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희숙 혁신위가 첫발을 떼자마자 좌초 위기에 놓였다. 윤 혁신위원장은 지난 13일 당 출입기자들과 만나 ‘1호 혁신안(대국민 사죄 당헌·당규 수록)’과 관련해, “당이 여기까지 오는데 많은 잘못을 한 분들이 이제 개별적으로 사과해야 한다”면서 “더 이상 사과할 필요도 없고 반성할 필요도 없다고 말하는 이들은 당을 죽는 길로 다시 밀어 넣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들은 인적 쇄신의 0순위“라고 비판했다.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나경원·장동혁 의원 등 구주류 인사들이 ‘1호 혁신안’에 대해 “언제까지 사과만 하느냐”고 반발한 것을 염두에 둔 작심발언으로 보인다. 나 의원은 최근 “의견수렴 없는 혁신안은 갈등과 분열을 되풀이하는 자충수다. 계엄에 대해서는 이미 사과했고, 윤석열 전 대통령은 이미 탈당했다”고 했고, 장 의원도 “언제까지 사과만 할 것인가. 서로 남 탓만 하는 내부총질 습성부터 고쳐야 한다”라며 혁신안을 직격했다. 두 사람 모두 당 대표 출마 가능성이 있어, 당내 강경파 지지를 얻기 위한 전략성 발언이라는 말도 나온다.
두 의원에 대한 윤 위원장의 작심비판으로 미루어, 혁신안을 둘러싼 당내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 내홍이 증폭될 경우, 윤희숙 혁신위가 다음달 전당대회 때까지 순항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윤 위원장은 1호 혁신안 외에도 인적 쇄신의 제도화를 위해 ‘당원소환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당원소환제는 당원들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지도부 등을 임기 중에도 해임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상당히 강도 높은 혁신안이다. 문제는 이러한 제도를 현실화하려면 당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는 지도부 벽을 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원 소환을 통한 강제적 인적 쇄신이 가능하려면 비대위 추인과 전국위원회 의결 등 높은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앞서 김용태 비대위원장이 인적 청산 문제로 당 지도부와 충돌하다 좌초한 전철을 윤희숙 혁신위가 그대로 밟는다면 국민의힘은 외연 확장은 고사하고 존립마저 위태롭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