무 부서인 산자부 등을 찾아 경북 경주지역 유치의 당위성을 백번이고 설명하겠다는 각오다. 반도체클러스터를 잃은 마당에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비장한 각오다. 경북도가 사활을 걸고 유치전을 벌이는 것은 당연하다. 최근 정부의 경북도 패싱 사업이 하나 둘이 아닌 상황에 원해연만은 반드시 유치해 허탈감에 빠진 주민들의 아픈 마음을 달래주어야 한다. 경북도는 원해연 유치를 위해 이철우 도지사가 직접 업무를 챙기며 사람도 만나기로 했다고 한다. 관련 기구도 격상을 시키고 TF팀도 구성했다. 포항시를 비롯해 경북 동해안 5개 시군 단체장들도 뜻을 같이해 원해연의 경주 유치를 촉구했다. 경북도의회, 경주시의회 등 곳곳에서 원해연 경주 유치에 대한 염원을 알리고 있다. 원해연은 국내 원전의 절반이 있는 경북 동해안이 적합하다. 국가 에너지 정책을 믿고 원전과 함께 생활해 온 주민들에 대한 보상차원에서도 합당한 조치다. 탈원전 정책에 대한 보상의 효과도 있다. 동해안은 한수원 등 원전관련 시설이 집중돼 있어 원전사업의 효율성을 올리는데도 국내서는 최고의 입지를 자랑하는 곳이다.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런 조건임에도 경주가 원해연 유치 도시에서 배제된다면 정책적 결정을 납득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지금 경북지역은 SK하이닉스 반도체클러스터 부지의 용인시 결정을 보고 매우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방의 균형발전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정부는 철저히 외면했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지방의 목소리는 들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결정 과정이었던 것으로 본다.원해연 입지 결정은 수도권 규제나 지역균형발전의 문제와는 다르나 정부가 주도권을 행사하는 측면에서는 다를 바가 없다. 정부의 일방적 결정에 지방 도시들은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논리나 당위성보다 정치적 고려가 우선이 된다면 정책 결정권자의 영향력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SK하이닉스 부지 결정도 수도권 경제논리에 빠져 지방의 간절한 호소는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원해연은 이미 정치적 고려라는 언급이 있어 온 사안이다. 정부가 고심하는 척 언론 플레이를 하고 정부의 의도대로 간다면 가장 적합한 요건의 경주는 한방에 훅 날아가고 말 것이다.원해연 입지가 국가의 장래를 위한 객관성, 적절성, 합리성이 있는 결정이어야 한다는 것이 경북지역의 일관된 주장이다. 반도체클러스터와 같이 정부 일방의 논리로 결정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주가 원해연 입지에서 배제된다면 경북의 민심도 한방에 훅 날아가고 말 것이다. 경북도의 사활을 건 유치전에 힘을 보탠다.

2019-02-26

민주당 TK특위, ‘표’만 먹고 ‘TK 패싱’은 모르쇠?

더불어민주당이 지역 현안을 정부에 전달하고 해결하겠다며 결성한 TK특위(TK발전특별위원회)가 정부의 철저한 ‘TK 패싱’ 국면에서 ‘꿀먹은 벙어리’ 행세여서 입줄에 오르내리고 있다. ‘탈원전’ 정책 유탄, 대구공항 통합 이전, 예산 패싱, 가덕도 신공항 추진 논란, SK하이닉스 구미 유치 불발 등 지역 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않은 채 자유한국당과 정쟁에만 몰두하는 등 지역민들의 기대에 너무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TK특위는 지난 22일 대구시와 경북도 관계자들을 불러 2020년 국비 예산 건의를 주제로 회의를 열었지만 위원들이 대거 불참해 사실상 반쪽짜리 회의로 전락했다. 지역 핵심현안이 논의된 이날 회의에는 TK특위 위원장인 김현권(비례대표) 의원과 TK지역 원외위원장들만 참석했을 뿐 설훈, 박광온 최고위원 등 TK특위 핵심위원들은 얼굴조차 내밀지 않았다.무엇보다도, TK특위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동남권 신공항 문제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은 차원이 다른 심각한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의 ‘가덕도 신공항’ 발언 등 부산·울산·경남(PK)을 향한 여권의 구애가 TK홀대론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언급이 없다는 것은 TK특위가 지역 현안에 대한 해결 의지가 없어 보인다는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지역 여권 인사들의 난감한 처지를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문 대통령발(發) ‘동남권 신공항’ 문제에 관한 논의 및 대응 방안과 ‘대구공항 통합 이전’ 등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더욱이 SK하이닉스 구미 유치 불발과 사실상 유치가 무산된 원전해체연구소도 마찬가지다. TK특위 차원의 항의성 메시지조차 없다.민주당이 한동안 TK유권자들에 들인 공과 지역민심의 변화는 유례없는 수준이었다. 2012년 18대 대선 때 불과 9%에 그쳤던 대구에서의 지지도는 2017년 19대 대선에서 21%, 2018년 6·13지방선거에서 39%로 치솟았다. 경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8대 대선에서 19%에 그쳤던 지지도는 2017년 대선에서 21%, 2018년 지방선거에서 34%로 급격히 올랐다. 이 같은 결과는 TK민심이 민주당에 대한 신뢰도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그런데도 정부에서 거듭 취하고 있는 ‘TK 패싱’ 행태와 TK특위의 ‘모르쇠’ 언행은 지역민들에게 배신감을 안겨 주기에 충분하다. 지역의 여당 인사들이 ‘표’만 먹고 지역 이익에 대해서는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회피할 길이 없게 생겼다. 아무리 자신의 정치행로 문제에 얽매어있다고 해도 정치를 이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 이래 가지고서야 무슨 ‘선진정치’를 일궈낼 것인가. 민주당의 TK특위는 무책임한 정치행태를 지속해서는 안 된다.

2019-02-25

시민주간, 대구사랑운동으로 거듭나길

2월 21일부터 28일까지 운영되는 대구시민주간은 올해로 3년째다. 시민주간은 대구시가 대구정신의 상징으로 평가받는 국채보상운동과 2·28민주운동을 기리고, 그 정신을 계승발전시켜 시민의 자긍심을 높이자고 하는 목적으로 시작한 행사다. 국채보상운동과 2·28 민주운동의 기념일에 맞춰 행사를 기획한 것도 이런 취지를 담아내고 있다. 3년째 접어든 이 행사는 이제 해를 거듭할수록 행사의 의미를 잘 살려 일반인의 관심도도 높아지고 있는 듯하다. 대구시민주간에 펼쳐지는 각종 기념행사와 더불어 시민주간의 의의와 배경을 이해하려는 시민들도 점차 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올해는 “대구시민이어서 자랑스럽다”는 슬로건을 내걸면서 대구시민의 자부심과 자긍심을 크게 고취시키고 있는 분위기다.역사적으로 보면 시민사회는 봉건사회를 타파한 이념적 개념이지만 지금은 시민이 주인인 시대정신을 의미한다. “시민 없는 도시는 없다”는 말처럼 시민의식은 도시를 구성하는 요소로서 핵심적 가치다. 한 도시의 주인으로서 책임 있는 행동과 자유 평등권을 보장받아야 하고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를 지지한다는 의미다. 대구는 3·1 독립운동보다 앞선 1907년 일어난 국채보상운동의 출발지다. 나라의 빚을 갚기 위해 온 국민이 힘을 모아 일어난 국채보상운동은 대구를 시작으로 전국으로 확산됐다. 국민적 공감대도 넓혀 남녀노소,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동참했다. 형식은 기부운동이었지만 내용은 일본 통치에 저항한 항일운동이었다. 4·19운동의 도화선이 된 2·28민주운동도 대구에서 시작됐다. 대구지역 고교생이 자유당 정권의 독재와 부정부패에 맞서 자발적으로 일어난 학생 민주화 운동이다.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의 밑거름이 된 운동으로 평가된다. 국채보상운동은 2017년 10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으며, 2·28민주운동은 지난해 2월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대구시민이 갖고 있는 자랑스러운 문화는 시민의 자긍심을 키우고 장차는 지역의 정체성으로 남게 된다. 대구시민주간의 운영이 중요한 이유도 이런 데 있다. 대구의 올바른 정신을 공유하고 높은 이해도를 통해 대구시민정신을 승화시켜 갈 수 있는 시민소통 문화행사이기 때문이다.대구를 사랑하고 대구를 자랑스럽다고 생각하는 시민이 많아져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구의 자랑스러운 정신과 문화를 제대로 알리고 승화시켜 대구사랑운동으로 거듭나도록 하여야 한다. 오동욱 박사(대구경북연구원)는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전환점이 돼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운영하고 있는 대구시민주간이 독창적 콘텐츠 등으로 시민의 호응을 받아 문화정신운동으로 승화하는 획기적 전환점을 만들자는 뜻으로 보인다. 시민주간 운영이 대구 발전의 추동력으로 작용하고 대구시민의 힘으로 모아진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2019-02-25

4대강 보 해체… 또 하나의 분열책동 시작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가 금강과 영산강의 5개 보 가운데 3개(금강 세종·공주보, 영산강 죽산보)를 해체하고, 나머지 2개(금강 백제보, 영산강 승촌보)를 상시 개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기획위의 결정에 대한 문제점이 잇따라 제기되는 등 논란이 비등하고 있다. 특히 위원회 위원 과반을 ‘해체론자’들로 채워 유리한 현장조사결과만을 지표로 지역 여론조차 무시한 채 내린 독선적 결정이요 분열책동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부 이래 이 나라 ‘국론분열’의 으뜸 상징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슈다. 건설 당시부터 찬반이 갈려 정치권 안팎에서 밤낮으로 지지고 볶아왔다. 보(洑)가 만들어진 뒤에도 철거 주장과 보존 논란이 첨예하게 맞서왔다. 그러던 중 감사원이 지난해 “이 전 대통령이 관련 부처 의견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4대강 사업을 추진했고, 경제성도 낮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해 보 철거 주장에 힘을 보탰다.연내에 있을 한강과 낙동강 등 11개 보 처리도 같은 패턴으로 갈 것으로 보여 촉각이 곤두선다. 특히 이번 결정 과정에 나타난 여러 가지 문제점은 그냥 넘어가기 힘든 우격다짐 요소들이 즐비하다. 결정권을 가진 위원회엔 애초부터 4대강 사업을 반대해온 사람 투성이여서 결론은 뻔한 것이었다.고작 1년 남짓밖에 실시하지 않은 환경부의 조사는 그나마 5개 수질 지표 가운데 녹조, 저층 빈(貧)산소, 퇴적물 오염 등은 물이 정체되는 구간에선 나빠질 수밖에 없는 지표들만 썼다. 유리한 건 넣고, 불리한 건 빼버린 아전인수식 평가임이 분명하다. 더욱이 공주보 수계지역 및 보 주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유지’ 의견이 훨씬 많았음에도 철저히 무시됐다는 점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오죽하면 민주당 소속 김정섭 공주시장조차 ‘보 철거는 지역 농업에 큰 재앙이 될 것’이라며 호소문까지 돌렸겠는가.보 하나에 수천억씩 들여 건설한 국가시설을 완공한 지 불과 7년도 안 돼 다시 막대한 국민 세금을 들여 허물겠다는 발상 자체부터 의아스럽기 짝이 없다. 이번 결정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4대강 자연성 회복’에 꿰맞춰 ‘코드 결정’한 ‘국가시설 파괴 행위’라면 정말 심각한 일이다. 4대강 보로 확보한 본류 구간의 수자원만 7억t에 달한다. 한 해 강수량이 한두 달에 집중되는 수자원 부족 국가에서 그 가치는 막대한 것이다. 공주와 낙동강 구미, 상주, 창녕 등 지역 농민들의 해체 반대의견을 무시해선 안 된다. ‘정치성’이라는 불순물을 완전히 배제하고 오로지 실용적인 관점에서 조금 더 오래, 더 정밀하게 따져보고 난 뒤에 부수든 놔두든 결정하는 것이 옳다.

2019-02-24

文 정부의 지역 균형발전 의지는 헛구호였나

120조 원이 투자될 SK하이닉스 반도체클러스터 부지가 용인으로 정해졌다. 설마가 진짜가 되고 말았다. 짜고 친 고스톱이란 생각이 든다. SK하이닉스의 특수 목적회사(SPC)인 (주)용인일반산업단지가 용인시에 투자 의향서를 공식 제출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그 과정이 드러났지만 정부는 애초부터 지방은 안중에도 없었던 사안이다.반도체 클러스터 사업 주체인 SK하이닉스가 부지를 선정하는 형식을 취하고, 정부는 절차만 거쳐주는 과정을 밟는 순서다. SK 하이닉스 유치로 지방의 경제를 살려보겠다는 목소리는 정부에 조금도 먹혀들지 않았다.경기도와 용인시 등이 곧바로 SK하이닉스 유치의 환영을 공식 표명하면서 구미시 유치를 요청했던 경북은 이제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고 말았다.반도체클러스터 부지 결정은 산업통상자원부가 국토부 수도권 정비위원회에 산업단지 공급물량 추가공급(특별물량)을 공식 요청하면서 현재 신속히 진행되고 있다. 과거 정부가 국가경쟁력 확보의 불가피성을 내세워 매번 특별물량이란 이름으로 수도권에 공장을 증설했던 것과 조금도 다름이 없다. 2006년 준공된 LG필립스 파주공장, 삼성전자 고덕산업단지, LG 진위산업단지 등이 특별물량으로 수도권 공장총량제를 피해 온 사례다. SK하이닉스도 똑같은 방법으로 규제가 풀리게 된다면 정부의 수도권 규제 정책은 이제 있으나마나 한 정책일 뿐이다.수도권 규제나 공장총량제 규제는 수도권에 몰리는 인구와 경제를 막아보자는 취지의 정책이다.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줄이고 지역균형발전으로 온 국민이 골고루 잘 사는 나라를 만들지는 취지의 제도다.문재인 정부는 국가균형발전 의지가 역대 어느 정권보다 강하다고 자부해 왔다. 대통령이 취임하자 말자 청와대 안에 자치분권비서관과 균형발전비서관 자리를 신설하면서 지역균형발전 의지를 다졌던 정부다.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 공화국을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약속도 여러번 있었다.그러나 120조 원이 투입될 SK하이닉스공장은 결국 수도권 지역으로 정해졌다. 수도권 규제 등을 정부가 임의로 풀면서까지 용인에 자리를 잡아 준 것이다. 그동안 문 정부가 강력히 주장한 지역균형발전 의지는 이번 결정 과정에 전혀 보이지 않았다.정부는 수도권 규제를 풀면서 반도체 기업과의 협업, 우수 인재 확보, 기존 SK하이닉스 공장과의 연계성 등을 고려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이유라면 앞으로도 똑같은 논리로 수도권 규제는 얼마든지 풀 수 있을 뿐이다. 수도권과 지방은 이미 빈익빈 부익부의 경지로 들어선지 오래다. 한쪽은 도시의 소멸을 걱정하고 또다른 한쪽은 난개발 문재로 걱정이다. 승자독식의 효과처럼 수도권이 국가경쟁력을 이유를 내세운다면 수도권 규제는 영원히 불가능하다. 문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구호는 헛구호였는지 묻고 싶다.

2019-02-24

‘동해안 패싱’ 목소리, 정부는 가볍게 듣지 마라

최근 들어 경북지역에 대한 정부의 국책사업 투자 계획이 형평을 잃어도 한참을 잃었다는 느낌을 지을 수 없다. 지난달 발표한 정부 예타 면제사업만 해도 그렇다. 전체 24조 원의 사업비 가운데 경북과 대구에 배정된 사업비는 전체의 6.2%인 1조5천억 원이다. 그 중 경북은 4천억 원이 고작이다. 선정된 사업의 내용도 경북지역의 어려움이 반영됐다고 보기가 힘들 정도다. 부산, 경남, 울산에 배정된 사업비 6조7천억 원(27.9%)과 우리 쪽 사정과 비교해 보면 내용이나 규모 등에서 형평성이란 말을 하기가 민망할 정도다. 과연 국토균형발전을 취지로 정부가 추진한 예타 면제사업이라 할 수 있을지 의심이 든다.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 의도가 깔린 정책 결정이라는 비판 여론도 쏟아졌으나 결과론적으로 경북은 피해지역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이유야 어쨌든 경북지역은 그로 인한 실제적 피해가 막심한 상태에 이르고 있다. 경북은 가뜩이나 탈원전 후유증으로 경제적 타격이 심각한 곳이다. 탈원전 정책으로 빚어진 문제에 대해 정부가 지역에 해 줄 대책이나 대응도 없는 상태다. 이래저래 경북은 정부 정책의 소외감으로 고민이 깊어 가고 있는 것이다.20일 포항시 등 경북 동해안 5개 시군이 참여하는 ‘경북 동해안 상생협의회’가 모임을 갖고 이와 같은 문제를 다시 논의했다고 한다. 이날 모임에서는 △원전해체연구소 동해안지역 선정 촉구 △원전피해지역에 관한 특별법 제정 △동해안고속도로(영일만 횡단대교-영덕-울진-삼척구간) 건설사업 조기 추진 △경북도 환동해지역본부 제2청사 격상 등을 정부 측에 우선 사업으로 제안하기로 하고 이와 관련해 시군이 공동 대응하기로 결의했다고 한다.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내용이지만 경북 동해안 시군의 입장에서는 이보다 심각한 현안이 있을 수 없다. 특히 원전해체연구소 입지 문제가 부산 울산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란 보도가 나오면서 이곳은 더욱 민감한 분위기에 빠져 있다. 우리나라 원전시설의 절반이 이곳에 있고 한수원과 폐기장 등 효용성이 갖춰진 원전 집적지를 두고도 해체시설을 굳이 다른데 둔다는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져 있다. 특히 탈원전 정책으로 정부 정책을 믿고 오랜시간 원전 옆에서 생활해 온 이곳 주민들에 대한 정부의 배려가 없다는데 대한 섭섭함도 크다. 최근에는 SK하이닉스 구미유치 문제와 남부내륙철도의 경북구간 무역사 문제까지 겹치면서 경북 사람들이 갖는 허탈감은 상당한 수준에 있다.정부의 정책은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집행돼야 한다. 정치적 고려는 배제하고 정책으로 투입되는 비용이 국가에 효율적으로 기여할 것인지를 따져 봐야 한다. 국민 누가 보더라도 수긍이 가는 결정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북 동해안 5개 시군들이 머리를 맞대 정부에 요구하는 상생안이 정부의 세심한 배려로 잘 받아들여지길 바랄뿐이다.

2019-02-21

국가안전대진단, 민심달래기 ‘쇼’에 그쳐선 안 돼

19일 오전 발생한 대구 포정동의 대보사우나 화재를 비롯한 각종 안전사고로 인해 전국적으로 인명피해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정부가 국가안전대진단에 나섰다. 대보사우나 화재 역시 영락없이 ‘예고된 인재(人災)’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스프링클러도 보험도 없었다는 뒷북 지적과 함께 대구시와 소방당국의 안일한 관리와 점검도 도마에 올랐다. 이번에야말로 정부의 국가안전대진단이 국민 여론이나 무마해보려는 기우제 개념의 ‘쇼’가 되지 않기를 신신당부한다. 대구시와 중구청은 지난해 2월 행정안전부 주관의 국가안전대진단을 실시했다. 당시 대구시는 1천 곳의 소규모 다중이용시설 등을 점검하고, 전담인력을 구성해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관리하겠다고 공언했다. 아울러 방화문의 기능 강화를 추진하고 건축물 외부 마감재의 불연재 사용 규정을 개선하겠다고도 했다. 대보상가는 지난해 두 차례나 소방 안전점검을 받았지만, 불이 난 대보사우나는 점검 대상에서 빠져 있었다. 중부소방서도 지난해 복합스파시설 합동안전점검 과정에서 4층의 대보사우나를 제외했다.2월 18일부터 4월 19일까지 실시되는 올해 국가안전대진단은 학교, 식품·위생관련 업소 등 국민생활 밀접시설과 도로, 철도, 에너지 등 사회기반시설 약 14만 곳에 대해 합동 점검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는 발표다. 전국의 낡은 주택과 빌딩과 도로·교량·철도와 지하시설물에 대해 정밀하고 확실한 안전진단을 벌이는 게 급선무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국가안전대진단을 통해 우리 사회의 안전수준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국민들께서도 우리 주변의 안전 위험요소를 적극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국가안전대진단’이라는 이름은 거창하지만 그동안의 경험칙에 따르면 이번에도 또다시 흉내만 내다가 그칠 가능성이 없지 않으리라는 예감이 적지 않다. 국민 삶의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고 관리하는 일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존재 이유 중 하나다. 냉철한 인식 속에 실질적인 변화가 보장되는 종합적인 진단과 처방절차가 이뤄져야 한다.굳이 어느 정권이라고 지목할 이유도 없이 그동안의 매너리즘과 형식적 절차에만 집착한 나머지 실효적인 조치들이 소홀히 다뤄져서는 곤란하다. 특히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고질적 안전불감증을 씻어낼 수 있는 강력한 방안들이 강구돼야 한다. 사회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촘촘한 감시망을 짜고 생활 속에서 안전사고와 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 촉수 역할을 감당해주도록 유도해내야 한다. 재해 앞에 ‘인재’라는 수식어가 더 이상 붙지 않도록 제도개선을 비롯한 결정적인 변화를 신속히 일궈내기를 기대한다. 이제는 민심 달래기 ‘진단 쇼’만 거듭할 때가 아니다.

2019-02-21

민주당의 ‘김경수 지키기’ 행태, 도를 넘고 있다

집권 여당의 거듭되는 ‘김경수 지키기’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편향적인 견해를 가진 법조인들을 동원해 김경수 경남지사 판결문 분석 기자간담회를 여는 등 여론전의 고삐를 멈추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야당은 이 같은 행태에 대해 맹비난을 멈추지 않고 있다. 특정 정치인에 대한 집권 여당의 지나친 반응은 국민 정서에 부합하지도 않거니와 이 나라 사법질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고 있다.더불어민주당은 19일 법조인을 초청해 김경수 경남지사 판결문 분석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집권 여당이 1심 법원 판결문을 비판하는 간담회를 연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항소심을 앞두고 2심 재판부를 압박하겠다는 차원이어서 야당과 법조계뿐 아니라 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사법농단 세력 및 적폐청산 대책 특별위원회’가 당대표 회의실에서 연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차정인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김 지사는 공동실행 없는 공모만 있는 경우”라며 “단순 모의에 참여하고 실행하지 않은 경우에 공동정범으로 처벌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발제에 나선 김용민 변호사는 “김동원 등의 진술증거는 증거능력이 없거나 진술을 서로 맞춘 흔적들이 발견돼 신빙성이 매우 낮아 이를 통해 유죄를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면서 “김 지사와 김동원 등과의 공범 관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재판부는 김동원 등의 진술에 대해서만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모순을 보였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엔 ‘김경수 판결문 함께 읽어봅시다’라는 주제로 대국민 토크쇼를 열기도 했다.이 같은 거듭된 행태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정권을 잡았다고 해서 사법부 위에 군림하고 법원을 산하기관 대하듯 마음대로 휘두르겠다는 발상”이라며 “차라리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재판장을 겸임하는 게 어떤가”라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도 “민주당이 김 지사 판결에 대해 판결불복운동을 전개하고 있다”며 “돌보라는 민생은 안중에도 없고 김경수만 돌보기로 한 모양”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 같은 행태는 유례를 찾기 힘든 집권 여당의 사법부 압박 이벤트로서 많은 국민들에게 의혹을 확산시키고 있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적폐청산’ 드라이브를 걸면서 법원에 ‘엄벌주의’를 압박해온 기조와 달라도 너무 다른 행태라는 점에서 앞뒤가 안 맞는다는 비난을 모면키 어렵다는 평가다. 도대체 김경수가 얼마나 특별한 존재이기에 저리도 막무가내로 옹호하는지 모르겠다는 말까지 나돈다. 과도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이 온 국민의 가치관에 혼돈을 초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나라가 ‘법치국가’의 면모를 유지할 수 있도록 사법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주고 존중해야 마땅할 것이다.

2019-02-20

안전 불감증 사고… 언제쯤 멈출까

밤사이 안녕이란 말이 실감난다. 우리사회는 언제쯤 사고가 없는 안전한 나라로 태어날 수 있을지 국민 모두가 답답해하고 있다. 19일 오전 대구 중구 포정동 대보사우나 4층 남탕 입구에서 화재가 발생해 2명이 숨지고 80여명이 다쳤다. 다행히 20분 만에 불길이 잡혀 주민이 사는 목욕탕 위쪽으로는 화재가 번지지 않아 대형 참사는 면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화재를 지켜 본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불안한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다.이미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와 밀양 요양원 사고를 통해 심각한 우리사회의 안전 의식을 알고 있는 국민들로서는 노이로제가 걸릴 정도로 안전 불감증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당국의 좀 더 적극적이고 엄격한 감독만 있었으면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을 항상 지우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사후약방문식의 당국의 조치에 분노를 느끼는 국민도 적지 않다. 대보사우나 사고의 원인도 안전 불감증이다. 이미 이 건물은 여러 차례 소방 안전점검에서 소방, 전기, 통신, 배수, 외장 등 많은 부분에서 문제가 제기된 요주의 빌딩이다. 소방 관계자도 “워낙 건물이 낡아 땜질 처방식으로 점검을 통과했다”고 했다. 100여 명이 넘게 사는 건물에 제대로 된 건물관리자조차 없었다고 한다.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은 줄 알면서도 당국도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지금까지 그냥 지켜봐 온 것이라 할 수 있다. 당국의 적극적 의지와 감독이 있었다면 사고 예방도 가능했을 문제다. 이번 화재를 두고 인재라 지적하는 것은 이런데서 나온 말이다.문제는 늘 상 지적하지만 이와 같은 건물이 전국 다른 지역에 또 없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 우리국민의 안전은 대책도 없이 그냥 노출상태로 또 가야할 입장이다.지난해 11월 서울 종로 고시원 화재사고도 대보사우나 사고와 별반 다른 게 없다. 스프링클러가 없어 좁은 고시원 안에서 불길을 피할 수 없었던 7명이 안타깝게 희생당하고 말았다.고교생 3명의 목숨을 앗아간 강릉펜션 사고도 안전 불감증이 가져다 준 불행이었다. 가스 누출기만 설치했더라도 안타까운 고교생의 생명은 건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작지만 당국의 세심한 관심과 지도만 있다면 우리사회에서 지금 발생하는 안전사고의 상당부분은 줄일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작년 9월 서울 상도동 공사현장에서는 축대가 무너지면서 유치원 건물이 폭삭 주저앉을뻔 한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한밤중에 일어나 대형 사고는 면했으나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다. 사고는 시간도 장소도 예고도 없이 일어난다. 철저한 안전의식만이 사고를 미리 막을 수 있는 것이다. 당국은 법과 원칙을 지키고 제대로 된 관리감독으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것이다. 사건이 터질 때 마다 뒷북치는 행정과 정치인의 각성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2019-02-20

줄줄이 오르는 물가…서민가계 위태롭다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로 외식물가 상승 분위기가 이어져 온 가운데 연초 들면서 각종 가공식품 가격까지 들먹이고 있다고 한다. 특히 서민물가 인상 러시 속에 택시비 등 교통요금과 전기료, 수도료 등 각종 공공요금도 잇따라 오를 것으로 예상돼 서민들의 가계 압박이 보다 가중될 전망이다. 한국소비자원이 밝힌 올 1월 중 다소비 가공식품 가격 동향에 따르면 조사대상 30개 품목 가운데 18개 품목의 가격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품목별로는 설탕, 된장, 콜라, 생수, 즉석밥 등이 크게 올랐으며 서민들과 밀접한 품목일수록 가격 상승률이 비교적 높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전년 동월에 비해 가격이 내린 품목은 모두 6개에 불과해 가격불안 요소가 잠재 중인 것으로 분석됐다.시중에는 작년부터 이미 각종 물가가 뜀박질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부터는 서민들이 즐겨 찾는 패스트 푸드와 배달음식 등의 가격이 올랐다. 식당 등의 외식물가도 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야금야금 올려 이미 많은 곳은 가격 인상을 단행한 상태다. “월급만 빼고 모든 게 올랐다”는 샐러리맨들의 푸념이 나온 지도 꽤 된 이야기다.이런 가운데 공공요금도 곧 따라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와 서민들의 가계는 이래저래 불안한 실정이다. 대구시가 지난해 11월부터 택시요금을 14.1% 올렸다. 기본요금을 2천800원에서 3천3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포항을 비롯한 경부 도내도 다음달 1일부터 택시비가 종전보다 약 12.5% 인상된다. 6년 만에 오른다고 하지만 서민의 입장에서는 택시 타기가 이젠 겁나게 됐다.최근 한전이 2조 원이 넘는 적자를 내면서 전기료 인상설이 솔솔 흘러 나오고 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른 후유증으로 보이나 그 부담이 서민경제로 돌아오는 꼴이 된 셈이다. 수도료 인상설 등 각종 공공요금의 추가 인상 움직임이 전해지면서 새해들어 서민들의 걱정은 날로 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이 같은 각종 물가상승 움직임에 대해 경제계는 정부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주된 원인으로 분석한다. 서민층의 살림살이를 돕겠다는 취지의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상승으로 이어져 서민경제에 부메랑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취약계층의 고용이 되레 불안해지고 물가마저 오른다면 최저임금 정책에 대한 재고는 마땅한 일이다.문제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물가 반영이 아직 온전치 못한 데 있다. 앞으로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에 따라 물가는 얼마든지 변수가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경기마저 나빠져 소비자가 지갑을 닫는다면 우리 경제의 경기침체는 더 심화될 것이 뻔하다. 물가당국은 시중의 물가인상 움직임에 보다 신속히 대응해 서민 가계의 불안감을 잠재워 줄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19-02-19

북미회담, 남한의 ‘닭 쫓던 개’ 신세를 우려한다

일주일 남겨놓은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회담 기류분석이 엇갈리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회담 결과를 낙관했다. 문 대통령은 7대 종단 지도자들과의 오찬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북미 관계 정상화에서 큰 진전이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속도조절론을 재언급하면서 ‘우리는 단지 (핵·미사일) 실험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 상황에서 우리 국민의 걱정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가진 종단 지도자들과의 오찬에서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이행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낙관론의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확실한 정보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온 국민과 마찬가지로 ‘희망’섞인 전망을 표현한 것으로 듣는 게 옳을 것 같다.주지하듯이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줄곧 ‘조선반도 비핵화’라고만 언급했을 뿐, ‘북조선 비핵화’라는 단어는 쓰지 않았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흐드러진 상황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을 추가로 실시하지 않는 것을 자신의 업적으로 포장하기에 여념이 없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중단과 대북제재의 해금을 맞바꾸는 최악의 시나리오, 즉 ‘스몰딜’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는 형국이다.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나는 속도에서는 서두르지 않겠다”면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 본토를 위협할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만 막는 선에서 합의를 이뤄내는 게 목표임을 시사했다. 우리로서는 여차하면 핵을 머리에 이고 살거나, 북한의 핵 인질이 되어서 전전긍긍해야 할 형편에 몰리는 최악의 위기가 닥쳐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많은 전문가들이 이번에 제재 일부 완화 등 당근이 제공될 경우 북한 비핵화를 견인할 동력은 급속히 약해질 것이라고 내다본다.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들이 가장 우려하는 북한 미사일의 미 본토 공격 가능성을 차단한 것만으로도 외교적으로 성공했다는 논리로 본격적인 재선 레이스에 들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지금이야말로 우리의 분명한 목소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길은 두 갈래뿐이다.불가역적인 북한 비핵화에 로드맵을 담보해내든지, 대한민국의 자체 핵무장 명분을 확보하든지 해야 한다. ‘닭 쫓던 개 지붕만 쳐다보는’ 격인 우스꽝스러운 신세가 될 확률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고 있다. 문 대통령의 흉중에 회심의 플랜B와 플랜C가 든든하게 자리 잡고 있기를 기대한다. 아직은 ‘김정은이 노리는 것은 남한의 무장해제’라는 미국 하원의장 펠로시의 말을 허투루 듣지 말아야 할 이유가 차고 넘친다.

2019-02-19

호국평화도시 명성에 맞는 기념관으로 거듭나야

경북 칠곡군이 국·도비 등 548억 원을 들여 건립한 ‘칠곡호국평화기념관’이 볼거리가 부족해 갈수록 관람객이 줄어들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운영예산 부족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제때 개발하지 못하고 있고, 인프라 확장도 어려워 자칫하면 기념관이 ‘빛좋은 개살구’에 그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2015년 개장한 칠곡 호국평화기념관은 지상 4층, 지하 2층 규모의 호국체험 및 교육전시관이다. 호국기념관으로서는 국내 최대 규모다. 호국의 성지 칠곡군의 역사적 배경과 이미지에도 잘 맞아떨어지는 기념관이다. 개장 초기 8개월 만에 12만여 명이 찾을 만큼 호응을 얻었으나 진부한 프로그램과 반복적인 콘텐츠 전시 등으로 점차 관람객으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다고 한다.칠곡군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해 호국평화기념관을 찾은 관람객은 약 17만 명이다. 그 중 유료 관람객은 7만 명에 그쳤다. 그나마 군이 입장권을 지불하며 동원한 관람객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이름만 유료 관람이지 사실상 무료 관람이나 다를 바 없다. 구경할 사람이 없으니 무료라도 관람을 시켜 실적이라도 올려야겠다는 것으로 밖에 해석이 되지 않는다. 관람자들은 학교 등을 통한 단체관람이라 어쩔 수 없이 가서 구경을 하지만 시간이 아까울 정도라고 한다. 빈약한 프로그램과 진부한 전시내용 등이 반복되면서 관람객의 흥미를 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빈약한 재정의 문제도 크지만 운영상 미숙도 한 원인으로 보인다.칠곡군은 ‘호국평화의 도시’를 군의 슬로건으로 내건 고장이다. 6·25전쟁 당시 북한군의 침범으로 우리나라가 위험에 빠졌을 때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건져낸 자랑스러운 도시다.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치열한 전투를 벌이면서 국군 수만 명의 목숨이 희생된 곳이기도 하다. 1950년 8월부터 55일간 벌어진 낙동강 방어 전투는 6·25전쟁을 승리로 이끈 대전환점의 전투였다.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이나 수도 서울 탈환의 전세를 마련한 것도 낙동강 전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칠곡군이 호국평화기념관을 건립한 배경에도 이처럼 자랑스러운 호국의 고장을 널리 알리고 그 정신을 이어받기 위함이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건립한 기념관이 당국의 노력 부족으로 건립정신을 살리지 못해 빛좋은 개살구 신세가 된다면 그보다 안타까운 일이 어디 있을까 한다.우선은 예산의 문제가 있으나 예산 타령에 앞서 참신한 기획력을 동원해 호국평화기념관의 존재를 제대로 알리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대구경북에는 호국과 관련한 역사적 사실이 즐비하다. 칠곡의 호국정신과 국채보상운동 등과 같이 대구 경북의 정신 운동을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칠곡군의 호국평화기념관이 전국 최고의 호국관으로 자리를 잡도록 당국의 열정과 관심이 더 커져야 할 것이다.

2019-02-18

해오름동맹, 소탐대실의 우 범해선 안 돼

지역의 경계를 허물고 거시적인 안목으로 괄목할 지역발전을 꾀하자는 차원에서 추진돼온 ‘해오름동맹’이 최근 지역이기주의 폭발로 흔들릴 위기에 빠졌다는 소식이다. 울산과 경주는 원자력해체연구소 유치를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포항과 울산은 신북방정책의 환동해권 거점 물류항만을 선점하려는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편의상 그어진 행정구역을 뛰어넘는 새로운 발상의 창의적 성과물인 지역동맹이 소탐대실(小貪大失)의 희생물이 돼선 안 된다. 포항∼울산 고속도로가 개통된 지난 2016년 6월 말 출범해 올해로 4년 차인 해오름동맹은 포항·울산·경주가 힘을 합쳐 경제규모 95조 원대의 메가시티로 도약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일구어 왔다. 그동안 공동협력 사업으로 추진되던 ‘울산시 북구 농소∼경주 외동 간 국도건설 사업’이 정부의 예타면제사업에 선정되는 등의 일부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3자 동맹 사이에 노골적인 과다경쟁기류가 흐르고 있다. 무엇보다도 현 정부가 각종 대형국책사업을 추진하면서 정치적인 판단이 개입돼 이들 동맹자치단체 간 각자도생(各者圖生)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 탈원전 정책의 핵심기지 역할을 할 14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원자력해체연구소(원해연) 유치전이 대표적이다. 울산시와 부산시는 원전관련 핵심 기관·시설이 밀집해 있는 경주시가 최적지로 평가되자 지난해 말부터 공동유치 쪽으로 작전을 변경했다.포항과 울산의 관계도 심상찮다. ‘제1회 한·러 지방협력 포럼’ 개최지인 포항이 신북방정책의 환동해권 거점 물류항만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는 가운데, 울산이 ‘제2회 한러 지방협력 포럼’의 개최지로 확정되면서 북방경제협력위원회를 출범하는 등 거점 물류항만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해오름동맹이 위기국면으로 치닫는 것은 우리나라가 아직도 강력한 중앙집권체제의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뚜렷한 증거다. 각 지역의 자발적인 ‘상생’마저 중앙정부와 정치권이 협조하지 않으면 성취되기 어렵다는 사실이 명료하게 드러나고 있다. 추악한 정치적 욕망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파생되는 분열적 망동들이 상생의 미덕을 순식간에 파괴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휘둘려서는 안 된다. 어렵사리 꾸려진 대승적인 지역발전 설계도가 무참히 찢어져서는 곤란하다. 참된 지방자치의 의미, 새로운 ‘지역발전’의 가치를 놓치지 말고 ‘상생(相生)의 정신’을 굳건하게 지켜가야 한다. 선의의 경쟁은 지속하되 상호 양보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모색해온 공통분모가 품고 있는 무한한 시너지 효과를 부디 망각하지 말길 바란다. ‘지역발전’의 숭고한 사명이 중앙정치권력의 격투기장에 던져진 초췌한 희생물이 돼가고 있다.

2019-02-18

정부 추진 사업, 원칙 잃으면 국민적 신뢰도 무너진다

문재인 대통령의 동남권 신공항 발언으로 영남권이 온통 시끄럽다. 들끓는 분위기가 좀체 진정될 것 같지가 않다. 부산 정치권 등은 대통령의 발언을 시작으로 벌써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따른 전략적 대응을 주문하고 나섰다.반면에 대구경북권에서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 반대 여론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미적대던 대구통합신공항 사업에는 무반응이던 대통령이 다 끝난 가덕도 신공항 분위기를 다시 살렸으니 당연하다. 대통령의 부산 발언에 대해 청와대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 하나 신공항 문제는 일파만파로 확산될 추세다.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책 사업이 대구·경북지역과 연관되면서 우리에겐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과 대구통합신공항 문제, 원자력해체연구소 입지와 SK하이닉스 반도체 특화클러스터 입지 등 하나같이 중차대한 일이다. 지역은 모든 건에 대해 사활을 걸고 있다.그러나 정작 정부의 정책 결정은 우리지역과는 코드가 맞지 않게 돌아가는 것 같아 걱정이다. 원칙도 없어 보인다. 지역민이 납득하지 못하는 일들이 벌어질 분위기여서 안타깝다. 지난 13일 문 대통령 언급으로 시작된 동남권 신공항 문제만 해도 이미 종결된 정부 정책이다. 10여 년 끌어온 사업이 두 번의 정부를 거쳐 정부 정책으로 김해가 결정된 사업이다. 국토부도 부산권의 가덕도 재거론에도 김해신공항을 일정대로 추진 할 뜻을 여러 번 밝혔다. 이 문제가 다시 거론된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다. 동남권 5개 단체장의 합의 없이는 다시 뒤집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경북도와 구미시가 유치에 나서고 있는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도 비슷하다. 10년 동안 120조 원이 투자되며, 1만 명 이상 고용효과가 있는 사업이라 날로 힘들어지는 지방으로서는 탐이 나는 일이다. 구미시와 경북도가 공장 부지의 무상임대 등 대규모 혜택을 내세워 유치에 나서고 있으나 성사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공장총량제에 묶여 있는 수도권에 대해 이번에도 정부가 특별물량이란 이름으로 규제를 풀어 줄 거란 소문이 벌써 나오고 있다고 한다.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정부가 마련한 수도권 공장총량제 시책이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만약 SK하이닉스가 또다시 수도권에 입지한다면 이것 또한 원칙이 무너지는 일이다.2천400억 원이 투입되는 원전해체연구소도 최적지라 평가를 받는 경주가 제외된다는 보도가 나왔다. 산자부는 결정된 바 없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부산과 울산의 정치적 입김이 작용하여 경주가 밀린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다. 정부의 국책사업은 원칙적 집행이 가장 중요하다. 그 원칙에는 법과 규정이 있으며 국가발전과 국민의 납득이 있어야 한다. 정치적 이유가 있어서는 당연히 안 되는 일이다. 원칙보다 정권 차원의 판단이 우선한다면 결국 국가적 손실만 안게 될 것이다. 국민의 신뢰도 당연히 무너질 것이다.

2019-02-17

한일관계 최악…양국 ‘정치악용’ 여지부터 제거를

한일관계가 역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위안부·강제징용·초계기에 이어 ‘일왕 사죄’요구 논란까지 겹겹이 이슈가 쌓이면서 평행선을 벗어나지 못하는 형국이다. 외교적 갈등과는 별개로 경제 분야를 비롯한 양국 간의 교류에는 아직 큰 변동이 없다고는 하지만, 언제든지 심각한 국면으로 확산할 여지가 있는 시한폭탄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인다. 해법의 매듭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양국 정치권의 악용 여지부터 없애는 것이 급선무다. 지난 8일 문희상 국회의장이 블룸버그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의 본질은 진정성 있는 사죄”라면서 “‘전범’의 아들인 현 아키히토 일왕이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사죄를 해야 한다”는 발언을 해 일본을 한껏 자극했다. 그런데 일본이 최근 ‘이미 사과했다’는 입장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일본이 ‘한국에 사과를 했다’는 주장을 펼치며 근거로 드는 가장 대표적인 문건은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가 발표한 제2차 세계대전 종전 50주년 담화문이다. 그는 당시 “우리나라는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의해 많은 나라들, 특히 아시아 제국의 여러분들에게 큰 손해와 고통을 주었다”며 “의심할 여지도 없는 이 역사의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여기서 다시 한번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하며 진심으로 사죄의 마음을 표명한다”라고 밝혔었다.‘지한파’로 꼽히는 미치가미 히사시 주(駐)부산 일본 총영사는 2016년 7월 국내에서 출간한 저서 ‘한국인만 모르는 일본과 중국’(중앙북스)에서 일본 역대 총리들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사과의 편지를 보낸 사실을 공개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하시모토 류타로 총리 또한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일본국 총리로서 진심으로 사과와 반성을 표합니다’라는 사과의 편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위안부 역사에 대해서 ‘많은 여성들의 명예와 존엄성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라고 썼다고도 했다.한일갈등 양상을 요약하면 일본은 이미 ‘사과했다’는 입장이고, 우리는 ‘진정성이 없다’는 주장인 것이다. ‘진정성’이 문제가 되는 만큼 풀어내지 못할 이유가 없을 듯도 하다. 우리에게 일본은 전 분야에 있어서 영향을 주고받는 이웃으로서 작금의 첨예한 갈등은 서둘러 풀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양국 정치권이 갈등을 악용해 수구적 민심을 자극하여 권력을 유지하려는 얄팍한 속셈부터 버려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의 ‘일왕 사죄’요구가 잠시 속 시원한 ‘사이다 발언’은 될지언정 미래지향적인 혜안인지는 의심스럽다. 기왕에 문 의장이 나선만큼, 쏙 빠지지 말고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묘안까지 생산해내면 더 좋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다.

2019-02-17

문 대통령 동남권 신공항 발언… ‘진의’ 밝혀져야

문재인 대통령이 동남권 신공항 건설 ‘판도라 상자’를 다시 열어젖혔다. 문 대통령은 13일 오후 부산 시내 한 식당에서 가진 지역 경제인과 비공개 오찬간담회에서 “부산시민들이 신공항에 대해 제기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면서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결정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발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놓고 억측이 난무한다. 정부 안에서는 지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동남권 신공항 문제와 관련, “이달 말 부산·울산·경남 차원의 자체검증 결과가 나오는 것으로 안다. 만약 (영남권 광역단체들의) 생각이 다르다면 부득이 총리실 산하로 승격해 검증 논의를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대통령 발언은) 신공항과 관련해 부산시의 의도를 전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는 환영 입장을 밝혔다.‘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한반도 동남쪽에 인천공항에 이은 동북아 제2의 허브공항을 짓겠다는 목표로 추진한 사업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토부에 타당성 검토를 지시하면서 2006년 말 공론화된 이 사업은 2010년 7월에는 20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입지평가위원회가 구성돼 두 후보지를 대상으로 평가작업을 벌인 끝에 2011년 3월 30일 가덕도와 밀양 모두 합격 기준에 이르지 못하면서 전면 백지화로 결론이 내려졌다.부산·경남·울산 지역 단체장들은 이미 확정된 김해공항 확장안을 폐기하고 가덕도에 신공항을 건설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해왔다.행정안전부도 이번 설 직후 작성한 지역 민심 동향 문건에서 ‘이철우 경북지사와 권영진 대구시장은 정부가 대구통합공항 이전을 먼저 확정하고 추진해준다면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명시했다.문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청와대 관계자가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했지만, 부산시는 이날 “대통령께서 큰 선물을 주셨다”고 밝혔다. 한때 영남권에 극심한 지역갈등을 일으켰던 동남권 신공항 이슈를 다시 일깨운 대통령의 의중이 궁금하기 짝이 없다. 총리실이 직접 검증을 거쳐 가덕도 신공항 추진으로 방향을 틀 수도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대구공항 이전과 연계한 대구·경북의 대응이 과연 슬기로운 것인지도 의문이다. 땅덩어리도 좁은 한국에 공항을 왜 그렇게 늘려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해외 전문가들의 지적과 적자투성이인 지방공항의 현실도 떠오른다. 최근 PK(부산·경남) 방문이 잦아진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에 “내년 총선을 위한 선거운동”이라는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의 비판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국익은 젖혀놓고 권력 유지를 위한 정치공학만 판을 치는 나라에 무슨 미래가 있을 것인가.

2019-02-14

한 달 앞둔 동시 조합장 선거, 공명선거 분위기 살려야

다음 달 13일 전국에서 동시에 치러지는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가 예상했던 대로 혼탁과 과열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조합장 선거의 과당경쟁 방지를 위한 법 개정 취지와는 달리 1회 선거 때와 마찬가지로 범법자가 이번 선거에서도 다시 양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고 한다.4년마다 치러지는 전국동시조합장 선거는 농수축협 조합장과 산림 조합장을 선출하는 제도다. 전국 1천343 곳에서 유권자 267만 명이 참여하며, 경북에서도 180곳 40만 명의 유권자가 선거에 참여하게 된다. 미니 지방선거라 불릴 정도로 규모가 방대하고 지방단위에서는 관심도 많은 선거다. 자칫하면 불·탈법으로 농어촌이 몸살을 앓을 만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전국동시조합장 선거는 지방단위로 실시되던 농수축협과 산림조합의 대표 선출과정을 보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치르기 위해 마련된 법(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에 의해 2015년 처음 실시됐다. 그러나 지나치게 선거활동을 제한하는 바람에 오히려 법 위반자를 양산하는 부작용을 드러냈다.지금의 선거운동 방식으로는 새로운 인물이 조합장에 도전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따라서 선거출마자가 자신을 알리기 위해 부득이 하게 위법 행위를 해야 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해 일부 법을 고치자는 의견과 함께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상정돼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 전까지 법 통과가 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그렇다고 돈 선거가 활개치도록 놔둘 수는 없는 일이다. 중앙선관위는 최근 17개 시도 선관위 연석회의를 열고 동시조합장 선거대책을 논의하면서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원칙’을 엄중 적용키로 했다고 한다.선거범죄 신고 포상금도 최고액을 1억 원에서 3억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경찰도 지난 22일부터 선거와 관련한 불법행위에 대한 일제 단속에 들어갔다고 한다.그럼에도 대구경북에서는 동시조합장 선거와 관련한 사전선거 운동, 금품제공 등으로 고발 9건, 경고 13건이 적발됐다고 한다. 앞으로도 이 같은 위법행위들은 더 벌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당국도 긴장하고 있다고 한다.이번 선거를 공정한 선거로 끌고 가기 위해서는 먼저 조합장 선거에 출마한 당사자가 불·탈법 행위를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선거법 위반은 갈수록 그 처벌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에 있다. 당사자의 공정한 선거 의지가 선거 문화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으로 공정선거 풍토 조성에 모두가 앞장서야 한다. 유권자도 마찬가지다. 불법 탈법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히 거절하고 공정선거를 이룩하는데 함께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현재 상정된 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되어야겠지만 돈은 묶고 입은 푸는 선거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도록 우리 사회 전체가 이번 선거에 관심을 가져야 하겠다.

2019-02-14

원전해체연구소, 백번 살펴봐도 ‘경주’가 최적지

원전해체연구소(원해연) 예정지가 동남권 어디로 결정될 것인가를 놓고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연합 전선을 펼쳐온 부산시와 울산시가 양 광역시의 경계지역으로 내정됐다고 발표하고 나서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즉각 보도 해명자료를 통해 “입지·규모·방식 등을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으며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원해연은 입지여건으로 보나 당위성으로 보나 경북 경주에 세워지는 것이 백번 옳다. 12일 한 매체는 양 시도의 발표에 근거해 “산업부가 원전해체연구소를 부산 기장군 장안읍과 울산 울주군 서생면에 걸쳐 설립할 예정”이라며 “현재 산업부·한국수력원자력·지방자치단체 등 참여 기관이 지분 비율을 조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원해연 유치에 사활을 걸어온 경북도와 경주시는 발칵 뒤집혔고, 즉각 산업통상자원부를 항의 방문했다. 한국당 대구·경북 의원들도 오는 18일 대구에서 이와 관련해 머리를 맞대기로 했다.전강원 경북도 동해안전략산업국장을 비롯한 이영석 경주시 부시장은 산자부 원전환경과를 긴급 방문해 원해연의 경주 설립 당위성을 다시 한번 강력히 강조하고 건의했다. 또, 지역 국회의원인 김석기 의원(경주)과 곽대훈 의원(대구 달서구갑)도 언론내용에 대한 산자부의 즉각적인 해명을 요구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언론보도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산자부 관계자는 아직 검토 중이며 결정된 바 없다고 해명했다.대구·경북에서는 오는 3월 말로 예정된 정부의 원해연 입지 발표를 앞두고 경주시가 원해연 최적지로 꾸준히 거론되자 부산·울산이 비신사적인 거짓 여론몰이를 시도했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본사를 비롯해 한국원자력환경공단(KORAD), 중·저준위방사능폐기물처리장 등을 비롯한 원전관련 핵심 기관·시설이 밀집해 있는 경주시가 최적지로 평가되자 부산과 울산이 연합 전선을 꾸려 모종의 정치적 접근을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원해연은 관련 시설이 밀집해 있고 전국 원전의 50%인 12기가 경북에 몰려있다는 기본적인 여건만으로도 경주시가 적지(適地)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의 섣부른 탈원전 정책의 유탄을 맞아 당장 막대한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지역이 곧 경북이기 때문에 원해연이 다른 곳으로 갈 명분이 없다. 14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원전해체산업을 이끄는 중심기관인 원해연을 다른 곳에 짓자는 것은 객관적 조건은 물론 사리에도 전혀 닿지 않는 주장이다. 부산시와 울산시가 원해연 유치를 놓고 과욕을 부린 나머지 교묘한 트릭를 펼치는 것은 온당한 대처가 아니다. 원해연은 백번 천번 살펴봐도, 경북 경주시가 최적지다. 더 이상 얄궂은 정치권력 장난질에 휘둘리지 않도록 정부가 중심을 잡아야 할 것이다.

2019-02-13

통합신공항 이전 늑장, 총선용이면 안 돼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이전 사업이 후보 대상지로 두 곳을 좁혀 놓고도 최종 후보지 선정을 여태 못하고 있다. 경북 군위군 우보면과 경북 의성군 비안면, 군위군 소보면을 후보 대상지로 선정한 지 올 2월이면 벌써 1년이 된다. 정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사업을 늦추고 있는지 그 까닭을 알 수가 없다.지난달 말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낙연 국무총리를 찾아가 최종 후보지의 조기 선정을 강력히 요청했고, 이 총리도 국무조정실이 나서 조정할 것 등을 지시했다고 한다. 이 총리의 답변만 보면 곧 부지 선정이 될 듯해 보이나 실상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자유한국당 대구경북(TK)발전협의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지난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이전부지의 조속 선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지난해 2월 이전대상 부지 선정을 해놓고도 정부가 이런저런 핑계로 최종부지 선정을 미루고 있는 상황에 대해 “정부의 무성의와 소극적 태도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그러면서 “최종 이전부지 선정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정부가 정책에 일관성을 갖고 추진해 줄 것을 촉구했다.대구경북발전협의회가 이날 회견에서도 밝혔듯이 최근 부산, 경남, 울산 등에서 다시 이슈화되고 있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과 관련해 정부가 행여나 부울경의 눈치를 보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이 때문에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사업의 추진이 늦어진다면 그거야말로 총선을 의식한 태도라 볼 수밖에 없다.대구통합신공항 사업은 2016년 박근혜 정부가 내린 정책의 결과물이다. 밀양 신공항과 부산 가덕도 신공항으로 공방을 벌이던 영남권 신공항은 김해공항 확장안으로 결론지어졌다. 이어 정부는 대구국제공항을 육성하는 차원에서 K-2 군공항과 대구공항의 통합이전을 발표한 것이다. 영남권에 2개의 지역 거점공항을 건설해보겠다는 정부의 정책에 따른 것이다.정부 정책의 결과가 지역에 따라 다소 이견이 있을 수는 있으나 지역의 동의없이 이를 뒤집을 수는 없다. 그런 측면에서 부산경남지역 정치권의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은 처음부터 발상을 잘못한 출발이다. 정부서도 명분이나 입지 등에서 가덕도 신공항에 대해 긍정적이지 못한 것은 정부 정책의 신뢰성에 관한 문제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제 와 부산, 경남, 울산의 여권 정치인들이 담합해 목소리를 높인다고 그들 눈치를 살피고 정책 추진에 소극적이라면 그런 행태가 바로 복지부동이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사업은 정치 쟁점화될 이유가 없다. 정부는 정해진 일정에 따라 사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것이 바른 태도다.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총선용에 몸 사린 정부라고 비난받을 것이다.

2019-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