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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시민들의 삶의 질을 우선하는 포항시정 되길

대구·경북 민선 8기 당선인들이 새로운 4년을 약속하며 지난 1일 임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당면하고 있는 인구감소가 지방소멸로 이어지는 급박한 현실문제는 4년의 임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위기 속에서 3선에 성공한 포항시장에게 도시의 가치와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행정력이 요구되고 있다.첫 번째가 환경문제다. 그동안 철강 산업이 이끄는 괄목할 경제 성장으로 포항시는 도시의 성장에 비례하는 심각한 환경문제에 직면해 있다. 포항이 탄소 배출 문제 등 환경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심각한 경제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환경이 곧 삶이고 경제인데 철강산업단지의 공해, 비산먼지와 SRF, 매립장 그리고 환경 관련 업체들에 나타난 문제들 가운데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결된 게 없다.포항 토박이로 40년 넘게 살고 있다는 주부 박모(45·포항시 북구 양덕동) 씨는 “영일만산단에 포항의 미래먹거리(이차 전지 배터리 등)로 내세우는 산업이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있어 심각하다. 말로만 강조하는 친환경 도시 포항이 부끄럽다. 계속 이런 일에 맞닥뜨리면 포항을 떠날 것”이라면서 “환경문제를 다음으로 미루면 피해는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주민들에게 오염 수치의 투명한 공개는 물론 강력한 환경관리시스템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또 하나는 주민참여예산 제도의 확대다. 최근 몇 년 동안 포항에서는 ‘A센터’, ‘B센터’ 등 센터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 ‘센터 왕국’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이 센터들은 자칫하면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꼼꼼한 검토 없이 짓고 보자는 식의 행정은 중단하고 예산이 필요한 곳에 알맞게 쓰일 수 있도록 예산 편성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확보하기 위한 주민참여예산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사례를 보면 전북 완주군에서는 중학생들의 제안으로 청소년들이 방과 후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공간과 카페·몰을 스스로 운영해 민주시민의식을 기를 수 있게 했다. 대구 달서구는 직장인 제안으로 학교 앞 횡단보도 바닥과 벽면에 옐로카펫을 설치하여 아동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했다.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이 수반되지 않는 지역발전은 ‘명제(命題)만 있는 허울’에 불과하다. 4년의 임기가 제대로 방향을 잡고 가려면 시민들과 조금 더 함께하고 체감할 수 있는 시정이 필요해 보인다. /허명화시민기자

2022-07-05

포항 서늘한 숲, 경북도수목원에서 여름나기

경상북도수목원은 포항시 북구 죽장면 수목원로 647 해발 650m에 있다. 자연학습장·전시구역·보존구역 등이 있는 다목적 수목원으로 2001년 개관했다. 희귀하거나 멸종위기에 처한 자생식물들을 보존증식하고 있으며, 높은 산과 동해안의 지리적 여건을 활용하여 고산식물과 울릉도 자생식물 단지 등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어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식물을 관찰하기에도 매우 좋다. 또한 유아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하게 숲 체험을 할 수 있는 시설과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거기다가 자연생태체험과 휴식공간이 있어 평소에도 방문객들이 많은 편이다.입구 주차장 맞은편 ‘숲 해설 전시관’ 1층에서는 숲과 나무가 인간에게 주는 다양한 혜택과 그 기능에 관해 알 수 있으며, 2층 야생화·곤충·식물종자 표본전시실에서는 표본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과 다양한 식물·곤충·씨앗들을 관람할 수 있다. 전시실 내부에는 에어컨을 켜지 않았는데도 시원하다. 산 위 숲속에 있는 건물이라 에어컨이 필요 없다고 한다. 무엇보다 이곳은 기온이 도심보다 약 4~5℃ 낮기 때문에 한여름에도 서늘하다. 과연 ‘하늘과 산이 맞닿는’수목원답다. 짙은 그늘과 산에서 부는 바람이 마치 초가을 같다. 전망대에서 푸른 바다와 끝없이 이어지는 산들을 바라보면 서늘한 바람이 땀을 식혀준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이정표를 따라가면 숲속갤러리·도서관이 있다. 숲속갤러리에는 주사전자현미경(scanning electron microscpoe)으로 씨앗과 꽃가루, 식물특유의 아름다움에 색을 입혀서 촬영한 신기한 사진들을 감상할 수 있다. 통나무로 된 작은 갤러리에서 언덕을 올라가면 숲속 도서관이 있는데, 아담한 공간이다. 시원한 숲속에서 책을 읽으며 순수하고 해맑은 어린아이가 되어 마음이 환해지는 곳이다.연못 ‘삼미담’ 속에 축소된 독도의 모습과 널찍한 잔디광장도 펼쳐진다. 우거진 숲과 짙은 그늘이 있어 수목원 관람은 시원하게 할 수 있다. 숲 속에 마련되어 있는 식사광장에서 음식을 먹은 후, 명상의 숲 평상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면 햇살과 파란하늘이 초록빛 나뭇잎과 함께 반짝이며 눈이 부신다. 짙은 숲 그늘과 서늘한 바람이 있는 경상북도수목원에서 장마와 무더위로 지친 심신을 달래보는 것이 어떨까.주차료·입장료는 무료이며 숲 프로그램은 (054)260-6100로 문의하면 된다./이순영 시민기자

2022-07-05

반려해변을 아시나요?

해양수산부 반려해변 사업 홍보물.“우리의 해변을 반려동물처럼 아끼고 사랑합시다.” 정부가 매년 해양쓰레기 수거 예산을 대폭 늘리며 수거 활동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개인과 기업이 해변을 선택해 책임감을 가지고 가꾸는 ‘반려해변’ 사업이 자연을 위한 새로운 움직임으로 떠오르고 있다.반려해변은 반려동물을 보살피듯 특정해변을 정해 내 가족처럼 여기고 책임감있게 보호하는 활동으로 1986년 미국 텍사스주에서 해양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시작한 ‘해변입양’프로그램을 2020년부터 우리나라에 맞게 재해석한 해안보전활동 프로그램이다. 반려해변은 해양수산부와 해양환경공단이 2021년 제주도를 시작으로 올해부터 전국적으로 확대해 추진하고 있는 사업으로 기존 관 주도가 아닌 민간 주도의 해안을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방법이다. 해양쓰레기 문제에 대한 시민 인식을 제고하고 일상쓰레기 줄이기와 더불어 발생원인별 접근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함이 그 목적이다.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일정 구간의 해변을 입양하고 민간이 책임지고 관리하는 민간협력방식을 통해 행정력의 한계를 극복하고 수거한 쓰레기를 종류와 수량 등을 기록하여 정책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게 된다.(사)생태문화교육허브봄과 (주)문화밥은 포항지역을 대상으로 반려해변 프로그램 시범사업을 협업하여 진행중에 있다. 이에 포항시청 해양산업과도 최근 포항지역의 해안관리와 정화활동을 위해 이 두 단체의 반려해변 시범프로그램 진행에 향후 협력할 것을 협의하였다.(주)문화밥 관계자는 “해양보전활동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반려해변 프로그램에 참여해 지역 해변의 쓰레기를 수거하고 경관을 개선하는 등 해변을 가꿔나감으로써 지구의 바다를 지키고 건강한 해양환경을 만들어 가는데 힘을 보태고자 한다”고 전했다. /서종숙 시민기자

2022-07-05

좋은 일에 앞장서는 경주 ‘식모회’

경주에 재밌는 이름의 단체가 생겼다. ‘식모회’라고 한다. 무엇을 하는 곳일까? ‘경주 식당인들의 모임’의 줄임말인 식모회는 최근 결성된 단체다. 코로나로 경주 역시 여러모로 타격이 컸다. 특히 주류판매를 겸하는 음식업종은 거리 두기, 영업시간 제한 등으로 손해가 막심했다.“과부 심정은 홀아비가 안다”고 서로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던 비슷한 업종 대표들이 뭉쳤다. 평소 경주 현지인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들이 대부분이다. 모임 때마다 서로의 매장을 방문해 팔아주기 시작해 한 달 만에 회원 모두의 매장 방문을 완료했다.여기서 끝이 아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되어 조금 나아졌다고는 하나 아직 예전만큼 사정이 좋아지진 않았음에도 이웃을 위한 좋은 일을 기획했다.‘행복 공유 냉장고’는 저소득층을 위한 공유 냉장고로 한국외식업중앙회 경주시 지부와 함께 하고 있다. 행복 공유 냉장고는 과일, 채소, 곡물류, 건조식품 등의 식재료, 라면, 국수, 통조림 등의 완제품 등으로 채워져 있다.나눔을 통해 음식 자원 낭비도 막고 이웃도 도와 환경과 사람을 살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7월 1일 시작된 1호점은 황성동 행정복지센터 입구에 설치되어 있다. 누구나 물품을 넣을 수 있고 가져갈 수도 있다. 이용자는 1인 1일 1가지씩 가져갈 수 있다. 2호점, 3호점은 시 인사이동으로 잠시 보류 중이나 곧 생겨날 예정이다.모임의 회장인 김은정 대표의 페이스북에 알림글이 올라온 지 2주도 채 되지 않았는데 벌써 1호점이 생겨 운영 중이니 엄청난 추진력이다. 말보다 행동, 그리고 나눔은 가진 것만이 아니라 마음에서 오는 것이란 걸 보여준다.현재 회원으로는 김은정 집밥까페, 새파란 보스족발, 운수대통닭갈비, 마라향, 교동 집밥, 궁 한정식, 한스델리, 큰 기와, 김경진 라이브뽕닭, SH 광고기획 등이 소속되어 있다.번개처럼 빠르고 불도저 같은 추진력, 무엇보다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슈퍼맨 대표들’의 앞날을 기대하고 응원한다. /박선유 시민기자

2022-07-03

경산의 심장, 남천강의 매력 속으로

경산에는 도심을 가로질러 흐르는 큰내(大川)가 있다. 시민들은 그곳을 남천강이라 부른다.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겐 ‘강’이라는 이름이 애매모호하게 느껴질 정도로 아담하지만, 규모와 관계없이 남천강은 경산시민에게 무엇도 대신할 수 없는 자랑 중에 자랑이다남천(南川)의 발원지는 남천면 용각산(龍角山) 하도리 하도 저수지다. 남천강은 남천면을 지나면서 강폭도 넓어지고 수량도 풍부해진다. 경흥사 골짜기에서 흘러온 물과 산전리 뒷산 계곡에서 흘러온 물이 합쳐지면서 비로소 강다운 면모를 갖춰 22.5㎞의 물길이 시민들과 희로애락을 나누게 된다.시민의식이 높아지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현대사회에서 실내가 아닌 실외 강변에서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받은 시민들에게 주어지는 선물 같은 환경이다. 남천강을 이용한 운동은 여러 가지가 있다. 속보(빠른 걸음)는 그중 제1의 운동으로 꼽을 수 있다. 전문가의 자세와 복장을 갖춘 시민부터 편안한 복장의 시민까지 각양각색인데 속보 기준 칼로리 소모량을 살펴보면 4.4km(약 168kcal)가 표준이다. 시민들의 속보는 경산도축장-영대교-공원교-보도교-경산교-서옥교-백옥교-종점 월드메르디앙 건너편으로 이어진다. 거리를 줄일 수도 있고, 얼마든지 늘릴 수도 있다. 거리를 늘리려면 수성구 욱수천 쪽으로 향하는 코스와 반야월로 갈라져 금호강 쪽으로 접어드는 코스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걷기는 머리부터 시작해서 온몸 구석구석 어디든 건강해진다는 안내문이 군데군데 붙어있는 게 눈에 띈다.남천강 한쪽엔 파크골프장, 그라운드 골프장, 게이트볼장 등을 갖춰놓았다. 시작은 시니어들을 위한 운동시설이었으나 이제 특정 연령층에 제한되지 않고 모든 연령으로 확대돼 이욘한다. 어느새 이용객이 부쩍 늘어 지금은 시설 확장이 시급한 실정이다.경산시민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접근성도 좋으니 인기가 나날이 상승 중인 것 같다. 그밖에도 각종 운동기구 비치로 취향별 개인 운동을 즐길 수 있고, 초보자를 위한 자전거 무료교습을 통해 기능을 습득하고, 전용도로를 이용한 자전거 타기를 즐길 수도 있다. 국민건강보험과 함께하는 ‘건강 백세 운동 교실’도 열린다, 농구대도 있어 청소년들이 경기를 즐기는 것도 볼 수 있다.이제 몸의 건강과 함께 마음의 건강을 챙겨주는 이야기를 해보자. 오염되고 훼손돼 볼품없던 남천강이 보석처럼 다시 살아나게 된 것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공을 들여 개발에 힘썼기 때문이다.백천동부터 대평동까지 잘 가꿔 놓은 잔디밭 수변공원 군데군데 놓인 정자에는 한적한 시골마당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멍석이나 평상에 마을주민들이 모여 정담을 나누며 마른 풀에 불을 붙여 연기로 모기를 쫓고, 부채질로 더위를 잊던 추억이 옛날과 같은 모습으로 재현되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에겐 수변 공연장에서 펼쳐지는 노래 공연과 색소폰, 통기타 연주 등 음악 감상의 행운까지 덤으로 주어진다. 자연석으로 강둑을 쌓고, 꽃창포와 부레옥잠, 부들 같은 수생식물을 심어 수질이 좋아지자 청둥오리와 왜가리가 한가롭게 노닐고 밤에 나가면 수달도 만날 수 있다.큰 키를 자랑하며 물풀들이 숲을 이룬 곳에서는 새들이 둥지를 틀고 지저귀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생명이 속살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자면 시름도 잊고 시간도 잊는다. 쉽게 훼손시키고 어렵게 되살린 이곳 남천강은 많은 교훈을 준다. 인간은 자연 없이 살아갈 수 없다. 도심을 가로지르며 무더위를 식혀주고 건강을 지켜주는 남천강이 있는 아름다운 경산시로 놀러 오시길. /민향심 시민기자

2022-07-03

안동민속박물관서 ‘한여름 밤의 꿈’을

안동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휴식공간은 시내에서 접근성이 좋은 안동댐이다. 안동댐은 원이엄마의 사랑이 깃든 달빛 교교한 월영교와 육사 시비가 있는 안동민속촌을 거니는 낭만이 있는 곳으로 특히 밤에 운치가 더 있다.거기에 더해 이제 올여름 밤부터는 안동민속박물관에서 진행하는 ‘미디어 파사드(Media Facade)’를 감상할 수 있게 됐다.‘미디어 파사드’란 건축물 외면의 가장 중심을 가리키는 ‘파사드(Facade)’와 ‘미디어(Media)’의 합성어다. 건물 외벽을 스크린으로 활용해 LED 조명으로 영상을 투사하는 것으로, 화려한 조명과 영상으로 색다른 볼거리를 감상할 수 있다.안동민속박물관이 ‘스마트 박물관·미술관 조성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제작해 진행한 미디어 파사드쇼는 올드한 이미지의 민속박물관을 미래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박물관으로 변모시키고 있다.안동의 전통문화를 모티브로 허 도령 전설과 선어대 전설을 창작 설화로 만든 ‘상상설화뎐’과 전통색채를 통해 우리의 흥과 에너지를 표현한 ‘풍요의 색’, 퇴계 이황 선생의 도산 12곡에서 영감을 얻어 안동의 사계를 예찬한 ‘사시가흥(四時嘉興)’, 전통 풍물놀이를 담은 ‘염원의 춤’을 콘텐츠로 선보였다.서사 전달이 부족한 면이 다소 아쉬웠지만 다채롭고 아름다운 영상은 시민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특히 ‘달걀불 놀이’ 체험에는 가족의 건강과 시험 합격, 취업, 로또 당첨 등의 소원을 비는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즐거움을 더했다.안동민속박물관 마당에 자유롭게 앉아 감상할 수 있으며 돗자리를 챙겨간다면 더욱 편안한 시간이 될 것이다. 한여름 밤 색채의 향연에 빠져들 수 있는 미디어 파사드쇼는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8시부터 40분간 10월까지 진행될 예정이다./백소애 시민기자

2022-07-03

지역주민과 소통하는 민선 8기 되기를

민선 8기 공식 임기가 7월 1일부터 시작을 앞두고 있다. 포항시에서는 지난 22일 오후 시의회에서 제9대 시의원 당선인을 대상으로 의정 설명을 개최하고 당선인들은 지역의 발전과 시민복리증진을 위해 서로 소통과 협치로 열정적인 의정활동을 펼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6·1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보여준 시민들의 소망은 환경과 교육, 복지, 일자리 등 미래를 내다보면서 삶의 질도 함께 살펴달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시장과 시의원들에게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시민들과의 공감의 소통도 마찬가지다. 그래야 4년간의 쉽지 않은 여정을 잘 마무리 할 수 있기 때문이다.민선 7기의 임기 종료 앞에서 지난 의정활동을 돌아보면 주민들과의 소통의 아쉬운 부분이 많다. 아침, 저녁으로 걷기 운동을 한다는 최 모(53·여·포항시 남구 효자동) 씨는 “송도 솔숲에 수십억 들여 인위적으로 가꿔놓은 길은 진짜 세금 낭비라 생각한다. 여름엔 눈이 부셔 걷기 힘들고 겨울엔 횅하니 차갑다. 자연 그대로를 살리면 그게 또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닐까 한다”며 “시의원은 주민들이 주는 돈으로 일하는 동네 일꾼인데 시의원이라는 걸 내세우기보다 주민들과 먼저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6월 선거 때 동네 시의원 공약을 처음 살펴봤다는 김 모 (36·여·포항시 남구 유강읍) 씨는 “한 시의원의 빈집 철거와 그곳에 주차장을 건립하고 텃밭을 조성하겠다는 공약이 마음에 들었다. 시의원 힘으로 될지 모르겠지만 이런 게 학교 앞에서 아이들의 교통안전지도를 하는 시의원보다 주민들의 요구를 정확히 알고 말보다 행동하는 생활밀착형 의정활동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시민들은 무엇보다 새로 출범하는 민선 8기에서 갈등을 해소하는 소통의 역량을 키우기를 바라고 있다. 그래야 때론 시정의 감시자이면서 때론 든든한 응원군도 되어준다.또 경북 최대 도시인 포항은 도시의 하드웨어를 보완하고 삶의 품격을 높이는 문화인프라를 더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국의 한 역사가는 “셰익스피어는 인도와도 바꾸지 않는다”고 했다. 문화인프라는 과거로부터의 누적물인데 포항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포항역사박물관도 하루빨리 건립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허명화 시민기자

2022-06-28

담배꽃 피었습니다

청송 진보 도로변에 담배꽃이 피었다. 기다란 꽃잎이 담뱃대를 연상시키는 꽃이다. 나팔꽃을 닮은 분홍 테두리가 멀리서도 선명하다. 담배 농가가 줄면서 요즘은 보기 드문 풍경이다. 저 꽃에서도 향기 대신 담배 냄새가 날까 문득 궁금하다. 밭주인은 이미 반 너머 꽃을 따 낸 모양이다. 튼실한 담배 잎을 위해선 필요치 않은 까닭이다. 활짝 피지도 못하고 모가지가 댕강 잘릴 걸 아는지 모르는지 남은 꽃은 꽃이라서 마냥 예쁘다.동네에서 만난 어르신 한 분에게 담배 농사 짓던 이야길 전해 듣는다.“토악질이 나고 어지러바서 못 전디겠더라 카이끄네. 낮에 멀쩡히 잎사구 따고 엮고 저녁 잘 차리 묵꼬 잘라꼬 눕았는데 갑재기 담배 멀미가 나가 죽을 고생을 했다 아이가. 우리 영감은 담배를 마이 피아가 그런가 똑같이 밭 일 해도 담배 멀미 거튼 거 안 하대. 희안채.” 울렁거리는 속을 비우려고 문지방을 넘다가 그대로 엎어진 적도 있었단다. 담배 멀미 때문에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을 다녀온 이튿날도 밭에 나가 담배 잎을 땄단다. 지난한 이야길 아무렇지 않게 하시는 자그마한 어르신이 오래 보존되어야 할 문화재처럼 위대해 보인다.도시에 사는 누군가는 잎이 커다란 담배 밭을 지나며 배추농사가 잘 되었다고 했다는 우스개가 있다. 그건 담배가 어렸을 때 보아서 하는 말이다. 담배는 키도 잎도 큰 식물이다. 한 여름, 사람 키만 한 담배 고랑에 들어가면 숨이 턱턱 막힌단다. 습기와 더위를 참으며 담배 잎을 따면 잎 끝에서 진액이 흘러내려 손이나 옷에 묻어서는 아무리 빡빡 문질러 씻어도 잘 지워지지 않는단다. 독한 니코틴 냄새를 맡으며 오래 일을 하니 매스꺼움과 어지럼증이 생기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이 지방에선 담배 멀미 한 두 번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옛날엔 집집마다 담배농사를 지었단다. 대부분의 농가가 담배 농사를 접은 이유도 담배 멀미 때문이라니 얼마나 지독했을지 짐작조차 어렵다. 요즘은 몇 남은 담배 농가마저 품 구하기가 어려워 동남아에서 온 노동자들을 쓴단다. 다른 농사에 비해 곱절의 품값을 주어야 한다니 만만치 않은 일이다. 이제 곧 담배마저 국산은 사라질지 모르겠다.“담배 농사 안 지마 죽는 줄 알고 죽자 사자 했디만도, 인자 마 담배 농사 안 지도 안 죽데. 그란 줄 모리고 여태까지 안 했나. 해도 표 안 나고 안 해도 표도 안 나는데 뭐 할라꼬 담배 멀미까정 해 가민서 그러침 쌔가 빠지게 했는동 몰따.”담배 농사 안 지어도 사는 세상이 되어 좋다는 어르신의 주름진 얼굴이 어린아이처럼 환하다./박월수 시민기자

2022-06-28

동리목월문예창작대학 ‘맹목의 눈, 통찰의 눈’ 특강

경주 동리목월기념사업회(회장 한동철)에서 운영하는 동리목월문예창작대학(학장 손진은)은 지난 25일 동리목월문학관 영상실에서 문학평론가인 허상문사진 영남대 영문학과 교수를 초청하여 ‘맹목의 눈, 통찰의 눈’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열었다. 이날 특강에서 허상문 교수는 자신의 근원으로부터 추방되어 영원히 방랑의 길을 걷도록 운명 지워진 오이디푸스 이야기를 통해 작가란 오랜 타성이 되어 있는 현상에 눈이 멀어질 때 새로운 눈이 떠지는 역설적인 존재이며, 이 때 획득되는 것이 통찰력이라고 정의하였다.어둠을 모르면서 환한 감동의 씨앗과 뿌리 열매가 달린 작품을 산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작가의 운명인데, 어둠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작가는 기존의 발견을 전복하고자 하는 창작 행위를 수행한다는 지론을 폈다. 즉, 오이디푸스가 그랬듯이 텍스트의 목소리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새로운 목소리를 위해 혹은 반대의 목소리를 향해 해체되거나 전복될 가능성을 지니게 된다는 것이다.허 교수는 또 “현상의 외면만을 살피거나 삶의 본질적 차이와 모순을 은폐하거나 미화하는 작품은 대중적인 인기 영합은 될지라도 좋은 문학이 아니다. 오히려 삶과 세상의 모순과 불의 속에서 그에 맞서 대립하며 분노하여 그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어야 진정한 문학”이라고 역설하였다.이어 그는 “어둠 속에서 좌절하지 않으면서 이 세상과 인간에게 참된 빛을 가져오기를 갈구하는 힘을 보여주는 데서 문학의 위대한 힘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하고 “결국 오이디푸스가 빛과 어둠의 경계에서 헤매던 길은 바로 우리네 인생길이자 문학의 길이며, 은폐된 것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작가는 조금씩 삶의 운명과 세상의 운명을 해독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하였다.허 교수는 마지막으로 “신은 우리에게 두 개의 눈을 선물해주었다. 하나는 눈앞의 현상을 보는 눈이고, 다른 하나는 통찰력을 갖고 현상 너머의 실제를 보는 눈. 그 두 개의 눈으로 작품을 쓰는 작가라야만 진정한 작가”라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 지었다.문학의 기능과 역할, 문학인의 자세, 문학의 운명과 미래, 삶과 인간을 생각하는 문학에 대해 강의한 이날 강의에는 문학인이나 문학에 관심이 있는 시민, 독자 등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 더욱 큰 호응을 얻었다. /서종숙 시민기자

2022-06-28

일상회복 응원 ‘CTS포항방송 여성합창단 정기연주회’

‘아름다운 만남으로! 어두움에서 밝은 빛으로!’.다시 일상 회복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준비한 ‘CTS포항방송 여성합창단 제5회 정기연주회’가 열린다.7월 2일 오후 5시 포항성결교회에서 열리며 지휘 김승희, 안서련 반주로 사랑, 위로, 희망, 다시 일상으로 회복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찬송가 9곡이 연주될 예정이다.이번 정기연주회는 이전 정기연주회와는 달리 코로나19로 인해 2년 반이 넘는 시간 동안 힘겨운 시간을 보낸 우리들에게 무엇보다도 평범했던 일상이 주는 행복을 다시 회복하는 회복의 시간을 갖고자 마련했다고 한다.행복은 우리 각자의 마음에서도, 자연에서도, 환경과 생각에서도 찾을 수 있다. 무더운 이번 여름 우리 모두의 일상으로 회복되길 바라는 간절한 소망을 안고 사랑과, 위로, 희망을 담은 CTS 여성합창단의 정기연주회 공연을 가족과 연인과 동료들과 함께하며 위로의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다.포항CTS 여성합창단은 어렵고 힘든 이웃들에게 따스한 사랑의 마음을 담아 내일의 희망을 전하고자 2014년에 창단된 여성합창단이다. 그동안 헌신예배 연주와 각종 합창제 등을 통해 CTS의 사역을 알리고 찬양으로 복음을 전하는 섬김을 이어오고 있다./윤정미 시민기자

2022-06-28

오지여서 더 매력적인 승부역 가는 길

툭툭 불거진 바윗돌에 부딪혀 물길은 휘돌아 가고, 가공되지 않은 자연에 철길과 물길이 공존하며 나란히 함께 간다. 협곡과 오지의 깊은 골에 숨어 있는 봉화 승부역. 낯선 세상과 만남은 나만이 느낄 수 있는 세상으로 숨어 들어가기 위함이 아닐까? 느리게 걸을수록 아름다운 곳, 소박한 풍경에서 느껴지는 은은한 삶의 향기를 만나기 위해 승부역 가는 길을 찾는다.봉화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13개 기차역을 보유하고 있다. 차로 갈 수 없는 오지와 협곡이 많아 기차역이 많다. 봉화에서 태백으로 넘어가는 마지막 기차역인 석포에서 승부역까지는 자동차나 기차로 갈 수도 있으나 오지 여행은 걷는 것이 제격이다.이 길은 외길이어서 이정표나 내비게이션이 필요 없이 갈 수 있으며, 도보로 3시간 정도 소요된다. 석포를 벗어나 걷다 보면 폭포 가는 길이 나오고 결둔 마을 이정표가 보인다. 문헌에 따르면 승부마을은 옛날 전쟁이 났을 때 이 마을에서 승부가 났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결둔마을도 군이 주둔한 마을에서 비롯됐다고 하니, 삼국시대 군사 요충지였던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좌측으로는 기찻길이 있고, 우측으로는 사람이 다니는 길, 중앙에는 물길이 승부역까지 계속 이어져 숲에서 들리는 새소리, 돌 사이를 흐르는 물소리, 운이 좋으면 협곡을 달리는 기차도 길동무가 되어 준다.흐르는 물소리와 자연 속에서 길은 삶의 발자취 따라 부드럽게 이어진다. 걷는 내내 고즈넉한 분위기에 절로 빠져든다. 민가나 주민이 많지 않고 내륙 깊숙한 지역에 높은 산이 에워싸고 있어 왕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산길과 강줄기 그리고 기찻길이 숨바꼭질 하듯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면서 사이좋게 나란히 가고, 산골짜기에 누운 바위는 금세 일어나 뚜벅뚜벅 일어날 것만 같다.승부마을의 들판은 세속의 시간에는 별 관심이 없다는 듯 그 모습을 덤덤하게 드러내고, 나뭇잎 사이로 내리쬐는 유월 햇살은 따갑지만, 이따금 불어오는 청량한 바람은 더없이 시원하다.조용한 마을을 뒤로하고 주황색 현수교를 건너 승부역 앞에 도착하면 여행객들의 모습이 보인다. 하늘도 꽃밭도 세 평인 승부역이 환하게 다가오고, 사방으로 꽉 막힌 협곡은 색다른 매력으로 분위기를 압도한다.승부역 뒤편에 영암선 개통기념비가 있다. 태백 지역 지하자원을 운송하기 위해 1949년 공사를 시작해 1955년에 완공했다. 백두대간 협곡을 통과하고 험준한 산을 통과해야 하는 힘든 공사였다.문화부는 2011년 ‘승부역 가는 길’을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로 지정했고, 이곳이 오지 여행 성지로 떠오르면서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환상선 눈꽃열차와 백두대간 협곡열차도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었다.척박한 세상의 일들이 어쩌면 이곳에서는 산새 소리처럼 가볍게 날아 흘러갈 지도 모르는 일이다.오지의 고요함이 주는 사색과 아련한 삶의 체취가 느껴지는 소박한 풍경이 매력적인 곳 바로 승부역 가는 길이다. /류중천 시민기자

2022-06-26

탁구, 건전하고 좋은 취미 아닐까요

하루하루 숨 가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사람들은 여행, 독서, 공예, 스포츠 등 취미 생활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어느 정도 완화된 시점. 그 동안 미뤄졌던 생활체육 탁구대회가 주말마다 봇물 터지듯 개최되고 있다.지난 11~12일 영양에서는 일월산배 전국오픈 탁구대회가 열렸고, 23~25일에는 문경에서 경북협회장배 생활체육 탁구대회가 열렸다. 대구, 경북 각 지역에서 탁구를 치는 동호인은 본인의 탁구 실력을 검증할 수 있는 기회로 타 지역의 동호인들과 실력을 겨루기 위해 대회에 참여한다.울진에서도 대회 참가를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짐을 꾸렸다. 꾸불꾸불한 길을 1시간 30분~2시간을 달려 대회장에 도착했다. 대구, 포항, 경주, 멀리는 부산에서까지. 다들 열정이 없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대회 참가자들은 한 동안 열리지 못한 대회에 참가하느라 설레는 마음이 앞선다고 한다. 보통 첫날에는 60대 이상 참가자들의 라지볼 경기가 열린다. 둘째 날에는 일반볼 개인단식과 2인단체전 또는 개인복식, 셋째 날에는 단체전 경기가 열린다.대회마다 요강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각 종목별에서 부수별로 나뉘어져 경쟁을 한다. 시합에 이기고 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평소 실력이 나오지 않을 경우 답답한 마음에 자신에게 화도 낸다. 스스로를 다독이기 위해 혼잣말을 하고, 자신에게 화내며 자책하는 모습은 탁구를 치지 않는 사람들이 보면 낯선 모습일 것이다.게임에 지고 뒤돌아서 응원하는 사람들과 눈이 마주칠 때면 민망하기 짝이 없다. 탁구는 상대성이 큰 경기라 상대방과 어떤 전략으로 경기를 치르느냐에 따라서 승패가 결정된다. 다른 종목도 그렇겠지만 상대방의 약점을 파악하지 못한다면 그 게임은 지게 되는 것이다.당시는 화가 나도 시간이 지나면 무엇이 부족했는지 어떤 식으로 전략을 세워야 하는지 깨우치게 된다. 대회가 끝나고 나서 부족한 부분을 연습하게 되면 실력은 그 만큼 늘게 되는 것이다. 노력 없이 이루어지는 성과가 어디 있으랴.그렇게 시합장에서 많이 지다 보면 상황에 따라 이기는 법을 터득하게 된다. 그것이 쌓여 나중에는 입상과 함께 승급을 하는 영광을 얻게 되는 것이다. 구력이라는 것을 무시하지 못하는 법이니까.단식과 달리 단체전의 묘미를 아는가? 서로를 응원하고 의지하면서 게임을 이기는 재미도 쏠쏠하다. 지고 있다가 역전을 하거나 말번에서 아슬아슬하게 승리하는 그 기쁨 때문에 이 사람들은 새벽잠을 마다하고 참여하는 것이 아닐까?7월 울진에서도 금강송배탁구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많은 동호인들이 참여하여 정정당당하게 실력을 겨루는 경쟁의 장이 되길 바란다./사공은 시민기자

2022-06-26

경산 남매지서 더위 이기고 건강 지키고

경산의 여름 더위는 연일 수은주 수치를 경신하며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아직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지도 않았음에도 37도를 오르내려 벌써부터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름하여 ‘경프리카’의 더위를 시민들은 어떻게 극북하고 있을까? 더위를 피할 수 있는 많은 장소가 있지만 오늘은 경산의 심장에 있는 도심 속 피서지 ‘남매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경산시청과 경산고등학교 사이에 위치해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대구 지하철 2호선 임당역에서 내려 10분 정도를 걷거나,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엔 무료주차시설이 준비돼 있다.도착과 동시에 시원하게 펼쳐진 풍광과 만나게 되고 물 위를 덮은 연잎 향기가 찾아오는 손님을 반겨준다. 남매지라는 이름을 쓰게 된 유래에는 몇 가지 전설이 있는데, 그중 경산문화원에서 소개하는 전설은 아래와 같다.‘조선시대 경산현에 부모를 잃은 오누이가 살았다. 이들은 빚을 갚기 위해 종살이를 했다. 그 집의 주인은 누이에게 첩이 되길 강요했고, 동생은 한양에 가서 벼슬을 얻어 돈을 갚을 터이니 기다려 달라했다. 하지만, 동생이 돌아오기 전 누이는 몸을 더럽힐 수 없다며 저수지에 몸을 던져 자결했다. 늦게 돌아온 동생은 누이를 찾았으나 자결했다는 소식을 듣고 누이를 따라 못에 몸을 던졌다. 이후 오누이가 몸을 던진 저수지를 남매지라 하였다.’이런 슬픈 사연을 담고 지금까지 도시를 지켜온 남매지는 많은 시민들을 위한 위로의 장소가 되고 있다.수영장과 물놀이 시설, 샤워기 등 부대시설을 갖추고 한여름에는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분수쇼로 더위 사냥에 들어간다. 야외의 크고 작은 공연장과 수상에 만들어 놓은 공연장도 흥겨움을 더한다. 바람 좋은 날에는 남매지를 달리는 수상보트도 만날 수 있다.약 2.4㎞의 둘레길은 가벼운 운동기구와 정자, 벤치도 놓여있어 편안함을 더한다. 행운이 주어지는 날도 있다. 야외 공연이 있는 날엔 음악과 함께 건강을 지키는 운동도 할 수 있는 것. 또한 자전거를 탈 수도 있고, 반려견과 산책을 할 수도 있다.남매지 중앙광장에는 느린 우체통도 있다. 사연을 써 넣으면 1년 6개월 뒤에나 배달되는 신기한 우체통이다. 여기선 속도의 시대에 느린 우체통이 주는 교훈을 되새겨보게 된다.남매지의 매력은 밤에도 빛을 발한다. 시민들을 위한 음악분수가 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접근이 편리하고 각종 시설이 잘 갖춰진 남매지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문화와 나눔 교류의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이곳은 경산시민들의 큰 자산이다.남매근린공원 앞 카페 ‘폰드(Fond)’에서는 시원한 커피를 즐길 수 있고, 길 건너 ‘남매포차’에선 고소한 깻잎전을 안주로 막걸리도 마실 수 있다. /민향심 시민기자

2022-06-26

경로당 학교에서 만나는 기쁨

“밭에 풀약 치로 갔다가 한글 공부하는 날인 거 생각나가 약통도 내삐리뿌고 안 쫓아왔나.” 느지막에 배우는 글공부가 어르신들은 그렇게 좋다고 하셨다. 생전 처음 책가방을 들어봤다는 어르신들이 ‘소망의 나무’를 펼쳐놓고 한글을 쓰는 모습은 경이로웠다. 마찬가지로 처음 잡아본다는 색연필을 들고 그림을 그리는 모습도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그런 어르신들이 지난 2년간 코로나로 인해 공부와 담을 쌓고 지냈다. 경로당 학교가 문을 닫으니 어쩔 수 없었다.“집에 앉아 내 혼자 해 볼라 카이 어예 안 되더라 카이끄네.”그동안 스스로 해 보려고 애를 썼던 흔적들이 여기저기 묻어있다. 때 묻은 가방 안에 공책을 꺼내자 삐뚤빼뚤 쓰인 일기장이 나온다. 받침이 엉망이라 알아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젊은 선생 앞에서 부끄러운 학생이 된다. 또 다른 어르신은 스케치북을 꺼내 놓으신다. 할머니 그림을 눈여겨 본 외손주가 심심할 때 그리라며 값비싼 색연필이며 스케치북을 사다 주었단다. 꽃 그림 그리는 게 하도 좋아서 밤에 잠이 오지 않을 때마다 그렸다고 하신다. 온갖 화사한 꽃들이 춤을 추는 듯 신이 나 보인다.“인자 바라는 거 암것도 엄따. 그저 아아들 건강하고 내 몸 안 아프고 그라마 되제.”새로 문을 연 한글학교에 모인 어르신들 표정이 코로나 이전처럼 밝고 씩씩해서 다행이다.“학교에 안 오마 또 밭에 나가 일 할 낀데 여가 마 내 놀이터고 휴식처 인기라” 약통도 팽개치고 공부하러 오셨다던 올해 일흔 후반의 어르신 말씀이다. 평생 농사일하느라 두 무릎 관절을 수술한 어르신은 목욕탕 의자에 앉아 공부를 하시면서도 불편한 기색은커녕 행복에 겨운 모습이다.“공부 갈체 주제, 운동 씨기 주제, 묵을 껏도 주제, 이보다 더 고마븐데가 어딨노.”청송문화원 성인문해교실은 총 열 곳의 경로당을 찾아 한글과 그림 이외에 갖가지 취미교실 프로그램도 실시한다. 약 160여 명의 어르신들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두 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수업은 어르신들의 자존감을 높이는데 가장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고 호평받고 있다./박월수 시민기자

2022-06-21

“장보기 겁나면 편의점으로 오세요”

치솟는 물가에 ‘장포족(장보기를 포기한 사람들)’ 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장보기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얼마 전 오랜만에 마트에 간 주부 정 모 (41·포항시 북구 대잠동)씨는 “마트에서 몇 개만 담아도 손이 떨린다. 아이들이 셋이라 박스로 사야 할 때가 많아 담을 때는 몰랐는데 계산대 앞에서 20만 원이 훌쩍 넘으니 표정 관리가 안 된다. 공산품도 올랐지만 상대적으로 먹거리 물가가 대부분 10% 이상 올랐다”며 장보기가 두렵다고 말했다.포항시 북구 양덕에 사는 직장인 이 모 (33·여) 씨는 “주말에 외식하지 않고 집에서 차려 먹을 재료만 담았는데도 6만 원 가까이 나왔다. 물가가 올라 직접 요리해서 먹어도 배달 음식이나 편의점 도시락을 먹는 것과 지출 차이가 크지 않다. 더 써질 때도 있어 어쩔 수 없이 장 보는 횟수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최근 이런 장포족들이 늘어나면서 편의점 업계가 가격을 낮춘 소용량 채소를 선보이거나 슈퍼마켓의 자체상표(PB) 상품 판매에 나서면서 고(高)물가 잡기에 동참하고 있다. 대형마트 보다 싼 가격의 상품을 내놓으면서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부담을 줄이려는데 힘을 보태고 있다.편의점 업계에서는 1인 가구가 주로 식료품과 간편식을 구매하는데 아이디어를 얻어 초저가 상품을 출시 중이다. 한 업체는 마늘, 고추, 대파 등 자주 이용하는 채소를 한두 끼 양으로 소포장으로 판매한다. 농협유통센터와 직거래로 가격은 900원~4천500원으로 평균가 대비 30%나 저렴하다. 이 밖에도 돼지고기와 소고기 냉장육을 소용량으로 출시한다. 중소기업 상품을 시중가에 70~80% 저렴하게 판매하는 ‘리얼프라이스’를 취급하고 김밥, 계란, 쌀을 한정 판매하기도 한다.포항 북구의 한 편의점 점주는 “외식 물가 인상으로 집밥 수요가 늘어나 본사에서 합리적인 가격의 상품들을 선보이고 있는데 고객들에게도 반응이 좋다. 편의점이 1인 가구가 많은 원룸촌에 위치해 채소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정도 늘었다”고 설명했다.오천에 사는 주부 박 모(45) 씨는 “요즘은 편의점에서 소량으로 잘 나오기 때문에 필요할 때만 사는 게 더 절약된다. 앞으로 자주 이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허명화 시민기자

2022-06-21

6·25전쟁 격전지 기계·안강지구 전투 전적비

포항시 북구 기계면 성계리 입구에 한국전쟁 격전지 전적비가 있다. 전적비를 중심으로 인근 지역에서 벌어진 치열한 전투로 희생된 젊은이들의 고귀한 넋을 기리고자 2016년 건립한 비석이다. ‘기계·안강지구 전투’는 1950년 8월 9일부터 9월 22일까지 벌어진 전투를 말한다. 기계·안강은 전략적 요충지였다. 동쪽으로 포항(13㎞), 서쪽으로 영천(24㎞), 남쪽으로 경주(14㎞), 북쪽으로 청하(17㎞)로 이어진다. 북한군은 포항을 점령한 후 연화봉·운제산을 거쳐 경주로 진출하거나, 양포·감포·울산으로 이어지는 해안선으로 남하할 계획이었다.기계·안강 지역이 북한군에게 점령되면 포항·경주·영천·대구가 매우 위험하였으며, 영일비행장이 있는 포항이 차단될 위기에 처해진다. 이에 우리 군은 최후 방어선을 지키기 위하여 모든 전력을 투입하였다.북한군 제12사단과 제766유격부대의 공격에 맞서 수도사단·제3사단과 독립기갑연대·2개 유격대대·해군육전대·민부대·학도병 등 동원가능한 모든 전력을 투입하여 필사적으로 항전하였다. 그 결과 고지의 주인이 열여섯 번이나 바뀌고, 국군 제17연대는 소대장·중대장, 3개 대대장이 전사와 부상으로 인해 지휘자가 하루에도 수차례 바뀌고, 나중에는 일등중사가 소대장 임무를 맡기도 했다.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피비린내 나는 격전장이었다. 17연대는 격전지인 곤제봉 전투에서 최후의 승자는 되었지만 수많은 목숨을 잃었다.올해는 한국전쟁 발발 72주년이 되는 해이다.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쉬는‘휴전(休戰)’기간이다. 그날의 피비린내 나는 동족상잔(同族相殘)으로 희생된 영웅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순영 시민기자

2022-06-21

포항지역 여성 청소년을 위한 자선바자회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북지역본부(본부장 문희영)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포항후원회(회장 김경탁)는 지난 19일 지역 여성 청소년을 돕기 위한 자선바자회를 개최하고 후원금 전달식을 가졌다. 포항시 남구 대잠동 철길숲공원에서 진행된 이번 자선바자회 대부분의 물품은 포항후원회 회원 및 어린이재단 후원자들의 자발적인 후원을 통해 이뤄졌으며, 포항시학부모회장협의회 등 다양한 지역 기업 및 단체가 함께 준비하고 진행해 의미를 더했다.이번 자선바자회를 통한 수익금 전액은 지역 여성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1인 10만원 상당의 여성용품키트가 지원되며, 많은 시민들의 참여로 목표로 했던 2천만원 이상의 후원금을 지역 내 취약계층 여학생에게 지원할 예정이다.김경탁 포항후원회 회장은 “아직도 생리대 한 장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아동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우리 모두 함께 이러한 사실을 알리고, 함께 하고, 돕기 위해 행사를 마련했다”며 “이번 자선바자회를 계기로 전염병으로 얼어 있었던 나눔문화가 조금이나마 다시 살아나길 간절히 바란다”고 전했다.한편,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포항후원회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후원자 모임으로 현재 130여 명이 활동하며 지역 내 아동을 위한 기부와 의미 있는 행사들을 이어나가고 있다./윤정미 시민기자

2022-06-21

이웃 돕고, 지구도 살리고

경주 충효동에는 이름처럼 마음이 따뜻해지는 곳이 있다. ‘선도愛기부나눔마켓’. 큰 길 우측 건물 2층에 위치한 이곳엔 많은 분들의 나눔 물건들로 가득 차 있다. 최근 이곳을 지키고 계신 봉사자 정의진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다양한 봉사활동을 하고 계신 정의진 씨는 선도동 어린이합창단 지휘자, 한국대중음악박물관 주강사, 경주음악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정씨는 방문자들에게 ‘엄마’라 호칭하며 딸처럼 살갑게 맞이하고 있었다. 이곳은 정기기부자만 141명이다. 그리고 다양한 업체에서도 물품 지원을 해주고 있으며, 선도동행정복지센터에서도 도움을 주고 있다.취약계층 등 기준에 해당하는 이용자들은 1주일에 한번 세 가지 물품을 선택해 가져갈 수 있다. 주 이용자의 수는 대략 25~30명 정도이다. 인기품목은 쉽게 섭취할 수 있는 반찬이나 라면 같은 식품이다. 이렇듯 선호하는 물품이 정해져 있어서 기부 물품만으로는 제공 수량이 부족하다.그래서 기부 받은 물품을 일반인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한 수익으로 부족한 물품들을 채워나가고 있다. 책은 2천원, 구두는 3천원, 겨울 내의 5천원 등이다.새 제품이지만 굉장히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그리고 이곳은 자원봉사센터에 등록이 되어 있어서 봉사자들이 봉사시간을 등록할 수 있다. 일정 시간 이상의 봉사시간을 채우면 공영주차장 주차비 할인 등 여러 혜택을 지원받을 수 있다고 한다.이 외에도 올해는 자원봉사센터와 연계해서 ‘안녕 아이스팩 챌린지’라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시민의식 재고를 위해 기획된 사업으로 깨끗한 아이스팩 3개를 가져다주면 10리터 쓰레기봉투로 교환해 준다. 그리고 아이스팩은 자원봉사센터와 근처 소규모 업체들에게 제공된다. 업체들의 반응도 좋다고 한다.그리고, 프리마켓과 우리 동네 플로깅 등 지역주민들과 함께 하는 행사들도 함께하고 있다. 한 번쯤 들러서 우리 이웃을 위한 구매도 하고, 지구 살리기에도 동참하면 어떨까?/박선유 시민기자

2022-06-19

잔잔히 흐르는 강물처럼 이웃에 스미고 싶어

경산시 자인면에 ‘자원봉사자의 전설’이 있다는 반가운 소식에 길을 나섰다. 시골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자인면 옥천리에서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미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물어물어 찾아간 시골집.거기서 꽃을 가꾸고 있는 경산시 자원봉사자의 대모 천복숙(67)씨를 만날 수 있었다. 듣던 것처럼 위풍당당하고 단아해 보였다.면 소재지에서 옥천리로 이사를 위해 6년 정도의 시간을 투자해 손수 자연 친화적인 조경을 가꾸었다는 천씨. 대문 앞 담장에는 100살을 훌쩍 넘긴 멋진 떡버들나무가 서 있었다.뿐 아니라 어름나무, 각종 야생화와 다육식물 등을 어찌나 예쁘게 가꾸었는지 집주인의 야무진 삶의 이야기들이 그대로 녹아들어 아름다운 정원을 이루고 있었다.지역의 자원봉사 현장에서 스쳐간 인연으로 무턱대고 찾아간 내게 “우야꼬. 바쁜 사람이 시골까지 연락도 없이 어찌 왔을까?”라며 의아한 눈빛을 보내는 천 회장에게 “제가 회장님을 억수로 좋아한다 아닙니까. 적십자봉사단의 선배님이기도 하시고요. 옥천리에 비밀의 정원을 꾸미고 계신다기에 취재차 왔심더”라고 답했다.신문에 실린다고 하면 만남에 응해줄 사람이 아니기에 능청스런 너스레로 위기를 넘기며 취재를 시작했다.천복숙 씨는 30년 전쯤부터 봉사를 시작했다. 두 명의 자녀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자인초등학교 운영위원, 교통심의의원 자인적십자봉사회장으로 10년을 활동하면서 ‘김장 나눔’, ‘밑반찬 나눔’, ‘독거노인 돌보기’, ‘연탄 나눔봉사’, ‘긴급 구호활동’, ‘위기가정 돕기’, ‘불우이웃 돕기 캠페인’ 등을 진행했다.또한, 봉사기금 마련을 위해 일일찻집과 바자회, 아나바다 등을 통한 모금활동을 전개해 그 수익금을 불우이웃을 위해 통 크게 기부하기도 했다. 그런 활동을 인정받아 3년 연속 경산시 대표로 적십자사 지사장 표창을 받았다.“제 삶에서 이웃과 함께 한 30여 년 봉사자로서의 추억만큼 소중한 게 또 있겠습니까”라고 말하는 천씨는 “지금처럼 경제사정이 윤택하지 않았던 시대에는 저소득층에게 연탄 한 장, 김장 한 포기가 너무나 귀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자인만 해도 시골인데 주위에서 위기에 처한 가정이라며 독거어르신 댁을 소개해줘서 가보니 방안에 떠놓은 물이 얼음이 돼 있었어요. 회원들과 상의해 연탄 500장을 들여놨었죠”라는 추억도 떠올렸다. 연탄을 받은 노인은 연신 눈물을 닦으며 고마움을 전했다고 한다.앞으로 어떤 나눔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지 물었다. 아래와 같은 답이 돌아왔다.“저도 칠십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도시생활을 접고 그동안의 삶을 돌아보며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자비와 보시행을 실천하며, 형편에 맞게 고요한 강물처럼 이웃에게 스미고 싶습니다. 누구나 마음이 힘들 때 우리 집 정원으로 놀러 와서 힐링하고 가세요.”오랜 세월 지역을 위해 헌신한 봉사자 천복숙 씨의 모습은 대문 앞 떡버들나무의 의연함과 닮았다. 눈과 비바람 속에서도 하늘을 향해 허리를 곧추세우고 긴 세월을 살아내며 누군가의 그늘이 되어주는 떡버들나무 말이다.이웃과 함께 잔잔한 강물처럼 살고 싶다는 천복숙 씨의 희망이 그가 가꿔놓은 아름다운 정원처럼 세상 속으로 스며들기를 소망해본다./민향심 시민기자

2022-06-19

다시 열린 길안 민속단오제

매년 음력 5월 5일은 수릿날, 흔히 ‘단오’라 부르는 우리 명절이다. 옛사람들은 모내기를 끝낸 늦봄, 창포물에 머리 감고, 그네 뛰고, 씨름하며 다가올 여름 농번기를 앞두고 흥겨운 시간을 가졌다 한다. 잊혀져 가는 우리의 세시풍속 단오제를 안동시 길안면 단오회에서는 1985년 시작해 올해로 벌써 서른 번째 개최하고 있다.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두 해를 건너뛰고 다시 열린 길안 민속단오제는 2017년부터 안동시 보조금 없이 길안면의 자체 행사로 실시하고 있다.길안면은 면의 대부분이 높은 산지로 이루어졌고 길안천이 흐르는 아름다운 곳이다. 여름이면 길안천에서 골부리를 잡거나 다리 아래서 더위를 식히는 인파로 북적였고, 장날에는 시내에서 면소재지까지 일부러 골부리국을 맛보러 오는 사람들이 많았다.최근 다시 열린 단오제는 주민들의 잔치로 자리 잡은 만큼 의전행사를 줄이고 배방리부터 천지3리까지 24개 마을 주민들이 모두 참여했다. 줄다리기, 그네뛰기, 떡메치기, 씨름, 노래자랑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해 길안면 단오공원을 들썩이게 만들었다.고된 농사일에서 벗어난 길안면 주민들을 위해 지역 사업체, 출향인들이 선물과 경품도 푸짐하게 내놓았다.길안 골부리식당, 억수로 지하수개발, 호박다방 등등에서 기증한 경품이 길게 줄지어 섰고 ‘풍년농사를 기원한다’는 축하 현수막은 정겹기 그지없다.마을 대항 줄다리기에서는 막걸리 마시느라 출전시간을 놓친 주민들로 부전승이 속출하고, 체급과 나이가 다른 선수가 맞붙어 이겨도 이긴 것 같지 않은 씨름경기가 이어졌지만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즐거워했다.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오랜만에 왁자지껄한 하루를 보낸 주민들에겐 더없이 기뻤을 한마당 잔치였다./백소애 시민기자

2022-06-19

포항시 여성 서기관 비율 턱없이 낮아… 20% 안돼

정부가 지정한 여성친화도시인 포항시의 4급(서기관) 이상 관리직 여성 간부 공무원 비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포항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포항시 전체 공무원 수 중에서 남성 공무원은 1천203명이고 여성 공무원은 991명으로 여성이 전체의 45%를 차지했다. 하지만 2022년 현재 4급 이상 간부 공무원 17명 중 여성은 4급(서기관) 3명뿐으로 전체의 20%가 채 되지 않는다. 여성 고위공무원 발탁 인사가 부족한 것은 새 정부에 들어서도 이슈화가 된 문제다. 한미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한 외신 기자가 새 정부 내각의 ‘남성 편중’ 현상을 지적했다. “대선 기간 남녀평등을 이루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는데, 한국 같은 곳에서 여성 대표성 증진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고, 남녀평등을 이루기 위해 어떤 일을 계획하고 있나” 이를 의식한 듯 대통령은 남은 2개 부처 장관 후보를 여성으로 채웠다. 전체 후보자 16명 중 3명(18.75%)이다.지난 3월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여성 대표성 제고 계획 4년간 추진성과’ 보고에 따르면 지난 정부에서도 여성 고위공무원은 4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10명에 1명꼴이었다. 과장급은 24%대로 늘었지만 아직 선진국 수준엔 크게 못 미치고 있다.포항시 북구 장성동에 사는 한 모(52·여) 씨는 “6·1 전국동시지방선거 결과를 보니 17개 광역자치단체장 당선자가 전부 남자다. 아직 양성평등은 멀어 보이고 여러 이유로 여성의 지위도 취약하다. 유럽 정치인들은 이것을 보고 이상한 나라에 와 있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일 년 전부터 수도권과 부산 등 대도시 광역자치단체에서는 전체 여성 공무원의 수가 남성 공무원의 수를 넘어서고 있다. 이는 신규 공무원 채용에서 여성 합격자가 두드러진 결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지방인사통계통합시스템 분석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부산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여성 공무원 수가 54%에 가까운 비율을 보였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1월에는 울산에서 처음으로 2급(이사관) 여성 간부 공무원이 탄생했다.포항시에서 인사를 담당하는 한 여성 공무원은 “남성 공무원과 비교했을 때 여성 공무원이 능력에 있어서 차이가 나지 않는다. 지금 세 분의 여성 서기관들만 봐도 그렇다. 앞으로도 포항에서 4급(서기관) 이상 여성 간부 공무원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허명화 시민기자

2022-06-14

청송 주왕산 관광단지 개양귀비 만개

우미인초 꽃이 풍성하게 피었다. 주왕산 가는 길 초입의 주왕산 관광단지에 붉은 물결이 일렁인다. 넓은 둔덕에 조성된 개양귀비 밭이 지나는 이들의 발길을 잡아끈다. 그 앞을 지나는 차들도 하나같이 속도를 늦춘다. 초나라 항우가 사랑했던 우미인의 혼이 스며든 탓인가, 그녀의 춤사위가 저리도 눈부셨던가, 사람을 빠져들게 하는 마력을 지녔다. 실핏줄 같은 잎맥이 그대로 드러나는 얇은 꽃잎들 초록 줄기 위에서 처연하다. 우미인의 사연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 속을 누비는 사람들 몸짓, 하나같이 흔연하니 꽃이 주는 위안인가 보다.양귀비와 개양귀비는 모두 슬픈 설화를 가지고 있다. 아편이나 앵속이라 불리기도 하는 양귀비는 사람을 현혹하는 꽃이다. 당 현종이 자신의 며느리인 양옥환을 사랑해 비로 맞으면서 비극적인 양귀비는 탄생한다. 양귀비의 미색에 빠져 나라를 망친 현종은 안사의 난을 피해 도망가다 아리따운 양귀비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개양귀비 역시 항우의 애첩인 우미인의 사연을 담은 꽃이다. 항우가 유방의 군대에 포위되자 술자리에 함께 있던 우미인은 항우가 읊는 해하가에 맞추어 노래를 부른 뒤 자결한다. 후일 그녀의 무덤가에 핀 꽃을 중국에선 우미인초라 불렀다.우미인초란 이름과는 대조적으로 개양귀비는 유럽이 원산이다. 그러고 보면 우미인초는 우리 산야에 흔히 피는 두메양귀비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떻든 붉은 개양귀비를 보면 클로드 모네의 작품 양귀비 들판이 떠오른다. 양산을 눕혀 든 여인과 양귀비꽃을 든 아이, 춤추는 듯한 나무와 붉은 꽃에서 기쁨에 들뜬 모네가 연상된다. 그가 사랑했던 아내 카미유와 아들 장이 양귀비 꽃 속에서 한없이 평화롭다. 아르장퇴유 언덕에 머무는 가족의 단란함은 양귀비꽃으로 연유한다는 걸 깨닫게 되는 그림이다. 붉은 개양귀비 꽃의 꽃말은 위안과 위로라고 한다. 개양귀비 핀 둔덕을 누구든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유다. 돌아오는 주말 주왕산 관광단지에 핀 개양귀비 꽃을 보며 일상에 지친 심신을 위로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 관광단지 내에는 수석 꽃돌 박물관과 청송 백자 체험 전시관, 그리고 청송 백자를 일본에 전승시킨 심수관 도예전시관이 있어 한 바퀴 둘러보는 재미도 만만찮다. 그곳 한옥 민예촌이나 인접한 소노벨 청송에서 1박을 한다면 일몰 무렵 개양귀비의 요염한 자태를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행운도 누릴 수 있다. /박월수 시민기자

2022-06-14

미래의 꿈을 만들어가는 포항청소년연극제

올해로 18회가 되는 포항 청소년 연극제가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포항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열렸다. 이번 ‘제18회 포항 청소년 연극제’에는 동해초등학교를 비롯해 동지여중, 포항여중, 세명고, 포항여고, 포항여자전자고, 경북세무고 등 7개 팀이 참여했다.참가 학생들은 학교 수업시간 이외 방과후 시간을 이용하여 지도강사의 지도 하에 틈틈이 갈고 닦은 실력을 한껏 펼쳐보였다.청소년 연극제이다보니 전체적인 흐름은 교육연극 형식에 가까웠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겪는 학교문제, 친구문제, 나아가 사회문제 등을 다루며 연극을 통해 우리가 가진 현실의 이면을 보여주었다.12일 경북세무고의 연극을 마지막으로 시상식도 열렸는데, 최우수연기상은 포항시장상으로 세명고 장주원 학생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무대기술상은 포항여중 김지원·세명고 김도연 학생이, 우수연기상은 동지여중 김민서·포항여중 유수연·포항여고 김다은·포항여자전자고 이보미·경북세무고 이지유 학생이 수상하였다. 지도교사상에는 포항여중 정해순 교사가, 지도강사상에는 경북세무고 김용화 강사가 수상하였다. 특별상에는 포항문화재단 대표이사상으로 동해초등교가 수상하였다./서종숙 시민기자

2022-06-14

포항문화재단, 별이 빛나는 포항 ‘정밀아×재주소년×종코’ 성료

(재)포항문화재단이 2022년 포항시민의 날을 기념해 개최한 ‘별이 빛나는 포항 정밀아×재주소년×종코’ 콘서트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지난 10일 오후 8시 포항문화예술회관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별이 빛나는 포항 정밀아×재주소년×종코’ 콘서트는 300여 명의 시민들이 오랜만에 탁 트인 야외에서 연인 친구 동료들과 특별한 시간을 보내기에 충분했다.연중 총 4회차 시리즈로 기획한 ‘별이 빛나는 포항’의 첫 프로그램이었던 이날 공연에는 한국 포크 음악의 대표 음악가로 자리매김한 정밀아를 비롯해 다수의 음반 발매 및 프로듀서와 제작자로 활동하고 있는 재주소년, 그리고 포항에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종코가 출연해 열정의 무대를 선사했다. 또한 이번 공연은 기존 야외공연장 무대 시설이 아닌 인근 해도공원 소나무 숲의 경치를 활용한 오픈 무대를 설치해 초여름 밤 포크 음악이 전하는 감성의 무대를 아름다운 경치와 함께 선보여 관객의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친구와 함께 관람을 왔다는 이승희(51·포항시 북구 용흥동) 씨는 “포항과 인연이 있는 연주자들의 열정적인 무대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어 너무 좋았다”며 “그동안 코로나19로 지쳤던 시민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힐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윤정미 시민기자

2022-06-14

오염된 한천체육공원 주변을 보며

예천의 지명은 단술 예(醴) 샘 천(泉)에서 유래했다. 물이 맑고, 달아 술을 담그기 좋은 물이라고 하였다. 그만큼 깨끗하고 좋은 물이라는 뜻이다. 예천 시가지를 관통해 흐르는 한천이라는 하천이 있다. 이 주변으로 공원을 조성해 주차장 및 문화체육시설로 만들어 많은 주민과 방문객들이 활용하고 있다. 또한 각종 행사도 이 공원에서 개최하고 있다.코로나19 방역수칙이 완화되고, 날씨도 좋은 날이 이어지다 보니 한천체육공원을 찾는 주민들이 많아졌다.겨울철과 봄비 온 뒤에는 별문제가 없었는데, 최근 기온이 높아지고 비가 오지 않으니 한천 물에 문제가 생겼다.한천체육공원은 몇 개의 보와 수문이 있는데 수문을 닫으면 고여 있어 물이 오염되고, 열어놓아도 비가 오지 않으면 보가 물길을 막으면서 고이는 현상이 벌어졌다.최근엔 물에 정체 모를 이끼류가 뒤덮여 있어 가까이 가면 악취가 나고 미관상 아주 안 좋은 상황이 돼버렸다.특히 육상실내훈련장 앞이 심각한 상황이다. 국제대회 등을 유치하고 개최하는 입장에서 경기장 바로 옆 하천이 더러워져 있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어린 시절 냇가에서 물놀이하다가 그 물을 먹기도 했었는데 불과 20~30년 사이에 이런 형편이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한천 오염의 근본적인 원인과 대책이 무엇인지를 찾으려는 지자체와 주민들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정서 시민기자

2022-06-12

상주, 다시 동시의 마을로

1960년과 70년대 상주에 있는 청동초, 외남초, 상주초등학교 세 학교 어린이들의 글이 전국에 이름을 떨치자 언론에서 상주글짓기교육 현장을 취재해 신년특집으로 ‘동시 꽃피는 마을’이라 소개했다. 이후 다른 언론에서 ‘어린 문사의 고장’이란 제목으로 연재했으며, 1959년 ‘새싹회’ 주관으로 서울중앙공보관에서 ‘어린이 문학촌’이라는 이름의 시화전을 열었고, ‘동시의 마을’이라는 이름은 윤석중 선생이 ‘동시 꽃 피는 마을’을 고쳐 부른 것이다. 1963년 상주 어린이 글쓰기 대회 당선 작품집이 ‘동시의 마을’로 나오면서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낙동강문학관(관장 박찬선)에서는 동심에 가득 찬 상주를 되살리기 위해 최근 ‘동시의 마을 잔치’를 펼쳤다.지난 5월 27일와 30일에는 동시 마크라메(인형 만들기), 동시화로 꾸미는 방패연, 그리고 동시화를 수놓은 감성천, 동시 책갈피 만들기, 석고에 동시 그리기, 전통 놀이마당 등의 체험 부스와 ‘꼬깜꼬가미’ 인형극, 복화술, 동화구연으로 구성된 공연 프로그램을 운영했다.또한 ‘강’, ‘5월’, ‘낙동강문학관 오는 길’을 주제로 한 동시 쓰기와 그림그리기 대회도 함께 운영했다. 이 기간 동안 300 여명이 넘는 학생들이 참여하였으며 그동안 코로나로 움츠렸던 동심의 기지개를 활짝 폈쳤다.잔치에 참가한 화령초등학교 4학년 학생은 “사람의 입에서 얼마나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지 놀랐어요”라며 복화술 공연을 관람 한 후 소감을 말해 주었고 또 다른 학생은 “신현득 선생님의 문구멍이란 동시가 기억에 남아요”라며 동시를 낭독했다.5월 30일 저녁에는 Breeze Quintet 실내악단이 들려주는 인연, 걱정말아요 그대, 옛사랑, 섬집아기 등 저녁 노을에 어울리는 음악 선물과 박찬선 시인의 시 ‘물의 집’외 3편을 감상하는 시간도 가졌다.특히 안도현 시인을 초청해 ‘동시 이야기’란 주제로 강연이 있었다. 안 시인은 “우리는 그동안 비현실적이고 몽환적인 세계가 동심의 고향인 것처럼 왜곡을 일삼았다”고 진단하고 “남들이 늘 하던 방식 그대로 행과 연을 배치하는 것에 의구심을 가지고, 현실을 뒤집고 튕겨내고 해체하는 상상력이 없이는 동시를 동시라고 말하기 곤란하다”며 향후 동시문학이 나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상주가 동시의 마을을 노래하는 것은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다. 동시는 동심으로, 동심은 순수로 이어져 있다. 얼마 전 대선에서 승리한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이 자신이 속한 정당의 이름을 ‘르네상스(Renaissance)’로 변경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르네상스는 본질로의 추구이고, 그 바탕에는 순수함이 내재되어 있어야 한다. 상주도 다시 한 번 ‘동시의 마을’로 르네상스를 맞이하고 싶다. /김동수 시민기자

2022-06-12

대자연의 숨결이 살아있는 오지마을 봉화 관창리를 가다

‘봉화’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오지’라고 말들 한다. 물론 옛날 같은 오지는 아니지만, 앞으로는 30여 개의 봉우리와 수려한 산세를 가진 청량산과 발아래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을 앞마당 삼아 담담하게 오지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곳 관창리.관창리는 만리산(792m) 자락에 자리 잡고 있으며 화전민이 이주하여 살기 시작한 마을이다. 오염과는 거리가 먼 맑은 물과 신선한 공기, 병풍처럼 펼쳐진 청량산과 문명산이 강줄기와 어울린 전경에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이곳에는 숨은 듯 시원한 물줄기 떨어지는 관창폭포가 있으며, 만리산 정상 부근에 신생대 화산으로 생긴 늘못과 향적사라는 사찰이 있다.강줄기에서 폭포와 관창리, 오지마을, 그리고 늘못, 향적사를 이은 ‘만리산 촌로’(20km)라는 길이 있다. 이 길을 따라 트래킹을 하거나 자동차로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도록 깔끔하게 포장이 되어 있다.봉화군 명호면 소재지에서 안동 방향으로 가다 보면 관창2교가 나오고 계곡 길 따라 관창폭포 주차장에 주차하면, 계곡을 낀 완만한 경사로 산책하듯 오솔길이 보이는데 그게 바로 폭포 가는 길이다.한낮인데도 짙어지는 산그늘 아래 폭포 가는 길은 산새 소리가 뒤따라오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그렇게 길동무 삼아 호젓하게 걷다 보면 쉬어갈 수 있는 정자와 테크길이 폭포로 안내한다. 관창폭포라 쓰인 표지석 뒷면에는 퇴계 선생의 네 수의 시가 새겨져 있다.높고 큰 벼랑을 그 언제 깎았던고성난 듯 쏟아지는 천길 비단 폭이 걸렸구나.진동 소리 산을 울려 산도깨비 다 달아나니오롯한 한 폭 경치가 신선의 세계로구나.세차게 떨어지는 물소리와 함께 시원한 폭포수, 거대한 암석 사이를 수천 년 갈고 닦으며 쏟아지는 물줄기는 장쾌하게 산을 흔들고 있다. 병풍처럼 두른 기암괴석과 우렁우렁 쏟아지는 물길은 장관이 아닐 수 없다.오랜 가뭄으로 수량이 줄어 위용은 덜하지만 태곳적 자연 계곡과 소의 물빛은 멋을 더하며 퇴계 선생의 시처럼 신선의 세계에 들어온 느낌이다.폭포에서 나와 늘못생태공원으로 향한다. 신생대 화산 폭발로 인해 생긴 연못으로 가는 길은 자동차도 힘들어한다. 쉽사리 찾아가기 힘든 자연, 높은 곳으로 고갯길을 굽이굽이 돌기를 수차례. 여기저기 듬성듬성 흩어진 집들이 보인다.길은 산허리 이리저리 굽이친다. 잠시 쉬어가도 좋을 확 트인 시야에는 청량산과 문명산 봉우리가 파도처럼 이어진다. 만리산이란 지명은 정상에서 만 리가 보인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하늘 아래 조용히 앉은 산의 능선들이 자연이 그린 한 폭의 수채화다.다시 산허리를 돌고 오르면 만리산 정상부 늘못이다. 구불구불 산길을 오르고 오른 터라 정상에서 보는 늘못은 더없이 반갑다.이 늘못엔 이무기가 살았으며, 인근에 매어둔 황소를 잡아먹고 고삐만 물에 떠다녔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기도 한다.늘못에서 지척인 작은 사찰 향적사는 요란하지 않게 부처님을 전하는 사찰이라는 뜻으로 법당 창건을 위해 기둥을 세우고 상량을 하려는데, 부처님이 나타나 “천년 앞을 보아야 하는데, 그 기둥으로 지탱하겠느냐”는 말을 들려줘 공사를 중단했었다는 일화가 있다.대자연의 숨결이 살아있고 관창리 사람들의 삶이 어우러진 만리산 촌로 길에서 우리가 잊고 살았던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과 겸손을 담는다.산이 에워싸고 강물이 가로막아 아무나 갈 수 없는 오지에서 우리가 잊고 있던 자연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봉화. 만리산 관창리는 오래 머물고 싶은 풍경이다. /류중천 시민기자

2022-06-12

“요즘 전세 구하기 어려워요”

월간 월세 거래량이 전세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지난달 4월 전국 단위의 정부 통계에서 전·월세 총거래량(25만8천318건) 중 월세 거래량(13만295건)이 전세(12만8천23건)를 앞지른 것은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덕분에 전세 구하기는 어려워졌고 전세대란까지도 우려되고 있다. 최근 포항지역의 부동산 중개업소에서도 전세매물보다 대부분 매매나 월세 안내문이 붙은 것이 눈에 띈다.부산에서 포항으로 이사를 준비하고 있는 강모(42·여) 씨는 “주말부부를 하다가 6월에 포항으로 이사를 하기로 하여 장성동이나 창포동 쪽 아파트 전세를 찾고 있다. 전세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 부동산 앱을 보고 있어도 직접 발품을 팔아도 전세는 잘 구해지지 않아 막막하다”고 토로했다.포항시 북구 흥해읍 초곡리에 사는 주부 박모(40) 씨는 “요즘 전세 구하기가 어려워 제 지인 가족도 어쩔 수 없이 매매를 알아보고 있다고 한다. 전세가 귀하니 실제 거주를 하는 목적이라면 지금 전세보다 매매로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포항시 북구 양덕동에 사는 이모(32·여) 씨는 “곧 집이 계약 만료라 전세를 알아보고 있는데 2년 전보다 1억이 올랐다. 전세가가 매매랑 거의 차이가 없다. 임대차법 영향이 큰 것 같다. 사는 게 나을 것 같지만 그것 또한 많이 오른 상태다. 8월에 나가야 하는데 고민이다. 월세는 2년 전보다 많이 올랐음에도 지금 잘 나간다고 한다. 전세를 연장하는 것도 집주인 때문에 쉽지 않다”고 걱정했다.부동산 전문가들에 따르면 전세보다 월세 비중이 늘어난 것은 복합적인 이유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임대차 3법(전·월세 신고제,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시행 뒤 계약갱신청구권을 쓰는 세입자가 늘면서 전세매물이 줄었고 집주인은 4년 치 보증금 인상분을 한꺼번에 올려받으려고 해 전셋값의 급등과 높은 전세 대출 이자로 월세를 선택하는 세입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세입자들은 8월 전세 이동을 위해 한두 달 전인 6~7월에 활발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이를 위한 정부의 전세 자금 대출 금리 우대, 대출 규제 완화 등의 대책이 빨리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허명화 시민기자

2022-06-07

성덕댐에서 즐기는 볼거리·즐길거리

오랜 가뭄 탓에 댐 수위가 턱없이 낮아졌다. 우리나라의 다목적댐 중 가장 높은 곳(396m)에 위치한 성덕댐도 예외는 아니다. 이곳은 원래 무계마을과 수락마을 사람들이 화전을 일구며 살아가던 하늘 아래 첫 동네였다. 수락이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물이 흔한 곳이어서 2015년 꼬박 8년에 걸친 공사가 끝나고 댐이 들어섰다. 댐 위를 14개의 다리가 지나는데 낮별이 발 담근 물빛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천문대가 있는 보현산이 이곳 물줄기의 기원인 때문이다. 이 아름다운 호수에 봄 가뭄이 찾아와 수위가 다소 낮아졌다.이럴 때 만나는 귀한 절경이 있다. 수락 2교에서 바라보는 수락리 주상절리다. 잘생긴 돌기둥이 사열하듯 서 있는 광경을 온전히 보게 되었다. 평소엔 수위가 높은 탓에 세계 지질유산에 등재된 이곳 절리를 절반 정도도 볼 수 없었다. 1억 년 전 시간이 그대로 간직된 돌기둥은 화산재가 쌓여서 굳어진 용결 응회암이다. 뜨거운 화산재가 쌓이는 동안 높은 열과 압력으로 인해 엉겨 붙었다가 식으면서, 몸피는 줄어들고 다각형의 돌기둥이 된 흔치 않은 절리다. 그런 까닭에 돌기둥에 새겨진 섬세한 무늬는 볼 수 없지만 미끈한 다릿발 모양이 켜켜이 포개진 형상이 볼만하다.성덕댐을 끼고 면봉산 칼데라 지형이 지나는데 백악기 함몰 칼데라에 속한다. 칼데라는 화산이 분출하고 난 뒤 지하의 빈 공간이 내려앉아 만들어진 분지 지형을 말한다. 면봉산 칼데라는 지름이 약 10㎞에 이른다. 하지만 세월의 풍화를 거치면서 지금은 화구가 어디였는지조차 가늠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수락리 주상절리가 칼데라의 중심이었다는 건 확실하다고 알려져 있다.솥단지 모양이라는 칼데라 안에서 쭉 뻗은 절리 구경에 한창인데 물 위를 나는 듯 걷는 새가 눈길을 끈다. 잠수에 능한 민물가마우지다. 요즘은 해안가가 아니라 내륙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새다. 수면 아래를 가만히 지켜보니 바쁘게 헤엄치는 메기도 눈에 띈다. 이곳 호수가 가마우지의 놀이터 겸 먹이 공급처 역할을 하나보다. 부리를 디밀고 물속에 들어간 가마우지 한 쌍이 한참을 기다려도 나올 기미가 없다. 언제쯤 물 밖으로 나올지 지켜보느라 어느새 주상절리도 뒷전이다. 그러고 보면 가마우지의 자맥질이 세계 지질유산을 이긴 셈인가.성덕댐은 주상절리 외에도 댐 아래 오토캠핑장을 갖추고 있다. 주변 개울에 수달이 여럿 놀아서 캠핑장 이름도 수달 캠핑장이다. 가족단위 손님이 많아 주말엔 예약을 해야 한다.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넓은 축구장과 아담한 카페도 갖추고 있어 이미 소문난 곳이기도 하다. 영천을 거쳐 현서면 사촌리로 들어오는 길과 안덕으로 해서 오는 길, 두 갈래가 있다. 어느 곳이든 경관이 아름답고 한적해서 드라이브 코스로도 좋다. /박월수 시민기자

2022-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