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쪽샘지구 등서 각종 축제 펼쳐져
첫 날 방문한 곳은 월성. ‘신라 마립간의 시간을 탐하다’라는 타이틀로 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월성 일원(인왕동 일원)과 대릉원 일원으로 나눠 행사가 진행되었다. 사람들 줄이 긴 곳은 인기 코너다. 서둘러 줄을 찾아 섰다. 종이배 유등 체험이 진행되고 있었다. LED램프가 들어간 배를 만들고 소원을 적어 해자에 띄우는 방식이다. 아이는 가족의 안녕을 비는 소원을 정성스레 적었다. 그리고 행여 배가 기울까 조심스럽게 배를 띄웠다. 배가 건너편 종착지까지 도착할 때까지 자리를 뜰 수 없었다. 수초 같은 장애물을 피해 도착지에 닿기까지 조마조마했던 마음 덕에 평소 깨닫지 못했던 해자의 넓이가 가늠되었다. 아들에게 해자는 역사 속 의미와 더불어 소원을 담은 배를 띄웠던 장소로 기억될 것이다.
자리를 옮겨 월성 안으로 갔다. 산책로엔 조형물들이 자리 잡아 포토존으로 쓰이고 있었다. 조금 더 들어가자 발굴조사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간단히 설명을 듣고 발굴에 들어갔다. 실제 현장에서 쓰이는 발굴 방식과 동일한 방식으로 체험이 이루어졌다. 미래의 고고학자들은 신중하게 삽으로 땅을 팠다. 둔탁한 소리가 들리자 붓을 사용해 주변의 흙을 털어냈다. 그러자 땅속에 숨겨져 있던 유물들이 나타났다. 모형이 아닌 진품이라는 소리에 더욱 조심스런 손길로 준비된 비닐 봉투에 유물을 담았다. 박물관 전시실에서나 보던 실제 유물을 만져볼 수 있다는 건 특별한 경험이었다. 신라 월성을 거닐다(월성 탐방 및 해설) 프로그램도 있었지만 미리 예약 접수를 하지 못해 아쉬움으로 남겼다. 포토부스에서 네 컷 사진까지 촬영 후 준비된 공연들을 보고 나서야 첫 날 일정이 마무리 되었다. 1500여년 만에 바깥세상 나들이를 나온 마립간과 국악 브라스밴드 시도와 송소희 등의 공연자들은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 속에 공연을 마쳤다.
일요일은 좀 더 여유를 두고 즐기기 위해 서둘러 나섰다. 쪽샘 지구에 마련된 문화 유산 활용 체험장은 이미 대기자들로 넘쳐 있었다. 다행히 체험 시간이 길지 않아 오랜 기다림 없이 몇 가지 체험이 가능했다. 역사 이야기를 듣고 함께 책을 만드는 프로그램과 토우 만들기, 문화재를 활용한 시각 장애인 체험 프로그램까지 준비돼 있었다. 경주의 문화재 스티커로 꾸며진 버스 교통카드와 자신의 이름을 점자로 새긴 책 깔피는 의미나 실용성 면에서도 뛰어나 차후에도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눈으로만 감상하는 문화재에서 다양한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문화재로의 전환이 반가웠다.
어느 정도 체험을 마친 후 도보로 5분 거리인 첨성대 일원으로 이동했다. ‘제11회 신라소리축제 에밀레전’이 열리고 있었다. 공연으로 축제 분위기가 한창이다. 도착하자마자 모형으로 만들어진 에밀레종 타종과 법고와 목어 연주 등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었다. 두 분의 스님께서 직접 아이들의 체험을 도와주고 계셨다. 그 외에도 금관 만들기, 신라복 체험, 도자기 물레 체험, 첨성대 쌓기 등 다양한 체험부스들이 설치돼 있었다. 바쁜 이틀을 보내고 나니 아이는 매우 만족스런 눈치다. 힘들게 멀리 가지 않고도 여행의 기분을 즐길 수 있는 것은 관광 도시에 사는 혜택이다. 다음 행사를 기대해 본다.
/박선유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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