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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구미형 일자리, ‘정치논쟁’ 아닌 실용적 접근을

상생형 지역 일자리 사업인 ‘구미형 일자리’ 사업이 윤곽을 드러냈다. 구미시가 공장용지 6만여㎡를 50년간 무상임대해 주고, LG화학은 5천억∼6천억 원을 투자해 연산 6만여t을 생산하는 배터리 양극재 공장을 짓는 방식이다. 25일 투자협약을 앞둔 이번 사업을 놓고 경북도와 구미시는 1천 명 고용을 요구하지만, LG화학 측은 난감해하고 있다. 성과를 제대로 거두기 위해서는 이 사업이 ‘정치논쟁’의 대상이 아니라 철저하게 실용적으로 접근돼야 한다는 여론이다. ‘구미형 일자리’ 사업은 흔히 ‘광주형 일자리 2탄’으로 일컬어진다. 광주형 일자리는 별도의 법인을 세워 5천 명의 실업자를 기존 생산직의 80% 수준 월급으로 정규직으로 채용해 성공한 독일 완성차업체 폭스바겐의 ‘AUT0(아우토) 5000’ 프로젝트를 모방한 것이다.그러나 ‘구미형 일자리’는 투자촉진형 일자리라는 측면에서 광주형 모델과 콘셉트 자체가 다르다. 기업이 지역에 들어와 투자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도록, 지자체가 부지 제공, 직원 주거대책 지원, 행정절차 간소화, 인력확보 등을 돕는 방식이다.경북도와 구미시는 지난달 7일 LG화학에 구미형 일자리 투자유치 제안서를 전달한 이후 지금까지 투자 규모, 입지, 인센티브 등을 협의해왔다. 협약에 따르면 부지 무상제공 이외에 지방투자촉진보조금 575억원(국비 150억원, 지방비 425억원)과 세제 혜택을 제공할 방침이다. LG화학은 실시설계 등을 거쳐 내년 초에 착공한 뒤 2021년 공장을 건립해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하지만 넘어야 할 고비들이 녹록지 않다. 협상 과정에서 경북도·구미시는 LG화학에 1천 명 이상 고용을 제안했지만, 고용인원은 많아야 250∼300여 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북도와 구미시가 LG화학에 지원하기로 한 지방투자촉진보조금도 국가균형발전특별법(균특법)이 개정되어야 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방비 보조금 역시 조례안 개정이 필요한 상태다. 구미에 연산 9천t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이미 가동하고 있는 포스코케미칼이 포항공장 건립 계획을 접고, 지난 21일 전남 광양에 축구장 20개 규모인 16만 5203㎡ 면적의 대규모 양극재 생산시설 건설에 돌입한 것도 주목거리다.삼성 등 대기업 공장이 최근 10년 새 수도권과 해외로 이전해 침체의 늪에 빠진 구미 경제의 회복을 위해 ‘구미형 일자리’ 사업이 꼭 성공하길 기대한다. 벌써부터 이런저런 논란들이 일고 있는 이 사업이 내년 총선을 겨냥한 정치선전용 논쟁거리로 악용되어 민심을 교란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철저하게 실용적인 관점에서 추진되어 사업의 성격이 과장되거나 폄훼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2019-07-23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 늦었지만 차분히 준비해야

팔공산 국립공원 지정에 청신호가 켜졌다. 국회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강효상(대구 달서구병) 의원이 지난 임시회에서 환경부에 요구한 ‘팔공산 국립공원 지정’과 관련해 조명래 환경부장관이 긍정적 답변을 해 왔기 때문이다. 조 장관은 서면 답변을 통해 “팔공산은 국립공원 신규지정 기본정책 방향 정립연구 결과, 자연생태계 등이 우수하여 국립공원 지정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해당 자치단체와 협의 및 주민의견 수렴절차를 거쳐 국립공원이 지정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10여 년 끌어왔던 팔공산 국립공원 지정의 숙제가 드디어 결실을 맺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 문제는 팔공산 난개발을 바라보다 못한 몇몇 뜻있는 시민들의 노력으로 시작돼 2013년 팔공산 국립공원추진위원회가 구성되면서 본격화됐다. 그러나 많은 시민들의 응원에도 국립공원 승격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지지부진했다.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대구시와 경북도의 인식 차이, 인근 주민의 반대가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대구시는 국립공원 지정에 적극적인 반면 경북도는 팔공산에 걸쳐 있는 4개시군의 반대를 의식, 소극적으로 대응했던 것이다.그러나 지난해 대구시와 경북도는 지역 8대 미래신산업 육성을 위한 협업 선포식에서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에 함께 힘을 모으기로 해 이 문제가 또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팔공산은 대구와 경북을 대표하는 명산이다. 많은 역사적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자연생태계의 보고이자 수많은 주요 문화재를 간직하고 있는 명산 중 명산이다. 13종의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고 있고, 국보 2점, 보물 21점 국가 및 지역 문화유산을 품고 있는 곳이다. 1980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팔공산은 연간 1천800만 명이 넘는 탐방객이 찾고 있어 경제적 가치 또한 우수하다. 2015년 국립공원공단이 실시한 국립공원 신규 지정을 위한 연구에서 팔공산은 전국 최고 수준의 성적을 드러냈다. 특히 전국 30개 도립공원 중 자연경관 부문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팔공산 국립공원 승격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보다 빠른 승격을 위해 당국과 주민의 차분한 준비가 필요하다. 국립공원이나 도립공원은 모두 자연공원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지역주민에 대한 규제는 거의 없다. 국립공원이 되면 정부의 지원으로 개발돼 주민들로서도 오히려 이득이 더 많다. 팔공산을 찾는 사람이 늘면서 팔공산의 가치 또한 높이 평가돼 경제적 유발효과도 더 기대할 수 있다.하지만 공원면적의 78%가 사유지여서 국립공원 지정에 대한 주민 의견 청취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더 많은 대화와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국립공원 승격을 계기로 팔공산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등 팔공산의 가치를 높이는 정책적 고민도 이제 본격화해야 한다.

2019-07-22

민주당, 포항지진특별법 놓고 ‘말 따로 행동 따로’

더불어민주당의 포항지진특별법이 ‘말 따로 행동 따로’ 추진되고 있다. 22일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치기업위원회(산자위) 법안소위에 포항지진 특별법이 안건으로 상정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민주당이 예고한 포항지진특별법이 발의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지진이 발생 2년이 다 되어가는 상황에서 민주당과 정부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미적대고 있는 현상은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 민주당의 이율배반적 처신은 즉각 개선돼야 한다. 오중기 더불어민주당 포항시북구지역위원장은 지난 18일 문희상 국회의장을 찾아 신속한 포항지진특별법 제정을 건의했다. 그러나 정작 민주당은 산자위에서 비쟁점법안을 우선 처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자체 포항지진특별법 제출을 미뤘다.당초 계획대로라면 민주당이 포항지진특별법을 발의해 22일 법안 소위에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여야 간사회동에서 민주당 간사인 홍의락(대구 북을) 의원이 비쟁점법안을 우선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포항지진특별법 발의를 8월 초로 늦췄다. 이에 대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에서도 긍정적 입장을 표명하고, 법안소위를 자주 열어 포항지진특별법을 조속히 통과시키자는 입장만 피력했다.홍의락 의원은 “22일 포항지진특별법은 상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인하면서 “민주당이 발의예정인 포항지진특별법에 대해 부처별로 난색을 표하는 부분이 있어, 발의가 늦어지고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홍 의원은 “정부를 상대로 최대한 설득하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포항지진특별법 발의를 놓고 갈지(之)자 행태를 보여온 민주당은 최소한 포항시민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특별법 제출을 늦추는 이유로 내놓고 있는 ‘정부가 난색을 표하기 때문’이라는 핑계 또한 진정성을 의심받을 만한 대목으로 읽힌다. 특히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한국당 정태옥(대구 북갑) 의원의 ‘포항지진 이재민 흥해 공공임대주택 건설’ 요구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포항시의 요청이 선행돼야 한다”, “더 들어보겠다”며 무관심한 듯한 태도를 보인 것 등은 정부의 의지를 미심쩍게 하는 대목이다.여야 정치인들이 비쟁점법안 우선 처리에 집착하는 것을 보더라도 포항지진특별법은 쟁점법안이 될 개연성이 매우 높다.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말아야 한다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20대 국회에서 포항지진특별법이 통과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특별법 제정에 당연히 앞장서야 할 집권 여당이 핑계를 앞세워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결코 온당치 못하다. 국회는 피해 지역민들의 딱한 처지를 깊이 헤아려 하루빨리 특별법제정을 결단해야 한다.

2019-07-22

신라왕경특별법, 역사도시 경주 위상 찾는 계기되길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에 관한 특별법이 지난 1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자유한국당 김석기 의원(경주)이 대표발의하고 여야 181명의 의원이 공동 발의한 이 법안은 2017년 처음 발의한 지 2년 만에 빛을 보게 됐다. 이 법의 통과가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정치적 입김에 흔들리지 않고 안정되게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법 통과 의의를 충분히 대변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신라왕궁 등 신라의 핵심 유적들이 체계적으로 복원·정비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는 점 또한 중요한 의미다. 또 이를 계기로 천년고도 경주의 문화사적 가치를 재조명할 기회가 주어지면서 관광도시 경주의 세계화를 도모할 기회가 생겼다는 것도 빠뜨릴 수 없는 훌륭한 의의다.그동안 천년고도 경주의 유적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고대 유적이면서도 체계적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다. 정치적 이유로 때로는 정부의 무관심 등으로 복원·정비사업이 차질을 빚기도 했고 중간에 중단되는 일도 잦았다. 덩달아 우리민족의 역사적 배경이 된 경주의 역사문화적 가치 또한 제대로 알리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경주지역에 대한 문화재 발굴 및 정비에 관한사업은 거슬러 올라가면 1970년대부터 진행돼 왔다. 경주의 역사적 배경에 대한 중요성으로 일찍 사업을 시작했으나 사업 과정은 매우 지지부진했다. 신라왕경 복원사업을 비운의 사업이라 부르는 것은 추진과정에서 보인 일관성 없는 정책적 방향성 때문이다.다행히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다시 신라왕경 복원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그러나 이 또한 대통령 탄핵이라는 정치적 풍랑을 만나 사업 자체가 불투명해지고 말았다. 당시에 계획한 이 사업의 규모는 2025년까지 9천450억 원이 투입되는 것으로 짜여져 있었다. 추진과 중단 등으로 반복된 신라왕경 복원사업이 특별법의 국회통과로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게 된 것은 무엇보다 큰 다행이다. 이제 막바지 단계인 본회의 통과에 힘을 모으고 신라천년의 문화를 재현하는데 함께 매진해야 하는 과제만 남았다.신라왕경 복원정비사업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국가적 사업이다. 지방자치단체인 경주나 경북도가 단독적으로 해 나갈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신라 천년의 역사를 밝히고 복원하는 사업은 우리 민족의 뿌리를 찾고 민족의 역사를 선양하는 일이다. 국가가 특별히 더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도 이런데 있는 것이다. 이 법의 통과를 계기로 천년고도 경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더 높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경주에는 지천으로 문화재가 깔려 있다. 많은 관광객이 문화재의 보고인 경주를 방문하고, 수학여행의 목적지로 경주시가 다시 부상하는 결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특히 경주시와 경북도는 특별법 통과의 효과를 극대화하는데 정책적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19-07-21

경제정책의 ‘전면 전환’ 더욱 절실해졌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0%로 내렸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2%로 낮췄고,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1.1%에서 0.7%로 하향 조정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일본의 수출규제 대응책으로 연구·개발(RD) 분야의 주 52시간 근로제 적용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안 된다. 비상시국 극복을 위해서 정부는 경제정책의 ‘전면 전환’을 단행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은행의 전격적인 기준금리 인하는 미국 금리 인하가 이뤄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단행됐다는 측면에서 이례적이다. 정부가 부진한 경제를 일으키기 위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폴리시 믹스(정책조합)’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한은이 택한 선제조치는 일단 바람직하다는 평가를 받는다.한은이 이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동시에 하향 조정한 것은 줄줄이 빨간 불이 켜진 수출·투자·물가 등 주요 지표를 반영한 결과일 것이다. 우리의 경제 상황은 문자 그대로 내우외환(內憂外患)이다. 수출과 내수가 모두 부진한 상황에서 설비투자도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미·중 무역분쟁의 불확실성에다가 일본의 수출규제라는 복병까지 겹쳤다.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 17일 한 포럼에서 주 52시간 근로제와 관련, “유연성을 보완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어서 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한국당 나경원 의원의 “RD만이라도 주 52시간제 예외 업종으로 허용해달라”는 요청에 “검토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RD 관련은 (검토하고 있다)”이라고 답했다.그러나 작금의 난국은 한은의 금리 인하나 RD분야의 주 52시간제 예외 정도의 조치로 활로를 찾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일자리 예산을 54조 원이나 퍼붓고도 고용상황은 점차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마이너스 2.4%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마이너스 12%의 큰 폭 감소를 기록한 설비투자가 우리 기업들이 얼마나 위축되어 있는지를 드러내고 있다. 전 세계가 법인세 인하 경쟁을 하는데 우리만 거꾸로 법인세를 올렸다. 경영권을 약화시키는 규제들이 추진되고 대기업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 친노동 반기업적 정책들이 고집스럽게 추진되면서 빚어진 부작용은 한둘이 아니다. 닥쳐오고 있는 위협적인 경제위기는 대단히 복합적이다. 이를 타개해 나가기 위해서는 당연히 종합적인 처방이 내려져야 한다. 경제정책을 송두리째 바꿔야 한다. 실험적 요소, 명분에 묶인 조치들부터 모두 거둬들여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도 현장의 형편을 깊숙이 반영한 실용적인 경제정책들이 절실한 시점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2019-07-21

한일 무역갈등 증폭…실종된 ‘외교’ 복구해야

한일 무역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일본의 저열한 음모에 대한 해석은 충분하다. 일본 아베 총리의 ‘정치적 악용’행태는 물론, 따라붙고 있는 한국의 기술력을 떨쳐버리려는 ‘사다리 걷어차기’ 횡포라는 분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런데 정말 아리송한 것은 지난해 10월 일제 강제징용에 대한 대법원의 배상판결 이후 8개월간 우리 외교는 도대체 무엇을 했느냐 하는 의문이다. 예측도 대처도 사라진 만신창이 한국외교를 복구하는 작업이 절실하다는 여론이다. 엉뚱하게도 외교당국이 아닌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이 앞장서서 문제를 점점 더 시궁창으로 몰아넣고 있다. 뜬금없이 ‘죽창가’를 들먹거려 감정적 대응을 부추기더니 이번에는 정부 외교에 대한 언론의 비판을 문제 삼는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도 덩달아 나서서 국내언론의 일본판 기사들을 나열하며 공격을 퍼붓고 있다.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의 입’이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이 그렇다는 얘기인데, 이는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정부 정책을 반대하고 비판하는 언론이나 인사들에게 ‘친일파’, ‘토착 왜구’라는 사나운 이미지 딱지를 붙이려는 음모가 진행 중이라면 이는 정말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언행이 일본의 무역보복을 가벼운 일로 여기고, 이 비상사태를 민심 갈라치기의 소재로 삼겠다고 하는 심산이라면 그야말로 나라 말아먹을 역적 행각에 다름 아니다.일본 마쓰야마대 장정욱 교수는 “아베 정부는 도쿄 올림픽이 열리는 내년 7월쯤에야 타협에 나설 것”이라는 끔찍한 진단을 내놓는다. 진보언론들마저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해도 수년이 걸려 우리 기업의 어려움을 당장 풀기 어렵고, 승소한다 해도 보복 철회나 피해 원상회복을 이끌어내기란 쉽지 않다”고 우려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일본에서 혐한 분위기가 들끓고 아베 정부가 대놓고 칼을 갈고 있는데도 사전 경계와 예방은커녕 ‘무대응’을 전략이랍시고 내걸고 줄곧 손 놓고 있었던 정부의 대응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김영삼 대통령이 1995년 독도문제와 관련해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기어이 고치겠다”고 발언한 이후 완전히 냉각돼 있던 한일관계를 극적으로 풀어낸 김대중 대통령의 용단이 떠오른다. 1998년 10월 일본을 국빈방문했던 김대중 대통령은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선언’을 창출해 1965년 국교정상화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의 한일협력을 이끌어냈다. 탁월한 ‘외교력’이야말로 약소국이 발휘할 수 있는 최고의 무기다. 외교관 자리를 대선 공신들에게 나누어 주는 떡쯤으로 여겨온 한국 정치가 빚어낸 희대의 외교 참사가 벌어지고 있다. 청와대가 정치적 계산기 두드리며 나서는 일은 백해무익하다. 빈사 상태의 ‘외교력’부터 살려내야 한다.

2019-07-18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건전문화로 정착돼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예상대로 혼란을 겪고 있는 모양이다. 법 시행을 담당하는 고용노동부에는 몰려드는 민원과 문의로 정신이 없으며 일선 기업들은 법 규정의 모호성으로 인해 업무 중 눈치를 보아야 하는 등 법 시행 파장을 조심스레 지켜보고 있다고 한다. 이 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막아보겠다는 취지로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 이달 16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근로자 10인 이상 기업은 괴롭힘 금지와 관련한 내용을 취업규칙에 반영해야 한다. 또 괴롭힘 피해신고가 접수되면 반드시 조사하고 취업규칙에 따른 징계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 사업자가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해고 등의 불이익을 주면 사용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2017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직장 생활 경험이 있는 만 20∼64세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3%가 직장 내 괴롭힘 피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를 계기로 제정한 법이다. 법 취지는 나무랄 데가 없다. 많은 사람이 공감도 하고 있으나 괴롭힘에 대한 정의가 모호해 법 시행 이전부터 혼란을 우려한 목소리가 높았다.한 조사에 의하면 기업체 관계자는 괴롭힘에 대한 정의와 이와 관련한 정보 부족을 가장 큰 애로로 꼽았다고 한다. 예를 들어 업무 성과가 부족한 직원에게 상사가 업무성과를 재촉하는 조치를 하였다고 괴롭힘으로 주장한다면 마땅한 대응책이 있느냐는 것 등이다.오히려 이런 문제로 인해 직장 내부의 소통이 나빠지고 인간관계로 인한 팀워크에 손해를 입혀 업무 효율을 떨어뜨리는 부작용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중소기업이 많은 포항에서도 이와 관련한 법리 해석을 묻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또 취업규칙 변경 신고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행정을 처리해야 하는 일선에서는 문의 상담과 업무처리 등으로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 괴롭힘 금지법 위반으로 신고된 사례는 없으나 법 시행이 알려지면 민원제기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법 적용범위가 넓고 모호한 규제로 현장에서의 혼란 야기는 피하기 어렵다고 본다. 이런 문제로 과잉처벌 우려나 과잉입법 등의 얘기도 나왔다. 그러나 직장 내 괴롭힘 문제는 노사가 전향적으로 받아들여 새로운 건전 직장문화로 만들어 갈 때 정착할 수 있다. 법의 보완도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하겠으나 이 법을 악용하거나 편법으로 이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노동부가 현재 제시한 메뉴얼만으로는 많이 부족하다. 당국은 수시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고 사례집 등을 발간해 직장 내 괴롭힘의 개념을 보다 구체화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노력들이 뒷받침되고 쌓일 때 직장 내 괴롭힘에 대응하는 건전문화도 정착될 것이다.

2019-07-18

경북이 원자력 기술연구의 정점에 서야

경북 경주 감포에 소형 원자로 개발 등을 담당하는 혁신원자력기술연구원(혁신원연)이 설립된다고 한다. 연구 인프라 등 기본 시설만 갖추는데도 7천억 원 규모 이상의 예산이 드는 사업이라고 한다. 사업이 완성된 이후 나타날 경제파급 효과가 1조 원대에 달할 것이라 하니 원전해체연구소 유치 못지않은 성과로 보인다. 경북도도 혁신원자력기술연구원 유치를 위해 숨은 노력을 다했다고 전했다. 정치적 논리 배격이 가장 큰 문제여서 중앙정부와의 비공개 면담 등 마치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노력과 공을 들였다고 한다. 이 연구소 유치로 직접고용 1천 명을 포함 고용유발 효과가 7천여 명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어쨌거나 혁신원자력기술연구원의 유치로 경북은 이제 원전산업의 메카로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했다 하겠다.원전시설이 집적돼 가장 유리한 입지임에도 원전해체연구소의 일부인 중수로 분야 연구소 유치에 만족해야 했던 아쉬움도 혁신원연의 유치로 많이 해소될 것같은 분위기다.경북에는 국내 원전의 절반인 12기의 원전시설이 가동 중에 있다. 또 경주에는 한국수력원자력과 중저준위 방폐장 등 원전산업과 관련한 핵심 기관들이 줄지어 입지해 있다. 이번 혁신원연의 유치로 경북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원전산업의 전주기 프로세스를 모두 갖춘 곳이 된다. 원전의 설계, 운영, 해체, 처분 등의 전 과정이 경북에 집결됐다는 의미다. 누가 뭐래도 원전산업의 메카로서 충분한 집적시설을 보유했다 해도 틀리지 않다. 지금 우리의 원전산업은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과 맞물려 위기를 맞고 있다. 세계 최고의 원전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관련 산업 종사자들은 우왕좌왕하고 있다. 이는 우리의 원전산업의 새로운 방향 모색이라는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혁신원연은 과거 원전시설 개발 중심의 원전산업과는 다른 궤를 하고 있다. 일반 산업용, 수송용 등 중소형 원전이 중심이 되는 미래원자력산업을 연구하고 재난에 대응하는 안전한 원자력 연구기술을 연구하는 기관이다. 이는 경북이 보유한 기존 원전관련 기관과는 다르지만 상호 공조를 통해서는 새로운 원전산업의 진로를 모색하고 시너지를 내는데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국제원자력기구에 의하면 소형 원자로 시장 규모는 2050년에 가서는 400조 규모에 달할 것이라 한다. 혁신원연의 활용 가치를 추정해 볼 수 있는 금액이다.이철우 경북도지사는 혁신원연 유치와 관련 “연구인력 7만여 명, 1천700개에 이르는 연구기관과 기업, 1년에 투자되는 사업비가 8조 원에 이르는 대덕연구단지의 모태가 한국원자력연구원이었다”고 언급했다. 제2원자력연구원이라 불리는 혁신원연의 유치의 의미를 함축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들린다. 혁신원연의 유치를 계기로 경북이 국내 원전산업의 메카인 동시에 기술연구 분야의 정점에 서길 기대한다.

2019-07-17

‘일자리 정부’ 헛구호 입증… 정부 정책 확 바꿔야

학교를 졸업한 청년 3명 중 1명은 백수 상태이고, 첫 일자리를 구하려면 11개월이나 걸린다. 근근이 취업한 젊은이 중 40%는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월급을 받고, 20%는 고작 시간제 일자리를 첫 직장으로 갖는다.올 상반기(1∼6월)에 늘어난 월평균 일자리 20만7천 개 가운데 99.3%(20만5천500개)가 65세 이상 노인 일자리라는 충격적인 통계까지 나왔다. ‘일자리 정부’라며 호기롭게 출발했던 이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참담한 성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5월 경제활동 인구 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나타난 청년 취업 시장의 현실은 놀랍다 못해 경악을 부른다.청년층은 졸업(중퇴) 후 첫 취업 때 임금(수입)은 100만∼150만 원 미만(27.7%), 150만∼200만 원 미만(34.1%), 200만∼300만 원 미만(18.1%) 등 순이었다. 100명 중 28명(27.7%)이 최저임금도 못 받은 셈이다.2019년 5월 현재 학업을 마친 483만5천 명의 청년층(15∼29세) 가운데 154만1천 명은 취업을 포기하거나 취업준비 중인 사실상 ‘백수’로 집계됐다. 학업을 마친 사람 중 미취업자 비율은 31.9%로 2004년 통계 작성 후 가장 높다.올 상반기(1∼6월)에 늘어난 월평균 일자리 20만7천 개 가운데 주력 근로 연령층인 15∼64세 일자리는 전체의 1%도 안 되는 단 ‘1천500개’ 증가에 그쳤다. 늘어난 노인 일자리 20만 개도 절반은 정부가 세금 풀어 만든 가짜 일자리들이다.꽁초 줍기, 농촌 비닐 걷기같은 월 27만 원짜리 노인 단기 일자리를 작년 51만 개에서 올해 61만 개로 10만 개 늘린 효과가 취업자 증가 수치에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얘기다.이런 형편없는 성적표를 놓고도 정부는 “고용 시장이 회복되고 있다”, “고용 정책이 성과 내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양질의 일자리로 꼽히는 제조업 고용은 작년 4월 이후 15개월 연속 마이너스이고 우리 경제의 허리를 떠받치는 40대 고용은 작년 6월 이후 13개월 연속 ‘10만 명대 마이너스’다.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의 경직성, 비정규직의 일괄 정규직화 등 경제에 부담을 주는 정책 추진이 좋은 일자리에 직격탄을 가하고 있음이 명약관화하다. 기업들은 국내 투자를 끊고 해외 투자만 늘리고 있다. 외국 기업의 국내 투자도 거의 반 토막 났다.좋은 일자리는 기업이 투자를 늘리는 과정에서만 생긴다. 언제까지 세금 쏟아부어 가짜 일자리 만들어 놓고 ‘고용 시장 회복’이라는 엉터리 주술(呪術)을 읊어댈 것인가. 효력 없는 국가 정책을 지금이라도 확 뒤집고 바꾸지 않으면 이 나라에 무슨 재앙이 더 닥칠지 모른다.

2019-07-17

대구시민 무한상상으로 신청사 신선한 컨셉 도출을

대구시내 4개 구·군청의 유치경쟁으로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대구시 신청사 건립 문제가 대구시민 원탁회의에 올려졌다. 16일 오후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개최된 제17차 대구시민 원탁회의는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시청사 건립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 수렴을 위한 행사로 열려 관심을 끌었다. ‘대구시민이 꿈꾸는 신청사’라는 주제로 신청사 건립 비전과 시설 공간 등에 대한 시민 의견 수렴에 나섰다. 다만 치열한 유치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신청사 입지 문제만은 다루지 않았다고 한다.대구시 신청사 건립은 오랜 지역의 숙원이다. 현재의 사무공간이 협소해 업무의 분산 배치 등으로 행정능률이 떨어지고 민원인의 불편 또한 적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다. 몇 차례 새로운 사무공간 확보를 위한 노력을 벌였으나 그때마다 난관에 부닥쳐 흐지부지해졌다. 권영진 대구시장의 결단으로 이번에는 대구시 신청사가 반드시 건립될 것으로 보인다. 비록 4개 구·군청의 날카로운 유치전과 갈등의 문제는 있으나 이를 극복하고 신청사의 당당한 모습이 위용을 드러낼 것으로 기대된다.신청사 입지문제는 공론화 위원회에 맡긴다 하더라도 새로이 건립될 신청사의 콘셉트를 어떻게 잡느냐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신청사 건립이 다른 도시에 비해 비록 늦은 감은 있지만 존재감 있는 콘셉트로 대구를 대표하는 건축물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시민의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 신청사건립 공론화위원회가 지난달 시민 1천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대구시민은 새로 짓는 시청은 대구를 상징할 랜드마크가 되어야 한다는 데 많은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설문을 통해 나타난 이미지는 상징성과 랜드마크, 명소의 개념을 비롯 기능적 측면에서는 휴식, 문화, 공원 등의 이미지를 제시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또 시민들은 친근, 소통, 편안 등의 이미지도 신청사 건립 들어갈 요소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시민들은 벤치마킹해야 할 대상으로 경북도청, 도쿄도청, 런던시청, 부산시청 등을 꼽았다고 한다. 시민들의 생각이 외국의 사례까지도 고려한 것은 더 큰 안목으로 신청사를 건립하라는 뜻으로 받아 들여야 한다. 외국의 사례로 손꼽힌 런던시청은 건축물이 달걀처럼 생겨 유리달걀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에너지 절약 친환경 건축물로 소문나 있다. 도쿄도청은 번화가 중심인 신주쿠에 위치해 항상 관광객이 붐비는 명소로 유명하다. 45층에 무료 전망대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대구시 신청사 건립은 국내뿐 아니라 외국의 사례도 벤치마킹하는 세심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날 원탁회의 슬로건은 ‘무한상상 신청사 건립-말한 대로 생각한 대로’다. 슬로건대로 시민의 무한상상력을 바탕으로 랜드마크가 만들어졌으면 한다. 대구시 신청사 건립에 시민의 시선이 집중돼 있다.

2019-07-16

청와대가 죽창 들고 나서면 수습은 누가 하나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됐다. 일본의 무역보복 사태가 몰고 올 파장을 놓고 민심이 뒤숭숭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에게 미더운 해결묘책이 있다는 증거는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앞장서서 감정적 발언을 서슴지 않는 모습이 사태 해결에 꼭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다. 일본의 저열한 음모로 시작된 파란이지만, 스스로 파멸을 재촉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통령과 청와대와 여권 지도부가 앞장서서 죽창 들고 나서면 협상은 누가 하고 수습은 누가 하나.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가 18일 오후에 만나기로 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일본의 수출 규제와 한반도 평화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한 대화 제의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화답한 결과다. 지난해 3월이 마지막 회동이었으니 이 나라 정치가 얼마나 ‘불통’의 고질병에 걸려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일본이 감행한 무역보복 문제를 해결해야 할 대통령과 청와대 인사, 여당 중진들이 잇달아 부적절한 선동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어서 ‘불난 집에 부채질’이 따로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뜬금없는 이순신 장군의 ‘열두 척 배’ 이야기를 소환했고,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페이스북에다가 동학농민혁명 드라마의 배경음악으로 쓰인 ‘죽창가’를 들고 나왔다.여당의 ‘일본 보복 대책특위’ 위원장은 “의병을 일으킬 만한 사안”이라고 했다. 21세기 대명천지에 외교 갈등을 ‘거북선’과 ‘죽창’과 ‘의병’으로 풀자고 나선 것은 지극히 비현실적이다. 국민이 군중심리에 휩쓸려 흥분하게 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앞장서서 이렇게 충동하는 것은 온당한 대처법이 아니다.일본의 이번 조치를 놓고 수많은 분석이 등장한다. 아베 정권이 끈질기게 추진해온 개헌 드라이브의 일환이라는 해석에다가, 동북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헤게모니 음모론까지 다양하다. 학자나 평론가의 시각에서 다양한 분석과 평가를 펼치는 것은 나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절체절명의 비상시국에 국가의 리더들이 그런 담론이나 펼쳐내는 것은 한가롭기 짝이 없는 짓이다.이번 상황이 충분히 예고되거나 경우의 수로 등장했던 하나의 현상이라면 대통령과 청와대와 여당 지도부는 준비된 대응책을 밝히고 차분하게 실행에 나서는 게 옳다. 그들마저 불난 집을 향해 오히려 부채를 들고 나서면 도대체 어쩌겠다는 심산인가.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지금은 미국 정부는 한·일 관계를 중재하거나 개입할 의사가 없다”고 했다. 어떤 방책을 사용하든지 간에 이 매듭을 풀어내는 것이 나라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정치다. 정계 리더들이 이 상황에 대한 허물을 오로지 일본에 전가하면서 ‘죽창’ 들고 나서자고 외치는 것은 결코 현실적이지 않다.

2019-07-16

자유한국당, 지금 이대로는 ‘민심’ 못 얻는다

자유한국당이 내년 4월 21대 총선 공천안의 윤곽을 드러냈다. 청년·여성 후보자에게 30% 이상 가산점을 부여하는 공천 혁신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역의원 평가에 대해서는 방향을 명확하게 정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한국당은 내년 총선이 아니라 지금 당장 처한 답보국면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허울만 좋은 제1야당의 위상에다가 국민지지율이 교착상태에 빠져든 진짜 이유를 밝혀내고 개선하는 일이 시급하다.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정당의 국민지지율이 들쭉날쭉 춤을 추고 있다. 판문점 북미회담 성사의 여파로 치솟았던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일본의 무역보복이 악재로 작용하면서 금세 하락했다. 리얼미터가 15일 발표한 지난 8∼12일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평가가 전주보다 3.5%포인트 내린 47.8%를 기록했다. 부정평가는 3.5% 오른 47.3%를 기록해 긍·부정 평가의 격차는 0.5%포인트에 불과하다.정당 지지도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전주보다 1.8%포인트 내린 38.6%로 2주 연속 하락해 40%선 아래로 떨어졌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대부분 지역과 계층에서 결집하며 2.4%포인트 오른 30.3%를 기록, 한 주일 만에 30%선을 회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민주당은 지지율이 떨어져도 언제나 한국당 윗자리요, 한국당 지지율이 오른다 한들 계속해서 민주당 아래인 고착화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 민심에 투영된 정치에 대한 세평 중에서 가장 흔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정권이 못해도 너무나 못한다는 비판이다. 그런데도 여론은 오래도록 자유한국당에 대해 흔쾌하게 지지를 모아주지 않는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성이 온전하게 지배하는 ‘대안 정당’의 모습을 일궈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많은 이들이 ‘집권당이 이 정도로 무능하면 당연히 제1야당이 떠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은 자유한국당이 더 못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한국당은 이렇도록 국민이 미더워하지 않는 완고한 민심을 진심으로 부끄러워해야 한다. 속절없이 ‘막말’ 시비에 휘둘리면서도 계속 빌미를 주는 이유가 도대체 뭔가. 일본이 전대미문의 험악한 무역보복을 시작했다. 어찌하는 것이 옳은가. 한국당의 생각은 뭔가. 비난만 퍼붓고 교졸한 말폭탄만 연일 공습한다고 최악의 난국을 헤쳐갈 혜안을 갈구하는 민심이 간단히 돌아오는가. 그 어떤 이슈든, 대안을 내놓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자유한국당은 달라져야 한다. ‘계파 갈등’, ‘수구 회귀’, ‘막말 정당’의 이미지를 획기적으로 씻어내지 못하는 한 미래가 있을 까닭이 없다. 감동을 불러일으키기에는 태부족한 초라한 총선 공천안 몇 대목 꺼내놓고 권력의 주판알 굴리면서 눈치만 살필 때가 아니다.

2019-07-15

포항의 잇단 특구 지정, 미래성장 동력 확보에 최선을

강소연구개발 특구 지정에 이어 포항지역의 미래성장을 견인할 산업특구가 잇따라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는 소식이다. 지진으로 힘겨워 하는 포항시민에게 모처럼만에 밝은 소식이 들린 셈이다. 포항시 등에 따르면 지난달 포항시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강소연구개발 특구로 지정받은 데 이어 영일만 관광특구와 배터리 리사이클 규제자유특구 지정이 이르면 이달 중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 이렇게 되면 포항은 철강 산업도시에서 산업과 해양관광이 어우러진 복합 산업도시로 변모,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지진 피해로 어려움을 겪는 있는 포항은 지금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의 출발을 요구받고 있다. 50년 철강 중심도시에서 다양한 산업구조로의 전환은 도시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도시의 미래를 담보할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가 관건이란 지적이다.포항의 강소연구개발 특구 지정은 이런 변화 요구에 부응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강소연구 특구는 포항이 보유한 국내 정상급 과학적 기술기반을 잘 살릴 수 있는 시의적절한 선택이다. 강소연구개발 특구는 대형화된 기존 연구개발 특구를 보완하기 위한 모델이다. 지역의 과학기술 기반을 활용, 지역혁신성장 플랫폼을 새로이 구축하기 위한 정부 주도 사업이다. 포항의 경우 국내 최고 연구개발 기술을 보유한 포스텍과 포항산업과학연구원, 포항테크노파크,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 등이 배후 공간으로 지정됐다는 것은 포항의 강점이다. 포항시는 강소연구 특구 지정으로 신규기업 유치와 고용창출 등 8천억 원대의 경제 파급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기대가 모아지는 부분이다.이와 동시 포항시는 영일대 일대를 관광 특구화하는데 사실상 오래 전부터 공들여 왔다. 이곳이 곧 특구로 지정받을 것 같다는 관측이다. 포항의 관광 특구 지정은 포항을 산업과 관광이 동반 성장하는 도시로 키우겠다는 생각에서다. 포항은 해양중심 도시로서 관광산업이 성장하기에도 매우 적합한 도시구조를 갖고 있다. 만약 관광특구가 지정된다면 산업도시 포항의 이미지도 많이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포항시가 추진 중인 규제자유특구도 전망이 밝다는 소식이다. 영일만 1,4단지에 추진하는 규제자유특구는 포항이 전국 10개의 1차 협의 대상에 포함되면서 지정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고 한다.규제자유 특구에 입주하는 기업은 규제특례를 받을 수 있어 자유롭게 신사업을 개발 할 수 있게 되는 특전을 누린다.포항시가 강소연구개발 특구에 이어 관광 특구나 규제자유 특구로 지정이 가능해지면 포항은 새로운 경제 국면을 맞게 된다. 지진 피해로 축 처진 분위기를 일신하고 포항의 미래를 견인할 특구 정책에 발맞춰 미래성장 동력 확보에 최선을 다해 나아가야 한다. 포항이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2019-07-15

포항의 전국 최고 상가공실률, 포항지진 영향 큰 탓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을 위한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 명을 넘겼어도 별 소용없었다. 청원 접수 후 한 달만에 20만 명을 넘겨 청와대의 답변을 얻어내는 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청와대 답변 요지도 “국회에서 법 제정하면 협력하겠다”는 원론적 수준이어서 포항시민에겐 되레 더 큰 실망만 안겨주었다. 지난 11일 대정부 질의에 나선 자유한국당 박명재 의원(포항 남·울릉)은 “포항지진으로 인구가 빠져나가고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는 등 포항지역은 지진으로 14조 원의 유·무형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정부가 추진한 지역발전소 건설 사업으로 포항이 받은 피해가 이 지경에 이른데도 정부와 여당은 지진피해 특별법 제정에는 여전히 차일피일이다. 국가가 일으킨 재난에 해당 장관이나 총리 등 책임 있는 사람 어느 누구도 사과 한번하지 않았다. 도대체 국민을 위한 정부가 맞는지 의심스럽다. 지금 포항시민의 마음은 갑갑할 뿐이다.한국감정원이 조사한 올 1분기 상업용 부동산 임대 동향에 따르면 포항지역 중대형 상가(330㎡)의 공실률이 24.1%에 달했다. 전국 평균 11.3%의 배가 넘는다. 경북 평균 17.4%보다도 1.5배나 높았다. 2013년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라 한다. 상가 10개 중 2∼3개가 빈 상가로 남아돌고 있다는 뜻이다.포항지역 상가 공실률은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했던 당해 연도인 2017년 1분기에는 13.5%였다. 그러나 포항지진이 발생하고 그 피해가 확산되던 다음 해인 2018년 1분기에는 21.1%까지 크게 올라갔다. 2019년 1분기에는 24.1%까지 올라 불과 2년 사이 10.6% 포인트가 상승했다.누가 보더라도 포항의 상가 공실률 증가는 지진으로 인한 영향이 작용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 물론 전반적인 경기 침체의 영향도 있을 것이라 본다. 최저임금 상승과 주 52시간 근무제 등 경제외적 부담 등으로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상가점포 임대 수요를 줄인 점 인정된다.하지만 포항지역의 상가 공실률이 전국 평균의 두 배가 넘는다는 사실은 지진의 영향을 빼고는 설명하기가 어렵다. 지금 포항지역의 상가 점포는 알짜배기라는 1층조차 유지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번 조사에서 투자 수익률도 0.81%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포항은 지금도 지진 피해로 인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단순히 상가 공실률 전국 최고수준이라는 사실 말고도 주택 피해와 경기침체 등 설상가상의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의 도움 없이는 도시복구는 불가능하다. 정부가 추경으로 잡아 놓은 지진예산도 1천131억 원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타지역과 공통으로 증액되는 사업 등을 고려하면 실제 지원액은 200억 원이 고작이다. 정부의 지진특별법 제정이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해법이다. 전국 최고의 상가 공실률 하나만 보아도 포항지진의 피해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2019-07-14

최저임금 체계, ‘차등화’ 용단 내릴 때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2.87%(240원) 인상한 시급 8천590원으로 결정했다. 경영계와 노동계는 정반대의 이유로 불만투성이다.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은 지난 2년간의 과속 인상이 잘못됐다는 명징한 시인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문제의 근본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다. 최저임금 체계의 ‘차등화’가 이뤄지지 않는 한 지금의 ‘언 발에 오줌 누기 식’ 최저임금 결정의 모순은 개선되기 어렵다는 여론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2010년 이후 최저라지만, 2년간 과속 인상으로 영세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절벽에 매달고 나서야 겨우 브레이크를 한 번 밟은 꼴이라는 비유가 나온다. 3년간 최저임금 32.8% 인상이란 폭주의 관성이 빚어내게 될 충격은 실로 가늠조차 안 된다.‘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대통령이 포기했다는 일부의 표현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최저임금은 이미 1만300원에 이른다. 한국의 최저임금은 이미 중위임금의 64.5%로 OECD 37개 회원국 중 6위이고,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1인당 국민소득 대비 OECD 최고수준이다. OECD, IMF, 무디스 등이 한목소리로 그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오죽하면 영세사업장 근로자의 44%가 내년 최저임금 ‘동결’에 찬성했을까 싶다.최저임금이 경제난국의 최대원인은 아니라는 말에는 공감할 여지가 있다. 문재인 정권이 내놓은 경제정책의 대표선수처럼 돼서 그렇지, 오랫동안 계속돼온 ‘불경기’가 더 큰 문제라는 말도 일리가 있다. 그렇다면 지독한 불황 속에 최저임금을 왕창 올린 만용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새로운 성장의 확실한 모멘텀을 일궈내지 못한 역대 정권의 실정을 트집잡는 비겁한 변명의 유효기간도 이제는 끝났다. ‘불가항력’이라는 핑계는 집권 3년 차에 접어들고도 좀처럼 경제활력을 불어넣지 못하는 무능한 문재인 정부가 더 이상 둘러대도 될 말은 아니다.이번 최저임금 결정을 놓고 “이미 우물에 독이 퍼졌는데 독을 더 타느냐 덜 타느냐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소상공인연합회장의 말은 적절하다. 골목상인들은 깊디깊은 불경기 수렁 속에서 최저임금 폭탄으로 전멸 직전인데, 명분론의 포로가 된 정부·여당의 정책추진은 고장 난 탱크처럼 직진 중이니 기가 막힌다.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줄기차게 호소하고 있는 ‘지역·업종·기업규모별 차등화’가 유일한 탈출구다. 각 지역의 생계비가 천차만별이고 호황·한계업종, 대·중소기업의 지급능력이 천양지차인 판국이다. 선진국들도 다 하는 일이니 한국에서만 안 될 이유 또한 없다. 획일적인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로제가 경제활력을 모두 잡아먹는 블랙홀이다. 진정 민초들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지금이 바로 아집의 그물을 거두어들여야 할 시간이다.

2019-07-14

또 화학물질 누출사고… 시민안전 제대로 지키나

지난 10일 오전 구미국가산업1단지 내 GM코리아에서 염소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뒤 직원과 구미화학방제센터가 출동해 염소가스 누출을 차단했으나 일부 직원과 주민 등 26명이 가스를 흡입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큰 부상이 없어 모두가 무사히 귀가했다고 한다. 문제는 이 회사가 2013년 3월에도 염소가스 누출사고를 내 1명이 다치고 160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는 사실이다. 자칫 사람의 목숨까지도 뺏을 수 있는 위험 물질을 다루면서 안전에 대한 감시나 의식이 여전히 부족했다는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구미공단에서의 유해가스 누출 및 화학물질 배출사고는 여느 공단보다 잦은 편이다. 따지고 보면 크고 작은 사고가 거의 매년 일어나는 꼴이다. 다행히 초기에 진압돼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으나 아찔했던 경험도 있다. 지난 5월에 발생한 전자제품 공장의 화재는 휴대전화 생산에 소요되는 불산과 질산 등 유해물질을 공장내 다량 보관해 있었으나 다행히 불이 번지기 전 다른 곳으로 옮겨 큰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 2012년 구미 4공단에서 발생한 불산가스 누출사건은 우리에게 큰 충격을 안겨 준 사고다. 사고의 직접적 원인은 작업자의 실수였으나 안일한 대응과 감독 당국의 허술한 관리는 주민들을 불안케 하기에 충분했다. 당시 이 사고로 안전장비를 착용 않고 작업을 하던 직원 4명과 외주업체 근로자 1명 등 모두 5명이 사망하고 18명이 부상을 입었다. 또 1만 명이 넘는 인근 주민이 피해를 입었다.전문가들은 당시 사고에 대해 마치 인도의 살충제 제조공장에서 발생한 ‘보팔 대참사’를 연상케 했다는 지적도 했다. 인도 보팔 대참사는 유독물질이 저장된 탱크에서 유독가스가 새어나와 주민 2천800명이 사망하고 20만 명 이상이 각종 질병에 시달린 심각한 사고였다.구미공단에서 유독 유해물질의 배출 사고가 잦은 것은 감독기관이나 기업체 등 모두의 안전 불감증이 원인이라 보는 견해가 많다.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는 위험한 물질인데도 안전의식은 현저히 뒤떨어져 있다는 시각이다. 직접 피해자가 될 직원도 주민도 위험물질에 대한 내용을 잘 모르고 있어 사고 대응력도 별로 없다는 해석이다.유해물질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유해물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직원과 인근주민에게도 알리고 공유할 때 사고 에방에 대한 의식도 높아지게 된다. 또 사고대책 매뉴얼로 인한 즉각적인 조치들이 가동되어야 사고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언제까지 후진국형 사고로 골머리를 앓아야 하나. 한시바삐 후진국형 사고에서 벗어나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안전에 대한 교육과 철저한 대비로 우리의 안전을 스스로 지키는 노력을 경주하여야 한다. 특히 감독기관은 엄격한 안전 관리와 감독에 대한 책임감을 통감해야 한다. 사고예방은 안전의식의 제고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19-07-11

日 무역보복, ‘포퓰리즘’으로는 못 막는다

일본의 일방적 무역보복으로 시작된 한·일 통상마찰의 심각성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일본은 북한을 걸고 넘어졌고, 문재인 대통령은 “더 이상 막다른 길로 가지 말라”고 일본에 경고했다. 일본의 공격에 무기력하게 당하고 있는 기업들은 한시가 급한데, 대통령은 총수들을 불러 ‘장기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일 통상마찰은 교졸한 ‘포퓰리즘’으로 넘길 수 있는 국내문제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일본의 권력과 여론을 동시에 움직일 수 있는 확실한 대안을 장만해야만 비로소 풀릴 개연성이 생긴다. 무역전쟁을 시작한 일본의 질주는 거침이 없다. 일본의 최대 공영방송인 NHK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 관계자가 한국이 사린가스 원료를 북한에 넘길 수 있다는 엉뚱한 얘기를 쏟아냈다고 한다. 수출규제 품목을 공작기계와 화학제품으로 확대할 움직임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일본이 주요 부품·소재의 수출대상국 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결정을 내리면 한국의 주요산업이 올 스톱될 수도 있다.일본이 한국에 쓸 수 있는 보복조치에 비하면 한국이 일본에 가할 수 있는 보복수단은 중과부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견해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일본의 조치에 ‘상응한 대응’을 재차 언급해 ‘강대강’ 대립 가능성마저 시사했다. 특히나 아베 정권이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무역보복을 하고 있다는 한가로운 시사해설은 사태해결에 도움이 될 접근이 아니다. 문제의 본질을 정직하게 인식하는 것이 순서다. 일본의 경제보복은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후 한일 위안부 합의 파기, 일본 수산물 수입 불허,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으로 축적된 불만이 밖으로 표출된 결과다. 문재인 정권이 일본을 인기영합주의의 먹잇감으로 쓴 사례는 적지 않다. 국회의장까지 나서서 일왕을 공격하는 포퓰리즘을 써먹었다. 역지사지하여 일본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한일 갈등의 원인 제공자는 한국정부일 수도 있다.대일외교를 험악하게 이끌어온 정책 이면에는 ‘대안’이 분명해야 맞다. 그런데 막상 상황이 벌어지자 문 대통령은 청와대 회의에서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애먼 기업인들이나 불러서 닦달하는 수준이라니 말이 되나. 소득주도성장·최저임금 폭증이 몰고 온 혹독한 경제난에 일본의 경제보복까지 겹치고 있는 판인데, 정부·여당의 대응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정말 걱정스러운 것은 ‘반일감정’을 들쑤시는 일부 진보 민심의 만용이다. 치가 떨리는 일본의 야비한 행태를 두둔할 이유는 추호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실사구시의 정신으로, 냉정한 이성과 철두철미한 지략을 동원해 난국 해결의 매듭을 찾아내야 한다. 새를 때려서 노래하게 할 비법이란 세상에 있지 않다.

2019-07-11

민간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지방 주택시장 배려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간택지 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발언한 이후 전국의 주택시장이 뒤숭숭하다. 시장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집값이 폭등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번에는 집값이 잡힐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수도권과 사정이 다른 대구·경북 등 지역에서는 장기적으로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해 시행과정에서 지역은 적용을 제외하는 등 배려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분양가 상한제는 지자체가 분양가심사위원회를 열어 개별 단지의 분양가 상한선을 정하는 방식을 말한다. 통상적으로 땅값과 정부가 정한 건축비를 합쳐 분양가를 결정하는데 집값을 시장이 아닌 정부가 결정하는 성격을 갖는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는 지난 2007년 도입됐지만, 주택공급 위축과 아파트 품질저하 등의 부작용 우려로 적용 요건이 크게 강화됐고, 2014년 이후에는 적용된 사례가 아예 없는 실정이다.정부가 이 같은 초강수를 꺼낸 것은 최근 서울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 주요인인 것으로 유추된다. 특히 지난해 집값 급등의 진원지였던 강남권 집값이 2주 연속 오른 것을 필두로 최근에는 강북까지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 결정적 원인이라는 분석이다.분양가 상한제가 초래할 부작용 중에 가장 위험한 것은 ‘부실공사’ 가능성이다. 일부 업체들은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싼 자재를 택하게 되고 결국 부실공사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결국 고정비·간접비 관리 등을 통한 내부 효율성 제고와 기술력 확보 등 타개책 마련이 시급하게 되지만 어디까지나 한계가 엄존한다.대구의 경우 올 하반기에 예정된 사업 가운데 72.2%가 도심권 내 재건축·재개발과 지역주택조합이다. 지역 부동산 관계자는 조합원의 이익을 높이고 신속한 정비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재개발·재건축의 일반분양가를 억제할 경우 조합원 이익도 상대적으로 줄어들어 정비사업의 심각한 침체 현상을 겪을 것으로 전망한다. 더욱이 3∼4년 이후에는 상승한 공사비용과 땅값 상승 요인 때문에 수익성을 맞추기 어려워져 전면 공급 중단 사태마저 빚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분양가에 프리미엄이 붙거나 자칫 로또청약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당장 분양가는 내려가겠지만, 장기적으로 집값 폭등 요인이 잠복해 있게 되는 셈이다. 서울 강남만 바라보고 펼쳐내는 부동산정책으로 인해 사정이 전혀 다른 지방의 주택시장이 왜곡되는 피해는 번번이 심각하다. 고약한 빈대도 반드시 잡아야겠지만, 초가삼간 걱정도 함께 해주는 것이 맞다. 정부의 정책 집행이 좀 더 섬세해져야 할 이유는 얼마든지 있다.

2019-07-10

‘치맥 페스티벌’, 축제 이상의 의미 담아내야

2019 대구 치맥페스티벌이 오는 17일부터 5일 동안 대구두류공원 일대와 평화시장 등 대구시내 일원에서 동시에 열린다. 지난해 100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다녀간 대구를 대표하는 여름 축제가 이제 개막을 예고하고 있다. 2013년 시작 때부터 30만 명 이상이 찾았던 이 행사는 해를 거듭할수록 방문객이 늘면서 지금은 대한민국 성공 축제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선정의 유망 축제로도 뽑혔다. 치킨과 맥주를 테마로 100만 명의 방문객을 불러들인 것만으로 놀라운 성과를 냈다 하겠다. 대구의 폭염(대프리카)과 치킨의 고장이라는 이미지가 잘 어우러진 이 행사는 이제 축제 행사 이상의 의미를 찾아내야 할 때가 됐다. 그래야만 축제로서 뿐아니라 대구 치맥페스티벌의 명성을 더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도 이런 점을 고려, 올해 행사는 치맥의 세계화와 동시에 ‘치맥 성지 대구’의 정체성을 알리는데 주력한다고 한다. 대구는 전국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업체의 다수가 태동한 곳이다. 교촌치킨, 멕시카나, 호식이 두 마리치킨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유명 치킨 브랜드의 본향이다. 6·25 전쟁 후 대구가 한국 계육산업의 중심지였던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대구 동구 평회시장의 닭똥집 골목 등이 지금도 성행하고 있는 것은 같은 맥락의 일이다.세계적 치맥 페스티벌을 꿈꾸는 대구로서는 이러한 역사성을 잘 읽고 치맥 축제의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하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세계에서 가장 큰 민속축제이자 맥주축제인 독일 뮌헨의 옥토버페스트는 186년째 이어져 오는 행사다. 민속축제라는 정체성을 부각하면서 열리는 이곳 맥주축제는 매년 평균 600만 명이 찾는 세계적 축제다. 행사기간 중 팔려나간 맥주가 평균 700만 잔을 넘는다고 하니 행사의 규모를 가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이 행사에 대해 우리가 벤치마킹할 점은 없는지 살펴보는 것도 대구 치맥축제를 업그레이드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축제는 보고 즐기는 문화적 가치를 넘어 지금은 산업적 가치도 동시에 추구하는 경향이 많아졌다. 대구 치맥축제가 세계화를 지향하는 것도 축제의 경제적 측면을 고려한 일이다. 관광산업 진작은 물론이거니와 연관 산업에 미칠 파장이 지역경제에도 많은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대구시가 단순 축제의 의미를 넘어 비즈니스나 관련 산업의 육성에도 축제의 포커스를 두고 있는 것은 잘한 일이다. 100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는 행사가 그리 많지 않다. 올해 7년째 맞는 대구 치킨축제가 더 성공하기 위해서는 축제의 의미를 확대 재생산하는 노력들이 있어야 한다. 다양한 콘텐츠의 개발과 연관 산업의 참여 유도가 그런 사례다. 대구 치맥 페스티벌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고 대한민국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 하기를 촉구한다.

2019-07-10

동해안 고수온 피해, 올해도 앉아서 당해야 하나

지구 온난화에 대한 심각성은 모두가 잘 알고 있다. 갑작스런 온도 상승으로 지구촌 곳곳은 가뭄과 홍수, 태풍 등으로 심한 몸살을 앓는다. 지구촌 한쪽은 물난리를 겪고 있는데, 다른 한쪽은 극심한 가뭄에 시달린다. 일부 지역은 어업과 농업의 기반이 졸지에 무너지는 일도 벌어진다. 지구촌 사람들의 현명한 대책이 있어야 할 때다.경북 동해안의 고수온 현상도 지구 온난화에 의해 일어나는 현상이다. 매년 되풀이되고 있으나 이에 대응하는 방법이 매우 더디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해마다 여름철이면 동해안 지역은 고수온 현상으로 어류들이 대량 폐사하는 피해가 발생한다. 어민들의 애간장을 태우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지구 온난화와 더불어 매년 늘어나는 물고기의 집단폐사는 2016년부터는 거의 폭증 수준이다. 2016년 8월11일부터 23일 동안 동해안에서는 81만2천여만 마리의 물고기가 폐사했다. 피해액이 8억2천여만 원에 이른다. 2017년은 64만여 마리, 작년에는 80만여 마리가 고수온 현상으로 집단 폐사했다. 불과 3년 동안 20억 원이 넘는 피해를 낸 것이다.올해도 경북 동해안 어민들은 고수온 문제로 걱정이라고 한다. 국립수산과학원 등 기상예보에 의하면 올 여름도 북태평양의 고기압 확장 등으로 우리나라 연안의 수온이 평년보다 1℃ 정도 높을 것이라 한다. 동해안 지역의 고수온 현상은 매년 기간이 늘고 피해 어가가 증가하고 있어 어민들의 걱정이 괜한 것이 아니다.정부와 지자체는 고수온 현상에 대응해 2017년부터 양식장 시설 현대화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적은 부진하다. 심해의 찬물을 끌어올리는 취수 라인을 설치하는 양식장 시설 현대화 사업에 참여한 어가가 전체의 4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다수 어가들은 규모에 따라 1억 원이 넘는 자부담이 부담스러워 선뜻 하기가 어렵다고 한다.히트 펌프 설치 사업도 마찬가지다. 경부 도내에 고수온 피해 예방 사업을 완료한 업체는 전체의 39%에 불과하다고 한다.지금 이 상태로라면 경북 동해안 어민들의 물고기 집단폐사 피해는 올해도 뻔 한 일이 된다. 눈 뜨고 앉아서 당한 꼴이다.경북도 관계자는 어가들의 소극적인 면이 피해를 자초하는 측면도 있다고 한다.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좀 더 적극적인 홍보와 설득으로 어민들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지원 규모를 늘려 사후 약 방문식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지금 세계는 인류의 최대 재앙으로 떠오를지도 모를 지구 온난화에 맞서 싸우고 있다. 1906년부터 2005년 사이 지구 온도가 0.74℃ 상승했다는 보고가 있다. 어종의 개체 변화가 일어나고 지구 온난화의 여파가 동해안에까지 이르고 있다. 행정당국의 발 빠른 대응만이 어민들의 피해를 줄여줄 수 있다.

2019-07-09

‘직장 갑질’ 감수성 낙제점… 인식 대전환 필요

오는 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이 예고된 상황에서도 우리 직장인들의 ‘직장 갑질’ 감수성이 낙제점인 것으로 조사됐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일까지 19∼55세 직장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직장 갑질 감수성 지수’를 조사한 결과, 평균 68.4점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는 등급으로 따지면 D등급(4등급)에 해당하는 낮은 점수다. 시대변화에 부응하는 국민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조사는 총 30개 문항에 관해 묻고, 동의하는 정도에 따라 1∼5점으로 답하게 했다. 그 결과 ‘갑자기 일을 그만둬버린 직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항목은 감수성 점수가 43.7점에 불과했다. ‘회사가 어려워도 임금은 줘야 한다’는 질문은 84.6점으로 감수성 점수가 가장 높았고, ‘상사가 화가 났어도 심한 언사(욕)를 하면 안 된다’, ‘아주 가끔이라도 모욕적인 업무지시는 불필요하다’도 점수가 높은 영역이었다.성별로 보면 여성이 70.99점으로 남성(66.41점)보다 감수성 점수가 높았다. 연령별로는 20대가 69.35점으로 가장 높았고 30대(68.94점), 40대(68.37점), 50∼55세(66.25점)로 갈수록 점수가 떨어졌다. 상용직(67.56점)보다는 비상용직(69.61점)의 점수가 높았고, 직급별로는 일반 사원급이 69.66점으로 상위관리자급(63.73점)보다 5.93점 높았다.조사 결과 갑질 감수성이 낮은 항목은 불시 퇴사에 대한 책임, 능력 부족 권고사직, 시간 외 근무, 부당한 지시, 채용공고 과장 순이었다. 이 같은 항목들에 대해 갑질을 하고 있다는 인식이 낮다는 것이다. 특히 70점 이하, 즉 D등급에 해당하는 항목으로는 휴일·명절 근무, 신입사원 교육 관련 강압성, 법정휴가 사용의 자율성, 휴일 체육대회·MT, 회식·음주 등이 포함됐다.지난해 조현민·양진호 사건 등 대형 갑질 사건이 터지고,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사회적 비판의식이 높아졌다. 한동안 모든 언론이 직장 갑질에 대한 뉴스를 쏟아내고 국민적 공분이 하늘을 찔렀다. 그러나 특별하게 환경이 개선됐다는 증거도 없이 흐지부지돼 버렸다. 조현민이나 양진호 사건은 그것이 특별한 횡포이기는 했지만, 주목을 받을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어서 그렇게 떠들썩했던 것으로 인식해야 한다.문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아니 드러낼 수조차 없는 ‘절대 약자’인 하위직 직장인들의 말 못 할 속사정이다. 곧 시행될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어느 정도 효력을 발휘할 지는 미지수이지만, 중요한 것은 직장문화 자체의 개선이다. 근본적인 해법을 위해서는 국민 인식 개선을 위한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어떻게든 ‘직장 갑질’이 모두 사라진 건강한 사회로 가야 한다.

2019-07-09

반대 서명 50만 돌파… ‘脫원전’ 실책 인정해야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 반대 서명에 참여하는 국민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위한 범국민서명운동본부(탈원전서명운동 본부)’는 지난 5일 오전 탈원전 반대 서명자 수가 50만 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탈원전으로 발전단가를 높여 놓고 전기료는 깎아준다는 식의 엉터리 계산법을 알게 된 국민이 늘어난 영향이라고 분석된다. 정부는 ‘탈원전’ 정책의 패착을 신속히 인정하고 거둬들이는 게 옳다. 탈원전서명운동 본부가 정책반대 서명을 받기 시작한 것이 지난해 12월이었으니까 서명 국민이 50만 명을 넘긴 것은 약 7개월 만이다. 특히 이달 2일 1천300명, 3일 2천300명, 4일 4천800명 등 폭염 속에서도 서명자 수가 급증하는 추세다. 이처럼 서명이 급속도로 늘고 있는 것은 탈원전 정책 폐기를 더 늦추면 안 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정부의 섣부른 탈원전으로 원전산업 생태계가 급속히 붕괴하고, 에너지 공기업들이 줄줄이 적자로 돌아섰다. 더욱이 전기요금 인상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UAE 원전 정비사업 계약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등 탈원전 부작용이 안팎으로 번지고 있다. 최근 들어 서울대 KAIST 등 전국 15개 대학 원자력공학과 학생들이 구성한 녹색원자력학생연대가 대국민 서명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도 반대 서명 급증의 요인이 되고 있다. 정부가 설명하고 있는 태양광 등 대체에너지의 효율성에 대한 환상은 국제적으로 완전히 깨어지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태양광 혹은 풍력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킨 대표적 지역인 독일, 미국 캘리포니아, 덴마크의 전기가격은 각각 51%, 24%, 100% 가량 폭증했다. 지난 10년 동안 모든 전원의 발전단가가 내려갈 이유만 있었는데, 유독 재생에너지 비중이 증가한 독일, 캘리포니아, 덴마크에서 전기가격이 상대적으로 크게 인상된 이유는 명확하다.원자력 에너지 강국으로 발돋움하던 한국은 어리석은 탈원전 정책으로 삽시간에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바보 나라가 되어버렸다. 이대로 가다가는 원전건설에 박차를 가하는 중국에 싼 전기를 팔아달라고 통사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탈원전 국가’한다고 폼 한번 잡은 죄로 ‘게도 잃고 구럭도 잃은’ 초라한 어부 신세가 돼가고 있는 나라 꼴을 제발 다시 돌아보라. 5년짜리 단임 정권이 이렇게 마구잡이로 국익을 박살을 내도 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품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더 이상은 안 된다. 정부·여당은 ‘脫원전’ 실책을 하루빨리 인정하고 대전환을 감행해야 할 것이다. ‘콩이 두부보다 비싸다’는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의 레퍼토리가 곱씹어지는 요즘이다.

2019-07-08

영남의 정신문화가 돋보인 서원의 세계유산 등재

한국의 서원 9곳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또한번의 쾌거가 있었다. 전 문화재 청장이었던 유홍준 박사는 “지난번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산사가 우리나라 불교 1천년의 문화유산이라면 이번 서원은 유교 500년의 문화유산을 드러낸 것”이라 했다.사학의 공간과 선열에 대한 존경의 공간이 함께 어우러진 문화유산은 세계에서 한국의 서원 밖에 없다고 높이 평가했다.우리나라 서원은 조선시대 대표적인 사학교육 기관이다. 한 때는 전국에 700군데가 넘는 서원이 난립해 일부 부작용을 일으켜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전국에 47개만 남게 됐다.그러나 사학기관으로서 학문적 사상적 영향력은 컸던 곳이다. 특히 경북은 유학의 본향이라 불릴 만큼 우리나라의 사상적 전통을 주도해 온 고장이다. 이번에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9군데 서원 가운데 대구와 경북에 소재한 서원이 5군데를 차지한 것은 이런 사상적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원의 효시가 된 경북 영주의 소수서원이 우리지역에 소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사상적 원류를 입증한다. 조선시대 최고의 사상가 퇴계 이황 선생의 삶과 철학이 녹아든 도산서원과 서애 류성룡 선생을 배향한 병산서원, 경주의 옥산서원, 대구 달성의 도동서원 등도 우리나라 최고의 서원으로 손색이 없는 곳이다.안동 병산서원과 경주 옥산서원은 2010년 세계유산에 등재된 역사마을(하회와 양동)에 이미 포함됐기에 이번 등재로 세계유산 2관왕이 되는 영광을 안았다. 경북 경주시는 옥산서원의 세계유산 등재로 우리나라에서는 최다 세계유산 보유도시가 됐다. 1995년 석굴암·불국사가 처음으로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뒤 경주역사유적지구, 양동마을, 옥산서원 등이 포함된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번 서원의 등재로 세계문화 유산이 14곳으로 늘어났다.빛나는 유산은 그 지역의 자랑일 뿐 아니라 지역 자존감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특히 학문을 수양하고 선현의 정신을 받드는 서원의 가치가 세계적으로 인정된 것은 그 고장의 정신적 문화적 우수성을 인정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서원의 세계유산 등재는 한국의 자랑이기도 하지만 대구와 경북의 입장에서는 한국의 정신적 뿌리가 이곳에 있음을 다시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유네스코 세계 유산 등재를 결정하는 세계문화유산위원회는 “성리학이 한국의 여건에 맞게 변화하면서 조선시대 성리학이 현재까지 교육과 사회적 관습 형태로 보존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우리민족의 사상적 본류가 영남권에서 시작해 그 명맥을 아직도 잇고 있다는 의미로 재해석해도 틀리지 않다고 본다. 이제 우리지역의 유교문화를 좀 더 체계화하고 대중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가 됐다. 그것이 통합 보존 관리하라는 세계유산위원회 권고도 지키는 일이 된다는 점 기억해야 할 것이다.

2019-07-08

‘지역사랑상품권’ 지역경제 활력 높이는 마중물 되길

불경기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지역의 경제 사정이 날로 위축되자 지자체별로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지역사랑상품권’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지역사랑상품권은 이를 발행한 해당지역에서만 사용이 가능해 사용한 만큼의 돈이 지역사회 및 지역경제에 스며들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특히 지역화폐 성격의 이 상품권은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으로 집중 사용됨으로써 지역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실질적인 매출 증대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지자체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지난해 전국 66개 지자체에서 3천714억 원 규모로 발행된 지역사랑상품권은 올해 2조 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라 한다. 참여 희망 지자체도 116개로 늘어날 것 같다. 이런 추세를 감안 정부도 발행액의 4%인 800억 원을 국비로 지원해 줄 계획이라 한다. 경북도내만 해도 포항시를 비롯 6개 시군이 지역사랑상품권을 발행, 운영하고 있다. 하반기는 구미와 영주, 예천, 봉화 등 4곳이 추가로 지역사랑상품권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지역에서 번 돈을 지역에서 돌게 하자”는 취지의 지역화폐 발행은 수도권으로 빨려가는 돈을 조금이라도 지역에 붙잡아 두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보자는 것이다. 최근 강원도에서는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장을 보러가는 원정쇼핑이 문제가 됐다. 강원도에는 대형할인점이 없고 서울 및 수도권과의 거리도 불과 1시간 정도여서 원정쇼핑이 유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경제 사정을 더 힘들게 한다는 소식이다.실제로 지역소득의 역외 유출은 심각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 산업연구원이 조사한 자료(2016년 기준)에 의하면 전국적으로 지역에서 유출된 소득의 규모가 99조 원에 달했다. 지역별로는 충남이 24조 원으로 가장 컸지만 경북도도 16조 원으로 전국 두 번째 규모로 많았다. 지역에서 열심히 일해 돈을 벌고는 서울 등지 대도시에 가서 돈을 쓴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지역별로 소득 격차가 날로 확대되는 경제 왜곡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은 매우 의미가 높다 할 수 있다.비록 아직은 규모가 작아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러나 이를 시민사회운동으로 확대하고 점차 그 규모를 늘릴 수 있다면 지역경제 활성화에 적잖은 도움이 되리라 본다. 포항시의 사례를 본다면 비교적 성공적아다. 포항시는 2017년부터 3년간 3천500억 원 규모의 포항사랑상품권을 발행했다. 이 중 발행액의 92.7%가 판매됐고, 판매액의 91.8%가 환전된 것으로 확인됐다. 상품권이 지역의 자금 순환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고쳐지지 않는 수도권 중심의 정책과 경제 상황에서 지역단위로 할 수 있는 일 중에 하나가 지역화폐 발행과 같은 일이다. 아직은 보완해야 할 점이 많으나 지역의 공동 노력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의 마중물이 되게 금 힘써야겠다.

2019-07-07

해양쓰레기 처리비용 중앙정부 전면지원 마땅

하염없이 해안으로 밀려드는 해양쓰레기 처리문제로 전국의 지방 정부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국 등 해외를 비롯해 국내외 어디에서 발생했는지 알 수도 없는 쓰레기들이 끊임없이 밀려와 연근해를 오염시키는 바람에 전국의 시군구들은 막대한 비용과 행정력을 쏟아붓고 있다. 해양쓰레기 처리는 열악한 지방 정부가 도맡기에 역부족이다. 정부가 나서서 비용만이라도 전면적으로 지원해야 마땅하다는 여론이다. 경북 동해안 시·군들이 해안으로 밀려드는 해양쓰레기 처리업무로 골치를 썩이고 있다. 동해안은 너울성 파도가 상시 일렁이는 바다의 특성상 다량의 해양쓰레기가 밀려든다. 포항지역만 하더라도 북구 송라면 지경리부터 남구 장기면 두원리까지 203.7㎞에 이르는 해안선에서 연간 300∼400t의 쓰레기를 수거하느라고 진땀을 흘리고 있다.지난해는 396.7t의 쓰레기를 거둬들였고, 이를 수거·처리하는데 9억 원이나 들어갔다. 올해는 9억6천950만 원의 예산을 편성했는데, 이 중 국비는 달랑 7.1% 수준인 6천885만 원뿐이다. 긴 해안선을 가진 영덕군과 울진군 등 경북 동해안의 다른 지자체들도 해양쓰레기 처리비용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재정여건이 포항시보다 열악한 이들 지자체는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시군구가 해양쓰레기 처리비용 부담에 시달리는 일은 전국적인 현상이다. 전북 군산시는 지난달 말 해양쓰레기 정화 행사차 지역을 방문한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군산 앞바다 해양쓰레기를 처리하는데 재정 부담이 크다”며 국비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문 장관은 “지방 보조를 늘릴 방안을 고민하고, 관계부처와도 협의하겠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해양쓰레기가 방치되면 바다생물(수산물의 관점)과 생태계에 피해가 발생하고, 어선의 스크루에 폐그물이 얽히는 등의 안전사고 위험도 높아진다. 지난 2일 강원 동해시 망상해수욕장 오토캠핑장 인근 해변에서 위험에 빠진 채 발견된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북방물개 소식은 해양쓰레기에 위협받고 있는 해양 생태계의 현실을 상징한다. 이 북방물개의 목에는 바다에 버려진 지름 16㎝ 크기의 비닐 팩 링에 목이 걸려 있었고, 이미 살이 썩어들어가고 있었다고 한다.정부는 지난 5월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79차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고 2030년까지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를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해양 플라스틱 저감 종합대책’을 심의·확정했다. 해양쓰레기 문제는 국제적인 문제이자 국가적인 문제다. 이 중차대한 문제의 처리비용을 여건이 열악한 기초지방자치단체에 온전히 떠넘기는 것은 적절치 않다. 정부가 해안에 연접한 시군구에 부담을 떠맡기는 불합리는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

2019-07-07

내년도 최저임금 ‘동결’도 고려해야

내년도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의가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더 이상 후퇴할 것이 없다는 경영계와 시급 1만원을 제시한 노동계와의 극한 대립이다. 3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8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들은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시급기준 8천원을 제출했다. 올해 최저임금(8천350원) 기준으로 4.2% 삭감한 수준이다. 사용자위원들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8천원으로 요구한 것은 지난 2년 동안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 경기부진,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부담 등을 고려한 것이라 했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 중앙회도 내년도 최저임금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했다.“최저임금을 주고 싶어도 못주는 상공인이 30%를 넘어섰다”며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구분 적용하는 장치를 마련하고 2020년 최저임금을 최소한으로 동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소상공인연합회도 입장은 비슷하다.현행 최저임금법상 내년도 최저임금 고시기한은 8월 5일이다. 행정 절차를 감안하면 7월 중순까지 최저임금이 의결돼야 한다. 시간이 촉박한 반면 경영계와 노동계간의 의견 차가 너무 크다.정부의 조정력이 얼마나 먹혀들지 모르나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것 같다. 현재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19.8%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근로자위원들은 “한국경제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 했다. 그러나 협상용으로 보기에도 지나친 느낌이 있다.우리나라는 최근 2년 동안 최저임금을 29.1% 인상했다. 5년 동안 60.3%가 인상한 것이다. 소득대비 한국의 최저임금은 OECD의 4위다. 반면에 노동생산성은 OECD 29위다. 생산성은 낮은데 임금만 인상하면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OECD도 한국정부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노동생산성을 꼽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2.8%로 잡았던 올해 경제성장률을 올 들어 두 차례 조정해 2.4%로 하향했다. 우리나라 경제사정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뜻이다.한 조사에 의하면 영세중소기업의 80%가 최저임금을 동결하거니 삭감을 호소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기업이 견딜 수 있는 적정 수준의 임금에 대한 보다 신중한 논의가 필요한 때다.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 2주년 인터뷰에서 최저임금과 관련해 “우리경제가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는지 적정선을 찾아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여권 내에서도 최저임금의 속도조절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장관도 최저임금의 속도조절을 언급했고, 여당의 중진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동결해야 한다”고 밝혔다.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우리 경제에 미친 부작용은 일일이 열거할 필요가 없을 만큼 많다. 고용시장이 위축되고 저소득층의 소득이 오히려 더 악화되는 결과를 양산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의 부작용을 잡고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다수의 국민도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와 고용에 충격을 주지 않는 선에서 결정되길 바라고 있다. ‘동결’도 수용할만 하다.

2019-07-04

정부, ‘北 목선 사건’ 봉합 급급… 동해안 안보 괜찮나

북한 목선(소형 어선)이 군경의 경계망을 뚫고 삼척항에 입항한 사건에 대한 정부의 합동조사 결과가 발표됐지만, 허점투성이 동해안 경계에 대한 미더운 대책은 오리무중이다. 정부 합동조사 결과, 사건 당시 군경·기관 간에는 상황 공유 및 협조조차 잘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가 처리 과정에 “축소·은폐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음에도 의심스러운 핵심 대목들은 여전하다. 동해안 지역민들은 이런 군경을 믿고 편안해도 되는지 참으로 걱정이다. 정부 발표내용은 변명과 책임 회피, 의혹이 뒤범벅이다. 육군이 운용하는 해안감시레이더와 지능형영상감시시스템(IVS)에 북한 목선이 포착됐으나 운용요원의 훈련 부족 등으로 그냥 지나쳤다는 것이다. 해안에 배치된 열상감시장비(TOD)도 먼바다를 주시하느라 정작 항구로 들어오는 목선을 발견하지는 못했다는 변명이다. 사건 초기 목선 발견 지점을 ‘삼척항 인근’이라고 발표한 데 대해서는 그럴듯한 해명 자체가 없다. 해경은 상황을 접수한 뒤 이를 해군 1함대에만 전파하고 지역 책임 부대인 육군 8군단과 23사단엔 하지 않았다. 합동참모본부에서도 해경에서 받은 상황보고서 수신 후 20여 분이 지나서야 지휘통제실에 내용을 전달됐다. 정부가 동해안을 책임진 8군단장을 해임하고 합참의장 등 주요 지휘관에 엄중히 경고하는 수준에서 사건을 매듭지으려는 것은 본질에 닿지 않는 가당치 않은 해법이라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정부의 합동조사는 외부기관 조사 없이 청와대와 국방부, 해경 등은 자체 조사만 진행했다. 그래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박한기 합참의장은 아예 조사하지 않았고, 국방부 브리핑에 몰래 참석한 청와대 국가안보실 행정관도 청와대 자체 조사에서 문제없다며 그냥 넘어갔다. 의혹은 산더미 같은데, 삽질 몇 번으로 마무리 지으려는 행태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목선을 타고 넘어온 북한사람들의 수상한 행색은 물론, 이들에 대한 유례없는 졸속 신병처리는 제대로 설명조차 되지 않고 있다.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사건 축소·은폐의 시발점이 아닌지 의문은 정부의 조사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전혀 가시지 않고 있다. 이 정도의 봉합책으로 국민 사이에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온갖 풍문들을 잠재우기는 어렵다. 정부의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도 없는 환경 속에서 동해안 지역민들과 국민이 어떻게 안심하고 잠을 잘 수 있겠는가. 국정조사를 통해 미심쩍은 부분들은 남김없이 규명돼야 한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무엇을 감추고자 했는지, 왜 그랬는지가 명명백백 밝혀져야 한다. 군경의 경계 시스템과 장비의 전반적 검토·개편이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정직한 정부보다 더 든든한 안보 시스템은 없다.

2019-07-04

태양광사업 곳곳서 마찰음… 지자체 허가 남발도 한몫

정부의 신재생 에너지 사업이 곳곳에서 마찰음을 내고 있다. 특히 태양광 사업은 산과 농토, 호수 등을 망가뜨리는 주범이라는 비판 야기와 함께 주민생활 침해 등 광범위한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탈원전을 기조로 한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서 비롯된 문제이기는 하나 허가를 담당하는 지자체의 무분별한 허가 남용도 한몫한다는 비판이다. 경북도내에서 가장 많은 태양광 발전소 허가가 난 상주시에서는 지난달 주민들이 대형 트랙터를 앞세워 시청을 찾아 시위를 벌이는 사태가 발생했다. 상주시의 경우 2017년과 2018년 2년 동안 무려 2천여 건의 태양광 사업이 허가가 났다. 올해도 현재 85건이 허가가 난 상태다. 발전용량만 무려 70만kW다. 상주지역 변전소만으로 전기를 모두 수용할 수 없다. 최근 충북 변전소로 송출하기 위한 전용선로를 깔면서 주민과의 마찰음이 더 커지고 있다고 한다. 주민들은 국민신문고 등 그동안 80여 차례를 민원을 제기했으나 당국으로부터 뾰족한 대책을 받아내지 못했다. 상주시는 지난해 9월 도시계획 조례를 제정, 태양광 발전소 건립 이격거리를 강화했으나 이미 상당수의 사업이 허가가 난 상태라 뒷북 조치란 비난을 듣고 있다. 주민들은 “태양광 발전소가 난립해 많은 비가 오면 빠른 유속과 토사유출로 도로침수, 농작물 피해, 주택 매몰, 저수지 침수 등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또 “전용선로를 깔면서 전주 404본과 전기맨홀 15개소를 새로이 설치해야 하므로 교통방해, 재산권 침해 등의 문제도 많다”고 했다. 지난해 청도군 매전면에서는 태양광 발전시설로 인한 산사태가 발생해 인근 도로가 17시간이나 차량통제를 받은 바 았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아찔한 사고로 기억된다. 태양광 사업은 문 정부 들면서 탈원전의 대안사업으로 등장하면서 허가를 남발하는 바람에 전 정권 때보다 무려 2배나 많은 신청이 들어 왔다. 제대로 검증도 않고 일선 행정기관에서 허가를 남발해 전국 곳곳에서 태양광 사업 관련 민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2030년까지 발전원 중 재생 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늘리겠다는 정부 정책 때문에 과속 추진하다보니 생긴 무리수로 분석한다. 한국농어촌공사가 정부의 신재생 에너지 정책에 발맞춰 전국 저수지 위에 수상 태양광 시설을 건설키로 한 사업이 최근 10분의 1로 축소됐다고 언론에 보도됐다. 주민들의 반대는 물론이요 생태계 파괴와 환경훼손 등의 적지 않은 문제로 정부투자 기관으로서도 감당키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무리한 사업추진으로 태양광 사업을 신청해 놓고 포기하는 사례도 많다. 또 노후 재테크원으로 뛰어든 사람도 적지 않아 향후 재산 손실 등의 또 다른 문제가 제기될 소지도 많다. 문제는 태양광사업 등 정부 신재생 에너지사업이 이런 문제로 몸살을 앓아도 거의 방치하다시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재생 에너지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지금이라도 찾아야 한다.

2019-07-03

민주당 ‘포항지진 특별법안’ 발의키로… 속전속결 기대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 및 피해보상 방안에 관한 포럼이 서울에서 열린 가운데, 입법권을 가진 특위의 여야 합의 구성을 주장하던 더불어민주당이 포항지진 특별법 자체 법안을 발의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정치적 흥정거리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지진 특별법’ 제정이 급물살을 타게 될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하지만, 정치권의 속사정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피해지역민들의 애타는 심사를 깊이 헤아려 여야는 바람직한 결과를 하루빨리 도출해내야 할 것이다. 특위를 만들어 여야 합의로 법안을 만들자는 주장을 굽히지 않던 더불어민주당의 포항지진 특별법 자체 법안 밑그림이 나왔다. 민주당 홍의락(대구 북을) 의원이 이번 주 내에 대표발의할 이 법안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산자위)에서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포항지진 특별법과 함께 병합 심사될 것으로 예상된다.민주당 포항지진 특별법 내용을 살펴보면 크게 포항지진 진상조사 및 피해구제위원회 구성, 포항지진 진상조사, 포항지진 피해구제 및 지원 등으로 분류돼 있다. 우선 포항지진 진상조사 및 피해구제위원회 구성과 관련해선 국무총리 소속으로 포항지진 진상조사 및 피해구제위원회를 두는 내용이 담겨 있다. 위원 중 3명은 국회에서, 3명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사람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명시했다. 위원회는 구성일로부터 1년 내에 활동을 완료하고, 한 차례만 활동 기간을 3개월 연장할 수 있다.민주당 안은 피해자의 신청이나 직권으로 포항지진에 대한 진상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포항지진의 원인 및 책임소재에 대한 규명, 지열발전사업 추진과정의 적정성 조사, 포항지진 관련 법령·제도·정책·관행 등에 대한 개혁 및 대책수립 등이 조사범위에 포함된다. 위원회 조사 결과 및 조사한 내용에 범죄혐의가 있을 경우 검찰총장에게 고발하고, 혐의에 상당한 개연성이 있을 때는 수사기관에 수사를 요청하기로 했다.그러나 포항지진 진상조사 및 피해구제위원회 구성을 놓고 여야 간 진통이 예측된다. 한국당은 독립기구로 두자는 주장인 반면, 민주당은 국무총리실 소속으로 두자는 입장으로 큰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더구나 산자위 내에서도 여야 간 중점법안이 많아, 포항지진 특별법이 신속히 논의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각 정당의 법안 안에 웅크리고 있는 모종의 정치적 목적과 상대 당 법안에 대한 의심이 배제되지 않은 한 논의는 지지부진할 가능성이 높다. 포항지진 특별법을 놓고 정쟁의 먹잇감으로 삼는 것은 지진피해자들의 처지를 더욱 곤경으로 몰아가는 잔인한 칼질이다. “포항지진을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말아달라”는 지진피해주민들의 절규를 제발 가슴으로 들어주길 여야 정치권에 호소한다. 포항의 깊은 아픔을 진심으로 깨달아 속전속결의 자세로 특별법 제정에 임해주기를 거듭 당부한다.

2019-07-03

또 멈춰선 도시철도 3호선…가볍게 볼 일 아니다

하늘 열차라 불리는 대구 도시철도 3호선에서 열차가 멈춰서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 지난 30일 오전 10시 23분께 용지역 방향으로 운행하던 도시철도 3호선 열차가 제동장치를 제어하는 전자부품 고장으로 남구 건들바위역으로 진입하기 직전 갑작스레 선로 위에 멈춰섰다고 한다. 사고 열차는 안전 요원에 의해 수동 조작돼 2분 만에 건들바위역에 도착, 승객들을 모두 하차시켰다. 승객들이 하차해야 하는 불편은 있었으나 그나마 별다른 사고가 없어 다행이다. 그러나 지상 11m 상공을 오가는 3호선 열차의 사고는 일반적인 열차가 고장을 일으키는 것보다 높은 불안감을 안겨 준다. 비록 2분의 짧은 시간이라 하지만 탑승한 시민들이 느껴야 했던 불안감은 공포감이나 다름없다.무인 운영하는 모노레일의 도시철도 3호선은 개통 전부터 안전문제가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전국 처음으로 운행하는 모노레일 열차에 대한 안전성을 확보해 달라는 시민단체 등의 요구도 많았다. 그러나 안전성, 편의성, 경제성을 내세워 도시철도 3호선은 지금까지 비교적 성공리에 운영해 오고 있다. 하지만 최악의 지하철 참사를 경험했던 대구로서는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난해 도시철도 3호선은 3번의 사고로 열차가 멈춰서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해 3월에는 갑작스레 내린 폭설로 선로가 얼어 전동차가 멈춰 섰다. 지난해 7월에는 전동차 전기관련 설비에 문제가 생겨 열차가 멈추는 일이 발생했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공단을 출발해 칠곡경대병원역으로 가던 열차가 팔달역에 진입하자마자 멈춰 섰다. 이 사고로 3호선이 4시간 동안 올스톱 되는 일이 일어났다. 승객 180여명이 중도 하차하고 다른 교통 수단을 이용해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대구 유일의 지상철인 3호선은 상공 위를 다니는 하늘열차란 별명으로 대구가 자랑하는 것 중 하나다. 도시의 생동감을 더해주는 도시철도로서 시민 모두가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그러나 안전 문제만은 절대 소홀히 할 일이 아니다. 작은 사고가 모이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법이다.대구시민이 자랑하는 도시철도 3호선의 안전성 확보에는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하철 사고로 안전도시의 이미지가 깨어진 대구를 전국 최고의 안전도시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특히 지상을 오가는 도시철도 3호선의 안전은 도시의 이미지와 함께 한다는 사실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간단한 사고라 해서 가볍게 볼 일이 결코 아니다. 철저한 점검으로 100% 무사고 운행을 달성해야 할 것이다.

2019-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