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박영선·김연철 두 장관을 포함, 진영 행정안전부·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까지 모두 5명의 신임 장관에게 임명장을 전달했다. 대통령의 오기(傲氣) 인사는 두 장관 후보자의 낙마로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일은 충분하다는 판단의 산물인 듯하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두 명의 낙마는 나머지 코드인사의 성공을 위한 사석(捨石)작전의 일환이 아니었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야당의 반발은 심각하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결사의 각오로 저항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 독재의 역사를 새로 썼다”고 맹비판하고 “한국당은 결코 문재인 정권의 일방적, 독자적인 밀어붙이기식에 굴복하지 않고 지혜로운 국민들과 함께 오늘을 잊지 않고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천안함 폭침 사건을 ‘우발적 사건’이라고 했고,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은 ‘어차피 겪었어야 할 통과의례’라는 소신을 피력했었다. 그는 특히 대북 제재 해제에 적극적인 인사로 통한다. 박영선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은 아들의 이중국적, 정치자금법 위반, 미국 변호사인 남편의 소송 수주 문제 등이 제대로 검증되지 못했다.
청와대의 인사 검증시스템이 허술하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논란이 불거질 적마다 개선한다고 했지만, 이번 사례에서 보듯이 여전히 하자투성이다. 정말 심각한 문제는 국회의 장관인사청문회가 무의미한 통과의례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청와대마저 ‘참고사항’이라고 했다가 ‘검증의 완결’이라고 했다가 오락가락하고 있는 판이다.
청와대의 장관 임명강행은 야당의 사퇴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청와대의 국정 장악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의 소산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삼권분립 정신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 가운데, 국정의 무한책임을 지고 있는 정부·여당이 국회의 인사청문회마저 무용지물로 만드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법률생산공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나라가 온전할 리 없다. 뭐든 자기들 마음대로 하면서 야당의 협조를 설득할 명분은 도대체 어디에서 찾을 셈인가. 캄캄한 하늘 아래에서 민생고에 한없이 시달리고 있는 국민들은 어찌 살아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