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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초읽기 들어간 버스파업, 요금 인상이 최상책 아니다

전국에서 버스 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한국노총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이 9일까지 전국 시도별로 진행한 버스파업 찬반투표가 속속 가결되면서 현재 전국 12개 노조 중 대구, 서울 등 9개 지역 노조가 사실상 파업을 결의했다. 버스회사와 지자체 등과 노동쟁의 조정절차가 남겨져 있으나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15일부터 파업이 진행될 전망이다. 전국에서 버스가 동시에 멈춰 서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것 같다. 주무부서인 국토교통부는 “지자체에 모든 권한이 넘어가 지자체를 설득하는 것 외에는 뾰쪽한 방법이 없다”며 맹하니 있는 모습이다. 버스 파업의 발단은 7월부터 시행되는 주 52시간 근무제다.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면 버스기사의 월급이 지금보다 100만 원 안팎이 줄어들기 때문에 월급 보전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버스 운전기사의 월급은 절반 정도가 각종 수당으로 채워져 있어 근무시간이 주는 만큼 월급도 줄게 된다. 7월부터는 종업원 300인 이상, 내년부터는 300인 미만 버스업체가 이 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버스 노조는 이번에 63세 정년 연장과 추가 인력 확보도 요구했다.문제는 근로조건 개선을 앞세워 주 52시간제를 시행한 정부와 여당이 이러한 사태가 벌어질 것을 알면서도 속수무책 지내왔다는 것이다. 작년 2월 주 52시간 근무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이 벌써 1년은 더 됐다. 그동안 대책이나 대안 제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마치 절대 법 인양 밀어붙이는데 급급해 놓고 이제와 오히려 정치권과 청와대는 정부관료 탓을 한다는 소리까지 들리니 한심하다.중요 정책의 결정 뒤에는 반드시 사회적 비용이 수반되는지를 검토하는 것이 책임 있는 정부정책 결정과정이다. 버스 노조가 중앙정부에 대고 책임을 지라고 주장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문재인 정부가 선의의 의지를 갖고 추진한 정책이 심각한 부작용을 빚는다면 수정 혹은 방향 전환을 검토해 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최저임금 인상뿐 아니라 주 52시간 근무제도 같은 차원에서 문제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해서는 대통령직속기구 정책토론회에서도 “경제에 상당히 충격을 주는 조치임에도 속도와 방법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정책 수정이 있어야 할 것임을 간접 시사한 대목이다.여당이 버스파업에 대해 버스요금 인상을 통해 문제 해결점을 찾는다는 소식이다. 요금인상이든 지원금 지원이든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돈이 나가게 마련이다. 문제는 여당이 사전 대책도 없이 결정한 정책에 국민이 덤터기 쓰는 결과가 나와서는 곤란하다. 서민의 발인 버스의 파업만은 막아야겠지만 요금 인상이란 카드가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면 너무 안이하다. 불경기와 최저임금 인상 등 지금 서민의 가계는 엄청난 경제적 부담으로 울상을 짓고 있다는 것 정부와 여당은 잊지 말아야 한다.

2019-05-12

청와대·여당 낡은 소통의식·언론관 문제 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2주년 대담을 진행한 KBS 송현정 기자에 대한 여당 인사들과 지지층 네티즌들의 신상털이와 무차별 공격이 극성이다. 공격적이고 무례한 진행이었다는 평가와 함께 ‘척결’ 주문마저 쏟아진다. 지난 1월 10일 있었던 문 대통령 신년기자회견 당시 김예령 경기방송 기자의 사례와도 맞물린다. 이낙연 총리까지 야릇한 간접비판을 내놨다. 청와대의 낡은 소통의식은 물론 여당 인사들과 지지층의 언론관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지난 9일 ‘문재인 정부 2년 특집 대담-대통령에게 묻는다’ 방송에서 진행을 맡은 KBS 송현정 기자는 문 대통령을 향해 줄곧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송 기자는 대담에서 “자유한국당 입장에서 문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이야기한다”라고 직설적으로 물었다. 문 대통령이 질의의 취지와 다른 말을 할 때는 말을 끊기도 했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송 기자의 태도는 하나의 인터뷰 스타일일 뿐 아무 문제가 없었다.그런데 청와대 청원 게시판과 KBS 홈페이지에 갖가지 패악스러운 비난이 난무한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라디오방송에 나와 “트럼프 대통령이라면 아마 바로 반격과 공격을 했을 것”이라면서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들먹거렸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페이스북에 “신문의 ‘문’자는 ‘들을 문(聞)’자다. 그러나 많은 기자는 ‘물을 문(問)’으로 잘못 안다”고 썼다. 하지만 이날 특집의 타이틀은 ‘대담’이었고, ‘듣는다’가 아닌 ‘묻는다’였다.예외 없이 송현정 기자에 대한 무차별 신상털이가 시작됐다. 그의 부모, 배우자, 동생 등 가족들의 내력까지 들춰지고 인신공격까지 따라붙는다. 지난 1월 10일 있었던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당시 대통령에게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나”라고 당찬 질문을 던져 해괴한 공격을 당했던 김예령 기자를 떠오르게 한다. 기자가 경계해야 할 일은 오직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양 호도하는 것뿐이다.언론자유의 척도는 민주주의의 척도라는 말은 영원한 금과옥조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언론이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북한과 뚜렷이 구별된다. 기자가 권력자 앞에 공손해서 진실이 은폐되기보다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무례한’ 게 차라리 낫다. 취임 2주년을 맞아 단독 대담으로 ‘간 보기’를 했던 청와대는 안 되겠던지 청와대 출입 기자들과의 비공식 간담회마저 취소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과 직접 소통하기 위해서 집무실마저 광화문으로 옮기겠다고 공약한 지도자 아니던가. 최소한 기자들과의 진솔한 대화, 격의 없는 수시 만남이 이뤄지는 선진문화를 기대해 왔다. 구시대적 소통의식과 경직된 언론관은 진정 청산되고 개혁돼야 할 적폐 중의 적폐다. ‘촛불 정권’이라고 우쭐대려면 최소한 이래서는 안 된다.

2019-05-12

문재인 정권 2년, ‘아집’의 껍질 벗어 던져야

문재인 정권이 집권 만 2주년을 맞았다. 정치·경제·사회 전 분야에서 개혁을 추구했지만, 어느 한 곳 온전한 곳이 없다. 스스로 올인해온 한반도 긴장 완화마저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일순 혼돈에 빠졌다. 적폐청산·소득주도성장·최저임금 인상·탈원전 등 성과도 못 내고 부작용만 불러온 숱한 정책에 대해서 그러나 문 대통령은 귀를 막은 채 무턱대고 직진 중이다. 이제라도 아집의 껍질을 과감히 벗어던져야 한다. 특히 무수히 켜진 경제위기 신호등을 더 이상 무시하고 달려서는 이 나라가 정말 위태로울 수 있다. 매일경제신문이 주요 대학 경제학과 교수와 국내 국책·민간연구소 연구원 등 경제학자 1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가 눈길을 끈다. 이 조사에서 ‘정부의 경제정책을 학점으로 평가해 달라’는 설문에 대해 응답자 중 35%가 D학점을 줬다. 이어 28%가 낙제점인 F학점을 줬고, C학점을 준 비율도 24%에 달했다. 양호한 학점인 B학점이라고 답한 전문가는 12%였고, 매우 잘했다는 평가(A학점)를 한 응답자는 1명에 불과했다.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부터 적폐청산, 소득주도성장 등을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이에 대한 비판이나 쓴소리는 ‘발목잡기’로 규정하며 귀를 닫았다. 이념적 테두리에 갇혀 국민을 상대로 검증되지 않은 정책으로 실험을 하는 우를 끈질기게 범하고 있다. 적폐청산만 하더라도, 낡은 제도나 폐습의 청산보다는 인적 청산에 치우쳐 ‘정치보복’의 음흉한 칼로만 악용하고 있다.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은 중소 영세업자들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탈원전’ 선언은 편벽된 이념 과잉이 빚어낸 비극적 패착이다. 한국이 따라가던 독일도 ‘탈원전’정책에 스스로 ‘실패’ 판정을 내리는 중이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독일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부작용에 관한 기사에서 “독일 통일만큼이나 값비싼 프로젝트가 돼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의 섣부른 탈원전 선언이 몰고 온 원전산업의 피폐와 국가적 손실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최근 대형 국책사업과 인사에서 대구·경북을 잇따라 배제한 지역 홀대는 그 후과(後果)를 예단키 어려운 실책이다. 문 대통령이 취임 초기에 약속한 ‘인사 대탕평’은 결과적으로 새빨간 거짓말이 돼버렸다. 문재인 정권은 모든 것을 진영논리로 재단한다. 경제 상황을 놓고 “위기론은 일시적인 것이며 조만간 회복될 것”이라는 거듭된 해명도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는다. 김정은의 선처에 매달린 대북정책은 국민의 자존심을 썩어 문드러지게 만들고 있다. 극적 반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외고집의 탈을 벗어 던지고,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 거듭나야 한다. 약속을 지킬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2019-05-09

대구통합신공항 추진, 더 많은 여론 수렴과정 있어야

대구통합신공항을 둘러싼 지역여론이 또다시 분열 양상을 보여 우려스럽다. 분열된 여론이 지역발전을 전제로 한 건전한 논쟁의 장이라는 데 이의는 없다. 그렇다고 치더라도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처럼 논쟁의 확산이 끝 간줄 모른다면 신공항 건설 자체가 동력을 잃을까 걱정이 된다.부산의 가덕도 신공항이나 대구경북의 통합신공항은 타협의 여지가 없는 논란 속에 빠져 있다. 이런 논란 속에 남부권 관문공항 건설을 주장하는 단체가 출범함으로써 연내 통합신공항 부지 최종 선정을 기대하고 있는 지역으로서는 혼란스런 모습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지난 8일 대구시의회에서는 남부권 관문공항 재추진본부(상임대표 김형기)가 출범 기자회견을 가졌다. 추진본부는 “대구 통합신공항 이전과 부산 가덕도신공항 재추진을 모두 중단하고 남부권에 하나의 관문공항을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을 발표했다. 대구통합신공항 추진을 둘러싼 지역 내 여론이 한쪽 더 갈라진 모양새가 됐다. 그동안 대구 통합신공항 이전에 대해 군공항 존치를 주장하는 여론이 맞서 갈등을 빚어 왔으나 이날 남부권 신공항추진본부의 출범으로 대구신공항 여론은 세 갈래로 갈라진 꼴이 됐다.남부권 관문공항 재추진본부는 “남부권 관문공항은 영호남을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중추공항(제2관문공항)이 돼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지금처럼 각 단체장의 의도대로 대구통합신공항과 가덕도신공항이 건설되면 영호남 전체가 공멸하는 꼴이 된다고도 했다. 영호남이 하나로 뭉쳐 남부권 관문공항을 건설하면 “지방분권과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남부권 신공항 추진본부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명분도 있어 보인다.그러나 현재 추진 중인 대구통합신공항은 법적 근거를 갖고 진행 중인 사업이다. 이미 정부가 연내 후보지 선정을 마치겠다고 약속한 사업으로 대구경북이 일방으로 끝낼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영호남을 아우르는 관문 공항을 세우려면 대구경북뿐 아니라 가덕도신공항을 추진 중인 부산경남의 동의도 있어야 한다. 따라서 남부권 관문공항 건설에 따른 영호남 지역민의 호응이 얼마나 될지 현재로서는 의문이다.대구통합신공항 이전 사업은 대구경북의 명운을 걸 만큼의 중차대한 프로젝트다. 지역의 미래와 글로벌 경쟁력을 담보한 야심찬 사업이다. 때마침 경북도가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매머드급 추진단을 구성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연내 최종부지 선정에 대비한 공항 배후 신도시 건설 등 만반의 준비를 위한 조치로 여겨진다.그러나 대구통합신공항 사업 추진의 동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관계당국은 흩어진 여론을 모으고 이해와 설득이라는 과정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 지역발전을 위한 고민에 모두가 함께 머리를 맞대는 노력이 절실한 때다.

2019-05-09

드론 추락사고, 안전성 확보 시급하다

경북 칠곡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칠곡군 어린이 행복 큰잔치’ 행사 도중 공중 촬영하던 드론이 추락해 30대 여성의 코뼈가 골절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고 한다. 다행히 추락한 드론이 소형이어서 큰 부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드론에 의한 사고가 잦아지고 있다는 데 대한 우리의 경각심이 더 높아져야겠다. 이날 사고 드론은 군중 40∼50m 높이에서 촬영을 하다 폭죽이 터진 후 추락했다. 행사 시작을 알리는 폭죽의 종이가 드론 프롭에 걸리면서 일어난 것으로 짐작이 된다고 한다.문제는 드론 보급이 보편화되고 사고도 빈발하고 있지만 드론 사용에 대한 안전관리나 안전의식이 제대로 안되고 있다는 점이다. 드론은 다양한 조건에 의해 사고가 발생한다. 강풍과 조종자의 조작 실수, 배터리 방전, 주변 장애물 등 예측할 수 없는 여러 변수가 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기체 중량이 12㎏ 이상의 드론이 군중 속으로 추락한다면 큰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가 있다. 또 위험시설이나 고속도로 등에서 추락 사고가 발생하면 대형사고까지 일어날 가능성도 높아 사용상 주의가 반드시 요망된다. 이날 칠곡군 어린이날 행사에서 발생한 사고도 규정을 지키지 않아 일어난 사고다. 항공안전법에 따르면 인구 밀집지역이나 사람이 많이 모인 곳(스포츠 경기장, 각종 행사장 등)의 상공에서는 드론 비행을 금지하고 있다. 드론이 추락할 경우 인명사고가 우려되기 때문이다.그런데도 드론업체나 행사 주관부서인 칠곡군이 이를 간과해 사고가 촉발된 것이다. 안전불감증이란 주민의 비판을 들을 만한 사고라 본다. 지난달 대전에서는 보훈처 주최 행사 도중 트론이 추락해 3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우리나라도 드론의 사용 용도가 늘면서 사고가 빈발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저공 비행의 장점을 가진 드론을 농업과 이벤트 행사에 많이 사용해 왔다.그러나 드론에 인한 잦은 사고로 그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비교적 넓게 퍼져 있다고 한다. 일본 통계에 의하면 일본에서는 1996년 이후 드론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3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12월 영국 런던 개트윅 공항 활주로에 출현한 미확인 드론 2대로 공항시스템이 36시간 마비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은 드론의 위험성을 경고한 일로 우리가 새겨 보아야 한다.드론은 이제 다양한 연관 산업이 등장하면서 시장이 커지고 있다. 드론 산업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드론의 잠재적 가치를 생각한다면 규제 일변도로 갈 수만도 없다. 그러나 드론의 산업적 가치 외에 사생활 침해나 사고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드론 사용에 대한 더 치밀하고 체계적인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 드론의 안전 사용을 위한 당국의 고심과 교육이 더 많아져야겠다.

2019-05-08

한국당, ‘네거티브정치’ 중독위험 경계할 때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부산 일정을 시작으로 백팩과 운동화 차림으로 대정부 규탄 민생 행보를 재개했다. 황 대표는 북한의 발사체 도발과 관련, “우리 5천만 명 국민이 북한의 핵 인질이 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북한 도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놓고 ‘북(北)정원’, ‘홍길동 정부’ 등 연일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오직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난에만 열중하는 패턴이 당을 자칫 ‘네거티브정치’ 중독의 매너리즘에 빠트려 오히려 곤경에 처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자각해야 할 때다. 황 대표가 대정부 투쟁 과정에서 보여주고 있는 결기와 진정성은 만만찮다.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정권의 거짓말에 피를 토한다”고 밝히면서 정부의 실정을 폭넓게 지적하겠다는 선전포고를 내놨다. 자갈치시장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대북, 안보정책 등의 문제를 지적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8일 원내대표-중진의원 회의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반기업’·‘포퓰리즘’을 문재인 정부의 3대 ‘악의 축’으로 규정하며 경제·안보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는 “국가 경제 전반이 마이너스이고, GDP 성장률도 그렇다. 공공기관 부채는 500조 원을 넘고 소득감소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질타했다.자유한국당의 강경투쟁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반응과 대응은 한마디로 ‘무시’ 일변도다. 이해찬 대표는 국회 본청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한국당이 전국을 돌며 장외투쟁에 돌입한다는 뉴스를 보니 좀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야유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도 임기를 끝내면서 “황 대표가 대권에 대한 욕심 때문에 국회를 볼모로 파행시키고 있다”고 폄하했다. 박광온 최고위원은 “장외에서 민생을 말하는 것은 공허한 보여주기식 정치”라고 깎아내렸다.국정에 대한 무한책임을 망각한 채 제1야당을 철저히 무시하는 전략으로 일관하는 더불어민주당의 행태는 온당치 못하다. 그러나 여당이 그런 대응을 하는 근거는 명백하게 존재한다. 그것은 문재인 정권이 무슨 짓을 하든, 무슨 욕을 얻어먹든지 간에 국민들이 자유한국당을 ‘대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확신 때문이다. 저주와 야유의 뒤편에 웅크린 그런 확신을 제대로 읽어야 할 쪽은 자유한국당이다. ‘대안 정당’으로서의 모습을 각인시키지 못 하는 한 한국당의 장외투쟁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실패한 정치세력으로서의 치열한 반성을 전제로 신실한 ‘대안’들을 내놓고 폭넓게 인정받을 때 비로소 민심은 돌아설 것이다. 열성 지지자들의 일시결집을 ‘민심 회귀’로 오독(誤讀)하여 방자해지는 추태야말로 끔찍한 자살폭탄임을 부디 망각하지 말기를 바란다.

2019-05-08

바른미래당, 짜증 부르는 ‘소란’ 제발 끝내라

중도정치를 표방해 온 바른미래당의 사분오열이 목불인견(目不忍見)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반(反)손학규 진영은 24명 소속의원 중 과반인 15명 의원의 연명으로 김관영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의원총회 소집요구서를 7일 원내행정실에 제출했다. 손학규 대표는 패스트트랙 파동 이후 최고위원 임명 단행, 비판적 정무직 당직자 무더기 해임 등 초강수를 연발해왔다. 존폐를 건 끝장토론을 통해서라도 짜증을 부르는 ‘소란’은 이쯤서 끝내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사퇴를 촉구하는 의총 소집요구에 대해 “기호 3번을 달고 한국당이나 민주당과의 연대·통합 없이 당당히 내년 총선에 나가겠다는 의사 표현을 한다면 즉시 그만두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의총 소집요구서를 직접 제출한 유의동 의원은 “본질과 상관없다”고 잘라 말했다.의총 소집요구서에 서명한 의원들은 바른정당계 8명(정병국·유승민·이혜훈·오신환·유의동·지상욱·하태경·정운천)과 국민의당계 7명(권은희·김삼화·김수민·김중로·신용현·이동섭·이태규) 등이다. 이에 앞서 지난 3일에는 공수처법의 패스트트랙 상정에 반발하다가 기습 사보임(지난달 25일)을 당한 권은희 의원을 비롯한 바른미래당 국민의당계 여성의원 4명이 김관영 원내대표를 찾아가 조기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패스트트랙 상정강행 파동 이후 리더십을 완전히 잃었다. 그러잖아도 아닌 척하면서 정의당, 민주평화당에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4중대처럼 굴어온 것이 아니냐는 당 내외의 비판을 받아왔던 터다. 손 대표는 사퇴 요구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바른정당계 중심의 정무직 당직자 13명을 무더기로 해임하면서 당의 분위기를 막장으로 몰아왔다. 바른미래당이 거대 양당의 횡포를 제어하면서 건강한 다당제를 견인하는 소금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했던 민심은 절망에 빠졌다. 돌아보면 보수의 개혁을 갈망하는 정치인들과 호남에서 입지를 찾지 못해 튕겨 나온 진보정치인들의 조합은 현실적으로 무리였다. 이 상태라면 바른미래당 정치인들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그야말로 눈 뜨고 못 봐줄 추태와 지나가는 개도 웃을 궤변들만 양산할 게 뻔하다. 지향점이 다른 오합지졸 정치꾼들이 원내교섭단체의 꿀맛만을 노리고 모여들었다가 총선을 앞두고도 민심을 얻지 못하자 분열 본색을 드러내고 있는 처량한 몰골이다. 이쯤에서 하릴없는 분탕질을 끝내야 한다. 소음을 참고 기다려준 국민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라도 지키길 바란다. 미래지향적인 ‘중도’의 이념과 차별화된 ‘개혁 의지’를 모조리 망각한 바른미래당의 만신창이 자중지란을 바라보면서 창업주 유승민·안철수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

2019-05-07

종부세 대상 한 채 없는 경북…초라한 지방경제 단면

국토교통부가 올해 1월1일 기준 전국 공공주택 1천339만 가구의 공시가격을 지난달 30일부터 확정, 공시했다. 아파트 등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평균 상승률은 5.2%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14%로 가장 많이 올라 공동주택 공시가가 3억8천431만 원이었다. 그 다음이 세종으로 2억2천10만 원, 경기 2억418만 원으로 밝혀졌다. 대구가 1억8천636만 원이었고 경북은 전국에서 가장 낮은 한 채 평균 8천822만 원으로 드러났다.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인 9억 원 초과 공동주택은 전국적으로 21만8천여 가구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93%인 20만3천여 가구가 서울에 집중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지역에 우리나라 고가 아파트가 모두 쏠려 있음이 확인된 결과다.대구는 최근 부동산 열기가 반영돼 9억 원이 넘는 주택이 3천356가구로 나타났다. 그러나 경북은 종부세 대상이 되는 고가 주택이 단 한 채도 없다. 서울과 지방의 극명한 대조 현상으로 풀이할 수 있으나 한편으로는 중소지방 도시의 취약한 경제력을 드러낸 결과라 암울하다. 올해 들어 종부세 부과 대상의 아파트가 늘어난 것은 과도한 주택가격 상승을 억제하려는 정부 투기억제 정책의 의지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 정책 의도와는 별개로 아파트 공시가격을 통해 서울과 지방의 경제력 격차를 가늠해 볼 기회가 돼 눈길이 간다. 아파트 가격의 결정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좌우된다. 수요가 많고 공급이 부족하면 당연히 오르게 마련이다. 수요의 절대적 기준이 되는 것 중 하나는 인구 문제다. 서울을 비롯 수도권으로의 인구 이동은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 국토 전체 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이 몰려있다.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국토의 균형발전 전략의 부재가 빚은 잘못된 결과물이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단순히 아파트 가격에서 보인 서울과 지방의 경제적 격차란 문제를 넘어 지방경제의 초라한 이면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지방민이 갖는 상대적 박탈감은 크다 할 것이다.지금 지방은 소멸의 위기를 언급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소멸위험지역이 89군데(39%)로 조사됐다. 특히 경북 의성과 군위 등은 소멸 위험도 가장 높게 조사됐으며 작년 조사에서 경주와 김천 등이 소멸위험지역에 추가되기도 했다. 경북지역의 위기가 타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높다는 경고다.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의 배려가 반드시 있어야 할 대목으로 보인다.정부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통해 국토의 균형개발에 신경을 쓴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 지역이 균형발전 정책을 통해 지방민의 삶이 좋아졌느냐고 물으면 대답은 노(No)이다. 종부세 대상 한 채 없는 초라한 경북 경제의 모습에서 경북민은 과연 무엇을 느낄지 궁금하다.

2019-05-07

北 미사일 도발… 대북전략 ‘전면 재검토’ 시점

북한의 ‘벼랑 끝’ 불장난이 도졌다. 1년 5개월 만에 동해상에서 미사일 발사 도발 쇼를 벌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관 아래 다량의 대구경 방사포(다연장포)와 단거리 지대지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청와대는 즉각적인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열지 못한 채 남북관계 악화를 피하고자 전전긍긍이고, 여야 정치권은 또다시 닭싸움이다. 쓸만한 카드가 모두 소진됐다는 점이 문제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전략 전체를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북한은 지난 2017년 11월 사거리 1만3천㎞ 이상인 ‘화성-15형’ 발사 이후 탄도미사일 시험을 중단해왔다. 이번에 북한이 공개한 발사 장면에 따르면, 문제의 미사일은 평창 겨울올림픽 직전인 지난해 2월 평양 열병식에 등장했었고, 러시아제 최신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흡사하다는 분석이 뒤따르고 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어떤 발사도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 위반이다.그러나 우리 정부는 상식적인 대응마저 못 하고 쩔쩔매고 있다. 합참은 ‘단거리 미사일’이라고 발표했다가 불과 40분이 지난 뒤 ‘단거리 발사체’로 수정하는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청와대도 북한의 명백한 도발에도 국가안전보장회의(NSC)조차 열지 않고 관계부처 장관회의로 대신했다.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이번 행위가 9·19 군사합의 취지에 어긋난다”며 중단을 촉구했지만, 수위는 한층 낮았다.북한은 지난 4월 27일 판문점 선언 1주년을 맞아 우리 정부가 기념행사에 초청했으나 묵묵부답이었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군 지휘부 업무보고에서 ‘9·19 군사합의’를 성실하게 이행하라고 지시한 지 하루 만에 보란 듯이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북한의 반복적인 무시와 미국의 불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문 대통령의 ‘중재자’ 입지는 형편없이 위축되고 있다.‘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관한 한 문재인 정부의 ‘평화 우선주의’ 지향은 큰 틀에서 잘못됐다고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한 번도 ‘북한 비핵화’라고 하지 않고 ‘조선반도 비핵화’라고 언명하는 김정은의 진정성을 무턱대고 믿으면서 우리가 내줄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주다시피 서둘러 올인한 것이 패착으로 나타나고 있다. 북한이 온 세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미사일을 다시 쏘기 시작한 마당에 우리가 내놓을 카드가 전무한 현실이 당황스럽기 짝이 없다. ‘위험한 희망’과 ‘터무니없는 선의’로 뒤범벅된 문재인 정부의 대북전략은 전면 재검토되고 과감히 수정돼야 한다. 이번 미사일 도발 직후 김정은이 했다는 “강력한 힘에 의해서만 진정한 평화와 안전이 보장된다”는 언급은 우리도 허투루 여기지 말아야 할 의미 있는 개념 아니던가.

2019-05-06

5월 ‘가정의 달’ 참뜻 되새기자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등 가족과 함께하는 날이 많은 달이다. 가족과 관련한 날이 많은 이달을 통해서 바삐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자칫 소홀해지기 쉬운 우리의 가족관계를 한 번 더 생각해보는 특별한 의미가 담겨있는 달이기도 하다.해마다 되풀이되는 가정의 달 행사지만 가정의 달에 대한 의미만큼은 우리 모두가 다시 생각하고 되새겨도 부족함이 없는 일이다.요즘 우리 사회는 가정이 그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가족 해체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정 폭력이 늘고 아동학대나 노인학대 등의 문제도 심심찮게 터져 나온다. 친부가 자식에 대해 폭력을 행사하고 의붓아버지에 의한 폭력 살인이 빚어지는 참담한 현실에 우리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최근 발생한 의붓 아버지에 의한 의붓 딸 살해 사건은 가정 해체가 빚은 극단적 불행의 한 단면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어쩌다 우리 사회가 이 지경에 도달했을까 싶을 정도이다. 우리 사회 공동체의 근간인 가정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생각에 심히 걱정스럽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정부는 이런 문제에 대해 어떤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가정은 사회를 이루는 최소 단위다. 가정이 건전해야만 사회가 건전할 수 있다. 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하고 사회적 윤리가 바르게 서는 일은 가정의 건전성과 올바른 가정 교육에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는 물질만능주의와 같은 경제적 문제로 가정에 대한 소중함을 망각하고 살 때가 많다. 특히 경제 사회적 이유로 파생하고 있는 1인 가정의 증가 등은 전통적 가족관계를 크게 위협하는 일로 지적되고 있다. 피치 못할 이유야 있겠지만 가정과 가족에 대한 참 의미는 함께 하며 살아가는 일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 세태에 대한 절실한 반성이 있어야 할 대목들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접어들었다. 가정의 달이 단순한 연례적 행사를 치르는 달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한 가정을 추구하는 달로써 의미를 더 키워가야 한다.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대가족 중심으로 생활하며 가정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 온 전통이 있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 했다. 가정이 평화스러워야 모든 일들이 잘 이뤄진다는 뜻이다. 가정은 모든 일의 출발점이라는 말이다. 가정의 달 5월은 각종 행사로 인해 서민 가정의 지출 부담도 적잖은 편이다. 꼭 경비를 많이 들여야 가정을 화목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경비 부담을 최소화하고 가족이 서로 만나 소통하고 정을 나누는 실제적 행사로 가족의 달을 보내는 것도 의미가 충분히 있는 것이 된다. 가정의 화목은 소통과 이해가 출발점이 된다. 5월 한 달은 가정마다 가족의 의미를 담는 소통과 이해로 화목한 가정을 이뤄갔으면 한다.

2019-05-06

공기업 경영 건전성 붕괴… 포퓰리즘 정책 중단해야

공기업의 경영 건전성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지난해 339개 공공기관의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84.7%나 급감, 고작 7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 같은 현상은 ‘탈원전’ ‘문재인 케어’ 등 무리한 포퓰리즘 정책의 부담이 고스란히 공기업들에 전가된 결과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부는 눈앞의 정책 목표에 급급해 공공기관을 낭떠러지로 내모는 일을 더 이상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공공기관의 당기순이익은 1조1천억 원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4년 11조4천억 원, 2016년 15조4천억 원에 달했던 공공기관 당기순이익은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7조2천억 원으로 반 토막 났고 지난해엔 15% 남짓으로 쪼그라들었다. ‘탈원전’ 및 ‘문재인 케어’ 등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의 손실 덤터기를 뒤집어 쓴 결과로 해석된다.에너지 공기업들부터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2년 전만 해도 7조1천483억 원 순이익을 기록했던 한국전력은 지난해 1조1천745억 원 순손실로 돌아섰다. 서부발전 등 한전의 5대 발전 자회사들도 이익이 6천415억 원 감소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2017년 8천618억 원 흑자에서 1천20억 원 적자로 전환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7년 3천685억 원 흑자에서 지난해 3조8천954억 원 적자로 전락했다. 비급여 진료에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하는 문재인 케어가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되면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었다.이상한 일은 그런데도 공기업의 몸집은 되레 불어났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말 기준 공공기관 임직원 수는 38만3천 명으로 전년보다 3만6천 명(10.5%)이나 늘었다. 이 중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늘어난 공공기관 직원만 2만4천명에 이른다. 올 들어서도 공공기관 임직원은 3개월 만에 2만1천 명 더 늘어 1분기 말 기준 40만 명을 돌파했다. 정부가 민간 일자리 감소를 메우기 위해 공공기관의 신입 직원 채용을 독려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압박하면서 마구잡이로 인력을 늘린 여파다. 공기업이 부실해지면 공공요금을 올리거나 세금으로 메워줘야 한다. 국민이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것이다. 과거 정부는 공공기관 선진화를 추진했다. 현 여당도 당시에 공기업 부채 증가 등을 매섭게 질타했다. 그러더니 정권을 잡은 지금은 공기업을 동원해 온갖 선심 보따리 풀기에 여념이 없다. 공기업의 방만 경영을 꾸짖던 일은 까맣게 잊은 듯하다.상에 공짜 점심은 없는 법이다. 눈앞의 정책 목표에 급급해 갖가지 이념 정책으로 공공기관을 빚꾸러기로 전락시키는 정부의 어리석은 행태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

2019-05-02

울릉공항 내년 착공, 섬 주민 삶의 질 향상 전기되길

울릉공항 건설 사업이 드디어 내년에는 착공된다고 한다. 2013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마치고 6년 만이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2016년 설계와 시공 일괄 입찰방식으로 발주를 시작했으나 공사비 부족을 이유로 건설업체들이 입찰을 포기하는 바람에 유찰되는 수난도 겪었다. 이에 따라 국토부가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활주로 방향 일부 조정 등 공사비 절감 방안을 마련해 기획재정부와 협의했고, 결국 6천633억 원의 사업비를 확보함으로써 공사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예산 확보에 이어 국토부는 군 등 관계기관과 실무회의를 열고 지난달 초 공역위원회를 통해 포항-울릉 항로 신설을 최종적으로 확정지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선결 과제인 사업비 확보와 항로 신설문제가 해결됨에 따라 본격적 사업 추진이 가능하게 됐다”고 밝혔다.이번에 건설될 울릉공항은 50인승 이하 소형항공기가 취항하는 공항으로 1천200m급 활주로와 여객 터미널이 들어서게 된다. 2025년 5월 개항을 목표로 내년 상반기에 공사를 착공한다.울릉공항 건설은 정부가 연육교를 짓기 어렵고 바닷길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도서지역에 소형공항 건설사업을 추진하면서 시작됐다. 원래 목적대로 도서주민의 편익증대가 가장 큰 성과로 기대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울릉도는 육지에서 오가는 배편이 있으나 기상 불순으로 연중 100여 일 이상 운항이 중단되는 일이 벌어진다. 섬 주민들이 겪는 일상의 불편은 말할 것도 없다. 응급환자 이송은 물론 육지에서 오는 편지조차 제때 받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특히 기상 상태가 자주 나빠지는 겨울철이면 육지에 발이 묶이는 경우도 허다하다.그런 면에서 이번 공항 건설은 섬 주민들의 이동권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된다. 교통수단이 획기적으로 바뀌면서 주민이 얻게 될 편익은 그들의 삶의 질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됨은 물론이다. 한편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도 빼놓을 수 없는 공항 개항에 따른 기대감이라 하겠다. 이 역시 관광객 유입 등 지역경제 활성화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섬 주민들에게는 반가운 일이다. 서울에서 울릉도까지 7시간 소요되던 이동시간이 공항이 들어서게 되면 1시간이면 족하다.울릉도에는 연간 최대 40만 명 가량의 관광객이 찾아오고 있다. 공항이 완공된다면 그 수가 지금의 배가 넘는 90만 명까지 늘어날 것이라 한다. 관광산업이 가져올 경제적 파급효과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최근 완전 개통된 섬 일주도로와 함께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 지역관광산업은 크게 진작될 것으로 보는게 일반적 전망이다. 울릉도는 천혜의 자연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무공해 섬이다. 이곳에서는 천연기념물 등 희귀식물과 보존가치가 높은 자원도 풍부하다. 공항 건설로 기대되는 관광산업 활성화에 대비하는 착실한 준비가 지금부터 있어야 한다. 천혜자원을 보호하고 잘 활용해 청정지역 이미지를 살려야 섬 주민의 삶도 더 쾌적해질 것이다.

2019-05-02

국민청원, 포퓰리즘 도구 전락… 방치할 일 아니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사이트가 정쟁의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 국회 패스트트랙 육박전 사태를 계기로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에 100만여명이 동의하면서 기록을 깼다. ‘더불어민주당 해산’ 청원도 뒤늦게 진행 중이다. 백성들의 억울한 사연을 풀어주기 위한 순수한 목적을 벗어나 포퓰리즘 정쟁의 도구로 악용되고 있음이 자명하다. 아전인수식 민심 왜곡의 무기로 사용되는 국민청원은 신속히 개선돼 본래의 기능을 되찾아야 마땅할 것이다. ‘한국당 해산 요구’ 청원은 지난달 22일 게시된 지 6일 만에 20만 명이 동의했고, 이후 여야 충돌이 격화하자 30일에 100만 명을 돌파했다. 1일 오후 4시 현재 이 청원에 동참한 인원은 156만 여명을 넘어 역대 최다를 기록 중이다. 맞불 형태로 제기된 ‘더불어민주당 해산’ 청원도 1일 오전 정부의 공식 답변 요건인 20만 명을 넘어섰다. 이 같은 현상은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둘러싸고 여야가 극한 대립을 보이며 ‘동물 국회’가 재현된 데 대한 비판과 논란 과정에서 폭증했다.청와대 국민청원은 현대판 신문고(申聞鼓)다. 신문고는 1401년(조선 태종 1년) 백성들의 억울한 일을 직접 해결해 줄 목적으로 대궐 밖 문루 위에 달았던 북을 말한다. 임금의 직속인 의금부당직청(義禁府當直廳)에서 이를 주관, 북이 울리는 소리를 임금이 직접 듣고 북을 친 백성의 억울한 사연을 접수 처리하도록 했다. 중국 송(宋)나라의 제도를 모방한 신문고 제도는 그러나 사건 해결의 신속성을 얻기 위하여 사소한 사건에도 이용하는 무질서한 현상을 초래했다. 사용 제한을 엄격히 하기도 했지만, 상인이나 노비 또는 지방 관민은 사용빈도가 거의 없었고 효용도 없게 되어 한때 폐지되기도 했었다.청와대 국민청원이 제 기능을 상실하여 오만가지 무리한 사회적 쟁점이 오르내리더니 드디어 추악한 정쟁의 도마로 악용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폭발적인 청원자 수를 놓고 누군가가 장난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드루킹이 했듯이 매크로를 돌려서 장난치는 게 아니냐 분석이다. 베트남 등 제3국에서의 접속량이 폭증한 대목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사실 여부를 알 수는 없으나 수상하다는 지적을 무작정 그르다고 할 수는 없다. 선거를 통해 선출된 멀쩡한 거대 제1야당을 포퓰리즘을 동원해 대통령에게 ‘해산해달라’고 요청하는 국민은 제정신이 아니다. 아울러 그런 장난질을 즐기는 정부·여당 또한 온전하다고 하기 어렵다. 주위 여론을 살펴도 그렇고, 여론조사결과를 봐도 그렇다. 이건 결코 바르게 반영된 민심 표출이 아니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고장이 나도 단단히 났다. 그대로 두어서는 나라를 위태롭게 할 몹쓸 사태임이 분명하다.

2019-05-01

경북도의 ‘新경북형 미래전략’ 주목한다

경북의 경제를 이끌고 있는 포항과 구미의 경기 침체가 심각하다. 특히 내륙 수출기지로 불리던 구미국가산업단지의 사정은 극한 위기상황으로 몰린 꼴이다. 최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구미산단의 가동률은 55%대로 떨어졌다. 거의 절반의 공장이 문을 닫고 있다는 말이다. 구미산단의 근로자는 2015년 10만2천240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6년 9만5천여 명으로 10만 명 선이 무너졌고, 2018년에는 9만859명으로 줄어들었다.지난 1월까지만 해도 9만 명 선을 유지하던 공단근로자 수가 이젠 9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고 한다. 최근 4년 사이 1만2천여 명의 근로자가 구미산단을 떠났다고 보면 되는 것이다.전자산업을 중심으로 한 ‘내륙 수출기지’라는 명성은 이제 허울뿐이다. 구미산단의 수출액은 2013년 367억 달러가 정점이었다. 지난해는 수출액이 259억 달러까지 떨어졌다. 2005년 10.7%인 국내 수출비중이 2017년에는 4.9%로 급락했다.철강산업 도시 포항의 경기 사정도 비슷하다. 포항경제의 절반을 차지하는 철강산업도 신통치가 않다. 포항철강관리공단의 지난해 수출실적이 전년보다 1억8천만 달러가 줄어든 데서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2017년 발생한 포항지진으로 포항지역의 경제 사정은 엎친데 덮친격으로 찬바람만 쌩쌩 불고 있는 형편이다.경북도가 미래 먹거리 준비를 위해 신경북형 전략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포항·구미 중심으로 이끌어 왔던 지역경제에 새로운 변화를 이끌 전략으로 풀이된다. 포항 철강과 구미 전자 중심의 경북경제에 대한 새로운 방향 전환과 돌파구 마련의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경북도는 연관 분야 파급효과가 큰 △청색기술 △뷰티·화장품 △재난·안전 △방위·군수 △환경·자원 등 5대 분야를 미래전략 산업으로 선정했다. 구체적으로는 포항, 구미, 영천, 김천을 중심으로 항공, 로봇 등 국방분야 최첨단 기술과 전자·컴퓨터 등을 활용한 군수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경산권역을 중심으로는 청색기술융합산업화센터 설립과 뷰티·화장품을 육성하겠다고 했다.경북도가 전략분야에 포함시킨 청색기술은 자연생태계나 생명체 원리 등을 응용해 생활에 접목하는 기술을 말한다. 경북도가 우리의 미래 먹거리를 위해 지역실정에 맞는 분야에 대한 개척 등 세심한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여겨지는 대목이다. 그러나 적어도 원전산업에 대해서만큼은 더 치밀하고 미래적인 준비가 있어야 한다. 동해안권 거점산업 육성 계획에 원전 관련산업에 대한 계획도 있으나 탈원전 친원전을 떠나 국내 원전의 절반을 보유한 경북 동해안권의 미래 비전에 원전을 놓고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경북은 국가정책의 소외지역이라는 비판 속에 매우 어려운 시기에 놓여 있다. 이번 ‘2030 신경북형 미래전략’이 경북 발전의 획기적 전기가 되길 기대한다.

2019-05-01

선거제 등 끝내 ‘패트’ 지정… 정치는 없었다

극심한 국회 대립 사태를 초래한 선거제 개혁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 검경수사권 조정안이 30일 새벽 결국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다. 극심한 논란 속에 ‘정치적 해법’이 필요하다는 합리적 민심을 끝내 외면한 정치인들의 편법·불법적 권력다툼이 남긴 후유증은 가늠조차 안 될 정도로 험악하다. 문자 그대로 ‘정치 실종’ 현상이 깊어지고 있다. 여야를 불문하고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쟁인지 되돌아보아야 할 시점이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이날 새벽 전체회의를 열어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패스트트랙 지정 안건을 처리했다. 사법개혁특위도 비슷한 시각 공수처 및 검경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패스트트랙 2건 모두 가결했다. 극심한 혼란 속에 4당의 공조로 쟁점 법안들이 모두 패스트트랙이 지정됐으나, 제1야당 자유한국당이 여전히 극렬하게 반발하고 있어 원만한 국회 일정은 앞으로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제1야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 지정을 강행하자 자유한국당은 이에 맞서 장외투쟁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국당은 당을 ‘상시 투쟁’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전국을 돌며 문재인 정부에 대한 규탄 대회를 열어 보수층 결집을 모색할 계획이다.황교안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문재인 세력들이 독재를 위한 마지막 퍼즐을 완성했다”며 “독재 세력들이 든 독재 촛불에 맞서 ‘자유민주주의 횃불’을 높이 들자”고 말했다. 황 대표는 “활활활 타오르는 불빛으로 투쟁하고, 활활활 타오르는 저항으로 투쟁하자”고 독려했다.한국당은 먼저 광화문광장에 몽골텐트 형식의 천막을 만들어 농성을 벌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오는 주말에도 ‘문재인 STOP(멈춤), 국민이 심판합니다!’ 제3차 규탄대회를 광화문광장에서 열고, 청와대로 행진할 계획이다. 황 대표는 문재인 정부 2주년을 맞는 다음 달 초부터 한 달 동안 부산·대구·충청·수도권 등 전국을 돌며 ‘대국민 보고대회’를 열기로 했다.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의 이번 패스트트랙 강행을 바라보는 민심은 착잡하다. 우선 ‘협치’에 대한 의지라고는 손톱만큼도 없어 보이는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행태에 대한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한국당을 향해 “도둑놈들한테 이 국회를 맡길 수가 있겠느냐”면서 직접 채증한 사진으로 직접 고발하겠다고 밝힌 이해찬의 감정표출은 집권당 대표로서의 체면도 의무도 저버린 한심한 모습이다. 캐스팅보트를 쥐고도 자중지란을 일으키고 있는 바른미래당도 딱하긴 마찬가지다. 여의도에 온통 고자질 자료 들고 검찰·경찰로 달려가는 자존심 팽개친 모사꾼들만 무성하다. 도대체 ‘정치’는 어디로 사라졌는가. 생각할수록, 국회를 믿고 사는 무구한 국민들이 가엾다.

2019-04-30

낙동강 물 협약, 지자체간 10년 갈등 푸는 계기되길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낙동강 물 문제 해소를 위한 상호협력 업무협약(MOU)이 지난달 29일 체결됐다. 이번 협약에는 이 총리와 함께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 장세용 구미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조명래 환경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10년 이상 끌어온 대구와 구미 간 낙동강 취수원 이전 문제를 포함한 구미산업단지 폐수 무방류 시스템 연구용역과 낙동강 본류의 수질 개선 등에 대한 연구가 주요 협약 내용이다. 정부는 두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연말까지 종합적인 낙동강 물 문제 해소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관련 지자체와 충분한 협의 아래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생각이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이번 협약이 낙동강 물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의 실마리가 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특히 국무총리가 직접 나서 관련 지자체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에 대해 매우 긍정적 평가를 한다. 낙동강 물 문제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하고 성과에 대한 기대감도 과거 어느 때보다 높다.그러나 낙동강 물 문제는 낙동강을 끼고 있는 지자체 간의 이해가 서로 달라 공통의 분모를 찾기가 그리 쉽지가 않다. 10년 이상 끌어온 지자체간 갈등이 이를 입증한다. 특히 이번 MOU 체결로 집중 관심을 모으고 있는 낙동강 상류 취수원 이전 문제는 이 총리의 몇 차례 중재에도 해결의 길을 찾지 못한 문제였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번 협약은 정부의 강한 의지 표명으로 보아도 좋을듯하다. 정부가 연구 용역을 추진하는 ‘구미산업단지 폐수 무방류시스템 도입’은 구미산단의 하·폐수를 낙동강으로 배출하지 않고 전량 재활용하는 체계다. 연구 용역으로 기술적, 경제적 타당성을 검증하는 방안이나 과거에도 논란이 있었던 방식이다. 실제 산업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될지는 현재 알 수가 없다.연구 결과를 성급하게 말할 수는 없으나 연구된 내용을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밝혀야 제대로 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정부는 올 하반기 출범하는 ‘낙동강 유역 물관리위원회’에서 검토하고 지역사회와 충분히 논의하도록 하겠다고 했다.먹는 물과 관련한 문제는 정부의 신뢰가 최우선돼야 한다. 특히 과거 경험에서 보았듯이 낙동강 물 문제를 당사자간의 과제로 두어서는 곤란하다. 정부의 개입과 적극적 중재는 반드시 있어야 할 과정이다. 또 합리적 대안을 가지고 지역사회를 설득해 나가야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2009년 구미국가산단의 유해화학물질이 대구시민의 젖줄인 다사·매곡·문산 취수장의 수돗물을 오염시킨다는 이유로 시작된 대구시 취수장 이전 문제는 이제 합리적이고 이성적 방법으로 해결 길을 모색해야 할 때가 됐다. 이번 MOU 체결로 최선의 상생 결과가 있길 바란다.

2019-04-30

A형 간염 급속 확산… ‘위생관리’ 홍보 강화 필요

A형 간염 환자가 서울과 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크게 늘면서 전국 창궐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봄 날씨가 깊어짐에 따라 국민의 개인 위생관리에 허점이 드러날 경우, 치료법이 마땅치 않은 특성으로 인해 사태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걱정마저 나오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감염 원인을 놓고 외국인들을 지목하기도 한다. 손 씻기, 익혀 먹기, 물 끓여 마시기 등 개인위생이 철저하게 지켜질 수 있도록 폭넓은 계도가 필요하다. 지난 28일 기준으로 A형 전국의 간염 확진자는 총 3천579명이다. 지난해 감염자 2천436명보다 45% 넘게 급증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최근 감염자가 4천419명으로 가장 많았던 2017년 수준을 훌쩍 넘어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보건당국은 A형 간염 확진자들을 대상으로 한 역학조사를 강화하고 있지만 잠복기가 최장 50일로서 다른 감염병보다 훨씬 긴 탓에 당국도 아직 원인을 정확하게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시·도별로는 경기도가 1천35명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서울(570명)이다. 두 지역 감염자가 전국의 45%를 차지한다. 대구와 경북은 아직 심각하지 않지만, 경계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신고 환자 가운데 30∼40대가 72.6%(30대 37.4%, 40대 35.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970년대 이후 출생자들의 경우 A형 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초까지는 1세 이후 때부터 A형 간염 바이러스 항체 보유율이 증가하여 성인이 되면 거의 100% 항체가 있었다.A형 간염은 집단 발병 가능성이 매우 높은 제1군 감염병이다. 바이러스에 노출된 후 15일∼50일, 평균 28일 후 증상이 발생한다. 보통 심한 피로감과 식욕부진, 메스꺼움, 복통 등 증상이 나타나고, 황달이 동반되기도 한다. 소아는 감염되더라도 증상이 없거나, 가볍게 앓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지만, 성인의 경우 70% 이상 증상이 나타나고, 심한 경우 전격성 간염으로 사망(사망률 0.02%)할 수 있다.A형 간염 예방을 위해서는 개인위생을 철저하게 준수해야 한다. 음식은 85도 이상에서 1분간 가열하며, 조개류는 90도에서 4분간 가열해야 한다. 채소, 과일은 깨끗이 씻어 껍질을 벗겨 먹어야 한다. 또 용변 후, 음식 취급 전, 환자를 돌보거나 아이를 돌보기 전 비누를 사용해 30초 이상 흐르는 물에 손을 씻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해 주춤하던 A형 간염이 다시 유행하는 추세를 허투루 여겨서는 안 된다. 감염확산 원인에 대한 철두철미한 조사가 필요하다. 특히 개인위생이 중요한 만큼 대국민 홍보를 강화해 경계심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2019-04-29

‘대한민국축구종합센터’ 경북 유치 지혜 모아야

제2의 축구 대표팀 트레이닝센터로 불리는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NFC) 후보지 결정을 위한 심사가 막바지에 다다랐다고 한다. 전국의 12개 지방자치단체가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이다 최근 2차 심사에서 8개 자치단체로 압축됐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들 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심사를 벌여 5월 중에는 우선 협상대상자를 선정하겠다고 하니 조만간 후보지가 결정되게 된다.경북에서는 경주시와 상주시, 예천군이 마지막 후보 대상지로 올라섰다. 경기도 3개시(김포시, 용인시, 여주시)와 천안시, 장수군 등과 함께 최종 후보지를 놓고 막바지 경쟁을 벌여야 한다. 경주시와 상주시, 예천군 등이 나름의 자치단체가 보유한 장점을 내세워 각개 유치전에 나서고 있으나 이번만은 어느 지역이 되던 경북이 낙점되었으면 하는 게 경북 사람들의 마음이다. 특정지역을 지지할 수는 없지만 경북지역 전체의 발전을 위해 축구종합센터의 경북 유치는 꼭 필요한 일이라는 것이 공통의 생각이다.경북도도 시군 간 경쟁이란 이유로 눈치를 보는 것보다 지방균형발전이라는 대의적 차원에서 경북에 오도록 하는 노력하는 적극적 자세가 필요하다.특히 경북은 원전해체연구소 유치나 동해안고속도로 건설 등 각종 국책사업에서 번번이 밀려나 지역발전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 이러다 웅도 경북이 전국 하위권 광역도시에 머무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지역경제에 활력소가 되는 일이면 지역사회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찾아가야 한다. 위기일 때 뭉치는 힘을 보여야 한다. 경북도내 3개 시군의 이해관계가 물린 이번과 같은 유치전일수록 지역 지도자의 노력과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는 지난 2001년 파주에 세운 국가 트레이닝센터가 협소하고 2024년 무상임대 기간이 만료되기 때문에 추진하는 사업이다. 축구협회는 이번에 새롭게 추진하는 축구종합센터는 현 파주센터 부지규모의 3배인 33만㎡(약10만 평)을 계획하고 있다. 관중 1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소형 스타디움과 천연·인조잔디 구장 12면, 풋살구장 4면, 다목적 체육관, 축구과학센터, 수영장 등의 훈련시설을 갖출 예정이다. 지방자치단체로서는 당연히 탐낼 만한 대형사업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축구협회는 향후 10년간 생산유발 2조8천억 원, 부가가치 창출 1조4천억 원, 고용유발 4만1천여 명 등의 경제적 효과가 높다고 전망한다.문재인 정부 들어 수도권 집중이 오히려 더 심각해지고 있다. 송재호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오는 7월이면 수도권 인구 비율이 전체의 50%를 넘어설 것이 확실하다”고 했다. SK 반도체 하이닉스사업 같은 대형 사업이 수도권으로 잔류하는 이상은 국토 불균형 문제는 해소되지 않는다. 축구종합센터의 지방 유치는 단순히 축구센터 유치의 의미를 넘어서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2019-04-29

기업 해외탈출 가속…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국내 투자는 줄이고 해외 투자를 늘리는 ‘엑소더스(exodus·대탈출) 현상이 심각하다. 2018년 우리나라 대·중소기업의 해외 직접투자액은 478억 달러(약 55조 5천억 원)로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재작년의 438억 달러보다 9.1% 늘어났다. 한국이 날로 ‘기업하기 힘든 나라’로 굳어져 가고 있는 양상은 가뜩이나 심각한 경기침체 국면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의 해외 직접투자가 100억 달러(약 11조 6천억 원)로 처음 10조 원을 돌파했다. 재작년의 76억 달러보다 31.5% 폭증한 것이다. 대기업의 해외 직접투자는 같은 기간 4.4%가 늘어 역대 최고인 378억 달러(약 43조9천억 원)를 기록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국내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 금액이 급증하면서 최근 10년간 해외로 빠져나간 순투자 금액은 2천196억 달러(약 255조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반면 기업들의 국내 투자는 큰 폭으로 줄고 있다. 올해 1분기(1~3월) 국내 설비 투자 증가율은 외환 위기 이후 21년 만에 최저치인 -10.8%에 머물렀다. 기록적인 설비 투자 감소는 우리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줘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은 10년 만에 최저인 20130.3%로 내려앉았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26일 은행장들과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의 주된 요인 중 하나가 기업 투자 부진”이라고 지목했다.국내 기업들의 해외 엑소더스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추세다. LG전자는 연간 500만대 규모의 경기도 평택 스마트폰 생산 라인을 모두 베트남 하이퐁으로 옮겨간다고 발표했다.SK그룹도 지난해 베트남에 5천억 원대에 이어 올해도 1조2천억 원을 추가로 투자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인도 최대 차량호출서비스 업체 올라에 3억 달러(약 3천480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들을 따라 국내 중소기업들도 옮겨가면서 산업 생태계 자체에 ‘한국 이탈’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기업은 과잉규제 때문에 신사업 투자기회를 못 찾아서 떠나고, 중소기업은 최저임금 급등과 근로시간 감축 등 급격한 노동시장 환경 변화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국을 떠나고 있다는 해석이다. 청와대가 이에 대해 “대외 경제여건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해외 탓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노조와 정치권으로부터 ‘악인’ 취급을 당하며 자존감이 떨어졌다”는 중견 기업가들의 말을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된다. 정치권과 정책당국은 지구상에서 기업하기 가장 힘든 나라로 치달아가는 비극적 현상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획기적인 정책전환이 절실하다.

2019-04-28

‘컬러풀대구페스티벌’ 글로벌 축제로 도약시켜야

대구시가 이번 주말부터 ‘2019년 대구컬러풀페스티벌’ 축제를 펼친다. 해마다 100만 명 가량의 관중을 동원한 이 행사는 이제 대구를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대구직할시 승격을 축하하면서 생긴 달구벌축제가 2005년 컬러풀대구페스티벌로 바뀌면서 벌써 14년째로 접어든다. 축제의 규모와 콘텐츠 등이 훨씬 다양해지고 내용면에서도 글로벌화를 추구하고 있다. 행사를 관람하는 대구시민 등이 100만 명을 넘어서는 등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축제로 성장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올해는 전야제가 열리는 5월3일부터 어린이날인 5일까지 대구 중심지인 국채보상공원로(서성로네거리-종각네거리) 일원에서 볼거리 먹거리 등을 제공하며 다양한 내용으로 펼쳐지게 된다. 시민들의 관심도 점차 고조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취임하면서 컬러풀대구페스티벌 축제는 규모나 내용에서 크게 달라졌다. 대구의 대표축제로 자리잡아야 할 필요성과 축제를 통한 정체성과 상징성을 추구함으로써 대구 브랜드를 확산시켜 가자는 의도 등이 반영된 것이라 생각된다.축제는 그 지역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강력한 사회 통합력을 가지게 하는 문화의 힘이라 할 수 있다. 시민들간에는 축제가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따라서 축제는 지역 행사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지역마다 특성 있는 축제를 통해 도시 브랜드화하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컬러풀대구페스티벌이 시민들의 참여 속에 더 글로벌화돼야 하는 것도 축제가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특히 문화 자원을 통한 축제가 활성화되면서 경제적 효용성으로서 축제의 의미는 더 커졌다. 축제 개최라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가치가 문화의 의미를 떠나 산업으로서 가치를 창출해 내는 것이 요즘 축제의 흐름이다.대구와 경북이 관광 활성화를 위해 손을 맞잡았다. 대구경북이 가지고 있는 문화의 공통성을 외부에 알려 산업적 성과를 유도하겠다는 의도다. 축제도 같은 방법으로 관광자원화 하고 산업적 성과와 연결시켜가야 한다.지난 27일 열린 소원풍등 연날리기 행사에 1천여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다녀갔다고 한다. 오는 7월 열리는 대구치맥페스티벌도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지역 축제의 하나다. 컬러풀대구페스티벌이 조속히 글로벌화 수준으로 발전된다면 대구도 이제는 도시의 국제화라는 영역으로 성큼 다가설 수 있으리라 본다. 대구국제공항의 해외취항 노선이 증가하고 이용객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지역의 관광축제 발전의 호기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번 주 열리는 컬러풀대구페스티벌이 시민과 함께 보고 즐기는 문화산업으로서 더 성숙하고 나아가 국제축제로서 자리매김에 성공하길 바란다.

2019-04-28

부·울·경, 김해신공항 또 억지… ‘총리실’이 수상하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향한 부산·울산·경남(부·울·경) 광역단체장들의 집착이 끈질기다. ‘부·울·경 동남권 관문 공항 검증단(검증단)’이 24일 보고회에서 김해공항 확장 방안을 백지화하고 ‘동남권 신공항’ 입지를 재선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동남권 신공항을 재검토할 경우 극심한 지역 갈등이 불거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국무총리실은 검증단의 요구를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뭔가 수상한 음모가 착착 도모되고 있는 게 분명하다.검증단은 이날 부산시청에서 열린 최종 보고회에서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김해신공항은 동남권 관문 공항 입지로 부적절하다”고 밝혔다.검증단은 3년 전 결정 당시에 국토교통부가 영남 지역 항공수요를 축소하고, 소음피해 가구를 실제보다 적게 평가하는 등 공정하지 않은 방식으로 사업 타당성을 조사했다고 주장했다. “국무총리실에서 동남권 관문 공항 입지를 결정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검증단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국토부는 설명 자료를 내고 “(김해 신공항 확장은) 영남 지역 5개 지자체 합의와 외국 전문기관 검토를 거쳐 결정한 사안”이라며 “부·울·경 검증단이 자체기준에 따라 검토를 진행했고, 사실관계 확인이 부족한데도 결과를 일방적으로 발표해 국민에게 혼란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검증단과 국토부는 쟁점별로 거의 난타전 수준의 논쟁을 벌이고 있다.그런데 문제는 국무총리실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과거 갈등 사례를 참조해서 합리적인 조정방안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미 지난 2월 지시한 “총리실이 동남권 신공항을 검증하라”고 한 말과 궤를 같이 한다. 청와대 관계자 역시 “총리실에서 철저한 검증을 거쳐 결론을 내놓을 것”이라고 대통령과 총리실의 입장을 뒷받침했다.대구시와 경북도가 즉각 입장문을 내며 발끈했다. 특히 부산시가 ‘김해신공항 불가는 영남권 5개 시·도의 의견도 일치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강력히 부인했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국가와 영남권 전체의 미래가 달린 중대한 국책사업이 일부 지역의 이기주의와 정치적 필요에 따라 무산·변경되는 일은 결단코 없어야 한다”며 “합의 없이 추진되는 김해신공항 건설 재검증과 계획변경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고 천명했다. ‘가덕도 신공항’ 획책은 누가 보아도 청와대와 총리실, 그리고 여당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PK(부산·경남) 지역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과거 정부의 결정을 뒤집으려는 ‘짜고 치는’ 꼼수다. 나랏일은 절대 이렇게 하는 게 아니다. 정치적 이익을 위해 또다시 민심을 산산조각내는 어리석은 장난질은 즉각 중단돼야 마땅할 것이다.

2019-04-25

포항지진 돕기 추경 깎은 정부, 지원 의지 의심스럽다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어제는 포항 지진범시민대책위가 정부세종청사 산업자원부 앞에서 포항지진 유발에 대한 항의 집회를 가졌다. 포항시민 200여 명이 참석한 모양이다. 그들은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소 때문에 촉발됐다는 정부합동연구조사단의 발표가 있은 지 한 달이 넘었는데도 정부 측의 사과를 볼 수 없었는데 대한 유감의 항의 시위였다.도대체 이해가 안 되는 일이 자꾸 벌어지고 있다. 정부 투자 사업이 원인이 되어 수천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도시 이미지 추락은 물론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힌 포항지진 사태에 대해 정부나 사업주관 기관이 여태 사과나 해명 한번 없었다니 그야말로 어불성설 아닌가. 지열발전소 사업을 주관한 넥스지오란 회사가 촉발지진을 발표한 교수를 상대로 “연구윤리 위반” 운운하며 오히려 입막음을 시도하려 했다는 소식에 적반하장이란 말이 새삼 생각난다.지진 피해 포항시민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도 하세월이다. 여야 간 정쟁으로 언제 만들어질지 알 수가 없다. 청와대가 답변을 해야 하는 국민청원에 한 가닥 희망을 걸어보고는 있지만 포항시민의 답답함이란 이만저만이 아니다.경북도가 요청한 포항지진 극복용 추가경정 예산 3천700억 원이 정부안에서 3분1 수준인 고작 1천131억 원이 반영됐다고 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이강덕 포항시장 등이 중앙부처와 국회 등으로 동분서주하며 건의했던 것이 이 정도라니 정말로 실망을 넘어 참담하다.“포항을 돕겠다”며 이곳을 다녀간 정치인과 장관들은 도대체 무얼 돕겠다고 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포항지진 사태에 대한 중앙정부의 인식이 이 정도가 생각하면 오히려 옳을 것 같다.포항 지원 추경은 모두 33건에 걸쳐 요청했다. 그러나 8건 정도만 반영되고 국가방제교육관 건립과 트라우마 치유센터 건립과 같이 실질적인 지원효과가 있고 규모가 있는 사업들은 대부분 제외됐다. 포항시민들의 허탈감과 상실감이 크다 하지 않을 수 없다.얼마 전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지도부가 포항을 다녀가며 추경 반영을 약속했다. 이 대표는 특별법 제정을 약속하면서 “급한 사항은 추경에 반영해 피해 주민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트라우마 센터의 조속 건립도 그 약속에 포함돼 있다. 여당이 적어도 성의가 있다면 이 대표의 약속을 한번쯤 챙겨보는 게 정상이다. 그저께는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포항을 방문했다. 포항 지진피해와 관련한 현장의 따가운 소리를 듣고 갔다고 한다. 중앙부처 고위직의 체면치례 방문은 이제 더 이상 의미가 없다.1년 6개월 동안 집을 떠나 대피소 생활을 하는 주민의 아픔을 이해하고 재난에 대한 정부의 책임 있는 지원책이 있어야만 포항시민들도 마음을 열 수 있다. 경북도와 포항시가 국회 예산 심의단계에서 잘 대응해 추가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하나 본질적 해결책과는 거리가 먼 얘기다.

2019-04-25

한국 原電 경쟁력 ‘폭락’… 해외수주 가능성 ‘추락’

문재인 대통령은 며칠 전 해외 순방 중 카자흐스탄으로부터 ‘원자력발전소 건설의향’을 들었다. 그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한국도 참여할 기회가 있으면 한다”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가워야 할 소식이지만 그저 씁쓸한 느낌이다. 탈원전 정책으로 원자력학을 전공하는 학생들마저 급감하고, 원전부품을 생산하는 기업들마저 연일 엎어지는 판에 무슨 수로 원전 수주를 감당할 것인가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원전 구매 의사를 먼저 밝힌 쪽은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이다. 그는 지난 3월 임기를 1년여 남기고 돌연 대통령직에서 사임했지만, 여전한 카자흐스탄의 실권을 쥐고 있다. 그는 카자흐스탄이 화력발전소를 짓기로 했는데 환경적 관점에서 그 자리에 원전을 건설하는 것을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한국이 원전을 짓는 것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국내에서 ‘탈원전’ 정책을 지독하게 고집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라면 당연히 원전은 위험하다. 우리는 원전을 없애는 중이다. 그러니 그냥 계획대로 화력발전소를 지으시라고 말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대답은 뜻밖에도 “한국은 40년간 원전을 운영해오면서 높은 실력과 안정성을 보여줬다”며 “UAE 원전 1호기를 사막 지대에서도 공사 기간 내에 완료했고, UAE는 한국의 원전 기술을 높이 평가했다”고 자랑했다. 그러면서 “카자흐스탄에서 (원전건설을) 추진하면 한국도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한다”고 말했다.사용 후 핵연료까지 회수해가는 좋은 조건을 내걸어 원전을 수주하는 러시아가 바로 옆에 있는데, 카자흐스탄이 ‘탈원전’ 선언국인 한국의 원전을 구매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객관적인 진단이다.지난해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입학생 32명 중 이례적으로 6명이나 자퇴했다. 카이스트 역시 올해 전공을 결정하는 2학년 750여 명 가운데 원자력 및 양자공학 전공 선택자는 4명뿐이었다. 2010년 이후 2016년까지는 매년 평균 20명이 선택했던 것에 비하면 사실상 학맥이 끊어지다시피 한 셈이다. 부품 등을 생산하는 관련 중소기업이 추가 공급처 없이 계속 버티기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대한민국 국민은 혼란스럽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으로 혼란에 빠진 울진군민들은 문 대통령의 이중잣대가 기막힐 따름이다. 문 대통령의 진심은 무엇인가. 원전은 정말 위험한 것인가, 아니면 안전한 것인가. 만일 위험한 것이라면 왜 외국에 나가서는 안전하다는 이율배반적인 발언을 하는 것인가. 우리나라의 원전 경쟁력은 ‘폭락’ 중이고, 해외 원전 수주 가능성은 ‘추락’ 중이다. 앞길이 막힌 원전산업 지역 국민의 절망만 한없이 깊어가고 있다.

2019-04-24

멸종위기 쇠제비갈매기 안동호 인공섬으로 날아왔다

‘안동호에 갈매기가 산다’는 주제로 본지가 단독 보도하면서 전국적 관심을 모았던 쇠제비갈매기의 생태계 복원 사업이 성공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안동시는 국내 최초로 바닷새로 멸종 위기종인 쇠제비갈매기의 안동호 인공 모래섬 서식환경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바닷새의 서식지를 인공섬으로 조성한 것도 국내서는 처음 있는 일이지만 이곳에 쇠제비갈매기가 찾아와 생태 활동을 벌이는 것이 확인됨으로써 학계의 관심도 비상하다고 한다.안동시는 바닷새인 쇠제비갈매기가 드물게 담수호인 안동호 모래섬에 6년 연속 찾아왔으나 2018년 낙동강 상류지역의 많은 비가 오면서 기존 모래섬이 물에 잠겨 버릴 위기에 처하자 인공 모래섬 조성으로 바닷새 구하기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조류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물에 뜨는 구조물을 실제 모래섬의 절반 크기로 조성했다. 배수가 잘되도록 부직포를 깔고 모래도 얹어 모래섬과 비슷한 지형으로 조성했다.지난 23일 안동호 한가운데 만든 인공 모래섬에 쇠제비갈매기 70여 마리가 번식하는 것이 확인됐다. 쇠제비갈매기는 짝짓기에 이어 둥지를 틀고 산란을 시작했으며 빙어를 잡으려고 자맥질하는 모습도 잡혔다. 또 잡은 먹이로 암컷의 환심을 사려는 수컷의 구애 장면도 관찰됐다고 한다.이로써 올해 7년째 쇠제비갈매기가 안동호를 찾음으로써 안동시의 생태계 복원을 위한 인공섬 조성사업이 성공을 거둔 것이다. 특히 서식 환경의 복원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이번 인공섬 조성은 큰 의미가 있는 일이라 할 만하다. 조류학자 박희천 교수는 “인공 구조물을 만들어 번식을 유도한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고 학술적 연구 가치도 있다”는 견해를 보이기도 했다.본래 쇠제비갈매기는 바닷가나 강하구 모래밭에 서식하는 바닷새다. 낙동강 하구에서 매년 1천 마리 이상 번식하던 새가 수년 전부터 급격히 감소, 멸종위기종으로 처하게 된 조류다. 조류학계는 현재 낙동강 유역에서는 안동호 모래섬이 쇠제비갈매기의 유일한 집단 서식지로 지목하고 있다. 바닷새가 담수호로 서식지를 옮긴 것에 대해 학계는 낙동강 하구의 대규모 서식지가 망가진 탓으로 짐작한다. 특이하게도 환경과 먹이원이 전혀 다른 곳에서 번식이 성공하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놀라게 하고 있는 것이다.본지 보도 이후 KBS의 다큐멘터리로 반영되면서 안동호에 날아온 쇠제비갈매기는 이제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대표 여름철새로 알려졌다. 쇠제비갈매기가 낙동강 하구의 서식지를 떠나 안동호로 옮겨온 이유는 간단하다. 아직 오염되지 않은 안동호의 천연환경이 그들의 서식지로 적합한 때문이다. 쇠제비갈매기의 생태복원 사업의 성공을 계기로 생태환경 보전에 대한 우리의 각오가 더 커져야겠다.

2019-04-24

‘패스트트랙’ 칼날대치, 정치력 고갈을 개탄한다

자유한국당을 뺀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여야 4당이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처리에 합의했다. 제1야당인 한국당이 국회 보이콧을 포함하는 초강력 투쟁을 작심하고 있어 정국은 그야말로 살얼음판 위에 올라섰다. 정치력을 전혀 발휘하지 못한 채 아전인수 격의 이기적 셈법만을 내놓고 무한충돌을 양산하는 정권과 여당의 무책임한 적대정치가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하고 있어서 걱정이다.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합의한 내용은 지역구를 253석에서 225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는 47석에서 75석으로 늘리되 득표율을 50%만 연동시키는 방식에 합의했다. 공수처법은 판·검사, 경찰 고위급에 대한 기소권만을 갖는 것으로 절충했다.더불어민주당은 23일 여야4당의 선거제-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 패스트트랙 합의안을 만장일치로 추인했다. 정의당도 같은 시간 의원총회를 열어 합의안을 만장일치로 추인했다. 하지만 내분사태로 태생적 한계마저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 바른미래당의 의원총회는 아수라장을 연출하며 진통을 거듭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미선 헌법재판관 임명강행으로 독이 오를 대로 오른 자유한국당은 다른 당들의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 합의에 망연자실이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민주주의에 조종(弔鐘)이 울렸다”고 선언할 정도로 극한상황으로 치닫고 있다.선거제 개혁은 정치권이나 정치학자들 사이에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승자독식형인 소선거구 중심의 현행 선거제는 당 득표율과 의석수 간 괴리가 커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사표가 많아 개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 룰을 이렇게 처리하는 것은 옳지 않다. 여야 제 정당 간 원만한 합의가 아닌 비정상적 수단으로 처리하려고 하는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 합의는 국회의 전통과 민주주의 대원칙을 벗어나는 심각한 일탈이라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바야흐로 정치력이 완전히 실종된 ‘정치암흑기’에 접어들고 있는 강퍅한 사태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오롯이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있다.민주당은 집권 여당으로서 포용과 여유로 야당을 품어내는 노력이라곤 전혀 하지 않는다. 야당과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미선 헌법재판관 임명을 강행하는 등의 독선적 행태를 지속하고 있다. 반발하는 야당에는 그저 하염없이 독설만 퍼붓는다. 민주당은 국가의 미래와 민생은 안중에 없이 무참히 뿜어대는 증오와 혐오의 독기가 불러올 업보가 정말 두렵지 않은가. 민주당은 부디 자신들이 야당이던 시절에 정치 파행의 책임을 당시 여당에 무한히 전가하며 고래고래 외쳐대던 장면들을 낱낱이 반추하라. 여야 정치권의 참담한 정치력 고갈을 개탄한다.

2019-04-23

잦아지는 동해안 지진 발생, 긴급 대비책 있어야

올 들어 경북 울진과 강원도 동해안지역 해역에서 지진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주민들이 몹시 불안해 하고 있다. 22일 오전 5시 45분 울진군 동남동쪽 38km 해역에서 규모 3.8의 지진이 발생했다. 발생 깊이는 21km로 추정되며 지진 발생 4분 뒤인 오전 5시 49분에는 인근에서 규모 1.3의 여진도 발생했다. 이번 지진이 다소 먼 바다에서 발생해 다행히 지진 피해는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진을 느꼈다는 유감신고가 경북 11건, 강원 1건 등 12건에 그쳤고, 인근 원자력발전소인 한울원전도 영향을 받지 않고 정상 가동 중에 있다고 하니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연이어 발생한 지진으로 지역민의 불안감은 점차 커지고 있다. 울진 지진보다 사흘 앞선 지난 19일에는 강원도 동해시 북동쪽 54km 해역에서 규모 4.3의 지진이 발생했었고, 그보다 앞서 지난 2월10일 포항 앞바다서도 규모 4.1의 지진이 발생했다. 올 1월 1일에는 영덕군 동북동쪽 29km 해역에서도 규모 3.1 지진이 발생했다.올 들어서만 동해안 해역에서 벌써 4번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러다 지진 해일이 밀려오는 것은 아닌지 하는 불안한 마음을 가진 사람도 적지 않은 형편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동해안 해역에서 연이어 발생한 지진이 상호 연관성을 가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과학적 근거를 가진 설명일거라 그나마 다행스럽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왠지 불안감을 떨칠 수는 없다.2016년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한 이래 우리나라도 이젠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이 정설로 통한다. 국민들도 과거와 달리 지진에 대한 염려가 높아진 게 사실이다.기상 전문가들은 한반도 주변에서 발생하는 지진이 연 평균 50여 회에서 최근에 와서는 연 평균 200회를 넘고 있다고 한다. 한반도가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님을 알려주는 시그널로 보아야 한다. 인재로 밝혀졌지만 포항지진으로 동해안 지역 주민 사이에는 지진에 대한 트라우마가 알게 모르게 많이 스며들어 있다. 지진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아직 많은 사람은 지진 피해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대피시설 생활을 하고 있다. 문제는 잦아지는 지진에 대해 우리 정부가 얼마나 대비책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거의 전무한 사정으로 보인다. 큰 지진이 오면 그냥 당할 수밖에 없다. 지진과 관련한 대비와 교육이 절실하다.일본 후쿠시마 대지진의 사례를 교훈 삼아 해저지진에 대한 정밀조사와 선제적 대응책을 서둘러 준비해야 한다. 연세대 홍태경 교수는 “한반도는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 열도 쪽으로 끌려가 지진이 발생하기 더 쉬운 환경이 조성됐다”고 했다. 홍 교수의 지적에 모두가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당국은 서둘러 대비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2019-04-23

부실공사신고센터 7년 간 ‘0건’…제도개혁 시급

경북도의 부실공사신고센터가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와 홍보 미흡으로 인해 지난 7년간 신고 건수가 ‘0건’에 머무는 등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고를 할 수 있게 만든 센터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만큼 규정 자체가 모순투성이다. 지난 7년간 공공기관에서 발주한 공사에서 부실공사가 전혀 없었다는 말은 지나가는 소도 웃을 거짓말이다. 국민안전과 직결된 중대사인 만큼 하루빨리 제도를 확실히 개혁하고 홍보를 확대해야 마땅할 것이다.부실공사신고센터는 ‘2013년 경북도 건설공사 부실 방지에 대한 조례’에 따라 도민들이 직접 부실공사를 점검하고 예방한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설계도서와 시방서에 따라 시공하지 않고 임의 또는 불성실하게 공사를 진행해 구조물의 안전과 내구성에 지장을 초래하는 위험천만한 부실공사를 방지하는 일은 백번 천번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부실공사신고센터 운영규정을 들여다보면 신고가 왜 지난 7년간 단 한 건의 신고도 없는지 금세 알 수 있다. 신고대상부터 총공사비 100억 원 이상으로서 도와 산하 공공기관 등에서 발주하는 공사로 한정하고 있다. 실명을 밝힐 때만 신고할 수 있고, ‘준공되기 이전’으로 신고 기간마저 축소해 놓았다. 공사 관계자에게는 포상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한 대목도 수상한 대목이다.포상금을 노린 무분별한 신고를 막기 위해서 ‘실명제’를 실시한다고 하지만 이는 부실공사가 끼치는 지대한 사회적 해악에 비춰볼 때 신고 자체를 원천봉쇄하는 부정적 효과만 가져오고 있음이 자명하다. 더욱이 공사 관계자를 포상금 지급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내부고발을 차단하는 장치일 따름이다.전국 8개 시·도에 설치된 부실공사신고센터가 비슷한 형편인 것으로 보아서는 광역단체들이 ‘짜고 치는’ 신고센터 설치 흉내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 10년 전 만든 경남도 부실공사신고센터는 최근 4년간 신고 건수가 단 1건에 그쳤다. 준공 후 1년 이내로 기한을 늘려잡고 있는 경기도 부실공사신고센터의 경우도 신고 현황이 2015년 203건에서 지난해 59건(10월 기준)으로 줄어들고 있는 데다가 신고포상금(부실등급별로 100만~500만 원) 지급사례는 설립 이후 단 한 건도 없다.부실공사를 차단한다는 대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일반적으로 법적 하자보수 기간이 5~10년인데 준공 때까지만 신고를 허락하고, 공사 관계자는 포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실명제까지 붙여놓고 홍보조차 하지 않으니 허울 뿐인 제도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부실공사로 인해 빚어지는 국민안전 위협은 흉내로 막을 일이 결코 아니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시늉뿐인 부실공사신고센터는 과감히 혁신돼야 할 것이다.

2019-04-22

대구시 신청사, ‘백년대계’ 먼저 생각해야

대구시 신청사 유치를 둘러싸고 대구가 떠들썩하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올해 안에 신청사 부지를 확정하겠다는 약속을 함에 따라 신청사 유치를 노린 기초단체의 유치전이 치열하다. 대구시 신청사는 어느 장소를 가든 대구시 행정의 중심지라는 강점으로 그 주변지역의 발전을 급속하게 성장시킨다. 도시의 상징성을 내세우는 곳일 뿐만 아니라 주변 상가의 활성화, 부동산 가격 상승 등 유무형의 파급 효과가 커 기초단체 입장에서는 눈독을 들일만한 사업이라 할 수 있다.현재 대구지역 4개 구군청(중구, 북구, 달서구, 달성군)이 신청사가 자신들의 지역으로 와야 한다는 주장을 펴면서 유치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지나친 과당 경쟁 탓으로 대구시 신청사 건립추진 공론화위원회(위원장 김태일)가 패널티(감점) 부과 등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기초자치단체의 유치 열기가 워낙 강해 과열 분위기가 쉽게 가라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유치전에 뛰어든 기초단체의 인근 구청들조차 자신들의 유불리를 따져 특정지역 유치에 힘을 보태는 움직임을 보여 유치경쟁이 자칫하면 지역별 대결 구도로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대구지역에서 가장 낙후됐다는 평가를 받는 서구청이 서구와 인접한 달서구 두류정수장 후보지를 지원하고 나섰다고 한다. 공무원 노조와 시의회도 서구지역 균형발전을 내세워 두류정수장이 최적지라는 주장이다. 동구는 혁신도시와 동대구 역세권 개발 등을 위해 옛 경북도청 이전터를 주장하고 있다. 수성구와 남구도 자신들의 발전에 유리한 입지를 고려하는 등 다양한 의견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대구시 신청사는 현재의 청사가 낡고 비좁아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져 오래 전부터 이전을 구상해 온 대구시의 숙원 과제다. 권 시장도 “현재의 청사가 비좁아 더이상 미룰 수 없는 대구의 과제가 됐다”고 밝히고 “새롭게 짓는 신청사는 대구의 역사와 문화, 전통을 아우르는 랜드마크로 건립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문제는 과도한 유치 경쟁이 최적지에 대한 평가에 나쁜 결과를 초래할까 걱정이다. 과당경쟁으로 인해 본말이 뒤집어지는 결과가 나타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지금 벌어지고 있는 신청사 유치전이 과연 대구의 미래를 내다본 비전속에 제시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입지선정 작업이라고 하지만 백년대계의 비전이 실현될 수 있는 입지 여건도 반드시 살펴 봐야한다. 대구시 공론화 위원회도 유치전을 벌이는 기초단체의 과당경쟁을 끄는데 급급한 인상을 주어서는 안 된다. 소신을 갖고 적극적으로 여론을 수렴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오는 25일 열리는 ‘신청사 성공추진 협약’이 대구의 백년대계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2019-04-22

비등하는 ‘탈원전’ 반대여론에 귀 막은 정부 한심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히스테리가 극에 달하고 있다. 청와대는 청원 게시판에 오른 ‘탈원전 반대’ 청원에 무성의한 반응을 보였다.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안)’ 공청회에서는 탈원전 반대 견해에는 기회조차 주지 않아 발언 자체를 원천 봉쇄하거나 마이크를 꺼버리는 등 아예 귀를 닫았다. 잘못된 정부 정책으로 인해 피폐의 늪에 빠져 신음하는 국민이 기하급수로 늘고 있는데도 정부가 이렇게 불통의 철옹성을 고수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며 신한울원전 3·4호기 건설을 재개하라는 국민 33만여 명을 기록했다. 이 같은 청원에 대해 묵묵부답이던 청와대가 무려 두 달 만에 ‘산업통상자원부로 문의하라’는 한 문장짜리 답변을 보냈다.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위한 범국민서명운동본부’에 따르면 청와대는 지난달 15일 정무수석실을 통해 서명운동본부 공동추진위원장을 맡은 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이메일을 보냈다.이 메일은 ‘제출한 서명서와 관련한 정부 입장은 3월 임시국회 때 소관 상임위 등을 통해 충분히 답변드릴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되며, 향후 에너지 전환 정책과 관련된 사항은 소관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로 문의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이메일 제목에 서명 인원 33만 명을 ‘23만 명’으로 잘못 적기도 하는 등 무성의하기 짝이 없는 답변이었다.지난 2월 한국원자력학회의 설문 조사에서는 국민 10명 중 7명이 원자력발전을 지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조사에서 원전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은 35.4%, 현재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32.3%로 나타나 원전 비중을 유지·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 67.7%에 달했다. 반면 원전 비중을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은 31.0%에 그쳤다. 원전 이용에 대한 찬반 비율도 찬성이 71.4%로 반대 26.2%보다 45.2%포인트나 높았다.친환경을 내세운 환경 파괴 문제도 심각하다. 최근 15년 동안 태양광 발전을 위해 훼손된 산림 규모는 서울 여의도 면적의 9배(26.6㎢)였다. 문재인 정부 들어 세운 기존의 3020 계획(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확대)을 이행하는 데만 서울 면적의 73%에 해당하는 444㎢의 땅이 더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정부 방침대로 여기서 다시 최대 35%까지 끌어올린다면 결국 급격한 환경 파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원전 지역민들과 관련 산업계가 통곡을 하며 반대하고 있고, 지구촌 온 세상이 비웃는 ‘탈원전’ 정책에 몰두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집착이 어떤 국가손실로 귀결될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들불처럼 일어나는 반대여론을 이렇게 묵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앞날이 캄캄하다.

2019-04-21

국가기관으로서 ‘KIGAM’의 지진 사과는 당연하다

지난주 포항 한동대에서 열린 ‘지열발전실증단지 후속관리 방안 전문가 초청 간담회’는 시의적절한 행사였다고 판단된다. 지금 포항에는 촉발지진에 의한 포항지진 만큼이나 큰 이슈가 없기에 이날 간담회에서 오간 내용에 대해 우리는 좀 더 진지한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특히 두 학자가 그간 겪었던 전 과정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은 내용은 포항이 귀담아 듣고 향후 지진문제 해결에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또 한동대가 포항지진을 촉발지진으로 규명한 고려대 이진한 교수와 부산대 김광희 교수의 학술적 성과를 격려하고 향후 대응책을 함께 논의한 것은 지역사회를 위한 적절한 행사로서 의미도 매우 크다 할 것이다.이날 행사에 참석한 두 교수는 포항지진의 진실 규명을 위한 학술적 노력에 대해 무형의 압력을 받았음을 처음으로 털어놓았다. 그러나 학자로서 갈등과 고민을 극복하고 과학적 연구 결과를 만드는데 집중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장순흥 한동대 총장은 인사말에서 여러 가지 압박에도 유발지진으로 발표해 준 두 사람의 학자적 용기를 격려했으며 “두 교수의 학문적 노력이 없었다면 포항지진이 유발지진으로 밝혀지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라 평가했다.주목을 끈 대목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에 대한 책임 요구다. 포항에 지열발전을 강행하고 지반조사를 단행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책임은 사업을 추진한 넥스지오 만큼 크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지열발전 위치를 잘못 선정한 국가기관으로서 한국지질연구원은 포항시민과 국민에게 공식적 사과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특히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국가사업 가운데 방사성폐기물처분장 위치 선정 등 앞으로 중요한 국가과제를 수행해야 할 입장에 있는 만큼 지열발전 위치 선정의 잘못을 먼저 인정하고 왜 실수했는지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야만 포항 지질발전과 같은 사고를 예방할 수 있으며 국민의 신뢰도 회복할 수 있다고 했다.포항지열발전소는 2010년 “MW(메가톤)급 지열발전 실용화 기술개발”이라는 이름으로 국책사업으로 추진돼 왔다. 넥스지오가 사업추진 기관으로 지정되고 지질자원연구원 등 5개 기관이 연구에 참여한 사업이다. 총 사업비 473억 원으로 정부와 민간이 공동 투자했다.그러나 지열발전소는 처음부터 장소의 부적절성이 논란이 됐다. 일반적으로 화산 주변에서 하는 지열사업이 포항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또 지열발전소가 물주입 후 나타난 지진 징후 등을 숨겼다는 추측들도 제기됐다. 이번 간담회에서 발표된 내용을 충분히 검토해 산자부는 촉발지진 원인과 책임소재 파악에 더 엄격한 조사를 벌여야 한다. 책임 소재가 분명해지지 않으면 똑같은 사고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19-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