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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흥해 도시재생, 지진특별법 조속 제정으로 풀어야

2017년 포항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흥해지역에 대한 특별도시재생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봉착했다. 지난해 11월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도시재생 특별위원회에서 도시재생 뉴딜 시범사업지역으로 확정된 지 5개월 만에 또다시 흥해지역 피해복구 사업이 갈길을 잃은 셈이다. 그 이유는 자연재해가 도시재생사업 지원의 법적 근거였으나 포항지진이 지열에 의한 인적재해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정부의 도시재생사업은 도시재생 특별위원회가 쇠락한 도시를 기준으로 지원하는 사업이나 흥해읍의 경우 지진이라는 자연재해의 특수성을 감안, 지원 대상에 포함시켰다는 것이다. 흥해읍에 대한 도심재생 사업을 진행해 온 포항시의 입장도 곤란해졌다. 법적 근거가 없어졌으니 더 이상 사업을 진척할 수도 없고 대신할 법적 근거도 없어 현재로선 손을 대기가 어렵다는 설명이다.사실상 흥해지역에 계획된 도시재생 뉴딜시범사업은 중단 상태에 빠진거나 마찬가지다.그동안 포항지진 복구사업의 상징으로 삼았던 흥해지역 대성아파트 재건의 경우를 보면 법적 근거의 상실로 추진 동력을 잃고 있다. 당초 이 아파트는 포항시가 매입해 그 자리에 마더센터와 시립어린이집, 창업지원센터, 공공도서관 등을 짓기로 했다. 주민의 90% 정도가 동의까지 하였으나 인재로 바뀌면서 사업 진행이 불가능해졌다.자연재해라면 가능했던 토지수용이 어렵게 됐다. 인재로 판명나면 단 1세대의 반대라도 있으면 사업 추진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이런 문제는 흥해읍 도시재생 뉴딜사업 대상지 120만㎡ 전체에 같이 적용돼 흥해 도시재생사업이 또 한번 우왕좌왕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한다.지진발생 후 흥해지역은 그동안 정부의 특별도시재생 지역으로 지정받기까지 1년여의 세월이 걸렸다.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라는 이유로 사업의 추동력을 잃게 되면 언제 사업이 완성될지는 기약할 수가 없게 된다. 그동안 발생하는 피해는 주민이 고스란히 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포항지진 특별법의 제정이 시급한 것도 이런 문제점을 포함해 모든 문제를 수용할 법적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113명 전원 공동발의로 국회에 포항지진 특별법안이 넘어가 있다. 그러나 산업자원부로 할 것인지 행정안전부로 할 것인지를 두고 아직 소관 상임위조차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법안 처리가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김정재 의원에 따르면 특별법에는 진상조사 이전이라도 피해배상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포항시민의 포괄적 요구사항을 담을 수 있는 지원 내용도 담겨져 있다고 한다. 지진배상과 관련한 일들이 한꺼번에 다룰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되는 법안이라는 뜻이다. 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해 포항지진 피해배상의 문제를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될 것이다.

2019-04-07

문 대통령, 경제계 원로들 조언 전폭 수용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진보·보수 정부의 고위직을 지낸 경제계 원로들로부터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쓴소리를 들었다. 이 자리에서는 정부의 대표적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원로들의 우려가 한목소리로 이어졌다. 급격히 오른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무제도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됐다. 문 대통령이 경제계 원로들의 의견수렴에 나선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좋은 일이다. 일과성 행사가 아닌 진지한 경청과 전폭적인 수용을 기대한다. 이날 간담회에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 전윤철 전 감사원장,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김중수 전 한국은행 총재,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 장관 등이 초청됐다. 문 대통령이 이날 초청된 원로들에게 “격식 없이 이야기해 주시면 우리 경제팀에 큰 참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원로들은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직언을 아끼지 않았다.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경제정책이라기보다 인권정책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정 전 총리는 이어 “최저임금을 올려서 해고가 발생하면 (누군가의 소득이 사라지니) 전체 소득이 오르리란 보장이 없고, 소득이 올라간다고 해서 소비가 올라가리란 보장도 없다”며 “경제정책은 중소기업 등의 투자 확대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전윤철 전 감사원장은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로제 등은 시장의 수용성을 감안하고 보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로제가 노동자의 소득을 인상시켜 주는 반면 혁신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할 기업에는 어려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노동계에 대해 포용의 문호를 열어놓되, 무리한 요구에 대해서는 선을 그어 원칙을 가지고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김중수 전 한국은행 총재는 “경제정책 비전에 대한 공감대를 마련해야 하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식을 통해 국민역량을 결집해야 한다”며 “임금 상승에 상응해 생산성 향상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은 “경제성장률 하락, 양극화 심화 속에서 4차 산업혁명 등 성장 패러다임의 전환이 절실하다”며 인적자원 양성 등에 대한 제안을 했다.문 대통령이 이날 경제계 원로들을 초청해 견해를 수렴한 것은 소통 확대를 통해 국민 여론을 국정에 제대로 반영하겠다는 의지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이날 원로들이 쏟아놓은 진단과 처방은 특별히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국내외 언론들이 귀에 못이 박이도록 지적하고 대안으로 제시해온 여론이어서 웬만한 국민은 다 알고 있는 내용들이다. 보여주기식 정치행사가 아닌 진정한 소통과 경청, 그리고 겸허한 수용의 자세를 당부해 마지않는다.

2019-04-04

개편되는 예타 제도, 지역균형발전 전환점 돼야

20년 만에 예비타당성 조사 제도가 대폭 개편된다는 소식이다. 정부는 예타 진행 때 그동안 꾸준히 문제 제기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역차별적 요소로 지목돼 왔던 지역 낙후도 감점 제도를 없애고, 지역균형 발전 항목의 비중을 높이기로 결정했다. 수도권 사업은 경제성과 정책성만 따져 평가하고 비수도권 사업에 대해서는 경제성 평가 가중치를 줄이고 균형발전 평가 가중치를 높인다는 설명이다. 또 예비 타당성 조사기간을 평균 19개월에서 1년 이내로 단축키로 했다고 발표했다.정부의 이 같은 계획은 그동안 실시해 온 예타 제도가 경제성 중심이어서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방의 사업에 불리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예타의 재정 지킴이 역할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하지만 전국 광역시와 지방정부는 이번 조치로 지역 대형 사업의 예타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대체로 환영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예타 사업은 정부의 재정이 대규모로 투입되는 사업의 정책적, 경제적 타당성을 사전에 검증 평가하는 제도다. 1999년 도입된 이래 지난해까지 총 849개 사업 386조 원 규모를 평가해 35%인 300개 사업 154조 원 정도를 사전에 걸러냈다. 정부 재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예산의 낭비를 막아내는데 크게 기여한 제도로 긍정 평가받고 있다. 반면에 경제적 수요가 부족한 지방의 숙원 사업들이 줄줄이 예타 통과를 못하고 떨어지면서 지역 간 불균형을 심화시켰다는 지적도 자주 받아왔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갈수록 커진다는 비판이다.올 들어 정부가 수도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총 사업비 24조 원 규모의 예타 면제 사업을 추진한 것도 이런 측면을 보완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인구감소와 노령화 문제로 지금 지방은 심각한 소멸 위기감에 빠져 있다. 작은 지방의 소도시들마다 인구 증가 정책에 전전긍긍하며 쪼그라드는 시세(市勢)를 방어하기에 급급하다. 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설립 등 굵직한 사업들이 수도권으로 배치되는 등 서울과 수도권 중심의 정책은 여전히 남발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방은 사람도 빠져나가고 기업도 빠져나가는 쇠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실정이다.지방에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지방도시가 살만한 곳으로 바뀐다면 굳이 복잡하고 물가가 비싼 수도권으로 사람이 몰릴 이유가 없다. 예타 제도 개편으로 당장 지방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이번 제도 개편은 바람직하다. 다만 이번 제도 개편이 일각에서 우려하는 내년도 총선을 의식한 선심 정책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공정한 집행으로 지역균형 발전과 예산의 효율성을 한꺼번에 살려 내는 제도로 거듭나야 한다.

2019-04-04

통합신공항부지 연내 선정, 차질 없이 진행해야

정부가 연내 대구경북 통합공항 최종 부지 선정을 약속하면서 통합신공항 건설 사업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국무조정실은 2일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대구시 경북도 국방부가 대구 군 공항 이전사업을 ‘기부 대 양여’ 방식에 따라 차질 없이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히고 “앞으로 정부는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절차를 준수하면서 금년 내 최종 이전부지 선정을 목표로 사업을 신속히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대구시와 경북도는 물론 이전 후보지 주민들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무엇보다 통합신공항 사업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담긴 발표란 점에서 대구경북지역의 숙원 과제인 통합신공항 이전사업은 이제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최종부지 선정을 두고 1년 넘게 미뤄왔던 정부가 왜 갑자기 최종 부지선정 발표를 했는지에 대해 일각에서는 의구심의 눈초리도 있다. 그러나 대구시와 경북도는 이달부터 좌고우면 없이 이전 작업에 대한 본격 준비에 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대구통합공항 이전사업은 그동안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 우선 내부적으로 ‘통합이전이냐 민간공항 존치냐’ 하는 문제로 의견이 엇갈렸다. 아직도 통합이전보다는 민간공항 존치를 희망하는 여론이 만만찮아 이전 작업에 앞서 수습돼야 할 문제로 보인다. 특히 정치적 이유로 이 문제가 이슈화되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 자칫하면 통합신공항 이전사업이 암초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의 현명한 판단이 있어야 할 부분이다.대구시도 “불가능한 주장이더라도 시민사회의 여론이기 때문에 이해와 설득을 통해 의견일치를 모아가는 노력을 하겠다”고 했다. 대구의 미래 가치를 담보로 하는 대규모 사업이란 면에서 대구시의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 할 것이다.또 이전지 주변 지원과 종전부지(K-2부지) 활용에 관한 문제도 쉽지 않은 과제로 보인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기자회견에서 “종전부지 활용방안에 대한 심의는 4월에 시작될 것으로 본다. 이전지 주변지역 지원방안도 대구시, 경북도, 군위군, 의성군이 큰 틀에서 3천억 원이란 지원 금액으로 합의를 본 상태여서 올해 안에 최종 후보지가 선정될 것”으로 낙관했다.그러나 늦어도 하반기 중에는 이전 주변지역 지원계획을 마련하고 주민 공청회에 들어간다고 보면 조속히 준비해야 할 일들이 산적하다고 할 것이다.통합공항 이전사업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심정으로 신중하고 지혜롭게 풀어가야 한다. 지역의 통일된 여론뿐 아니라 기부 대 양여 방식을 통한 예산 조달의 문제, 종전부지 개발 등 대구경북의 장래가 걸린 중차대한 결정 과정이 수두룩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단체장의 한 임기 내 모두 이뤄질 수 없는 일들이라는 점에서 판단 하나하나가 매우 신중해야 한다. 책임지는 행정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2019-04-03

국가부채 사상 최대… ‘총선 포퓰리즘’이 걱정이다

지난해 국가부채가 전년(2017년) 대비 127조 원(8.2%) 급증한 1천700조 원에 육박했다. 공무원 수 증가에 따른 연금 충당부채가 78조6천억 원이나 늘어나는 등 공무원·군인 연금 충당부채가 국가부채 전체 증가분 가운데 4분의 3인 94조1천억원(11.1%)에 달한다. 더욱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기하급수로 늘어날 선심성 포퓰리즘 예산이 걱정이다. 미래세대에 짐을 떠넘기는 방만한 국가재정운영이 큰 근심거리로 떠올랐다.정부가 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 의결한 ‘2018 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재무제표상 국가부채는 1천682조7천억 원이다. 국가부채는 실제로 진 빚인 국가채무에 미래 지출을 위해 현재 충당해야 하는 공무원 및 군인 연금을 합친 금액이다. 당장은 아니어도 언젠간 국가가 지불해야 하는 돈이다.국가부채 가운데 정부의 직접적인 부담인 국가채무는 2017년보다 20조5천억 원 늘어난 680조7천억 원이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이 전년과 같은 38.2%를 유지해 위험수위에 도달한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앞으로가 문제다. 올해 정부는 작년보다 9.5%나 증가한 470조 원의 ‘슈퍼예산’을 편성한 데 이어 내년에는 500조 원 넘게 책정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채무는 궁극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지난해 국가채무는 통계청 추계인구인 5천160만7천 명으로 나눠 계산하면 국민 1인당 약 1천319만 원이다. 갓난아이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두 1천300만 원이 넘는 나랏빚을 안고 있는 셈이다. 생산인구는 줄고 고령화 현상은 급격히 빨라지고 있는 추이를 생각하면 방심할 일이 아니다. 오늘 살자고 미래세대의 통장에 빨간 줄을 그어대고 있는 형국이다.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안 덕분에 연금충당부채는 16조3천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당시 셈법으로 향후 70년간 333조 원을 절감할 수 있는 재정 개혁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 아무런 개혁 없이 공무원 증원에만 박차를 가하면서 기조가 완전히 바뀌었다. 이 정부 임기 말인 2022년까지 공무원을 총 17만4천 명을 증원하면 공무원연금 충당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지지율 반등을 위한 ‘선심성 돈 풀기’라거나 ‘재정 중독’이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정부·여당은 정책 구멍을 재정으로 메우는 습관을 되풀이하고 있으니 골칫거리다.문제는 내년 총선이다. 여당은 또다시 예산이 가늠조차 안 되는 포퓰리즘 선심 정책 보따리를 풀어놓을 것이고, 야당 역시 질세라 따라붙을 것이 분명하다. 나라야 망해가건 말건 권력부터 움켜쥐려는 이 못된 정치를 어찌해야 옳은가. 제발 국민이라도 정신 차려야 할 텐데, 한걱정이다.

2019-04-03

수출 내수 동시하락, 정부 대책이 안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 감소한 471억 1천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수출 감소세는 지난해 12월부터 4개월째 연속 이어지고 있다. 1분기 수출 총액도 1천326억 달러로 2년 만에 최저치 수준을 보이고 있다. 국내 수출이 이처럼 감소세를 계속하고 있는 것은 그동안 수출 증가를 주도했던 반도체와 석유화학의 부진이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반도체 단가 하락, 미중 무역분쟁, 글로벌 경기 둔화, 보호무역주의 확대 등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가장 많은 수출량(전체의 26.8%)을 보였던 대중국 수출이 15.5%나 떨어져 최근 5개월간 연속 하락세를 보였고, 동남아시아 국가연합지역도 마찬가지로 하락세를 기록했다.우리 경제의 나쁜 징후가 점차 확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론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우리 수출을 대표하는 반도체나 중국을 제외하더라도 3월 중 수출은 마이너스다. 본질적으로 우리의 수출 상황이 심각한 국면으로 기울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경제에 빨간 불이 켜진 셈이다.그렇다고 내수경기가 좋은 것도 아니다. 알다시피 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은 자영업자들의 대거 몰락을 초래했다. 영세 중소업체들도 경영난을 호소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한국은행이 조사한 2월 기업실사지수(BSI) 내용을 보면 기업이 인식하는 현재의 경기 상황을 잘 알 수 있다. BSI는 기준치 100보다 낮으면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다. 숙박업의 BSI가 44로 나타나 메르스(중동호흡기 증후군) 사태가 불거진 2015년 7월 이후 최저 수준을 보였다. 도소매업의 BSI는 68로 2016년 7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수출과 내수가 동반 하락하는 현상이 우리 시장의 참모습이다. 생산과 투자, 소비는 우리 경제를 이끌고 가는 핵심적 요소다. 핵심적 요소들이 힘을 잃게 된다면 우리경제에 닥칠 위기는 뻔하다. 이런 상황에도 정부는 “경제가 견실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어 다행이다”는 식으로 생각한다니 기가 막힌다. 정부의 제대로 된 상황 인식 없이는 우리 경제의 밝은 장래를 보장할 수 없다. 정부의 긴급한 대책 마련이 있어야 한다. 지난해 우리경제 성장률은 2.67%로 OECD 국가 36개 회원국 가운데 19위였다. 1년 만에 여섯 단계나 밀려났다. 안심하고 있을 단계가 아닌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무역수지가 아직까지 흑자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지난달 수입지표에서는 마이너스가 나타나고 있다. 기업의 설비투자 의욕이 식고 있다는 반증이다. 정부는 재정 확대에만 의존하지 말고 민간투자를 끌어들일 획기적 대책을 내놔야 한다.

2019-04-02

포항지진특별법, 도시재건·재도약 계기로 승화돼야

정치권의 포항지진특별법(이하 특별법) 제정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1일 의원 113명 전원이 참여하는 포항지진 특별법을 발의했다. 이 안은 더불어민주당의 안과 병합돼 상임위원회 안으로 조정돼 국회 본회의에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특별법은 불의의 재난을 당한 포항 주민의 훼손된 삶의 질을 회복시키는 것은 물론 장기간 침체의 늪에 빠져있는 포항의 도시기능이 되살아나 활력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심층 설계돼야 할 것이다. 한국당 김정재(포항북) 의원이 대표발의한 특별법은 피해구제와 지원을 위한 ‘포항지진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과 진상조사를 위한 ‘포항지진 진상조사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등 2개 법안으로 구성됐다. 법안의 취지는 피해주민의 소송부담 경감과 국가의 책임 있는 배상, 신속하고 공정한 진상조사를 하자는 것이다. 한국당은 이 법안을 올해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다.‘포항지진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안’에는 배상·보상금 및 위로 지원금의 지급대상과 지급액을 결정할 ‘배상·보상 심의위원회’를 국무총리 산하에 설치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배상·보상금 및 위로 지원금 신청 대상은 포항지진 당시 포항시에 거주 또는 체류했거나 사업장을 운영한 사람, 근로나 학업 등을 수행했던 사람, 포항시에 동산 또는 부동산을 소유했던 사람들이 포함됐다.‘포항지진 진상조사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안’에는 포항지진 진상조사를 위한 독립기구인 ‘포항지진 특별조사위원회’를 설립하도록 했다. 포항지진 특조위는 국회가 선출한 6인, 대법원장과 대한변협 회장이 지명하는 각 1인, 대통령령에 따라 선임된 피해자대표 3인 등 11명으로 구성된다.한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2일 국회에서 고위 당정청협의회를 열고 포항지진 후속 대책을 밝혔다. 홍익표 민주당 대변인은 “(당정청은)지열발전 기술개발사업을 중단하고 현장 복구방안을 4월 내에 조속히 마련하기로 했다”며, “민주당은 진상조사와 피해지원의 내용을 담은 포항지진특별법 제정과 국회 내 특위 구성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여야가 포항특별법 재정에 뜻을 함께하기로 한 이상 올해 안에 통과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 특별법이 지역 민심을 다독거리기 위한 일시적 당근 정도로 끝나지 않도록 그 형식과 내용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여론이다. 범시민대책 단체의 의견처럼 단순한 배·보상 차원이 아니라 포항이 성공적인 도시재건을 통해 삶의 질이 개선되고 성장이 지속 가능한 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 극적인 전화위복의 전기를 만들기 위해서 정치권은 물론 온 지역사회가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2019-04-02

靑 검증 시스템·국회 청문제도 다 뜯어고쳐야

3·8개각 명단에 오른 7명의 장관후보자 중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가 자진사퇴하고,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는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했다. 개각 명단 발표 이후 드러난 장관후보자들의 일상 이면은 국민 눈높이에 턱없이 모자랐다. 개각 때마다 나오는 극심한 논란에 비춰볼 때 청와대 검증 시스템과 국회 청문제도를 다 뜯어고쳐야 한다는 여론이다. 인사권자의 좁디좁은 발탁기준부터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자유한국당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김연철 통일부 장관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진영 행정안전부·문성혁 해양수산부·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후보자 등 3명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에 대해서는 ‘부적격’ 의견을 첨부해 채택하기로 했다.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남은 장관후보자들도 장관으로서 모두 부적격이다. 박영선 후보자는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관련 CD를 황교안 당시 법무부장관에게 보여줬다는 허언을 했고, 자녀의 이중국적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김연철 후보자는 인성을 의심케 하는 막말에다가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오락가락하는 입장을 보였다. 진영 후보와 박양우 후보자는 투기 의혹를 받고 있고 문성혁 후보는 건강보험료 꼼수 회피 등 전력이 있다. 후보자들의 도덕 수준이 하나같이 국민의 평균보다도 낮다. 문재인 대통령이 ‘해적 학술단체’ 참석, 자녀 호화유학 의혹 등이 불거진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후보자 지명을 철회했다. 다주택 보유와 꼼수 증여 논란에 휩싸인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후보자는 자진사퇴하는 형식을 취했다. 그동안 국회청문회가 어찌 돌아가든지 간에 막무가내로 임명해오던 관행에 비하면 조금은 달라진 것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국민 눈높이를 맞추는 데 미흡했다”며 “국민의 기준과 기대에 부합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 검증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교졸한 의식에서 벗어난 것으로 들리지는 않는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한 라디오방송에 나와 민정수석과 인사수석 경질론과 관련 “검토된 바 없다”고 청와대 분위기를 전했다.거듭된 청와대의 장관인사 참사는 기본적으로 대통령의 협애한 인재풀에 있다. 국회의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후보자는 장관이 되지 못하게 하는 견제장치가 확실하게 마련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청와대의 인재풀 확대와 검증 시스템 개선은 끝내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야당의 무한 발목잡기가 걱정이긴 하지만, 이젠 ‘청문’과 ‘임명’이 따로 노는 ‘있으나 마나 한’ 입법부의 견제시스템은 개선할 때가 됐다. 장관들의 도덕성과 품성이 이 정도 수준이어서는 안 될 일이다.

2019-04-01

울릉일주도로, 울릉관광 새로운 도약점 돼야

울릉도가 축제 분위기다. 주민 숙원사업인 울릉군 일주도로가 55년 만에 개통된 데다 이를 축하해 주기 위해 방문한 사람들로 북적이고 곳곳에서 기념행사가 열렸기 때문이다.울릉항 개항 이래 이번처럼 많은 기관단체장들이 이곳을 방문한 경우는 없었다고 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권영진 대구시장을 비롯 대구경북지역 시군구 자치단체장과 경북도의회 의장과 대구시의회 의장 등 정치인 다수가 울릉군의 일주도로 개통을 축하하러 이곳을 방문한 것이다. 울릉일주도로 개통을 기념하는 마라톤 대회도 열렸다.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황영조 선수와 방콕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이봉주 선수 등이 참가해 일주로도 개통을 축하했고, 참가자가 1천여 명에 달하는 성황을 이뤘다고 한다. 이번 울릉일주도로의 완공은 몇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단순한 도로의 완공이 아니라 울릉군으로서는 군 발전의 획기적인 전기가 됐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사가 비록 55년 만에 완공될 만큼 우여곡절은 겪었지만 울릉군민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것은 큰 다행이 아닐 수 없다. 특히 폭우와 폭설 등 기상악화로 수시로 고립돼야 했던 주민들의 생활 불편이 해소된 점은 매우 고무적 변화다. 울릉군 북면 천부리에서 울릉읍 저동리까지의 거리가 39.8km에서 4.4km로 줄고 소요시간이 한 시간 이상 줄었다는 것만으로 그들의 생활이 얼마나 편리해졌는가를 짐작케 한다. 또 일주도로 개통이 중요한 이유는 울릉군의 관광산업 활성화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이번 도로 개통을 계기로 “울릉군의 관광산업을 새롭게 만들어 가자”고 했다. 천혜의 관광지인 울릉도를 대한민국 대표의 관광지로 발전시켜가는 전기로 삼자는 뜻이다. 그는 “울릉도 공항 건설로 하늘길을 여는데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명실 공히 동북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관광지로 키우겠다는 의지도 나타내 보였다.울릉도는 지리적으로 환경적으로 매우 중요한 국가 자원이다. 독도를 끼고 있는 섬으로 정치적으로도 중요해 우리가 잘 관리하고 지켜야 할 섬이다. 관광지로서는 더할나위 없이 중요하나 그동안 교통 불편의 이유 등으로 관광지로서 충분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점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이번 도로 개통은 이런 문제점도 극복할 수 있는 전기가 된다. 관광객이 늘면 여타의 문제도 저절로 풀려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자연 울릉도 지역경제에 미칠 여파도 클 것으로 보인다. 오징어 잡이가 주축인 지역산업에 변화도 예상되는 일이다. 울릉도는 한국에서 몇 안 되는 화산섬이다. 해양학적으로나 생물학적으로도 가치가 높다. 원시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보존되고 있을 뿐 아니라 어업자원과 희귀식물 등 보존가치가 높은 자원이 풍부하다. 이번 일주도로 개통은 울릉도 관광의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가 충분한 것이다.

2019-04-01

포항지진 촉발한 지열발전소 안전, 정부가 보장하라

포항지진을 촉발한 것으로 드러난 지열발전소 처리를 두고 포항에서는 백가쟁명식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고 한다. 일부 학계는 “지열발전소 시추공에 투입된 물을 먼저 빼내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가 하면 일부는 “땅을 되 메워야 한다”고 주장도 한다. 또 한편에서는 “가만히 두는 것이 최선”이라는 주장도 제기한다.어느 것이 맞는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이에 대한 뚜렷한 조사와 근거도 없다. 문제만 제기되고 있다. 지열발전소가 또다시 지진을 촉발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 지열발전소 처리를 두고 중구난방식 논란이 커지는 꼴이다.과연 지열발전소는 그냥 두어도 되는 것인지, 얼마나 안전한지, 지열발전소 처리를 어떻게 하는 것이 이상적인지, 지열발전소 처리에 따라 그 여파가 어떻게 나타날지에 대한 정확한 해답이 없다. 오로지 정부 배상문제에만 집중 쏠리다 보니 시민의 안전과 관련한 이 같이 중차대한 문제가 소홀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정부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25일 포항을 찾은 성윤모 산자부 장관은 “안전을 확보하면서 조속한 원상복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복구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해 복구 쪽에 무게를 더 싣는 발언을 했다. 정부가 지열발전소가 또다시 촉발지진을 일으킬지 모른다는 긴박한 현지 상황에 둔감한 것은 아닌지 하는 의아심이 든다.정부 특별법 제정과 배상의 문제와는 별개로 지열발전소의 안전성 여부 조사가 병행돼야 하는 것은 지진에 대한 포항시민의 불안감을 해소시켜야 한다는 차원에서 보면 당연하다.포항지진 정부 조사단은 발표에서 “이번 조사가 포항지진과 포항지열발전소의 연관성에 대한 분석일 뿐이다”고 선을 그었다. 지반의 상태나 향후 변화에 대한 예측 내지 대안 제시는 못했다는 자체 평가다. 조사단장인 이강근교수는 “향후 발전소 처리는 우리 일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말했다. 지열발전소 처리 문제에 대한 정부 차원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이 필요한 이유이다.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포항지진과 제천화재 피해자 대상의 국내 재난 피해지원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포항지진 피해자의 82.5%가 지진 이후 불안증세를 호소했다. 포항시민이 느끼는 지진 불안감을 고려한다면 지열발전소의 처리에 대한 당국의 적극적 개입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포항지열발전소에 대한 백가쟁명식 논란을 듣고 있어야 할 상황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가 권위 있는 기관에 의뢰해 중구난방식 주장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스위스 바젤지열발전소는 지난 2006년부터 13년 간 땅속에 투입된 물을 조금씩 퍼내고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해 그 주변은 미소지진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섣불리 건드렸다가 땅속 응력이 어떻게 작용할지 알 수 없는 포항지열발전소에 대한 안전은 정부만이 책임질 수 있는 문제이다.

2019-03-31

대구·경북 상생, 과감한 실천으로 성과 낼 때다

대구경북한뿌리상생위원회(이하 대구경북상생위)가 정기총회를 열어 ‘상생협력 그랜드플랜’을 발표하고 힘찬 도약을 다짐했다. 대구경북상생위는 ‘함께 이룬 세계 일류, 행복한 대구·경북’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든든한 700만 경제공동체’, ‘세계로 열린 인프라’, ‘위대한 대구·경북 사람’이라는 3대 목표를 제시했다. 정부의 유례없는 지역 홀대 속에 비상한 상황에 빠져든 대구·경북은 과감한 상생 협력 실천으로 난국을 타개해나가야 할 시점이다. 위원 40명을 새롭게 위촉 발표한 대구경북상생위는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 ‘광역교통망 확충’,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관광콘텐츠’, ‘함께하는 이웃공동체 실현’ 등 10대 전략과제도 발표했다. 대경혁신인재 양성 프로젝트, 국제전자제품박람회 대구·경북공동관 조성, 대구·경북 게임컨퍼런스 개최, 대구·경북 공동 해외사무소 운영, 대구·경북 관광상품 성공모델 개발, 2020년 대구·경북관광의 해 등 15개 신규 상생과제를 내놓기도 했다.대구경북한뿌리상생위원회는 정부 차원이 아닌 대구·경북의 자생적 기구다. 지난 2014년 11월 출범해 시·도지사를 공동위원장으로 40명의 위원으로 구성됐다. 그동안 활발한 세미나, 정책연구, 과제공모 등을 통해 ‘2015 세계 물포럼 성공개최’ ‘대구경북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 ‘2·28 국가기념일 지정’ ‘도시철도 1호선 하양 연장’ 등 많은 성과를 거뒀다.그러나 대구경북상생위 활동이 5년이나 흘렀음에도 이뤄낸 것은 너무 초라하지 않으냐는 비판이 없지 않다. 상생협력의 과제를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잡거나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어 선언적인 의미만 부여할 뿐 실질적으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도 대구·경북이 경제공동체로서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면서 상생의 시너지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날선 비판에 아니라고 말할 상황이 못되는 것으로 평가된다.‘상생’은 민주주의를 진화시키는 강력한 미덕이면서 분열이 만개한 현대사회의 모순을 해결할 훌륭한 지혜다. 상생함으로써 가깝게는 평화를 유지하는 효과가 있고, 적극적으로는 지금까지 세상에 없던 새로운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어 번영을 견인할 기회를 창출한다는 특장점이 있다.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현재의 대구경북상생위의 사업은 본궤도에 올랐다고 말하기 어렵다. 현 정부 들어서 노골화되고 있는 대구·경북 패싱과 홀대 국면에서 한뿌리 지방자치의 장점을 최대한 발휘할 필요가 있다. 대구와 경북은 획기적인 지역경제발전을 이끌어내는 창의적 상생의 단계로 가야 한다. 현안에 끌려다니는 상생이 아니라 지역민들의 삶을 업그레이드할 새로운 지평을 개척해내는 생산적인 대구경북상생위를 기대한다.

2019-03-31

대구시 친환경 트램 도입, 철저한 준비로 시작해야

대구시가 권영진 시장의 공약인 친환경 트램(노면전차) 도입 사업을 다시 검토키로 했다고 한다. 지난해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추진한 트램 실증사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한 대구시가 다시 트램 도입에 적극적 자세를 보임으로써 향후 추진 추이가 주목된다. 특히 대구지역의 친환경 트램건설은 연계성이 부족한 대구지역 지하철1·2·3호선의 환승률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교통수단의 대변화를 예고한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대구시가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추진의 실증사업을 포기한 것은 시민의 여론수렴이 부족했고 지자체 부담도 컸다는 것이 이유였다.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대구시는 권 시장의 공약에 따라 지난해 7월부터 3억8천만원을 들여 트램 도입 등 신교통 구축을 위한 사전 타당성 조사용역을 진행 중에 있다. 내년 초 결과가 나올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으나 대구시가 트램을 염두에 두고 있는 구간은 대구도심 순환선, 국가산업단지~테크노폴리스 구간 등으로 전해지고 있다.트램은 19세기 말 근대화의 한 방편으로 미국에서 처음 도입됐다. 1920년 이후 기동력이 우수한 버스의 보급으로 점차 쇠퇴 길을 걸었다. 하지만 독일 등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는 전차의 고성능화 등으로 버스를 능가하는 수송수단이 된 곳도 있다. 특히 전기를 사용함으로써 오염물질의 배출이 상대적으로 적고 지하철이나 경전철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사비가 저렴한 장점 때문에 선호도가 떨어지지 않고 있다.대구시가 트램을 선호하는 이유도 미세먼지 등이 논란이 되고 있는 시점에서 친환경 교통수단이라는 점과 저렴한 건설비 등이 매력적 포인트로 보이기 때문 일 거라 생각한다.트램은 기존도로 교통시스템을 변경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으나 대구와 같은 분지형 도시에는 구간 설정만을 잘하면 대중 교통수단으로서 높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무엇보다 트램은 접근성이 우수해 노약자와 장애우의 이용에 매우 좋다. 대구시는 전국 최초의 지상철 운영으로 교통 및 상권 활성화와 더불어 관광 효과도 얻어낸 바 있다. 트램은 친환경적이기도 하지만 트램만으로 도시의 외면적 예술성과 관광 효과도 함께 거둘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기존의 지하철과 지상철 등에 트램이 추가된다면 대구의 도시 역동성도 잘 표현되고 예술적 상품으로 도시 이미지 개선에도 좋을 것이다.현재 전국에는 서울, 부산, 대전, 인천 등 6개 지자체가 총 18개 노선에 트램 도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한다. 트램 도입을 둘러싼 도시간 경쟁도 예상된다. 대구시가 트램을 대구의 신교통 개념으로 도입할 거라면 보다 치밀한 준비로 타 도시보다 뛰어난 시스템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중장기적 계획이어도 좋다.

2019-03-28

인사청문회, 또 청와대 오기인사 ‘통과의례’ 되나

장관 후보자 7명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바라보는 마음이 착잡하다. 후보자 모두 청와대가 내건 ‘7대 배제기준’(투기·탈세·병역기피·위장전입·표절·음주운전·성범죄) 중에 두세 개씩 의혹을 달고 있다. 발뺌하다가 안 되면 마지 못해 “죄송하다”고 고개 숙이고 나서 대통령의 임명강행 절차만 기다리는 패턴이다. 도대체 청와대 오기성 인사의 통과의례나 다름없는 이따위 속 터지는 청문회를 국민들이 언제까지 구경해야 하나.장관 후보자 중 네 명이 다주택자이고 자녀 취업특혜, 건강보험료 무임승차도 있다.여당 의원들과 친정부 성향 시민단체까지 “부적절하다”고 비판할 정도다. 청문회에서 해명은커녕 ‘죄송·불찰·송구’를 읊조리며 고개를 주억거리는 장면이 연발되고 있다. 결격 사유가 아무리 엄중해도 진정성이라고는 안 보이는 ‘죄송 타령’으로 납작 엎드려 순간만을 모면하면 된다는 태도다. 언제부터인가 장관 인사청문회는 본래의 기능을 잃었다.27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국회 청문회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후보자의 불성실한 태도 등을 지적하며 인사청문회 도중 보이콧을 선언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한국당 의원들은 “과거 청문회에서 자료 제출을 하지 않는다고 닦달하며 공격수로 날고뛰던 박 후보자가 오늘은 안하무인 수비수로 일관하고 있다”며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고의적으로 핵심을 흐리는 불성실한 답변 태도, 비아냥거리는 거짓말 해명까지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청문회 장면 중 김연철 통일장관 후보자가 과거의 일방적 북한 편향 주장을 손바닥 뒤집듯 180도 뒤집는 모습은 가관이었다. ‘우발적 사건’이라던 천안함 폭침에 대해 ‘북 어뢰 공격으로 침몰’이라고 말을 바꿨다. ‘통과의례’라던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에 대해서도 ‘북한 책임’이라고 했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정치인들을 ‘씹다 버린 껌’ ‘감염된 좀비’라고 했던 막말들은 ‘사과·반성·송구’라는 말로 덮으려고 했다.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부동산투기 의혹과 ‘편법 증여’로 비판을 받은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게 ‘부적격’ 판정을 내리고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는데도 임명을 강행하는 오기 인사로 국민을 바보 취급하는 일이 이번에도 반복돼서는 안 된다.비일비재한 후보자들의 자료 제출 거부도 그냥 둬서는 안 된다. 합리적 의혹과 연계된 자료 제출을 의무화하고, 청문회에서 후보자가 거짓 진술을 하면 처벌할 수 있도록 인사청문회법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 마음대로 하는 개각을 뒷받침하는 ‘오리발 쇼’나 다름없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그냥 둔 채로 무슨 수로 선진정치를 이룩할 것인가.

2019-03-28

정치권, 포항지진특별법에 적극적… ‘정쟁’ 경계해야

지난 2017년 11월 발생한 진도 5.4 규모의 포항강진이 자연적으로 발생한 게 아니라, 지열발전소의 무지막지한 물 주입으로 인한 인재(人災)였음이 드러난 이후 ‘포항지진피해특별법’제정에 대한 정치권 반응이 적극적이다. 여야 정치권이 앞다투어 진상규명과 보상에 앞장서겠다는 다짐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여차하면 여야가 이 문제를 정쟁 소재로 삼아 볼썽사나운 장면을 연출할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결코, 그런 몹쓸 추태가 벌어져서는 안 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이강덕 포항시장이 26일 김정재(포항북)·박명재(포항남·울릉) 의원과 함께 문희상 국회의장을 비롯한 5개 정당 원내대표를 만났다. 이들은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포항지진특별법 제정과 기업투자 감소에 따른 세제 혜택, 도시재건 수준의 특별재생사업 등 다양한 대책에 대한 초당적인 협력을 건의했다. 문희상 의장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와 조정식 정책위의장도 “민주당 차원의 특위 발족과 함께 특별법 검토를 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역시 “특별법 제정을 당론으로 정한만큼 속도감 있게 법 제정 작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바른미래당 김관영, 민주당평화당 장병완,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또한 특별법 필요성에 공감을 표시했다.여야 정치권은 포항지진이 ‘유발 지진’이었음이 드러난 직후 즉각 ‘네 탓 공방’에 빠져들었다. 특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명박 정부가 예산 185억 원과 민간자본 206억 원 등 390억 원 이상 투입했지만 기술 상용화에 실패했다”고 공격했으나 실상은 다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서울대의 2006년 ‘심부지열에너지개발사업’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포항지열개발사업에 대한 연구는 노무현 정부 초기인 2003년 시작됐고, 2006년 해당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경북 포항 북구 일대 에너지 공급에 활용한다는 계획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2006년에만 29억6천만 원 이상의 연구비가 투입되는 등 2003년부터 2006년까지 102억 원 이상이 해당 연구에 소요됐다. 포항지열발전소 물 주입으로 발생한 규모 3.1 이상의 진동을 보고한 시점은 2017년 4월 15일이었고, 이를 묵살한 주무 부처는 문재인 정부의 산업통상자원부였다. 말하자면 역대 정부 어느 누구도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정쟁(政爭)의 도마 위에 이 문제를 올려놓고 ‘제 얼굴에 침 뱉기’식 난도질을 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오직 특별법 제정을 비롯한 정부의 책임성을 확실하게 입증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타당하다. 불의의 지진재해 이후 극도의 피폐한 삶을 탄식으로 견디고 있는 포항 지역민들을 한시도 잊지 말기를 당부한다.

2019-03-27

일 초등 교과서 독도 도발, 단호하게 대응해야

26일 일본문부과학성은 교과서 검증심의회 총회를 열고 독도 영유권 억지 주장이 강화된 초등학교 사회과 교과서 12종에 대한 검증을 승인을 했다고 발표했다. 한국 정부는 이번 검증 통과가 한일양국 미래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다고 했고 독도를 행정구역으로 하고 있는 경북도와 경북도의회가 즉각 규탄 성명을 냈다.일본의 독도 영유권 도발 주장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겉으로는 양국의 평화관계 유지를 말하며 속으로는 양국의 우호를 깨는 일본의 이중적 모습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특히 이번 교과서 도발은 이전보다 왜곡 정도가 훨씬 심해졌다는데 우려가 있다.독도가 일본의 영토라는 표현을 넘어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개념을 사용했다. 고유란 원천적으로 일본의 땅이라는 뜻으로 한 번도 다른 나라 영토가 된 적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한국의 불법 점거에 일본이 계속 항의하고 있는 등 외교적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수사적 표현도 사용했다.누가 봐도 무안무치한 일본의 태도다. 독도는 역사적으로, 지리적으로 국제적으로 한국 고유의 땅임이 오래전부터 입증돼 왔다. 그런 역사와 자료들이 무수히 보고되고 발표되는데도 일본 정부는 모른 척 일관하고 있다. 그들의 속셈이 따로 있기 때문으로 짐작된다.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한일관계에서의 우위 점령과 자국 내 보수우익 성향의 지지층 결집 등을 노린 정치적 배경이 그 이유로 보인다.그러나 국내의 정치적 이익에 앞서 국가 간 신의의 관계는 더 중요한 일이다. 일본이 이런 관계를 모를리 없으면서 독도 문제를 지속 거론하는 것은 그들의 협량한 마음으로 밖에 이해할 수 없다. 이번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내용은 독도에 대한 왜곡된 역사 사실을 따지기 전에 자라나는 초등학교 어린 학생에게 그릇된 역사를 가르쳐 준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바가 크다. 그들의 미래 세대들이 잘못 배운 역사관으로 후일 양국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걱정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경북도의회는 규탄 성명에서 독도에 대한 오류의 역사가 “일본 미래 세대에 그릇된 역사관을 가르쳐 후일 영토분쟁의 불씨를 남기는 비교육적 행위가 될 것”을 우려한다며 개탄했다. 일본 정부의 독도 영유권 주장 도발에 대해 우리정부는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는 한편 국제사회의 지지를 강력히 이끌어 내야 한다. 반복되는 대응책이지만 단호하고 이성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역사적 고증은 물론 올바른 역사 사실에 대한 자료를 통해 일본의 주장이 거짓임을 전세계에 알려야 한다.우호적 한일관계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 정부의 이번 검증 승인은 매우 유감이다. 그러나 인내심을 갖고 진실을 만방에 알리는 우리의 노력이 조금도 흐트러져서는 안 된다.

2019-03-27

국토부 장관후보, 신공항 정책 갈팡질팡할 일인가

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신공항 정책과 관련해 일주일 만에 말 바꾸기를 해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최 장관 후보자의 발언을 살펴보면 이렇다. 지난 18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후보자가 낸 신공항 관련 답변서에는 “김해신공항 건설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 “영남권 5개 자치단체장의 합의에 따라 국외 전문기관이 가덕도를 포함한 여러 후보지를 검토한 결과, 현 김해공항 입지를 최적 후보지로 선정한 만큼 김해 신공항 건설을 계획대로 추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25일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최 후보자는 “부산·울산·경남 (PK)의 김해신공항 검증 용역에 대해 검증 결과가 제시되면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일주일 만에 말을 바꾸었다. PK 단체장들이 주장한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취지로 “총리실이 건설 중지 및 취소를 결정할 경우 따르겠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같은 사안을 두고 장관 후보자가 정반대의 입장으로 돌변한 것에 대해 황당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발언의 배경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으나 장관 후보자로서 신공항 정책에 대한 그의 언급은 경솔함을 넘어 장관의 자질을 의심해도 될 만했다. 불과 일주일 만에 ‘가덕도 공항 건설 불가’라는 입장이 ‘김해신공항 건설 중지도 가능하다’는 선까지 나아갔으니 도대체 그의 신공항 정책에 대한 개념을 이해할 수가 없다.국책사업에 대한 장관의 입장이 이렇게 쉽게 바뀌어도 되는 것인지 심히 우려가 된다. 김해신공항 사업은 5조 원 이상이 투자되는 국책사업이다. 국토부가 외국계 용역사를 통해 2년에 걸쳐 연구해 놓은 결과다. 당시 영남권 5개 광역단체장의 합의를 가까스로 이끌어낸 노력의 결과물인 것이다. 당시 용역 결과에 따르면 가덕도는 건설비가 많고 건설 자체도 어렵다고 했다.또 국토의 남쪽 끝에 있어 접근성이 떨어진다. 당시 국토부 관계자는 최대한 객관성 유지를 위해 외국기관에 공항 입지선정을 맡겼다고 했다.가덕도는 결코 공항이 들어설 수 없는 장소라는 결론도 도출했던 것이다. 당시 최 후보자는 국토교통부 2차관으로서 누구보다 이 같은 내용을 잘 아는 인물이다. 김해신공항 확장안을 발표한 장본인이다.국토교통부에서 30여 년간 잔뼈가 굵어 온 베테랑급 정통관료이기에 그의 이번 발언이 더욱 의아스럽다. 정치권의 표현대로 대통령의 눈치를 봤던 것인지, 여당 정치권과 사전에 입을 맞추었는지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국토부 장관으로서 소신과 원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뒷날 돌아온 책임은 누가 질 것이며, 그 손실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등을 생각해야 한다. 장관으로서 여당의 입장을 수용할 부분도 있다. 그러나 공직자로서 국가와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선택을 하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2019-03-26

청와대의 ‘무오류’ 강박관념은 심각한 ‘오류’다

대구 칠성시장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을 경호하던 경호원이 가슴 앞에 움켜쥔 독일제 MP7 기관단총이 어쩌다가 사진 찍힌 일로 시끄럽다. 특별한 테러 정보가 따로 있지 않았다면, 경호원의 실수 또는 당일 ‘경호 콘셉트’의 부실로 짐작된다. 문제는 청와대가 또다시 ‘무오류’ 강박관념을 드러내면서 ‘전 정권’ 사례까지 들어 “뭐가 문제냐”고 나온 대목이다. 청와대가 매사 같은 방식으로 과잉대응하는 까닭을 도무지 알 수 없다는 것이 비판의 핵심이다.칠성시장 경호원 기관단총 문제가 불거지자 청와대는 ‘발끈’하며 과민하게 반응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하는 경호의 기본”이라며 기관총을 들고 경호하는 지나간 사진 6장을 함께 놓았다. 하지만 모두가 외국 정상과의 외부 일정, 국제대회, 인천공항 방문 등 테러 발생에 대비해 외곽에서 공개적으로 기관총을 노출하며 벌이는 이른바 ‘위력 경호’ 장면들이었다. 민생현장에서 사복 차림으로 기관총 방아쇠에 손가락을 올린 사진은 아니었다.대통령 경호원이 언제 벌어질지 모를 긴박한 상황에 늘 대비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민생시찰 현장 시민들 사이에서 기관단총을 노출한 채 경호하는 것은 누가 봐도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김대중 정부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도 “기관단총은 가방에 넣어서 다니는 것이지 그렇게 보이는 것은 해프닝이고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가 불필요한 총기 노출에 대해 사과하고 앞으로 주의하겠다는 유감 표시 한마디만 했으면 일과성 해프닝으로 끝날 사안이었다.그러나 청와대는 “무슨 잘못이냐”에서 출발해 “전 정권 때도 그랬다”는 식의 고질적인 ‘남 탓 근성’으로 대응했다. 청와대의 과민반응은 문 대통령이 취임 당시 경호실장에게 약한 경호를 당부하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이런저런 구설수를 증폭시켰다. 사사건건 ‘문재인 정부의 유전자에는 애초에 민간인 사찰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대응하면서 겸손한 모습이라고는 도무지 발견할 수 없는 청와대의 태도는 국민에게 ‘오만방자’의 잔상만을 남긴다.하필이면 문 대통령에 대해 상대적으로 예민한 지역일 수밖에 없는 대구를 방문하면서 시민 속에 섞인 경호원이 기관단총을 움켜쥔 모습이 노출된 일을 당당하게 ‘뭐가 문제냐’고 떼쓰는 것은 지혜로운 모습이 아니다.호사가들이 그 해프닝을 침소봉대해서 무슨 말을 지어낼지 조금은 헤아려야 옳다. 아무리 좋게 보아도 과잉으로 비칠 수밖에 없는 사복 경호시스템의 에러였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무오류’를 자만하는 청와대의 대응은 형편없는 ‘오류’다. 국민이 진정 바라는 청와대의 덕목은 ‘무결점’이 아니라, ‘소통’과 ‘겸허’라는 사실을 깨우치길 바란다.

2019-03-26

‘유발지진’ 위험 침묵한 학자들 지탄받아 마땅

포항 지열발전을 추진한 과학자들의 ‘무책임성’이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를 조짐이다. 지열발전이 지진을 유발한다는 외국사례를 사전에 충분히 인지하고도 사업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면서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도 않은 허물이 논란거리다. 학자적 윤리에 비쳐볼 때 이들의 행위는 포항을 ‘자신들만의 연구실험장으로 이용한 것 아니냐’는 맹비난을 사기에 모자람이 없다. 배경과 과정이 정밀하게 규명되고 지탄받아 마땅할 것이다.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이 지진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알고도 그 위험을 과소평가한 사업자와 제때 개입하지 않은 정부의 관리 부실이 빚은 참사로 분석되고 있다. 사업자는 오판했고, 정부는 사업자 판단을 검증하지 않았으며, 운이 나쁘게도 지열발전소 밑에 아무도 몰랐던 단층이 있었다는 얘기다. 지열발전 중국 시추업체가 사업수익만 바라보고 정상치 4배 이상의 ‘고압 물’을 주입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포항지열발전소는 지난 2010년부터 사업을 시행, 5년 뒤인 2015년 준공됐다. 서울대 교수와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 전문가 집단이 참여했다.2016년 첫 물주입(수리자극) 이후 약 1년 뒤인 2017년 4월 15일 포항지열발전소에서 규모 3.1의 유발지진이 발생했다. 사업 주관기관인 (주)넥스지오는 정부에 유발지진이 발생했음을 처음 보고했다. 그런데도 이들은 대외적으로 자신들의 업적을 소개하는 데만 열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단체 ‘디스트레스(DESTRESS)’는 올해 1월 30일 발간된 ‘국제지구물리학저널’에 관련 연구논문을 게재했다. 더군다나 넥스지오는 지난해 4월 ‘포항지진의 유발지진 가능성 평가’논문을 사이언스에 발표한 부산대학교 김광희 교수와 고려대학교 이진한 교수 등을 상대로 압박을 가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지열발전에 참여한 학자들에겐 자유롭게 논문을 발표하도록 하고, 불리한 논문 및 학자들에겐 재갈을 물리려고 시도한 셈이다.과학자로서의 윤리를 저버린, ‘진실’을 알면서도 ‘침묵’을 선택한 포항 지열발전 참여 기관·단체, 학자들에게도 법적·도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 지역에서 거세지고 있다. 포항지진이 인재(人災)였음이 드러난 마당에 정부·여당은 ‘남 탓’ 고질병이 도지고 있고, 자유한국당은 ‘발뺌’ 본능이 작동 중이어서 이래저래 포항은 속이 터진다. 정치권 후안무치야 어제오늘 일이 아니니 그렇다 해도 학계마저 이렇게 참혹한 재앙을 부른 ‘물장난’을 치고도 오리발만 내밀면 세상이 어떻게 되는가. 학문은 도대체 무슨 가치를 위해 존재하는가. 인류의 삶을 증진시켜온 과학을 신봉하는 학자들이 이렇게 무책임해서는 안 된다. 누군가 양심고백이라도 좀 내놔야 조금은 덜 섭섭할 것 아닌가.

2019-03-25

대구 다녀간 문 대통령, 지역현안 약속 반드시 지켜야

문재인 대통령이 지역경제 투어 행사의 일환으로 지난 22일 대구를 방문했다. ‘서해수호의 날’ 행사 참석을 미루고 대구를 방문한 것이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취임 후 두 번째 대구방문이라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방문에 각별한 관심이 쏠렸다. 문 대통령은 달성군 현대로보틱스에서 열린 로봇산업 전략보고회에 이어 지역경제인과의 오찬과 대구 엑스포에서 열린 ‘세계 물의 날’ 기념식에도 참석했다. 짧은 하루의 일정이지만 많은 시간을 대구에서 보냈다. 이날 대구를 방문한 문 대통령은 대구통합신공항과 관련해서도 처음으로 언급해 관심을 모았다. 지난달 부산 방문 시 언급한 “가덕도 신공항 건설 문제를 국무총리실 산하로 승격해 검증 논의해 볼 수 있다”는 정도의 구체성은 없으나 “잘 해결할 수 있도록 살펴 보겠다”는 원론적 답변을 처음 한 것이다. 대구시 등은 이에 대해 매우 긍정적 답변으로 평가, 부지 선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측했다. 조속 진행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또 대구시의 숙원 현안인 물기술인증원의 대구 유치에도 긍정적 신호를 보냈다고 한다. 함께 자리한 박천규 환경부 차관은 대통령을 대신해 “지역에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세계물의 날’ 기념식에서 “대구가 추진하는 물산업 클러스터에 연구개발, 기술 성능 확인과 인증, 사업화, 해외진출까지 돕겠다”고 언급했다. 인천 등과 유치 경쟁을 벌이면서 차일피일 미뤄져 왔던 물기술 인증원의 대구 유치에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대구시는 평가했다. 대구시만큼 물기술인증원 유치에 애태운 자치단체도 없다. 달성공단에 전국 유일의 물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고도 핵심사업인 물기술인증원을 유치하지 못해 전전긍긍해 온 게 사실이다.그 외에도 문 대통령은 대구의 로봇산업 육성 등 대구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을 주요 산업에 대해 지원 및 육성 의지를 보여 지역경제계에 기대감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대구 방문에 대한 평가는 시각차가 조금씩 있었다. 특히 통합신공항 문제와 관련해서는 구체성이 없어 원론적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부산에서의 발언 강도와 비교하면 대구는 지금까지 정부가 보인 정부 반응과 별 다를게 없다는 설명이다.대구통합신공항 이전 사업은 부지선정 후 1년 넘게 표류 중이다. 대통령이 적어도 이전 시기라도 언급해 주는 것이 사업에 대한 정부의 추진 의지를 읽게 하는 대목이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의 발언은 너무나 원론적이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신공항 이전이나 물기술인증원 등과 같은 지역 현안에 대한 지역의 염원을 대통령이 확인하는 효과는 분명 있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어쨌거나 문 대통령의 지역 방문으로 지역현안에 대한 정부의 이해도를 높였다는 긍정 평가는 옳다.대구를 찾은 문 대통령의 약속과 발언이 지켜지는 후속 조치가 곧바로 나오길 기대한다.

2019-03-25

포항지진, 정치적 공방 말고 특별법 제정에 나서야

포항지진이 인재였음이 확인된 이상 정부는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정부가 나서 진상을 규명하고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야말로 촉발지진 결과에 대한 정부의 올바른 수용 자세라 할 수 있다.여권 일각에서 지열발전소 공사를 시작한 이명박 등 전 정부의 책임론을 꺼내고 있으나 이는 참으로 무책임하고 치졸한 발상이다. 문제의 본질을 흐리게 하는 생각이다. 대한민국 정부의 연속성과 국민에 대한 무한 책임을 생각할 때 지금 이 시점에서 전 정부 탓으로 돌리겠다는 발상이 과연 정상적인 생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포항지진이 인재로 밝혀진 이상 피해복구와 진상규명, 치유가 그 무엇보다 우선이어야 한다. 정치권이 포항지진을 그들의 논리로 붙들어 매 정쟁으로 이용한다면 피해 주민의 분노는 감당키 어려울 것이다. 포항시민의 상당수는 아직도 포항지진의 공포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작년 11월 포스텍 연구팀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포항시민의 86%가 포항지진 발생 1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정신적 피해를 호소했다고 한다.포항지진이 인재라고 밝혀진 이후 포항시민의 청원과 소송이 쇄도하고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다. 그동안 억눌렸던 분노가 일시에 터져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점 등을 심각히 고려한다면 정부와 정치권은 포항지진에 대해 진정어린 수습책을 내놓아야 한다. 대구경북지역 국회의원 일동이 포항지진과 관련,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포항지진으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 피해에 대한 신속하고 실질적인 보상을 위해 특별법 제정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포항시와 포항시의회도 정부에 특별법 제정을 요구했다. 법정 다툼 등을 통할 경우 피해 보상 등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이강덕 포항시장은 지진결과 입장문을 통해 “산업자원부의 포항지진 피해복구와 관련한 특별재생사업 등 후속조치가 근본적이고 종합적 대책이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포항시민의 기대에도 부응하지 못하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포항시는 지진으로 인한 피해가 인명과 금액 면에서도 사상 초유의 기록을 세웠지만 그 외에도 인구감소, 도시브랜드 손상, 지진 트라우마, 기업투자 위축, 관광객 감소 등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경제적 손실을 초래했기에 이를 종합적으로 보고 판단할 일이라고 한 것이다.그냥 정부 차원의 위로와 재난 수준의 지원 등에 그쳐서는 안 될 문제라는 뜻이다.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신속하고 실질적으로 다뤄지기 위한 특별법 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또 정치권이 공방을 벌인 책임 소재 문제도 특별법을 통해 진실을 규명하면 된다. 정치적 공방으로 문제의 본질이 흐려져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철우 경북지사도 지난 22일 대구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을 건의했다. 포항지진 문제가 범정부 차원에서 다뤄야 하는 시급한 과제임을 상기하고자 한 것이다.

2019-03-24

北, 개성연락사무소 철수…‘靑 대북정책’ 정비 시급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북-미 양쪽에서 냉담한 반응에 부딪혀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북측 인원을 일방적으로 철수시키는 새로운 변수가 발생했다. ‘4·27 판문점 선언’에 따라 지난해 9월 개소한 남북연락사무소는 그동안 주 1회 소장 회의를 열었으나 이달 들어서는 북측의 불응으로 회의가 연 4주째 무산돼, 이상기류를 보여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의 대북정책은 하루속히 정비돼야 한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남측 소장을 맡고 있는 천해성 통일부 차관에 따르면 북측은 22일 오전 9시 15분쯤 연락사무소 연락대표 접촉을 요청해 철수 방침을 알린 다음 철수하면서 “남측 사무소의 잔류를 상관하지 않겠다. 실무적 문제는 차후에 통지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하노이 제2차 북미회담이 결렬된 이후 우리의 대북정책은 일대 혼란에 빠져든 상태다. 미국 재무부는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운 혐의로 중국 해운회사 2곳을 새로 제재 명단에 올렸다. 이는 북한의 제재 해제 요구에 분명히 선을 긋고, 중국에 대해선 제재 전선에서 이탈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주목해야 할 부분은 미 재무부가 북한산 석탄을 수출했거나 북한과의 불법 환적에 연루된 것으로 추정되는 선박 95척의 리스트를 갱신하면서 한국 국적의 선박도 포함한 사실이다. 이 리스트에 올랐다고 해서 당장 제재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잠재적 블랙리스트라고 볼 수 있다. 대북제재에 이견을 보이는 한국 정부를 겨냥해 옐로카드를 꺼낸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트위터를 통해 북한에 대한 기존 제재에 더해 대규모 제재가 추가될 것이라는 재무부 발표에 대해 “철회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대화의 끈을 다 놓지 않으면서 유리한 국면을 유지하려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제스처가 나온 것이다.한반도에서 전운(戰雲)을 확실하게 걷어내려는 일념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양쪽에 대해 과장된 중재자 역할을 했는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그러나 나타난 현상으로 봐서는 미국도 문 대통령의 역할에 대해서 흔쾌하지 못하고, 북한도 일정 부분 삐친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이럴 때일수록 위기상황의 당사자로서 대한민국의 정책은 냉정해야 한다. 전체적인 상황을 조망해보면, 역시 김정은은 아직 ‘북한의 비핵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김정은을 만나 국제정서를 제대로 알리고 미국의 입장을 과장되지 않도록 정직하게 설명하고 진지하게 설득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일각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평화’에 대한 낭만적 환상은 일시적으로 행복하게 해줄지 모르지만, 영원한 안식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2019-03-24

결혼 피하고 이혼 늘고… ‘헬조선’ 탈출구 찾아야

지난해 우리 국민의 혼인율은 역대 최저를 기록한 반면, 황혼이혼은 역대 최다의 기록을 세운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사실은 통계청이 20일 발표한 ‘2018년 혼인·이혼 통계’를 통해 드러났다. 혼인율이 이처럼 뚝 떨어지고 있는 것은 극심한 경제난을 오롯이 반영한다. 이혼율 증가는 고령화 현상의 연장 선상에서 해석된다. ‘헬조선’을 벗어날 수 있는 다각도의 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무엇보다도 한없이 얼어붙고 있는 경기부터 하루빨리 녹여내야 한다.통계청이 전국 시·구청 및 읍·면사무소에 신고된 혼인·이혼신고서를 토대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인구 1천 명당 혼인 건수를 뜻하는 조(粗)혼인율은 5.0건으로 전년보다 0.2건 감소했다.이는 1970년 관련 통계작성 이후 역대 최저치였다. 혼인 건수도 25만7천600건으로 전년보다 2.6%(6천800건) 줄었다. 1974년 혼인 건수(25만9천600건) 이후 43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다. 연간 혼인 건수는 2012년 이후 7년째 감소했다.연령별로는 20대 후반~30대 초반 혼인이 줄었다. 남성은 30~34세 혼인 건수가 전년보다 5천300건(5.4%), 여성은 25~29세가 3천300건(3.5%) 줄었다.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이 33.2세, 여성이 30.4세로 전년보다 각각 0.2세 상승했다.한편 지난해 이혼은 10만8천700건으로 전년보다 2.5%(2천700건) 증가했다.특히 결혼 20년 이상 부부의 이혼은 전년보다 9.7% 증가해 3만6천327건을 기록했다. 이는 1970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규모다.이혼 구성비로 보면 혼인 기간 20년 이상이 33.4%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남성의 연령별 이혼 구성비를 보면 40대 후반이 18.1%로 가장 많았다. 이어 50대 초반(15.2%), 40대 초반(14.8%) 순이었다. 여성의 이혼은 40대 후반(17.6%), 40대 초반·30대 후반(각각 15.8%)에서 많았다.통계청 관계자도 분석하듯이 조혼인율, 혼인 건수가 감소하는 것은 인구 구조 변화, 청년실업·전세 가격 상승, 결혼 기피 현상이 맞물린 결과다. 특히 경기 침체로 인해 결혼 동기가 급격히 떨어지는 것이 심각한 문제다.젊은이들이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양육할 자신이 도무지 없는 것이다. 경제난 문제로 인해 앞길을 헤쳐가기 힘든 청년들이 한사코 결혼마저 기피하는 현상은 나라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하는 심각한 ‘국가위기’ 문제다.정부는 하루빨리 국민 피부에 확실하게 와 닿는 경기 활성화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 나라를 지옥(Hell)으로 여기는 청년들이 득시글거리는 이 같은 세태를 언제까지 강 건너 불 보듯 할 참인가.

2019-03-21

‘지진도시’ 오명 떨치고 기회의 도시로 거듭나야

2017년 11월 15일 포항에서 일어난 규모5.4 지진은 ‘자연지진’이 아닌 지열발전에 의한 ‘촉발지진’인 것으로 결론나면서 포항이 ‘지진도시’라는 오명을 드디어 벗게 됐다. 정부 조사단의 발표로 포항이 불명예스런 지진도시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게는 됐으나 그동안 포항이 겪어온 과정을 되돌아보면 도시의 명예를 회복키 위한 과제는 여전히 산적하다.특히 1년여 동안 지진도시라는 전국적 이미지의 고착으로 잃은 손실을 회복하는 데는 수많은 시간과 엄청난 노력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지진 발생 후 포항은 지진피해에 대한 복구와 보상의 문제와는 별개로 도시가 받은 충격은 심각하다. 불안하다는 이유로 포항을 떠나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같은 이유로 포항을 찾는 관광객이 급격히 줄면서 시중의 경기가 크게 쇠퇴했다.실제로 인구도 줄었다. 도심의 빈집들도 늘어났다.크고 작은 여진이 발생할 때마다 TV 자막에 뜨는 포항지진의 소식은 현실이 어쨌든 간에 포항시의 도시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혔던 게 사실이다. 살고 싶지 않은 도시, 떠나고 싶은 도시가 되면서 포항의 부동산 값은 곤두박질 쳤다.한국은행 포항본부 조사에 따르면 작년 6월 포항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이 전년 동월보다 5.7%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지진이 발생했던 흥해 등 북구지역일수록 하락폭이 커 지진이 아파트 가격 하락에 기여했음을 알 수 있게 했다. 서민들의 재산이야 주택이 유일한데 이 같은 가격 폭락은 서민의 삶을 피폐하게 한 것은 당연하다. 따지고 보면 지진이 일어나고 1년여 동안 포항은 전쟁 후 정리되지 않은 사회 분위기처럼 실의와 혼란으로 점철된 분위기였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이번 정부 조사단의 발표로 포항이 지진의 도시라는 멍에를 내려놓는 결과는 얻었다. 하지만 지금부터 그동안 추스르지 못한 문제를 풀어가야 하는 또 다른 짐을 안게 됐다.이강덕 포항시장은 “포항이 안전한 도시임이 확인된 결과라며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위기가 기회라는 말이 있다. 포항이 맞이한 위기가 기회로 돌아왔다. 지금처럼 지역민이 똘똘 뭉치기만 한다면 포항시가 도약할 기회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촉발지진이라는 결론을 내기까지 보여준 지역민의 단합된 힘처럼 이제 포항은 새로운 도약을 위해 단결된 힘을 보여 주어야 할 때다.포항시는 인구 50만 선을 위협받고 있다. 절박한 상황이다. 촉발지진에 대한 포항시의 대응력을 한군데로 모으고 미래 100년을 위한 동력으로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도시재생과 재건사업을 질적인 면에서 더 선진화시켜 이번 기회를 도시의 등급을 올리는 전기로 삼아야 한다. 포항이 꿈꾸는 영일만항 중심의 환동해 물류중심에 다가가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2019-03-21

“포항지진은 人災”… 신속·명확한 국가책임 보여줘야

지난 2017년 11월, 수능을 일주일 앞두고 발생한 규모 5.4의 포항지진은 ‘자연지진’이 아니라 지열발전소 때문에 발생한 ‘촉발지진’이라는 정부연구단의 결론이 나왔다.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은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포항지진이 인재(人災)였다는 사실은 대자연을 함부로 건드리면 어떤 재앙이 초래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국가는 신속하고 확실한 책임성을 보여줘야 마땅하다.정부조사연구단 이강근 연구단장(서울대 교수)은 이날 “‘유발지진’은 자극이 된 범위 내에서 ‘촉발지진’은 자극이 된 범위 너머를 뜻해 그런 의미에서 ‘촉발지진’이라는 용어를 썼다”며 “자연지진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정부연구단에 참여한 해외조사위원회는 “지열발전을 위해 주입한 고압의 물이 알려지지 않은 단층대를 활성화해 포항지진 본진을 촉발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해외조사위는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을 분석하기 위해 포항지진 발생지 주변의 지열정(PX1, PX2) 주변에서 이루어진 활동과 그 영향 등을 자체 분석했다며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밝혔다. 해외조사위는 “결론은 지열발전 주입에 의해 알려지지 않은 단층대가 활성화됐다는 것”이라며 “PX-2(고압 물) 주입으로 이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단층대가 활성화됐고 이것이 결과적으로 본진을 촉발했다”고 설명했다.포항지진이 일어난 직후 과학계 일각에서는 진앙지와 지열발전소 사이의 거리가 멀지 않다는 점을 들어, 지열발전소에서 지하에 주입한 물이 단층대를 자극해 지진이 발생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국내외 전문가로 구성된 ‘포항지진 조사연구단’을 구성해 지난해 3월부터 약 1년간 정밀조사를 해왔다.2016년 9월 경북 경주의 규모 5.8 지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컸던 포항지진으로 인한 피해액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2017년 12월 발표 기준으로 546억1천800만 원, 한국은행 포항본부 추산 3천323억5천만 원 가량으로 집계됐다. 지진으로 인한 직접적 피해 외에도 부동산 가격 하락과 정신적 충격 등을 고려하면 피해액은 조 단위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아직도 1천 명이 넘는 이재민 중 일부는 아직도 시에서 마련해준 대피소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포항지진이 인재였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이상 정부는 미적거려서는 안 된다. 적극적인 자세로 국가의 책임을 실증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또다시 이 결론을 전 정권의 허물을 캐내는 정치선동 푸닥거리의 소재로 쓸 궁리에 빠져서는 안 된다. 수년째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지 못하고 있는 포항 지역민들의 애환부터 서둘러 헤아려주길 바란다.

2019-03-20

마약류 유통, 처벌과 경각심 높여야 할 때다

성범죄에 악용되는 마약류를 유통시킨 일당이 경북지역 경찰에 검거됐다. 때마침 클럽 버닝썬 사건이 알려지면서 마약류를 악용한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거세진 가운데 지역에서 관련 범죄가 적발되자 마약류의 지역사회 유통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경북경찰청에 따르면 버닝썬 사건으로 알려진 일명 물뽕(GHB)을 사들여 유통시킨 일당 3명을 붙잡았다고 한다. 또 이를 사들인 대학생과 성인용품 사업자도 같은 혐의로 붙잡아 불구속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붙잡힌 일당이 소유한 마약류는 최근 10년 사이 적발한 마약류 가운데 가장 많은 물량이라고도 했다. ‘물뽕’은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무색무취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 음료수에 타는 수법으로 주로 성범죄에 악용돼 왔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버닝썬 사건이 터지면서 서울지역 유명 클럽을 중심으로 이미 이 같은 마약류가 암암리에 성행됐을 것이란 추측도 나왔다. 그동안 당국의 관심 부재 속에 우리 사회도 특정장소와 연령층을 대상으로 마약류의 사용이 상당히 퍼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이번 사건으로 제기됐다. 어쩌면 버닝썬 사건은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는 소문도 있다.경찰청이 버닝썬 사건으로 사회의 이목이 집중되자 마약류 유통과 투약범죄, 성범죄 등에 대한 근절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얼마나 유효한 근절책이 나올지 모르나 단속과 더불어 사회적 관심과 공동대응 노력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마약류 사용이 악질적 범죄이며 이로 인한 사회적 물의와 후유증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교육을 통해 알리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물론 입법을 통한 법 체제 강화도 병행해야 한다. 마침 민주당 박병선 의원(대전 서갑)이 마약류 등을 이용한 준강간에 대해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는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한다. 미약류를 이용한 성범죄에 대해 강간이나 유사강간보다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법 취지다.국립과학수사연구소 자료에 의하면 성범죄 관련 마약류 감정 건수가 2015년 462건에서 2018년에는 861건으로 늘어났다. 4년 사이 두 배가 증가했다. 마약류 성범죄에 대한 보다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증거이다. 버닝썬 사건으로 우리 사회에 마약류의 악용 사례가 비로소 조명됐지만 이것이 알려지기 전에는 사실상 큰 관심의 영역은 아니었다.지금부터 마약류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나 문제점을 가르치는 사회적 각성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음란물 유포 등 우리 사회 성범죄는 날로 다양해지고 지능화되고 있다. 마약류를 악용한 성범죄도 같은 범죄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마약류 사용이 서울 등 특정 클럽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란 데 모두가 주목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넓은 공감대를 갖고 대응할 심각한 사회문제로 받아들여야 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2019-03-20

경북 환경에너지타운 공사장 추락사고, 또 인재인가

대구에서 대보사우나 화재로 3명이 숨지고 80여 명이 다친 화재가 발생한 지 한 달 만에 또다시 안전 불감증이 빚은 사고가 일어나 안타깝게 하고 있다. 잊혀질만 하면 터지는 우리 사회의 안전사고는 이제 고칠수 없는 고질병처럼 보인다. 국민이 원하는 안전한 나라는 구호에 그치고 말 것인지 답답할 뿐이다. 경북도청 신도시 내 경북 북부권 환경에너지 종합타운 공사현장에서 근로자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공사장 5층에서 목재에 고정된 테크플레이트(철물 거푸집) 위에서 레미콘 타설 작업을 하던 근로자가 거푸집 바닥이 붕괴되자 25m 아래로 떨어지면서 일어났다. 사고가 나자 이들은 출동한 119 구급대에 의해 인근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모두 숨졌다고 한다.사고를 당한 근로자는 모두 하도급업체 직원으로 이날 처음 공사현장에 출근했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보는 이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추락사고가 발생한 곳은 경북도가 공사를 발주하고 GS건설이 시공 중인 관급공사 현장이다.사고가 나자 현장 근로자들 사이에서는 공사현장의 안전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인재라는 뜻이다. 먼저 토목현장 건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안전망이 사고 당시 따로 설치돼 있지 않았다고 한다.당초 설치됐던 안전망은 공사장 작업차량의 진출입 문제로 최근 철거가 됐다고 한다. 공사 현장의 안전 의식이 뒷전으로 밀린 셈이다. 안전망만 있었더라면 최소한 목숨을 잃는 사고는 없었을 텐데 말이다.또 숨진 근로자가 당연히 메어야 할 안전을 위한 와이어도 착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추락사를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에 대한 안전 의식도 부재였다. 어이가 없는 일이다. 그 밖에도 콘크리트 타설 공사를 하기 전 하중을 견딜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문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공기 단축을 위한 무리한 공사 강행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사고원인에 대한 것은 정확한 현장 조사 결과에서 밝혀지겠지만 우선 외부적으로 드러난 지적만으로도 공사현장의 안전 불감증이 불러온 인재라는 사실에 수긍이 간다.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고는 대개 우리의 안전 불감증이 주된 원인이다. 대형 사고로 곧장 잘 이어진다. 사소한 안전규정 위반이 사람의 목숨을 뺏는다고 생각하면 안전을 위한 조치는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가 없다. 철저한 감독과 관리만이 안전을 예방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지난해 강릉에서 일어난 펜션 가스질식 사고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인재였다. 고교생 3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 사고는 우리 사회가 어느 한 곳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입증한 좋은 사례다. 후진국형 안전사고가 반복되는 우리 사회에 경각심을 다시 한번 일깨워야겠다.

2019-03-19

동상이몽 선거제논란… 소인배적 협잡 부끄럽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이 선거제 개혁안에 합의해 ‘선거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공조하기로 했다. 그러나 뒤늦게 손익 계산에 빠진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이 무성한 뒷말을 양산하는 중이다. 자유한국당 역시 어깃장 심리에 푹 빠져 있고, 민주당은 ‘끼워팔기’ 욕심에 젖어 있다. 정치인들은 지금 각각의 동상이몽 속에 어질더분한 사리사욕의 콩밭을 헤매고 있다.우리가 선택해온 승자 독식의 소선거구제는 필연적으로 민의를 왜곡한다. 지난 20대 총선이 최악의 사례다. 새누리당은 33.5%에 122석, 국민의당 26.7%에 38석, 더불어민주당 25.5%에 123석이었다. 전체 3위에 불과한 민주당이 무려 41%의 최다 의석을 챙겼다. 민주당의 제1당 등극은 민주적 대표성과 비례성을 왜곡한 참혹한 대가였다.소수 정당인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정당 득표에서 각각 26.7%와 7.2%를 얻었지만 의석률은 12.7%와 2.0%에 불과했다. 국민의당은 무려 45석, 정의당은 17석 적게 배당받은 셈이다. 소수 야 3당은 표의 등가성을 높이기 위한 최적의 수단으로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해왔고, 민주당은 연동 수준을 낮추기를 희망한다.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표심과 의석을 일치시키는 동시에 정치의 다원화를 뒷받침하는 장치다. 2015년 중앙선관위도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권고했다. 문제는 양당제의 달콤한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거대 정당들의 삿된 욕심이다. 거대 정당들은 의원 숫자를 늘리는 데 대한 민심의 거부반응을 어떻게든 이용하여 ‘승자 독식’의 꿀단지를 놓지 않으려고 한다. 한국당이 아예 의원정수를 10% 축소하고 비례대표를 없애자는 얄궂은 제안을 내놓은 배경도 여기에 있다.여야 4당은 의원 정수를 300명으로 유지하면서 비례대표 의석을 28석 늘리는 안에 잠정 합의했다. 그러나 뒤늦게 소수정당의 이해득실 계산표가 다시 나오면서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자유한국당을 배제하고 달리려는, 소위 ‘패스트트랙’이라는 급행열차에 민주당은 ‘공수처법’을 끼워팔기로 함께 태우려고 하는 불순한 의도를 놓지 않고 있다.제1야당 빼놓고 게임 룰 결정을 밀어붙이는 사상 유례없는 정치행태도 문제지만, 근본적으로 게임규칙을 선수들에게만 맡기는 구조 자체가 모순이다. 중앙선관위가 중심이 돼서 국회의석을 가진 정당에서는 단 1명씩만 위원회에 참석시키고 과반수를 중립적인 외부 전문가로 ‘선거제도개혁위원회’를 구성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일각의 아이디어에 동의한다. 정치인들은 이 나라 민주주의 발전을 정직하게 다시 생각해야 한다. 소인배적 협잡이 난무하는 정치권의 선거제 개혁안 논란이 부끄럽다.

2019-03-19

가계 빚 계속 늘어나… 경고음으로 봐야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가 여전히 세계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정부의 지속적인 가계부채 억제책에도 우리나라의 가계 빚은 증가 속도와 규모면에서 여전히 최상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실효적인 대책이 아쉽다. 가계부채 증가는 우리 경제의 최대 불안 요인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보다 적극적이고 획기적 대응이 있어야겠다.국제결제은행(BIS)과 한국은행에 의하면 지난해 3분기 말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6.9%로 BIS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 가계 빚은 전체 경제규모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BIS가 통계를 집계한 세계 43개국 가운데 한국은 중국 다음으로 큰 상승세를 보였다. 우리나라는 전분기 대비 0.9% 포인트 상승했다. 중국의 1.2% 포인트 상승에 이어 두 번째 큰 상승 폭이다. 또 한국의 가계 부채 비율은 18분기 연속 상승세를 보였고 상승기간도 중국에 이어 두 번째를 기록했다.가계 부채 증가는 민간소비를 위축시키고, 성장 잠재력도 떨어뜨리게 된다. 정부는 2016년 ‘8.25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하면서 가계부채 증가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는 부동산에 대해 부양에서 규제로 돌린 적이 있다. 이후에도 지속적인 가계부채 안정을 위한 정책 기조를 유지했으나 결과는 번번이 실패다. 이번 결과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규모면에서 크고, 증가율도 가파르다. 소득과 비교해 볼 때 부담이 크게 확대되는 추세다. 한국의 작년 3분기 총부채 원리금 상환비율(DSR)은 12.5%로 전분기보다 0.1%포인트 높아져 1999년 이래 가장 높았다고 한다. DSR은 가계가 대출 원금과 이자를 갚을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라는 점에서 우리의 가계 빚이 주는 경제적 불안감을 잘 읽어 볼 수 있는 대목이다.금융위는 지난 1월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5%대로 억제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투기로 흐르는 자금을 혁신창업과 중소기업에 공급하겠다는 목표에서다. 따라서 은행권에 도입한 DSR 규제를 올 하반기에는 제2 금융권에도 도입한다고 밝혔다. 투기성 자금에 대한 규제도 필요하지만 규제 일변도로 인해 경제의 경직성을 가져와서도 안 된다. 자금의 적정 공급이란 쉽지 않은 과제지만 잘 풀어야 하는 것 또한 금융당국의 일이다.지금 시중의 경기는 매우 나쁘다. 특히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자영업자의 폐업이 늘고 폐업을 고려 중인 업소도 많다. 대부분이 생계형 사업자다. 자금의 규제는 잘못하면 돈 없는 사람을 더 없게 하는 자금의 빈익빈 부익부를 초래할 소지가 크다. 영세업자나 중소기업 등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자금의 활로를 열어주고 투기성 자금은 막는 금융당국의 섬세한 대책이 필요한 때다. 가계 빚 관리에 대한 새로운 각오가 있어야겠다.

2019-03-18

‘가덕도 공항’ 짜고 치기…치졸한 분열책동 중단해야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더불어민주당 지자체장들이 김해공항 확장 폐지를 주장하면서 영남이 또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는 부산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으로 촉발된 영남권 신공항 논란은 순식간에 정치 쟁점으로 재부상하는 중이다. 정권과 단체장이 바뀔 적마다 국책사업을 흔들어대는 미개한 정치놀음은 결코 옳지 않다. 민심을 갈가리 찢어발기는 치졸한 분열 책동은 즉각 중단돼야 마땅할 것이다.오거돈 부산시장과 송철호 울산시장, 문승욱 경남도 경제부지사 등 부·울·경 단체장들은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해신공항은 국민 생명과 안전을 볼모로 동남권 미래를 수렁에 빠뜨린 박근혜 정부의 잘못된 결정”이라며 김해신공항 반대와 동남권 관문공항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김해신공항 사업은 많은 시간과 엄청난 예산을 낭비하며 국민을 고통받게 할 제2의 4대강 사업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청와대는 대구·경북 국회의원 22명이 ‘문재인 대통령의 가덕도 신공항 재검토 시사 발언’ 진의를 묻는 공개질의에 대해 ‘국토부가 설명할 것’이란 무성의한 답변을 내놨다. 주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 수십 명이 연명해 질의한 사안에 대해 청와대가 20여 일 만에 해당부처에 떠넘기는 내용을 담은 공문 한 장을 팩스로 보낸 것은 오만의 극치이자 수상한 행동이다. 청와대가 이렇게 나오는 데는 분명 무슨 곡절이 있을 것이다.‘가덕도 신공항’ 시나리오는 이미 호사가들의 입줄에서 무르익고 있다. 힌트는 문 대통령의 ‘국무총리실에서 결정하면 된다’는 식의 발언에 다 나왔다. 국토부는 일단 ‘김해공항 확장’ 입장이 불변임을 말하고 있으나 말을 뒤집을 시점만 기다리고 있을 게 뻔하다. 때마침 장관도 바뀌는 중이다. 지역여론이 갈리고 국토부 처지가 난해하다는 이유를 들어, 국무총리실이 관리하도록 만들면 그만이라는 교졸한 아이디어로 읽힌다.지난 2015년 1월 19일 대구·경북·경남·울산·부산 등 5개 광역시·도의 단체장들이 당시 첨예하게 대립하던 신공항의 성격과 규모, 기능 등에 관한 사항을 정부에 일임하기로 합의하고 정부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며 유치경쟁 등을 하지 않기로 했던 약속이 떠오른다. 그랬던 지자체들이 정권과 단체장 소속정당 바뀌었다고 지역이기주의에 빠져 손바닥 뒤집듯 국책을 바꾸려는 획책이 과연 온당한 일인가.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언급하며 선동부터 앞세우는 꼴을 보면 부·울·경의 주장은 시작부터 시커먼 ‘정치공세’다. 나라를 이렇게 이끌어가서는 안 된다. 민심을 갈라쳐서라도 오직 권력만을 차지하겠다는 위정자들의 음모는 망국적 농간에 지나지 않는다. 이건 정말 아니다.

2019-03-18

청와대 또 엉터리 인사 검증…이젠 원칙도 없나

개각 명단에 오른 7개 부처 장관 후보자들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부동산 투기, 자녀 국적, 세금 체납, 논문 표절 등 제기된 흠결도 백과사전을 방불케 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2년이 안 돼 공직 후보 10여 명이 청문회 문턱에서 낙마했다. 청문회 보고서 없이 임명 강행한 인사도 10명이 넘어 전임 정부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인사시스템을 바꿀 생각이 전혀 없다. 그렇게 강조하던 인사원칙도 아예 없어진 모양새다.최정호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는 지명 직전에 20년 이상 보유했던 분당의 아파트를 딸과 사위에게 증여하고 월세로 거주한다고 신고했다. 다주택 보유자라는 부정적 시선을 피하려고 ‘꼼수 증여’를 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본인과 부인 명의로 집 3채(분양권 포함)를 갖고 있는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갭 투자’와 증여세 탈루 의혹 등 구설수에 올랐다.가족 재산으로 모두 19억여 원을 신고한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딸들의 거액 예금이 논란거리다. 둘째 딸은 1억8천여만 원, 셋째 딸은 2억여 원의 예금을 각각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인 두 딸의 수입으로는 모을 수 있는 금액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박 후보자의 가족들이 큰딸의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위장 전입한 사실도 확인되고 있다.42억 원에 달하는 재산을 신고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내지 않아도 될 세금을 내는 해프닝을 벌였다. 개각 발표 직후 배우자의 종합소득세 2천281만 원을 뒤늦게 납부해 ‘지각 납부’논란에 휩싸였었다. 그러나 이후 “내지 않아도 될 세금을 낸 것이라 다시 돌려받아야 한다”고 정정했다.가장 심각한 걱정거리로 등장한 사람은 단연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다. 여야 정치인들을 비롯해 문재인 대통령마저 마구 조롱한 그의 구업(口業)은 화려하다. 특히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을 의도적 도발이 아니라 ‘우발적 사건’이라고 규정하고, 박왕자 씨 피살사건을 ‘통과의례’라고 한 김 후보자의 말은 통일부 수장으로서의 자질논란을 폭발시키고 있다.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씹다 버린 껌”이라고 비하하고 추미애 대표에겐 “감염된 좀비”라고 하는 등 여야를 넘나드는 그의 험구 이력은 요란하다.자유한국당은 진작부터 문 대통령에게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청와대의 인사 검증시스템이 고장 난 것이 아니라면 더 문제다. 세상이 뭐라고 하든 간에 마음대로 하겠다는 심사가 읽혀 더욱 염려스럽다. 그래서 대체 뭘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청와대의 불통 인사행태가 국민적 걱정거리로 등장했다.

2019-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