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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서양화가 김익선 개인전

(재)포항문화재단은 오는 28일까지 포항시립중앙아트홀 1층 전시실에서 ‘2021 포항우수작가 초대전’의 일환으로 서양화가 김익선 작가의 개인전을 연다. 김익선 작가는 포항에서 태어나 평생을 지역의 애환과 함께하며 화가로서의 뼈대를 가꿔온 토박이 예술가다.올해 회갑을 맞은 김 작가는 지난 30년간 고등학교 미술 교사로 봉직하며 자신의 전공인 서양화 작업에 꾸준히 정진해온 중견화가로 독특한 예술세계를 구축해왔다.김 작가는 유화 물감 특유의 덧칠하는 맛을 살려 견고한 터치로 화면을 구성하는 아카데믹한 화풍을 선호한다. 포항 주변의 풍경인 바다와 교외의 아름다운 자연 등을 대상으로 향수자의 감성을 자극하며 서정적으로 해석해내는 작업방식을 취한다. 구도를 보는 안목과 이를 해석하는 방식도 튼튼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자연의 질서를 존중하며 그 안에서 작가의 내면을 진솔하게 담아내려 노력한다.때로는 고풍스런 정물이나 목련을 소재로 작업의 변화를 추구하고 일상의 사물과 풍경을 통해 조형적 실험정신을 담아내기도 한다.이번 전시는 정년퇴임을 한 해 앞두고 그간의 화업을 결산하는 의미를 담아 펼치는 첫 번째 개인전이다.‘대보 가는 길’‘구룡포 선착장’‘물 그림자’‘산동네’ 등 30여 점의 출품작들은 진실한 모습으로 대상을 바라보고 그 내면의 감동을 진실하게 화폭에 담아내는 깊이있는 예술가의 진면목을 만나볼 수 있다.김익선 작가는 동국대 미술학과를 졸업하고, 일본의 후쿠야마와 중국 연길 국제미술교류전 등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한 바 있으며, 경북미술대전과 신라미술대전에서 수상한 바 있다. 일본 후쿠야마 시립미술관, 포항시의회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한편, ‘포항우수작가 초대전’은 지역 예술계와 동반 성장하고자 우수작가에게 전시의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민에게 수준 있는 관람 기회를 제공하는 포항문화재단의 기획전시 프로그램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1-22

‘미술, 수집과 동시대 이슈’ 2021 POMA 아카데미

포항시립미술관(관장 김갑수)은 27일부터 12월 11일까지 3주간 매주 토요일 미술관 세미나실에서 ‘2021 POMA 아카데미-미술, 수집과 동시대 이슈’를 개최한다.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매년 열리는 포마(POMA·Pohang Museum of Steel Art) 아카데미는 문화·예술 분야의 다양한 전문가를 초빙해 시민들이 미술관 기획전시는 물론 미술과 예술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이번 POMA 아카데미는 미술품 수집과 유통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반영해 미술품 수집의 역사부터 미술시장 형성 배경 그리고 오늘날 동시대 미술시장의 이슈인 아트테크부터 NFT까지를 폭넓게 다룰 예정이다.총 3차 강연으로 진행되며 1차 강연(11월 27일)에는 전 국립현대미술관 미술품수장센터 운영과장인 장엽 연구관이 ‘미술품 수집의 역사: 국립현대미술관 사례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POMA 아카데미의 시작을 알린다. 2차 강연(12월 4일)은 서진수 미술시장연구소 소장의 ‘미술품 소비시대와 미술시장 호황기’로 진행되며, 3차 강연(12월 11일)은 주연화 아라리오갤러리 총괄 디렉터로부터 ‘동시대 미술시장 이슈: 아트테크로부터 NFT까지’를 통해 현재 주목받고 있는 미술시장의 이야기를 들어본다.POMA 아카데미 신청은 시립미술관 홈페이지(www.poma.kr)에서 할 수 있으며, 강좌별 30명 선착순 사전예약으로 운영된다. 문의 (054)270-4706./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1-22

“신라화원 동궁과 월지는 삼국 문화 종합선물세트”

“경주에는 아직도 많은 역사의 수수께끼가 숨겨져 있습니다.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신라의 문화와 예술을 공부해보면 어떨까요?”재미있는 말솜씨와 탄탄한 지식으로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세간의 평가는 과장이 아니었다.지난 20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역사 강사 최태성의 강연회 ‘아름다운 신라 화원 동궁과 월지’에 참석한 이들은 “새로운 역사적 사실과 함께 신라 유적의 가치를 알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안압지에서 월지까지’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강연회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친 300명의 시민들이 초대됐다. 초등학생부터 70대 어르신들까지 강연회를 찾은 이들의 연령층은 다양했다. 최 강사의 인기를 실감하게 해준 모습이었다.강연회에는 주낙영 경주시장, 서호대 경주시의회 의장, 경북도의회·경주시의회 의원들도 다수 참석했고, 행사를 주관한 본사 최윤채 대표도 자리를 함께 했다. 주 시장과 서 의장, 최 대표는 축사를 통해 “동궁과 월지 등 수많은 역사문화 유적이 있는 경주를 더욱 사랑해주길 부탁드린다”는 말을 참석자들에게 전했다.“역사는 사람을 만나는 인문학”이라며 강연을 시작한 최태성 강사는 “어떤 것에 대한 평가는 그것과 깊은 관계를 맺은 후에 하는 것”이라며 동궁과 월지를 포함한 신라 유적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했다.안압지(월지)를 조성한 문무왕에 얽힌 에피소드와 1970년대 발굴 당시의 이야기를 들려준 최 강사는 동궁과 월지를 “삼국통일을 이룬 신라가 고구려와 백제의 건축 기술까지 더해 만들어낸 삼국 문화의 종합선물세트”라고 평가했다.동궁과 월지에서 거문고를 연주한 헌강왕의 낭만적인 일화, 신라의 마지막 왕인 경순왕과 고려 태조 왕건이 월지에서 만났던 일을 이야기할 때는 객석에서 웃음과 아쉬움의 탄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동궁과 월지는 통일신라의 시작과 끝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유적이다.최 강사는 월지 발굴 현장에서 쏟아져 나온 기와와 나무배, 주령구와 남근목 등을 설명할 때는 영상자료를 활용해 강연회에 참석한 이들의 주목도를 높이기도 했다.“지금처럼 높은 건물이 없던 통일신라시대엔 안압지에서 황룡사 구층목탑이 보였을 것이니, 동궁과 월지는 신라 최고의 전망을 가졌던 곳”이란 말에는 동의와 호응의 박수도 나왔다.강연 참석자들은 월지의 물을 깨끗하게 관리하기 위해 1천300년 전 만들어진 수로와 신라인들의 높은 생활수준을 보여주는 각종 유물에 대한 이야기에도 관심을 보였다.“역사의 퍼즐이 제대로 맞춰지려면 후손들의 지속적인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로 강연을 마친 최태성 강사는 자신을 기다려온 100여 명의 참석자들에게 사인을 해주기도 했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1-11-21

사유·치유의 시간… 원로 서양화가 노선호 개인전

자연에서 체득한 사유와 치유의 메시지를 시각적 언어로 전달하고자 하는 원로 여류 서양화가 노선호(73) 개인전이 23일부터 28일까지 대구 대백프라자갤러리 B관에서 열린다. 네 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서 노 작가는 대상의 물성과 현상에 대한 관찰과 해석으로 전개된 사실적, 인상적으로 표현된 작품들과 내면적 감정과 느낌을 살린 주관적 색채 표현의 작품들을 선보인다.‘봄의 교향곡’, ‘환타지아’, ‘길’시리즈, ‘꽃의 성찰’, ‘숲 이야기’, ‘나의 가족’ 등에서 자연과 인간에 대한 공존의 이야기를 보여주고자 하며 사유와 치유의 시간과 공간을 제공하고자 한다.‘길’ 연작은 아련한 기억이 실려 있고 삶의 영욕을 묻어두고 있으며 순수하고 행복했던 시절로 우리를 안내하고 있다.한국교육미술협회·학회 윤백만 이사장은 “노 작가의 작품에는 제한되거나 머무르지 않고 새로움에 대한 시도와 미지의 세계를 향한 동경으로 생명력의 신비와 경이로움을 담아내고자 한다”고 평가했다.노선호 작가는 달서구미술협회 우수작가상 선정(2020년), 대한민국미술대전 구상부문 입선 2회, 신조형 미술대전 우수상 등의 수상 경력이 있으며 부산지방법원 예술법원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1-21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양성평등 실현하자”

경북여성정책개발원(원장 하금숙)은 ‘양성평등 경북’ 실현을 위해 최근 ‘2021년 경북 양성평등 알리오 1, 2차 토론회’를 온라인(Zoom)으로 개최했다. 알리오단은 여성단체 회원, 청년, 교수 등으로 구성됐으며, 경북의 양성평등 현실을 진단하고 향후 비전을 제시해 양성평등 문화 확산에 앞장서는 역할을 한다.이날 토론회는 ‘경북 지역의 양성평등 이슈’를 주제로 홍희정 한국주택금융공사 부연구위원이 좌장을 맡았으며, 1차 토론회는 ‘기업의 성별 다양성 및 포용성 제고 방안’에 대해 강현아 젠더노동연구소 대표와 강지연 도란도란 군위 자두방 대표의 발표로 진행됐다.2차 토론회는 ‘세대별 양성평등 문화를 논하다’는 주제로 김인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명예부연구위원과 김중길 부산대학교 법학연구소 연구교수가 발표했다.토론회는 양성평등 전문가들의 발표와 알리오단 및 다양한 분야 참가자들의 열띤 토론의 장을 마련한 것에 의의가 있다는 호평을 받았다.하금숙 경북여성정책개발원장은 “이번 토론회가 경북 기업의 양성평등 제고 방안에 대해 논의하며, 세대별 양성평등 문화를 확산시키는 성평등 관점의 정책 제안과 발전 방향을 모색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전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1-21

“나만의 향초 만드는 작업 매력적이죠”

“캔들 공예는 기본적으로 좋은 향기와 함께하는 고요한 작업입니다. 캔들을 만들면서 기다림이 주는 즐거움도 함께 배우는 것이지요. 자기만의 디자인된 캔들 작품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만든 캔들이 굳을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을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잠시나마의 여유로 힐링을 느끼셨으면 합니다.”머무르고 싶은 따뜻한 공간, 향기로운 공간을 만들고자 디자인 및 금속공예를 전공한 포항의 캔들 공예가 윤승빈(28) 씨는 그 디자인 감각을 살려 문화예술창작지구 꿈틀로 내에 캔들 공방 ‘배러 댄 센트’를 열었다. 전공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아오며 금속공예, 소도구 제작 등 다양한 공예 분야를 두루 섭렵한 그는, 디자인 및 공예에 관한 폭넓은 노하우와 경험을 바탕으로 공방 수강생들과 향기를 나누고 있다. 그의 작품은 ‘배러 댄 센트’라는 브랜드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기도 하다.본인의 캔들 공방에서 자정까지 작업과 연구를 한다며 독특한 아티스트의 면모를 보여주는 그는 캔들의 온기를 닮은 따뜻한 예술가였다. 지난 20일 그를 만나 나눈 이야기를 정리한다.-금속공예 등 다양한 공예 분야를 두루 섭렵했다. 캔들 공예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캔들 공예를 처음 접하게 된 건 일상 속 휴식을 원해서였다. 학창시절부터 이어오던 금속공예를 생활여건 때문에 잠시 중단하고 일반 회사생활을 하며 일상을 지내 오던 중 단일화된 하루하루에 무료함을 느끼게 되었고 유일한 휴식처인 집을 꾸미는 홈인테리어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시각뿐만 아니라 후각으로도 공간의 변화를 가져다주는 캔들에 자연스레 관심을 품게 되어 나만의 캔들을 하나씩 둘씩 만들다가 어느덧 공방 창업까지 이어지게 되었다.-캔들 공예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수강생들은 원하는 향초를 디자인하고, 제작을 거쳐 기다림 끝에 완성한 작품을 마주하는 모든 과정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해낸다. 집중력과 인내심을 요하는 이 작업은 쉴 틈 없이 바쁜 일상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시간을 만들어주기도 한다.-자신의 브랜드 ‘배러 댄 센트’ 작품의 특징을 소개한다면.△편안함이라 생각한다. 저는 작품을 만들 때 작품을 놓을 공간을 먼저 생각하곤 한다. 캔들은 눈으로도 작품을 즐기지만, 향으로도 즐기기 때문에 공간 전체가 작품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어디든 두어도 편안하고 안정되는 작품을 제작하려고 한다.-그동안의 작품 활동을 소개한다면.△청년작가로 활동하며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아 다양한 단체 전시회에 참여하게 되었다. 꿈틀로 작가분들과 같이 협업하여 진행한 연합회전 전시부터 꿈틀로 내에 위치한 문화공작소 청포도다방에서 환경보호를 주제로 작품전시를 하기도 하였다. 개인 작품 활동 후 남은 왁스와 일회용품을 재활용하여 제작한 작품들로 자연의 회복에 대한 행동적 의미를 전달하고자 하였다. 이 전시 이후 저 스스로 환경에 대한 반성과 깨달음이 컸기 때문에 의미가 깊은 전시회였다. 지난 10월 2일부터 30일까지는 포항의 공예 작가들이 모여 ‘일상을 유혹하는 공예’를 주제로 송도수협갤러리에서 전시를 진행했다. 캔들뿐 아니라, 와이어 공예, 데코파쥬, 석고, 테디베어 등 다양한 공예작품을 전시해 송도 바닷가에서 예술 산책을 즐겨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로 호평받았다. -나만의 향초를 만들 수 있는 원데이 클래스가 인기가 많은데.△취미반, 자격증반, 원데이 클래스반을 소개하면 어떨까 한다. 원데이 클래스의 경우 캔들을 한번도 접해보신 적이 없는 분이라도 하루 만에 자신만의 캔들을 만들어 볼 수 있는 과정이다. 같은 재료 같은 모양이라도 수강하는 분들마다 각각의 개성을 나타내어 작품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작품의 영감을 얻기도 한다. 취미반 과정의 경우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 후 대부분 조금 더 캔들의 매력에 빠지게 된 분들께서 수강 신청을 해주곤 한다. 총 4회 과정으로 원데이 클래스에서 배우지 못한 캔들 제작과정과 특성에 대해 세부적으로 알아가며 진행하는 수업이다. 마지막으로 자격증반 과정의 경우는 저와 같이 캔들 공방을 창업하거나 전문적으로 캔들 작품을 제작하고 싶은 분들이 받게 되는 과정이다. 캔들 공예에도 한국 양초공예협회에서 발행하는 민간자격증이 존재한다. 총 8주의 교육과정을 거쳐 자격증을 얻게 되는 수업이다.- 캔들 공예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한마디.△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하루쯤 시간을 내어 캔들 공방에 들러 수업을 수강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기다림이 주는 편안함과 코끝에 스치는 향이 주는 분위기에 일상 속 힐링을 즐겨보셨으면 좋겠다.-앞으로 계획이나 포부가 있다면.△다양한 사람들의 공간을 채우는 향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또 하나의 꿈이 있다면 저처럼 청년작가를 하고 있거나 다양한 여건으로 인해 꿈을 포기하는 친구들과 함께 다양한 작업과 합동 전시회를 이루어내고 싶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1-21

정치 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정치와 사상

‘한나 아렌트와 차 한잔’(한길사)은 현대의 대표적 정치철학자 중 한 사람으로 공공성의 문제를 탐구했던 한나 아렌트(1906∼1975)의 사상 안내서다. 한국아렌트학회 회장인 저자 김선욱 숭실대학교 철학과 교수는 책에서 시대를 통찰한 아렌트의 주요 학문적 논의를 개괄하고 그의 사상과 저서 전체를 거시적 관점에서 조망할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한다.저자는 아렌트의 정치 개념을 개괄적으로 소개한 뒤 아렌트 정치사상에서 정점이라고 평가되는 ‘판단’ 문제를 다룬다. 이어 아렌트가 유대인으로서 고민한 사안과 그녀가 정초한 ‘악의 평범성’ 개념의 의의를 살핀다.저자는 아렌트의 이론을 현대 한국사회에 비춰 2016년 촛불시위의 혁명성을 해석하고, 물질만능주의에 스며있는 전체주의적 망령을 꼬집기도 한다.이 책은 아렌트가 말한 정치의 개념으로 시작해 정치가 언어·경제·철학과 갖는 관계를 알아보고, 정치가 갖는 세계 내의 의미를 통해 아렌트 사상의 핵심인 자유와 권력 개념을 설명한다.부록으로 아렌트가 박사학위 논문을 보완해 출간하려 했으나 간행되지 않은 글 ‘사랑 개념과 성 아우구스티누스’가 실렸다.김선욱 교수는 “아렌트를 이해하려고 할 때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그를 정치적 사유의 깊이로 끌어들인 근본 경험들”이라며 “이러한 지식 없이는 아렌트 정치사상의 깊은 곳에 흐르는 방향성을 놓치는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말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1-18

글로벌 패권 대전환 시대 ‘한국의 선택’

중국과 미국의 패권경쟁으로 21세기 글로벌 패권의 대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날로 뜨거워지는 거대세력의 충돌 틈바구니에서 한국은 미래에 대한 지혜롭고 진취적인 새로운 출구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새 책 ‘한국의 선택’ : 한미동맹의 새로운 동반자, 러시아’(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에서 미래학자인 저자 김태유·이대식 서울대 교수는 과거 상업혁명과 산업혁명의 과정에서 세칭 선진국들의 ‘선착의 효’가 현세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듯, 한국의 선진국 도약을 위해서는 러시아와 손을 잡고 ‘북극항로’를 선점해야 한다고 말한다.한반도에 들이닥치고 있는 미·중 갈등의 대격변에서 한국이 판도를 이끌고 가는 능동적 중개자로서 새로운 판을 만들어가는 패권국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러시아의 동반자 관계로의 전략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태유, 이대식 대표 저자들은 ‘총론’에서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 강대국에 둘러싸인 네덜란드가 세계 경제의 패권을 장악했던 비법을 살펴보고 한국이 주변 강대국 간 경쟁의 희생양이 아닌 패권국으로 부상할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한다. 저자는 17세기에 소국 네덜란드가 패권 국가가 될 수 있었던 요인으로 물류 장악력, 기술력, 그리고 개방적 포용력 등을 들고, 21세기의 한국 또한 이 세 가지 힘을 갖춘다면 과거의 잔혹사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총론’에 이어 4부로 구성된 본문에서는 새로운 물류, 새로운 기술, 새로운 개방성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지를 현재적 시점에서 논한다. 한국과 러시아의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정보통신기술, 과학기술, 관광, 방산, 가스, 문화 등 각 분야 러시아 전문가들의 분석과 제안을 모아, 지경학, 에너지, 물류와 기술, 인적·문화적 교류 네 부문으로 분류하고, 한국과 러시아 협력의 효과와 그 가능성을 짚어본다.1부 ‘한국의 지경학적 딜레마를 풀어갈 파트너, 러시아’에서는 러시아가 추진하고 있는 유라시아 동서회랑 완성을 위한 극동개발 및 유라시아 최적의 파트너가 한국이며 동시에 한국에 러시아도 북방정책, 북한의 비핵화, 미·중 갈등에서의 출구 등 주요 난제를 해결하는 데 유력한 동반자가 될 수 있음을 밝힌다.2부 ‘한국 미래산업의 자양분이 될 러시아의 에너지’에서는 장차 한국의 미래산업에 필요한 러시아의 풍부한 광물, 천연가스 및 전력을 활용할 방안을 논의한다.3부 ‘한국에 물류와 기술 패권을 안겨줄 파트너, 러시아’에서는 해상 물류, 과학기술 및 정보통신기술, 4차 산업혁명, 방산 부문 등, 구체적인 산업과 기술 부문에서의 한러 협력을 다룬다.4부 ‘한국과 인적· 문화적 교류가 가능한 최적의 파트너, 러시아’에서는 러시아의 창의적인 인적 자원, 다민족에 대한 수용성, 문화 및 관광 부문 교류 현황, 인구 변화에 의한 상호보완성 등 한국과 러시아 간의 문화적· 인적 협력 가능성을 살펴본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1-18

30여년 판사경험 바탕 현직 법조인이 말하는 ‘한국 법정 이야기’

‘판사에게는 당연하지만 시민에게는 낯선 법의 진심.’30여 년 동안 법복을 입고 재판을 해온 박형남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법정에서 못다 한 이야기’(휴머니스트)라는 제목의 재판 관련서를 펴내 화제다.지난 2017년 세상에 드러난 사법농단 사태와 ‘화천대유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권순일 전 대법관 문제 등 최근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부정여론이 높은 가운데 발간된, 일반인을 위한 현직 부장판사의 책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전북 전주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해 1988년 서울형사지방법원 판사로 임관한 이래 각급 법원에서 다양한 재판 업무를 두루 담당해 온 박 부장판사는 이 책에서 일반인은 잘 알지 못하는 판사들의 사고방식과 법정 이야기를 친절하게 소개한다.저자는 ‘판사는 왜 시민과 다르게 생각하는가’라는 머리말에서 “몇 년 전 ‘사법 농단’과 직접 관여되지는 않았으나 오랫동안 재판만 한 사람으로서 무엇이 잘못되었고 어디서부터 풀어야 하는지 찬찬히 생각하고 또 고민했다. 이 책은 이런 생각과 고민의 결과이다. 법률 개념과 법리에 대한 전문적 설명은 필요한 경우만 적고 실제 재판 사례나 역사적 사실을 많이 알리려고 노력했다”고 적었다.책은 30여 년의 시간 동안 한 사람의 재판관이 인문학적 성찰과 사회과학적 분석을 통해 법의 마음과 눈물을 하나씩 살핀 성장 기록이기도 하다.형사재판과 민사재판을 두루 거치며 바라본 재판의 풍경, 재판 과정에서 울고 웃는 사람들의 얼굴, 법률가로서 읽고 쓰고 생각해온 법의 인문학, 특별해 보이지만 지극히 평범한 판사의 일상까지, 보통의 시민들이 알고 싶어 하는 법정의 뒷모습을 차분하고 성실하게 풀어준다. 책 마지막에는 박형남 판사와 법철학자 김현섭 교수의 대담 ‘시인의 마음으로 공감하는 판사가 좋은 재판을 한다’를 실었다.억울한 사람의 눈물에 공감하며 보다 엄정하면서도 인간적인 재판을 기대하는 일반인에게 이 책은 판사의 냉철한 정신과 따뜻한 마음을, 더 나아가 법의 진심을 알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1-18

샤갈·자코메티… 거장들 작품 대구서 만난다

프랑스 국보인 마르크 샤갈 ‘라 비(La Vie·삶)’를 포함 칼더, 자코메티, 미로, 장 뒤뷔페 등 거장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대규모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대구미술관(관장 최은주)이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모던 라이프’전.내년 3월 27일까지 대구미술관 1전시실과 어미홀에서 선보이는 전시회는 프랑스 최초의 사립 미술기관인 프랑스 매그재단과 공동 주최로 모더니즘을 주제어로 양 기관의 소장품을 공동 연구한 프로젝트다.양 기관의 소장품 중 78명 작가의 회화, 드로잉, 조각 등 대표작 144점이 소개되는데 모더니티의 전이와 변용적 측면을 발견할 수 있다.프랑스 국보인 샤갈의 작품을 포함해 그동안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프랑스 최초 사립미술관 매그 재단 소장품을 다수 만날 수 있어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매그 재단은 프랑스 코트 다쥐르의 아름다운 지역인 생-폴 드 방스에 위치한 기관으로 조르주 브라크, 알렉산더 칼더, 마르크 샤갈, 알베르토 자코메티 등 20세기 미술사에서 중요한 족적을 남긴 유명 미술가 작품 1만3천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전시는 총 8개의 소주제로 나누어져 있다. 알베르토 자코메티, 장 뒤뷔페, 훌리오 곤잘레스, 최영림, 피에르 탈 코트, 안나 에바 베르그만, 유영국, 김창열, 박서보, 이배 등 모더니즘을 선보인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주제에 따라 만나볼 수 있다. 고차원의 사유를 이끌어 내는 한묵, 이우환, 정점식, 이강소 등의 작품과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브람 반 벨데, 파블로 팔라주엘로, 에두아르도 칠리다의 작품 등 눈길을 끄는 작품들이 대거 선보인다.이번 전시의 공동기획자 마동은 전시기획팀장은 “이번 전시의 핵심은 현재를 반영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기대하는 모더니즘의 독자적인 성질이 드러난 작품들을 소개하는 것이다”라며 “144점의 작품을 관람하는 찰나의 순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대화를 시도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전시는 유료이며 성인 1만원, 청소년·대학생은 7천원이다. (053)803-7900./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1-17

전통춤 명인들의 화양연화

지역에서 보기 드문 대한민국 전통춤 명인들의 공연이 열린다.포항의 전통문화예술단체인 예심국악소리(대표 장임순)는 한국전통무용의 명인 국수호·김지립 선생을 초청해 오는 20일 오후 4시30분 포항시청 대잠홀에서 2021 포항의 풍류 ‘화양연화(花樣年華)’를 개최한다.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이수자인 김지립 선생은 2019년 예심국악소리의 정기공연에 초대돼 포항에서의 공연 후 2년 만에 포항 무대에 오르는 것이다.김지립 선생은 그의 제자인 경북도지정 전문예술단체이자 포항문화재단 대잠홀 상주단체인 예심국악소리 대표 장임순 씨와 함께 김지립류 한량춤 ‘풍류여정’·‘자운여무’ 등을 선보인다. 김지립류 익산한량춤 ‘풍류여정’은 풍류를 즐기는 남자의 춤으로 세속의 부귀명성을 뒤로하고 자연과 멋을 벗삼은 남성의 풍류를 노래한 춤이다. 김지립 선생은 전통무용에 충실하면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춤사위로 재창조해 내 일명 ‘김지립류’ 전통춤을 전수하는데 힘쓰고 있다. 한국 창작무용의 대가이자 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이수자인 국수호 명무는 ‘남무’(국수호류) 공연을 펼친다. 국수호류 ‘남무’는 무인(舞人)의 格(격)이 느껴지는 작품으로 구성됐다. 전주 삼현 승무의 대가인 정형인 선생에게 16세부터 18세 때 사사한 춤을 바탕으로 국수호의 독특한 춤사위와 인생을 관조하는 춤 연기가 혼재하며 춤을 통한 삶의 여정이 짙게 표현되는 작품이다. 남도의 계면가락을 바탕으로 완성된 춤은 개인적 기량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춤이다.이번 공연은 예심국악소리의 대잠홀 상주단체 공연이자 여덟번째 정기공연으로 마련됐으며 우리나라 최고 명무들과 지역 예술인들이 함께 꾸미는 무대를 시민들에게 가깝게 만날 수 있도록 하자는 의미에서 추진됐다.이날 공연은 김지립 명무가 축원의 의미와 복을 기원하는 축원 북춤으로 문을 열면서 포항시민들의 가정에 액운을 몰아주는 기운을 불어넣어준다.이어 예심국악소리 단원들이 진도북춤, 소고춤 등 우리에게 익숙한 전통춤을, 장임순 대표가 축원북춤, 김지립류 살풀이춤, 김지립류 한량춤을 선보인다. 이밖에도 광주에서 활동하는 전통풍물예술단 풍물연희예술단 장호준 대표가 음악감독을 맡아 영호남 교류의 무대도 함께 펼치는 의미 있는 공연이 될 것으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장임순 예심국악소리 대표는 “이번 포항의 풍류 ‘화양연화(花樣年華)’ 공연에서는 우리나라 최고 명무들과 춤을 사랑하는 시민, 지역 예술인이 함께 포항시민의 희망을 전통춤과 함께 어떤 연출기법으로 그려내는지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며 많은 관람을 당부했다.한편, 예심국악소리는 2008년 설립해 2016년 경북도전문예술단체로 지정받았으며 그동안 한국의 전통춤의 진수를 포항의 풍류에 담아내 주목받고 있다. 정기공연 이외에도 포항의 소리와 이야기로 전통의 전승 뿐 아니라 창작 공연으로 국악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1-17

“에세이집 ‘포항의 길’은 문화도시로의 모색”

“에세이집 ‘포항의 길’은 시민들의 소중한 생각과 글이 담긴 책입니다. 아무쪼록 ‘포항의 길’이 포항 시민은 물론 전 국민에게 잘 알려져서 문화도시 포항의 이미지가 새롭게 정립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노승욱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의 ‘포항의 길’ 에세이집 출간 소감이다.‘포항의 길’은 포스텍 문명시민교육원이 지난 6월 14일부터 7월 7일까지 성황리에 운영한 시민 대상 강좌인 ‘2021 일상의 글쓰기-포항의 길’의 결과물이다.이 강좌의 기획 및 교육을 맡았던 노 교수를 지난 15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2021 일상의 글쓰기-포항의 길’ 강좌를 열게 된 계기는.△ 팬데믹이 발생하자 하늘길이 막히더니 땅길도 막혔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바이러스를 일시적으로는 차단했지만, 마음길도 함께 막아 버렸다. 답답한 마음에 집 밖을 나서니 조심스레 길 위로 나선 시민들이 보였다. 그런데 코로나19 때문에 생긴 응력으로 인해 시민들이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무수한 이야기가 진동하며 쏟아져 나오는 듯 보였다. 마그마처럼 분출되는 이야기를 담아내기 위해 ‘포항의 길’ 강좌를 포스텍 문명시민교육원에서 열었다.- 포스텍 문명시민교육원이 그동안 개최해온 사회 각 분야 전문가와 오피니언 리더 초청 강좌와는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면서 시민의 호응이 높았다.△그동안의 강좌는 말하고 싶은 사람과 듣고 싶은 사람으로 명확히 양분되는 특징이 있었다. ‘포항의 길’ 강좌는 시작부터 달랐다. ‘포항의 길’에 대해서는 강연자도, 수강생도 모두 나름대로의 전문가들이었다. 그들은 모두 포항의 길에 대해 말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다. 산업화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포항은 언뜻 개방적인 도시처럼 보이지만, 고립감과 고독함이 존재하는 곳이다. 조선 시대에 포항은 유배의 땅이기도 했다. 포항 시민들이 들려주는 길의 이야기에는 대한민국의 중심, 세계의 한복판과 연결되고 소통하고자 하는 절실함이 있다.- 시민들이 일상을 보내며 살아가고 있는, 길에 주목한 이유는.△위드 코로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공간의 의미가 새롭게 확장되고 있다. 이동과 여행이 제한되면서 내 동네, 내 고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일상의 공간이 갖는 중력이 커지면서 길 위로 나선 산책자들은 길에서 과거의 역사를 찾고, 현재의 일상을 성찰하며, 미래의 삶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흔히 도청도설(道聽塗說)이라고 하면, 가볍기 그지없는 길 위의 뜬소문을 의미하지만, 팬데믹 시대의 도청도설은 시민들의 희비애환을 이야기로 담아내는 창작의 재료가 되고 있다.- 수강생들은 단순하게 지식을 얻는 수준을 넘어 내 고장 사랑과 공동체 의식을 실천하고 만들어가는 모임도 키울 수도 있는 계기가 되었을 것 같다. ‘포항의 길’ 에세이집 소개 및 발간 기대 효과는.△지금까지 3년간의 ‘일상의 글쓰기’ 강좌를 통해서 수많은 포항 시민들이 에세이 작가로 데뷔했다. 문화의 수용자, 소비자에서 문화의 창조자, 생산자로의 변화를 체험한 것이다. 특히 이번 ‘포항의 길’ 발간으로 시민들은 포항의 문화적 자산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재확인했다. 지역의 공동체 의식 형성에 있어서 문화적 자신감은 깊은 뿌리와도 같다. 시민들의 ‘포항의 길’ 만들기 프로젝트는 다른 도시에도 파급 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한다. 시민 참여 강좌를 통해 창조적 결과물을 이루어 내는 ‘포항의 길’ 발간 사례가 여러 지역에서 재연된다면 우리나라의 미래 지도는 새롭게 그려질 수 있을 것이다.-‘포항의 길’은 강연자와 수강생이 함께 책을 만드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에세이집을 기획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강연자(전문가 필진)와 수강생(시민 필진)이 함께 공저자로 참여해서 에세이집을 출간하는 것은 ‘일상의 글쓰기’ 강좌가 1회 때부터 유지해 온 전통이다. 같은 주제 아래 문제의식을 공유한 강연자와 수강생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멋진 컬래버레이션 무대를 글쓰기를 통해 만드는 것이다. 이번에 24명의 필자가 쓴 ‘포항의 길’ 원고가 모여지고 지도를 만들었을 때 보이지 않는 어떤 손이 지휘봉을 잡고 24인 24색의 조화로운 연주를 이끌어 낸 것은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21세기는 평생학습 및 인적자원 개발의 시대이다. 앞으로 바람직한 시민교육의 방향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미래에는 대학에 두 번 입학하는 시대가 도래할 가능성이 크다. 청년 시기에 한 번 입학하고, 중년 이후에 또 한 번 입학하는 배움의 이모작이 현실화할 수 있다. 지금까지 평생교육원, 노인대학 등이 해오던 역할로는 100세 시대를 준비할 수 없다. 중년을 넘어선 시민들을 재교육하는 새로운 대학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경제적·문화적 생산자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지식과 기술을 업데이트해가는 문명시민, 기업시민, 교양시민을 양성하는 방향으로 시민교육의 대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포부가 있다면.△인문학자로서 이공계 학생들을 융합 인재로 교육하는 일에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이와 함께 포스텍 문명시민교육원을 통해 시민교육 프로그램도 계속 개발해 나갈 생각이다. 올해부터 기획한 ‘포항학 총서’ 간행의 책임을 맡고 있는데, 포항 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1-16

대구문화예술회관, 미술관 개관 30주년 기념 ‘시대의 선구자들’ 展

대구문화예술회관(관장 김형국)이 미술관 개관 30주년을 기념해 대구 미술 형성에 큰 역할을 한 작고 작가 특별전 ‘시대의 선구자들’을 개최한다. 다음 달 18일까지 1∼5전시실에서 열리는 전시회에선 죽농 서동균, 태소 주경, 극재 정점식, 목랑 최근배, 이산 홍성문 5인의 서화 및 서예, 서양화, 한국화 조각 등 150여 점과 아카이브 자료가 소개된다.죽농 서동균(1903~1978)은 석재 서병오의 제자다. 스승이 만든 교남시서화연구회를 물려받아 운영했으며, 광복 후 이를 영남서화회로 개칭, 후진을 양성하며 현대 영남지역의 대표적인 서예가들을 배출했다.주경(1905∼1979)은 서울에서 출생했다. 한국의 서양화 1세대인 고희동과 이종우에게 데생 및 유화를 지도받았다. 그가 19세에 그린 그림인 ‘파란(1923)’은 한국 최초의 추상화로 알려져 있다.정점식(1917~2009)은 경북 성주 출신이다. 해성보통학교를 졸업하고, 대성학원에서 수학했다. 1941년부터 헤이룽장성 하얼빈에서 초등학교 교사를 했고, 46년 귀국 후 오상중·고, 계성중·고 등에서 교사, 64~84년 계명대 미대 교수를 역임했다. 대구미술가협회(1955), 신조회(1972) 등의 발족과 결성에 힘썼다. 최근배(1910~1978)는 함경북도 명천 출신이다. 경성고보를 졸업하고 일본 동경미술학교에서 수학했다. 37년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서양화부, 동양화부에 3점을 입선했다. 경북여고, 대구고 등에서 교장을 하다가 65년부터 효성여대 생활미술과 교수로 재직했다.홍성문(1930∼2014)은 경북 김천 출신으로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했다. 65년 제14회 국전에서 ‘동양의 얼굴’로 입선한 이후 국전에서 세 차례의 특선과 문화공보부장관상을 수상했다. 63미전, 이상회, 경북조각가회(1980) 창설에 힘썼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1-16

‘2021 포항음악제’ 화려한 클래식 무대 성료

‘기억의 시작’을 주제로 개최됐던 ‘2021 포항음악제’가 지난 5일부터 11일까지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과 포항시청 대잠홀에서 10회의 클래식 공연을 선보이며 7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성황리에 폐막했다.국내·외 무대에서 왕성히 활동하고 있는 최정상 아티스트들의 참여로 개막 전부터 눈길을 끌었던 ‘2021 포항음악제’는 포항이 클래식 음악을 통해 문화도시로 거듭나는 기반을 마련했을 뿐 아니라 시민들에게 다양한 문화 향유권을 조성하고 고급화된 문화 수요에 부응하며 동시에 지역에 대한 자긍심을 높인 계기가 됐다는 호평을 받았다.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국내 최정상급 아티스트들로 다채롭게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수준높은 음악제를 개최해 대한민국 클래식의 위상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평가받고 있다.기존 클래식 음악 축제가 서울이나 대도시 위주로 개최된 반면 이같은 대규모 클래식 음악 축제가 포항에서 성공적으로 개최된 점이 클래식 축제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발견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이와함께 관내 22개 기업들의 후원 참여로 만들어진 음악제라는 점도 좋은 사례로 화제를 모으며 주목받았으며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의 음향 또한 지난해 리모델링 공사 이후 적절한 잔향감으로 이번 음악제에서 최적의 음향을 제공해 문화도시 포항의 위상을 드높였다.이밖에도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줄어든 객석을 고려해 보다 많은 관객들의 공연 관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음악제 기간 동안 진행한 무료 라이브 스트리밍도 높은 수준의 음향과 영상으로 공연장을 찾지 못한 관람객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재)포항문화재단이 주관해 올해 처음 개최된 음악제는 ‘탄생’, ‘희로애락’, ‘드라마’, ‘사랑에 빠진 연인들’ , ‘브람스의 말 ’, ‘클래식 피아졸라’, ‘엔딩’등 총 7회의 메인 프로그램과 연주자를 집중 조명하는 3회의 ‘포커스 스테이지’, 음악평론가의 강연까지 준비된 프로그램 모두 관객과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호평을 받으며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특히 개막공연 ‘탄생’에서는 포항 페스티벌 체임버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으로 첼리스트 박유신이 연주한 카푸스틴의 ‘첼로 협주곡 2번’과 소프라노 서선영이 협연한 핀치의 ‘탄생의 날’을 한국 초연으로 선보이며 관객들을 매료시켰고, 또한 매 공연마다 환상적인 호흡과 수준 높은 연주로 음악의 향연이 펼쳐져 찬사를 받았다.이외에도 오랜만에 국내 클래식 무대를 찾은 재미 바이올리니스트이자 비올리스트인 이유라의 절대 기교의 연주와 ‘건반 위의 구도자’재불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독주 및 실내악 협연, 노부스콰르텟의 피아졸라 연주곡을 비롯해 11일 ‘엔딩’ 공연으로 대미를 장식하기까지 매 공연, 연주곡마다 기립박수가 쏟아지며 관객과 연주자 모두가 즐기는 ‘열린 축제’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2021 포항음악제’의 예술감독이자 첼리스트로 무대에 오른 박유신은 “어려운 상황에서 개최된 음악제이어서 그 어느 때보다 감회가 새로웠다. 공연마다 관객분들이 교감해주시고 적극적으로 즐겨주셔서 오히려 제가 더 깊은 감동을 받았고 참여 연주자 모두자연스럽고 세심한 운영에 만족스럽게 참여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음악제인만큼 시민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이강덕 포항문화재단 이사장은 “새로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이끄는 힘은 우리 포항 시민의 능력이며 이번 ‘2021 포항음악제’ 역시 시민의 능력으로 만든 클래식 축제라 자랑스럽다” 며 “이번 음악제를 통하여 삶의 기쁨과 만족을 누리셨길 바라며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1-15

‘다시 부르는 흥해농요’ 음반(CD) 제작

흥해농요보존회에서 제작한 ‘다시 부르는 흥해농요’CD. /포항흥해농요보존회 제공포항흥해농요보존회(회장 박현미)는 최근 흥해농요 보존·전승작업의 하나로 흥해농요보존회 회원들의 소리를 담은 음반 ‘다시 부르는 흥해농요’(CD)를 제작했다.지난해 ‘북송리의 마지막 소리꾼 김선이의 흥해농요’(CD)를 제작한 후 1년 만에 다시 흥해농요 관련 음반을 낸 것이다. 이번 음반에는 포항흥해농요보존회 회원 14명의 목소리와 함께 지역의 초등학생 7명도 참여함으로써 다양하고 풍성한 소리를 담았다.문화체육관광부. 경북도, 포항문화재단의 예산지원을 받아 제작한 이 음반에는 지신밟는소리, 지게목발소리, 어사용, 망깨소리, 모찌는소리, 모심는소리, 논매는소리, 용두소리, 보리타작소리, 치이야칭칭나네, 시집살이소리, 생금생금생가락지 등 흥해농요를 대표하는 소리 21곡이 수록돼 있다.박현미 흥해농요보존회장은 “현재 흥해농요의 전승사업은 기능보유자 김선이의 소리를 교본으로 하고 있는데, 이번의 CD 제작으로 2세대와 3세대를 아우르는 전승기반을 갖추게 되었다”고 말했다.이번 CD에서 곡 해설을 맡은 박창원 동해안민속문화연구소장은 “흥해농요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받기 위해서는 전승의 맥이 중요한데, 이번의 음반 제작에 2세대와 3세대가 함께 참여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1-14

빛나는 생명의 무늬를 읽다

“우리는 모두 계절의 국경을 넘어가는 쓸쓸한 시간여행자/ 출입증 같은 빵 하나씩 들고 사람들은 조금씩 겨울이 되어가는 걸까”- 최귀희 시 ‘국화빵이 피는 계절’ 중포항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귀희(70) 시인이 최근 시·동시집 ‘국화빵이 피는 계절’(아르코)을 펴냈다.이번 시집에는 71편의 시·동시와 김만수 시인의 해설이 실렸다. 시들은 존재의 근원을 향한 모색과 내밀한 성찰을 통해 올곧은 삶의 길이 어떠해야 하는지 탐색하고 궁구한다. 또한 오래 묵어서 고즈넉하고 향기로우며 편편마다 고졸한 정취가 배어있다.시들을 통해 시인의 넉넉한 인간미와 진솔한 심성, 신실한 신앙인으로서의 종교적 지향과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올곧은 시인 정신을 만나볼 수 있다.김만수 시인은 “최귀희 시인에게는 인생을 읽는 깊은 눈이 간직되어 있음을 본다. 일상에서 건져 올린 사소한 것들의 특별함이 시의 주류를 이루고 시대정신을 옹호하고 지키며 불구화(不具化) 되고, 부조리(不條理)가 만연한 현실에 맞춰 당당히 맞서는 강당진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다”고 평했다.최귀희 시인은 경주 출신으로 2002년 ‘포항문학’을 통해 등단했으며 최근 ‘월간문학’에 동시 부문 신인상을 수상했다. 이번 시집은 2021 문화도시조성사업의 일환으로 발간됐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1-14

‘META+REALITY, 가상과 현실을 잇다’ 展

포항예총(회장 류영재)과 포항예술진흥원(원장 정광수)이 ‘META +REALITY, 가상과 현실을 잇다’전을 열고 서양화·한국화·민화·서각·서예·사진 등 포항지역 작가들 35명의 70여 점 작품을 선보인다.오는 19일까지 포항시립중앙아트홀 전시실에서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두 기관이 위·수탁 협약을 맺어 올 1월 3D 디지털 갤러리 4관(ppaa.co.kr)을 만들어 3월 15일부터 11월 15일까지 전시하는 작품들을 오프라인 전시를 통해 실물 작품을 감상하도록 마련한 전시회다. 이와 함께 대형 모니터를 준비해 디지털 갤러리에서 열렸던 영상 전시도 동시에 병행한다. 3D 디지털 갤러리는 포항예총과 포항예술진흥원이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 부합하는 사이버 전시장을 개관해 미술, 사진 분야의 작가들에게 저비용으로 작품활동을 지원하고 전시를 통해 시민들의 문화욕구를 충족시키고자 기획한 사업이다.사이버 공간에 총 4관의 갤러리를 구성해 미술, 사진 분야에 각각 2관의 갤러리를 부여해 매월 작가 4명씩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으며 전시작품은 한국미술협회 포항지부, 한국사진작가협회 포항지부에서 전시 작가를 선정해 한 달 동안 전시한다. 디지털 갤러리 전시 내용은 동영상 제작 후 유튜브로 업로드하고 전시작품은 온라인 판매 사이트를 구축해 매매도 가능하도록 했다.그 결과 디지털 갤러리의 누적 방문 횟수가 약 9천300여 명이 넘을 정도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포항예술진흥원 측은 향후 1년 내 방문자 수는 1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정광수 포항예술진흥원장은 “이번 ‘가상과 현실을 잇다’ 전시는 디지털 작품에서의 리얼리티라는 한계의 아쉬움을 해소하는 전시가 될 것”이라며 “전시를 감상하면서 예술작품으로 행복하고 기쁨을 나누는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META+·REALITY, 가상과 현실을 잇다’전 출품 작가 명단은 다음과 같다.△회화 이태형 박계현 김옥연 권택관 이상락 김원재 김락현 오선아 송상헌 박정열 김정기 이영박 박경희 △사진 정광수 김해근 김병철 권순종 권일영 이종한 박종하 지운스님 이상실 권경한 김성휘 김장해 최경임 유소피아 김은희 윤용희 조용진 권태철 나호권 이성국 김훈.한편, ‘META+·REALITY, 가상과 현실을 잇다’ 전시회는 문화체육관광부, 경북도, 포항시, 포항문화재단이 주최하고 포항예술진흥원이 주관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1-14

기후변화 위기 극복 위한 희망미래 30년

신간 ‘미래의 지구’(교유서가)는 기후 저널리스트이자 기상학자인 에릭 홀트하우스가 선보이는 기후위기에 관한 한 희망을 이야기하는 최초의 책이다. 그간의 기후변화 관련 책이 인류의 위기를 경고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 책은 2020년부터 2050년까지 10년 단위로 인류가 기후위기를 극복해나가는 희망의 30년 서사를 담고 있다.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탄소 배출과 해수면 상승, 더욱 강력해진 허리케인, 심각한 홍수, 극심한 가뭄과 산불 등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주면서도, 종말론적인 시선에 그치지 않고 미래학자·기후학자·생물학자·경제학자·기후변화 운동가와 나눈 인터뷰를 통해 지구와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미래의 지구’를 보여준다. 저자는 “개개인의 행동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말이 기후와 관련된 가장 커다란 거짓말이며, 지속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모든 사람이 존중받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것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런 맥락에서 에필로그의 ‘애도 훈련’, ‘상상 훈련’은 지위, 계급, 젠더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을 상상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책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단순히 과학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 우리가 다시 서로를 돌보는 법에 대해서, 그리고 우리가 힘을 합쳐 변화를 이뤄냈을 때 어떤 모습일지를 그려낸다.제1부에서는 인간이 초래한 ‘지속적 비상사태’인 지구온난화를 압축적으로 훌륭하게 묘사한다. 지구온난화는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돼버렸고, 앞으로 손쓸 수 없을 정도로 지구가 망가지기 전에 우리가 살아온 삶의 방식을 바꿔야만 한다고 설파한다.제2부에서는 희망의 시나리오가 펼쳐진다. 2020년대·2030년대·2040년대, 3개의 장으로 구성되는데, 각 장에서 미래를 간단히 소개하고 안정적인 기후 유지를 위해 과학적으로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수준의 획기적 변화가 어떤 모습이고 어떤 느낌인지 들려준다. ‘2020∼2030년: 극적인 성공’에서는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의 사람이 거리로 나와 기후위기에 대응할 것을 촉구한다. 기후운동가들은 그린뉴딜정책을 출발점으로 한 강력한 변화를 산업계와 사회에 요구한다.정책 입안자들은 화석연료 보조금을 없애고 사회기반시설을 공공화한다. 홍수와 화재로 인한 기후 난민들에게 해외에서 영구적으로 살 수 있는 거주지가 마련된다.‘2030∼2040년: 획기적 관리’에서는 혁명적 변화의 단계를 끌어올려 ‘관리 경제(stewardship economy)’로의 전환을 이야기한다. 이는 생산자-소비자에서 공동창조 및 공유로의 사고 전환을 뜻하는데, 2030년대에 이르게 되면 후기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불평등, 인종차별, 빈곤이 더욱 악화함으로써 자본주의가 오직 소수의 이익을 위해 설계된 시스템임이 모든 이들에게 자명해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새로운 경제체제로 전환된 것이다.‘2040∼2050년: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영성’에서는 탄소 배출이 2040년대에 이르러 최고점을 찍고 나서 비로소 세계적으로 탄소 중립 사회가 탄생한다. 더 나아가 ‘네거티브 배출 기술’을 이용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기까지 한다. 이는 지리공학 연구자 홀리 진 벅의 실제 아이디어를 차용한 것으로, 그는 현재 거의 파산 직전인 화석연료 기업들을 탄소를 없애는 공기업으로 전환해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해 지질학적으로 안정된 고체와 액체로 변환시킬 것을 주장한다.에필로그에는 ‘애도 훈련’과 ‘상상 훈련’을 담고 있다. 현재에도 실현 가능한 행동과 가이드라인은 현실에서 우리 삶의 방식을 바꿀 수 있도록 ‘온난화 시대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전해준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1-11

악독하기 이를데 없는 식물들의 세계… 놀라운 사실들

미국의 원예 칼럼니스트인 에이미 스튜어트는 ‘사악한 식물들’(글항아리)에서 악독하기 이를 데 없는 식물들의 세계를 전한다. 원예가를 자처하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각종 식물들, 심지어 아름다워서 정원수나 실내 인테리어로 인기가 많은 아름다운 원예 품종들까지 알고 보면 사람을 해칠 수도 있는 사악한 본성을 감추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밝힌다.저자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던 식물들을 포함해 독성이 강하다는 투구꽃에서부터 소크라테스를 죽인 독당근, 에이브러햄 링컨의 어머니를 죽음의 늪으로 이끈 풀, 심지어 마약의 원료인 코카나무와 담배, 대마 같은 식물들마저 ‘식물계 범죄 왕국’ 유명한 범죄자임을 여러 가지 역사적 일화와 세상에 이런 일이 다 있을까 하는 사연과 함께 흥미롭게 서술한다.이 책에서는 역사에 길이길이 남는 일화를 가진 독초들도 나온다. 이 독초들은 모두 한 번쯤 어디선가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독성 알칼로이드를 갖고 있기에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살인 행위에 사용됐다. 우리에게 아주까리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한 피마자는 ‘우산 살인사건’으로 유명한 BBC 기자 게오르기 마르코프 살인사건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버스정류장에 서서 버스를 기다리던 그의 허벅지를 누군가가 우산 끝으로 푹 찌르고 달아났는데, 곧 그는 피를 토하며 죽고 말았던 것이다. 그리고 부검을 하니 그 상처에서 피마자의 유독성 추출물 리신이 나왔다. 처형 도구로 애용됐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 유명한 식물도 있다. 바로 칼라바르콩이다. 이 콩은 일명 시련재판, 그러니까 중세에 죄를 지었는가 아닌가 그 판별에 사용됐는데, 당시에는 콩을 삼키면 바로 나타나는 몸 상태로 판결을 내렸다. 신경 교란 및 소화 기관의 통제력을 상실하게 하는 무서운 독이 있는 콩을 삼켜야 하니 죄가 있건 없건 그 결과는 참혹하기만 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1-11

5G·와이파이·스마트폰의 숨겨진 위험… 건강보호 위한 방법들

건강에 대한 오래된 상식을 뒤흔드는 연구로 각광받는 의학자인 조셉 머콜라 박사가 5G, 와이파이, 스마트폰의 숨겨진 위험성을 고발하고 그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법을 알려 주는 ‘5G의 역습’(판미동)이 출간됐다. 저자는 초고속·초고용량 서비스 구현으로 문명의 이기를 안겨 주는 5G가 왜 우리 몸을 망가뜨린다고 호소하는 것일까? 이 책은 5G가 기존의 전자기장과는 전혀 다른 스펙트럼을 이용하는 새로운 창조물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로 인해 우리는 기하급수적인 전자기장에 노출되는데, 주목할 만한 것은 5G가 건강에 미치는 장기적인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저자는 전 세계에 발표된 500여 편 이상의 논문을 근거로 현대에 급속도로 증가하는 수면장애, 우울증부터 심장 질환, 알츠하이머병, 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환들이 스마트폰과 어떤 연관 관계가 있는지 생물학적 기전을 밝히며 5G와 우리 몸의 상관관계를 이야기한다.기존 관점과는 달리 5G의 ‘역습’에 주목하는 이 책은 아마존 베스트셀러 건강 부문 1위를 차지하며 미국 전역의 화제를 몰고 왔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왜 미국 각주를 비롯한 독일, 스위스 등 선진국이 기술적 혜택을 마다하고 5G를 거부하고 저항하는지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빠르게 발전하는 5G, 와이파이 상용화 기술 속에서 주체적으로 우리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1-11

갤러리 권 개관… “거리에서 미술품 감상하세요”

포항의 원도심인 북구 중앙로에 열린 미술품 전시공간인 갤러리 권이 개관했다. 중앙로 289 경북매일신문 사옥 바로 옆에 지난 15일 개관한 갤러리 권은 미술 애호가들은 물론 중앙로 일대의 직장인과 시민이 편안하게 들러 수준 높은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도심 속의 쉼터 공간이다.전시공간은 5평 규모로 유리관 무인 갤러리의 특성을 살려 열린 공간을 지향하는 점이 특징이다. 관람객들이 거리를 지나가면서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라익권 관장은 “지역민들의 예술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유도하고, 지역적 한계를 벗어난 작가의 전시, 발굴, 프로모션의 역할을 통해 갤러리로서의 역할에 충실히 수행하여 포항의 미술시장에 기여하고자 한다”라고 미술관 개관의 의미를 전했다.이곳에서는 사진, 영상, 회화, 조각을 비롯해 다양한 미디어아트, 다매체 융합 아트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국내외 유명 작가부터 새롭게 도전하는 지역의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차례로 전시될 예정이다.첫 개관전은 오는 21일까지이며, 트랜스 아트 작가이자 갤러리 권 관장인 라익권 작가의 개인전 ‘Tears’전으로 마련했다.라익권 작가는 2015년 대한민국정수사진대전에서 대통령상과 지난해 국제사진대회(IPA)에서 심사위원 5인이 선정한 작가상을 수상했으며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보다 많은 시민들의 관람을 기대했기에 구상 작품을 준비했다. 라 작가는 자신의 ‘눈’으로 바라본,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힘겨워하는 모습과 심경을 작품의 배경으로 했다.라익권 작가는 본인의 작품으로 많은 사람들이 소통해 그 ‘울림’이 힘겨운 시대에 ‘치유제’ 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2021-11-10

인디플러스 포항, 영화 2편 상영·GV 진행

(재)포항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인디플러스 포항은 오는 13일 영화관을 찾던 발길이 코로나19로 OTT 서비스로 빠르게 이동한 현 시대상을 반영하는 영화 기획전 ‘OTT X’ 를 개최한다.이번 기획전은 포항의 옛 시민극장처럼 단일극장을 추억할 수 있는 두 편의 영화 상영과 GV(감독과의 대화)가 진행된다. GV에서는 사라져가는 단독극장, 코로나19로 가속화되는 극장 산업의 위기와 영상 콘텐츠 생태계를 함께 진단하고 고민하는 자리가 마련된다.기획전으로 상영되는 첫 영화인 ‘보는 것을 사랑한다’(오후 4시30분)는 1980년대 ‘시네마 천국’이었던 인천의 극장을 배경으로 한국 최초의 극장인 애관극장을 추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120년 넘게 한 자리를 지켜온 극장 공간에 대한 감독의 섬세한 시선과 인천에서 활동하는 역사·문화·영화계 인사와 봉준호, 박정자, 최불암, 한명숙 등 예술인들도 인터뷰이로 등장해 눈길을 끈다. 이동휘 배우 주연의 ‘국도극장’(오후 7시30분)은 낡은 재개봉 영화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녹여낸 작품이다.고향으로 돌아온 주인공 기태가 국도극장에서 일을 시작하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공간으로서의 극장의 적당한 이입과 거리두기의 미덕을 잘 표현했다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2019 전주국제영화제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지원작으로 ‘공동경비구역 JSA’, ‘접속’을 만든 제작사 명필름랩의 장편영화다. GV(관객과의 대화)는 영화 ‘보는 것을 사랑한다’상영 후 윤기형 감독, 남태우 대구경북시네마테크 대표가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다.한편, 영화 관람은 인디앤아트 시네마(www.indieartcinema.com)에서 수수료 없이 예매 가능하며, 현장 발권도 가능하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1-10

‘일상을 넘어 만화 愛 빠지다’ 20~21일 ‘2021 포항만화축제’

경북 최대의 만화축제인 ‘2021 포항만화축제’가 오는 20일과 21일 이틀간 포은중앙도서관에서 펼쳐진다. 포항만화축제는 포항시립도서관(관장 천목원)이 만화를 통해 인문학의 가치를 추구하고 시대적 공감과 세대적 소통으로 도서관 문화의 다양화를 추구하기 위해 마련했다.5회째를 맞는 올해 만화축제의 주제는 ‘일상을 넘어 만화愛 빠지다’로 힘든 시기를 이겨낸 포항시민들에게 시대 트렌드를 반영한 웹툰·만화 콘텐츠로 삶의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다양한 퍼포먼스와 체험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오는 20일 오후 2시 포은중앙도서관 로비에서 한동대 아카펠라 동아리 피치파이프의 만화주제곡 아카펠라 공연으로 성대한 문을 열며, 내빈 및 참석자들이 포항시민들을 응원하는 ‘마음백신’ 개막퍼포먼스를 선보인다.개막식에 앞서 오전 11시에는 ‘구구까까’, ‘힙한남자’의 혜니 웹툰작가 강연이 진행되고 이어 오후 3시30분에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얇은 지식’의 저자 채사장과의 만남이 예정돼 있다.21일 오후 1시에는 ‘머니게임’의 배진수 웹툰작가, 3시30분에는 ‘외모지상주의’, ‘인생존’의 박태준 웹툰작가와의 만남이 이뤄진다. 작가와의 만남은 포항시립도서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온라인 참여가 가능하다.포항만화축제 기간 동안 포은중앙도서관 로비, 입구 곳곳에는 다양한 볼거리가 제공된다. 먼저 초청 작가 소개 및 작품전시와 캐릭터 블록전시가 로비 중앙에 전시되고 태블릿으로 웹툰을 볼 수 있는 태블릿 만화방, 부모님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내무반 만화방, 캠핑감성을 느끼며 만화를 볼 수 있는 캠핑장 만화방이 운영된다.또한, 채덕 웹툰작가가 웹툰으로 표현한 포항5경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으며 로비 대형스크린을 통해 만화영화를 볼 수 있다.시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형 프로그램으로는 팝아트 그리기, 풍경드로잉 엽서 만들기, 만화캐릭터 슈링클스 공예, VR체험, 웹툰 스티커만들기, 브릭비즈 캐릭터만들기, 캐릭터 종이접기 등 만화축제에 걸맞은 만화캐릭터 위주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시민 참여 이벤트로 도서관 곳곳에 숨겨진 초청 웹툰작가의 작품 속 주인공을 찾으며 도서관 탐험 및 경품 추첨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웹툰 주인공을 찾아라’와 만화 주제곡을 듣고 만화 제목을 맞추는 가족 퀴즈프로그램 ‘만화 OST 가족퀴즈왕’이 열린다. ‘만화 OST 가족퀴즈왕’은 도서관 방문이 어려운 시민을 위해 온라인 플랫폼 ‘리모트미팅’을 통해 비대면으로 진행된다. 또한 어울마루에서는 온라인 뮤지컬 ‘헬로카봇’을 영상으로 만나 볼 수 있는 시간도 가진다.작가와의 만남 및 체험프로그램은 11일 오전 10시부터 포항시립도서관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으며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2021 포항만화축제’는 위드코로나로 전환됨에 따라 대면으로 이뤄지며, 출입구 열체크 및 소독 에어커튼 설치, KF94 마스크 및 항균소독티슈 배부, 행사장 수시 환기 및 방역 실시 등으로 방역 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며 진행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1-09

그의 그라나도스… 모두가 숨 죽이다

“백건우의 그라나도스에는 많은 것들이 존재했다. 한숨마저 부르는 아름다움, 선율 너머에 숨은 미감, 사랑과 죽음이 공존하는 순간 엇갈리는 빛과 어둠이 있었다. 피아노는 노래했고, 음률은 꿈처럼 시(詩)로 녹아내리고 있었다. 인간이 어떤 경지에 오르면 과연 저렇게 음악을 빚어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마저 들었다.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 모여든 사람들은 발걸음을 조심히 옮겼고 소리 냄을 멈추었으며, 모두가 숨을 죽이고 그의 그라나도스에 집중했다. 귀와 마음과 영혼이 황홀해지는 경지였고, 영혼을 실은 연습을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는 완벽 이상의 그 무엇이었다.”‘건반 위의 구도자’ 피아니스트 백건우(75) 독주회가 포항시가 주최하고 포항문화재단이 주관하는 ‘2021 포항음악제’의 나흘째 프로그램으로 지난 8일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펼쳐졌다.피아니스트로 활동한 지 올해로 65년을 맞은 거장이 스페인의 가장 중요한 작곡가 중 하나로 꼽히는 엔리케 그라나도스의 피아노곡집 ‘고예스카스 Op.11’을 인터미션 없이 전곡을 연주한 프로그램은 관객들에게 가장 음악적인 음악의 순간을 선사했다.작곡가 스스로가 ‘고예스카스’의 모든 작품은 사랑, 죽음과 관련돼 있고 고통과 사랑, 비극적 결말의 감정을 담고 있다고 밝힌 만큼 우수에 찬 분위기가 가득한 곡이었다.비극의 꼰 도로레(con dolore·슬프게)부터 수정처럼 영롱한 음표들이 가을날 울긋불긋 물든 단풍나무처럼 눈부시게 쏟아졌다. 슬픔을 등에 가득 지고 걸어가지만, 그의 그림자에는 찬란한 빛이 숨어있었다.첫 곡 ‘사랑의 말’에서는 스페인 민족주의 운동 주역이었던 그라나도스의 애국주의자적 마음마저 얼핏 엿보였다. 스페인 사회의 타락을 풍자하기 위해 만든 판화연작 카프리초스와 탈 파라 쿠알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된 곡이었지만 이 곡을 연주하는 백건우에게선 과거 그 어떤 곡을 연주하건 음색에 대해 거의 신경을 쓰지 않던 투박한 스타일에서 탈피, 대단히 경쾌하고 반짝이는 색채감을 발산했다.그리고 이러한 섬세한 다채로움은 다음으로 연주된 ‘창문에서의 대화’까지 이어졌다. ‘등불 옆의 판당고’는 변화무쌍한 리듬의 향연이 만개해 백건우의 강건한 터치가 더욱 부각됐다.발렌시아 지방의 민요를 바탕으로 ‘비탄, 또는 처녀, 그리고 나이팅게일’은 ‘마하’라는 여성이 사랑하는 남편을 향한 안타까운 연정을 노래한 작품 본래 성격 탓도 있겠지만 더욱 서정적이고 현란한 트릴의 기교가 빛을 발했다. 이어 ‘고예스카스’의 가장 핵심적인 정서인 사랑과 죽음을 가장 잘 나타내는 곡 ‘사랑과 죽음 : 발라드’는 같은 제목을 가진 고야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인 만큼 죽음이 갈라놓은 사랑, 그 물리적이고도 심리적인 고통이 비극적으로 이어지는 장엄한 터치가 유지됐다.그로테스크하고 모호한 악상의 ‘에필로그 : 유령의 세레나데’에 이어 마지막으로 연주된 ‘지푸라기 인형’에서 꿈꾸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한탄을 쏟아내고 허무와 비통함을 노래하며 백건우는 내면의 노랫소리를 따라 더 멀리, 더 멀리 가고 있었다.이날 공연을 관람한 강민정(51·포항시 남구 지곡동) 씨는 “마치 시어를 조탁해낸 시인처럼 음표 하나하나에 색채와 깊이를 불어넣는 백건우가 빚어낸 나직한 한 음은 속삭임과도 같았고, 깊은 곳으로 침잠하는 순간에는 모두가 생의 상처에 몸을 기댄 채 숨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고 소감을 전했다.이날 객석은 입추의 여지가 없을 만큼 꽉 차 백건우에게 거는 기대와 위상을 증명해 보였다. 더불어 연주가가 건반 위에서 손을 내려놓을 때까지 박수를 인내하며 정적을 즐기는 모습 또한 관객의 성숙도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21-11-09

세계 32개국 작품 전시 ‘대구사진비엔날레’ 성료

‘누락된 의제(37.5 아래)’를 주제로 개최됐던 ‘2021 대구사진비엔날레’가 지난 9월 10일부터 11월 2일까지 32개국 351명의 2천여 점의 사진 작품을 선보이며 54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성황리에 폐막했다.8회를 맞은 ‘2021 대구사진비엔날레’는 그동안 대구사진비엔날레의 숙제였던 미술계 담론형성이 부족하다는 우려를 말끔히 해소하고, 현실 인식의 차원에서 대구사진비엔날레 역사에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했다. 주제 ‘누락된 의제(37.5 아래)’가 코로나19 상황에서 인류문명의 명과 암을 되돌아보는 성찰의 계기로 삼기에 충분히 시의적절한 주제였다는 평가다.올해는 2006년 1회 비엔날레가 개최된 이후 여덟번째 대구사진비엔날레가 개최된 해였다. 그동안 현대사진의 흐름을 망라해 선보여 온 대구사진비엔날레는 동시대 사진예술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아시아 최대의 사진 축제이자 대한민국 유일의 사진비엔날레로서 여타의 비엔날레와 차별성을 가진다. 또한 대구사진비엔날레는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 평가 결과 부산, 광주 비엔날레와 함께 우수등급 평가를 받으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3대 비엔날레로서 청년성과 실험성, 역동성을 보여주며 정체성을 확립해 왔다.이번 ‘2021 대구사진비엔날레’는 이러한 대구사진비엔날레만의 고유한 정체성과 색깔을 보여주며 큰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지난 2018년에 열린 제7회 대구사진비엔날레 대비 50% 가량 상승한 총 20만 여명의 관람객을 동원하며 성황리에 폐막해 8회째를 맞은 세계적인 사진축제로서의 저력을 보여줬다.제8회 대구사진비엔날레의 최대 성과는 세계적인 작가들이 대거 참여하는 수준 높은 전시회를 개최한 점이다.어윈 올라프(네덜란드), 파브리스 몬타리오(벨기에), 조나스 벤딕센(노르웨이) 등 세계적인 명성의 스타 작가들이 대거 참여한 수준 높은 전시가 일반에 공개되자 국내 사진계에서는 대구사진비엔날레의 전시규모와 수준이 아시아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사진축제로 손색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특히 문화예술회관 1~10전시실에서 열린 주제전시는 시대정신을 반영한 주제를 전시장별로 짜임새 있게 구성해 전문가들과 일반인들에게 찬사를 받았다. 드라마틱하게 펼쳐지는 전시장 공간을 따라서 세계 23개국, 48명의 작가들이 출품한 다양한 작품들이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었으며, 설치 및 영상작품들이 더해져 흥미를 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신념’을 주제로 문화예술회관 11전시실에서 개최된 특별전 역시 요나스 벤딕센, 알렉스 마졸리 등 세계 다큐멘터리 사진의 흐름을 주도하는 스타 사진가들의 대거 참여로 관람객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정치, 사회, 경제와 노동 등 동시대를 살아가는 세계 11개국, 18명의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의 시선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인류문명의 모습을 되돌아보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대구사진비엔날레 최초로 도심의 야외에서 진행된 포토월 프로젝트와 인카운터 VI전의 반응도 뜨거웠다. 코로나19 상황을 반영해 시민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 새로운 전시회 개최라는 새로운 방향성 시도로 야외전시회를 추진했다. 대구동산병원과 청라언덕 일대, 동대구역 광장을 지나는 수많은 시민들에게 무료로 수준 높은 사진작품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대구에서 사진비엔날레가 개최되고 있는 당위성과 사진의 도시 대구의 위상을 드높였다.문화예술회관 12, 13전시실에서 열린 대구사진사시리즈 II전도 배상하, 신현국 등 작고 작가를 포함해 장진필, 김일창, 권정호 등 대구사진의 선구자들의 작품세계를 심도 깊게 조명해 내실 있게 진행됐다는 평가다. 지역과의 협력관계도 슬기롭게 풀어냈다. 대구동산병원에서 히어로즈 2020전을 개최해 코로나19로 애쓴 지역 의료인들을 위로하는 자리를 마련해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봉산문화회관에서는 사진작가협회 대구지회와 협력해 사진작가협회 기획사진전을 개최했고, 지역 사진학과를 중심으로 전국사진학과연합전을 구도심에 위치한 대구예술발전소에서 개최했다. 시내 곳곳의 갤러리, 카페, 도서관 등에서 시민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하는 프린지 포토페스티벌과 자매우호도시사진전을 개최해 시민들과 함께 만드는 열린 비엔날레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또한 비엔날레 개막을 40여 일 앞둔 지난 7월 30일에 학술심포지엄을 개최해 사전담론 형성에 기여했다. 심포지엄에는 이경률 중앙대 교수, 고동연 미술평론가, 정훈 주제전시 큐레이터의 주제발제 및 패널토론을 통해 사진매체와 비엔날레의 정체성에 대한 인문학적인 분석과 코로나19 시대상을 반영한 비엔날레의 개최 의의를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참석한 방청객과 함께 탐구했다.사진작가 육성 및 작가 상호교류 플랫폼을 구축한 점도 이번 비엔날레에서 돋보였다. 포트폴리오 리뷰 프로그램을 개최하면서 국내 비엔날레 최초로 사진가 브랜딩 프로그램을 도입해 참가자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또한 협력관계인 유중문화재단에서 주요 출품작을 감상할 수 있는 애프터 대구사진비엔날레 특별전을 오는 28일까지 개최하며, 서울대미술관에서 ‘Hidden Exhibition in Seoul 누락된 의제’를 서울에서 개최하는 등 다양한 교류·협력 프로그램과 작가지원 프로그램을 다각도로 추진하고 있다.이번 대구사비엔날레를 주관한 대구문화예술회관 김형국 관장은 “‘제8회 대구사진비엔날레’가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주신 대구시민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이번 비엔날레를 개최하면서 얻은 성과를 면밀하게 분석하여 앞으로 대구사진비엔날레가 세계 3대 사진축제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